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단순 생산 넘어 시공까지”…AI 훈풍 전선업계, ‘턴키’ 경쟁력 키운다

설계부터 시공 이후까지 공급 전 주기를 아우르는 '턴키' 프로젝트 수행 역량이 국내 전선업계의 수주 경쟁력을 설명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슈퍼사이클이 도래함에 따라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단순 기자재 공급역량을 넘어 고객사 사업 안정성 기여 역량이 핵심 수주 경쟁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 HVDC 해저케이블 '포설선' 확보 경쟁…시공 역량 확대 총력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선업계는 최근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분야에서 턴키 수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 5월 노르웨이 DOF그룹 자회사로부터 1만1000톤(t)급 해저케이블 포설선 '스칸디커넥토'호(선적 용량 7000t)를 1154억원 규모로 인수해 이달 초 최종 확보했다. 지난 2023년 도입된 '팔로스'호까지 더하면 대한전선이 보유한 포설선 2대의 선적용량은 총 1만1400t에 이른다. 고중량인 HVDC 해저케이블은 수십~수백 킬로미터(km)에 이르는 장거리 해상 구간에서 조류와 기상 변화에 대응하며 정밀하게 포설해야하는만큼, 포설선은 해저케이블 운송과 포설 등 시공 전반에서 핵심 인프라로 평가된다. 특히 고객사가 별도 시공업체를 선정하는 부담을 줄이고 제조~시공 전 과정에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설선 확보는 HVDC 해저케이블 턴키 수주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이에 국내 HVDC 해저케이블 사업 선두주자인 LS전선 역시 기존 포설선 'GL2030(선적용량 7000t)'에 더해 선적용량 1만3000t 규모 신규 포설선을 건조 중이다. 오는 2028년 상반기 인도를 목표로 건조 중인 해당 포설선은 최근 튀르키예 테르산 조선소에서 선체 제작 단계에 본격 진입한 상태다. ◇ 지중케이블 '턴키' 공략도 현재진행형…레퍼런스 고도화 해상케이블과 함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히는 지중 초고압 케이블 시장을 겨냥한 국내 전선업계의 턴키 수주 공략도 현재진행형이다. 대한전선은 올해 상반기만 △미국(230킬로볼프·kV) △전남 해남(154kV) △동해안~동서울(500kV) △호주(330kV) 등 국내외에서 초고압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를 턴키 방식으로 수주하며 사업 레퍼런스를 확대했다. 특히 호주 프로젝트의 경우 AIDC향(向) 전력망 구축 사업을 턴키 방식으로, 미국에선 신규 송전선로 구축 사업을 설계부터 생산, 포설, 접속, 시험, 시운전까지 전 과정을 일괄 수행하는 '풀 턴키'로 수주하면서 사업 레퍼런스를 한층 고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밖에 LS전선은 지난해 싱가포르 전력청으로부터 230kV급 지중 초고압 케이블을 제조·시공·설치하는 송전망 구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턴키 수행 역량을 입증했으며, 일진전기는 지난 2월 전남 영광에서 154kV급 초고압 케이블 프로젝트를 풀 턴키로 수주하며 생산을 넘어 포설 등 시공 경쟁력까지 인정받았다. ◇ '메가프로젝트'에 '전력망 3법'까지…“턴키 역량이 경쟁력" 이처럼 해상·지중 전력망을 아우르는 국내 전선업계의 턴키 수행 역량과 경험이 지속 확대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메가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국내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로 이 같은 사업 경쟁력이 한층 부각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한국전력공사 독점 구조의 국가기간 전력망 구축 사업에 민간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공동접속을 제도화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전원개발촉진법' 개정안 등 이른바 '전력망 3법'이 지난 5월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면서 턴키 수행 역량을 구축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정책 수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사업이 민간에 개방되고 건설 속도가 향상되는 과정에서 대규모 수주 기회가 턴키 수행 역량을 확보한 업체에 집중될 것이라는 기대다.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8년까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을 위해 투입될 총 재원 규모는 72조8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의 전력망 참여가 확대되면 사업 수행 경험과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갖춘 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검증된 실적과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단순 기자재 공급을 넘어 기술 검토부터 설계, 공급, 시공까지 수행하며 사업의 안정성과 적기 준공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신고하면 수백억?’…기업들 덮친 개인정보 포상제

정부가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를 한 단계 끌어올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업무보고에서 유출 사실을 숨기거나 조사에 비협조적인 기업에는 과징금을 최대 30%까지 가중하고, 내부고발 활성화를 위한 신고포상금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하반기 정책 방향을 공개했다. 기업에는 책임을 강화하고 내부 신고는 유도하는 '당근과 채찍'식 대응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고포상금 제도는 아직 내부 검토 단계로, 업계 의견 수렴과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추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은폐하면 과징금 최대 30% 가중 추진 개인정보위는 우선 기업의 개인정보 유출 대응 책임을 강화한다. 개인정보를 법정 기한 안에 신고하고 피해 확산 방지와 조사에 적극 협조한 기업에는 과징금을 감경하는 반면, 신고를 지연하거나 사고를 축소·은폐하고 조사까지 방해한 기업에는 과징금을 최대 30% 가중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성실 신고 기업에는 과징금 감경 혜택을 부여하고, 신고하지 않았다가 적발될 경우에는 과징금을 가중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사 과정에서 증거를 은닉하거나 폐기하는 행위에 대한 제재도 신설된다. 조사에 협조하지 않는 기업에는 이행강제금 부과와 증거보전명령, 긴급 보호조치 도입 등을 위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도 추진한다. 개인정보 유출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내부고발자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정도를 신고포상금으로 지급할 계획이냐"고 묻자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다른 부처 사례를 참고해 30% 정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상한 없이 적발·환수된 부당이득이나 과징금의 최대 30%를 신고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내부 검토 단계로 업계 의견 수렴과 관계 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인 만큼 중장기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며 “현재도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내부고발자 보호 체계가 운영되고 있으며 추가적인 보호 장치 마련 여부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권리구제도 강화한다. 개인정보위는 과징금 재원을 피해 회복과 권리구제에 활용하는 '개인정보 피해구제 통합기금' 조성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기로 했다.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의 입증 부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정손해배상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제재 강화가 특정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차별적 대우' 논란을 의식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는 제재금을 대규모로 올려야 기업들이 개인정보 보호 활동을 하게 된다"며 “최근 과징금 액수가 올라가자 '나만 표적으로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는 기업도 있는 것 같지만 이는 특정 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법과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위원장은 “국가나 기업, 기관에 관계없이 법 위반 행위에 집중해 엄정하고 공정하게 처분하고 있다"고 밝혔다. ◇KT·티빙까지…정부, 잇단 유출에 칼 빼들어 정부가 개인정보 보호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기업 책임 강화 요구가 맞물려 있다. 이 같은 기조 속에서 개인정보위는 오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KT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제재안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위반 행위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한 법정 최대 과징금이 2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 신고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개인정보위에 따르면 유출 신고는 2024년 307건에서 2025년 447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432건이 접수돼 이미 지난해 연간 신고 건수에 근접했다. 최근 통신·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쿠팡에서는 퇴직 직원이 3370만명의 고객정보를 무단 조회한 사실이 드러났고, SK텔레콤에서는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KT에서는 고객 IMSI(국제모바일가입자식별번호) 유출로 소액결제 피해가 발생했으며, LG유플러스도 개인정보 관리 부실 논란을 겪었다. 개인정보위는 현재 KT를 비롯해 티빙, 예스24, GS리테일, 넷마블,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 등에서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티빙은 자체 가입자뿐 아니라 네이버·카카오 간편로그인 이용자와 KT 제휴 이용자까지 유출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유출 규모는 1953만명으로, 티빙 유료 회원 수(500만명)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800만~900만명)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개인정보위는 다크웹 등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를 거래·유통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유출된 개인정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유통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하고, 개인정보위가 불법 유통 정보를 직접 탐지·삭제·차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중소·영세기업에는 처벌보다 예방에 무게를 둔다. 경미한 위반은 시정을 전제로 처분을 면제하는 '처분성 경고제'를 도입하고, 반복적인 법 위반에는 제재를 강화한다. 사고 발생 시에는 신속한 기술 지원도 병행한다. 개인정보 활용 범위도 확대한다. 개인정보 활용으로 발생한 수익 일부를 정보주체와 공유하는 마이데이터 제도를 활성화하고, 공익 목적의 인공지능(AI) 개발에 한해 개인정보 원본 활용을 허용하는 'AI 원본 활용 특례'도 추진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동시에 데이터 활용 기반을 넓혀 AI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여권형’ 갤럭시 Z 폴드8 나온다…삼성, ‘갤럭시 글라스’도 첫 공개

삼성전자가 22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갤럭시 언팩 2026'을 열고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 스마트글라스를 공개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대화면 수요가 커지며 폴더블폰 시장이 올해 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여권형(와이드형) 디자인을 선보이며 애플·화웨이와의 '북타입 폴더블 대전'에 본격 나선다. 동시에 첫 자체 스마트글라스 '갤럭시 글라스'로 80% 점유율의 메타에도 도전장을 내밀며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언팩의 최대 변화는 폴드 라인업 이원화다. 기본형인 '갤럭시 Z 폴드8'에는 삼성전자가 처음 시도하는 여권형(와이드형) 디자인이 적용된다. 접었을 때 5.5인치, 펼쳤을 때 7.6인치 화면을 탑재해 펼친 화면비가 4대3에 가까워질 전망이다. 반면 그동안 폴드 시리즈 특유의 길쭉한 형태(펼쳤을 때 10대9 비율)는 신규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가 물려받는다. 세부 사양도 윤곽이 드러났다. 폴드8은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를 탑재하고 최대 1TB 저장공간을 지원할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용량은 4800mAh로 전작 폴드7(4400mAh)보다 9% 늘어났다. 세로로 접는 갤럭시 Z 플립8은 지역별로 AP가 갈린다.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와 삼성 자체 개발 칩 '엑시노스 2600'을 판매 국가에 따라 나눠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는 전작과 같은 4300mAh, 카메라는 5000만 화소 메인과 1200만 화소 초광각 듀얼 구성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화면비를 이원화한 배경에는 생성형 AI 확산에 따른 대화면 수요 확대가 있다. AI 에이전트가 여러 앱을 오가며 작업을 수행하는 멀티태스킹 기능이 강조되면서, 넓은 화면에서의 활용성이 폴더블폰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번 언팩 초청장에 담긴 '새로운 형태가 펼쳐진다(A New Shape Unfolds)'는 문구도 이런 화면비 재설계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옆으로 접는 '북타입' 폴더블폰은 이미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이 전년 대비 20% 성장하고, 북타입 비중도 지난해 52%에서 올해 65%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 40%, 화웨이 30%, 모토로라 12% 순이었다. 경쟁 구도의 최대 변수는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가칭 '아이폰 폴드')이다. 애플 역시 올 하반기 첫 북타입 폴더블 아이폰(가칭 '아이폰 울트라') 출시를 준비 중이다. 접었을 때 5.5인치, 펼쳤을 때 7.8인치 대화면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맥루머스 등 외신에 따르면, 개발 과정에서 일부 난항을 겪으며 생산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1~2개월가량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6월로 예정됐던 대량 양산 시점은 8월 초로 늦춰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엔지니어링 검증 테스트(EVT) 단계에서 예상보다 까다로운 기술적 난제에 부딪힌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출시가 내년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애플이 공급업체에 별도의 지연 통보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아이폰18 프로 시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예정대로 공개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발 앞서 움직인 곳은 화웨이다. 화웨이는 여권형 폼팩터를 적용한 '퓨라 X 맥스(Pura X Max)'를 공개하며 20일 중국 시장에 먼저 출시한다. 닫힌 상태에서도 시원한 화면비를 제공하며, 후면에는 기본·초광각·망원 카메라를 수평으로 배치한 트리플 카메라를 갖췄다. 중국 내수 시장 위주 출시로 예상되지만, 글로벌 양강인 삼성·애플보다 수개월 앞서 여권형 폴더블을 제품화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기습'으로 평가된다. 가격은 메모리 등 부품 가격 상승 여파로 소폭 오를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256GB 기준으로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가 2099달러(313만원), 갤럭시 Z 폴드8은 1899달러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폴더블폰과 함께 갤럭시 워치9, 워치 울트라2도 공개된다. 두 제품 모두 새로운 내부 부품과 향상된 배터리, AI 기반 건강 인사이트를 갖출 것으로 예고됐다. 워치 울트라2는 전작보다 36% 늘어난 800mAh 배터리로 3일 이상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며, 워치9은 40㎜·44㎜ 모델 각각 325mAh, 445mAh 수준으로 예상된다. 심박·수면 데이터로 개인별 기준값을 설정하는 '생체 징후'와 심혈관 건강을 종합 진단하는 '심장 건강 점수' 기능이 새롭게 적용될 전망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 대표이사 사장도 “손목 위의 워치처럼 늘 곁에 있는 기기는 수면과 회복, 몸의 신호를 읽어 더 나은 하루로 이어주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며 워치의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가격은 유럽 기준 워치9이 409유로(69만7000원)~439유로(74만8100원), 울트라2가 749유로(127만6400원) 수준으로 소폭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언팩에서는 폴더블폰 외에 삼성전자의 첫 스마트글라스 '갤럭시 글라스'도 공개될 예정이다. 구글과 공동 개발한 안드로이드 XR 기반 OS와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탑재했다. 별도 디스플레이 없이 카메라·스피커·마이크로 구성돼, 사용자가 바라보는 장면을 실시간으로 인식한 제미나이가 음성으로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3분기 출시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현재 스마트글라스 시장의 80%를 메타가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글라스를 AI 생태계의 핵심 디바이스로 육성해 메타·샤오미 등과 정면 승부에 나설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한화그룹 3형제 분업 上] 왕관을 쓰려는 김동관, 그 무게를 견뎌라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 한화그룹이 74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지배 구조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지난 15일, 그룹의 지주 회사격인 ㈜한화의 인적 분할 안건이 99.95%의 찬성률로 주총 문턱을 넘으며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자의 영역을 나눠 지배하는 '3형제 분업형 독자 경영'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영토 분할 같지만 총 부채의 99.7%를 맏형 김동관 부회장이 독박을 쓰고, 막내 김동선 부사장은 부채 비율 0.3% 이하의 '무차입 클린 컴퍼니'를 쥐고 링에 오르는 극단적인 비대칭 구조를 이룬다. 본지는 이 화려한 축포 뒤에 숨겨진 한화그룹 3세들의 생존 고차 방정식과 자본시장의 평가를 2회에 걸친 심층 기획으로 파헤친다. ◇자산은 7대 3, 부채는 99대 1…비대칭 분할 딛고 1분기 별도 실적 '호조' 오는 8월 1일을 기점으로 ㈜한화는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등 주력 사업을 남긴 '존속법인 ㈜한화'와 기계·로봇·유통·서비스 부문을 떼어낸 '신설 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로 분리된다. 이번 인적 분할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차남 김동원 사장 중심의 중후장대·금융 사업과 3남 김동선 부사장 중심의 테크·라이프 사업을 나누는 3세 분업 체제의 공식적인 출발을 의미한다. 표면적인 회사 분할 이면에는 재무 비대칭성이 자리한다. 인적 분할 설계에 따라 순자산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약 76.3 대 23.7 비율로 나뉘지만, 분할 전 ㈜한화 총부채의 99.7%는 존속 법인에 귀속된다. 신설 법인으로 이관되는 부채는 전체의 0.3%(249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3남에게 사실상 무차입에 가까운 회사를 떼어주는 대신 맏형인 김 부회장이 그룹의 부채를 홀로 떠안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존속 법인 ㈜한화의 별도 기준 부채 비율은 분할 전 230.7%에서 분할 직후 305.7%로 급등한다. 고금리 환경에서 매년 막대한 이자 비용을 통제해야 하는 단기적 재무 압박이 김 부회장에게 집중된 셈이다. 2026년 1분기 기준 ㈜한화의 연결 부채 총계는 244조 원을 넘어섰고, 차입금과 사채만 65조 8028억 원에 달한다. 다만 신용 평가업계와 증권가는 존속 법인의 펀더멘털 훼손 우려를 제한적으로 평가한다. 완전 지주 회사로 인정받지는 못한 상태지만 ㈜한화가 자체 현금 창출력을 입증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한화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대형 사업 준공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조579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895억 원으로 무려 24.8% 급증했다. 자체 건설 부문이 매출 감소에도 원가율 개선에 성공했고, 수주잔고 9조4000억 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BNCP) 사업도 하반기 국무회의 승인을 거쳐 2027년부터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핵심 자회사 실적 호조에 따른 배당금 수익 1159억 원과 브랜드 로열티 수익 증가도 실적을 견인했다. ◇한화에너지 지배력 강화와 '밸류업·거버넌스 투명성' 쌍끌이 정공법 존속 법인의 지배 구조 재편 중심에는 비상장사 '한화에너지'가 있다. 최근 차남과 삼남이 지분 일부를 외부 사모펀드에 매각해 김 부회장의 한화에너지 지배력이 50%로 굳어졌다. 한화에너지는 이를 바탕으로 ㈜한화 보통주 5.2%를 공개 매수해 지분율을 14.9%로 끌어올렸다. 김 부회장의 ㈜한화 실질 지배력은 20%를 넘어서며 승계의 무게추가 명확히 이동했다. 동시에 ㈜한화는 자본 시장 달래기를 위해 강력한 주주 환원과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1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6월 1일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편법적 지배력 강화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보유 보통주 자기 주식 445만여 주(5.9%)를 지난 4월 9일 자로 전량 소각 완료해 인적분할 시 제기될 수 있는 '자사주의 마법' 논란을 원천 봉쇄했다. 또한 제1우선주를 전량 장외매수해 소각하기로 했으며, 보통주 기준 최소 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을 약속했다. 배당액을 먼저 확인한 뒤 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 기준일을 3월 말로 변경해 주주들의 예측 가능성도 대폭 높였다.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지배구조 투명성도 눈에 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소수 주주권을 보호할 수 있는 '집중 투표제'를 정관 변경으로 선제 도입했고(개정 상법 시행 시기에 맞춰 9월 이후 적용), 전자 투표제·전자 주주총회 개최 근거도 확립했다. 일련의 노력의 결과로 ㈜한화의 지배 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80%(15개 중 12개 준수)에 달했다. 전체 7명의 이사회 중 과반(4명)을 여성(변혜령 카이스트 교수)을 포함한 사외이사로 채우고, 감사·내부거래·사외이사후보추천·보상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경영 감시의 독립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내부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 거래 기준(100억 원)보다 엄격한 80억 원 이상을 사전 심의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낮춰 사익 편취 우려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또한 경영진의 단기 성과주의를 막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김동관 부회장 등 주요 임원들에게 장기 성과와 연동되는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s)를 부여했다. 김 부회장의 경우 최장 10년 뒤인 2035년에 순차적으로 가득(Vesting)되는 RSU로 묶여 있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와 이해 관계를 일치시켰다. '2026~2030년 자본 배분 전략'도 구체화했다. 자체 사업 영업 현금 흐름(45%), 브랜드 수익(40%), 배당수익(15%)으로 자본을 창출해 재무 구조 개선(45%)와 미래 전략 투자(30%), 주주 환원(25%)에 효율적으로 투입함으로써 2030년까지 자기 자본 이익률(ROE) 12%를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웠다. 이를 알리기 위해 올해 1월 21일 개인 주주 간담회를 직접 개최하고 해외 기업 설명회를 잇달아 여는 등 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방산·금융 호실적 이면의 '태양광 적자'…비 영업 자산 매각으로 방어 존속 법인의 실적을 견인하는 동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다. 수주 잔고가 38조 원을 넘어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부문과 흑자 전환한 조선 계열사 한화오션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화의 높은 부채 비율 역시 고객사로부터 미리 수령한 선수금 성격의 '착한 부채'가 상당수라 실질 재무 건전성은 양호하다. 또한 차남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금융 부문은 한화생명의 투자 손익 증가에 힘입어 1분기 연결 영업이익 6498억 원을 내며 확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킬레스건은 한화솔루션이 이끄는 태양광 사업이다.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대규모 차입 투자가 진행된 가운데 공급 과잉과 단가 하락이 겹쳐 1분기 대규모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한화는 한화솔루션 유상 증자 참여 재원을 부채 조달이 아닌 '비 영업용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하기로 방침을 확정하며 지주사로의 재무 리스크 전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자본 시장의 화답…“할인율 축소 기대" 목표 주가 줄상향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핵심 동력을 통솔하게 된 김동관 부회장의 밸류업 시험대에 자본시장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회사들의 주가 상승으로 ㈜한화의 순자산가치(NAV)는 크게 팽창했으나, 현재 주가는 분할 불확실성 등으로 NAV 대비 약 56~65%가량 할인돼 있다. 이에 △NH투자증권(18만 원) △삼성증권(17만 원) △SK증권(17만 원) △키움증권(16만9000원), 대신증권(16만3000원) 등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한화의 목표 주가를 대폭 상향했다. 인적 분할을 통한 복합 기업 할인(Conglomerate Discount) 축소와 파격적인 주주 환원, 그리고 지배 구조 개선 정책이 맞물리면 고질적인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한화가 방산·조선의 호황과 금융 부문의 현금을 지렛대 삼아 태양광의 재무 리스크를 방어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로 기업 밸류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가온전선, 반기 실적 ‘새 기록’…매출 1조6330억·영업익 640억

가온전선이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 성장과 수출 확대에 힘입어 반기 기준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가온전선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잠정 매출 1조6330억원, 영업이익 640억원을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는 반기 기준 최고 기록이었던 전년 동기 매출 1조2826억원, 영업이익 451억원 대비 각각 27.3%·41.8%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 증가율(41.8%)이 매출 증가율(27.3%)을 크게 웃돌며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실적은 미국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신재생에너지 투자 확대에 따른 케이블 및 버스덕트 수요 증가가 이끌었다. 배전 케이블 수출은 미국 내 공급 부족과 전력망 투자 확대에 힘입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게 가온전선 측 설명이다. 미국 생산법인 LSCUS의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발전단지용 케이블 공급이 확대되면서 올해 매출은 지난해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LS전선과 협력해 미국 빅테크 AI 데이터센터에 버스덕트를 공급하며, 가온전선은 글로벌 톱5 버스덕트 공급업체로 자리잡았다. 가온전선은 미국향 고부가 제품 수출을 지속 확대하는 한편, 현지 생산 기반을 활용해 고객 대응력과 공급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정현 가온전선 대표는 “AI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를 중심으로 미국 전력 인프라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본사의 수출 확대와 LSCUS의 성장을 기반으로 하반기에도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인터뷰] “자동차는 가장 거대한 피지컬 AI”…미래차 승부처를 말하다

질문을 하면 곧바로 답이 돌아왔다. 정부 정책에도, 국내외 완성차 업체에도 예외는 없었다. 잘한 건 인정하고, 잘못한 건 단번에 잘라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 “기업들 다 죽이는 네거티브는 안 된다"며 직격탄을 날렸고, 기업에도 “미래기술 전환을 더 서둘러야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발언은 거침없지만, 기업은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에서 혁신하고, 정책은 안전이라는 원칙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는 방향은 늘 같다.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은 정책 자문위원,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로 30여 년간 자동차 산업과 정책 현장을 넘나들며 그 변화를 지켜봐 왔다. 그는 “지금부터 5년이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승부처"라고 말한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거대한 변곡점에 서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국은 보호무역의 벽을 높이고, 중국은 전기차와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자율주행으로의 전환이 본격화 되면서 산업 경쟁력과 규제 혁신, 안전에 대한 그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6일 김필수 한국전기자동차협회장을 만나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기회를 물었다. 다음은 김 교수와의 일문일답. - 그간 교수 뿐 아니라 다양한 역할을 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점은. “학교에서 제자를 가르치는 게 주 임무지만 실제로는 바깥 활동이 더 많았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기업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했다. 기업에 도움을 주다 보면 그 기업의 인재상도 파악이 된다. 인재 양성에도 좋은 일이다." - 수십년 간 자동차 산업을 지켜보며 정부에게 했던 가장 뼈아픈 조언은 무엇인가. “입이 마르도록 얘기하는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안전. 자동차 산업에서 안전에는 타협이 없어야 한다. 매립형 손잡이, 화물차 사고, 고령 운전자 사고 등 꾸준히 얘기 해왔던 문제다.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도 5~6년 전부터 반드시 상용화 해야한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3개월 전에야 처음으로 한 기업이 인증을 받고 도입 중이다. 다른 하나는 규제일변도의 정책 기조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거리가 멀다. 정책 자문을 하다 보면 규제 논의에 올리는 것 자체가 규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내왔던 것으로 아는데. “그렇다. 최근 기후부에서 내놓은 보조금 기준도 잘못됐다. 국내 공급망 기여도 항목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수출을 통해서 먹거리를 만드는 나라다. 국가 간의 관계가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처럼 자국 우선주의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팔이 안으로 굽는 자국 우선주의식 보조금 정책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거다. 하이브리드 보조금에 대해서도 10년 전부터 기후부에 자문해왔다. 지금처럼 순수 전기차만 보조금을 주면 전동화가 느려지고, 국내 완성차 업체도 하이브리드 내수 시장을 키울 수가 없다. 현대자동차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수출밖에 못 하고 있지 않나. 보조금 정책도 하이브리부터 전기차까지 단계적으로 해야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 최근 전기차 캐즘 현상이 심화되며 하이브리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순수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시장이 우세하다고 보나. “현실적으로 지금은 하이브리드 시대라고 봐야한다. 우스갯소리로, 내가 전기차 협회장인데도 전기차 안 끈다는 얘기를 한다. 그만큼 아직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크다는 얘기다. 주행거리도 한정적이고 수리비나 보험료도 비싸다. 이런 것들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기 때문에 캐즘까지 온 거다. 최근엔 EREV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고,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은 원래 한번에 바뀌지 않는다. 앞으로도 20년은 더 걸릴 것 같다." - 미국은 보호무역 기조를 계속 강화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어떤 전략으로 대응해야 하나. “기업 입장에선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로 생산 기반을 외국으로 옮기면 오히려 좋다. 초기 비용은 들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안정성이 강화되는 거다. 문제는 국내에 산업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거다. 여기에 로보틱스 자동화 흐름까지 겹치니 일자리 문제가 생길 거다. 정부 입장에선 국내 산업 기반이 망하는 지름길 아니겠나." - 중국산 전기차의 굴기도 강해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력은 어떤가. “이미 중국 전기차가 중저가 모델 시장을 장악했고,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결국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을 필두로 SDV, 중고급형 시장을 공략하는 게 최선이다. 반도체처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 미래차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기회는 무엇이라고 보나. “앞으로 5~10년이 가장 중요한 전환기다. 자동차 산업이 자동차를 넘어 모빌리티로 바뀌면서 UAM, 로보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이 시기에 정부를 중심으로 산·학·연이 얼마나 잘 뭉쳐 미래 먹거리를 잡느냐가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우리나라는 서방에서 제조업이 가장 활성화된 나라이니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본다. 가장 중요한 건 자동차가 피지컬 AI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휴머노이드 로봇만 떠올리는데, 피지컬 AI 1번은 사실 자동차다. 자율주행과 인공지능을 전기차 기반 위에 구현하는 것이 바로 피지컬 AI다. AI가 노트북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퀴를 달고 실제 움직이는 거다. 2029~2030년이면 SDV가 본격화되고 휴머노이드 로봇, 전고체 배터리, UAM 등이 함께 성장하는 시점이 올 텐데 변화를 얼마나 잘 융합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 2.0 시대를 열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차가 SDV를 3~4년 내에 완성해야 하는 이유다." - 기회를 막는 위기가 있다면. “외부 변수보다 더 위험한 것은 우리 내부 문제다. 세계적인 불확실성과 보호무역 기조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부 경쟁력을 얼마나 키우느냐다. 노사 안정과 정부의 중립적인 역할, 규제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고, 인센티브를 통해 산업을 고부가가치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업종 전환과 재교육으로 새로운 일자리에 대응할 역량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정부, 만 14세 미만 SNS 규제 추진…알고리즘도 손보나

정부가 만 14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미디어(SNS) 가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법정대리인 동의가 있는 경우에만 가입을 허용하고,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과몰입을 유도하는 기능의 노출을 단계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된다.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은 지난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하반기 업무계획 보고에서 “만 14세 미만은 SNS 가입을 제한하고, 그 이후 19세까지는 과몰입을 유도하는 장치와 알고리즘 노출을 제한하는 규제를 단계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만 14세 미만 이용자의 SNS 가입을 원칙적으로 제한하되,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는 가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과몰입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과 서비스 디자인에 대한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과몰입을 유도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과 서비스 디자인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형사처벌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 대상으로 검토하는 '과몰입 유도 장치'는 이용자가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도록 설계된 자동재생, 무한스크롤,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 '좋아요' 기반 보상 체계 등을 말한다. 지난 3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청소년 SNS 과몰입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러한 기능들이 중독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해외 입법 동향을 언급하며 SNS 규제 필요성에 공감했다. 이 대통령은 “호주, 영국, 유럽 등에서는 16세 이하의 SNS 접근을 제한하는 법을 만들고 있다"며 “과몰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사실상 조작에 가깝게 설계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이 이뤄지고, 미국에서는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우리 판단보다 국민 공감대가 중요하다. 여론조사로 한 번 물어보자"며 업무보고를 생중계하던 유튜브 댓글창에서 즉석 투표를 제안했다. 이후 “평일 오후여서 청소년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나중에 주말에 다시 해보자"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청소년 SNS 이용 제한과 관련한 법안 7건이 발의돼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이들 법안을 종합해 연령별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법안에는 연령별 가입 제한을 비롯해 미성년자 대상 추천 알고리즘 제한, 심야 시간대 알림 제한, 부모의 자녀 계정 관리 기능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게임 셧다운제 시행 경험을 고려하면 성급하게 접근하기보다 사회적 공론화와 청소년 참여를 거쳐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SNS 이용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현재 호주 등 5개국이 관련 규제를 시행 중이며, 20여 개국이 도입을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올해 안에 13세 미만 아동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제한하고, 무한스크롤·자동재생·맞춤형 추천 등 중독성을 높이는 기능을 규제하는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호주는 지난해 12월 세계 최초로 만 16세 미만의 주요 소셜미디어 계정 생성과 보유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했다. 이용자의 연령을 확인할 책임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있으며,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최대 500억 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영국도 만 16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가입과 라이브 방송 이용, 낯선 사람과의 연락 등을 제한하는 법안을 연내 제출해 2027년 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글로벌 10주년’ 펄어비스 검은사막, 美서 ‘하이델 연회’ 개최

펄어비스 '검은사막'이 게임업계 성수기인 여름 시즌을 맞아 신규 및 복귀 이용자 확대에 나선다. 하반기 주요 업데이트 내용을 공개하는 이용자 행사 '하이델 연회'를 기점으로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며 장기 라이브 서비스의 저력을 이어간다. 검은사막은 오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2026 하이델 연회'를 개최한다. 하이델 연회는 여름시즌 검은사막의 향후 서비스 방향을 공개하는 이용자 행사다. 펄어비스는 연말 '칼페온 연회'를 포함해 매년 두 차례 연회를 열고 각종 개선사항, 업데이트 계획 등을 공유한다. 이번 연회는 북미와 유럽 서비스 10주년을 맞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개최된다. 북미와 유럽은 검은사막의 핵심 시장으로, 지난 1분기 펄어비스 전체 매출의 81%가 이 지역에서 발생했다. 현장 행사와 동시에 글로벌 전 권역 이용자를 대상으로 라이브 방송도 진행하며 전 세계 모험가들과 함께할 예정이다. 검은사막은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무는 이용자와의 스킨십을 주력하고 있다. 특히 2019년 자체 서비스 전환 이후에는 이용자 밀착형 운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202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칼페온 연회를 개최한 이후부터 글로벌 이용자들과 만남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24년에는 검은사막 속 도시 '하이델'의 모티브인 프랑스 베이냑에서 하이델 연회를 열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검은사막을 즐기고 있는 이용자 200여 명이 참석해 추억을 나눴다. 올 상반기에도 북미와 유럽, 아시아 등 전 권역을 누비며 이용자들과 교류했다. 지난 2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진행된 '어드벤처러스 오아시스-애니버서리 피에스타(Adventurers' Oasis-Anniversary Fiesta)'를 시작으로, 3월에는 스페인 세비야에서 'VOA(보이스 오브 어드벤처러스)'를 열고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4월에는 대만에서 현지 이용자 100명과 만나 대화를 나눴고, 5월에는 한국 부산에서 '모험가 오아시스 길드의 밤 in 부산'을 개최해 길드원과 운영진이 저녁 만찬과 현장 이벤트를 즐겼다. 검은사막은 이용자와 함께 라이브 서비스를 만들어가며 MMORPG 시장에서 장기 흥행 기반을 다지고 있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올해로 서비스 12년차를 맞은 검은사막은 매주 업데이트를 이어가며 안정적인 라이브 서비스를 제공 중"이라며 “이번 검은사막 하이델 연회 역시 하반기 핵심 콘텐츠와 서비스 방향을 공개하는 것은 물론, 여름 시즌 신규 및 복귀 이용자 유입을 이끄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HD현대, 美 최대 EPC ‘키윗’과 ‘방산·해상 AI’ 장악 나선다

글로벌 1위 조선기업 HD현대가 미국의 굳건한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뚫고 현지 해양 산업의 심장부로 진입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최대 종합 설계·조달·시공 기업(EPC, Engineering·Procurement·Construction)과의 선박 건조 파트너십 체결이지만, 그 이면에는 쇠퇴한 미국 조선업 재건을 돕는 동시에 미 해군 함정 시장을 공략하고 인공 지능(AI) 시대의 핵심인 '부유식 데이터 센터(FDC, Floating Data Center)' 시장까지 선점하겠다는 고도의 다목적 청사진이 깔려 있다. ◇“설계는 한국, 조립은 미국"…'존스법' 뚫는 현지화 전략 19일 HD현대는 미국 텍사스주 코퍼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에 위치한 키윗오프쇼어 본사에서 '키윗(Kiewit)'과 '조선 사업 협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북미와 남미에서 대형 해양 구조물 제작과 시운전에 독보적인 실적을 보유한 키윗은 1만3000톤급 초대형 육상 크레인(HLD) 등 압도적인 해양 인프라를 갖춘 종합 EPC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선박을 공동 건조하고, 선박용 블록·모듈을 현지 생산하기로 했다. 이 협력의 핵심은 미국의 연안 무역법인 '존스법(Jones Act)'를 정면 돌파하는 데 있다. 존스액트는 미국 내 항구를 오가는 선박이 100% 미국 내에서 건조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외국산 주요 구성품이 전체 강재 중량의 1.5%를 넘어설 수 없도록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HD현대는 완성된 배나 대형 블록을 직접 수출하지 않고 자사의 고부가가치 설계 노하우와 기자재 공급망 관리(소프트파워)를 제공하고 키윗의 현지 인프라(하드웨어)를 활용해 실물 블록을 미국 영토 내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까다로운 'Made in USA' 규제를 원천적으로 우회하는 가장 확실한 현지화 전략이다. ◇'직접 인수' vs '생태계 구축'…자산 경량화 동맹 이는 경쟁사인 한화오션의 미국 진출 방식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한화오션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펜실베이니아주 '필리 조선소(Philly Shipyard)'를 전격 인수하는 '자산 집중형(Asset-Heavy)' 전략을 택했다면, HD현대는 대규모 직접 투자나 현지 노후 설비 유지·노조 갈등 리스크를 피하면서 각 분야 1위 기업들을 우군으로 삼는 '자산 경량화(Asset-Light)'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HD현대는 지난해 4월과 6월, 미국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HII)와 해양 작업 지원선 전문 기업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 잇달아 선박 건조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상선(ECO)-방산(HII)-해양 구조물 시공(키윗)을 아우르는 '미국 내 간접 생산 삼각 동맹'이 완성된 셈이다. ◇MRO 신뢰 발판 삼아 미 해군 '차세대 함정' 신조(新造) 정조준 이 거대한 생산 네트워크의 1차 타깃은 극심한 병목 현상을 겪고 있는 미 해군 방산 시장이다. 수십 년간 이어진 투자 축소로 미국 조선소들의 인프라가 붕괴되면서 미 해군은 함정 가동률 저하라는 심각한 안보 공백에 직면해 있다. 이 틈을 타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월리 쉬라', '세사르 차베즈', '앨런 셰퍼드' 등 미 해군 화물보급함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잇달아 완수하며 공기 준수 능력을 미 해군 지휘부에 증명해 냈다. HD현대는 MRO 시장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현지 파트너인 HII·키윗의 턴키 시공 능력을 결합해 향후 미 해군이 준비 중인 차세대 군수 지원함 공동 건조 등 십수조 원 규모의 신조 시장 주도권까지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바다 위 AI 심다…FDC로 개척하는 차세대 인프라 블루오션 조선·방산 못지않게 산업계가 주목하는 대목은 양사가 협력 범위를 발전 인프라인 FDC 분야로 확대하기로 한 점이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열풍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모하는 데이터 센터 수요가 폭증하고 있지만 육상 데이터센터는 부지 부족과 전력망 과부하, 서버 냉각을 위한 천문학적인 수자원 고갈 문제로 한계에 부딪혔다. 대안으로 떠오른 FDC는 바다 위에 거대한 구조물을 띄워 차가운 해수로 '자연 냉각'을 진행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해상 풍력 등을 통해 자체 무탄소 전력(Off-grid)까지 생산할 수 있는 혁신 인프라다. HD현대는 압도적인 부유체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이미 글로벌 전력 인프라 1위 기업인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FDC 냉각 및 전력 솔루션 공동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여기에 미국의 엄격한 연안 규제를 뚫고 복잡한 해상 계류·시공을 해낼 수 있는 키윗이 가세하면서 '설계(HD현대)-전력 인프라(슈나이더) - 현지 해상 시공(키윗)'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만들어졌다. ◇선박 제조사 넘어 '글로벌 딥테크 인프라 공급자'로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고도로 숙련된 인력이 부족한 미국 조선업 환경에서 HD현대가 자사의 자동화 공법과 공정 관리 능력을 현지 야드에 얼마나 빠르고 완벽하게 이식하느냐가 향후 수익성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하지만 지식재산권(IP)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무기로 미국의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돌파한 HD현대의 치밀한 우회 전략은 전통적인 하드웨어 수출 구조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는 쇠퇴한 미국 조선업의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미 함정 시장을 개척하고 폭발하는 AI 전력 수요를 바다 위에서 해결할 '글로벌 해상 딥테크 인프라 공급자'로 진화하고 있어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그룹, 韓 ‘K-해상 풍력’ 띄우고, 美 ‘안보 방패’ 품었다

글로벌 산업계의 지형도가 탈 탄소와 지정학적 방위력 강화라는 두 거대한 축을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이 중대한 시대적 변곡점에서 한화그룹 해양·조선 부문(한화오션·한화 필리 조선소)의 광폭 행보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안방인 한국에서는 총 사업비 3조4000억 원 규모의 초대형 상업용 해상 풍력 단지 조성을 진두지휘하며 'K-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을 완성하고 있고,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국방 핵심 프로젝트인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 연계 선박을 수주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는 수주형 선박 건조에 의존하던 전통적 조선업의 한계에서 탈피해 인류의 양대 과제를 해결하는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방산 종합 솔루션 디벨로퍼'로 체질을 개선한 한화그룹의 전략적 퀀텀 점프를 시사한다. ◇美 국방 심장부 뚫다…필리 조선소, '안보 핵심 기지'로 위상 격상 가장 먼저 낭보가 울린 곳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다. 지난 17일 미국 교통부 해사청(MARAD)은 한화가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필리조선소가 미국의 차세대 공중 미사일 방어체계 '골든 돔(Golden Dome)' 구축을 위한 필수 안보 자산인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 건조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골든 디펜더'로 명명돼 2030년부터 인도될 이 특수 함정은 미사일 비행 시험 시 △궤적 추적 △원격 측정 자료 수집 △통신·결과 분석 등을 지원하는 핵심 인프라다. 선박 건조 관리 기업 토트 서비스(TOTE Services)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 한화필리조선소는 이번 수주를 통해 상선이나 훈련선을 만들던 민간 조선소에서 미국의 국가 안보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방산 기지로 그 위상이 단숨에 격상됐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 중인 '미국 조선업 재건(MASGA)' 구상과 한미 양국의 1500억 달러 규모 조선업 투자 파트너십의 중심축으로 한화가 낙점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라는 평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혁신서밋에서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직접 언급한 데 이어 명명식에 참석한 러셀 서로우 보우트 백악관 관리예산실 국장과 션 더피 미 교통부 장관은 “이 선박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뒷받침하고 장병들을 외부 위협으로부터 더 안전하게 지킬 것"이라고 극찬했다. 한화디펜스USA와 함께 미 해군 차세대 군수 지원함(NGLS) 개념 설계 사업에도 참여 중인 한화오션은 철옹성 같은 미국 군함 건조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고히 다지게 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닻 올린 3.4조 '신안 우이 해상 풍력'…한화오션, EPCIO 주간사로 비상 미국 시장에서 국가 안보의 방패를 주조하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첨단 산업의 생명줄이 될 청정 에너지 인프라 구축의 선봉장에 섰다. 지난 16일 전남 신안군에서는 총 설비용량 390MW(원전 1기 발전용량의 40%) 규모의 '신안 우이 해상 풍력 발전 사업' 착공식이 열렸다. 한화오션은 이 프로젝트에서 시공사에 머물지 않고 '사업 입지 발굴→인%허가→투자 재원 유치→설계·조달·시공(EPC)→해상 설치·운영' 등 전 주기를 통제하는 '총괄 디벨로퍼 겸 EPCIO 주간사'로 나섰으며, 단독 수주 금액만 1조9716억 원에 달한다. 가장 돋보이는 경쟁력은 핵심 인프라의 '내재화'와 완벽한 'K-공급망' 구축이다. 한화오션은 전 세계 해상풍력발전기 설치선(WTIV) 건조 시장을 중국이 독식하는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 약 8000억 원을 투자해 15MW급 초대형 터빈을 직접 설치할 수 있는 최첨단 WTIV를 거제 사업장에서 자체 건조해 2028년 신안 현장에 즉시 투입한다. 더불어 고도의 해양 플랜트 기술이 요구되는 400MW급 해상 변전소(OSS) 상부 구조물까지 직접 제작한다. 여기에 베스타스(Vestas)의 15MW 터빈, 현대스틸산업의 하부구조물, LS전선의 초고압 해저 케이블 등을 엮어 핵심 기자재의 97%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금융·사회적 수용성 확보 측면에서도 고도화된 전략을 뽐냈다. 정부의 '국민 성장 펀드' 1호 투자와 '미래 에너지 펀드' 등 총 1조3000억 원 규모의 정책·민간 결합 펀드를 유치해 고금리 시대의 PF 한계를 순수 국내 자본으로 돌파했다. 나아가 주민들이 채권 투자를 통해 연간 250억 원의 발전 수익을 배당받는 '바람 연금(주민 참여 이익 공유제)'을 도입해 대형 인프라 건설의 고질적 난제인 님비(NIMBY) 갈등을 혁신적으로 해소하고 지역 경제 선순환의 국가적 롤모델을 세웠다. 데이비드 김 한화필리조선소 CEO는 “필라델피아는 국가를 위해 선박을 건조해 온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며, 우리의 조선소가 그 유산을 이어가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업은 검증된 설계 능력과 숙련된 인력, 정부와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 등이 결합했을 때 무엇이 가능한지 보여주는 실질적 사례"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