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가 140억배럴 자원량을 가진 포항 앞바다 유가스전 탐사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착수한 가운데 현 사장 임기가 만료돼 신임 사장 찾기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공사가 대형 프로젝트를 앞둔 만큼 최고의 전문성을 갖춘 동시에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물이 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10일 석유업계에 따르면 현 한국석유공사의 김동섭 사장은 지난 7일부로 3년 임기가 만료됐다. 석유공사 임원추천위원회가 신임 사장 공모를 위해 소집된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 정식 공모 절차는 밟지 않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김동섭 사장은 임기 연장상태로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 사실 석유공사 사장 자리는 불과 2주전까지만 해도 별로 관심을 받던 곳은 아니었다. 본사가 울산에 위치해 있고, 주 업무이던 동해가스전 사업이 종료됐으며, 부실 재무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하지만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국정브리핑을 통해 포항 앞바다에 14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하면서 석유공사에 대한 관심도는 180도 바뀌었다. 석유공사는 국내 유일 석유개발 사업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써, 이번 포항 앞바다 유전사업도 맡아 빠르면 연말부터 시추를 통해 매장량을 확인할 예정이다. 프로젝트명은 '대왕고래'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언론에 발표된 이후 현재는 누가 석유공사 신임 사장으로 올지 뜨거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 사장이 메이저 석유기업 쉘 출신의 석유 전문가이기 때문에 재선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신임 사장으로 교체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대체적인 업계 분석이다. 석유업계 한 관계자는 “김동섭 사장은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는 스타일인데,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정쟁화되면서 앞으로 석유공사가 매우 시끄러워지게 됐다"며 “김 사장이 이 같은 상황을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김 사장은 현직 공기업 사장 신분으로 올해 1월 진행된 포스코그룹 차기 회장 공모에 후보로 나가기도 해 석유공사를 탈출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크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자원개발 전문가들은 석유공사가 맡은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그와 동시에 열악한 재무상태와 탄소중립 시대에서 새로운 공사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이 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석유공사는 작년 말 기준으로 1조3487억원 자본잠식 상태이다. 한 전문가는 “쟁점화 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전문성 있게 추진할 수 있고, 우리나라 에너지자원 안보에 있어 석유공사의 역할을 분명하게 설정할 수 있어야 하며, 재정 문제에 대한 미래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분이 차기 사장으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정 문제에 대한 최종 해결은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지만 방향성과 전략 제시는 사장이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는 가급적 정치적 인물이 오지 않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진행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마한 정치인들이 대거 공기업 사장으로 선임될거란 정계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야당에서 국정조사 필요성을 제기하는 등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필요 이상으로 정쟁화되고 있다. 특히 이제 첫 탐사결과가 나왔을 뿐인데 이를 대통령이 직접 발표하면서 공사의 부담감이 더욱 커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이 사장으로 오면 괜한 오해만 살 수 있다. 가급적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사장을 맡아 프로젝트를 중립적으로 잘 처리하는 게 최선의 선택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