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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분당 담합 4곳, ‘사상 최대’ 1조 이상 과징금 오명 쓰나…입찰담합까지

4개 제당업체들이 과자나 빵, 음료 등 식품 원재료로 쓰이는 전분당 가격을 7년 넘게 담합하다 역대 최대 규모인 과징금 7476억원을 물게 됐다. 지난 5월 밀가루 가격 담합으로 7개 업체에 부과된 671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전분당 입찰 담합과 부산물 가격 담합 혐의에 따라 과징금이 추가되면 1조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 이들 업체가 담합에 가담했던 2022년 전분 가격은 담합 이전보다 70% 넘게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7년 5개월간 13차례 담합으로 이들 업체가 거둔 관련 매출액만 6조원 가량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 사조CPK, 삼양사, CJ제일제당 등 4개 제당사들이 지난 2018년부터 7년 5개월에 걸쳐 식품업체와 제지사 등 사업자 간 거래(B2B)에 적용되는 전분 및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747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전분당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으로 만든 원재료로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이 해당된다. 제과·제빵·제면, 음료, 맥주 등 식품뿐 아니라 제지와 철강 등 다양한 제조업 분야에서 원재료로 사용돼 가격 변동이 전체 산업에 미치는 연쇄효과가 상당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4개 업체는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3차례에 걸쳐 전분당 판매가격의 인상 및 인하 폭과 시기 등을 사전 합의한 뒤 실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담합이 시작됐던 2022년 11월 전분 가격은 담합 전 2018년 5월보다 최대 73%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을 때 옥수수 가격 변동 부담을 거래처에 전가해 영업 이익을 내는 방식이었다. 또 옥수수 가격이 하락했을 때는 원가 인하 폭보다 판매 가격의 인하 폭을 줄여 이익을 냈다. 더구나, 4개 업체는 정부 정책에 따라 평균보다 낮은 관세로 전분당의 주원료인 수입 옥수수를 수입하고도 가격을 전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분당이 국민 물가, 산업 경쟁력 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2021년 4월부터 매년 200만t 내외의 가곡용 옥수수에 0% 할당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업체는 가격이 바뀌는 과정에서 거래처 저항을 차단하기 위해 가격 변동의 근거가 되는 환율, 원료가 등을 공문에 적고, 발송 시기도 합의했다. 또, 전분당 품목별로 목표 가격을 합의한 뒤 이보다 높은 금액을 거래처에 알려 가격대로 거래할 것을 압박했다. 합의한 가격대로 거래처에 공문을 보내면서 발송 날짜와 품목별 인상 폭과 시기, 공문 수신처 주소 등의 내용도 공유했다. 이후, 거래처가 실제 그 가격대로 이행하는지 여부도 꼼꼼히 점검했다. 특히, B2B 전분당 시장에서 이들 4개 업체의 점유율은 전분 95.7%, 전분당 86.4%에 달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4개 업체의 가격 담합으로 전분당 물가가 오르고, 이는 실수요처와 대리점, 나아가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가격 부담이 전이됐다"고 설명했다. 4개 전분당 업체의 13차례에 걸친 담합 행위로 인한 관련 매출액은 총 6조525억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해당 매출액을 근거로 총 7476억원의 과징금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규모로는 올해 5월 밀가루 담합 6710억원, 지난 2010년 액화석유가스(LPG) 담합 6689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함께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내렸다. 4개 업체가 담합 이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독자적으로 다시 결정하고, 앞으로 3년간 반기마다 변경 내역을 공정위에 보고토록 했다. 공정위는 앞서 전분담 담합 사건을 수사한 검찰의 요청에 따라 이들 4개사 법인과 임직원들도 고발했다. 남 부위원장은 “최근 설탕과 밀가루, 인쇄용지 담합에 이어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민생 분야에서 독과점 사업자들의 담합을 통한 부당한 가격 인상을 엄정 제재했다"며 “시장 전반에 경종을 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4개 업체는 전분당 입찰 시장에서도 가격 담합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상·사조CPK·삼양사 3곳은 단백피, 글루텐 등 전분당 부산물 가격 담합에도 가담했다. 이날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제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의 절차에 착수했다. 공정위가 추산한 관련 매출액은 전분당 입찰 담합으로 9400억원, 부산물 가격 담합 1조5500억원이다. 공정거래법상 관련 매출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이미 총 7476억원 과징금이 부과된 상황에서 공정위 제재가 더해지면 이들 업체의 부담은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과자·빵값 오른 이유 보니, 전분당 4곳 담합…과징금 7400억 ‘역대 최대’

과자나 빵 등 식품 원재료로 쓰이는 전분당 가격 담합에 7년 넘게 가담한 4개 제당업체 대상 과징금 7476억원이 부과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 5월 밀가루 가격 담합으로 7개 업체에 부과된 671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상·사조CPK·삼양사·CJ제일제당 등 4개 제당사들이 지난 2018년 5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7년 5개월에 걸쳐 식품업체와 제지사 등 사업자 간 거래(B2B)에 적용되는 전분 및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7476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7일 밝혔다 전분당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으로 만든 원재료로 물엿, 과당, 올리고당 등이 해당된다. 제과·제빵·제면, 음료, 맥주 등 식품뿐 아니라 제지, 철강 등 제조업 분야에서 원재료로 사용돼 가격 변동이 전체 산업에 미치는 연쇄효과가 상당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담합이 시작됐던 2022년 11월 전분 가격은 담합 전인 2018년 5월보다 최대 73%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옥수수 값이 급등했을 때 가격 변동 부담을 거래처에 전가해 영업 이익을 내는 방식이었다. 또 옥수수 가격이 내렸을 때는 원가 인하 폭보다 판매가의 인하 폭을 줄여 이익을 남겼다. 특히, B2B 전분당 시장에서 이들 4개 업체의 점유율은 전분 95.7%, 전분당 86.4%에 달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4개 업체의 가격 담합으로 전분당 물가가 오르고, 이는 실수요처와 대리점, 나아가 최종 소비자인 국민에게 가격 부담이 전이됐다"고 설명했다. 4개 전분당 업체의 13차례에 걸친 담합 행위로 인한 관련 매출액은 총 6조525억원에 달했다. 공정위는 해당 매출액을 근거로 총 7476억원의 과징금을 산출했다고 밝혔다. 과징금 규모로는 올해 5월 밀가루 담합 6710억원, 지난 2010년 액화석유가스(LPG) 담합 6689억원을 넘어서는 역대 최대다. 남 부위원장은 “최근 설탕과 밀가루, 인쇄용지 담합에 이어 국민들의 체감도가 높은 민생 분야에서 독과점 사업자들의 담합을 통한 부당한 가격 인상을 엄정 제재했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수출 1000억달러 찍더니”...해외IB, 한국 경제 ‘3% 성장’ 베팅

반도체를 앞세운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해외 투자은행(IB)들이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성장률 전망치는 잇따라 상향 조정되고 있으며, 경상수지 흑자 규모 역시 당초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글로벌 주요 투자은행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3.0%로 집계됐다. 전달(2.8%)보다 0.2%포인트 높아졌으며, 주요 IB 평균 전망치가 3%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들어 성장률 전망은 꾸준히 높아지는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말 평균 2.0%였던 전망치는 올해 1월 2.1%로 소폭 오른 데 이어 4월 2.4%, 5월 2.8%, 6월 3.0%까지 상승했다. 불과 반년 만에 전망치가 1.0%포인트 높아진 셈이다. 기관별로는 JP모건의 상향 조정 폭이 가장 컸다. 기존 3.0%에서 3.7%로 0.7%포인트 높였고, 씨티은행도 3.0%에서 3.5%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바클레이즈는 2.6%에서 2.7%로, 골드만삭스는 2.5%에서 2.7%로 각각 상향 조정했으며 HSBC 역시 2.6%에서 2.8%로 눈높이를 높였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3.1%), UBS(2.8%), 노무라(2.4%)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국내외 기관들은 수출 호황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 상향을 이끈 핵심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6월) 한국의 월간 수출액은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AI 산업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로 6월 반도체 수출은 448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99.5% 급증했다. 수출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 기대가 커지면서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기관은 한국 경제가 올해 4%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영국의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한국 성장률을 4.0%로 전망했고, 국내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4.1%를 제시했다.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의 수정 경제전망에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 잠정치는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높은 1.8%로 집계되면서 기존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2.6%를 상향 조정할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달 한국금융학회 학술대회에서 1분기 성장률 수정치를 고려하면 연간 성장률 전망 역시 기존 수준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성장률뿐 아니라 대외 건전성을 보여주는 경상수지 전망도 크게 개선됐다. 해외 IB 8곳의 올해 명목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전망치는 평균 14.0%로 집계됐다. 이는 한 달 전 10.8%보다 3.2%포인트 높은 수준이며, 지난해 말 전망치였던 6.5%와 비교하면 두 배를 웃돈다. 대부분의 기관이 경상수지 전망을 일제히 높였다. UBS만 4.0%를 유지했고, 나머지 7곳은 모두 상향 조정했다. HSBC는 9.8%에서 17.0%로 가장 큰 폭의 조정을 단행했으며, 씨티은행은 11.8%에서 16.4%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5.0%에서 16.1%로 각각 높였다. 노무라는 10.0%에서 15.5%로, 골드만삭스는 12.4%에서 15.1%로, JP모건은 10.2%에서 14.8%로, 바클레이즈는 12.8%에서 13.0%로 전망치를 수정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황이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의 성장 경로와 대외 건전성 개선 흐름도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삼성, 에너지 전문가 영입 본격화...반도체 전력공급 직접해결 추진

삼성전자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정책을 담당했던 발전업계 인사와 한국전력 전력망 분야 고위급 출신 인사를 잇달아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6일 국가 메가프로젝트의 속도전을 거듭 강조한 가운데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사업과 전력망 역량을 그룹 내부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산업부 에너지 분야에서 근무한 뒤 민간 발전업계로 자리를 옮긴 인사를 영입한 데 이어, 한전 전력망 분야를 담당했던 고위급 인사도 전력 관련 조직에 합류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최근 평택캠퍼스 LNG 열병합 발전 추진과 맞물려 이뤄진 인사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인력 보강이 아니라 발전사업과 전력망 운영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확보해 반도체 공장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 체계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평택캠퍼스 1기가와트(GW)급 LNG 열병합 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당초 민간 발전사업자를 활용하는 방안에서 자가발전 방식으로 방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시기에 맞춰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은 향후 5년 내에 평택캠퍼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물론 호남 반도체 메가프로젝트 등 반도체 공장 건설과 함께 이를 가동할 전력공급 과제도 떠안게 됐다. 규모와 속도에 대한 부담이 커진 만큼 기존처럼 한국전력과 발전공기업에만 맡기기보다 자체적으로 전력을 조달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반도체 공장을 짓는 것만큼 전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발전사업과 전력망을 잘 아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은 결국 기업 내부의 에너지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 발전사업을 준비하는 것이 낯선 일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국내외에서 발전소 EPC(설계·조달·시공) 사업을 수행해왔으며, 강릉에코파워 등 민간 발전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태양광과 ESS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경험도 축적해왔다. 다만 그동안은 그룹 차원의 투자와 건설사업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 움직임은 반도체 생산시설에 필요한 전력을 직접 확보하고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력 확보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떠오르면서 삼성 역시 기존의 '전력 구매' 중심에서 '전력 조달'까지 직접 관리하는 체제로 전환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움직임과도 닮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구글, 아마존 등은 원전과 LNG,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직접 투자하거나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전력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AI 시대에는 GPU보다 전기가 더 귀한 자원이 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이번 인사를 계기로 국내 대기업들의 전력 전략도 변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첨단 제조업은 물론 AI 데이터센터 사업자들도 안정적인 전력 확보를 위해 발전과 송전 분야 전문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발전사업은 발전회사, 송전은 한전의 영역이었다면 앞으로는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들도 전력 전문가를 직접 확보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AI 시대에는 전력 확보 능력이 곧 기업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명륜진사갈비’ 정책자금을, 대부업체 싸게 대출…공정위, 제재 착수

명륜당이 저리로 정책자금을 받아 자사 대부업체에 빌려준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또, 외식업체 명륜진사갈비를 운영하는 명륜당의 대부업체들은 가맹점을 상대로 연 최대 18%의 고리 대부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6일 명륜당과 계열회사인 대부업체 14곳의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행위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들에게 송부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는 공정위 심사관이 조사 과정에서 파악한 위법성과 그에 대한 조치 의견을 기재한 문서로, 검찰의 공소장과 유사하다. 심사보고서 심의가 시작되면 공정위는 제재 절차에 돌입한다. 공정위 심사관은 명륜당이 2021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4년 3개월간 자사 대부업체에 정상 금리보다 상당히 낮은 금리로 자금을 대여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봤다. 조사 결과, 명륜당은 2021~2024년 총 14개 대부업체를 순차적으로 설립한 뒤 산업은행의 정책자금 등을 받아 업체당 100억원 한도로 대여했다. 이후, 대부업체는 저리로 받은 자금을 가맹점주에게 높은 이율로 빌려줬다. 심사관은 “당시 14개 대부업체는 신생 업체로서 독자적인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명륜당으로부터 연 4.6% 수준의 저금리로 자금을 제공받았다"고 설명했다. 14개 대부업체는 정상보다 상당히 적은 이자를 부담하게 돼 약 217억원의 경제상 이익을 지원받았다는게 공정위 판단이다. 아울러, 명륜당을 통해 저금리 대출을 받은 대부업체들은 인테리어 비용 등이 필요한 가맹점주에게 연 12∼18%의 고금리로 대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5월 10일 명륜당을 가맹사업법 위반 행위로 소회의에 회부했다. 심사관은 명륜당의 대부업체 저리 대출을 매우 중대한 위법 행위로 판단했다. 심사관은 심사 보고서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법인·개인에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들의 서면 의견 제출, 증거자료의 열람·복사 신청, 의견진술 기회 제공 등의 절차를 통해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할 것"이라며 “전원회의 심의를 통해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계열회사에 부당하게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를 지속적으로 감시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외환시장 24시간’ 돌입, 환율 변동성 낮추나…구윤철 “원화 매력 높일것”

6일 서울 외환시장이 24시간 운영 체제에 돌입했다. 정부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외환거래가 가능해 한국 자본시장의 매력도가 커지고, 원화 가치도 높아지는 효과를 기대했다. 최근 1500원대 중반으로 치솟고 있는 원·달러 환율 변동성도 완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반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24시간 결제가 가능한 역외 원화 결제시스템 구축 등의 추가 조치도 필요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첫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외환 딜링룸을 찾아 “24시간 외환시장 개장은 원화의 글로벌 도약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단순 거래시간 확장 조치를 넘어 외환 거래에 있어 선진시장 수준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갖추기 위한 핵심 인프라가 구축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역대 최대 수준의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한 자신감과, 세계 국채지수(WGBI) 편입 등 한국 외환·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높은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당초 우리 외환시장은 오전 9시에서 오후 3시까지 문을 여는 시스템으로 시작됐다. 이후 2016년부터 폐장 시간이 오후 3시 30분까지 연장됐다. 이어 2024년 7월부터 오전 9시에서 자정까지로 거래 시간이 더 늘어났고, 이날부터 24시간 거래 운영 체제에 들어갔다. 주말과 1월 1일만 제외하고, 한국 공휴일에도 거래가 가능하다. 하나은행과 해외지점 외환딜러, 수출기업 등 참석자들은 “우리 은행과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외환시장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권민수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24시간 개장으로 우리 외환시장의 폭과 깊이가 확대될 것"이라며 “관련 시장 영향 및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개장한 오전 6시 1527.6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오전 9시 경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11.8원 오른 1537.4원을 기록했다. 현재 1530원대 안팎에서 등락 중이다. 정부는 24시간 개장 체제로 국내 수출입기업의 실시간 환리스크 대응이 가능해지고, 국내 금융기관·중개사의 영업 확대 등 시장 참여자에게 새로운 편익과 기회가 제공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원화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을 국내 외환시장으로 흡수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높여 환율 변동성이 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선물환 거래 중 NDF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에 속한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원화 선물환 거래에서 NDF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약 80%에 달해 전 세계 평균(21%)보다 크게 높다. NDF 시장은 실제 달러를 주고받지 않고 차액만 정산하는 장외 거래소를 의미하는데, 원·달러 환율의 가격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 과거처럼 외환시장이 야간에 문을 닫았을 때는 런던, 뉴욕 등 해외 시장 변수가 다음 날 개장과 함께 환율 변동성으로 반영되는 구조였다. 예컨대, 중동전쟁 발발 등의 영향으로 다음 날 한국의 외환시장은 높아진 NDF 환율에 대응해야 했다. 하지만, 24시간 거래 체제로 바뀌면서 시간 제약으로 역외 NDF 시장에 머물던 거래 수요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달러 공급 확대로 이어져 원화 가격을 안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야간 개장으로 이뤄지는 정보가 역내 시장에서 연속적으로 가격에 반영되면 개장 환율의 변동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거래시간이 야간으로 연장돼 수시로 가격이 반영되면서 개장 직후 환율이 급격히 뛰는 현상이 완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이전과 달리 야간에 발생한 대외 충격이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될 경우 환율이 일시적으로 급등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됐다. 거래시간 연장과 함께 24시간 역외 원화 결제시스템 구축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국외 투자자들은 그동안 역외 외환시장이 없어 원화 환전의 불편함을 호소해왔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원화 국제화를 하려면 24시간 개장과 동시에 역외에서도 원화가 실시간 안전하고 불편함 없이 거래될 수 있는 인프라가 완비돼야 한다"며 “NDF 시장 야간 변동성에 대비, 충분한 유동성 확충과 모니터링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역외 원화 결제시스템 시범 운영에 들어가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구 부총리는 “24시간 공백없는 모니터링과 원활한 24시간 거래를 지원하는 한편, 결제도 24시간 가능하게 하는 역외 원화 결제시스템 등 다른 외환시장 개혁 조치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이재명-삼성 ‘메가 프로젝트’ 훈풍…반도체 당면 과제 평택 전력공급도 ‘청신호’

이재명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기조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평택캠퍼스 1기가와트(GW)급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 발전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호남·충청·영남권을 아우르는 대규모 반도체 투자 계획이 10년 이상을 내다본 국가 프로젝트라면, 평택캠퍼스 전력 공급은 현재 진행 중인 AI 반도체 생산 경쟁력을 좌우할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AI와 반도체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동력으로 재차 강조하면서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평택캠퍼스 LNG 열병합 발전 사업 역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보고회에서 삼성전자의 발전사업 지원 요청에 공개적으로 화답하면서 업계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는 평가다. 평택캠퍼스는 현재 가동 중인 생산라인뿐 아니라, 향후 평택캠퍼스4공장(P4)과 5공장(P5) 등 추가 투자와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AI 메모리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적기에 전력이 공급되지 않을 경우 생산 일정은 물론 향후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8년 1GW급 발전소에서 전력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은 최근 국민보고회에서 “원전 확대 및 PPA(전력구매계약)를 적극 추진하고, LNG 열병합 발전도 반드시 추진될 수 있도록 부탁드린다"고 정부에 공개 요청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확인사살 하셨다"며 “정치쇼가 아니라는 걸 보여드리겠다"고 답했다. 반도체 공장의 자체 발전 설비 필요성에 대해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평택 LNG 열병합 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평택 LNG 열병합 사업은 그동안 순탄치 않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탄소중립 기조와 전력수급기본계획상 LNG 발전 물량 관리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왔다.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일정에 맞춰 전력을 확보해야 하는 삼성전자로서는 인허가 지연이 가장 큰 변수로 꼽혀왔다. 이번 국민보고회를 계기로 재계에서는 정부의 인허가 기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 산업 지원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최근 내각 구성 과정에서도 AI와 산업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는 기류가 감지되면서 평택 LNG 열병합 사업 역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평택 LNG 열병합이 단순한 발전사업이 아니라, 반도체 생산라인에 필요한 전력과 공정용 스팀을 동시에 공급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강조한다. 원전은 건설 기간이 길고,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성과 계통 제약으로 반도체 공장의 안정적 전력 공급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현재 시점에서는 LNG 열병합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사업은 삼성전자 한 기업의 발전소 건설을 넘어 이재명 정부의 AI 산업 육성 정책과 탄소중립 정책이 처음으로 충돌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가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LNG 열병합 발전을 적극 허용할 경우 향후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자가발전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관계자는 “호남·충청·영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장기 전략이라면 평택 전력 공급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정부의 반도체 지원 의지가 실제 정책이라면 가장 시급한 평택 LNG 열병합 사업부터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평택 LNG 열병합 발전은 1GW 규모의 초대형 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당초 민간 발전사업자를 선정해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검토됐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직접 사용하는 자가발전 형태로 추진하는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가발전 방식은 전력 판매사업이 아닌 자체 전력 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사업 구조가 단순해지고 일부 인허가 절차와 사업 추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재계에서는 반도체 생산라인 증설 시기에 맞춰 전력을 적기 공급하기 위해서는 사업 추진 속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가 AI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만큼, 평택 LNG 열병합 발전이 자가발전 방식으로 추진될 경우 향후 첨단 제조업과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 모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은도 우려한 ‘삼전닉스’ 2배 베팅...레버리지 ETF 제동 걸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개인투자자 손실 확대와 시장 쏠림 심화를 경계하며 금융당국과의 공조를 예고하면서, 최근 급증한 반도체 투자 열풍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에게 제출한 서면 질의답변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투자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고, 시장 변동성까지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과 거래규모 비중이 주식시장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투자 확대는 이런 쏠림 현상을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반도체 대표주의 시장 영향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지난해 말 36.1%에서 지난 6월 24일 기준 55.3%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거래대금 비중도 27.9%에서 63.5%까지 확대됐다. 한은은 최근 반도체 업황 개선과 실적 기대가 맞물리면서 특정 기업으로의 편중이 심화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더해질 경우 투자자금이 한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 특성상 시장 기대나 업황 변화에 따라 자금 유출입 규모가 크게 움직이면서 수급 변동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 피해 가능성도 우려했다. 한은은 “주가 조정 시 개인 투자자의 손실이 확대될 뿐만 아니라 환매 증가 또는 포지션 재조정 등을 통해 주가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레버리지 ETF 투자 규모가 커질수록 일일 리밸런싱과 현·선물 차익거래가 빈번해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한은의 입장은 불과 열흘 전 발표된 금융안정보고서와 비교하면 한층 신중해진 기조로 평가된다. 당시 한은은 해외 상장 ETF와의 규제 차이를 줄여 국내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을 막고 해외 자금 유입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했다. 또한 국내 우량주를 활용한 고위험·고수익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주식시장 저변 확대와 가격 발견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당시에도 변동성 확대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 기초자산의 시가총액과 거래 규모 등을 고려하면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금융당국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을) 드러누워서 막았어야 했나 개인적으로 반성하는 상황"이라고 말하며 제도 도입에 대한 아쉬움을 공개적으로 나타냈다. 그는 해외 투자자금의 국내 유입 효과는 크지 않았던 반면 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은 예상보다 컸다는 인식을 내비쳤다. 학계 역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보조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자체가 국내 증시 변동성의 핵심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국내외 변수로 확대된 변동성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은 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반도체주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상승한 만큼 향후 조정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추가 매수에 나섰다가 손실 규모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은은 앞으로 관련 시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동향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관련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당국과도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역시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투자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향후 제도 보완 논의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의견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OECD 경고, 한국 연금 68세부터…재정개혁 없다면 “2050년 나랏빚 20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고령화에 따른 연금 고갈, 재정 부담 등이 지속되면 오는 2050년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한국 정부가 연금·교육·노동 구조개혁과 함께 재정건전화 노력을 병행하면 부채 비율을 100% 안팎에서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OECD가 발표한 '2026 한국경제보고서'에서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정부부채 비율은 GDP 대비 51.4%로 이전 전망치(48.2%)보다 상향 조정됐다. 내년에도 50.2%에서 52.3%로 오를 전망이다. 특히, 현재 정책 유지로 고령화에 따른 재정 압박이 이어지면 정부부채 비율은 2050년까지 200% 이상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한국 정부가 재정건전화 노력을 하면 2050년 100% 안팎, 2060년에는 125%로 유지할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생산성과 고용을 높이는 구조개혁까지 함께 추진하면 2060년 60% 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고령화에 따른 재정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경제 정상화 이후 재정 건전화를 시작하고 추가 연금 개혁과 세입 기반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부채비율 급증 지적에 정부는 증가 추세인 명목 GDP가 반영되지 않아 재정 상황, 부채 비율 전망은 물가 등 다른 지표와 함께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명목 GDP는 실질 GDP 성장률에 물가 상승률이 더해진 지표로, 한 국가의 경제 규모를 파악할 때 활용된다. 강기룡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을 때 추정치를 보여준 현실성 없는 수치"라며 “최근 크게 늘고 있는 명목 GDP도 감안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OECD는 한국의 고령화 심화에 주목, 불어나는 재정 고갈 위험에 대비한 연금 개혁 추진도 제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금지출은 2025년 대비 2060년 GDP의 약 5%포인트(p) 늘어 OECD 평균 증가 폭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OECD는 오는 2035년까지 연금 수급 개시 연령과 납입 상한 연령을 함께 올릴 것을 권고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단계적으로 상향되고 있다. 1961∼1964년생은 63세, 1965∼1968년생 64세, 1969년생 이후는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되는 방식이다. OECD는 “수급 개시 연령을 2035년까지 68세로 늦추고, 기대수명 증가분의 3분의 2만큼 추가로 연동하는 포괄적 연금 개혁을 단행할 경우 2060년 GDP는 그렇지 않을 때보다 1.9%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OECD는 교육과 함께 노동시장 구조개혁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71%에 달하지만 성인의 교육훈련 참여율이 낮고, 학위 과잉 공급 등으로 청년들이 고용 부진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OECD는 “고등교육 등록금 인상 허용과 초·중등 과정의 세수를 점진적으로 낮춰야 한다"며 “정규직 근로자 고용보호 완화, 사회보험 가입 확대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아울러, OECD는 한국 정부에 내수 진작을 위한 재정 정책은 지속하되 부정확한 재정 지출 축소를 위한 지출 재배분 노력 등 중장기적 재정건전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OECD는 “장기 지속가능성에 부합하는 중기 재정 목표와 의무적 지출 구조조정을 포함한 강화된 재정 틀에 대해 폭넓은 정치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재정 투명성을 감시할 독립 재정기구를 도입하면 재정 운용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재경부는 “OECD가 제안한 정책 권고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정책 추진에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美 500조에 국내 4755조까지…재계 투자 약속 현실성은

삼성과 SK가 국내 AI·반도체 분야에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가운데 재계의 투자 여력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한미 간 3500억 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 구상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향후 투자 약속을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와 재계가 밝힌 투자 규모는 상당하다. 삼성과 SK는 향후 10년간 반도체와 AI, 로봇 등 차세대 첨단산업에 총 4755조원 규모의 국내 투자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 400조원, 합계 800조원을 투자해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대미 투자도 변수다. 한미 양국이 체결한 3500억 달러 규모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는 원화로 490조원(환율 1400원 기준) 수준이다. 다만 구조를 뜯어보면 성격이 다르다. 현금 투자 2000억 달러는 사업 진척도에 따라 연간 최대 200억 달러(28조원) 한도 내에서 납입되며,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아닌 외환 자산 운용 수익 등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1500억 달러는 기업의 대미 직접투자(FDI)와 보증, 선박금융 등을 포함한 조선협력투자로 구성된다. 대미 투자 전액이 기업의 설비투자 부담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조선협력투자 등 기업이 감당해야 할 몫은 국내 투자와 별도로 얹어지는 셈이다. 국내 4755조원 투자 계획은 10년 분산 기준 연평균 475조5000억원이다. 투자 기간을 5년으로 압축한다고 가정하면 연평균 부담은 951조원까지 늘어난다. 문제는 기업들의 현금창출력이다. 2025년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47조2063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도 2025년 연간 영업이익 43조6011억원을 기록했고, 4분기에만 20조73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연간 영업이익을 단순 합산해도 90조원 안팎이다. 투자 주체가 삼성SDI, 삼성물산, SK텔레콤 등 그룹 계열사 전반이지만, 그룹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두 회사가 차지하는 만큼 그룹 단위로 넓혀 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투자 계획만 연평균 475조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과 같은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더라도 영업이익만으로 투자 계획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배당, 연구개발, 인건비, 차입금 상환, 운전자본에 쓰지 않고 모두 설비투자에 투입할 수는 없다"며 “수천조원대 투자 계획은 내부 현금흐름만으로 이행하기 어렵고 금융조달과 정부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주요 그룹의 상황도 부담이 없지 않다. 현대차는 지난해 매출 성장을 이어갔지만 미국 관세와 인센티브 부담으로 수익성 압박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업황 둔화 여파로 분기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철강 시황 부진과 중국 공급과잉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제한적인 흐름을 보였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투자 발표와 실제 집행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초대형 투자 계획은 국가 산업전략과 기업의 미래 성장 방향을 보여주는 의미가 있지만, 실제 집행 과정에서는 업황과 자금시장, 환율, 인프라 여건에 따라 속도와 규모가 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투자는 초기 설비투자 부담이 크고 회수 기간이 길다. AI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투자 재원 마련에 유리하지만, 반도체 업황이 꺾이거나 글로벌 빅테크의 AI 투자가 둔화될 경우 기업들의 투자 부담은 커질 수 있다. 환율도 주요 변수다. 대미 투자 3500억 달러는 달러 기준으로 집행되는 만큼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원화 부담은 확대된다. 환율이 1400원일 경우 3500억 달러는 490조원이지만, 1500원으로 오르면 525조원으로 늘어난다. 정부 지원 방식도 쟁점이다.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실제 집행하려면 세액공제와 보조금, 정책금융, 산업단지 인허가, 전력·용수 공급, 송전망 확충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지원 규모가 커질 경우 정책금융 확대나 국채 발행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AI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존 에너지 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대규모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호남 지역은 송전선만 연결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안정적인 기저전원 확보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수천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지려면 전력 수급 대책부터 현실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업들이 수천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지만 실제 투자가 이뤄지려면 전력 수급 대책부터 현실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투자 계획은 장기 비전 성격이 강한 만큼 단기간에 전액 집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반도체 호황 지속 여부와 정부 지원,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단계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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