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감사원이 항공기 조종사들의 정신 건강 검증 부실을 지적한 지 단 한 달 만에 전직 부기장에 의한 보복성 연쇄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조종사 정신병력 조회 시스템' 구축에 강력한 정당성이 실릴 전망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 부기장이었던 A씨는 지난 17일 5시 30분 경 부산 부산진구 소재 아파트에서 현직 기장 B씨를 흉기로 습격했다. B씨는 목을 포함한 신체 여러 군데에 자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날인 지난 16일 A씨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엘리베이터에서 직장 동료였던 C씨를 덮쳤고, 도구를 사용해 목을 졸랐다. A씨는 기장 C씨를 살해하려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부산으로 도주했다. A씨는 당초 B씨를 살해한 후 창원으로 이동해 또 다른 대상으로 삼았던 기장 D씨를 해치려 했으나 경찰의 신변 보호 조치로 실패하자 울산으로 도주했다가 결국 모텔에서 검거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살해 대상자들의 생활 패턴을 파악해 총 4명의 동료를 살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의자 A씨의 이력은 좌절로 점철돼 있었다. 공군사관학교에 입학했으나 비행 부적격 판정을 받아 비조종 특기인 정보병과 장교로 임관했다. 5년 차 전역 후 미국에서 조종 면장을 취득해 국내 항공사인 에어부산에 취업했으나 '비조종 공사생 출신'이라는 꼬리표에 스스로 차별을 느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내 평판이 좋지 않았던 그의 갈등은 코로나19 시기 절정에 달했다는 전언이다. 항공기 조종사로서 필수적인 백신 접종을 거부하며 회사와 전면 충돌한 것이다. 또한 비행 기술과 언행·소통 능력 등을 동료들이 평가하는 기장 승급 심사에서도 수차례 탈락하자 그 원망을 이들에게 돌렸고, 2024년 건강상 이유로 퇴직하기 전부터 이미 치밀한 살인 계획을 세운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압송 과정에서 기자들에게 “3년 전부터 살의를 갖고 있었고, 공군사관학교 조종 특기 출신 기득권 때문에 내 삶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경찰은 사이코패스 검사를 포함, A씨의 공황 장애 또는 우울증 여부를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항공 안전 취약 분야 관리 실태' 보고서 내용과 맥이 닿아있어 항공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감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항공 신체 검사는 신청자의 자발적 문진표에만 의존하고 있어 스크리닝 기능이 사실상 마비된 상태다. 실제로 감사원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실시된 3만9644건의 신체 검사를 분석한 결과 정신 질환 부적합 판정은 0.1%인 44건에 불과했다. 반면 건강보험공단 자료 대조 결과, 정신 질환을 숨기고 '적합' 판정을 받은 조종사가 62명, 관제사가 35명이나 적발됐다. 특히 재발성 우울 장애로 11차례 치료받은 사실을 숨긴 한 조종사가 최근 3년 간 452회나 비행 업무를 수행한 사례도 있었다. 병력을 은폐한 조종사 62명이 수행한 비행 업무는 총 1만2097회에 달해 항공 안전의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감사원은 국토교통부가 이러한 병력 은폐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국민건강보험공단 등과의 진료 기록 연계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아 항공 안전의 사각지대를 방치했다고 질타했다. 2023년 관련 법 개정이 시도되었으나 조종사 단체의 반발과 입법 지연으로 무산된 바 있다. 현행 의료법상 개인 정보에 해당하는 진료 기록은 엄격히 보호되며, 환자 동의 없는 유출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의료인은 주민등록번호 등 진료 목적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를 별도 동의 없이 수집할 수 있으나 법령에 규정된 경우 외에는 비밀을 누설할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번 연쇄 살인 미수 사건으로 인해 비행 부적합자를 사전에 걸러내 운항 안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공익적 가치가 그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돼 국토부의 정책 실행에 명분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조종사 및 관제사의 자격·운항 관리 감독 부실'에 관해 국토부 장관에게 항공 신체 검사 시 정신병력을 확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이에 국토부는 감사원의 권고에 따라 조종사·관제사의 동의를 전제로 정신 질환 유무를 전문의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허위 신고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등 법적 제도 개선에 즉각 착수할 방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고경력 기장은 “감사원의 지적 사항은 개인 정보를 타인이 함부로 열람할 수 없도록 한 의료법과 정면으로 충돌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타당성을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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