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씨엠생명과학 최대주주인 송기령 기타비상무이사가 이사진 교체를 원한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됐다. 송 이사가 제안한 안건이 모두 가결되면서 최대주주와 현 경영진이 이어왔던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됐다. 송 이사는 “주주들을 위해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4일 인천 연수구 송도센트로드에서 열린 임시주주총회는 송 이사의 제안으로 개최됐다.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위임장 확인 작업으로 인해 1시간가량 지연된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주총 현장에는 송 이사와 현 에스씨엠생명과학 경영진인 오형남 대표이사 직무대행 겸 전무이사 등을 비롯해 주주 및 관계자 30여명이 참석했다. 주요 안건으로는 주주제안을 통해 상정된 사내이사 2인(김성우·송기령) 선임의 건, 사외이사 2인(안진호·김기병) 선임의 건 등이 1호 의안으로, 정관 변경의 건이 2호 의안으로 다뤄졌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이사 선임 안건의 통과 여부였다. 앞서 송 이사 측은 현 경영진의 전문성 결여를 이유로 경영진 교체를 주장해왔다. 현 경영진의 무책임한 회사 경영으로 회사가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우려가 높아졌다는 게 송 이사 측 주장이다.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줄기세포 치료 연구개발과 화장품 사업 등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수년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에스씨엠생명과학은 상반기 매출액 4억9420만원, 영업손실 54억7309만원, 당기순손실 56억7599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2022년(-126억원), 2023년(-130억원)에 이어 매년 적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송 이사는 지난 12일 의결권대리행사권유 공시를 통해 “현 이사회의 경영활동이 지속된다면 올해 결산 이후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 차감전 계속사업손실 문제로 관리종목 편입 가능성이 크다"며 “회사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적 업무 역량을 지닌 이사진으로 이사회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송 이사는 에스씨엠생명과학 창업주인 남편 고(故) 송순욱 대표가 사고로 사망한 이후 지분을 상속받으면서 지난 2022년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송 이사의 지분율은 17%(347만9744주)다. 현재 에스씨엠생명과학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는 송 이사가 유일하다. 창업주 별세 이후 회사의 경영을 맡아온 오형남 전무이사과 이종철 이사 등 현 경영진의 지분율이 각각 0.13%, 0.04%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지분 차이가 큰 편이다. 이에 업계에서도 최대주주와 경영진의 지분율 차이와 적자 지속, 주가 하락 등을 이유로 송 이사가 제안한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의 표심은 송 이사로 향했다. 이날 제안된 1호, 2호 의안 모두 주주들이 90%가 넘게 찬성하면서 압도적인 표 차이로 가결됐다.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에 주총 직후 에스씨엠생명과학 주가 역시 전 거래일 대비 7.53%가 오르며 2285원에 장을 마감했다. 송 이사는 주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임시주총을 통해 많은 주주들이 변화를 원했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회사 정상화를 가장 최우선 목표로 여러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 회사를 살리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송 이사는 향후 경영 정상화를 위해 △연내 영업현금 유입 및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기자본 확충 △내부통제시스템 개선 △적극적인 IR·PR 시행 △정관 변경으로 주주친화정책 반영한 회사 규정 마련 등을 약속했다. 현 경영진인 오 직무대행은 “창업주 별세 이후로도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임상 2상과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 2상 완료 등 연구개발(R&D) 성과를 이뤄냈지만 주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부진한 주가는 경영 문제가 아니라 최대주주와의 분쟁 이슈가 지속된 점이 더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날 주총 결과에 대해 검사인을 통한 법적 검토를 고려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법원에서 임시주총을 승인한 것에 대해 특별항고를 진행 중"이라며 “현장 투표와 전자 위임을 제외한 나머지 개별 위임장과 관련해서도 적법하게 위임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위임장 가처분 신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송 이사 측은 주총 직후 현 경영진에 이사회 소집을 요구하는 '이사회소집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임시이사회의 목적 사항은 신규 대표이사 김성우 선임의 건과 신규 대표이사 송기령 선임의 건이다. 임시 이사회가 통과되면 에스씨엠생명과학은 김성우·송기령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