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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경 인터뷰] “1%의 ESG 팬 만들고 싶어”…조선영 팀장이 말하는 카카오뱅크의 ESG 비결

“고객 3만명에게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혜택을 실직적으로 느끼게 해주고 싶습니다."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뱅크에서 만난 조선영 카카오뱅크 ESG팀 팀장은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2027년까지 고객 수 3000만명을 목표로 제시했는데, 10%인 300만명에게 카카오뱅크의 ESG를 알리고, 이 중 1%인 3만명을 카카오뱅크 ESG의 팬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중 ESG 활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용자들이 체감하기 쉬운 사회공헌 활동에서 더 나아가 환경, 사회, 거버넌스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활동 범위가 광범위하다. 이 같은 노력에 따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지난달 발표한 MSCI ESG평가에서 2년 연속 'AA등급'을 획득하며 은행산업의 'ESG 리더(Leader)'로 인정받았다. 조 팀장은 기업들이 ESG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 대내외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특히 금융사들에게 ESG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사회적인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 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그동안 서비스기획 업무를 맡으시다가 2022년 카카오뱅크의 ESG팀으로 합류하셨다고 들었다. ESG 업무와 관련해 흥미를 느낀 부분이 있을까. ▲이전 회사에서 KPI(핵심성과지표)에 ESG 업무를 전사적으로 추가하는 상황이 생겨 ESG를 알게 됐고 ESG가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카카오뱅크에서 2022년 ESG팀이 만들어지며 합류를 하게 됐다. 현재 카카오뱅크 ESG팀에는 5명의 팀원이 있다. 각각 지속가능경영보고서, ESG평가, 사회공헌 등의 분야를 나눠 업무를 하고 있다. ― 카카오뱅크는 광범위한 ESG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중에서도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가장 대표적인 ESG 활동이 무엇이었다고 생각하는가. ▲사회공헌으로 진행한 '세이브 레이스'가 있다. 전 세계의 기후변화에 취약한 아이들을 돕는 친환경 기부 마라톤이다. 카카오뱅크가 세계적인 기후 변화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사용자들과 같이 기부 활동을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기획했던 캠페인이다. 이런 분야를 앞으로 더 확대해 키우고 싶은 목표도 있다. ― 세이브 레이스가 유니세프와 함께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계기가 궁금하다. 또 앞으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것인지. ▲카카오뱅크의 대표 사회공헌을 하나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니즈가 있었다. 여러 가지를 찾아보다가 팀원들이 마라톤에 관심이 많았고 사내에도 러너스라는 마라톤 동아리가 있어 함께 엮어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다. 여러 기부 단체들도 알아봤는데, 유니세프가 저희랑 방향성이 맞아 함께 진행했다. 유니세프도 처음 한 캠페인이라 카카오뱅크와 시너지가 났다. 마라톤은 의례적으로 참여자를 선착순으로 뽑는데, 저희는 IT(정보기술) 전문 기업이라 사이트가 터지면 안 되기 때문에 추첨식으로 바꿔 진행을 했다. 잘 몰랐기 때문에 창의적으로 할 수 있었고, 생각보다 반응도 좋았다. 3000명의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약 3만5000명이 신청해 경쟁률이 11.6대1에 달했다. 참여자 만족도 조사를 했을 때도 97%가 만족했다는 의견을 내주셨다. 작년에 세이브 레이스를 통해 기부한 금액은 사용자들의 참여비 등을 더해 14억5000만원 정도다. 세이브 레이스는 앞으로 정기적으로 하려고 한다. 올해도 11월쯤 진행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상품 서비스와 엮거나, 카카오 공동체와도 엮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 ESG 실천을 위한 카카오뱅크의 쉽고 재미있는 활동들이 눈길을 끄는 것 같다. 카카오뱅크에서 구상 중인, 혹은 팀장님께서 하고 싶으신 ESG 활동은 무엇인가. ▲올해는 임직원들이 참여해 활동할 수 있는 캠페인들을 많이 해보려고 한다. 가족들과 함께 나무 심기 같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캠페인을 기획하려고 한다.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이 젊기 때문에 싱글인 분들이 많다. 가족이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또 작년 송년회 때 카뱅인을 위한 ESG 캠페인 일환으로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 연주단 브릿지온(Bridge-On)을 초대했는데 임직원 반응이 너무 좋았다. 이처럼 사내에서 임직원들이 환경이나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할 수 있고, 많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한다. 일회성보다는 좀 더 심도 있고 의미 있는 활동도 하고 싶다. 아픈 친구들의 소원들 들어주는 메이크어위시(Make-A-Wish)라는 단체가 있다. 올해 이 단체와도 손을 잡으려고 한다. 임직원들이 멘토가 돼 아이의 소원을 이뤄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를 만나고 싶다고 소원을 쓰면 연락을 직접 하기도 하면서 같이 만나기도 한다고 하더라. 이건 길게 호흡하며 임직원들이 참여해야 한다. 질적으로 아이들과 깊이 있게 교감도 해야 하니 몇 개월 정도 시간을 들여야 한다. ― ESG 활동에 대한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의 인식과 참여도는 어떤지 궁금하다. ▲임직원 연령대가 낮다 보니 카카오뱅크의 재미있는 ESG 활동에 참여와 관심도가 높은 것 같다. 사내 게시판을 통해 의견도 많이 받고 있고, 평소에도 많은 아이디어를 내주신다. 2023년부터는 카카오뱅크에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임직원 해외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임직원 봉사는 사내에서 랜덤 추첨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작년에는 약 8대1의 경쟁률을 뚫고 15명의 직원이 선발됐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컴퓨터실 같은 카카오뱅크 랩을 만들어 컴퓨터 기부와 교육 등을 하고, 해비타트와 집을 짓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참여자들의 후기도 좋다. 인도네시아는 카카오뱅크가 해외 진출을 위해 전략적으로 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좋은 활동을 계속 할 예정이다. 앞으로는 태국과 같은 나라로도 해외 봉사를 확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반응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중 사회공헌 금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작년 사회공헌 금액과 올해 사회공헌 목표 금액은 어떻게 되나. ▲아직 공시가 나오지 않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2023년 기준 약 1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9% 늘었다. 작년은 이보다 더 늘었고, 올해도 그것보다 상승세다. 경영진분들이 ESG와 관련한 의지가 커 사회공헌 금액을 많이 늘리고 있다. ― 카카오뱅크의 ESG가 다른 금융사들과 차별된 점이 있다면. ▲지점이 없는 디지털 중심 회사이다 보니 탄소 배출이 현격히 적다. 2023년엔 탄소 감축 노력을 담은 그린 밸류 리포트도 발간했는데, 그런 노력들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또 중저신용자 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도 강화해 포용적인 금융 서비스도 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MSCI에서 발표한 MSCI ESG평가에서 2년 연속 AA등급을 받았다. 개인정보 보안·보호를 잘하고 있고, 관련 인증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혁신적인 금융 기술을 가지고 있고 ESG에 적용하는 것도 차별된 점이라고 생각한다. MSCI ESG평가에 대해 좀 더 얘기하자면 작년에는 등급이 두 단계 높아졌다. 2021년부터 등급을 받기 시작했는데 단기간에 고무적인 성과를 냈다. 내부에서도 많이 놀랐고, 어떻게 등급을 유지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소비자 보호, 정보 보안, 지배구조 쪽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임직원들이 ESG 과제를 실행해 주셔서 등급이 높아질 수 있었다. 저희(ESG팀)가 ESG 활동을 많이 하며 인식을 높이다 보면 임직원들이 ESG 전사 과제들을 많이 실행해 주실 거고, 장기적으로 등급이 꾸준히 상향되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카카오뱅크가 E(환경), S(사회), G(거버넌스) 각 분야에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인정받은 것 같다. 혹시 이 중에서 특히 비중을 좀 더 두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있을까. ▲MSCI ESG평가 등급은 높지만 환경적인 부분에서 비어 있는 부분들이 있다. 올해는 넷제로를 선언할 거고, 기후변화 관련 대응을 위한 거버넌스도 구축해 재무적인 영향이 어떻게 되는지를 산출하는 등의 시도를 할 예정이다. 환경적인 분야를 좀 더 선도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들이 찾아서 할 생각이다. 환경을 위해 은행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전략적으로 거버넌스를 구축하거나 검토하고 있는지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홍수가 났는데 은행에서 대출해 준 곳이 물에 잠긴다면, 그런 것들에 대한 기후리스크 영향도를 체크해야 한다. 올해 상반기에 ESG 공시 의무화 로드맵이 발표될 예정인데, ESG 공시에서도 기후 공시가 중요하다. ―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ESG의 중요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ESG 경영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ESG는 되게 비재무적인 영역이다. 하지만 ESG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 경우 나타나는 대내외 리스크를 많이 봤다. 환경적인 사고가 난다든가, 임직원을 잘 챙기지 못해 임직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이런 모든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잘 챙기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금융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이런 것들을 준비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어디선가 문제들이 튀어나올 수 있다. 금융사들은 특히 이자장사 등 공격을 많이 받는다. ESG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사회적인 책임이라 여기고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 올해 카카오뱅크 ESG의 최우선 과제가 있다면. ▲먼저 넷제로 선언이다. 넷제로는 탄소를 배출한 만큼 재생에너지를 구입해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자체적인 노력을 하는 것은 물론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는 등의 상세한 노력도 해야 한다. 결국 투자가 필요하다. 넷제로는 사실 탄소 중립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AI(인공지능) 등에 투자를 계속해 성장해야 하는 기업들에게는 부담이긴 하다. 왜냐하면 데이터 센터가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쓰거나 탄소 배출이 늘어난다. 저희가 시뮬레이션을 해 (넷제로를)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서 대응하려고 한다. 또 2022년도에 ESG팀이 만들어진 만큼 새롭게 ESG 전략 프레임워크를 만드려고 한다. 카카오뱅크가 밸류업 공시를 했는데 그것과 연계해 앞으로의 3년, 5년, 10년을 준비할 수 있는 전략과 ESG 과제들을 정리해 전략적이고 효율적으로 ESG 과제들을 해보려고 한다. ― 팀장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개인적으로는 1%의 카카오뱅크 ESG 팬을 만들고 싶다. 카카오뱅크 밸류업 공시를 보면 2027년까지 고객 수를 3000만명까지 확보하겠다는 목표치가 있다. 우리도 그에 맞게 10% 정도인 300만명에게 ESG를 알려도 좋지 않을까, 그리고 거기의 1%인 3만명에게 ESG 혜택을 실질적으로 느끼게 해주면 좋지 않을까란 생각을 가지고 있다. 고객들이 카카오뱅크를 떠올렸을 때 '카카오뱅크는 좋은 분야에서 많은 일을 하지, 선한 기업이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활동들을 많이 하고 싶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에경 초대석]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 “올해 회원사 521곳 실태 조사…백서 만든다”

“지금은 규제가 현상을 뒤쫓아가고 있어요. (적절한 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현상을 먼저 알아야 하는데, 워낙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산업의 시장을 이해하기는 힘들잖아요. 그걸 손쉽게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만난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은 에너지경제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현재 핀산협 회원사는 521개사에 이르는데, 워낙 다양한 성격과 규모의 기업들이 혼재돼 있어 회원사들의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이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서베이(설문)를 진행해 핀테크 산업을 한 눈에 이해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핀테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입법과 제도 개선이 중요한 만큼 국회와 정부 당국에게도 이번 서베이 결과가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이 회장은 예상했다. 이 회장은 2022년 핀산협의 제4대 회장으로 취임한 후 지난해 제5대 회장으로 연임에 성공해 올해 임기 4년차를 맞이했다. 마지막 1년의 임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 회장은 핀테크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 ESG(환경·사회·거버넌스) 활성화를 위한 ESG 어워드 개최, 대형·중소 핀테크사간의 접점 확대 등 구체적인 구상을 보여주며 핀테크 산업 발전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다음은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현회장과의 일문일답. ―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임기 4년차를 맞이했다. 처음 회장 후보로 출마 당시 대형 핀테크 기업과 중소형 핀테크 기업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협회의 모습을 구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어느 정도 이뤘다고 생각하나. ▲협회장으로 지난 3년간 대형 핀테크사와 중소형 핀테크사가 동반 성장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6년 핀산협 설립 당시에는 100여개의 일부 핀테크사가 협회를 주도했지만, 현재는 521개 회원사(중소 핀테크사 400개)가 참여하는 국내 최대 핀테크 협의체로 발전했다. 특히 중소형 핀테크사의 참여를 이끌기 위해 네트워크 확대, 투자 유치 등 어려움 해소를 위한 협력 기반을 조성했다. 대형 핀테크사와 협력해 오픈네트워킹데이 등의 행사를 열어 중소 핀테크사에 다양한 투자 IR(기업설명회) 기회와 네트워킹 확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핀테크 캠퍼스, 핀테크 브런치, 웨비나 등 교육과 소규모 세미나를 진행해 기업 성장에 필요한 각종 제도, 인허가 등의 경험과 노하우를 중소 핀테크사에 전달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에 중소형 핀테크사들이 은행 계열사나 대형 핀테크사의 투자를 얻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올해는 회원사 수를 600개 정도로 확대할 목표를 잡고 있다. 회원사 숫자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라고 얘기할 수 있지만 핀산협은, 연회비가 많지는 않지만,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이기 때문에 재무적인 측면에서 튼실해지면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다. 또 협회가 있으면 기업들이 애로사항을 호소할 곳도 있고, 협회는 그것을 풀기 위한 작업을 대신 해준다. 협회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스타트업들이 있기 때문에 협회의 존재를 홍보하고 참여시키면 그분들이 사업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핀테크 기업이 협회에 들어오면 회원사들끼리 협업하며 성장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협회 차원에서도 새로운 분들이 들어오면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각 핀테크 기업별로 중요한 사안이 너무 많고 다양해 협회가 다 포용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현재 협회에는 대분류로 지급결제, 소액해외송금, 인슈어테크 등 11개 분과로 구분되는 다양한 업종과 사업 모델을 가진 회원사가 존재한다. 또 규모가 있는 110여개 전자금융업자 역시 세부적으로는 PG(전자지급결제대행사), 선불업자 등 6개 라이선스로 구분돼 사업 구조 역시 다양하다. 때문에 개별 회사 이슈도 많고 업권의 통일된 정책을 금융당국에 건의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업권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협회는 28개 임원사가 '이사회 내 위원회(4개)'와 '협의회(6개)'를 이끌며 회원사 간의 애로사항을 풀어나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이후에는 PG 업체들이 업의 정의도 모호하고 규제 범위에 대한 명확한 지침도 없어 애로가 많다고 해 전자금융업자협의회를 활성화시켰다. 또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가 아닌 스테이블코인을 활성화시키려 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스테이블코인 협의회'도 만들 예정이다. 회원사 니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대형 핀테크사, 중소형 핀테크사로 구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핀테크사의 주요 이슈는 정책 건의, 규제 해소에 있다. 중소형 핀테크사는 투자와 성장을 위한 인력, 교육 마케팅 등 성장 지원에 대한 요구가 많아 이를 추진하고 있다. ― 핀테크 업계를 취재하다 보면 빅테크와 핀테크란 말이 있듯이, 업계가 양극화돼 있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핀테크 기업과 산업의 전반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기업의 규모, 사업 모델, 리스크 수준을 고려한 '차등 규제'가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한다. 은행과 같은 전통 금융 수준의 '일괄 규제'는 상당한 비용적 부담을 안긴다. 소형 핀테크사에게 이런 일괄 규제는 사업을 포기하게 하고 혁신을 방해하는 악순환이나 다름 없다. 스몰라이선스 제도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한국도 금융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활성화, 마이데이터 사업 허용 등 일뷰 규제 완화를 위한 좋은 제도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마련된 제도를 보다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 지난해 티메프 사태 이후 규제가 강화되는 분위기인데, 규제 강화와 완화의 균형점을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규제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할까. ▲티메프 사태 이후 핀테크 업권에 대한 규제, 특히 전자금융업자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핀테크 산업의 성장으로 금융권과 비금융권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다른 산업군에도 전자결제대행과 유사한 형태의 사업 모델이 나왔다. 문제는 이 업태들을 하나의 법률이 담아서 규제를 할 수 있느냐다. 예를 들어 두 기업이 유사한 업태지만, 어떤 업체는 다른 법률에 의해 완화된 규제를 받고 어떤 업체는 강화된 규제로 경쟁력 차이가 벌어진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티메프 사태 이후 발의된 법률안도 국회 논의 중 PG업을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지, 또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 문제, 최종적으로 100% 정산금 관리 비율이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 상태다. 핀테크 업권, 특히 전자금융업권은 자율 규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협회의 전자금융업자협의회에서 소통을 시작했고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 공동 운영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곧 시작하게 되는 핀테크 기업 실태 조사를 통해 현장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맞춤형 규제 등이 필요한 지 파악하려는 노력이 있을 것이다. ― 금융위원회가 올해 업무계획에서 금융지주사 핀테크 출자 제한을 15%까지 확대하고, 금융지주 자회사인 핀테크 기업은 다른 금융회사 소유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규제를 푸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같은 변화가 핀테크 업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금산분리 완화는 금융지주사들의 숙원이기도 했고, 최근 핀테크로 인해 금융사와 비금융사의 경계가 모호해지자 금융위가 규제를 풀어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금융지주사들은 핀테크사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핀테크사들은 경영권을 지키면서 지주사의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분명 핀테크 업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될 것이다. 시장성이 있는 핀테크 기술부터 투자가 이뤄져서 핀테크 전반에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 생각한다. ― 핀테크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관심과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금융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금융당국은 분명 핀테크 산업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있다. 당국 관계자와 만나보면 많은 분들이 핀테크 산업 성장을 위해 고민하시고 협회나 업권에 선제적으로 주문하시는 바도 많다. 다만 금융당국 정체성이 규제당국이라는 한계가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를 예방하고 민생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것을 가장 최우선으로 둬야한다는 존재의 의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금융당국이 좀 더 민관 협의체를 정례화해 간담회나 토론회를 자주 개최하길 바란다. 새로운 신기술에 대한 이해를 나누며 미래 먹거리로써 핀테크에 대한 규제 완화 의견도 업권과 함께 나눴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핀테크 성장에 저해되는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그 어떤 예산 지원보다 더 확실한 혁신 동력이 된다. 앞으로 당국과 민간이 좀 더 소통하고, 핀테크 기술 동향에 대해서도 귀를 열어주시길 바란다. 또 한 가지는 금융당국이 규제 샌드박스 선정을 할 때 부가조건을 다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부가조건이 까다롭다는 의견이 많다. 예를 들어 온투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권)의 개인투자자 연계투자 한도가 4000만원인데 박박 긁어모아도 규모가 너무 적다. 서비스가 분명히 혁신적이고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데도 투자 금액이 작으니 활성화가 안될 수 있다. 샌드박스가 적용된 금융서비스에 대한 부가 조건을 상황에 따라 완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올해 핀산협에서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산업 실태 조사를 하려고 한다. 저희 521개 회원사를 보면 은행, 빅테크, 거래소 등 워낙 많이 속해 있는데 완벽하게 해부를 하려고 한다. 핀테크 협회 구성원에 대한 서베이를 정리하면 일종의 백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샌드박스 적용을 받으면 여러 내용이 산재돼 있는데, 그런 내용도 모아서 보면 산업을 이해하고 정부도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어떤 정책을 해야 하는지 판단이 설 수 있을 것이다. 국회와 정부 당국에게 핀테크 산업에 필요한 입법과 제도 개선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 지원에도 관심이 크다.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14개 국가가 참가(2023년 출범)하는 아시아핀테크얼라이언스(AFA)라는 민간 주도의 네트워크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고 싶어 하는 핀테크 기업들에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각 국의 해외 핀테크 기업들이 자국에 들어와 혁신 서비스를 내어놓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14개 국가가 한 달에 한 번씩 보드미팅을 하는데, 각 국가에 대한 연락처나 컨택 포인트 등을 공유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디지털 경제금융연구원 산하 연구원은 각국 협회에서 소개한 기업과 온라인으로 라운드 테이블도 한다. 정부도 해외 진출 지원에 대해 관심이 크고, 금융위에도 해외 진출 지원단이 있다. 해외 진출 지원 기능을 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인 만큼 완성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핀테크 기업이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핀테크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현재 547개 핀테크 기업 중 해외 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은 95개로, 17.4%에 불과하다. 해외진출 경험이 없는 452개 기업 중 해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기업은 48.7%, 해외진출을 '준비' 중인 기업이 10.6%, 해외진출에 '의향'이 있는 기업이 38.1%로, 진출 의지가 매우 높다. 의지가 높음에도 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이 17.4%에 불과한 건 진출 시 겪게 되는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바이어와 수요 발굴, 현지 규제와 정책 등 진입장벽, 정보 부족, 해외 금융사 등과 제휴 합작 파트너십 구축의 어려움이 대표적이다. 핀테크사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데 공동적으로 필요한 사항도 있지만, 또 각각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항이 있다. 금융당국,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서로 협력해 공동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면 예산 운용의 효율성, 지원 사업의 효과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 취임 후 꼭 해결하고 싶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면. ▲핀테크 ESG의 산업계 확산이 아직 해결하지 못한 과제다. ESG 활성화는 처음 회장으로 출마할 당시 내건 공약이기도 하다. ESG는 기본적으로 장착해야 하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도 ESG에 관심이 높기 때문에 똑같은 제품이 있으면 ESG 쪽에서 활동하는 기업의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2023년 처음으로 ESG 위원회를 만들어 약 2년간 핀테크 ESG 기반을 조성했는데, 인식 개선에는 도움이 되고 있으나 핀테크 기업에 실질적으로 ESG를 확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것까지는 연계되지 못한 실정이다. 작은 몇몇 기업들은 ESG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반응도 보이기도 하고 어떤 회원사는 ESG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긍정이든 부정이든 ESG에 관심을 갖기 시작됐고, 이견도 있지만 저는 계속 ESG를 강조하고 있다. 올해는 협회 내에서 'ESG 어워드'를 개최하려고 한다. ESG 어워드를 통해 핀테크사의 참여를 독려하고 포상을 통한 동기부여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반기쯤 열릴 수 있을 것 같다. ESG 어워드를 하다보면 나중에 ESG 어워드를 받았느냐 안 받았느냐가 중요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기업이 이윤 추구만이 목표가 아니라 ESG가 기본적으로 장착이 돼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좋겠다. 또 전문업체와 협업해 '핀테크 ESG 자가 진단서비스'를 개발해 누구나 손쉽게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툴을 개발하려고 한다. 중장기적으로 '핀테크 ESG 가이드라인'도 마련해 보고 싶다. ― 올해 가지고 있는 목표와 포부는. ▲올해는 제가 협회장으로 보내는 마지막 해다. 때문에 더 높이,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기 위해 정책, 회원, 협회 기반 조성이라는 3대 키워드에 집중하고자 한다. 먼저 티메프 사태로 발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대응, 보험·예적금 등 금융 플랫폼 규제와 외국환 규제 등 산적한 규제를 협회 정책위원회 중심으로 풀어 나가고자 한다. 또 트럼프 2기를 맞아 이슈화되고 있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 토큰증권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 스테이블코인 등도 국회 토론회 등을 활용해 지원할 예정이다. 중소 핀테크와 대형 빅테크사들의 정책을 담는 정책위원회를 더 활성화시켜 더 많은 기업들의 정책상 애로사항도 체계화하고 싶다. 금융위 산하의 핀테크 지원센터와 협업해 회원사 네트워킹을 더 열심히 하고픈 생각도 있다. 협회 홈페이지를 개편해 정보 전달 풀랫폼으로 구축하고, 중소핀테크 회원사 홍보를 위한 제휴, 각종 자문서비스도 론칭할 계획이다. 회원사와의 공동 인프라 사업과 정부 지원 사업에도 적극 나서 협회비 부담을 줄여나가면서도 재정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싶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한반도가 물에 잠긴다] 정상훈 그린피스 캠페이너 “100년 한번오던 강력 폭풍해일, 2050년에는 매년 발생”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는 2020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해수면 상승으로 한반도 국토의 5% 이상이 물에 잠기고 332만명이 침수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4년이 지난 지금, 기후위기 대응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점검하고자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정상훈 그린피스 선임 캠페이너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8일 정상훈 그린피스 선임 캠페이너는 기후위기에 대한 경고는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여전히 미흡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2030년엔 더 큰 재난을 맞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IPCC 5차 평가보고서(2013)에 따르면 1971-2010년 동안 해수면은 연간 2.0mm 상승한 것으로 관측됐는데, 온실가스가 별다른 저감 없이 현 속도대로 배출되는 RCP8.5 경로에서는 해수면 상승 폭이 8~16mm로 4배에서 8배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면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해안 지역은 지형적으로 낮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기온 상승으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부피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 캠페이너는 “과거에는 100년에 한 번 발생하던 강력한 폭풍 해일이 이제는 30~40년에 한 번, 그리고 2050년이 되면 매년 발생할 수도 있다"며 “지금처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부족한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 2030년에는 한반도 해안 지역이 심각한 침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캠페이너는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경제와 직결된 문제"라고 경고했다. 그는 “지난 2021년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가 조사한 결과,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면 2030년 7개 아시아 도시에서만 1500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하고, 7240억달러(약 970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서울만 해도 피해액이 46억9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에 이를 수 있으며, 그는 “기후위기의 경제적 충격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어떤 정책을 시행하느냐에 따라 현실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 캠페이너는 기후위기가 현실화되면 특정 지역에서 거주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가 지속적으로 우려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방벽을 설치하는 것 외에도, 반지하시설 같은 취약한 주거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며 “폭염이나 한파와 같은 극단적인 기후변화에도 취약한 지역이기 때문에 도시계획 과정에서 정부나 지자체가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캠페이너는 “이제 남은 문제는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화석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철폐하고, 탄소세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며 “새로 마련된 재원은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기후적응 자금이나 기본소득과 같은 복지 정책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기후 대응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며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단순히 세수를 늘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린피스는 현재 기후위기 대응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경제를 구축하기 위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정 캠페이너는 경제와 환경이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탄소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거나, 녹색 소비와 재생에너지 투자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중교통 무상화, 주택의 에너지 효율화, 신재생에너지 설치 지원 등을 강화하면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기후위기 대응도 가능하다"며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해 더 나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을 시민들이 감시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민주적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캠페이너는 “기후위기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즉각적인 기후위기 비상 선언과 함께 장기적인 국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는 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성장이 아닌 성숙한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전환점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속 가능한 경제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인터뷰] 유대원 BEP 워터 대표 “최저 충전요금 제공, 3년내 톱3 진입 목표”

“워터는 업계 최저 수준의 요금을 제공하고 있다. 3년 내 톱3 전기차 충전 사업자(CPO) 진입을 목표로 충전 인프라 보급에 좀 더 속도를 낼 것이다." 유대원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BEP) 워터(전기차충전 사업부문) 부문 대표는 지난달 22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워터는 재생에너지 발전소 등 기후 인프라 투자운영회사인 BEP에서 지난 2022년 11월 만든 브랜드로 현재 BEP와 물적분할을 추진 중이다.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는 완속보다는 급속에 집중하고 있고 현재 73개소의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 중이다. 최근 전기차 충전기 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에도 워터는 저렴한 충전요금을 바탕으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유 대표는 “오는 3월 말까지 전국 46개소 고속도로 휴게소에 초급속·급속 충전기 206기를 신규 설치하는 등 올해 상반기 내로 전국 초고속 충전 네트워크를 1000기 규모로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이미 한국도로공사 2권역 사업과 고양시, 원주시, 거제시, 제주도 등 다양한 지자체의 입찰을 수주하며 196개 충전소, 846기(초급속·급속 736기)의 설치 계획을 확정해 목표 수치를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급속전기차 충전기 1000기면 지난해 기준으로 업계 누적 보급량 순위 10위 안에 들 수 있는 규모다. 그는 “지난달 17일 워터의 새로운 요금 정책을 발표하며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의 경우 초급속·급속 충전요금을 일괄적으로 킬로와트시(kWh)당 294원(회원가)으로 책정했다"며 “이는 국내 전기차 충전 사업자(CPO)의 급속 충전요금 중 최저 수준으로, 일부 완속 충전요금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처럼 저렴한 충전요금을 책정한 이유는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의 경우 '박리다매' 전략이 효과적일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며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는 일반 충전소 대비 이용률이 두 배 이상 나오는 입지 조건을 갖췄다. 식당으로 치면 테이블 회전율이 그만큼 좋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공공기관과 지자체와 적극 협력 중인 점도 강조했다. 그는 “전기차 충전업계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자 전국 관광지를 둘러보고 이중 양양, 보령, 태안 등에 도로와 연결된 용지를 직접 구매해서 충전소를 직접 짓자고 판단했다"며 “지자체, 한국도로공사 등 모든 입찰 사업의 발표자로 참여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소 이용자들의 충전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통상 20~30분 정도 걸리는 전기차 충전 시간을 이용자들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서 다른 사업자들과 차별화된 브랜드가 되려고 한다"며 “국내 최초로 북미충전규격(NACS) 직류(DC) 콤보 방식을 모두 지원하는 호환 충전기도 선보였다. 테슬라 전기차 운전자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호환 방식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 별도 어댑터 없이 빠르고 간편한 충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전기차 충전기 정책에 일관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 대표는 “정부가 전기차 충전기를 위한 장기적인 지원 정책을 발표하고 시장 참여자들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며 “급속과 완속 충전 인프라 보급 확산을 위한 보조금 정책을 현행처럼 매년 업데이트하기보다는, 향후 5년간 유지하겠다'라는 식으로 정책 지속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당장 내년에 없어질지도 모르는 보조금 정책을 바탕으로 정부 예산을 집행하면 정부 예산 외 민간 자본이 투자할 여지가 줄어드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공공기관, 지차제가 전기차 충전 사업자와의 임대 계약기간을 현행보다 늘려야 한다는 점도 제시했다. 유 대표는 “사실 지자체 충전소 임대차계약 기본 5년은 말이 되지 않는다. 지자체 충전소 임대차 운영 기간 특례법 등을 제정해 현행 5년에서 15년+5년, 또는 20년 수준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며 “태양광 발전 같은 인프라 사업도 최소 20년을 국가가 권유하고 보장해서 진행하는데, 전기차 충전소 사업만 유독 5~7년 또는 5+5년, 10년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기차 보급 제도에 대해서는 영국 사례를 소개했다. 유 대표는 “영국에서는 전기차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직원의 월급 일부를 전기차 리스료로 전환함으로써, 그에 따른 소득세 및 사회 보장비용을 절감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이러한 부양 제도로 전기차 출고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클린에너지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해 기후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실철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유 대표는 “'사용자가 간단하고 빠르게 전기차 충전이라는 본래 행위의 목적을 달성하게 한다'가 워터 브랜드의 밑바탕에 깔린 철학"이라며 “앞으로도 워터라는 전기차 급속 충전사업자는 이러한 철학과 브랜드의 뼈대를 소중히 지켜나가며 새로운 시도를 더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인터뷰] “제주항공 참사, 기체 결함·무안공항 운영 문제 컸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지난해 종사자 5인 이상 사업장까지 전면 시행된 가운데 최근 무안국제공항의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에 따른 탑승자 179명 대형참사가 발생해 국내 산업현장 및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사고의 경각심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같은 대형재난 안전사고의 분석과 재발 방지를 위해 국내에서 공항 및 항공기 안전을 연구하고, 많은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안전관리 컨설팅을 전문적으로 수행해 온 산업안전융합연구소 이종현 소장으로부터 재난안전관리 해법을 들어봤다. 다음은 이종현 연구소장과 일문일답이다. -최근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추락사고로 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산업안전 전문가로서 이번 사고를 어떻게 보는지 ▲사실 항공은 우리가 누리는 교통수단 중 가장 안전하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한 번 사고가 나면 대형사고가 난다. 그렇기에 체계적인 안전 관리가 필수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고는 항공기 자체의 기계 결함과 이를 운용하는 방식의 문제가 컸다는 게 제 생각이다. 특히, 사고 여객기의 경우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운행을 했다. 항공기가 시스템 오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단 얘기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 상 공항 일대 조류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맞다. 비행기는 착륙할 때 가장 위험한데 비행기가 착륙하면서 대형 엔진에 조류가 빨려 들어가면서 사고가 난다. 인천국제공항도 새떼 출현이 빈번하고, 그나마 김포국제공항은 시내에서 가까워 좀 적은 편이다. 또한, 다른 공항들은 인근 군부대에서 수시로 철새를 쫓는 작업을 하는데 무안국제공항은 자체 인력만으로 조류퇴치 작업을 한다.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버드 스트라이크(Birds Strike:새떼와 충돌)'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항공 관련 안전 점검을 했던 경험이 있나 ▲2023년 광주공항 내 공군1비행단 안전 점검을 담당했고, 활주로 내 이상물체 감지 인공지능(AI) 서비스 개발을 위해 2020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발주한 '항공안전 객체 AI 빅데이터 연구용역'을 진행하면서 공항 환경을 집중분석했다. 연구를 진행할 당시 활주로 내 이상객체 데이터를 모았었는데 당시에도 조류 출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콘크리트 둔덕이 인명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활주로 내 조명등을 설치하는데 비바람에도 흔들림 없게 견고하게 세워야하기 때문에 콘크리트를 쓴다. 국내 공항들은 글로벌 공항 안전 기준에 부합하고 매뉴얼대로 진행됐다. 다만, 무안공항의 경우 콘크리트 상판 아래까지 단단하게 콘크리트로 둔덕을 세웠는데, 사실 해외 일부 공항들은 전부 콘크리트를 치지 않고 중간에 그물망을 설치해 사고에 대비한다. 이번 사고에 철저한 분석과 함께 후속조치를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 -최근 항공 안전 문제가 크게 부각되긴 했지만 지난해 5인 이상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 전면시행으로 전 산업군에서 안전 관리에 관심이 높다 ▲사업장 내 위험을 줄이려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보호 장치나 안전보호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도 최소한 안전관리 책임자를 지정하고, 그 직무와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해당 법이 소규모 사업장까지 지나치게 부담을 지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5인 이상, 49인 미만 사업장에서 중대재해 발생률이 가장 높고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근로자가 많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법의 확대 적용 자체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소규모 사업장은 적은 예산과 제한된 자원이 문제다. 다만, 정부가 위험성 평가를 장려하고 있고, 지난해까지 2년간 걸쳐 소기업 1000여 곳이 정부 지원으로 무료 컨설팅을 받았다. 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모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본다. -더 안전한 산업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안전에 대한 인식 제고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안전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제는 소규모 사업장도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작 대학에서 안전 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유치원부터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매년 51차시에 걸쳐 안전교육을 받는데 정작 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대학 청년들은 교육을 받지 않는다. 대학 교육에 안전 교육을 필수로 넣어 청년들의 안전 인식 형성에 힘써야 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인터뷰] 윤태준 컨두잇 소장 “‘상법 개정’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위한 기본 장치”

“회사를 생각하는 재벌 회장들의 마인드를 보면, 자녀가 결혼한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모와 같은 것 같다. 이런 개념을 적용하면 회사가 비상장사일 때는 '미성년 자녀', (자녀를 키워) 상장시켜 외부 투자자들이 소유하게 된 것은 시집·장가를 보낸 상황이다. 상장 후 본인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인데 이를 놓지 못하는 게 문제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 운영사 컨두잇 윤태준 소장은 대다수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총수일가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지난달 18일 가 서울시 여의도 컨두잇 본사에서 윤태준 소장을 만나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최근 자본시장의 최대 화두인 상법 개정의 필요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윤 소장은 소액주주가 상식선에 부합하는 당연한 권리를 주장함에 있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지배구조가 개선되기 위해선 총수일가의 인식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짚었다. 총수일가가 소유한 기업을 2~3세 자녀들에게 대물림하는 방식은 개선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단기간에는 대물림하지 않는 문화가 정착되기는 어렵다는 진단이다. 현재까지도 총수일가는 회사를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고,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그룹 전반의 사업을 확장시키고 싶은 욕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자식이 40~50대가 되면 부모가 컨드롤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지듯이, 상장된 회사에 점점 새로운 주주들이 들어오고 회사 규모가 커지면 총수의 영향력이 낮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윤 소장과의 일문일답. -컨두잇 입사 전에는 무엇을 했으며, 컨두잇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 ▲이상목 대표의 제안으로 오게 됐다. 이 대표와는 15년 전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금융권 취직 동아리에서 만난 후 인연을 이어왔다. 박사 과정이 재작년 초에 끝난 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연봉이나 사회적 인지도나 삼성그룹에서 스타트업으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주변에서 반대하지는 않았나. ▲가족들의 반대나 고민도 있었지만,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를 보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업무 강도나 여러 측면에서 이전 직장보다 어려운 면도 있지만 가치관이 일치하는 직장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크다는 점이 굉장한 장점으로 여겨진다. -'소액주주를 위한 행동'이란 타이틀에 대해 언제부터 고민했고 시작점은 무엇이었나. ▲경제학과 학사 졸업 시기에 고액 연봉을 주는 외국계 금융권 회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에 준비도 하고 인턴을 했다. 하지만 세상에 기여하는 게 별로 없는 일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회의에 빠져 있었다. 금융을 하면서도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박사 과정 지도 교수님 수업을 듣는데, 골자는 기업의 잘못된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자본시장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내용이었다. 수업 내용에 감동받고 학기가 끝난 후 교수님께 달려가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이때부터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꿈이 굉장히 컸다. 석사, 박사 초창기까지만 해도 그런 쪽 논문만 계속 썼다. 박사 학위도 기업지배구조로 받았다. -컨두잇과 본인의 지향점은 어떤 점에서 일치하나. ▲우리의 목표는 단 하나다.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이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다 보면 현재 총수일가의 경영권 대물림 문화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면, 젊은 재벌 자녀들이 이런저런 문제가 있는 회사의 경영권을 받는 것보다 돈으로 상속받기를 원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회사를 자식으로 생각하는 총수들의 지배력은 유지하면서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욕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소액주주를 위한 행동이 계속되고, 법적 제도가 뒷받침해준다면 그 시기는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본다. -상법 개정에 굉장히 공들이고 있는데, 상법은 왜 개정돼야 하나. ▲현재 상법 개정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부분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도입이다. 주주간의 비례적 이익이 지켜지지 않는 의사결정이 내려졌을 때, 그 의사 결정을 내린 이사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를 할 때 1표의 가치가 동일한 것처럼, 주식 한 주에서 얻을 수 있는 편익이 누구에게나 동일해야 되는 아주 기본적인 원칙일 뿐이다. 하지만 한국 자본주의 역사를 보면 지난 수십 년 동안 회장 일가에게 유리하고 나머지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의사결정이 형식만 다르지 계속해서 반복돼 왔다. 상법상의 일반적인 원칙이 들어가 있지 않으면 결국에는 핀셋 규제를 우회하는 새로운 꼼수들만 나온다. 컨두잇이 이사회 주주 충실 의무 도입 등 상법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윤태준 소장은? 1986년생,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석·박사.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컨두잇 소장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불확실성을 기회로…中企·소상공인 희망 있다”

“스페로 스페라(SPERO, SPERA!)". 국내 중소기업 정책사(史)의 원로인 한정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은 새해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희망'을 강조했다. 한 이사장은 올해 중소기업 경기에 대해 “암울하다"고 평가하면서도 라틴어 구절을 언급하며 “버티는 한, 희망은 있다"고 했다. 한 이사장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부처 승격 이전인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약 3년 간 중소기업청을 이끌며 '최장수 청장'으로 이름을 올린 인사다. 비록 탄핵 정국의 길에 들어서긴 했으나,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국민통합위원회 '1호 특위'로 대·중소기업 상생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상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했던 인물이다. 한양대 명예교수로 한국전략경영학회, 중소기업학회, 인사조직학회 회장을 지낸 그는 학계 출신 원로답게 인터뷰 내내 역대 정부의 중소벤처기업·소상공인 정책 실행에 대한 '쓴 소리'를 마지않았다. 특히 “(탄핵 정국 이후)'식물 정부'가 된 상황에서는 사실상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지만 '민생 살리기'에는 여야(與野)가 따로 없다"며 “소비촉진, 부동산 활성화, 시장 금리 인하 등 '내수 진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인터뷰는 지난해 12월 19일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실에서 약 1시간가량 진행했다. 다음은 한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만성적인 내수 부진이 제일 큰 문제다. 2%도 안 되는 성장률로는 해결이 안 된다. 그나마 내가 청장을 지내던 시절에는 '여대야소' 상황이었기 때문에 지금보다 분위기가 나았지만 지금은 사실상 '식물 정부' 상태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제도를 바꾸면 예산을 별로 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선 정부 주도의 법 개정은 굉장히 힘들고 예산을 배정받아 나누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내수 활성화, 자금 경색 문제 해결,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비 진작과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대출 금리 인하도 빨리 해야 한다. 장자에 이런 고사가 나온다. 수레바퀴에 땅이 패여 생긴 웅덩이에 물고기 한 마리가 물 한 바가지만 달라고 한다. 그랬더니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면서 강에 가서 물을 끌어다 준다고 한다. 말이 되나. 중소기업·소상공인 다 죽고 나서 하면 어떡하나. 세 번째는 결국 여야가 협력해서 정치적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탄핵 정국에 들어서면서 부동산 경기가 '올 스톱'이 됐는데, 부동산 경기가 빨리 살아나지 않으면 다른 것도 다 어렵다고 본다. 사람들이 이사를 많이 해야 새 살림도 장만하면서 소비가 늘어난다. 세제 혜택을 통한 소비 진작과 건설 경기 활성화가 내수 진작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은 우리 경제에 양면성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땐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흔히 '차이나 블랙홀'이라고 하지 않나.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미래가 어둡다. 또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분쟁도 조기 종식되고 에너지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우리 경제의 숨통도 좀 트이지 않을까 싶다."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통합위가 만들어져 대·중소상생특위위원장을 맡아 온갖 안을 내놨었다.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이 워낙 떨어지니 전혀 움직이질 못했다. 우리나라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결국 '양극화 문제'와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상생협력이 국가 전략과 국정 철학이 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자본주의는 불평등을 만들어 내고, 민주주의는 평등을 지향한다.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서 완화시켜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주도로 산업화를 이뤘다. 그 결과 불균형이 심화됐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경기를 하면 게임을 하면할수록 스코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사회 제도와 관행이 중소기업에게 불리하게 돼 있고, 같은 규제라도 대기업이 느끼는 것과 중소기업이 느끼는 건 다르다. 대표적인 게 공정거래 문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허를 제값주고 사면 돈이 많이 들지만, 사람을 빼 가면 헐값으로 기술을 빼올 수 있다. 그래서 청장 때 징벌적배상제를 도입했는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여전하다. 기술 탈취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 요즘은 플랫폼 수수료 문제로 갈등이 큰데, 최근 나온 합의안에 대해 입점업체는 여전히 불만이 많다. 시장경제원리와 상생을 조화시키기 위한 소통과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운동장이 기울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공급 과잉' 때문이다. 중소기업이많은데, 이들의 주요 시장이 대기업이다. 당연히 교섭력 불균형이 일어난다. 납품단가연동제가 도입됐다고 해도 대기업 자체의 적극적인 상생 의지가 없으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중기부와 공정위가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한다. 두 번째 대안은 투자 활성화인데, 정치권에서 기업을 옥죄는 온갖 규제를 만들어서 기업하기 정말 힘들어졌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주52시간제까지. 그러니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로 가면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노동시간을 줄이되, 연 단위 총량 규제만 하면 된다. 경직된 노동규제에 대해 중소기업계가 백날 말해야 뭐하나. 마이동풍(馬耳東風)인걸. '타다'를 규제해서 나온 결과가 뭔가. 카카오 독점이다. 과거 중국 마오쩌둥이 참새가 곡식을 다 쪼아 먹는다며 참새를 다 잡아 죽였다. 어떻게 됐나. 해충이 창궐해 흉작으로 수백만이 굶어죽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됐다'는 말이 있다. 좋은 뜻에서 하는 규제가 우리 경제를 지옥으로 보내는 건 아닌지 신중해야한다." “가장 필요한 건 '기업가 정신'이다. 진정한 기업가정신은 불확실성에 대한 도전,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창출이다. 시대적으로 보면 어느 때에나 불확실성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불확실성 탓에 힘들고 어렵다고 하지만, 사실 기업가들에겐 이게 기회다. 확실하면 도전할 필요도 없지 않나." “기업인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부족해서다. 미국은 기업가가 영웅이자, 롤모델이다. 이런 부정적 시각은 교육 탓이 크다. 또 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의 사업 실패 비용이 너무 높다는 데 있다. 미국은 투자 중심의 스타트업이 활성화되어 있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융자나 보증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실패비용을 낮추고 재기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미국 외에 우리가 배울 만한 나라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사업실패에 대한 관용성이 높다. 우리보다 내수 시장이 훨씬 작다보니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시작한다. 앞으로 나올 우리 스타트업들도 창업 단계에서 글로벌을 지향하는 사업모델을 구상해야 한다. 십 년 전에 비해 여건이 좋아졌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 “스페로, 스페라! 살아 숨 쉬는 한 희망은 있다. 조금 더 버텨라. 덕담이 될지 모르겠다.(웃음)" ■ Who's 한정화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 △71세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미국 조지아대학교 경영학 석사·박사 졸업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학장 겸 경영전문대학원장 △제 13대 중소기업청장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아산나눔재단 이사장 △국민통합위원회 경제계층분과 위원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 이사장(현) △한양대학교 명예교수(현)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현) △㈜파크시스템스 사외이사(현)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중소 사업자 위한 ‘렌털 집사’”…100조 시장 뛰어든 김병석 프리핀스 대표의 포부

“중소 렌털 사업자를 위한 '렌털 집사'가 되겠다." 최근 에너지경제신문과 만난 김병석 프리핀스 대표는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프리핀스는 중소 렌털 사업자에게 맞춤형 전사적 자원 관리(ERP)를 제공하는 렌털 전환(RX) 기업이다. 현대카드·캐피탈 금융본부장 출신인 김 대표는 '아이파킹' 서비스로 알려진 국내 최대 인공지능(AI) 주차 솔루션 기업 파킹클라우드의 창업자인 신상용 대표와 함께 프리핀스를 공동 창업했다. 김 대표는 “렌털·구독은 외형적으로는 단순히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빌려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고도의 금융 기법이 들어가는 산업"이라며 “주차 솔루션 구독으로 성공한 신상용 대표와 RX 산업을 개척하고자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렌털 서비스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렌털 산업의 성장성에 주목한 영향이 크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2020년 40조원 규모의 국내 렌털 시장이 내년에는 100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 구독·렌털에 속하지 않은 제품·서비스까지 모두 월 이용료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소유에서 경험으로 소비 트렌드가 변하면서 렌털·구독 소비자층이 확대되고, 렌털 판매 방식을 도입해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고 싶은 제조·판매사의 RX 사례도 증가할 것"이라며 “렌털·구독 산업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렌털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자체 ERP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김병석 대표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큰 렌털 회사의 경우 자체 ERP 솔루션을 갖추고 있지만, 소규모 회사는 최대 10억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 때문에 ERP 솔루션을 개발·구축할 엄두를 못 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대표는 '프리핀스 렌털 플랫폼(FRP)' 개발에 매진했다. 지난 6월 론칭한 FRP는 그동안 렌털 회사들이 수기로 해오던 대여·재고 자산 관리를 전산화시켜 사업 효율을 높이는 렌털 업무 ERP 솔루션이다. 김 대표는 “상당수 중소 렌털 회사들이 엑셀을 이용해 수기로 대여·재고 자산을 관리한다. 문제는 렌털 가전 구입을 위해 자금을 대출받을 때 발생한다"며 “렌털업은 사업자가 먼저 물품을 매입하고 고객에게 대여하는 특성상 운영자금 융통이 중요하다. 금융권에서는 공신력 없는 엑셀 자료를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불편한 점을 해결하기 위해 FRP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프리핀스는 중소 렌털 사업자들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FRP를 어도비, MS오피스처럼 구독형 서비스로 판매하며, 구독료는 월 30만원 수준이다. 김 대표는 “FRP를 이용하면 금융 서비스를 수월하게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여·재고 자산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어 회사가 한 단계 성장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FRP 개발 외에도 새로운 개념의 렌털 협업 모델을 다수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디지털 옥외 광고 솔루션 벤처기업 사운드그래프의 '디지털 사이니지 RX'를 진행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동안 디지털 사이니지를 판매만 해오던 사운드그래프에게 렌털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렌털 요금제와 기간을 설계했다. 사운드그래프는 2000년에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시작해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을 개척한 1세대 벤처기업이다. 또한 공간 플랫폼 기업 TPZ에게 '1인 골프 스튜디오 렌털 창업'도 컨설팅했으며, 현재 국내 톱티어 렌털 기업의 기업 간 거래(B2B) 렌탈 사업부문 운영 솔루션 공동 개발도 논의 중이다. 올해 프리핀스의 고객사는 약 40개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김 대표는 4년 후 고객사 3200여개를 목표로 정진할 계획이다. 그는 “소유에서 경험으로의 가치 전환이 RX라는 나비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며 “혁신적인 솔루션으로 RX 컨설팅을 제공하며 중소 렌탈 사업자와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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