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232조 관세'의 사각지대에서 관세 부담을 피해왔던 구리 기반 송배전 케이블이 결국 품목관세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미국 상무부가 약 25% 세율을 부과하기 위한 의견수렴 절차에 착수하면서다.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맞물리며 형성된 슈퍼사이클 속에서 북미권 중심의 수출 성장을 기대하던 우리 업계로서는 관세 부담이 현실화할 경우 수출 전략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이날부터 약 21일간 무역확장법 232조에 기반한 철강·알루미늄·구리 파생제품 관세 부과 대상 범위를 확대하기 위한 의견수렴 절차를 개시한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사전 공지를 연방 관보에 제출했다. 해당 공지에선 '전기 도체 케이블(Electric conductor cables)'을 비롯한 총 14개 파생상품이 관세 부과를 검토하기 위한 제품군 명단에 올랐다. 특히 전기 도체 케이블은 구체적으로, 미국 관세율표(HTSUS) 기준 △8544.49.2000(커넥터가 없는 정격 전압 80볼트(V) 이하 절연 전선·케이블) △8544.49.3040(커넥터가 없는 정격 전압 600V초과 및 1000V 이하 구리 도체 절연 전선·케이블 △8544.49.3080(커넥터가 없는 정격 전압 600V 이하 구리 도체 절연 전선·케이블 △8544.60.4000(정격 전압 1000V(1kV) 초과 구리 도체 절연 전선·케이블) 등 4개 품목이 명시됐다. 이처럼 600V 이하부터 1kV 초과까지 사실상 구리 도체를 적용한 대부분의 케이블이 25% 세율의 관세부과 품목 후보로 오르게 되면서 그간 알루미늄 케이블을 중심으로 관세가 부과되던 업계의 통상 리스크도 한층 확대되는 양상이다. 앞서 미 행정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철강·알루미늄·구리 대상 232조 관세 개편 포고문에 따르면, 해당 포고문의 부속서(Annex) 리스트에선 알루미늄 도체 기반 전선·케이블 품목이 대거 포함돼 25% 수준 관세를 부과받았다. 이번 미 상무부의 검토에 따라 구리 도체 케이블 대상 품목관세 부과가 최종 확정될 경우 국내 업체의 미국향(向) 수출 경쟁력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초고압 케이블 등 고부가 제품 대비 상대적으로 현지 기업과 수주 경쟁이 치열한 중·저압 케이블 분야에서 원가 부담이 발생하며 경쟁력 위축이 두드러질 것으로 우려된다. 산업시설 송배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필수요소로, 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전소 등에서 수요가 지속 창출되고 있는 중전압(MV) 전력케이블의 경우, 한국은 지난해 기준 미국 시장에서 수입비중 19%로 1위를 차지하며 시장지배력 강화에 나서던 상황이다. 최근 1년간 핵심 원자재인 구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업계의 원가 구조를 밀어올리는 가운데, 관세 부과로 원가 부담이 가중되며 파급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이달 전기동 현물 평균가는 톤(t)당 1만4102.5달러(2000만원)로, 전년 동월 9645.85달러(1400만원) 대비 46.2% 급증하며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업계는 일단 관세 부과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관망 기조를 보이면서도 관세 적용 확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상무부 의견수렴 절차에 있는 만큼 실제 관세 부과까지 절차가 다수 남아있어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무부가 제시하고 있는 적용 대상 범위가 워낙 광범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내 생산시설을 확보한 업체를 중심으로는 관세 부과가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관세가 부과되면 이미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춘 업체들은 오히려 미국 외경쟁기업보다 가격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이라며 “생산 여력에 따라 수주 파이가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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