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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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글로벌 삼성, 그룹 차원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미국)=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바야흐로 대변혁의 시대다. 모든 분야에서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다. 기술이 진보하고 경제가 발전한 영향이다. '대체불가토큰(NFT)'·'메타버스' 같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AI) 열풍이 불고 있다. 어제의 상식이 오늘은 구태가 되기 십상이다. '혁신의 성지' 실리콘밸리는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실리콘 칩 제조 회사들이 많이 모여 '실리콘밸리'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사실은 우리 기억에서 사라졌다. 엔비디아, 애플, 구글, 메타 등이 경쟁사들보다 앞서 미래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생성형 AI과 확장현실(XR)을 비롯한 트렌드는 이 곳에서 만들어진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들의 결단력이다. 애플은 10여년간 수조원을 들여 개발해온 '애플카' 프로젝트를 과감히 중단했다. 아이폰 신화를 재현하기 위해 '비전프로' 등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구글은 검색 등장 이후 25년만에 '제미나이'라는 큰 변화의 물결에 올라탔다. 엔비디아는 기술력을 앞세워 AI 칩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다. 필요하다면 돈·시간도 아끼지 않는다. 메타는 원래 사명이 '페이스북'이었다. 실리콘밸리의 '용기'는 수많은 빅테크 기업들을 탄생시켰다.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역시 '대변혁의 시대' 중심에 서 있다. 그러나 '글로벌 삼성' 위상을 생각하면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과 시스템반도체 등 분야에서 고전하는 중으로 스마트폰·가전 등은 이제 막 AI 기술을 개발해나가는 단계다. 재계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삼성이 살아남기 위해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 계열사 역량을 총동원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반도체, 스마트폰, 이차전지 등 한 분야를 파고들어서는 생존하기 힘든 세상이다. 그룹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 선언'을 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말했던 고인의 용기는 오늘날 삼성을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이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 용기가 절실하다. '미래전략실 부활'을 선언하고 임직원과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 삼성그룹에는 통제탑이 필요하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탄소감축’ 11차 전기본·‘산유국’ 대통령실…오락가락 에너지정책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주 정부는 '탄소감축'을 위해 원전 등 무탄소전원 확대 의지를 담은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했다. 그런데 직후 대통령실은 뜬금없이 '대규모 유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며 '산유국'의 꿈을 부풀리는 소식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11차 전기본은 지난 정부와 국회에서 제정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2050탄소중립,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탄소감축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2038년까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을 70% 이상으로 잡았다. 반면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은 대폭 줄였다. 이르면 2040년, 늦어도 2050년까지 탄소를 배출하는 발전원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며칠이 지나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동해 심해 석유·가스 추정 매장량이 최소 35억배럴에서 최대 140억배럴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판단된다"고 공언했다. 다만 에너지업계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개발 성공률을 20% 정도라고 밝혔다. 아직 탐사 시추를 통한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 사업성 검증이 완료되지 않은데다 탐사와 시추, 상업화까지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또한 만약에 시추에 성공한다면 다시 석탄화력과 가스발전 비중을 높이겠다는 것인지, 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에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정부는 2035년 이후부터 부족한 발전설비는 모두 무탄소 전원을 통해 충당하기로 했다. 이에 기존 석탄화력, 가스 발전사업자들도 양수발전, 해상풍력, 수소, 소형모듈원전(SMR)등 새로운 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상황이다. 정부는 시추에 성공할 경우 국내 사용을 넘어 수출도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국제 사회에서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발전, 청정수소, CCS(탄소포집·저장) 등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에너지원 활용을 확대하는 무탄소전원이니셔티브(CFE)를 선도하겠다던 정부의 방향과 상충된다. 심해 해저에 1개의 시추 구멍을 뚫는 데는 약 1000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여전히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적자,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 송전망 확충 등 에너지업계 당면 현안들은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 에너지정책의 우선순위와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가 커진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지금의 인뱅도 ‘시간’이 걸렸다…새 플레이어들에 거는 기대

인터넷전문은행 제1호 케이뱅크와 제2호 카카오뱅크가 출범한 2017년, 이 때에도 인터넷은행의 성공을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확실한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었고, 이 고객들이 오프라인 점포가 없는 생소한 온라인 은행으로 넘어갈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인터넷은행이 출범 이후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도 아니다. 케이뱅크는 자본확충에 발목이 잡혀 한시적으로 영업을 하지 못하기도 했고, 후발주자인 제3호 인터넷은행인 토스뱅크는 2021년 출범 후 곧바로 대출 규제에 막혀 대출 영업을 일정 기간 중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첫 출범 후 7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은행은 명실공히 시중은행을 흔드는 메기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산 규모 등 덩치 면에서는 시중은행이 여전히 월등히 앞서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이 내놓는 금융 상품은 혁신적이란 평가를 받으면서 시중은행이 뒤따라가기도 하고, 대환대출을 통한 대출 성장세는 시중은행에 위협적이란 평가를 받기도 한다. DGB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제4인터넷은행의 탄생 예고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의 과점깨기를 위해 새로운 플레이어 등장을 예고했고, 올해 들어 현실화되고 있지만 시장에 파급력을 발휘할 지 의문이란 의견이 계속 나온다. 먼저 대구은행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자산이 7분의 1 수준으로 적은 데다, 사업을 확대한다고 해도 시중은행과 대적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한다. 또 제4인터넷은행 도전자들은 하나같이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내세우면서 기존의 인터넷은행과 차별화를 두고 있는데, 건전성이 취약한 소상공인 금융으로 성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반응이 많다. 물론 새 플레이어들이 등장 이후 곧바로 시중은행의 과점깨기에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먼저 덩치를 키우고 새로운 은행으로서 자리를 잡기까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적인 성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이들의 등장을 실패로 일찌감치 단정짓기에는 섣부른 면이 있어보인다. 몇 년에 걸쳐 시장의 메기로 인정받은 지금의 인터넷은행처럼, 이들도 몇 년의 시간을 거치며 시장의 메기로서 모습을 갖춰나갈 지 모를 일이다. 아울러 금융당국 역할도 중요하다. 신규 플레이어들의 '등장' 그 자체보다는 '지속 가능성'에 고민을 하고 정책을 정교하게 펼쳐나가야 할 것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기자의 눈] 금융지주 글로벌 진출, 실패를 두려워 말라

“전망이라는 것은 자연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기상청도 틀리지만 그 정도 정확성을 갖고 예측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이렇게 차이가 나면 어떤 이유에서 틀렸고, 왜 차이가 났고, 그로 인해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이런 것들을 논의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2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5%로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 '예측이 틀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행이 데이터 얘기 안하고, 이게 시장 안정에 좋다고 그냥 있으면 하루에 두 번 맞는 시계가 되고 크게 비난 안 받겠지만, 그렇게 가고 싶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은행이 놓친 부분이 무엇인지, 정부 자료를 좀 더 빨리 받아볼 수는 없는지, 개선할 부분이 무엇인지 등을 논의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다는 취지다. 이 총재의 발언은 '경제성장률'이나 '시장 예측'을 넘어 금융지주사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외 진출이다. 수많은 이들은 '금융사들이 우리나라에만 안주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순이익 1,2위에 오르는 대형사들조차 해외 시장에 안착하고, 수익을 내기까지는 수많은 우여곡절과 시간, 돈을 투입해야 한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국내 시중은행과 해외 1, 2위 초대형 투자은행(IB) 가운데 한 곳에서만 금융거래를 해야 한다면, 단연 우리나라 은행을 택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은행들이 타국의 금융사를 인수하거나 진출할 경우 빠른 시간 안에 흑자를 내야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만일 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철수하면, '실패'라는 서슬퍼런 꼬리표가 붙는다. KB국민은행이 2020년 8월 인도네시아 부코핀 은행 지분 67%를 인수한 이후 거듭된 유상증자에도 흑자를 내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부코핀 은행은 인수 직후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책임론을 물을 정도로, 알고 보니 상당한 부실 은행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에서, 자칭 한국의 KB국민은행만한 우량한 금융사를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국민은행 사례처럼 지금도 국내 많은 금융사들이, 손실이거나 손해인 줄 알면서도 해외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국민은행의 부코핀 인수도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로 봐야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해외로 나가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실패'라는 비난도 받지 않고, 시간과 돈을 아끼는 '가장 손쉬운 길'일 것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길을 택한 금융사들이, 만일 해외에서 철수했다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이상 '실패'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이번 철수로 어떠한 교훈을 얻었는지, 다음 해외 진출 때는 어떠한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등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게 곧 K-금융이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하는 길이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자의 눈] 고성 속에 문 연 22대 국회, 견제구는 적당히 던져라

야구 경기 중 투수가 마운드에서 견제구를 던지는 건 상대 주자의 도루 시도를 막음과 동시에 타자의 리듬을 깨기 위함이다. 견제구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KIA 타이거즈의 견제 응원이 서남 방언을 활용한 “아야! 날 새것다(얘야! 날 새겠다)"일까. 21대 국회는 문을 닫는 마지막 날까지 지난한 정쟁으로 밤을 지새웠다. 협치를 통해 민생을 챙기겠다던 첫 다짐과는 달리 서로를 향한 비방과 욕설로 얼룩졌다. 명분은 '여야 견제를 통한 정권 감시'였지만, 실상은 '국K-1'을 방불케 하는 난투극이나 다름 없다는 게 중론이다. 여야의 극한 대치로 산업계 주요 현안과 진흥 법안은 본회의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K칩스법, 망 무임승차 방지법,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산업기술보호법, 해외 게임사의 국내 대리인 지정제도 등이 줄줄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 특히 여야 간 입장차가 거의 없었던 인공지능(AI) 기본법까지 자동 폐기되면서 산업계는 탄식을 쏟아내고 있다. 해당 법안이 미래 먹거리인 AI 산업 육성 근거로 작용, 국가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는 '핵심 키'라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향후 해외 국가들과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지적이 적잖다.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마저 내팽개쳐졌다. 양육 의무를 다하지 못한 친부모가 자녀의 유산을 상속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구하라법(민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체액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성폭력특례법 일부 개정안도 여야 모두 처리에 합의했지만 폐기됐다. 신용카드 사용 금액 증가분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 등도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21대 국회는 '낙제점'에 가까운 입법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회의안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년간 발의된 법안 2만5800여건 중 법률로 반영돼 처리된 법안은 9479건에 그치면서 통과율 35.3%을 기록했다. '식물 국회'라 평가받았던 20대 국회의 37.3%에도 못 미치면서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게 됐다. 22대 국회에 입성한 이들은 폐기된 법안들을 소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양당의 갈등은 한층 더 첨예해질 전망이다. 당장 원구성 협상부터 여야는 법제사법위원회·운영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놓고 강하게 맞붙었다. 개원 첫날 국회 표정도 밝지 않았다. 여야는 폐기된 '채 상병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의 14번째 거부권 행사를 두고 날선 신경전을 벌이면서 극한 대립을 예고했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사법부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가권력의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타협과 상생은 실종된 채 견제만 지속된다면 정책 추진 동력은 상실될 수밖에 없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답답함이 길어지고 있다. 의미 없는 견제구로 입법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모습이 반복된다면 “마!(이 놈아!·롯데 자이언츠의 견제 응원)"라는 엄포가 날아들 수 있음을 명심할 때다. 새 국회는 서로 합력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선을 이루는 '민의의 전당'이 돼야 한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기자의 눈]‘중국산은 싸구려’ 인식부터 버려야 산다

한국인들의 머릿속엔 '중국산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자리 잡고 있다. 예로부터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은 짝퉁과 불량품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한국 제품을 그대로 베낀 상품을 판매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그러나 중국은 이제 싸구려를 만드는 나라가 아니다. 여전히 테무, 알리 등으로 싸구려 제품들이 말도 안되는 가격에 유통되고 있지만 전기차와 배터리 등은 세계적인 반열에 오르고 있다. 세계 산업계가 중국산 '저가 공세'에 벌벌 떠는 것은 후진 제품을 싸게 팔아서가 아니라 좋은 제품을 싸게 팔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처럼 중국의 기술력과 상품성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중국산 제품을 싸구려로 생각하고 방심한다면 순식간에 시장을 중국에게 뺏길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위세가 특히 돋보이는 곳은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전기차 수입 관세를 100%로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산 전기차가 경쟁력이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국가다. 물론 80% 이상이 내수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기업인 BYD는 지난해 3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미국의 테슬라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배터리 시장을 살펴봐도 글로벌 점유율 1위는 중국의 CATL이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CATL의 아성을 넘기엔 아직 부족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에 대한 인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한국은 여전히 중국산을 깔보는 분위기가 남아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자사 전기차 출시 행사에서 “왜 중국산 배터리를 채택했냐"고 물어보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고 한다. 제조사나 다른 국가의 기자들은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업계 순위도 높은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한다. 중국의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중국산을 싸구려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는 중국산 저가 공세를 막을 수 있는 좋은 인식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개인의 관점에만 해당된다. 기업은 중국산을 깔보고 무시하면 안된다. 그들의 공세를 위기로 인식하고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무한히 노력해야 한다. 한국 소비자들의 무조건적인 중국산 배제도 한계가 있다. 좋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이 동반된다면 아무리 중국을 싫어하는 한국 소비자들이라도 움직이게 된다. 중국은 더 이상 싸구려, 짝퉁을 판매하는 국가가 아니다. 그들의 기술 발전을 항상 경계하고 그들을 뛰어넘을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한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기자의 눈] 관세청, 오얏나무 아래선 갓끈 고쳐매지 말라

지난 16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개최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는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이 발표됐다. 정부는 △소비자 안전 확보 △소비자 피해 예방 및 구제 강화 △개인적 사용을 위한 해외 직구 금지 △해외 직구 통관 차단 강화 △유통소상공인과 제조업체의 가격 경쟁력 상실 문제 해결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관련 산업의 충격 완화 △중소 유통・소상공인의 새로운 사업 기회 창출 등을 명분으로 내세워 해외 직구를 막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에 전국 각지에서는 “무식한 정책에 화딱질이 난다", “공산 국가냐, 이민 가고싶다", “반중 정책 지지하니까 알리·테무·쉬인까지 금지하라는 것인 줄 아느냐" 등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IT 유튜버들 사이에서는 “대한민국 성인들의 취미 생활에 종말을 고하게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이후 지난 19일,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은 발표 사흘만에 “국민들께 혼선을 끼쳐 죄송하다"며 “80개 품목에 대한 해외 직구를 일시에 차단하겠다는 뜻은 아니며, 그럴 수도 없고 KC 인증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지한 윤석열 대통령은 “관계 부처들로부터 보고받지 못해 몰랐던 내용"이라면서도 해외 직구 대국민 '도게자'를 박았다. 이후 해외 직구를 막지 않겠다던 정부는 한편으로는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 6월 중 시행하겠다는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해외 직구 태스크 포스(TF)의 회의록을 비공개한다는 방침이어서 밀실에서 졸속 행정을 벌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무 담당자들은 정부 관계 부처 합동 보도자료를 보고서야 직구 금지 정책이 추진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일부 부처에서는 해외 직구 전면 금지에 반대 의견을 제시해 얼마나 충분한 검토 없이 마구잡이로 발표한 것인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이 와중에 지난 16일 13시, 눈치 없는 관세청은 조달청 전자 조달 시스템 '나라장터'에 '해외 직접구매 증가가 국내 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방안' 입찰 공고를 개시해 27일 11시에 마감했다. 이는 유찰됐지만 28일 10시 재입찰이 시작됐고, 마감은 6월 3일 11시로 잡혀있다. 사업 금액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9000만원이다. 원래 입장을 고수하며 사실상 9000만원에 해외 직구 반대 논리를 개발해올 작업자들을 구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해당 용역은) 올해 1월 과제로 선정돼 입찰 공고된 것으로, 범정부 해외 직구 대책과는 전혀 무관하고 해당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할 수 없다"며 “현 단계에서는 정책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향후 국민 여론과 전문가, 관련 업계와 심도있는 의견 수렴, 논의를 거쳐 최종 정책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지만 이는 국민을 개돼지 취급하며 '들어는 보겠다'고 농락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이미 대 정부 신뢰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오해 살 일을 하지 말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관세청은 무얼 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正冠)', '오이밭에서 신을 고쳐 신지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 쓰지말라'는 오랜 격언이다. 관세청 당국자들은 잘 새겨듣기 바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눈) ‘지구의 허파’ 산림이 위험하다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로 낮추는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배출량을 제로로 해야 한다. 사실 이것도 벅찬데, 유엔에서는 2030년 평균 감축률을 45%로 높여야 한다고 발표해 우리나라의 압박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다. 석유, 석탄, 가스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의 사용을 줄이는 것과 산림 등 자연적인 온실가스 흡수원을 확대하는 것이 있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2가지 방법을 동시에 적극적으로 실현해야 탄소중립은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주요 온실가스 흡수원인 산림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림을 통한 온실가스 흡수량은 정점인 2008년 6149만톤CO2eq에서 2021년 4038만톤CO2eq로 13년간 34.3%(2111만톤CO2eq)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흡수율도 10.4%에서 6.2%로 감소했다. 어찌 된 일일까? 그 원인을 보니 실망스러운 부분이 많다. 우선 산림면적이 늘지는 못할 망정 줄고 있다. 산림면적은 2008년 637만5000헥타르(ha)에서 2021년 629만4000ha로 1.3% 감소했다. 인간의 탐욕으로 도시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산림이 계속 깎여나가고 있는 것이다. 산불피해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산불피해 면적은 3만6230ha로, 이는 이전 5년(2014~2018년)의 3307ha에 비해 무려 11배나 확대됐다. 기후변화로 건조기간이 길어지면서 산불피해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산림 온실가스 흡수율을 떨어트리는 것은 가장 큰 원인은 산림의 노령화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산림 80%가 임령 31년 이상으로 채워져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흡수량이 가장 큰 상수리나무를 기준으로 1ha당 임령별 연간 탄소 흡수량은 20년생 15.9톤을 정점으로 30년생 14톤, 40년생 12.3톤, 50년생 10.9톤, 60년생 9.8톤, 70년생 8.9톤으로 계속 감소한다. 산림청은 이대로 가면 2030년 국내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은 2250만톤CO2eq로 떨어져 정점인 2008년대비 63%나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산림은 지구의 허파이다. 허파가 튼튼해야 사람도, 지구도 건강하게 숨쉴 수 있다. 산림의 온실가스 흡수량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규 산림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한 생장력이 떨어진 노후 나무를 벌채해 목재제품으로 사용해 플라스틱을 대체하고, 그 자리에 어린 목을 심으면 흡수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 30년생으로 조성된 1ha 숲의 매년 온실가스 흡수량은 11톤으로, 이는 승용차 5.7대가 매년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할 수 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기자의 눈] ‘우리집’ 사명이 무색한 아워홈 분쟁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뤄진다는 뜻의 옛 한자성어다. 세상만사가 가정에서 시작된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럼에도 가족간 불화로 심심찮게 가화만사성의 정반대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최근 남매간 경영권 다툼을 벌이는 범LG가의 종합식품기업 '아워홈'이 대표사례다. '우리 집(Our home)'이라는 기업명에 부응하지 못하는 가족간 분쟁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는 점에서 사명이 무색할 정도다. 아워홈 지분은 창업주인 고(故) 구자학 회장의 자녀 4명이 전체의 98%를 보유하고 있다.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이 지분 38.56%로 가장 많고, 장녀 구미현 19.28%, 차녀 구명진 19.60%, 그리고 현재 아워홈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막내 구지은 부회장이 20.67%를 갖고 있다. 아워홈의 오너가 경영권 분쟁은 일진일퇴의 흐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의 반대로 구지은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고 구미현씨와 남편이 사내이사로 새로 진출하면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최소 1명의 사내이사를 충원해야 하는 만큼 구 전 부회장은 오는 31일 예정된 임시주총 안건으로 기타비상무이사로 본인을, 사내이사로 자신의 장남 구재모 씨와 황광일 전 아워홈 중국남경법인장을 선임하는 안을 올렸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아워홈 경영권은 구지은 부회장에서 이사회를 재장악한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씨측으로 바꿔질 전망이다. 오는 6월 3일 사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둔 구지은 부회장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큰언니 구미현 씨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구미현 씨의 '캐스팅보터' 선택에 아워홈 경영권 향배가 달려있는 셈이다. 실제로 구미현 씨는 '1차 남매의 난'이 벌어진 2017년 전문경영인 선임에 구본성 전 부회장을, 2021년에는 세 자매간 의결권 통합 등 주주협약을 맺어 구지은 부회장의 손을 번갈아 들어줬다. 최근 정기주총서 다시 구본성 전 부회장과 연대한 결정적 이유는 2022년 구지은 부회장이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내린 무배당 결정이었다. 무배당 결정에 반발해 구 전 부회장과 손잡고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이처럼 반복된 아워홈 총수일가의 갈등 지속으로 직원들도 불안과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단 내부 직원들은 구지은 부회장 측에 힘을 싣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낸 아픔을 딛고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을 달성한 성과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아워홈 노조는 지난달 22일 성명서에서 “대주주들 경영권 싸움으로 아워홈 직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오너들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하며, 구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 구미현 씨 부부의 이사직 수용 철회를 동시에 요구했다. 현재 아워홈의 경영권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다만, 올해 글로벌 진출 등 굵직한 사업 육성을 예고한 가운데 재발한 집안싸움이 회사 경영에 큰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안팎의 우려가 높다. '돈 앞에서는 핏줄도 소용없다'는 시쳇말이 있지만, 아워홈 사명 중 '우리의(our)'에는 오너들만 있는게 아니다. 9년째 '이권 다툼'을 벌이는 아워홈에 직원은 물론 고객과 투자자들이 얼마나 신뢰를 보낼 지 의문스럽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기자의 눈] K-밸류업 빛나려면 ‘집중’투표제 필요

한중일 3국이 나란히 밸류업 프로그램을 실행 중이다. 다른 나라들은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했다. '중국판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불리는 신(新)국9조 발표 이후 상하이종합지수는 약 5% 상승했고, 일본은 지난 1년 사이 40% 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한국의 밸류업 프로그램 성적표는 아쉬운 상황이다. 1차 발표와 2차 발표가 있던 날 주가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특히 지난 2일 2차 세미나 때에는 금융지주 중심으로 약세를 시현하는 등 밸류업 프로그램에 실망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다. 한국식 밸류업 프로그램의 문제는 이해관계자들의 동상이몽이다. 기업이 주장하는 인센티브를 정부는 제공할 여력이 되지 않는다. 현재 대한민국은 국내 R&D 예산마저도 줄일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는 매년 세수가 마이너스다. 약 56조원의 세수펑크가 발생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같은 모습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의 실적이 악화돼 법인세가 예상보다 덜 걷혔기 때문이다. 당연히 조세 지출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업들은 본인들이 최대한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그 부담을 정부에 전가하고 있다. 기업과 정부가 희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주권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어느 한 주체가 희생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모두가 향유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주권의 가치를 높이는,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조치들을 가동하는 것이다. 현재 코스닥 기업의 경우, 최대주주는 10%~20%의 지분과 일정한 우호지분을 확보하면 이사회를 모두 장악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나머지 70%가량 지분의 의결권은 무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해당 의결권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필요한데 그것이 집중투표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투표권을 한 후보자에게 몰아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KT&G, JB금융지주가 집중투표제를 통해 이사를 선임했다. 양 사 모두 이사 자리 중 1~2곳은 소액주주를 대변할 수 있는 이사로 선임되는 효과를 거뒀다. 집중투표제는 현재 정관에 배제 규정을 두면 피해 갈 수 있는데 이를 바꿔 정관으로 배제할 수 없도록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 만으로도 K-밸류업이 달성될 수 있다. 물론 외국의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인 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행동주의 펀드 자금 유입은 필수 불가결하다. 특히 선별적으로 받기에는 국내 산업 매력도가 떨어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우려가 된다면 코스닥 시장에만 도입하는 등 안전장치를 도입하면 될 문제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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