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철우 경상북도 지사 “저출생과의 전쟁 선포…안전하고, 편안하고, 안심되는 돌봄·주거 환경 조성으로 저출생 극복" 우리나라 출산율이 날개없는 추락을 계속하면서 '인구재앙'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연간 0.72명, 4분기에는 0.65명으로 급락,인구소멸 위기를 넘어 국가의 존립의 문제까지 우려되며 저출생 극복이 최대의 국가적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방자치단체도 저출생 문제 극복 없이는 지방시대는 물론이고 지역소멸 마저 막을 수 없다고 보고 저마다 저출생 극복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등 묘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지자체장을 만나 저출생 해법과 성과를 조명하는 '저출생 극복으로 지방시대 선도한다' 기획시리즈를 진행한다. 대담=정재우 대구경북취재본부장 ― 현재 경상북도의 인구구조 현황 및 전망은 ▲ 경상북도는 지금 앞으로 대한민국에 닥칠 인구위기를 앞서서 겪고 있다. 일종의 '대한민국 인구예보계'인 셈이다. 지역이 갖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지난해 경상북도 인구는 4만6000명이 감소했다. 군위군(2만3000명)이 대구시로 편입된 점을 고려하더라도 2만3000명이 감소한 것이다. 이중 자연감소(출생-사망)한 1만5000명을 제외하면 8000명이 자발적으로 타 시도로 떠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자연감소와 전입·전출에 따른 사회적 증감이 경북 인구 감소의 주된 요인이다. 출생인구수보다 사망인구수가 많아지면서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인구의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은 경북에게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로 볼 때 데드크로스 현상은 2020년부터 시작했지만, 경북은 이 보다 빠른 2016년부터 겪어오고 있다. 이는 경북이 급격히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기준 경북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24.7%에 달하며 전남 26.1%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 높다. 2040년에는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42.6%에 달할 전망이다. 저출생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2023년 우리나라 출생아수 23만명 중에 서울·경기 지역의 출생아수는 절반인 11만명이다. 반면 우리 경북의 출생아수는 고작 1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해 경북의 합계출산율은 전국 평균(0.72명)보다 다소 높은 0.83명이지만 인구 1000명당 출생아 비율인 조(粗)출생률은 전국 최저인 4.0명에 불과하다. 청년 인구만 떼어서 분석해 보자. 2023년 청년 인구는 52만8000명으로 지난 한 해 동안 9천6백명의 청년이 경북을 떠났다. 청년들이 떠나는 첫 번째 이유는 일자리 문제였다. 통계에서도 직업(47.0%), 가족(22.7%), 주택(21.9%) 순으로 나타났다. 의료·문화 등 생활 인프라 부족도 또 다른 이유다. 학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난 학생들은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어보면 하나같이 '지방에는 일자리는 물론 놀거리, 즐길거리가 부족하다'고 답한다. 이 모든 현상을 관통하는 근본 원인은 소위 '수도권 병' 때문이다. 지방 청년들이 수도권에 안 가면 마치 낙오자처럼 생각한다. 정작 서울로 가면 경쟁이 극심하고 집값도 높아 결혼도 출산도 꺼리는 악순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도쿄 병'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2020년 인구총조사를 통해 장래인구(2020~2050)를 추계한 결과, 경북의 총인구는 2020년 265만명에서 2030년 255만명, 2040년 244만명, 2050년에는 226만명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경북의 인구는 2030년에야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255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인구 감소의 속도는 우리의 예상보다 급격하게 다가오며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 현재의 인구구조로 인한 문제점은.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가 사라진다는 의미와 같다. 당장 학령인구, 병역자원, 생산인구, 총인구감소는 확정된 미래다. 앞으로 미래세대의 노인복지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며, 이는 경상북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다. 진짜 큰 문제는 지방이 이 위기를 더 빨리, 더 심각하게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특히 성장잠재력 감소는 위기에 가속도를 붙이게 될 것이다. 현재의 인구구조가 지속되면 경북의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가 심화된다. 자연히 지역의 소비가 줄고 노동생산성이 약해져 지역에 투자가 줄어든다. 결국 시장 규모가 축소되고 부족한 일자리가 더 줄어드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또 마을에 들어가 보면 한 집 건너 한 집이 빈집이다. 이런 빈집은 거주민이 사라지고 아무도 관리하지 않아 동네 미관을 해치고 점차 마을 전체의 슬럼화로 이어진다. 폐교가 속출하고 마을이 소멸하면서 최종적으로는 공공서비스마저 축소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그리고 성장 동력을 잃어버린 지역이 된다. 이것은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이 아니라 우리 현실이라는 점이 가슴 아프다. 이 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서 움직여야 한다.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는 지자체 역할을 재정립하고 출생률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인구유입 전략 등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과 그동안의 성과는. ▲인구감소 대응을 위해 우선 의성군 안계면 일원에 이웃사촌 시범마을을 조성하고 일자리·주거·복지 등을 갖춘 마을을 만들어 저출산·인구감소 대응 모델로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전국 유일의 시범모델인 만큼 사업 추진에 다소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팜 농부, 창업지원 등 일자리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에 청년들이 유입되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의성군의 2023년도 합계출산율은 1.41명으로 이는 전국 기초지자체 중 3위다. 이웃사촌 시범마을은 일본 마이니치신문, 각종 매체의 우수사례 등으로 소개되기도 했고, 특히 청년들이 운영하는 애니콩(펫푸드), 호피홀리데이(수제맥주), 오늘손만두 등 사업체들이 지역에서 주목받고 있다. 아울러 의성 이웃사촌 시범마을의 내실을 다지는 것은 물론 소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부터 이웃사촌 마을 확산사업도 추진해왔다. 영천시 금호읍과 영덕군 영해면 일원에 이웃사촌 시범마을 모델을 보완·적용해 지방시대를 선도하는 정책과 경북형 인구유입 모델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또 변화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인구 대응 정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생활인구는 정주 인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 체류하는 사람을 모두 아우르는 개념이다. 경북을 오고 가는 사람들이 좀 더 길게 머무르고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들어오는 인구에만 신경 쓰느라 원주민을 놓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을 촘촘히 설계하여 모두가 만족하는 생활인구 대응정책에 고심하고 있다. '경북 스테이 프로젝트'도 추진해왔다. 도시민들에게 휴식, 여가, 영농 등 다양한 경북체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경북형 작은 정원(클라인가르텐) 조성사업'을, 나아가 전입까지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진입장벽을 낮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두 지역 살기 기반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역의 유휴자원을 활용한 '유휴자원 활용 지역활력사업'과 시군별 특성화된 살아보기 모델 개발을 목표로 '1시군-1생활인구 특화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도내 15개 사업장에서 이러한 기반조성사업을 진행해 일부 완료한 상황이고, 올해는 이런 기반들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대도시와 연계한 마중-맞이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동시에 경북 방문이나 이주를 검토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지역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내 유휴공간을 조사하고, 그 데이터를 인구-산업 통합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등 수요자 맞춤형 지역 추천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지역의 작은 마을이야말로 인구 감소를 가장 크게 실감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소규모 마을 활성화' 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마을의 원주민들이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사업들을 스스로 발굴해 시행하는'인구 유입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마을 사업들을 지원한다. 지역이 가진 특색에 경제활동을 더하면서 마을에 사람이 머물고 새로운 사람이 유입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업의 목표다. 아직은 유입되는 인구보다는 유출 인구가 많지만, 이 같은 실험이 결국에는 지역에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 믿는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은. ▲저출생은 핵전쟁보다 무서운 일이다. 핵전쟁은 국가 존립 자체를 결정하지 않지만, 저출생은 나라가 사라진다고 하니 전시 상황과 다름없다. 나라 밖에서는 우려를 넘어 '재앙'과 다름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석학인 캘리포니아대 조앤 윌리엄스 교수는 한국의 출산율을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며 황망한 표정을 지은 것이 화제가 됐다. 또,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옥스퍼스대 교수는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면 1호 인구 소멸 국가가 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도 다양한 대책을 추진해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지난 15년간 380조원 가까이 투입됐지만, 각종 수치를 보면 태부족이다. 안타깝게도 저출생에 가속도가 붙어 이제 합계출산율 0.6명대를 앞두고 있다. 경상북도의 상황은 더욱 절박하다. 2022년을 기준으로 22개 시군 중, 인구감소지역이 전국 최다인 15곳이나 된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중에서 경상북도가 가장 먼저 사라진다.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 목마른 사람이 땅을 파고 샘을 찾는 심정으로 경상북도는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올해 초 전쟁본부를 출범하고, 비상체제로 빠르게 전환한 후, 당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찾기에 나섰다. 전문가·직원들과 끝장토론을 했고, 청년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장 목소리를 들은 결과, '육아'와 '주거'가 저출생 극복에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됐다. 이에 초단기-단기-중기-장기로 단계별 과제를 담은 '경상북도 저출생과 전쟁 전략구상'을 신속히 수립해 발표했다. 국민이 체감하는 시책들을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고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데 주력했으며, 안전하고, 편안하며, 안심되는 돌봄과 주거를 중심으로 총 35개의 과제를 제시했다. 먼저 돌봄은 경북형 새 늘봄 모델인 '온종일 완전돌봄'을 구현한다. 우선, 아파트 등 공공시설에 자격 있는 전문교사, 자원봉사자, 대학 실습생 등 지역공동체가 함께 아이들을 돌보는 '우리동네 돌봄마을'을 선도적으로 도입한다. 예전 마을 사람들이 함께 아이를 키웠던 공동체 돌봄을 21세기 버전으로 풀어냈다. 또 '경북형 학교늘봄'을 통해 '늘봄'의 안정성과 질적 향상을 도모한다. 경북도와 경북교육청이 안전·이동·친환경 간식 등 전 분야에 협업하는 지자체 최초의 모델이다. 아울러,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 부모님이 직접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조기 퇴근 돌봄'도 운영한다. 선진국 아이들은 오후 3~4시가 되면 부모와 함께 축구하고 노는 게 일상이다. 야간과 같이 긴급한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는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24시 어린이집 등 '심야 돌봄'도 제공한다. 경북이 주도하는 '온종일 완전 돌봄'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도 소개했다. 주거는 대출이자 및 월세 지원 등 단기적 대책에 더해, 양육친화형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중기적 대책을 포함한다. 임대주택의 경우는 구체적인 로드맵이 진행 중이다. 전쟁에 필요한 재원은 추경, 성금 모금, 기금, 지방채 등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확보한 후 과감히 투자해 나갈 계획이다. 이제 실행에 집중한다. 매주 분야별 전략회의와 워킹그룹을 운영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모든 수단을 마련해 5월에는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예정이다. 차질 없이 진행된다면 6월부터는 정책을 현장에서 구현하고, 올해는 모든 정책을 시범 실시해 볼 생각이다. 오랜 기간 풀지 못한 숙제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도 중요하다. 근본 원인으로 언급한 수도권 병과 세대 간의 격차를 줄여나가고, 결국엔 국가 균형발전을 이루는 일 또한 저출생의 해법이 될 것이다. 경상북도에는 저력이 있다. 화랑정신으로 삼국을 통일하고 호국정신과 선비정신으로 나라를 지켰으며 새마을정신으로 10대강국을 만든 경북이 나선다면, 반드시 국가적 위기인 저출생 극복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인구소멸 위기 극복과 저출생 극복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에 바라는 것은. ▲현재 정부 부처별로 분절되고 흩어진 돌봄 운영방식은 현장에서 혼란만 가중하고, 정책 시너지를 내지 못해 돌봄망으로써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산발적이고 분절된 정책이 아니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하나라도 제대로 만들고, 필요한 곳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경북이 테스트베드로서 새로운 돌봄 모델을 검증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경북을 '완전 돌봄특구'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또한 현장에서 저출생 극복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 개선과 제도 정비 등과 함께, 대통령실 '(가칭)저출생 극복수석 설치' 등 저출생 극복을 위한 국가 대응체계 구축도 여기에 포함한다. 저출생의 근본적 원인인 수도권 병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균형발전, 교육개혁 등 국가구조 대전환에 관한 장기 과제들도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해결해 나가줄 것을 지속 건의하겠다. ―저출생 및 인구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시민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경북이 국가 존립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전쟁'으로 언급하면서까지 저출생과 전면전에 나선 상황이다. 그만큼 우리가 직면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의미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그러나 단순히 행정의 힘만으로는 결코 불가능하다. 정부, 지자체, 시도민, 언론, 기업, 시민단체 등 모두가 힘을 모을 때만이 승리할 수 있다. 경상북도는 청년, 결혼, 취업, 육아 등에 부담을 주는 각종 사회적 관행들을 해소해 가면서 저출생 극복운동을 '제2의 새마을국민운동'으로 확산하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앞장섰던 경북이 이번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다시 한번 꺼져가는 대한민국을 되살리는데 시도민 분들의 적극적인 응원과 동참을 부탁드린다. jjw5802@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