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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의 세무칼럼]우리나라도 세금 한 푼 안 내는 조세피난처가 있다

조세회피처는 수입이나 소득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조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나 지역을 말한다.조세회피처에서는 세금이 없거나, 외국환관리법·회사법 등 규제가 적고, 모든 금융거래의 익명성을 보장하므로 기업이나 개인이 탈세와 돈세탁용 자금 거래의 온상으로 카리브해 연안과 중남미 국가에 페이퍼 컴퍼니를 두고 운용하고 있다. 국세청과 관세청은 말레이시아 라부안,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케이맨 제도 등에 있는 외국 법인과 거래하거나 금융거래하면 역외 탈세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7월 국세청은 소프트웨어 개발업을 하는 내국법인 대표자가 해외 고객사(가상자산 발행사 등)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개발 대금 일부를 법정 통화가 아닌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받으면서 자기 명의의 조세회피처 펀드 계좌에 몰래 유출하여 사용하다 추징당하였다. 심지어 일부 조세회피처 국가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현지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시민권을 주는 황금비자 제도를 이용해 조세회피처의 국적을 취득한 후, 조세피난처 계좌에 숨겨둔 금융 재산으로 호화 생활을 하는 사업자도 있었다. 그런데 국내에도 사업장 소재지에 따라 100% 세금을 안내는 조세회피처가 있다. 유명 청년 유튜버 A 씨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에 창업하면 5년간 소득세 100%를 감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실제 사업장은 서울이지만 가짜 사업장인 용인에 있는 공유오피스에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3년간 수십억 원 수입을 얻으면서도 청년창업 감면을 적용받아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것 같아 이를 수상하게 여긴 주변인의 제보로 관할 세무서는 현장 확인하였다.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는 공유오피스는 천여 개의 사업자가 등록되어 있으며, 현장 확인 결과 별도로 분리된 사무공간 없이 호수만 구분되어 있고 주소 세탁을 위해 우편물 수령만 가능한 월 2만 원 월세만 내는 장소였음을 확인하였다. 현장 확인한 세무서는 사업자등록을 한 사무실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업자등록은 직권 폐업 조치하고 감면받은 소득세 및 가산세 수억 원을 추징하였다.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제도는 청년 창업을 유도하고 사업 초기 세 부담 경감을 통해 성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최초로 소득이 발생한 해부터 5년간 법인세·소득세 50%∼100% 감면하고 있다. 감면 대상은 제조업·건설업 등 총 18개 업종이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청년(15∼34세) 여부에 따라 감면율을 차등 적용한다. 그런데 일부 유튜버·통신판매업자 등은 청년(만 15∼34세)이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에서 창업 시, 5년간 법인세 및 소득세 100% 창업중소기업 감면율을 적용받기 위해, 실제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면서 용인·송도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 공유오피스에 허위 사업자등록을 하는 사업장 소재지 세탁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 용인에 소재한 400평대 공유오피스에는 1,400여 개의 사업자가 입주(한 명당 약 0.3평)하고 있었으며, 송도에 소재한 400평대 공유오피스에도 1,300여 개의 사업자가 입주(한 명당 0.3평)하여 국내판 조세회피처로 악용하고 있다. 국세청은 역외 탈세 국제거래조사국처럼 공유오피스 세원 관리 T/F를 구성하여 용인·송도 등 해당 지역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무늬만 지방 사업자 중 실사업 여부가 의심되는 사업자를 정밀 검증하여, 허위 사업장은 직권 폐업 조치하고 부당감면 사업자는 감면 세액을 추징하고 있다. 해외 조세회피처럼 국내도 지역에 따른 조세감면 제도를 교묘하게 악용하여 법인세와 소득세를 탈세하는 조세회피처가 있다. 박영범

[이슈&인사이트] 산업안전, 이대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산업안전수준이 경제수준과 달리 낮은 이유는 뭘까. 산업안전 행정인원·예산과 학자 수가 산재예방 선진국보다 훨씬 많고 기업도 예전보다 많은 안전투자를 하고 있는데도 왜 그 수준이 올라가지 않는 걸까. 아니 오히려 후퇴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법제의 엉성함, 행정과 법원의 비전문성과 무책임, 학계의 무능이 주된 원인인 것 같다. 법제의 예측가능성과 이행가능성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수범자의 규범의식이 높을 수 없다. 어떤 조직이든 내부규칙이 애매하고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으면 준수하는 척만 할 뿐 위반이 만연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산업안전법제가 재해예방에 기여하지 못하면서 기업에 불필요하게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고용노동부는 결함투성이 법제를 만드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고도 정비할 생각은 없는 것 같다. 아무런 법적 근거 없는 지침으로 자의적인 법해석과 집행을 일삼고 있다. 산업안전에 전문성도 진정성도 없다 보니 현장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얼렁뚱땅 넘기려고만 하고 문제해결에는 관심이 없다. 준법의지가 강한 기업조차 매우 혼란스럽고 법규를 지키기 어렵다는 지적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엄벌만능주의는 교리인 양 떠받든다. 법의 모호성과 공포분위기에 편승하여 퇴직 후 일자리를 얻는 데 혈안이 된 공무원으로 가득하다. 산업안전에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는 건 법원도 행정기관 못지않다. 치밀한 논거 제시는 선출된 권력이 아닌 법원에 헌법이 부과한 의무임에도, 전문성과 신중함보다는 휴리스틱과 감성으로 접근하는 판사들이 적지 많다. 수사기관의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는지 확인하거나 면밀히 논증하는 일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증거와 법리보다는 선입관과 이념에 따른 판결과 심지어 법창조(입법)까지 버젓이 하는 판결까지 나오고 있다. '엄벌이 곧 정의'라는 도그마에 사로잡혀 유죄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검찰이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판사도 적지 않다. '닥치고' 유죄 판결로 기업이 실질적 예방보다는 서류작업에 매몰되는 부작용마저 야기하고 있다. 조잡한 판결의 바탕에는 판사의 산업안전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오만하고 무책임한 자세가 자리 잡고 있다. 플라톤은 지위와 능력의 불균형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갈파했다. 안전학계는 이 불균형이 가장 심한 집단이다. 학문의 견인은커녕 안전에 관한 기본지식도 없고 변변한 논문 한 편과 책 한 권 저술하지 못하는 사람 일색이다. 학문을 단순히 생계수단으로 삼을 뿐 학자로서의 전문적 권위와 양심은 찾아보기 어렵다. 안전에 관한 연구뿐만 아니라 강의와 심사·자문이 엉성할 수밖에 없다. 학회는 친목단체와 다를 바 없고 학위 남발하는 교수가 넘쳐난 지 오래다. 이들로부터 과연 배울 게 있을지 의문스럽다. 존재감이 없는 정도를 넘어 학문 발전에 큰 걸림돌인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오죽했으면 안전학계는 없느니만 못하다는 지적까지 나올까. 현재와 같은 산업안전 환경에선 안전관리 가성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조차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예측하기 어렵고 적발 일변도의 아마추어 행정이 전횡하는 상태에서 수준 높은 산업안전은 기대난망이다. 안전 일류기업이 나오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실질적 안전을 위해서는 진정성과 헌신이 전제돼야 한다. 공포감에 기댄 처벌 위주의 법제와 법집행 환경에서는 겉멋과 형식이 판을 치고 진정성과 헌신이 들어설 여지는 비좁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법원, 학계는 우리 사회로부터 중요한 지위를 부여받았다. 그런 만큼 산업안전에서도 그 지위에 걸맞은 능력을 당연히 지녀야 한다. 이때 비로소 우리나라도 산업안전 선진국에 성큼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정진우

[이슈&인사이트] 윤석열과 마크롱, 배신 정치의 닮은 꼴인가?

윤석열의 '종말'을 지켜보면서 지구 반대편의 마크롱을 떠올려본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닮아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아내의 적극적인 '조언'을 받아 대통령이 되었다. 윤석열은 52살 때에 결혼한 12살 아래의 아내 김건희가 논문표절, 주가조작, 뇌물수수. 장모 최모씨 구속 등 온갖 비난을 샀으나 '윤건희 공동정권'이라는 말이 나올만큼 그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고, 마크롱은 30살 때 24살이나 많은 친구의 엄마 브리지트와 사랑에 빠져 그녀와 결혼한 뒤 그녀의 내조에 상당부분 의존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황의 시대에 가장 성업하는 직업이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라 할 만큼, 배우자 불신의 시대에 두 사람은 아내의 말을 잘 듣는 '상남자'의 진면목을 보여준다(적어도 외형은 그렇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배신의 화신'이었다는 점이 비슷하다. 자신을 요직에 임명한 진보좌파 정권의 뒤통수를 치고 뛰쳐나가, 자유주의를 주창하며 자신을 대선 후보로 만들어준 우파 보수당까지도 궤멸시키고 극우로 돌아선 과정이 희한하게 비슷하다. 3년 전, TV 대선토론 때마다 손바닥에 굵은 펜으로 임금왕(王)를 쓰고 나온 윤석열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아무런 논의나 토론도 없이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붙어있는 경복궁 뒤편의 청와대를 떠나,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관저를 한남동으로 옮긴 뒤 많은 무리수(? )를 두었다. 재직 2년 6개월, 그는 자신이 26년 동안 재직했던 검찰의 후배들을 동원해 오로지 자신의 정치적 라이벌이나, 심지어 자신을 등용한 인사들을 괴롭히는데 몰두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미일 안보동맹이라는 미명아래 남북관계를 파탄냈고, 미국을 대신하여 중국을 악마화하고, 숭미친일 굴종외교로 미국과 일본을 즐겁게 했다는 야당측 공격을 받았다. 또 국가보훈부, 독립기념관, 진실화해위원회, 심지어 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관에 노골적인 친일 사관 논란을 야기한 인사들을 기용했다. 그런 그가 스스로의 함정에 빠져, 반란수괴 혐의로 감옥살이 운명이지만,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기를 앞세운 극우 시위대는 법원을 부수는 폭동을 일으키며 그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의 프랑스에서는 잇단 선거에서 패배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다수당인 야당과 충돌하며 윤석열의 실패를 연상시킨다. 사상 최저치의 지지율로 유럽의회 선거와 총선에서 연이어 패배한 마크롱은 소수당 전락 이후 자신이 내세운 후보의 총리 임명이 무산되자 2017년 대선에서 자신의 당선을 결정적으로 도왔던 정치인 프랑수아 바이루의 총리임명을 강행했다. 프랑스에서 대통령의 집권당이 총선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야당에 총리직을 내주고, 내각 구성권을 양보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마크롱은 고집을 부린다. 과거 미테랑 좌파 대통령은 총선 패배후 우파 시라크를, 시라크 우파 대통령은 좌파 조스팽을 총리로 임명하고, 내각 구성권을 넘긴 적이 있다. 집권당은 소수당으로 전락했으나 비교적인 국정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같은 동거정부(Cohabitation) 덕택이었다. 하지만 마크롱은 선례를 무시했다. 마크롱은 자신의 국정 비전에 비협조적인 좌파 연합에 맞서, 극우와 중도좌파 사이를 오가며 사탕발림을 하고 있다. 극우를 설득할 때는 안보법이나 반이민법을 미끼로 삼고, 중도좌파를 대상으로는 비례대표제 도입을 약속하거나 국회 표결 없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법률 조항을 제안한다. 야당과의 실랑이에 지친 마크롱은 불과 1년 전에 엘리제궁에서 부부끼리 만난 윤석열의 구속뉴스를 접하면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까? '적어도 난 후진국형 쿠데타는 일으키지 않아.' 성일권

[이슈&인사이트] 계엄 사태 후 유동성 함정에 빠진 한국 경제

계엄이 무산되고 50일이 지나 간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수괴혐의 피의자로 현직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임기 중 수감되는 불명예와 한국 민주주의의 흑역사를 기록했다. 국가의 수장이 공백인 상황에서 대한민국 경제라는 배는 표류를 하고 있다. 계엄사태 후 원달러 환율은 1430원에서 1460원대로 30원 이상 올랐다. 그 여파로 한국은행 물가통계에 의하면 12월 15일 현재 경제 성장률은 0.6%에 그치고 물가는 2.4% 넘게 올랐다고 한다. 계엄이 선포되고 무산된 다음 날 경제수장 F4들이 모여 경제의 혼란을 막기 위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을 결의했다. 한은은 12월 한달만 RP(환매조건부채권)를 47조나 매입하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였고 계엄이후 1월 10일 현재까지는 62조원의 RP를 매입하였다. RP는 금융기관(보통 시중은행)이 단기간 수급의 불일치로 한은에게 빌리는 7-14일짜리 단기 채권이다. 한은은 이 RP 매입을 통해 해당은행의 유동성을 지원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보통 한은의 통화공급 조절은 금리로 하지만 현재처럼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RP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RP는 보통 비상시에 많이 쓰는 정책이다. 과거 RP의 발행이 늘었을 때는 2008년 리먼사태 때 19조, 코로나 때 42조가 가장 많았던 때였고 보통은 2-3조의 발행 정도만 유지된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건전재정을 강조하고 세수가 마이너스가 나면서 시중에 화폐 유동성이 줄어들자 22년 27조, 23년 51조 그리고 작년에는 106조원이 발행되었다 이중에 거의 반인 47조가 계엄이후 발행된 액수다. 세계는 트럼프 2.0 시대 관세 인상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앞다투어 금리를 내리고 환율을 평가절하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내수의 부진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에도 금리를 동결했고 미국이 9월부터 금리를 100bp 내렸지만 우리는 겨우 50bp 정도 인하에 그쳤고 이번 달에는 동결을 한 상태다. 미국이 작년 9월 50bp의 공격적 인하 이후 3달 만에 100bp 금리를 인하하자 올해는 그보다 많은 금리 인하를 전망했지만 작년 10월 이후 예상외의 고용 실적 호조와 끈적끈적한 인플레로 올해 1-2번의 금리 인하로 갑자기 FED의 분위기가 전환되었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시중금리는 오히려 상승해 10년물 미국채는 4.7%까지 올라와 있는 상태다. 우리의 10년물 국채가 2.8%이니 양국간 시중 금리가 2% 가까이 차이가 나면서 우리의 원달러는 지속적으로 평가 절하(환율상승)가 되었다. 환율 방어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 자산의 선물환 거래를 통한 시장개입을 하면서 1470원을 경계로 움직이고 있지만 이 또한 단기 처방 밖에는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시장은 알고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케인즈가 얘기한 '유동성의 함정'이다 유동성 함정은 시장에 현금이 풍부하게 공급되어도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이 개념은 금리를 낮추고 돈을 풀어도 경제 주체들이 소비와 투자를 늘리지 않아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한다. 우리는 계엄 이후 국민들이 소비를 멈추었다. 작년부터 가뜩이나 내수의 부진을 겪고 있고 모든 돈은 수익이 많이 나는 미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국의 금리차로 환율 하락은 불가하고 금리 인하도 불가능하다. 한은의 통화정책은 RP가 마지막이다. 이제는 재정정책을 써야 한다. 여야가 추경을 얘기했지만 정치적 이유로 아무 진전이 없다. 특히 소상공인과 다중채무자에 대한 핀셋 지원이 시급하다. 최용

[특별기고] 윤석열 대통령 구속이 남긴 것

이강윤 정치평론가 /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1.법원이 19일 새벽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윤석열대통령(이하 尹으로 표기)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헌정 77년 사상 첫 현직 대통령 구속이다. 전-현직 대통령의 구속은 이로써 다섯 번째가 됐다. 전두환 노태우 박근혜 이명박 그리고 윤석열. 현직 대통령 구속이라.. 나라의 격이나 수준이 엄청나게 퇴보한 건 분명하다. 뼈아픈 대목이다. 국민의 격과 수준까지 떨어지지는 말아야 하건만, 어찌 여파가 없을까. 2.외국 신문에는 1단 기사 정도로 나겠지만, '코리아'라는 나라나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얼마나 부정적으로 소모될까. “사우스 코리아가 계엄사태(Martial law)를 수습해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3류 국가로 생각하는 사람도 생길 것이다. 후진성의 상징이기도했던 계엄. 그 계엄이 잦았던 남미 여러 나라처럼. 3.도대체 尹은 어디까지 생각해보고 계엄령을 발동했을까.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민주당과의 적대적 대립으로 꽉 막힌지 오래인 정국, 장관급 인사들 탄핵안의 잇단 국회통과, 다가오는 김건희특검법과 본인에 대한 탄핵. 지금은 선거브로커 명태균사건이 잠시 가려졌지만 계엄 직전까지는 시한폭탄이었다. 이 모든 게 계엄으로 해결될 일이나 상황이었나. 정치로, 대화로, 사과와 반성으로 풀었어야 했다. 정 안되면,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법원의 판단을 구하거나. 그거 다 귀찮고 어렵고 하기 싫으니 혹시 '한 방 계엄'을 꺼낸 건 아닌가. 성패를 떠나 밖에서 우리나라와 국민이 어찌 평가될지는 애초부터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같다. 성공했다 해도 국격 추락은 달라지는 게 없다. 통탄스러운 일이다. 욱~하듯 계엄을 발령하고 군과 경찰을 투입해서 내란이라는 괴물이 된 것이다. 정녕 몰랐을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마자 尹 지지자들이 폭도로 돌변,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했다. 수 백명이 난입해 무법천지 상황이 벌어졌다. 내내 계속 될 것이다. 실질적 내전이 시작됐다. 내란이 내전을 낳았다. 4.그렇게 많은 국민이 주야장천 얘기했건만 尹은 취임 직후부터 소통/대화는 내던졌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같은 국민, 섬겨야 할 국민이라 여기지 않은 듯하다. '1국가 2민족'이라는 파시즘적 망령에 사로잡혀 비판자들을 적대시했다. 공감능력도 소통능력도 없었다. 진영주의에 매몰됐고, 갈라치기를 통한 정치적 내전상태 유지를 정치라 생각했을 것이다. 대선에서 경쟁자였던 사람은 '거짓말쟁이 3류 잡범'으로 간주해 상면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선연장전이 3년 째 치러지며 두 그룹 사이에는 적대적 공생관계가 형성됐다. 서로 핑계 댈 상대가 있어서 나쁘지 않은 방식이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정치경제사회는 피폐해져갔다. 한 마디로 정치적 내전 상태였다. 내전 상태가 내란으로 덮히거나 해결되겠는가. 왕조시대에도 불가능한 일이다. 판단착오도 그런 착오가 없다. 그런데 아직도 심각한 판단 불능 상태로 보인다. 수사를 맡은 공수처는 그에 대해 “확신범 수준"이라고 표현한다. 극우 유튜브에 편향된 인식에 빠졌고, 2년 7개월 폭주하다가 여기까지 온 건 아닌가. 尹을 당선시킨 투표의 후과가 너무 참혹하다. 5.윤석열대통령의 삶이 망가진 건 자업자득이랄수 있다. 그런데 왜 국가나 국민이 함께 퇴보해야 하나. 두 말 할 필요없이 그가 현직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는 그 퇴보의 벌을 따지게 될 것이다. 주권침탈의 벌도 있을 것이다. 앙앙불락하지 말고, 손편지썼다던 그 만년필로 성찰의 일기를 적어나가면 좋겠다.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이념전쟁이 얼마나 형편없는 역사인식의 소산이자 공동체파괴였는지 꼭 깨닫기를 바란다. 지난 대선의 후과가 너무 참혹하다. 윤 대통령에게나 국민에게나. 6. 정치적 내전 상태는 향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새 정부는 새로운 헌법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건설하면서 이 충격적 내란사건의 후유증과 내전을 수습하는 게 책무 1순위다. 구속수감으로 머잖아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임기가 일찍 끝날 가능성이 높은 현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는 단순 보궐선거가 아니다. 3류 국가로 남느냐 다시 출발하느냐의 중대 기로를 책임질 정권이다. 첩첩산중이다. 겨우 고개 하나 넘었을 뿐이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이슈&인사이트] ESG 평가기관의 과제

흔히 ESG로 알려진 환경 사회책임 그리고 거버넌스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인(또는 위험)을 평가하는 요소이다. 비재무적 요인이 중요하게 인식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0년에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 유출 사고로 BP(British Petroleum)는 세전 53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였고, 2015년에는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1,100만 대의 디젤 차량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74억 유로의 벌금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18년에 페이스북은 8,700만 명의 사용자로부터 동의 없이 개인 데이터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십억 달러의 시장 가치가 하락하였다. 이는 모두 환경, 사회 책임 및 거버넌스가 재무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준 사례들로 꼽힌다. 그렇다면, ESG에 대한 금융시장의 인식과 불편함은 무엇이고 ESG경영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어떤 지 알아보자. ESG 평가기관의 평가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는 중간 또는 낮음이 80%이상이다. 이는 주로 ESG평가의 세부항목과 평가가중치에 대해 평가기관이 공개하지 않고 있고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이해 상충'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ESG 평가결과를 활용하고자 하는 금융기관에서는 ESG 평가가 너무 늦어 투자판단의 지료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데이터 추출을 주로 수작업에 의존하여 ESG평가결과를 적시에 공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ESG와 관련한 다양한 인덱스들이 시장의 벤치마크인 KOSPI보다 성과가 좋지 않아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ESG평가결과가 늦게 나오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2021년 5월 대한상공회의소의 'ESG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인식'에 따르면, 기업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응답자 63%가 '영향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부문별로는, 환경은 '플라스틱 과다 사용에 따른 생태계 오염'(36.7%), 사회는 '일자리 부족'(31.7%), '근로자 인권 및 안전'(31.0%)이 거버넌스는 '부적절한 경영권 승계'(36.3%), '경영진 모럴해저드'(32.7%) 등으로 영향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2024년 10월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 시행에 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7.1%가 국내 ESG 평가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SG 평가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로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는 '이해 상충' 문제를 지적했다. 'ESG 평가와 컨설팅 사업을 동시에 수행해 이해 상충 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71.3%가 '그렇다'고 답했다. ESG를 둘러싼 금융시장의 인식과 국민의 ESG경영 및 기업의 ESG평가에 대한 인식은 ESG평가기관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우선 ESG평가기관은 ESG평가의 세부항목과 평가가중치를 가능한 많이 공개하고 다양한 유형 무형의 '이해상충'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이는 국제증권관리협회(IOSCO)의 ESG평가기관에 대한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ESG평가결과를 적시에 수요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ESG평가에 IT와 생성형 인공지능의 접목이 필요하다. ESG평가결과 공시가 늦어지면 이를 사용한 ESG인덱스의 성과는 벤치마크 지수를 쫓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ESG관련 공시 및 규제는 이미 목전에 다가왔다. 이미 유럽연합에서는 세계 최초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도입하여 2023년 5월 입법안을 최종 승인했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으로,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수소, 전력 등 6개 품목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내에서도 2025년 상반기에 ESG 공시기준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머지 않아 시행될 글로벌 ESG관련 다양한 규제에 대처하고, ESG경영에 대한 국민의 높은 인식수준을 고려하면, 기업은 ESG경영의 현 위치와 보완점을 제시하는 ESG평가 및 분석을 적기에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ESG평가 세부항목과 가중치를 가능한 많이 공개하고, 이해상충 문제에서 독립적으로 평가결과나 분석자료를 적기에 제공할 수 있는 ESG평가기관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이재광 ESG모네타 대표

[신율의 정치 칼럼]‘체포’된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최초로 체포됐다.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하는 대한민국에서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일의 발단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다. 윤 대통령은 아직도 비상계엄 선포는 '경고를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수도 방위 사령관, 방첩 사령관 등 구속된 장성들의 증언이나, 역시 구속된 경찰 고위 간부들의 말을 들어 보면, 과연 '경고'를 위한 계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과 경찰, 그리고 군 장성들 중 어느 한쪽은 거짓말을 하는 것인데, 군 장성들과 경찰 고위 간부들의 증언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기는 무리라는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 측 변호인들의 주장이 지금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사람의 속성상, 하나의 주장에 의구심을 갖게 되면, 다른 주장에 대해서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체포된 이후 대통령은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묵비권 행사는,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는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그럼에도 묵비권을 행사하는 이유를 추론해 보자면,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공수처는 내란혐의를 수사할 수 없는 존재인데, 현재 자신을 조사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둘째, 체포 영장 자체가 불법이라는 입장을 대통령 측은 가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조사에 응하면 체포 영장의 법적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이런 윤 대통령 측의 생각이 무조건 틀렸다고는 볼 수 없다. 공수처가 내란혐의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것은 맞는 얘기고,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을 청구한 곳이 서울중앙지법이 아니라 서부지법이라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 측의 체포 영장에 대한 이의 제기는 서부 지법에 의해 기각당했고, 국회에 출석한 법원행정처장 역시 법적 차원에서 영장은 유효하다고 말한 것으로 봐서는, 공수처의 영장이 불법·무효라고 마냥 주장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불법'은 아닐 수 있지만, '편법'일 수는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견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공수처가 대통령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려 한다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대통령을 체포하고 구속하는 초유의 사태에서 '한치'의 실수도 있으면 안 되기 때문이고, 해당 사안은 역사에 반드시 기록될 수밖에 없는 아주 중요한 '역사의 한 장면'이기 때문에, '이견 혹은 이의'의 발생 가능성을 최대한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이라도, 오해나 논란을 불러일으킬 행동을 하게 되면, 이는 음모론으로 발전하기 아주 쉽다. 음모론이 횡행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균열 구조는 더욱 심각해지고, 이런 틈을 타 음모론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자신들이 수사를 하겠다고 '자청'한 공수처다. 다수의 국민은 공수처에게 무슨 큰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단지. 공수처가 무리하지 말고, 법적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방향으로 해당 사안을 처리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질 뿐이다. 이번 사태를 두고, 한쪽은 슬퍼하고 한쪽은 기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아주 비극적인 사건이고, 그래서 다시는 이 땅에 반복돼서는 안 되는 사건이다. 한마디로, 좋아하거나 슬퍼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합리적이고 냉철하게 사안을 바라보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영을 바라보지 말고, 역사와 미래를 바라보는 자세가 절실하다. 신율

[이슈&인사이트]스타트업을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재육성의 대안으로 해야

유래없이 좁아진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청년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청년 취업자 비중은 2023년 기준 30.9%로 대기업 대비 15.7%p 낮으며, 최근 20년간 청년 취업자 비중 감소폭도 대기업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청년 인력 유입이 감소하는 이유는 청년 구직자의 입장에서 중소기업이 매력적인 직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 중 하나는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와 실제로 채용할 수 있는 인력 간의 불일치 현상인 인력 미스매칭이다. 주요 원인 중 첫 번째는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낮은 브랜드 인지도를 가지고 있어 구직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데,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는 인식, 낮은 임금, 불안정한 고용 조건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두 번째는 중소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 기술직이나 숙련공의 수요는 높은 반면, 해당 기술을 가진 인재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많은 중소기업이 신규 채용 인력을 체계적으로 훈련할 자원과 시스템이 부족하기에 구직자가 필요로 하는 직무 기술과 기업의 요구 사항 간 격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는 중소기업의 상당수가 수도권 외 지역에 위치해 있어,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근무지와의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층은 수도권 근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지역 중소기업은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즉,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칭은 단순한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칭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정책적 지원방안이 시행되고 있지만 두드러지는 성과를 보이는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임금 및 복지 수준이 대기업에 근접하도록 개선되어야 하지만, 이는 중소기업 경영구조나 정부재정의 한계로 단기간내 실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이다. 대학생을 중심으로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취업하고자 하는 취준생도 과거에 비해 늘고 있다. 중소기업은 거들떠 보지도 않아도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스타트업을 청년일자리를 창출하고 숙련 인력을 양성하는 대안으로 제안한다. 즉, 중소기업에 가지 않겠다는 청년들을 굳이 중소기업에 보내려 애쓰지 말고, 이들이 경험을 쌓고 숙련된 인재로 발전할 수 있게 스타트업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도록 정책적인 드라이브를 건다면 단기적으로 청년 취업난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인력 미스매칭을 해소하는데 일조를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스타트업 정책을 창업단계보다는 성장단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즉, 스타트업 프로그램이 벤처의 성장보다는 창업을 촉진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면 성장 가능성이 거의 없는 정체된 벤처나 과대평가된 벤처가 남을 수 있고, 따라서 정책을 스케일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벤처 생존을 정책 성공의 지표로 삼는 것을 멈추고, 성장하는 벤처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말로 창업의 양보다 스케일업의 질이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두세 개의 고성장 벤처가 수십개의 후속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훨씬 클 수 있다. 그러나 벤처 스타트업의 양적 성장은 청년 일자리 창출과 인력 미스매칭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원정책의 성과는 겉으로 드러나는 것 이상으로 클 것이다. 오히려 불황기에는 스타트업의 양적 확산이 가까운 미래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믿기에, 청년들의 스타트업 취업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기를 바란다. 박주영

[이슈&인사이트]새해 달라지는 금융제도와 국민경제적 평가

을사년 새해가 밝았다. 최근 민간 소비 부진,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경제 여건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올해 달라진 금융제도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자본시장 건전화, 금융사의 건전 경영 확립, 서민금융 지원으로 요약된다. 새롭게 바뀔 금융제도가 국민경제 측면에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자. 우선, 자본시장 건전화는 대체로 최근 부진에 빠진 증시 부양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한 주요 내용으로 공매도 제도개선, 불공정거래·불법 공매도 제재 수단 강화가 주목된다. 불공정거래 및 불법 공매도 위반 행위자에 대해 최대 5년간 금융투자상품 거래 제한, 불공정거래에 사용된 계좌에 대한 1년간 지급정지 조치는 비교적 적절해 보인다. 해당 조치는 각종 불법 투기행위 예방, 투기 세력으로부터 투자자 보호에 일정 기여할 전망이다. 단, 상황에 따라 제재 수위의 상향조정도 검토할 만하다. 하지만, 올해 3월 말부터 시행 예정인 공매도 재개에 대해서는 우려가 크다. 무차입 공매도 예방시스템이 구축되었다는 자신감이 공매도 재개를 추진한 배경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시 침체국면에서 공매도 재개는 국내 주식시장을 더욱더 단기적 투기시장으로 몰아넣을 것으로 우려된다. 공매도의 순기능은 거품이 낀 주가 수준을 원래 내재가치 수준으로 낮추는 데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의 상장 종목 상당수 주가가 내재가치 대비 저평가된 상황이다. 자칫 공매도가 국내 증시의 단기 차익실현 행태를 심화시키며, 외국인 투자자의 무자본 차익거래를 증가시킬 기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상장기업의 주주환원을 강화하여, 저평가된 주가를 견인하려는 이른바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둔 다음에 공매도 시행 여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지난해 증시 부진으로 상장기업의 증자, 기업공개가 올해로 연기되는 등 기업들의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다. 공매도 재개로 인한 국내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꺾일 경우 상장사의 투자 및 고용 부진이 나타나 국민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음으로 금융사의 건전 경영 확립은 주제 자체로 매우 시의적절하다. 구체적 방안으로 금융위원회는 책무구조도 시행, 은행 건전성 제고, 마이데이터 제도 확대 등을 제시했다. 지난해 유독 은행 직원의 횡령, 배임 등 개인 일탈 측면의 금융사고가 많았다. 내부통제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측면이 강하다. 책무 구조도는 은행 내부 통제관리 의무 위반시 CEO 및 임원에게 신분 제재를 가하는 제도이다. 해당 조치는 매우 바람직해 보인다. 경영진의 적극적 관심과 직원 교육 강화가 은행원의 일탈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경영진에 대한 적극적 중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의 신뢰 저하는 저축률 감소와 손실 발생에 따른 은행 건전성 악화로 이어져 각각 중소기업 및 가계에 대한 금융지원 약화, 그리고, 예금보험료율 인상이란 사회적 금융비용을 증가시킬 것이다. 또한, 마이데이터 제도 활성화 조치는 내수진작에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마이데이터 제도는 금융소비자가 원하는 곳으로 개인정보를 이동시켜 자신의 통제권하에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처리할 수 있는 제도이다. 금융사는 소비자의 데이터를 소비자 대상 맞춤형 서비스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간 공공 및 금융분야에서 제한적으로만 데이터 교류가 이루어져 정작 소비행태 분석을 통한 다양한 맞춤형 금융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비행태에 부합한 맞춤형 제품 및 서비스 판매정보(매장 위치 및 할인행사 등 포함)를 마이데이터 서비스 업체가 소비자에게 적극 제공할 경우 소상공인의 매출 진작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한편, 서민금융지원 측면에서 예금자보호한도 1억원 상향조정은 긍정적 변화일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저축률 감소로 인해 은행의 중개 기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이는 국민경제에 크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더욱이, 은행의 예금 유치를 위한 조달 비용 절감, 소비자 유치 경쟁 심화가 기대되며, 이로인해 금융소비자의 서비스 선택권 확대 등 후생이 향상될 것이다. 하지만, 서민금융지원 측면에서 대단히 아쉬운 조치도 있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 조치가 그것이다. 이는 민간 소비에 악영향을 미쳐, 오히려 소상공인의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표적 조치이기 때문이다. 최근 카드사들이 지나치게 낮아진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인해 비용 절감 목적으로 무이자 할부 서비스 혜택을 대거 축소하고 있다. 결국,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소비자의 지갑을 닫게 만드는 조치라고 판단된다. 민간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카드 수수료율 인하 조치는 오히려 내수진작을 저해하고, 중장기적으로 소상공인 폐업률을 높일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올해 경제 성장률에 가장 걸림돌로 인식되고 있는 민간 소비 부진을 더욱 부추길 잘못된 정책방안이 바로 카드 수수료율 인하조치로 보인다. 더욱이, 최근 기획재정부가 민간 소비를 늘리기 위해 영세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된 소비에 대해 소득공제율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소상공인 연합회에서 제안된 내용과 맥을 함께 하는 조치로서 민간 소비에 효과적인 방안이다. 하지만, 올해 발표된 달라진 금융제도 중에서 카드 수수료율 인하조치는 이러한 내수진작책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라고 판단된다. 서지용

[이강윤 칼럼] 백골단과 은박요정

이강윤 정치평론가 /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급기야 80년대 국가폭력의 상징인 '백골단'이 내란 국면에 재등장했다. 작년 12.3 밤 계엄선포만큼 충격적이었다. 백골단은 이승만정부 시절 정치깡패집단이 시작이다. 1980~1990년대에는 시위 학생과 시민을 진압하는 경찰 특수부대를 일컬었다. 청카바(블루진)에 무릎보호대와 흰색 헬멧을 착용해 백골단으로 불렸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학생-시민을 무자비하게 구타하고 연행, 공포와 살상의 대명사였다. 명지대생 강경대, 성대 김귀정, 연세대 노수석 사망사건, 한진중공업 박창수노조위원장 시신탈취사건 등 무수하다. 신군부독재정권의 탄압과 국가폭력의 상징이었다. 그 백골단이 2025년 1월 현직 대통령 내란사건 와중에 재등장,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광기의 시대로, 파시즘으로 돌아가자는 것으로 비칠 수 밖에 없어 사람들은 경악했다. 이들이 국회에 설 수 있게 한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80년대 학창시절 백골단을 직접 봤을 것이기에 누구보다 잘 알 터. 그런데 백골단 자처자들을 국회에 세웠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자 내란옹호 아닌가. 민주당 등 야권은 지난 총선 대승 이후 국회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다른 탄핵안은 수 없이 잘도 내던데, 이런 민주주의파괴자는 왜 즉각 징치하지 않는가. 김 의원같은 사람이 어쩌다 국무위원이었다면 수십 번 탄핵당했을 것이다. 김 의원 등의 해악이 기탄핵 인사들 못잖다. 제명함으로써 국회 정기 바로 잡는 게 마땅하다. (김 의원은 백골단 국회 인도 뿐만 아니라 해괴망측한 한국어로 국민을 우롱했다. '끝나고 나서 철회하는' 기자회견도 있는가. 한국어를 어디서 어떻게 배웠길래 이따위 말장난을 하는가.) 민주주의 유린자들을 방치하는 거, 꼬박 밤 새면서도 생색 한 번 내지 않는 '은박요정'들에게 미안하지 않은가. 민주당 등은 저 유린자들 놔두면서 뭘 믿어달라는 건가. 제명 요구는 탄핵국면 논점 일탈이 아니다. 내란자 탄핵-처벌과 동시에, 반역의 무리들도 징치해야 내란이 제대로 정리된다는 건 상식이다. 백골단을 보며 지난 5일 서울 한남동과 무안공항에서 전해진 사진 몇 장이 떠오른다. 동지섣달 긴긴 밤 철야집회 중 눈 뒤집어쓰면서도 내란주모혐의자에게 “체포영장에 응하라"고 외치는 '은박요정', 등불을 들고 집회시민들을 수도회로 안내하는 수사(修士), 항공기참사 유족들이 시신 인수 후 무안공항을 떠나며 공무원과 항공사직원에게 “도와줘서 고맙다. 덕분에 시신을 빨리 수습할 수 있었다"며 허리숙여 절하는 사진. 은박요정과 수사를 보며 사람들은 숭고 뭉클 경외…같은 단어로 SNS를 채웠다. 필자도 먹먹해지며 그저 눈물만 났다. 미안하고 창피해서, 고마워서 아무 할 말이 없었다. 뉘라서 그들을 막으랴, 누가 그 앞을 막아서랴, 막은들 그들이 막히겠는가. 무안공항. 지금 세상에서 가장 슬프고 힘든 사람들이 수고해준 사람들(수고한 것 분명히 맞지만 직무상 마땅히 할 일을 한 것이기도 하다)에게 예의갖춰 정중히 절 한다. 절 받은 이들도 허리숙여 답례한다. 일부는 운다. 밤새 은박비닐로 추위 참으며 나라의 주인됨을 보여주거나, 슬픔과 피눈물을 삼키고 주변의 노고에 감사의 절을 드리는 이 시민들이 '국난'을 몸으로 수습하는 사람들 아닌가. 세상에 이렇게 착하고, 이렇게 경우 바르고, 이렇게 강인하고, 이렇게 의젓하고, 이렇게 심지 굳은 사람들이 또 있을까. 이들은 민주적이고 평화적이었다. 단 한 건의 기물파손이나 행패도 없었다. 이런 국민이다. 내란을 수습해야 할 국록자들은 그 사진들 가슴에 새기고 부끄러워하며, 제 할 바를 해야 한다. 여러 재판일정과 머잖아 치를 것으로 보이는 대선 날짜를 생각하며 계산기 두드려댄다면, 그 또한 저 위대하고 성숙한 국민에 대한 배반이다. 배반은 반역이다. 이강윤 정치편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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