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행선을 달리던 삼성전자 노사가 18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을 재개하기로 해 대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지 주목된다. 앞서 16~17일 이틀 사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직접 대국민사과를 통해 노조에 대화 메시지를 전하자 노조가 추가 협상에 응하면서 극적으로 노사 대화 재개의 물꼬가 트인 것이다. 하지만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성과급 규모, 상한 폐지 및 명문화 등 첨예한 쟁점을 놓고 노사 양측은 아직 입장 변화가 없는 상태다. 어렵게 조성된 대화 국면의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는 대목이다. 따라서, 2차관건은 노사가 접점 마련을 위해 얼마나 성숙한 태도를 보일 지 여부이다. 올해 성과급 지급 액수에서 사측이 한 발 물러서는 대신 '제도화' 등 쟁점에서 노조가 양보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부도 노사간 타협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국가 및 국민 경제에 파급력이 심대한 파업 사태만은 절대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노사 양측에 보내고 타결을 압박하고 있다. ◇ '운명의 한 주' 삼성전자 파업사태 해결 최대 분수령 이같은 정부의 태도는 17일 김민석 국무총리가 직접 발표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문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 총리는 “삼성전자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노사 협상 결렬 시 정부가 긴급조정을 발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종전까지 대통령실이나 노동당국은 긴급조정 발동에 가급적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으나, 어렵사리 삼성전자 노사가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은 만큼 기회를 놓치고 파업에 치달을 경우 정부로선 불가피하게 강제 개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셈이다. 아울러 김 총리는 18일 노사정 사후조정 재개와 관련해 “정부는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18일 교섭은 파업을 막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로, 노사 모두 이 자리의 무게를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며 노사가 한발씩 양보를 통한 타협을 거듭 촉구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오전 10시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열리는 2차 사후조정 회의에 참석해 얼굴을 맞댄다. 사실상 마지막 중재 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협의 종결시간은 따로 정하지 않았다. 이번 2차 사후조정의 무게감은 종전 대화 당시와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노사 갈등이 악화일로를 걸으며 전 국민이 삼성전자 파업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추가협상 자리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5~16일 연이어 노사와 만나 가까스로 마련했다. 조정에는 박수근 중노위 위원장이 직접 참관하기로 했다. 사측은 파업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왔다. 특히 이재용 회장이 전날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입국하면서 '대국민 사과'를 한 점에는 업계 안팎 이목이 쏠렸다. 이 회장은 “노동조합 여러분, 삼성 가족 여러분,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며 “지금은 지혜롭게 힘을 모아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다"며 “우리 한번 삼성인임을 자부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봅시다"라고 당부했다. 이 회장은 또 “회사 내부 문제로 불안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 전 세계 고객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항상 삼성을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시고 또 채찍질해 주시는 우리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공개석상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지난 2022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이다. 귀국 일정 역시 해외 출장 중 노조 파업을 염려해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에는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 노태문 대표이사 사장 등 삼성전자 사장단도 공동 명의 입장문을 통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들은 “노조를 한 가족이자 운명 공동체라고 생각한다"며 “노조도 국민의 우려와 국가 경제를 생각해 조속히 대화에 나서줄 것을 거듭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대표교섭위원도 바꿨다. 기존 김형로 부사장에서 여명구 디바이스솔루션(DS) 피플팀장으로 교체했다. 2차 사후조정 관련 사측 대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조도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1~12일 사후조정 결렬 이후에는 “파업 이후 대화에 나서겠다"며 사측 의견을 묵살했지만 전날 이 회장 발언이 나온 이후에는 “신뢰 회복에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함께 갈 수 있도록 이번 교섭부터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누그러진 태도를 보였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사후조정을 앞둔 노사 미팅 관련해서도 “사측이 노사 신뢰 훼손에 대해 사과하고 교섭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며 협상 재개 입장을 밝혔다. ◇ '제도화' 등 얼마나 양보할지 쟁점…성과급 재원·기준도 관건 올해 임금협상을 두고 삼성전자는 특별 포상을 통해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급 제도화는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노조는 성과급 상한을 없애는 동시에 영업이익 15%를 자신들에게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2차 사후조정에서도 결국 성과급을 둘러싼 △재원 수준 △지급 기준 △제도화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측은 최근 기존 초과이익성과금(OPI) 제도를 유지하되 업계 1위 달성 시 영업이익의 10%를 상한 없는 특별포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조가 원하는 '제도화'는 특별포상을 통해 유연하게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도체 부문 내 적자 사업부의 경우 실적 개선 시 연봉의 75%로 성과급 상한을 올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노조는 반도체 부문 내 성과급 재원을 부문 전체와 사업부별로 7:3으로 배분하자고 요청했다. 파운드리 등 적자 사업부도 성과급을 공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가 원하는 성과급 재원은 영업이익의 15%다. 올해 회사 실적 전망치가 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도체 직원 일인당 6억원가량씩 가져가는 구조다. 사측이 제시한 안대로라면 일인당 4억원 안팎씩 받게 된다. 업계는 당장 올해 성과급 지급액에선 양측이 접점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영업이익 배분율을 낮추더라도 주식보상제도 등을 통해 노사가 합의점을 찾을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제도화' 논의는 한동안 공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노조 내부에서 회사가 과거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여론이 조성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측도 미래 투자 여력을 감소시키고 자본주의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선뜻 노조 요청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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