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우리나라 주력 업종 산업 경쟁력이 '중국의 급부상'이라는 거대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저가의 대량생산 품목을 넘어 반도체·조선 등 첨단 분야에서도 5년 내 중국이 한국 기업들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7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0대 수출 주력업종 기업 경쟁력이 오는 2030년에 모두 중국에 뒤질 것으로 예상됐다. 10대 수출 주력업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자동차 및 부품 △일반기계 △이차전지 △선박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바이오헬스 △철강 등이다. 조사는 이들 수출 주력업종을 영위하는 매출액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응답한 곳은 200개다. 응답 기업들은 현재 수출 최대 경쟁국으로 중국(62.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미국(22.5%), 일본(9.5%) 등을 들었다. 2030년 최대 수출 경쟁국을 묻는 질문에는 중국(68.5%)이라고 답한 비중이 6.0%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기업 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하고 다른나라 기업경쟁력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 기업들은 현재 미국 107.2, 중국 102.2, 일본 93.5라고 응답했다. 2030년에는 미국 112.9, 중국 112.3, 일본 95.0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종별 전망도 어두웠다. 한국의 기업경쟁력을 100으로 보고 경쟁력을 비교해보면 현재 중국은 철강(112.7), 일반기계(108.5), 이차전지(108.4), 디스플레이(106.4), 자동차·부품(102.4) 등 5개 업종에서 한국보다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반도체(99.3), 전기전자(99.0), 선박(96.7), 석유화학·석유제품(96.5), 바이오헬스(89.2) 등은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2030년에는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한국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 주력 산업이 중국에 밀리고 있다는 분석은 최근 들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9월 발간한 '글로벌 2000대 기업 변화로 본 한·미·중 기업 삼국지' 보고서를 통해 중국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한국에 비해 6배 이상 빠르다고 진단했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포브스 선정 글로벌 2000대 기업에 속한 미국 기업은 2015년 575개에서 올해 612개로 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 기업은 180개에서 275개로 52.7% 급증했다. 한국이 66개에서 62개로 6.1%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매출액 추이도 비슷하다. 글로벌 20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 합산 매출액은 10년간 1조5000억달러에서 1조7000억달러로 15% 증가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11조9000억달러에서 19조5000억달러로 63% 증가했고, 중국은 4조달러에서 7조8000억달러로 95% 급등했다. 한국 기업과 비교한 성장 속도는 미국이 4.2배였고, 중국은 6.3배가 넘었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학기술 11대 분야에서도 우리나라 기술 수준이 지난해 중국에 추월당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작년 2월 내놓은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을 보면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의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유럽연합(EU)은 94.7, 일본은 86.4, 중국은 82.6, 한국은 81.5로 나타났다. 기술 수준 평가는 △건설·교통 △재난 안전 △우주·항공·해양 △국방 △기계·제조 △소재·나노 △농림수산·식품 △생명·보건의료 △에너지·자원 △환경·기상 △정보통신기술(ICT)·소프트웨어(SW) 등 11대 분야 중점과학기술을 대상으로 2년마다 실시한다. 이번 평가는 11개 분야 136개 국가적 핵심기술에 대해 주요 5개국의 논문과 특허를 분석한 정량평가와 전문가 1360명의 조사를 거친 정성평가를 종합해 실시됐다. 지난 2020년 기술 수준 평가에서 미국 대비 한국은 80.1%, 중국은 80%를 기록했었다. 기술격차도 한국과 중국은 2020년 미국보다 3.3년 뒤처진 것으로 분석돼 같았지만 이번 평가에서는 중국(3년)이 한국(3.2년)보다 격차를 더 줄였다. 경제계는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규제완화 등 다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한상의는 앞선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을 위한 기업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기업이 성장할수록 지원은 줄고 규제는 늘어나는 역진적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기업 지원 시 균등한 배분보다 '될 만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규제가 필요하다면 '사전규제보다 사후처벌', '규모별보다 산업별 제한' 등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경협은 조사를 통해 기업들이 경쟁력 제고의 주요 걸림돌로 '국내 제품경쟁력 약화'(21.9%)와 '대외리스크 증가'(20.4%) 등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 지원과제로는 △'대외 리스크 최소화'(28.7%) △'핵심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18.0%) △'세제·규제완화 및 노동시장유연화 등 경제효율성 제고'(17.2%) △'미래기술 투자 지원 확대'(15.9%) 등을 들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