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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호주 ‘산업안전·재난대응’ 선진 노하우 배운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17일 직접 주재한 한국-호주 경제협력위원회(경협위) 합동회의에서 핵심광물 공급망 등 양국간 경제 및 안전 강화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스코그룹에 따르면, 장 회장은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인협회(FKI)타워에서 열린 제46차 한-호주 경협위 합동회의에 한국 측 위원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했다. 이날 합동회의에는 마틴 퍼거슨(Martin Ferguson) 호주-한 경협위(AKBC) 위원장과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제프 로빈슨(Jeff Robinson) 주한호주대사 등 양국 정·재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장 회장을 비롯한 양국 참석자들은 '한-호주의 산업·혁신·지속가능성 강화 방안'을 주제로 △핵심광물 공급망 △청정에너지 △AI 생태계 혁신 △산업안전 △재난대응 등 5개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할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AI 기반의 산업안전 및 재난대응'을 특별의제로 상정해 새로운 협력 모델을 모색했다. 특히, 핵심광물 공급망 세션에서는 호주 리튬 광석 원료를 국내로 들여와 이차전지소재용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과 포스코그룹의 첫 해외 자원전문 연구소 '호주핵심자원연구소'의 활동 등 양국의 협업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장 회장은 “양국이 경제산업 투자 확대를 넘어 지역상생과 산업안전, 재난 대응까지 핵심 협력 분야의 외연을 넓히고 연대를 강화하여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해법을 함께 모색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포스코그룹은 이날 산업안전 및 재난대응 세션에서 재난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신규 사회공헌사업 계획을 소개했다. 신규 사회공헌사업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자연재해 발생시 지역주민들이 신속·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재난 상황 모의훈련, 대피시설 개선, 소방장비 지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대형 산불 극복 경험이 있는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주(州)의 선진 재난 대응체계와 축적된 노하우를 벤치마킹할 계획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포스코는 1970년대 초 철광석 구매를 시작으로 리튬 등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요한 파트너 국가인 호주와 자원개발 분야에서 매년 70억 달러가 넘는 철강 원료를 호주에서 구매하고 있다. 안정적인 철강원료 조달을 위해 호주 로이힐 철광석 광산개발에도 참여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영풍 “최윤범 회장, 나쁜 지배 구조의 전형”…고려아연 “적대적 M&A 막겠다”

70년간 이어져 온 동업 관계에 마침표를 찍은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이 양측의 신랄한 비방전으로 번지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15일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 행태를 '나쁜 기업 지배구조의 전형'이라 규정하며 맹비난했다. 이에 고려아연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영풍이 투기적 사모펀드 MBK와 손잡고 적대적 M&A를 시도하며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영풍은 이날 배포한 자료를 통해 지난 1년간 이어진 지배력 분쟁의 원인이 최윤범 회장의 독단적이고 전횡적인 경영에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이 지적한 가장 큰 문제는 이사회의 무력화다. 영풍은 “최 회장이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들을 이사회 거수기로 활용해, 지난 3년간 수천억 원의 대규모 투자 건들을 이사회 결의나 검증 없이 전결로 집행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원아시아파트너스에 약 5600억 원, 국제법 위반 논란이 제기된 캐나다 심해채굴업체 TMC에 약 1200억 원을 투입한 것을 꼽았다. 또한, 40년간 유지된 무차입 경영 기조가 붕괴되며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영풍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고려아연의 순현금은 4조 1000억 원 줄고 차입금은 3조 7000억 원 늘어 순차입금이 3조 3000억 원에 달했다. 이자비용 역시 1년 사이 4배 이상 급증했다. 아울러 약 2조 5000억 원을 투입한 자사주 공개매수, 해외 자회사를 동원한 575억 원 규모의 상호주 투자 등은 회사의 자원을 회장 개인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남용한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배당가능이익이 고갈돼 2년 연속 실시하던 중간배당도 중단됐다고 덧붙였다. 영풍은 SM엔터 주가조작 연루 의혹(자본시장법 위반), 순환출자 구조 설계(공정거래법 위반), 대규모 고위험 투자로 인한 회사 손실(업무상 배임) 등 최 회장이 다층적인 법적 책임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하며, “고려아연의 지배구조가 바로 설 때까지 법과 원칙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주장이 “적대적 M&A를 합리화하기 위한 기만적인 여론 호도"라고 일축했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적대적 M&A 공격이라는 어려움 속에서도 반기 사상 최대 매출과 102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며, 최근 미국 록히드마틴과의 전략광물 공급 MOU 체결 등 성과를 내세웠다. 이어 “사외이사 의장 제도, 집중투표제 도입 등 이사회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며 지배구조를 선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영풍이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선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비상식적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고려아연은 “3년째 대규모 적자와 온갖 환경오염 논란에 휩싸인 영풍은 석포제련소 정상화에 힘써야 할 때"라며 “다른 기업의 지배구조를 논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돌아보는 게 상식"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 1년간 양측 사이에 발생한 소송이 24건에 달하는 등 과도한 법적 분쟁으로 경영 활동이 저해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임직원들이 심각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영풍∙MBK의 거짓과 왜곡, 탐욕으로부터 국가기간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임직원 모두가 합심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적대적 M&A 시도를 막아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양측의 갈등이 공개적인 비난전으로 확산되면서, 오랜 동업 관계의 파국을 맞은 두 기업의 경영권 분쟁은 향후 주주총회 등에서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로보틱스·위아공작기계, ‘로봇+공작기계’로 글로벌 자동화 시장 공략

한화로보틱스가 위아공작기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협동로봇을 활용한 공작기계 자동화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한화로보틱스는 정병찬 대표이사와 주재진 위아공작기계 대표이사가 지난 11일 한화미래기술연구소에서 만나 '자동화 솔루션 분야 전략적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양사의 핵심 역량을 결합해 급성장하는 제조업 자동화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공감대 아래 이뤄졌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협동로봇과 공작기계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턴키(Turn-key)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해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은 복잡한 자동화 시스템 도입 과정을 간소화하고, 설계부터 설치, 유지보수까지 일원화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솔루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화로보틱스는 '로봇 AI 비전', '비주얼 세이프티(Visual Safety)' 등 독자적인 첨단 로봇 기술을 투입한다. 위아공작기계는 다년간 쌓아온 공작기계 자동화 솔루션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협동로봇과의 연동을 위한 최적화 설계를 지원하며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침이다. 양사는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힘을 합친다. 위아공작기계가 구축한 130여 개의 글로벌 딜러망과 한화로보틱스의 해외 유통망을 공유해 영업 기회를 확대하고, 공동 고객 지원 체계를 구축해 전 세계 고객들에게 신뢰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양사의 첫 번째 협력 결과물은 오는 22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공작기계 전시회 'EMO 2025'에서 공개된다. 이곳에서 양사는 협동로봇 자동화 솔루션 2종을 처음 선보이며, 이를 기점으로 국내외 주요 전시회에 지속적으로 공동 참가할 예정이다. 한화로보틱스 관계자는 “협동로봇과 공작기계가 창출할 시너지에 대해 양사의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혁신 기술 기반의 협동로봇 솔루션으로 제조업 자동화를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상생’ 택한 포스코 노사···올해 입단협 마무리

포스코 노사가 '대립' 대신 '상생'을 택했다. 올해 임금·단체협약이 무분규로 최종 통과됐다. 한국노총 금속노련 포스코노동조합은 13일 진행한 입단협 잠정합의안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 71.76%가 나왔다고 밝혔다. 포스코 대표교섭노조인 포스코노조는 지난 5일 회사 측과 임단협에 잠정 합의했다. 기본임금 11만원 인상, 경쟁력 강화 공헌금 250만원, 우리사주 취득 지원금 400만원, 지역사랑 상품권 50만원 지급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생산성 인센티브(PI) 제도를 신설하고 입사 시기에 따라 다르게 운영된 임금체계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작업장 안전 강화를 위한 작업중지권 사용을 확대하는 내용에도 뜻을 모았다. 지난 5월부터 이달까지 10여차례 교섭을 진행해 얻어낸 결과다. 업계에서는 노사가 예년보다 많은 안건을 다뤘음에도 신속히 합의점을 찾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파업이 일어난 적이 없는 무분규 사업장이다. 작년과 2023년 임단협이 결렬돼 노조가 투표를 통해 쟁의권을 확보하는 등 파업 문턱까지 갔지만 중앙노동위원회 조정과 추가 교섭을 통해 파업은 피했다. 포스코 노사는 오는 17일 임단협 조인식을 할 예정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철강산업 ‘국가 대항전’…K-스틸법 까다로운 조정 과제 풀 때”

내수 부진, 저가 물량 과잉 공급, 미국발 관세장벽 강화로 시황 부진을 겪는 철강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철강포럼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K-스틸법 발의, 그 의미와 향후 과제'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K-스틸법은 지난달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을 대표로 여야 의원 100여명이 발의했다. 어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이달 중 후속 법안까지 포함한 패키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 전문가들은 여러 여야 의원이 K-스틸법에 뜻을 모을 정도로 한국 철강산업이 위기에 처한 만큼 경쟁력 회복을 위한 산업구조 전환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는 전기료 인상과 건설산업 역성장, 감산 등으로 철강사들의 평균 가동률이 한계선으로 여겨지는 80%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미래형 제조업과 생활 패턴에 맞는 유망시장에 대응하는 소재를 공급할 역량을 학보하고, 생산 구조 최적화와 질적 성장이라는 접근 방향이 한국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제조 국가들처럼 자국 철강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정 위원은 “전세계의 보호무역 기조 아래에서 공급망 불안정이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 철강산업 원가 절감과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과 제도, 인프라를 국가가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스틸법이 철강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다져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산업 현장에 안착하기 위한 과제를 논의할 때라는 의견도 나왔다. 철강 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논의해 법안을 정교하게 다듬고, 법안의 최종 목표 지점과도 같은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산업 구조 전환 과정을 관리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삼 포스코경영연구원 철강연구센터장은 “철강산업을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 사이의 까다로운 조정과 합의가 K-스틸법의 과제"라며 “저탄소 전환과 친환경 에너지 공급, 규제 등 법안 속 개별 조항마다 많은 논의가 필요한 만큼 철강 생태계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한 입법부와 업계, 국민의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철강업계 탄소중립의 궁극적 목표인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K-스틸법이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로드맵 뿐만 아니라 전환 기간에 저탄소 산업 육성과 경쟁력·수익 유지 두 축에서 '전환관리'를 해나갈 방안을 담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도 K-스틸법으로 수소환원제철을 필두로 특수강, 제조AI 등 다양한 미래 기술 연구개발(R&D)을 지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했다. 이광석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금속재료PD는 “철강 산업은 자본집약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저탄소 전환 과정에서 초기에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하지만 당장 효과가 안날 수도 있어 기업들이 직접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쳐 저탄소 철강 기술 실증 연구개발(R&D)에 대한 장기 로드맵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재식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기존 고로 방식보다 복잡하고 에너지 관리를 잘 해야 한다"며 “실시간 품질관리와 공정 자동화, 생산량 확대까지 고려하면 철강산업에도 제조 AI를 이용하도록 K-스틸법이 지원해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주현 한양대 재료공학과 교수는 “항공과 방산,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특수용 철강재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지만 수입 의존도가 높다"며 “특수강 R&D에 대한 국비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에 철강업계 “탄소중립 시간 더 달라”

에너지 정책 업무를 기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이 발표되자 철강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너지 정책을 품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로 환경규제 기조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철강업계가 전기로 도입과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더라도 국내외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친환경 대응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켠에서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공정 자체를 새로 도입해야 하는 철강산업의 특성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게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관장하던 에너지 정책 중 자원관리와 원자력 발전 수출을 제외한 나머지를 환경부로 떼어 붙이는 부처 개편안이 나오면서 에너지 정책이 규제 중심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철강업계는 이 같은 부처 개편이 미래 경쟁력 확보에 부담을 주지 않을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철강업계가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공장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을 바꾸는 것 뿐만 아니라 공정 자체를 새로 도입해야 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수소환원제철 공정은 아직 개발하는 단계다. 대표사례가 포스코로, 빠르면 오는 2030년까지 하이렉스 상용화 기술 개발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제철소 가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인 전기 공급 안정성도 철강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중심으로 '에너지 믹스'를 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하면 전력 공급 안정성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철강재 제조 원가의 약 5분의 1가량을 전력 비용이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전력 소비량을 감당하려면 조달 비용이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과 상관 없이 안정적으로 전기가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철강사들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자체 발전 방식을 도입해 전기료를 줄이면서 전력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도 이 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정부의 부처 개편이 대내외 철강 업황 부진 속에서 진행돼 철강업계의 걱정을 더 키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철강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한데다 미국 관세를 피해 가격이 낮은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밀어넣기식으로 수출되고 있다. 가뜩이나 중국의 저가과잉공급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철강사들이 미래의 기술 경쟁력을 전제로 현재의 영업 부진을 회복세로 돌리기란 당분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부처 개편 방향과 구체적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철강업계가 대내외 요인으로 어려운 시장 상황을 겪는 가운데 에너지 정책 소관이 바뀌는 데 따른 영향이 나타날지 아직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철강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유연한 에너지 정책을 마련하기 위한 방향을 재정립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 100여명이 뜻을 모아 지난달 발의한 '철강산업 강화 및 녹색철강 기술 전환 특별법(K스틸법)'을 돌파구로 삼자는 업계의 움직임이 병행되고 있다. 손영욱 철강산업연구원 대표는 “에너지 정책 소관을 산자부에서 환경부로 옮기면 에너지 규제에 대한 추가 압박 우려에 철강사들의 불안감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상용화가 언제 될지 기약하기 어려운 데다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로 전력공급이 불규칙해지고 변동성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며 “산업부처럼 산업계의 의견을 경청하는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철강산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에너지 정책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격화…‘용역 동원’ 의혹에 형사 고발까지

고려아연과 최대 주주 영풍 간의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이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를 금전적으로 동원해 영풍을 공격하고, 이 과정에서 삼성, 현대차 등 무관한 대기업들까지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주장하며 고려아연 경영진을 형사 고발했다. 고려아연은 즉각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측의 소모적 소송전"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11일 영풍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 소액 주주 플랫폼 '액트'의 이상목 대표를 상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영풍 측이 지난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액트는 영풍을 공격할 명분을 쌓기 위해 고려아연과 무관한 삼성전자·현대자동차·네이버·이마트 등 20개 대기업에 집중 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액트가 국내 대표 기업들에도 집중투표제를 요구했으니, 영풍에 대한 주주제안은 자연스럽다"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였다는 것이 영풍의 주장이다. 영풍은 2024년 9월 3일 자 '고려아연-액트 프로젝트 경과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해당 보고서에는 “영풍의 저평가를 액트가 단독으로 거론할 경우 이해관계 상충 이슈에 휘말릴 수 있기에, 저PBR(주가순자산비율)을 거론하며 자연스럽게 영풍을 곤경에 처하게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고 영풍은 밝혔다. 영풍은 고발장에서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 사장이 2024년 4월 액트와 연간 4억원, 총 8억원 규모의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계약을 통해 액트가 소액주주연대 운영, 의결권 위임장 수거 등 사실상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용역을 수행했으며, 이는 주주 의결권 행사에 관해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한 상법(제634조의2)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영풍 관계자는 “기업 가치 제고가 아닌 특정인의 자리 보전을 위해 제도를 도구화하고 다른 기업의 명예를 희생시켰다"며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한 심각한 사례로 규제기관의 신속한 조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11일 즉각 반박 입장을 내고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공격을 시작한 지 1년이 되도록 왜곡과 짜깁기에 기반한 주장을 앞세워 또다시 소모적인 소송전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액트와의 계약에 대해 “'기업분석 및 주주행동 관련 각종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주주총회 컨설팅 업체와 체결한 정상적인 자문 계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의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영풍은 일방적으로 왜곡된 주장을 반복하며 명예를 의도적으로 실추시키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고발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방해하고 기업가치를 훼손하려는 의도라고 규정했다. 특히 영풍과 함께하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를 겨냥해 “제2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롯데카드 해킹 사고와 같은 일이 고려아연에서 재발하지 않도록 적대적 M&A를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1년간 영풍·MBK 측의 적대적 M&A 시도 이후 무려 24건의 소송이 발생했다"며 “국가기간산업을 단순한 돈벌이 대상으로 전락시키려는 행태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갈등이 법적 다툼으로 비화하면서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분쟁은 한층 더 격렬해질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주주 행동주의의 본질을 훼손하고 자본시장 전체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안전·미래’ 해법 외부서 찾는다…포스코, 회장 직속 자문위 9일 출범

포스코그룹이 고질적인 안전 문제 해결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한 회장 직속 자문 기구를 출범시킨다. 경영진의 시각에서 벗어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제언을 통해 그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포스코그룹은 오는 9일 전남 광양에서 '안전 혁신·미래 전략 자문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이번에 신설되는 자문위원회는 회장 직속 독립기구로 운영되며, △안전 △미래 신사업 △커뮤니케이션 등 3개 분과로 구성된다. 가장 큰 특징은 위원장을 비롯한 각 분과 전문위원을 모두 외부 인사로 위촉해 그룹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 객관성과 독립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초대 위원장에는 박준식 한림대 부총장이 위촉됐다. 안전 분과는 김경문 성공회대 총장이, 미래 신사업 분과는 윤영철 플래닛03파트너스 부사장과 오대균 서울대 객원교수가 맡는다. 커뮤니케이션 분과는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가 전문 위원으로 참여해 사회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각 분과는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활동에 나선다. '안전' 분과는 현장의 작업 중지권 강화, 원·하청 통합 안전 관리 체계 구축, 인공지능(AI) 신기술 도입 등을 통해 안전 시스템을 글로벌 선진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혁신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미래 신사업' 분과는 기존 철강 사업과의 시너지를 고려해 에너지, 환경, 희토류 등 미래 전략 산업을 발굴하고, 탄소중립과 같은 시대적 과제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는다. '커뮤니케이션' 분과는 위원회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 정책 기관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과 소통하며 민관 협력의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자문위원회는 9일 출범식을 시작으로 매월 1회 각 사업 현장을 직접 찾아 정례 회의를 개최하며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철강 거인, 시대를 비춘 보살”…故 대원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 50주기 추모

한국 철강산업의 초석을 놓은 거인이자 자신의 모든 것을 사회에 환원하며 불교 대중화에 헌신한 대원(大圓) 장경호 동국제강그룹 창업주의 50주기 추모식이 8일 거행됐다. 범동국제강그룹은 그의 '철강보국(鐵鋼報國)' 정신을 기렸고, 불교계는 그가 전 재산을 헌정해 설립한 대한불교진흥원의 창립 50주년을 함께 기념하며 고인의 숭고한 뜻을 되새겼다. 동국제강그룹은 창업주 50주기를 하루 앞둔 8일 서울 마포구 대한불교진흥원 대법당에서 '대원 장경호 거사 50주기 추모 및 대한불교진흥원 창립 50주년 기념 법회'를 열었다. 대한불교진흥원이 주관한 이날 법회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법사로 나섰고 동국제강그룹 장세주 회장과 장세욱 부회장을 비롯해 동국산업그룹, 한국철강그룹 등 한 뿌리에서 성장한 범동국강그룹 경영진 78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손자인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은 추모사에서 “할아버님께서는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업을 일으켜 민족 자본을 세우셨고, 업(業)을 통해 민족과 국가에 보은하고자 하셨던 선각자"라며 “돌아가시기 전 모든 사재를 사회와 불교에 환원하셨던 큰 뜻을 기릴 수 있음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장경호 거사님은 이 시대의 진정한 보살이셨다"고 회고하며 “그 숭고한 유지를 후학들이 받들어 고인의 뜻을 빛내주고 있음에 감사하다. 거사님의 뜻을 이어받아 불교를 현대적으로 개선하고 대중의 마음 평안을 얻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대원 장경호 회장의 삶은 대한민국 철강의 역사 그 자체였다. 1899년 부산에서 태어난 그는 1929년 '큰 활을 쏘는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대궁양행(大弓洋行)'을 세우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궁, 남선(南鮮), 조선(朝鮮), 동국(東國) 등 그의 기업명에는 늘 민족과 국가가 담겨 있었다.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철강이 곧 국력'이라는 신념으로 1954년 동국제강을 설립했다. 부산 용호동 갯벌을 메워 세운 제강소에서 민간 최초로 용광로와 전기로 시대를 열었고, 와이어로드와 후판 등 당시 수입에 의존하던 핵심 철강재를 국내 최초로 생산하며 대한민국 중화학공업의 기틀을 다졌다. 장경호 회장이 뿌린 씨앗은 동국제강그룹을 넘어 2000년 계열 분리한 동국산업그룹과 한국철강그룹으로 이어지며 한국 철강산업의 굳건한 기둥으로 성장했다. 독실한 불자였던 장경호 회장의 삶은 '비움'과 '나눔'으로 요약된다. 그는 1975년 9월 9일 별세하기 직전, “국가와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한다"는 서신과 함께 당시 돈 30억 원(현재 가치 약 5,000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사회에 헌정했다. 이 기부금을 바탕으로 1975년 대한불교진흥원이 설립됐다. 대한불교진흥원은 1990년 불교방송(BBS)을 개국하며 불교의 현대화와 대중화라는 장 회장의 평생 염원을 실현하고 있다. 장세주 회장은 “쌀 한 톨도 함부로 하지 않으셨던 할아버님의 검약 정신은 곁에서 자란 제게도 각인되었고, 후손들에게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고인을 추억했다. 장경호 회장의 경영 철학 제1원칙은 '사람'이었다. 그는 '사람이 동국의 최고의 자본'이라며 모든 임직원을 평등한 인연으로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본(人本) 정신은 동국제강그룹의 상생 노사문화의 뿌리가 됐다. 동국제강 노사는 1994년 국내 최초로 '항구적 무파업'을 선언한 이래, 2025년까지 31년째 그 약속을 지켜오며 한국 재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한편, 동국제강그룹은 이번 추모식을 '동국 헤리티지(DK Heritage)'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삼고, 2029년 '동국 75주년-대궁 100주년'을 향한 유산 계승 작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그룹은 이날 공식 유튜브 채널에 창업주 50주기 추모 영상 '기업을 세우고, 마음을 남기다'를 공개하며 고인의 발자취를 공유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건물 외벽이 태양광 패널로’…현대제철, 철강 BIPV 개발 ‘드림팀’ 꾸렸다

현대제철이 국내 유수의 기업·대학과 건물 외벽 자체를 태양광 패널로 활용하는 차세대 기술 개발에 나선다. 기존의 유리 소재 패널을 내구성과 발전 효율이 뛰어난 철강으로 대체, 정부의 탄소 중립 로드맵에 따라 2025년부터 민간으로 확대되는 '제로 에너지 건축물'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4일 한화솔루션·롯데건설·삼화페인트·엡스코어·고려대학교와 함께 철강 기반의 차세대 건물 일체형 태양광(BIPV) 모듈 공동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소재(현대제철·삼화페인트) △에너지(한화솔루션) △건축(롯데건설) △제품화(엡스코어) △학술(고려대) 등 각 분야의 전문 역량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개발의 핵심은 기존 태양광 모듈의 유리 소재를 철강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철강은 유리보다 내구성이 좋을 뿐만 아니라 열전도율이 높아 패널의 온도를 효율적으로 낮출 수 있다. 태양광 패널은 온도가 낮을수록 발전 효율이 올라가기 때문에, 철강을 적용하면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번 기술 개발은 정부의 '제로 에너지 건축물(ZEB) 의무화'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ZEB는 2020년 공공 건축물을 시작으로 2025년부터는 1000㎡ 이상인 민간 건축물로 의무화 대상이 확대된다. 건물이 에너지를 자급자족해야 하는 만큼, 외장재 자체가 발전 설비가 되는 BIPV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참여사들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재 개발부터 제품화와 실제 건축물 적용까지의 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기술 상용화를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산학계가 공동으로 미래 에너지 솔루션을 모색하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철강의 강점과 태양광 기술을 융합해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는 건축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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