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단독] 한전 “한전MCS 공공기관 해제 필요”…고용불안 우려에 노조 반발

한국전력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회사 한전MCS의 기타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 사업·인력 구조 재편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한다. 원격검침 확대로 주력인 방문 검침 업무가 줄어들자 공공기관에 적용되는 각종 제약을 풀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한전MCS 노동조합은 고용 불안 가능성을 우려하며 공공기관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어 향후 지정 해제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서면답변서에 따르면 한전은 박해철·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전MCS의 향후 운영 방안을 묻자 “보다 효과적인 한전MCS 경영 정상화 지원을 위해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전MCS는 전력량계 검침과 전기요금 청구서 송달, 체납관리·단전 등 한전의 대국민 현장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한전 자회사다.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한전의 검침·송달 등 위탁업무 종사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설립됐다. 설립 이후 전기검침과 요금청구서 송달, 체납관리·단전 등 대국민 현장서비스를 맡아왔으며, 대규모 인력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등을 고려해 2021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현재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있다. 한전이 지정 해제를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공기관 규제가 오히려 사업·인력 재편을 어렵게 한다는 판단에서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MCS는 기타공공기관 지정 이후 경영평가와 공시, 계약·예산 등에 필요한 행정업무가 늘었다. 이에 현장직은 지난 2023년 3508명에서 올해 6월 2897명으로 17% 감소한 반면 관리직은 같은 기간 563명에서 683명으로 21% 증가했다. 한전은 공공기관 채용 절차에 따라 신규 인력 채용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또한, 현장 결원이 발생해도 적기에 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대국민 서비스는 물론 도서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전은 한전MCS의 기타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해 한전FMS·한전CSC와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세 회사는 모두 2019년 한전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다. 한전MCS가 검침·송달 등 고객 현장서비스를 담당한다면 한전FMS는 사옥·변전소 등의 시설관리·경비를, 한전CSC는 고객센터 상담 업무를 맡고 있다. 다만 한전MCS가 2021년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된 것과 달리 FMS와 CSC는 공공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채 한전 자회사로 운영되고 있다. 한전MCS의 경영 악화는 주력인 방문 검침 업무 축소에서 비롯됐다. 지능형전력계량인프라(AMI) 보급이 2021년 1097만호에서 올해 8월 2082만호로 늘면서 직접 검침 인력은 같은 기간 3834명에서 2285명으로 줄었다. 매출도 2022년 3636억원에서 지난해 2804억원으로 감소했고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198.5%에서 781.4%를 급증했다. 이에 한전MCS는 2023년부터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전은 줄어든 검침 물량을 대신해 2023년부터 신규 업무를 한전MCS에 위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배전공사 안전감시와 도서 발전설비 운영이다. 특히 한전은 2024년 8월부터 기존 민간업체가 수행하던 섬 지역 발전소 운영을 한전MCS에 맡겼다. 두 사업의 매출은 2022년 42억원에서 지난해 598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신규 사업 역시 대부분 한전이 넘겨준 일감이라는 한계가 있다. 한전MCS의 한전 매출 의존도는 지난해 99.7%, 올해 상반기 99.6%에 달해 사업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국감에서 제기됐다. 한전은 한전MCS를 기타공공기관 지정에서 해제하면 법령상·경영상 제약과 행정부담을 줄이고 한전 주도의 경영진단과 컨설팅을 통해 사업구조와 인력 운영을 보다 빠르게 재편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한전MCS를 기존 검침·송달 중심 회사에서 고객 접점을 활용한 에너지서비스 전문회사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한전은 답변에서 “한전MCS의 현장 전문성에 적합한 업무를 계속 발굴·위탁하고 모·자회사 경영진과 실무진이 참여하는 경영개선 협의체를 지속 운영할 계획"이라며 내년부터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전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의 선례로 인천항보안공사와 부산항보안공사를 제시했다. 두 회사는 각각 항만공사의 보안업무를 수행하는 자회사로 2019년 기타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다만 해제 이후 직원 사기 저하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두 회사가 공공기관 재지정을 요구했고, 해양수산부도 2020년 기획재정부에 재지정 의견을 전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실제로 한전MCS 노동조합도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공공기관 지위가 해제될 경우 과거 용역회사 시절처럼 경쟁입찰과 계약 변경에 따라 고용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전MCS 노조는 에너지경제신문에 전달한 내부 입장문을 통해 “조합원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타공공기관 지정 해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공공기관 지정 이전의 불안정한 고용 구조로 되돌아갈 가능성을 우려했다. 노조는 “과거 용역회사 시기에는 경쟁입찰과 계약 변경에 따라 고용과 회사의 존속을 걱정해야 했던 불안정한 구조가 존재했다"며 “조합원들이 다시 그러한 불안과 경쟁의 구조 속에서 자신의 일자리와 회사의 존립을 걱정하는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향후 대응 원칙으로 고용안정을 최우선에 두는 한편 한전MCS의 기타공공기관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노조는 “고용보장 없는 일방적인 계약·운영구조 변경에 동의하지 않겠다"며 “조합원의 안정된 일터와 한전MCS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지키기 위해 흔들림 없이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전 3분기에도 영업익 감소 예상…부채 감축·대형 투자 부담↑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전력판매량 감소와 연료비 증가 같은 탓에 영업실적이 감소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무 관리 부담이 다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영업실적 개선과 부채비율 감축 성과를 내왔지만, 향후 3대 메가프로젝트와 재생에너지 전력망 혁신 등을 뒷받침할 송전망 투자가 필요한 시점과 맞물려 한전이 다시 재무 부담을 안아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로부터 집계한 영업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조277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9.7%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은 27조5011억원으로 0.3% 줄고, 당기순이익도 60% 감소한 2조2775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력 판매 비중이 절반가량으로 제일 큰 산업용 전력의 수요가 줄어들고, 평균 판매 단가도 낮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 7~8월 전체 전력 판매량은 10만291기가와트시(GWh)로 0.6% 줄었고, 평균 판매단가도 킬로와트시(kWh)당 178.68원으로 2.19원 낮았다. 특히 산업용 전기 판매량은 48017GWh로 2% 줄었다. 연료비도 상승 추세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의 3분기 평균 연료비는 각각 kWh당 90.29원과 153.07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7.2%, 27.8% 상승했다. 한국가스공사의 국내 발전용 천연가스 도매 공급 가격도 지난 7월 들어 기가줄(GJ)당 2만원선을 18개월 만에 돌파했고, 3분기(7~9월) 평균 가격은 2만2685.39원으로 전년 동기보다31.4% 상승했다 지난 2분기에도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1조1286억원으로 47.2% 줄어들며 큰 낙폭을 보였고, 매출은 21조9189억원으로 0.1% 줄었다. 지난 1분기에도 0.8% 늘어난 3조784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것과 반대 움직임이었다. 1~2분기 동안 한국전력의 전력 판매량이 266.7테라와트시(TWh)로 0.6% 줄어들고, 석탄 발전량 증가와 유연탄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연료비가 10조1429억원으로 8.8% 증가한 탓이었다. 계통한계가격(SMP)이 지난 9월 중순 들어 kWh당 100원 아래로 내려가면서 전력 구매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료 구매 비용이 떨어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에서 4분기에도 영업이익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같은 부담 요인으로 한전의 부채비율 축소 기조가 더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24년에는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한 뒤 지난해 전년 대비 61.3% 증가한 13조490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그 결과 2023년 543.3%까지 올라갔던 부채비율이 2024년 496.7%로 축소됐고, 지난해에는 416.9%까지 내려왔다. 올해는 2분기 말 기준 406.4%로 줄였다. 그럼에도 과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연료비 급등 여파로 6월 말 연결 기준 약 211조원의 부채와 133조원의 차입금이 남아 하루 115억원 수준의 이자비용 부담이 발생했다. 투자 요인이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올해 들어 정부가 발표한 반도체·AI데이터센터·피지컬 AI 등 3대 메가프로젝트부터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까지 이를 뒷받침할 송전망을 구축하는 역할을 한전이 주도하기 때문이다. 당장 용인과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송전망을 확장하거나 새로 건설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발전 출력제어를 줄이기 위한 단기 해법으로 기후부가 제시한 전력망 혁신 계획도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작업인 만큼 결국 한전이 앞장서야 하는 과제다. 메가프로젝트와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잡은 올해 설비투자 계획 규모만해도 약 23조1270억원으로 전년보다 23.7%나 늘었는데, 앞으로 계획해야 하는 연간 설비투자 규모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한전의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4분기까지 13개 분기 연속, 산업용 요금은 7개 분기 연속 동결됐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2024년 70%가량 인상된 뒤 9분기 연속 동결됐고, 가정용 전기요금은 2023년 이후 15분기 연속 유지됐다. 반면 지난 2분기 기준 200조원을 넘어섰고 하루 이자비용으로 100억원가량을 지출하는 한전의 상황은 지난 3분기에도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지난달 19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필요한 전력망 투자가 계속해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은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손님이 하나뿐인 시장의 탄소 가격

시장가격을 믿을 수 있는 건 사고파는 사람이 여럿이고, 그들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값을 매긴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도 마찬가지여서, 이 가격은 우리 경제가 온실가스 한 톤을 줄이는 데 대략 얼마가 드는지를 시장이 알려 주는 일종의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발전 5사를 하나로 합친 '한국발전'을 내년 10월 출범시키기로 하면서, 바로 이 전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경쟁을 시키겠다며 다섯으로 나눈 지 25년 만에 다시 하나로 묶는 것이니, 재생에너지 전환을 한 주체가 책임지고 끌고 가겠다는 취지는 이해가 되지만, 그 회사가 배출권 시장에서 차지할 위치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것 같다. 시점도 공교롭다. 올해 시작된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에는 발전회사들이 정부 경매에서 사야 하는 배출권 비율이 해마다 늘어나 2030년에는 절반에 이르는데, 경매 물량이 본격적으로 커지는 바로 그 무렵에 가장 큰 손님들이 하나로 합쳐지는 셈이다. 원래부터 파는 쪽은 정부 하나였으니, 이제는 파는 쪽도 사는 쪽도 사실상 하나 (즉 쌍방독점, Dual Monopoly)인 경매장이 되는 것이다. 이런 경매장에서 가격이 어떻게 정해질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하나가 된 회사로서는 굳이 높은 값을 써낼 이유가 줄어들고, 정부가 정해 둔 최저 낙찰가 근처에서 응찰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경매 가격은 감축에 드는 실제 비용이 아니라 한 회사의 입찰 전략으로 정해지게 된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 최저 낙찰가가 거래소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점인데, 통합 회사는 거래소에서도 가장 큰 거래 주체이니 경매 가격과 거래소 가격이 서로를 끌어내리는 방향으로 맞물릴 여지도 없지 않다. 거래소에서도 비슷한 일이 생길 수 있다. 지금은 석탄 비중이나 가동률이 서로 다른 다섯 발전사 사이의 거래가 적지 않은 거래량을 만들어 내는데, 통합이 되면 이 거래는 한 회사 안의 장부 정리로 바뀐다. 거래가 줄어든 시장에서는 가격이 실제 수급과 무관하게 한쪽으로 쏠리기도 쉬워진다. 철강이나 석유화학 기업들이 감축으로 남긴 배출권을 팔려 해도 가장 큰 매수자가 하나뿐이라면 받을 수 있는 값은 낮아지기 쉽다. 배출권 값이 낮아지면 당장 발전 비용 면에서는 나쁠 게 없어 보일 수도 있다. 문제는 이 가격이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이 감축 투자를 할지 말지 판단하는 기준이라는 데 있다. 가격이 낮다는 것이 감축이 그만큼 쉬워졌다는 뜻은 아닌데도, 시장은 그렇게 읽게 된다. 그 가격이 감축의 실제 비용이 아니라 시장 구조 때문에 낮게 형성된 것이라면 기업들은 해야 할 투자를 미루게 되고, 그렇지 않아도 주요국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아 온 우리 탄소 가격은 신호로서의 의미를 더 잃게 될 것이다. 물론 지금도 발전 5사가 경매 물량 대부분을 사들이니 통합은 정도의 차이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고, 수요독점이 곧바로 가격 붕괴로 이어진다고 단정할 근거도 아직은 없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통합 회사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맡은 만큼 지배적 사업자로 볼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전력시장에서는 그런 판단이 가능하더라도, 배출권 시장에서 통합 회사가 사실상 유일한 큰손이 되고 가격에 하락 요인이 하나 더해진다는 점까지 부인하기는 어렵다. 특별법에 기업결합 심사를 면제하는 근거까지 검토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는 더더욱 통합 이전에 따로 짚어야 한다. 우선 한 회사가 경매 물량의 일정 비율 이상을 가져가지 못하게 한 지금의 낙찰 한도부터 정리가 필요하다. 한도를 그대로 두면 통합 회사가 필요한 물량을 사지 못해 의무를 지키기 어려워지고, 반대로 한도를 풀면 수요독점을 제도가 인정해 주는 꼴이 되니, 어느 쪽이든 통합 전에 방향을 정해 두어야 한다. 최저 낙찰가를 거래소 가격이 아니라 미리 공표한 경로에 묶거나, 경매 참여자를 넓혀 사는 쪽을 다양하게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정산절차를 어떻게 만드는가가 중요해지겠지만, 가격을 한 회사의 손에 맡겨 두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탄소 가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에너지 전환도 제 속도를 내기 어려운 만큼, 그 가격을 지키는 일까지 통합 설계의 일부가 되었으면 한다. bienns@ekn.kr

체코 시공협상 결렬·공론화위원회 가동…기로에 놓인 원전산업 [기후에너지환경 단상]

한국 원전 산업이 안팎에서 중요한 기로에 놓였다. 해외에서는 원전 수출의 교두보로 꼽히는 체코 두코바니 원전의 시공사 선정이 원점으로 돌아갔고, 국내에서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추가 원전을 얼마나 담을지를 결정할 공론화 절차가 시작됐다. 시공사 재선정과 공론화 결과에 따라 향후 원전 산업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체코 원전은 정권 교체를 거치면서도 이어져 온 사업이다. 윤석열 정부 당시 프랑스 EDF와의 경쟁 끝에 한국수력원자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관련 합의를 두고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에서 불공정 계약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이재명 정부에서 최종 계약이 마무리됐고 이재명 대통령도 체코 원전의 성공을 위해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잡음이 생겼다. 한수원은 지난달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두코바니 원전 주설비공사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했다. 양측은 공사비와 계약 조건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핵심 쟁점은 설계가 구체화되는 과정에서 늘어날 수 있는 공사 물량과 비용 부담이었다. 한수원은 사업비 관리를 위해 총액을 확정하는 계약 방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컨소시엄 측은 시공사가 통제하기 어려운 설계 변경에 따른 비용 위험까지 부담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물론 문제가 있는 계약을 원전 산업 육성을 이유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번 협상 결렬이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원전 사업 전체 이탈을 뜻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체코 원전이 갖는 상징성이다. 체코 원전 유럽 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가격 경쟁력과 공기 준수 능력을 보여주고 향후 추가 원전 수출로 이어질 교두보로 기대를 받아왔다. 두코바니 5·6호기 계약에는 체코가 5년 안에 테믈린 원전 최대 2기를 추가 발주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 한수원은 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를 선정하고 2028년 1월 부지 준비공사에 착수한다는 기존 계획을 최대한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체코를 비롯해 향후 원전 도입을 검토하는 국가에도 이번 소식은 전해질 수밖에 없다. 당장 사업 차질로 단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한국 원전의 강점으로 내세워 온 사업비 관리와 적기 준공 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내에서도 원전 산업의 방향을 가를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가 제11차 전기본에 반영한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비교하면 분명한 변화다. 하지만 이번에 수립되는 12차 전기본에서 메가프로젝트 전력수요에 따라 추가 원전을 얼마나 확보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 계획은 제시했지만 추가 원전은 공론화 절차를 거쳐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원전 공론화위원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오는 14일까지 시민참여단 선정을 위해 만 18세 이상 국민 1만5000명을 대상으로 국민기초조사를 실시하는 등 본격적인 공론화 절차에 들어갔다. 이 중 참여 의향을 밝힌 응답자 가운데 지역·성별·연령대별 무작위 추첨을 통해 300명의 시민참여단을 선정한다. 시민참여단은 숙의자료집과 온라인 학습을 거쳐 다음 달 11일부터 13일까지 2박3일간 숙의토론에 참여할 예정이다. 공론화 결과에 따라 12차 전기본에서 원전이 맡게 될 역할과 추가 건설 여부가 윤곽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등 메가프로젝트로 전력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를 어떤 전원으로 충당할지는 향후 국내 원전 산업의 일감과 생태계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입장에서는 11차 전기본의 신규 원전 2기를 확정하고 12차 전기본에서 추가 건설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 자체가 기존 탈원전 정책에서 상당히 달라진 행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반면 원전 업계에서는 국내 신규 건설의 지속성을 아직 장담하기 어렵고, 해외에서는 체코 원전의 성공적인 이행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에서 사업 수행 능력을 입증한다면 유럽을 비롯한 추가 원전 수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고, 12차 전기본에서 추가 원전 건설이 확정된다면 국내 원전 생태계에 장기적인 일감을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두 축 모두에서 불확실성이 장기화한다면 원전 산업이 체감하는 정책 변화의 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체코 원전의 향방과 12차 전기본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늘 거기서 사달이 난다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가을은 천고마비의 계절이다. 식욕이 크게 높아진다. 전문가에 따르면 세로토닌(serotonin)이 일조량 감소에 따라서 같이 감소하는 것이 가을철 식욕 증가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가을에는 또 다른 계절에 비하여 맛있는 음식이 많다. 입맛대로 먹다가 보면 '이렇게 먹다가는 사달이 나지'라는 생각이 든다. 사달은 사고나 탈을 의미하는 우리말이다. 무언가 본래부터 잘못 진행되고 있거나 아니면 위기의 순간을 모면하기 위하여 과장하거나 숨기다가 결국 문제가 터질 때 사용한다. 욕심을 부리다가 문제가 터질 때도 '사달이 난다'고 한다. 논어에 나오는 사자성어인 과유불급(過猶不及)과도 상통하고, 유명한 버나드 쇼의 묘비명인'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와도 짐짓 연결된다. 자율주행 기술이 아직 초창기였던 10여 년 전에는 주로 정해진 트랙을 달리는 버스나 전차에 먼저 적용되었었다. 2018년 파리 국제 모터쇼 때 프랑스는 자국의 모빌리티 기업을 소개하기 위하여 자율주행 버스를 행사장에 선보였다. 그런데 기자들을 태운 버스 앞을 그만 길거리를 청소하던 청소부가 가로막았고, 버스는 급정거와 함께 크게 경적을 울렸다. 이 장면을 목격한 국내 기자가 귀국한 후 이 사건을 두고 적은 신문 만평의 제목도 '늘 거기서 사달이 난다'였다. 인류가 살아온 내내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는데, 기술을 개발한 사람들과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한 것을 이야기한 것이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청소부를 장애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면 청소부에게 급정거와 경적을 울려 쫒기보다는 정중하게 비켜달라고 부탁의 말을 전하였을 것이라는 거다. 기자는 만평에 그때 영국 기자가 전했다는 내용도 전한다. '기계 따위가 사람에게...'. 하지만 기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데는 실패한다. 자율주행이 이렇게 빨리 상용화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제 AI, 즉 인공지능이 자율주행의 자리에 등판한 것 같다. 환호성을 지르며 곧 인공지능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하는 이들도 많고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도 많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지금까지 경험한 적이 없는 엄청난 규모의 매출과 수익을 내고 있으며, 덩달아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역시 3.0 퍼센트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여기저기서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비관론도 그 힘을 기르고 있다. 인공지능 호황이 일시적이라면서 네덜란드병(Dutch disease)을 걱정하며 노르웨이의 국부펀드와 같은 대책을 요구하기도 하고, 국내 인공지능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건설할 필요성을 설파하면서 필요한 전력과 물 부족 이야기를 함께 말하고 있다. 한편 국내 정유산업도 엄청난 이익을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사태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원유 수급에서의 큰불을 끄는 데 성공한 반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이 석유제품 수출을 막아버리자 우리나라가 정제하여 수출하는 경유와 항공유가 엄청난 프리미엄 가격에 팔리고 있기 떄문이다. 얼나마 급한지 EU조차도 공급망와 안보를 들먹이며 정유시설의 추가 건설을 이야기 하고 있다. 사실 우리 정부도 석유제품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기에 정유사들은 수출 제한을 일정 정도 풀어달라고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는 국내 석유제품의 최고가격고시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에너지 관련 모든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자 국내 석유제품의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위급한 시기에 단기적으로 사용하여야 할 정책을 1년 가까이 끌고 가면서 여기저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는 심각한 에너지 위기인 지금, 에너지 절약 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기는커녕 가격 안정 정책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국민의 눈을 가리는 것과 같으니 결국에는 사달이 날 수 있는 원인이 되고 만다. AI로 인한 반도체 호황에 모두 넋이 나가도 안 되겠지만 또 그렇다고 인공지능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사회적 수용과 합의만을 이야기한다면 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한 예측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정유산업은 호황인데도 시장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는 가격 제도들을 유지한다면 시장 제도가 가지고 있는 엄청난 장점을 모두 놓치는 것이 된다. 늘 거기서 사달이 나지만 또 늘 거기서 새로운 기회가 온다. 비만만 걱정하면 가을이 가져다 주는 자연의 혜택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걱정만 하고 막으려고만 하기보다는 미래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인프라에의 투자와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를 크게 높일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 bienns@ekn.kr

한수원, 수자원공사·농어촌공사와 새만금 조력발전 공동개발 MOU

한국수력원자력이 한국수자원공사, 한국농어촌공사와 전북 새만금 조력발전사업을 공동으로 해나가기 위해 손을 잡았다. 30일 한수원에 따르면, 세 기관은 이날 서울 중구 중림동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에서 '새만금 조력발전사업 공동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세 기관은 새만금 조력발전 사업의 타당성 검토와 기술·사업성 분석을 위한 자료 공유 등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협력하고, 실무협의회를 구성·운영하기로 했다. 최근 새만금호는 수질 개선을 위해 해수 유통이 결정됐다. 이에 기존 방조제를 활용한 조력발전으로 청정 에너지를 생산하며 해수 유통 확대로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이번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이를 위해 세 기관은 한국수력원자력의 발전사업 역량과 한국수자원공사의 시화호 조력발전소 건설·운영 경험, 한국농어촌공사의 새만금 기반시설 관리 역량을 접목한다는 것이다. 현재 기본구상용역을 통해 기술·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단계다. 한수원과 농어촌공사, 수자원공사는 기본구상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김시영 한수원 수력처장은 “이번 협약으로 새만금 조력발전사업의 공동개발을 위한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세 기관이 긴밀히 협력해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다양한 과제를 해결하고, 사업 실현 가능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미래엔서해에너지, 도시가스 배관 파손 가정 비상훈련 실시

미래엔서해에너지는 지난 28일 충남 서산시 일원에서 도시가스 배관 파손 사고를 가정한 비상훈련을 실시했다고 30일 밝혔다. 한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에서 허가 없는 굴착 작업 도중 고압·저압 가스관이 한꺼번에 훼손돼 가스 누출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981가구의 도시가스 공급이 끊긴 상황을 전제로 가스 사고 대응 훈련이 실시됐다. 현장에서는 전용 장비를 이용한 배관 임시 조치와 융착을 시연했고, 관계 기관과 협력 체계를 재점검하는 한편 자체 종합비상대응시스템(TERS)을 현장에 처음 도입했다. 송민섭 대표는 “훈련 과정에서 드러난 개선점을 즉시 정비해 지역 사회가 안심하고 가스를 소비할 수 있도록 안전 관리 시스템과 대응 능력을 꾸준히 고도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두산에너빌리티, 3분기 영업익 2612억원…전년比 91%↑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61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90.6% 증가했다고 29일 공시했다. 매출은 14.7% 늘어난 4조4494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이익은 14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아울러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SMR 설계 승인을 받은 뉴스케일파워 사와 이날 소형모듈원자로(SMR) 상부 원자로 모듈(URPV) 1호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상부 원자로는 고온·고압의 냉각재를 담는 원자로 압력용기의 상부를 구성하는 핵심 기자재다. 양사는 2023년 SMR 소재 제작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상업용 원자로 기자재 본제작 단계로 협력을 확대하게 됐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한수원, 대우건설과 “체코 원전 시공 계약 종료”…재입찰 ‘안갯속’

체코 두코바니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사업을 수주한 한국수력원자력이 29일 시공 계약 논의를 진행해온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협상을 종료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수원은 시공사를 다시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대우건설이 일방적 계약 종료 통보에 반발하면서 업계는 체코 원전 사업이 더뎌질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한국이 체코에 이어 미국 원전 시장까지 진출하면서 원전 수출 확대가 기대되는 만큼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고 고품질과 납기 준수 경쟁력을 유지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수원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이견을 이유로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오던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의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지난 20일 한국과 체코 산업통상부가 화상으로 진행한 3차 두코바니 원전 이행점검 협의체에서 시공계약에 대해 이달 말까지 협상을 체결하거나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양측에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2036년 완공을 목표로 체코 정부가 추진해온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에서 한수원 중심의 '팀코리아'가 2024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해 6월 총 사업비 26조원에 한국형 노형 APR1000(발전 용량 1GW 규모) 2기를 공급하고 설계·조달·시공(EPC) 및 핵연료 공급 등을 수행하는 내용으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018년 현대건설·삼성물산을 제치고 체코 원전 시공자로서 팀코리아에 합류했다. 그러나 시공 주관사를 맡기로 한 대우건설과 한수원이 공사비와 일정, 사업 단계별 책임 소재 등을 두고 접점을 좁히지 못하면서 지금까지 1년 넘게 시공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원자로와 터빈 발전기는 두산에너빌리티와, 설계용역은 한국전력기술과 각각 지난해 12월 계약을 체결해 참여가 확정됐다. 원전 연료와 시운전 정비를 맡을 한전원자력연료, 한전KPS와는 내년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착수하고, 내년 7월 계약 체결을 목표로 시공사를 새로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 2022년 체코 원전 입찰 초기 단계에서 5호기에 대한 계약금액과 조건을 합의했지만, 2024년 최종 입찰에서는 5·6호기에서는 공사비와 관련 조건 합의를 마무리하지 않은 채 서류를 냈다. 체코 원전 주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계속 협상을 진행하고, 지난달과 이달에는 한수원과 대우건설 측 최고경영진끼리 협의했으나 결국 결렬됐는 것이 한수원 설명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글을 통해 안타깝다면서도 “2027년 4월 건설허가 신청과 2029년 1월 부지정지 착수라는 체코 원전 프로젝트의 주요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며 한수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냈다. 반면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입장문을 내고 유감스럽다며 “원청사가 원만한 협상에 재차 나서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7일 한수원이 변경해 제시한 하도급 계약 조건을 이날까지 검토하기에 시간이 짧았다고 지적하며 “원청사에서 제시한 변경된 조건을 상세히 검토할 수 있도록 정식 공문을 통해 연말까지로 협상 시한을 연장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으나 원청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공사비 총액 계약 방식에 대해서는 “세계 최초로 건설되는 APR1000 모델의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 과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단순 시공 컨소시엄에 설계 변경에 따라 증가하는 공사 물량을 공사비 변경 없이 높은 비율로 감당하라는 조건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원전 수출 과정에서 같은 문제를 겪지 않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인공지능(AI) 산업 때문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며 원전 건설 필요성이 높아지자 세계적으로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한국의 원전 공급망은 수출 시장을 중동, 유럽을 넘어 미국까지 넓힐 기회를 맞이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내 중심이었던 한국 원전 사업의 영역이 2024년 체코 원전 수주와 올해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 체결을 계기로 수출 시장까지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변화를 맞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원전과 달리 해외 원전 건설은 세부적인 계약 조건을 더 따지는 경향이 크지만, 일일이 계약 조건을 따지다가 시간과 인력을 낭비할 가능성도 봐야 한다"며 “앞으로도 다른 원전 수출 과정에서 같은 문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세부사항 여러 건을 일괄 계약하는 등의 방식으로 제도를 개선해 '빠른 건설'이라는 한국 원전 산업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E칼럼]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화

인공지능(AI)이 우리 삶과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전력 소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쏟아붓는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액은 2025년 5,500억 달러를 넘어 전 세계 석유·가스 생산 투자액을 웃돌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은 향후 5년 내에 두 배로 급증할 전망이다. 이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을 어떻게 높이고 전력망에 안전하게 통합할 것인가의 문제는 단순한 기업의 비용 절감을 넘어 국가 에너지안보와 직결된 핵심과제가 되고 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첫째, 데이터센터는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 중 전력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전력 의존도가 높다. 공급된 전력은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등 IT 시스템 뿐만 아니라, 시스템 작동 시 발생하는 막대한 열을 식히는 냉각 설비와 부대 시설을 가동하는 데 쓰인다. 특히 고성능 AI 연산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일수록 특수 냉각 설비가 필수적이다. 둘째, 전력과 수자원 소비 사이에 상충관계(Trade-off)가 존재한다. 냉각에 들어가는 전기를 아끼기 위해 증발식 냉각탑을 사용하면 전력사용효율(PUE)은 개선되지만 막대한 양의 물이 소모된다. 반대로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 건식 냉각이나 공기 냉각 방식을 택하면 전력 소비가 급증한다.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기가 사실상 전량 열로 변환되어 대기 중으로 버려진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특징이다. 셋째, 전력 계통 측면에서의 공간적 집중성과 변동성이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약 60%는 특정 지역에 클러스터 형태로 밀집해 있다. 이는 지역 전력망에 극심한 병목현상을 유발한다. 또한 AI 학습과 추론 작업에 따라 짧은 시간 내에 전력 부하가 급격히 출렁이거나, 송전선로 고장 등 미세한 전압 변동 시 자체 설비 보호를 위해 순식간에 전력망에서 이탈해 비상발전기로 전환하는 특성이 있다. 실제로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송전선 장애 직후 무려 3.8GW 규모의 데이터센터 부하가 동시에 계통에서 떨어져 나가 전력망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복합적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 등 주요국은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 마련과 기술 혁신에 나서고 있다. 유럽은 '데이터 투명성'과 '강력한 규제 표준'을 양 날개로 삼고 있다. EU는 에너지효율지침(EED)에 따라 IT 전력 수요가 500kW 이상인 데이터센터에 대해 전력사용효율(PUE), 수자원사용효율(WUE), 폐열 재활용률(ERF), 재생에너지 사용률(REF) 등 4대 핵심지표를 매년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첫 보고 결과 EU 데이터센터의 평균 PUE는 1.36으로 세계 평균(1.58)보다 우수했지만, 폐열 재활용률은 1.8%에 불과해 개선의 여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EU는 보고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등급제'와 '최소성능기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IEA는 최소성능기준 도입만으로도 유럽에서 연간 약 20TWh, 전 세계적으로는 65TWh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유럽 개별 국가들의 행보는 더욱 구체적이다. 독일은 에너지효율법(EnEfG)을 통해 신규 데이터센터의 PUE 목표(1.2 이하)를 규정할 뿐만 아니라, 발생한 폐열의 일정 비율(2026년 10%, 2028년 20%)을 반드시 재활용하도록 하였다. 핀란드 하미나(Hamina) 지역의 데이터센터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서버에서 회수한 폐열로 지역난방 수요의 70~75%를 충당하며 에너지 순환 경제의 모범사례를 만들어냈다. 미국은 인센티브 연계 및 인증 체계 강화가 특징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는 세제 혜택이나 인허가 패스트트랙 지원을 받기 위한 자격 요건으로 PUE와 WUE는 물론 단지 내 발전·저장 설비 및 무탄소 전력 비중 공시를 요구한다. 나아가 건물 설계 단계부터 LEED Gold, 에너지스타, 또는 에너지경영시스템 인증을 취득해야 한다.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화는 신규 발전소와 전력망 건설을 크게 줄일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다. IEA가 강조하듯 에너지효율이야말로 생산할 필요도, 송전할 필요도 없는 '제1의 연료(First fuel)'다. 데이터 공시의 투명성을 높이고 엄격한 효율 표준과 폐열 재활용 인센티브를 정비해야 한다. 산업계 역시 기술혁신을 통해 전력망 안정성에 기여하는 책임감 있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비로소 지속가능한 AI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bienns@ekn.co.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