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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초겨울 날씨에도 겨울 기온 평년 수준에 그칠 듯

서울 최저기온이 2℃(도)까지 떨어지는 등 10월 말에 이른 추위가 찾아왔다.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북쪽 찬 공기가 남하해 거센 바람과 함께 초겨울 같은 날씨가 빠르게 나타났다. 서울에서는 첫 얼음이 지난해보다 10일, 평년보다 6일 빠르게 관측됐다. 그러나 기상청은 이번 겨울 기온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따뜻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겨울철 기온의 변수는 북대서양과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 북극해 바렌츠·카라해의 해빙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기상청의 3개월 전망에 따르면 11월 기온은 평년보다 대체로 높을 가능성이 크다.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40%로, 낮을 확률(20%)보다 두 배 높다. 비슷할 확률은 40%다. 기상청은 북대서양과 인도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 우리나라 부근에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서 기온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북극해 바렌츠·카라해의 해빙이 줄어들 경우 찬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변동성이 클 것으로 봤다. 12월에는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로 전망됐다. 낮을 확률은 30%, 높을 확률은 20%로 나타났다. 북대서양·인도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기온 상승 요인이 유지되지만, 약한 라니냐 경향과 해빙 감소로 찬 공기 유입 가능성이 있어 기온 등락이 크고 강수량은 다소 적을 전망이다. 1월도 기온이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50%, 낮을 확률은 20%, 높을 확률은 30%로 분석됐다. 12월보다 '높을 확률'이 10%포인트(p) 높아 상대적으로 온화한 경향이 예상된다. 북대서양과 인도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로 인해 따뜻한 공기가 확장될 가능성이 있으나, 북극 해빙 감소의 영향으로 찬 공기가 간헐적으로 유입돼 변동성이 큰 겨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강수 전망에 대해서도 11월과 1월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12월에는 다소 적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기상 가뭄 우려는 크지 않다. 최근 6개월 동안 전국 누적 강수량(1154.6㎜)은 평년(1062.9㎜)의 109.3%로, 평년 수준을 웃돌고 있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후테크] 콘크리트에 검댕 뿌리니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대변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건축 자재인 콘크리트가 이제는 전기를 저장하는 '슈퍼 배터리' 역할을 할 날도 머지않았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 연구진이 개발한 '전자 전도성 탄소 콘크리트(ecˆ3, electron-conducting carbon concrete)' 기술은 건축물의 기둥, 벽, 슬래브 등 구조 요소 자체가 에너지 저장 장치 역할을 하도록 한 것으로, 건축과 에너지 시스템의 융합이라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논문으로 발표된 이 기술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건축 환경에 적용가능한 확장성과 안정성을 입증, 청정에너지 시대의 핵심 인프라가 될 잠재력을 보여줬다. ◇획기적인 기술: 구조적 강도와 에너지 저장을 동시에 ecˆ3는 기계적 강건함과 전기화학적 에너지 저장 능력을 결합한 다기능성 시멘트 기반 복합 재료다. 이 기술은 수퍼커패시터(supercapacitor) 원리를 이용하는데, 기존 콘크리트 혼합물에 나노-탄소검댕(nano-carbon black, nCB) 입자를 뿌려 전기가 통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기존에도 ecˆ3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수퍼커패시터의 에너지 밀도를 10배나 증가시키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상업용 슈퍼커패시터에 사용되는 유기 전해질을 적용, 단일 셀에서 최대 2.7V의 고전압을 달성했다. 이는 기존의 수계 전해질 시스템보다 거의 7배 높은 에너지 밀도(최대 2207Wh/㎥)를 기록했다. 에너지 저장 능력의 핵심은 콘크리트 내부의 나노 탄소 네트워크 구조다. 핵심은 전도성 재료를 시멘트에 섞는 과정이다. 기본 바탕은 일반 포틀랜드 시멘트지만, 여기에 nCB를 약 13% 비율로 넣어 콘크리트 내부에 전도성 네트워크를 만든다. 이 미세한 탄소 입자들이 시멘트 매트릭스 전체에 분산되면서, 전기가 통하는 길이 생긴다. 또한 연구진은 전해질 침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주입(cast-in) 방식'을 도입했다. 기존처럼 콘크리트를 굳힌 뒤 전해질에 담그는 대신, 염화칼륨(KCl) 용액을 혼합수에 미리 섞어 타설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전해질이 콘크리트 속 기공에 자연스럽게 퍼지며, 제조 시간도 단축된다. 마지막으로 모르타르(시멘트+모래)를 추가해 기계적 강도를 높였다. 모래는 전기화학적으로는 중립이지만 구조적 강성을 강화해, 실제 건축에 사용할 수 있는 '구조용 슈퍼커패시터' 재료로 발전시킬 수 있게 했다. 연구팀이 이 네트워크를 3차원 나노 규모로 시각화한 결과, nCB 입자는 섬유 모양의 프랙탈 구조(fractal-like structure)를 형성했다. 시멘트 매트릭스를 관통하고, 전해질이 침투할 수 있는 기공 공간 근처에 우선적으로 위치하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기공 네트워크 인접성'은 이온-전자 결합 효율을 높여 강력한 에너지 저장 능력을 보장한다.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건물 벽, 다리, 도로 등 모든 구조물이 전기를 저장하고 활용하는 새로운 에너지 인프라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구조물에 내장된 '스마트' 기능과 안전성 문제 해결 이 기술은 단순히 에너지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미래 인프라의 중요한 요구 사항인 안전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지만, 높은 비용, 안전 문제(화재 위험 등),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 그리고 리튬·코발트·니켈과 같은 희소 자원에 대한 의존성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ecˆ3는 풍부하고 저렴한 원자재(시멘트 및 탄소 검정)를 사용한다. 수퍼커패시터로서 급속 충방전 주기와 긴 사이클 수명이라는 장점도 제공한다. 연구팀은 중성 염 용액(염화칼륨, KCl) 외에도, 해안 지역 적용을 위한 해수와 유사한 염화나트륨(NaCl) 전해질을 성공적으로 사용했다. 또한, 높은 pH를 유지해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의 부식 위험을 완화할 수 있는 수산화칼륨(KOH) 전해질도 호환 가능함을 입증했다. 이는 특정 부식 위험이 있는 환경에서 콘크리트의 내구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실제 하중을 지탱하는 아치형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다. 이 아치 구조물은 하중을 지탱함과 동시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에 전력을 공급하도록 했다. 특이하게 이 아치에 기계적 하중(압축 하중)을 가했을 때 LED의 밝기가 변동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은 응력으로 인한 장치 내 접촉 저항 또는 전하 분포의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이는 구조적 수퍼커패시터가 잠재적으로 실시간 구조물의 건전성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고대 로마의 건축 혁신을 미래 기술로 ecˆ3 기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확장성이다. 연구팀은 전극 두께와 셀 개수에 따라 에너지 저장 용량이 선형적으로 비례하고, 예측 가능하게 확장된다는 것을 광범위한 실험 데이터로 검증했다. 연구팀은 전극 제작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전해질을 미리 혼합수에 넣어 주조하는 '주입형 전해질(cast-in electrolyte)' 방법을 개발했다. 이는 두꺼운 모놀리식(monolithic) 전극을 제조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대규모 적용의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여기서 모노리식 전극이란 콘크리트 자체가 전극 역할을 하게 만든 구조를 말한다. 금속 집전체나 별도 코팅층이 필요 없는, 콘크리트가 구조체이자 전극인 '일체형 전극 구조'인 셈이다. ecˆ3 기술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건축 혁신 중 하나였던 고대 로마의 건축 원리를 현대에 되살려냈다. 로마인들은 철근이나 강선을 사용하지 않고도, 돌과 콘크리트의 압축력만으로 거대한 건축물을 세웠다. 돔과 아치, 기둥 구조를 통해 재료가 가장 잘 버틸 수 있는 방향으로 하중을 분산시켰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은 최소한의 재료로도 튼튼하고 아름다운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ecˆ3 기술 역시 이러한 원리를 현대 기술과 결합해, 재료의 효율성과 건축적 비전을 함께 구현하고 있다. 즉, 콘크리트의 물리적 특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구조적 안정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추구한다. ecˆ3는 전 세계적으로 풍부한 원자재를 활용하여, 하중을 지탱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를 저장하는 다기능성 건축 자재 시스템을 구현함으로써 새로운 건축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환경포커스] 당신 발톱에 오염물질 노출 이력이 담겨 있다

사람의 발톱이나 동물의 비늘, 거북의 등딱지 속에는 우리가 살아온 환경의 흔적이 남아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케라틴(keratin) 조직이 수년, 수십 년에 걸친 환경오염 노출 이력을 기록하는 '생체 타임캡슐(bio-archive)'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 조직을 초정밀 분석하면, 개인의 건강 위험을 평가하거나 지역별 오염을 장기적으로 감시하는 새로운 방법이 될 수 있다. 주사로 혈액을 채취하거나 피부를 절개하는 등 사람의 피부나 신체 내부를 손상시키지 않고 생체 시료를 얻을 수 있는 '비침습적' 방법이다. ◇뱀 비늘: 도시 속 중금속 오염 지도 남아프리카 더반(Durban)에서 서식하는 뱀인 블랙맘바(Black mamba)는 도시 환경의 '살아 있는 오염계측기'로 주목받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위트워터스랜드 대학 연구진이 이 뱀의 배쪽 비늘(ventral scale)을 분석한 결과, 비소(As)·카드뮴(Cd)·납(Pb)·수은(Hg) 등 중금속이 높은 농도로 검출됐다. '환경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저널에 논문으로 발표한 내용이다. 비늘의 주성분인 케라틴은 중금속과 결합하는 힘이 매우 강하다. 실제로 간이나 근육보다 비늘에서 중금속 농도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뱀이 몸속 독성 물질을 비늘에 격리해 해독하는 일종의 생리적 메커니즘으로 추정된다. 도시 외곽의 녹지 지역에서 잡힌 뱀은 공업지대나 상업지대에서 잡힌 뱀보다 비소·납·카드뮴 농도가 확실히 낮았다. 즉, 뱀의 비늘만 분석해도 도시의 오염 패턴과 토지 이용 변화를 정밀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발톱: 라돈에 노출된 세월을 기록하다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라돈(²²²Rn)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문제는 오랜 기간 머물렀던 집이나 직장에서 얼마나 라돈에 노출되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캐다다 캘거리대학 연구팀은 이 한계를 발톱 속 방사성 납(²¹⁰Pb) 으로 해결했다. 이달 초 '국제 환경(Environment International)' 저널에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라돈이 공기 중에서 붕괴하면 ²¹⁰Pb가 생성되고, 이 물질은 몸에 흡수되어 머리카락·손톱·발톱 등 케라틴 조직에 천천히 쌓인다. 연구팀은 동위원소 질량분석법(IDMS)을 이용해 발톱 속 ²¹⁰Pb와 안정 납(Pb)의 비율을 정밀 측정했다. 그 결과, 라돈 농도가 높은 환경(평균 ㎥당 354.9 Bq(베크렐, 방사능 측정 단위))에서 26년 이상 거주한 사람의 발톱에서는 낮은 노출 그룹(평균 28.4Bq/m³, 22년 노출)에 비해 ²¹⁰Pb/Pb 비율이 약 4배(397%)로 높게 나타났다. 심지어 6년 전에 라돈 저감 조치를 취한 사람의 발톱에서도 여전히 높은 수치가 검출됐다. 즉, 발톱은 수년간의 라돈 노출 이력을 그대로 기록하고 있었다. ◇거북 등딱지: 핵실험의 흔적을 품다 거북의 등딱지 역시 오염의 역사를 기록한다. 등딱지는 케라틴으로 이루어진 층이 해마다 덧붙으며 '나이테' 같은 성장 고리를 만든다. 각 고리를 분석하면 그 시기의 오염 상태를 연대별로 복원할 수 있다. 미국 태평양-북서부 국립 연구소와 뉴멕시코 대학 등 연구팀은 지난 2023년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넥서스(Nexus)' 저널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미국 연구팀은 핵무기 제조와 원자로 연료 생산이 이뤄졌던 지역의 거북 표본에서우라늄-235, 우라늄-236 등 인공 방사성 물질을 검출했다. 1940~50년대 핵실험이 집중됐던 마셜제도 에네웨탁 환초의 푸른바다거북 등딱지에는1978년(실험 종료 후 20년 뒤)에 채집된 표본에서도 여전히 인공 우라늄이 남아 있었다. 미국 오크리지 보호구역의 거북 등딱지에서는 1955~1962년 사이 핵물질 유출량에 따라우라늄 동위원소 비율이 연도별로 달라지는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처럼 거북 등딱지의 성장 고리는 수십 년 전의 오염사건까지 추적할 수 있는 '환경 연대기' 역할을 한다. ◇개인 건강과 환경정책의 새 도구 발톱의 ²¹⁰Pb 분석 기술은 향후 비흡연자 폐암의 새로운 위험 평가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캐나다에서는 폐암 환자 5명 중 2명이 기존 검진 기준(흡연 이력 중심)에 해당하지 않는데, 이 기술이 라돈 노출 비흡연자까지 조기 검진 대상에 포함시키는 길을 열 수 있다. 또한 개인의 나이·유전적 감수성에 맞춘 '맞춤형 라돈 저감 기준치'를 제시하는 데도 응용될 전망이다. 뱀 비늘 분석은 도시별·지역별 중금속 오염도를 정밀하게 파악해 환경정책 수립에 도움을 준다. 거북 등딱지 분석은 과거 핵실험은 물론 체르노빌(1986), 후쿠시마(2011) 같은 원전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데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거북 등딱지 외에도 조개껍질, 산호, 선인장 가시, 상어의 눈 수정체, 물고기 이석(耳石), 새 깃털, 포유류 치아 등도 오염의 흔적을 남기는 잠재적 생체 지표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최근 자연사 박물관 등에 보관된 옛 표본을 분석해 과거의 오염 상태를 추적하는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리카락과 발톱, 비늘과 등딱지는 단순한 '찌꺼기'가 아니고, 그 속에는 우리가 숨쉬고 살아온 환경의 역사, 그리고 보이지 않는 오염의 기억이 켜켜이 쌓여 있다"고 말한다. 과학은 이제 버려지던 흔적으로부터 개인의 건강을 체크하고, 지구 환경의 변화까지 읽어내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기후리더십은 희생이 아니라 성장 전략이다

파리협정에 따라 국제 사회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올 해 말까지 결정해야 한다. 현재까지 영국 미국 일본 호주 등 59개국 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많은 국가들은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렇게 주춤하는 이유는 2035 NDC가 단순한 환경 공약이 아니라 한 나라의 경제・산업구조, 에너지 시스템, 사회적 비용 분담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국가 차원의 중대한 결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까지의 감축경로와 유사한 형태의 48% 감축안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의 배출책임과 경제적 역량 등을 고려하여 65% 감축이라는 야심찬 감축안까지 4가지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해 산업계는 “과도한 감축 목표는 국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시민단체는 “지금의 속도로는 기후위기 대응 기회를 놓친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러한 논쟁과 사회적 갈등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각 국이 처한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2035년을 새로운 기후전환의 분기점으로 삼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81% 감축을 공식 선언했고, 미국은 2005년 대비 61~66% 감축을, 일본은 2013년 대비 60% 감축을 설정했다. 2035 NDC를 제시한 국가들 중 유일하게 파리협정 목표인 1.5도 억제시나리오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영국의 경우, 자국의 기후변화위원회를 비롯한 과학계와 고문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였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일자리 창출, 법적 일관성 유지, 에너지안보 강화 그리고 글로벌 기후 리더라는 위상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중요한 결정을 앞둔 정부의 입장은 실현가능한 야심찬 감축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짚어봐야 할 사안들이 있다. 우리나라의 전력 구조는 2024년 기준 원자력 32%, 석탄 28%, 가스 28%, 재생 10% 수준이다. 원자력 비중이 높다는 강점이 있지만, 재생에너지의 확대 속도와 송전망 확충이 뒤따르지 않으면 탄소중립 경로는 불안정하게 된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는 여전히 에너지다소비 업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 제조업 부가가치의 절반 이상이 철강·석유화학·시멘트·정유 등 고탄소 산업에서 발생한다. 이 부문이 변하지 않으면 전력 믹스를 청정하게 바꿔도 전체 온실가스 배출은 크게 줄지 않는다. 따라서 야심찬 NDC는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라 산업구조 전환 전략이 뒤따라야만 한다. 독일의 씽크탱크, 아고라 에너지전환연구소(Agora Energiewende)는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2050년까지 약 1,330조원의 투자비용이 필요하며, 2035년까지는 약 280조원이 필요하다고 발표하였다. 최근 한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 감축하는 경우 2035년 GDP는 최대 2.3% 감소하며, 온실가스 1톤을 감축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최대 9만원으로 전망하였다. 이처럼 야심찬 NDC를 추진할수록 단기적으로는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전기요금 및 세제 부담이 상승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이러한 단기적 비용 상승은 재생에너지 확대, 저탄소 산업구조로의 전환 과정을 거치면서 화석연료 의존도 하락, 에너지 수입 비용의 감소, 에너지 안보 증가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국가 차원에서 순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에너지 전환과 함께 에너지다소비 산업의 구조 전환을 이뤄낸다면 국민의 부담은 일시적 비용이 아닌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로 바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외에 중요한 이슈는 비용의 투명한 공개와 공정한 분담이다. 누가 어떤 비율로 전환비용을 부담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탄소감축은 국민의 세금과 기업의 투자로 이뤄지며, 이를 감추거나 미루면 미래 세대가 더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때 전기요금 인상 없는 탈원전・탈석탄 중심의 에너지전환정책 추진이 사회적 갈등을 불러왔던 아픈 경험을 되살려, 정부는 요금 인상폭·세제 조정·산업 지원 규모 및 계획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관련된 비용에 대한 정의로운 분담구조를 설계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2035 NDC 설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단순한 감축 목표가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한국 사회의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기후리더십은 희생이 아니라 성장 전략이다." 영국 총리 Keir Starmer가 작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한 말이다. 이 말에서, 왜 영국이 1990년 대비 2035년 81% 감축이라는 강력한 목표를 설정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2035년 NDC는 성장의 제약이 아니라 도약의 기회이다. 현실적 야심이 행동으로 이어질 때, 한국은 기후 리더십의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조용성

[기후 리포트] “온실가스 감축 앞당기면 건강· 경제 손실 크게 줄여”

지구 온도 상승 저지선이 일시적으로 밀리는 이른바 '기후 오버슈팅(Overshooting)' 경로가 현실화하면 실외 대기오염으로 인한 보건 및 경제적 피해가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완화 정책을 시급히 추진하고 엄격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스페인 바스크 기후변화센터와 이탈리아·오스트리아 국제연구팀은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온도 목표 초과로 인한 대기오염 피해 추정'을 주제로 한 논문을 발표했다. 온도 목표는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억제하는 한계선(저지선)을 말하는데, 온도 목표 초과는 이 기후 저지선이 일시적으로 밀리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왕 온실가스를 줄일 것이라면 앞당겨 서둘러 줄인다면, 지구온난화도 예방하면서 대기오염으로 인한 건강과 경제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실외 대기오염은 전 세계 공중 보건에 가장 큰 환경 위험 요소로 꼽힌다면서 2021년에만 세계적으로 470만 명 이상이 대기오염 탓에 조기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대기오염은 인명 손실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심각한 질병을 유발하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후변화 완화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임으로써 초미세먼지(PM2.5)와 오존(O3) 같은 유해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공동편익(cobenefits,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 저지선 초과 달성의 함정: 대기 오염 피해 증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보고서(AR6)에서 제시된 시나리오 중에는 '초과 달성(EoC)' 궤적, 즉 기후 저지선이 일시적으로 밀려나는 오버슈팅 궤적이 포함돼 있다. 지구 온도가 설정된 한계를 일시적으로 초과한 후 21세기 후반에 '넷네거티브 배출(net-negative emissions)'을 통해 한계 안으로 기온이 낮아져 안정화되는 시나리오다. 이 EoC 경로는 종종 기후변화를 완화시키려는 노력을 지연시키고, 예방보다는 사후처리인 탄소 제거(CDR) 기술에 크게 의존함으로써 기후 관련 위험을 증대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1.5°C 목표치 초과를 피하도록 설계된 '넷제로(NZ) 경로'는 CO2 배출량을 넷제로로 조기에 감축하고, 이를 통해 온도 상승을 최대한 막는 시나리오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오버슈팅을 피하는 것이 기후 완화 노력을 앞당기는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초기에 (특히 2030년에) 훨씬 더 큰 대기오염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NZ 경로는 EoC 경로에 비해 일관되게 더 낮은 조기사망 예측치를 제시한다. ◇엄격한 넷제로 정책, 막대한 편익으로 돌아와 오버슈팅을 피하고 지구 온도 상승을 2°C 미만으로 유지하는 엄격한 기후 정책(NZ)은 막대한 보건 및 경제적 공동 혜택을 제공한다. 우선, NZ 경로를 따를 경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만7000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NZ 정책은 또한 모든 지역에서 극도로 높은 조기 사망이 나타날 가능성도 상당히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혜택도 크다. 2030년까지 총 2조2690억 달러(2020년 기준, 약 3267조원)의 경제적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EoC에 비해 NZ 정책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모든 지역에서 일관되게 더 많은 공동 편익을 얻게 된다. ◇중국,인도가 가장 큰 혜택 예상 특히, 중국과 인도는 이러한 비(非)오버슈팅 기후 정책으로부터 가장 큰 이득을 얻는 지역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30년까지 NZ 경로를 따를 경우, 중국은 8만4000명, 인도는 7만3000명의 대기 오염 관련 조기 사망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은 2030년에 8490억 달러에서 1조770억 달러에 이르는 가장 큰 경제적 공동 편익(중앙값 9220억 달러)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팀은 “중국과 인도가 현재 전 세계 배출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도 대기 오염으로 인한 가장 높은 보건 부담을 겪고 있다"면서 파리 기후 협정 제6조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재정 및 기술 지원이 이뤄진다면 이들 지역의 탈탄소화와 대기질 개선이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파리협정 제6.2조는 국가 간 감축량 이전을, 제6.4조는 국제 탄소시장 메커니즘을, 제6.8조는 비시장적 접근으로 거래가 아닌 정책·기술 협력·재정 지원 형태의 감축 협력을 규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기후변화 완화 노력을 앞당기는 비오버슈팅 시나리오가 가까운 미래(2030년)와 세기 중반(2050년)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입증했다"면서 “이러한 전략은 기후 변화를 억제할 뿐만 아니라 공중 보건을 개선하고 경제적 번영도 증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김성우 시평] ESG, 위기를 돌파하는 아시아의 새 해법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지난 10월 13일~14일 양일간 싱가포르에서 캠브리지 포럼이 열렸다. 글로벌 회사와 국제 로펌 소속 ESG 전문가들 중 약 30명 내외로 선발해 ESG관련 정부 정책이나 기업 전략에 대한 각 국가별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면서 향후 대응방안을 토론하는 자리였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열렸는데, 중국∙호주∙일본∙대만∙인도∙싱가포르∙말레이지아 등 아시아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미국∙영국 전문가도 참여했다.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변호사로 채텀하우스 규정 아래 구체적인 사례들 중심의 논의였다. 필자가 토론 과정에서 느낀 아시아의 ESG 흐름은 의무화/현실화/가치화라는 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첫째, 아시아의 ESG규제가 자율에서 의무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이 국제공시표준에 연동해 단계별 ESG 의무공시 체계로 전환 중이다. 상장기업·대기업의 기후 정보 의무 공개부터 추진 중인데, 싱가포르 및 말레이시아는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공시를 본격 의무화할 예정이고, 일본도 2027년부터 의무화를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에서 선진국의 규제가 아시아 지역 기업에 미치는 압력도 체감되고 있다. EU의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기업지속가능성 실사지침으로 기업이 전 세계 공급망 상의 인권·환경 리스크를 식별·시정하도록 의무화)나 EU Deforestation Regulation(EU 산림파괴 방지 규제로 팜유·커피·목재 등 상품의 수입 시 원산지의 산림 훼손이 없음을 입증) 등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중국 등도 자국 공급망 투명성, 인권 실사 체계를 갖추기 위한 현지 법령을 준비 중이다. 둘째, ESG규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현실적 제약을 고려해 규제 시기나 강도를 조절하고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본래 올해부터 상장기업의 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할 계획이었으나, 경제 불확실성 및 기업들의 준비 격차를 이유로 지난 8월 의무화 시기를 조절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아시아가 국가별 상황에 맞게 정책을 현실화하는 배경에는 미국 및 EU의 ESG규제 속도 조절이 자리하고 있다. 다만, EU의 규제 간소화는 ESG 목표의 후퇴라기 보다는 규제 이행의 현실화가 주된 이유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예컨데, EU의 탄소국경세 규정 완화로 많은 회사들이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전체 배출량의 99%를 차지하는 회사들은 여전히 대상으로 남아, 정책 목표는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중소기업 등에 대해 준비할 시간을 주거나 면제를 해 주는 현실적 조치라는 뜻이다. 셋째, ESG를 통해 실질적 회사 가치를 높이거나 가치가 낮아지지 않도록 방어하는 노력이다. ESG 거품이 빠지면서 오히려 ESG 관련 비용에 민감하게 되자, ESG를 통한 실질적 가치 제고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단순한 ESG 정보 공개 자체 보다는 실질적 데이터의 품질이나 적합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는 실질적 이행 없이 홍보 목적의 공개만 하거나 목표를 과하게 제시했다가 이행 추적으로 그린워싱 시비에 휩싸여 회사 가치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편, ESG로 직접적인 가치를 창출한 사례들도 늘고 있다. 에너지전환 추세하에서 인도의 전기차 회사는 적기에 프리미엄 전기차 시리즈 개발에 투자함으로서 9월 기준 인도 내 전기차 판매 점유율 40%로 승용 전기차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직접적 재무효과 외에도 평판, 자본 유치, 보험(ESG·리스크 관리 수준이 낮으면 보험사가 계약을 거절), 정부 보조금·세제혜택 활용 등 다층적 가치요인도 발생한다. 한 투자회사가 투자대상회사들을 대상으로 ESG 진단을 실시한 결과 우수 등급의 투자대상회사들이 보통 등급의 투자대상회사들에 비해 평균 168% 더 많은 자금을 유치했고 기업 가치도 62% 높았다는 예시가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대외 경제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이미 유행이 지나간 ESG에 대해 한가하게 논의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와 경쟁을 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의 사례를 상세히 들어 보니, ESG를 의무화하되 현실을 고려해 이행하고 이를 회사 가치로 연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혹시 이들은 아시아가 마주하고 있는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수단 중 하나로 ESG를 활용하려는 것은 아닐까? 김성우

[기후 신호등] 생분해성 플라스틱, ‘환경 구원투수’인가 ‘또 다른 재앙’인가?

최근 몇 년간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의 대안으로 생분해성 플라스틱(biodegradable plastics, BP)이 급부상하고 있다. BP는 보통 미생물 활동을 통해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물(H₂O), 바이오매스로 완전히 분해될 수 있는 플라스틱을 말한다. 제조사와 많은 소비자는 BP가 기존 플라스틱의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해 줄 '녹색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에 따라 음식물 포장재나 일회용품, 농업용 멀칭 필름 등 환경 유출 위험이 높은 분야에서 사용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BP가 과연 플라스틱 오염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과학계의 비판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발표된 관련 연구를 종합하면, BP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 특히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나노플라스틱(MNPs) 문제, 독성물질 배출,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 관리의 어려움 등 여러 면에서 심각한 도전 과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생분해(biodegradable)'라는 함정 BP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제품에 '생분해성'이라는 라벨이 붙어 있으면 어떤 환경에서든 빠르게 사라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이러한 오해는 소비자들이 특정 제품의 과도한 소비를 장려하고, '생분해성'이라고 표시된 제품을 무단으로 투기하는 행위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생분해가 일어나려면 환경 조건이 맞아야 한다. 생분해는 자연에 존재하는 미생물(세균·곰팡이 등)의 효소 작용을 통해 고분자가 분해되는 생물학적 과정이다. 생분해 속도는 산소 함량, 주변 온도, 산성도(pH), 수분 함량, 미생물의 종류와 풍부도, 고분자 특성(결정성·분자량)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 대표적인 BP인 폴리젖산(polylactic acid, PLA)의 분해는 산업 퇴비화 시설의 조건(높은 온도, 높은 습도, 충분한 산소)을 전제로 한다. 환경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온도에서는 토양에 버려질 경우 분해가 되지 않아 토양을 오염시킨다. 반면, 폴리하이드록시알카노에이트(polyhydroxyalkanoates, PHA)와 전분 블렌드(starch blends)는 산업 퇴비화 조건에서는 물론 토양이나 해양 환경 등 다양한 환경에서 분해 가능성을 보인다. 그렇지만 PHA나 전분 블렌드조차도 해양 환경에서는 분해가 느리거나 제한적일 수 있다. 실제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해양 환경에서의 분해율(중앙값)은 전분 블렌드가 43%, PHA가 9.0%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PHA는 토양 환경에서 분해 잠재력(중앙값 38%)을 보였으나, 해양 환경에서는 낮은 온도와 낮은 용존산소 농도로 인해 분해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말레이시아 파항대학의 타오픽 모스후드 교수 연구팀은 2022년 '녹색 및 지속가능 화학 분야 최신 연구(Current Research in Green and Sustainable Chemistry)' 저널에 발표한 논문에서 “대부분의 BP는 특정 조건에서만 분해되며, 자연 상태에서는 수십 년간 잔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 시스템에 섞여 들어간다면 BP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재활용 시스템을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생분해성 물질이 기존 플라스틱 재활용 공정에 섞여 들어가면, 재활용된 물질의 특성이 바뀌어 제품 불량을 초래할 수 있다. PLA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 재활용 공정에 섞여 들어가더라도 재활용된 PET의 품질 유지를 위해서는 PLA 오염 수준이 0.1% 미만이어야 한다. 폴리프로필렌(PP) 재활용에서는 5%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BP는 재활용될 수 있지만, 기존 플라스틱과는 별도의 흐름으로 분리돼야 한다는 얘기다. 현재 대부분의 지역에는 BP를 기존 플라스틱과 분리해 수거할 수 있는 전용 인프라가 미흡하다. 이로 인해 BP는 재활용되지 못하고 매립 또는 소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BP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재활용 및 퇴비화 인프라를 구축하고, 제품 회수 및 재활용에 대한 생산자 책임제도(EPR)를 도입하는 정책적 책임이 필수적이다. ◇분해돼도 문제: 미세 플라스틱 및 독성 물질 배출 BP가 기존 플라스틱보다 환경에 덜 유해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성물이 생태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BP는 특정 환경에서 기존 플라스틱보다 더 빠르게 쪼개져서 미세 플라스틱(MNPs)과 나노 플라스틱(NPs)을 생성한다. 중국 칭화대와 시안교통대 연구팀은 2020년 '환경 오염(Environmental Pollution)' 저널에 게재한 논문에서 자외선이 내리쬐는 담수 및 해수 환경에서 생분해성인 폴리부틸렌 아디페이트 테레프탈레이트(polybutylene adipate terephthalate, PBAT)의 미세·나노플라스틱 생성률이 비(非)생분해성 저밀도 폴리에틸렌(LDPE)보다 2.6배에 이르렀다고 보고했다. 이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노화(aging) 과정에서 표면 균열과 구멍이 생겨 더 빨리 붕괴하기 때문이다. 생분해성 미세·나노 플라스틱은 기존 미세·나노 플라스틱과 유사하거나 더 큰 독성을 나타내고, 생태계에 축적될 가능성도 있다. PLA 및 PBS(polybutylene succinate)에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조류 일종인 클로렐라(Chlorella vulgaris)의 성장을 억제했는데, 성장 억제 효과가 기존 폴리에틸렌(PE) 및 폴리아미드(PA, 나일론)와 비슷했다(PLA는 48%, PE 는 47%). PLA 미세플라스틱은 에쁜꼬마선충(C. elegans)의 번식 능력을 감소시키고 DNA 및 생식선 발달에 손상을 입히는 것으로 보고됐다. 노화된 BP는 표면에 산소(O)를 함유한 작용기가 늘어나게 돼 기존 플라스틱보다 오염물질을 흡착하는 능력이 더 높을 수도 있다. 생분해성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유해물질을 생물체로 운반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PLA 미세 플라스틱은 구리·납 이온을 흡착해 메기 조직에 축적됐고, 성장 억제와 면역 억제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BP의 또 다른 위협은 단량체(monomers)와 올리고머(oligomers, 2~40개의 단량체가 붙어 있는 형태)다. BP는 분해가 상대적으로 빠르기 때문에 분해 중간 생성물을 환경에 고농도로 방출할 수 있다. 올리고머와 단량체는 분자량이 작아 세포막을 더 쉽게 통과해 조직과 장기로 이동할 수 있다. PCL가 분해된 올리고머는 담수 미생물과 해양 조류·포유류 세포에 대해 PCL 입자 자체보다 더 큰 독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고됐다. BP도 기존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기능성 향상을 위해 안정제·가소제·색소 등첨가제를 사용한다. 첨가제가 환경에 용출되면 유해성을 유발할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과 폐기물 처리의 딜레마 BP가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 즉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CF)은 원료 조달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 LCA)로 파악할 수 있다. 바이오매스에서 유래한 생분해성 플라스틱(예: PLA)은 원료 조달 단계에서 CO₂를 흡수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이는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PE, PP)이 원료 단계에서 탄소 흡수가 없는 것과 대비된다. 생산 단계는 일반적으로 모든 플라스틱 제품의 전 과정(life cycle) 중 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과정이다. PLA와 같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모노머 생산과 중합 공정에 천연가스·전기 등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PBAT는 부분적으로 석유 기반 원료를 사용하고 생산 공정이 복잡해 탄소 배출량이 높은 편이다. 어쨌든 생산단계까지 PLA 제품의 총 탄소 배출량은 PP 플라스틱 제품보다 61.43%~73.75% 낮아 탄소 배출량이 적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생분해성 플라스틱은 폐기 단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바로 온실효과가 큰 메탄(CH₄) 배출 가능성이다. 매립지(landfill) 땅속에서 산소가 없는 혐기성 조건에서 분해될 때 메탄이 발생하는데, 메탄은 CO₂보다 지구 온난화 지수(GWP)가 20배가 넘는다. 생분해성 플라스틱이 매립될 경우, 기존 플라스틱보다 더 심각한 기후 변화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농업용 멀칭 필름은 생분해성 플라스틱의 주요 응용 분야 중 하나다. LCA 기반 연구에 따르면, 생분해성 멀칭 필름은 기존 플라스틱 멀칭 필름보다 탄소 발자국이 낮다. 이는 생분해 멀칭 필름의 생산과정에서 화석연료 소비가 적고, 폐기 때 수거할 필요가 없어 인력 투입 비용과 관련한 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농업용 필름 사용이 늘면 그 자체가 토양 환경을 변화시켜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킨다. 필름 멀칭 처리는 토양의 온도와 수분을 높여 미생물 활동을 촉진하고, 이는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N₂O) 배출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물론 생분해성 멀칭 필름은 기존 플라스틱 필름보다 N₂O 배출량을 낮출 수 있지만, 필름을 남용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킬 수 있다. ◇비싼 가격도 장벽으로 작용 BP의 가장 큰 장벽 중 하나는 높은 생산 비용이다. 현재 BP의 가격은 기존 석유 기반 플라스틱의 3~10배에 이르고 이로 인해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원료 혁신, 생산 공정 최적화 및 생산 규모 확대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BP는 불투명한 관리 시스템과 환경적 한계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보의 투명성, 표준화된 테스트 방법론의 확립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연구가 표준화된 테스트 방법(standard test method)을 따르지 않거나, 동일한 환경(예: 퇴비화)에 대해 여러 가지 다른 표준을 사용하고 있어 결과의 비교 가능성이 떨어진다. 또, 대부분의 BP의 분해도 테스트는 실험실 조건에서 최적화된 조건으로 진행되고, 실제 환경 조건(field conditions)에서 이뤄지는 테스트는 부족한 실정이다. 더욱이 순수 고분자 상태로 테스트하는 경우가 많아, 첨가제까지 포함된 실제 최종 소비자 제품의 분해도를 정확히 반영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플라스틱 분해 연구는 반드시 생태독성 연구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는데, BP도 마찬가지다. 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나노 플라스틱, 올리고머와 단량체 등 분해 중간 생성물의 독성을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근본 해결책으로 기대하긴 어려워 BP가 기존 플라스틱의 대안으로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특히 PLA와 PHA와 같은 제품은 환경 오염을 줄이고 에너지를 회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BP가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는 없고, 기존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BP의 도입이 마치 환경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것처럼 오인되고, 무단 투기 행위를 장려하는 쪽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생분해성 제품이라는 잘못된 믿음으로 인해 부적절하게 폐기된다면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명확한 라벨링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편, 소비자가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고, 사용한 플라스틱을 올바르게 폐기하도록 행동 변화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결국, BP는 문제 해결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BP를 통해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소재 개발과 함께 폐기물 분류 기술에 대한 투자, BP와 음식물쓰레기 등 유기 폐기물 처리 시설의 확충, 그리고 무엇보다 대중의 환경적 책임 의식 향상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알래스카 덮친 태풍 ‘할롱’의 경고: “눈앞에 닥친 기후 위기”

태평양 괌 북쪽에서 발생한 제22호 태풍 '하롱(Halong)'이 멀리 알래스카까지 진출해 큰 피해를 남겼다. 태풍이, 그것도 10월 중순에 알래스카까지 진출해 피해를 낸 사례가 과거에도 없지는 않았지만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기후 변화의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1~12일 (현지시간) 알래스카 유콘-쿠스코크윔 삼각주 지역에 최대 풍속이 시속 161㎞(초속 45m)에 이르는 태풍이 밀어닥쳤다. 특히 해안 마을인 킵눅과 크위길링옥이 직격탄을 맞았다. 초기 피해 조사에 따르면, 킵눅에서는 구조물 90%가 파괴되거나 거주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고, 크위길링옥에서도 주택 3분의 1 이상이 파괴됐다. 이 재난으로 인해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실종됐고, 1500~2000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군용기를 통해 앵커리지와 벳헬 등으로 긴급 대피했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방 재난 지역 선포를 요청했고, 피해가 워낙 막심하여 많은 이재민이 최소 18개월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던리비 주지사는 특히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피해 지역의 일부 공동체는 혹독한 북극 기후 속에서 겨울철 거주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대성 저기압 변질 후에도 세력 유지: 이례적 현상 알래스카 도달 시점에 '할롱'은 이미 '전(前)태풍(ex-typhoon)', 즉 열대성 특성을 잃은 온대저기압이었지만, 중심 부근 풍속은 여전히 허리케인 2등급 수준(시속 약 160km, 초속 45m)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롱'은 원래 북서태평양(경도 100°E~180°E) 에서 발생한 전형적인 태풍이었다.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하롱은 지난 5일 오전 3시 괌 북쪽 해상에서 태풍으로 발달했다. 발생 당시에는 초속 18m였는데, 서진 후 북진을 계속했다. '하롱'은 지난 9일 일본 도쿄 남쪽 해상에서 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당시에는 최대풍속이 초속 45m에 이를 정도로 매우 강한 태풍이었다. 기상청은 10일 오후 3시에 태풍 '할롱'이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됐다고 밝혔다. 이후 '하롱'은 북태평양의 따뜻한 해수면 위를 지나며 에너지를 흡수한 뒤, 제트기류를 타고 북동쪽으로 치달았다. 이동 경로는 일본 동쪽 → 알류샨 열도 → 베링해 → 알래스카 서부 해안이었다. 기상학적으로 태풍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되었다는 것은 구조적 변화(열대성 온난핵을 잃고 전선을 동반)를 의미할 뿐, 반드시 세력이 약해졌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하롱의 잔해는 알래스카에 허리케인 2등급 수준의 강풍을 동반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온대 저기압은 북위 30°부터 60° 사이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이름에 온대가 붙는다. 처음부터 중위도에서 형성됐다면 중위도 저기압, 열대 저기압이 중위도로 진입하여 생겨났다면 잔존 저기압이라고 부른다. 알래스카대학 기상학자 릭 토먼은 “이러한 현상이 이례적이지만,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2022년 알래스카를 강타했던 태풍 '메르복(Merbok)' 역시 온대저기압으로 전환된 상태에서 강력한 강풍을 유지한 바 있다. ◇기후 변화의 영향: 따뜻한 바다가 폭풍을 키웠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번 폭풍은 해수면 온도 상승 등 기후 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설명한다. 북극권 기후 위기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이라는 것이다. 이번 폭풍이 강력한 세력을 유지하며 북쪽 알래스카까지 도달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북태평양의 비정상적인 해수면 온도 상승이다. 하롱이 알류샨 열도에 도달하기 전 통과한 북태평양 대부분 해역의 수온은 평년보다 훨씬 따뜻했으며, 이 따뜻한 바닷물이 폭풍에 에너지를 공급했다. 실제로 태풍이 지나간 후 알류샨 열도 동쪽의 우날래스카에서는 10월 사상 최고 기온인 20℃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폭풍은 기후변화의 또 다른 결과인 해빙 감소와 해수면 상승, 연안 침식 등과 결합하면서 피해를 증폭시킨다고 설명한다. 특히 피해 지역인 서부 알래스카의 지반은 매우 평탄한데, 영구동토층이 녹아 지반이 침하하고 있어, 폭풍 해일에 더욱 취약한 상태였다. 한편, 태풍이 세력을 유지한 채 북위 60도 알래스카까지 북상했다는 것은 한반도에도 '경고'가 될 수 있다. 최근 해수온도가 크게 상승한 상태여서 슈퍼태풍이 북위 35도인 한반도 남해안까지 세력을 잃지 않고 접근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다행스럽게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이 가을까지 강하게 유지되면서 한반도로 접근한 태풍은 하나도 없었다. ◇예보의 한계와 관측 데이터 부족 문제 제기 이번 재난을 겪으며 기상 예보 및 대비 대응 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기상 예보 모델은 폭풍이 베링해 진입하는 경로는 비교적 잘 예측했으나, 알래스카에 접근한 이후에는 예측이 빗나갔다. 태풍 이동이 빨라지고 매우 이례적인 경로로 바뀐 탓이었다. '하롱'의 최종 경로와 강도는 알래스카 해역을 가로지르기 불과 36시간 전까지도 명확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많은 지역에서 대피할 시간이 부족했다. 특히, 상공 기상관측용 풍선 발사 횟수가 줄어드는 등 알래스카 서부와 원격지에서의 기상 관측 데이터 부족 문제가 제기됐다. 예를 들어, 베링해의 세인트 폴 섬에서는 8월 말 이후, 코체부에서는 2월 이후 상공 관측이 없었고, 폭풍이 접근하던 시기 노움에서는 이틀 동안 기상 관측 풍선이 없었다. 이러한 데이터 부족은 수치 모델 예측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특히 열대성에서 온대성으로 전환되는 복잡한 과정에서 예측 오차를 키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던리비 주지사의 요청에 따라 초기 2500만 달러의 연방 지원금을 할당했으나, 2022년 메르복 피해액(2,800만 달러)을 고려할 때, 이번 복구 비용은 이를 훨씬 초과할 것으로 주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주말날씨] 흐린 가을 하늘…기온 평년 수준

주말 동안 전국이 대체로 구름이 많고 흐린 가을 날씨를 보이겠다. 24일 기상청 단기예보에 따르면 오는 25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구름 많다가, 26일 오후부터 차차 맑아지겠다. 25일 새벽에는 강원영동북부와 경북동해안에 가끔 비가 내리겠고, 강원영서와 경북내륙, 부산, 울산에는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겠다.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25일과 26일 전국의 최저기온은 각각 9∼16도, 7∼16도, 최고기온은 16∼23도, 16∼21도로 예보됐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서울 노원구, 지자체 탄소중립 선도…제로에너지주택 에너지자립률 99%

지난해 10월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선정된 서울 노원구가 본격적인 탄소중립 실천에 나섰다. 지난해 환경부와 국토교통부는 탄소중립 선도도시 4곳을 선정하고 발표했는데, 충남 당진시와 보령시, 제주도 등과 함께 노원구가 선정됐다. 윤기돈 노원구 탄소중립과장은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5 노원 탄소중립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지역 특성을 반영해 수립한 탄소 감축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노원환경재단(이사장 동종인)과 한국에너지기후환경협의회가 주최했다. 윤 과장은 “2018년 기준으로 전체 노원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73%를 건물이 차지하고, 23%는 수송 분야가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건물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을 탄소중립의 핵심 전략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원구는 건물분야에서 2034년까지 총 35만50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 2018년 대비 29.3%를 줄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14년부터 지속해온 아파트 베란다 태양광 보급과 노원형 발전차액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노원구에서는 현재 1만5700가구에서 베란다 태양광으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윤 과장은 “노원구에서는 '태양광 없는 건물은 없다'라는 녹색 건축 방침을 실천하고 있다"면서 “동부간선도로를 태양광 패널로 덮어 전력을 생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송 분야에서는 친환경 자동차 전환 등을 통해 2034년까지 12만 3850톤의 온실가스를 줄일 계획인데, 2018년 대비 48.2%를 줄이게 되는 셈이다. 노원구는 지난 7월 전국 지자체 중에서는 최초로 '국(局)' 단위의 탄소중립 이행조직을 구성한 바 있다. 탄소중립국은 탄소중립도시과와 녹색환경과, 자원순환과로 구성됐다. 한편, 2017년에 설립된 노원 환경재단은 재단 산하에 탄소중립지원센터와 노원에코센터, 중랑천환경센터, 노원EZ(에너지제로)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응신 명지대 교수는 이날 포럼에서 “노원 제로에너지 주택을 대상으로 에너지 자립률을 분석한 결과, 실사용량 기준으로 연간 98~99% 범위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비가 많이 내려 태양광 발전량이 적거나 강한 한파가 오면 93% 혹은 그 이하로 떨어질 수 있지만, 거의 100% 자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건물이 에너지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발전소가 되는 도심형 에너지 허브(Hub)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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