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새 먹거리로 점찍고 전사적으로 집중하는 '하나 더 넥스트' 펼치기가 본격화된 가운데 하나생명이 사명 완수에 있어 요충지 역할을 톡톡히 해낼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보험업계 내 입지 강화는 물론이고, 그룹 차원의 성과로 연결되는 '시니어 사업'의 중추적 역할을 맡게 될 남궁원 하나생명 사장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0월 그룹의 시니어 특화 브랜드 '하나 더 넥스트' 를 출범했다. '하나 더 넥스트'는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생명보험 등 그룹 내 관계사 간 협업을 바탕으로 은퇴설계, 상속·증여, 건강관리 등 금융과 비금융을 망라해 시니어 세대의 모든 라이프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골자다. 계열사 차원에서 하나 더 넥스트의 시그니처 상품격인 'TDF 신탁'(하나은행), '월 지급식 ETF'(하나자산운용), '치매 간병보험'(하나손해보험) 등 상품 라인업도 갖췄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새 먹거리로 시니어 고객층을 타깃하기 위해 그룹차원의 전사적 대비에 들어갔다. 브랜드 출범 후 전문 서비스 채널인 '하나 더 넥스트' 라운지 1호점을 서울시 중구 을지로 소재 하나은행 을지로금융센터에 마련하고, 방송인 강호동을 광고모델로 발탁하면서 그룹의 새로운 도약의지를 야심차게 알리기도 했다. 그룹 전사적 지원으로 시니어 고객층에 확고한 자리매김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하나 더 넥스트'의 성패는 관계사간 시너지 확대 여부에 달렸다. 이에 그룹은 지난 9월 이승열 하나은행장을 의장으로 하나증권, 하나생명보험, 하나손해보험, 하나자산운용, 하나벤처스의 사장단과 주요 임원들로 구성된 '하나 더 넥스트' 협의체를 구성하고 준비에 들어간 바 있다. 협의체 산하엔 하나은행 등 관계사 임직원으로 조직된 시니어전문TFT도 별도로 꾸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하나금융이 시니어 시장을 효과적으로 포섭하기 위해 가장 먼저 꺼내든 무기는 '요양시설'이다. 계열사의 합동 결과물인 시니어 건강관리 통합 솔루션을 고객에게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전파하기 위해 핵심적인 채널 중 하나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생명은 최근 이사회에서 요양 자회사 설립 안건을 의결하면서 주간보호센터, 프리미엄 요양시설 사업 진행의 주도자로 본격 나서게 됐다. 하나금융은 당장 내년 하반기 중 주간보호센터 사업을 개시하고, 내후년 하반기 내 서울 인근에 프리미엄급 요양시설을 건립함으로써 시니어 건강과 요양 사업의 최종 완성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중요한 건 현재 하나생명이 그룹 차원의 사명을 달성해나가는데 있어 충분한 체력을 갖췄는지 여부다. 하나생명은 현재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 가장 작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3분기 누적 순이익기준 하나증권이 1818억원, 하나카드가 1844억원, 하나캐피탈은 1212억원의 순이익을 낼 때 하나생명은 24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1.8% 신장한 수준이지만 업계 중소형 보험사들이 같은 기간 1000억원대 수익을 내는 것과 비교해도 수익 규모가 미약한 수준이다. 그룹 내 타 계열사와 비교하거나 업계 내 이미지면에서도 킬러상품의 부재 등 주목할 만한 영향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카드가 '트래블로그'를 통해 카드업계 내 반향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거나 같은 중소형사임에도 한화손해보험이 '여성전문보험사' 이미지를 내세워 1년 만에 수익성이 크게 신장한 사례를 보인 바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차원의 재정 지원이 더해져도 당장 시장에서 기대할 만큼의 파급력을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미 시장을 선점한 선발주자들이 빠르게 장악력을 키우고 있어서다. 가장 먼저 요양사업에 뛰어든 KB라이프생명은 시장 진입 첫해에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이 같은 기세를 발판삼아 내년 3개 요양시설의 추가 개소를 앞두면서 후발주자인 신한라이프와의 격차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이에 올해 초 하나생명의 구원투수로 등판한 남궁원 사장의 부담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남궁 사장은 당초 취임부터 하나생명의 비은행계열사로서 그룹 내 입지 강화는 물론이고, 보험업계 내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특명을 받았다. 남궁 사장은 하나은행에서 32년여 시간을 근무하며 자금시장그룹장과 경영기획그룹장 등을 지낸 인물로, 전략기획과 자금운용 분야에서 성과를 낼 것이란 그룹 측 기대가 컸다. 당시 임영호 전 하나생명 사장의 임기가 1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실적 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그룹에서 전격적으로 발탁됐다. 남궁 사장은 취임 후 보장성 보험 판매에 집중해 보험손익 224억원을 달성하는 등 큰 폭 성장을 시현했다. 단 함 회장의 기대를 실현시키고 하나 더 넥스트 성공의 발판 역할을 해내야 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수익성 확보를 해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TFT를 꾸려 계열사 간 시너지를 논의하는 단계"라며 “일환으로 자회사설립을 이번에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니어 시장에 전격 진입하겠다는 포부완 달리 아직까지 하나금융도 구체적인 행보와 관련해선 조심스런 태도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이자 중점으로 집중하는 사업인 만큼 심도있게 들여다보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