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우리나라 과학기술주권 확보를 위한 전략을 시급히 수립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학계의 목소리가 나왔다. 카이스트(KAIST)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공동으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국 대선 후 기정학(技政學)적 변화와 대한민국의 전략'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을 비롯해 최민희 국회 과방위 위원장 등 과방위 소속 의원들과 과기정통부, 연구기관, 대학, 기업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우리의 대응방안에 관한 토론회를 개최할 필요가 있다는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의 제안에 국회 과방위 의원들이 호응하면서 이뤄졌다. 이에 따라, 토론회에서 주로 반도체와 에너지, 인공지능(AI) 분야에 초점을 맞춰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 중국 전략 변화와 우리의 과학기술주권 확보 전략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발표자인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1기와 달리 2기는 자체 싱크탱크인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AFPI)' 설립 등 2년 전부터 정책을 준비해 왔다"며 “출범 직후부터 곧바로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인 만큼 우리의 대응시간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학기술주권 확보와 관련, 유회준 카이스트 인공지능반도체대학원 원장은 '글로벌 정세 변화 속 반도체 등 첨단기술분야 대한민국 대응전략' 발표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항공모함만 있고 중견·중소·벤처기업이 거의 없어 사실상 산업생태계가 없다"며 국가차원의 반도체 생태계 구축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이점을 살린 '지능형 반도체(PIM)', AI 기술에 서비스·인프라를 결합한 'AI-X(AI 트랜스포메이션)' 등 새로운 분야에서 초격차를 위한 투자 전략도 주문했다. 이날 첫 발표자인 김혁중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5년 이후 미국 신 행정부의 대 중국 전략 변화' 발표에서 “트럼프 2기 4년간 중국에 대한 60% 고관세 부과, 중국으로부터 핵심재화 수입을 차단하기 위한 4개년 계획 추진, 멕시코 등을 통한 중국의 우회수출 차단, 환율조작국 재지정 등 중국 의존을 완전 종식하고 미국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어젠다를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위원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그린 보호무역주의'에 초당적으로 협력해 중국 견제의 또다른 수단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민주당은 기후변화대응 차원에서, 공화당은 자국기업 보호 차원에서 탄소배출량이 많은 수입 철강, 시멘트 등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세'를 통해 중국 제품 수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밖에 백서인 한양대학교 중국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등 기후, 보건, AI 관련 국제 규범에서 발을 빼려 하는 만큼 이 공백을 중국이 어떻게 메우는 역할을 할지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다고 조언했다. 서용석 카이스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불법이민 유입 차단에는 엄격하지만 과학기술인재 유입은 프리패스 수준"이라며 “인구감소위기를 맞은 우리나라는 과학인재 확보 전략이 더욱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참석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강력한 미국 이익 중심주의 정책을 펼치겠지만 복잡한 외교관계를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명료한 경제 논리에 따라 움직일 것인 만큼 오히려 우리가 대처하기 쉽고 미국의 경제적 이익만 보장해 준다면 얼마든지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관계 및 윈-윈(Win-Win)이 가능하다는 견해도 밝혔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광형 총장은 “미국 대선 결과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기술 주권을 책임질 AI, 반도체 등 핵심 미래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혁신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