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차기 대통령이 결정된 이후 서학개미 선호 종목에 변동이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친(親) 가상자산' 대통령을 표방하면서 가상자산 관련주로 매수세가 몰리는가 하면 증시 우상향 전망에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도 서학개미의 주목을 받는 양상이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6~7일 양일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PDR SP 500 ETF TRUST(티커명 SPY)'로 나타났다. SPY는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서학개미는 이 기간 SPY를 1229만4562달러(약 172억원) 사들였다. 뉴욕 증시 대표 지수인 S&P500 지수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강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5900선에 진입하더니 지난 8일에는 장중 한때 처음으로 6012.45까지 올랐다. 트럼프 당선으로 미국 경제 개선 기대감을 높아지면서 증시 낙관론에 투자심리가 커진 영향이다. 양자 컴퓨팅 기업인 아이온큐(IONQ)도 미국의 대중 압박 강화에 힘입어 서학개미 순매수 2위를 차지했다. 서학개미는 이 기간 아이온큐를 1003만9064달러(약140억원)어치 사들였다. 미국은 내년 1월부터 중국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팅 등 첨단 분야에 대한 투자를 금지할 방침이다. 이에 대중 압박이 미국 양자 컴퓨팅 기업 성장 기대감으로 연결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지난 7일 아이온큐 주가는 하루 만에 34% 넘게 오르기도 했다. 서학개미가 많이 사들인 종목 3위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를 3배 추종하는 SOXL(Direxion Daily Semicondictors Bull 3X SHS ETF)로 순매수 규모는 965만239달러(약 135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도체지원법 추진이 예상되면서 반도체 업종이 트럼프 수혜 업종으로 꼽히자 투심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의 '친가상자산' 발언이 이어지면서 가상자산 관련주로도 매수세가 몰렸다. 서학개미들이 마이크로스트래티지(MSTR)를 531만5092달러 순매수하면서 순매수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를 2배 추종하는 ETF인 MSTU(T-Rex 2X Long MSTR Daily Target ETF)도 순매수 규모 4위(900만1337달러)를 차지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전도사로 유명한 마이클 셰일러가 이끄는 소프트웨어 서비스 기업이다. 지난 2020년 이후 본업인 소프트웨어 사업보다 비트코인 투자사업에 주력하면서 대표적인 가상자산 관련주로 분류된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최근 비트코인 추가 매입을 위해 420억달러를 조달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당선과 맞물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최근 한 달 새 43.1% 폭등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식에 커버드콜 전략을 더해 월배당을 지급하는 CONY(TD YILDMX CN ETF)도 서학개미 순매수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한 NVDY(Yieldmax NVDA Option Income Strategy ETF)와 또 다른 S&P500 지수 연동 ETF인 VOO(VANGUARD SP 500 ETF SPLR), 미국 대표 배당 성장 ETF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도 10위권에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자동차, 방위,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트럼프 수혜주를 중심으로 미 증시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공화당이 대선과 의회를 모두 장악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입법 범위가 확대되고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성장을 추진하는 트럼프의 정책 방향이 강화될 것"이라며 “트럼프 2기 정책 실행이 날개를 단 만큼 내년 트럼프 취임식 이전까지 수혜 업종에 대한 시장의 회자가 계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