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딱 백원 모자라서 벤츠는 못 사고 치즈케이크만 먹고 왔습니다" 요즘 성수에서는 이 농담이 꽤나 그럴듯하게 들린다. 자동차를 보러 간 공간에서 케이크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전시를 즐기는 경험이 자동차 회사들의 새로운 마케팅이 됐다. 이제 경쟁 무대는 도로 위를 넘어 카페와 전시, 패션과 미식의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자동차를 파는 회사에서 자동차가 상징하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까지 함께 제안하는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 10일 손종원 셰프와 협업한 '1886 독일 치즈케이크'를 서울 성수동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에서 단독 판매하기 시작했다. 1886년 칼 벤츠가 특허를 출원한 세계 최초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디저트로, 브랜드의 역사와 독일 헤리티지를 '먹는 경험'으로 풀어낸 사례다. 지난 5월 문을 연 메르세데스-벤츠 스튜디오 서울은 차량 전시뿐 아니라 카페와 브랜드 컬렉션,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복합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개관 이후 누적 방문객은 6만6000명을 넘어섰다. 벤츠 코리아는 스튜디오 서울을 '브랜드의 역사와 가치를 일상 속 다양한 경험으로 확장하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MW도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는 커피와 브런치 메뉴를 판매하는 카페와 레스토랑, 라이프스타일 숍이 함께 운영되며 차량 전시와 시승을 넘어 브랜드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BMW M FEST 2026'을 열어 전시와 드라이빙 체험뿐 아니라 패션·공연·푸드존 등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도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서울 성수동 인포멀 스퀘어에서 '더 뉴 그랜저 테크 팝업 스토어'를 열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플레오스 커넥트, 스마트 비전 루프 등 주요 기술을 전시와 체험 콘텐츠 형태로 공개했다.연구원들이 직접 기술 개발 과정을 설명하고 방문객이 전시를 체험한 뒤 SNS 인증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아 역시 지난해 EV4 출시 당시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협업한 'EV4랑 무신사랑 스타일링 합니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성수동 '기아 언플러그드 그라운드'에서는 EV4 전시와 함께 패션 쇼케이스, 스타일링 토크쇼, 쇼룸 전시 등을 열며 자동차와 패션을 결합한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였다. 이렇듯 자동차 판매 경쟁에 브랜드 경험 경쟁이 더해지고 있다. 소비자에게 자동차 성능과 가격을 설명하는 데서 나아가 브랜드가 상징하는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먼저 경험하게 하는 전략이다. 과거 자동차 마케팅이 광고 모델과 전시장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셰프·패션 브랜드·아티스트와 협업해 브랜드를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체험하게 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현대차, 기아 등이 성수를 중심으로 브랜드 공간과 팝업, 문화 콘텐츠를 잇달아 선보이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카페와 전시, 패션과 팝업스토어가 결합된 성수의 소비 문화가 자동차 회사들의 마케팅 전략과 맞물리면서 새로운 고객 접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을 '취향 소비'와 '경험 소비' 확산의 결과로 보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체험형 공간은 소비자들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확산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잘 만든 광고 한 편보다 소비자가 직접 올린 게시물이 더 신뢰를 얻는 경우가 많고, 브랜드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보다 훨씬 깊은 경험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셰프와 협업하고 카페와 전시 공간을 만드는 것은 단순히 차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타는 것 이상의 경험과 감정을 제안하는 것"이라며 “승차감이나 기능을 강조하는 광고와 달리 자동차를 통해 연상되는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경험하게 하는 전략"이라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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