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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10년 만에 8시간 전면파업…생산라인 멈췄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21일 8시간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현대차 노조가 정상 근무시간 전체에 걸쳐 파업을 벌인 것은 2016년 임금·단체협약 교섭 이후 10년 만이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이날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8시간 전면파업을 진행했다. 울산·아산·전주공장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으며 노조 확대간부와 현장위원 등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상경집회를 열었다. 노조는 앞서 19일과 20일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데 이어 이날 파업 시간을 8시간으로 확대했다. 주말 이후인 24일과 25일에도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번 전면파업은 지난 18일 열린 제16차 임금협상 본교섭이 성과 없이 끝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달 8일 제15차 교섭 이후 41일 만에 협상을 재개했지만 임금과 상여금,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 등 주요 쟁점에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 사측은 앞선 교섭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000만원, 자사주 15주 등을 제시했다. 정년 연장은 관련 법률이 개정되면 보충협약을 통해 시행 시기와 임금피크제 등을 논의하고, 해고자 복직 문제는 연말에 다시 협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50%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법 개정과 별개로 정년을 2년 연장하고 노조 활동 과정에서 해고된 조합원의 복직 문제도 올해 교섭에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차는 이번 전면파업 이전에도 상당한 생산 차질을 겪었다. 지난달부터 이어진 부분파업으로 지난 11일 기준 4만2510대의 생산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후 12~14일과 19~20일 추가 파업에 이날 전면파업까지 겹치면서 실제 생산 차질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언론에 보도된 '6만대·2조6000억원' 등은 예정된 파업 시간을 반영한 업계 추산치다. 회사가 확인한 누적 생산 차질 및 매출 영향은 이날 파업 종료 이후 달라질 수 있다. 노사는 차기 본교섭 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주말 사이 교섭 재개에 합의하지 못하면 다음 주 부분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카카오게임즈 실적 반등 첫 카드…‘도깨비의세계’, 10월 출시

카카오게임즈가 신작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도깨비의세계'(개발사 슈퍼캣)를 오는 10월 정식 출시한다. 라인야후에 편입된 후 새 경영진 체제에서 꺼내는 첫 작품인 만큼, 이번 작품이 카카오게임즈 적자 탈출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도깨비의세계' 사전등록 '스타트'…K-게임 왕좌 노린다 20일 카카오게임즈는 '도깨비의세계'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MMORPG '도깨비의세계'의 주요 특징 및 서비스 계획을 공개했다. '도깨비의세계'는 네이버 인기 웹소설·웹툰 '멸귀수도전'의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작품으로, 도트 그래픽으로 유명한 슈퍼캣이 개발을 맡았다. 특히 기존의 서양 판타지나 중세풍 MMORPG가 아닌 한국적 정서를 담아낸 점이 눈길을 끈다. 게임에 스며든 한국적인 정서는 K-컬처 열풍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또 '도깨비의세계' 역시 컴투스의 '제우스: 오만의신'이나 스마일게이트의 '이클립스: 더 어웨이크닝'과 마찬가지로, MMORPG의 경쟁 피로도를 낮추는 데 공을 들였다. 이용자가 직접 대전(PvP) 참여 여부를 선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반 필드에서는 이용자 간 전투(PK)를 원천 차단해 스토리와 성장에 집중하도록 했다. 그밖에 주요 게임 시스템으로는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12개의 스킬 스타일을 조합할 수 있는 '무한 스킬 덱 빌딩'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활동하는 '문파 PvE 분신 파견', △이용자의 활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공지능(AI) 비서 '묘롱' △최대 9000명이 참여할 수 있는 대규모 콘텐츠 '차원 점령전' 등이 소개됐다. ◇ 7개분기 연속 적자 쓴 카겜…신작으로 분위기 반전되나 카카오게임즈의 이번 작품은 회사가 라인야후 산하에 편입되고 새 경영진 체제에서 선보이는 첫 신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회사가 올해 2분기까지 7개분기 연속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작품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로 작용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2분기 매출 750억원, 영업손실 230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회사는 올해 2~3분기를 실적 저점으로 보고 4분기부터 신작 출시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시우·김태환 공동대표는 지난 5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이후 컨퍼런스콜에서 '도깨비의세계'를 시작으로 한 신작 라인업을 통해 내년 1분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제시했다. 카카오게임즈는 '도깨비의세계' 이후 올해 4분기 안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신작도 잇따라 선보인다. 엑스엘게임즈에서 개발 및 자체 서비스하는 온라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아키에이지 크로니클'은 기존 아키에이지 세계관을 계승하면서도 직관적인 전투 흐름, 콘솔 친화적인 조작 방식을 채택해 글로벌 액션 RPG 이용자층을 공략한다. 타이니펀 게임즈의 전략 어드벤처 RPG '던전 어라이즈'는 한 손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접근성과 깊이 있는 성장 요소를 갖춘 게임으로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다음달 '도깨비의세계' 온라인 쇼케이스를 통해 주요 콘텐츠와 세부 서비스 계획을 추가 공개할 예정"이라며 “10월 정식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국가인권위 결정문이 다시 그은 기업책임의 경계 [이창언의 지속가능성 나침반]

ESG 분야에서 실제 변화가 드러나는 순간은 새로운 용어나 유행이 등장할 때가 아니라, 기업의 책임 범위가 다시 설정될 때다. 지금은 기업이 정보를 얼마나 공개했느냐보다, 사업 과정이나 공급망에서 어떤 위험을 인지하고, 실제로 어떻게 대응했는지가 핵심적인 물음이 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오늘(20일) '기업 인권침해 예방과 책임 강화를 위한 「기업 인권실사법」 조속히 입법해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두 건의 법률안에 대한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앞서 인권위 상임위원회가 지난 5월 21일 의결한 이번 결정의 정식 명칭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의견표명'이다. ◇ 논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결정문은 분명한 방향을 제시했다 안창호 위원장이 이끄는 인권위는 최근 일부 인권 현안이나 독립성·공정성 문제로 논란을 겪어왔다. 그래서 이번 결정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를 단순히 정치적 목적이나 이미지 쇄신으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 오히려 이번 결정문은 그동안 쌓여온 기업 인권 규범의 제도적 연속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결정문의 핵심은 인권과 환경에 대한 실사다. 기업과 공급망이 지닌 위험요소를 미리 찾아내고(식별), 예방한 뒤, 실제로 실행했는지를 점검하는 체계를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다. 그 근거로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UNGP), OECD 다국적기업 책임경영 가이드라인 등이 제시됐다. 공시가 '무엇을 공개했는가'를 묻는다면, 실사는 '위험을 인지하고 실제로 어떤 조치를 했는가'를 묻는다. 이제 ESG 용어는 보고서의 문구에서 현장의 실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인권위는 법 적용 범위도 축소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태호 의원안은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 매출 2000억 원 이상 기업에 적용되고, 박홍배 의원안은 1000명 이상, 매출 5000억 원 이상 기업이 대상이며 중소기업은 원칙적으로 제외하고 있다. 인권위는 기존의 안전보건 관리 프로세스 운영 경험 등을 근거로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더 중요한 분야는 공급망이다. 인권위는 공급망을 “기업 활동 전반에 걸친 직·간접적 관계"까지 포함해야 하며, 위험도가 높은 분야부터 순차적으로 점검하는 '위험 기반 접근법'을 권고했다. 법의 직접 적용 대상이 아니더라도, 대기업의 원료·부품·물류·외주 등과 연결된 중소·중견기업 역시 실사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공급망은 제품이 오가는 경로이면서, 동시에 책임도 확장되는 통로다. 다만, 실사가 서류 작업에 그쳐서는 곤란하다. 협력업체에 수십 장의 설문지와 확인서를 보낸다고 해서 실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이는 또 다른 행정부담만 남길 뿐이다. 강제노동이나 산업재해, 심각한 환경오염 등 실제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부분부터 찾아내 개선하는 것이 실사의 본질이다. 인권위는 실질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와 단체는 물론, 이들을 대변하는 다양한 이해관계자 단체까지 포함해 그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또 “심각하고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임박한 경우"에는 분쟁해결기구가 즉각적으로 구제 조치를 할 수 있게 하고, 금전적 제재나 공공조달 참여 제한 같은 실제적인 행정·재정적 수단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이번 결정이 '한국판 CSDDD(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의 확정은 아니다. 국회의 논의와 감독 체계, 기업 부담, 그리고 중소기업 지원책 마련 등 남은 과제가 많다. 하지만 흐름은 분명해졌다. 공시에서 실사로, 실사에서 다시 예방과 구제로, 그리고 책임 강화로 이어진다. 보고서의 마지막 장을 넘어서야 비로소 진짜 실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책임이 공급망 구석구석까지 미칠 때, ESG는 선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로 정착하게 된다. * 이창언 우석대학교 미래융합대학 창업컨설팅학과 교수 / 우석대 일반대학원 ESG·공공정책학과 주임 교수 / 우석대 ESG 국가정책연구소 소장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원유보다 귀한 석유제품…정유업계 ‘골든타임’ 언제까지

중동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석유시장 공급난이 원유에서 제품으로 확대되고 있다. 주요 석유제품 생산설비의 가동 차질로 정제마진의 상방 압력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재고효과가 상반기 사실상 종료된 가운데 안정적인 정제능력을 보유한 국내 정유업계의 실적 성장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업의 수익성 지표인 글로벌 정제마진은 중동전쟁 이후 이례적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앞서 유안타증권은 지난달 28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1~2월 배럴당 평균 5달러 수준에 머물렀던 싱가폴 정제마진이 지난 4월 36.2달러까지 치솟은 뒤 지난달 22.9달러 수준으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정유업계의 손익분기점은 4~5달러 수준으로 알려졌다. 디젤(경유) 정제마진 상승은 더욱 공격적이다. 디젤과 원유의 가격 격차를 나타내는 '크랙스프레드(정제 마진)'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다. 로이터는 지난 17일(현지시간) 기준 미국의 디젤 마진이 배럴당 102.2달러를 넘어섰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 같은 정제마진 강세는 중동과 러시아 등 주요 석유제품 공급처의 정제·수출 차질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달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지난달 글로벌 정유사의 원유 처리량이 하루 8090만배럴로 전월 대비 180만배럴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500만배럴 적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중동의 석유제품 수출 차질과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지속되면서 IEA는 3분기 글로벌 정유 처리량 전망치도 기존보다 하루 37만배럴 추가 하향했다. 특히 공급난은 경유와 항공유 등 중간유분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중동·러시아·아시아의 경유 수출량은 지난달 들어 전년 동월 대비 하루 130만배럴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 해상 경유 교역량의 약 20%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항공유 수출도 하루 67만배럴 줄어 글로벌 해상 교역량의 34%가량이 사라졌다. 주목할만한 점은 수요가 급증하는 동절기 진입을 앞두고 주요 수입국의 중간유분 재고가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대 수요처인 미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실제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지난 14일 기준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와 휘발유 재고가 각각 4억2880만배럴·2억940만배럴 규모로 전주 대비 1% 수준 증가한 반면, 중간유분 재고는 1억560만배럴로 같은 기간 150만배럴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유업계의 정제 가동률이 97.2%로 사실상 풀가동 체제를 지속하는 가운데, 중간유분을 중심으로 감소세가 나타나며 수급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국의 중간유분 재고(1억560만배럴)는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유럽 역시 경유와 항공유 재고가 평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급 불안은 북반구 동절기 진입과 맞물려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 통상 중간유분은 겨울철 난방 수요 증가로 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주요국이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절기에 진입할 경우 제품 가격과 정제마진에 추가적인 상승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환경은 안정적인 정제능력을 보유한 국내 정유업계에도 한층 우호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주요 업체를 중심으로는 올 상반기부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상반기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의 경유 수출액은 각각 4조111억원·3조9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42.7% 증가한 상태다. 에쓰오일의 경우, 항공유 수출액 역시 2조7277억원으로 같은 기간 45.6% 뛰었다. 하반기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되면 이 같은 중간유분 수출액 성장세도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과 함께 석유제품 수출 상한선을 전년 대비 100%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으나, 실제 올 2분기 수출물량은 전년 동기 78.7% 수준으로 추산돼 수출 확대에 따른 추가 성장 여지도 남아있는 상태다. 관건은 하반기 정제마진 강세가 업계의 원유 조달비용 부담을 얼마나 상쇄할 수 있을지다. 높은 정제마진이 고스란히 국내 정유사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내 업체들은 원유 대부분을 수입하는 데다 중동산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해협 통항 차질에 따른 조달비용 상승에도 동시에 노출돼있다. 최근 저렴한 중동산 대신 비중동산 대체원유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늘리고 있는 점 역시 원유조달 부담 요소다. 아울러 상반기 실적을 끌어올린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 효과가 하반기 들어 약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정제마진과 원유 조달비용 균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 강세가 단기적으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조달비용 상승 폭에 따라 이 같은 영향이 상쇄될 수 있고, 조달 기간이 길어지면 가동률도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연봉보다 센 ‘7억 성과급’…SK하이닉스, 60% 자사주로 준다

SK하이닉스 노사가 성과급의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을 담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50조 원에 이를 경우 초과이익분배금(PS) 재원은 25조 원 규모로 추산되며, 전체 임직원 3만5000명 기준 1인당 평균 지급액은 7억 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 오후 SK하이닉스 노조는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잠정합의안을 조합원들에게 공유했다. 앞서 지난해 노사는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체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하면서, PS의 80%는 당해 현금 지급,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나눠 지급하는 방식을 택한 바 있다. 올해 협상에서는 이 지급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 PS 재원의 40%는 당해 연도 현금으로, 나머지 60%는 자사주로 지급하는 구조로 개편됐다. 60% 중 40%는 당해 매도가 가능한 주식, 나머지 20%는 1년 후 10%·2년 후 10%씩 나눠 매도할 수 있는 이연지급분이다. 이연지급분은 지급 당해에 '주식 수'와 '이연 금액' 중 한 가지 기준을 미리 확정해야 하며, 주식 수 산정 시에는 연간 잠정 실적 공시일·PS 현금 지급일·주식 지급일 세 시점의 종가 중 가장 낮은 값을 적용해 주가 변동성에 따른 구성원 부담을 낮췄다. 구성원에게는 선택권도 부여됐다. 희망할 경우 주식 지급 비율을 100%까지 높일 수 있고, 반대로 제도 시행 첫해에는 자금 운용 계획 등 사유가 있는 구성원에 한해 현금 지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증권가 전망대로 SK하이닉스가 올해 연간 영업이익 250조 원을 낼 경우 PS 재원은 25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체 임직원 약 3만5000명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인당 평균 PS는 7억 원 수준이다. 새 지급 방식을 적용하면 평균 2억8000만 원은 현금으로, 4억2000만 원 상당은 자사주로 받게 되는 셈이다. 다만 실제 지급액은 직급과 개인별 성과평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노사는 이번 합의에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도 명시적으로 담았다. 적자가 발생하면 임금의 3% 이내에서 지급을 이연하되, 이는 고용안정 대책 등 구체적인 위기극복 방안에 노사가 합의한 뒤 시행하도록 했다. 회사가 경영을 정상화하면 이연된 임금은 즉시 회복 지급된다. 성과 배분에 한정됐던 기존 논의를 위기 상황까지 확장해, 좋을 때는 함께 나누고 어려울 때는 함께 견딘다는 원칙을 문서화한 셈이다. 이는 과거 노사가 자발적 무급휴직을 시행하거나, 2023년 다운턴 당시 임금 일부를 이연해 위기극복에 우선 투입한 뒤 흑자 전환과 동시에 지급했던 전례를 계승한 것이다. 사회공헌과 복지 분야에서도 다양한 안이 합의됐다. 구성원이 성과급 일부를 기부하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출연하는 '1:1 매칭 그랜트(Matching Grant)' 제도가 새로 도입된다. 참여 여부는 구성원의 자율적 결정에 맡긴다. 이 밖에 식단가 상향과 경조사 지원 프로그램, 사내 복지 포인트 확대 등도 합의안에 포함됐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네이버 노조 “8년 개별교섭 끝내자”…전 계열사 통합교섭 공식 요구

네이버 노동조합이 지난 8년간 계열사별로 진행해 온 개별교섭을 네이버 본사가 참여하는 통합교섭 체계로 전환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계열사별 교섭이 반복되면서 협상에 드는 시간과 비용이 늘고 법인 간 처우 격차도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은 20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본사 사옥 1784에서 '2026년 통합교섭 킥오프'를 열고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통합교섭을 요구했다. 행사에는 노조 추산 300여명의 조합원이 참석했다. 노조에 따르면, 최근 1년간 16개 계열사에서 150차례의 교섭이 진행됐으며 노사가 교섭에 투입한 시간은 1000시간에 달한다. 한미나 네이버지회 부지회장은 “지난 8년간 이어진 개별 교섭 구조 속에서 계열사 간 처우 격차는 오히려 계속 벌어지고 있다"며 “네이버 본사가 합의하기 전까지 계열사 사측은 입도 벙긋 못 하다가 네이버가 합의해야 비로소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 개선 △근무 환경 개선 △안전·보건 제도 개선 △복지 제도 확대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등 5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전사 통합 경영 프로세스와 관련해서는 모든 계열사 구성원이 네이버의 사업 방향과 비전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요구했다. 근무 환경에서는 근무 시간과 장소 선택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출퇴근과 사무 공간의 인프라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위해서는 전 계열사를 아우르는 산업안전보건 관리 체계 구축을 요구했다. 조직문화 개선과 직장 내 괴롭힘 관리 체계 마련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복지 분야에서는 주거 안정 지원 확대와 업무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비 지원을 제시했다. 통합교섭 선포에 앞서 임금 교섭이 결렬된 네이버제트 조합원들의 집회도 열렸다. 네이버제트 노사는 지난 2월 26일 임금 교섭을 시작했다. 이후 네이버와 네이버제트의 모기업인 스노우가 각각 잠정합의에 이르렀지만 네이버제트 사측은 지난 6월 24일 열린 5차 교섭에서 임금 인상률 0%를 제시했고 교섭이 결렬됐다. 이후 두 차례 노동위원회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졌다. 네이버제트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해 투표율 88.6%, 찬성률 98%로 쟁의권을 확보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네이버제트 조합원의 호소문을 대독하며 “스노우, 네이버제트, 크림에 돈을 넣을지 말지는 결국 네이버가 결정한다"며 “권한을 행사한 경영진은 책임지지 않고 권한이 없었던 구성원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국민 비서 ‘모두의 AI’…병원부터 쇼핑몰까지 다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

SK텔레콤과 KT, 카카오가 정부의 전 국민 인공지능(AI) 서비스 '모두의 AI'를 위해 생활서비스 기업들을 대거 끌어모았다. 금융과 의료는 물론 쇼핑, 주거, 교육 분야까지 가세했다. 단순한 무료 AI 챗봇을 넘어 예약과 신청 등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확장하기 위해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이용자 접점과 데이터 확보도 주요 참여 유인으로 꼽힌다.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업계에 따르면, '모두의 AI' 사업 공모에는 SKT, KT, 카카오, 이스트소프트, 제논, 엠케이디 등 6개 사업자가 제안서를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서면 평가와 발표 평가를 거쳐 이달 말 사업자를 선정한다. 이후 협약 체결과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모두의 AI는 국민 누구나 비용과 이용량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AI 챗봇과 공공 AI 에이전트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과기정통부는 국민의 AI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고 국산 AI 모델을 실제 대국민 서비스로 연결한다는 목표다. ◇ 신한카드·무신사·서울대병원…3사 '각양각색' SKT는 자사를 포함해 총 20개 기업과 기관으로 가장 큰 컨소시엄을 꾸렸다. 월간 사용자 1000만명 규모의 '에이닷'과 자체 AI 모델 'A.X K2', 약 2250만개 이동통신 회선을 앞세웠다. 여기에 신한카드와 하나카드, 티맵모빌리티, 굿닥 등을 끌어들여 금융과 모빌리티, 의료 등으로 서비스 범위를 넓혔다. KT는 생활서비스와 AI 기술 기업을 폭넓게 묶었다. 다음과 무신사, 직방, EBS, BC카드가 검색과 쇼핑, 주거, 교육, 금융을 맡는다. 모델 분야에는 독파모 2차 평가를 통과한 업스테이지와 탈락한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이 참여한다. 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도 합류했다. KT는 이들 기업에 자사의 통신과 클라우드 운영 역량을 결합한다. 카카오는 LG그룹과 손잡고 카카오톡을 전면에 내세웠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 LG유플러스의 통신 고객 접점, LG전자의 가전, LG CNS의 공공 시스템 역량을 결합한다. 서울대학교병원과 루닛은 의료 분야에, 신한은행은 금융 분야에 참여한다. 국산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AI도 합류했다. ◇ 답만 하던 AI 넘어…예약까지 '척척' 세 컨소시엄이 금융사와 병원, 쇼핑 플랫폼까지 끌어들인 이유는 정부가 '모두의 AI'를 단순한 무료 챗봇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업무를 수행하는 AI 에이전트로 확대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SKT가 공개한 구상이 가장 구체적이다. 초기에는 대화와 검색, 요약 등을 제공하지만 향후 공공서비스 신청과 증명서 발급은 물론 의료와 교통, 금융, 교육 분야의 예약과 신청, 결제까지 지원한다. 질문에 답하는 AI에서 사용자의 요청을 직접 처리하는 AI로 확장하는 셈이다. KT도 무신사와 직방, EBS, BC카드 등을 통해 쇼핑과 주거, 교육, 금융 서비스를 연결하고, 카카오는 서울대병원과 신한은행 등을 통해 의료와 금융 등 생활 영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가 제시한 방향도 같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사업 추진 당시 “모두의 AI는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우리 국민들이 AI와 함께 일하고 배우며 일상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AI 시대의 계산기·컴퓨터"라고 밝혔다. ◇ 전 국민 AI에 기업들 '눈독'…핵심은 데이터 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컨소시엄을 꾸린 배경에는 '전 국민 AI'가 가진 사업적 가치가 있다. 수천만 이용자와 직접 만나는 접점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서비스 과정에서 쌓이는 데이터가 향후 AI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될 수 있어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AI 서비스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데이터"라며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의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것은 미래 경쟁력 측면에서 상당히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민과 자사 서비스, 공공을 연결하면 파괴력이 굉장히 세다"며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있어서도 상당히 유리할 수 있고 데이터는 AI 모델의 성능을 높이는 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자가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데이터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데이터 수집과 활용 범위는 향후 서비스 운영 방식과 관련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최 교수는 복수 사업자를 선정하는 구조와 관련해서도 “컨소시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며 “어떤 형태로 흘러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달 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하고 협약 체결과 베타 서비스를 거쳐 연내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LG전자, 바다숲 조성한다…신소재 ‘마린 밸런스’ 사업화 속도

LG전자가 해양수산부, 경상남도, 한국수산자원공단과 손잡고 해양생태계 복원에 나선다. 기능성 신소재 '마린 밸런스(Marine Balance)'를 바다숲 조성에 적용해 탄소흡수원을 넓히는 동시에, 관련 기술을 B2B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20일 경남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 해양수산부·경상남도·한국수산자원공단과 '바다숲 조성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LG전자 최성봉 빌트인·쿠킹솔루션사업부장, 해양수산부 최현호 수산정책실장, 경상남도 박일웅 행정부지사, 한국수산자원공단 김종덕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2026년부터 2029년까지 4년간 경남 고성군 덕명리 해역 약 1.5㎢에 바다숲이 조성된다. 여의도 면적(2.9㎢)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다. 정부·지자체·공공기관이 고성군 해역에 마린 밸런스를 적용하면, 이후 해조류 생장과 해양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된다. 이번 협약은 LG전자의 해양생태계 복원 행보 연장선에 있다. 앞서 부산광역시·순천시와 각각 협약을 맺고 낙동강 하구 염습지, 순천만 갯벌 약 1500㎡에 마린 밸런스를 적용해 효과를 실증해 왔다. 마린 밸런스의 핵심은 물과 만나면 미네랄 이온을 방출해 해조류·염생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성분을 일정한 양과 속도로 공급하는 기술이다. LG전자는 사용 목적과 환경에 따라 미네랄 성분의 용출량·속도를 정밀 제어하는 독자 기술을 확보했다. 성분과 함량은 물론 소재 형태까지 환경에 맞춰 설계할 수 있어, 미네랄이 빠르게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단단한 비즈나 납작한 칩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이 가능하다. ◇ 특허 420건에 베트남 증설까지…B2B 소재사업으로 육성 LG전자는 이 기술을 단순한 환경 캠페인을 넘어 B2B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유리 파우더 기반 기능성 소재의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전 과정 역량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1996년부터 연구를 이어와 현재까지 확보한 기능성 소재 관련 특허만 420여 건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미국·유럽 시장 진출에 필요한 항균제 관련 규제 등록을 마쳤고, 유해성 평가를 통해 제품 안전성도 입증했다. 생산 인프라 확대도 뒤따르고 있다. LG전자는 창원 LG스마트파크에서 연간 약 4500톤 규모의 기능성 소재 생산라인을 운영 중인 가운데, 최근 베트남 하이퐁 생산법인에 연간 약 2000톤 규모의 생산라인을 추가로 구축했다. 하이퐁 라인을 통해 북미·유럽·중국은 물론 인도·동남아 등 글로벌 사우스 시장 수요에도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적용 분야도 계속 넓어지고 있다. 플라스틱·페인트·고무 등에 소량 첨가해 미생물로 인한 악취와 오염을 억제하는 항균·항곰팡이 소재 'LG 퓨로텍', 무기물 기반으로 헹굼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세탁 기능성 소재 'LG 미네랄 워시(LG Mineral Wash)' 등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고객 요구에 맞춰 성분과 특성을 설계하는 맞춤형 솔루션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LG전자 최성봉 빌트인·쿠킹솔루션사업부장은 “환경 보전과 기후위기 대응에 기여하는 기능성 소재 기술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B2B 사업 기회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빛’으로 데이터 이동…SK하이닉스, ‘CPO’로 AI 병목 뚫는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경쟁의 무대를 '칩'에서 '시스템'으로 넓히는 밑그림을 내놨다. HBM으로 메모리와 프로세서 사이 병목을 뚫었다면, 이번엔 수천 개의 GPU가 뭉친 랙·포드 단위 AI 클러스터의 데이터 이동 한계를 빛으로 풀겠다는 구상이다. 20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글로벌 연구진과 함께 AI·고성능컴퓨팅(HPC)을 위한 차세대 광 인터커넥트 기술 'CPO'의 발전 방향을 담은 논문을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게재했다. 논문에는 SK하이닉스 홍승훈 팀장(AI Infra)과 버지니아대 이규상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 난양공대, MIT, 연세대 연구진이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생성형 AI 시대를 이끈 HBM은 AI 가속기 패키지 안에서 벌어지는 메모리 병목을 풀며 성능 혁신을 이끌었다. 하지만 수천 개의 GPU와 HBM이 뒤엉킨 초대형 클러스터가 등장하면서, 이제는 시스템 사이의 데이터 이동을 가로막는 '대역폭 장벽(Bandwidth Wall)'이 새로운 발목을 잡고 있다. 실제로 연산 성능은 2년마다 3배가량 뛰는 반면 대역폭은 1.4배 느는 데 그치고 있고, 데이터가 패키지를 벗어나 랙 사이를 오갈 때 쓰는 기존 구리 배선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신호 감쇠와 전력 소모가 급증해 한계로 지목돼왔다. 이규상 교수는 “연산칩 성능이 향상돼도 칩 사이의 데이터 이동 능력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시스템 전체 성능은 올라가지 않는다"며 “물리적 한계를 안고 있는 구리 배선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옮기는 것이 가장 유력한 확장 경로"라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이번 논문은 HBM이라는 단일 제품의 혁신을 넘어, 메모리·패키징·광 인터커넥트가 어떻게 융합해야 하는지를 종합한 기술 로드맵을 체계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 빛으로 잇는 메모리와 프로세서…“관건은 공동 설계" 논문이 이 병목을 풀 해법으로 제시한 게 CPO다. 홍승훈 팀장은 CPO를 “칩과 칩이 긴 전기 배선 대신 빛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광 송수신기(TRx)를 프로세서와 한 패키지 안에 넣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짧은 거리에서는 구리 배선도 경제적이지만, 속도와 거리가 늘어날수록 신호를 보상하는 회로 탓에 전력 소비와 지연 시간이 함께 불어난다. 반면 광 엔진을 패키지 내부에 집적하는 CPO는 고속 전기 신호의 이동 구간을 최소화하고 나머지를 빛으로 연결해, 칩·랙·포드 단위로 통신 범위를 넓히면서도 대역폭 밀도와 에너지 효율, 전자기 간섭에 강한 신호 무결성을 함께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노드당 100Tb/s 이상의 대역폭, 1pJ/bit 미만의 에너지 소비, 10ns 미만의 칩 간 지연시간이라는 구체적 기술 목표를 제시했다. 패키징 방식도 2D에서 2.5D 인터포저, 3D 이종 집적으로 발전하는 경로와 상용화 과제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장기적으로는 광 연결을 메모리 인터페이스까지 확장하는 게 목표다. 광 인터포저로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직접 연결하는 '옵틱스 중심(Optics-Centric)' 아키텍처를 구현하면, 여러 가속기가 하나의 거대한 메모리 풀을 공유할 수 있어 AI 모델 대형화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광 인터커넥트는 앞으로 AI 인프라를 구성하는 핵심 연결 기술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미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화 초입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이어 “저전력 광소자 집적부터 일관성 프로토콜, 신뢰성 기술까지 과제가 많지만 결국 핵심은 메모리 소자와 컨트롤러, 광소자, 패키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공동 설계(Co-design)'하는 것"이라며 “바로 이 지점에서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학계의 전문성과 산업계의 현장 경험이 연결돼 AI 인프라의 미래 방향을 함께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고객과 산업 생태계에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개방형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현장] 이토록 아름다운 패밀리카라니…제네시스 GV90 만나보니

단순히 '패밀리카'라고 말할 수 없다. 가족을 태우기에 충분히 넓은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지만, 문을 열고 들여다본 실내는 자동차보다는 고급 라운지에 가까웠다. 푸른빛을 머금은 차체는 조명을 받을 때마다 색이 미묘하게 달라졌고, 실내에는 가죽과 금속, 직물 느낌의 소재가 층층이 어우러졌다. 지난 18일 제네시스가 처음 선보인 초대형 플래그십 전동화 SUV 'GV90'을 마주했다. ◇ 달항아리에서 찾은 초대형 SUV의 새로운 비례 첫인상은 '크다'보다 '매끈하다'에 가깝다. 전장 5285㎜, 전폭 2030㎜, 축거 3245㎜에 달하는 차체지만 각진 선을 과하게 사용하지 않았다. 긴 후드와 넓은 차체, 풍성하게 부풀린 펜더가 웅장한 비례를 드러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매끈한 덩어리처럼 보였다. 24인치 대형 휠도 한몸처럼 자연스럽게 차체와 어우러졌다. 초대형 SUV다운 존재감은 압도적이지만, 부드러운 곡면이 이어지는 차체에서는 위압감보다 유려함이 먼저 느껴졌다.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 건 외장 색상이다. 푸른빛과 은빛이 섞인 듯한 색감은 단순한 파란색과는 달랐다. 전시장 조명이 차체에 닿자 보닛과 펜더의 곡면마다 색의 농도가 달라졌다. 차가운 금속성 느낌에 은은한 보랏빛이 겹쳐졌다. 반짝이는 밤하늘이나 우주를 연상시키는 색감이었다. 제네시스는 GV90에 총 16종의 외장 색상을 마련했다. 소노란 네이비·코모 블루·카프리 블루 등 푸른 계열을 비롯해 세이셸 베이지, 바에나 그린 등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색상을 녹여냈다. 남택성 제네시스 CMF 팀장은 외장 컬러의 방향을 “빛과 시간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색채"라고 설명했다. 차체 디자인의 출발점은 한국의 달항아리다. 제네시스는 달항아리가 가진 둥근 곡선과 여백의 미에서 영감을 받아 장식을 덜어내고 차체의 비례와 실루엣을 강조했다. 전면부에는 제네시스 양산 모델 최초로 '윙 페이스 MLA 헤드램프'를 적용했다. 양쪽으로 날개처럼 펼쳐진 두 줄의 램프는 차체와 경계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 '컷리스' 공법으로 마감해 전면 전체가 하나의 면처럼 이어진다. 과하지 않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다. 큰 차체와 웅장한 전면부를 갖췄지만 어느 한 부분도 튀지 않았다. 덜어낼 것을 덜어내고 남은 형태와 비례를 정교하게 다듬은 덕분이다. 허정택 제네시스 외장 프로덕트 디자인 팀장은 “달항아리처럼 본질적인 형태, 즉 차량의 실루엣이 하나의 인상으로 남도록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측면에서는 긴 후드와 휠베이스가 안정적인 비례감을 만든다. 뒤로 갈수록 풍성해지는 차체 볼륨은 초대형 SUV다운 웅장함을 더한다. 반면 후면으로 갈수록 디자인은 오히려 담백해진다. 덜어낼 것을 덜어낸 뒤 남은 형태와 비례만으로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리어 스포일러를 없애고 불필요한 선을 덜어내면서 차체의 둥글고 매끈한 곡면을 그대로 살렸다. 가까이서 보면 분명 입체적인 볼륨인데도 한 발짝 물러서면 여러 면이 나뉘기보다 하나의 실루엣처럼 보인다. 후면을 가로지르는 두 줄의 리어 램프도 차체와 자연스럽게 이어져 매끈한 인상을 유지한다. ◇ 활짝 마주 열린 문, 라운지가 된 실내 무엇보다 차 문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진가를 알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GV90 네오룬에는 앞문과 뒷문이 서로 마주 보며 열리는 코치도어 방식의 '네오룬 아치 게이트'가 적용됐다. 실제로 네 개의 문을 모두 열자 마치 옷장 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어놓은 듯 차량의 옆면이 통째로 열린 모습이 됐다. B필러(자동차의 중간 기둥)가 사라지면서 차체 측면이 시원하게 열렸다. 활짝 열린 문 너머로 드러난 실내는 작은 비즈니스 미팅룸 같기도, 단란한 가족 거실 같기도 했다. 가장 적절한 표현을 꼽으라면 역시 '럭셔리 라운지'에 가까웠다. 대시보드와 도어 상단은 따뜻한 브라운 계열로 마감했고, 도어 안쪽에는 촘촘한 패턴의 소재를 적용했다. 여기에 보랏빛 앰비언트 조명이 은은하게 더해지면서 일반적인 SUV 실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들었다. 실내 곳곳에 서로 다른 소재와 색을 조합한 방식도 눈에 띄었다. 제네시스는 천연 우드와 리얼 스톤, 울 캐시미어 등 실제 소재를 가니시(내장 장식)에 선택할 수 있도록 했으며 소프트 세미 아닐린 가죽 시트도 적용했다. 실내 색상 역시 GV90과 GV90 네오룬 각각 5가지 조합으로 구성했다. 중앙의 크리스털 스피어 통합 컨트롤러도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지며 기능 버튼이라기보다 실내를 구성하는 하나의 오브제처럼 느껴졌다. 오재호 제네시스 내장 프로덕트 디자인 팀장은 GV90의 실내 디자인 목표를 “럭셔리 라운지 같은 느낌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트, 콘솔, 스티어링 기능, 조작계 등이 따로따로 보이기보다는 하나의 공간에 가구를 적절하게 배치해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연결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기능을 전면에 드러내기보다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GV90에는 현대차그룹 최초로 시동 버튼을 없앤 신규 전원 체계가 적용됐다. 도어 핸들을 당기면 차량 전원이 켜지고, 탑승 후 브레이크를 밟고 기어를 변속하면 바로 주행할 수 있다. 센터 OLED 디스플레이는 주행 중 23.6인치로 사용하다 정차하면 90㎜ 올라오며 24.6인치까지 확장된다. 트렁크를 열었을 때도 비슷한 인상이 이어졌다. 적재공간 역시 검은 플라스틱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반적인 SUV 트렁크와 달리 따뜻한 베이지·브라운 계열의 소재감이 이어졌다. 트렁크 바닥부터 좌우 벽면, 2열 뒤쪽까지 마감의 분위기가 연결되면서 적재공간마저 실내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GV90은 디자인과 도어 구성에 따라 일반 GV90과 GV90 네오룬 두 가지로 운영된다. 일반 GV90은 스윙 도어와 프레임 플러시 타입 도어 유리를 적용해 보다 매끈하고 정제된 측면 디자인을 구현했다. 네오룬은 앞·뒤 도어가 마주 보며 열리는 '네오룬 아치 게이트'와 24인치 휠, 아노다이징 알루미늄 B필러·하단 몰딩을 적용해 차별화했다. 여기에 네오룬의 최상위 한정판인 '퍼스트 에디션'은 투톤 외장과 외장 색상을 포인트로 적용한 24인치 단조 휠, 울 캐시미어 가니시 등을 더했다. GV90의 국내 출시일과 세부 트림별 판매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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