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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총기 그림 알아보고, 심폐소생술 돕고…국산 AI 반도체의 진화

카메라 앞에 권총 그림을 들어 올리자 화면에 'gun 0.75'라는 글자가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이 그림 속 물체를 권총으로 인식하고, 판단 결과를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이어 노트북을 비췄을 때는 앞서 인식했던 물체를 알아보지 못하는 장면도 나왔다. 부스 관계자는 전시에 사용한 공개 AI 모델의 정확도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페스타 2026'의 AI 반도체 특별관.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직접 개발한 칩과 이를 활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카메라 영상을 분석하고 심폐소생술(CPR) 교육을 지원하는 장비부터 데이터센터의 처리 속도를 높이는 기술까지 전시됐다. AI 반도체 특별관에는 딥엑스와 모빌린트, 디노티시아, 파네시아 등 국내 기업 4곳이 참여했다. AI 연산을 기기 내부에서 처리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와 데이터 검색 전용 반도체, 서버 간 연결 기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모빌린트의 영상 인식 시연이었다. 카메라에 비친 사람과 휴대전화에 각각 사각형이 표시됐고, 화면에는 물체의 종류와 인식 점수가 나타났다. 권총 그림을 비추자 AI가 이를 총기로 분류했다. 다만 같은 물체를 다시 비췄을 때는 인식 결과가 달라지기도 했다. 모빌린트 부스 관계자는 전시에 사용한 AI 모델이 외부에서 공개한 모델이라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는 용도에 맞게 별도로 학습하거나 성능을 개선한 모델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영상 인식 결과가 AI 반도체 자체의 성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모빌린트는 AI 반도체 '에리스(ARIES)'와 '레귤러스(REGULUS)'를 전시했다. 에리스는 기업 내부 서버 등에 설치해 AI 연산을 처리하는 제품이다. 레귤러스는 로봇과 폐쇄회로(CC)TV, 드론 등 소형 기기에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외부 클라우드에 연결하지 않고도 AI 추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상용화는 진행 중이다. 모빌린트는 드론과 AI CCTV 업체 등과 제품 개발 및 검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딥엑스 부스에서는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한 채 마네킹의 가슴을 압박하는 CPR 교육을 체험할 수 있었다. 스마트글라스를 쓰자 눈앞에 체험 화면이 나타났다. 가슴 압박을 시작하자 박시은 달구(DALLGOO) 대표가 “더 깊게", “속도가 더 빠르게"라고 안내했다. 이 장비는 달구가 개발한 CPR 교육 솔루션이다. 카메라 등을 이용해 사용자의 자세와 압박 동작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AI를 활용하면 교육자가 체험자 옆에서 일일이 동작을 확인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이 함께 참여하는 체험 장비도 마련됐다. 달구는 내년 초 교육 패키지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에는 초·중·고등학교 등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번 CPR 시연에서 딥엑스 반도체가 정확히 어느 장치에 탑재돼 어떤 연산을 맡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딥엑스는 별도로 영상 인식용 AI 반도체 'DX-M1'과 관련 제품을 전시했다. 카메라와 의료기기, 산업용 장비 등에서 적은 전력으로 AI를 구동하는 기술을 소개했다. 전시장에서는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도 눈에 띄었다. 디노티시아 부스에는 검은색 카드 형태의 'VDPU V110'이 전시돼 있었다. 벡터 데이터 처리장치(VDPU)는 AI가 대량의 문서와 이미지 등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을 때 데이터 검색을 가속하는 반도체다. AI 모델의 연산을 담당하는 NPU와는 역할이 다르다. 디노티시아 부스 관계자는 VDPU가 데이터베이스 처리 부담을 줄여 CPU와 GPU를 다른 연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제공한 자료에는 기존 CPU 기반 방식보다 검색 속도가 최대 10배 빠르고, 동일 성능 기준 총소유비용은 80%, 설치 공간은 87% 줄일 수 있다는 수치가 제시됐다. 디노티시아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연구 데이터 플랫폼과 신한라이프의 보험 관련 데이터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가 밝힌 VDPU 대량 양산 예정 시점은 내년 4월이다. 파네시아 부스에는 투명 덮개를 씌운 서버 장비가 놓여 있었다. 내부에는 'CXL CPU'라고 표시된 부품이 보였고, 옆에는 작은 반도체 칩도 전시됐다. 부스 관계자는 칩만으로는 기술의 역할을 이해하기 어려워 데이터센터 내부 연결 구조를 보여주는 장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파네시아가 개발하는 것은 서로 다른 반도체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를 활용해 CPU와 GPU, NPU, 메모리 등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한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서버 내부와 서버 간 데이터 이동량이 늘어나는데, 연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연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파네시아 부스 관계자는 여러 서버가 나눠 처리한 데이터를 다시 모을 때 가장 느린 구간이 전체 성능을 좌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파네시아는 SK텔레콤 등과 데이터센터 수준의 기술 실증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AI 페스타 2026'은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국내외 기업과 기관 350여 곳이 500여 개 부스를 마련했다. LG AI연구원과 업스테이지, SK텔레콤 등이 독자 개발한 AI 모델을 선보였으며, 피지컬 AI와 국방 AI 등 산업별 기술 전시와 국제 콘퍼런스, AI 정책 토론회도 진행됐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김윤정 인턴기자

조현범의 ‘기술 뚝심’ 결실…한국타이어 후원 WRC 2026 시즌 마무리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레이싱 타이어를 독점 공급하는 세계 최정상급 모터스포츠 대회 '2026 월드 랠리 챔피언십(WRC)'의 시즌 최종전 '이탈리아 사르데냐 랠리'가 지난 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사르데냐섬 알게로 일대에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는 17개 스페셜 스테이지, 총 307.02km 구간으로 구성됐다. 역대 네 번째로 10월 가을 시즌에 열리면서 예측 불가한 기후 변화가 완주 여부를 가르는 변수로 떠올랐다. 한국타이어는 익스트림 전천후 랠리용 타이어 '다이나프로 R213'을 공급하며 가혹한 노면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레이스 운영을 뒷받침했다. 이를 통해 모터스포츠 투자를 강조해 온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철학 하에 다년간 축적해 온 고성능 타이어 기술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올 시즌 최종 결과, '토요타 가주 레이싱 월드 랠리 팀'이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 타이틀을 차지했고, 같은 팀의 '엘핀 에반스'가 드라이버 챔피언십 타이틀을 차지했다. 한국타이어는 2026 WRC 시즌 개막전 '몬테카를로 랠리'부터 최종전인 '이탈리아 사르데냐 랠리'까지 WRC 전 클래스에 레이싱 타이어를 독점 공급했다. 눈길과 빙판길부터 타막, 거친 그래블 코스 등 까다로운 레이스 조건에서도 일관된 타이어 퍼포먼스로 최상의 경기를 지원해 왔다. 한국타이어는 올 시즌 극한의 랠리 현장에서 축적한 주행 데이터를 연구개발(R&D)에 활용해 고성능 타이어 기술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앞으로도 세계 각국의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타이어 성능을 검증하며 글로벌 톱티어 브랜드로서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해커가 며칠씩 찾던 ‘약한 고리’…AI는 순식간에 훑는다

해커가 며칠씩 걸려 찾던 보안 취약점을 인공지능(AI)이 단시간에 찾아내고 있다. 취약점 탐색부터 침투 시험까지 AI가 대신하면서 공격에 드는 시간과 비용은 줄고, 한꺼번에 노릴 수 있는 대상은 늘어나는 것이다. 최근 국내 금융권을 공격한 해커의 서버에서도 AI 침투 테스트 도구가 발견돼, 보안이 취약한 외부 서버까지 해킹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다. 8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미국 사이버보안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최근 국내 금융회사들을 공격한 해커의 서버에서 AI 침투 테스트 도구 '아르텍스(ARTEX)'의 설정 파일을 발견했다. 공격자는 이 도구에 중국 AI 모델 딥시크를 연결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실제 금융회사 침투 과정에서 AI가 어느 정도 활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르텍스는 기업의 보안 취약점을 점검하기 위해 개발된 오픈소스 프로그램이다. 점검 대상을 지정하면 AI가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취약점을 분석해 침투 가능성을 시험한다. 기업이 보안망의 허점을 찾는 데 쓰는 도구지만, 해커가 활용하면 공격 준비부터 취약점 탐색까지 자동화할 수 있다. 기존에도 취약점을 찾는 자동화 프로그램은 있었다. 다만 정해진 작업을 반복하는 방식이어서 결과를 분석하고 다음 공격 단계를 결정하는 것은 해커의 몫이었다. 반면 AI 에이전트는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다음 작업을 결정하고 필요한 도구까지 활용할 수 있다. 사람이 단계마다 지시하던 작업을 AI가 연속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안랩이 지난 7일 공개한 분석에 따르면, 아르텍스의 새 버전은 전체 작업을 계획하는 '플래너'와 개별 작업을 수행하는 여러 '워커 에이전트'로 구성됐다. 플래너가 작업을 나누면 워커 에이전트들이 각각 취약점을 탐색하고 결과를 보고하는 방식이다. 여러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결과를 종합할 수 있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AI가 해킹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로 속도와 비용을 꼽는다. 기존에는 공격자가 대상 기업을 조사하고 취약점을 찾아낸 뒤 공격 도구가 제대로 작동하는지까지 직접 확인해야 했다. AI가 반복적인 조사와 분석을 대신하면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시스템을 살펴볼 수 있다. 곽진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해킹은 공격자가 취약점을 찾고, 도구를 만들어 제대로 동작하는지까지 봐야 했다"며 “AI 도구를 사용하면 취약점을 찾는 속도가 빨라지고 시간과 비용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는 여러 시스템을 동시에 탐색할 수도 있다. 해커 한 명이 서버 하나를 조사하는 동안 AI는 다른 서버의 취약점까지 함께 찾는 식이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에이전트는 압도적으로 속도가 빠르고 동시다발적인 공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격 대상도 그만큼 넓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해커가 직접 취약점을 찾을 때는 조사할 대상을 선별하고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AI를 이용하면 규모가 작거나 외부에 흩어져 있는 시스템까지 폭넓게 탐색할 수 있다. 기업의 핵심 전산망뿐 아니라 외주업체의 업무용 프로그램과 오래된 서버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주변부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사실은 이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히 어느 부분이 취약한지 찾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AI 에이전트가 이런 탐색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기아 노동조합과 티빙 등에서도 보안 사고가 발생하면서 기업이 운영하는 각종 서비스와 정보 관리 체계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아 노조의 경우 외부 위탁업체에서 발생한 해킹 사고가 다른 기관과 단체의 개인정보 유출로까지 이어졌다. 외부 시스템을 노리는 공격 자체도 새로운 수법은 아니다. 곽 교수는 “예전에도 취약한 고리를 공격자가 찾게 되면 그쪽으로 공격이 이루어졌다"며 “지금은 자동화된 도구나 인공지능 기반의 도구를 사용하니까 예전에 미처 찾지 못했던 취약점들을 더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SK쉴더스도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이 제대로 파악하거나 관리하지 못하는 외부 시스템을 주요 보안 위험으로 지목했다. 기업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정보기술 자산인 '섀도 IT(Shadow IT)'와 외부에 노출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등이 대표적이다. 김병무 SK쉴더스 사이버사업부문장(부사장)은 “AI는 새로운 취약점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공격을 증폭시키는 도구"라며 “기업은 보유 자산의 가시성을 확보하고 API를 비롯한 외부 노출 영역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AI 해킹 도구가 공격에 필요한 전문지식의 문턱을 낮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랩은 비숙련자도 AI의 도움을 받아 공격을 시도할 수 있고, 숙련된 해커는 반복 작업을 자동화해 공격 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방어 체계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기존에는 정상적으로 로그인하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제는 로그인한 사람도 계속 검증해야 한다"며 “접근권한을 작업 단위로 나누고 주변 시스템의 보안 수준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방어자도 미리 AI 취약점 점검 도구를 사용해 취약점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며 “공격자가 같은 도구나 방식으로 취약점을 찾더라도 이미 보완했다면 공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수진 인턴기자

[2026 국감] 테슬라 24만대 팔렸는데…국토부 FSD 안전기준 ‘감감무소식’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기능 FSD(Full Self-Driving)를 둘러싼 국내 안전성 검증 공백이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다. 국내 등록 테슬라 23만8968대 가운데 FSD를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5만3477대에 그쳤고, 국내에서 실제 FSD가 사용되고 있지만 정부 차원의 시험·검증 실적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 분야 국정감사에서 장종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내 등록 테슬라는 23만8968대다. 이 가운데 FSD 사용 가능 차량은 5만3477대(22.4%), 사용 불가 차량은 18만5491대(77.6%)로 집계됐다. 특히 같은 테슬라 모델이라도 생산지에 따라 FSD 사용 여부가 달랐다. 중국산 모델3·모델Y는 18만3407대로 FSD를 사용할 수 없었고, 미국산 모델3·모델Y와 모델S·모델X·사이버트럭 등은 일부 차량에서 FSD 사용이 가능했다. 국토부는 미국산 차량에는 한미 FTA에 따른 미국 안전기준을 인정하지만, 중국산 차량에는 적용할 국내 기준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 의원이 국토부와 교통안전공단에 FSD 안전기준 부합 여부와 검증·시험 실적 등을 확인한 결과 국토부는 FSD가 현행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만 안전성이 검증됐는지 또는 검증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어느 쪽으로도 판단하지 않았으며, 검증·시험 실적과 향후 검증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에서는 FSD가 실제 사용되고 있다. 테슬라코리아 제출 자료에 따르면 FSD 실사용 차량은 3만303대로, 이들 차량의 누적 주행거리는 9180만㎞다. 확인된 사고는 2건으로 모두 경미한 사고였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국제기준도 FSD의 도심 주행 기능까지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DCAS(UN R171)는 도심 핸즈오프 기능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를 보완할 후속 기준에 대한 정책연구나 전담 조직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장종태 의원은 “국민 24만 명이 타는 차량의 핵심 기능인데도 국토부는 검증 한 번 없이 '안전기준 부적합'이라는 입장만 반복해 왔다"며 “안전한지 아닌지 판단조차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자동차 안전을 책임지는 부처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FSD를 정상적인 승인 절차 없이 활성화하는 이른바 '탈옥' 사례도 올해 93대 확인됐다. 국토부와 테슬라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이후 원격 무력화와 보안 업데이트를 진행했고, 6월 이후 추가 불법 활성화 차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장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서영득 테슬라코리아 대표에게 자동차규칙상 외국 안전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 특례가 있다며 FSD 정식 승인 신청과 검증 계획을 물었다. 이에 서 대표는 “국토부로부터 FSD 안전성 관련 정식 조사나 자료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필요한 절차를 검토해 정식 승인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범부처 자율주행 R&D 예산은 2023년 1568억원에서 올해 895억원으로 4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자율차 상용화 사업 예산도 2024년 429억원에서 2025년 94억원으로 줄었으며 올해는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최태원 “AI로 사회 비용 낮추고 난제 풀어야”…EBS서 청년과 미래 논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시대의 경제·사회 변화와 청년들의 생존 전략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공개한다. AI를 활용한 사회문제 해결부터 한일경제연대, AI 시대 노동의 변화까지 최근 최 회장이 강조해온 화두를 5차례 강연에 걸쳐 다룬다. EBS는 오는 12일부터 16일까지 EBS 1TV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시즌6에서 최 회장의 'AI, 새로운 자본주의 그리고 청년'을 방송한다고 8일 밝혔다. 최 회장은 이번 강연에서 AI 기술 자체의 발전보다 이를 활용해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사회의 비용을 낮추고 난제를 풀어야 AI의 효과를 얻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의 데이터와 환경에 맞는 AI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구상을 제시한다. 첫 강연에서는 경제성장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회문제를 경제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다룬다. 사회문제를 해결해 만들어낸 성과를 측정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공하는 이른바 '새로운 가치의 자본주의'가 핵심이다. 최 회장이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사회적 가치 측정·보상 실험을 토대로 자신의 구상을 설명한다. 두 번째 강연에서는 'AI 네이티브 사회'를 화두로 꺼낸다. AI 경쟁에서 속도와 규모, 안전이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실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AI 에이전트부터 'AI 시티'까지 구체적인 활용 방안도 제시한다. 최근 최 회장이 잇따라 강조하고 있는 '한일경제연대'도 별도 강연 주제로 다룬다. 최 회장은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제질서 재편 속에서 한국과 일본이 단순한 산업협력을 넘어 경제 공동체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는 구상을 설명한다. 에너지와 AI, 헬스케어, 관광, 일자리 등을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할 수 있는 분야로 제시한다. 마지막 두 차례 강연은 청년들과의 대화로 구성된다. AI가 사람보다 더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는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과 청년들의 역량, 중소기업의 AI 전환 등을 놓고 질의응답을 진행한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경우 일의 가치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최 회장의 생각도 공개된다. 그는 노동 자체의 가치보다는 일하는 방식과 선택이 달라질 것으로 보고, AI 시대에는 '배운다'는 개념 자체도 변화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힌다. 최 회장은 1998년 SK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에너지·통신에서 반도체와 AI로 그룹의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서 AI 전환과 한일 경제협력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하고 있다. 최 회장의 강연은 12일부터 16일까지 평일 오후 11시45분 EBS 1TV에서 방송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분기 영업익 100조’ 새 역사 쓴 삼성…엔비디아 추월도 눈앞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거두며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고지를 밟았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회복이 맞물린 결과로, 엔비디아·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넘어서는 규모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에서도 엔비디아를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8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2조1700억원)보다 782.50% 급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195조원으로 전년 동기(86조600억원) 대비 126.59% 늘었다. 직전 최대 기록이던 2분기 실적(매출 171조5000억원·영업이익 89조4900억원)과 비교해도 매출은 13.70%, 영업이익은 20.01% 증가해 한 분기 만에 기록을 다시 썼다.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성과급 충당금을 빼고도 100조원을 넘긴 성적이다. 1~3분기 누적 실적도 가파르게 불어났다. 누적 매출은 500조37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39조7700억원)보다 108.69% 늘었다. 누적 영업이익은 254조1300억원으로 1년 전(23조5300억원)의 10배가 넘는 980.03%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날 사업부문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업계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이 11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DS 부문 안에서는 D램 사업이 약 80조원, 낸드 사업이 30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영업이익률은 D램이 약 80%, 낸드가 70~75% 수준으로 메모리 전체 이익률이 70%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였다. 전 세계적으로 투자가 확대되며 D램·낸드 등 메모리 전반의 공급이 달리자 가격 오름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HBM 판매가 늘면서 이익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분석이다. 가격 지표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PC용 D램 범용제품 평균 가격은 26달러로 6개월 연속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 범용제품 평균 가격 역시 30.6달러로 21개월째 상승하며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힌 것이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HBM4(6세대)를 양산 출하했고, 약 4개월 만에 관련 매출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넘어섰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는 3분기 HBM4 매출이 전 분기의 3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점유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1%에서 2분기 33%로 12%포인트 상승했다. 하반기 HBM4 출하가 본격화하면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HBM4는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량이 한 제품 안에서 시너지를 내기 시작한 첫 세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기술 경쟁력과 실적을 모두 한 단계 끌어올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글로벌 무대에서도 삼성전자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이번 영업이익은 엔비디아(637억달러·85조4000억원)와 애플(509억달러·68조2000억원)이 각각 기록한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세계 민간기업 가운데 1위에 해당한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엔비디아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710억달러(95조원)다. 삼성전자가 2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정상에 오를 가능성이 적지 않단 얘기다. 이번 실적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추정한 잠정치다. 결산이 끝나기 전에 투자자 편의를 위해 미리 공개한 수치로,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확정 실적과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사회 승인 시점에 3분기 실적을 다시 공시할 예정이다.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앞두고는 경영 현황 등에 대한 주주들의 질문을 미리 받고 있으며, 콘퍼런스콜에서 관심이 높은 사안을 골라 답변할 계획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대한상의, 한·이집트 경제협력 30년 ‘에너지·AI·첨단제조’로 새판 짠다

한국과 이집트가 수교 30년간 이어온 경제협력을 에너지·인프라와 첨단제조,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으로 확대한다. 이집트 측은 수에즈운하경제특구에 한국 기업과 협력업체가 집적하는 '한국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압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산업통상부, 이집트 투자통상부, 주한이집트대사관과 공동으로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한-이집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양국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정부와 경제계가 함께 구체적인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한 첫 자리다. 한국 측에서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정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한-이집트 경제협력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사장을 비롯해 삼성전자, 현대로템, 한화오션, 한국타이어, 한국석유공사, 현대자동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삼성물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주요 기업·기관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집트 측에서는 알시시 대통령을 비롯해 투자통상·외교·교통·산업 분야 장관과 수에즈운하경제특구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양국은 1995년 수교 이후 경제·산업·인프라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해왔다. 양국 교역 규모는 수교 당시 5억8000만달러에서 현재 17억4000만달러로 약 3배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정상회담에서 CEPA 추진에 뜻을 모은 데 이어 올해 1월 양국 통상당국이 공동선언문에 서명하면서 협상 추진을 공식화했다. ◇ 에너지·철도·AI로 협력 범위 확대 이날 양국 기업들은 △에너지·인프라 △첨단제조·교통 △AI·디지털 등 3개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와 신규 사업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에너지·인프라 분야에서는 이집트의 인프라 투자 수요와 한국 기업의 사업 역량을 연계해 에너지와 플랜트, 수처리 분야에서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한국석유공사는 현지 석유개발 경험을 토대로 에너지 분야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수처리 기업 나노에이치투오는 해수담수화 사업 경험을 활용해 현지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 첨단제조·교통 분야에서는 단순 제품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과 투자, 기술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KAI는 항공기 현지 생산과 기술협력 방안을 제시했고, 현대로템은 기존 이집트 철도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수소트램 등 미래 교통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넥센타이어는 이집트를 중장기 생산거점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I·디지털 분야에서도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한다. 이집트가 '비전 2030'에 따라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물산은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신규 사업 참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 이집트 “수에즈 특구에 한국 산업단지 만들자" 공급망 다변화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에즈운하경제특구를 활용해 한국 기업의 생산·물류 거점을 다변화하는 방안이다. 무스타파 셰이쿤 수에즈운하경제특구청장은 이날 특구 내에 한국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한국 기업들에 제안했다. 셰이쿤 청장은 “수에즈운하경제특구 내 한국 산업단지를 조성해 한국 기업과 협력업체, 연관산업이 함께하는 생산거점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자동차·전자·철도·수처리·섬유 등에서 협력을 확대하고 이집트에서 생산한 제품을 지역 및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할 수 있는 제조·물류 거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계인 한-이집트 경협위원장은 “한국 기업들은 제조·에너지·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집트와 협력 기반을 쌓아왔다"며 “CEPA 추진을 계기로 AI·첨단산업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실질적인 사업과 투자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정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이집트의 전략적 입지와 성장 잠재력에 한국의 제조업·첨단기술 역량이 더해진다면 양국이 함께 만들어갈 협력 기회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포스코, 정부 K-GX 참여…“값싼 청정에너지·저탄소 철강시장 필요”

포스코그룹이 정부의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프로젝트에 참여해 수소환원제철을 중심으로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에 나선다. 포스코는 철강 공정을 실제 저탄소 체제로 전환하려면 대규모 전력과 청정수소를 경제적인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생산비가 높은 저탄소 철강의 가치를 인정하는 시장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 7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행사에서 시그니처 프로젝트인 '철강 GX 기반 탈탄소 산업 생태계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핵심은 포스코가 개발 중인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렉스(HyREX)'다. 기존 고로에서 사용하는 석탄 대신 수소 등을 활용해 철광석을 환원함으로써 철강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기술이다. 포스코는 하이렉스 기술 개발과 실증을 추진하는 동시에 청정에너지 공급에서 저탄소 철강 수요 창출까지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정부와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 “수소환원제철, 대규모 전력·청정수소 공급 뒷받침돼야" 포스코가 특히 강조한 것은 에너지다. 24시간 연속 가동되는 수소환원제철 공정 특성상 대규모 전력과 청정수소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가격으로 공급하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 개발만으로는 철강산업의 탈탄소 전환이 어렵다는 의미다. 생산한 저탄소 철강을 제값에 판매할 수 있는 시장 구축도 요구했다. 기존 철강보다 생산비가 높아질 수 있는 저탄소 제품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하고 추가 비용을 지불하는 이른바 '그린 프리미엄' 시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포스코는 저탄소 철강 표준화와 녹색구매 촉진 등 정책적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기술(Technology), 설비전환(Installation), 시장(Market), 에너지(Utility), 정책(Policy)을 연계한 민관 협력체계 '팀업(TIMUP)'을 제시했다. 기업이 기술 개발과 설비 전환을 맡고 정부는 청정에너지 공급 기반과 인프라, 저탄소 제품 시장 조성을 지원하는 구조다. ◇ 2028년 포항 하이렉스 실증…광양까지 확대 철강 GX의 첫 무대는 포항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이다. 포스코는 2028년까지 포항에 연산 30만톤 규모의 하이렉스 실증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청정수소 공급망을 연계하고 포항·울산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철강 탈탄소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동남권 클러스터 구축에 따라 약 6조원의 경제효과와 1만4000명의 고용 창출, 연간 56만톤의 추가 탄소 감축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항에서 사업 모델을 우선 검증한 뒤에는 광양을 중심으로 한 서남권까지 철강 GX 클러스터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정부의 K-GX 전략 아래 민관이 팀업을 이뤄 저탄소 시장 창출과 경제적인 청정에너지 공급을 바탕으로 탈탄소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향후 철강뿐 아니라 저탄소 소재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모빌리티와 AI 데이터센터, 로봇 등 관련 산업의 녹색전환에도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영업익 107조 삼성전자, 성과급은 ‘두 회사’…DS·DX 갈등 더 커진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힘입어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실적 신기록의 중심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이다. 다만 기록적인 이익이 성과급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가전·TV를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부문과의 보상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성과를 낼 때는 하나의 삼성인데, 성과를 나눌 때는 DS와 DX가 다른 회사가 된다"는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이 회사 전체의 축포가 아니라 사업부 간 갈등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8일 연결기준 올해 3분기 잠정실적으로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약 127%, 영업이익은 약 783% 증가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71조5000억원에서 13.7%, 영업이익은 89조5000억원에서 20% 늘었다. 시장이 예상한 영업이익 105조~107조원도 웃돌거나 상단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네 분기 연속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을 갈아치웠다. 잠정실적에는 사업부별 성적이 공개되지 않았다. 세부 실적은 이달 말 발표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일반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와 HBM 판매 확대가 실적 개선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DX부문은 스마트폰과 TV·가전 판매에도 부품 가격 상승과 마케팅 비용 등의 영향으로 반도체만큼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을 기록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 반도체가 번 107조…내년 3월 '성과급 청구서' 실적이 급증하면서 DS부문 직원이 받을 특별경영성과급 규모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5월 DS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특별경영성과급을 지급하는 임금협약에 최종 합의했다.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과 별도로 지급하며, 특별성과급은 자사주 형태로 제공된다. 합의안은 조합원 투표에서 73.7%의 찬성률로 가결됐다. 특별경영성과급은 DS부문과 각 사업부 성과를 각각 반영해 산정한다. 반도체 전체 실적이 좋더라도 메모리와 파운드리·시스템LSI 직원의 지급액은 달라질 수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DS부문 특별성과급을 정기주주총회 직후인 내년 3월 말 지급한다는 계획을 직원들에게 공지했다. 연간 DS부문 실적과 주가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부 추산에서는 연봉 8000만원인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기존 OPI를 포함해 최대 7억원대의 보상을 받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확정 지급액이 아니라 연간 실적과 성과급 산식 등을 전제로 한 추정치다. DX부문 직원에게는 상생협력 명목으로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가 지급된다. DS와 DX 직원 간 보상 차이가 수십 배에서 많게는 100배 가까이 벌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이유다. 회사는 사업부별 이익과 성과에 따른 보상이라는 입장이다. 반도체가 대규모 적자를 냈던 시기에는 DS부문 직원의 성과급도 급감한 만큼 사업 성과와 보상을 연동하는 원칙 자체가 불합리하지 않다는 논리다. 그러나 DX 직원들은 반도체 불황 당시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이 회사 실적과 현금흐름을 떠받쳤고, 삼성전자라는 단일 법인의 제품·브랜드·유통망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 “성과 창출은 하나의 삼성"…2027년 공동교섭 요구 DX부문을 중심으로 조직된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2026년 임금협상에서 소수노조라는 이유로 DX 직원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동행은 지난 6일 국정감사 현장에서 1인 시위를 벌이며 “성과 창출에는 하나의 삼성을 말하면서 성과를 나눌 때는 DS와 DX를 구분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신임 집행부는 2027년 임금협상부터 DS와 DX 직원 모두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공동교섭 틀을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동행 조합원은 9월 말 기준 3만명을 넘어 DX부문 전체 인력의 약 63%에 이른다. 지난달 선출된 손용호 신임 위원장도 공동교섭 구조 마련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쟁점은 '같은 회사의 사업부별 성과를 어디까지 분리해서 보상할 수 있느냐'다. 회사가 DS와 DX의 임금·성과급 협상을 사실상 분리해 운영하면 조직별 실적 책임은 명확해진다. 반면 특정 사업부의 업황에 따라 직원 보상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져 협업과 조직 통합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가 생긴다. 특히 삼성전자가 AI 기기와 반도체, 스마트폰·가전을 결합하는 '원 삼성' 전략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보상체계만 사업부별로 분리되는 것은 경영 전략과 인사제도 간 모순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달 말 공개될 사업부별 실적에서는 DS부문의 정확한 영업이익과 특별성과급 충당 규모가 핵심이다. DX부문의 수익성, 사업부별 인건비 반영 방식, 내년 3월 실제 지급 규모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보상하는 원칙은 필요하지만 격차가 구성원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벌어지면 실적을 높이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조직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2027년 교섭에 앞서 DS와 DX의 성과를 연결하는 보완책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장원테크 “겉은 알루미늄, 속은 마그네슘”…전기차 부품 ‘겉알속마’ 뜬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경량화 경쟁이 차체에서 실내 구조물과 각종 부품으로 확산하고 있다.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전기차 특성상 차량 곳곳에서 무게를 줄여 주행거리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하나의 소재를 일률적으로 사용하는 대신 부품의 위치와 기능에 따라 서로 다른 소재를 조합하는 '멀티머티리얼'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외관과 내식성이 중요한 부분에는 알루미늄, 내부 구조물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마그네슘을 사용하는 이른바 '겉알속마' 방식도 그중 하나다. 알루미늄은 가벼우면서 내식성과 열전도성이 우수해 자동차 외장과 방열 부품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마그네슘은 밀도가 낮고 복잡한 형태의 부품을 일체형으로 성형하는 데 유리해 차량 내부 구조물의 경량화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에서는 인스트루먼트 패널을 지지하는 크로스카빔(CCB)과 센터콘솔 프레임, 각종 브래킷 등 비구동 부품까지 경량화 대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마그네슘은 외부에 직접 노출되는 부품보다 부식 환경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으면서 강성과 경량화가 동시에 필요한 실내 구조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소재로 꼽힌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도 마그네슘을 인스트루먼트 패널 서포트와 크로스카빔, 센터콘솔 프레임 등에 적용해왔다. 향후에는 알루미늄과 마그네슘뿐 아니라 강재와 복합소재까지 부품별 요구 성능에 맞춰 배치하는 소재 전략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장원테크가 이 같은 자동차 경량화 소재 시장 확대에 대응하고 있다. 장원테크는 20년 이상 축적한 마그네슘 칙소몰딩 기술을 기반으로 자동차와 IT 부품의 경량화 및 정밀성형 기술을 확보해왔다. 마그네슘 부품의 성형에서 정밀가공, 표면처리, 도장까지 연계하는 생산체계도 갖추고 있다. 마그네슘뿐 아니라 알루미늄 부품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전자부품과 함께 열을 외부로 방출하는 히트싱크 등 알루미늄 방열부품의 성형·가공 기술을 확보하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전기차의 전장화가 확대되면서 방열 기술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전력변환장치와 각종 전자부품의 고성능·고집적화에 따라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원테크는 이에 따라 마그네슘 내장·구조 부품과 알루미늄 방열부품을 양축으로 자동차 및 미래 모빌리티 분야의 사업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마그네슘의 자동차 적용 확대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소재 가격과 부식 방지, 이종 소재 간 접합, 성형 및 품질 안정성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서로 다른 금속을 함께 사용하는 멀티머티리얼 구조에서는 접합 기술과 부식 관리가 중요하다. 박승구 장원테크 대표이사는 "자동차 부품도 이제 소재의 장점을 조합하는 시대“라며 "'겉알속마'처럼 알루미늄과 마그네슘의 장점을 결합하는 멀티머티리얼 전략이 전기차 경량화의 새로운 방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그네슘 칙소몰딩뿐 아니라 알루미늄 부품과 방열부품 제조 기술을 함께 고도화해 다양한 경량금속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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