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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필요한 원전③] 탄소중립도 현실성 있게…재생에너지 한계 보완하는 ‘현실적 전원’

탄소중립 시대를 향한 에너지 전환의 여정에서 재생에너지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변동성과 간헐성, 에너지저장장치(ESS)의 기술적 미성숙이라는 구조적 한계는 여전히 뚜렷하다. 이에 따라 출력 안정성과 계통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원자력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현실적' 해법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 과정에서도 원자력의 역할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단순히 전원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것을 넘어서, 에너지 시스템 전체의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을 고려한 합리적 에너지 믹스 구성이 절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정부가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을 원전 전문가들로 채운 것도 원전의 전략적 중요성을 공식 인정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하는 실용적 에너지믹스 정책을 강화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장관 후보자에 두산에너빌리티 김정관 사장을, 1·2차관에 각각 문신학 전 대변인과 이호현 에너지정책실장을 기용한 이번 인선은 원전 정책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채워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세 인물 모두 원전정책 또는 산업 현장을 직접 다뤄본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새 정부가 에너지안보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해법으로 원전을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빠른 속도로 보급되고 있지만, 이들 전원은 날씨와 시간에 따라 출력이 급변하는 구조적 특성을 갖고 있다. 태양광은 낮 시간에만 발전이 가능하고, 풍력은 바람 세기에 따라 출력이 들쑥날쑥하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의 출력 제어(curtailement)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심화되고 있다. 한국 역시 2023년 기준 제주 지역을 중심으로 잉여 출력 제한 횟수가 연간 100건을 넘겼으며, 일부 시간대에는 발전을 강제로 멈추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재생 전원의 간헐성 문제는 △전력시장 가격 왜곡 △전력계통 안정성 저하 △예비력 증가에 따른 비용 상승 등 다양한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은 여전히 비용, 효율, 화재 안전성 등에서 기술적 과제가 많다. 이와 달리 원자력은 연중 무휴 24시간 가동 가능한, 출력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에서 현존 최강의 전원으로 꼽힌다. 전력계통의 주파수 안정화, 급변하는 수요에 대한 즉각 대응 등의 측면에서도 원전은 탁월한 성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생에너지가 확대될수록 계통 운영에 필요한 유연성 자원과 예비력 비용이 급증하는 반면, 원전은 이러한 '시스템 비용(system cost)'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및 IEA(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비중이 60%를 넘을 경우 추가 계통 안정 비용이 전체 전력요금의 15% 이상 증가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비용 상승을 억제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기저 전원 확보가 필수적이며 그 중심에 원자력이 있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수립한 유럽연합(EU), 미국, 일본 등 주요국 역시 원자력의 지속적 활용을 전제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EU의 'REPowerEU' 전략에서는 프랑스,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등 10여 개국이 원전을 저탄소 베이스로드 전원으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서도 기존 원전 운영 지원 및 소형모듈원전(SMR) 투자 확대가 포함돼 있다. 일본은 2050 탄소중립 계획에서 기존 원전의 재가동과 수명 연장, 신형 원전 건설까지 명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단순히 '재생에너지 비율'의 문제를 넘어, 전체 전력시스템의 안정성과 비용 효율성, 기술 실현 가능성까지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탄소중립은 재생과 원전의 조화로운 병행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향후 한국 역시 2030 NDC 달성,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속도를 내야 하지만, 동시에 출력 안정성과 계통 안전성을 책임질 전원으로 원전의 활용을 지속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정부가 재생에너지와 원전, 가스발전 등의 역할을 '역할과 책임 중심의 이원적 접근'으로 재정립한다면, 보다 균형 잡힌 에너지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력 소식]서부·동서·중부발전, 석탄발전 근로자 전환교육 협력, 전기안전公 ‘모듈러주택 안전 강화’, 남동발전 ‘에너지신작로’ 비전 발표

서부발전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과정에서 고용불안을 느낄 협력사 근로자를 위해 직무 전환 교육을 제공한다. 한국서부발전은 30일 대전 한국발전인재개발원에서 충남지역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발전인재개발원, 충남경제진흥원과 '석탄화력발전소 협력사 업의 전환 지원 협력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이번 협약은 서부, 동서, 중부발전 등이 회사별로 운영 중인 지원 프로그램을 통합해 충남지역 석탄화력발전소 협력사 근로자에게 실효성 있는 실무 중심의 교육을 제공해 이들의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로 추진됐다. 올해 말 태안 1호기 폐지를 앞두고 서부발전은 협력사 근로자에게 다양한 교육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협약을 통해 기존 지원에 더해 발전사 맞춤형 교육을 추가로 제공하는 게 이번 협약의 골자다. 교육프로그램은 사전 설문을 통해 협력사 근로자가 원하는 과정(복합발전, 신재생에너지)으로 선별 구성됐다. 교육은 발전인재개발원의 전문 강사를 통해 체계적이고 높은 수준으로 진행된다. 엄경일 서부발전 기술안전부사장은 “이번 협약은 그간 진행해 온 지원을 발전 3사 공동 협력 체계로 확대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며 “앞으로도 에너지 전환 환경에 협력사 근로자가 안정적으로 직무를 전환하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전북 김제시 LG 스마트코티지 오픈하우스에서 LG전자와 모듈러 주택 전기안전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사장 남화영)가 전북 김제시 LG 스마트코티지 오픈하우스에서 LG전자(대표이사 조주완)와 모듈러 주택 전기안전 확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미래형 주거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모듈러 주택의 전기설비 안전기준을 산업계와 공공기관이 함께 만들고 △모듈러 주택 전기설비 안전기준의 공동개발 △전기안전 인증체계 구축을 선도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LG전자의 차세대 모듈러 주택 플랫폼인 '스마트코티지'에 전기안전공사의 인증 기준을 시범 적용하고, 현장 실증을 통해 안전성 검증 및 인증 체계 구축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이번 협약은 민간기업과 공공부문이 안전 확보를 위해 협력하는 모범 사례"라며 “국민 삶의 질 향상은 물론 국가 전기안전 수준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미래 주거 트렌드에 걸맞는 안전기술을 적용해 고객에게 신뢰받는 주택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남동발전(사장 강기윤)이 30일 중장기 에너지 전략으로 '남동 에너지 신작로(고속도로) 2040' 비전을 선포했다. 새정부가 2040년까지 석탄화력을 폐쇄하고, 한반도 서남동해안을 잇는 U자형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른 비전이다. 남동발전은 2040년까지 신재생, 수소 등 저탄소, 무탄소 전원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여 총설비용량 24,000MW를 달성하고, 20대부터 40대까지 신규 청년일자리를 50만개 창출, 3800억원의 햇빛·바람연금을 바탕으로 주민소득을 증대하는 등 정부정책을 선도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해당 비전의 실행을 위해 남동발전은 27조원까지 투자를 확대해 50만명 고용창출 효과, 농어촌 소득증대 및 기자재 국산화, 수소생태계 활성화와 에너지안보에 기여할 방침이다. 특히 전남 신안에서 남동발전이 성공적으로 시행 중인 '햇빛연금' 제도를 확대 적용해 '바람연금'을 중심으로 매년 3800억원을 조성해 최대 14만명의 주민과 이익을 공유할 계획으로, 이는 성인 2인가구에 월 45만원씩의 수익을 창출함으로써 농어촌 소득증대와 인구소멸지역 인구유입 효과를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남동발전은 정부가 계획 중인 한반도 에너지 고속도로 전력망 인프라 위에 '남동 에너지 신작로'라는 발전 인프라를 추가 구축해 재생에너지 대전환과 RE100 실현, 국가 에너지 안보 및 농어촌 에너지 자립도등 주요 정책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기윤 사장은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수소를 중심으로 신에너지를 확대해 창의와 도전 정신으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화라는 목표를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고리 1호기’ 12년 해체작업 시작…단계별 일정·관건은?

2017년 가동이 영구정지된 국내 첫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본격적인 해체 절차에 들어갔다. 해체는 앞으로 약 12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되며, 사업비는 총 1조713억원이 투입된다. 이번 승인으로 고리 1호기는 1978년 상업운전 이후 2017년 영구정지된 지 8년 만에 해체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원안위는 향후 매일 현장 점검과 반기별 심층점검을 실시하고, 해체 전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6일 열린 제216차 회의에서 한국수력원자력이 제출한 고리 1호기 해체계획서를 심의·의결하고, 해체를 공식 승인했다. 해체는 방사능 준위가 낮은 비제어구역부터 시작해 고방사선 구역까지 순차적으로 이뤄진다. 작업자의 피폭을 최소화하고 방사성물질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해체 순서와 방식은 오염도와 구조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된다. 현재 고리 1호기 해체를 위해 약 110여 명의 전문 인력이 배치된 상태다. 향후 해체가 본격화되면 단계적으로 인력을 증원하고 전담 조직을 지속 운영할 방침이다. 고리 1호기 해체 과정에서 약 17만톤의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약 16만톤은 자체 처분 가능한 낮은 준위의 폐기물이며, 나머지 중저준위 폐기물은 해체지원시설을 통해 제염과 절단 작업 후 경주 방폐장 등으로 이송된다. 현재 습식저장조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는 향후 고리 부지 내 건식저장시설이 완공되면 이곳으로 반출될 예정이다. 해당 저장시설은 해체 승인 이후 6년 이내 건설을 완료해야 하는데, 주민 수용성과 안전성 확보가 관건으로 꼽힌다. 해체 중 사고 발생 시 작업자와 주민에게 미치는 영향도 분석됐다. 원안위에 따르면, 최대 피폭선량은 작업자의 경우 연간 한도의 33% 수준(16.9mSv), 일반 주민은 2.1% 수준(0.021mSv)으로, 법적 기준(각각 50mSv, 1mSv) 내에 있다. 해체 작업 전 과정에는 방사선방호계획과 환경감시계획이 함께 적용된다. 해체가 완료된 후에는 부지 재이용 가능 여부를 평가받는다. 이때 방사선 영향이 연간 0.1mSv 이하로 낮아야 하며, 이를 만족하면 규제 해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규제 해제는 해당 부지를 일반 용도로 전환하는 데 핵심적인 절차다. 원안위는 해체 승인 이후 한수원의 해체 진행 상황을 매일 점검하고, 반기마다 심층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작업 현황, 방사선 수치, 안전사고 여부 등 해체 전 과정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최원호 원안위원장은 “고리 1호기는 국내 첫 원전 해체 사례인 만큼 모든 심사 항목에 대해 정밀 검토했다"며 “해체 과정 중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점검 결과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리 1호기 총 해체비용은 1조713억원으로 평가된다. 해체사업비 7072억원, 원전해체지원시설비 1016억원, 방사성폐기물 2467억원, 비방사성폐기물 158억원 등이다. 한수원은 방사성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원전 해체비용을 매년 충당부채 형태로 적립 중이다. 또한 평가금액 대비 실제 해체비용 증가 등 비상상황에 대비해 원전 1개 호기분 해체비용으로 2024년 12월 기준 9647억원을 현금으로 적립 보유 중이다. 한수원의 원전 해체충당금은 2024년 기준 23조7843억원이고, 올해까지 24조9216억원, 2032년까지 30조7927억원이 적립될 예정이다. 고리 1호기 해체는 국내 원전 산업에 있어 하나의 마무리이자 새로운 시작이다. 성공적인 해체 경험은 후속 대상인 월성 1호기, 한빛 1·2호기 등에도 적용 가능하며, 장기적으로는 540조원 규모의 글로벌 해체 시장 진출 기반이 될 수 있다. '건설과 운영' 중심이었던 한국형 원자력산업이 '해체와 복원'까지 확장하며 전주기 역량을 갖춰가는 첫 단추가 꿰어졌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산업교육연구소 ‘BESS/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전국 확대에 따른 신시장 대응 방안 세미나’ 개최

최근 에너지 저장 장치(BESS/ESS)는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달성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으며 정부의 중앙계약시장 확대 및 전국 확산 정책으로 인해 관련 산업 전반에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빠르게 변화하는 제도 환경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과 기업 및 기관의 대응 전략 및 준비에 대한 실질적인 전략과 해법을 함께 모색하고자 산업교육연구소는 오는 6월 30일(월)에 “BESS/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및 전국 확대에 따른 신시장 대응 방안 세미나"를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BESS/ESS 중앙계약시장 관련 내용, ESS 활용 방안, 화재 안전 ESS+배터리 신기술 개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또한 ESS-재생에너지, 마이크로그리드 운영 기술, 해외 ESS 탄소 저감 평가 방법 등 각 분야 실무 전문가들이 직접 강의를 통해 실질적인 전략과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 주제는 ▲BESS/ESS 중앙계약시장 전국 활성화 방향과 전력시장 다원화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한 ESS 활용 방안 ▲화재 안전을 위한 ESS+배터리 신기술 개발과 장단점 분석 및 실증사례 ▲배전망 연계형 ESS 발전소(재생에너지+ESS+지역배전망) 실증 운영 사례와 사업화 ▲수요반응-ESS-재생에너지 융합형 통합 발전소 실증 운영과 사업화 전략 ▲재생에너지-ESS 융합형 마이크로그리드와 통합 발전소 운영 기술 ▲해외 ESS 탄소 저감 평가 방법 및 탄소배출권 거래 분석 등이며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오후 5시 10분까지 발표된다. 산업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본 세미나를 통해 중앙계약시장 입찰과 전국 확대에 따른 영향 및 기술 사업모델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실효성 있는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라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A 전력공기업, 태양광 사업장서 비정규직 감전 사고…안전불감증 여전

전력 공기업이 운영하는 발전 현장에서 또다시 중대 재해 사고가 발생했다. 이달 초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 노동자가 숨진 데 이어 또다시 공공기관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관리 소홀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26일 노동계에 따르면 피해자는 A 전력 공기업이 운영 중인 거금도 태양광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작업 도중 감전돼 중화상을 입고 광주의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노동자는 다행히 생명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공기관 사업장에서 안전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과 3주 전인 이달 초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협력업체 소속 고(故) 김충현 씨가 혼자서 작업하던 도중 설비에 몸이 끼이면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에너지산업 노동계 한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중대재해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장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구조는 비정상"이라고 정부에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빅테크의 원자력 선택

최근 미국 전력시장에 큰 변화가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과 동시에 에너지 위기를 선포하였다. 파리기후협약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했고 IRA (인플레이션감소법안)도 폐지될 전망이다. 2024년 10월 구글(Google)이 소형모듈형원자로(SMR) 개발사인 카이로스파워로부터 전력을 공급받기로 하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같은 시기 거대 유통기업인 미국의 아마존(사)가 SMR 개발사인 X-energy에 5억 달러의 지분투자를 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12월에는 페이스북의 후신인 메타(Meta)가 원자력 전기 4기가와트(GW) 공급자를 구한다는 공모가 나왔고 올해 4월에는 Equinix(사)가 오클로(Oklo)로부터 500메가와트(MW)의 전력구매에 대해 사전계약을 맺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해설없이 팩트만 전달된 위의 뉴스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눈에 뜨이는 것은 이들 빅테크 기업이 몇 년전까지 RE100을 한다던 기업이었다. RE100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하자는 비정부기구(NGO)의 캠페인이다. 탈원전 정부에서 이를 강조했던 것은 이것이 유일하게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근거로 사용하기에 적절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캠페인이 이산화탄소 배출저감을 위한 캠페인으로 알고 있지만 그것은 오해다. 이 캠페인은 수소연소와 같은 다른 배출저감 방식은 인정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보급만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재생에너지 확대가 목표인 캠페인이다. 아무튼 빅테크 기업의 최근 행보는 RE100이 인정하지 않는 원자력으로 지향점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RE100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해 7월 미국 에너지부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공급이라는 7쪽 분량의 간단한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는 일반적 검색엔진으로 찾을 수도 있고 내려받을 수도 있다. 여기서 주장하는 것은 AI 데이터센터에 공급되는 전력은 탄력성(Flexibility)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는 주문에 따라서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 또는 감소한다. 따라서 이에 전력도 따라주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는 이러한 탄력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다. 두 번째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기업이 가장 고민해야 할 것은 '제품을 어떻게 잘 만들것인가'이다. 그런데 지금 이 기업들은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물론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발생한 일이다. 우리로 치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를 어떻게 잘 만들 것이냐가 아니고 전력을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해서 보도자료를 발표한 것과 같다. 최근에 하이퍼 스케일 컴퍼니(Hyper Scale Company)라는 표현이 나온다. 즉 엄청난 전력을 필요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러한 하이퍼 스케일 컴퍼니에 대해 기존의 인프라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려우니 자구책을 찾으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빅테크 기업이 전력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우 특이한 뉴스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가 컨스털레이션이라는 전력회사로부터 전력구매계약을 맺기로 했는데 TMI-1호기를 되살려서 그 전력을 공급받기로 했다는 것이다. TMI-1호기는 1979년 사고가 발생했던 TMI-2호기로부터 불과 100미터 떨어진 원전이다. 사고나 사고의 영향은 없었지만 경제성이 나빴기 때문에 세워두었던 원자로이다. 이 원자로를 수리해서 다시 가동하고 그 전력을 마이크로소프트가 사기로 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원자로를 수리해서 가동하는데 16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신규원전 건설에 100억 달러 정도가 들어가는데 그보다 많은 돈을 들여서 수리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오는 전력의 평준화발전단가도 메가와트시당 100달러로 엄청나게 높다. 2023년 아이다호에 건설하려던 NuScale SMR의 건설이 취소되었던 이유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고 그 때의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89달러였다. 불과 2년 만에 시장이 달라진 것이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 평택공장과 SK하이닉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각각 원전 7-10기분의 전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빅테크 기업이 전기가격이 몇 배가 되더라도 우선 확보하려는 다급한 상황을 목도할 때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또 전통적인 전력인프라가 이런 전기를 공급하지 못할 전망이라면 자구책을 찾을 필요도 있다. 정범진

[EE칼럼] 신재생 에너지 시대와 국제 갈등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들과 달리 에너지 정책 개편과 보완을 국정 주요과제 중의 하나로 미리 제시하였다. 잠재성장률 3%라는 경제목표 달성을 위한 것이다. 그 추진전략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투자와 산업 구조 혁신 등을 강조했다. 에너지 부문에서는 기후 위기대응이라는 글로벌 큰 흐름에 따라 신재생 에너지 중심사회로 전환과 함께 적절한 수준의 원전 활용이 주요 내용이다. 신재생 에너지 증대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기존 원전 활용과 원전 국제경쟁력 복원 등을 고려하는 실용성을 강조한다. 에너지 수입 대체, RE100(신재생 위주 기업운영)과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등을 새로 제시하였다. 관세 전쟁, 우크라이나와 중동 분쟁과 물가와 환율 불안에 따른 올해 잠재성장률이 1%를 밑도는 우리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은행에 의하면 지난 30년간(1994~2024년) 우리 잠재성장률이 6%p(포인트) 하락했다. OECD는 내년 우리 잠재성장률을 1.98%로 제시하였다. 주목할 사실은 이재명 정부 출범 바로 직전인 지난 5월 우리 수입물가지수(한은 발표)는 전달 대비 3.7% 내렸다는 점이다. 우리 주종 수입원유인 '두바이'유 가격도 5.9% 내렸다. 그러나 이달 들어 '두바이'유 가격은 약 16%나 올랐다. 급변하는 대내외여건 아래 효율적 에너지전략 수립이 다급한 연유이다. 그나마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적인 '원전 르네상스' 바람이 불고 있는 점은 다행스럽다. 원전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산업의 뒤를 이을 우리 수출 주력 상품로 간주 된다. 최근 26조 규모의 체코 원전 수주를 매듭지었다. 이제 원전과 함께 청정 기술에너지원을 구성할 신재생 에너지에 관심을 키울 때이다. 저성장의 그늘, 원전 르네상스의 부상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 세계 에너지 부문 투자 330억 달러 가운데 2/3인 220억 달러가 청정에너지 부문으로 예측한 바 있다. 아직 상대적으로 미(未)성숙 기술/산업에 기반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 부문은 최근의 경제 불안정성 증대와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도 이런 관심을 받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이에 반해 석유 등 화석 연료 부문 투자는 6% 줄었다. 지난 2016년 '코로나' 위기 이래 가장 크다. 따라서 화석 연료에서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경쟁이 당분간 세계 에너지 시장변화를 좌우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당위론 접근만이 아니다. 새로운 에너지 질서 등장이다. 새로운 지정학적 긴장을 예고하기도 한다.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청정기술 에너지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만은 아니다. 새로운 차원의 세계적 갈등을 촉발할 수 있는 지정학적 경제사회 구조 재편이다. 녹색 기술과 핵심원료광물 확보 경쟁, 기술과 자원에 대한 접근 분쟁, 그리고 글로벌 공급체인 변화와 경제력 재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알력과 분쟁 소지를 내포하고 있다, 결국 청정/녹색/ 신재생 에너지로 지구를 치유하려는 시도는 인류문명 진전에의 새로운 해결과제가 될 소지가 보인다. 이를 효율적 해결과제 처리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향후 국가발전의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청정에너지 투자, 세계가 주목하다 이러한 정책설정의 기반인 국제석유 시장의 안정추세가 최근 급변하고 있다. 예의 주시하여야 할 것 같다. 지난 13일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면전 개시 이래 국제유가가 폭등하고 있다. 6월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7월물 선물 가격은 74달러 수준에 거래되었다. 주간 기준으로 WTI 가격은 13% 상승해 지난 2월 11일(73.32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간 기준으로도 약 19% 올랐다. 여기다 이란의 원유/가스 생산과 수출기지까지 피해를 받고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통로로 전 세계 천연가스(LNG)의 3분의 1, 석유의 6분의 1이 지난다. 국내로 들어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과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면 유가는 120달러/배럴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극단적 가능성은 적다고들 한다. 중국 등 이란 석유 수입국들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 질서를 좌우하는 미국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글로벌 석유 시장이 OPEC+ 증산, 글로벌 관세 전쟁 등에 따라 공급 걱정은 당분간 적을 것 같다. 따라서 이번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완화되면 빠르게 하향-안정세로 진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신재생에너지가 불러올 새로운 지정학 여기서 우리는 인류문명 발전과정에서 에너지의 역할 변화를 간략히 살펴보자.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에너지가 세계 문명기반이 되어온 지난 두(20-21) 세기는 비약적 경제개발과 함께 전쟁 등 세계 갈등도 빈번하였다. 화석에너지와 그 활용체제 확보 경쟁이 그 주요 원인이었다. 1991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 전쟁, 그리고 러시아의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제약 등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따라서 화석에너지는 경제사회성장뿐 아니라 군사전략, 동맹 확대/유지, 그리고 전략적 무기 그 자체로 활용되어왔다. 이에 반해 신-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지정학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 신-재생에너지는 세계 각지에 분산되어 있고, 지역에너지로서의 생산과 활용이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의 전략 무기화는 더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 않다는 사실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신재생의 청정화와 지속 가능성 확보에도 한계가 있다는 말이다. 화석 연료가 지역편중 분포된 것과 마찬가지로, 신-재생 청정/녹색 전략에 필요한 원자재와 기술도 불균등하게 분포된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에너지 부문은 어디서나 갈등을 유발하게 마련이다. 화석연료의 그림자와 그 전략적 유산 이러한 의미에서 에너지와 국가 산업전략 간에 역사적 변화추이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영국의 저명한 경제지인 The Economist는 6월호에 '세계는 제조업 망상에서 벗어나야 한다.'라는 기사를 게재하였다. 그 주 내용은 '모든 정부의 제조업에 대한 집착은 근거 없는 믿음을 기반으로 하며, 결국 자멸한다.'라고 요약된다. 제조업 육성은 다양한 정치적 목표를 가지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주로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를 되살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산업 중심지로서 잃어버린 영광회복이 목표이다. 이에 반해 개발도상국들은 일자리와 함께 경제성장 동력 확보를 도모한다. 결국 산업(특히 제조업) 생산 역량과 그 파급효과가 국가발전의 중심이다. 특히 지금은 중국의 막강한 제조업 비중과 역할이 모방과 답습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 사례에서 제조업을 육성하면 성장, 고용, 사회 유연성 등의 국가목표 동시 달성이 가능하다는 믿음을 갖게 한다.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질서 형성의 두 주역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조업 신화는 현대 경제의 본질에 대한 일련의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Economist지는 설파하고 있다. 주로 제조업 고용행태 변화에 대한 오해 부족 때문이다. 시장경제체재에서 제조업은 경쟁력 유지를 위해 언제나 자동화, 고부가가치화, 집적화 등으로 잘 훈련된 고품질 노동력을 선호한다. 저학력 도시 노동자, 도시로의 이주 농촌 노동자들에 대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 기회는 점차 소멸하고 있다. 2024년 세계제조업 일자리는 2013년 대비 6%에 해당하는 2천만 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제조업 생산액은 5% 증가했다. 현재 생산현장의 양질 일자리는 기술자와 엔지니어 중심이며, 단순 노동자는 아니다. 미국 제조업 일자리 중 생산직은 3분의 1이 채 되지 않는다. 이들은 대부분 학위가 없는 근로자(속칭 Lunch-pail Joes:도시락 지참 노동자)들이다. 미국의 무역 적자를 해소할 만큼을 미국 내로의 제조업 환류 조치를 감행해도, 고작 1%의 신규 생산직 고용만 늘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조업은 단순 노동자에게 건설업 등 다른 산업보다 더 나은 보수를 못 준다. 제조업 생산성 증가율이 서비스업보다 낮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인식오류는 제조업이 경제성장에 필수적이라는 믿음이다. 인도의 제조업 비중은 GDP 대비 정부 목표치인 25%보다 약 10%포인트 낮지만, 인도 경제는 지금 고속성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주요 제조업 부문을 장악했음에도 최근 성장률 목표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업과 안보, 제조업 회귀의 함정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지의 전쟁과 미-중 갈등을 겪는 서방 선진국들이 안보를 위해 제조업을 되살려야 한다는 명제(Agenda)는 타당한가? 미국 '트럼프'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캠페인 같은 국수주의적 접근에 대한 정당성 논란이다. 우선 해외 공급에 대한 의존위험이라는 점에는 설득력은 있다. '코로나 위기'시기에 일정 수준 공급망 불안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중국의 희토류 정제 독점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생산에 제약이 되며, 미-중 관세 협상의 관건이 되고 있다. 따라서 서방이 무기와 탄약을 비축하고, 핵심 인프라를 동맹국으로부터 조달하며, 군함과 같이 오랜 생산준비 기간이 필요한 것들의 미리 확보는 타당하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처럼 극도로 전문화된 세계에서 일반적인 제조업 육성은 전시 비상역량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토마호크 미사일을 만드는 것과 테슬라를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 국가나 드론 등 다양한 무기를 빠르게 혁신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미국, 독일, 일본, 한국 시장경제 체제 민주국가들은 각기 경쟁력이 입증된 다변화된 공급망구성을 통해 첨단 고부가 가치 부문에서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이 경우 단일 국가 공급망보다 위기에 대한 회복잠재력이 더 크다. 따라서 동맹국 간 개방적 협력과 규제철폐로 큰 경제 블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녹색 전환의 과제와 국제 협력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는 새롭고 다변화된 에너지 공급망인 신재생/녹색 에너지 산업의 글로벌 공급체계와 개별 국가들의 유효 대응체제를 알아보자. 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은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 문명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모든 혁신기술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권력을 재분배하고 경쟁을 유발하며, 자칫하면 갈등을 촉발할 수 있다. 핵심 자원 확보 경쟁과 기술 보호주의, 지정학적 갈등, 인프라 경쟁 등에 따라 기존의 세계 긴장을 더욱 증폭시킬 위험도 있다. 국가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갈등 요인들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전략적 비축, 다각화된 공급망, 공정한 채굴 관행, 그리고 기술 및 표준에 대한 다자간 공조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녹색-신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 자연환경에 대한 착취가 아닌 더 나은 가치 있는 전환을 유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재생/녹색 에너지 시대는 에너지 갈등의 종식이 아니라 오히려 녹색 시대로의 전환과정의 새로운 미진함과 부작용만을 남길 수 있다. 최기련

[EE칼럼] AI는 재생에너지와 함께 가야한다.

인공지능이 전 세계 화두어가 된 가운데 우리나라는 유럽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공지능기본법을 작년 12월에 제정하였다. 현재 정부는 인공지능기본법의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러 쟁점 사안들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의 논쟁이 거세다. 대부분의 쟁점사안은 에너지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없지만 초미의 관심사는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이 에너지 분야에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은 줄이고 긍정적인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올 해 1월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의 에너지 역설(AI's Energy Paradox)'이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인공지능의 급속한 확장은 전력수요를 증가시키는 반면, AI 활용으로 에너지 효율성이 개선되어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언뜻 들어서는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AI의 이용은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기도 하고 줄이기도 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 생활에서 ChapGPT와 같은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센터가 필요하다. AI의 핵심요소인 데이터센터는 규모에 따라 전력소비가 다양한데 최대 규모로 건설될 경우 작은 도시 하나가 사용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전기를 사용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 해 4월 발표한 보고서, '에너지와 AI'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에는 약 1.1만개의 데이터센터가 운영 중이고, 작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전력소비의 약 1.5%를 사용했다. 향후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는 2030년까지 2.5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 역시 2035년이 되면 약 3~5억 톤 수준으로 증가가 예상된다. 반면, AI 활용으로 기대하는 온실가스 절감량은 2035년에는 10~15억톤으로,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결국, 에너지 분야에서의 AI 활용은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다. 그런데 이러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증가하는 AI와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를 석탄과 천연가스 발전이 상당부분 담당하지만 2030년 이후 추가로 증가하는 AI용 전력공급의 절반 이상은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전제조건을 바탕으로 한 결과다. 우리나라에는 2023년 기준 153개의 데이터센터가 있는데 이중 59%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 국내 데이터센터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2029년에는 지금보다 약 5배 증가한 732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 전망을 별도로 추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가 필요로 하는 전력을 무엇으로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는 중요한 이슈다. 앞서 언급했듯이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급은 재생에너지를 통해 우선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AI 활용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기반 데이터센터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전라남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 SK가 울산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곳의 전력공급원은 원자력발전소 1기 규모에 맞먹는 LNG열병합발전소다. 수도권이 아닌 울산에 데이터센터가 설립된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하지만 필요로 하는 전력을 화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결국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달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효율성을 개선하여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위한 데이터센터의 전력공급원이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게 되면, AI를 사용할수록 온실가스 간접배출량이 증가하게 되어 AI 활용 효과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향후 AI 산업의 확대에 따라 필요해지는 전력은 재생에너지 혹은 최소한 무탄소 전원으로 공급하는 것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AI의 긍정적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제 인공지능은 피할 수 없는 미래이다. 인공지능의 긍정적인 효과가 부정적인 효과를 압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막연하게 잘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냉철한 판단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새정부 공약 중 하나인 'AI중심 산업정책' 역시 충분한 논의와 철저한 준비, 공감대 형성을 통해 좋은 결실을 맺길 기대한다. 조용성

[EE칼럼] 에너지 민주주의 2.0: 소비자가 전기를 선택하는 시대

한때 사회적 화두였던 '에너지 민주주의'는 더 이상 한국전력이 대량 생산한 전기를 소비자가 수동적으로 받아 쓰는 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에너지를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가 크게 늘었고, 이는 에너지 분야에서도 민주주의 이념이 구현된 중요한 변화로 평가받았다. 이를 '에너지 민주주의 1.0'이라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상 뒤에 숨은 현실이 하나둘 드러났다. 한국전력은 소규모 재생에너지 생산자를 지원하기 위해 의무 구매제도(RPS 등)를 운영해 왔다. 이 제도는 재생에너지 산업을 키우고 분산형 전원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전력 도매가격(SMP) 외에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까지 팔아 이중으로 수익을 취했다. 문제는 이 비용이 고스란히 전기요금 청구서에 반영된다는 점이다. 한국전력이 산하 발전 공기업이 구입한 REC 비용을 전액 정산해 주는데, 그 규모가 최근 연간 3조 원을 넘었다. 이런 비용이 누적되며 한국전력의 부채는 200조 원을 넘었다. 2021년 새로 생긴 '기후환경요금'은 단기간에 킬로와트시(kWh) 당 5.3원에서 9원으로 급등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불합리한 구조가 고착된 것이다. 분산형 에너지 생산 자체는 바람직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인 지원 정책은 '시장 왜곡'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는 전환이 필요하다. '에너지 소비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모든 국민이 동일 비용을 부담해 재생에너지를 간접 지원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가정과 기업이 원하는 에너지원과 요금제를 직접 선택하고, 그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에너지원별 차등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 일부 선진국은 이미 이러한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다양한 '녹색 요금제'를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가정용 전력 소비자에게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2024년 여름, 41명의 소비자가 “우리 집 콘센트에도 녹색 전기를 선택할 기본권을 달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일은 전기 요금제 선택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에너지 민주주의 1.0'이 “누구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생산 측면의 민주화였다면, '에너지 민주주의 2.0'은 “누구나 원하는 전기를 소비할 수 있다"는 소비 측면의 민주화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전력 소비 부문 시장 개방과 경쟁 도입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한국전력이 전기를 독점 공급하는 구조에서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봉쇄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전기 판매자가 서로 경쟁하며 각기 다른 요금제와 에너지 믹스를 제시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기사업법 개정과 소매 요금 자유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야 한다. 둘째, 에너지원별 차등 요금제 설계가 필요하다. 전기 판매자는 원전, 석탄, 가스, 재생에너지 등 에너지원별 전기 생산 단가와 전력 시설 추가에 따른 전력망 안정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여 차등 요금제를 설계해야 한다. 이후 가정과 기업이 각자의 이념과 경제적 상황 등에 맞춰 선호하는 전기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요금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하려면, 전력 공급원 추적 시스템 구축과 함께 에너지원별 전기 생산에 따른 제반 비용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장치도 병행되어야 한다.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가 오히려 에너지 복지의 후퇴나 새로운 불평등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 취약 계층에 일정 수준의 기본 전력은 보조하면서, 선택권의 폭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에너지 민주주의 2.0은 단순히 요금제를 다양화하는 수준을 넘어 전력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전기를 직접 선택하는 진정한 에너지 주권의 시대. 이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면, 우리는 또 다른 왜곡과 불균형을 감당해야 할지 모른다. 지금이 소비자 중심의 에너지 체계로 전환할 때다. 문주현

한국서부발전(사장 이정복)이 태안화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래는 사과문 전문. “故김충현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동료, 국민 여러분께 진심어린 사과를 드립니다." 한국서부발전 전 임직원은 지난 6월 2일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하신 故김충현님께 깊은 애도를 표하며, 슬픔에 잠기신 유가족, 동료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국민 여러분께도 큰 충격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정중히 사과 드립니다. 공공기관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앞장서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한 데 대해 서부발전은 회사 차원에서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으며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현재 이번 사고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과 함께 사고 수습 및 원인 파악을 위한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재발방지 대책마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울러 고인께서 흘리신 땀의 가치를 존중하고, 고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사고를 계기로 생명의 존엄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 현장안전에 만전을 기할 것을 재차 약속드립니다. 향후 근로자의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정부 정책에 적극 부응하여 신뢰받는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을 담아 고인과 유가족, 동료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 국민 여러분께서 맡겨주신 책임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2025년 6월 19일 한국서부발전(주) 대표이사 이정복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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