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경영권 수성을 위해 11일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함께 진행하는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8%에서 약 20%로 확대했다. 동시에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한 계열사 영풍정밀 주식 매수가를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및 영풍정밀 주식 공개매수 가격을 일제히 올린 것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노리고 있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공개매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11일 고려아연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의 고려아연 자기주식 취득 결정 정정신고를 공시했다. 공시에서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매수 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했다. 아울러 매수 주식 수는 전체 주식의 약 17.5%인 362만3075주에서 약 20%인 414만657주로 확대했다. 이는 고려아연 편에서 전체 주식의 약 2.5%(51만7582주)를 매수하는 베인캐피털의 물량까지 더한 수치다. 이로써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투입하는 자금 규모는 약 3조6852억원으로 늘어났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공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오늘 의결 사항은 시장 상황과 금융 당국의 우려를 경청하고 이사회에서 거듭된 고민과 토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공개매수 가격과 최대 매입 물량을 확대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유통 물량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사주 공개매수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뒤 이른 시일 내에 회사를 정상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이달 23일 종료되는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을 늘리지 않고 조건을 변경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앞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주당 66만원에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가 주가가 66만원 안팎으로 오르자 지난달 26일 공개매수가를 75만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맞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지난 2일 주당 83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수 방침을 밝히자, 영풍·MBK 연합은 지난 4일 다시 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렸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 8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열 양상에 대해 경고하면서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지시하자, 다음 날 고려아연 매수 가격을 추가로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은 이날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도 3만원에서 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최 회장 등이 영풍정밀 대항 공개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을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했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은 이번 경영권 분쟁의 중요한 승부처로 꼽힌다. 이에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주식과 함께 영풍정밀 주식을 최소 조건 없이 최대 684만801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43.43%)를 주당 2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이후 영풍정밀 주가가 2만원 이상으로 뛰자 영풍·MBK 연합은 지난달 26일 매수가를 2만5000원으로 올렸고, 이에 맞서 최 회장 측은 제리코파트너스를 앞세워 지난 2일부터 영풍정밀 주식 393만7500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25%)를 3만원에 공개매수하고 있다. 이에 영풍·MBK 연합도 공개매수가를 3만원으로 올린 상태다. 영풍정밀은 장형진 영풍 고문을 비롯한 장씨 일가가 지분 21.25%를, 최 회장 측이 지분 35.45%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동 기자 dong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