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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3개월 연속 42조원대 후반을 기록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와 카드사의 건전성 개선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앞으로도 축소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소비자와 카드사 모두 카드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이유다. 22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카드사 9곳(삼성·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BC·NH농협)의 카드론 잔액은 지난 1월 약 42조5850억원에서 2월 42조9022억원으로 오른 뒤 3월과 4월 각각 42조9942억원(역대 최고치)·42조9830억원을 기록했다. 기업별로 보면 지난달 기준 신한카드가 8조97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6조7739억원)·KB국민카드(6조4190억원)·현대카드(6조1554억원)·롯데카드(4조9783억원)·우리카드(4조2680억원)·NH농협카드(3조3079억원)·하나카드(2조9424억원)·BC카드(40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카드론은 신용도와 카드 이용실적을 토대로 설정된 한도 내에서 수백~수천만원 규모의 자금을 대출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3년 정도에 걸쳐 상환한다는 점에서 단기카드대출(현금서비스)와 구분된다. 은행권 신용대출을 비롯한 상품 보다 이자가 세고 신용점수가 하락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대출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는 것이 강점이다. 카드론 잔액 '앞자리'가 4로 바뀐 것은 2024년의 일이다. 이전에는 30조원대를 유지하다가 2024년 1월부터 4월까지 오름세가 포착됐고, 5월 40조5186억원으로 올라섰다. 이후에도 전반적으로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며 같은해 10월 42조원대에 진입했다. 이같은 현상을 이끈 원인으로는 △높아진 은행 문턱 △경기 부진 △카드사 수익구조 변화 등이 꼽힌다. 1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받기 어려워진 차주들이 카드사로 흘러들어왔고, 기존 보다 상대적으로 신용점수가 높은 고객이 많아진 카드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일명 '핫플레이스'로 불리던 곳에서 매장이 문을 닫는 등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급전'을 마련하기 위한 수요도 여전했다. 부동산 시장·정책 변화로 치솟은 임대료를 지불하려는 노력도 카드론에 손을 댄 요인이다. 업계 측면에서는 정부의 압박으로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이 하락하면서 수익성을 방어할 대안으로 카드론이 부상했다. 2021년 4조3663억원이었던 카드론 수익이 5조원에 가까운 규모로 불어난 것도 2024년(4조9955억원)이다. 더욱 눈에 띄는 항목은 카드론 자산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1년말 33조269억원, 2022년말 33조6404억원, 2023년 35조8063억원으로 가속이 붙었고 2024년 39조2706억원으로 급증했다. 카드론 강세는 지난해에도 멈추지 않았다. 자산은 소폭 줄었으나, 수익(5조3003억원)은 5조원을 돌파하며 전통적으로 '가장' 역할을 수행하던 가맹점수수료 수익과 맞먹게 된 것이다. 4조8000억원 안팎이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엔데믹 전환에 힘입어 2023년 5조3520억원, 2024년 5조6033억원으로 증가했다가 비우호적인 매크로환경에 부딪혀 5조3696억원으로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미 카드론 손익이 실적을 뒷받침하는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수익도 가맹점수수료를 제칠 것으로 보고 있다. 풍선효과, 저성장, 가맹점수수료율 하락을 비롯한 요소가 여전하다는 논리다. 올해는 증시 호황에 편승하기 위한 '실탄'을 마련하는 투자자들이 더해졌다. 은행과 상호금융 및 증권사에 이어 카드사를 활용한 '빚투(빚을 지고 투자하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이 대출 기반 투자를 자제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주식에 관심이 없던 대중들까지 코스피와 특정 종목을 소재로 대화를 주고 받는 상황에서 효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도 카드론 잔액을 뒷받침한다. 중금리대출 공급액 일부를 가계대출 총량 산정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다수의 카드사가 적극적인 영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카드론 1위 신한카드가 전월 대비 잔액을 559억원 줄였음에도 총액은 112억원 감소에 그쳤다. 좀처럼 새로운 먹거리를 찾지 못하는 것 역시 카드론 의존도를 높인다.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 금리 상승 등으로 자금 조달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카드론 마저 힘이 빠진다면 난국을 타파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사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포지티브 규제체계를 타파해야한다고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일부 부수업무를 허용하는 수준으로는 '슈퍼앱' 만들기 등 기존 결제 위주의 서비스를 벗어나는 도약을 이뤄내기 힘든 탓이다. 그러나 불확실한 정치 상황을 비롯한 장벽에 막혀 규제 개선이 요원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물품 구매 대금 등이 비싸지면서 차주들의 대출 규모가 커진 것도 총액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의 직·간접적 제한이 없었다면 이미 43조원을 넘어섰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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