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이어가기로 했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흐름을 보이더라도 올해 제시한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유지하고, 차주의 상환능력을 따지는 대출 심사 기준도 한층 정교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대기업에서 지급하는 대규모 성과급이 일시적인 소득 증가로 반영되면서 대출 가능 규모가 과도하게 늘어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방식도 손질한다. 금융위원회는 15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하반기 금융정책 추진 방향을 공개했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안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올해 가계대출 총량 증가율 관리 목표인 '1.5%'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1.7%를 기록한 점을 감안해 올해 관리 목표치를 1.5%로 낮춰 설정했다. 최근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하락했지만, 금융위는 이를 실질적인 부채 감소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제 규모 확대에 따른 비율 개선 효과가 큰 만큼 관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사전 브리핑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내려간다면 분모인 명목 GDP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지 분자인 가계부채 규모가 작아져서가 아니라는 점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상황에서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완화했을 때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염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완화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 처장은 “1.5%를 완화할 것이냐에 관해서는 현재로서는 생각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관리 기조는 은행권 영업 현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를 맞추기 위해 신규 대출 취급 규모를 조절하고 있으며, 이미 연간 목표치를 넘어선 일부 은행에서는 하반기 대출 영업을 더욱 보수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당분간 차주의 대출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DSR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금융당국은 특정 시기에 발생한 고액 성과급이나 특별소득으로 차주의 소득이 실제 상환 여력보다 높게 평가되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소득 산정 방식을 바꿀 계획이다. 현재는 연간 소득이 직전 평균 대비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할 경우에만 과거 평균 소득을 적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평균 산정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신 처장은 “성과급이나 특별수익이 있을 때 (현재는) 당해연도 수익이 평균보다 20%를 초과할 경우에만 2년치 평균을 하도록 돼 있다"며 “이를 3년치 평균으로 한다든지 해서 특정한 시기에 특별하게 소득이 늘어난 부분을 평탄화시키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주담대 취급 유인을 낮추기 위한 자본 규제 강화도 추진한다. 고위험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금융회사가 추가 자본을 적립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과도한 대출 확대를 억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최근 KB국민은행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낮춘 조치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는 거리를 뒀다. 금융위는 해당 조치가 개별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들은 KB국민은행처럼 주담대 한도를 일괄적으로 축소하는 방안은 현재까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반기 금융개혁 과제로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도 포함됐다. 금융위는 이달 중 관련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주요 내용은 최고경영자(CEO)의 이사회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한 장치 마련, 연임 절차 개선, 성과보수 체계 합리화 등이 담길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켜 개선안을 마련해 왔지만 발표 일정은 여러 차례 미뤄졌다. 금융위는 이번 방안을 통해 금융회사 내부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디지털자산 관련 법제화 방향을 정리해 국회에 제출하고, 금융회사 검사·제재·인허가 과정 전반을 손보는 금융행정 및 감독 쇄신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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