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 게임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법적 한계가 뚜렷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영향력을 키우며 수익을 거두는 반면 개인정보 처리·보호 체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1일 법조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사 다수가 지난해 도입된 개인정보 처리방침 평가제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 과정이 법적 기준과 보호 원칙에 맞게 운영되는지 종합 평가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분야별 점수는 △가독성 69.1점 △접근성 60.8점 △적정성 53.4점으로 집계됐다. 가독성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적정성은 가장 부실했다. 이는 개인정보 처리 고지 항목과 방침 간 내용 불일치 비율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넥슨·넷마블·엔씨·슈퍼셀·로블록스코퍼레이션·네이버·카카오 등 49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약 72%(35개)가 개인정보 처리방침과 실제 정보 사용 동의서의 내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 법령에 없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번역투 문장을 사용해 모든 평가분야에서 국내 사업자보다 낮은 평점을 받았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거나 민원을 접수하기 어려워 접근성 측면에서도 취약 평가를 받았다. 슈퍼셀은 ARS를 통해 이메일 안내만 진행하며, 에픽게임즈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민원 목적 전화 연결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해외 사업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많이 쓰는 수법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포함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이는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해외 게임사에 대리인을 의무 지정토록 하는 것이다. 대리인에게는 △사업자 의무 △금지사항 준수 △불법 게임물 유통 금지 △확률형 아이템 표시 △광고 및 선전 제한 규정 준수 의무 등을 부과한다. 다만 해당 제도 도입만으로 규제 상황이 완전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대리인 지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해외 게임사의 '유령 대리인' 꼼수를 막기 어렵기 때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정보통신망법상 국내 대리인 지정현황에 따르면, 대리인 지정 의무가 있는 39개 해외 기업 중 26개 기업이 자사 국내법인이 아닌 법무법인 또는 별도법인을 국내 대리인으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게임산업진흥법에 규정된 국내 대리인 제도의 경우,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약관에 표기하고 유효한 연락 수단을 확보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을 국내 대리인으로 의무 지정하는 조항과 규제기관의 관리·감독 권한에 대한 조항은 도입되지 않아 빈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에서도 개인정보 관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령 기간 동안 법적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게임사에 대한 역외 적용의 현실적 한계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정한근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현재 국내 앱 마켓 매출 상위 100개 게임의 절반 이상은 해외 게임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개인정보보호정책도 국내외 사업자를 막론하고 균형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이용자 식별 중심의 기존 규제 시스템은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역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부처 간 조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