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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에너지 전환의 그늘: 취약한 광물·원자재 공급망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전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1986년 말 석유 위기가 종식되자마자 국내 유일 부존 에너지원이던 무연탄 산업을 합리화한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급률이 50% 수준에서 3% 수준으로 급락하였다. 에너지수입의존도는 1997년 98.3%까지 상승하였으며 30여 년이 지난 2024년에도 93.6%의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덕분에 세계에너지협의회(WEC)의 2024년 보고서에 평가된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정 공급(Energy Security) 부문의 점수는 세계 50위권 수준이다. 그런데 높은 수입의존도 문제는 광물 등 원재료 부문으로 가면 더욱더 심각해서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주요 원재료 수요의 99%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잘 알고 있는 공급망(supply chain) 이슈이다. 그런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무역분쟁에 더하여 온실가스 감축 정책은 우리나라의 공급망 문제를 더욱 심각한 문제로 만들 수 있다. 정책의 미래가 더 많은 광물과 원재료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에너지전환정책은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설비 대신 전기를 사용하는 설비로 바꾸는 단계와, 전기의 생산 방법을 이른바 '탄소중립발전'으로 전환하는 단계 등 두 가지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경제학 분석에서 자주 사용하는 생산함수의 형태로 바꾸어 보자. 일반적인 생산함수에 사용하는 주요 투입 요소로는 자본(K), 노동(L) 및 에너지(E)와 원재료(M) 등이 있다. 화석연료를 직접 사용하는 방식에서 전기로 전환하는 단계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사례로 표현할 수 있는데, 이 경우 내연기관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두 생산품의 생산과정에 들어가는 K, L, E, M 간의 변화는 매우 적다. 그러나 늘어난 전기자동차에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는 단계의 변화는 매우 다르다. 화석연료 발전 대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이 증가하는 것은 전기의 생산과정에서 에너지(E)가 물질(M)로 대체되는 과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생산에 필요한 알루미늄, 실리콘, 구리 등과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우라늄은 물론 배터리 등 전력저장장치의 생산에 필요한 광물수요 역시 많이 늘어난다. 또한 전기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추가적인 전력 생산과 송배전에 필요한 구리와 철 등의 수요가 늘어나게 된다. 또한 화석연료 발전시설에 비하여 원자력이나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초기 자본(K)이 많이 투입되지만, 시설을 가동하기 위한 비용은 적게 드는 형태임을 고려하면, 에너지전환정책은 국가 단위의 에너지 생산과정에서의 투입 요소가 에너지(E)에서 물질(M)과 자본(K)으로 대체되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세계 최고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는 2019년 유럽의 탄소중립 선언 직후에 출간한 『Net-Zero Europe』보고서에서 유럽이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탄소중립발전이 44%의 역할을 담당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한다면 현재 총에너지소비 중 21% 수준인 전력이 50%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고 또 이를 탄소중립발전으로 공급하여야 함을 의미한다. 동시에 산업, 상업, 가정에 있는 에너지 사용설비 역시 상당 부분 교체될 것임을 의미한다. 여기에 필요한 광물과 원재료의 양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광물 및 원재료의 공급망 문제가 매우 중요한 정책 이슈로 다루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와 산업은 에너지 쪽보다 광물과 원자재 쪽이 더욱 취약하다. 이러한 구조적인 이슈는 정부의 재정과 예산 및 정부 구성에 아직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행인 것은 광물은 재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며, 우리나라는 철은 물론 비철금속 분야의 리사이클링산업이 잘 발달하여 있는 나라라는 점이다. 하지만 옆 나라 일본은 광물 등 원재료의 확보와 재활용 부문에서도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있다. 유명한 대기업 상사조직들이 여전히 국제적으로 활동 중이기 때문이다. 자원은 미쯔이, 전력은 마루베니, 그리고 모두 다 잘하는 미쓰비시 등 여러 대기업 상사조직이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 제도적 지원도 상당하다. 일본은 왜 대기업들이 정부의 지원과 제도를 통하여 이 부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지 우리나라 정부는 조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전환의 종점이 어떠한 모습일지 세밀하게 예측하고 분석하여야 함은 물론 구성원 모두가 차근차근 함께 준비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허은녕

[기후 신호등] 에너지전환 시대, 원전의 출력 조절은 가능할까

지난달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11차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들어있는 원전 2기의 도입 추진을 발표하는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장관은 “전체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발전을 2040년까지 제로화해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중심으로 전력을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려나가면서 에너지 저장장치(ESS)와 양수발전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원전의 안전성과 경직성 문제를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원자력 발전과 관련해 “기존 원전도 안전 기준을 전제로 유연 운전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원전 유연성'이라는 오래된 쟁점을 다시 수면 위로 부상시켰다. ◇전환 요구 받는 대한민국 에너지 시스템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은 이제 선언의 단계가 아니라 물리 법칙과 경제 구조가 동시에 작동하는 '시스템 전환'의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한 재생에너지 확대, 전기화(electrification)에 따른 구조적인 전력 수요의 증가,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에 따른 '고품질' 전력 수요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봄·가을 전력 수요는 줄고 태양광 발전량이 크게 상승했을 때 남아도는 전력을 어떻게 해소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확보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이는 거대한 전환의 중심에 놓인 두 전원, 즉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를 어떻게 조합할(혹은 조화시킬) 것인가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 정반대의 주장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기술 발전과 운영 방식의 변화에 따라 충분히 조화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두 전원이 태생적으로 충돌하기 때문에 무리한 공존은 전력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논쟁은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 판단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가 없다. 서로 다른 연구진이, 서로 다른 전력 시스템을 가정해 수행한 정량적 모델링과 실증 연구에서 출발한, 매우 구체적이고 기술적인 논쟁이 깔려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논쟁은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라는 단순한 구호로 정리될 수 없고, 특히 한국과 같이 전력망 구조가 특수한 국가에서는 더욱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그렇다면 우리보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앞선 해외에서는 이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 “원전의 경직성은 오해"…유연 운전 기술의 진화와 재평가 원자력 발전은 오랫동안 '한 번 가동하면 멈출 수 없는 기저부하 전원'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의 에너지 시스템 연구는 이 인식이 기술 그 자체라기보다 운영 전략과 제도 설계의 산물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에너지 이니셔티브 소속 연구팀은 2018년 3월 국제 학술지 '응용 에너지(Applied Ener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현대적인 3세대 원자로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부하 추종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정리했다. 부하 추종 능력이란 전력 수요나 다른 발전원의 출력 변화에 맞춰 발전기가 자신의 출력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 논문에 따르면 제어봉 조작과 냉각재 유량 조절을 통해 원전은 분당 정격 출력의 2~5% 수준까지 출력을 증감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높은 유연성이다.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원전의 '경직성'이 물리적으로 불변의 속성인지, 아니면 경제성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선택된 운영 방식인지를 구분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원전이 항상 최대 출력으로 운전돼 온 이유는 그렇게 할 때 단위 전력당 비용이 가장 낮아지는 구조 때문이지, 기술적으로 출력 조절이 불가능해서는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한국이 보유한 APR1400 노형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재조명된다. APR1400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일정 범위의 출력 조절을 고려해 개발됐으며, 실제로 해외 수출 노형에서는 부하 추종 운전에 대한 검토가 지속돼 왔다. 다만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았고, 전력시장 제도 역시 원전의 유연성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기능이 본격적으로 활용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설명도 나온다. ◇ 제논 과도와 연료 주기…유연 운전의 물리적 한계와 '함대 운영' 논리 원전 유연성에 대한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제약이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프랑스 첸트랄쉬펠레크공대 연구팀은 2022년 3월 '응용 에너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원전의 출력 조절을 가로막는 핵심 물리 현상으로 ▶제논(Xe)-135 과도 현상 ▶연료 주기 말기의 반응도 감소 등을 명확히 지적했다. 제논-135는 핵분열 과정에서 생성되는 강력한 중성자 흡수 물질로, 원자로 출력을 낮출 경우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로 인해 출력을 다시 높이려 할 때 일정 시간 동안 반응도가 억제되며, 이는 재생에너지 출력 변동에 즉각 대응해야 하는 전력망 운영에서 치명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연료 교체 시기가 가까워질수록 이 문제는 더욱 심화된다. 2018년 '응용 에너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MIT 연구팀은 원전 유연 운전이 단순한 기술 옵션이 아니라 운영 리스크를 동반하는 선택임을 분명히 했다. 제논 과도 현상으로 인한 출력 회복 지연은 재생에너지 출력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계통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연료 주기 말기의 반응도 저하는 안전 여유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연구팀 연구가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한계를 이유로 유연 운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아니라, 운영 단위를 바꿔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다수의 원전을 보유한 국가의 경우 개별 원자로가 아니라 '원전 함대(nuclear fleet)' 전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고, 연료 교체 주기를 전략적으로 엇갈리게 배치(staggering)함으로써 항상 유연 운전이 가능한 원전을 계통에 남겨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함대 운영 개념은 특히 한국처럼 원전 비중이 높고, 다수의 동일 노형을 운영하는 국가에서 정책적 의미가 크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출력 제한(curtailment)이 증가하는 문제를, ESS만으로 해결하지 않고 기존 원전 자산의 운영 방식을 바꿔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 회전 관성과 '에너지 섬' 한국…구조적 조건이 만드는 필연성 재생에너지 확대 논의에서 종종 간과되지만, 전력망 안정성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물리적 회전 관성(Inertia)이다. 발전기 터빈처럼 회전하는 질량이 갑작스러운 전력 수급 변화가 발생해도 관성에 의해 속도 변화를 늦추며 전력망 주파수를 버텨주는 성질을 말한다. 스페인 세비야대학교 연구팀은 2022년 1월 '응용 에너지'에 발표한 연구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약 39%를 넘어서는 전력 시스템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관성상수를 가진 동기 발전기가 계통에 연결돼 있지 않으면 주파수 안정성이 급격히 저하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원전과 화력 발전이 제공하는 회전 관성이 단순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재생에너지 확대의 전제 조건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태양광과 풍력은 인버터 기반 전원으로 물리적 회전체를 갖지 않기 때문에, 사고나 수급 불균형 발생 시 주파수 변동을 완충할 수 있는 물리적 에너지를 직접 제공하지 못한다. 이 문제는 한국에서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 이웃 나라와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고립된 계통이며, 국토가 좁아 태양광 출력이 지역적으로 분산되지 않고 동시에 급증하거나 급감하는 특성을 가진다. 이러한 조건에서는 원전이 단순히 전력을 생산하는 설비가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안전하게' 늘어날 수 있도록 전력망의 기초 체력을 유지하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 “기술은 가능해도, 경제는 다르다"…유연 원전에 대한 냉혹한 반론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반드시 경제적으로도 합리적인가?" 독일 베를린공대 연구팀은 지난해 7월 '에너지 전략 리뷰(Energy Strategy Reviews)'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의문을 제기했다. 연구팀은 유럽 전력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모델링을 통해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맞춰 원전 출력을 조절하는 방식이 원전 자체의 총비용을 크게 증가시킨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원전의 경우 건설비와 금융비가 원가의 80% 이상을 차지한다는 데 주목한다. 원전은 높은 가동률을 전제로 설계된 자본 집약적 설비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에 맞춰 가동률을 낮추는 순간, 단위 전력당 비용이 급격히 상승한다. 연구팀은 이로 인해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보완 관계라기보다 동일한 전력 시장에서 서로의 경제성을 잠식하는 대체 관계에 가까워진다고 결론지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원전은 투자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90%에 가까운 가동률로 유연하게 운영해야 하므로,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더라도 운영 유연성은 경제적으로 실현 가능하지 않다"면서 “결과적으로 전력망 인프라, 다중 에너지 시스템의 유연한 수요, 그리고 에너지 저장 장치가 변동성이 큰 풍력 및 태양광 발전을 통합하는 데 더 효율적인 선택지"라고 지적했다. 중국 화베이전력대학교 연구팀은 2025년 12월 '프로세시스(Processes)'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전력 시장에서 원전이 반복적으로 출력 제한을 받을 경우 연료비 절감 없이 매출만 감소하는 구조적 손실이 발생해 원전이 '마이너스 자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대신 고체 열 저장 장치가 원전의 유연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시뮬레이션 결과는 세라믹·콘크리트·내화벽돌 같은 고체에 열에너지를 저장하는 장치를 도입하면 심층적인 피크 부하 감소 수요를 충족하면서 원전의 수익 구조를 크게 개선, 프로젝트의 정적 투자 회수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토론회에서 제기된 경고: “한국은 아직 검증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과 지난달 기후부 주최로 열린 두 차례의 '바람직한 에너지 믹스' 공개 토론회에서 전력계통 전문가나 전력시장 관계자들은 공통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것은 “한국은 원전 유연성에 대해 찬반 논쟁은 치열하지만, 정작 한국 계통에서의 실증 데이터는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한 전력계통 전문가는 토론회에서 “논문에서 가능한 것과 실제 계통에서 허용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출력 조정이 주파수 안정성, 예비력 운영, 사고 복구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한국 조건에서 직접 검증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토론자는 “유연 운전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안전 규제, 운전 인력, 시장 보상 체계까지 포함한 전력 시스템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원전 유연성 논쟁이 더 이상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정책 결정 이전에 반드시 넘어야 할 실증의 문턱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검증이다. 실제 원전에서, 실제 전력망 조건 하에서, 어느 정도의 출력 조절이 가능한지, 그 비용과 위험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재생에너지 출력 제한과 ESS 투자 규모를 얼마나 줄여주는지를 투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기후부에서도 '원전 탄력운전 기술개발' 관련 연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등 다수기관이 참여하는 이 연구에는 모두 503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한수원 측은 “오는 2032년이면 원전 출력을 시간당 10%씩 50%까지 줄이는, 1년에 100회 이상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 국내 전력 시스템 앞에 놓인 신호등은 아직 녹색도, 적색도 아니다. 그것은 과학적 실증을 요구하는 노란불이다. 이 노란불 앞에서 충분히 멈춰 서서 데이터를 쌓고, 가정이 아니라 현실 위에서 판단하는 것,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이 가야 할 가장 합리적인 에너지 전환의 경로인 셈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경상북도·경주시, SMR 유치 본격 추진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유치를 본격 추진한다. 경북도는 30일 도청 동부청사에서 '경주 SMR 유치지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첫 회의를 했다. 도는 지난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공식화함에 따라 TF를 구성했다. TF는 경주에 SMR 유치를 위한 실무 협의기구로 향후 진행될 부지공모 절차에 대응한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를 단장으로 15명으로 구성됐다. 경북도와 경주시, 경북연구원, 포스코가 참여했다. 이날 회의에는 포항테크노파크, 포스코 E&C 등 지역 유관 기관도 참석해 SMR 유치를 위한 기관별 준비 상황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 과제를 논의했다. SMR 유치 예정 부지는 안전사고 없이 50년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월성원전과 인접한 지역으로 이미 지진, 지질 등에 대한 부지 적합성이 검증됐다.월성 1호기 영구 정지에 따른 기존 변전설비를 활용하면 즉시 전력공급도 가능하다. 또 인근에 SMR 산업집적을 위한 경주 SMR 국가산단, SMR 제작 지원센터 등 산업기반과 차세대원자로 개발과 실증을 위한 국책 연구기관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설립 사업이 국가 주도로 추진 중이다. 도와 시는 앞으로 정책 자문회의, 주민설명회, 시의회 간담회 등을 통해 SMR 경주 건설의 당위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유치에 성공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그동안 경주 지역에 SMR 연구·산업기반 마련을 위해 전력을 다해왔으며 이미 12개 선도 기업과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산업생태계 조성도 착실히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남부발전, 북극항로 개척 나선다...항로 상용화 핵심 역할 맡아

한국남부발전(사장 김준동)이 북극항로 상용화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김준동 사장은 29일 부산항국제컨벤션센터에서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열린 '북극항로 개척 민관 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해 발전공기업 중 유일하게 '에너지 분야 화주'로 참여하여 안정적인 물동량를 제공함으로써 항로 상용화의 핵심 역할을 맡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남부발전, 부산·인천·여수·울산 항만공사, 에이치라인, 팬오션 등 해양·물류 분야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30여 곳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정부 주도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올해 하반기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성공시키기 위해 구성됐다. 남부발전이 주목하는 북극항로는 러시아 영해를 경유하는 노선으로 기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와 비교했을 때 운항거리는 최대 40%(약 7,000km)까지 단축되고, 운항기간 역시 10일 이상 줄어들 걸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물류 효율성 제고는 물론, 연료비 절감과 탄소배출 저감 등 경제적·환경적 효과도 함께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부발전은 이를 위해 '북극항로 전담 TF'를 구성·운영하며 관련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F는 글로벌 공급사 및 선사와 협력하여 러시아 영해 통과 루트의 실현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고, 연료 공급망 확대를 통한 수급 안정성 강화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남부발전은 이미 2023년 발전공기업 최초로 LNG 연료추진선인 '남부1호'와 '남부2호'를 도입하며 친환경 해상물류 체계를 구축해 왔다. 2025년에는 국내 LNG 벙커링 인프라 활성화를 통해 기반을 닦았으며, 이번 북극항로 개척은 그간 쌓아온 친환경 에너지 물류 역량의 결정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LNG벙커링(Bunkering)은 선박의 추진연료로 사용되는 LNG를 선박에 공급하는 작업이다. 김준동 남부발전 사장은 “이번 출범식은 북극항로를 통해 에너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안정적인 전력 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의미있는 출발점"이라며, “앞으로도 민간과 공공의 경계를 넘는 협력을 통해 정부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국가 에너지 안보와 미래 물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 주가, 10년 만에 전고점 돌파…SMP 안정, 원료비 감소 영향

한국전력 주가가 10년 만에 전고점을 돌파하면서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질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단기 반등이 아닌 연료비 구조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29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전력 주가는 2016년 6만원대를 기록한 이후 급락해 수년간 1~2만원대를 횡보했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반등, 지난 20일 2016년 이후 처음으로 6만원을 넘어섰고, 21일에는 6만7900원으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에너지 업계와 증권가는 한전의 주가 상승 원인으로 국제 유가의 장기 하향·안정세와 천연가스 가격 안정 흐름을 배경으로 꼽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했던 에너지 가격이 정상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한전의 연료비 부담이 구조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안정은 도매전력가격(SMP) 하향 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SMP가 안정되면 한전의 전력 구입 비용은 줄어들고, 이는 요금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손익 개선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시장이 보는 것은 요금 인상 효과보다도, 전력 구입 비용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낮아질 수 있느냐"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전은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이 사실상 어려운 정치·사회적 환경에 놓여 있고, 산업계 부담을 이유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압력도 점차 커질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SMP 하향 안정세에 따라 대기업들이 한전 산업용 요금제를 이탈(전력직접구매·PPA 확대)하는 추세가 확산될 경우 실적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전력 판매 구조 변화보다 전력 구입 비용 감소 효과가 당분간 더 크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요금 인상 없이도 연료비와 SMP 안정만으로 손익이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요금 정책은 제약이 많지만, 연료비 하락은 정치와 무관하게 작동하는 요인"이라며 “현재 주가는 이 구조적 변화를 선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낙관론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따른다. 국제 유가와 가스 가격이 지정학적 변수로 다시 급등하지 않을 것, SMP가 급반등하지 않을 것, 산업용 요금제 이탈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되지 않을 것 등이 전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올해 한전 실적이 '요금 인상에 의존하지 않는 회복'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성격이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이번 실적 개선 기대는 정책 드라이브가 아니라, 연료비와 시장 구조가 바뀌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며 “다만 이 구조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전력시장 개편과 요금 체계 정상화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전력의 주가와 실적 전망은 연료비 안정이라는 구조적 호재와 요금·시장 구조라는 제약 요인 사이에서 어느 쪽이 더 오래 유지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당분간은 전력 구입 비용 감소 효과가 실적을 뒷받침할 가능성이 크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정책·시장 변수에 대한 관리가 관건으로 남을 전망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대규모 정전… 에너지 고속도로와 가스 터빈 발전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61% (2023년 기준)인 스페인에서 2025년 4월 28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있었다. 스페인 전력망 공사는 대정전 사태 이후 유사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강화된 관리 체계를 시행하였는데 2025년 5~10월간 천연가스를 이용한 복합화력 발전량이 2024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고 발표했었다. 2021년 여름 영국에서는 이 전년도 평균 9.1m/s이던 풍속은 2021년 7월 5.7m/s에서 9월 약 3m/s로 떨어졌었다. 이 풍속의 저하로 풍력 발전이 감소하여 출력 변동성 대응에 활용하던 가스 발전의 출력을 높혀 전력량을 확보했었다.영국 가스 발전량의 증가는 천연가스 가격을 그해 12월 6배까지 오르게 하였다. 천연가스 요금의 폭등은 다음 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10배로 오르는 결과로 진행되었었다. 전력망 안정과 천연가스 수급 관리는 국가 에너지 안보상 전략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가스터빈 발전기가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되는 데는 기계공학적인 특성 때문이다. 터빈엔진은 고온 고압의 기체를 금속 회전체에 부착된 터빈 블레이드로 분사하며 동력을 얻는 방식인데 증기터빈은 그 기체가 물을 가열한 고압 증기이며 가스터빈은 압축공기에 연료(천연가스)를 분사하여 연소한 기체란 점이 다르다. 증기터빈은 물의 상태 변화를 사용하여 열 에너지에서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장치로 보일러, 배관, 드럼 등 열저장체가 있고 출력 증가를 위해 증기를 만들어내야 하므로 열적 관성(Thermal Inertia)이 높아서 반응 속도가 늦다. 반면 가스 터빈은 연료가 기체 형태여서 분사, 혼합, 연소 제어가 빠르다. 회전체 동력 출력제어는 연료밸브의 개폐로 조절이 가능한데 마치 자동차의 가속기를 밟으면 바로 속도가 높아지는 것과 같다. 자동차 엔진과 가스터빈 엔진과의 차이는 자동차 엔진은 왕복운동을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크랭크 샤프트 같은 장치가 있어 복잡하고 작동 시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유연성 전원으로는 전기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ESS)도 있는데 반응 속도는 빠르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아니어서 저장 용량에 의해 수요 대응 역량이 제한된다. 대규모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의 전력 발전량이 전력 수요를 넘어서 전력 수요/공급 균형이 깨지는 경우 전기저장장치는 잉여 전기를 저장하고 추후 사용함으로 출력제한의 손실을 방지하는데 유용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같이 도심 지역에 대규모 수요처에 재생에너지 발전으로 전력 공급하면서 기존의 전력망에 영향을 주지 않는 독점적인 전력선으로 송배전망을 구성하려고 하는 것이 에너지 고속도로라 할 수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와 함께 전기저장장치와 전력 발란스 제어 시설도 함께 고려되어야 하니 투자 규모는 커지며 장기적인 사업 기간이 요구된다. 한편, 가스터빈 발전은 송배전망 증설 없이 수요처에서 건설 운영이 가능하고 소형 모듈향원자로(Small and Medium Reactor: SMR)에 비해 주민 수용성 면에서 유리하며 단기적 실행이 가능한 방안이 된다. 최근의 피지컬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 양상을 보면 제조업 부문에서 근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에너지만 투입되면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게 된다. 전력 수요 패턴 면에서 현재와 전혀 달라지는 양상이 예상된다. 낮에 일하고 밤에 쉬는 생산 라인이 아니라 24시간 365일 운전되는 공장이 가동된다면 상시적 에너지 수요를 위해 공급의 안정성이 더욱 중요해 진다. 이 경우 제조사들은 스스로 전력원을 설치 운영하는 것이 더 경제성이 있게 될 것이다. 전력 가격과 천연 가스 가격 차이에 따라서는 가스터빈 발전기를 설치하고 상시 운전으로 가동률을 높이는 것이 더 유리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 목표를 달성하는데도 가스터빈 발전은 단기적으로 열병합 운전 시 에너지 소비량 대비 온실가스배출계수는 현재보다 50% 이상 줄일 수 있으며 중기적으로는 수소 혼소를 통해 추가 감축이 가능하다. 문제는 온실가스감축 제로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부터 무탄소 전력망 인프라 투자로 방향을 잡는 다면 앞으로 10-20년간의 국제 시장에서의 한국의 경쟁력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불확실성이다. 전 세계 무역 시장의 구조가 재편되는 시기에 한국 제조업의 탄소중립의 길은 원리적인 접근이 아닌 실용적이어야 할 것이다. bienns@ekn.co.kr

서부발전 “수송선사와 신뢰 기반 투명한 연료공급 체계 강화”

한국서부발전은 연료 공급사, 수송선사와 안정적이고 투명한 연료조달 협력 방안을 공유했다. 서부발전은 27일 경기 성남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판교에서 '연료 공급·수송선사 조달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서부발전과 유연탄·액화천연가스 공급사, 연료 해상운송을 담당하는 수송선사 관계자 등 7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설명회는 국제 연료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 등 연료 전반의 수급 관련 잠재 위험 요인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공급망 전반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서부발전은 설명회에서 유연탄·액화천연가스 연간 조달 계획과 수요 전망, 물량 운영 방향, 수송 계획을 설명하고 공급·수송선사와 연료 조달·수송 전반의 주요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다. 특히 서부발전은 안정적인 연료 조달을 위해 공급사와의 정보공유 확대, 상시소통 체계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시장 변동성이나 수송 차질 등 외부 환경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연료공급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유연탄·액화천연가스 공급사와 수송선사 관계자들은 연간연료 조달 방향과 수송 계획을 사전에 공유받음으로써 중장기 공급·운송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서규석 서부발전 미래사업부사장은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는 발전 운영을 지탱하는 핵심 연료인 만큼 연료별 특성을 고려한 공급사, 수송선사와의 긴밀한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정기적인 설명회와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상호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이고 투명한 연료공급 체계를 강화해 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동서발전, 국내 최대용량 ‘제주북촌 전력저장발전소’ 준공

한국동서발전㈜(사장 권명호)는 27일(화) 14시 제주시 북촌초등학교 실내 체육관(제주 조천읍 북촌리)에서 '제주북촌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BESS) 발전소'준공식을 열고, 제주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핵심 기반시설의 운영을 본격화했다. 이날 행사에는 진명기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 현길호 제주도의회의원을 비롯해 제주시·조천읍 관계자, 제주에너지공사, 에퀴스에너지코리아, LG에너지솔루션·한국전력공사·전력거래소 등 유관기관 및 지역주민 등 약 10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북촌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발전소'는 총 140메가와트시(MWh)규모의 배터리를 갖춘 국내 최대 규모의 전력저장발전소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대에 남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수요가 증가하는 시간에 공급한다. 제주지역은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 전력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전력 공급이 많은 경우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멈추는 출력 제어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제주 북촌 전력저장발전소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보완해 전기가 남는 시간과 필요한 시간을 연결하는 전력망의 완충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또한, 주파수·전압 안정도 향상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역할도 담당한다. 한국동서발전은 2023년 국내 첫 중앙계약시장에서 사업자로 선정되었다. '제주 북촌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발전소'는 지난해 5월 착공해 올해 1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국내 최대 규모 배터리를 활용해 약 400가구가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저장할 수 있으며, 향후 15년간 제주 전력계통 안정성 확보와 재생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권명호 한국동서발전 사장은 “제주북촌 전력저장발전소는 탄소중립으로 가는 제주의 여정에서 전력망의 불안정성을 책임질 핵심 설비"라며 “한국동서발전은 제주청정복합발전, 한동·평대 해상풍력, 그리고 북촌 전력저장발전소와 함께 탄소중립섬 제주의 든든한 에너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동서발전은 '제주북촌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발전소' 운영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배터리에너지저장장치 발전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해 국가전력계통의 안정성과 에너지전환 정책 실행력을 동시에 높여 나갈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세계적 전력공급 부족의 원인

미국 PJM이 지난달 실시한 용량 경매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이 경매는 미국 13개 주와 6,500만 명에 공급할 피크 전력 자원 가격을 결정한다. 2027~2028년 공급용량 가격은 164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로 인해 2026년 일부 PJM 고객 전기요금이 최대 5% 상승할 것이며 추가 상승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전기요금 상승 요인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급증에 기인한다. PJM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최대 수요가 32기가와트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 중 2기가와트를 제외한 전량이 데이터 센터에서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공급용량 충족은 말처럼 쉽지 않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7월 미국이 신뢰할 수 있는 전력 공급원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2030년 광역정전 위험이 100배 증가할 것이라 경고했는데 209기가와트의 신규 발전용량 중 기저발전이 22기가와트에 불과하다는 점을 신뢰성 위험요소로 짚었다. 에너지부가 또 하나 지적한 중요한 점은 104기가와트의 기저 용량 폐지 경고였다. 이 안정적 공급원을 적시에 대체 없이 폐지하게 되면 풍력과 태양광이 기대했던 전력을 공급하지 못할 경우 심각한 정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주장했다. 실제 미국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발전소를 총동원해 공급부족에 대응하고 있음에도 전력수요 충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 이 공급부족은 바다 건너 유럽에서 먼저 경고등이 켜졌다. RWE 마르쿠스 크레버 CEO는 2024년 11월 링크드인에 올린 글에서 도매전력가격이 메가와트시 당 800유로 이상 상승한 이유로 바람과 햇빛이 없는 '둥켈플라우테'를 메꿀 전력 공급원이 10기가와트 이상 부족한 상황을 언급하며 공급 안보 구축을 위해 발전소 용량을 추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과 독일은 실제로 탈원전과 탈석탄 정책으로 기존 발전소를 다른 안정적 대체원 없이 폐지하면서 이를 태양광 풍력발전용량 증대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돌아온 건 정전위험과 전기요금 상승이었다. 결국 2023년 탈원전을 감행한 독일의 선택은 2031년까지 석탄발전 폐지 금지와 함께 10기가 이상의 가스발전소를 추가하는 것이었다. 올해 4월 대정전이 발생했던 스페인은 아예 '안전모드'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출력을 크게 줄이고 이를 기존의 가스 발전으로 메꾸고 있는데 산체스 정부는 이 안전모드를 2026년 내내 운용할 예정에 있다. 스페인의 이베르드롤라와 엔데사는 알마라즈 원자력발전소 수명연장을 신청했는데 이들은 정부가 연장을 허가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안정적인 신규용량 확보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있다. 빠른 건설이 가능한 가스발전소의 경우 공급망 비용상승으로 건설비용이 3배 이상 올랐으며 가스 터빈 보틀넥으로 대기시간이 최대 7년 소요될 수 있다. 신규 원전 역시 인허가부터 건설까지 10년이 걸리며 SMR은 당장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재생에너지를 24시간 365일 초단위 정전도 용납하지 않는 데이터센터의 연료로 생각하는 사업자는 거의 없다. 결국 세계는 기존 발전소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비용이 적게 들면서 사회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는 중국 에너지 정책 대원칙인 선립후파(先立後破)와 일맥상통한다. 2024년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후수석 협상가 쑤웨이는 이 원칙을 설명하며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기도 전에 전통 에너지를 퇴출하는 것을 경계한 바 있다. 중국은 기존 발전소를 유지하면서 올해에만 80기가와트의 신규 석탄발전을 승인했다. 전력수요 급증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공급부족의 원인은 하나같이 신뢰할 수 있는 기존 발전소의 대안 없는 폐지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유일하게 탈원전과 탈석탄, 탈가스를 한꺼번에 실행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간헐성 자원인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발 정전 위험 해소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한국은 단 하나의 기존 발전소도 함부로 성급히 폐지해서는 안 된다. 이 간단한 교훈을 잊은 세계는 전력부족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서부발전, 오만 두큼 1조 3000억원 규모 가스복합 사업 수주

한국서부발전이 오만에서 대규모 가스복합발전소 건설·운영 사업을 수주했다. 서부발전은 오만 세인트레지스호텔에서 오만 수전력조달공사(Nama Power and Water Procurement Company) 주최로 열린 '오만 두큼(Duqm) 가스복합발전 사업 계약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사업 컨소시엄 주체인 서부발전과 카타르 네브라스파워(Nebras Power), 아랍에미리트 에티하드수전력청(EtihadWE·Etihad Water and Electricity), 오만 바흐완인프라서비스(BIS·Bahwan Infrastructure Services)가 두큼 가스복합 사업을 공동 수주한 것을 발주처인 오만 수전력조달공사가 공식적으로 알리는 자리다. 오만 두큼 가스복합발전 사업은 오만 정부가 민간투자방식(Build Own Operate)으로 1조3,000억원을 들여 오는 2029년 3월까지 877메가와트(MW)급 천연가스발전소를 짓는 프로젝트다. 민간투자방식은 '선(先) 투자 후(後) 회수' 형태로 사회간접자본시설의 건설자금을 조달·운용하는 기법이다. 우리나라 발전설비(증기터빈)·기자재 업계는 서부발전이 수주한 두큼 가스복합발전 사업 등을 통해 오만에서만 4억달러 규모의 국산 발전 기자재, 증기터빈 수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아울러 두큼 가스복합발전 사업에 수출입은행이 대주단으로 참여함으로써 우리나라의 기술과 자본이 공동 진출하는 '케이 콘텐츠 수출'의 외형도 갖추게 됐다. 서부발전은 사업 시행을 위해 곧 오만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4월까지 재원조달을 마친 뒤 착공할 계획이다. 발전소는 오는 2029년 4월 상업운전을 시작해 향후 20년간 운영된다. 서명식에는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과 김기주 주오만한국대사, 김성재 코트라 무스카트 관장 등 한국 관계자와 사드 쉐로다 알 카비(Saad Sheroda al-Kaabi) 카타르 에너지부 장관, 모하메드 나세르 알 하즈리(Mohammed Nasser Al-Hajri) 네브라스파워 의장, 수하일 모하메드 파라즈 알 마즈루에이(Suhail Mohammed Faraj Al Mazrouei) 아랍에미리트 에너지인프라부 장관, 유시프 아메드 알 알리(Yousif Ahmed Al Ali) 아랍에미리트 에티하드수전력청 사장 등 컨소시엄 관계자, 그리고 살림 빈 나세르 빈 사이드 알 아우피(Salim bin Nasser bin Said Al Aufi) 오만 에너지광물부 장관, 아메드 빈 살림 알 아브리(Ahmed bin Salim Al Abri) 오만 수전력 조달공사 사장 등 130여명이 참석했다. 아메드 빈 살림 알 아브리 오만 수전력조달공사 사장은 “오만의 전력수급계획상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두큼 가스복합발전 사업의 계약을 축하하기 위해 서부발전과 컨소시엄사가 참여한 데에 감사를 표한다"라며 “오만 정부의 차기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은 “500메가와트급 마나 태양광발전소에 이어 다시 한번 오만의 에너지 인프라 확대에 기여하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차질 없는 사업 진행을 위해 컨소시엄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향후 오만이 추진 중인 청정 수소개발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은 두큼 사업 계약 서명식에 앞서 하반기 준공 예정인 아랍에미리트 아즈반 1.5기가와트(GW) 태양광발전소로 향해 안전을 점검하고 직원 애로사항을 경청했다.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은 안전 취약점이 없는지 작업 현장을 꼼꼼히 살핀 뒤 개선을 위한 제안사항을 전달했다. 이정복 서부발전 사장은 “해외 사업장 역시 안전 사각지대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할 대상"이라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 점검하겠다"라고 전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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