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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특수’ 끝난 석화업계…해상운임·공급과잉에 업황 회복 ‘첩첩산중’

올해 2분기 중동발(發) 전쟁특수에 힘입어 영업실적 개선에 성공했던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3분기 저조한 성적표를 받게 될 전망이다. 당시 업계의 실적을 끌어올렸던 긍적적 래깅(재고투입 시차)효과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서면서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5조1535억원과 영업손실 1837억원으로 제시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7% 확대됐지만,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38.5%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같은 전망이 실현되면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익 흑자 전환 반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게 된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 735억원을 기록해 10개 분기만에 적자를 벗어난데 이어, 2분기 흑자폭을 1101억원까지 확대한 바 있다. 수익성 악화 기조는 다른 업체에서도 확인된다. 지난 2분기 영업이익 5996억원을 올렸던 LG화학의 경우, 올 3분기엔 48.7% 감소한 307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2분기 영업이익 4265억원을 거뒀던 기초소재(석유화학) 부문이 3분기에 1500억원대 영업손실을 보이며 적자 전환할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이 밖에 한화솔루션과 금호석유화학도 3분기 영업이익으로 각각 2034억원·864억원을 기록하며 전쟁특수 효과가 강했던 직전 분기보다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이 같은 국내 석화업계의 3분기 실적 악화는 중동발 전쟁특수에 따라 지난 2분기 업계의 수익성을 지탱했던 래깅효과가 반전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석유화학업계는 통상 한 달가량 앞서 확보한 나프타 등을 원료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원료 구매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에 차이가 발생하는 만큼, 원료와 제품 가격의 변동 방향에 따라 수익성도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앞서 지난 2분기에는 중동 전쟁으로 석화제품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한 원료를 투입해 생산한 제품을 판매하면서 긍정적 래깅 효과가 나타났다. 반면 3분기에는 전쟁 이후 비싸게 구매한 원료가 제품 생산에 투입됐으나 제품 가격이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업계 수익성이 악화된 양상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6월 두바이유와 나프타, 에틸렌이 동반 하락한 가운데 에틸렌 1개월 래깅 스프레드도 마이너스로 전환됐다"며 “고가 원료 투입으로 7월도 역래깅을 지속하다 8월 중후반 들어 제품가격 반등과 원료투입 시차로 래깅 스프레드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수익성 악화 기조가 올해 이후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당장 원료인 나프타 도입 비용의 경우,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라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넘어 나프타 및 석유제품을 운송하는 LR2 등 제품선까지 원유 운송에 투입되며 운임 급등기에 진입, 원료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중동-일본 노선 LR2 운임지수(WS)는 지난주 982.78포인트(p)를 기록해 9월 초(576.11p) 대비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해당 노선의 일일환산용선수익(TCE)도 같은 기간 81.3% 증가한 하루 28만4616달러(3억8000만원) 수준으로 급등한 상황이다. 산업통상부 원자자가격정보에서 나프타 가격(일본 C&F 현물)은 지난 21일 기준 톤(t) 당 1004달러를 기록하며, 수급불균형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월 평균가 1000달러에 진입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0월 나프타 평균 가격은 이날 기준 973.75달러로 전월 평균(908.23달러) 대비 7.2% 높다. 원료 가격 변동에 따른 역래깅 부담이 점차 완화되더라도 글로벌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이 지속되면서 본격적인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무라 증권에 따르면, 연간 글로벌 에틸렌 생산능력은 올해 2억4390만t에서 내년 2억5130만t으로 약 3% 확대될 전망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북미와 중동에서도 신규 설비 증설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생산설비 가동률은 81% 안팎에 머물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 업체의 경우 3분기 기준 약 60~70%의 저율가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정부와 업체간 협의로 생산감축을 골자로 한 구조재편을 이어가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여전히 공급과잉이 심화하면서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단기간 업황이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르포] 공군 블랙 이글스가 수놓은 가을 하늘…사천, 항공 강국의 꿈을 띄우다

여덟 대가 한 덩어리처럼 날더니 하늘을 활짝 펼쳤다. 검고 노란 기체 뒤로 흰 연막이 부챗살처럼 갈라졌다. 관람객들은 휴대전화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작은 화면에 담기에는 사천의 하늘도, 그 위로 뻗어나가는 비행의 궤적도 넓었다. 22일 경남 사천 비행장에서 개막한 '2026 사천 에어쇼'. 공군 특수 비행팀 블랙 이글스(제53특수비행전대)는 편대와 연막으로 가을 하늘의 표정을 바꿨다. 나란히 뻗던 흰 선은 기체들이 흩어지자 커다란 꽃처럼 펼쳐졌다. 하트 한가운데를 긴 선이 가로질렀고, 둥근 테두리 안에는 태극 문양이 나타났다. 기체가 멀어진 뒤에도 비행의 흔적은 또렷했다. 프랑스에서 온 학생 마르조리(Marjorie·22)는 처음 본 블랙 이글스의 비행을 “믿기 어려울 만큼 대단했다. 매우 인상적이었다(Incredible. Very impressive)"고 표현했다. 프랑스에서 항공 관련 공부를 한다는 그는 한국 공군과 함께하는 국제 교류 일정으로 행사장을 찾았다.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등 여러 나라에서 온 참가자들도 함께했다고 전했다. 사천의 가을 하늘은 국적을 가리지 않고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개막일 일정표는 오전부터 비행과 공연으로 채워져 있었다. 오전 10시 35분 라잇 댄스 공연에 이어 호주 폴 베넷의 곡예 비행, KT-1과 T-50 시범 비행이 편성됐다. 공군 군악대·의장대의 식전 공연과 상륙 공격 헬리콥터(MAH) 시범 비행을 거쳐 오후 1시 개막식으로 이어지는 구성이었다. 개막식 뒤에는 축하 비행과 블랙이글스 공연, 삼천포고 태권도 시범이 예정돼 있었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개막식 환영사에서 사천을 “우주항공의 마음의 고향"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곳 경남 사천에서 2026 사천 에어쇼를 성대하게 막을 올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관람객과 내외 귀빈을 환영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우주항공방위산업전(GADEX)과 세계 각국 항공 지휘관들이 모이는 회의에도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행사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 에어쇼로 도약하는 역사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였다. 손 총장은 공군의 항공 전력과 국산 항공기의 우수성을 살펴보며 항공우주산업의 미래를 함께 그려보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공동 주최 기관에 대한 감사와 안전한 관람을 바라는 인사도 덧붙였다. 박완수 경상남도지사는 사천의 항공기 생산 기반과 우주항공 인프라를 강조했다. 그는 이번 행사가 “대한민국 우주항공의 현재와 미래를 국민과 함께 나누는 글로벌 축제의 장"으로 도약할 것이라며 전문 산업전과 비즈니스 공간을 함께 마련한 의미를 짚었다. 청소년에게는 하늘을 향한 꿈을, 가족에게는 함께할 추억을 주는 체험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는 2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공군·경상남도·사천시·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공동 주최한다. 비행과 지상 전시, 체험·교육에 학술 회의와 수출 상담회를 결합했다. KAI에 따르면 신설 산업전에는 22개국 124개 기업이 참여하고, 세계 공군 지휘관 회의에는 17개국 이상 공군 관계자가 참가한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시선을 지상으로 내리면 항공기를 훨씬 가까이서 만날 수 있었다. 야외 전시장에 자리한 회전익 항공기들은 넓은 회전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관람 동선을 따라 걸으면 기수 아래 장비와 동체 옆 무장, 바퀴와 패널의 체결부까지 눈에 들어왔다. 회색 동체에 '해병대'라고 적힌 MAH는 기수 아래 기관포와 양옆 무장이 먼저 시선을 끌었다. 안내판은 KAI가 마린온을 기반으로 개발한 헬리콥터라고 소개했다. 상륙 작전 공중 화력 지원과 기동 헬리콥토 호위·정찰, 지상·해상 표적 정밀 타격이라는 임무가 기체 옆에 적혀 있었다. 일정표에서 시범 비행 항목으로 접한 이름을 지상에서는 형상과 장비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짙은 녹색의 소형 무장 헬리콥터(LAH)는 길게 뻗은 기관포와 측면 무장, 꼬리의 덕트형 회전날개가 두드러졌다. 위장 무늬를 입은 KUH-1 수리온 앞에는 병력·화물 공수와 의무후송 등의 임무를 설명하는 안내판이 놓였다. 공격 헬리콥터의 무장에서 수리온의 넓은 동체로 시선을 옮기자 국산 헬리콥터가 맡는 임무의 폭도 함께 펼쳐졌다. 곡예 비행기의 구조를 설명하는 안내판도 있었다. '울프 피츠 S1(Wolf Pitts S1)'은 피츠 스페셜 S-1의 계보를 잇는 1인승 고기동 복엽기로 소개됐다. 호주 폴 베넷 에어쇼 팀이 운용하며 고성능 부품과 개조를 통해 곡예 비행에 맞춘 기체라는 설명이었다. 하늘에서 펼쳐지는 기동을 지상에서 기체의 특성과 연결해 볼 수 있었다. 항공기 주변에는 방공 장비들이 자리했다. LIG D&A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공군 소속 천궁 발사 차량은 지지대를 지면에 내린 채 발사관을 높이 세우고 있었다. 위장 무늬 발사관에는 '모의 유도탄'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여러 포신을 하늘로 향한 발칸 대공포 옆에는 저고도 공중 위협에 대응하는 견인형 장비라는 설명이 붙었다. 다른 전시 구역에서는 군인이 좌석에 앉아 조준 장비에 눈을 맞추고 양손으로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장비를 설명하는 군인과 이를 살펴보는 가족들이 같은 공간에 들어왔다. 뒤편 건물에는 '수출 상담장·컨퍼런스 룸'이라는 안내가 걸려 있었다. 관람객의 체험 동선 가까이에서 해외 관계자와 기업들의 만남도 이어지는 구성이었다. KAI는 미디어존과 포토존에서 항공기 간접 탑승, 인공 지능(AI)을 활용한 조종복·우주복 착용 체험을 마련했다. 행사 기간 항공우주박물관도 무료로 개방한다. 비행을 구경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항공우주 분야를 경험하도록 관람의 폭을 넓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PHP 해킹 시도 수백만건”…취약점 공개 나흘 전부터 공격 시작

전 세계 웹사이트에 널리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의 보안 취약점을 노린 해킹 시도가 수백만 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점이 공식 공개되기 나흘 전부터 공격이 시작된 정황도 확인됐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금융사와 항공사, 정부 기관 등이 해킹 피해를 막기 위해 일부 온라인 서비스를 중단했다. 2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아마존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인 CJ 모지스 보안공학 담당 부사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자사 보안 블로그를 통해 PHP 취약점이 공개되기 나흘 전인 17일부터 이를 악용하려는 공격 시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아마존은 자체 사이버 공격 탐지 시스템인 '매드팟(MadPot)'을 통해 관련 공격을 확인했다. 최초 공격은 상업용 익명화 네트워크와 연관된 인터넷주소(IP)에서 발생했다. 취약점 공개 당일인 21일에도 서로 다른 네트워크를 이용한 공격이 추가로 포착됐다. 아마존은 여러 공격자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공격자가 공개되지 않은 취약점 정보를 어떤 경로로 확보했는지, 실제 서버 침투에 성공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아마존은 취약점이 공개되고 보안 패치가 배포된 이후에도 불과 몇 시간 만에 새로운 공격 코드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공격 시도는 취약점 공개 직후 급증했다. 글로벌 인터넷 인프라 기업 클라우드플레어의 매슈 프린스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공식 발표 전 10시간 동안 수천 건의 공격 시도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프린스 CEO에 따르면 발표 45분 만에 공격 시도가 수만 건, 2시간 만에 수십만 건으로 늘었으며 이후 수백만 건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는 실제 해킹 성공 건수가 아닌 공격 시도 건수다. 이번에 발견된 취약점은 'PHP2Shell'로 불리는 보안 결함 2건이다. 공격자가 별도의 인증 절차 없이 서버에서 임의의 코드를 실행할 수 있어 정보 유출이나 시스템 장악으로 이어질 수 있다. PHP 개발진은 지난 21일 이를 수정한 보안 업데이트를 배포했다. 해외에서는 해킹 피해를 막기 위한 서비스 중단이 잇따랐다. 일본 노무라증권과 전일본공수(ANA), 동일본여객철도(JR동일본)는 일부 온라인 서비스를 일시 중단했다. 일본 재무성과 기상청, 국세청 등 정부 기관도 예방 차원에서 웹서비스 운영을 제한했다. 유럽에서도 긴급 조치가 이어졌다. 프랑스 통신그룹 오랑주는 자회사들이 운영하는 PHP 기반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의 접속을 차단했다. 핀란드 정부의 정보기술 서비스 제공기관 발토리는 중단된 공공 웹서비스에 보안 패치를 적용한 뒤 접속을 순차적으로 재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대응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지난 22일 민간 분야 사이버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주요 기업과 기관에 긴급 보안 조치를 안내하고 취약점 점검과 업데이트를 권고했다. 보안 패치가 배포됐지만 모든 웹사이트가 즉시 대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 디지털산업협회 비트콤의 펠릭스 쿨렌캄프 보안책임자는 “대형 업체들은 상당수가 업데이트를 마쳤지만 복잡한 정보기술(IT) 시스템을 운영하거나 규모가 작은 기관은 조치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취약점 공개 이후 공격 도구가 만들어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모지스 부사장은 보안 취약점이 공개된 뒤 공격 코드가 개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며 기업들이 보안 패치 적용 주기를 기존 7~30일 단위에서 시간 단위로 단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재용, UAE서 귀국하자마자 선영行…故 이건희 6주기 추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3일 경기 수원시 선영에서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6주기 추도식을 지켰다. 아랍에미리트(UAE) 현장 경영을 마치고 귀국한 날 곧바로 선영을 찾았다. 추도식 뒤에는 사장단과 오찬을 하면서, 선대회장이 재임 내내 강조했던 기술 투자가 지금도 중요한 과제라는 점을 짚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에 따르면 이날 추도식은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가족 선영에서 열렸다. 외부에 공개하는 공식 행사는 따로 두지 않았고 헌화와 참배 위주로 치렀다. 기일은 25일이지만 올해는 일요일과 겹쳐 이틀 앞당겼다. 이 회장은 오전 8시 40분께 검은색 세단을 타고 선영에 도착했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묘소 앞에 서서 두 번 절하고 묵례했다. 이어 술잔을 받아 묘소 주변에 뿌린 뒤 10분 남짓 참배를 마치고 8시 53분께 자리를 떴다. 사장단은 뒤이어 도착했다. 오전 9시 40분께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부문장(부회장),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완제품)부문장(사장) 등 현직 경영진 50여명이 고인을 기렸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도 각자 일정에 맞춰 선영을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참배를 마친 이 회장과 사장단은 경기 용인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으로 옮겨 점심을 함께했다. 창조관은 삼성 신입사원 교육시설로, 이 선대회장의 흉상이 놓인 곳이다. 올해 추도식은 이 회장의 회장 취임 4주년을 나흘 앞두고 열렸다. 이 회장은 2022년 10월 27일 회장에 올랐다. 그는 추도식 뒤 별도 메시지를 거의 내지 않았다. 다만 부회장이던 2022년에는 2주기 추도식 후 사장단 오찬에서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6주기를 맞아 이 선대회장이 남긴 도전과 유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출발점은 반도체였다. 이 선대회장은 1974년 자금난을 겪던 한국반도체에 사재를 넣으며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국내 전자산업은 핵심 부품을 해외 기술에 기대고 있었다. 1차 오일쇼크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 때였고, 삼성 안에서도 성공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 선대회장은 자원이 부족한 나라가 선진국과 겨루려면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을 키워야 한다고 봤다. 삼성은 1983년 이병철 창업회장의 '도쿄 선언'을 계기로 메모리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보통 18개월 넘게 걸리던 반도체 공장을 6개월 만에 지었고, 같은 해 64K D램 개발에 성공했다. 1992년에는 세계 최초로 64메가비트(Mb) D램을 내놨고, 이듬해인 1993년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에 올랐다. 사업에 발을 들인 지 약 20년 만에 미국·일본이 장악하던 시장의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비결로는 불황기의 선행투자와 과감한 기술 선택이 꼽힌다. 1984년 경쟁사들이 4인치 웨이퍼 라인을 늘릴 때 삼성은 6인치로 갈아탔다. 1987년 일본 업체들이 불황으로 투자를 줄일 때는 오히려 신규 라인을 세웠다. 1990년대에는 8인치 양산체제를 먼저 갖췄고, 닷컴버블 붕괴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차세대 기술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쌓인 기술·원가·생산능력 격차가 '초격차' 전략의 토대가 됐다. 올해 2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글로벌 점유율은 D램 39.4%, 낸드 29.3%로 두 시장 모두 1위다. 미래 기술을 내다본 혜안도 재평가받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1987년 회장 취임 무렵부터 컴퓨터 활용의 대변혁과 전자·정보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을 예견했다. 하드웨어만큼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점도 일찍 짚었다. 1990년대에는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면 사람에게 남는 핵심 역할은 창조적인 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30여년이 지난 지금 이런 전망은 생성형 AI와 AI 데이터센터,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현실이 되고 있다. 경영의 중심에는 '인재제일' 원칙이 있었다. “한 명의 천재가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인재론을 내세워 국적과 출신을 가리지 않고 최고 인재를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1990년에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이 해외에서 오래 머물며 현지 언어와 문화, 시장을 익히도록 급여와 교육비, 체류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비서실이 처음 올린 선발안은 20여명이었지만, 이 선대회장이 규모를 키우라고 지시해 200여명을 해외로 보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언한 신경영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바꾼 전환점이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로 상징되는 이 선언은 제품 품질뿐 아니라 조직과 제도, 기업문화 전반의 혁신을 요구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오전 7시 출근·오후 4시 퇴근의 '7·4제'를 도입해 퇴근 후 어학과 자기계발에 시간을 쓰도록 했다. 생산현장에는 불량이 나면 원인을 해결할 때까지 라인을 세우는 '라인스톱제'가 들어섰다.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는 기준에 못 미친 휴대전화 등 약 500억원어치 제품을 불태우는 '불량제품 화형식'을 열어 품질경영 원칙을 조직에 새겼다. 이 선대회장은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투병하다 2020년 10월 25일 향년 78세로 세상을 떠났다. 그가 남긴 문화예술 유산은 국민의 자산이 됐다. 유족들은 2021년 4월 고인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기증품에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같은 전통미술 대표작이 들어 있다. 김환기·박수근·이중섭의 근현대 작품과 모네·피카소 등 해외 거장의 작품도 포함됐다. 서울에서 출발한 기증품 전시는 광주·대구·청주·제주·경남·부산·울산 등 전국으로 이어졌다. 'KH컬렉션' 국내 순회전 누적 관람객은 350만명을 넘어, 단일 컬렉션 전시로는 국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해외 순회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시작해 올해 3월 시카고미술관을 거쳤고, 지난 1일부터는 영국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영국박물관이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을 여는 것은 1984년 이후 42년 만이다. 고려청자와 조선 서화, 근현대미술 등을 통해 2000년에 걸친 한국 예술의 흐름을 소개한다. 삼성은 오는 28일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에서 6주기 추모 음악회를 열고 올해 추모 일정을 마무리한다. 고인이 생전 각별히 아꼈던 문화예술로 그 뜻을 기리는 자리다. 이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사장, 임직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음악회에 앞서 인재개발원에서 신임 임원과 우수 직원들을 격려하고, 이후 신임 임원·주요 경영진과 만찬을 함께 할 예정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예약 1분 만에 마감”…아이폰 듀오 출시, 통신 3사 고객 잡기 경쟁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23일 국내에 정식 출시됐다. SK텔레콤과 KT의 온라인 사전예약 물량이 1분 만에 소진되고 LG유플러스도 초도 물량이 모두 팔리는 등 초기 구매 수요가 몰렸다. 통신 3사는 요금 할인과 단말 보상 등을 앞세워 고객 확보에 나섰다. 이날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의 공식 온라인몰 T다이렉트샵에서는 출시 당일 배송을 보장하는 1차 사전예약이 시작 1분 만에 마감됐다. KT 다이렉트샵에서도 256GB와 512GB 모델의 1·2차 준비 물량이 1분 만에 소진됐고, 1·2차 전체 용량의 예약은 40분 만에 마감됐다. LG유플러스 역시 초도 물량이 모두 팔려 추가 공급을 위해 제조사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전예약 고객은 30대와 40대가 많았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전체 예약 고객 가운데 30대가 36%로 가장 많았고, 40대가 35%로 뒤를 이었다. 두 연령대가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20대는 13.9%였다. 색상은 흰색 계열인 '스타 화이트'가 인기를 끌었다. KT에서는 예약 고객 10명 중 7명이 스타 화이트를 선택했다. LG유플러스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도 스타 화이트 비중이 69.4%로 나이트 스카이(30.6%)의 두 배를 넘었다. 저장용량별로는 256GB 모델의 선호도가 높았다. LG유플러스의 사전예약 결과 256GB가 51.8%, 512GB가 40.7%를 차지했다. 1TB와 2TB는 각각 6.3%, 1.2%였다. 512GB 이상 고용량 모델의 비중도 48.2%에 달했다. 통신 3사는 정식 출시에 맞춰 구매 혜택을 내놨다. SK텔레콤은 아이폰 듀오 개통 고객에게 구글 AI Plus 2개월 이용권과 티빙 광고형 스탠다드 6개월 이용권을 제공한다. 추첨을 통해 1210명에게 프로야구 선수 애장품과 한정판 휴대전화 케이스 등도 증정한다. 전용 보험인 'T 아이폰케어'도 출시했다. 월 1만7000원에 파손 보상과 배터리 교체, 보증기간 연장 등을 지원한다. 폴더블 화면의 커버레이어 파손도 별도로 보상하며, SK텔레콤 가입자에게는 아이클라우드 50GB를 무료로 제공한다. KT는 온라인 구매 고객에게 최대 32%의 요금 할인을 제공한다. 선택약정 25%에 KT 다이렉트샵 전용 할인 7%를 더한 것이다. 액세서리 4종과 아이클라우드 200GB 12개월 무료 이용 혜택도 마련했다. 2년 뒤 단말을 반납하면 가입 당시 출고가의 최대 50%를 보장하는 '폰체인지_iDuo'도 선보였다. 월 이용료는 6500원이다. 전용 보험과 함께 가입하면 연말까지 분실이나 파손 사고 발생 시 최초 1회 자기부담금을 면제한다. LG유플러스는 단말 교체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월 1만8000원인 '70% 보상패스'에 가입하면 개통 6개월 뒤부터 기기를 반납하고 새 아이폰으로 교체할 때 출고가의 최대 70%를 포인트로 돌려받을 수 있다. 보상률은 반납 시점과 단말 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2년 뒤 출고가의 최대 50%를 보상하는 월 5000원짜리 상품도 있다. 다음 달 30일까지 번호이동으로 개통하고 보상패스에 가입하면 24개월형 보상패스 이용료를 무료로 제공한다. 일정 요금제 이상 가입 고객에게는 에어팟5 무선충전 모델의 24개월 할부금도 전액 할인해 준다. KT는 다음 달 9일까지 광화문 KT 온맞이점에서 아이폰 듀오 체험공간을 운영한다. LG유플러스도 강남과 홍대 등 주요 상권 18개 매장과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에 체험용 제품을 비치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현장] “비싸도 살 건 사야죠”…329만원 아이폰에 17시간 밤샘

23일 오전 8시 서울 중구 애플 명동 매장. 직원들이 카운트다운을 외치자 매장 앞에 줄을 선 고객들이 박수를 치며 입장했다.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받으려는 사람들이다. 329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에도 개점 직전 대기 인원은 100명을 넘어섰다. 가장 먼저 줄을 선 고객은 전날 오후부터 17시간을 기다렸다.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매장 앞에는 사전예약한 제품을 받으려는 고객들이 모여들었다. 개점 시간이 가까워지자 줄은 매장 입구에서 건물 끝까지 이어졌다. 고객들은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거나 일행과 대화를 나누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가장 먼저 줄을 선 사람은 인천에서 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성건(34)씨였다. 박씨는 전날 오후 3시부터 매장 앞을 지켰다. 휴대전화 액세서리 관련 업무에 신제품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그는 촬영할 때 아이폰 듀오를 카메라 모니터 대신 사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씨는 “절대적인 가격 자체는 높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따로 샀을 때 가격과 비교하면 합리적이긴 하다"며 “감독 일을 하지 않았다면 고민했겠지만 업무에 필요하니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줄을 선 영상 PD 구태영(34)씨도 전날 오후 3시부터 기다렸다. 구씨 역시 휴대전화 케이스 관련 업무를 위해 사전예약한 제품을 받으러 왔다. 오전 8시 매장 문이 열리자 직원들이 박수를 치며 고객들을 맞았다. 고객들은 약 30명씩 나눠 입장했다. 제품을 수령한 뒤 곧바로 매장을 떠나기보다 전시대로 향하는 사람이 많았다. 고객들은 아이폰 듀오를 여러 차례 접었다 펼치며 화면 가운데 주름을 살폈다. 기존 휴대전화와 양손에 하나씩 들고 무게를 비교하거나 펼친 화면에서 두 개의 앱을 동시에 실행해 보기도 했다. 화면을 반쯤 접어 영상을 재생하는 기능에도 관심을 보였다. 제품을 펼치자 작은 태블릿PC와 비슷한 크기의 화면이 나타났다. 접고 펴는 동작은 부드러웠지만 한 손으로 오래 들기에는 무게가 느껴졌다. 접히는 부분의 주름은 정면보다 비스듬히 볼 때 더 눈에 띄었다. 개점 직후 전시대 주변으로 고객들이 몰렸지만 별도의 체험 대기줄은 생기지 않았다. 오전 9시가 지나자 매장 밖 대기줄도 대부분 사라졌다. ◇ “첫인상 만족, 가격 빼고"…최고가 구매자도 이날 매장에서 만난 공공기관 직원 정우덕(46)씨는 아이폰 듀오 최고가 모델을 구매했다. 스타 화이트 색상의 2테라바이트(TB) 모델로 가격은 509만원이다. 정씨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하자마자 주문해 이날 오전 8시 제품을 받았다. 매년 새 아이폰이 나오면 구매한다는 정씨는 제품을 직접 펼쳐 보이며 화면 가운데 접히는 부분을 가리켰다. 그는 “자세히 보면 굴곡이 있기는 한데 굉장히 잘 숨겼다"며 “첫인상은 만족스럽다. 가격 빼고"라고 말했다. 기존에 아이폰17 프로 맥스를 사용하던 정씨는 넓어진 화면에서 사진 편집과 영상 확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무게는 적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지만, 액션 버튼과 얼굴인식 기능인 페이스ID가 빠진 점은 아쉽다고 했다. 서울 왕십리에서 온 직장인 박덕영(31)씨는 삼성전자 폴더블폰 대신 아이폰 듀오를 선택했다. 사진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그는 갤럭시 Z 폴드의 화면 필름 질감과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구매를 미뤄왔다고 했다. 박씨는 “예전부터 폴더블폰을 사고 싶었는데 삼성 제품은 플라스틱 필름 질감이 싫어 계속 머뭇거렸다"며 “이번에는 제가 원하는 형태에 사용하던 애플 생태계의 제품이 나와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 현장 구매 못 해…배송은 내년 1월 출시 첫날 매장에 고객들이 몰렸지만 사전예약 없이 제품을 바로 구매할 수는 없었다. 애플 명동 매장 직원에 따르면 이날은 사전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제품 수령이 이뤄졌다. 매장에서 새로 주문할 수는 있지만 당일 가져갈 수 있는 물량은 없었다. 지금 주문하면 내년 1월에 제품을 받을 수 있다는 안내도 나왔다.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사전예약을 시작한 직후부터 초기 물량이 빠르게 소진됐다. 이동통신 3사의 1차 사전예약 물량은 1분 만에 동났고, 애플 공식 온라인스토어에서도 예약 시작 약 30분 만에 전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로 밀렸다. 구매자는 30~40대에 집중됐다. SK텔레콤이 공개한 사전예약 현황에 따르면 30대가 36%, 40대가 35%를 차지했다. 두 연령대를 합치면 전체의 71%다. 아이폰 듀오는 애플이 처음 내놓은 폴더블 스마트폰이다. 책처럼 안쪽으로 접는 형태로, 접으면 5.4인치 외부 화면을 사용하고 펼치면 7.6인치 내부 화면을 쓸 수 있다. 무게는 254g, 펼쳤을 때 두께는 5.2㎜다. 국내 출고가는 256기가바이트(GB) 모델 329만원, 512GB 359만원, 1TB 419만원, 2TB 509만원이다. 기본 모델 가격은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8보다 101만원 비싸다. 애플은 국내 초기 공급 물량과 전체 사전예약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았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수진 인턴기자, 유재호 인턴기자

HD현대, 美 합작법인 ‘키윗조선’ 출범…신규 스마트조선소 짓는다

HD현대가 미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에서 신규 스마트 조선소 건립에 나선다. HD현대는 22일(현지시간) 미국 최대 건설·엔지니어링·인프라 기업 '키윗(Kiewit)'과 조선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양사는 지난 7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내 선박 공동 건조와 선박용 블록·모듈 생산 등에서 협력체계 구축에 나선 바 있다. 휴스턴에서 진행된 계약 체결식은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과 채드 존슨 키윗 마리타임 최고경영자(CEO)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합작법인은 'HD KIEWIT SHIPBUILDING(HD키윗조선)'으로 명명됐다. HD현대의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과 조선소 운영 노하우에 키윗의 대규모 제작·건설 수행 능력을 결합하고, 미국 조선업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최고의 조선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늠 게 회사 측 설명이다. HD키윗조선은 현지 산업부지에 첨단 스마트 조선소를 건립할 예정이다. 신규 조선소는 내년부터 착공에 들어간 뒤, 오는 2029년 본격적인 가동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특히 이번 사업은 '노후 조선소 인수 후 재가동' 방식이 아닌 '신규 조선소 건립 프로젝트'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미국 조선사업 재건의 중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실제 신규 조선소가 본격 가동되면 현지 고용 인력은 약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는 기술 교육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는 등 미국 내 공급망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신규 조선소는 HD현대가 추진 중인 '미래 조선소' 모델과 디지털 생산 기술이 미국 조선소 중 처음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HD현대는 디지털 트윈과 자동화 생산시스템, 로봇 용접 등 첨단기술 도입을 통해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스마트 조선소를 구축해 생산성과 품질,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숙련인력 부족 문제도 해소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계기로 HD키윗조선은 미 해군 군수지원함과 상선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한편, 현지 조선소에 선박 블록과 모듈을 제작·공급하는 사업으로의 확장도 검토할 계획이다. 향후에는 항만 인프라 분야로 사업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한내 HD한국조선해양 기획부문장은 “HD키윗조선의 출범은 미국 조선산업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HD현대의 의지와 비전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역량을 결집해 미국 조선산업 재건과 한·미 조선협력 확대에 기여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2026 국감] 리콜했는데 또 고장, 추가 리콜은 거부…닛산 리프 배터리 ‘안전성’ 논란

닛산 전기차 리프에서 배터리 관련 고장이 반복되면서 차량 재매입 등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배터리 점검에서 정상 판정을 받고도 시동이 걸리지 않거나 주행 중 배터리 잔량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례가 보고된 데다, 배터리 교환 견적이 2600만원을 넘는 경우도 확인됐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은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닛산 리프의 배터리 고장과 안전 문제를 지적하고, 차량 재매입을 포함한 구체적인 피해구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KCC모빌리티 심현보 대표이사에게 차량 점검의 신뢰성과 리콜 문제, 피해 차주 대응 등을 질의했으며, 피해 차주도 참고인으로 출석해 경험한 피해를 진술했다. 황 의원이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닛산 리프 차량의 한 차주는 차량 시동이 걸리지 않는 문제를 겪었지만, KCC의 점검에서는 배터리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는 결과를 받았다. 다른 차주도 점검에서 정상 판정을 받은 뒤 차량을 찾아왔으나, 다음 날 급속충전 후 시동이 걸리지 않아 견인됐다. 배터리 잔량 표시가 급격히 떨어지는 사례도 제기됐다. 한 피해 차량에서는 주행 중 배터리 잔량이 약 20초 만에 95%에서 9%로 낮아지고 출력이 제한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피해 차주들은 서비스센터에서 이상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음에도 고장이 반복돼 차량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배터리 리콜과 별개로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 현상도 쟁점이 됐다. 닛산 리프는 올해 5월 급속충전 관련 리콜에 들어갔지만, 차주들은 이후에도 고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국토교통부가 배터리 팽창 문제에 대한 별도 리콜을 요구했으나 닛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보도된 리프 배터리 화재 사례도 언급하며 안전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리비 부담도 상당한 수준이다. 한 차주가 제시받은 배터리 모듈 12개 교환 견적은 2625만2930원이었다. 황 의원은 미국에서 배터리 수리가 수개월간 지연된 리프 차량을 닛산이 재매입하고 새 차량을 제공한 사례도 소개하며, 국내 피해 차주에게도 재매입을 포함한 구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CC의 피해 차주 대응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황 의원은 배터리 결함을 호소하는 차주들에게 사기와 사문서위조 등 형사상 법적 대응 가능성을 통보한 사실을 언급하며, 안전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법적 대응을 거론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 물었다. 이어 KCC가 피해 차주들과 직접 협의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의원은 KCC가 닛산의 공식 서비스 임포터이자 차량 판매 당사자인 만큼, 닛산과 함께 차량 재매입을 포함한 피해구제 방안과 이행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2028년 광주서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 추진…아파트 배송로봇 규제도 푼다

정부가 2028년 광주에서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 상용화를 목표로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 제도를 마련한다. 아파트 배송과 주차, 건설현장 운반 등에 쓰이는 이동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건축·도시공간 규제도 정비한다. 기술 실증에 적용하던 한시적 특례를 일상적인 사업이 가능한 제도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23일 국토교통부는 위 내용을 골자로 한 자율주행자동차·이동로봇 상용화 지원 및 창업기업 행정서류 정비 방안을 밝혔다. 관련 내용은 이날 대통령 주재 규제합리화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다뤄진다. 핵심은 무인 자율주행차의 운행과 서비스 제공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자율주행 서비스 사업자를 제도화하고, 광주 실증도시를 시작으로 2028년 유료 로보택시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전 설명회에서 “내년에 제도화하겠다는 것은 법을 개정해 시행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라며 “일반 시민이 로보택시를 요금을 내고 이용할 수 있는 시기는 2028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실증 특례를 활용한 유상운송은 가능하다. 정부는 이를 자율주행자동차법과 도로교통법,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 관계 법령에 반영해 정식 제도로 전환할 계획이다. 운전자가 없는 차량을 관리할 서비스 사업자는 원격관제를 통한 운행 모니터링과 승객 안전관리, 사고 발생 시 현장 조치, 사이버 보안 확보 등을 맡는다. 관련 시설과 인력, 운영체계 등 요건을 충족한 사업자가 인허가를 받는 방식으로 추진한다. 실증 단계의 행정절차도 줄인다. 안전성이 입증된 동일 자율주행차에 대해서는 임시운행허가에 필요한 절차를 간소화해 연간 목표 물량을 일괄 허가하고, 사고가 발생하면 사후관리와 조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허가에 걸리는 행정절차를 3개월 이상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 확대되는 실증도시에는 자율주행차 3000대 이상을 신속히 투입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올해 200대에 이어 내년 추가 2800대 투입을 위한 예산안이 국회 심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는 내년 800대를 추가해 총 1000대 규모로 실증하고, 다른 도시의 상용화 시점은 지역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존 택시업계와의 상생은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사회적 협의체를 통해 서비스 요금과 사업모델, 기존 업계의 참여 방안 등을 논의할 방침이다. 다만 구체적인 상생모델과 고용 영향 분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년에 논의를 충분히 해 택시업계가 참여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가 수집하는 영상과 위치정보 등의 보안 관리도 강화한다. 서비스 사업자에게 데이터의 국내 보관과 보호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국외 이전 때 별도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차량 제작사의 사이버보안 관리체계에 대한 사전 조사와 사후 관리·대응체계도 마련한다. 사고 책임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줄이기로 했다. 제작사와 자율주행기업, 서비스 사업자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통해 사고 유형별 책임 분담 구조를 구체화하고, 연말까지 사고책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동로봇 분야에서는 로봇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의 규제를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동주택 단지와 주차장, 도시공원, 건설현장, 철도·공항시설 등에서 로봇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와 운영기준을 마련한다. 현재는 로봇 기술이 개발돼도 건축물과 공공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여러 법령과 시설 기준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정부는 이동로봇 특별법을 통해 규제 정비와 상용화 지원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관련 특별법은 지난 9월 3일 발의됐으며 연내 제정을 목표로 국회와 협의한다. 우선 로봇 대기·충전시설을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하고, 로봇설비와 건축물의 통신 연동 등을 고려한 로봇 친화형 건축기준을 마련한다. 공동주택과 공원·녹지 등에 로봇 관련 시설을 설치할 근거를 명확히 하고, 주차로봇 운영에 맞는 기준도 정비한다. 윤성호 국토부 모빌리티총괄과장은 “기술 개발은 기본이고 인프라와 제도가 갖춰져야 상용화가 된다"며 로봇이 활동할 수 있는 건축·도시환경을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자동문과 승강기 등 건축설비를 로봇과 연동하는 체계를 지원하고, 로봇 친화형 건축 설계 가이드라인과 인증제도도 추진한다. 건설현장과 주차장, 생활물류 등 분야별 운영기준은 기업 의견과 실증 결과를 반영해 마련할 계획이다. 로봇 자율주행에 필요한 정밀 공간정보도 지원한다. 보도와 건축물 내부 등 로봇이 이동하는 공간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기업이 실제 서비스를 시험하려는 지역을 중심으로 제공체계를 마련한다. 안전인증과 책임보험, 운영자 신고 등 관리체계도 특별법에 담는다. 창업기업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작업도 병행한다. 국토부는 창업기업 지원과 신산업·신기술 관련 행정서비스 43건을 대상으로 제출서류를 정비한다. 서류 종류는 331개에서 175개로, 분량은 2426장에서 1426장으로 줄이고 전체 작성 항목은 약 53% 감축한다. 행정기관이 공동이용 시스템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서류는 제출을 면제하고, 중복 서식과 기재 항목을 통합한다. 사업계획서에는 분량 상한을 두고, 지원이 확정된 뒤 필요한 서류는 제출 시기를 늦춰 초기 신청 부담을 줄인다. 정부는 이를 통해 신청기업의 서류 작성시간을 연간 약 3만6512시간 줄이고 인건비 약 5억5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관련 지침과 매뉴얼은 연내 정비하고 사업 공모와 공고 등에 반영할 예정이다. 장혜원 기자 dalgu@ekn.kr

중국 지커, “한국서 7X 고객 첫 인도…1년 새 글로벌 판매 2배”

중국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가 국내 고객 인도를 본격화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지커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면서 국내 시장 안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지커 공식 딜러사 아이언EV는 전날 부산 해운대구 '지커 해운대 센터+'에서 부울경·대구경북 지역 첫 지커 7X 인도식을 열고 사전 예약 고객에게 차량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지커 7X는 국내에 처음 선보인 지커의 순수 전기 5인승 SUV다. 지난 6월 사전 예약을 시작한 이후 예약 대수 2000대를 넘어섰다. 앞서 지커코리아도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했다. 지커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국내 첫 고객인 SK온에 7X를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SK온에 인도된 차량은 최상위 울트라 트림으로, 회사는 업무용 차량으로 활용하고 구성원들이 직접 차량을 체험할 기회도 제공할 예정이다. 7X 울트라 트림은 100㎾h 용량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전·후륜 전기모터 2개를 탑재했다. 최고 출력은 645마력, 최대 토크는 72.4㎏·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9초 만에 도달하며, 국내 상온 복합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40㎞다. 국내 판매 가격은 프로 5299만원, 맥스 5999만원, 울트라 6999만원이다. 글로벌 판매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커 지주사인 지리홀딩그룹이 지난 21일 발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지커는 올해 1~9월 전 세계에서 28만8404대를 인도했다.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인도량 17만8370대에 3분기 인도량 11만34대를 더해 올해 누적 인도량은 90만대를 넘어섰다. 지리홀딩그룹 전체 판매량도 1~9월 300만2640대로 해당 기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에너지차 판매량은 179만2617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증가했으며,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7%였다. 그룹 내 지리자동차는 같은 기간 223만5481대를 판매했고, 링크앤코는 19만6117대를 기록했다. 지커코리아는 연말까지 전국에 14개 전시장과 11개 서비스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지역 딜러사의 전시장·서비스센터 확대와 함께 국내 고객 접점을 넓혀 판매 기반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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