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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착한 성장’이 아닌 ‘똑똑한 성장’

세계 전력시장이 대세 전환의 임계점을 통과하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92.5%가 재생에너지로 채워졌으며, 이 중 태양광과 풍력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태양광은 2022년 신규 발전설비 용량의 50.6%로 처음 절반을 넘어선 이후, 2023년 61.9%, 2024년 69.3%를 기록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풍력은 2020년 34.4%로 정점을 찍은 후 2024년 17.4%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신규 설비에서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했다. 누적 발전설비 용량을 보면 2024년 재생에너지 설비 비중이 46.4%에 달했고, 2024년 증가율 정도만 기록해도 2025년에는 화석연료 발전설비와 비슷하거나 역전하게 된다. 2025년은 재생 발전설비 용량이 화석연료를 추월하는 첫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재생 발전량 점유율도 2024년 31.8%에서 2025년 34%를 넘어설 전망이다. 영국의 싱크 탱크 엠버(Ember)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 8월까지 재생 점유율은 34.0%, 태양광 9.1%. 풍력 8.6%, 태양광+풍력은 17.7%였다. 태양광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전력원이다. 2025년 상반기 신규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은 전년 대비 64% 급증했으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5년 연간 신규 용량은 700~800GW에 이를 것이다. 이는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원자력 발전설비 용량의 약 두 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근 발표된 Ember의 한 연구가 화제가 되었다. 이 연구에 따르면, 1억 달러로 천연가스를 수입해 1년간 1.5TWh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과 비교해, 같은 금액으로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하면 30년간 매년 1.5T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태양광이 천연가스보다 약 30배의 비용 효율성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다. 화석연료 수입은 국가에 반복적인 경제적 부담을 안기지만, 태양광은 일회성 투자로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보장한다. 그럼에도 태양광의 확산 속도가 더딘 현실은 아쉬움을 남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등 주요 기관의 시나리오를 종합하면 2050년 전력 수요는 지금의 2~2.5배 수준 즉, 발전량 기준으로 2024년 30PWh에서 2050년 60~75PWh가 될 것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 산업 부문의 전기화, 데이터센터 및 AI 관련 수요 증가가 주된 요인이다. 여기서 태양광은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2024년 전 세계 전력생산에서 태양광 점유율은 7%, 발전량 2PWh 수준이지만, 2050년에는 최대 50%, 30~37PWh에 이를 것이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설비 용량도 최대 14TW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태양광은 2030년 이전에 원자력, 풍력, 수력을 제치고, 2033년에는 석탄을 넘어 세계 최대 단일 발전원이 될 것이다. 최근 우리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조직개편,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 2030 재생에너지 목표 상향, 재생에너지 생산 세액공제 제도 도입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속도는 느리기만 하다. 여전히 재생에너지 발전량 점유율은 몇 년째 OECD 최하위이며 아시아에서도 하위권, 아프리카 주요국에도 뒤진다, 태양광 발전량 점유율 순위도 2023년 OECD 24위에서 2024년 26위로 오히려 두 계단이나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흐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결과다. 한국이 갖고 있는 반도체·이차전지·정밀화학·기계·조선·철강 등에서 축적된 능력과 세계적인 레버리지는 더딘 탄소중립 이행과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전환으로 인해 과소 평가받고 있다. 탄소중립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도덕 프레임으로 볼 때 생기는 허상에서 벗어나, 국가 경쟁력과 수출, 일자리,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잡는 국가 산업 전략으로 재정의해야 한다. '똑똑한 성장'이란 탄소중립으로 가는 성장이 착하냐, 나쁘냐라는 '착한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그 길이 국익을 위해 가장 효율적이고 빠른 똑똑한 성장의 경로이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은 이미 '탈탄소 프리미엄'을 가격과 정책, 공급망 규칙에 내재했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 유럽의 탄소국경조정, 중국의 규모 공세까지 겹치며, 저탄소·고효율 기술을 내재화하지 못한 산업, 기업, 국가는 수출 문턱에서 비용과 리스크를 떠안게 될 것이며, 반대로, 탄소중립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은 우리 제조업의 구조적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도구가 될 것이다. 이제 새로운 거버넌스가 만들어지게 됐으니 탄소중립 및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특히 태양광, 풍력 보급에 속도 높이기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지역 주민과의 협력 강화 등을 서둘러 추진할 할 때다. 탄소중립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대는 '착한 에너지'라는 도덕적 프레임을 넘어 국익을 극대화하는 최선의 정책이자 '똑똑한 성장' 전략이다.

[EE칼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한 우려

정부는 9월 7일 조직개편안을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분야를 환경부가 흡수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했다. 정부는 에너지 전환과 기후 위기 대응은 환경부가 맡고, 자원과 수출은 산업부가 담당해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재생에너지 일방향 정책에 속칭 '올인'하겠다는 의도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다. 탈원전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 탈원전이 아니란 주장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국가 에너지믹스를 재생에너지 위주로 만들기 원하는 입장에서는 원전을 비롯한 다른 에너지원에 들어가는 정부 지원은 독극물과 같다. 스웨덴 국영기업 바텐폴은 400메가와트 갈렌 해상풍력 투자 결정을 연기한 이유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꼽았다. 유럽 에너지 언론 몬텔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양립할 수 없다'라는 내용의 기사에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히 기저, 중간, 피크부하 발전의 변화가 아니라 재생에너지가 대부분의 에너지를 충족하며 역할을 마친 후 남은 역할을 수행하는 '잔여 부하'로의 변화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국내 에너지원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위해 전력 부문의 원전은 진흥이 아닌 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국내 에너지산업 정책과 해외 원전 수출이 이원화된 이유다. IEA는 2050년 에너지 믹스에서 66%가 재생에너지이며 원전은 11%, 석유 등 화석연료는 22%에 불과하다는 넷제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복잡하고 할 일은 많지만 정책 집행 효능감은 떨어지는 화석연료 자원산업 같은 '잔여 업무'는 산업부가 알아서 할 일이라 생각했을지 모른다. 스웨덴 대정전 같은 사례에서 배운 것이 없을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의 과잉 공급으로 발생한 정전 역시 재생에너지 우호적인 백업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하고 보조 서비스를 제공하면 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관성과 안정적 전력을 제공할 수 있는 기존 발전소 대신 아직 상용화도 되지 않은 그리드 포밍 인버터, 플라이휠로 관성을 제공하고 보조 서비스 시장에 진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페인은 2022년 이후 보조 서비스 시장 가격이 15배나 올랐으며, 영국 리버풀에 설치된 플라이휠 1대 가격은 470억, 영국 재생에너지 100%에 필요한 플라이휠 동기조상기 설치엔 9조 4천억 원이 넘게 들어간다. 물론 이를 운영하는 보조 서비스 시장 비용은 별도다. 스페인은 현재 전력시장을 강화 모드 – 재생에너지를 대폭 축소하고 가스 발전을 대거 늘려 운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스페인은 2026년까지 이 강화 모드를 지속할 예정이다. 문제는 우리보다 앞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추구했던 유럽과 서방세계가 전기요금 인하정책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체코 전 총리 바비스가 이끄는 최대 야당 ANO는 에너지 가격 상한제와 EU 탄소배출권 거부로 저렴한 에너지를 제공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독일 메르츠 정권은 연간 100억 유로를 들여 전력망 요금과 전력세 인하를 위한 법안을 승인했다. 체코는 한국의 원전을 도입하기로 했고 독일은 2031년까지 탈석탄을 금지시켰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반값 전기요금'을 공약했고 중국 상하이 등 지방정부는 올해 초 기업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메가와트시 당 최대 16%의 전기요금을 인하했다. 일본은 물가 상승 부담으로 재생에너지 부과금을 폐지하겠다는 정당까지 등장했다. 이런 전 세계의 흐름에서 역행하는 건 한국이 유일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에 전기요금은 오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럽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요금으로 제조업이 말 그대로 녹아내리고 있다. 앤트워프 선언으로 뒤늦게 제조업 경쟁력확보를 도모하고 있지만 제조업 이탈을 막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22년 이후 70% 이상 오른 '전력 인플레이션'으로 탈한전은 물론이고 제조업 탈한국을 앞두고 있다. 이미 한국은 수출경쟁을 해야 할 중국은 물론이고 미국보다 전기요금이 40% 가까이 높다. 가야 할 길은 무작정 가는 길이 아니다. 이미 유럽이라는 훌륭한 반면교사가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EE칼럼] 이차전지 산업, 다시 일으켜야 한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세계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기대되던 이차전지 산업이 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적자와 가동률 저하로 추락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이차전기 산업에서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2025년 상반기 기준 16.6%에 그치면서 작년 대비 5.4% 포인트 하락했다. 배터리 세계 10대 기업을 살펴보면 1위 CATL( 중국, 37.9%), 2위 BYD(중국, 17.8%), 3위 LG에너지솔루센(한국, 9.4%), 4위 CALB(중국, 4.3%), 5위 SK온(한국, 3.9%, 6위 파나소닉(일본, 3.7%), 7위 고타온(중국, 3.6%), 8위 삼성SDI(한국, 3.2%), 9위 EVE(중국, 2.7%), 10위 SVOLT(중국, 2.6%) 이다. 세계 10대 기업 중 중국 기업이 6곳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3곳에 불과하다.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크게 전기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 ESS)로 나뉜다. 시장 규모는 아직은 배터리가 68%로 앞서지만 최근 태양광발전 등 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하면서 ESS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ESS는 잦은 충전과 방전을 견뎌야 하며,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하는 특성이 있다. 또한 대규모로 설치돼야 하기 때문에 낮은 비용이 중요하다.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은 대부분 제조업 형태에서 시작 되었다. 성능은 낮지만 비용은 휠씬 저렴한 제품을 빨리 만들어 내는 것이 한국 제조업의 특징이다. 그래서 생산비가 낮은 지역에 대규모 플랜트를 건설했고. 이차전지 산업도 제조업 성장 방정식이었다. 우리나라는 2003년 김대중 정부때 10대 차세대 성장 동력 산업 전략을 발표하면서 이차전지를 포함 시키고 육성에 나섰다. 이후 2011년 이명박 정부는 미래 핵심 산업은 전기차이며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료 확보부터 나섰다. 리튬을 포함 배터리 소재의 40%를 차지하는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전구체 원료 화보에 주력했다. 전구체는 양극재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다. 어떤 원료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기차의 성능이 결정된다. 전구체에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원재료가 필요하다. 특히 원료 중 니켈은 에너지 밀도를 죄우한다. 에너지 밀도가 높을수록 1회 충전시 주행 가능한 거리도 늘어난다. 2018년부터 전기차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배터리 시장이 커졌다. 한국은 그 때만해도 이차전지 시장은 우리것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불과 몇 년만에 중국 업체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가격 경쟁력, 상품의 다양성, 기술력 등에서 중국은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은 배터리의 중요한 소재인 양극재 부문에서 고성능 삼원계(니켈-코발트-망간)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사용해 보니 삼원계가 들어간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높고 특히 타제품과 가격 경쟁에서 뒤쳐졌다. 그 사이 중국은 인산철(리튬-철-인, LFP) 배터리를 개발했다. LFP는 처음엔 저가, 저성능이였지만 기술개발을 통해 성능이 급속히 향상됐다. 뿐만아니라 중국은 LFP를 앞세워 ESS 시장도 장악했다. 이제 중국은 더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없는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이 중국의 배터리 기술을 따라 잡을려면 우선 기술개발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어서 정부의 체계적이고도 예측 가능한 전략이 수반 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 지원이 중구난방이면 안된다. 매년 발표되는 미래 기술 선정은 지원도 분산되고 체계적 관리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의 이차전지 산업은 우리보다 체계적이며 일관된 정책과 기업간의 치열한 경쟁이 결합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이차전지 산업에 필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도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은 리튬 이외에 니켈, 코발트, 망간, 흑연 등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광산개발에 나서 원료 광물부터 채굴, 정련, 생산, 판매 등 사실상 전 분야를 내재화 했고,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이차전지 경쟁력은 앞으로도 유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정부와 기업이 다시금 힘을 합쳐야 한다. 우선 인력 확보를 위한 효과적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제대로 된 연구를 해야 한다. 또한 시장을 보호하면서 이차전지 산업을 육성할 정책을 정교하게 마련해야 한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 중소기업이지만 과감히 필리핀 니켈 광산개발에 뛰어든 제이스코홀딩스 같은 기업에 정부의 각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한국의 이차전지 산업 기반은 여전히 세계적이고 충분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강천구

“산업부는 천연가스 직수입제 효과 제대로 따져본적 있나”

국회입법조사처가 올해 산자위 국감의 주요 이슈로 민간 석탄발전 폐지 여부와 천연가스 직수입제도 개선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2025 국정감사 이슈 분석: 정부가 답해야 할 국민의 질문'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에는 각 상임위에서 국감 대상 부처와 기관별로 주요 이슈에 대한 질의를 선정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첫 이슈로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시했다. 보고서는 “민간 석탄발전소는 사적 재산으로 현행법 체계상 운영 정지나 폐지를 강제하기 어렵다"며 “민간 사업자가 정부의 2040년 탈석탄, 2050 탄소중립 정책에 반발할 경우, 정부는 NDC 목표 달성이 가능한지, 이에 대한 방안은 무엇인지"를 국감에서 따져봐야 한다고 봤다. 우리나라에는 61기의 대형 석탄발전소가 있다. 이 가운데 약 80%는 발전공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MW 이하의 비중앙급전 석탄화력발전소도 있다. 발전공기업이 운영하는 석탄발전소는 정부의 관리가 가능하지만, 민간이 운영하는 석탄발전소는 정부가 강제로 폐쇄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2040년 탈석탄과 2030년 NDC 달성,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공약했다. 하지만 정부가 민간 석탄발전을 강제로 폐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탈석탄, NDC,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겠냐, 어떻게 달성하겠냐에 대해 답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보고서는 천연가스 직수입제도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직수입제도는 원칙적으로 한국가스공사가 수입·공급하던 천연가스를, 일반 기업이 자체 사용분에 한해 직접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전체 수입 물량 중 가스공사가 80%, 직수입이 20%를 차지하며, 직수입 물량의 대부분은 민간 발전사 몫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LNG 평균 도입가격이 그동안 일본보다 낮았으나 2022~2023년에는 오히려 높게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따져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 원인이 직수입제도가 도입된 과정에 있다고 봤다. 직수입 단가는 가스공사 단가보다 낮게 형성돼 단순 계산으로는 평균 도입단가가 더 낮아져야 한다. 그럼에도 일본보다 높아졌다면, 직수입 단가는 낮았지만 가스공사 단가는 크게 상승했다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2022년을 전후로 가스공사의 현물 도입 비중은 얼마이고, 가스공사의 월별 재고량은 얼마였는가?'라 질의했다. 전체 수입 물량에서 직수입 비중이 늘고 가스공사 비중은 줄어드는 가운데, 가스공사는 도입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계약보다 현물(스팟) 도입을 늘려야 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현물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평균 도입단가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천연가스는 가스발전 연료로 사용되는데, 발전단가가 가장 높다보니 천연가스 도입단가가 곧 국내 전기요금의 기준이 되고 있다. 그러면서 보고서는 가스와 전력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부를 직격했다. 보고서는 '산업부는 전체 LNG 도입 물량 측면에서 직수입으로 전력도매가격(SMP)이 올랐는지 내렸는지 판단해 보았는가? 직수입 효과를 객관적으로 확인해 본 연구가 없다면 산업부는 제도의 사후관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도 무방한가?'라고 질의했다. 즉, 직수입제도의 문제점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고 개선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고서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있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기요금은 지난 2022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총 7차례 조정됐지만 여전히 전기요금 정상화 필요성에 대한 지적이 있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전기요금 조정 계획이 있는지와 전기요금을 정상화하면서도 AI・데이터센터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할 방안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전기요금 정상화 없이 AI·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감당할 인프라 구축이 가능한지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전력도매시장의 지역별 차등요금제 적용을 둘러싼 지역 반발과 관련해, 예상되는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로 수도권의 전력도매요금이 높아질 경우 소매요금 상승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이와 함께 전력망 확충을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위원회' 구성 계획과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서도 질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 외에도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전력계통 영향평가 제도, 에너지복지법 개정,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정전 대처 방안 등도 주요 국감 논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U 법원, 원전·가스 ‘친환경 에너지’ 확정…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유럽연합(EU)의 최고법원이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친환경 투자'로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다. EU 최고법원은 10일(현지 시간) 천연가스와 원자력 투자에 '지속가능한 금융' 라벨을 부여하기로 한 EU 집행위원회의 결정을 지지하며 오스트리아의 소송을 기각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녹색 투자' 기준을 둘러싼 논란의 분수령이 될 뿐 아니라, EU와 거래가 많은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전망이다. ◇ 논란 끝에 원전·가스에 '친환경' 라벨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022년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일정 조건 하에서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 즉 친환경(녹색) 투자 분류 체계에 포함했다. 이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단기간에 에너지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이었다. 가스와 원전을 과도기적 에너지원으로 활용해 탄소중립 전환을 지원한다는 논리다. 원전의 경우 구체적인 조건을 달았는데 △방사성 폐기물 최소화 및 안전한 처분 시설 확보(2050년까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가동 계획 명시) △사고 저항성 연료 적용(2025년까지 상용화 가능한 사고 저항성 연료를 적용해야 함) △새로운 원전 건설은 2045년까지 허가된 경우에 한한다는 것 등이었다. 가스(천연가스) 발전의 경우는 △2030년 말까지 건설 허가를 받을 것 △발전량 1kWh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270g 미만일 것 △기존의 고탄소 화석연료(특히 석탄) 발전소를 대체하는 경우일 것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나 저탄소 가스로 완전히 전환할 수 있는 계획을 제시할 것 등이다. 유럽연합 사법재판소(CJEU)는 이번 판결에서 “EU 집행위원회가 가스와 원전을 친환경으로 분류한 것이 권한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특정 조건 하에서 원자력 및 화석 가스 부문의 경제 활동이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는 견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가스·원전은 EU 금융시장 내에서 공식적으로 '녹색 투자 대상'이 됐다. ◇ EU 그린 택소노미란? EU 그린 택소노미는 2020년부터 시행된 지속가능 금융 분류 체계다. 쉽게 말해, “어떤 사업이 기후변화 완화와 적응에 실제 기여하는가?"를 따져 친환경 투자로 인정할지를 결정하는 공식 가이드라인이다.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4가지 핵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실질적 기여: 기후변화 완화 등 6가지 환경 목표 중 하나 이상에 기여해야 함 △중대한 피해 방지: 다른 환경 목표에 중대한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함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 포함: 인권, 노동, 반부패 등 준수 △기술 선별 기준: 구체적인 기술적 기준 충족 등이다. 여기서 말하는 6가지 환경 목표는 △기후변화 완화 △기후변화 적응 △수자원 및 해양 자원 보호 △자원 순환 경제 △오염 방지 및 관리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보호 등이다. 이 분류에 포함되면 기업은 자금 조달에서 유리해지고, 투자자는 '녹색 금융상품'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제외되면 투자 유치에 불리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과 금융기관 모두에게 중요한 기준이 된다. ◇ 한국 기업·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 이번 판결은 EU 내부 문제를 넘어 한국에도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해외 투자·조달 환경의 변화다. 한국 기업이 유럽 내 원전·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이번 판결로 '지속가능 투자' 자금을 유치할 가능성이 커졌다. 예컨대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한국가스공사 등은 해외 원전·가스 사업을 추진할 때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둘째, 수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U는 택소노미를 ESG 공시 의무(CSRD)나 금융상품 라벨링과 연계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유럽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거나 투자를 받으려면 자신의 사업이 EU 택소노미상 어떤 지위에 있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전·가스 장비, 관련 부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녹색 분류'라는 점을 기회로 삼을 수 있지만, 동시에 환경단체의 비판에 노출될 수 있다. 셋째, K-택소노미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도 2023년부터 K-택소노미(한국형 녹색분류체계)를 시행했다. 초기에는 원전 포함 여부를 두고 큰 논란이 있었다. 정부는 EU의 논리를 일부 반영해 다음의 조건 가운데 일부를 만족시킬 경우 '친환경'으로 인정했다. △최신 기술을 활용한 원전(안전성 강화된 원전) △신형 원자로(SMR, 소형모듈원전) 및 안전성이 향상된 원전 건설 △방사성 폐기물 관리 체계 강화 △기존 원전의 계속 운전 및 설비 개선 △현재 운영 중인 원전의 수명 연장 및 성능 개선(단, 안전성 기준 충족 필수) 등이다. 따라서 이번 EU 판결은 한국 정책에도 '정당성'을 부여하게 되고, 금융기관들이 원전·가스 투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명분이 될 수 있다. ◇ 글로벌 자본 흐름에 미칠 파급력 EU 법원의 이번 판결은 에너지 전환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내려진 타협이자, 글로벌 금융시장 규범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EU는 세계 최대 금융시장 중 하나이자, 글로벌 ESG 규범을 선도하는 지역이다. 이번 판결로 원전·가스가 '조건부 친환경'으로 자리 잡으면서, 국제 투자자들도 이 분야를 녹색 투자로 분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곧 한국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원전·가스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반발은 여전히 크다.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 친환경)' 논란이 계속될 수 있다. 논란이 자칫 기업의 평판에 악영향을 줄 우려도 있다. 이번 판결이 열어준 기회를 활용하면서도 ESG 리스크 관리 전략을 병행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기업과 금융기관은 EU 택소노미와 K-택소노미 규정을 정밀하게 분석해 투자 전략을 조정하고, 동시에 국제 사회의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강찬수 기자 kcs25@ekn.kr

김성환 “양수발전으로 기후대응댐 대체” 발언에 에너지 전문가 화들짝 “그러다 정전난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양수발전의 저장된 물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기후대응댐을 새로 짓지 않아도 된다는 발언을 하자 에너지 전문가들이 큰일 날 소리라고 지적했다. 양수발전은 대형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안에 담긴 물은 위치에너지이기 때문에 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면 자칫 전력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은 지난 9일 서울 서초 한강홍수통제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후대응댐 예정지 14곳 중 주민 반발 등으로 포기한 3곳과 지방정부에서 추진하는 1곳을 제외하고 10곳을 둘러봤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는 홍수와 가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대형 물그릇이 필요하다며 기후대응댐 14곳 건설을 발표했다. 전체 저장규모는 3억톤이고, 이를 위해 4조7000억원 예산을 편성했다. 김 장관은 “참고로 소양호 하나가 29억톤"이라고 비교하며 그만큼 기후대응댐 규모가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장관은 “중앙부처 간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200만톤 규모의 댐을 짓는데 그 밑에 900만톤 규모의 양수발전댐이 있다. 양수발전댐 900만톤 규모를 조금만 더 효율적으로 쓰면 200만톤짜리 댐을 안 만들어도 되는데 굳이 필요 없는 댐을 추가로 만들겠다고도 한다"며 “호남은 광주시가 쓰는 동댐이 있고 밑에 주암댐 있는데 그 사이에 억지로 또 만든다고 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규 댐 건설과 관련해서는 10개 후보 중 절반 정도는 추진을 접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수발전은 물을 가두는 형식이라 얼핏보면 일반 댐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양수발전은 그 용도가 댐과 전혀 다르다. 양수발전은 대형 전력 저장장치이다. 전력이 남을 때는 하부의 물을 끌어 올림으로써 전력을 소비하고, 전력이 부족할 때는 저장한 물을 밑으로 쏟으면서 발전기를 가동해 전력을 생산한다. 최근처럼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을 때는 양수발전의 가동률이 더 높아진다. 김 장관이 언급한 200만톤 규모 댐은 경북 예천군에서 추진 중인 용두천댐이다. 예천군에는 설비용량 800메가와트(MW) 규모의 예천양수발전소가 있다. 김 장관은 한국수력원자력(양수발전)과 한국수자원공사(다목적댐)가 시설을 분리 운영하면서 비효율이 발생한다며, 가뭄 등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양수발전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수발전은 전력계통 안정을 위한 '5분 대기조' 성격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이기 때문에 저장된 물을 과도하게 방류해버리면 필요 시점에 출력 투입이 지연·불능해져 계통 안정성(주파수·전압 유지)에 치명적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력당국은 최악의 시나리오인 대정전을 상정해 예비력과 빠른 기동력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는데, 이를 효율 제고 관점만으로 다룰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가뭄 시 용수 공급 기능을 강화하려면 기존 설비의 저장수 운용을 억지로 전환하기보다, 신규 양수발전 확충 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양수발전의 본래 목적은 대기전력이다. 가뭄 때문에 물을 비워버리면 전력계통의 주파주 및 전압 조정을 위한 '5분 대기조' 역할을 어떻게 하겠는가"라며 “하루에도 양수발전은 일곱 번씩 펌핑을 하고 있다. 양수발전이 제 역할을 못하면 전력계통이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올해 여름철 중 최고전력수요를 기록한 지난달 25일 전력거래소의 전력수급현황을 보면 해가 진 19시 40분 태양광 발전의 순간 출력이 '0'으로 떨어졌을 때 양수발전은 총 2284MW를 기록했다. 반대로 태양광 발전이 순간 2만1240MW까지 치솟던 13시에는 양수발전이 2171MW 규모의 전력을 소비하면서 상부로 물을 끌어올렸다. 원전 1기 설비가 대략 1000MW임을 감안하면, 양수발전이 원전 2기에 준하는 역할을 한 셈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질수록 양수발전의 보완 기능은 더 중요해진다. 올해 4월 28일 스페인에서 발생한 대정전도 1만5000MW 규모의 출력이 수초 만에 끊기면서 발생했다고 전해진다. 지난 3월 전국 각지에 발생한 대형 산불 당시 청송양수발전의 물을 헬기가 진화에 사용한 사례가 있었다. 다만. 화재 진압용은 일시적·소량 사용이 가능하지만 생활·공업 용수로의 상시 전용은 저장수·예비력 관리 측면에서 차원이 다른 문제일 수 있다. 김희집 에너지미래포럼 사무총장(서울대 교수)은 “양수발전이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양수발전 물을 화재 진압 같은 데는 쓸 수 있지만 그 외 다른 데로 써야 한다면 바로 채워 넣어야 한다"며 “양수발전의 역할은 대단히 크고 앞으로도 중요해진다. 양수발전이 가뭄대책으로 쓰인다면 양수발전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연료전지, 버려진 바이오가스도 활용 가능…“재생에너지 보완할 분산형 에너지원”

연료전지가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활용하는 등 재생에너지를 보완할 분산형 에너지원으로 꼽혔다. 김범조 KEI컨설팅 전무는 한국수소연료전지산업협회와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개최한 9일 서울 여의도 글레드호텔에서 '수소연료전지 발전 전략 컨퍼런스'에서 연료전지의 주요 활용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김 전무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에서 기대하는 부분이 친환경, 분산, 유연성"이라며 연료전지가 이 부분에 적합하다고 소개했다. 그는 연료전지의 강점으로 △모듈식 확장성과 소형 분산입지 △빠른 출력증감과 낮은 최소출력 등 운전 유연성 △가스·바이오가스 등 다양한 연료의 수소 전환 활용성 △전력·열 동시공급과 모빌리티 등 활용 다변화를 꼽았다. 그가 주목한 연료전지 활용처는 데이터센터다. 김 전무는 “데이터센터 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건은 속도"라며 “가장 빠른 속도로 들어올 수 있는 전원이 바로 연료전지"라고 말했다. 그는 수도권 AI 연구·산학 거점의 중·소규모 데이터센터, 액화천연가스(LNG) 인수기지와 연계한 대규모 센터(냉열 활용 포함) 등 국내 적용 모델도 제안했다. 계통 운용 측면에서는 보조서비스 자원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그는 “실시간 시장과 보조서비스 시장에서는 수초 혹은 수문 내에 출력을 올리거나 낮출 수 있는데 연료전를 주요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료전지의 도심 소규모 입지 확산으로 송전망 증설에 따른 사회적 비용과 갈등을 줄이는 효과도 제시했다. 그는 연료전지의 바이오가스 직접 활용 모델도 언급하며 “판매처를 찾지 못해 버려지는 바이오가스를 연료전지가 충분히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전무는 국내산 연료전지로 에너지 안보를 지킬 수 있는 점도 강조했다. 김 전무는 “대규모 연료전지를 제조·공급할 수 있는 국가는 사실상 한국과 미국으로 제한돼 있다"며 “연료전지는 우리가 기술·공급망 우위를 더 벌릴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은 지난 2023년 약 98억달러에서 오는 2032년에는 1000억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건물·도시 분야에서는 기존 아파트·병원·대학·대형상업시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에너지 빌딩' 요구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태양광으로는 한계가 있어, 연료전지의 열·전기 동시 공급으로 보완하는 방안이 소개됐다. 수송 부문에서는 소형 선박과 소형 항공기까지 연료전지 활용이 확장 중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국내에 보급된 연료전지의 총 누적설비용량은 약 1.1기가와트(GW)로 설비용량으로 원전 1기 규모 수준으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행사에서 연료전지 산업 성장을 위해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제시한 2030년 연료전지 발전 비중 2.6% 목표를 더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E칼럼] 국경을 넘어 한미 원자력 사업협력의 시대로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체코 원전 수주를 앞두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한전 한수원이 맺은 계약이 불공정계약인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어떤 계약이 불공정하다면 그것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뜻인데 만일 그렇다면 왜 그 계약에 서명을 했겠는가? 따라서 어떤 계약을 평가할 때에는 그 계약에 연계된 다른 사업 관계도 함께 고려하여야만 과연 그 계약이 잘된 계약인지 아닌지를 가려볼 수 있다. 이 건에서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미국 정부가 핵자료의 원천적 소유권자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미국으로부터 원자력 기술을 도입할 때에 만약 미국산 원자력 기술 또는 그에 기반한 기술을 제삼국에 수출할 경우에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받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APR-1400 이나 APR-1000 원자로가 국산 기술로 만든 순수한 국산품인지, 아니면 미국의 원천 기술에 기반한 것인지를 두고 여러 해석이 가능한데, 이를 명백히 가려 법적인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오랜 기간 많은 비용을 들여서 법정에서 다투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할 기회를 잃게 되니 웨스팅하우스가 이점을 활용하여 자사에 유리한 협상조건을 받아낸 것이다. 뒤집어 생각하면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와의 이 계약을 통해 체코 수출에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여 26조원에 이르는 플랜트 계약을 따냈으니 나름대로 괜찮은 계약일 수도 있다. 체코 원전 수출에 따른 경제적 득실은 비교적 단순하게 계산이 되고 서로 윈윈하는 것처럼 보인다. 웨스팅하우스 기술에 기반한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한전이나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없이 독자 수출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되게 된 것도 이번 계약 내용의 한 부분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에 대해서 세가지 대안이 있다. 의심의 여지없이 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하거나, 아예 다른 원자력 플랜트를 설계하거나, 웨스팅하우스와 적극 협력하여 함께 수출하는 것이다. 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 추진하면 가장 효율적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 세 가지를 모두 추진하는 것이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원천기술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8월 우리 대통령의 방미에 맞추어 한수원과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에서 맺은 계약과 협력약정들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를 통해 촉망받은 원자력 기업인 X-Energy와 가스원자로 사업에 협력하기로 하였고, 소듐원자로 기업들과도 이미 협력약정을 맺은 바 있어, 두 번째 대안인 전혀 다른 원자로 시장에 나아가게 된다. 또한 지난 5월에 한수원이 대형원전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천명한 것은 첫 번째 대안을 실행하기 위한 중요한 움직임이다. 서방세계의 최고 원전 강국 중 하나인 우리나라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대안을 실행해 가고 있는데, 웨스팅하우스가 협력을 거부하고 홀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결국은 세 번째 대안도 조만간 실행이 될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기술 업계에서는 서로 경쟁할 법한 회사들이 협력하여 큰 시너지를 낸 사례가 많이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1997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에 투자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와 윈도우 기반 시스템이 확장일로이던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고 주가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었는데 비해, 애플은 자사의 맥컴퓨터가 시장 점유율이 떨어져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이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시장 점유율이 너무 커지자 반독점 소송을 당하게 되어 회사가 쪼개질 지경에 이르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억5천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깜짝 놀랄 거금을 애플에 투자하는 결정을 했다. 이 배경에는 애플이 망해서 사라질 경우 진짜 꼼짝없이 반독점소송에서 패하게 되고, 그러면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 손상이 예상되므로, 차라리 애플에 투자하여 회사를 살려두는 것이 더 자사에 이익이 된다는 투자자로서의 셈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계기가 되어 애플은 기력을 회복하고 다시 성장하게 되어서 이후에도 두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애플 기기에 제공하는 등 유익한 방향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갔다. 애플에 투자함으로써 지분의 7%를 가지게 된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이 회복하고 본격 성장함으로써 큰 이익을 보게 되었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자국을 상대로 흑자를 보던 나라들에게 미국에 직접 투자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나라와 일본 등 세계 여러나라가 미국에 큰 금액을 투자를 하기로 약속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조선업이나 원자력산업처럼 현재로서는 미국이 산업 우위를 가지지 못하여 자력으로 산업을 일으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 협력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협상에서 중요한 지렛대 역할을 하였다. 이렇게 투자를 강제로 해야 하는 상황이, 위에서 예로 든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사례를 닮았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면 자국에 유리한 산업구조를 만드는 방향으로 투자액을 사용할 것인지를 고민하겠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어떻게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관세폭탄을 피하면서도 동시에 국내 산업계에 큰 기회를 열어 줄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조선 분야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미국 군용선박 시장에 국내 조선사들이 진입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원자력 분야에서는 어떤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전력시장이자, AI 데이터센터 운용을 위해 전력수요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고, 원자력에 매우 우호적인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우리 원자력 기업들에게 그야말로 새로운 장을 열어 줄 수 있을 것이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신간]

한국 석유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비판적 시각에서 조망하는 신간 'K-석유의 미래를 묻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석유가 여전히 한국 경제의 핵심 에너지원임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이라는 거대한 변화 앞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깊이 탐구한다. 한국은 원유를 전량 수입하면서도 세계적 수준의 정유·석유화학 산업을 발전시켜온 독특한 경험을 지닌 나라다. 저자들은 석유 시추와 정제 기술의 도입, 석유화학 산업 성장, 국가 에너지 전략과 품질 경쟁력까지 입체적으로 다루며 석유산업이 한국 경제와 사회에 남긴 흔적을 짚는다. 또한 AI 시대의 데이터센터 에너지 수요 확대, 재생에너지 확대, 탈탄소 정책 속에서 석유가 어떤 위치에 놓이게 될지를 분석한다. 책은 석유가 단순한 에너지원이 아닌 산업 경쟁력과 국가 전략의 토대였음을 강조하면서도, 기후위기 시대에 석유가 맞이할 불확실한 미래를 진단한다. 'K-석유의 미래를 묻다'는 석유의 과거를 돌아보는 동시에 앞으로의 한국 에너지 정책과 산업 전략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중요한 화두를 던지는 책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李정부 친원전 행보…원전 확대 국제회의 공동주최

한국이 글로벌 신원전 로드맵을 수립하는 국제회의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전기구와 함께 공동 주최한다. 실용주의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가 원전에 대해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이벤트로 평가된다. 5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18~19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신(新)원전 로드맵' 고위급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는 산업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원자력기구(NEA)와 함께 공동주최로 열린다. '탈원전'과 거리를 두는 이재명 정부의 친원전 행보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NEA에 따르면 회의에는 각 국의 장관급들이 모여 전 세계 원전 확대에 필요한 정책과 자금 조달 방안을 논의한다. 신원전 로드맵 수립 논의에는 미국, 프랑스, 영국,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아랍에미리트(UAE), 케냐,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슬로베니아,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등 주요 국가들 정부 대표들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김 장관은 마르크 페라치 프랑스 산업에너지부 장관과 마야 룬드베크 스웨덴 에너지부 차관과 나란히 개회사를 맡게 됐다. 원전 수출에 나서고 있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신원전 로드맵 수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회의 참석 명단에 올라 있다. 유엔(UN) 산하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지난 1월에 발표한 보고서인 '원자력 에너지의 새로운 시대로 향한 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현재 7만메가와트(MW) 규모의 신규 원전이 건설 중이며 40개 이상의 국가가 원전 확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연간 원자력 투자액은 700억달러에서 최대 1500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는 새울 3·4호기(2800MW)가 내년에, 신한울 3·4호기(2800MW)는 오는 2032~2033년 준공될 예정이다. 또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2800MW) 및 소형모듈원전(SMR) 4기(700MW)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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