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모바일충전기 1위 앤커, AI녹음기·로봇청소기 앞세워 한국 공략 본격화

글로벌 전자기기 브랜드 '앤커'가 인공지능(AI) 기능을 적용한 신제품을 쏟아내며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한다. 그동안 '글로벌 모바일 충전기기 시장 1위' 인지도를 앞세워 관련 제품을 주로 판매해왔는데 앞으로는 AI 녹음기, 로봇청소기 등으로 영역을 대폭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앤커의 한국 법인 앤커 이노베이션코리아는 4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양한 분야 신제품을 공개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공식 미디어 행사다. 앤커는 이날 블루투스 이어폰 등을 만드는 '사운드코어'와 로봇청소기·홈카메라 같은 제품을 판매하는 '유피' 브랜드 신작을 선보였다. '앤커 사운드코어 AI 녹음기'는 AI를 기반으로 텍스트 변환 및 요약 기능을 제공하는 제품이다. 무게를 10g까지 줄여 휴대성을 높인 게 특징이다. 최대 5m 거리까지 음성을 수집할 수 있고, 32시간 연속 녹음이 가능하다고 업체 측은 소개했다. 변환 기능은 GPT-5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앤커 유피 C28 옴니 올인원 로봇청소기'도 나왔다. 기존 모델 대비 흡입력을 1.8배 강화하고 실시간으로 롤러를 자동 세척하는 기능을 넣었다고 앤커는 설명했다. 자동 먼지 비움, 온풍 건조, 자동 급배수 등 편의 사양도 추가했다. 충전기 신제품도 출시했다. '앤커 프라임 2만100mAh 220W 보조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이 제품은 최대 220W 출력을 갖췄고, USB-C 포트 2개와 USB-A포트 1개를 탑재했다. '앤커 프라임 2만6250mAh 300W 보조배터리'는 스마트폰을 약 5회 완충할 수 있는 용량을 지녔다. 앤커는 지난 2011년 구글 엔지니어 출신인 스티븐 양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설립했다. 이후 본사를 중국 선전으로 옮겨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초기에는 아마존 채널을 통해 노트북 배터리와 스마트폰 충전기를 팔아 이름을 알렸다. 현재 전세계 146개국에 진출해 다양한 제품을 판매 중이다. 작년 1~3분기 기준 매출액은 4조원가량을 기록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앤커는 전세계 모바일 충전기기 시장에서 5년 연속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엔도 아유무 앤커코리아 회장 겸 앤커 재팬 최고경영자(CEO)는 “앤커는 미국·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성장해왔으며 한국의 잠재력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앤커 측은 국내 고객과 소통을 강화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다케우치 히로아키 앤커코리아 부회장은 “고객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실내외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서울에 공식 서비스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인데, 여기에서 수집되는 목소리는 본사로 전달해 제품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한국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로아키 부회장은 “오프라인 매장도 확대할 계획이다. 우선 이달 26일까지 스타필드 위례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며 “전문지식을 갖춘 직원이 관람객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제안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 매장을)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장] 손발 달린 피지컬 AI, 제조·물류 프레임 바꾸다

“대한민국이 AI 기반의 초일류 제조 강국이 될 수 있도록 중소벤처기업부가 앞장서서 현장에서 늘 함께 뛰겠습니다. 2030년까지 중소기업 AI 도입률 10%를 달성하기 위해 AI 중심의 스마트 공장 1.2만 개를 구축하고 , 제조 데이터 분석부터 AI 전략 수립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제조 AI 24'를 구축하여 제조 AX 생태계를 완성하겠습니다."(권순재 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업정책관)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는 '자율성·지속 가능 혁신의 원동력'을 주제로 '2026 스마트 공장·자동화 산업전(Automation World 2026, 이하 AW 2026)'이 열렸다. 현대자동차그룹 로보틱스랩은 이번 전시에서 CES 2026 로보틱스 그룹 최고 혁신상을 수상한 첨단 모바일 플랫폼 '모베드(MobED)'를 일반인에게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모베드는 편심 메커니즘을 통해 경사로나 요철 등 분절된 지형에서도 차체의 수평을 유지하며 이동할 수 있는 자율주행 플랫폼이다. 로보틱스랩 측은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모베드를 직접 조종해볼 수 있는 체험형 부스를 운영하며 기술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모베드 상단에는 카메라·로봇 팔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장착할 수 있어 다양한 서비스 로봇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물품의 픽업부터 보관, 반출까지 전 과정을 하나로 연결하는 '엔드 투 엔드(End-to-End)' 통합 솔루션을 시연했다. 특히 고밀도 자동 창고 솔루션인 '팔레트 셔틀'과 자회사 알티올과 공동 개발한 시스템 'WCS 오르카(ORCA)'를 통해 물류 흐름을 제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였다. 현재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등 실제 사업장에서 실증 중인 이 로봇은 미래 제조 현장의 핵심 동력으로 소개됐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피지컬 AI를 통해 물류 자동화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성이 검증된 공정부터 순차적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무벡스는 청라 R&D 센터에서 직접 제작한 국산화 설비들을 대거 출품했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슬램·마커 기반 위치 인식 방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율 주행 로봇(AGV)과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4웨이 셔틀' 시스템이다. 현대무벡스 관계자는 “자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설계 능력을 바탕으로 유지보수 편의성을 높인 표준 컴포넌트를 적용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생성형 AI 기반의 챗봇을 도입해 사람이 자연어로 로봇과 소통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인터랙션 기술로 업그레이드 중"이라고 강조했다. LS일렉트릭은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되는 차세대 컨트롤러 'S-시리즈'를 처음 선보였다. 산업용 PC(IPC) 기반의 이 플랫폼은 소프트웨어 기능만으로 무한한 확장이 가능해 AI 제조 환경에 최적화 돼있다. 특히 일반 제어와 안전 로직을 하나로 통합한 '세이프 PLC'는 작업자가 위험 구역에 진입할 때 로봇의 속도를 줄이거나 즉각 정지시키는 시연을 통해 압도적인 안전 기술력을 증명했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부품 공급과 설계부터 유지·보수까지 책임지는 통합 솔루션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은 자동화를 넘어선 '자율 제조(Autonomous Manufacturing)'로의 진화를 선포했다. 소프트웨어 정의 아키텍처(SDA)와 코파일럿 AI를 결합해, 음성만으로 프로그램을 짜거나 현장의 부족한 3D 데이터를 AI가 생성해 디지털 트윈을 가속화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회사 관계자는 “우리가 지향하는 AI의 핵심은 인간 중심의 기술 극대화"라며 “위험한 업무는 로봇이 대체하되, AI의 결정에 대한 최종 검수는 사람이 수행하는 형태를 통해 제조 현장의 전문성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강소기업 사이몬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스카다(SCADA)·PLC·HMI 토탈 솔루션에 'AI 어시스턴트' 기능을 탑재해 큰 호응을 얻었다. 사용자가 자연어 텍스트를 입력하면 AI가 자동으로 제어 화면을 3D로 변환하거나 복잡한 스크립트 로직을 생성해주는 방식이다. 사이몬 관계자는 “그동안 엔지니어의 역량에 의존했던 자동화 결과물의 차이를 AI가 메워주고 있다"며, “제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100%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산업 현장의 상향 평준화를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생각하는 제조 물류 AI'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식음료(F&B)와 문화 콘텐츠 산업에 특화된 AX 역량을 뽐냈다. 고객사의 비즈니스에 맞는 AI 활용안을 함께 고민하는 'AI 디스커버리' 콘텐츠가 핵심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생활 밀착형 레퍼런스를 보유한 것이 우리의 강점"이라며 “다쏘시스템·지멘스 등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F&B 시장을 넘어 다양한 산업군으로 AI 물류·팩토리 역량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프랑스의 글로벌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에너지 관리와 자동화의 디지털 혁신을 강조했다. 이들은 오픈 아키텍처 플랫폼인 '에코스트럭처(EcoStruxure)'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연결성을 구현하고, 탄소 중립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차세대 통합 솔루션을 제시했다. 현장 담당자는 “AI 기반의 실시간 데이터 분석과 디지털 트윈 기술을 결합해 전력 시스템을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고객들이 지속 가능한 미래 혁신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DX는 운영 기술(OT)과 IT를 융합한 산업용 AI 에이전트 '에이젠티(Agenti)'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고위험·고강도 현장인 제철소에서 중량물을 교체하거나 항만 하역기를 무인화하는 기술을 선보이며 AI와 로봇의 융합 사례를 구체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엔비디아 아이작 기반의 가상 환경에서 실제 현장을 그대로 모사해 최적의 AI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며 “현장에 가지 않고도 가상 환경에서 시운전과 제어를 완료하는 피지컬 AI 존을 통해 자율 제조의 미래를 앞당기겠다"고 전했다.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은 두산에너빌리티 등 그룹 내 다양한 제조 현장에 적용해 성공을 거둔 솔루션 위주로 부스를 구성했다. 발전소 가스터빈의 고장을 예측하는 AI 예지 보전 서비스 '프리비전(PreVision)'과 비파괴 검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권영환 팀장은 “최근 제조 현장의 가장 큰 화두인 '안전'을 위해 비전 AI와 IoT 센서를 결합했다"며 “쓰러짐·화재·연기 감지는 물론 지게차와 작업자 간의 협착 사고를 방지하는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을 통해 사고 없는 공장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전동화 열관리 솔루션으로 부상…정유4사 ‘실적 효자’

윤활기유(Base oil)·윤활유(Lubricants)가 정유업계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정제마진 악화에도 실적 방어를 해준 데다 인공지능(AI)과 전동화에 필요한 열관리 솔루션의 핵심 재료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엔진 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용 기계에 광범위하게 쓰일 정도로 물성이 우수한 윤활기유·윤활유가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할 잠재력이 크다. 이에 앞으로도 정유사들의 고부가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4사는 윤활유 사업으로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부진을 상쇄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정유4사의 윤활유 사업은 매출 비중이 10%도 안되지만 매출 대비 수익성이 높다. 정유4사는 지난해 윤활유 사업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SK이노베이션 6076억원(15.8%) △GS칼텍스 4912억원(26.2%) △HD현대오일뱅크 1943억원(18.2%) △에쓰오일 5821억원(19.4%)를 기록했다. 정유4사의 윤활유 사업은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정유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을 상쇄했다. 정유 부문은 상반기 정제마진 하락으로 영업이익이 대폭 줄거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석화 부문은 글로벌 공급 과잉과 중국과 중동의 석화산업 진출로 수출 부진과 영업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윤활유 부문만큼은 영업흑자를 유지했다. 그간 정유사들은 자동차와 산업용 기계에 들어가는 실린더나 관절 같은 곳에 넣는 윤활유를 만들어왔다. 정유사별로 △SK엔무브의 지크(ZIC) △GS칼텍스의 킥스(Kixx) △HD현대오일뱅크의 엑스티어(XTeer) △에쓰오일의 에쓰오일 세븐(S-Oil 7) 같은 브랜드를 내세워 고품질 경쟁력 강화에 열중하고 있다. 윤활유는 자동차와 산업용 기계의 부품 간 마찰을 줄여 작동을 원활하게 하는 물질이다. 윤활기유는 윤활유 원재료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성분이다. 윤활기유에 첨가제를 넣어 용도에 맞는 물성을 구현하면 윤활유가 된다. 윤활기유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끓는점이 비교적 낮은 액화천연가스(LPG)나 휘발유, 경유 등을 먼저 고압에서 증류한 뒤 끓는점이 높아 남게 된 무거운 기름(중유 또는 잔사유)을 저압에서 증류해 만든다. 이후 수첨과 탈황 공정을 거쳐 다양한 물성의 윤활기유를 얻어낸다. 윤활기유는 황 함유량, 포화도, 점도지수 등 물성에 따라 그룹 I부터 그룹 V까지로 나뉜다. 황은 정유 제품의 대표적인 불순물로, 정제 과정에서 많이 제거할수록 순도가 높다는 뜻이다. 점도지수는 액체의 끈끈한 정도를 나타내는데, 용도에 따라 적정 수준이 다양하다. 그룹 I은 황 함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점도지수가 높아 산업용 기계를 충격과 부하로부터 보호하는 데 쓰인다. 그룹II는 수소 촉매 반응으로 다중결합을 깨 불포화 탄화수소를 줄이고 황 함유율도 낮춰 순도와 산화안정성을 강화한 것이다. 이보다 순도를 더 강화해 산화 안정성과 점도지수를 높인 그룹 III는 맑은 색상을 띠며 고온에도 점도 변화가 적다는 장점을 가진다. 그룹 IV는 원유 증류와 수첨 등 정제 과정만으로 만드는 그룹 I~III와 달리 인공적으로 합성해서 제조한다. 그룹 I~IV를 제외한 나머지 윤활기유는 그룹 V로 분류한다. 윤활기유와 윤활유가 다양한 산업군에 적용된다는 특성은 정유사들의 윤활기유 사업 확장 가능성을 키운다. 새로운 제조업 분야가 성장하면 이에 걸맞는 기계가 필요하고, 기계의 원활한 작동과 수명 연장을 위해서는 정유사들이 품질이 좋은 윤활유 제품을 기업들 수요에 맞게 선보여야 하는 구조다. AI가 발전하고 전동화(electrification)가 두드러지면서 필요성이 높아지는 데이터센터와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데이터센터와 배터리는 전력 소비로 발생하는 열을 외부로 적절히 방출하는 체계로 작동 효율과 안정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다. 데이터센터와 배터리 냉각 시스템용 윤활기유로는 그룹 III가 가장 적합하다. 불순물이 적고 열 교환 효율이 가장 높으면서 마찰도 작은 수준의 점도를 가지기 때문이다. 기름이라는 특성 때문에 데이터센터나 배터리의 전자부품을 훼손할 가능성도 물 같은 액체보다 낮다. 원유 정제 기술을 토대로 윤활기유 경쟁력을 확보해온 정유4사는 이미 윤활기유를 이용한 열관리 솔루션에서 가능성을 찾아 AI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기존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용 유체에 이어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용 직접액체냉각 유체를 출시했다.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데이터센터의 발열체에 냉각판을 불여 유체를 순환시키는 방식이다. 액체냉각 유체는 그룹III 윤활기유에 부식 방지를 위한 유기산(OAT) 첨가제를 더해 만들어진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11월 SK온과 SK엔무브를 합병한 것도 배터리와 윤활유 간 시너지가 의도로 꼽힌다. SK는 이전에 데이터센터 액침냉각용 윤활유 솔루션과 전기자동차 배터리 액침냉각 솔루션을 공개한 적이 있다. 양사가 배터리 셀을 모듈 없이 바로 팩 형태로 연결한 셀투팩(CTP) 기술과 액침냉각 윤활유 기술을 통합한 패키지 솔루션의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전기차부터 에너지 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선박 등 다양한 산업을 겨냥한다는 의도다. HD현대오일뱅크는 글로벌 석유 기업 쉘사(社)와 세운 합작법인 HD현대쉘베이스오일를 통해 그룹 III 윤활기유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대산 공장에 증설 투자를 단행해 이르면 내년부터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같은 고성능을 요구하는 윤활유 시장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에쓰오일은 2000년대 초부터 그룹 III 윤활기유 대량생산 체계를 구축했고, 2년여 전에는 고인화점(섭씨 250도 이상) 액침냉각유 'e-쿨링 솔루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스마트그리드 기업 지투파워와는 액침냉각형 ESS 상용화와 공동 사업화를 준비 중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신형 픽업 무쏘 ‘나홀로 판매 상승’…KG모빌리티, 반등 기대감

지난 1월 신형 픽업(소형트럭) '무쏘'를 출시한 KG모빌리티(KGM)가 신차 효과에 힘입어 내수 시장에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무쏘 출고가 본격화되면서 월간 판매 실적이 점진적인 개선 흐름을 나타내고 있으며 위축됐던 KGM의 내수 판매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KGM은 국내 완성차 5개사(현대자동차, 기아, 르노코리아, KGM, 한국지엠) 가운데 올 들어 내수 판매에서 유일하게 전년 대비 상승세를 타고 있다. KGM은 신형 픽업 무쏘를 출시한 지난 1월 내수시장에서 3186대를 판매하며 전년 대비 38.5% 증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무쏘 신차가 1123대로 월간 전체의 35%를 차지했다. 이어 2월에도 설 연휴에 따른 영업일수 감소를 딛고 내수 판매 3701대로 이어가며 국내 완성차 5개사 가운데 전년 대비 38.3% 상승세를 구가했다. 특히, 무쏘 신차는 출시 첫 달인 1월 판매에서 경쟁사 기아의 '타스만'(376대)을 크게 웃돌았고, 2월에도 비슷한 판매 흐름을 이어갔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KGM은 신형 픽업 무쏘의 신차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KGM은 그동안 내수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 장기화되며 어려움을 겪어왔다. 특히 지난해 전기 픽업 '무쏘 EV'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액티언'을 출시했지만 기대만큼의 판매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지난해 내수 판매는 총 4만249대에 그치며 전년보다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KGM은 지난해뿐 아니라 최근 수년간 내수 시장에서 하락세를 이어왔다. 2021년 내수 판매 5만6363대를 기록한 KGM은 이듬해 '토레스' 출시 효과로 6만8666대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2023년 6만3345대, 2024년 4만7046대로 감소하며 내리막을 걸었다. 부진이 장기화되자 KGM은 올해 연초부터 전략 차종을 전면에 내세우며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신형 픽업 무쏘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 '무쏘 스포츠(2002)'의 헤리티지(유산)를 계승해 선보인 오리지널 스타일 픽업이다. 지난해 선보인 전기 모델에 이어 이번에 디젤과 가솔린 등 내연기관 모델을 추가하며 전동화와 내연기관을 아우르는 풀라인업을 갖췄다. KGM은 오랜 기간 부진을 겪은 만큼 무쏘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해 침체된 판매 흐름을 반전시켜 '픽업 명가'의 계보를 잇겠다는 전략이다. 무쏘 출시 당시 “과거 픽업 명가 이미지를 되살리는 동시에 실용성과 상품성을 강화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한 부분에서 KGM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KGM는 국내에서 '픽업 강자' 타이틀을 얻을 정도로 꾸준한 입지를 다져왔다. 자체 역대 픽업 계보에서 2002년 무쏘 스포츠를 시작으로 △액티언 스포츠(2006) △코란도 스포츠(2012) △렉스턴 스포츠&칸(2018)으로 계승했다. 이같은 노력의 성과로 지난 24년간 픽업 불모지로 평가받던 국내 시장에서 누적 판매 50만대에 육박하며 픽업 문화를 일구며 선도해 왔다. KGM은 무쏘 모델의 다양한 파워트레인 선택지를 통해 소비자 저변을 지속적으로 넓혀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국내 픽업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는 점도 KGM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국내 픽업 판매량은 2020년 3만8117대에서 △2021년 2만9567대 △2022년 2만8753대 △2023년 1만7455대 △2024년 1만3475대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해 2만4998대로 크게 회복하며 전년 대비 79.2% 반등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픽업 회복 흐름이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픽업시장 확대 국면과 무쏘 신차 효과가 맞물리면서 KGM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한층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픽업시장이 회복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오랜 기간 픽업 라인업을 구축해온 KGM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며 “특히 소비자들이 가격 경쟁력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 무쏘가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고부가화로 전기차·로봇산업 ‘성장판’ 자리매김

합성고무 원료인 부타디엔의 가격이 요동치고, 전방산업의 수요가 불확실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합성고무 시장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부가 합성고무 제품이 석화기업들의 수익성을 방어하는 효자 노릇을 맡고 있기에 시장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와 의료기기 같은 산업이 발전할수록 더 고도화된 합성고무 제품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범용 제품의 수익성 부진에도 전방 산업의 수요에 따라 견조한 실적을 낼 수 있다. 합성고무가 첫 발명 당시 인류의 난제를 풀어줬던 것처럼 앞으로 첨단산업의 발전을 견인할 핵심 소재가 될지 주목된다. 9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중국 원자재 정보업체 선서스는 지난 7일 중국 시장에서 부타디엔의 톤(t)당 가격이 1만33.33위안(RMB/t)으로 석 달 전(11월 10월)과 비교해 45.4% 상승한 것으로 집계발표했다. 스티렌 부타디엔 고무(SBR)는 22.5% 상승한 1만3125위안으로 집계됐다. ◇NCC 폐쇄하려다 부타디엔도 공급 줄까 '주시' 부타디엔은 탄소 4개와 수소 6개로 이뤄지며, 탄소들 간 결합 중 양쪽 두 개가 이중결합(양쪽 원자가 전자 두 개씩 공유)으로 이뤄진 형태를 띤다. 부타디엔을 기본 원료로 다양한 반응을 거쳐 SBR이나 니트릴 부타디엔 고무(NBR) 등 여러 종류의 합성고무를 만든다. SBR은 스티렌과 부타디엔을 유화중합해 만든다. 물에 잘 안 녹는 두 물질을 계면활성제(비누 역할)과 함께 물에 넣으면 개별 분자 형태로 흩어지면서 서로 반응하는 식으로 폴리머(고분자) 형태가 된다. NBR은 아크릴로니트릴과 부타디엔을 유화중합하면 생성된다. 아크릴로니트릴의 질소 원자와 탄소 원자 간 강력한 '삼중 결합'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나프타분해설비(NCC)에서 나오는 에틸렌과 프로필렌, 부타디엔 같은 기초 유분과 SBR을 비롯한 범용 석화소재가 글로벌 석화시장에서 과잉공급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NCC 감축 기조가 나타나면서 부타디엔 공급이 덩달아 줄어들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 S&P글로벌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1~10월 기준 부타디엔 수입량이 전년 동기보다 39% 증가했다. 동시에 유럽에서는 남부와 북서부 지역에서 NCC 4곳이 문을 닫았고, 내년 말까지 다우의 뵐렌 NCC와 토탈의 엔트워프 NCC를 폐쇄한다. 미국은 최대 수요처인 중국을 향해 관세 10%를 부과하고 있어 수출 여건이 녹록지 않다. 중국 내에서도 석화 생산설비 증설이 이어지지만 글로벌 공급 둔화 조짐에 시장 상황이 흔들리는 것이다. ◇EV 타이어부터 고성능 장갑까지…'고부가' 합성고무 그럼에도 합성고무가 첨단산업의 핵심소재 중 하나라는 점에서 석화기업들의 성장동력으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가치 합성고무 소재로 성장해 왔다. 지난해 매출 6조9151억 중 38.6%(2조6712억원)을 합성고무에서 냈고, 영업이익도 전체 2718억원 중 37.3%를 합성고무가 냈다. 범용 합성고무인 SBR과 니트릴-부타디엔 고무(NBR)는 각각 연간 26만3000톤, 9만2000톤을 생산할 수 있다. 고부가가치 품목인 용액 스티렌-부타디엔 고무(SSBR)과 니트릴-부타디엔(NB) 라텍스는 15만8000톤, 94만6000톤의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 NCC를 기반으로 범용 소재부터 고부가 석화소재까지 생산하는 LG화학도 △부타디엔 고무(BR) 22만톤 △SSBR 8만톤 △NB라텍스 27만톤 규모의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충남 대산 SBR 생산 설비를 멈추며 고부가 중심의 합성고무 사업 재편에 나섰다. 범용 소재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 소재 중심으로 석화산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SSBR와 NB라텍스에 대한 주목도가 더 높아졌다. SSBR은 전기자동차(EV) 타이어에 적합하고,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에도 연비 효율을 높여주는 등 고성능 타이어 제조용으로 쓰인다. 스티렌과 부타디엔을 유화중합 대신 리튬계 촉매를 이용한 용액중합 방식으로 반응시켜 만들기 때문에 최종 완성된 소재에 불순물이 별로 남아있지 않고 성분 조절이 더 쉽다. NB라텍스는 얇으면서도 내구성과 내화학성, 내유성이 뛰어나다는 특성 때문에 의료용·산업용 장갑의 핵심 원료로 쓰인다. ◇20c 천연고무 대체제…21c 휴머노이드 필수재 '주목' 합성고무는 첨단산업 발전이라는 흐름과 같은 궤적을 밟아왔다. 합성고무가 호스 등 일상용 제품뿐만 아니라 차량 타이어, 의료용 장갑 같은 산업용 제품의 기초 재료로 쓰였기 때문이다. 원래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대량으로 전쟁물자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고무나무 껍질에서 나오는 천연고무가 부족해지면서 개발됐다. 당시 자동차 타이어 같은 제품은 내열성과 고탄성 확보를 목적으로 유황을 섞은 천연고무로 만들었다. 이를 대체하기 위해 독일과 미국이 석유를 이용한 고무 개발에 나서면서 SBR과 NBR이 탄생했다. 그랬던 합성고무가 최근 들어서는 SSBR로 EV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6년 전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 때 의료용 장갑의 필수 소재인 NB라텍스 형태로 의료 체계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았다. 합성고무의 성분을 조절하거나 새로운 제조 방식을 발견한다면 물성이 더 우수한 것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합성고무의 역할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휴머노이드 로봇 중심의 생산 체계인 '피지컬 AI'가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장재나 부품 연결 소재를 비롯해 로봇의 정교한 움직임과 전자부품 기밀성을 구현하는데 첨단 합성고무가 필요해졌다. 화학 반응과 외부 압력을 잘 견디면서 두께를 얇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합성고무가 최적의 소재로 꼽히는 것이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리포트를 통해 “현재 자동차 연관 수요가 60~65%에 달하는 합성고무 산업에 로봇이라는 새로운 수요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우리나라 합성 고무 생산 업체들의 미래에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SKT “글로벌 특허시장 ‘탑 라이센서’ 목표”

SK텔레콤(SKT)이 글로벌 시장에서 특허 로열티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지식재산(IP) 출원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과거 자사의 연구개발(R&D) 성과를 보호하던 수준을 넘어 국제 표준화 과정에서 필수특허를 선점하고, 글로벌 기기 제조사들로부터 직접적인 로열티를 거둬들인다는 포석이다. 4일 특허청에 따르면, SKT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비디오 코덱 영상 압축 기술인 '시간적 후보 움직임 벡터 유도' 및 '삼각형 분할 모드', '코딩 툴 설정' 등과 관련해 10건의 특허를 분할 출원했다. 분할출원이란 최초에 출원한 하나의 원출원에 두 개 이상의 기술적 발명이 포함된 경우, 이를 세분화해 여러 개의 독립된 특허로 나누어 출원하는 것이다. 해당 특허들은 동영상 데이터의 압축 효율을 높여 전송 용량을 줄이는 비디오 코덱의 필수 기술을 다룬다. SKT는 디코더(복호화 장치)가 영상을 재생할 때 거치는 상위 헤더 파싱 단계, 시간적 상관관계를 이용한 참조 블록 설정, 양방향 예측 정보를 단방향으로 변환하는 논리 구조 등 세부 조건별로 청구항을 나누어 출원했다. 글로벌 단말기 제조사가 H.266(VVC) 같은 국제 표준 규격에 맞춰 기기를 설계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기술 요소를 선점한 것이다. SKT는 특허 무효화 방지를 위해 이와같이 특허를 분할 출원하고 있다. 국제 표준화 회의에서 기술 표준안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신택스(문법)나 조건문의 위치가 수시로 변경된다. 플래그 중심, 인덱스 중심 등 다양한 경우의 수로 청구항을 쪼개어 출원하면, 표준안이 변경되더라도 일부 특허는 최종 표준 문서와 정확히 일치하는 표준필수특허(SEP)로 인정받게 된다. 특허 풀(Patent Pool) 내 로열티 배분율 확대도 분할 출원의 가장 큰 요인이다. 스마트폰 및 TV 기기 시장에는 전 세계 제조사로부터 기기당 로열티를 일괄 징수해 특허권자에게 배분하는 특허 풀 운영사가 존재한다. 이때 배분 수익의 규모는 개별 기업이 보유한 유효 등록 표준특허의 수량과 비중에 따라 결정된다. 심사 과정에서 일부 특허가 탈락하더라도 분할 출원된 나머지 특허가 심사를 통과하면 전체 특허 지분율을 높이고 배분액을 늘릴 수 있다. 이러한 특허 전략은 실제 재무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앞서 2024년 2분기 SKT는 한 업체로부터 계약 기간 전체에 대한 비디오 코덱 로열티를 일시에 수취해 일회성 수익 155억원을 벌어들였다. 단일 기술 분야의 라이선싱만으로 유의미한 현금 수익을 확보한 것이다. SKT 관계자는 “비디오 코덱 관련 기술은 분할출원을 통해 유사한 기술 특허를 촘촘하게 확보하고 있다"며 “비디오 코덱 표준 특허를 확보하는 목적은 글로벌 특허풀에서의 지분율을 높이고 특허 수익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맞다"고 밝혔다. 아울러 SKT는 현재 참여 중인 글로벌 특허 풀에서 글로벌 탑 라이센서를 목표로 하고 있다. SKT 관계자는 “현재 비디오 코덱, 이동통신, Wi-Fi 등의 기술분야에서 다양한 글로벌 특허풀에 참여하고 있다"며 “각 특허풀에서 글로벌 탑 라이센서를 목표로 지분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SKT는 차세대 표준 기술 영역으로 지식재산 수익화 사업을 지속 확장할 계획이다. 최근 차세대 방송 표준인 ATSC 3.0 특허 풀(Via LA)에 신규 라이선서로 합류해 미디어 기술 전반으로 영역을 넓혔다. 기존 참여중인 특허풀에서 지분을 계속해서 늘리고, 6G와 차세대 비디오 코덱 등 미래 표준기술의 특허 포트폴리오도 지속 확보해 향후에도 수익화 기회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미-이란 전쟁] 스마트폰·TV 석권 중동시장 ‘불안’…속타는 K-가전·전자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양측간 확전 의지로 이어지면서 중동지역 위기감이 시시각각 고조되자 국내 가전·전자업계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 에너지 수송의 '동맥'으로 불리는 호르무즈해협은 물론 중동 일대 영공까지 막혀 주요 수출품의 해상·항공 운송 차질, 중동 소비시장의 수요 위축 등 '이중 리스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4일 가전·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란 정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선언에 따른 파급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이스라엘의 공습에 대응해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고 통과 선박에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호르무즈 봉쇄는 곧바로 국제 원유 수송의 길목을 차단하는 것으로 곧바로 원유 수급 차질 및 유가 급등을 의미한다. 동시에 유가 상승→선박 연료비 및 항공유 가격 상승→ 해상·항공 운임 인상의 공식으로 이어지는 메커니즘이 작동한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을 피해 다른 우회항로를 이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크게 오르고, 육로 운송 및 통관 절차 증가로 운송 기간도 3~5일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직격탄이 예상되는 피해 품목은 해상 컨테이너 운송 비중이 높은 가전으로 꼽힌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가전은 대부분 선박을 통해 수출된다. 우회항로가 장기화될 경우 물류 지연과 비용 증가가 불가피해 가전 수출기업에 수익 악화 부담을 높인다. 국내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물류비 상승 가능성을 주시하며 관련 회의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장기 봉쇄에 대비해 대체 물류경로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항공운송 비중이 높은 스마트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물량의 상당수는 항공운송을 통해 이동하는데다 중동이 유럽·아프리카·미주로 향하는 주요 항공화물노선의 물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두바이 국제공항과 하마드 국제공항은 대표적인 화물환적 허브로, 이들 공항을 통해 화물이 통합·재분배된 뒤 유럽, 아프리카, 미국 동부 등으로 이송된다.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등 중앙아시아 경유 노선이나 동아시아·북미 우회 노선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운송비 상승과 재고 운영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폐쇄 발표는 유가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운송비 증가로 직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이미 부담이 가중된 스마트폰 공급망에 추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이윤 구조와 가격 전략, 재고 계획 전반에 점진적 부담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쟁에 따른 중동현지 소비 위축도 걱정거리다. 중동은 단순판매시장을 넘어 국내 가전·전자 기업들의 전략적 거점으로 평가된다. 프리미엄 TV와 대형 냉장고, 고가 스마트폰 수요가 집중된 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LG전자는 중동에서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매출 구조를 구축해 왔으며, 생활가전과 TV 시장에서 1, 2위를 다투고 있다. 특히, 중동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시장점유율 1위로 군림하고 있는 핵심 수출지역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튀르키예를 제외한 중동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은 출하량 기준 점유율 36%를 차지했다. 전작인 '갤럭시 S25' 시리즈의 최상위 올트라 모델의 경우, 중동 판매량이 전년 대비 7% 증가하며 현지 프리미엄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이런 삼성전자를 애타게 하는 점은 최근 신모델 '갤럭시 S26' 시리즈를 야심차게 공개하고 글로벌 사전예약에 돌입한 '초기판매 국면'에 미-이란 전쟁 발발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는 것이다. 기대를 모으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중동 일대 소비 심리 위축으로 고가 모델 중심의 초기 판매 모멘텀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동을 포함한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요 매출 기반이기도 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두 회사의 전체 매출에서 해당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9%로 적지 않다. 따라서,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물류비용 상승과 수요 둔화의 '복합 위기'가 삼성·LG전자 실적에 실질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기업들은 전쟁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며 대응책을 마련하는 단계이지만, 확전이 현실화될 경우 프리미엄시장을 기반으로 한 수익 구조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이란 전쟁이 단기 변수에 그치길 기대하고 있지만, 장기화될 경우 수출시장의 소비 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 물류비 상승과 수요 감소가 동시에 나타나는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이통3사 사외이사 물갈이…관료 보내고, AI·재무 전문가 들인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통신 3사의 이사회 지형도가 바뀐다. 과거 이사회의 한 축을 담당했던 부처 장관 및 대학 총장 출신 고위급 인사들이 퇴진하고, 그 빈자리를 AI 규제, 글로벌 자본, 실무형 테크 전문가들로 채운다. 업계는 이통사들이 거시적인 사회 담론보다는 당면한 규제 리스크 방어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에 즉각 투입 가능한 '실전형 전문가' 위주로 이사회 재편에 나선 것으로 평가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회 구성의 무게중심을 '사회적 가치'에서 '실리'로 옮겼다. 그동안 이사회를 이끌며 SK텔레콤의 ESG 경영을 강조했던 김용학 의장(전 연세대 총장)과 딥러닝 기술 전문가인 김준모 이사(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임기 만료로 물러난다.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들의 면면은 회사가 직면한 과제를 그대로 보여준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시 37회 출신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친 국내 대표적인 데이터·AI 법제 전문가다. 현재 한국데이터법정책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AI 기본법과 망 사용료 이슈 등 국회와 정부발 규제 리스크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임태섭 전 골드만삭스 한국 공동대표는 글로벌 자본 시장의 흐름을 읽는 금융 전문가다.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을 대변하고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전략을 자문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다. SK텔레콤은 기존 사외이사 중 오혜연(KAIST 전산학부 교수) 이사를 재선임해 AI 기술 자문의 연속성을 확보했다. 이로써 3월 주총 이후 SK텔레콤 사외이사는 신규 선임된 이성엽, 임태섭 이사와 기존의 오혜연, 노미경(글로벌 리스크 전문가), 김창보(전 서울고등법원장) 이사 등 총 5인 체제(사내이사 제외)를 갖추게 된다. KT는 '주인 없는 회사'의 취약점으로 지적받던 관료 의존도를 낮추는 데 주력했다. 최양희 이사회 의장(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안영균 이사(전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가 퇴진하면서 관료 및 유관기관 출신 색채가 옅어졌다. 특히 회계 전문가인 안 이사의 후임을 회계사로 채우지 않았다. 대신 KT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글로벌 빅테크 CEO 출신인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사장을 영입한다. 권 후보자는 인텔에서 30년 넘게 재직하며 영업, 마케팅, 지사장 등을 거친 글로벌 비즈니스맨이다. 김영한 숭실대 교수(전자정보공학) 역시 미래 네트워크 기술에 정통한 인물로, KT의 본업인 통신 경쟁력 강화와 AI 인프라 구축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윤종수(전 환경부 차관) 이사를 재선임했다. 이와함께 기존의 김용헌(전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곽우영(전 현대차 부사장), 이승훈(KCGI 파트너), 김성철(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사는 임기를 이어간다. 총 7명으로 구성된 KT 사외이사진은 '관료 출신'이 대폭 줄고 '글로벌·기술' 전문성이 강화된 형태로 재편됐다. SK텔레콤과 KT가 변화를 택했다면, LG유플러스는 '안정'과 '관리'를 택했다. 임기가 만료된 윤성수 이사(고려대 교수·회계학)의 후임으로 또다시 회계 전문가인 송민섭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를 선임했다. 송 교수는 한국회계학회 부회장을 역임한 회계·재무통이다. 경쟁사들이 법률가나 글로벌 경영인을 영입하며 전선을 확대하는 동안, LG유플러스는 감사위원의 전문성을 보강하며 내부 통제와 재무 건전성 제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LG유플러스는 벤처·ESG 전문가인 엄윤미 이사를 재선임했다. 이에 따라 주총 이후 LG유플러스 사외이사진은 신규 선임된 송민섭 이사와 기존의 김종우(한양대 경영대 교수·데이터), 남형두(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지식재산), 엄윤미 이사 등 4인 체제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이번 주총을 통해 이통 3사 이사회는 명망가 중심의 구성에서 탈피해, 각 사가 처한 가장 시급한 과제인 규제, 글로벌 확장, 재무 안정을 해결할 수 있는 실무 전문가 그룹으로 성격이 뚜렷하게 변화했다. AI 시대로의 전환기, 이들 '실전형 이사회'가 어떤 경영 성과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기자의 눈] 미래혁신 대신 현실안주…게임업계 ‘추억팔이’

“혁신은 어디에." 요즘 국내 게임산업을 지켜보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질문이다.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신작보다는 이미 성공을 거둔 지식재산권(IP)을 다시 꺼내 안전하게 다듬는 전략이 게임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다. 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한 흐름이다. 추억의 게임들이 속속 복귀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넷마블은 1999년 출시돼 글로벌 이용자 2억명을 모았던 '스톤에이지'를 방치형 RPG로 재해석했다. 엔씨소프트 역시 '리니지'의 초기 버전을 구현한 '리니지 클래식'을 선보였다. 20~30년 역사를 자랑하는 IP가 다시 전면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추억의 게임이 컴백하는 배경은 명확하다.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충성고객을 확보한 IP는 출시와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담보한다. 대표 사례로 '리니지 클래식'은 출시 20일 만에 누적 매출 400억원을 돌파하며 검증된 IP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게임업계의 이런 추세는 동시에 '현재의 성적표'에 집중한 전략이기도 하다. 최근 신작들은 '검증된 IP의 현대적 재해석'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실상은 기존 자산의 확장에 가깝다. 3040세대의 향수와 구매력이 맞물리며 단기 성과를 거두고 있으나, 앞으로 게임산업의 주력 소비층이 될 1020세대까지 사로잡을 지속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겉으로는 일부 흥행작 덕에 업계가 호황인 듯 보이지만 구조적 경고음은 이미 울리고 있다. 국내 게임 이용률은 2022년 74.4%를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고, 최근에는 50% 초반까지 떨어졌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대체 콘텐츠가 급부상하며 여가 소비 지형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더 이상 독보적 플랫폼이 아닌 시대에 '새로움' 없는 반복전략이 장기적으로 통할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기업들의 현실적 고민도 이해된다. 이용자의 눈높이는 높아졌고 개발 비용은 급증했다. 웬만한 대작 게임 하나에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시대다. 실패의 부담이 큰 만큼 검증된 IP에 의존하려는 선택은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산업이 그렇듯 혁신 없는 안정은 결국 정체로 이어진다. 과거의 성공 공식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한때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는 한국 게임산업의 혁신을 상징했다. 그 도전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놀라게 했다. 지금 필요한 것도 다르지 않다. '추억 팔이'에 나선 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새로운 '빅게임'의 등장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국항공대, 신임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에 이재완 전 ICAO 대사 보임

4일 한국항공대학교는 신임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에 이재완 교수를 전날 보임했다고 밝혔다. 이 신임 원장은 고려대학교에서 법학 학사·박사,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에서 법학 석사(LL.M) 학위를 취득했다. 또한 △공군사관학교 항공법 교수 △요르단 대사 △몬트리올 총영사 △외교부 영사국장 △전 ICAO 주재국관계위원회(RHCC) 의장 △전 ICAO 항공보안위원회(ASC) 의장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대사 등을 역임한 바 있어 항공우주법·정책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