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동안 지속됐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승리로 우선 일단락 됐다.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회장이 이사회 과반을 수성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정기 주총 표결은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상태로 이뤄졌기에 향후 법정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1년 이상 진행되는 소송전으로 전환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28일 오전 11시30분 가량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당초 개회 시간은 9시였으나 중복 위임장 확인 작업 등의 절차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2시간30분 가량 지연됐다. 이날 주총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주총 시작 직후 '고려아연→썬메탈홀딩스(SMH)→영풍'의 상호주 관계에 따라 상법상 영풍 보유 지분의 의결권을 제한한다고 공지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 12일 고려아연의 자회사인 SMH가 영풍 지분 10.3%를 취득해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 방식으로 상호출자 고리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이는 상법에서 A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손자회사를 통해 다른 B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한 경우, B사가 가진 A사의 지분은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상호주 제한 규정을 활용한 것이다. 그러자 영풍은 정기 주총 개최 이전 법원에 의결권행사허용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지난 27일 법원이 가처분을 기각하면서 결국 상호주 관계에 따라서 의결권을 제한받게 됐다. 이에 영풍은 27일 저녁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1주당 0.04주의 배당을 결의해 SMH의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떨어뜨리며 상호주 관계를 해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SMH는 주총 직전 장외에서 영풍 주식 1350주를 매수해 지분율을 다시 10.3%로 끌어올려 상호주 관계를 재형성했다. 이 과정에서 MBK·영풍 측은 이 같은 절차가 위법하다고 반발했다. MBK·영풍 측 법률 대리인은 “SMH가 보유한 영풍 지분율이 10%를 초과했다고 하는데 언제, 어떤 경위로 취득했나"라며 “상호주 제한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려아연 법률 대리인은 “회사는 SMH로부터 오늘 주식 확보 통지를 받았고 여기엔 잔고 증명서와 거래 내역서가 포함돼 있다"며 8시54분에 잔고 증명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결국 이날 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 25.4%가 제한된 상태로 최 회장 측이 제안한 핵심 안건들이 순조롭게 가결됐다. 최 회장 측이 상정한 이사 수 19명 상한 안건은 주총에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중 71.11%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이어 진행된 이사 선임 투표는 지난 1월 임시 주총 의결에 따라 집중투표제로 표결했다. 이사 수가 19명 이하로 제한됨에 따라 집중투표제로 선출할 이사 수는 8명으로 확정됐다. 표결 결과 고려아연 측 후보 5명 중 박기덕·김보영·권순범·제임스 앤드류 머피·정다미 등 5명이 선임됐다. MBK·영풍 측이 추천한 후보 17명 중에서는 권광석·강성두·김광일 등 3명이 선암됐다. 이로써 임시 주총에서 선임된 직후 직무집행이 정지된 4명 합쳐서 최대 19명으로 제한된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영풍 측 4명 구도로 재편됐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이사회 주도권을 지킬 수 있게 됐고 최 회장은 MBK·영풍으로부터 경영권을 수성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이날 주총 결과와는 별개로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MBK·영풍이 고려아연의 영풍 의결권 제한에 대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에도 김광일 MBK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고려아연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점도 변수다. 이사회 구성은 최 회장 측이 앞서지만 향후 운영 과정에서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게 됐다. 한편 이날 주총 현장에는 고려아연 노동조합과 홈플러스 노조가 공동으로 MBK를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