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점포가 꾸준히 줄어드는 가운데 영업시간까지 단축될 전망이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편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대면 금융 확산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대면 채널 축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영업점 이용 시간마저 줄어들 경우 고령층과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금융 접근성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노사는 내년 4월부터 영업 시작 시간을 오전 9시30분으로 늦추는 방안에 잠정 합의하면서 고객 서비스 논란도 확대될 전망이다. 점포와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대면 금융서비스의 이용 가능 시간까지 줄어드는 만큼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에 따른 서비스 공백을 어떻게 보완할지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달 28일 산별 중앙교섭을 잠정 타결했다. 지난 4월 교섭을 시작한 이후 약 5개월 만에 합의안을 마련한 것이다. 이번 합의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은행 점포 영업시간은 30분 단축된다. 현행 오전 9시인 개점 시간을 오전 9시30분으로 늦추고 폐점 시간은 기존 오후 4시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오전 9시 영업을 위해 직원들이 9시 이전 출근을 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노사는 총액임금 인상률을 3.0%로 결정하는 한편 청년 신규 채용 등을 위한 재원을 사측이 부담하기로 했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자율 출근제를 신설하고 금요일 고객 마감 제도인 라스트콜과 보상휴가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은행권에서는 이미 오프라인 점포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16개 은행의 점포 수는 올해 2분기 말 기준 5505곳으로 3년 전보다 235곳 줄었다. 가까운 은행을 찾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용 가능한 시간까지 짧아지는 셈이다. 창구 업무를 일부 대신할 수 있는 ATM도 감소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국 16개 은행이 운영하는 ATM은 2020년 3만7537개에서 지난해 2만9810개로 약 5년간 20.6% 감소했다. 문제는 ATM이나 모바일뱅킹이 모든 창구 업무를 대체할 수 없다는 점이다. ATM은 현금 입출금 등 단순 업무에 한정되고 출금 한도도 제한돼 있다. 대출 상담이나 각종 금융상품 가입, 복잡한 거래 등은 여전히 직원과의 대면 상담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영업시간 단축에 따른 불편은 고령층이나 디지털 취약계층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출근 전 은행을 이용해왔던 직장인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특히 오전 시간대에 창구 업무를 처리해온 고객들은 개점 시간이 늦어지면서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로 은행 방문을 미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실제 은행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간단한 업무는 출근 전에 처리했는데 영업시간이 늦어지면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매장 영업을 시작하기 전 은행을 찾아 현금 입출금이나 창구 업무를 처리해온 경우 영업시간 조정에 따라 은행 방문 시간을 다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 거래가 많은 자영업자에게는 모바일이나 ATM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업무가 적지 않다. 영업시간이 짧아지면서 특정 시간대에 고객이 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점심시간이나 오후 업무 마감 전후로 고객이 집중될 경우 창구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영업시간 전체가 줄어들더라도 특정 시간대의 업무 부담이 오히려 커질 수 있는 셈이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은행들이 비대면 채널 중심으로 업무 구조를 재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평가도 있다. 모바일뱅킹을 통한 계좌 개설과 이체, 대출 등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과거처럼 모든 금융업무를 영업점에서 처리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디지털 금융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까지 같은 속도로 비대면 금융으로 이동하기는 어렵다는 점이 과제로 꼽힌다. 단순히 점포 수와 영업시간을 줄이는 데 그칠 경우 금융 취약계층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고령층 등을 위한 상담 창구와 디지털 교육, 거점 점포 확대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영업시간 단축을 두고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퇴근할 때도 갈 수 없는데 출근할 때도 갈 수 없게 됐다", “은행에 가려면 연차를 쓰라는 것이냐"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또 “점포도 줄이고 영업시간도 줄이면 직접 은행에 가야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하느냐", “모든 업무를 모바일로 처리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대면 창구까지 줄어드는 건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대출이나 금융상품 상담처럼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업무가 있는 만큼 영업시간 단축과 점포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는 데 대한 우려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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