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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e+ 삶의 질] 인공와우 수술, ‘청각 재활’로 보청기 한계 극복

귀는 크게 외이(外耳), 중이(中耳), 내이(內耳)로 구분된다. 외이와 중이는 귀로 들어온 소리를 증폭해 내이까지 전달하고, 내이는 전달받은 소리를 감지·분석해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난청이란 이러한 과정에 문제가 생겨 작은 소리를 듣기 어렵거나 들리는 소리를 구분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귀 질환 분야를 다루는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학술단체인 대한이과학회에 따르면, 국내 인구 중 15∼20%는 청력에 크고 작은 이상을 가지고 있다. 신생아 1000명 중 2명 안팎 비율로 선천적 난청이 생긴다. 나이 들어 청력이 떨어지는 노인성 난청은 65세 이상에서 10명 중 4명꼴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 통계에서 연간 난청 진료환자는 2018년 58만 7637명에서 2019년 65만 646명으로 60만 명대에 진입했고, 2023년 80만 368명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난청 해결의 궁극적인 방법은 '인공와우 수술'이다. 손상된 달팽이관을 대신할 장치를 귀 뒤에 이식하여 소리를 듣게 해주는 수술이다. 보청기로도 말소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고도난청 환자는 인공와우 이식을 고려하게 된다. 인공와우는 △외부에서 소리를 전달하는 어음처리기 △피부 밑에 삽입하는 내부장치(임플란트) △달팽이관의 역할을 하는 전극 등으로 구성된다. 어음처리기가 음향을 포착하여 이를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고, 이 신호는 코일을 통해 체내 임플란트로 전달되며, 임플란트의 전극은 직접 청신경을 자극해 전기신호를 뇌로 전달하고, 뇌는 전기신호를 소리로 인지하게 되는 메커니즘이다. 보청기가 외부 소리를 증폭해 소리를 잘 들을 수 있게 돕는 방식이라면, 인공와우 수술은 청신경을 직접 자극하는 전자장치를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한다. 달팽이관의 손상이 심해 청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고도난청 환자는 보청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인공와우가 유일한 재활수단이 된다. 선천성 난청은 1000명당 1명의 빈도로 고도 이상의 난청이 발생하는데, 1세 미만에서 90데시벨(dB) 이상의 양측 심도 난청이 있거나 1세 이상에서 양측 70dB 이상의 고도 난청이라면 보청기만으로는 청력 회복에 도움을 받을 수 없어 인공와우 수술이 필요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청각재활센터(이비인후과 구자원·최병윤·송재진 교수)는 3월에 인공와우 수술 누적 2000례를 달성했다. 이달 17일 기준 2008례를 기록하고 있다.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최적화된 맞춤형 인공와우 수술을 위해 뇌파 검사, 영상 검사, 유전자 분석 등을 활용해 치료에 접목하고 있다. 수술전 평가와 정확한 수술 계획 수립을 위해 다양한 진료과와의 협진은 물론, 수술의 성공과 청력 회복을 목표로 언어치료실, 청각검사실, 청각재활실 등 전문 검사실과의 체계적 진료 프로세스도 구축했다. 최병윤 교수는 “환자 중 99%는 평생 단 1번의 수술이면 충분하며, 수술 자체도 소아의 경우 전신마취로 약 1시간 반이면 끝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병원에서 전문의 의사에게 수술을 받는다면 안전하고 효과적인 수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태어나면서부터 고도 이상의 난청을 앓는 경우는 생후 9개월 이전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것이 두뇌 및 언어 발달에 도움이 된다. 난청의 원인이 정확하게 파악돼 있고 아이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생후 7∼8개월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고 조언한다. 인공와우 분야도 새로운 수술 기법이 개발돼 치료성적을 높이고 있다. 고주파 난청 환자의 자연 청력을 최대한 보존하는 '하이브리드 인공와우 수술'이 대표적이다. 이 수술은 환자의 남아있는 저주파 영역의 자연 청력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고주파 영역만 전극으로 자극해 청력을 회복시키는 방법이다. 환자가 보다 나은 음질 인식과 음악 감상, 시끄러운 환경에서의 언어 이해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환자마다 다른 달팽이관의 크기와 형태를 고려해 인공와우 전극 위치를 정밀하게 조정, 전극과 신경원 세포의 접근성을 극대화하고 소리의 명료도와 청력 회복 효과를 높이는 '풀백(Pull-back) 수술'도 있다. 이밖에 유전자 검사와 분자유전학을 기반으로 난청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수술 예후를 예측하는 '정밀의료기반 수술'도 적극 활용한다. 난청은 소리를 못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이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송재진 교수는 “청력이 떨어져 소리를 못 듣게 되면 우리 뇌에서는 보상작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특정소리에 대한 결핍을 채우기 위해 가짜 신호, 즉 이명을 만들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노화성 난청이나 소음성 난청 환자는 고음쪽 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고음의 '삐∼' 하는 이명이 들리며, 반대로 저음 청력이 떨어진 경우에는 '웅∼' 하는 저음의 소리가 느껴지는 것이다. 송 교수는 “심한 난청과 이명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서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후 상당히 호전된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난청과 이명의 증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치료를 받으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력 회복, 이명 치료를 위한 인공와우 수술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수술 후 정확한 매핑(mapping)과 청각 재활훈련이 이뤄져야 한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인공와우 수술의 조기 매핑 기법에 대한 효과를 세계 최초로 입증하기도 했다. 동시에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언어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환자의 언어 능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구자원 교수는 “인공와우 수술 건수의 증가도 의미가 있지만, 사실 질적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충분한 상담으로 인공와우에 대한 이해를 높여 청각 회복에 현실적인 기대를 갖게 하는 것, 수술 후 매핑 과정, 꾸준한 언어치료가 수술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도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 활동으로 국내외 청각 재활분야의 선도적 입지를 공고히 하며, 난청 환자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전문의 칼럼] 시야 좁아지는 증상, 뇌종양 의심해야

뇌하수체는 우리 몸의 호르몬 조절을 담당하는 기관으로, 뇌의 하부에 위치하며 크기는 직경 1㎝ 정도에 불과하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역할을 한다. 이 부위에 발생하는 종양을 '뇌하수체 종양(뇌하수체 선종)'이라 부르며, 이는 뇌에서 발생하는 양성종양 중 두 번째로 흔한 유형이다. 특히, 뇌하수체 바로 위에는 양쪽 시신경이 교차하는 '시신경교차' 부위가 있어, 종양이 성장하면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증상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시력이 자꾸 나빠지고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은 녹내장·황반병성·노안·백내장 등 다양한 원인이 작용한다. 그런데 눈 자체의 문제가 아니고 뇌에서 발생하는 양성종양 중 두 번째로 흔한 뇌하수체 종양에 따른 시야 장애도 적지 않다. 안경 교체만으로 해결되지 않으므로 뇌 검진이 필요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시야가 서서히 좁아진다는 느낌을 받으면 머저 안과 검진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안과 진료로 해결된다면 시력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안과 검진에서도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시야 장애가 지속되거나 두통, 기억력 저하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더 정밀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 뇌하수체 종양은 기능성 종양과 비기능성 종양으로 나뉜다. 경우에 따라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수술이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개두술 없이 콧속을 통해 내시경으로 종양을 제거하는 '내시경 경접형동 수술'이 발달해 치료기간을 줄이고 흉터도 남기지 않아 선호받고 있다. 뇌종양은 뇌에서 비정상인 세포의 증식으로 발생하는 질환으로, 양성과 악성으로 나뉜다. 아직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환경적 요인 △면역력 저하 △바이러스 감염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족력이나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는 뇌종양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 가령, 고용량 방사선이나 특정 화학물질에 지속해 노출될 경우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또한,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이거나 특정 바이러스 감염이 뇌종양 발병에 관련있는 것으로도 보고된다. 뇌종양 치료는 종양의 종류, 크기, 위치, 환자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다르게 진행된다. 주요 치료법으로는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표적치료 △재활치료 △완화치료 등이 적용된다. 방사선 치료는 수술 뒤 남은 종양세포를 제거하거나 수술이 어려운 경우에 시행되며, 항암화학요법은 약물로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치료법이다.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 변이에 맞춘 표적치료제가 개발돼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은 장점이 있다. 또한, 재활치료와 완화치료를 통해 뇌 기능 회복을 돕고 통증을 완화해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뇌종양은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증상은 다른 질환들과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원인 모를 증상이 지속된다면 진료를 통해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안과 진료와 치료 뒤에도 계속 시야가 좁아지는 느낌이 들거나, 시력이 급격히 저하됐다고 느껴진다면 초기 뇌종양일 수 있으니 반드시 전문의 진료가 필요하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클릭! 3분 건강] 항암·항산화의 첨병 ‘채소’…하루 500g섭취해야

채소에는 풍부한 식이섬유와 파이토케미컬(식물영양소) 등 항산화·항암·항염증 성분이 풍부하다. 정부 및 보건당국, 영양학계·의학계는 현대인들이 채소를 충분히 섭취해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을 지켜야 한다고 권고한다. 우리나라는 하루에 채소 500g 이상 섭취를 권장하고 있다. 하루 평균 115g의 김치를 먹기 때문에 절임채소를 제외한 생채소를 추가로 많이 먹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학계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으로 실제 하루 500g의 권장량을 섭취하는 비율은 24.6%로, 4명 중 1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더욱이 남성은 20.7%, 20대는 11.9%에 그쳤다.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이영은 명예교수(전 대한영양사협회장)는 “과일·채소 섭취가 부족하면 인체의 수많은 활동에 필요한 영양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나쁜 물질이 쌓여 암을 비롯해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명예교수는 “채소·과일의 다량 섭취가 부담스럽다면 과채 주스, 특히 생(生) 성분을 보유한 착즙 주스를 만들어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착즙 주스는 채소·과일을 열을 가하지 않고 저온에서 눌러 짜 열에 약한 영양소 손실이 적고, 항산화 영양소·효소 등 살아있는 채소·과일의 풍부한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따라서 바쁜 현대인에게 쉽고 효율적으로 영양소를 보충하는 유용한 방도가 될 수 있다. 최근 채소가 간경변 환자의 간암 발생 억제에도 기여한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돼 주목받았다. 프랑스 북소르본대학 영양역학연구팀은 논문에서 “채소에 든 항산화 성분과 미량 영양소가 항산화·항염 효과를 발휘해 간세포암 발생 위험을 낮췄을 가능성이 있다"며 “채소 섭취를 늘리는 것이 간암 예방을 위한 효과적인 식이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

中企 경기전망, 여전히 기대감 낮다

탄핵정국의 장기화, 미국 트럼프발 관세전쟁 등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으로 중소기업들의 경기전망 기대감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일 발표한 '2025년 4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3월 13~19일, 3070개 중소기업 대상) 결과에서 경기전망지수(SBHI)가 75.7을 기록했다. 3월보다는 1.0포인트(p)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해 4월 SBHI와 비교에선 5.3p 하락한 수치다. SBHI가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더 많음을 나타내며,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뜻한다. 중기중앙회는 4월 SBHI가 3월에 이어 전월대비 2개월 연속 상승했다는데 의미를 뒀다. 4월 SBHI 세부 내용에서 제조업은 1.9p 상승한 82.6을 기록했고, 비제조업은 전월대비 0.6p 상승한 72.7로 나타났다. 비제조업에서 건설업(72.5)은 전월대비 6.7p 올랐으나, 서비스업(72.7)이 전월대비 0.8p 하락했다. 업종 별로 보면 △음료(86.2→93.6) △금속가공제품(76.6→83.8)을 중심으로 17개 업종이 전월대비 상승한 반면, △가구(72.1→64.7) △인쇄및기록매체복제업(85.3→80.6) 등 6개 업종은 전월대비 하락했다. 서비스업에서는 △예술, 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83.4→93.8) △숙박 및 음식점업(76.2→79.7) 등 7개 업종 모두 전월대비 상승한 반면 △출판, 영상, 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89.1→85.6) △도매및소매업(69.8→68.1) 등 3개 업종은 전월대비 하락했다. 3월 중소기업 경영상 애로요인은 여전히 '매출(제품판매) 부진'(60.3%) 비중이 가장 높았다. 그밖에 △인건비 상승(35.6%) △원자재(원재료) 가격 상승(30.9%) △업체 간 경쟁심화(28.0%) 순으로 그 뒤를 이었다. 아울러 2월 중소제조업 평균가동률은 69.9%로 전월대비 0.3%p 상승했으며, 전년동월대비 1.9%p 하락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합성니코틴 담배’ 이권 다툼…청소년 흡연 확산 어쩌나

공적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합성니코틴 담배'를 법의 울타리로 넣으려는 시도가 국회의 지지부진한 논의로 표류하고 있다. 담배업계 이권 사수를 놓고 정치권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며 담배사업법 개정안 처리도 표류하는 한편, 청소년 건강권 침해·과세 회피 등 각종 부작용 우려가 높아져 속도감 있는 규제 혁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과거 2016년 첫 발의된 합성 니코틴을 담배사업법상 담배로 포함시키는 내용의 개정안 입법화가 9년째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재재정소위에서도 총 10건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심사했으나, 합성니코틴 수입·판매업자들의 영업권 보호 문제에 의견이 갈리며 통과되지 못한 채 계류됐다. 관건은 개정 타당성이다. 개정안은 담배 원료 범위를 '연초의 잎'에서 '연초 및 니코틴'으로 넓히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 연초형 담배·천연니코틴 궐련형 전자담배와 달리 합성니코틴 액상전자담배는 법적으로 담배가 아닌 탓이다. 따라서, 담배소비세 등 세금·부담금에서 자유롭고, 온라인 판매나 청소년 판매 시 처벌 규정도 부재해 규제 사각지대를 활용한 편법 행태로 확산될 것이란 비판이 뒤따랐다. 특히,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합성니코틴 원액에 발암성·생식독성 등 유해물질이 상당량 존재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연구 용역 결과를 발표하며 입법 논의도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용역보고서를 근거로 기획재정부도 합성니코틴 규제에 찬성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업계 간 이견을 보이면서 진척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업계 스피커간 기싸움이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 전자담배협회 총연합회는 청소년 건강 등을 이유로 규제 속도전에 무게를 싣는 반면, 개정안 반대파인 한국전자액상안전협회는 시중에 유통 중인 불법 합성니코틴 제품 대상으로 적절한 실태조사와 단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규제 공백을 틈타 BAT로스만스 등 담배 대기업마저 시장에 참전하며 또 다른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담배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개정안 통과 시 영세·소상공 판매업체와 달리 담배 대기업은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세금 부과를 감당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고 오히려 시장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는 지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BAT로스만스는 지난해 11월 담배 대기업 처음으로 국내 베이프숍(전자담배 가게)에서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를 출시하기 전부터 합성니코틴 규제를 지지한다고 표명해 왔다. 청소년 대상의 마케팅을 일체 진행하지 않고, 세금·부담금의 절약분은 소비자 혜택으로 환원한다는 방침을 줄곧 내세우고 있다. BAT로스만스 관계자는 “올 2월 국회에서 담배사업법 개정안 입법 보류와 무관하게 당사는 규제 찬성에 대한 의견을 고수하는 중"이라며 “지속가능한 시장 조성을 위해 공감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탓에 입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만큼 갈수록 청소년 피해도 커지고 있다고 꼬집는다. 청소년·학부모 연대체인 청소년지킴실천연대 관계자는 “합성니코틴 규제 법안이 수년째 방치되면서 지금도 청소년들은 인터넷·무인자판기 등 판매 성지를 찾아 자유롭게 제품을 구매한다"면서 “불안정한 정치 상황으로 입법 논의마저 어려운데,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개정안 통과 촉구를 위한 오프라인 활동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입법 추진 과정에서 전문 담배 판매점이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보다 섬세한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개정안 통과로 합성니코틴 판매업체들이 '담배 소매인'으로 지정되면 궐련형 담배와 천연니코틴 액상 전자담배까지 판매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기존 합성니코틴뿐만 아니라 추가로 담배 판매를 허가해 전문 담배소매점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담배규제 정책의 본질을 배반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점을 예상하지 못하고 무작정 정의만 개정할 것은 아니다. 정부도 뒷단에 벌어질 일들을 고려해 유보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호텔·리조트, 4~5월 야외수영장 ‘손님맞이’

날씨와 기온이 오락가락했던 3월을 지나 4월부터 초여름 수준 날씨가 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유명 리조트와 호텔들이 서둘러 수영장을 개장하며 '여름 장사'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최근 기상청이 발표한 오는 4~6월 기상 전망 자료에 따르면, 4월은 평년(11.6~12.6℃)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나타났다. 5월은 평년(17.0~17.6℃)보다 높을 확률이 50%, 6월은 평년(21.1~21.7℃)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로 분석됐다. 이같은 기상청의 예보에 맞춰 주요 리조트와 호텔의 야외 수영장이 일찌감치 문을 열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28일 다목적 실내 워터파크 '스플래시 베이'를 재단장해 오픈했다. 새롭게 옷을 갈아입은 스플래시 베이는 고객 경험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 즐길 거리를 추가했다. 봅슬레이 경주를 연상하게 하는 '아쿠아 레이서', 빠른 물줄기와 네 번의 곡선 구간으로 속도감을 느낄 수 있는 '스플래시 트위스터' 등 워터 어트랙션을 도입했다. 또, 가족 방문객을 고려해 키즈 전용 어트랙션 '키즈 트위스터'와 '워터 플레이 그라운드' 등을 운영한다. 호텔신라 서울은 한발 앞서 야외수영장 '어번 아일랜드'를 지난 14일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호텔신라는 “수영을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인 카바나는 별도 객실 이용 없이 예약 가능하다"며 이른 수영객 맞이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국적인 오렌지색 건물과 야자수가 어우러진 풍경으로 SNS에서 인기가 높은 제주부영호텔&리조트도 지난 22일 야외수영장(A)을 열고 고객을 맞고 있다. 온수풀로 운영해 따뜻한 물속에서 추위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했으며, 24시간 수질관리시스템을 가동해 쾌적함을 제공한다. 5월 야외수영장 개장을 앞둔 호텔들도 눈에 띈다. 2020년 8월 선보인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은 다소 늦은 오는 5월1일 야외 수영장 '알티튜드 풀 & 라운지' 운영을 시작한다. 한쪽 면이 투명 유리로 만들어진 독특한 구조로, 풀 안에서 걷거나 수영하는 모습을 바깥에서 볼 수 있어 인증샷을 찍으려는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뜨겁다. 특히,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은 코로나19 시기에 문을 열었음에도 단순히 수영을 즐기는 경험 이상을 추구하는 젊은층의 입소문에 힘입어 5년 사이에 주목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서울 남산의 자연경관이 한눈에 들어오는 그랜드 하얏트 서울도 5월 24일 야외 수영장을, 남산의 녹음에 둘러싸인 또 다른 호텔인 반얀트리 클럽 서울도 5월 중에 손님을 맞는다. 이밖에 탁 트인 한강 뷰를 만끽할 수 있는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의 '리버파크'는 6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힘들지만 기회 오고 있다”…롯데 유통군 ‘자신감’ 경쟁력 장착

롯데그룹 유통군을 총괄하는 김상현 부회장이 지난주 몇년간 침체기에 빠진 한국 유통업의 경쟁력 회복과 롯데그룹 유통군의 저력을 강조해 주목받고 있다. 유통시장의 국내외 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오프라인 유통점포만이 줄 수 있는 체험과 K콘텐츠의 인기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30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김상현 롯데그룹 유통군 총괄대표 부회장은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서울에서 열린 '밀컨 인스티튜트 코리아 디너' 행사에 연사로 참석해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에게 한국 유통산업과 롯데그룹 유통군의 잠재력을 설파했다. 밀컨 인스티튜트는 매년 4월 미국에서 세계 최대 투자포럼인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투자연구기관으로, 이번 '밀컨 인스티튜트 코리아 디너'는 밀컨 인스티튜트가 한국에서 개최한 첫 기관투자가 행사다. 먼저 김상현 부회장은 온라인을 통해 얻기 어려운 오프라인 점포만의 '고객 체험'이 한국 유통업과 롯데 유통군의 저력임을 강조했다. 즉,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모두 충족시키는 체험을 선사해 고객이 일부러 찾아오고 오래 머물 수 있도록 하는 국내 유통산업의 경쟁력을 기회의 장점으로 설명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롯데의 경우 베트남 '롯데몰 웨스트 레이크 하노이' 등을 통해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고객의 첫번째 쇼핑 목적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롯데에 따르면, 롯데몰 웨스트 레이크 하노이는 롯데호텔의 'L7 웨스트 레이크 하노이 바이 롯데' 호텔과 직접 연결돼 있는 베트남 최대 쇼핑몰로 식당, 마트, 영화관, 아쿠아리움, 서점, 문화센터 등이 결합돼 있어 쇼핑부터 외식까지 한 곳에서 문화소비를 향유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이 강조한 또 하나의 경쟁력은 K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다. 디너행사에서 김 부회장은 “국내 유통기업들이 K푸드와 K뷰티 등 K콘텐츠 글로벌 열풍과의 시너지를 통해 베트남·인도네시아·몽골·미국 등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한국의 콘텐츠는 고객에게 단순히 상품만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회장은 “국내 유통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지만 백화점이나 쇼핑몰이 성장하고 있는 몇 안되는 국가 중 하나"임을 꼽으며, “서울 잠실 롯데타운이 K-POP 그룹 초청이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팝업 등으로 연간 5500만명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디지털기술 발전 덕분에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 점도 오프라인 유통기업이 온라인 유통기업에 대응할 수 있는 호재라고 지목했다. 김 부회장은 “고객 멤버십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는 그동안의 오프라인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이는 다른 나라와 차별화되는 한국 유통업이 지속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유통군 주력사 롯데쇼핑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9% 감소한 13조9866억원, 영업이익은 6.9% 감소한 4731억원을 기록했지만, 롯데백화점은 해외사업이 선방했고, 롯데마트 역시 국내 매출은 4.7% 감소한 반면 해외 매출은 3% 증가해 해외사업 확대 잠재력을 보여줬다. 김상현 부회장은 “글로벌 변동성과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위험 요인이긴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기회가 있다"며 “K푸드, K뷰티 등의 글로벌 수출이 70억달러, 100억달러를 넘기는 등 커다란 기회가 한국으로 오고 있다. 지금은 한국 유통업이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의 시기"라며 한국 유통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을 힘주어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미래 위한 혁신 주문

NH농협금융지주가 서울 중구 본사에서 '2025년 제1차 농협금융 고객전략협의회'와 '시너지추진협의회'를 통합개최했다. 30일 NH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는 전 자회사의 고객전략·시너지전략을 담당하는 부사장 등 임직원 50여명이 참석했다. 이찬우 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금 당장 혁신하지 않으면, 농협금융의 미래는 없다"고 발언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관세전쟁과 순이자마진(NIM) 하락 및 연체 증가 등으로 인한 안정성과 수익성 훼손을 우려했고, △미래변화 선제대응 △혁신 추구 △고객만족 증대 △본원적 사업경쟁력 강화를 나아갈 방향으로 제시했다. 참석자들은 고객신뢰, 고객경험, 저출생·고령화를 올해 고객전략 3대 핵심 키워드로 선정하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내부통제를 넘어 고객 입장에서 신뢰를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초개인화된 고객경험 혁신을 위해 디지털 전환(DX)을 뛰어너머 인공지능전환(AX)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인구구조 변화가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농협금융의 대응방향에 대한 보고 등도 이뤄졌다. 이 회장은 상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업무처리를 주문했다. 금융사로서의 본원적 사업경쟁력 제고를 통해 농업·농촌·농업인의 실익 증진에 기여하고, 사회에 봉사하는 역할을 충실히해야 한다는 점도 당부했다. 전국 농축협을 포함한 범농협 네트워크와 더불어 외부기관과 협업하는 등 시너지 영토 확장도 강조했다. 정부 정책과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로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많다는 점을 염두,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업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회장은 “'신뢰 금융, 혁신의 새로운 기준' 슬로건을 구현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합심, 농협금융이 대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엔씨 ‘리니지’ 저작권 침해 소송 결과 엇갈려…부정경쟁행위 핵심 쟁점으로

엔씨소프트가 자사 대표작 '리니지 시리즈'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해 진행 중인 소송전의 결과가 엇갈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두 건 모두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 않아 부정경쟁행위 유무가 희비를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번 법적 분쟁이 게임 간 유사성 기준 마련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롬(ROM)'의 판결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30일 법조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1부(송혜정·김대현·강성훈 부장판사)는 웹젠에 'R2M' 게임 서비스 중단과 함께 손해배상금 169억1820만9288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 저작권 분쟁 사상 법원에서 인정된 가장 큰 배상액이다. 앞서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과 벌인 소송전과는 다른 결과다. 엔씨는 지난 1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저작권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중지 청구에 대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박찬석 부장판사)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두 재판부 모두 엔씨가 주장한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표절 근거로 제시한 각 게임 구성요소를 다수 게임에서 발견되는 일반적 규칙으로 본 것. 게임물 간 유사성이 사실상 장르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순 유사성만으론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는 타인의 투자·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저작권 침해와는 서로 다른 법적 근거를 갖지만, 상호보완적 측면이 있어 동시에 소송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통상 게임의 배경·규칙·전개방식 등은 아이디어로 간주돼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보호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은 이용자 혼란을 초래하거나 시장 경쟁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포함해 저작권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할 수 있다. 즉, 창작물에 대한 원고의 성과와 게임 간 유사성이 시장에 미친 영향을 명확히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먼저 '아키에이지 워'는 개발·출시가 리니지 시리즈의 명성과 시장 점유율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엔씨가 제시한 증거들은 주로 사용자경험(UI)·게임 시스템 등 구성요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재판부는 이를 장르의 보편적 특성으로 해석한 것. 재판부는 “엔씨는 리니지2M의 구성요소와 진행방식이 창작성을 가진다고 했지만, 이와 유사한 방식들이 이미 선행 게임에 존재한다"며 “엔씨의 표절 근거는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는 공통요소로써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R2M'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엔씨의 손을 들어줬다. 웹젠이 게임 출시 이후 게임 내용을 일부 수정한 건 사실이지만, 증거를 종합했을 때 부정경쟁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각 구성요소의 선택·배열·조합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 △'리니지M'과의 실질적 유사성 △엔씨가 7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투자한 점 △게임 시스템의 명성과 고객흡인력 등을 고려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2심에서도 이같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8일 1심 2차 변론기일이 예정된 카겜·레드랩게임즈와의 '롬' 법적 분쟁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2월 이 게임이 '리니지W'의 콘셉트·시스템 등을 다수 도용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두 소송과의 차이점은 출시 시점이다. 롬의 경우, 정식 출시 이전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시각이다. 이는 엔씨의 대응 기조가 강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관련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경쟁작 출시로 인한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경고 조치'인 셈. 업계는 3개 소송의 판례가 향후 MMORPG 장르 내 저작권 기준을 정립하는 중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향후 대법원 판결이 예정된 R2M 소송이 바로미터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통상 대법원 판결은 법률 해석을 넘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높아 유사 사례 발생 시 위법 여부를 판가름하는 우선척도로 작용하기 때문.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문화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R2M의 대법원 판결 결과가 아키에이지 워와 롬의 판결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R2M 판결의 경우, 리니지라이크류 개발 방향 변화 계기가 된 건 맞지만, 게임 간 표절에 대한 부정경쟁방지법의 법리를 완전 확립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롬은 앞선 두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출시가 예정됐단 점에서 개발진이 유사 소송 제기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이나 민법의 불법행위 책임 영역에서 위법성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데, 추가 법리 확립이 필요한 만큼 아키에이지 워의 항소심 향방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AI 가전=삼성’ 주도권 굳히기 나선다…비스포크 AI 라인업 공개

삼성전자가 진화된 '비스포크 AI' 가전을 앞세워 글로벌 AI 가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대한다. 보안과 연결성을 핵심 차별화 요소로 내세우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겠다는 전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8일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 행사를 열고, AI 기술이 접목된 신제품을 대거 선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제품은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 △2025년형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2025년형 올인원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등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신제품에서 가장 강조한 요소는 '연결성'이다.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가전 간 연결을 강화해, 소비자가 더욱 직관적이고 편리한 사용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신제품에 탑재된 터치스크린을 통해 스마트싱스에 연결된 모든 가전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다. △와이파이 △직비(Zigbee) △매터 스레드(Matter Thread) 등 다양한 프로토콜을 지원해, 별도의 허브 없이도 조명과 스위치 같은 사물인터넷(IoT) 기기까지 제어 가능하다. 보안 역시 대폭 강화됐다. 삼성전자는 기존 보안 솔루션인 '녹스(Knox)'를 발전시켜, AI 가전에도 '녹스 매트릭스(Knox Matrix)'를 적용했다. '녹스 매트릭스'는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 기술로, 가전제품 간 보안 상태를 상호 점검하고, 외부 위협이 감지될 경우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비밀번호와 인증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별도의 보안 칩에 저장하는 '녹스 볼트(Knox Vault)'도 가전제품에 최초로 적용됐다. 여기에 양자컴퓨팅의 보안 위협을 대비한 '양자 내성 암호(PQC)' 기술도 도입해 보안 수준을 한층 높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AI 가전=삼성'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 결과, 비스포크 AI 가전이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6% 증가했다. AI 기반 맞춤형 서비스와 에너지 절감 기능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네이버 쇼핑과 쿠팡에서 인기 있는 AI 가전 633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의 제품이 스마트폰 연동과 에너지 효율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신혼부부나 1인 가구 소비자들 사이에서 '축하 선물'로도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AI 가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가전 시장이 전반적인 수요 부진을 겪는 가운데, 여러 제조사가 AI 기술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며 시장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LG전자는 AI를 '공감지능'으로 정의하고, 사용자의 불편을 스스로 인식해 해결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 가전 브랜드 로보락도 AI 기반 자율 주행 시스템을 적용한 로봇청소기를 출시하며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AI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대표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삼성전자는 보안과 연결성을 더욱 강화한 비스포크 AI 가전을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확립하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임성택 삼성전자 한국총괄은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 행사에서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보안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가장 큰 강점은 보안"이라며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했고, 올해 확실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종승 삼성전자 DA사업부 개발팀장(부사장)도 이날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동시에 보안과 연결성을 강화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며 “이러한 혁신이 AI 가전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더욱 높이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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