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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발열 잡는 메모리 설루션 ‘iHBM’ 기술 공개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패키지에 일체형 냉각 요소 'ICE'를 내재해 발열을 낮춘 'iHBM' 기술을 26일 공개했다. ICE(Integrated Cooling Elements)는 전기는 통하지 않지만 열전도가 높은 실리콘 소재를 활용해 HBM 패키지 내부에 추가적인 열 배출 경로를 형성하는 냉각 요소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인공지능(AI) 연산 수요 대응을 위해 HBM은 적층 단수 확대와 고속화를 거듭하며 성능이 발전하고 있다. 동시에 발열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기존 HBM은 열을 코어 다이를 거쳐 외부로 내보내는 간접적인 방식에 의존해 왔다. iHBM은 발열이 가장 집중되는 'D2D PHY'(Die-to-Die Physical Layer) 영역 안에 열 제어 소자를 넣어 열이 빠져나갈 수 있는 전용 경로를 만들어준다. D2D PHY는 HBM 베이스다이와 AI 고속 다이 간 초고속 데이터 통신을 가능하게 하는 물리적인 연결 통로다. SK하이닉스는 iHBM 기술을 HBM5 등 차세대 제품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고성능 컴퓨팅, AI 데이터센터 등 초고집적·초고대역폭 환경에서 요구되는 열 관리 수준을 충족하며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과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강욱 SK하이닉스 PKG개발 담당(부사장)은 “iHBM은 메모리 설계 역량과 첨단 패키징 기술을 결합해 개발한 발열 최소화를 위한 최적의 설루션"이라며 “AI 환경에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선제적으로 제공하며 AI 메모리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디스플레이, 페라리 신차에 OLED 4종 단독 공급

삼성디스플레이는 페라리 신차 '루체'에 4종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단독 공급한다고 26일 밝혔다. 루체는 페라리가 전날(현지시각)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공개한 전기스포츠카다. 운전자석 앞, 공조 시스템 제어 패널, 뒷좌석 제어 패널 등 3개의 디스플레이가 탑재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여기에 △12.9형 △12형 △10.1형 △6.3형 등을 공급한다. 루체의 드라이버 비너클에는 12.9형과 12형 두 장의 OLED를 입체적으로 겹치는 '다층 구조 설계'가 업계 최초로 적용됐다. 패널과 패널 사이 공간을 바늘이 물리적으로 움직이며 운전자에게 한층 더 입체적이고 공간감 있는 조작 경험을 선사한다는 게 페라리 측 설명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빅 홀'(Big Hole) 가공 기술력을 통해 페라리에 힘을 보탰다. 통상 스마트폰 전면 카메라용 홀의 지름은 5mm 이내다. 이번 루체 드라이버 비너클에 적용된 홀의 지름은 20배에 달하는 약 100mm다. 절단부에서 OLED 유기물과 습기 및 공기의 접촉을 막는 정교한 '박막봉지(TFE, Thin Film Encapsulation)' 기술을 장착한 결과다. 이주형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사업부장(부사장)은 “루체는 어떤 디자인이든 구현할 수 있는 OLED의 기술 우위를 입증하고 삼성디스플레이의 오랜 노하우를 집약해 선보일 수 있는 기념비적 차량"이라며 “앞으로도 미래형 차량 디자인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설루션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르포] 보법이 다른 중국의 드론 산업…선전 UASE서 목도한 ‘저공 경제 굴기’

[중국 선전(심천)=박규빈 기자] 지난 21일, 아침부터 가늘게 이어지던 빗줄기가 선전 컨벤션 센터(SZCEC) 광장을 적셨다. 그러나 악천후가 거대한 폭풍처럼 몰아치는 중국의 '저공 경제(Low-Altitude Economy)' 열풍은 잠재우지 못했다. 전시장 정문 앞은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각국 드론 협회장들을 비롯, 군·경 관계자·방산 바이어·정부 기술 관료들로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뤄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유리벽 너머에는 '2026 세계 무인기 대회-국제 저고도 경제·무인 시스템 박람회(UASE, Unmanned Aircraft Systems Expo)'의 막이 올랐음을 알리는 문구가 선명하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이 박람회는 민간 드론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중국 정부가 미래 국가 전략 산업이자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의 핵심 기둥으로 추진 중인 저공 경제의 가공할 군사적·상용화 전력화를 총망라한 무대여서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코엑스 A·B·C·D 4개 홀을 모두 합친 넓이의 10배에 달하는 전관을 가득 채운 부스들에서는 중국 기술의 무서운 독주를 증명하는 강연과 글로벌 바이어들의 상담 목소리가 쉼 없이 터져 나왔다. ◇“하늘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저공 경제 10년의 집대성 이날 오전 개막식에서는 양진차이 세계무인기연맹(WUAVF) 회장 겸 선전무인기산업협회장의 선언을 시작으로 중국 저공 산업을 이끄는 거두들의 거침없는 발언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양 회장은 10주년을 맞이한 소회와 글로벌 플랫폼으로의 성장세를 강하게 피력했다. 양 회장은 “올해로 세계드론대회(WDC)와 선전 국제 드론 전시회가 10주년을 맞이했는데 초창기 고작 100여 개 기업으로 시작했던 작은 행사가 이제는 전 세계 1200여 개 기업이 참여하고 총 전시 면적만 11만㎡에 달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규모의 무인 시스템 박람회로 성장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끊임없이 깊이 다지고 멀리 내다보며 전 세계 혁신 자원을 모으고 산업 표준을 함께 구축하는 글로벌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저고도 경제의 국가 전략화와 상용화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 양 회장은 “저고도 경제는 이미 3년 연속 정부 업무 보고에 등장했으며, 국가전략성 신흥 산업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며 "공역 개혁이 심화되고 법적 규제 체계가 완비됨에 따라 이제 우리 산업은 개념 검증 단계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규모 상용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며 우렁찬 목소리로 박람회의 공식 개막을 선언했다. 셰링 위펑웨이라이 대표는 “중국의 드론 산업 규모와 기술 수준은 이미 세계 최전열에 서 있다"며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 지역 최초로 2톤급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M1' 유인 항공기 실물을 독점 공개하는 등 글로벌 저고도 경제를 선도하는 제조 역량을 보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혈액 배송부터 차량 분리형 eVTOL까지…보법이 다르다 현장에서 직접 들은 중국 드론 산업계의 강연과 미래 구상은 한국의 상식과 기술적 '보법'을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규제와 스펙 테스트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드론 물류가 이곳에서는 이미 '혈액 배송'과 같은 극도의 정밀함과 신속성을 요구하는 응급 의료 영역까지 실전 배치되고 있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미래 모빌리티의 패러다임을 깨부수는 구체적인 하이브리드 전기 수직 이착륙기(eVTOL) 운송 구상이었다. 탑승객이 탄 차량의 바퀴와 시트가 포함된 하부 플랫폼을 분리한 뒤 엘리베이터와 같은 기구를 통해 상태 그대로 상공의 eVTOL과 물리적으로 직접 연결해 즉시 날아가게 만들겠다는 과감한 메커니즘이 이미 상세 설계 단계에서 발표됐다. 도로 주행과 공중 비행의 한계를 공급망 전체의 구조적 융합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민수 분야의 진화도 매서웠다. 농업 분야 드론이라면 넓은 논밭에 약제를 뿌리는 대형 방제 드론을 떠올리기 쉽다. 현장에서는 드론 하단에 탑재된 초고해상도 AI 카메라를 바탕으로 농산물의 생육 상태를 실시간 스캔해 '가장 상품 가치가 높은 양질의 개체'만을 콕 집어 골라내 수확하는 지능형 농업 솔루션이 제시됐다. ◇2666만 시간 날아오른 중국 하늘…3.5조 위안 '블루 오션' 이면의 그늘 전시장 내부를 둘러보며 기자가 느낀 감정은 감탄을 넘어선 거대한 위기감이었다. 현장에서 확인한 중국의 저공 경제는 이미 다가올 미래 예측이 아니라 수치로 증명되는 정량적 실체였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중국 전역의 무인기 총 비행시간은 2666.7만 시간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15.4퍼센트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와 산업계는 각 지역의 저공 경제 시범 사업이 가속화됨에 따라 오는 2035년에는 관련 시장 규모가 무려 3조5000억 위안(한화 약 780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 단위의 메가 블루오션이 중국 주도로 활짝 열린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눈부신 고속 성장 이면에는 새로운 안보·공공 안전 위협이라는 무거운 과제도 공존하고 있었고, 이는 곧바로 또 다른 방산 시장의 기회가 되고 있었다. 불법 비행을 뜻하는 '흑비(黑飛·헤이페이)' 난맥상이 도심과 산업 기지 전반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전통적인 수동적 공중 감시 모델로는 사방으로 열린 전 공역의 민간 개방 수요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저공 방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불법 드론을 사전에 '보지 못하고, 위험 기체를 날지 못하게 막지 못하며, 위협 상황을 관리 통제할 수 없는 치명적인 안보 공백'이 발생하고 있어 역설적으로 중국 내 '안티(대) 드론' 산업이 군용 테러 대응 스펙으로 급부상하는 강력한 촉매제로 작용한다는 전언이다. ◇국산 방산 무기 무색하게 만든 '10분의 1' 가격표와 과감한 제원 공개 국내 방산·항공 박람회에서나 최고 기밀로 취급되던 기술들이 이곳에서는 이미 전시장 바닥에 널려 있었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치열하게 경쟁 중인 무인기(UAV) 기술이나 무인 표적기 형태의 기체들은 중국에서 양산화 단계의 상품으로 널려 있다는 말도 들었다. 한화시스템이나 LIG D&A(구 LIG넥스원)이 자랑하는 레이저 무기·대 드론 레이더·재밍 장비들도 중국 업체들이 제작해 현장에 전면 배치한 상태였다. 현장에서 만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가장 무서운 점은 수직 계열화와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가격'"이라며 “한국이나 서방 국가 제품과 비교했을 때 제작 단가가 많게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대량 생산과 군집 보급이 너무나도 쉽다"고 귀띔했다. 시쳇말로 '뻥 스펙'도 있었겠지만 중국 기업들의 마케팅 방식은 공격적이다 못해 대담하기까지 했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대외비나 군사 보안 등을 이유로 항속 거리나 체공 시간 등 상세 제원 공개를 극도로 꺼리는 편이어서 '000km', '00시간'으로 표기해두는 경우가 태반이다. 반면 중국 기업들은 민·군 겸용으로 즉시 전용할 수 있는 고성능 기체와 방산 장비의 마이크로파 제원을 배너와 브로셔를 통해 과감하게 공개하며 전 세계 바이어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야간 작전의 판도를 바꾼다...차세대 AI 방산 기술 '풀 컬러 나이트 비전' 전시장 곳곳에서는 무인기 기체뿐만 아니라 현대 정찰 방산 무기 체계의 핵심 눈 역할을 하는 영상 감시 센서 기술의 대격변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인공 지능(AI) 이미지 프로세싱 기술을 기반으로 전장 밤하늘을 낮처럼 밝히는 '드론용 AI 풀 컬러 나이트 비전 솔루션' 기업들은 K-방산 관계자들이 반드시 주목해야 할 기술이었다. 야간이나 악천후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시야를 완벽히 확보하는 게 군사 작전과 방산 정찰 무기 체계의 성패를 가르는 차세대 안보 핵심 기술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독보적인 하이테크 기업 '심지미래(Deepthink·深知未来)'는 독자 개발한 '지영 AI ISP(知影 AI ISP)' 연산 기술을 공개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도 AI 신경망 계산을 통해 실시간으로 노이즈를 제거하고 복잡한 날씨 환경의 화질을 극적으로 개선하는 '소프트웨어 정의형 야시 카메라' 생태계를 입증했다. 지영 AI ISP 엔진의 핵심은 야간과 악천후라는 극한 환경을 극복하는 6대 알고리즘 기술이다. 빛을 강제 증폭시켜 화질이 깨지던 기존 카메라와 달리 달빛조차 없는 0.003룩스 조도에서도 노이즈를 실시간 보정하는 'AI 야시 증강'을 구현했다. 여기에 실시간 명암비를 최적화하는 'AI HDR', 저해상도 영상을 선명하게 확대하는 'AI 초해상도', 적의 서치라이트 공격을 차단하는 '강광 억제', 가시광과 적외선 열화상을 가려내는 '쌍광 융합'이 유기적으로 결합됐다. 특히 폭우나 안개 속에서 빗방울과 안개 입자만 컴퓨터 연산으로 완전히 지워내는 'AI 제거·비 교정' 기술은 현대 전술 정찰의 판도를 바꿀 차세대 방산 기술로 평가받는다. 중국 공안이 담당하는 사회 안전 부문의 핵심 자산으로 소개된 '차량 탑재형 무인기 시스템'도 볼 수 있었는데 한 손으로 들 수 있을만큼 가벼웠다. 이는 지상 관제·충전 기지인 드론 스테이션을 4륜 구동 차량의 후방 적재함에 일체형으로 통합한 형태다. 요원이 주행 중에도 복잡한 조립 없이 즉각 임무 배치를 할 수 있어 작전 반응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며, 광역 감시와 정찰 작전을 동시에 지원하는 이동형 지상 지원 플랫폼 역할을 수행한다. 공식 카탈로그에 따르면 이 플랫폼에 탑재되는 무인기들은 VTOL 기능을 갖춰 험지나 도심 등 주변 환경에 구애받지 않는다. 한 대의 차량으로 여러 대의 무인기를 동시에 제어하는 군집 협동 작전을 지원해 넓은 구역을 촘촘히 덮는 영역 커버리지와 장거리 통신 릴레이 미션, 실시간 태스크 할당도 가능하다. 장비 전체가 완전 모듈화 설계 구조로 제작돼 신속한 해체와 긴급 재배치도 용이하다. 이는 실제 국경 순찰·실시간 보안 모니터링·대형 재난 시 비상 대응·국가 핵심 인프라 고속 진단·원거리 사전 정찰 등 치안 다목적 시나리오에 전방위로 전력화돼 있었다. 안티 드론 부문의 또 다른 강자인 에프사인(FSAIN·凡双科技) 역시 고도화된 무선 주파수(RF)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론트 엔드 장비와 백 엔드 스마트 플랫폼이 유기적으로 협동하는 '감지-분석-처치' 일체화 관리 제어 체계를 구현했다. 이 회사는 공공 안전·발전소·공항 등 다양한 현장에 맞춤형 통합 솔루션을 공급 중이고, 탐색 주파수 대역이 촘촘한 다차원 융합 일체형 시스템과 배낭형 멀티 미션 디펜더가 주력 제품군이다. 대드론·소재 기업들의 라인업도 있었다. 베이징이공대학교 연구실 창업 기업인 이공전성(理工全盛)은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정의 무선(SDR) 기술 기반의 '플러그인 지능형 방공 플랫폼'을 선보이며 미지의 신종 드론 전파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재밍 라이브러리를 즉석에서 업데이트하는 기술력을 과시했다. 장거리 광학 탐지 분야의 강자인 광궁정진(HOPEWISH)는 AI 딥러닝 기반의 자동 추적 알고리즘을 탑재해 DJI 팬텀 4 기종 기준 소형 드론을 최대 5km 밖에서 포착하고 노이즈를 99.8퍼센트의 정확도로 가려내는 레이저 감시 카메라를 제안했다. 중천해상항공장비는 시속 400km의 속도로 비행해 전방 그물망 포획이나 직접 충돌로 적 드론을 격추하는 물리적 파괴 방식의 '요격용 자살 드론' 체계로 바이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대기업인 길림화섬(Jilin Chemical Fiber)이 무인기 본체 뼈대가 되는 탄소 섬유 원사부터 가공재까지의 공급망을 수직 계열화해 고강도 원사 제조 단가를 기존 서방재 대비 30퍼센트 이상 절감하는 등 중국 드론 산업 전체의 단가 공습을 아래에서 탄탄히 받쳐주고 있었다. 전시장 정중앙에 대규모 부스를 꾸린 연합비기(联合飞机, United Aircraft)는 중국의 무인 항공 기술이 이미 상용화와 대량 양산 궤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상징이었다. 란잉(Lanying) R6000은 최대 이륙 중량 6000kg, 최대 탑재 중량 2000kg에 최고 순항 속도 시속 550km, 최대 항속 거리 4000km를 자랑하는 대형 6톤급 틸트로터 무인 항공기다. 함께 전시된 T1400은 자체 중량 450kg에 최대 650kg의 화물을 싣고 시속 100km로 비행하는 고중량 화물 수송용 탠덤 로터 드론이다. TD550 무인 소방 드론은 최대 이륙 중량 550kg에 최대 6500m 고고도 정찰과 200km 거리의 데이터 링크를 지원하며 영하 40도부터 영상 55도까지 견디는 외장 내구성을 증명했다. 전시장 한켠에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나 LIG D&A의 로봇 자회사 고스트 로보틱스가 만들 법한 4족 보행 로봇 개도 있었고, 그 옆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 스멧과 현대로템 HR 셰르파와 같은 무인 차량(UGV)도 자리하고 있었다. 이들은 AI 기반의 고도화된 딥러닝 강화 학습 알고리즘을 내장해 험지 보행 성능을 실시간으로 보정한다. 무엇보다 공중의 드론과 상호 연결돼 인간의 개입 없이 대형을 유지하고 목표를 타격하는 '공지 무인 군집 협동 자율 합동 작전 기능' 수행도 가능하다는 말도 들었다. ◇K-항공·방산 기업들, 도취될 때가 아니었다 이번 UASE 전시회 현장의 공기는 무거운 습기를 머금어 매우 덥고 습했지만 마주한 진실은 차가웠다. 과거 국내 언론 매체들과 전문가들은 중국의 무인 시스템 산업을 두고 '보안성이 떨어지는 조잡함의 조립체' 따위로 치부하며 괄시·멸시·등한시 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랬던 중국의 관련 업계는 소재 원사부터 AI 연산 칩, 자율 군집 소프트웨어까지 전 단계 공급망을 완벽히 독점한 '생태계 포식자'로 진화했다. 분명 국내 항공·방산 기업들이 과거 대비 큰 발전을 이룬 건 맞다. 그러나 기술력의 우위를 과신하며 좁은 내수 시장과 촘촘한 국방 규제의 틀 안에서 안주하며 도취돼 있는 사이 중국은 '상상하는 시나리오는 무엇이든 양산한다'는 속도로 세계 시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현장에서 목도한 중국 기업들의 거대한 라인업은 K-방산이 풀어내야 할 무인화·저공 방공망의 숙제가 무엇인지 매서운 경고장을 던지고 있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르포] “전고체 배터리로 비행 시간 45분 확보, 2배↑”…‘글로벌 UAM 1황’ 中 이항 R&D 센터에 가다

[중국 광둥성 둥관=박규빈 기자] “이곳은 전 세계 도심 항공 교통(UAM) 산업의 미래가 대량 생산되는 심장부입니다. 하드웨어 기체 제조부터 지상 관제 시스템까지 상업 운항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완비한 현장을 오늘 직접 확인하시게 될 겁니다." 이항 관계자가 기자를 포함한 방문객을 맞이하며 던진 자신감 넘치는 한마디다. 지난 22일 찾은 중국 광둥성 둥관의 이항 스마트 설비 유한공사(亿航智能设备有限公司, EHang) 연구·개발(R&D) 센터는 UAM 청사진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 무인 항공 생태계의 중심지였다. 저고도 경제(Low-Altitude Economy)라는 인류의 새로운 길을 개척 중인 '글로벌 UAM 1황'인 이곳의 로비에 발을 디디자마자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사방의 화이트 벽면을 빈틈없이 메운 1200장 이상의 공식 특허 증서들이다. 이항 관계자는 “우리는 혁신과 꿈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승객용 자율 운항 항공기(AAV)를 창조했다"며 “현재 전 세계 특허 중 약 12%를 우리가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이 산업을 이끌고 있다"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항의 독보적인 위치는 특허들과 전시장 초입에 나란히 걸린 '4대 인증'을 담은 4개의 붉은색 액자에서 고스란히 증명된다. 이항은 기체 전반의 시스템 안전성을 증명하는 형식 인증(TC, Type Certificate)을 시작으로 대량 생산 능력을 인정받는 생산 면허(PC, Production Certificate), 개별 기체의 운항 기준을 보장하는 감항성 인증(AC, Airworthiness Certificate), 그리고 항공 운항 증명(AOC, Air Operator Certificate)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모두 완비했다. 액자 속 선명하게 찍힌 각 승인 날짜들은 이항이 이미 상업화 단계에 진입해있음을 웅변하고 있었다. 이항 관계자는 “우리는 개념 단계를 넘어 기체를 대량 생산하고 전 세계 고객에게 인도할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한 최초의 기업"이라며 “현재 이곳 공장에서는 전 세계 고객을 위해 연간 1000대의 대형 전기 수직 이착륙(eVTOL) 항공기를 찍어낼 수 있는 생산 능력을 갖췄다"고 전했다. ◇초기 혁신 모델부터 소방·물류·장거리 고정익까지 갖춘 '독보적 라인업' 전시장은 관광·의료 구조·물류·대중교통 등 다양한 산업군에 맞춤형으로 개발된 이항의 자율 운항기 전 라인업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이항의 첫걸음을 상징하는 'EH 184'였다. 안내판을 보니 2016년 1월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6'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 데뷔한 세계 최초의 전기식 무인 승객 운송 항공기라는 기록이 명시돼있었다. 이어 안내받은 이항 상용화의 주역 'EH216-S' 앞에 서자 비로소 미래 기술의 실물이 고스란히 체감됐다. 육중한 걸윙 도어가 위로 열리자 조종석이 없는 매끄러운 2인승 가죽 시트가 눈앞에 나타난다. 계기판과 복잡한 아날로그 버튼, 조종간은 아예 존재하지 않고 전면 대시보드 한가운데 자리한 대형 태블릿 디스플레이가 기체가 '스스로 날아갈 것'임을 묵묵히 알릴 뿐이었다. 그 옆으로는 이를 특수 목적용으로 파생시킨 산업별 기체들이 상세 제원표와 함께 나란히 진열돼 있어 이항의 폭넓은 기술 확장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붉은색 외관이 강렬한 소방용 모델 'EH216-F'는 기체 상단에 튜브형 특수 약제 발사관을 장착해 고층 빌딩 화재를 진압하는 전문 방재 솔루션이다. 최대 속도 130km/h와 최대 항속거리 35km의 기동성을 갖췄고, 하단에 100L 용량의 소방용 소화 용액 탱크를 탑재해 21분간 비행하며 화재를 진압할 수 있는 제원을 자랑한다. 이날 방문한 실증 센터 현장에서는 이 소방용 UAM 기체에 사람이 직접 탑승해 기동을 시연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특수 목적용 무인 항공기로 알려진 기체에 사람이 탑승해 실제 운용되는 현장은 이항의 자율 운항 기술이 이미 상당한 수준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했음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대목이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바로 옆에 자리한 물류 운송용 모델 'EH216-L'은 하단에 육중한 대형 카고 박스를 장착해 공중 운송을 전담하는 기체였다. 최고 속도 130km/h와 35km의 비행 거리는 앞서 본 소방용과 유사하지만 무거운 화물을 안정적으로 견뎌야 하는 물류의 특성을 고려해 최대 250kg에 달하는 압도적인 탑재 중량(Payload)을 확보한 점이 기억에 남았다. 드론이 하늘을 나는 이동 수단에 그치지 않고 복잡한 도심 속에서 시민의 생명을 구하고 물류 패러다임을 바꿀 준비가 끝났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인프라 순찰을 위해 날렵하게 뻗은 날개 길이(윙스팬) 4.3m의 복합익 VTOL 'VT-20'도 눈길을 끌었다. 최고 속도 120km/h, 항속 거리는 300km로 최대 180분 간 체공 가능한 성능을 지녀 광범위한 지역의 순찰·매핑 임무에 최적화된 듯한 기체였다. 이어 도시 간 이동을 책임질 장거리 모델 'VT-35'의 문을 열고 직접 내부에 탑승해 봤다. 좁고 갑갑할 것이라는 편견은 보기 좋게 깨졌다. 성인 남성이 다리를 편안하게 앞으로 뻗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레그룸이 확보됐고, 고급스러운 베이지와 그레이 톤의 2인승 가죽 시트가 아늑하게 몸을 감싼다. 전면 유리창 너머 탁 트인 시야와 승객 중심으로 정돈된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이동의 스트레스를 제로로 만들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항 관계자는 “최근 도입된 전고체 배터리 기술 테스트를 통해 기존 25분 안팎이던 비행 시간을 45분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데 성공했다"며 “향후 전 기종에 이를 확대 적용해 비행 거리를 2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파노라마 커브드 스크린의 위용…“조종사 탑승보다 지상 관제가 더 안전" 이항 기술의 진짜 '심장'은 기체가 아닌 통신과 제어에 있었다. 이항 R&D 센터의 핵심인 '스마트 시티 지상 관제 센터(Smart City Command & Control Center)'에 들어서자 전면 벽면 전체를 타원형으로 길게 감싸 안은 초대형 파노라마 커브드 스크린의 위용이 시선을 완전히 압도했다. 스크린 앞쪽으로는 지상 관제 요원이 실시간 모니터링 레이 아웃을 통제할 수 있는 긴 콘솔 테이블들이 배치돼 정적이고도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특히 실시간 비행 통제 화면에서는 정부가 승인한 비행 가능 구역(블루 존)과 공항·학교 주변 등 제한 구역(레드 존), 그리고 완충 구역(그린 존)이 입체적인 3D 원기둥 형태로 도심 지도 위에 명확하게 시각화 돼 관제 안전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줬다. 현장 안내 팻말에 명시된 '智慧城市(지혜 도시(스마트 시티)) 기술 우세' 설명에 따르면 이항의 무인 항공기 교통 관리 시스템(UTM, Unmanned Aircraft System Traffic Management)은 △지리적 특성에 맞춘 분산형 배치 △다수 기체의 동시 협동 작업 △인력 배치를 극소화한 원격 자동 제어 △실시간 데이터 공유 및 교환 시스템을 고루 갖추고 있다. 5G 네트워크 기반으로 연동된 이 시스템은 미확인 비행 물체나 조류까지 탐지해 자동으로 회피 경로를 생성하는 고도의 이중화 성능을 자랑한다. 기자가 사이버 보안과 통신 지연 우려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이항 관계자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는 “모든 기체는 지상 관제 시스템을 통해 제어되고 안전 성능은 완벽한 이중화를 이뤄냈다"며 인간 조종사가 탑승해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 시스템에 의한 제어가 통계적·기술적으로 훨씬 더 안전하다“고 답했다. 초대형 스크린의 좌측에는 위성 지도를 기반으로 실제 기체들의 비행 궤적과 상공에 떠 있는 기체 정보가 촘촘히 표시되고 있었고, 중앙과 우측 화면에는 현재 원격 테스트 중인 EH216-S 기체의 전면 1인칭 시점(FPV) 비행 영상과 함께 고도, 속도(지속 7.243km/h 등), 자세각 등을 정밀하게 나타내는 디지털 계기판 화면, 그리고 이착륙장의 실시간 CCTV 피드가 유기적으로 분할 표출되고 있었다. 하늘을 지배한 이항의 기술력은 바다로도 확장되고 있었다. 관제 센터 화면 한편에는 이항이 개발한 대형 자율 운항 무인 요트인 'YP' 모델의 제어 현황도 모니터링되고 있었다. 복층 구조에 침실과 거실을 갖춘 이 스마트 요트 제어 화면은 이항이 향후 하늘과 바다를 하나의 유기적인 관제 시스템으로 묶어 통합 무인 교통 커넥션을 구축하겠다는 복안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광저우·허페이에선 이미 실제 티켓 판매…한국 시장도 사정권 한국 시장에 대한 견해를 묻자 이항 관계자는 “미국이나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선 규제 장벽을 앞세우는 게 사실이지만 한국·일본·중동 지역 국가들과는 매우 긴밀하게 사업이 진행 중"이라며 “이미 제주도에서도 관광 목적의 테스트 비행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바 있다"고 답변했다. 전 세계 31개국에서 9만 회 이상의 무사고 비행을 기록한 이항은 중국 내 12개 도시, 40개 이상의 운영 거점을 확보하며 폭발적인 속도로 실적을 쌓고 있다. 놀라운 점은 관람용 시연을 넘어 광저우와 허페이 등 2개 지역에서는 이미 일반 승객을 대상으로 실제 티켓을 판매하는 완전한 상업 운영 단계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미 누군가는 돈을 내고 이항의 에어 택시를 이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듯 했다. 양진차이 세계무인기연맹 회장 겸 선전무인기산업협회장이 예측한 '올해 말 유인 드론 시대의 개막'이 기체 인증을 바탕으로 한 상용화의 첫 신호탄이라면 이항 측은 이를 도시 전역으로 확장하기 위한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이항은 미래에 도심 전역 2~3km마다 이착륙장인 '버티포트'를 촘촘히 깔고 무인 관제를 완전히 안착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기술적 개막을 넘어 실질적인 매스 마켓 생태계가 무르익는 시점을 보다 현실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이항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 덕분에 상용화 속도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며 “앞으로 2~3년 내에 국내 도심에서는 '에어 택시'를 버스나 일반 택시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타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훌륭한 K-UAM 로드맵을 지닌 한국의 하늘 위에서도 조만간 무인 항공 생태계의 놀라운 잠재력을 함께 확인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반도체, 메모리가 AI 지배하는 ‘HBM 시대’ 열다 [창간기획]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중심축이 바뀌고 있다. 과거 반도체산업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연산 성능 경쟁 중심이었다면 생성형 AI시대에는 데이터를 얼마나 빠르게 처리하고, 공급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모델이 초거대화되면서 연산칩 자체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메모리 기술의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AI 서버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부상했다. AI시대의 핵심 병목이 연산 성능이 아닌 메모리 대역폭으로 이동하면서, 메모리 기술이 곧 AI 인프라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AI시대 반도체 패권은 GPU 단독경쟁이 아니라 GPU·HBM·첨단 패키징이 결합된 시스템 경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AI 생태계 확장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AI 인프라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AI 가속기와 '한 몸' 된 HBM…반도체 패러다임 바꾼다 생성형 AI 확산 이전까지 반도체산업의 중심은 미세공정 경쟁이었다. 얼마나 더 작은 공정으로 더 높은 연산 성능을 구현하느냐가 핵심이었다. 그러나, 챗GPT를 비롯한 초거대 AI모델 등장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AI모델은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GPU가 아무리 높은 성능을 갖추더라도 데이터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AI 서버 성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메모리 속도와 전력 효율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HBM은 이러한 AI 시대 요구에 최적화된 메모리로 평가받는다.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기존 D램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대역폭을 구현할 수 있어 AI 가속기와 사실상 '한 몸'처럼 작동한다. 특히 엔비디아의 최신 AI GPU에는 HBM이 필수적으로 탑재된다. GPU 성능이 높아질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경쟁력이 사실상 HBM 수급 능력에 달려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HBM의 의미는 단순한 고성능 메모리를 넘어선다. 과거 D램 산업이 가격 변동에 따라 실적이 크게 흔들리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었다면, HBM은 구조적으로 다른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HBM은 고객 맞춤형 성격이 강하다. GPU 설계 단계부터 메모리 업체와 긴밀한 협업이 필요하고, 발열·전력·적층 구조·신호 안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인증 절차가 매우 까다롭고 공급망 진입 장벽도 높다. 한 번 공급망에 진입하면 장기간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기존 범용 메모리 시장과 차이가 있다. 시장에선 AI 서버 확대와 함께 HBM 시장이 향후 수년간 고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 대형 금융사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가 546억달러(약 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346억달러(약 51조원) 대비 57% 증가한 수치다. AI 모델 고도화로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 요구 수준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주력인 HBM3E(5세대)를 넘어 차세대 HBM4(6세대)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 삼성전자 HBM4 양산 공급에 SK하이닉스 커스텀메모리로 대응 AI시대 최대 수혜산업으로 메모리가 떠오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시장 주도권은 엔비디아 공급망을 선점한 SK하이닉스가 쥐고 있지만, 차세대 HBM4를 기점으로 판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HBM4부터는 최하단 '로직 다이(베이스 다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이 도입되는 등 메모리와 파운드리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기술적 변곡점에 진입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역량을 모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 '턴키(Turn-key)' 경쟁력을 내세워 반전을 노리고 있다. 실제 삼성은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하며 차세대 HBM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삼성은 경쟁사보다 한 단계 앞선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적용하고, 베이스 다이 특성을 고려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4나노 공정을 도입했다. SK하이닉스는 TSMC와의 전략적 동맹을 공고히 하며 고객사별 최적화된 '커스텀 메모리' 솔루션으로 HBM 1위를 수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엔비디아와의 강한 파트너십도 강점이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3월 열린 엔비디아 연례 개발자회의인 'GTC 2026'에 참가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SK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찾아 AI 메모리 사업의 최신 성과를 살폈다. ◇ AI 인프라 움직이는 메모리…'K-반도체 전략 가치' 커진다 AI 확산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전략적 가치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메모리가 스마트폰·PC·서버 산업의 핵심 부품이었다면, 이제는 AI 인프라를 움직이는 핵심 자원으로 위상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AI 시대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반도체산업이 차지하는 전략적 위상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한국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역대 최대 수준인 11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며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HBM 중심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AI발 메모리 수요 급증은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와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500조원을 넘어설 거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올 1분기 각각 57조2000억원, 37조6103억원의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올린 바 있다. 일각에선 향후 3년 내 두 기업의 영업이익 합계가 1000조원에 육박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HBM 경쟁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AI 모델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미래 반도체 경쟁은 단순 용량 확대가 아니라 '메모리 아키텍처 경쟁'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AI 시대 메모리 경쟁은 단순 저장장치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동·연결·처리하느냐를 결정하는 '데이터 흐름 설계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모리가 단순 부품을 넘어 AI 시스템 효율과 전력 소비, 운영 비용까지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 포스트 HBM은 '메모리 아키텍처 시대'…한국 반도체의 새로운 시험대 차세대 HBM4E(7세대)와 초고성능 AI 메모리 경쟁은 물론, 데이터 처리 효율을 높이는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연산 기능을 메모리에 결합한 프로세싱인메모리(PIM), 저전력 메모리 모듈 소캠2(SOCAMM2) 등 새로운 기술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CXL은 서버 내 메모리를 공유자원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용량을 유연하게 확장하는 인터페이스 기술이다. PIM은 메모리와 프로세서 간 데이터 이동을 최소화해 '메모리 병목'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AI 메모리 기술로 주목받는다. 소캠2는 전력 효율을 높이고 발열 관리가 가능한 차세대 메모리 모듈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HBM에 이어 차세대 메모리 기술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할 경우, AI시대 반도체 경쟁력 역시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미국·대만·일본 등이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워 반도체산업 육성 경쟁에 나서고 있고, 첨단 공정과 패키징 분야 인재 확보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력·용수·인허가 문제와 반도체 인재 부족 등이 장기적인 경쟁력 약화 요인으로 꼽힌다. AI시대 핵심산업으로 부상한 만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AI시대가 한국 반도체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메모리가 AI 인프라 핵심 부품으로 부상하면서 한국이 강점을 가진 메모리 기술력이 글로벌 기술 질서 재편 과정에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반도체산업이 '메모리 강국'으로 성장했다면, AI시대에는 글로벌 디지털 인프라를 움직이는 핵심 '설계자'로 도약하고 있다. AI시대의 승부는 단순 연산 성능이 아니라 데이터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 데이터 흐름의 중심에 K-반도체가 서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월 2만원대로 ‘데이터 무제한’ 사용…이통3사, 통합요금제 ‘시동’

이동통신 3사가 5G(5세대) 이동통신과 롱텀에볼루션(LTE)의 구분을 없앤 통합요금제 출시를 위한 막바지 작업에 착수했다. 오는 6월부터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SK텔레콤과 KT도 조만간 새 요금제 상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6월 1일 5G와 LTE 네트워크를 구분하지 않은 새로운 요금제 상품을 출시한다. 2만원대 저가 요금제에도 데이터 안심옵션을 적용하고 시니어와 청소년 대상 혜택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은 오는 7월 2일부터 기존의 5G·LTE 요금제 총 67종의 신규가입을 중단하고 통합요금제를 선보인다. 기존 가입자는 변경·해지 전까지 기존 요금제를 계속 이용할 수 있지만, 신규·번호이동 고객은 새로운 통합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 저가 요금제에도 데이터 안심옵션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KT도 7월 이후 관련 요금제 출시를 준비 중이다. KT는 해킹 사태 후속 보상안 조치로 전체 가입자에게 매달 100GB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어 요금제 개편이 다소 늦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KT 관계자는 “정부 기조에 맞춰 통합요금제 출시를 준비 중"이라며 “고객 편익을 고려해 속도감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통3사의 이번 요금제 개편은 정부의 민생물가 특별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저가 요금제를 포함한 모든 요금제에 데이터 안심옵션이 적용되는 만큼 이용자는 별도의 요금 인상 없이 모든 요금제를 '데이터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월 2만원대에 모든 이용자가 데이터를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이통 3사가 2만원대 초저가 요금제를 선보인다는 소식에 알뜰폰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알뜰폰업계는 이통3사가 저가 요금제를 선보일 때마다 이용자 이탈을 우려해왔다. 알뜰폰업계 관계자는 “알뜰폰업계는 중저가 LTE 시장이 주력 시장인데 이번 통합요금제로 상당한 충격이 우려된다"며 “전파사용료 감면, 데이터 안심옵션 도입 등 알뜰폰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삼성전자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 셋째날…투표율 약 85%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대한 노동조합 투표가 실시된 지 사흘째인 24일 투표율이 85%까지 올라갔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기준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의 투표에는 투표권자 5만7290명 중 4만8738명이 참여했다. 투표율은 85.1%를 기록했다. 2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에서는 8187명 중 6655명이 참여해 투표율 81.3%를 나타냈다. 이번 투표는 지난 22일 오후 2시 12분 시작돼 오는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투표권자 과반이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잠정 합의안은 최종 확정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 ‘사랑의 다문화 학교’ 글로벌 인재 키운다

LG그룹은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다문화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23~24일 '중등 몰입캠프'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전국에서 선발된 8개 언어권 중학생 등 총 90여명이 강원도 강릉에 모여 언어 구사력 향상과 글로벌 문화 이해도를 높이는 집중 교육을 받았다. LG다문화학교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들을 글로벌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2010년부터 장기적으로 이어온 민·관·학 협력 사회공헌 사업이다. 매년 교육부와 전국 시도교육청, 성평등가족부 협조 하에 450여명 규모 초중생을 선발해 2년간 교육을 실시한다. 지난해까지 700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LG는 오는 8월 초등과정 방학캠프와 과학과정 서울대 캠프, 9월 중등과정 몰입캠프, 11월 제14회 전국이중언어말하기대회 등을 개최할 예정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억대 성과급’, 대기업-중소기업 양극화 ‘뇌관’ 건드리나

삼성전자 노사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수억원대 성과급'을 놓고 수개월 간 대립 끝에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 협력업체 소외 등 '양극화 심화' 논란을 낳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잠정)가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라는 우리 경제의 고질적 문제를 사회적 상생 이슈로 건드리는 '뇌관 역할'을 하면서 산업현장에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실제로 1인당 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으면서도 불만을 토로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직원들을 보면서 중소기업 재직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중소기업엔 정당한 보상 있었나" 삼성전자 노사 합의 '민낯' 24일 재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파업을 하루 앞둔 지난 20일 가까스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반도체 부문에 특별성과급을 신설해 사업 성과의 10.5%를 전액 자사주로 지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해당 직원들은 올해 약 6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하자마자 중소기업중앙회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중기중앙회는 입장문을 내고 “삼성전자 노사협상 과정을 지켜본 중소기업 근로자와 사업주는 마음이 무겁다"며 “수억원에 달하는 성과급 논쟁 속에서 과연 협력 중소기업들에는 정당한 대가와 보상이 이뤄졌는지 의문이 남는다"고 일침했다. 중기중앙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심화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이고, 각종 상여금과 복리후생의 격차는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선두로 평가받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수천개의 협력업체와 소재·부품 중소기업이 원팀으로 함께 일궈낸 성과다. 협력 중소기업의 기여와 역할도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슈퍼 호황'의 열매를 협력업체와 나눠야 한다는 목소리는 이전에도 꾸준히 제시됐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임직원 성과급으로 나누겠다고 선언한 이후에도 '함께 고생한 협력사들은 무시하느냐'며 지탄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파산 직전의 상황까지 내몰렸다 기사회생한 회사다. 이 과정에서 임직원과 경영진 노력은 물론 협력업체 및 지역사회의 배려와 헌신도 크게 작용했다. 삼성전자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직접 거래하는 1차 협력사만 해도 수천개에 달한다. 2·3차 협력사와 연계한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을 더하면 지역사회 및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노사 합의를 통해 협력사 등과 이익을 공유한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인당 6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받으면서도 부족하다고 파업을 운운하는 것을 보며 중소기업 직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 벌어지는 임금 격차…“오래 다닐수록 급여차 확대" 대기업-중소기업간 임금 격차 확대는 우리 사회가 오래전부터 고민해온 구조적인 결함이다. 한국전쟁 이후 경제가 고속성장하는 시점에 재벌·대기업 위주로 몸집을 불린 게 원인이 됐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삼성·현대차 등 글로벌 '1등 기업'이 탄생했지만 반대로 기업간 임금 격차 문제가 심각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는 것은 삼성전자 노조가 지역사회·국가·회사의 헌신을 모두 무시한 채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면서 비롯됐다. 반도체 임직원들은 자신들의 성과급을 위해 심지어 같은 회사 소속 디바이스경험(DX) 동료들도 '차별'했다.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간극이 상당히 벌어져 있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이 제공하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자 부품, 컴퓨터, 영상, 음향 및 통신장비 제조업' 종사자의 1인당 월임금총액은 상용 근로자가 약 746만원으로 임시일용근로자(약 269만원)보다 477만원 정도 많았다. 상용근로자의 월임금총액은 전년보다 약 71만원 늘었다. 반대로 임시 일용근로자는 5만원 남짓 줄어들면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월임금총액 격차는 2020년 316만원 정도였는데 5년 사이 1.5배 수준으로 벌어졌다. 양극화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임금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벌어진다는 통계는 다른 측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가데이터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을 봐도 2023년 기준 3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477만원이었다. 50인 미만 근로자(271만원)보다 월 200만원 이상 많았다. 50∼300인 미만(364만원)과 비교하면 11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교하면 593만원과 298만원으로 거의 두 배였다. 근속 1년 미만인 신입사원 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월평균 소득 차이는 81만원에 그쳤지만 근속 20년 이상에서는 367만원으로 확대됐다. 일단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대기업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보니 청년들이 첫 선택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이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문제인 청년실업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대기업 쏠림'이 제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해 말 발간한 '한·일·대만 임금 현황 국제비교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이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보다 높아 생산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1년 기준 한국 대기업 임금이 9만6258달러로 일본(6만574달러)보다 58.9% 높았고, 같은 기간 중소기업 임금(5만5138달러)도 일본(4만5218달러)을 21.9% 상회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에서 시작된 '성과급 대란' 후폭풍이 중소기업으로 번지는 상황을 염려하고 있다. 2·3차 협력사들이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을 앞세워 '묻지마 투쟁'에 나설 경우 우리 사회·경제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의 고정비율을 성과급으로 주는 제도가 확산할 경우 대기업으로 인력 쏠림 현상은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뜩이나 대기업과 임금 및 복지 격차로 불만인 중소기업 종사자들이 '우리도 성과급을 달라'며 사측과 날을 세울 경우 그에 따른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사람-AI 초연결’ 유·무인 무기체계, 미래전장 지배한다 [창간기획]

전례 없는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이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의 근간마저 뒤흔들고 있다.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 군대에 있어 '병력 절벽'은 더 이상 먼 미래의 시나리오가 아닌 당장 눈앞에 닥친 생존의 문제다. 대규모 병력 집약적인 과거의 전력 유지 방식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가운데 국방부와 국내 방위산업계는 이 치명적인 위기를 극복할 근본적인 돌파구로 '인공지능(AI) 기반의 무인화'와 '유·무인 복합 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 구축에 전사적인 사활을 걸고 있다. MUM-T는 지휘관이나 조종사가 직접 탑승한 유인 무기체계와 고도화된 AI 두뇌를 장착한 다수의 무인 무기체계가 하나의 거대한 초연결 네트워크로 묶여 합동 작전을 수행하는 미래 전장의 핵심 전술이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중동 분쟁 등 현대전에서 무인기의 비대칭적 파괴력이 여실히 입증된 가운데, MUM-T는 아군의 인명 손실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작전 반경과 정밀 타격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극대화할 수 있는 압도적인 전력, 이른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AI 자주 국방' 선봉 한화그룹, 지상 전력 무인화부터 하늘의 정밀 타격까지 한화그룹은 'AI 자주 국방'이라는 확고한 비전 아래 전장을 가리지 않는 전방위적인 무인화 체계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며 방산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지상 전력의 중추를 맡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 지상전의 핵심이 될 다목적 무인 지상 차량(UGV)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오는 2028년까지 험준한 지형에서도 임무 수행이 가능한 차륜형 및 궤도형 UGV의 자체 개발을 완료한다는 구체적인 타임 라인을 확정했다. 지뢰 탐지·험지 수색·전방 정찰·보급품 수송·근접 전투 지원까지 보병을 대신해 수행할 첨단 UGV를 앞세워 급격히 팽창하는 글로벌 무인 지상 전력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다. 화력 체계의 고도화와 지능화도 괄목할 만하다. K-방산의 효자 수출 품목인 '천무' 다연장 로켓 발사대에서 직접 운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인 '배회형 정밀 유도 무기(L-PGW)'는 한화가 자랑하는 첨단 자폭 드론 기술의 정점이다. 발사 후 적진 상공을 유유히 배회하다가 탑재된 AI가 스스로 표적의 가치를 분석하고 식별해 정밀 타격하는 지능형 무기로, 적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나 방공망을 은밀하게 붕괴시키는 데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아울러 한화는 글로벌 공중 군용 무인기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는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GA-ASI)와 긴밀히 손잡고 초격차 기술 확보에 나섰다. 다목적 무인기 '그레이 이글 STOL(단거리 이착륙기)' 개발에 3000억 원 규모의 대규모 선제 투자를 단행한 것이다. 이 무인기는 긴 활주로가 없는 상륙함 함정 갑판이나 열악한 야전의 흙길 등 척박하고 제한된 환경에서도 원활한 이착륙과 운용이 가능해, 향후 해상 및 상륙 작전의 항공 감시·정찰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릴 핵심 전략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LIG D&A, 통신 단절의 공포를 넘다…극지·해상 넘나드는 자율 작전 정밀 유도 무기와 방산 전자 분야의 절대 강자인 LIG D&A(구 LIG넥스원)는 통신 네트워크의 지원 없이도 독자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한 '완전 자율 작전'과 해양 무인 체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 전장에서는 강력한 전자전(EW)이나 전파 방해(재밍, Jamming)로 인해 지상 통제소와의 통신이 두절되거나 GPS가 먹통이 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LIG D&A는 이 같은 극한의 전장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세계적인 AI 방산 혁신기업 '쉴드 AI(Shield 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양사는 외부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위성 연결 없이도 무인기에 탑재된 엣지(Edge) 컴퓨팅을 통해 스스로 지형과 적을 인지하고 다수의 기체가 군집 자율 작전을 이어갈 수 있는 초고도화 '유무인 복합 솔루션'과 '드론 탑재형 소형 유도탄 기술'을 완성해 나가며 기술적 초격차를 벌리고 있다. 해양 플랫폼의 글로벌 영토 확장도 돋보인다. 일교차가 큰 사막의 혹독한 기후나 거친 파도가 치는 극한의 해상 환경에 최적화되도록 설계된 모듈형 무인 수상정 '해검-X(Sea Sword-X)'와 소형 정찰·타격 복합형 드론을 전면에 내세워 중동 방산 시장의 빗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있다. 임무에 따라 무장과 센서를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는 해검-X는 해안 경계를 무인화하려는 중동 국가들의 니즈를 관통했다. 특히 최근에는 말레이시아 해군과 첨단 함대공 유도 무기 '해궁'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는 쾌거를 거뒀다. ◇KAI, '공중 MUM-T'와 온디바이스 AI의 융합 대한민국 항공우주 산업의 요람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미래 항공우주력의 핵심 척도가 될 공중 MUM-T의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어가며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KAI가 그리는 핵심 마스터 플랜은 독자 개발한 국산 4.5세대 전투기 KF-21을 지휘 통제기로 삼고, 다수의 국산 무인 편대기(KUS-FS)를 마치 수족처럼 부리며 연동하는 최고 난도의 '로열 윙맨(Loyal Wingman)' 체계를 실증하는 것이다. 유인기 조종사는 후방의 안전한 공역에서 작전을 지휘하고, 무인기들이 적의 촘촘한 방공망 깊숙이 선제적으로 뚫고 들어가 정찰·전자전 교란·미끼 역할·정밀 타격 임무를 분담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유인기의 생존성을 극대화하고 미래 6세대 전투 체계로 나아가는 글로벌 공중 무인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KAI의 기술적 성취는 무인기 두뇌의 완전한 자립화다. KAI는 적의 강력한 통신 재밍 상황 속에서도 중앙 서버의 명령 없이 무인기 내부에 탑재된 AI 칩 자체가 독자적으로 전장 상황을 실시간 추론하고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방산용 온디바이스(On-Device) AI 반도체' 자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해외 기술에 의존하던 국방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의 자립도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린 혁명적 성과다. 최근에는 확장성을 갖춘 다목적 무인기(AAP)의 실물을 대중 앞에 전격 공개해 '공중 전력의 완전 무인화'를 향한 KAI의 단계적 기술 로드맵이 순항 중임을 증명했다. ◇대한항공, 스텔스 무인기 날개 달고 글로벌 공급망 정조준 우리에게 민간 상용 항공 여객 운송의 1인자로 친숙한 대한항공은 사실 1970년대부터 군용기 창정비를 시작으로 국내 최다 무인기 개발 포트폴리오를 보유해 온 항공 방위산업의 숨은 거인이다. 회사는 무인화 체계로의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다가오는 2026년 항공우주사업본부의 수주액 1조7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도전적인 비전을 세우고 전사적인 혁신과 역량 결집에 나섰다. 대한항공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며 미래 승부수를 띄운 분야는 단연 차세대 '스텔스 무인기(UCAV)' 기술이다. 수십 년간 첨단 항공기 동체 제작과 정비(MRO) 사업을 통해 축적한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레이더 반사 면적(RCS)을 극소화해 적의 촘촘한 방공망을 은밀하게 뚫고 들어가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스텔스 무인기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양한 전술적 목적에 부합하는 차세대 다목적 무인기 기술 개발을 동시에 병행하며 장기적인 항공 방산 사업의 파이를 대폭 키우고 있다. 시선은 이미 좁은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방산 영토 확장으로 향해 있다. 대한항공은 세계 국방 기술 혁신을 주도하는 딥테크 유니콘 기업인 미국의 '안두릴(Anduril)' 등 주요 방산 리딩 기업들과 긴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를 교두보 삼아 혁신적인 첨단 무인기의 공동 연구 및 대량 양산 생태계를 구축하고, 진입 장벽이 가장 높기로 소문난 미군·선진국 중심의 글로벌 방위 산업 핵심 공급망의 일원으로 본격 합류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로템, 스마트 방패와 창으로 K-전차 진화 선도 수십 년간 K-1와 K-2 전차를 생산하며 대한민국 육군의 기동을 책임져 온 지상 무기체계의 명가 현대로템은 기존의 튼튼한 재래식 유인 플랫폼에 최첨단 IT 생존 기술과 AI 자율 주행을 덧입히는 '지상 플랫폼 지능화' 역량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에서 불과 수백만 원짜리 FPV(1인칭 시점) 자폭 드론과 값싼 대전차 미사일이 수십억 원에 달하는 최신 전차를 파괴하는 가장 치명적인 천적으로 떠오르자, 현대로템은 전차의 '생존성 향상'에 초점을 맞춘 진화형 모델을 즉각 선보였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군 현대화를 서두르고 있는 폴란드를 비롯해 안보 위기감이 고조된 유럽 시장의 고도화된 수요에 맞춰 기획된 'K-2PL' 모델이 그 주인공이다. 이 전차는 다가오는 적의 발사체를 레이더로 탐지해 물리적으로 직접 요격하는 능동 방호 장치(APS)는 물론, 다가오는 소형 자폭 드론의 조종 주파수를 교란해 무력화시키고 추락시키는 첨단 전파 방해 장치인 '드론 재머' 등 최신 소프트킬·하드킬 방어 체계를 촘촘하게 적용해 K-2 전차의 생존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의 기동 및 섀시 기술력을 총동원해 보병을 대신해 화력 지원·위험 지역 수색·물자 보급·부상자 후송 등을 도맡는 다목적 무인 차량(UGV) 개발에 성공했다. 현대로템은 실전 배치를 통해 검증된 차세대 지상 무인화 플랫폼을 앞세워 전통적인 전차 수출국을 넘어 전 세계 무인 지상 차량 시장의 핵심 수출 기지로 거듭나기 위한 글로벌 기반을 탄탄하게 다지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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