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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춤은 못 춰도 손은 흔들어요”…K-디스플레이 달군 로봇

22일 서울에서 개막한 국내 최대 디스플레이 전문 전시회 'K-Display 2026(한국디스플레이산업전시회)'의 산업현장 안전관리 솔루션 기업 '미스릴' 전시장. 몸통에 로고를 단 로봇개 '유니트리 지오2'가 가상의 산업현장을 순찰하고 있었다. 로봇은 입 부분 센서로 배관에서 새어나오는 가스 누출 소리를 감지하고, 머리에 탑재된 카메라로 화재 여부를 확인했다. 이상 징후를 포착하자 로봇은 다리 한쪽을 들어 화재현장을 두 번 가리키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라고 알렸다. 처음엔 “귀엽다"며 웃던 관람객들도 로봇이 사람 대신 위험 업무를 수행하는 장면을 보고서는 “사람보다 낫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미스릴을 찾은 현대제철 관계자는 “로봇은 24시간 쉬지 않고 순찰하며 새벽 시간대 화재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다"며 “앞으로 산업현장 곳곳에 무인 안전관리 로봇이 확대 배치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5회째를 맞은 K-Display 2026에는 디스플레이 전문 전시회임에도 로봇이 전시장 곳곳에 등장했다. 안전관리 로봇개부터 로봇 두뇌 플랫폼, 소방로봇까지 다양한 로봇이 전시됐다. 로봇이 산업현장의 새로운 파트너로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이 로봇 시장에 잇달아 뛰어드는 배경에는 가파른 성장 전망이 자리 잡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오는 2035년 세계 휴머노이드 시장 전망치를 기존 60억달러에서 380억달러(56조원)로 6배 이상 상향 조정했다. 로봇 완제품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앞서가고 있지만, 로봇의 '얼굴'이자 핵심 인터페이스인 디스플레이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로봇 눈·표정을 구현하는 OLED 시장에서 한국의 강세가 뚜렷하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OLED 시장에서 68.3%를 차지해 중국(31.3%)을 두 배 이상 앞섰다. ◇ 삼표부터 현대제철까지…새벽 공장 지키는 로봇개 2023년 설립된 미스릴은 삼표그룹을 첫 레퍼런스로 확보한 뒤 사고율이 크게 줄면서 시멘트협회를 통해 업계 전반으로 도입이 확산됐다. 현재 삼표시멘트·성신양회·한일·쌍용·아주산업 등 시멘트업계와 SPC·현대제철·조선소·건설 현장 등으로 고객사를 넓혔다. 투입된 로봇은 유지 시간 3~4시간, 배터리 포함 무게 15kg에 최대 10~12kg을 탑재할 수 있다. 미스릴 유지환 부사장은 “기존에는 관제실에서 사람이 수십, 수백 대의 CCTV를 24시간 눈으로 확인해야 해서 피로도가 높고 새벽 시간대 빈틈이 생겼지만, AI 기반 로봇 순찰을 통해 이 페인 포인트를 완벽히 해결했다"고 말했다. ◇ “제 이름은 맥퀸입니다"…달려와 인사하는 로봇 로봇 자체가 아니라 두뇌를 만드는 업체도 있었다. 인티그리트 부스에서는 초등학생 정도 키에 작은 얼굴을 가진 휴머노이드 '맥퀸'이 참가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했다. “너 이름이 뭐야?"라고 묻자 “제 이름은 맥퀸입니다"라고 답했고, “춤출 수 있어?"라는 질문에는 “춤은 출 수 없지만 간단한 동작은 몇 가지 할 수 있다"며 손을 흔들었다. 인천국제공항 안내로봇 '플래티'도 함께 시연됐는데, “면세점이 어디야?"라는 질문에 “앞으로 500m 직진하시면 됩니다"라고 답했다. 맥퀸에 탑재된 에어패스 V4 맥퀸(AirPath V4 McQueen)은 초소형·경량화된 엣지 AI 플랫폼이다. 비전·언어·행동을 아우르는 VLA 모델과 한국어 특화 거대언어모델(LLM)의 실시간 추론을 하나의 온디바이스 스택으로 통합 실행한다. 다양한 로봇 하드웨어에 표준화된 두뇌를 이식해 현장에 바로 적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가스 유출 점검에 쓰는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개 '스팟'에도 이 회사의 AI 추론 기술이 적용됐다. 인티그리트 관계자는 “당사는 로봇 하드웨어를 직접 제작하는 대신, 기존 로봇 제조사의 몸체에 탑재되는 지능형 두뇌를 개발하는 기업"이라며 “로봇 자체만으로는 고차원적인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어 RFM(로봇 기초모델), VLA(비전·언어·행동 모델) 기반의 액션 제어 모듈을 공급한다"고 말했다. ◇ “로봇 얼굴은 우리 몫"…삼성·LG디스플레이 가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로봇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도 휴머노이드를 새로운 OLED 수요처로 주목하며 이번 전시에 가세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흰색 헤드와 검은색 디스플레이 조합의 휴머노이드 헤드를 미니 홈로봇과 함께 전면에 배치했다. 6.9형 OLED 휴머노이드용 디스플레이와 1.3형 원형 OLED가 적용된 'OLED 컴패니언 AI 토이'가 로봇의 다양한 감정 표현을 보여주며 시선을 끌었다. LG디스플레이도 휴머노이드용 'P(플라스틱)-OLED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처음 공개하며 17개의 휴머노이드 헤드를 부스 전면에 배치했다. 오토바이 헬멧 형태의 검은색 디스플레이는 무지개빛으로 'Hello'라는 문구를 띄우며 방문객을 맞았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현재는 디스플레이만 전시한 단계라 감정 표현만 구현할 수 있는데, 궁금함·하트 등 총 9가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며 “휴머노이드는 보통 검정 얼굴인데, 이런 감정 표현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면 훨씬 친근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했다. P-OLED는 영하 30도부터 영상 85도까지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관계자는 “산업현장에서도 쓸 수 있도록 LED 수명이 길어 1만5000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양한 로봇이 산업현장에 도입되고 있지만 과제도 남아있다. 완전 자동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로봇이 능동적으로 순찰하고 불을 끄는 게 아니라, 기술력으로는 사람과 함께해야 시너지가 난다"고 말했다. 노창호 삼성디스플레이 AX연구센터장(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실제 생산라인에는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며 “현재로서는 휴머노이드가 좋은 해법은 아니며, 비용과 기능 면에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LS마린솔루션, 해저케이블 포설선 개조 완료…해상풍력·HVDC 시장 ‘정조준’

LS마린솔루션이 해저케이블 포설선의 성능 개조를 완료하면서 국내외 대형 해상풍력과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장 공략을 위한 시공 역량을 다졌다. LS마린솔루션은 22일 자사 포설선 'GL2030'의 케이블 적재 용량을 기존 4000톤(t)에서 7000t급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조로 GL2030은 100km 이상 장거리 구간에서 연속시공 역량을 확보함으로써 출항 횟수를 줄이고 공사 기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등 시공 효율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LS마린솔루션은 이번 성능개조 투자에 대해 급증하는 해저 전력 인프라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최근 2035년까지 총 55GW 규모의 해상풍력 입찰 계획을 발표했으며, 서해안 HVDC 에너지고속도로 사업도 본격 추진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국가 간 해저통신망 구축도 활발해지면서 해저 전력·통신 케이블 시공 수요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LS마린솔루션은 해역 특성과 사업 규모에 맞춰 선박 경쟁력을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수심이 얕은 연안 해역에 최적화된 GL2030에 더해, 건조 중인 1만3000t급 차세대 신규 포설선으로 장거리·대용량 프로젝트까지 대응하는 투트랙 시공 체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LS마린솔루션 관계자는 “서해안 HVDC 에너지고속도로 등 국가 핵심 전력망 사업 참여를 확대하고, LS전선의 미국 해저케이블 생산기지인 LS그린링크를 기반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도 본격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LS일렉트릭·LG유플러스, 차세대 AIDC 전력인프라 공동 개발한다

LS일렉트릭이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차세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직류(DC) 기반 전력 인프라 시장 선점에 나선다. LS일렉트릭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LS용산타워에서 LG유플러스와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공동 개발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날 협약식은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을 비롯해 채대석 LS일렉트릭 대표, 홍범식 LG유플러스 대표, 권용현 LG유플러스 엔터프라이즈부문장 등 양사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한편, 차세대 DC 배전 기술을 비롯한 미래형 데이터센터 전력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 위해 마련됐다. 협약에 따라 LG유플러스는 LS일렉트릭에 데이터센터 운영 과정에서 축적한 전력 데이터를 제공하고, 차세대 직류 전력 솔루션 검증을 위한 기술검증(PoC) 환경 지원에 나선다. 이를 토대로 LS일렉트릭은 AI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직류 전력 솔루션을 적기 개발해 LG유플러스에 전력 데이터 분석·진단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양사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환경을 겨냥한 800V DC 전원 인프라의 공동 실증 및 표준화에도 나선다. 800V 직류 전원 인프라는 고전압 직류 방식으로 전력을 서버 랙 인근까지 공급함으로써 전류량·전력 손실을 줄이고, 변환 설비와 배선 규모의 최적화가 가능한 기술이다. 양사는 실제 환경에서 800V 직류 전원 인프라 기술의 성능과 안전성, 운영 효율을 검증하는 한편, 이를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의 표준 모델로 발전시켜 미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채대석 LS일렉트릭 대표는 “이번 LG유플러스와의 MOU는 차세대 혁신 직류 배전 기술을 선점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출발점"이라며 “북미 빅테크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검증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고압부터 저압까지 전체 계통을 아우르는 통합 전력 솔루션을 제공해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분야의 선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벤츠 사회공헌위, 전국 소방기관에 전기 SUV 5대 기증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가 전국 소방기관에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QB 300 4MATIC' 5대를 기증하며 공공안전 분야 지원을 확대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지난 21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 차량 기증식을 열고 경기도소방재난본부를 비롯해 충청북도, 용인, 울산, 광주 지역 소방본부 및 소방서에 EQB 5대를 전달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증 차량은 각 지역의 화재와 각종 재난 현장에서 지휘와 지원 업무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재난 발생 빈도와 지역 특성, 임무 특성, 긴급 투입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원 대상 기관을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EQB는 최대 5명이 탑승할 수 있는 전기 SUV로 적재공간을 확보해 재난 대응 업무에 활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차량 전달과 함께 차량이 현장에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차량 식별 표시와 무전기, 경광등 설치도 지원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는 그동안 사회복지기관을 중심으로 차량 지원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는 지원 대상을 소방기관으로 확대하며 공공안전 분야 지원에 나섰다. 이번 기증을 포함해 2016년 이후 차량지원사업을 통해 전달한 차량은 총 79대다. 쉬린 에미라 메르세데스-벤츠 사회공헌위원회 의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서 헌신하는 소방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책임 있는 기업 시민으로서 한국 사회의 안전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BTS 제이홉은 빨랐다”…‘Z폴드8’ SNS에 삼성은 웃는다

삼성전자의 신제품 공개 행사(갤럭시 언팩)를 앞두고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제이홉의 SNS 게시물이 글로벌 IT 팬덤을 먼저 달궜다. 제이홉이 공개한 영상 속 폴더블 스마트폰이 삼성전자의 차세대 폴더블폰인 '갤럭시 Z 폴드8'으로 추정되면서 주요 해외 IT 전문매체들이 잇따라 이를 분석·보도하는 등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홉은 최근 월드투어 도중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폴더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공개된 기기는 짧고 넓어진 화면 비율과 후면 카메라 배치 등에서 삼성전자가 이날(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공개할 예정인 갤럭시 Z 폴드8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후 Android Authority, Notebookcheck 등 주요 해외 IT 전문매체들은 물론 글로벌 IT 커뮤니티에서도 해당 영상을 집중 조명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BTS와의 협업 경험을 바탕으로 신제품 공개를 앞둔 '프리(Pre)-언팩' 바이럴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제이홉 측은 해당 기기가 실제 갤럭시 Z 폴드8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가 최근 기업 마케팅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한다. 과거처럼 TV 광고나 대규모 캠페인을 통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유명인의 자연스러운 제품 사용 장면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팬들이 이를 자발적으로 공유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방식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K팝 아티스트의 개인 SNS는 신제품 마케팅 채널 못지않은 파급력을 갖는다는 평가다. 이번 사례 역시 정식 언팩 이전부터 제품 디자인과 사양을 둘러싼 온라인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삼성전자가 별도의 추가 광고비를 들이지 않고도 전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을 선점하는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광고라는 인식이 강한 홍보물보다 스타가 일상에서 실제 사용하는 모습이 소비자에게 더 높은 친밀감과 신뢰를 준다"며 “최근 기업들은 공식 광고뿐 아니라 SNS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언드 미디어(Earned Media)' 효과를 중요한 마케팅 자산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초유의 뱃길 ‘이중봉쇄’…시름 깊어진 정유·석화업계

글로벌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과 홍해 바브엘만데브 해협이 동시에 막히는 초유의 '이중 봉쇄' 사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2월 말 개전한 중동전쟁의 여파에 따라 우리 업계의 최대 과제로 지목된 수급 다변화 등 위기대응 역량이 다소 이른 시점에서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22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먼저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의 대체항로로 주목받던 바브엘만데브 해협마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의 친이란 무장 세력인 후티 반군 간 긴장 고조로 봉쇄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사우디산 원유를 실은 아시아행 유조선 2척이 홍해에서 회항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HD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사우디 얀부항에서 출발한 원유를 이집트 수에즈 운하와 아프리카 희망봉을 거쳐 가져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후티의 해상 봉쇄에 따른 원유 수급 차질이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20일 대(對) 사우디 해상봉쇄를 선언한 후티도 이날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바통신을 통해 경고를 받은 선박들이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회항한 뒤 항로를 변경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최근 24시간동안 회항한 선박은 6척에 이른다. ◇ 9월 물량까지 확보했지만…장기화 가능성 우려 이처럼 중동 주요 항로의 이중봉쇄 현실화 가능성이 확대됨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의 원유 수급처 다변화와 원가 방어라는 복합적인 위기대응 역량도 이른 시점에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지난 2월 중동 전쟁으로 한차례 수급 불안을 겪었던 업계는 수급처 다변화 등 노력을 통해 주요 항로 이중봉쇄에 따른 단기적 영향을 억제하는데 성공한 모양새다. 산업통상부 중동전쟁 대응본부에 따르면, 7~8월과 9월 원유 도입물량은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10%·90% 수준으로 확보됐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업계의 복합 위기는 여전히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중동전쟁 이후 업계가 대체항로로 활용해왔던 바브엘만데브 해협까지 봉쇄될 경우, 국제유가뿐만 아니라 원유 도입에 소요되는 제반비용까지 동반 상승하며 원가구조를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을 기준으로 중동→한국 원유 수송기간은 평균 20~25일 소요되는데, 이중봉쇄에 따라 아프리카 남단의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는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면 중동산 원유 수송 기간은 약 50일로 한 달 가량 증가하게 된다. 이는 장거리·장기간 운송에 따른 연료비 등 수송비용 증가를 유발하게 된다는 의미다. 또한 기존 주요 해협보다 폭이 좁은 수에즈운하 특성상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이용이 제한돼 별도 선박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과 5억~10억원 단위 통행료가 부과된다는 점으로 용선료 확대에 따른 원가 부담이 가중된다. 아울러 중동산 원유의 수급 불안을 대체하기 위해 수급처 다변화를 진행해왔으나 이를 처리할 설비 확보와 연구 등이 충분히 이뤄지지지 않은 점도 업계로선 부담이다. 기존 중동산 중질유 정제 공정에 최적화된 업계 설비에 밀도와 점도 등 성상이 다른 경질유 등 대체원유를 혼합 투입하면 품질·효율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까닭으로 결국 비용 증가를 유발한다. 이에 업계는 성상이 다른 각 원유의 혼합 투입에 따른 공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실험에 나서는 등 대응 역량 강화를 시도중이지만, 이른 시점에 리스크가 가중되면서 이 같은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체마다 설비나 공정 노하우 등에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각 정유사들 공장 현장에선 지금도 공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힘겨운 작업들을 진행 중"이라며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대한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기초유분 수입확대 '대안'…수익성 방어 과제도 지난 4월 중동전쟁에 따른 나프타 대란으로 분해설비(NCC) 가동까지 중지했던 국내 석화업계의 위기대응 역량도 거론된다. 특히 나프타를 비롯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기초유분 수급의 경우 생활경제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보이는만큼, 업계의 위기대응 역량이 한층 부각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핵심 원료인 나프타보다 상대적으로 중동발(發) 수급 불안 리스크가 낮은 기초유분의 수입을 늘려 수급 불안을 완화하는 방식의 대응 방안이 주목된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국내 석화업계는 나프타 수급 불안정성이 높았던 지난 4~5월 나프타 수입량을 전년 동기 대비 29.6% 줄이는 대신 에틸렌과 프로필렌의 수입량을 각각 1121%·45.7% 늘리는 방식으로 수급위기 대응에 나섰었다. 다만 이 경우 각 제품별 가격 상황에 따라 수익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가구조 관리는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봉쇄 당시 나프타 수급이 상당 수준으로 제한되면서 기초유분 수입을 늘려 위기 대응에 나선 측면이 있다"며 “이번 홍해 봉쇄 여파가 실질적으로 발생하면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는 방법이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기존조치 유지…선제 대응방안 강구" 중동리스크의 조기 재점화로 이들 업계의 대응역량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정부 역할 확대도 요구된다. 이에 정부는 기존 수급안정조치를 유지하는 한편, 추가 방안도 마련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에너지 수급과 공급망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원유와 나프타는 8월까지 전년 수준 이상의 물량을 확보했고 나프타 파생상품 등 핵심품목 재고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향후 불확실성이 큰 만큼 그간의 수급안정조치를 유지하고 추가 방안도 선제적으로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현장] ‘스웨디시 럭셔리’ 담았다…볼보 ES90, 프리미엄 전기 세단 시장 노린다

첫눈에도 묵직했다. 짙은 회색 베일이 천천히 걷히자 붉은 빛의 무대 위로 순백의 차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면에서는 정통 세단의 단단한 모습이, 후면에서는 패스트백의 부드러운 곡선 라인이 보였다. 유난히 길고 높은 차체가 SUV를 떠올리게 하는 존재감으로 단숨에 시선을 끌었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미디어 론칭 행사를 열고 차세대 플래그십 전기 세단 'ES90'을 선보였다. 이날 최초 공개된 ES90은 볼보가 전동화 시대를 겨냥해 선보인 새로운 순수 전기 세단이다. 세단의 안락한 주행감과 패스트백의 유려한 디자인, SUV 수준의 공간 활용성을 하나의 차체에 담았다. 여기에 볼보 최초의 800V 전기 시스템과 차세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기술인 '휴긴 코어(Hugin Core™)'를 적용했다. 7294만원부터 시작하는 공격적인 가격까지 앞세워 국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볼보는 ES90의 가격 경쟁력을 자신했다. ES90의 국내 판매 가격은 가장 낮은 트림인 싱글 모터 익스텐디드 레인지 플러스 7294만원부터 가장 높은 트림인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9541만원(환경친화적 세제 혜택 적용 예정)까지다. 이는 글로벌 주요 시장보다 최대 5000만원가량 낮은 수준이다. 기존 국내 판매 모델인 S90 T8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보다도 최대 1800만원 저렴하다. 볼보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산·수입 브랜드를 통틀어 경쟁이 가장 치열한 E세그먼트 시장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는 이날 질의응답에서 “어느 나라를 찾아봐도 ES90을 7000만원대로 판매하는 시장은 한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뿐 아니라 ES90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했을 때 글로벌 시장에 미칠 전략적 영향을 고려해 공격적으로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의 상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을 통해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리딩 브랜드가 되겠다"며 “ES90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초석이 될 모델"이라고 했다. 볼보는 ES90을 통해 기존 세단의 틀을 넘어서는 새로운 프리미엄 전기 세단을 제시하겠다고도 밝혔다. 글로벌 키노트 발표를 맡은 오스카 베르틸손 올스보르 글로벌 세일즈 총괄은 “ES90은 볼보 E세그먼트 세단의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스웨디시 럭셔리를 보여줄 모델"이라며 “새로운 시대의 럭셔리는 화려한 사양이 아니라 삶의 질이며, 전기차 디자인의 자유도를 바탕으로 전통적인 세단의 개념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차량은 긴 휠베이스와 짧은 오버행을 적용해 세단의 비례감을 유지하면서도 넓은 실내 공간과 최대 1445ℓ의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공기저항계수(Cd)는 0.25로 볼보 양산차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실내에는 전자식 투명도 조절이 가능한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와 25개 스피커의 바워스앤드윌킨스 오디오 시스템 등을 적용했다. 최고출력 680마력의 트윈 모터 퍼포먼스 모델을 포함한 세가지 파워트레인을 운영한다. 800V 시스템을 기반으로 초급속 충전 시 10분 만에 최대 300㎞를 주행할 수 있다. 볼보는 이날 SDV와 안전 기술도 핵심 경쟁력으로 제시했다. 특히 SDV 시대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체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휴긴 코어(Hugin Core™)'를 소개했다. 차량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OTA를 통해 성능과 안전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시스템이다. 오스카 글로벌 세일즈 총괄은 휴긴 코어에 대해 “최근 자동차 제조사의 SDV 역량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레벨5를 획득했다"며 “3점식 안전벨트가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했듯 휴긴 코어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더 많은 생명을 보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LG디스플레이, 상반기 흑자 안착…“하반기도 OLED로 공략”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39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상반기(영업손실 826억원)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매출은 11조 1461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 6523억원) 대비 4% 줄었지만, 손익 구조는 1216억원 개선됐다. LG디스플레이는 22일 이 같은 내용의 올해 2분기 및 상반기 실적을 발표했다. 2분기 매출액은 5조6121억원으로 전분기(5조5340억원) 대비 1% 늘었으나, 영업손실 1077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영업이익 1467억원) 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지난해 2분기(영업손실 1160억원)와 비교하면 적자 폭은 축소됐다. 회사 측은 2분기 실적 악화 배경으로 계절적 비수기와 일회성 비용을 꼽았다. 통상 상반기는 완제품 제조사들이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부품 재고를 조정하면서 디스플레이 수요가 둔화되는 시기인데, 여기에 인력 운영 효율화에 따른 일회성 비용까지 반영되면서 손익에 부담을 줬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상반기 전체로는 전년 대비 손익이 1216억원 개선되며 비수기·일회성 비용 영향을 최소화했다는 게 회사 측 평가다. OLED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고도화해온 성과가 가시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하반기 전략으로 '1등 기술' 확보와 '기술 기반 원가 혁신 고도화'를 통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제시했다.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AX(AI전환) 중심 기술 혁신으로 개발·제조·생산 전 과정의 효율을 극대화해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부문별로는 중소형 사업의 경우 차별적 경쟁우위 기술에 역량을 집중해 하이엔드 제품 중심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기술·개발·양산체제를 활용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대형 사업은 차별화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갖춘 제품 라인업을 앞세워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강화한다. 특히 LCD에서 OLED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모니터 시장에 맞춰 게이밍 OLED 모니터 등 고부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에도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사업 본연의 수익성은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며 “하반기에도 원가혁신 고도화와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연간 실적 개선을 지속 추진함으로써 안정적 수익 구조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휴머노이드? 아직 아니다”…삼성디스플레이가 꼽은 AI 승부처

삼성디스플레이가 AI 전환(AX) 시대 디스플레이 경쟁력의 핵심 해법으로 '오픈(OPEN)' 비전을 제시했다. 폴더블 플랫폼 '몬트 플렉스'와 사생활 보호 기술 '플렉스 매직 픽셀', 생체 신호까지 읽어내는 '센서 OLED'를 앞세워 개인화·프라이버시·저전력이라는 온디바이스 AI 시대 3대 과제를 한 번에 풀어내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스플레이 비즈니스 포럼'에서 노창호 삼성디스플레이 AX연구센터장(부사장)은 기조연설에서 이 같은 전략을 공개하며 “AI 시대 디스플레이는 더 이상 정보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과 지능형 기술 사이의 더 나은 경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부사장은 “사람이 받아들이는 정보의 약 80%가 시각을 통한 것"이라며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사람들은 결국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고 이해하고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화면이 아니라 기술과 사람이 만나는 접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CRT에서 LCD, OLED로 이어진 디스플레이 진화 과정을 짚으며 “지금까지 대부분의 디스플레이는 '하나의 화면, 다수의 사용자'라는 공유형 경험을 전제로 설계돼 왔다"면서도 “AI 시대에는 모든 사용자가 각자 다른 경험을 기대하는 만큼 디스플레이도 더 개인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태블릿, AI AR 기기, 웨어러블에서 이미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 “몬트 플렉스로 폼팩터 최적화" 오픈 비전의 첫 번째 방향은 '최적화(Optimized)'다. 노 부사장은 “AI는 스마트폰부터 웨어러블·XR·모빌리티까지 다양한 기기로 확장되고 있다"며 “하나의 디스플레이가 모든 응용처에 맞을 수 없는 만큼 각 제품과 사용 환경에 맞춰 디스플레이가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구현할 기술로 차세대 폴더블 플랫폼 '몬트 플렉스(MONT Flex)'를 소개했다. 그는 “몬트(MONT)는 기계적 내구성(Mechanically durable), 접힘 부위가 평평한 광학·기계적 특성(Optomechanically flat), 좁은 베젤(Narrow bezel), 얇고 가벼운 두께(Thin and light) 등 네 가지 특징을 담고 있다"며 “단순한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차세대 AI 기기를 위한 유연한 플랫폼"이라고 했다. ◇ “플렉스 매직 픽셀로 정보 노출 차단" 두 번째 방향은 '프라이버시(Private)'다. 노 부사장은 “AI가 개인화될수록 개인정보 보호가 화면 표시만큼 중요해진다"며 사생활 보호 기술 '플렉스 매직 픽셀(Flex Magic Pixel)'을 제시했다. 그는 “다층 차광 구조를 통해 측면 시야각에서의 빛샘을 정밀하게 제어함으로써 사용자에게는 선명한 화면을, 주변 시선에는 제한된 시인성을 제공한다"며 “차량 안에서는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각각 다른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면서도 동승자 화면이 운전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저전력·고효율 OLED로 온디바이스 AI 뒷받침" 세 번째 방향인 '효율(Efficient)'과 관련해서는 저전력 OLED 기술인 '리드(LEAD)', '적응형 주사율(Adaptive Frequency)', 'QD-OLED 펜타 탠덤 구조'를 소개했다. 그는 “리드는 업계 최초의 편광판 없는 상용 OLED 기술로 성능 저하 없이 전력 소모를 줄인다"며 “블루 OLED 층을 4층에서 5층으로 늘리고 신규 유기 소재를 적용한 펜타 탠덤 구조를 통해 밝기·효율·수명을 모두 높였다"고 말했다. 온디바이스 AI 처리가 늘어날수록 전력 효율이 중요해지는 만큼, 고성능과 저전력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마지막 방향인 '넥스트(Next)'로는 RGB OLEDOS, 마이크로 LED, 신축성 디스플레이, 센서 OLED를 제시했다. 특히 센서 OLED에 대해 그는 “OLED 발광 소자와 유기 광다이오드를 하나의 패널에 통합해 디스플레이 자체가 심박수·혈압 등 생체 정보를 측정하는 센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헬스케어와 웨어러블,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고 했다. ◇ “휴머노이드, 아직은 최적 해법 아니다" 노 부사장은 이 같은 기술 방향을 실제 양산으로 연결하려면 제조 혁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신뢰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려면 공장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며 “디지털 스레드가 설계·엔지니어링·생산·운영 데이터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이 실제 생산라인처럼 작동하는 가상 공장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트윈은 공장(Fab) 단위, 물류 단위, 설비 단위 등 여러 층위에서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날 처음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용 디스플레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노 부사장은 “실제 생산라인에는 가장 적합한 솔루션을 적용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며 “현재로서는 휴머노이드가 좋은 해법은 아니며, 비용과 기능 면에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LG디스플레이의 엔비디아(NVIDIA)와의 디지털 트윈 협업 사례를 거론하며 파트너십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많은 기업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디지털 트윈 수준을 높여가고 있다"고 답했다. 노 부사장은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목표는 디스플레이 혁신과 제조 혁신, AI를 통해 더 나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7400억 자금 조달”…한화에어로스페이스, ‘양손잡이 재무 전략’ 나서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상 최초로 5억 달러(7410억 원) 규모의 해외 공모 채권 발행에 대성공을 거두며 글로벌 자본 시장에 데뷔했다. 그간 내수 중심의 정부 국방 예산과 국내 금융권 차입에 주로 의존해 오던 K-방산의 전통적 자금 조달 패러다임을 깬 것이다. 서구권 거대 방산 공룡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글로벌 톱티어(Top-Tier)' 수준의 펀더멘털을 국제 무대에서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33억 달러 뭉칫돈 몰려…'준(準)국가급' 신뢰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씨티그룹 글로벌 마켓 증권·크레디아 그리콜 증권·UBS 등 글로벌 초대형 투자 은행(IB)들을 주관사로 대거 참여시켜 만기 3년의 고정 금리부 채권(FXD) 5억 달러 발행을 성공적으로 확정지었다고 22일 밝혔다. 자본 시장의 반응은 당초 예상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아시아와 유럽 등지에서 진행된 해외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 예측 결과, 목표 조달액의 6.6배에 달하는 33억 달러(4조8000억 원)의 뭉칫돈이 몰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해외 공모 채권 발행의 흥행을 거뒀다. 이례적인 우량 매수 주문 폭주에 힘입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금 조달 비용도 낮아졌다. 당초 투자자들에게 제시된 최초 제시 금리(IPG, Initial Price Guide)는 동일 만기의 미국 국채 금리에 115bp(1bp=0.01%포인트, 1%의 금리 구간을 100개로 나눈 단위)를 가산한 수준이었지만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최종 가산 금리는 이보다 32bp나 유리해진 83bp로 안착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가산 금리가 1% 미만인 0.83%포인트로 결정된 점을 중요한 질적 지표로 꼽는다.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부도·채무 불이행 위험을 극히 낮게 평가했다. 국방력과 직결되는 방위산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사실상 대한민국 정부 신용도에 준하는 '소버린(Sovereign) 급' 프리미엄과 안정성을 부여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 120조 수주 잔고…환율 리스크 원천 차단 이번 달러화 직접 조달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재무 구조의 질적 고도화도 이뤄냈다. 글로벌 방산 비즈니스는 무기체계 양산을 위한 해외 부품 매입이나 현지 공장 건설 시 대규모 외화(달러) 결제가 필수적이다. 국내에서 원화로 차입해 달러로 환전할 경우 필연적으로 환율 변동 리스크에 노출되지만, 해외에서 직접 조달한 달러를 곧바로 결제·기존 차입금 대환에 활용함으로써 이를 원천 차단하는 '자연 환헤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국내외 금리 환경에 따라 유리한 자금 조달처를 탄력적으로 넘나드는 '양손잡이 재무 전략'이 완성된 셈이다. 이러한 자금 조달 흥행의 가장 큰 원동력은 최근 글로벌 3대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국내 방산·우주 기업 최초로 획득한 신용 등급 'A-(안정적)'에 있다. 이는 현재 글로벌 방산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록히드 마틴이나 영국의 BAE 시스템즈와 동일한 투자 적격 우량 등급이다. S&P가 이처럼 이례적으로 높은 신용 등급을 부여한 핵심 근거는 압도적인 수주 잔고와 잉여현금흐름(FCF)의 가시성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 기준, 지상 방산 부문의 수주 잔고는 31조 원(수출 비중 70%)이다. 전사 연결 기준 수주 잔고는 118조 원에 달한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액은 올해 2분기와 7조5530억원, 3분기 7조55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68%, 16.48% 성장할 전망이다. 영업이익 역시 2분기 9970억원, 3분기 1조16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5.32%, 36.25%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 수출은 일회성 완제품 납품 이후에도 10~30년에 걸친 유지·보수·정비(MRO, Maintenance·Repair·Overhaul)와 성능 개량 계약으로 장기간 수익이 창출되는 특성이 있다. 따라서 118조 원의 막대한 수주 잔고는 향후 10년 이상의 안정적인 이익 성장을 담보하는 안전판 역할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수조 원대 예산이 투입되는 해외 정부와의 B2G 수출 협상 테이블에서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부품 공급 능력을 증명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 45년 숙원 '독자 항공 엔진' 개발 공모채로 조달된 5억 달러의 외화와 올해 1분기 기준 회사가 보유한 6조8862억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 그리고 유상증자로 확보한 2조3000억 원의 실탄은 글로벌 방산 영토 확장과 미래 첨단 기술 확보를 위한 거대한 투자 사이클에 투입된다. 우선 심화되는 지정학적 블록화와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응해 완제품 수출 외 현지에 생태계를 통째로 이식하는 '해외 현지 생산 거점' 구축에 속도를 낸다. 루마니아 덤보비차주에는 축구장 25개 규모 부지에 K-9 자주포와 K-10 탄약 운반 장갑차 생산 시설과 1.75km 규모의 주행 시험장을 조성한다. 이곳에서 부품의 80%를 현지 30여 개 협력사와 함께 조달해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동부 전선의 핵심 'K-병기창'으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폴란드 바르샤바에는 유럽 본부를 두고 40억 달러 규모의 유도탄(천무용 CGR-080) 합작 생산 체계를 구축하며, 호주 질롱에서는 AS-9 헌츠맨 자주포와 AS-10 장갑차 완제품 조립 시설을 통해 오세아니아·오커스(AUKUS) 동맹 국가 공략의 확고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미래 무기체계의 근간인 첨단 기술 자립 전선에도 사활을 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영국 등 극소수 해외 원천 기술국의 수출 통제 제약에서 완전히 벗어나 진정한 수출 자유도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 방산업계의 45년 숙원인 항공 엔진 국산화에 자본을 쏟아붓고 있다. 최근에는 국방과학연구소와 공동으로 저피탐 무인 편대기(LOWUS)용 '55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과 중고도 무인기용 '1400마력급 터보 프롭 엔진'의 초도 시제를 완성해 본격적인 지상 시운전에 돌입했다. 이를 위해 창원 사업장에 400억 원을 투자해 5000평 규모의 첨단 스마트 공장을 짓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KF-21 보라매 전투기에 탑재될 1만 5000파운드급 장수명 첨단 항공 엔진을 독자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 밸류 체인 장악도 핵심 과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240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2032년까지 이어지는 누리호 4~6차 발사의 체계 총괄을 맡으며 발사 운용 전 주기 노하우를 민간으로 이식받고 있다. 더 나아가 글로벌 스페이스X 등이 주도하는 우주 발사체 재사용 트렌드에 발맞춰 기존 케로신(등유) 엔진을 대체할 고효율 '80t급 메탄 추진제 엔진' 개발에도 뛰어들며 스페이스 밸류 체인을 고도화하고 있다. ◇ '금융의 무기화'…글로벌 M&A 향한 탐색전 산업계와 자본 시장 일각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이번 5억 달러 채권 발행이 향후 서방의 톱티어 방산 공룡들처럼 글로벌 초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위한 전략적 '탐색전'이라고 분석한다. 실제 서방을 대표하는 방산 거인들은 대규모 회사채 발행으로 거대 자본을 끌어와 밸류체인의 병목을 통째로 사들이거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첨단 기술 기업을 인수하며 생태계 우위를 점해왔다. 때문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향후 △로봇 시스템 △무인기 센서 △우주 통신 소재 등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해외 기술 기업 인수 시 초대형 펀딩을 즉각 단행할 수 있는 이른바 '금융의 무기화' 역량을 증명해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독일 굴지의 방산업체 라인메탈(Rheinmetall)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폭주하는 포탄 수요를 독식하기 위해 2023년 1월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10억 유로(1조4500억 원) 규모의 전환 사채(CB)를 발행했다.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스페인의 탄약 제조사 '엑스팔(Expal)'을 12억 유로에 인수하며 155mm 포탄 생산의 병목 현상을 뚫어냈고, 그 결과 독일 연방군으로부터 12조 원 규모의 탄약 계약을 따냈다. 영국 BAE 시스템즈 역시 우주 패권을 쥐기 위해 2024년 초 미국 금융 시장에서 48억 달러(6조4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찍어낸 뒤 미국 '볼 에어로스페이스(Ball Aerospace)'를 55억5000만 달러에 인수하며 단숨에 글로벌 우주항공 분야의 초거대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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