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생명이 펀더멘탈의 힘을 보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대규모로 매수를 감행했음에도 외국인·기관투자자의 매도 '쓰나미'에 밀려 코스피가 9.99% 급락한 가운데 -5%대로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삼성생명의 종가는 42만5000원으로 전날 대비 2만5500원(5.66%) 낮아졌다. 삼성생명은 시총 상위 10곳에 든 유일한 금융사로, SK하이닉스(-12.47%)·삼성전자(-12.31%)·삼성전기(-10.68%)·현대차(-12.05%)·삼성전기(-10.68%) 등 나머지 9곳 보다 적은 하락폭을 기록했다. 정오를 넘어가며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장 초반 50만9000원까지 높아졌던 것이 '방어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던 덕분이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주에 대리 투자하는 채널로 삼성생명을 소개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검은 화요일' 속에서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지만, 실적 전망이 굳건한 점도 언급된다. 삼성생명의 연간 당기순이익(지배주주순이익 기준) 전망은 2조8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5457억원(23.7%) 가량 높다. 우선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올 1분기말 기준 삼성생명의 설계사 4만4373명 중 전속설계사는 3만5309명이다. 생보업권에서는 맞먹는 '병력'을 보유한 기업이 없다. 시야를 보험업계 전체로 넓혀도 'N잡러'를 제외한 전속설계사수로 삼성생명과 비견될 수 있는 곳은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 삼성생명의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에서 전속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79.3%,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에서도 70.5%를 차지한다. 법인보험대리점(GA) 업계가 일명 '1200%룰' 확대 적용과 수수료 분급 등으로 흔들려도 삼성생명에 가해지는 충격이 적다는 의미다. 주력상품군으로 자리잡은 건강보험의 CSM 배수가 기존 16~17.5배에서 14.5배로 낮아졌으나, △기존 상품 개정 △연령대별 맞춤형 상품 출시 △가족결합 할인 확대 등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면서 상쇄하고 있다. 고객이 중점적인 보장을 선택할 수 있는 형태로 디지털 전용 상품도 선보였다. 종신보험으로 대표되는 사망담보도 개정 및 신상품 출시를 비롯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 4.9배까지 떨어졌던 CSM 배수가 8.8배로 상승한 기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도수치료가 관리급여로 포함되는 것도 보험손익 향상에 기여하는 요소다. 실손보험에서 지급되는 보험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투자손익은 일회성 요인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충당부채 일부가 투자이익으로 반영된다고 분석했다. 고객들의 건강관리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해 초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결과를 분석한 리포트를 제공하는 '기업 건강경영 컨설팅 서비스'를 선보였고, 하반기를 필두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안할 예정이다. 최근 건강관리 서비스 운영·중개·판매를 부수업무도 신고했다. 오는 8월부터 기업고객과 개인고객들에게 건강 상담, 검진·진료 예약, 병원 동행, 차량 에스코트, 간병인 지원을 비롯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시니어 고객 유치 역량을 높이려는 행보다. 삼성금융네트웍스의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C-Lab Outside)에서 삼성생명이 선발한 5개사에 인공지능(AI) 기반 문진과 상담 및 헬스케어 효율화 기술을 지닌 기업(메디아크)이 포함된 것도 특징이다. 솔루션 개발비 3000만원을 지원하고, 현업 부서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후속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지분투자도 검토할 예정이다.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시스템을 개편하고 신규 펀드를 출시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 내 입지를 유지하리 위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직전 2개 분기 연속 금융감독원 퇴직연금사업자 비교 공시에서 확정기여형(DC)·개인형 퇴직연금(IRP) 연간 수익률 최상위권에 올랐다. C-Lab Outside 본선에 진출한 스타트업 중 하나로 AI 기반 생애 축적·인출 통합 연금 플래너 기술을 보유한 한국퇴직연금데이터를 선정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건강보험 경쟁이 심화되고 있으나, 생명보험사 가운데 건강보험 판매에 있어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본업(보험업)으로만 삼성생명의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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