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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미국과 관세협상 타결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과 합의한 글로벌 관세협정의 개요를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일본, EU와 미국과의 관세협정 조건과 비슷한 수준으로 보인다. 1일 이후에는 직접적 협상이 진전되지 않은 국가들은 추후 미국 통보로 자동 결정된단다. 이는 '협력과 공존- 번영'을 기축 이념으로 하는 2차 대전 이후 세계질서 기본'틀'인 '브레튼우즈' 체제의 점진적 종말을 의미한다. 사실 1971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金兌換) 중단 선언(닉슨 쇼크)으로 이 체제 붕괴는 시작하였다. 주요국 환율을 유동화와 70 – 80년대 석유파동, 그리고 '코로나 판데믹'사태에 따라 더욱 쇠잔해 졌다. 미국 일방적 관세와 시장개방 압력에다 투자 강요는 쇠잔한 '브레튼우즈' 체제 종말을 재촉하는 것 같다. 따라서 새로운 국제공영의 '틀' 마련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촉구하는 글로벌 움직임이 강하다. 현재 미국 내 일부 지식인 계층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압적인 '하드(hard)파워'에 집착하면서 그동안 미국의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의 기반인 '소프트(soft)파워' 약화를 초래했다고 비판한다. 국제정치학에서는 국가의 힘을 군사력, 경제력 등을 강조하는 '하드파워'와 문화, 가치, 이념, 정책 등을 강조하는 '소프트파워'로 구분한다. 민주주의, 인권, 개방성과 같은 '소프트' 요소들이 '미국의 힘'의 원천이라는 의견이 많다. 세계화와 글로벌 상호의존성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이해 부족을 우려한다. 이같은 미국의 글로벌 관세/투자정책 변화가 우리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우선 국제유가는 미국의 일방적 관세 부과의 영향이 거의 없는 것 같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 9월물은 전 거래일 대비 3.77달러 하락한 배럴당 69달러 수준을 기록하였다. 런던시장에서 9월물 '브렌트'유는 오른 72달러로 수준이다. 1년 전보다 미국과 영국 시장에서 다 같이 10%쯤 하락하였다. 이들 시장은 미-일 무역 합의에 따른 세계경기 회복기대와 서방의 러시아 제재 강화 움직임으로 약간의 강세장 성격을 보이나 완전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지금의 관심 사항은 국제유가 수준 오르내림이 아니다. 그보다도 중동, 러시아 등 산유국들(속칭 OPEC+)의 반응과 전략변화일 것이다. 글로벌 관세 부과는 OPEC+ 등 주요 산유국 (특히 중동지역)들에게 정부 세수확보와 지역 안정에 저해요소일 것이다. 특히 OPEC+는 감산전략을 포기하고 2025년 말 220만 배럴/일 수준의 증산을 결정하였다. 이에 석유 시장은 가격 인상보다 시장 점유율 확보 경쟁체제로 변모하고 있다. 여기서 특별히 강조할 점은 중동의 아시아 에너지 시장에 대한 큰 관심이다. 그들은 증가하는 동-아시아 상호의존성 증대에 따라 양측 모두의 경기 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이제 걸프 산유국들은 아시아 석유 시장 예의주시가 중요과제가 되었다. 단기적인 측면에서 국제유가는 당분간 안정적일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독선적 정책이 에너지 부문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미미한 것 같다. 여기서 미국과 일본의 관세협정 타결을 보고 우리 입장을 살펴보자. 미국은 전통적으로 우리보다 일본을 중시해 왔다. 따라서 냉정하게 우리 입장을 재검토하고 차선의 대책 마련에 냉정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은 36.7%로 G20 국가 중 1위이고, 일본(17.0%)보다 배 이상 높다. 더욱이 2023년 한국의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27.6%로 OECD 두 번째이다. 따라서 관세협정이 제조업 성장, 고용 등에 즉각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품 수출 비중은 36.7%로 G20 국가 중 1위이다. 일본(17.0%)보다 배 이상 높다. 이러니 수출기업 10곳 중 9곳(92%)은 '상호관세 15% 이상이면 감내가 어렵단다.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민간주도 대규모 미국투자도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리도 조선, LNG(액화천연가스) 등 미국이 필요로 하는 전략산업 진출도 고려해야 한다. 협상과정에서 '마스가(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라는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 제안이 데표적이다. 금융 '패키지' 제공 위주의 여타국과는 달리 현지 생산시설에 직접투자(그린필드형) 형태로 실질적 산업육성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는 우리만이 인력 양성, 기술 이전, 조선소 건설 및 운영까지 실질적인 미국의 조선업 재건추진이 가능하다. 이런 우리 고유의 협력모델 발굴이 긴요하다. 관세협상의 마무리됐지만 국토정보 등도 적정 수준 개방 검토는 고려해야 한다. 전임 '바이든 정부'때의 '인플레 감축법(IRA)'에 의한 대미 투자실적의 적정 반영을 위한 교섭도 필요하다. 국방비와 연계수준도 냉정히 처리해야 한다. 결국, 경제 논리를 벗어난 '힘'에 의한 관세협정, 투자 강압 등 '거악(巨惡)'이 판치는 세상에서 '고식적' 시장실패 보정 노력만을 오래 해온 에너지 부문은 '힘없는 잔챙이'가 된 것 같다. 그래도 석유 위기 방지와 같은 우리 할 일은 꾸준히 해야 한다. 거악들은 언젠가 없어질 것이니까. 최기련

한국미래기술교육硏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대표 박희정)이 오는 2025년 8월 28일 여의도 FKI타워 사파이어홀에서 'LNG 냉열 및 액화수소를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 전환 기술 - 청정수소 생산/액화수소 플랜트 구축·운영, LNG냉열 활용 에너지' 세미나를 온·오프라인으로 병행 개최한다. 최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에너지 패러다임은 '저탄소·고효율'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특히 천연가스(LNG)의 초저온 냉열을 회수 후 활용해 액화수소를 생산 및 저장하고, 이를 다시 전력이나 열원, 수소 연료로 전환하는 'LNG 냉열 활용 액화수소 융합 생태계' 가 차세대 에너지 전환 솔루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초전도 전력기기, 크라이오밸브, 저장탱크 등 초저온 기자재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 및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에 따른 세제 지원과 정책금융 확대가 에너지 및 플랜트 산업 전반의 투자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Minsights에 따르면, 글로벌 액화수소 시장은 2024년 405억 달러에서 2034년까지 연평균 5.4% 성장해 64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Verified Market Reports는 LNG 냉열 활용 시장 역시 2028년 15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며 관련 밸류체인 전반에 거대한 투자 수요가 창출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청정·액화수소 생산을 위한 LNG 냉열 자원화와 융합 기술 개발 현황' △'LNG 냉열을 이용한 액화수소 인프라 안전관리 플랫폼 구축 방안', △'LNG 냉열을 이용한 액화수소 생산과 도시가스사업법 적용방안' △'초저온 LNG 저장탱크 관련 기자재 EPC (설계/제작/설치/시공) 기술 및 LNG 밸류체인' △'LNG 냉열을 활용한 에너지 효율 제고 및 운영방안' △'극저온(LNG/액화수소) 연료추진/벙커링 기자재 시험 인증 및 극저온 조선기자재 개발 동향' △'LNG 냉열을 활용한 신개념 에너지 생산 및 저장 시스템 개발과 다양한 활용 방안' 등의 주제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시장 규모 확대와 국산화·탈탄소 규제 압력이 맞물리면서, LNG 냉열-액화수소 융합은 에너지·플랜트·화학·운송 산업 전반에 필수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기술·제도·시장 세 축을 종합적으로 다루며, 산업계 실무진과 산학연 전문가가 공급망 확보부터 안전관리, 상용화 비즈니스 모델까지 전 과정을 공공유하는 자리로써, 저탄소 경제로의 원활한 이행과 신시장 창출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명확한 로드맵을 제시하여 탄소중립 시대의 생존 전략과 혁신 대책을 공유하고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미나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전화로 문의하면 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에너지 없이는 AI도 없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7월 23일 'AI 행동계획'을 발표했다. 이 행동계획은 AI 주도권을 잡기 위해 혁신 가속화, AI 인프라 건설, 외교안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총 90개의 조치를 제시했다. 특히 GW급의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풍부한 전력이 AI 시대 미국의 경쟁력의 근간임을 강조하면서, 막대한 AI 데이터센터와 이를 구동할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석유 개발을 강조하며 “드릴, 베이비, 드릴"을 내세운 미국은 이제 “빌드, 베이비, 빌드(Build, Baby, Build)"를 외치며 AI 인프라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는 연구소 수준을 넘어 수조 달러의 시가총액과 벤처 캐피털이 몰려드는 산업으로 성장했다. S&P 500에 상장된 AI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은 2022년 이래로 약 12조 달러 증가했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글로벌 투자는 2022년 이후 거의 두 배로 늘어나 2024년에 5천억 달러에 달했다. 이러한 투자 붐으로 인해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 산업이 더 성장하려면 얼마나 많은 전기가 필요할까? 일반적인 AI 데이터센터는 10만 가구가 소비하는 전력량에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는 이보다 20배나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알루미늄 제련소와 같은 전력 집약적인 공장만큼이나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데이터센터는 2024년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의 약 1.5%(415TWh)를 차지했다. 미국은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의 45%를 차지했으며, 중국(25%)과 유럽(15%)이 뒤를 이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2030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하여 약 945T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일본의 총 전력 소비량을 넘는 수치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충족에는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분의 절반은 재생에너지로 충당된다. 재생에너지는 짧은 설치기간, 경제적 경쟁력, 기업의 RE100과 같은 전력 조달전략 때문에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수요 충족을 위해 450TWh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미 여러 국가의 전력망이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획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약 20%가 지연될 위험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새로운 송전선 건설에 일반적으로 4~8년이 소요되며, 변압기, 케이블과 같은 핵심 전력설비의 납품 기간이 지난 3년간 두 배 증가했다. 발전 설비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늘어, 가스터빈 납품에 수년이 걸려, 신규 설비는 2030년 이후로 가동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미국은 에너지 정책을 AI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에너지 정책과 AI 전략을 별개가 아닌, 연결된 문제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이다. AI가 몰고 올 전력 수요 폭증에 어떻게 대응할지, AI를 활용해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전략을 시급히 세워야 한다. 첫째, 전력망과 재생에너지 여건이 양호한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지만, 수도권은 전력 공급 여력이 부족하다. 반면,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량이 많은 지역은 충분한 여유가 있다. 청정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전력망 인프라 구축 비용과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이 요구하는 RE100 기준도 충족할 수 있다. 둘째,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 여러 대의 독립적인 서버를 하나의 물리적 서버로 통합하면 에너지 비용을 10%~40% 절감할 수 있다. 가동이 중단된 서버를 폐기하고, 불필요한 데이터를 정리해야 한다. 그 밖에도 고효율 서버, 외기 냉각시스템, 에너지 절약형 설계와 같은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에너지 효율화는 단지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라, 전력망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이는 사회적 비용 감소 전략이기도 하다. 셋째, AI를 재생에너지를 더 잘 쓸 수 있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며, 전력망을 더 똑똑하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는 바람과 햇빛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여 풍력이나 태양광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도와준다. 공장에서는 에너지 사용 패턴을 분석해 낭비를 줄여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전력망에서는 갑작스런 수요 급증을 미리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게 한다. 에너지 없이는 AI도 없다. 지금은 AI의 성능이나 편리함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에너지가 AI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다. AI 산업을 기회로 삼아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체계를 빠르게 확장하는 국가는 경제·기후·기술 세 분야에서 모두 앞서 나갈 수 있다. 박성우

[EE칼럼] 이제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한전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신청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를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후 전기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통상자원부가 전기요금 인상안을 인가한 후 한전이 공고하고 시행한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절차다. 실제로는 어떻게 운용되는가? 한전 관계자가 산업통상자원부 담당 공무원에게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과 그 수준에 대한 한전의 의견을 전달하면 이를 두고 산업통상자원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는데 전기요금처럼 중요한 공공요금은 사실상 대통령실에서 검토하여 인상 여부와 그 수준을 결정하게 된다. 이처럼 정부 부서끼리 긴밀한(?) 협의를 마친 후 이를 한전에 알려주면 한전은 이렇게 정해진 전기요금 인상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사회를 소집하고 이를 의결한 후 위와 같은 절차를 형식적으로 거쳐 시행한다. 결국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주도하는 기관이 아니다. 요식행위의 주체만 될 뿐이다. 이명박 정부 후반인 2011년 8월 한전 주주들은 2조8천억 원 규모의 배임 손해배상소송을 당시 김쌍수 한전 사장에게 제기하였다. 김사장은 사표를 던졌다. 임기만료 1주일 전이었다. 당시 정부 내에서 비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4.9%로 전기요금 인상안이 확정되어 한전 이사회가 4.9%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의결주문으로 내어 의결되었다. 그러나 한전의 재무상태로는 최소한 10% 이상 전기요금 인상안을 제출했어야 했다는 것이 주주들의 소송 이유다. 형식적인 절차와 서류상으로는 이렇게 작은 폭으로 전기요금이 인상된 책임은 한전에 있고 정부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한전 주주들은 4년간의 소송전 끝에 대법원에서 패소하였다. 그런데 이제 변수가 생겼다. 지난 7월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이제 상장된 공기업인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우 대주주인 정부 이외의 소액주주 이해를 이사회가 무시해도 배임소송에 휘말릴 수 있게 된다. 상법이 바뀌어서 이제는 이사진을 견제하는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시 앞의 이야기로 돌아가면, 2011년 9월 공석이던 한전 사장으로 김중겸 전 현대건설 사장이 임명됐다. 김중겸 사장의 주도로 2011년 11월 한전 이사회는 10%대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와 협의 없이 가결해 버렸다. 한전 이사회의 쿠데타였다. 전기위원회는 이를 인가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전 이사회는 2012년 5월 13.1%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가결했다. 전기위원회는 이를 다시 반려했다. 한전 이사회도 별수 없이 2012년 8월 4.9% 소폭 인상안을 가결해 전기위원회의 인가를 받았다. 정부와 한전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김중겸 사장은 결국 2012년 11월 사퇴했다. 이제 한전 이사회는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요식절차가 아니다. 이사들이 주주들에게 배임소송을 당하지 않으려면 충분하지 못한 전기요금 인상안은 부결해야 한다. 한전의 부채가 206조 원에 달하고, 누적적자가 31조 원을 넘어섰다. 웬만한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안으로는 주주들의 성에 차지 않는다. 지금까지 정부가 허용했던 전기요금의 찔끔 인상은 개정 상법에 따라 주주들로부터 배임소송 당하기에 딱 좋다. 전기요금 인상안뿐 아니다. 가스공사 이사회도 지금까지 가스공사의 이해와 맞지 않으며 주주의 이해와는 더더욱 맞지 않는 결정을 많이 해왔다. 예를 들어 가스공사가 지분을 보유한 해외 가스전으로부터 들여오는 LNG 도입가격을 정부는 국민부담을 생각해서 낮게 책정하려고 하겠지만 가스공사와 주주를 위해서는 이를 가급적 높게 유지해야 한다. 더이상 상장 공기업의 이사회는 정치권이나 정부의 의견을 반영하는 요식절차가 아니게 되었다. 정부가 주도하는 주주가치 우선과 밸류업(Value-Up)이 정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조성봉

김동철 한전 사장 "집중호우 피해지역 복구 전사 역량 결집"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최근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의 조속한 일상 복귀 지원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한전은 폭우가 시작된 7월 16일부터 역대 최대 규모의 광역 지원체계를 가동하고 본사와 전국 사업소 비상근무 인력 9000여명을 긴급 투입하여 실시간 대응에 나섰다. 김동철 사장도 지난 7월 21일에 집중호우로 피해가 속출한 경남 산청군 수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한전의 모든 자원을 동원해 조속한 복구에 총력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이번 집중호우로 송전선로 철탑 1기 손상, 변전소와 철탑 사면 유실 3개소, 변전소와 전력구 침수 5개소, 전주 1592기 및 변압기 542대 등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피해금액은 약 72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한전은 약 315억원을 투입하여 신속하고 완전한 전력공급 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정전 피해 고객의 99.8%가 복구 완료되었고, 진입이 어려운 일부 지역은 지자체의 도로 복구지원을 받아 순차적으로 전력공급을 재개하고 있다. 특히, 경기 가평군과 경남 산청군 등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는 1,400여명의 인력과 비상발전기 등 장비 650여대를 긴급 투입하여 주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신속하게 대응했다. 또한 25일 예정되었던 전사 혁신토론회를 연기하고, 김동철 사장과 최철호 전력노조위원장을 비롯한 경영진, 본사 처․실장, 지역본부장, 노조간부 등 임직원 150여명이 경기도 가평군 상면과 경남 산청군 등 피해 현장을 직접 찾아 구호 물품 기탁, 침수 주택 청소, 가재도구 정리, 급식 봉사 등 노사합동 복구활동을 펼쳤다. 복구 활동 외에도 특별재난지역(경기도 가평, 경남 산청·합천, 충남 서산·예산, 전남 담양 등)으로 선포된 6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호우 피해 건축물에 대한 1개월분 전기요금 감면, 멸실·파손 건축물에 대한 전기공급 시설부담금 면제 등 약 7.2억원 규모의 정책적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며 전력그룹사1) 와 함께 10억원의 성금도 김동철 한전 사장은 “갑작스런 재난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히며, “국민께서 일상으로 조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휴일과 밤낮없이 안정적 전력공급과 피해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우 칼럼]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최근 우연히 지난 5월 공개된 흥미로운 보고서를 접하게 되었다. 미국 비영리 안보 정책 연구소인 Council on Strategic Risks가 발간한 'The National Security Rationale for Japan's Transition to Renewable Energy'라는 제목의 보고서이다. 바이든 행정부 국방부 환경 및 에너지 안보 담당 부차관보와 사사카와 평화재단(Sasakawa Peace Foundation)의 국가안보 및 미일 프로그램 연구원의 통찰을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일본이 에너지의 97%를 해외에서(83%가 화석연료) 수입하는 현실이, 높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심각한 경제 안보 취약성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나아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야말로 에너지 자급률을 높여 지정학적 유연성을 확보하고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길임을 제언하며,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과제와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 또한 강조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를 들어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의 상관성을 조명한 것이다. 그럼 일본과 사정이 비슷한 한국의 입장에서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해 졌고, 세가지 키워드를 도출할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와 국가안보를 연결하는 첫번째 키워드는 에너지자립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4년 국내 에너지 총 소비량 중 석유가 39.2%, 석탄이 21.9%, 천연가스가 19.7% 를 차지해 화석연료가 80%를 넘는다. 더욱이, 2023년 기준으로 석유는 중동에서 71.9%를 수입하고, 석탄은 호주에서 40%이상 수입하는 등 수입지역 편중과 높은 수입 의존도(2023년 기준 93.9%로 추정)를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정으로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게 되면, 산업경쟁력 저하로 인한 국가 경제 악화는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불안정해져 국가안보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확산은 에너지자립에 기여함으로써 국가안보에 기여할 수 있다. 글로벌 기후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수입에 1달러를 투자하면 연간 가스 수입에서 1달러를 절약하면서도 동일한 양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주장해 재생에너지의 안보적 가치를 예시한 바 있다. 두번째 키워드는 기후회복력이다. 기후회복력이란 기후 변화 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사회의 능력을 말한다. 당장 이번 달에 우리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직후 400mm에 달하는 폭우를 맞는 유례없는 경험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후로 농산물 수확량이 줄어 물가상승을 초래하는 기후플레이션은 밥상 물가를 포함한 국민 생활 물가는 물론 이를 재료로 하는 산업에도 경제사회적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실제로 7월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통계에 따르면, 폭우와 폭염이 지속되면서 배추 가격이 한 달 만에 31.1% 폭등하는 등 기후플레이션의 심각성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집중형 에너지공급이 아닌 지역별 분산형 에너지공급이 주를 이루는 재생에너지가 확산되면, 기후재난으로 인한 정전 범위가 줄어드는 등 비상시 대응이 비교적 용이하고,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후위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역할도 함으로써, 국가안보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세번째 키워드는 국방력이다. 상술한 바와 같이 에너지수급이 불안해 지거나 이상기후가 잦아 지면, 군사시설 운용에 차질을 초래해 국방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미 해군이 이미 수십억 달러를 기후관련 인프라 피해, 실제 리스크 대응에 투입 중인 이유다. 또한, 에너지수급 악화나 이상기후로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면 국방비 지출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에너지자립도와 기후회복력을 높이면, 국방력에도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 추가로 상술한 키워드들과 병행해서 고민할 지점이 있다. 이는 군사적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다. 지난 2022년 영국 NGO들에 따르면, 군사적 활동이 연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약 5.5%를 차지하여 이는 항공 및 해운산업을 합친 것 보다 많다고 한다. 재생에너지를 확대해 에너지자립도를 높이고 기후회복력을 갖추어 국가안보에 기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그 정도에 따라 찬반이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군사적 활동에 의해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이로 인한 이상기후가 다시 군사적 활동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도록 군사적 활동 배출을 줄여 나가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교적 이견이 적을 것 같다. 김성우

두산에너빌, GS구미열병합과 발전소 현대화 추진

두산에너빌리티가 GS구미열병합발전(이하 GS구미열병합)과 '구미열병합발전소 현대화 사업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GS구미열병합발전은 구미국가산업단지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 공급 기업이다. 25일 서울 역삼 GS타워에서 열린 체결식에는 GS구미열병합 이정균 대표이사, 두산에너빌리티 윤요한 파워서비스영업총괄 등 각 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구미 산업단지 내 안정적인 전력과 열 공급을 목표로 두 회사가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협약을 통해 GS구미열병합은 발전소 운영을 담당하고 산업단지 내 전기와 열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현대화 사업에 필요한 주기기인 90MW급 중형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공급하고 장기유지보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90MW급 중형 가스터빈은 김포열병합발전소에서 실제 1만 7000시간 이상 운전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정성이 입증된 모델을 기반으로 출력을 낮춘 제품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수소전소도 가능한 90MW급 중형 가스터빈을 오는 2028년까지 개발 완료할 계획이다. 두산에너빌리티 손승우 파워서비스BG장은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90MW급 중형 가스터빈은 국내에서 설계, 제작, 서비스가 가능해 해외사보다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며 “중형 가스터빈은 기동소요시간이 짧아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에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설비로, 향후 국내 전력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전소가 운전 정지 상태에서 전기를 공급하기까지 소요되는 시간으로, 중형 가스터빈은 약 10분이 소요된다. 구미열병합 현대화 사업은 30년 이상 운영한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석탄열병합 설비를 천연가스 열병합 설비로 전환하는 사업으로, 2031년에 준공 예정이다. 이 사업은 구미산단 입주기업의 에너지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량을 저감함으로써 구미국가산업단지의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최초 10MW 해상풍력 국제인증 취득

두산에너빌리티는 자사가 개발한 10MW 해상풍력발전기(모델명 DS205-10MW)가 국제 인증기관 UL(Underwriters Laboratories)로부터 형식인증(Type Certification)을 취득했다고 23일 밝혔다. 국내 기업이 10MW급 해상풍력 모델에 대해 국제인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인증을 취득한 10MW 모델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2022년 개발한 8MW 모델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지난 2월부터 전라남도 영광에서 실증을 시작해 4월 현장 실증시험 마무리 후, 설계 및 시험 데이터 검증을 거쳐 국제인증을 취득했다. 이 모델은 블레이드 회전 직경 205미터, 전체 높이는 아파트 약 80층에 해당하는 230미터에 이른다. 6.5m/s의 저풍속 환경에서도 이용률 30% 이상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용률은 1년 동안 풍력발전기가 실제로 생산한 전력량을 정격 용량으로 생산 가능한 전력량으로 나눈 비율이다. 2005년 해상풍력 사업을 시작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7년 제주 탐라(30 MW), 2019년 전북 서남해(60 MW), 2025년 제주 한림(100 MW) 프로젝트에 해상풍력발전기를 공급하며 국내 해상풍력 최다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사업초기 약 30% 수준에 머물렀던 부품 국산화율을 현재 약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국내 해상풍력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왔다. 두산에너빌리티 손승우 파워서비스BG장은 “국내 첫 10MW 해상풍력발전기 개발로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150여개 국내 협력사와 함께 이룬 성과인 만큼 적극적인 사업확대를 통해 국내 공급망 활성화에도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풍력발전 설비용량을 2038년까지 40.7GW로 확대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 국내 풍력발전 누적 설비 용량은 2.3GW에 불과해 빠른 확대가 전망된다. 정부는 '해상풍력특별법', '재생에너지중심 에너지 전환 가속화', '에너지고속도로 건설' 등의 정책을 통해 국내 해상풍력 보급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전기안전공사 “침수 피해 복구, 전기 차단 여부 확인 가장 중요”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에서 침수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한국전기안전공사(사장 남화영)이 피해 복구 주의사항을 공개했다. 전기안전공사는 집이나 상가의 침수를 복구하기 위해 들어갈 때 물이 완전히 빠진 이후에 들어갈 것을 당부했다. 침수공간에 전기제품이 연결되어 있다면 감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빠진 이후에도 전기를 바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침수된 전기제품은 완전히 건조하더라도 전문가에게 감전·합선 여부를 점검 받은 뒤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감전 방지를 위해 절연 장비의 착용하는 것도 감전 사고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고무장갑이나 고무장화를 착용하는 것이 추천된다. 한편 전기안전공사는 21일까지 모두 495건의 복구 지원에 나섰다. 취약계층 긴급출동 265건, 공공시설 16건, 임시대피소 118건, 복구지원 96건 등이다. 가로등·신호등의 누전 모니터링과 에너지저장장치(ESS) 2311개소의 화재 모니터링도 함께 진행 중이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쓰러진 전신주나 가로등을 발견한다면 가까이 가지말고 소방서나 한국전력, 전기안전공사 등 관계기관에 신고해달라"며 “침수된 집이나 상가의 가전제품 플러그를 뽑을 때는 고무장갑·장화 등 감전을 막을 수 있는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SMR은 미리 만들어야 산다”…두산에너빌, 세계 유일 ‘SMR 파운드리’로 부상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의 게임 체인저는 기술이 아닌 생산력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자리매김하며 세계 원전 산업의 공급망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뉴스케일(NuScale) 등 유력 SMR 기업들이 두산에 손을 내민 것도 이 때문이다. 아직 본격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SMR 시장에서 두산은 유일하게 대량 생산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16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SMR 시장은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지만, 선진국의 기후 정책과 에너지 안보 이슈가 맞물리며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력을 기반으로 '즉시 납품 가능한 파트너'를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SMR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 뉴스케일이 두산에 전략적 협력을 요청하고, 두산이 뉴스케일에 지분 투자까지 단행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원전 산업은 대부분 '수주 → 설계 → 제작'의 방식으로 움직여 왔다. 하지만 SMR은 소형·모듈형 설계를 바탕으로 공장에서 미리 만들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산품형 모델을 지향한다. 이 구조에서는 납기 단축과 대량생산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다. 두산은 아직 뉴스케일과 최종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12기 분량의 핵심 소재를 선제 제작하고 있다. 이는 기존 원전 업계의 관행을 뛰어넘는 전략이다. 즉, '미리 만들어야 팔 수 있는 시장'이라는 판단 하에 '선제 제작 → 유연 납품 → OEM 다변화' 구조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두산은 대형 원전 기준 동시 5기 생산이 가능한 설비를 보유하고 있으며, SMR 전용 라인까지 별도로 확보해 둔 상태다. 이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의 결정적인 차별점이다. 미국·유럽의 대부분 SMR 개발사는 설계 및 시스템 엔지니어링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실제 대형 압력용기나 주기기 생산 능력은 두산만이 갖추고 있다. 두산은 SMR 시장에서 엔지니어링 주도자가 아닌 '제조 기반 인프라 제공자', 즉 파운드리(Foundry) 역할을 택했다. 이 방식은 반도체 산업의 TSMC 모델과 유사하다. 즉, 다양한 SMR 개발사가 설계와 운용을 맡고, 두산은 이를 기반으로 부품·모듈을 OEM 방식으로 생산·납품하는 글로벌 제조 허브로 기능하는 구조다. 뉴스케일 외에도 X-에너지, 테라파워, GE히타치 등 주요 SMR 기업들이 설계 고도화 단계에 이르면서, 향후 두산의 공급망 파트너가 늘어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이는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시장 선점 전략에 기반한 투자다. 현재 SMR 실증 혹은 제작 단계에 진입한 국가는 소수다. 중국은 자국 내 기술과 설비를 내재화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지정학적 제약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글로벌 프로젝트에 참여 가능한 OEM 제작사는 두산이 사실상 유일하다. 즉, 두산은 SMR 시장의 공급망 병목을 해소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글로벌 파운드리로, 기존 대형 원전 제작 경험과 설비를 SMR로 확장하는 데 성공한 보기 드문 사례다. SMR 시장은 이제 기술 개발에서 공급망 경쟁과 납품 역량 확보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두산은 설계자가 아닌 생산 기반 파트너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SMR 생태계의 허브로 자리잡을 수 있는 구조다. 앞으로의 과제는 OEM 다변화, 납품 스케줄 관리, 국내외 정책 연계(예: IRA, 한미 SMR 협력 프레임워크) 등으로, 단순한 '제작사'를 넘어선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 가능성도 열려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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