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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고육지책’ 냈건만…5부제 할인, 소비자도 업계도 계륵 취급

이달 중 '차량 5부제' 참여 차량에 대한 자동차보험료 할인 특약이 시행된다. 정부가 차량 운행 축소와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기 위해 보험업계와 논의 끝에 내놓은 방책이다. 보험사들은 본격적인 특약 상품 출시 이전인 다음 주(11일부터) 특약 가입 신청을 우선 접수한다. 현재 업계는 정식 출시와 가입 절차에 대비하며 상품 개발과 전산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시행을 준비 중인 업계도, 특약 출시를 기다리는 소비자도 이를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낮은 할인율과 실효성 문제 등에 가로막혀서다. 특약에 따른 자동차보험료 할인 폭은 연간 2% 수준이 유력한 가운데 평균 자동차 보험료(70만원)에 따른 예상 환급금은 연 1만원대에 그친다. 가입자들은 매주 차량 운행 제한이라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데 반해, 1년 동안 이를 지켜내도 약 1만4000원 내외의 낮은 환급금이 주어진다. 이마저도 중동사태가 빠르게 종식될 경우 할인기간 1년을 채우지 못해 환급금이 커피 한 잔 가격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차량 5부제에 참여할 실질적인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는 시각이 대다수다. 업계는 업계대로 수익성과 손해율 악화에 한숨을 쉬고 있다. 매년 수천억씩 자동차보험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2300억원 가량의 추가 환급금 지출에 운영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할인 금액은 5부제 참여 기간에 따라 계산될 전망이다. 기존 자동차보험 계약 만기 시점에 특약에 따른 할인 금액이 환급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1700만대의 차주가 특약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운영 부담과 확인 과정상 형평성도 지적하고 있다. 운행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인력 투입과 시스템 운영에 지속적인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운행기록 검증 절차가 보조적으로 도입되지만 개별 보험사가 운행기록 앱과 주행거리 특약 정보 등을 활용하더라도 5부제 준수 여부를 정확히 가려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한다. 일각에선 정부의 '에너지 절약' 지령 아래 속전속결로 진행하다보니 체계와 실효성이 부족한 정책이 추진됐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의도가 좋은 정책이 수없이 쏟아지더라도 준비가 미비한 정책은 비용과 피로감만 남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하는 시점이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눈] ‘고위험 저수익’…누가 담합 신고하겠나

내부고발 시장에서 신고는 투자다. 그것도 직장과 인간관계와 가족 생계를 원금으로 집어넣는 고위험 투자다. 고위험 투자에는 고수익이 따라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고민하는 내부고발자 입장에서 보면 가진 게 용기이고, 그 용기를 짜내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계산이다. 담합이 의심되는 정황을 알고 있지만, 입증 자료를 모으는 과정에서 이미 위험은 시작되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키면 끝이다. 업계에서 이름이 돌 수도 있고, 보복 소송에 휘말려 수년을 허비할 수도 있다. 가족의 생계를 걸어야 한다. 그렇게 모든 걸 걸고 신고를 한다. '양심의 호가'는 얼마일까. 공정위가 책정한 답은 이렇다. 잘하면 5억, 못하면 100만원.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위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4~2025년 2년치 포상금 지급 건수 70건을 뒤져봐도 5억원 이상은 딱 1건이다. 절반 이상은 100만원을 넘지 못했다. 1억원 이상 고액 지급은 전체의 7.1%인 5건에 불과했다. 건당 평균 지급액은 2024년 3823만원, 2025년 3962만원이었다. 직장과 인간관계와 가족 생계를 담보로 잡히고 받아 든 수익률이 이 정도다. 부동산으로 치면 실거주 의무에 양도세까지 떼이고 손에 쥔 게 없는 꼴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포상금이 가장 많이 나가는 건 담합 사례가 거의 대부분"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신고자의 계산법은 단순해진다. “걸리면 인생 끝, 안 걸리면 4000만원." 그 계산은 곧 하나의 공식으로 굳어진다. '큰 담합 아니면 돈 안 된다', '입증 못 하면 아무것도 없다', '괜히 나만 손해다' 주식으로 치면 고위험 저수익 종목이다. 기관도 외국인도 안 사는 종목을 개미더러 사라는 격이다. 이 계산이 합리적이라면, 제도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 이 시장의 수익률이 낮은 건 과징금이 작아서다. '억 소리 나는 로또급 포상금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질문에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징금 자체가 낮게 책정돼 있는 문제를 손봐야 한다"고 답했다. 위험에 상응하는 보상이 없다면 '결정적 제보'는 나오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 말대로 정말 “로또보다 나은 신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야 한다. 그 믿음 없이는 담합은 계속 은밀하게 이뤄질 터다. 그 비용은 결국 소비자가 물가로, 납세자가 세금으로 떠안는다. 지금처럼 100만원~5억원짜리 호가를 고시해놓고 매수세를 기다리는 나라는, 담합의 청구서를 훨씬 비싸게 받아든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자의 눈] 투숙객 ‘국적’ 따지는 숙박규제, ‘얼마나·어디서’로 바꿔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79%는 서울 이외 지역 방문을 원하지만, 실제 66%는 여행기간 대부분을 서울에서 보낸다. MZ세대 잠재 여행객 34%는 적절한 숙소가 없을 경우 방한 자체를 재고하겠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 3월 에어비앤비가 9개국 4500명을 조사한 결과다. 외국인은 지방에 가고 싶고 지방엔 빈집이 넘치는데, 14년 묵은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규제가 그 사이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해 외래 관광객은 1893만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됐다. 1인당 지출액(1155.8달러)은 2019년보다 줄었고, 면세점 외국인 매출은 178억달러에서 65.6억달러로 급감했다. 관광수지는 연간 107.6억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3년 연속 100억달러대 적자 늪에 빠졌다. 반면 고부가가치 의료 관광 소비는 2019년 대비 5.3배 성장하는 등 '체류형 경험' 수요는 폭발적이다. 낡은 단체 쇼핑 중심 관광에서 벗어나 체류형 소비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도록 숙박 인프라를 혁신하는 것이 수지 개선의 핵심 열쇠인 이유다. 2011년 도입된 외관민박업은 부족한 객실 확충을 위한 우회로였다. 당시 사회적 맥락에 묶여 '내국인 투숙 금지'와 '호스트 실거주'라는 족쇄를 찼다. 14년이 흐른 지금, 시장은 '동거형'보다 '독채 임대' 위주로 완전히 재편됐지만 제도는 여전히 과거에 멈춰 있다. 등록 업체(3059곳)보다 미신고 불법 업소(약 6만곳)가 20배나 많은 현실은 법이 시장의 수요를 전혀 담아내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글로벌 관광 대국들은 '국적' 대신 '영업일수'와 '입지'를 핵심 변수로 관리한다. 일본은 2018년 주택숙박사업법을 통해 연간 180일 영업을 허용하되 지자체 조례로 구역별 제한을 둔다. 프랑스 파리는 2025년부터 단기 임대 한도를 120일에서 90일로 강화했다. 대도시 주거권 보호를 위한 조치일 뿐, 손님 국적을 따지는 사례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서울시가 내국인 허용 및 '도시민박업' 명칭 변경을 건의했고, 정부는 2026년 법 개정을 거쳐 2027년 제도 전면 시행을 준비 중인 정도다. 농촌·인구감소지역 빈집은 5만7000채를 넘어섰다. 이제는 국적이라는 낡은 잣대를 버려야 한다. 대도시는 영업일수를 관리해 정주권을 지키고, 숙박 인프라가 절실한 지방은 규제를 과감히 풀어 체류 인구를 늘리는 '지역별 차등화'가 해법이다. 14년 된 규제의 족쇄를 풀어야 비로소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K-관광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기자의 눈] ‘1% 미만 외산폰’의 도전이 반가운 이유

'외산폰의 무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을 설명하는 데 이보다 직설적인 표현도 드물다. 애플을 제외하면 외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국내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낸 사례는 사실상 없다. 그만큼 삼성전자 '갤럭시'와 애플 '아이폰' 중심의 양강체제로 굳어졌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은 삼성 81%, 애플 18%로 합산 99%에 이른다. 나머지 제조사의 비중은 합쳐도 1% 미만이다.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안정'을 넘어 '고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폐쇄성과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 한 번 선택한 스마트폰을 쉽게 바꾸지 않는 구조여서 타 브랜드는 애초에 선택지에 오르기조차 어렵다. 선택지가 줄어든 시장에서 경쟁의 긴장감이 유지되기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외산폰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레노버 자회사 모토로라는 최근 '모토 g77'을 국내에 출시했다. 고화질 디스플레이와 내구성, 카메라 성능을 앞세운 중저가 제품이다. 앞서 슬림형 모델 '모토로라 엣지 70'도 선보이며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기업 샤오미의 공세도 이어진다. 명품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와 협업한 플래그십 '샤오미17' 시리즈를 내놓은 데 이어 중저가 모델 '포코 X8 프로·맥스'까지 출시하며 전방위 공략에 나섰다. 영국 브랜드 낫싱 역시 '폰(4a) 시리즈'를 국내에 선보이며 특유의 디자인을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외산폰들이 1% 미만의 한국 시장을 놓고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국은 까다로운 소비자 눈높이와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동시에 갖춘 시장이기에 글로벌 기술력과 상품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베드로 통하기 때문이다. 비록 점유율은 초라하지만 외산폰의 존재가 갖는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특정기업 중심의 독점 구조가 장기화될수록 경쟁은 느슨해지고 혁신의 속도는 둔화될 수밖에 없다. 외산 브랜드의 진입은 제품 다양성과 가격 경쟁을 자극하고 시장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상승 여파로 플래그십 스마트폰 가격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외산폰 브랜드의 중저가 전략은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된다. 외산폰의 도전이 당장 삼성-애플 중심의 시장 판도를 뒤흔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이들의 존재는 굳어진 시장에 균열을 내는 중요한 변수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이 '무덤'이 아닌 '경쟁의 장'으로 남기 위해서라도 외산폰의 도전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발전공기업 통폐합, 최악의 기후 악당 낳을라

발전공기업 통폐합 논의에서 간과되는 게 있다. 통폐합이 자칫 최악의 기후 악당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발전공기업은 통합과 동시에 기후위기 시대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현재 통폐합 논의는 한국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 등 5개 발전공기업을 하나로 통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들 5개사는 모두 온실가스 배출 상위 10위권에 포함된다. 국내 석탄발전 설비를 대부분 보유하고, 일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까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 연구팀이 분석한 '온실가스 100만 톤 클럽의 성적표'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 7106만 톤으로 배출량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발전 5사를 합치면 배출량이 포스코의 약 1.95배인 1억3950만 톤이나 된다. 통폐합이 기후 악당을 낳게 되는 셈이다. 발전공기업은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꽤 감축해왔지만 2040년 석탄발전 폐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탄소중립법에 따라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0'을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2040년 석탄발전 폐지는 통합 발전공기업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그만큼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확보해야 한다.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통합 발전공기업 내 일자리 전환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 없이는 어렵다. 그러나 석탄발전을 대체할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합 발전공기업이 확보한다는 보장은 없다. 태양광은 이미 소규모 발전사업자가 다수 진입해 있고, 풍력 역시 해외 개발사들이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5개 발전공기업이 올해 업무보고에서 제시한 재생에너지 사업을 모두 합치면 약 16기가와트(GW) 수준이다. 이는 발전공기업이 보유한 석탄발전 설비 용량(약 36GW)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는 특성상, 석탄발전에 비해 가동률이 각각 4분의 1,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실제로 석탄을 대체하려면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통합 발전공기업은 생존을 위해 민간과 치열한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동시에 석탄발전 노동자의 일자리 전환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배출량이 많다는 것은 곧 배출권 수요가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향후 배출권 가격이 상승할 경우, 통합 발전공기업이 가장 큰 부담을 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발전공기업 통합 방안을 다음 달 중간 발표할 예정이다. 통합 논의는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발전공기업의 생존 전략과 발전분야에서 공공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소비자 신뢰 갉아먹는 테슬라의 ‘가격 상술’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불리던 테슬라가 국내 소비자 신뢰도를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 잦은 가격 인상과 오락가락하는 정책을 되풀이하면서 '혁신기업'이라는 이미지보다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테슬라는 일부 모델 가격을 기습인상했다. 지난 10일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와 모델3 등의 가격을 400만~500만원가량 올렸다. 특히 모델Y 롱레인지(YL)는 사전예약을 진행한 지 일주일만인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가격 인상을 공개해 소비자에게 혼란을 안겼다. 앞서 올해 초에 주요 모델 가격을 300만원에서 최대 940만원까지 인하하는 등 가격 정책의 변동성을 스스로 키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가격 조정 자체보다 그 방식이다. 인상 시점과 기준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기습적으로 가격이 바뀌는 일이 반복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확산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가 순식간에 '더 비싸게 산 사람', 또는 '더 싸게 산 사람'이 돼 버리는 상황이 국내에선 더이상 낯설지 않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지금 구매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기본적인 판단조차 어려워진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고가 소비재다. 구매 결정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가격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는 필수 요소다. 그러나 테슬라는 이러한 기본을 무시하고 있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테슬라의 가격 정책이 단순한 시장 대응을 넘어 소비자를 '실험 대상'처럼 대하는 인상을 준다는 점이다. 수요에 따라 가격을 유연하게 조정한다는 명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감내해야 할 불확실성은 과도한 수준이다. 특히 국내 소비자들의 불만 체감이 증폭되고 있다. 보조금 정책, 환율, 물류비 등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가격 변동까지 예측하기 어려워지며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탓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테슬라식 가격 전략'으로 평가한다. 온라인 판매 중심 구조와 직영 시스템을 기반으로 가격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테슬라 전략이 모든 시장에서 통용되는 것은 아니다. 가격 안정성과 중고차 가치까지 중요하게 고려하는 국내 소비자 특성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다. 브랜드 신뢰는 하루 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반복되는 작은 불신이 쌓이면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흔들릴 수 있다. 지금 테슬라가 놓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가격이 아니라 '신뢰'일지도 모른다. 전기차 시장은 이미 선택지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기술 격차 역시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가르는 것은 가격과 신뢰, 그리고 전반적인 소비 경험이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기업의 자유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 부담은 결국 기업이 떠안게 될 것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기자의 눈] 게임이 OTT를 이기려면

'나이키의 경쟁자는 닌텐도'라는 말이 한때 세간에 회자된 적이 있다. 마케팅의 고전처럼 여겨지는 이 말은 1990년대 말 나이키 성장 둔화를 분석하면서 나온 내용이다.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 운동시간이 줄었고,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이키 운동화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넷마블몬스터의 김건 대표는 '몬길: STAR DIVE' 출시를 앞두고 열린 인터뷰 자리에서 이와 비슷한 말을 꺼냈다. 김 대표는 “특정 게임과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게임 이용자의 시간을 두고 다른 많은 미디어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발언에는 수년째 줄어들고 있는 게임 이용률에서 비롯된 위기 의식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게임이용률은 50.2%로, 지난 2022년 정점(74.4%)을 찍은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국민 여가의 상당부분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영상 콘텐츠가 대체한데 따른 결과로 풀이됐다. 빅 블러(Big Blur)의 시대가 온 것이다. 기존에 분명히 구분되던 경계는 흐릿해지고 경쟁자의 구분도 사라졌다. 이런 시대에 게임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이키가 닌텐도를 경쟁자로 보았듯, 게임도 유튜브와 넷플릭스, 틱톡을 경쟁자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최근 게임사들은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열광하고 있다. 게임 개발과 운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다만, 아직까지 게임업계는 생성형AI를 정식으로 도입하진 못한 상황이다. 김장영 NC AI 팀장은 최근 '2026 월드IT쇼'에서 열린 '글로벌 ICT 전망 컨퍼런스'에서 “본사에서 만드는 게임의 개발단에서는 아직까지 AI로 3D를 생성해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피드백을 주고 있다"며 “각종 기술적 문제들부터 자유도가 낮은 워크플로우, 파트너십과 보안 이슈까지 제작 효율화를 가로막는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생성형 AI가 아직 게임 개발현장에 깊숙이 뿌리내리지 못한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당장 선택할 수 있는 해법은 결국 '시간 점유율'을 높이는 데 있다. “이용자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고민했다"는 김건 대표의 전략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게임의 경쟁력은 기술 그 자체보다 '경험의 확장'에 달렸다. 생성형 AI 역시 개발 효율을 높이는 도구를 넘어 이용자 경험을 어떻게 확장시킬 수 있는지 고민할 때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삼성전자 성과급 ‘투자와 보상의 균형’ 필요하다

삼성전자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원 3만명 이상이 23일 평택캠퍼스에 집결해 결의대회를 열었다. 성과급 상한을 없애고 영업이익의 15%를 지급하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요구안대로라면 40조~50조원가량을 성과급 재원으로 써야 할 정도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압도적이다. 지난해 배당금의 4배, 연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쯤에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어디에, 어떤 기준으로 배분할 것인가에 대해서다. 노조의 논리는 분명하다. '실적이 좋아졌다면 보상도 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비율'이다. 영업이익의 15%를 고정적으로 성과급으로 떼어내는 안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사실상 '이익 배분 공식'에 가깝다. 반도체 업황이 좋을 때는 부작용이 드러나지 않는다. 대신 사이클이 꺾이는 순간 이 체계는 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온다. 더 큰 문제는 시점이다. 지금 삼성전자는 '돈을 나눌 때'가 아니라 '돈을 써야 할 때'에 가깝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파운드리, 인공지능(AI) 반도체 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상황에서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업계에서는 지금을 '골든타임'으로 본다. 이 시기를 놓치면 경쟁 주도권을 되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노조가 요구한 40조~50조원은 글로벌 AI 기업 하나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다. 이 돈이 직원 보상으로 쓰이느냐 아니면 미래 투자로 쓰이느냐에 따라 삼성전자의 5년 뒤 위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노조는 성과급을 비율로 고정하려 하고, 회사는 재량으로 관리하려 한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성과급 규모가 얼마가 되든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는 수밖에 없다. 성과급을 둘러싼 '총액' 논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성과와 연동하되 변동성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와 보상의 균형을 제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삼성전자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보상이냐, 더 많은 투자냐의 선택이 아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가능하게 만드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성과급 논란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라 신호다. 그 신호가 잘못 설계되면 기업은 미래 대신 현재를 선택하게 된다. 판단 착오에 따른 대가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에너지안보 = 재생에너지’라는 함정

최근 중동 정세 불안이 확대되면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는 수입 연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 안보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통제할 수 없는 자원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며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과연 에너지 안보는 '발전원'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문제일까. 재생에너지는 연료를 수입하지 않는 대신, 설비와 소재를 글로벌 공급망에 의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에너지저장장치에는 희토류와 리튬 등 핵심 광물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이들 자원의 가공과 정제는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즉, 연료 의존도가 줄어드는 대신 설비와 소재 측면에서 또 다른 형태의 의존이 발생하는 구조다. 이번 이란 사태처럼 주요 해상 물류 경로가 흔들릴 경우, 원유뿐 아니라 이러한 부품과 소재의 수급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력 시스템 운영 측면에서도 고민은 이어진다. 재생에너지는 기상 조건에 따라 발전량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전원이 필요하다. 실제로는 원전이나 LNG 발전, 혹은 에너지저장장치가 함께 운영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과 설비 투자 역시 에너지 정책을 논의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다. 송전망 문제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재생에너지는 입지 특성상 발전지와 수요지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발전 설비 확대와 동시에 송전망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생산된 전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 나타난 송전 제약 사례는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해 보면, 에너지 안보는 단순히 “어떤 에너지원이 더 안전한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연료, 설비, 공급망, 계통, 비용이 모두 얽힌 복합적인 구조 속에서 균형을 찾는 과정에 가깝다. 재생에너지는 분명 중요한 축이다. 다만 그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전의 안정성, LNG의 유연성, 재생에너지의 환경성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에너지 정책은 특정 방향을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이 큰 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나누는 작업에 가깝다. 이번 이란 사태는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기자의 눈] K-패션 키운 무신사, 어디까지 진화할까

최근 기자가 주변에 가장 많이 한 말을 생각해보니 “무신사에서 샀어"와 “무신사에 팔던데"였다. 무신사로 시작해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패션과 뷰티를 아우르는 모든 트렌드를 무신사를 통해 향유하고 있다. 무신사에서 한 번도 구매를 하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구매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과연 무신사는 어디까지 뻗어나갈까. 무신사의 출발점을 보면 지금의 매머드급 기업으로 성장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2001년 창업자 조만호 대표가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로 시작해 스니커즈 마니아를 위한 놀이터의 성격이 강했다. 이후 2009년 온라인 스토어 무신사를 론칭하고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는 스니커즈를 기본으로 옷, 화장품, 디지털·생활용품, 키즈, 명품(부티크) 등 거의 모든 카테고리를 다루고 있다. '없는 거 빼고 다 있다'는 표현에 많은 사람들이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무신사는 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를 등에 업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2024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를 돌파했고, 작년에는 영업이익이 2년 연속 1000억원을 넘는 실적을 냈다. 국내를 넘어 해외 MZ세대에서도 트렌드의 성지로 여겨져 오프라인 매장이 위치한 서울 성수, 강남, 홍대, 명동 주변에서 무신사 쇼핑백을 든 외국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기자의 일본인 지인도 “오프라인으로 무신사를 즐기고 싶다"며 무신사 매장을 서울 관광코스 1순위로 꼽는다. 무신사의 역량은 유통 플랫폼을 넘어 패션산업 성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부분이 가장 놀라운 점이다.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생태계를 구축해 이들이 유명 브랜드와 경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무신사를 연결고리로 한국 패션산업의 수준이 오르고 K-트렌드가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무신사가 한국 패션산업과 K-트렌드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이어가려면 입점 브랜드의 이탈과 경쟁 플랫폼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차별화 전략은 물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물류·마케팅 비용 효율화 및 성장·수익성 균형 전략도 필요하다. 한국 패션산업의 성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신사가 올해에는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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