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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제네시스 GV60, 럭셔리하면서 역동적인 프리미엄 전기차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순수전기차 'GV60' 부분변경 모델은 국내 최상위급의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인테리어, 고가 수입 전기차에도 뒤처지지 않는 주행성능과 승차감이 돋보이는 차량이었다. 차체가 작은 탓에 뒷자리나 적재공간은 다소 부족했지만 럭셔리하면서도 실용적인 솔로라이프를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선택지로 보인다. 지난 20일 현대차그룹이 진행한 제네시스 'GV60 부분변경 모델' 미디어 시승을 통해 차량을 주말 동안 운행했다. 주행코스는 서울시 도봉구부터 경기도 하남시까지 시원한 강변을 따라 왕복 약 70㎞를 달리는 것으로 구성했다. 주말인 탓에 도심에선 약간의 정체가 있었지만 고속도로는 뻥 뚫려 있어 전기차의 장단점을 면밀히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달 출시된 GV60은 약 3년 5개월 만에 선보이는 부분변경 모델로, 브랜드 디자인 철학인 '역동적인 우아함'을 바탕으로 디테일을 강화해 한층 더 고급스러운 내·외장 디자인을 갖췄다. 또 84kWh의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최대 481㎞(복합, 스탠다드 2WD 기준)를 주행할 수 있으며, 차세대 스마트 회생 제동 시스템과 다양한 주행 특화 사양이 탑재됐다. 더불어 배터리셀 제조사는 SK온이다. GV60의 외관은 디자인 명가 제네시스의 DNA를 계승하면서 전기차만의 부드럽고 미래지향적인 매력을 담아냈다. 전면부는 입체적인 형상으로 새롭게 디자인된 범퍼가 강인하고 대담한 인상을 준다. 화려하고 정교한 MLA(Micro Lens Array) 기술이 적용된 두 줄 헤드램프는 다이내믹 웰컴 라이트 기능을 갖춰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극대화한다. 측면부는 날렵한 5-스포크 기반의 '21인치 다크 메탈릭 글로시 그레이 휠'과 '20인치 라이트 실버 휠'을 새롭게 적용하고 기존 19인치 휠의 색상을 다크 매트 그레이로 변경해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구현했으며, 차체 색상의 휠아치 클래딩을 적용해 럭셔리 이미지를 강화했다. 후면부의 리어 스키드 플레이트는 차체 색상과 동일한 디자인으로 깔끔하게 구현돼 모던하고 견고한 SUV 느낌을 부여하는 동시에 GV60의 넓고 낮은 스탠스를 강조한다. 실내는 마치 백화점 명품관 같았다. 고급스러운 가죽과 버튼들이 적절하게 배치돼 있어 대접받는 기분을 제대로 느끼게 했다. 들어가자마자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27인치 통합형 와이드 디스플레이'다. 이 분야 최고 권위자답게 매우 빠른 화면 응답성, 보기 좋은 UI 등이 담겨 있었다. 또 최첨단 디스플레이 덕에 차량의 분위기도 한껏 더 럭셔리해졌다. 차량의 시동을 걸면 '내가 진짜 럭셔리카에 탔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기능이 있다. 우측에 위치한 원 모양의 크리스탈 스피어가 시동을 켬과 동시에 한 바퀴 돌면서 기어 노브로 변신한다. 실용적인 기능은 아니지만 차량의 멋을 극대화시키는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든다. 2열은 차량의 크기라는 한계 때문에 다소 좁았다. 레그룸은 신장 180㎝ 남성 기준 엄청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지만, 예상외로 헤드룸이 좀 답답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 속엔 강력한 주행성능이 숨겨져 있었다. 우선 전기 SUV답게 승차감은 여느 고급 세단 못지않았다. 이번 모델은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CS)에 적용된 전·후륜 쇼크 업소버 밸브를 개선해 감쇠력 자유도를 높였는데, 이 덕에 일반 도로에선 너무나도 편안한 주행이 가능했다. 방지턱, 흙길, 도로 크랙 등이 꽤 많았는데도 안정감 있는 주행이 가능했다. 다소 아쉬운 점은 높은 차체로 인해 코너링에서 약간의 불안함이 있었다. 파워풀한 주행도 거뜬했다. 차량 스티어링 휠 우측 하단에는 '부스트' 버튼이 호기심을 자극하길래 눌러봤더니 차량이 갑자기 편안한 SUV에서 고성능 SUV로 변신했다. 뒷목이 뻐근할 정도로 출력이 높아져서 다소 심심했던 주행을 재밌게 만들어줬다. GV60는 퍼포먼스 AWD 모델 기준 부스트 모드 작동 시 전·후륜 합산 최고 출력 360kW(490ps), 최대 토크 700Nm(71.4kgfm)의 강력한 성능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단 4.0초에 주파한다. 차량의 전비는 1㎞당 6.2kWh가 기록됐다. GV60의 판매 가격은 전기차 세제혜택 적용 기준으로 스탠다드 2WD 6490만원, 스탠다드 AWD 6851만원, 퍼포먼스 AWD 7288만원이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문서 스캐너 시장 성장세···日기업, 韓 공략 속도낸다

엡손, 캐논, 브라더 등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 문서 스캐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사양산업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디지털전환 등 수요가 생기며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엡손은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을 통해 한국에 문서 스캐너 신제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평판, 휴대용, 급지평판형, 급지형 등 4개 카테고리를 갖추고 B2B 영업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엡손은 대표 제품 'ES-580W' 등을 통해 B2C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북스캐너 ES-580W는 책, 문서 등을 편리하게 디지털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수험생·학습자에게 한층 편리한 환경을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해진다. 무거운 전공 서적을 e북으로 만들어 휴대성을 높일 수 있다. 제품에 4.3인치 터치 스크린이 탑재돼 PC 연결 없이도 작업이 가능하다. 시장조사기관 IDC 보고서를 보면 엡손은 지난해 국내 문서 스캐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출하량 기준 45.8%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캐논의 추격도 거세다. 캐논은 지난 2월 사무용 문서 스캐너 신제품 'DR-S350NW'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기업,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다양한 사무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단면 기준 분당 50매, 양면 100매의 초고속 스캔이 가능하다. 일 권장 사용량이 최대 9000매에 달해 강한 내구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고객 니즈에 맞게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적용한 것도 눈에 띈다. 캐논은 신제품에 스캔 시 백지 용지를 자동 감지해 저장하지 않는 기능, 자동 흑백·컬러 검지 기능, 원고 기울어짐 보정 기능 등을 장착했다. 브라더는 지난해 휴대용 무선 스캐너 2종을 한국에 선보였다. 최소 1.37kg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스캔 속도를 A4용지 기준 최대 30ppm/60ipm으로 높여 편의성을 극대화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해 외부에서도 스캔 및 저장·공유 작업이 가능하다. 문서 스캐너 시장은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고 세부적인 특성이 달라 그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지만, 성장세는 분명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지난해 전 세계 문서 스캐너 시장이 60억1900만 달러(약 8조5500억 원) 규모라고 추산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7.2% 성장해 107억6000만 달러(약 15조3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2023년 기준 매출액이 33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라고 계산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4.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시장 크기는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결은 '디지털전환'이다. 페이퍼리스(paperless, 종이가 없는) 시대를 맞아 프린터 수요는 줄지만, 반대로 스캐너를 찾는 경우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교육,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전환 업무가 가속화되며 시장 성장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각종 자료를 클라우드로 연동하는 경우에도 스캐너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성장이 예고된 곳이지만 앞으로도 과실은 일본 기업들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프린터 사업부를 HP에 매각한 이후 시장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복합기, 프린터 등으로 유명한 신도리코를 제외하고는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도 자체 기술을 갖춘 경우가 드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캐너 시장은 성장성이 보인다 해도 이미 경쟁하는 업체들이 많아 새로운 사업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것"이라며 “다양한 제품군을 이미 확보해둔 (일본) 업체들이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국내 기업, ESG채권 발행 크게 줄어…‘관세’가 더 시급한 문제

최근 몇 년 동안 재계에 화두였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올해 들어 기업들의 관심에서 특히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초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관세 정책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ESG채권을 발행하는 국내 기업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산업권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탓에 지난해까지 상당한 규모였던 ESG채권 발행이 올해 크게 줄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기업의 ESG채권 발행이 8조7012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1분기 13조8346억원에 비해서 37.11%(5조1334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치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 동안 1분기 ESG채권 발행 규모를 살펴보면 2020년에는 21조1939억원, 2021년 18조2407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13조원 수준의 규모를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9조원조차 넘지 못한 것이다. ESG채권은 발행 자금이 친환경 또는 사회적 이득을 창출하는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채권으로,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지속가능연계채권을 통칭하는 단어다. ESG가 최근 몇 년 동안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ESG채권 발행 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ESG채권 연간 발행 규모는 2018년 1조2500억원, 2019년 25조6873억원을 기록한 후, 2020년 연간 58조8842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2년 만에 47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후 지난해까지도 2020년 이상의 물량이 발행돼 왔다. 올해 유독 ESG채권 발행이 크게 줄어든 것은 국내 기업들이 ESG 경영에 신경을 쓰기 어려운 환경 탓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에는 대상 단 한 곳을 제외하면 ESG채권을 발행한 기업조차 찾기 어렵다. 지난해 1분기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에너지가 대규모 채권을 발행한 것과 큰 차이다. 아울러 금융권과 공공기관에서도 불확실성 탓에 발행을 줄이면서 전체적인 실적이 크게 줄었다. ESG채권 발행 자체가 줄어든 것은 올해 글로벌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탓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취임했으며 이후 글로벌 각국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주도하고 있다.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지난달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4월부터는 모든 수입 자동차에 각각 25%씩 관세를 부과했다. 지난해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와 철강 관련 수출액이 각각 51조원과 4조원 규모로 매우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뿐만 아니라 개별 품목이 아니라 모든 품목에 부과되는 상호관세도 3개월 이후 도입이 예고된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세 영향으로 가장 큰 수출처인 미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ESG채권을 이전과 유사한 규모로 발행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ESG채권은 일반 채권보다 금리가 다소 낮은 편이나, 조달한 자금을 ESG 분야에만 활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ESG채권을 발행하기 위해 별도로 자금의 활용에 대한 심사 등 준비 작업이 추가로 필요하다. 이를 감안하면 단순 회사채를 발행해 미국 현지에서 생산 설비를 구축하거나 대체 시장에 투자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판단이다. 재계 관계자는 “한동안 ESG 경영에 관심이 있었던 기업이 많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며 “기업 상황과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굳이 ESG를 내세우지 않고 단순 회사채를 발행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이재명 “상법 개정안 재추진해 코스피 5000 시대 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개미 투자자' 표심 잡기에 나섰다. 최근 무산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주주 확대를 위한 상법개정안을 재추진하는 등 자본시장 활성화를 통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를 방문해 금융업계 전문가들과 만나 이같은 공약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경제현장에서 여러분들이 잘 알겠지만 대한민국 경제가 너무 어렵다. 경제문제라고 하는 게 국민과 삶 문제와 직결된다"면서 “자본시장이 정상화·활성화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회복과 성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며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국가가 경제·산업 미래 비전을 시장에 제시하고, 이해관계자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경영 효율을 저해하는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단계적으로 개혁하겠다"면서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각종 경제정책 방향은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이 부족하거나 단기 처방에 그쳐 주식시장의 근본적 변화를 끌어내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어 “정부가 집중투자 할 산업과 규모, 방식 등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민간이 투자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더하겠다"면서 “주가조작,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을 주장했다. 또 “임직원과 대주주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고, 단기차익 실현 환수를 강화하겠다"며 “불공정거래 사전 모니터링과 범죄 엄단 시스템을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 재추진에 대해서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단계적 확대 △일반주주 보호장치 강화 △쪼개기 상장시 모회사 일반주주에 신주 우선 배정 △상장사 자사주 원칙적 소각 등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이번에 상법 개정에 실패했는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해야 한다"며 “집안의 규칙도 안 지키면서 어떻게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나"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두고는 “이기적인 소수들의 저항이라고 생각되는데 당연히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상법이 개정되면 지배 대주주의 횡포가 줄어들고 비정상적 경영 판단도 중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주식) 종목 수는 세계 5위인데 시가 총액은 15위다. 이는 실제 가치가 거의 없는 종목이 많다는 함의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밖에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 방안으로 지정학적 안보 리스크 해소를 꼽았다. 그는 “전략적 실용 외교로 때마다 반복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 등, 지정학적 안보리스크를 해소하겠다"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불편을 해소하는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현장] “해보자고 기후행동!”…코엑스 마곡에서 펼쳐진 기후변화주간

2025년 기후변화주간 개막식이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환경부 주최로 열린 이번 행사는 '해보자고 기후행동! 가보자고 적응생활!'이라는 주제로, 일상 속 탄소중립 실천과 기후적응 역량 강화를 촉구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21일 기후변화주간 개막식에 참석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체계적인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기후적응 역량도 공고히 다져 기후위기에도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겠다"며 “국민들의 작은 실천이 모여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방송인 겸 환경활동가인 줄리안 퀸타르트가 기후변화주간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그는“환경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많은 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한 유공자들에게는 정부 포상이 수여됐다. 강병인 글씨 연구소 대표, 김효정 헬로우 뮤지움 단장, 박지혜 세종시청 주무관 등이 그 영예를 안았다. 이들은 각 분야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적극적으로 기여한 바를 인정받았다. 행사의 마지막은 어린이 합창단의 공연으로 장식됐다. 어린이들이 부른 '탄소중립 실천 송'은 지구를 지키기 위한 다짐을 담고 있으며, 많은 참가자들이 그들의 노래에 박수를 보내며 큰 감동을 받았다. 삼다수(제주개발공사) 등 8개 기업·단체들이 참여하는 기후행동 홍보관도 설치돼 참가자들이 기후행동과 지속 가능한 실천 방법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주요 부스로는 K-rPET 재생 원사 부스, 제주삼다수부스, 기후변화 특성화 대학원 부스, H&M 지속 가능성 부스, 전기차 부스 등이 있었다. K-rPET 재생 원사 부스에서는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우산과 인형 등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이 부스는 재활용된 PET 소재가 어떻게 유용한 제품으로 변환되는지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제주 삼다수의 리플레이 홍보부스에서는 페트병을 회수하여 순환 재활용하는 슬레이 캠페인을 소개했다. 기후변화 특성화 대학원 부스는 폭염 대응을 위한 장비와 폭염 민감도 설문을 제공하며, 참가자들이 자신의 폭염 민감도를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설문을 통해 여름철 더위를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H&M 지속 가능성 부스에서는 기후 적응을 위한 의류를 선보이며, 일교차가 큰 날씨에 적합한 가벼운 옷을 여러 겹 입는 방법을 소개했다. 또한, 재생 원단을 사용한 의류도 전시돼 지속 가능한 패션을 알리는 데 힘썼다. 리필 스테이션 부스에서는 세제와 샴푸를 친환경 종이팩에 리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와 재사용 촉진을 위한 활동을 소개했다. 전기차 부스에서는 전기차에서 나오는 전기를 커피 머신, 노트북, TV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시연했다. 전기차가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참가자들에게 전기차의 다양한 활용 가능성을 알렸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수소·LNG전문기업 원일티엔아이, 사업 확장 위해 코스닥 상장 도전

수소,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 관련 설비 부품을 제조하는 원일티엔아이가 코스닥 상장 준비에 나선다. 원일티엔아이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움직임이 가속화됨에 따라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 속도에 힘입어 사업 확장을 추진할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21일 원일티엔아이는 서울 여의도 CCM빌딩에서 기업설명회를 열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공모 주식 수는 총 120만주, 희망 공모가 범위는 1만1500원 ~ 1만3500원이라 밝혔다. 오늘 22일까지 수요예측을 하고 다음달 중에 코스닥 상장 예정이며 상관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원일티엔아이는 지난해 매출은 422억원, 영업이익은 64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29억 대비 2.2배 증가했다. 원일티엔아이는 이날 설명회에서 “글로벌 LNG, 수소, 원자력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LNG 공급 증가는 LNG 인프라 핵심설비의 수요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 전망한다"고 밝혔다. 당장은 수소 시장이 커지기 어려운만큼 LNG 시장에서 매출을 창출할 계획이다. 원전과 수소발전은 발전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데 반해 LNG발전은 배출한다. 하지만 LNG는 석탄보다 배출량이 적어 에너지 전환에서 '브릿지' 연료 역할을 한다. 또한 신속 발전이 가능해 재생에너지의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다는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원일티엔아이는 지난 1998년 설립 이후 가스 설비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초에는 원자력 및 LNG 사업으로 확장, 이어 2020년경부터 본격적인 수소 사업에 진출했다. 원일티엔아이는 LNG 사업에서는 LNG를 천연가스(NG)로 기화하는 고압연소식기화기 등을, 원자력 분야에서는 발전 공정과 관련된 해수 여과기 및 삼중수소제거설비 제품을 공급한다. 수소 분야에서는 수소저장합금 양산 기술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수소저장합금은 금속이 수소를 흡수하고 방출하는 특성을 이용해 수소를 저장하는 소재를 말한다. 액체나 기체 상태를 다루는 다른 방식에 비해 매우 높은 안정성을 가지고 있어 잠수함과 선박, 굴삭기 등에 주로 사용된다. NG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수소개질기 분야에서도 제품을 공급하고 잇다. 원일티엔아이는 공모자금을 활용해 수소저장합금 적용 영역을 확대하고 높은 수소 저장 용량을 갖는 소재인 '알레인'을 개발 중이다. 또한, 중대형 수소개질기와 함꼐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의 개발로 블루수소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BAT로스만스, 서울 쓰레기 투기지역에 꽃밭 조성

글로벌 담배제조사 브래티쉬아메리칸타바코의 한국법인 BAT로스만스는 지구의 날(4월 22일)을 앞두고 21일 서울 신당동 마을마당에서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꽃BAT' 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3년째인 꽃BAT 캠페인은 BAT로스만스와 자연보호중앙연맹 서울시협의회가 함께 쓰레기 무단투기 민원이 끊이질 않는 서울 시내 골목길에 화단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이다. 올해 행사에는 BAT로스만스 임직원들과 자연보호중앙연맹 서울시협의회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여해 관목류와 다양한 꽃식물을 심은 화분을 만들었다. 이날 완성한 총 130여개 화분은 강남구, 노원구, 도봉구 등 서울 지역 쓰레기 투기 근절이 필요한 10개 구역에 전달돼 배치될 예정이다. BAT로스만스는 올해까지 최근 3년간 조성한 꽃밭을 포함해 총 50개 꽃밭을 지속 유지·관리해 나갈 계획이다. 송영재 BAT로스만스 대표는 “꽃BAT 캠페인은 기업과 지역 이해관계자들이 지속 협업해 지구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캠페인에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인터뷰] 최계락 LPG산업協 회장 “LPG하이브리드 택시, 전기택시 대비 경쟁력 자신 있다”

“LPG하이브리드 택시는 택시시장에서 전기택시와의 경쟁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수송용 액화석유가스(LPG)시장의 핵심이자 택시시장의 최강자인 LPG택시의 시장 수성에 대해 최계락 한국LPG산업협회 신임 회장은 남다른 자신감을 보였다. 최 회장은 지난 18일 에너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전기택시 보급이 급격히 확대돼 LPG택시 시장이 위협받고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전기택시가 오히려 LPG택시로 되돌아오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경제성에서도 전혀 뒤지지 않고 폭발·화재 우려도 없이, 충전문제 등에서 강점이 있는 LPG하이브리드 택시 보급을 적극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기택시를 직접 운행해 본 택시사업자들 사이에서 충전불편 문제와 화재·폭발사고, 급발진 등의 문제가 확산됐고, 결국 2022년을 정점으로 보급대수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때 연간 1만6000대까지 보급이 확대됐던 LPG택시는 지난해 5000여 대로 급감했다. LPG택시 및 트럭 등 수송용 LPG 수요 확대에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둔 'LPG 셀프충전' 도입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최 회장은 기대했다. 그는 “셀프충전이 도입되면 경영난, 구인난을 겪는 LPG충전소 부담이 완화되어 야간 및 공휴일 충전이 확대되고, 비대면 거래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날 것"이라며 “셀프충전을 통한 가격 인하효과 등 LPG자동차 운전자의 편익이 보다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셀프충전을 조기 도입해 휴일 및 야간 영업시간을 늘리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의 인프라 확대방안을 추진하는 등 1톤 LPG트럭 시장을 적극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LPG 차량 셀프충전 도입을 위한 법 개정안은 빠르면 이달 중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행규칙 및 KGS코드 등 하위법령을 정비하고 업계 준비를 위해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둔만큼, 올해 말쯤부터는 법령이 시행돼 LPG 셀프충전을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올해 LPG 업계는 특히 LPG 1톤 트럭 보급 확대에 대한 의지가 뜨겁다. 지난해부터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LPG 1톤 트럭은 현재 누적 10만대를 돌파했다. LPG자동차 등록대수도 2010년 이후 지속 감소하다 지난해 처음 플러스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수송용 LPG수요도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최 회장은 “LPG트럭은 기존 디젤트럭 대비 환경성능은 물론 출력도 우수하고 경제성이 뛰어나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다"며 “업계는 LPG트럭의 장점을 홍보하고, 1톤 트럭 운전자에 특화된 서비스 향상을 통해서 보급 확대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폐지된 보조금사업의 부활을 위해서 용달협회, 소상공인 단체 등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보였다. 수소시대 대비를 위한 준비도 지속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수소시대로 가기 위해 LPG 충전인프라를 활용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이에 대해 최 회장은 “LPG충전소는 넓은 부지와 전문 인력, 고압가스 취급 노하우, 주민 수용성 등 수소충전소를 구축하는데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고 있다"며 “사업자의 관심도 높아 LPG충전소에 수소 복합충전소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이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LPG충전소가 폐업하면 도심 내 수소충전소 부지 찾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LPG충전소가 점진적으로 수소충전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의 LPG수요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면서 “복합충전소에 대해서는 인허가 등에 과감한 규제완화가 필요하고, 건폐율·용적률 상향, 수익성 보장, 세제혜택 등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회 차원에서는 LPG충전소가 미래형 복합충전소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위해 정부 및 공급사와 함께 충전소의 미래에 대해 협력하고 고민해 가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LPG 1톤 트럭 및 통학차량 보급과, LPG냉난방 GHP, 소형저장탱크 보급 및 신규수요 개발 등 LPG 수요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며 LPG충전업의 미래를 위해 전국 LPG사업자들은 물론 관련 업계 및 기관 등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단독] 전기위원회, 한화솔루션 ‘불법 전력 판매’ 혐의로 과태료 부과·경찰 고발 예정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기위원회가 한화솔루션을 전기사업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치는 한화솔루션이 자가소비용으로 구매한 전력을 자회사에 우회 판매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내려진 것이다. 21일 전기위원회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은 구역전기사업자인 한화에너지로부터 전력을 구매해 본인의 용도로만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계열사 등 제3자에게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기사업법상 명백한 위반에 해당된다. 구역전기사업은 일정한 지역에 전기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전기를 생산해 특정 수요처에 직접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제도다. 구역전기사업자는 산업단지 등 지역 내 사용자에게만 전력을 공급할 수 있으며, 이 전력을 구매한 수요자는 자가 소비만 가능하다. 전기사업법은 이러한 전력 거래 행위를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특히 제3자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과태료는 물론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전기사업법 제31조(전력거래) 1항에는 '발전사업자 및 전기판매사업자는 제43조에 따른 전력시장운영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전력시장에서 전력거래를 하여야 한다. 다만, 도서지역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명시돼 있다. 전기위원회 관계자는 “한화솔루션이 전력을 우회 유통한 정황이 포착돼 조사를 벌였고, 위반 사실이 확인돼 관련 법에 따라 과태료 부과 및 경찰 고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솔루션 측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전기위원회로부터 통보받은 사안은 없다. 통보가 오면 사실 관계를 파악해 위반 여부와 내부 법률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민간 대기업이 전력거래 제도를 위반한 사례로, 향후 유사 행위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강화가 예상된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전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기업들의 자가발전과 전력직접 구매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부분에 대한 감시와 규제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미반도체는 어떻게 ‘슈퍼 을’이 됐나

한미반도체는 2017년 세계 최초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용 장비인 TC본더(Thermal Compression Bonder)를 상용화한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해왔다. 특히 SK하이닉스와 긴밀한 협업 구조를 통해, 공급사임에도 고객사의 후공정 생산공정에 깊이 관여하는 '슈퍼 을'로 불려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신규 TC본더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자, 한미반도체가 대응 차원에서 가격 인상과 엔지니어 철수를 통보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급히 한미반도체 달래기에 나섰다고 전해지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한미반도체가 '슈퍼 을'로 불리게 된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력 이상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의 거래 구조는 일반적인 벤더-클라이언트 관계와 크게 달랐다. SK하이닉스가 주요하게 생산하는 HBM은 고성능 AI 연산용 반도체다. 열과 전기적 연결을 모두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 고난이도 공정이 요구된다. 여기에 쓰이는 TC본더는 기존의 와이어 본딩(Wire Bonding) 방식과는 달리, 다이(die)와 인터포저(interposer)를 고온·고압 조건에서 정밀하게 정렬 압착하는 장비다. 이 때문에 초기부터 장비 개발과 공정 세팅, 양산 품질 확보까지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2016~2017년 사이 공동 개발 계약을 맺고 HBM용 TC본더를 시장에 처음 도입했으며, 이후 2년 이상 SK하이닉스 후공정 Fab 내에 엔지니어를 상주시켜 실시간 공정 지원과 품질 개선 작업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한미반도체는 고객사의 사양 변경 요구를 수시로 반영하고, 장비 성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조정하는 등 일반적인 공급사 범위를 넘어서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한미반도체가 개발한 TC본더는 경쟁사 제품에 비해 공정 정밀도가 높고, 라미네이션 오차가 ±3μm 이내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층 구조의 HBM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누적 오차를 줄여 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021년 HBM2E 양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한미반도체의 TC본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HBM3, HBM3E로 생산 라인을 확장하면서도 TC본더는 계속 한미반도체 제품 중심으로 운용해 왔다. 현재도 SK하이닉스는 HBM 공정에서 대부분 한미 TC본더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정 연속성 차원에서 즉시 대체 가능한 기술적 대안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수치로도 이 구조는 드러난다. 한미반도체의 2024년 TC본더 관련 매출은 전체 매출 5589억원 중 약 85%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향 공급 비중은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5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45.7%에 달했다. 한미반도체는 고객사 전용의 맞춤형 장비 개발과 품질 안정화 작업을 수년간 단독으로 수행하면서 기술적 진입장벽을 세우는 동시에, 고객사의 공정운영에까지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형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사가 Fab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이는 전형적인 '슈퍼 을' 구조"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특정 장비사에 대한 의존을 지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론은 HBM3E 라인 구축 과정에서 한미반도체를 포함해 ASMPT(싱가포르), K&S(미국) 등 최소 3개 업체와 동시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는 특정 벤더에 기술 조건을 좌우당하지 않고, 라인별·세대별로 최적 장비를 선택하려는 전략이다. TSMC는 BESI, ASMPT, K&S 등 복수 장비사와 협업해 패키징 공정 장비를 다원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SoIC(3D 패키징) 공정에서는 장비 개발 단계부터 복수 업체에 기술을 공유하고, 병렬 테스트 후 성능이 가장 우수한 장비를 도입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역시 자회사 세메스를 비롯해 일본 신카와, 토레이 등과 거래하며 멀티 벤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독립성과 가격 협상력 확보를 위해 독점 구조보다는 다원화된 공급망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2024년 말부터 ASMPT, 한화세미텍 등 복수 벤더로부터 TC본더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화세미텍은 2025년 초 SK하이닉스로부터 약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한미반도체는 공급 조건 조정을 요구하며, 기존 장비 단가를 인상하고 공정에 상주하던 엔지니어를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고위급 임원이 직접 한미반도체 측을 만나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가 멀티 벤더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도 고객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만큰 고객사의 공급다변화를 비판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의 차세대 모델은 2025년 중으로 마이크론 등 해외 업체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는 여전히 TC본더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HBM4 등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서도 강점을 유지 중"이라며 “단일 고객 기반의 '슈퍼 을' 지위를 지속하기는 산업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힘들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의 최고 '갑' 엔비디아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으로 공급을 다변화하고 삼성전자도 이에 도전하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은 인정받되, 공급 구조는 보다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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