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카드업권의 카드론 규모가 43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각종 규제가 적용됐지만 1금융권의 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나 생활고로 인한 급전수요 등의 환경은 막을 수 없어 단순 총량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21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신용카드사(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의 지난 3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전월 말(42조9021억원) 대비 0.2% 증가한 42조9941억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대치는 지난해 2월 42조9888억원으로, 이를 넘어선 역대 최대치다. 카드론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가계대출 관리 기조 영향에 전월 대비 감소했다가 올해 초 들어 수요가 다시 늘면서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여왔다. 이에 지난 1월 42조5850억원, 2월 42조9021억원 수준을 보였다가 3월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다. 카드론은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기조에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앞서 당국은 카드론을 신용대출로 분류하면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50% 규제(비은행권 기준)를 적용해 카드론과 다른 부채의 원리금 합계를 제한했다. 차주 단위 규제로 여러 카드사에서 대출을 받는 행위도 막은 상태다. 연소득 100% 이내 한도 제한도 적용하면서 개인의 연간 소득 내에서만 카드론을 받을 수 있도록 차주별 대출 가능 금액도 크게 줄였다. 이 외에도 대출 심사 시 1.5%p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해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산정했다. 카드사 자체적으로도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저신용자보다 우량 차주 중심으로 대출을 제한해 운영 중이다. 그러나 각종 영향에 카드론 규모가 유의미한 축소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1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상승하자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2금융권인 카드론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로 인해 실질적인 규모 축소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고물가와 경기 둔화가 이어지자 서민들로부터 나타난 급전 수요도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물가가 오르면서 소상공인과 개인사업자 등 취약계층의 긴급 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다. 경기 둔화는 카드론을 갚지 못해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과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도 증가시켜 전체 대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카드론은 일반 은행 신용대출과 달리 담보 및 보증이 없고, 복잡한 심사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비교적 간단한 대출창구다. 서민들의 급전 창구로 쓰이는 '불황형 대출'로 불린다. 카드사들 입장에선 본업 수익성이 줄어 할부와 카드론 등 이자성 수익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는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업계는 전통적인 결제 수익 기반이 약해지고 규제로 인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이어지는 환경이 이어진다면 이 같은 수익 구조 변화를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지난해 6월 이후 시행된 대출 규제로 전체 증가세를 잠시 줄이는 효과는 거뒀지만, 단순히 한도를 묶는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결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미 대출이 막힌 서민들에게 카드론이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어 수요 억제가 불가한데다, 본업에서 수익을 얻지 못한 카드사도 대출 영업을 줄이려는 요인이 적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규제가 당초 목표로 한 잔액 축소보다 '증가 속도 조절'로 나타나고 있다"며 “일괄적으로 줄이거나 보다 강력하게 조이는 방식보다 차주별로 대출 목적을 따져 불필요한 대출에 차등적으로 규제하는 등 생계비가 급한 서민들에게 부작용이 가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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