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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에너지전환 정책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산업부가 올해 1분기까지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 전환 로드맵에는 발전 5사의 재편 방향은 물론 기존 석탄발전 인프라 활용계획,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지역경제와 일자리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발전소 소재 지자체와 관계부처도 이 로드맵 수립에 참여할 계획이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과정에서 발전 5사 석탄화력의 75%를 폐지하고 LNG와 양수 등 대체 발전설비를 건설하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함께 수소 및 암모니아 등 무탄소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조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전환 정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겠지만 석탄발전 폐지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지자체와 지역 국회의원들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 발표된 국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의 석탄발전 폐지가 현실화된다면 실업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근로자와 주민이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되어 소비 위축, 재정여건 악화 등 지역경제가 침체된다는 분석을 내어 놓았다. 그런데 정부의 에너지전환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정책적' 차원으로 수행되는 것이지만 '법적'으로 간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발전 5사와 한전 그리고 그 주주의 이해이다. 발전 5사의 석탄발전 설비는 사실상 발전 5사 수입의 주원천이다. 전력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으로 민간을 포함한 석탄발전의 거래금액은 25조 원을 넘는다. 민간 석탄발전은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발전 5사 수입의 상당 부분이 석탄발전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엄청난 수익의 원천인 석탄발전을 에너지전환 정책이란 명목으로 보상도 하지 않고 폐지할 수는 없다. 공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따져 보면 허점이 많다. 주지하다시피 한전은 상장회사이다. 그리고 한전은 발전 5사의 지분을 100% 갖고 있다. 따라서 한전의 주주는 한전 및 발전 5사 자산의 주인이다. 한전의 주주에는 정부도 있지만 일반 민간 주주도 있고, 여기에는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의 노후자금을 맡은 국민연금도 주주이다. 그런데 한전과 발전 5사의 손해는 말할 것도 없고 민간 주주, 외국인, 국민연금 등의 손해에 대해서 아무런 보상도 하지 않고 에너지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석탄발전을 폐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독일 정부는 원전 폐쇄를 보상하기 위해 25억 유로(약 3조 8천억 원)를 보상하기로 합의하였다. 또한 2020년에 독일 의회는 '석탄발전 조기 폐쇄법'을 통과시켰고 이를 유럽연합 위원회가 2023년 승인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독일 전력회사 RWE가 26억 유로(약 3조 9천억 원)를 보상받는 등 총 43억 유로(6조4천5백억 원)가 석탄발전 폐지에 대한 보상으로 지불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는 1990년대에 시행된 전력산업 경쟁체제의 도입을 위해 기존 발전설비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즉, 원가보상 규제대상인 기존 발전설비가 경쟁시장의 도입에 따라 회수할 수 없게 된 좌초비용(Stranded Costs)을 보상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에너지산업은 엄청난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사업인데 정부의 정책변화에 따라 수익성이 그때그때 바뀌게 될 때 정부가 이를 나 몰라라 하면 이미 건설한 에너지설비의 주인이 입게 될 손해는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수시로 변하는 정책에 따라 정부의 신뢰성이 무너진다면 누구도 에너지설비를 책임지고 건설하거나 자금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밸류업(Value-Up)'이란 기치로 상장회사가 주주들의 이익을 적극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상장된 공기업 주주의 이해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장 대기업에 대해서만 주주 이익을 보호하겠다고 하면 누가 이런 '밸류업' 정책을 신뢰하겠는가? 에너지전환 정책과 보상은 별개의 문제다. 조성봉

[EE칼럼]프레임 씌우기

광고와 홍보 등의 영역에서 사용되던 '프레임'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용어가 되었다. 우리가 화랑에서 유화를 감상한다면 액자가 중요한가 아니면 그림 자체가 중요한가? 당연히 그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액자에 주목하도록 하는 것이 프레임 전쟁이다. 2017년 탈원전 정책의 선언되었을 때, 신고리5·6호기와 신한울3·4호기의 건설을 중지시켰다. 각각 30%와 10% 정도의 건설이 진행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국민적 반발이 일어나자 신고리5·6호기 건설재개 여부에 대해서 공론화에 붙였다. 이때 건설중단을 주장하는 측이 제시한 프레임이 '밀집'이었다. 고리부지의 4개호기과 신고리부지의 6개호기를 합치면 고리에 10기의 원전이 서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세계 최고의 밀집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리와 신고리는 '고리'라는 단어만 같이 쓸 뿐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항공사진으로 보면 3-4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그 사이에 작은 구릉과 도랑도 지나간다. 그런데 '밀집'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지고 나자 아무도 실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그야말로 '밀집'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2023년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커졌을 때,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염수를 처리하고 희석하여 배출기준치 이하 농도의 처리수를 만들고 이를 방류하는 것이었다.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가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었지만 반대하는 사람들은 '오염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를 고집하였다. 이 단어가 더 친숙하고 널리 사용됨으로써 오해가 확산되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해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0여년간 전력수급계획을 수립하면서 처음으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하였다. 초안을 공개하고 이를 국회에 보고하고 공청회에서 논의하였던 것인데 그 이전 단계로 실무안이 공개된 것이다. 공개해놓고 분위기를 봐서 조정을 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야권은 '원전비중이 너무 많다.'는 프레임을 걸었다. 산업부는 신규원전 건설을 1기 줄이고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 태양광 발전을 그 2배정도 늘리는 조정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은 프레임의 마법에 걸려서 신규원전 건설이 당초에 얼마였고 재생에너지 건설이 얼마였는지 보는 대신에 '원전비중이 많다'는 것을 그대로 믿는 듯하다. 제11차 전력수급계획 실무안에서 신규원전 건설은 4.9 기가와트(GW)였다. 대형 원전 3기와 SMR 1세트인 셈이다. 재생에너지는 72GW를 건설하는 계획이다. 재생에너지가 14배 많다. 기존에 건설된 것을 포함하여 보아도 마찬가지다. 2038년 설비비중이 원전이 36.6GW, 재생에너지가 119.5GW가 되는 것에 원전비중이 높은가? 비중이 높거나 낮다는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신규발전의 양 또는 설비용량 어느 쪽으로 보다도 원전비중이 높다는 판단을 하기 어렵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전력공급의 원칙 가운데 무엇을 가장 중시할 것인가이다. 전력공급의 안정성, 가격, 이산화탄소 배출저감. 이 세가지 원칙 가운데 어떤 것이 얼마나 우선이고 또 다른 원칙을 어떻게 잘 섞어서 최적안을 만들어내는가 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이산화탄소 배출저감도 원칙이 아닌 듯하다. 원전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기 떄문이다. 그 자리에 재생에너지보급이라는 프레임이 걸린 것이다. RE100이나 여러 가지 환경관련 지표는 같은 오류를 보이고 있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RE100의 뜻은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자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재생에너지를 보급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이산화탄소배출저감의 프레임이 씌워진 것이다. 전체에너지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따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무탄소전원의 비중을 따지는 것이 맞다. 현재 수준의 재생에너지 보급으로도 한전의 적자가 늘어나고 있고 전기요금은 치솟고 있다. 최근 현대제철은 전기요금떄문에 미국으로 이전을 발표한 바 있다. 원전 10기분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삼성전자, 7기분의 전기를 필요로 하는 SK하이닉스 등은 전기요금이 2배로 뛰었다. 흑자를 보기 어려운 구조로 가는 것이다. 전력공급의 다른 원칙인 안정적 공급과 가격은 완벽히 무시되고 있는 듯하다. 당초안인 재생에너지 72GW도 제대로 건설할 수 없을 것이고 전력공급의 차질을 예상하던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그런데 프레임씌우기를 잘하는 비전문가가 압도하는 듯하다. 정범진

[EE칼럼] 인공지능(AI)으로 펼쳐질 재생에너지 산업의 미래

2022년 말 오픈AI는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를 출시했다. 그 이후 생물종이 폭발적으로 나타났던 캄브리아기에 빗대어, 인공지능의 캄브리아기라고 부르는 시대가 도래했다. 챗GPT의 '챗'은 대화형이라는 말이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아니라, 사람끼리 이야기하듯 자연스럽게 입력하면 된다. GPT의 'G'는 '생성한다'는 뜻이다. 글, 그림, 동영상과 같은 것을 만드는 인공지능이라는 말이다. 'P'는 '사전 학습한'이란 뜻이다. 챗GPT는 3천억 개의 단어와 5조 개의 문서를 학습했다. 인간이 만든 거의 모든 문서를 다 봤다고 할 수 있는 양이다. 'T'는 트랜스포머의 약자이다. 주어진 문장을 보고 다음에 어떤 단어가 올지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이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프리 힌튼 교수는 2006년에 딥러닝 논문을 발표하여 인공지능의 선구자가 되었다. 2024년 이 연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물리학 연구가 아닌 인공지능에 관한 연구로 컴퓨터 과학자가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첫 사례이다. 인공지능의 암흑기라 부르는 1980년대부터 캐나다 정부가 인공지능 연구에 투자한 결과물이다. 현재 캐나다는 전 세계에서 인공지능 연구자와 빅테크 기업들이 모여드는 인공지능의 메카가 되었다. 사람의 두뇌는 불과 20W의 전력만을 사용한다. 챗GPT의 학습에 사용한 엔비디아의 A100이라는 GPU는 1초에 312조 번의 연산을 할 수 있다. A100의 소비전력은 모델에 따라 300~400W이다. 챗GPT는 이런 A100을 1만 개나 사용했다. 인공지능이 확산되면 필연적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센터가 가장 많은 미국을 보면, 2022년 데이터센터가 전력 수요의 약 4%를 차지했다. 2026년에는 6%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전력망 현대화와 무탄소 전력 확보가 새로운 도전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의 확산은 에너지산업에 숙제거리와 더불어, 성장의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는 다양하고 많은 설비가 전국적으로 산재되어 있고, 데이터의 양이 많아, 인공지능 활용으로 새로운 성장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재생에너지의 신뢰성을 높이고 기상 조건에 따른 영향을 줄여준다.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풍력, 태양광과 같은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해 날씨 예측, 과거 발전량 데이터, 실시간 상태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발전량을 예측하여 전력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면 재생에너지 설비가 고장나거나 유지관리가 필요한 시기를 예측할 수 있다. 머신러닝을 통해 사용 통계, 날씨 데이터, 과거 유지관리 기록과 같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잠재적 고장을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동중지 시간을 최소화하고 수리 비용을 줄이며 재생에너지 설비의 전반적인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가 늘어날수록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 그리드, 수요반응(DR)과 같은 기술의 사용이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는 에너지저장 기술을 통해 변동성을 보완하는데, 인공지능은 수요, 공급, 가격, 전력망 상태 등을 고려하여 최적의 저장 시기, 방전 시기, 방전량을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마트 그리드와 수요반응을 통해 소비자는 자신의 에너지 소비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과거와 실시간 데이터를 사용하여 소비 패턴을 예측할 수 있어 발전사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인공지능은 전력 수요가 많은 시기에 가장 필요한 곳으로 전력이 향하도록 하여 정전 위험을 방지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그리드는 전력망의 오류나 중단을 감지할 수도 있다. 문제의 정확한 위치를 찾아내어 전력을 다른 경로로 연결함으로써 서비스의 중단을 최소화하고 가동중단 시간을 줄여 전력망의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다. 수요반응은 상업시설, 산업체와 같은 소비자들의 전력 사용량을 전력망 운영자 또는 에너지 공급자의 신호에 따라 조정한다. 인공지능은 수요 변동을 예측하고 관리함으로써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도울 수 있다. 재생에너지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한 출력제한, 전력망 확충 등의 난관을 극복해야 한다. 변동성이라는 특징을 가진 태양광,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확대로 발생하는 문제를 인공지능 기반의 예측 및 최적화로 해결할 수 있다. 인공지능은 향후 5~10년 안에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이로 인해 펼쳐질 재생에너지의 미래가 기대된다. 박성우

[EE칼럼]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 )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다사 다난했던 2024년을 뒤로 하고 어김없이 또 한해가 왔다. 경제면에서는 우울한 출발이기도 하다. 미국만 제외하고 모든 국가가 경제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금리, 고환율, 그리고 고물가로 흔히 이야기하는 3고(高) 현상이 있다. 한국은행이나 세계은행이 전망하는 한국 경제성장 전망은 밝지 않다. 1% 정도의 저성장을 전망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루속히 모든 것이 안정화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고 환율로 인해서 유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당연한 결과다. 가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에너지 전환의 일환으로 신재생 에너지와 가스 산업이 많은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가스 연관 기업들은 탄소중립 전략으로 석유, 석탄을 도시가스로 우선 전환하고 이후에 수소·바이오가스·합성가스 등을 기존 배관망에 혼입해 온실가스를 줄이려고 한다. 유럽의 천연가스 수송망 운영자들은 '2040 유럽 수소 배관망 구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2040년까지 3만 9,650km에 달하는 천연가스 배관망의 수소배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북유럽은 북해 풍력발전을 그린수소 생산에 이용한 후 천연가스 배관망에 혼입하려고 한다, 영국은 2032년까지 천연가스 네트워크의 100% 수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수소의 모든 단계를 고려하면서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H21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2030년까지 기존 배관을 활용해 수소를 공급하는 세계 최초의 수소 도시 'Leeds City Gate Project'를 건설중이며 모든 가스 이용기기를 수소기기로 전환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 전체에 수소와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Harumi Flag 프로젝트'를 추진중인데 18헥타르에 달하는 수소 생산기지, 수소 배관, 수소 연료전지 기반의 수소에너지 인프라와 수소 스마트 타운을 구축하려고 한다. 미국에서 두번째로 큰 가스 유틸리티 회사인 SoCal Gas는 수소, 바이오 메탄을 2030년까지 20% 증대하고 메탄 배출은 40% 감축하면서 수소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고자 한다. 'ASPIRE 2045'를 통해 2045년까지 운영 및 에너지 공급에서 Net Zero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호주 AGL사는 수소, 바이오 메탄, 탄소중립 LNG, E-메탄 등 4가지 감축 방안을 고려중이다. 미국 가스연맹은 환경청 주도의 Methane Challenge program에 참여하고 있으며 “Natural Gas STAR program"에 37개 가스회사가 참가하고 있다. 일본 도시가스 회사들은 2050년까지 90%의 e-methane 사용하려고 한다. 정부와 민간 공동 추진단 으로 된 민관 추진 협의회(e-NG 연합)를 구성하였다. 여기에는 미쓰비시, 도쿄가스, 오사카가스, 도호가스, 프랑스 엔지, 토탈 에너지스, 미국 셈프라, 벨기에 테스(TES, Tree Energy Solutions) 등 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한국 가스공사의 경우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생산과 공급과정에서 탈루 배출 계수를 개발하고 LNG 기화 시스템의 시스템 개선과 연료가스를 전기 또는 바이오 메탄으로 대체하고, 미활용 에너지 재활용을 통하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고자 한다. 그 결과 2018년 1,051 tCO2 에서 2020년에는 856 tCO2를 저감하는 성과를 가졌다. 신재생 에너지 사용비율을 2020년 0.3%에서 2030년 5%로 상향하고 2025년까지 전 사옥을 RE100으로 하려고 한다. 그린수소에 기반한 연료전지. 냉압발전, 감압 발전 등을 시행하여 100% 자가발전이 되도록 하는 계획이다. GS에너지는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LNG 도입을 미국 셸사로부터 구매하였으며 포스코는 독일 RWE사로부터 약 3만5000톤 이산화탄소 상쇄 탄소중립 LNG 1카고(6만 4,000톤)를 구매하였다. SK E&S도 연간 300만t 이상 LNG 직수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호주 바로사-깔디따 가스전에 고효율 설비와 CCUS 기술을 적용해 저탄소 LNG를 생산할 계획이다. 결론적으로 가스산업의 미래는 아주 맑음이다. 그러나 예보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맞는 것은 아닐 수 있다. 만약을 대비하여 다양한 계획도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한국은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임하고 있는가? 혼란과 불안이 많은 시기에 정신 똑 바로 차려햐 한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이다.

[EE칼럼] CES 2025가 제시한 기후변화 대응의 새로운 방향

임은정 공주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2024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운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정치적 위기가 복합적으로 발생한 탓이기도 하지만, 파리협정에서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보다 1.5℃ 이내로 제한하고자 했던 목표가 처음으로 무너진 해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4년 지구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1.6℃ 높아졌으며, 2023년 보다 0.1℃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가장 뜨거운 한 해였던 2024년,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 기조가 약화되면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기도 했다. 미국 및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적도원칙'이나 '기후행동 100+'같은 글로벌 기후 이니셔티브에서 탈퇴하고,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은 ESG 펀드 출시를 축소하거나 기존 펀드명에서 ESG 또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이라는 단어를 삭제하는 등, 금융권의 기후변화 대응 추진력이 약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에 더해 기후변화에 대해 회의적이며 화석연료 사용을 옹호하는 도날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노력이 더욱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커져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이전 임기 동안에도 파리협정에서 탈퇴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협력을 약화시킨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Consumer Electronic Show) 2025는 녹색 기술과 지속가능성이 미래 기술 및 경제 패러다임에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임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는 특히 인공지능(AI)이 사물인터넷(IoT)과 재생에너지와 접목된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예를 들어, 에코플로(EcoFlow)의 AI 기반 홈 에너지 관리 시스템인 '오아시스(Oasis)'는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저장 기술을 실시간으로 최적화하여 재생에너지의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이는 기술적 혁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가정과 지역 사회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기술은 한국의 삼성전자에서도 선보였다. 삼성의 '스마트싱스(SmartThings)' 에너지 플랫폼은 가전제품의 에너지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AI 기반으로 사용 패턴을 분석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번 CES 2025에서는 삼성전자의 기술이 주택뿐만 아니라 차량이나 선박, 매장이나 오피스 같은 비즈니스 공간에까지 확장되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AI가 전기 에너지 소비 패턴을 분석해 전기 요금 절감이 가능한 것을 시연하였다. LG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LG ThinQ)' 역시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하고 최적화하며, 개인화된 에너지 절감 솔루션을 제공한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출범과 글로벌 금융 시장의 탈ESG 흐름은 녹색 기술의 확산에 단기적인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CES 2025에서 보인 새로운 기술들은 결국 녹색 기술이 단순히 환경적 가치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효율성과 새로운 시장 창출의 잠재력을 제공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예로서 존 디어(John Deere)의 자율 주행 트랙터는 화학 비료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 기술이 미래 식량 안보 문제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CES 2025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글로벌 노력이 일시적으로 약화될 지라도 녹색 기술이 미래 경제와 사회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는 흐름은 되돌릴 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건넸다. 결국 AI, IoT, 재생에너지와 같은 기술들이 서로 융합되며 미래 경제를 정의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CES 2025를 통해 우리의 미래상에 대한 명확한 지표를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향후에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그 방향성을 지속적으로 적극 추구해 가야 할 것이다. 임은정

[EE칼럼] 국가 에너지자원 독립을 위한 필요조건

한 국가와 사회의 지속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와 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국은 국토가 협소하고 보유한 천연자원이 없는 대표적인 자원 빈국이지만 산업발달에 따른 경제 규모가 커져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결국, 국가 산업과 국민 경제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에너지자원 공급망 구축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문제는 어떻게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공급망을 구축할 것인가이다. 국내 부존자원이 없는 국가 입장에서는 유일한 방법이 해외에서 에너지자원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이다. 단기적으로는 해외로부터 안정적인 도입망을 구축하여 도입과 비축을 충분히 하고 장기적으로는 자원이 풍부한 자원부국과 협력하여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자원확보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미 우리도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자원안보특별법을 제정하여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으니 이제야 겨우 자원공급망 구축을 위한 시스템을 갖춘 형국이다. 시작이 반이니 고무적인 일일 수도 있으나 문제는 실질적인 실행력에 있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실행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우리는 주변에서 아무리 좋은 법과 규정이 있어도 잘 지켜지지도 않고 오히려 법의 취지에 어긋나게 악용되는 사례를 종종 목도하고 있다. 법은 멀고 남의 이야기라는 냉소주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법의 취지에 맞게 실행이 가능할까? 올바른 방향을 정하고 이에 맞는 장기적 계획을 수립한 후 이를 뒷받침할 예산 확보가 따라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실행 주체가 실력과 의지를 갖고 지속적인 추진이 가능해야 성공할 수 있다. 즉, 마련된 시스템과 실행할 사람이 동시에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따로 제도 따로 노는 따로국밥이 되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가까이는 지난해 12월에 시작된 동해 심해 탐사시추를 두고도 엇박자가 나고 있다. 동해에 가스전 부존이 확인되어 생산을 하기 위해 탐사시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스부존을 확인하기 위해서 탐사시추를 하는 것이다. 기술적인 평가를 통해 첫 번째 시추공에서 가스를 발견할 확률이 20%로 평가되었으니 80%는 가스 발견에 실패한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사항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야기 하니 정치적 이슈로 부상하게 되었고 결국 야당에서는 시추예산을 전액 삭감하였다. 급기야는 1000억 원이 넘는 시추 비용을 자본잠식에 빠진 석유공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하여 추진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석유공사의 재정 상태가 양호했다면 정부의 지원 없이 공사의 자체 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자원탐사의 높은 불확실성과 낮은 성공률, 국내 자원개발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정부의 지원으로 시추가 이루어지는 것이 맞다. 일각에서는 네 돈이면 20%의 확률을 보고 그렇게 많은 돈이 들어가는 탐사시추를 할 것이냐고 묻는다. 자원개발은 높은 불확실성, 낮은 성공률, 대규모 투자, 장기적 사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개인이 투자하기 어렵다. 전세계적으로 자원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의 대부분은 메이저 회사이거나 국영기업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서 자원개발이 성공하려면 정치로부터 분리와 독립이 필요하다. 독립적인 시스템 기반 위에 장기적으로 꾸준히 추진할 수 있는 자금과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권의 교체에 따라 실패는 반복될 것이다. 미리 준비하고 치밀하게 계획하고 차근차근 추진하자. 성공적인 에너지자원 독립을 위해서는 시스템, 기술, 자본의 삼위일체와 정부, 국회, 국민 의지의 삼위일체가 필요하다. 이중 어느 하나라도 엇박자가 나면 국가 차원의 에너지자원 안보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모두의 일은 누구의 일도 아닌 것이 되어가기 쉬운 에너지자원 공급망, 독립된 예산과 계획 없이는 시작도 하지 마라. 국가 에너지자원 독립운동을 위해서는 철저하고 치밀한 준비성, 계획성, 지속적 실행력, 전문성, 도전정신이 필요하다. 신현돈

[EE칼럼] 위기 속 기회, 캐나다산 원유 수출이 주는 함의?

작년 11월 29일, 캐나다 트뤼도 총리가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야간에 깜짝 방문하여 트럼프 당선자와 회담을 가진 것이 세간에 화제가 되었다. 주로 양국 간 무역협력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무래도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맞서 캐나다와의 경제적 협력의 필요성을 설득함으로써, 특히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과 동시에 캐나다산 원유 등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을 철회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회담 직후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어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외교상 결례 섞인 농담까지 감수해야 할 정도로 캐나다 입장에서는 절박함이 엿보였다. 사실 청정한 국가 이미지와는 걸맞지 않게 캐나다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의 산유국이다. 2023년 기준 하루 평균 원유 생산량은 577만 배럴, 이중 80%가 주로 중서부 앨버타 주에서 생산된 오일샌드(oil sand)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중질유다. 이런 캐나다산 원유의 주 고객은 미국, 특히 중서부나 걸프 만 인근 정유공장들이다. 하루 평균 400만 배럴, 전체 캐나다 원유 수출의 97%에 해당할 정도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그만큼 25%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시장에서 캐나다 산 원유의 가격경쟁력이 상실, 오일샌드 주산지인 앨버타 주를 넘어 캐나다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궁하면 통한다는 속담처럼 대안적인 수출 가능성이 관심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사실 캐나다산 원유가 미국 수출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된 배경에는 국경을 접하고 있는 미국이 경제 규모 측면에서 압도적인 소비처라는 점도 주요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다른 대안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캐나다산 원유의 주산지는 중서부 내륙인데, 만일 유럽 등 대서양 연안국으로 직접 수출하려면 캐나다 동부 연안까지 대륙을 가로지르는 장거리 송유관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없다. 건설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2017년 환경 규제와 지역 반대 등에 막혀 취소 바 있었다. 좀 더 거리가 짧은 태평양 연안을 통한 수출을 위한 송유관 건설도 험준한 로키 산맥과 원주민 보호구역 통과 어려움, 거친 환경단체의 반대 등에 부딪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5월, 결국 Trans Mountain 확장 (TMX) 송유관이 개통되었다. TMX 송유관은 340억 캐나다 달러(미화 약 250억 달러)를 들여 앨버타 주에서 브리티시컬럼비아 주까지 약 1,150km를 연결, 수송 용량 하루 평균 89만 배럴로, 2012년 처음 제안되어, 다양한 환경적, 법적 도전 속에서 약 12년의 시간이 걸려 완공되었다. TMX 송유관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캐나다 입장에서 미국 이외 아시아․태평양 시장으로 수출처를 그 나마 좀 더 다변화할 수 있기 때문. 특히 25% 관세 부과가 현실화 될 경우, 받을 수밖에 없는 타격을 일부 저감시켜 줄 수 완충 수단될 수 있다. 단지 캐나다에게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캐니다산 원유가 대량으로 풀린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 동안 다른 곳으로 수출길이 막혀있다 보니 캐나다산 원유는 미국산 원유보다 저렴하여 캐나다산 대표 원유인 Western Canadian Select(WCS) 가격이 미국 대표 WTI 가격보다 항상 낮게 형성되었으며, 더욱이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애용하는 중동산 원유 대표 두바이산 원유 가격보다도 대략 배럴 당 15달러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로 인해 TMX 송유관 개통 이후에도 하루 80% 이상의 가동률을 보이며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시장으로 해상 운송 수출이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만일 25% 관세 부과될 경우 이러한 추세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는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직접적으로 TMX 송유관을 통해 저렴한 캐나다산 원유를 수입하여 원유 수입대금을 절감할 수 있겠지만, 직접 수입하지 않더라도 사우디 증산 완화와 맞물리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국제 유가 하락에 일정정도 일조할 수 있다. 그 만큼 우리에게 좋은 기회다. 2025년은 분명 국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미증유의 격랑기다. 하지만 새옹지마의 고사처럼 오히려 예상 밖의 기회가 열릴 수 있는 전기가 될 수도 있음도 유념하자. 김재경

[EE칼럼] 위험이 있는 곳에 규제가 있어야 ...과학적 원자력 규제 체계가 시급하다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요즘 미국도 대통령이 바뀌는 시기가 되니 부동산 규제를 이렇게 바꾸자, IT기업 규제를 저렇게 바꾼다 하는 뉴스가 자주 보인다. 사람이 사회를 이루어 하는 일에는 언제나 규제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사회가 추구하는 정의와 안전에 해를 끼치는 일을 누군가가 도모한다면 이를 규제하여야만 구성원의 안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매우 강력한 규제가 항상 좋은 것일까? 아무도 새로운 일을 도모하지 않는 사회라면 그저 해 왔던 대로 반복할 뿐이니 특별한 규제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 반대로 규제가 너무나 강력해도 새로운 시도가 일어나지 않는 거세된 사회를 만들어 내게 된다. 강력한 종교적 규제 하에 있던 유럽의 중세시대를 생각해 보면 쉽게 알 수가 있다. 다시 말하자면, 그 사회 내에서 새로운 시도가 벌어지고 발전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발전과 규제는 서로 쌍을 이루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규제를 통해 발전의 방향을 정하고 그 속도를 조절하고 하는 것은 사회 시스템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것은 사회 구성원간에 합의된 약속과 같은 것이다. 문제는 어떤 규제가 어느 정도로 이루어져야 그 사회에 가장 좋은 것인지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원자력 에너지와 관련된 규제가 가장 어려운 경우에 해당한다. 잘 사용하였을 때의 유익이 대단히 커서 우리나라 같은 산업국가의 토대가 되는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저렴하게 공급해 주지만, 안전관리에 실패하게 되면 재난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극단적인 두 지점 사이에서 그야말로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운 문제가 되어 버린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에 이은 전문적 실행규칙 합의도 필요하게 된다. “원자력을 안전하게 이용한다"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을 경우, 얼마만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하며 어떻게 이것을 검증할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것이 전문적인 규제 프레임이다. 원자력안전법 제1장 1조에서 “이 법은 원자력의 연구ㆍ개발ㆍ생산ㆍ이용 등에 따른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여 방사선에 의한 재해의 방지와 공공의 안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정의하고 있어서, 원자력이용에 관한 사회적 합의가 '안전'이라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졌으며, 이 법과 그 하위 법령들이 그 규제의 실행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기존에 건설하고 운영해 오던 원자로형에 대해서는 상세한 규제 지침이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지만, 어떤 상황이 생길지를 모두 미리 정의해 둘 수가 없는 것이니, 기존 원전에 대해서조차 지침서만 가지고 실제 규제를 다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최신형 원전일수록 매우 복잡하면서도 정교하게 고안된 첨단과학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기도 어렵다.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였다고 하자. 그때 방사선에 노출된 것으로 인한 건강 손실 가능성이 그 단층촬영을 해서 정확한 진단을 받음으로써 누리게 되는 유익함을 초과한다면 어떤 의사도 그 촬영을 권하지 않을 것이다. 이 예는 노출되는 방사선량이 명확하고 그 유익과 불익이 명확하여 상대적으로 판단을 내리기 쉬운 경우이다. 원자력발전소의 경우에는 분석이 훨씬 복잡하다. 심각한 사고가 나서는 안된다는 대전제하에서 설계한 플랜트이므로, 처음부터 2중 3중의 안전 방벽을 가지게 설계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의 비상대응 시스템도 마련해 두고 있다. 엄격히 교육된 경험많은 운전팀이 최고 신뢰도의 설비를 가지고 검사에 검사를 거듭하면서 운영을 한다. 얼듯 보기에는 완벽해 보인다. 위험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실로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러한 플랜트의 위험도(리스크)가 과연 어느 정도인지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전문성과 과학적 지식을 집대성하여 리스크를 분석한 후, 위험이 큰 곳에 규제가 집중되어야 한다. 위험이 없는 곳에는 규제를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규정집에 의존한 규제는 그 규정집이 대상으로 삼은 플랜트가 대상으로 삼은 상황에 있을 때에만 유효하다. 특정 상황에만 유효한 규제를 다른 상황에도 적용하려고 하면 당연히 맞지가 않게 되고, 규제의 목적이었던 '안전'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구현하는데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는 위험도에 기반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과학적으로 리스크를 분석하고 이에 대해 수백명의 전문가가 공개적으로 검증하여, 거기서 도출된 위험요소에 대해 위험의 정도에 상응하는 규제 행위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이것이 지금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리스크정보활용 규제 체제이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전문가들 가운데 이 과학적인 체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1994년에 이렇게 하겠다고 선언을 했다. 그런데 왜 아직도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 일이 생길 때마다 누구 탓인지를 색출하여 처벌하는 문화에서는 규제결정자가 규정집을 벗어나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런 상황이면 모든 가능한 경우에 대해 규정집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원자력 규제는 지금 매우 중요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책임추궁 문화와 규정집기반 규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이 프레임을 빨리 버리고 과학과 시스템에 기반한 규제로 옮겨가야 사회적 합의를 뒷받침하는 진정한 규제가 될 것이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EE칼럼] 희망찬 2025년, 전력산업의 발전을 기대한다.

증기기관 발명으로 촉발된 제1차 산업혁명은 석탄 시대를 열었고, 내연기관의 발명과 석유화학 기술의 발전은 석탄에서 석유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3차 산업혁명을 거쳐 사물 인터넷, 클라우드, 빅 데이터, 인공지능 기술 등을 토대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을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는 미래 에너지는 무엇일까?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작년 10월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 보고서를 통해 곧 “전기의 시대(Age of Electricity)"가 도래할 것으로 예견하였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전기 사용량은 전체 에너지 수요 증가 보다 2배나 빠르게 증가하였고, 전기자동차, 에어컨, 인공지능 등의 확산에 따라 2035년까지 현재보다 6배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또한 전 세계 전기 생산량의 절반 이상은 태양광 풍력 등 청정에너지원을 이용해 생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 사람이 사용하는 전력량은 1990년 2,202 kWh에 그쳤던 것이 30년이 지난 2022년에는 10,652 kWh로 급증하였다. 이에 따라 총 발전량은 1990년 118.5 TWh에서 2022년에는 591.8 TWh로 약 5배 증가하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2023 장기에너지전망"에 따르면 2050년에는 총 발전량이 759.4 TWh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특히, 냉방을 위한 전기 수요 증가와 함께 전기차가 기존의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면서 전기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너지신문사가 새해를 맞이하여 ChatGPT에게 한국 전력산업 전망에 대해 물어본 결과가 흥미롭다. “전력시장은 재생가능 에너지의 비중 확대, 스마트 그리드 및 ESS 기술의 발전, 전력 수요의 증가 등으로 인한 큰 변화를 겪을 것이다. 동시에 전력 가격의 변동성 증가와 민간 기업의 시장 참여 확대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전력시장의 디지털화와 효율성 증대가 이뤄지면서 전력 시장의 경쟁과 변화는 지속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전력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5년은 글로벌 경기둔화, 지정학적 갈등 확대,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등으로 더 큰 도전과 변화의 해가 될 것이며, 국내에서는 지역별 차등요금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선정 등 전력생태계 개편이 급물살을 탈게 될 것임"을 강조하였다. 인공지능의 전망과 한국전력사장 메시지의 공통점은 “변화"다. 증가하는 전력 소비를 기존의 화석에너지발전으로부터 무탄소전원으로 전환하여 전력부문의 탈탄소화를 빠르게 진행하는 것 외에도 생산된 전력을 적재적소에 보내고 스마트한 전력소비를 위한 새로운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구축과 전기저장 관련 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현재 전력시스템은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과 사이버 테러 위험 등에 노출되어 있으므로 전력시스템의 복원력과 디지털(사이버)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 태양광과 풍력, 차세대 전력망, 에너지저장기술과 같은 분야에서의 혁신은 전력산업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열쇠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난 몇 년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은 서로 대립하는 존재처럼 여겨졌다. 정치적 쟁점사안이 되어 갈등만 커지면서 서로의 장점 보다는 단점만 부각되어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였다. 또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에너지 공급망의 변화는 여전히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균형과 조화가 필요하다. 전력산업의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모두를 아우르는 현실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아울러 빠르게 진화하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전력산업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4차 산업혁명과 전력산업의 변화 전망" 보고서는 인공지능, 빅 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 기술을 전력산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며, 신규 사업자들이 전력시장 및 산업에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새로운 변화는 이해당사자 간의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하지만 변화가 없이는 발전이 있을 수 없고 미래로 나아갈 수 없다. 물론 변화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전은 언제나 가능성을 품고 있다. 2025년은 전력산업의 탈탄소화를 비롯하여 에너지 전환의 성공 여부를 시험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불신과 분열을 걷어내고 새로운 전력산업의 미래를 열어가는 힘찬 2025년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조용성

[EE칼럼] 우리 원전, 불가리아, 루마니아 찍고 체코로

지난해는 우리 원전 산업계에 가능성의 한 해였다. 탈원전 광풍에 휘청였던 우리 원전 산업계가 제자리를 찾아가면서,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작년 11월 현대건설이 10조 원 규모의 불가리아 코즐로두이 원전 건설사업을, 12월 한국수력원자력이 1.2조 원 규모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1호기 설비개선 사업을 잇달아 수주했다. 작년 7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을 필두로 한 팀 코리아가 최대 24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우리 원전 산업의 경쟁력 핵심은 건설 공기와 예산에 맞춰 원전을 건설하는 시공 능력이다. 그런데 이는 온전한 원전 산업 생태계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작년 12월 갑작스러운 탄핵 정국에 탈원전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한 원전 산업계는 또다시 벼랑 끝에 내몰리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장 원자력 전공 기피 현상이 벌어진 대학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 전력 공급의 핵심 축인 원전의 안전 운영에도 결코 도움이 되질 않는다. 2025년 새해에도 우리 원전이 안정적 전력 공급원으로서 역할을 강화하고, 체코를 비롯해 더 많은 나라에 수출되기 위해서는 국내 원전 산업 생태계의 완전한 정상화와 체질 개선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와 여야는 다음 3가지 핵심 과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첫째, 원전을 더 이상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 탈원전 그리고 탈탈원전. 정권에 따라 우리 원전 산업은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러다 보니 우리 원전 기업들은 미래 예측을 하기 어렵게 됐다. 중장기 투자도 할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선진 기술개발과 우수 인력 확보는 언감생심이 됐다. 우리 원전 산업의 미래 경쟁력이 떨어지는 중인 것이다. 이는 국가 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이다. 원전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아, 우리 원전 산업의 미래를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원전은 우리 경제와 산업의 근간이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 원전의 안전한 운영을 위해서도 그렇다. 더 이상 원전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상징적 조치로, 여야가 합의하여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등을 제정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 봐야 한다. 둘째, 원전의 지속 이용을 지원하기 위한 핵연료 주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원전 운영을 위해서는 핵연료의 안정적 수급과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 및 처분이 필요하다. 지난 몇 년간 신규 원전 수요 증가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 정세 불안으로 세계 우라늄 시장이 요동쳤다. 우라늄 가격이 급등하고, 우라늄 공급부족이 만성화될 기미도 보였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안)대로 신규 원전이 건설‧운영된다면, 2038년 국내 농축우라늄 수요는 현재의 약 1.5 배가 된다. 핵연료 제작에 필요한 농축우라늄을 전량 수입하는 우리로서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원전 운영에 사용된 후 배출된 사용후핵연료가 누적되면서, 이를 저장할 공간도 부족해지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영구처분할 공간 확보가 급한 상황이다. 외견상 달리 보이지만, 핵연료 수급과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용후핵연료에서 핵연료 물질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사용후핵연료 재활용 여부와 재활용 후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 방안 등을 포함해 우라늄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핵연료 주기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나설 때다. 셋째, 원전의 지속적 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앞으로 수립될 핵연료 주기 정책에 따라 우리나라에 우라늄 농축시설과 사용후핵연료 재활용시설을 건설‧운영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이들 시설의 설계‧건설 및 운영 단계에서 안전성과 핵비확산성을 담보하기 위한 규제 요건들을 원자력안전법에 반영해 놓을 필요가 있다. 또 탄소중립을 위한 가장 현실적 방법인 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해, 안전이 확인된 원전의 실질적 계속운전 기간을 10년 이상 보장하도록 원자력안전법을 개정할 필요도 있다. 아울러, 외교부는 관련 부처와 협력해, 농축‧재처리 시설의 국내 건설에 가장 큰 걸림돌인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 협상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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