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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보안학과 관심 높아진 수험생, 한국IT전문학교로 눈길

정보보안 특성화 전문 교육기관인 한국IT전문학교(이하 한아전)가 사이버보안학과와 컴퓨터공학과를 비롯해 다양한 IT 관련 학과를 운영하며 미래 보안 전문가 양성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사이버보안학과는 화이트해커와 바이러스 대응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데이터 분석 및 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창의적 융합형 보안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아전은 전문대 수시 2차 모집 기간을 맞아 2026학년도 신입생을 수시·정시 외 전형으로 모집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이번 모집에는 고3 수험생, 검정고시 합격자, 대학 중퇴자 등 다양한 배경의 지원자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특히 사이버보안학과에 대한 관심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최근 사이버보안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수험생들이 한아전에 지원하며 입학 상담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며, “인서울에 위치한 본교는 최신식 보안 장비와 실습 환경을 구축해 화이트해커·정보보안 전문가를 실무 중심으로 양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학과를 비롯한 컴퓨터 관련 학과 지원 열기도 이어지고 있다. 한아전 소프트웨어학과는 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SW 개발 및 알고리즘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 검정고시 합격생,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출신자, 대학 중퇴자 등 다양한 전형을 통해 잠재능력 평가와 면접 중심의 신입생 선발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한아전은 사이버보안학과 외에도 웹툰학과, 시각디자인학과, 인공지능학과 등 취업률이 높은 실무 중심 학과를 운영하고 있으며,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을 통해 산업 현장 중심의 창의적 IT 인재를 지속적으로 배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송기우 기자 kwsong@ekn.kr

‘SUV 명가’ KGM, 토레스·무쏘 앞세워 해외 영토 넓힌다

국내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명가'로 자리잡은 KG모빌리티(KGM)가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 영토를 빠르게 넓혀가고 있다. 과거 '쌍용차 사태'와 '먹튀 논란' 등을 겪으며 무너진 해외 영업망을 KG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이후 빠르게 복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GM은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에서 토레스 하이브리드(HEV) 출시 행사를 진행했다. 현지 기자단 등을 대상으로 차량을 소개하고 시승 기회를 제공했다. 이스라엘은 유가가 높고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펼치고 있어 HEV 수요가 증가하는 곳으로 꼽힌다. KGM은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있는 체바히르 호텔에서 무쏘 EV를 현지에 선보였다. 현지 대리점사와 기자단 등 120여명이 참석해 차량을 직접 운전하며 상품성을 경험했다. KGM 관계자는 “참석자들은 무쏘 EV의 경제성과 다용도성, 토레스 HEV의 연비와 안정적인 승차감 등에 만족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회사는 앞서 지난 9월 두 차량을 알리기 위해 독일에서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페인, 영국, 튀르키예 등 유럽과 중동·중남미 지역 총 38개국 대리점사와 기자단을 초청해 제품을 알렸다. KGM은 지난해에도 이탈리아에서 신차를 론칭하며 시장 공략을 선언하거나 한국으로 전세계 42개국 대리점 대표 91명을 초청해 액티언 등 SUV 경쟁력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 KGM은 지난해 전세계 시장에서 11만6428대의 자동차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2.2% 늘어난 수치다. 이 중 내수가 6만3345대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수출(5만3083대)은 2023년보다 실적이 17.2%나 뛰었음에도 아직 비중이 낮은 상태다. KGM 평택공장은 연간 25만대 수준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인력 조정 등으로 인해 현실성을 감안하더라도 15만~18만대 가량은 만들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회사가 영업흑자를 내며 정상 궤도에 올라서긴 했지만 공장을 100%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KGM이 해외 영토를 확장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배경이다. 엑티언, 토레스, 무쏘 등 최근 나오는 신차들의 상품성에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성과는 속속 나오고 있다. KMG의 지난달 판매는 9517대로 지난해 동월 대비 2.9% 늘었다. 추석 연휴가 있어 전년 대비 조업·영업일이 크게 줄었음에도 '플러스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KGM을 제외한 국내 완성차 4개사는 모두 지난달 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수출 덕분이다. 지난달 내수 판매는 3537대로 21.5% 줄었지만 수출(5980대)이 26.1% 뛰며 이를 상쇄했다. 올해 들어서는 수출 물량이 내수 수요보다 많아지는 '선순환 구조'도 그려지고 있다. KGM의 올해 1~10월 판매는 내수 3만4469대, 수출 5만7436대로 집계됐다. 이같은 수출량은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치다. KGM의 별도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조1889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3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다. 회사가 그간 공들여온 튀르키예 등에서 좋은 반응이 나온 결과로 풀이된다. KGM의 튀르키예 수출 물량은 2023년 2217대에서 지난해 1만1870대로 5배 이상 급등했다.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 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다. KGM은 지난 8월 스페인 '가디아 시빌'에 렉스턴과 무쏘 스포츠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 곳은 시민 안전 보호뿐만 아니라 마약·폭발물 탐지 및 실종자 수색, 특수작전 등 고난도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 안보 담당 치안 기관이다. 5월에는 인도네시아 군사 장비 등을 생산하는 국방부 산하 국영 방산 기업 핀다드사와 렉스턴 부품분해수출(KD) 공급 물량 및 인도네시아 국민차 프로젝트 등 사업 확대를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무쏘 스포츠의 경우 호주 유력 온라인 자동차 매체인 'Drive'로부터 2년 연속 '최고의 픽업'에 선정됐다. 2023년에는 스코틀랜드 자동차협회로부터 'SCOTY'(Scottish Car of the Year)를 획득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사회 정비했지만...롯데손해보험, ‘당국 리스크’ 여전 [이슈+]

롯데손해보험이 자본시장 전문가로 불리는 이호근 사외이사를 선임하면서 이사회 내부 변화 여부에 이목이 모이고 있다. 최대주주인 JKL파트너스가 대외 신뢰 제고를 노린 '전략적 인사'를 통해 재무 안정을 다지면서 매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이 롯데손해보험에 적기시정조치를 지정해 또 한 번 급제동이 걸린 만큼 이 부분의 해결이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2025년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호근 사외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을 원안대로 승인했다. 이 신임 사외이사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카드 △그레이그룹 아태지역 사장 등을 역임해 글로벌 금융·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애큐온저축은행 대표 재직으로 인해 리테일 금융 경험도 풍부하다는 평가다. 롯데손보는 이 사외이사의 선임 목적을 소비자 중심의 경영문화 정착과 지속 가능한 성장체계 구축 등이라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 이 사외이사의 합류가 일반적인 선임이라기보다 기업가치 제고나 매각 작업을 염두에 둔 배치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매각 준비에 따른 가치 제고 및 새 주인 맞이를 위한 내부 거버넌스 정비 등 체질개선 부분에 목적이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시장에선 지난 9월 이후 공석이 되며 이 사외이사가 앉게 된 자리가 '보험 키맨'으로 불렸던 이창욱 사외이사 자리였던만큼 대체자에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이창욱 사외이사는 금융감독원 출신이면서 보험감독국 국장 등을 역임해 당국 소통 및 보험업권 전문가 역할에 대한 기대가 실린 바 있다. 롯데손보가 건전성 이슈로 당국과 소통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이번에도 관료 출신이나 업계 관련 인사가 충원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이호근 사외이사의 경우 이런 이력과는 거리가 있다. 사내이사인 최원진 JKL파트너스 부대표도 오는 3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추가로 경영진 변동이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JKL파트너스는 2019년 인수 당시 경영진 다수를 교체해 색채를 강하게 드러냈지만 최근엔 외부 금융·자본시장 전문가를 영입해 경영 내실화와 이사회 내 최대주주 색채 완화를 동시에 이루는 추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호근 사외이사는 이력이나 인맥면에서 볼 때 전략 수립 기여 등 경영참여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향후 매각관련 내부 색채 변화에 있어 긴밀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며 “JKL파트너스가 외부에서 금융·글로벌 전문가를 영입한 것도 이사회 독립성 및 회사 가치를 제고하고 본격적으로 매각을 위한 준비단계에 착수하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JKL파트너스가 이사진 재정비와 함께 서서히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여러 정황도 관측된다. 앞서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에 제동이 걸리면서 재무 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일어난 바 있지만 실적 개선을 통해 빠르게 완화시키는 모양새다. 롯데손보는 올 3분기 예외모형 적용 기준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에 141.6%를 기록해 당국 권고치를 충족했다. 올해 누적 순이익은 990억원을 나타내며 전년 동기 대비 42% 늘어나기도 했다. 강력한 인수 후보도 나타난 상황이다. 최근 한국금융지주가 롯데손보의 인수를 타진한 가운데 실사 단계에 착수했다. 다만 매각 가격 및 거래 조건 등에서 아직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당국과의 관계 개선은 매각 준비 과정에 있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 되고 있다. 5일 금융당국이 롯데손보에 최종적으로 적기시정조치를 지정하면서 원만한 매각 작업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다시금 재발했다. 매각의 키를 쥔 당국과의 정무적 문제 해결이 매각을 위한 주요한 관문으로 떠오른 셈이다. 지난 콜옵션 이슈 당시 금융당국의 만류에도 콜옵션 행사를 강행하려다 당국이 다시 강하게 제동을 거는 등 사실상 '전면전'이 펼쳐진 바 있다. 여기에 당국이 전날 경영개선권고를 내리면서 건전성 입증 이슈가 해소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적기시정조치가 '비계량적' 평가 요인에서 이뤄진 만큼 관계가 매끄럽지 않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특히 다음 달부터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이자를 포함한 배당의 지급을 정지하게 된 점이 매각에 있어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진 만큼 투자자 보호 측면과 신뢰도 하락이 매각 작업에 중대한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원매자 입장에선 채권자 피해나 신용등급 하락이 인수 과정상 재무 리스크 프리미엄이 더해지는 효과로 작용한다.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롯데손보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급을 일제히 하락 조정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이자 미지급은 해당 채권의 가치와 롯데손보의 신용등급 하락, 투자자 손실로 연결될 수 있어 기관투자자나 잠재 원매자 입장에선 부정적 시그널로 읽힐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2개월 내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하고 금융당국의 승인 이후 1년에 걸쳐 계획을 이행한 후 요건이 충족되면 조치에서 벗어나게 된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티빙 日 진출 ‘적자 탈출’ 승부수…변수는 웨이브 합병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이 디즈니플러스와 손잡고 일본 시장에 진출한다.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K-OTT' 성공기를 쓰겠다는 포석이다. 6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티빙은 최근 디즈니플러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 디즈니플러스 서비스 내에 '티빙 컬렉션 온 디즈니플러스'(이하 티빙 컬렉션)를 공식 출시했다. 디즈니플러스 내에 별도 브랜드관 형태로 운영되며, 일본 이용자들이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공식 허브 역할을 하게 된다. 티빙 오리지널 히트작을 비롯해 모회사 CJ ENM의 대표 흥행작들이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티빙은 글로벌 진출에 맞춰 오리지널 시리즈 '친애하는 X'를 한국과 일본 등 총 19개국에서 동시 공개하기로 했다. 내년 HBO Max 브랜드관까지 정식으로 론칭하게 되면, 티빙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총 19개국에서 서비스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서의 구색을 갖추게 된다. 일본과 아태 지역을 시작으로 미국·남미 등으로 시장을 확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글로벌 콘텐츠로 자리매김한 K-콘텐츠를 단순히 수출하는 것을 넘어, '티빙'이라는 브랜드 자체로 해외 시장에 진입해 K-콘텐츠 확산의 교두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앞으로도 매력적인 K-콘텐츠를 전 세계에 더 많은 글로벌 고객에게 선보이며, 글로벌 K-OTT 플랫폼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티빙의 글로벌 공략은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국내 OTT 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에 부딪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4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OTT 이용률은 79.2%로, 국민 10명 중 8명이 OTT를 이용하는 수준이다. 2022년 72.0%, 2023년 77.0%에서 꾸준히 상승, 사실상 포화 상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넷플릭스 1504만명, 티빙 765만명으로 약 두 배 차이가 난다. 1인당 이용시간도 넷플릭스가 6시간 47분으로 티빙(4시간 45분)을 크게 앞선다. 티빙이 국내 시장에만 의존할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0년 CJ ENM에서 물적분할돼 출범한 이후 티빙은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2020년 61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1억원, 2023년 1402억원, 2024년 710억원 등 5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해 역시 연간 적자 흐름을 피하기 힘들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면 일본은 OTT 이용 인구가 꾸준히 늘며 시장 성장세가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일본 OTT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4.83%로 전망하며, 2029년에는 125억2000만달러(약 18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티빙 입장에서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티빙은 광고형 요금제를 확대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에도 나섰다. KT 나스미디어의 '2025 상반기 디지털 미디어 & 마케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OTT 광고형 요금제 이용자의 85.2%가 해당 요금제 유지를 희망하는 등 이용자 인식도 긍정적이다. 티빙은 지난해 3월 국내 OTT 사업자 최초로 광고형 요금제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달 웨이브와 협력해 새로운 광고형 요금제를 선보였다. 티빙 관계자는 “OTT는 이제 광고시장의 메인 무대"라며 “월간 1000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기반으로 광고주에게 강력한 도달력과 정밀 타깃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광고형 요금제 확대 등 수익 다변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결국 웨이브와의 합병이 재무 개선의 열쇠가 될 것으로 본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결국 (웨이브와의) 합병만이 재무적 측면에서 티빙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양사의 합병은 2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임원 겸임 형태의 기업결합을 승인했지만, 주주 간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KT의 찬성 없이는 합병이 진행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KT는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전체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KT가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협상이 교착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티빙이 일본 시장 진출과 광고형 요금제 확대를 통해 '적자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방산 수출 확대, 수은법 개정에 그쳐선 안 된다

지난해 2월 말, 국회는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를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증액하는 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0조원 규모의 폴란드 2차 방산 수출 계약이 금융 지원 한도에 막혀 좌초될 수 있다는 업계의 절박한 호소가 6개월 만에 수용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K-방산의 가장 큰 장애물이 제거된 듯 보이지만 이는 '응급처방'일뿐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 K-방산이 진정한 '세계 4대 강국' 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수은법 개정 너머의 구조적 문제들을 직시해야 한다. 특정국가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40%'로 제한한 핵심 규정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10조원 증액은 또 다른 리스크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K-방산이 제2의 폴란드급 수주에 성공하면 K-방산은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한다. 또한 이 10조원은 즉각 활용 가능한 실탄이 아니라 정부가 예산으로 채워 넣어야 할 '그릇'을 늘린 것뿐이다. 이 과정에서 폴란드 신임 국방부 장관이 “금융 조건이 수용 가능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듯 K-방산의 금융 지원 역량 한계가 전 세계에 노출됐고, 향후 협상 비용만 영구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핵심부품의 해외 의존도는 가장 큰 문제다. K-방산의 대표 상품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는 오랜 기간 엔진과 변속기(파워팩)를 독일산에 의존해 왔다. 이 때문에 독일 정부의 수출 허가 없이는 우리가 수주한 물량도 팔지 못하는 기술종속 상태에 놓였었다. 최근에야 엔진 국산화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지만 현대로템 K-2 전차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FA-50 등 여전히 많은 주력무기체계가 핵심부품 해외 의존도라는 아킬레스건을 안고 있다. '폴란드 원 툴'이라는 심각한 편중 현상도 해소해야 한다. 2020년부터 2024년 사이 K-방산 수출 물량의 46%가 폴란드 단 한 국가에 집중됐다. 이는 K-방산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 폴란드의 정치·경제 상황에 좌우된다는 의미다. 실제 2023년 폴란드 정권 교체 후 계약 재검토 가능성이 거론되며 업계 전체가 흔들렸다. 중동·미주 등 시장 다변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다. 정부의 역할 재정립도 시급하다. 수출 규모가 커지며 기업 간 각개전투나 갈등이 발생해도 방위사업청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방조자에 가깝다는 인상을 준다. 미국의 경우 대외 군사 판매(FMS)를 통해 정부가 계약을 보증하고, 이스라엘은 SIBAT을 통해 마케팅과 G2G 계약을 직접 지원한다. 이처럼 우리 정부도 K-방산 '수출 전담 기구'로서 전면에 나서야 한다. 수은법 개정은 K-방산이 넘어야 할 수많은 허들 중 첫 번째를 넘은 것에 불과하다. '금융·기술·시장·거버넌스' 네 바퀴가 함께 굴러가지 않는 한 'K-방산 르네상스'는 모래성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최고혁신상 싹쓸이···K-테크, 내년 CES도 빛낸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이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6' 무대를 빛낼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 분위기를 미리 점쳐볼 수 있는 '혁신상'을 한국 기업들이 대거 수상하며 기술 경쟁력을 입증했다. 최고혁신상의 경우 30개 중 14개를 국내 기업이 차지했다. CES 주최측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5일(현지시각) 1차 발표를 통해 최고혁신상 30개, 혁신상 308개를 우선 공개했다. 혁신상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제품·기술을 선정한 것이다. CEO 참관객 및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게 된다는 점에서 수상 기업들에게는 영예로 인식된다. 본행사의 '미리보기' 성격도 지닌다. 1차 발표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은 기업 30개를 국가별로 분류하면 △한국 14개 △미국 5개 △중국 3개 △대만 2개 △유럽 2개 △홍콩 1개 △캐나다 1개 △싱가포르 1개 △일본 1개 등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선전이 돋보였다. 삼성전자는 최고혁신상 3개를 포함해 총 27개의 혁신상을 받았다. 분야별로는 영상디스플레이 12개, 생활가전 4개, 모바일 3개, 반도체 7개, 하만 1개 등이다. 영상디스플레이 부문에서 2026년형 TV 등을 앞세워 최고혁신상 2개를 배출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양자보안 칩 'S3SSE2A'이 사이버보안 분야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이 칩은 임베디드 기술 분야에서도 혁신상을 중복 수상했다. 이밖에 '갤럭시 XR', '갤럭시 Z 폴드7', '갤럭시 워치8' 등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LG전자는 최고혁신상 2개를 포함해 총 18개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LG 시그니처 올레드 T'를 포함한 올레드 TV와 모니터가 주인공이었다. LG전자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의 핵심으로 꼽히는 독자 스마트 TV 플랫폼 'webOS'의 경우 2년 연속으로 사이버보안 부문 혁신상을 수상했다. 삼성·LG그룹 계열사들의 도약도 눈길을 잡았다. 삼성SDI는 초고출력 원통형 배터리 기술로 최고혁신상을 꿰찼다. 삼성SDI의 '25U-Power'는 출력을 2배 향상시켜 기존 배터리 무게의 절반으로 동일한 출력을 내는 초고출력 18650 원통형 배터리다. 주로 전동공구에 탑재돼 사용자의 편의를 개선하고 작업 효율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한다. 이 제품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혁신상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든 배터리 수명 향상 기술 'Better.Re(배터.리) 설루션'은 모빌리티 부문 혁신상을 가져갔다. 회사가 자체 개발한 배터리 수명 예측 알고리즘과 12억km에 달하는 실제 주행 데이터, 다양한 운전 운행 정보 등을 토대로 개발된 기술이다. LG이노텍이 새롭게 개발한 차량용 '초슬림 픽셀 라이팅'도 혁신상을 수상했다. 두산로보틱스의 인공지능(AI) 로봇 설루션 '스캔앤고(Scan & Go)'는 AI 부문 최고혁신상과 로봇공학 부문 혁신상을 휩쓸었다. 스캔앤고는 로봇팔과 자율이동로봇(AMR)이 결합한 플랫폼에 물리 정보 기반 AI와 첨단 3D 비전을 적용해 다양한 작업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크로스허브, 스튜디오랩, 둠둠주식회사, 엘비에스테크, 망고슬래브, Nation A, Deep Fusion AI, CT5 등이 최고혁신상을 받는 등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들도 낭보를 전해왔다. 코스맥스, 리빌더AI, 고스트패스, 씨아이티, 데이터플레어, 투핸즈인터랙티브, 샤픈고트, 비젼테크, 허브플렛폼, 파워쿨, 뷰런테크놀로지, 모스, 아이아이에스티, 뉴작, 고려오트론, 터빈크루 등은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최고혁신상을 받은 30개 제품 중 다른 부문에서 혁신상을 동시에 수상한 경우는 삼성전자, 두산로보틱스와 싱가포르의 모비릴티 회사 Strutt 뿐이다. 수상 목록은 행사가 열리는 내년 1월까지 지속 업데이트된다. 현장에 부스를 꾸리지 않는 기업들도 혁신상 후보로는 신청할 수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DL이앤씨, 3분기 영업이익 1168억원…전년 比 40.1%증가

DL이앤씨가 잠정 실적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2025년 3분기 매출 1조9070억원, 영업이익 1168억원, 신규수주 3조167억원이 예상된다고 6일 공시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0.1% 증가했다. 영업이익률도 1.8%p 상승했다. 다만 매출은 0.6% 감소한 수치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건설경기 불황으로 인해 사업장이 준공된 후 계속적으로 착공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전체적인 매출이 소폭 감소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등 실적의 질적인 측면은 큰 폭으로 개선을 이뤘다"고 말했다. 신규수주는 3분기 연결 기준 3조167억 원을 기록했다. 주택사업 부문에서는 정비사업과 공공주택 개발을 중심으로 견조한 수주 흐름을 이어갔다. 주요 수주로는 장위9재개발(5214억 원), SH연희2재개발(3993억원) 등 정비사업과 LH광명시흥 공공택지조성사업(4459억원) 등을 수주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오는 4분기에는 서울 및 부산에서 추가적인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및 재개발 사업 참여가 예정돼 있다"며 “이를 통해 주택 수주 목표 초과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 침체와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원가율 안정화와 철저한 리스크 관리 노력이 전사 실적 회복으로 이어졌다"며 “앞으로도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과 선제적 리스크 대응을 통해 안정적인 경영성과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보령, 3분기 역대 최대 매출·영업익…김정균 단독대표 체제 안착

보령이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레거시 브랜드 인수(LBA)' 전략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오너 3세인 김정균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한 이후 LBA 전략을 토대로 내실을 탄탄히 다지며 보령의 체질개선 목표가 성공 궤도에 안착했다는 평가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보령은 올 3분기 연결기준 2800억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이자 전년동기대비 3.3% 성장한 수치다. 기존 주력제품군인 고혈압치료제 카나브 패밀리가 3분기 425억원 매출로 전년동기대비 19.7% 신장하며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상급종합병원 수요가 높았던 △진해거담제 '뮤코미스트' △항생제 '맥스핌' △항구토제 '나제론' 등 전문질환 분야도 윤석열 정부의 의정갈등 여파에서 회복되면서 같은 기간 각각 13.0%·27.0%·41.5% 매출이 증가해 보령의 외형 확장에 힘을 보탰다. 최근 보령 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수익성 개선이다. 최근 4개 분기 영업이익 추이를 살펴보면, 보령은 지난해 4분기 146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대비 1.5% 하락해 수익성이 주춤했다. 이어 올 1분기엔 영업이익 109억원으로 직전분기대비 25.3%, 전년동기대비 33.2%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254억원으로 직전분기대비 133.0%, 전년동기대비 26.1% 성장하며 김 대표의 단독대표 체제 전환 4개월여만에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3분기 영업이익은 29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1.3% 증가하며 분기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경신했다. 현재 보령의 핵심적인 체질개선 전략에는 특허가 만료된 글로벌 빅파마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인수하는 방식인 LBA가 자리하고 있다. 보령이 LBA 전략을 통해 판매에 나서고 있는 의약품은 일라이 릴리로부터 인수한 항암제 '젬자'(2020년)와 '알림타'(2022년), 조현병치료제 '자이프렉사'(2021년) 등 3종이다. 이들 제품군은 보령이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품질 동등성 확보 절차를 거쳐 자체생산 전환이 완료됐다. 특히 젬자와 알림타는 분말 형태의 오리지널 제품 제형을 액상으로 개선하며 복용 편의성을 높여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젬자는 올 2분기와 3분기에 전년동기대비 10%대 매출 성장률을 보이며 매출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알림타는 올 3분기 전년동기대비 매출이 62.7% 감소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자체생산 전환을 위해 상품 재고를 일시 출하한데 따른 기저효과로 풀이된다. 실제 알림타 매출은 2분기 42억원에서 3분기 73억원으로 73.8% 증가하며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김정균 대표단독 체제로 들어선 뒤 진행한 연구조직 개편·포트폴리오 합리화 등 체질개선 노력과 LBA 전략이 맞물리면서 수익성 개선 효과가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 보령은 지난 2월 김정균·장두현 각자대표 체제에서 장두현 전 대표가 사임하며 김정균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보령 관계자는 “제약사업에서 지난 분기에 이어 올 3분기에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연속 갱신했다"며 “수익성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선정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보령은 LBA를 통한 '인수-제형 확대' 전략을 지속하는 한편,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에 진출하고 필수의약품 제조 인프라를 확보하는 등 수익기반 다각화로 체질개선을 가속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보령은 지난 9월 사노피의 유방암치료제 탁소텔을 최대 2880억원 규모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LBA 전략을 확대하고 있다. 일각에선 탁소텔의 연매출이 1150억원 규모에 이르는만큼 시장성 대비 과도한 금액으로 인수한 것아니냐는 우려가 일지만, 보령은 제형개선·병용요법 등 내재화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보령은 의약품 생산시설인 충남 예산캠퍼스를 증축해 캐파(생산능력)를 확대하고 항암제 해외 직판과 글로벌 CDMO 사업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한화, 방산·조선·미래기술에 ‘인재 파워’ 쏟아붓다

한화그룹이 지난 5일 단행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그룹의 핵심 역량을 방산과 해양으로 완벽히 재편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등 핵심 방산·해양 계열사에 승진이 집중된 것은 대규모 수주에 대한 안정적 이행과 글로벌 멀티 야드 구축, 미국 시장 선점을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김동관 부회장 체제의 3대 핵심 과제를 가속화하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한화는 13개 계열사의 총 76명 신규 임원들을 선임한 가운데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한화오션이 12명의 승진자를 배출하며 그룹 내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6명, 한화시스템 4명을 각각 발탁하며 글로벌 방산·조선·해양 사업에도 힘을 실었다. 반면에 ㈜한화(건설부문)가 4명의 승진자를 내는 데에 그쳐 그룹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 지를 명확하게 나타냈다. 때문에 이번 인사는 김동관 부회장 체제 하의 '뉴 한화'가 방산과 조선업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그룹의 성장 동력원으로 더욱 공고히 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6명의 임원 승진을 단행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배경에는 폭발적인 실적과 기록적인 수주 잔고가 자리한다. 올해 3분기 K-9 자주포와 천무 다연장 로켓 등 지상 방산 부문의 수출 호조와 자회사 한화오션의 액화 천연 가스(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등 호실적 편입에 힘입어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 덕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47%, 영업이익은 79% 증가다.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수주 잔고다. 3분기 말 기준 총 수주 잔고는 31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중동향 유도 무기 공급 계약과 노르웨이향 K-9 추가 공급 계약 등이 포함된 수치로, 한화에어로 IR 담당 전무의 발언처럼 4년치 매출이 확보된 상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신규 임원 인사는 단순 '수주 성공'에 대한 보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31조원 어치 수주 잔고는 거대한 자산인 동시에 반드시 이행해야 할 '계약 부채'라서다. K-9과 천무 등은 폴란드·중동·노르웨이 등 다수의 글로벌 고객에게 전례 없는 규모로 동시 납품돼야 한다. 따라서 이번 인사의 무게 중심은 '영업'에서 '생산·관리'에 방점이 찍혔음을 시사한다. 신규 임원들의 직책은 사측이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거대한 생산·납품 프로세스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품질 문제를 방지하며, 원가 관리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실행·리스크 관리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 방산을 넘어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노티컬 시스템(GA-ASI)과 공동 개발하는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GE-STOL)는 기존 1km 이상의 활주로가 필요했던 동급 무인기와 달리 약 100m만 확보돼도 이·착륙이 가능하고, 헬파이어 미사일 16발 탑재와 대잠수함전·전자전 수행이 가능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랜딩 기어 등 핵심 부품 공급뿐 아니라 기체 조립·생산을 위한 국내 생산 시설 구축을 담당할 계획이다. 신규 임원들은 이처럼 GE-STOL 국내 생산 기지 구축 등 차세대 사업 기반을 닦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가능하다. 이는 미래 전장의 핵심인 '무인기' 분야에서 글로벌 가치 사슬(GVC)의 핵심 생산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와 시장 선도 제품 확보를 가속화해 주요 핵심 지역에서의 경쟁 우위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룹 내 최다인 12명(연구·설계·생산(제조) 분야 7명, 사업 관리·지원 5명)의 신규 임원을 승진시킨 한화오션의 인사 키워드는 △친환경 기술 기반 기술 경쟁력 강화 △멀티 야드(Multi-yard) 제조 안정화 △미래 기술·사업 수행 역량 고도화 등 3가지다. 한화오션의 재무 상태는 한화그룹 편입 전과 대비해 안정화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분기 실적은 특정 프로젝트의 종료로 전분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으나, 연간 흑자 기조 유지 전망을 밝히며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의 혼란기가 마무리됐음을 나타냈다. 이번 인사의 핵심 전략인 '글로벌 멀티 야드' 경남 거제 옥포 조선소만으로는 생산 능력·인건비·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한 만큼 글로벌 거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한화오션은 '엔지니어링 허브' 인도에서는 고숙련·저비용 설계 인력을 활용한 연구·개발(R&D)·설계 기지 역할을, 브라질에서는 '해양 프로젝트' 거점으로서 남미 시장 수주·현지 조립·MRO 기지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중심 경영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전했다. 한화그룹 방산 부문의 다른 한 축인 한화시스템은 올해 3분기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매출은 807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25억원으로 60% 급감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 정상화를 위한 초기 투자·일회성 비용이 반영돼 388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이 발생해서다. 하지만 필리 조선소의 적자를 제외한 한화시스템의 본업 경쟁력은 오히려 더 견고해졌다. 방산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6% 늘어난 498억원으로 집계됐고, 특히 수익성이 높은 수출 비중이 18%로 확대됐다. 여기에는 UAE 천궁-II 다기능 레이다(MFR)와 폴란드 K-2 전차 부가 체계 등이 포함되며, 여의도 증권가는 수출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25%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따라서 이번 한화시스템의 신임 임원 4명 선발은 '단기적 잡음'에 흔들리지 않고, '미국 시장 개척'과 '고수익 수출 확대'라는 두 가지 글로벌 전략을 동시에 완수하기 위해 검증된 리더십을 전진 배치한 '전략적 포석'으로 점쳐볼 수 있다. 또한 이들은 한화오션의 'AI 함정'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STOL 무인기' 에 탑재될 전투 체계·레이더·항공전자 장비 등 핵심 부품을 개발하고 공급하는 역할을 맡아 그룹사 간 시너지를 창출해야 하는 핵심 임무도 함께 수행하게 될 전망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수출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 역량을 한층 공고히 하고, 향후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AI와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은 방산 시설이나 조선소 같은 보안·고위험 현장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영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이터 비즈니스'로의 확장을 의미한다. 영상 보안 기업을 넘어 'AI·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한 만큼 한화비전 신임 임원 2명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의 'AI 기반 스마트 현장'을 구축하는 시너지 창출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한화모멘텀은 그룹 내 폭발적인 방산·조선 물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고효율 자동화·물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지원할 목적으로 존재해 신임 임원은 해당 계열사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내부 파트너'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GST, 美에 CO2 칠러 공급…글로벌 친환경 설비 시장 선점 본격화

반도체 장비 전문기업 글로벌스탠다드테크놀로지(GST)가 친환경 CO₂ 칠러 신제품의 첫 출하를 시작했다고 6일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납품은 지난 8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로부터 수주한 물량의 첫 번째 공급 건이다. GST가 공급하는 이 CO₂ 칠러는 지구온난화지수(GWP)가 1에 불과한 CO₂를 냉매로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 냉동기식 칠러 대비 탄소 배출량을 99% 이상 획기적으로 절감시켜, 날로 강화되는 미국 및 유럽연합(EU)의 환경 규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첫 발주를 진행한 미국 기업은 이미 추가 물량 발주를 진행했으며,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CO₂ 칠러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RE100 추진과 Scope3(공급망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 달성 등 친환경 공정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에는 사용 장비의 탄소배출량 감축까지도 포함된다. GST 관계자는 “친환경 전환이라는 산업 트랜드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했기 때문에 적시에 CO2칠러 기술 내재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이번 출하를 레퍼런스로 활용하여 향후 국내외 고객사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게획이다"고 말했다. GST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과정에서 배출되는 부식성 가스를 정화하는 스크러버와, 공정 장비의 챔버 온도를 최적의 조건으로 조절하는 칠러를 주요 사업으로 전개해 왔다. 이번 CO₂ 칠러 출하를 계기로 GST는 타 경쟁사보다 앞서 CO₂ 칠러 시장을 선점하며, 뚜렷한 우위를 확보한 모양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반도체 장비 산업에서 친환경 기술 선도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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