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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배제·공급망 강화 속도내는 美…K-전력기기 반사이익 볼까

미국이 자국 전력인프라 시장에서 중국을 비롯한 안보 우려국을 배제하는 등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發) 인프라 수요 급증으로 전력기기 확보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국내 업계에 반사이익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미국 백악관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외국산 전력기기가 자국 벌크전력시스템(BPS)에 초래하는 안보 위협을 억제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안보 우려가 있는 일부 국가와 연계된 전력기기의 자국 내 유입을 제한하고, 기존 공급망의 잠재적 안보 위험까지 제거하는 것이 골자다. 행정명령에 따라 미 에너지부(DOE)는 안보 우려가 있는 외국과 연계돼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전력기기의 자국 내 취득·수입·이전·설치 등을 금지하고, 이미 설치된 기기까지도 교체하도록 명령할 수 있게 된다. 규제 대상에는 변전소용 변압기와 고압차단기,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계통연계 인버터 등 핵심 전력망 장비는 물론, 관련 소프트웨어·펌웨어와 원격접속 기능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DOE는 행정명령 서명일인 지난 26일로부터 120일 이내에 세부 시행 규칙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자국 생산기반 육성을 위한 조달 우대책도 병행한다. 행정명령은 연방정부의 에너지 인프라 조달 과정에서 국가안보 위험을 반영하고, 미국에서 제조된 에너지 인프라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연방조달규정(FAR) 개정 권고안을 180일 이내 마련하도록 했다. 이번 행정명령이 중국을 비롯한 특정 국가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 안팎에선 이번 행정명령을 미국 전력망에 유입되는 중국산 전력인프라에 대한 견제를 한층 확대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자국 공급망을 육성함으로써 역내 전력인프라 산업의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이번 행정명령을 중국발(發) 기술 위협에 대응하려는 미국 정부의 정책적 움직임 중 하나로 평가했다. 지난해 일부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에서 제품 문서에 기재되지 않은 통신장치가 발견된 사례도 이번 조치의 배경으로 거론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올 들어 안보 우려가 있는 외국산 전력기기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동시에 자국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투트랙'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변압기와 고압차단기 등 주요 전력망 장비를 국가방위에 필수적인 산업자원으로 지정하고 국방물자생산법(DPA)을 활용한 미국 내 생산능력 확충을 본격화했다. 지난달에는 외국산 전력 인버터 제품군을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별도 목록(Covered List)에 추가하는 등 시장진입 제한 조치에도 나섰다. 이달 들어선 공급망 내재화를 위한 지원책도 구체화했다. DOE는 지난 10일 변압기와 부품·소재 등 핵심 전력망 장비의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최대 3억7500만달러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 추진 방침을 밝혔다. 업계에선 미국의 이 같은 공급망 재편 조치가 본격 시행될 경우, 상대적으로 공급망 신뢰도가 높은 국내 업계에 반사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 내 수급불균형으로 주요 전력기기의 공급 병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안보 우려국의 공급망까지 제한하려면 대체 공급처 확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지 발주처 입장에서도 향후 규제에 따른 계약·납품 불확실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급업체를 선택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건립 중인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등이 자국 공급망 육성 기조에 따라 직접적인 수혜 대상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미국 내 생산시설이 없는 국내 수출기업도 향후 대체 공급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손양훈 인천대학교 명예교수는 “이미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춘 국내 전력기기 업체들이 상당히 유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며 “꼭 현지에 공장이 없더라도 미국이 중국산 공급망을 배제하는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에도 충분히 기회가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파리에 모인 K-전선·전력기기…차세대 기술로 유럽시장 선점 박차

국내 주요 전선·전력기기 업체들이 프랑스 파리에 집결했다. 유럽 시장의 핵심 먹거리로 떠오른 초고압직류송전(HVDC)과 친환경 가스절연개폐장치(GIS)를 앞세워 사업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S전선과 대한전선, LS일렉트릭, HD현대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전선·전력기기 업체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 중인'시그레(CIGRE) 파리 세션 2026'에 참가해 차세대 전력망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오는 28일(현지시간)까지 열리는 시그레는 전 세계 전력회사와 송전계통운영자(TSO), 전력기기 제조사와 기술 전문가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글로벌 전력산업 최대 행사 중 하나다. 단순 제품 전시를 넘어 글로벌 발주처와 기자재 업체가 직접 접촉한다는 점에서 파트너십과 수주 기회를 모색하는 '비즈니스 장'으로 활용된다. 이번 행사에서 국내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꺼내든 승부수는 HVDC다. 장거리에서 대규모 전력을 기존 교류(AC) 방식보다 효율적으로 송전할 수 있어 해상풍력과 국가 간 전력망 연계가 활발한 유럽에서 핵심 전력망 기술로 꼽힌다. LS전선은 LS일렉트릭과 공동 전시관을 꾸리고 HVDC 해저·지중케이블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LS전선은 이미 유럽에서 독일·네덜란드 TSO인 테네트의 북해 해상풍력 전력망 사업에 참여해 525kV급 HVDC 해저·지중케이블을 공급하는 등 현지 수주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다. 대한전선도 500kV 전류형 HVDC와 525kV 전압형 HVDC 육상케이블 시스템을 선보였다. 특히 현재 운영 중인 해저케이블 1공장과 향후 640kV급 HVDC 해저케이블 생산이 가능한 2공장, 케이블 포설선(CLV) 선대를 함께 소개하며 설계부터 생산·운송·시공·유지보수까지 묶은 '턴키' 경쟁력을 강조했다. 전력기기 업체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LS일렉트릭은 이번 행사에서 △HVDC 솔루션 △AI 데이터센터 솔루션 △직류(DC) 솔루션 등 차세대 전력 기술 역량을 대거 선보였다. 특히 지난 25일 글로벌 전력인프라 업체인 GE버노바와 전압형(VSC) HVDC 합작법인 '그리드 X 테크놀로지' 설립 계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도출했다.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은 친환경 GIS 분야에서 정면으로 맞붙었다. GIS는 변전소에서 전력의 흐름을 제어하고 고장 전류를 차단하는 핵심 전력기기로, 기존 제품은 절연·차단 성능이 뛰어난 육불화황(SF6)을 주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최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불소계 온실가스(F-Gas)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SF6를 사용하는 GIS 등 전력기기에 대한 시장 퇴출 움직임도 가속화하는 흐름이다. 실제 EU는 F-Gas 규제를 통해 올해 24킬로볼트(kV) 이하 중전압 기기를 시작으로 불소계 온실가스를 사용하는 신규 개폐장치의 가동을 전압별로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오는 2028년에는 52kV 초과~145kV 이하 고압 기기, 2030년에는 24kV 초과~52kV 이하 중전압 기기로 규제가 확대되는 가운데, 2032년부터는 145kV 초과 고압 기기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에 효성중공업은 이번 행사에서 독자기술로 개발한 420kV급 SF₆ 미사용 친환경 GIS를 선보이며 친환경 솔루션을 요구하는 유럽시장 내 잠재 고객사 겨냥에 나섰다. 특히 효성중공업은 행사기간 글로벌 주요 고객사를 대상으로 기술포럼을 개최해 미래 전력망 운영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별도 네트워킹 행사를 운영해 고객사와의 중장기 파트너십 강화에도 나선다는 방침이다. HD현대일렉트릭도 72.5kV·145kV급 친환경 GIS와 최근 시험을 완료한 420kV급 친환경 GIS 'GREENTRIC 550SRE' 등 주요 전압별 GIS 제품군을 소개하고, 선상 네트워킹 행사를 병행해 산업 관계자들과 미래 협력기회 모색에 나섰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유럽 주요 고객들에게 GIS 라인업과 친환경 전력기술 경쟁력을 한자리에서 선보이는 기회"라며 "다양한 친환경 전력기기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유럽 전력망의 친환경 전환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LS일렉트릭·GE버노바, 합작법인 설립 추진…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정조준

LS일렉트릭이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업 'GE버노바'와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국내 전압형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 보폭을 확대한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력망 기술 전시회인 'CIGRE 2026'에서 GE버노바와 '전압형 HVDC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전략적 협력 계약' 체결식을 가졌다고 26일 밝혔다. 체결식에는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과 채대석 대표이사, 필립 피론 GE버노바 전기화 부문 최고경영자(CEO), 요한 빈델 그리드시스템통합 사업부 CEO가 참석했다. 합작법인 사명은 'Grid X Technology'로 정했다. 양사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을 통해 국내 전압형 HVDC 시장을 겨냥한 협력을 추진하고, 핵심 기자재 공급과 국내 HVDC 프로젝트 공동 수행을 포함한 공동 솔루션 및 전략 개발에 나선다. 국내 차세대 전력망 구축을 지원하는 한편, 글로벌 HVDC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협력체계도 구축할 예정이다. LS일렉트릭은 이번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국책사업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의 수행 신뢰성을 한층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LS일렉트릭은 북당진-고덕 구간과 동해안-수도권 구간 등 국내 HVDC 프로젝트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만큼,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전압형 HVDC 역량을 더하며 기술적 경쟁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전압형 HVDC 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기술뿐만 아니라 입증된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안정적인 공급 능력이 요구된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GE버노바의 글로벌 시장 선도 기술과 LS일렉트릭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 및 생산 능력을 결합, 강력한 공동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합작법인은 양사 전략을 통합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며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를 위해 고객에게 양사의 강점을 결합한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단일 창구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내 HVDC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현대엘리베이터 특집 ②] ‘메이드 인 코리아’는 왜 사라졌나…중국에 내준 에스컬레이터

서울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두 대 중 한 대 이상이 설치된 지 15년을 넘겼지만 노후 설비를 제때 고치고 교체하기 위한 국내 제조기반은 이미 10여 년 전 사실상 사라졌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중국산이다. 안전인증제도가 도입된 2019년 이후 국내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약 6600대 가운데 99%가 중국산으로 추정될 정도다. 완제품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스컬레이터 한 대에 들어가는 80~100개 안팎의 부품 가운데 9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안전인증 대상 6개 부품 가운데 국산 비율도 33.1%에 그쳤고 제품에 따라 서로 호환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 서울 지하철 1881대, 생산국별 현황도 별도 통계 없어 국내 최대 도시철도 운영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에스컬레이터 현황에서도 현재 시장구조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에스컬레이터 1881대의 제조사와 모델명, 생산국 등을 정보공개 청구했다. 공사는 호선과 역명, 승강기번호, 설치일 등의 설비 현황은 공개했지만 생산국에 대해서는 별도 취합·가공이 필요한 정보라며 정보부존재 결정을 내렸다. 제조사와 모델은 국가승강기정보센터에서 승강기번호를 개별 입력해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서울교통공사가 중국산 비중을 별도로 집계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개별 설비의 생산국을 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하철을 비롯한 공공시설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가 어느 국가에서 생산됐고 제조사별 공급구조가 어떻게 형성돼 있는지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통계체계는 갖춰져 있지 않은 셈이다. 전국 시장을 보면 중국 의존도는 보다 뚜렷하다.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2019년 이후 설치 제품의 사실상 대부분이 중국산으로 추정됐다. ◇ 중국산 가격 공세…현대엘리베이터도 결국 생산기지 이전 처음부터 국내 에스컬레이터 제조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한 국내 승강기 업체들은 과거 국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직접 생산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대규모 생산능력과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제품이 빠르게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업계에서는 중국산 에스컬레이터 가격이 국산보다 30~40%가량 저렴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이 중요한 공공시장에서 국내 생산업체가 중국의 대규모 생산기지와 경쟁하기는 쉽지 않았다. 국내 대형 승강기 업체 가운데 마지막까지 에스컬레이터 생산기반을 유지했던 현대엘리베이터도 결국 국내 생산에서 손을 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4년 에스컬레이터 국내 생산기반을 중국법인으로 이전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기술과 브랜드로 판매되는 제품도 이후 중국 생산체계를 활용하게 됐다. 회사는 현재도 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무빙워크 등의 설치와 유지보수 사업을 하고 있지만 국내 에스컬레이터 완제품 생산기반은 사라졌다. 단순히 공장 하나가 없어진 것에 그치지 않았다. 생산물량이 사라지자 관련 부품업체와 숙련 기술인력까지 함께 줄어들면서 국내 공급망 전체가 약화됐다. ◇ 엘리베이터와 달랐던 공공시장…대기업 참여도 제약 에스컬레이터 산업이 쇠퇴한 배경에는 공공조달 구조도 있다. 지하철과 공공시설에서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를 함께 발주하는 경우가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공공조달 참여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대기업이라도 엘리베이터와 묶인 사업에서는 참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수요 자체가 엘리베이터보다 작은 것도 약점이다. 에스컬레이터는 설치 장소의 층고와 길이, 경사도 등에 따라 제품 사양이 달라 대량 표준생산에도 한계가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내 생산시설과 전문인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반면 세계 최대 승강기 시장 가운데 하나인 중국에서는 대규모 생산을 통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국내 업체 입장에서도 중국 생산 후 국내로 들여오는 것이 자체 생산라인을 유지하는 것보다 경제적인 선택이 됐다. 가격 경쟁에서 시작된 생산기지 이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국내에서는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만들고 싶어도 완제품부터 부품, 기술인력까지 공급망을 처음부터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완제품 99%에 부품 90% 이상…문제는 '중국산' 자체가 아니다 중국산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제품의 안전성과 직접 연결할 순 없다. 제조국만으로 에스컬레이터의 품질이나 고장 가능성을 판단할 수 없으며 설치연도와 이용량, 유지보수 상태, 부품 교체 주기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특정 국가 제품의 품질보다는 공급망이 한 국가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2023년 국정감사 당시 공개된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설치 후 20년을 넘긴 에스컬레이터는 당시 7975대에 달했다. 그러나 수입업체나 공단이 충분한 여유 부품을 보유하지 않아 필요한 부품을 즉시 공급하기 어려운 문제가 지적됐다. 승강기안전관리법상 승강기 또는 중요 부품의 제조·수입업자는 유지관리용 부품 제공 요청을 받을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정해진 기간 안에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국정감사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해외 부품을 확보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 지하철에서 고장 난 에스컬레이터의 복구에 수일에서 수주가 걸리는 현상 역시 이러한 공급망 문제와 무관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서울교통공사는 이번 정보공개청구에서 설비별 고장·복구 현황과 부품 조달기간 등을 별도로 취합한 자료는 제공하지 않아 제조국과 복구기간의 상관관계를 직접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 10여년 만에 다시 '한국산' 추진 10여 년간 끊겼던 국내 에스컬레이터 생산기반을 다시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현대엘리베이터의 100% 자회사 현대엘리베이터서비스는 국내 중소 승강기 업체들과 함께 2024년 9월 경남 거창에 합작법인 'K-에스컬레이터'를 출범시켰다. 2014년 국내 에스컬레이터 생산을 중단한 지 10년 만이다. 거창은 승강기안전기술원과 한국승강기대학교, 승강기 전문기업들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 승강기 산업 집적지다. K-에스컬레이터는 이곳에서 완제품을 생산하는 동시에 국내 중소기업들과 부품 공동개발과 국산화를 추진한다. 초기에는 공공입찰 시장과 노후 에스컬레이터 교체(MOD)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향후 해외시장까지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거창군의 투자지원 검토자료에 따르면, 사업 초기 계획은 58억6000만원을 투자해 연간 300대, 월 25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연간 생산액은 210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 가격 경쟁에서 밀려 국내 생산을 접었던 현대엘리베이터가 이번에는 직접 대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대신 자회사와 중소기업이 함께하는 방식으로 돌아온다면 다시 국내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LS일렉트릭, 엿새만 1800억 수주…美 데이터센터 ‘배전 특수’ 본격화했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북미권 전력기기 호황의 온기가 변압기를 넘어 배전시장까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국내 대표 배전기기 업체인 LS일렉트릭 역시 북미를 중심으로 사업 저변을 넓히며 AI발(發) '배전 특수' 흡수를 가속하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엿새동안 2건의 계약을 통해 배전반 등 인프라 수주를 약 1억2955만달러(1791억원) 규모로 확보했다. 계약은 각각 9529만달러(1317억원)·3426만달러(474억원) 수준으로, 북미권 데이터센터향(向) 물량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엿새간 집중된 수주 물량이 기존 고객사 대상 반복수주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권 기존 고객사로부터 품질·납기 역량을 인정받으면서 데이터센터향 래퍼런스를 축적, 공급망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 24일 공개된 9529만달러 규모 빅테크 데이터센터향 계약의 경우 지난 6월 체결된 배전시스템 등 전력설비 공급 계약 건이 고객사의 추가 발주에 따라 증액된 것으로, 기존 계약(7043만달러) 대비 35.3% 증가한 추가 물량 발주를 통해 총 계약규모도 2배 이상(7043만달러→1억6572만달러) 확대됐다. 앞서 3426만달러 규모로 체결된 북미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향 배전솔루션 공급계약 역시 발주처인 글로벌 전력기업 블룸에너지와의 추가 수주다. LS일렉트릭은 지난 4월에도 블룸에너지와 2억2000만달러(3000억원) 규모 배전 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공급 파트너로 도약에 나섰다. 이 같은 반복수주는 북미권 AI 데이터센터 증설경쟁이 심화하며 수요 창출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LS일렉트릭의 수주 가시성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는 최근 북미 데이터센터 용량이 올해 약 24기가와트(GW)에서 오는 2030년 110GW까지 4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미국 전체 전력부하 증가분의 68%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우드맥킨지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투입되는 중전압(MV) 스위치기어 수요는 지난해 786대에서 2030년 4698대로, 패널보드 역시 같은 기간 5111대에서 3만500대 이상으로 각각 6배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는 LS일렉트릭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현지화 투자에 따른 납기 단축과, 이를 통한 반복수주 확대 가능성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재 회사 배전 부문의 리드타임이 약 9~10개월 수준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현지 투자를 통해 이 같은 단납기 경쟁력이 한층 확대되며 기존 고객사의 추가 발주를 유발할 수 있다는 기대다. LS일렉트릭 역시 미국 유타주에서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진행 중인 생산시설 증설 투자가 완료되면, 해당 사업장의 배전반 생산능력이 연간 5000억원 수준에 이르러 북미 시장 수요 대응역량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LS일렉트릭의 데이터센터향 수주 기반 성장축 역시 기존 배전설비에서 차세대 배전솔루션으로 넓어질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고밀도화에 따라 배전설비 수요가 기존 중·저압 교류 배전기기를 넘어 직류(DC) 배전 솔루션 등까지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는 까닭이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LS일렉트릭은 배전반과 차단기 뿐만 아니라 반도체변압기(SST), 반도체 차단기(SSCB) 등 직류 전환 관련 제품을 개발 중"이라며 “기존 배전설비 수요와 차세대 DC 인프라 수요에 동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LS일렉트릭도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GS건설·LG유플러스와 각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DC 배전 솔루션 기술 개발 및 실증·표준화에 나서는 등 빅테크 데이터센터향 차세대 배전 솔루션 수주를 확보하기 위한 사업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추가 수주가 이어지고 있다"며 “검증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망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핵심 파트너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대한전선-팬스타로보틱스 ‘맞손’…고성능 ‘원격조종 수중로봇’ 국산화한다

대한전선이 고성능 원격조종 수중로봇(ROV) 국산화를 통해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선다. 대한전선은 지난 19일 해양 로봇 전문기업인 팬스타로보틱스와 '해상풍력∙HVDC 해저케이블 ROV 국산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협약을 통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규모 HVDC 해저케이블 사업에 대한 시공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양사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고성능 매설 ROV와 운용기술 등 시공솔루션을 국산화함으로써 산업 자립도를 강화하는 한편, 프로젝트 수행 안정성과 시공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목표다. 팬스타로보틱스는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이 설립한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기반 해양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기업이다. 해저케이블 매설 ROV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체 개발한 로봇을 국내외 해저케이블 프로젝트에 투입해 기술력과 현장 수행 역량을 확보해왔다. 대한전선에 따르면, 국내 서남해 해역은 조류가 빠르고 탁도가 높으면서도 수심이 얕아 최적화된 고성능 ROV의 필요성이 지속 제기됐다. 다만 현재 대형·고난도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매설 장비는 외산의 비중이 높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해외 전문인력이 필요한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한전선은 이번 공동개발을 통해 핵심 시공기술을 내재화하고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등 대규모 HVDC 사업 역량을 확대함으로써, 설계부터 매설까지 사업 전 과정을 아우르는 턴키 수행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해상풍력 내·외부망뿐 아니라 장거리 계통연계와 HVDC 해저케이블 매설작업에 투입할 수 있는 고성능 ROV와 운용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 해저케이블 매설·보호 기술 실증·사업화도 함께 추진된다. 아울러 향후에는 개발 장비와 기술을 실제 시공 현장에 적용하는 한편, 국가연구개발사업에도 참여해 기술 고도화와 해외 시장 진출도 공동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춘원 대한전선 전무는 “고성능 해저케이블 ROV의 국산화는 단순한 장비 개발을 넘어 국내 해저케이블 공급망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과제"라며 “앞으로도 해저케이블 전 밸류체인의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국가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고, 해저케이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세계 시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민간에 문 열린 전력망…K-전선·전력기기 ‘내수 슈퍼사이클’ 오나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내수 전력인프라 시장의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전력에 집중됐던 사업 부담이 민간으로 분산됨에 따라 전력망 구축과 기자재 발주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이어진 전선·전력기기의 수출 슈퍼사이클이 내수시장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21일 국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회는 전날인 20일 본회의를 열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등 세 법의 개정안을 통칭하는 '전력망 3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현행법상 송전사업자인 한전이 전담하던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 사업에 민간사업자가 한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전력계통 연결을 효율화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번 개정은 급증하는 전력망 건설 수요를 한전의 인력과 재원만으로 적기에 소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렸다. 발전설비 확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규모 전력 수요처가 늘어나면서 송·변전망 확충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에 이번 개정에 따라 이미 예정된 대규모 전력망 투자에도 속도가 붙게 될 경우, 그동안 북미권을 중심으로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누려 온 국내 전선·전력기기 업계의 성장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8년까지 국내 송·변전망 확충에 필요한 투자비는 총 72조8000억원에 달한다. 법 개정으로 새로 창출되는 시장은 아니지만, 사업 주체가 민간으로 확대되면서 투자계획의 집행 속도를 높일 여지가 생긴 셈이다. 특히 전력망 확충은 초고압 지중·해저케이블과 가공송전선 등 송전선로뿐 아니라 초고압변압기와 가스절연개폐장치(GIS), 차단기 등 변전설비 수요를 동반하는 만큼,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으면 전선·전력기기 전반의 기자재 발주도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노후 전력인프라를 교체하고 초고압 송전망을 확충하려는 만큼 관련 시장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국내 사업이 활성화되면 국내 수주 비중과 매출이 확대되는 모멘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노후 전력인프라 교체와 함께 345kV급 이상 초고압망과 HVDC 등 대용량 송전망 구축이 확대되고, 이러한 사업 추진이 한층 가속화함에 따라 고부가 중심의 내수 수주 기회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국가기간 전력망 건설 사업의 주체 확대가 실제 사업 가속화로 이어질지 여부는 변수다. 그간 전력망 건설 사업의 주요 병목지점인 주민 수용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민간 자본과 인력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사업 지연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력인프라 발주가 급증하면서 일부 핵심 기자재의 생산 슬롯이 이미 수년치 채워졌다는 점 역시 변수다. 이미 수년치 일감을 확보한 업체들이 수익성 중심의 선별수주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내수시장 확대가 곧바로 국내 수주 확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예컨대 초고압변압기의 경우, 북미권 AI 데이터센터 확보 경쟁으로 관련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외 업계의 수급 불균형이 지속 심화하는 추세다. 업계에선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업계의 초고압변압기 리드타임(발주→납품)이 최대 4년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력기기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력망 투자가 확대되면 당연히 업계에도 새로운 수주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발주 시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요 업체들의 변압기 생산 슬롯은 3~4년가량 차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미 없는 슬롯을 새로 만들어 국내 물량에 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 민간 참여가 전선·전력기기업계의 '내수 슈퍼사이클'로 이어질지는 실제 전력망 사업과 기자재 발주 시점을 얼마나 앞당기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민간 자본과 인력 투입이 주민 수용성 등 기존 사업 병목 해소와 맞물리고, 핵심 기자재의 공급 여력까지 적기에 확보될 경우 북미를 중심으로 이어진 전력인프라 호황이 국내시장으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전선업계 닥친 ‘호황 청구서’…역대급 실적 뒤 현금부담 ‘쑥’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와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에 힘입어 역대급 호조를 보이고 있는 국내 전선업계가 호황 청구서를 받아들기 시작했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최근 6개월 새 급격히 확대되며 '현금 부담'이 가중된 까닭이다. 업계의 현금전환 속도와 자금부담 완화 능력이 슈퍼사이클 속 성장의 질을 판단할 주요 지표로 작용할 전망이다. ◇ 실적 좋았는데 늘어난 '재고'…구리 가격 등 영향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S전선과 대한전선 등 국내 주요 전선업체의 연결 기준 재고자산은 최근 6개월 동안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LS전선의 올 2분기 말 재고자산은 총 2조11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463억원 대비 57.1% 급증했다. 전년 말(1조4566억원)과 비교해도 45.2% 증가한 수치로, 올 상반기 들어 증가폭이 가팔라진 흐름이다. 대한전선도 재고자산이 크게 늘었다. 2분기말 연결기준 재고자산은 1조1400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7156억원)·지난해 말(8563억원) 대비 59.3%·33.1%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재고자산의 급증은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 누적의 신호로 해석되는 반면, 이번 전선업계의 재고 증가는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다. LS전선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4조5232억원과 영업이익 2384억원을 올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실적 기록을 경신했다. 대한전선도 매출 2조2820억원과 영업이익 1213억원을 벌어 최대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즉, 업황 슈퍼사이클에 기반한 수주·생산 확대에 대응해 원재료와 재공품 등 재고 확보가 늘어난 가운데, 주요 원재료인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재고 평가액 증가까지 겹치면서 재고자산 증가폭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구리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각 기업의 재고자산 변동에 상당 수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LS전선에 따르면, 올 2분기 말 기준 전기동 매입(수입)가격은 톤(t)당 20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2% 증가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원재료 매입액 규모도 같은 기간 35% 뛴 2조9003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전선 역시 이 기간 원재료 매입액이 27.5%(1조2873억원→1조6407억원) 뛰었다. ◇ '받을 돈'도 두 자릿수 증가...커지는 '괴리' 재고뿐 아니라 매출채권도 외형과 함께 불어났다.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더라도 실제 대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매출채권으로 남는 만큼, 외형 성장이 가팔라질수록 영업 과정에 묶이는 자금의 절대 규모도 커질 수 있다. 실제 LS전선의 올 2분기 말 연결기준 매출채권(유동)은 1조7939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4770억원 대비 21.5% 증가했다. 대한전선도 같은 기간 매출채권이 6137억원에서 7056억원으로 15% 늘었다. 매출채권 증가 자체가 대금 회수 지연이나 재무건전성 악화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매출이 성장하면 정상적인 대금 회수기간을 유지하더라도 매출채권의 절대 규모는 함께 늘어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동시에 불어나면서 회계상 이익 증가와 실제 현금 유입 사이의 간극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 확대를 위해 원재료를 먼저 확보하는 데 현금이 투입되는 반면, 제품을 판매해 매출을 인식한 뒤에도 실제 대금을 회수하기까지는 일정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고객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계약부채 등 영업성 부채는 이 같은 운전자본 부담을 일부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LS전선의 경우 2분기 말 연결기준 계약부채가 약 9328억원으로 지난해 말 9119억원보다 소폭 증가했고, 대한전선의 선수금·계약부채도 같은 기간 1913억원에서 2473억원으로 늘었다. 수주 확대에 따라 고객으로부터 먼저 유입된 자금이 재고·매출채권 증가에 따른 현금 소요를 일부 완충한 셈이다. 반면 매입채무는 양사 모두 감소하며 운전자본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LS전선의 2분기 말 연결기준 매입채무는 6507억원으로 지난해 말 7184억원보다 9.4% 감소했고, 대한전선도 같은 기간 3922억원에서 3356억원으로 14.4% 줄었다. 결국 재고와 매출채권 증가에 따른 자금 소요가 선수금·계약부채 증가에 따른 완충 효과를 웃돈 데다 매입채무까지 감소하면서, 전반적인 운전자본 부담은 확대된 양상이다. ◇ 현금흐름, 대규모 순유출로...재무활동 '보완' 이 같은 운전자본 부담은 양사의 실제 현금흐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역대 최대 수준의 영업실적에도 재고와 매출채권 증가가 현금유출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회계상 이익이 실제 현금창출력으로 온전히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LS전선의 경우 올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이 9706억원 규모 현금유출로 나타났고, 이 중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각각 66.5%(6453억원)·26.3%(2550억원)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같은 변동은 현금 흐름을 크게 끌어내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7042억원 규모 순유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이 2982억원 규모로 순유입을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한전선도 상반기 재고자산과 매출채권 증가가 각각 2651억원(63.0%)·622억원(14.8%) 규모의 현금 유출 요인으로 작용했다. 두 항목에서만 3273억원(77.8%)이 빠져나가면서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은 총 4207억원 규모 유출이 발생했다. 이에 영업활동현금흐름 순유출 규모도 지난해 상반기 680억원에서 올해 3180억원으로 확대됐다. 이런 가운데, LS전선과 대한전선 양사 모두 올 상반기 영업·투자활동에서 발생한 현금유출을 재무활동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보완하는 흐름도 강하게 포착된다. LS전선은 상반기 각각 영업활동현금흐름과 투자활동현금흐름에서 7042억원·1524억원 규모 순유출을 기록한 반면, 재무활동현금흐름은 전년 동기 순유출(387억원)에서 9080억원 규모로 유입 전환됐다. 대한전선도 영업·투자활동현금흐름이 모두 순유출(3180억원·182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재무활동현금흐름에서 3203억원이 유입돼 전년 동기 대비 현금유입 규모를 102.6% 늘렸다. ◇ “설비투자 해야 하는데"...현금전환·자금조달 '주목' 이처럼 역대급 호황기를 맞은 전선업계의 실적과 현금흐름이 엇갈린 방향성을 보이면서, 각 기업의 향후 재고자산·매출채권 현금전환 속도와 자금조달 부담 완화 능력은 성장의 질을 판단할 주요 관전포인트로 남게 될 전망이다. 운전자본 부담 심화를 유발하는 구리 가격 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업계의 대규모 생산설비 투자 역시 지속되고 있어서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립 중인 LS전선은 2분기말 기준 생산능력과 품질·효율 개선을 목표로 국내외 종속회사를 포함해 올해 총 4797억원을 투입했다. 올해 총 예상투자액이 1조2881억원에 달하는만큼, 투자 계획을 이행하려면 하반기에도 8084억원을 추가 투입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2공장을 건설하는 등 생산능력 확대를 진행 중인 대한전선은 올해 예상 투자액 1313억원 중 상반기 238억원을 지출하는데 그쳐 연중 투입할 향후 투자액이 연간 계획 기준 1075억원 규모로 잔존해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기적으로 국내 업체들의 외형과 이익창출력은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대규모 설비투자와 전기동 가격 상승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등으로 차입 부담 확대가 동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케이엔알시스템, 가반하중 1톤급 ‘고중량 사족보행 로봇’ 개발 착수

​로봇 전문기업 케이엔알시스템(대표 김명한)이 가반하중(들어올리거나 운반할 수 있는 최대 무게) 1톤(1,000kg)급 '고중량 사족보행 로봇'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19일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 상용화된 기존 전동식 사족보행 로봇의 적재 한계가 10~40kg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1톤급 사족보행 로봇 개발은 관련 시장의 판도를 바꿀 만한 파격적인 성능이다. ​최근 사족보행 로봇 시장은 군용 감시·정찰이나 산업 현장 점검 등 '이동형 센서 플랫폼'에 치중되어 있다.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스팟(Spot)'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들의 상용 로봇은 보행 하중이 최대 40kg, 정지 하중도 120kg에 불과해 수백 kg 이상의 중량물을 옮겨야 하는 건설·중공업·군수 현장에서는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케이엔알시스템이 개발에 나선 고중량 사족보행 로봇은 최대 1톤의 화물을 적재한 상태에서 시속 10km 이상의 속도로 평지 기준 최대 90km(험지 기준 약 40km) 이상을 이동할 수 있는 고하중 험지용 다목적 이송 플랫폼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회사는 핵심 관절에 2,000Nm(뉴턴미터)의 압도적인 회전력을 내는 '하이브리드 로터리 액추에이터'를 적용한다. 이는 2025년 9월 케이엔알시스템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기술로, 전기모터와 유압액추에이터의 장점을 결합해 초대형 화물 지지와 험지 돌파력을 동시에 확보했다. ​주행 방식은 휠(바퀴)과 워킹(보행) 방식을 병용한다. 평지 주행 시 다리 관절의 대기전력을 차단해 기존 대비 주행거리를 최대 62%까지 연장하고, 각 휠에 탑재된 고출력 인휠모터를 통해 1톤 적재 상태에서도 경사로를 거침없이 등판하도록 설계됐다. 회사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독자적인 특수 구동구조 설계에 대한 특허 출원도 마친 상태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이번 로봇을 시작으로 △건설·중공업 현장의 특수 자재 이송 △군사작전 시 전술차량 접근이 불가능한 지형의 탄약·포탄 수송 △재난·소방 현장 물자 지원 △원전 해체 현장 등 극한 환경의 무인화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실제 구동 모델은 2027년 1분기 중 공개할 예정이다. ​케이엔알시스템 김명한 대표는 “최근 10년간 사족보행 로봇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현장에서 정작 필요로 하는 '무거운 짐을 대신 지는 로봇'은 세계 어디에도 없었다"라며 “감시와 점검의 시대를 넘어 사람의 어깨를 실제로 가볍게 해주는 '일하는 로봇'의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K-휴머노이드연합' 공식 참여기업이자 'AI팩토리 전문기업'인 케이엔알시스템은 심해 작업 로봇, 제철소 용광로 관리 로봇 등 고난도 로봇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 말 가반하중 600kg급 고하중 '슈퍼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인 데 이어, 내년 초 1톤급 사족보행 로봇을 잇달아 선보이며 글로벌 고중량 작업용 로봇 시장에서 독보적인 기술 지위를 확립할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포스코, 58년 만에 ‘첫 파업’ 위기…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

포스코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서도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을 둘러싼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중노위의 조정 중지 결정으로 노조가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며 '58년 무분규' 전통도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노위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제3차 조정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교섭에 나선 노사 양측이 임금 인상 등 성과보상 문제를 비롯해 주요 쟁점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까닭이다. 앞서 포스코 노조가 지난달 8~9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통해 92.17% 찬성률로 조합원 동의를 확보한 가운데, 이번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포스코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하며 언제든 파업을 개시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번 최종 조정에서 포스코 사측은 기존 제시안 대비 임금 인상률과 격려금을 상향한 제시안을 냈다. 1.2% 수준이던 임금인상률을 1.5%로 확대하고 격려금은 250만원으로 기존안보다 50만원 상향한 것이 골자다. '영업이익 달성 시'라는 보상 조건도 삭제했다. 다만 △기본급 7.1% 인상 △격려금 600%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하는 노조안과의 간극을 좁히는데는 실패하며 결국 조정 결렬로 이어졌다. 포스코 노조가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함에 따라 창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한층 확대됐다. 다만 노조는 즉시 파업에 돌입하기보단 우선 추가 교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조정 연장 기간동안 중노위 권고에 따라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지키면서도 직원의 사기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노조와 수차례 논의를 진행하고 진전된 안을 제시했다"며 “노조가 추가적인 합의점을 모색하기 보단 쟁의권 확보를 먼저 선택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녹록지 않은 경영 여건의 현실에 대해 노조를 비롯한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가는 한편, 쟁의행위가 발생하더라도 자동차·조선·건설·가전 등 주요 산업에 영향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등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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