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이커머스)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앞으로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판매대금 정산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지금은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상품을 구매하면 결제대행업체(PG)를 거쳐 플랫폼업체에 대금이 지급되는데 티몬의 경우 판매자에게 월말 기준 40일 이내 지급하는 시스템인데 정산기간을 앞당겨야 한다. 또한, PG사를 통한 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으로 제 22대 국회 입성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오세희 의원(비례대표)은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발생 초기임에도 티몬 등 문제의 플랫폼들이 안고 있는 미정산의 구조적 문제점을 꿰뚫어 보고 피해 재발을 막는 해법으로 '판매대금 정산기간 단축'을 제시했다. 소상공인업계 비례대표인 만큼 윤석열 정부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정책에 대한 평점을 매겨달라는 질문에는 가차없이 “30점"이라며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며 혹평했다. 특히, 민주당 주도로 추진하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여당 반대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움직임(인터뷰 이후 지난 2일 해당 지원법은 국회 본회의 통과 상태)에 “어떻게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있냐"며 소상공인을 위한다는 여권의 진정성을 질타했다. 오세희 의원의 목소리 톤은 차분했지만, 답변에는 거침이 없었다. 초선의원으로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살짝 기대감과 긴장감이 섞인 기색을 드러냈지만,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유일한 의원이라는 책무감에 대한 절박함도 느껴졌다. 오 의원과 인터뷰는 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했고, 이후 서면 인터뷰로 추가 보완했다. 다음은 오 의원과 일문일답 인터뷰 내용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국회에 입성했다. 의정활동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현안이 많은데 가장 시급한 건 소상공인 부채 문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출이 655조 원에서 1055조 원으로 불어났고, 연체액도 급격하게 늘어나 지난해 말 기준 27조 원 정도다. 자영업자 대출자는 312만 명이나 된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다보니 1000만원 이자를 내고나면 원금 갚을 돈이 없는 거다. 에너지 비용도 부담이 많다. 특히 PC방, 숙박업, 음식점 업종은 임대료보다 전기세 걱정이 더 크다. 상황이 이러니 폐업자 수는 100만 명이 다 됐다. 가게 정리하면 낫지 않겠냐고 하는데, 폐업하는 데도 돈이 든다. 신경써야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국회에서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유일한 의원이다.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을 맡을 당시 가장 크게 와 닿은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이 뭐였나. ▲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일일이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미용업, 숙박업, 슈퍼마켓, 가스협회 등 업종별로 모두 다르다. 지금 딱 떠오르는 건 음식점에서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했을 때 받는 처벌 규정이다. 예를 들어,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면 미성년자라는 것을 사전에 몰랐다 해도 음식점주만 범칙금과 영업정지 둘 다 당한다. 음식점주에게 영업정지는 날벼락이다. 주류 허가가 안 된 노래방에서 손님이 술을 몰래 반입해 점주가 신고를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노래방 사장이 손님 소지품을 일일이 검사할 수 없는 노릇이지 않나. 또 자동차정비업은 친환경차 때문에 업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대책을 안 세우고 무조건 친환경만 밀어붙이니 정비사들은 설 자리를 잃는 거다. 특히 정부 재원이 들어가는 제도 개선은 빨리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정말 급하다. -윤석열 정부의 자영업자·소상공인 정책을 점수로 평가한다면. ▲30점(100점 만점 기준) 정도다. -너무 박한 것 아닌가. 금융지원이나 폐업지원금, 전기료 감면 등은 오 의원도 요구했던 사안이지 않나. ▲물론 긍정적인 면도 있다. 소공연 회장을 하면서 중소벤처기업부와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그중 여러 부분들이 받아들여졌다고는 생각한다. 그러나 정책의 세부 집행에는 깊이가 있어야 한다. 지원은 해준다는데 일단 제시한 기준 자체가 현실적이지가 않다. 가령 음식점 하나가 폐업하려면 4000~5000만원정도 든다. 그런데 소상공인 폐업지원금으로 정부가 제시한 최대 금액이 400만원이다. 폐업에 내몰린 상황인데 너무 적은 액수다. 못해도 1000만원은 줘야한다. 전기료 감면 기준도 마찬가지다. 연매출 6000만원으로 기준을 상향했다는데, 그럼 월매출 500만원 이하만 지원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한달 임대료 500만원 이하 상가가 얼마나 되나. 중기부는 연매출 6000만원이 중위소득이라고 하는데, 이게 정말 근거가 있는 건지 모르겠다. 기준은 영업이익으로 잡으면 정말 좋고,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연매출 1억원 정도로는 기준을 잡았어야 한다. 나 역시 정치권에 있지만, 단순히 이슈몰이만을 위한 정책은 지양해야 한다. -소상공인 전기요금 지원과 관련해 법안 발의를 한 것으로 아는데. ▲지금 정부가 지원하는 건 특별지원 형태인데, 이를 아예 제도화 하자는 입장이다. 발의안에서는 지원액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해뒀다. 물가를 비롯한 여러 가지 변수에 맞춰 지원해야한다고 생각해서다. 지원에 대한 근거를 마련해야 소상공인들에 대한 지원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다. -에너지 비용 상승은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계에서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진 만큼, 납품대금연동제에 원자재 가격뿐만 아니라 에너지 비용을 포함해야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금속 가공업 등 열을 많이 쓰는 업종의 경우 에너지 비용에 대한 부담이 상당하다. 납품대금연동제는 통과가 됐지만, 이를 좀 더 보완하자는 취지다. -국회 입성 전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으로도 참여해오셨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됐고, 노사 모두 불만이라고 한다. ▲ 최저임금위원회 활동을 4년 간 하면서 내린 결론은, 최저임금 문제는 답이 안 나온다는 거다. 노사가 워낙 팽팽하게 맞서기 때문이다. 이번에 '업종 별 차등적용'이 도마에 올랐는데, 사실 이 문제는 정부가 안고 갈 문제라고 본다. 최저임금 미달률이 유달리 높은 업종이 분명 있는데, 해당 업종에 대해 최저임금 차등화를 시키고 여기에 정부가 고용기금을 풀어야 한다고 본다. 사용자도 노동자도 피해가 가지 않게 하자는 얘기다. 특정 업종에 해당한다고 해서 무조건 적용하기보다는 매출 하한선을 두고 적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는 방법이다. 반대로 특정 업종은 최저임금을 더 높이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차등적용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데 부정적인 프레임이 씌워져 안타깝다.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해당 법안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오는데. ▲ 코로나19 때를 떠올려 보면, 20~30만원 재난지원금이 내수 진작에 큰 도움이 됐다. 지역사랑상품권을 풀면 온 가족이 집 근처 식당에 가서 밥도 먹을 수 있고, 전통시장에서 장도 볼 수 있다. 이는 결국 소상공인 매출로 이어져 소상공인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정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어떻게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운운할 수 있나.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절대 안된다. 민생회복지원금법은 반드시 시행되어 소상공인들이 숨을 고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놓고 찬반 입장이 팽팽한 것 같다. ▲ 온라인 플랫폼이 정말 편리한 유통채널인 건 맞다. 문제는 독과점이다. '야놀자'가 숙박 사업을 하고, '직방'이 부동산중개업자를 직접 채용하기 시작하면 지역 별 오프라인 사업자들은 대응을 할 수가 없다. 플랫폼은 플랫폼 역할만 해야한다. 업종의 플랫폼 진출을 제한해야한다는 거다. 자율규제 얘기가 나오지만 이미 많이 늦었다고 본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 같은 글로벌 커머스 기업과 경쟁도 치열하지 않나. 플랫폼 규제는 국내 플랫폼 산업만 죽이게 될 거라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플랫폼의 법인세 문제나 불량제품에 대한 기준을 바로 세우는 게 선행돼야 한다. 이달 중 토론회를 열어 온라인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요즘 가장 핫한 이슈는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대금 미정산 문제다. 생각하는 해법이 있나. ▲지금은 소비자가 카드로 구매하면 결제대행업체(PG)를 통해 티몬에 대금이 지급되고, 티몬이 셀러들에게 월말 기준 40일 이내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이 판매대금 정산 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 또 PG사를 통한 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최근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규제 완화에 대한 논의도 다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소상공인들의 눈물과 땀으로 만들어진 거다. 대형마트라는 커다란 산 앞에서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법이다. 그런데, 그걸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으로 바꾼다는 게 납득이 안 된다. 그런 논리라면 대한민국에 도시만 있으면 되지 지방은 왜 있나. 다 같은 국민이다. 대형마트 몇 개 짓고 소비자 편의성 운운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철저히 지켜야한다. -오는 10월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데 국감에 임하는 각오와 계획이 남다를 것 같다. ▲사실 시간은 짧고 질의할 건 많다. 단체장을 하다 와서 디테일한 걸 점검하다보니 정리할 게 너무 많다. 크게는 정부 예산의 방향을 정말 도움이 필요한 소상공인으로 바꾸는 데 집중하려고 한다. 물론 이건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변화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조금이나마 변화를 이끌어낸다면 우리 국민이 더 행복해지는 것 아니겠나. ■ 오세희 의원 프로필 △1955년 전북 부안 출신 △한성대학교예술대학원 패션디자인기획학 석사 △2007년 토탈뷰티전문기관 수빈아카데미 설립 △2018~2022년 최저임금위원회 위원 △2020~2022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 △2021~2023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 △2021~2024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2024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정희순 기자 hsju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