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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아틀라스, 월드컵 무대서 첫 데뷔…대규모 관중 앞 시연 ‘자신감’

현대자동차가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경기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이며 로보틱스 사업 알리기에 나섰다. 현대차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 노르웨이의 월드컵 16강전 하프타임 행사에서 아틀라스를 활용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무대에 오른 아틀라스는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이다. 현대차는 지난 1월 CES 2026에서 해당 모델을 최초 공개했다. 이후 공개 행사와 영상 콘텐츠 등에서 일부 동작을 소개한 적은 있지만, 대규모 관중이 지켜보는 현장에서 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틀라스는 경기장 터널을 통해 등장해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 축구 팬들에게 익숙한 선수들의 세리머니를 재현한 뒤, 후반전을 앞두고 공인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아틀라스는 변수가 많은 경기 현장에서도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동작을 수행하며 로봇 기술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이번 시연에는 신체의 미세한 움직임을 로봇 형태에 맞게 구현하는 '리타겟팅 기술' 과 인공지능 기반 강화 학습 체계, 전신 제어 기술 등이 적용됐다. 현대차는 이를 통해 제조 현장 중심으로 인식되던 로보틱스 기술이 스포츠와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넥스트 스타츠 나우(Next Starts Now)'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현대차는 월드컵 기간 동안 아틀라스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공개하며 미래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비전을 알릴 계획이다. 현대자동차 브랜드마케팅본부 지성원 부사장은 “현대차는 앞으로도 인간 중심의 기술을 일상과 자연스럽게 연결하겠다"면서 “로보틱스를 통해 확장될 미래 모빌리티의 새로운 비전과 로보틱스가 인류의 진보를 함께하는 파트너임을 다채롭고 창의적인 브랜드 경험을 통해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오는 7일 BBC와 협업한 다큐멘터리 영상 “트레인드 그라운드((The Training Ground)"를 공개하고, 월드컵 로보틱스 프로젝트 준비 과정과 관련 기술 개발 스토리를 소개한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삼성전자 반도체 100% 성과급...가전·모바일은 최대 75%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올해 상반기 기본급의 최대 100% 성과급을 받는 반면, 모바일·가전을 맡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은 최대 75%에 그치면서 부문 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6일 오후 사내망을 통해 올해 상반기 '목표달성 장려금'(TAI·Target Achievement Incentive) 지급률을 공지했다. 지급일은 오는 8일이다. TAI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 중 하나로, 매년 상·하반기 한 차례씩 소속 사업 부문과 사업부 평가를 각각 50%씩 합산해 월 기본급 기준 최대 100%까지 차등 지급한다. DS부문에서는 메모리사업부가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최대치인 100%를 받는다. 올해 초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 진입 이후 HBM 공급 고객사 확대와 범용 D램 가격 상승 등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사업부가 상반기에만 140조원의 영업이익을 냈을 것으로 추정한다. 컴파운드반도체솔루션(CSS)과 공통조직도 100%가 책정됐다. 반면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는 75%로, 지난해 하반기(25%)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DX부문은 사업부별 편차가 두드러졌다. 한국총괄과 의료기기사업부가 75%로 가장 높았고,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50%, 생활가전(DA)사업부 25% 순이었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50%로, 지난해 하반기(75%)보다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출시한 갤럭시 S26 시리즈가 판매 호조를 보였음에도 메모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으로 수익성이 다소 부진했던 영향으로 해석된다. 네트워크사업부와 경영지원담당 등 나머지 조직은 50%를 받는다. 같은 날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도 상반기 TAI 지급률을 발표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패널을 맡은 대형사업부가 75%, IT용 패널을 담당하는 중·소형사업부가 100%를 받는다. 삼성전기는 전 사업부 공통 100%, 삼성SDI는 75%가 책정됐다. 이번 지급률 발표로 부문 간 보상 격차 논란은 한층 확산할 전망이다. 앞서 삼성전자 노사는 DS부문을 중심으로 총 12% 수준의 성과 보상안에 합의했는데, 이에 따라 메모리사업부 직원은 최대 6억원에 가까운 보상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 반면 DX부문 보상은 600만원 안팎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00배 격차'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오는 16일 수원사업장 인근에서 4000~5000명 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동행 측은 “올해 임협에서 불합리한 DX 패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집회"라고 밝혔다. 이 노조는 지난달 23일 노태문 대표이사와 2시간 면담을 갖고 DX 구성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전달했다. 이후에는 수원 디지털시티 정문·중앙문 앞 1인 시위와 검은 옷 단체 출근 등으로 항의 수위를 높여왔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도 노태문 대표이사 겸 DX부문장에 이어 전영현 대표이사 겸 DS부문장에게 보상 격차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 상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휴대폰 개통 문턱 높아졌다…오늘부터 안면인증 의무화

6일부터 휴대전화 개통 절차가 한층 강화된다. 신규 가입과 번호이동을 하려면 안면인증 등 추가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기존처럼 신분증만으로는 개통할 수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부터 범정부 보이스피싱 근절 대책의 후속 조치인 '휴대전화 부정사용 방지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안면인증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시행한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은 이동통신 3사(MNO)와 알뜰폰(MVNO)의 대면·비대면 개통 채널 전체다. 이에 따라 휴대전화 신규 가입이나 번호이동을 하는 이용자는 안면인증, 행정안전부 모바일 신분증, 당일 발급된 주민등록초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추가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다만 기기변경은 추가 인증 대상에서 제외된다. 안면인증을 선택한 경우에는 패스(PASS) 앱을 통해 촬영한 얼굴 사진과 신분증 사진을 비교해 본인 여부를 확인한다. 단계적 시행 기간에는 최대 세 차례까지 안면인증을 시도할 수 있다. 인증에 실패하면 별도로 추가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이번 제도로 명의도용에 따른 불법 개통을 막아 대포폰 유통과 보이스피싱을 예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시행 초기에는 이용자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안면인증은 촬영 환경이나 얼굴 인식 결과에 따라 인증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대체 수단인 모바일 신분증은 사전 발급이 필요하다. 주민등록초본을 활용하는 경우에도 당일 발급 서류를 미리 준비해야 해 기존보다 개통 절차가 다소 복잡해질 수 있다. 실제로 안면인증 시스템은 지난해 시범 운영 과정에서 조명이나 촬영 각도 등에 따라 얼굴 인식 오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과기정통부는 당초 지난 3월 시행할 예정이었던 제도 도입 시점을 7월로 연기한 바 있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추가적인 본인확인 수단을 확대하고, 올해 하반기에는 주민등록초본 진위확인 시스템 연계와 관련 법령 정비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부정 개통에 연루된 유통망에 대한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석화업계, ‘첨단 반도체·전력인프라 소재’ 사업화 속도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호황기를 맞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 밸류체인에 편입하기 위해 첨단 반도체 소재 사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발(發) 공급과잉의 여파로 전통적 사업 모델인 범용 기초소재의 수익성이 악화함에 따라,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체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반도체용 '스트리퍼' 사업 진출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기업 앰코에 제품을 양산 공급하며 반도체 사업 확대 전략을 본격화했다. 스트리퍼란 반도체 공정에서 회로를 형성한 이후 감광액(PR) 등 잔여물을 제거하는데 사용되는 공정 소재다. 첨단 반도체의 회로가 갈수록 미세화되면서 제품의 수율과 신뢰성 등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LG화학이 스트리퍼 공급을 개시하는 앰코는 반도체 패키징·테스트 등 후공정 분야의 글로벌 선도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디스플레이용 스트리퍼 사업을 통해 관련 기술력을 축적한 LG화학은 이번 앰코 공급을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에 공식 편입하는 성과를 이끌며 첨단 반도체용 소재 경쟁력을 입증한 모양새다. 이 같은 국내 석화 기업들의 AI 밸류체인 편입 노력은 이미 관련 소재 다방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지난 2023년 인수한 연결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전 일진머티리얼즈)를 통해 첨단 반도체 회로박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최근 지속 증가하는 글로벌 AI용 회로박 '초극저조도(HVLP) 동박'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선제 대응을 진행 중이다. 기존에 보유한 동박 생산시설인 익산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AI용 회로박 생산라인으로 전환하고 증설에 나서는 등 내년까지 회로박 연산 1만6000톤(t)을 목표로 캐파(생산능력)을 확장하는 방식이다. HVLP 동박은 기존 동박보다 표면거칠기를 개선한 고기능성 소재로, 제품의 표면이 평탄할수록 전기신호 손실이 적다는 점에서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반도체 분야의 핵심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아울러 한화솔루션은 자사 Wire & Cable 부문을 앞세워 가교폴리에틸렌(XLPE) 등 차세대 초고압급 케이블용 소재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전력케이블 절연체로 활용되는 XLPE는 절연성과 내열성, 내전압이 높으면서도 전력 손실은 적다는 점에서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에 따라 수요 확대가 점쳐지는 핵심 전력인프라 소재로 꼽힌다. 이처럼 국내 석화업계가 AI 밸류체인 편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배경에는 범용 기초소재의 수익성 악화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당장 올 하반기 범용 기초소재의 원가가 미국-이란 전쟁 종전의 영향으로 하락하며 원료구입 시점과 제품 판매 시점간 차이로 인한 '역래깅 효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밖에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 재개로 한동안 경색됐던 기초유분과 석화 소재의 글로벌 공급망이 본격 재가동될 조짐을 보이는데 더해, 중국의 석화 생산설비 증설이 이어지며 국산 소재의 가격경쟁력 위협은 지속 확대되는 형국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 석화 업계의 AI·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 포트폴리오 전환과 글로벌 밸류체인 편입 노력이 이어지며, 우리 업계의 경쟁 포인트는 단순 소재 기술력을 넘어 고객사 공정 친화성까지 확대되고 있다. 고객사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소재 기술력은 물론, 고객사의 공정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맞춤형 소재 경쟁력도 실제 수주 계약으로 연결되는 핵심 경쟁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재 기업의 제품이 고객사에 실제로 공급되기 위해선 단순 인증 취득을 넘어 해당 제품이 고객사가 요구하는 스펙에 부합하는지 사전 테스트 과정도 거쳐야 한다"며 “소재의 공정 친화성이 고객사의 생산성과 직결되는 만큼 고객사 공정에 친화적인 맞춤형 제품일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억만장자들의 여름캠프 향하는 이재용…AI·반도체 ‘빅딜’ 시동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글로벌 빅테크 거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공지능(AI) 시대 반도체 패권 경쟁의 셈법을 재정비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비슷한 시기 별도의 글로벌 사교 모임 참석을 검토하며 국내 양대 반도체 총수의 여름 외교전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6일 재계와 외신에 따르면.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현지시간)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 리조트에서 '억만장자들의 여름캠프'로 불리는 선밸리 콘퍼런스(앨런&컴퍼니 콘퍼런스)가 열린다. 미국 투자은행 앨런앤드컴퍼니가 1983년부터 매년 7월 초 개최해온 비공개 행사로, 글로벌 미디어·IT 업계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름휴가를 겸해 굵직한 경영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빅테크 수장들이 총출동하는 만큼 기업 간 대형 인수·합병(M&A)이나 전략적 제휴의 물꼬가 트이는 경우도 잦았다. 2011년 컴캐스트의 NBC유니버설 인수, 2013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워싱턴포스트 인수 등이 이 모임을 계기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삼성전자 상무 시절이던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매년 선밸리를 찾았으나, 2017년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며 8~9년간 발길을 끊었다. 그러다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에서 대법원 무죄 확정을 받은 직후 선밸리 무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며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났음을 대내외에 알린 바 있다. 이 회장은 과거 이 행사를 두고 “1년 중 가장 바쁘고 가장 신경 쓰는 출장"이라며 “애플과 메타 등 20~30개 고객사를 만난다"고 언급한 적도 있다. 올해 행사에는 팀 쿡 애플 CEO와 차기 CEO로 내정된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이사회 의장),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샘 올트먼 오픈AI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등 미국 테크 업계 거물들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선밸리 방문이 삼성전자의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 확보에 실질적인 발판이 됐다고 평가한다. 당시 현장 네트워킹을 계기로 테슬라·애플 등으로부터 AI 관련 수주를 잇달아 따낸 성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 속에 올해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파운드리·첨단 패키징을 아우르는 턴키 공급 역량을 앞세워 빅테크 고객사들과 한층 밀도 있는 협력 논의를 벌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애플·아마존·구글 등이 자체 AI 반도체 설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이를 위탁 생산할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의 협력 논의도 구체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올해 선밸리 콘퍼런스의 핵심 화두로는 'AI 병목 현상'이 꼽힌다. 전 산업계로 AI 확산이 가속화하는 반면, 이를 구동할 반도체·데이터센터·에너지 등 연산 인프라 부족 현상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어서다. 앤서니 블룸버그 블룸버그패밀리오피스 CEO는 현지 배포 자료에서 “AI의 첫 번째 장은 소프트웨어의 몫이었지만, 다음 장은 에너지와 핵심 광물이 될 것"이라며 “이번 콘퍼런스 역시 차세대 AI를 지원할 물리적 기반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이달 말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리는 '구글 캠프' 참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 캠프는 구글 공동 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매년 여름 여는 비공개 사교 모임으로, 공급망·통상·신기술·글로벌 경제 현안 등이 다뤄진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보급형은 다시 ‘원페달’…갈피 못 잡는 테슬라 ‘회생제동’

“모델 Y 회생제동 감소 너무 부러운데…모델 3는 언제 생길까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테슬라(Tesla)'가 '회생제동' 기능을 두고 차종별로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회생제동'은 전기차의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기능인만큼, 감속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선택권에 대한 소비자 요구도 계속되고 있다. 회생제동은 전기차의 주행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다. 차량이 감속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특히 회생제동 강도를 최대한으로 높인 일명 '원 페달(One-Pedal) 주행'은 배터리를 충전하면서도 가속 페달만으로 가속과 감속, 정차까지 가능해 도심 주행 시 편의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회생제동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안전성과 승차감의 문제가 발생한다. 감속이 강해 차량의 꿀렁거림이 심해지면서 운전자에게 멀미를 유발하고, 원 페달 주행에 익숙해진 운전자가 다른 차량을 운전하게 될 경우 제때 제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생긴다. 눈길이나 미끄러운 환경에서 회생제동이 강하게 작동할 경우 순간적으로 바퀴가 잠기는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회생제동이 강할수록 에너지 회수 효과는 커지지만 원 페달 주행에 대한 위험성은 분명히 존재한다"며 “원 페달 주행에 익숙해지면 브레이크 사용 습관이 달라질 수 있어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한 가구에서 내연차와 전기차를 번갈아 타는 1가구 2차량 운전자나 고령 운전자에게 가장 치명적이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최근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회생제동을 자동 제어하거나, 운전자가 강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차종마다 방법 차이는 있지만, 회생제동 강도를 최대로 높인 원 페달 주행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같다. 예컨대 현대차와 기아 모델의 경우, 스티어링 휠 뒤 패들 시프트를 짧게 당기면 단계적 조절, 길게 당기면 원 페달 주행으로 전환할 수 있다. 아이오닉 3·5·6·9, EV3·EV6·EV9 등이 해당한다. 반면 테슬라는 오랜 기간 회생제동 강도 조절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정책을 유지해왔다. 2019년 국내에 출시된 모델 3를 시작으로 2021년 선보인 모델 Y 등 주요 차종에서 운전자가 회생제동 강도를 별도로 설정할 수 없었다. 회생제동 강도를 '기본'과 '낮음' 두 단계 중 선택할 수 있었던 이전 모델과 달리, 항상 최고 강도로 고정해 전비를 극대화한 것이다. 테슬라가 회생제동 조절 기능을 다시 지원한 건 2025년 모델 Y의 신형인 '모델 Y 주니퍼' 라인을 출시하면서부터다. 모델 Y 프리미엄 RWD, 모델 Y 프리미엄 롱레인지 AWD 등 주요 트림에 회생제동 시 감속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감소됨 모드'를 적용했다. 기존과 같은 강한 회생제동은 물론, 보다 완만하게 멈춰서는 감속 주행이 가능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운전자 선택권을 확대한 합리적 조치라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소비자들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감소됨 모드로 설정하니 일반 엔진차와 비슷하다", “급한 상황에서 더 안전해진 것 같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놓았다. 실제 모델 Y 주니퍼는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테슬라의 주력 차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모델 Y 주니퍼' 라인은 6월 한 달 동안 9188대 판매됐다. 그러나 올해 1월 출시된 보급형 차량 '모델 3 스탠다드 RWD'에는 해당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다. 회생제동 조절 기능을 지원하는 '모델 Y 주니퍼'보다 더 늦게 출시됐음에도 관련 기능이 제외된 것이다. 특히 '모델 3 스탠다드 RWD'가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보급형 모델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테슬라의 회생제동 정책과 적용 기준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불만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회생제동 관련 기능을 모든 차종에 확대 적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모델 3를 사지니 회생제동 조절이 안 돼서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 “모델 3에 회생제동 조절 기능을 탑재한다는 소식은 언제 들리냐.", “이번에 나온 보급형 모델 3는 사실상 원 페달 주행만 하라는 거 아닌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현대차·기아를 비롯해 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차급과 관계없이 회생제동 강도 조절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테슬라의 차종별 적용 방식은 더욱 대비된다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회생제동은 운전 습관과 주행 환경에 따라 선호도가 크게 갈리는 기능"이라며 “운전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근 완성차 업계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테슬라 자체가 제품 업그레이드나 교체 사이클이 느리기 때문에 회생제동 관련한 개선 속도도 느릴 수 있다"면서 “회생제동은 안전과도 연결되는 만큼 차종에 관계없이 운전자가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KT, 보안·네트워크에 3년간 12조 투자…“AX 플랫폼 컴퍼니 전환”

KT가 정보보안과 네트워크에 향후 3년간 총 12조원을 투자한다. AI 시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보안과 네트워크를 강화해 'AI 전환(AX) 플랫폼 컴퍼니'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AIDC) 구축에 5조원, 해저케이블 확충에 1조원을 추가 투입해 AI 인프라 경쟁력도 끌어올린다. 박윤영 KT 대표는 6일 서울 광진구 풀만 앰배서더 서울 이스트폴 호텔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AX 플랫폼 컴퍼니' 비전을 공개했다. KT에 따르면 AX 플랫폼 컴퍼니는 국가 기간통신사업자로서 대한민국 연결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고, AI 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플랫폼과 혁신 서비스를 통해 성장을 이끄는 기업을 의미한다. 박 대표는 “KT가 정의하는 AX 플랫폼 컴퍼니는 고객이 AI를 도입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라며 “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AI 도입부터 경쟁력 강화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어 “KT는 무대 위에서 직접 연기하는 배우가 아니라 최고의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고 조명과 장치를 제공하는 '이네이블러(Enabler)'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KT는 AX 플랫폼 컴퍼니 전략의 양대 축으로 '단단한 본질'과 '확실한 성장'을 제시했다. 우선 정보보안·IT와 네트워크 분야에 향후 3년간 총 12조원을 투자한다. 이 가운데 정보보안·IT 혁신에는 4조원을 투입한다. 직전 3년간 투자 규모의 두 배 수준이다. KT는 제로트러스트(Zero Trust) 기반으로 전사 보안 체계를 재정비한다. 내부망이라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고 접속자와 기기, 권한을 지속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으로 보안 체계를 전환한다. 박 대표는 “이제 보안은 단순히 막는 것이 아니라 제로트러스트 기반 보안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며 “향후 3년간 4조원을 투자해 정보보안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KT는 정보보안·IT 안정성 확보를 비롯해 ▲보안 거버넌스 통합 ▲업계 최고 수준의 전문인력 육성 ▲외부 전문가 협업 등을 4대 핵심 과제로 추진한다. 네트워크 분야에는 같은 기간 8조원을 투자한다. 고객 체감 품질을 높이기 위해 네트워크 품질을 선제적으로 진단·개선하고, 6세대 이동통신(6G), 위성통신, 데이터센터 상호연결(DCI) 등 미래 네트워크 핵심 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또 자산 정합률 자동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자산 현행화 및 취약시설 점검을 전담하는 조직을 운영해 네트워크 자산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위성 사업도 확대한다. KT는 정지궤도(GEO)와 저궤도(LEO)를 아우르는 다중궤도 위성 운용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KT는 50년 이상 축적한 위성 관제·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미 GEO 위성 5기를 운용하고 있다. 향후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LEO 위성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최근 정부의 저궤도 위성 정책 발표로 위성 운영과 관제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KT SAT이 국가 위성통신 체계의 핵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KT는 AI 인프라와 서비스를 기반으로 '확실한 성장'도 추진한다. 우선 약 5조원을 투자해 총 1GW 규모의 AI 데이터센터(AIDC)를 구축한다. 대규모 AI 학습과 추론을 담당하는 중앙 AIDC와 산업 현장 인근의 AI 엣지를 연계해 '초저지연 추론 환경'을 전국에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박 대표는 “AI 데이터센터는 실수요 기반으로 공급할 계획"이라며 “향후 5년간 약 25개 AIDC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는 해저케이블에도 1조원을 투자해 국제망 용량을 90테라비트퍼세컨드(Tbps) 이상 추가 확보한다. 국제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고,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AI 데이터센터 투자도 적극 유치해 대한민국을 '아시아 AX 연결 허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산업별 맞춤형 B2B AX를 확대한다. 금융 분야에서는 AI 컨택센터(AICC)와 세일즈 에이전트 등 에이전틱 AI를 확대하고, 공공 분야에서는 소버린 AI 기반 서비스를 통해 정부의 AI 전환 수요를 공략한다. 제조·의료 분야에서는 정부 실증사업을 기반으로 피지컬 AI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B2C 분야에서는 고객이 직접 요금제와 혜택을 설계하는 '초개인화' 서비스를 선보인다. AI 기반 이용 패턴 분석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추천하고 가입부터 고객센터(CS)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화해 고객 경험을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KT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토큰 팩토리(Token Factory)'와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제시했다. 토큰(Token)은 생성형 AI가 질문과 답변을 처리하는 최소 단위이자 과금 기준이다. 최근 GPT 등 생성형 AI 서비스가 월정액에서 사용량 기반 과금 체계로 전환되면서 기업들은 AI 사용량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KT는 여러 AI 모델의 토큰 사용량을 통합 관리하고, 목적에 따라 최적의 AI 모델을 자동 연결하는 '토큰 팩토리'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상원 KT AX사업부문장은 “토큰 팩토리의 핵심은 가장 낮은 비용으로 가장 효율적인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인프라 최적화와 모델 라우팅(Model Routing), AI 에이전트 최적화 기술을 통해 토큰 사용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디지털 금융 플랫폼 사업에도 진출한다. KT는 케이뱅크의 1600만 고객 기반과 BC카드의 350만 가맹점 및 결제·정산 역량, KT의 초저지연·고신뢰 네트워크와 보안 인프라를 결합해 발행부터 보관, 정산, 결제에 이르는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국내 AI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한다. 기존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을 이어가는 동시에 구글, 팔란티어 등 글로벌 AI 기업은 물론 업스테이지, 리벨리온, 솔트룩스 등 국내 AI 기업으로 파트너십을 다변화한다. 이를 통해 고객의 AI 선택권을 넓히고 다양한 AI 모델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태계를 구축해 국내 AI 산업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박 대표는 “국내외 다양한 파트너들과 함께 건강한 AI 생태계를 조성해 KT와 파트너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며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AI 경쟁력 향상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HD현대일렉트릭, 전력인프라 호황 ‘방긋’…올해 수주 목표 ‘8조원’ 상향 조정

HD현대일렉트릭이 글로벌 배전·전력기기 사업 호황에 힘입어 올해 수주 목표를 8조원까지 상향 조정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6일 정정공시를 통해 올해 수주 목표를 기존 42억2000만달러(6조5000억원) 대비 22.8% 증가한 51억8500만달러(8조원)로 변경했다. 이번 수주 목표 상향은 전력변압기, 배전기기, 회전기기 등 주요 제품군의 수주 확대 전망을 반영한 것이라는 게 HD현대일렉트릭 측 설명이다. 앞서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 인프라 수요 확대에 따라 지난 2023년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수주 목표를 상향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전력변압기는 북미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765킬로볼트(kV) 초고압변압기 수요 증가에 힘입어 수주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내년 4월 준공 예정인 HD현대일렉트릭의 북미 생산법인 제2공장 증설을 앞두고 선제적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배전기기는 북미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라 배전변압기 수요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는 추세다. 회전기기 역시 가스터빈 공급 부족으로 데이터센터용 육상발전기 수요가 확대된 점이 이번 수주 목표에 반영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북미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세를 바탕으로 수주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초고압 전력변압기와 배전변압기, 회전기기 등 주요 제품군의 수주 확대 전망을 반영해 2026년 수주 목표를 상향 조정했다"며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기조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우리 올해 2조원 벌 듯”…검찰, 국내 정유사 26조원 ‘유가 담합’ 기소

중동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기에 들어서자, 담합을 통해 유가를 폭등시켰다는 혐의를 받는 국내 정유사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공정거래조사부는 6일 국내 정유시장을 과점하는 4대 정유사(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를 공정거래법위반죄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검찰은 가격 결정을 주도한 HD현대오뱅크 가격결정부서 부서장을 구속하고, 책임매니저·법무실장과 GS칼텍스 국내영업 부문장 등 임직원도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일부 임직원은 지난 2024년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회사의 가격 정책을 결정하기 위해 상호간 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하고 가격 정보를 교환했다. 이후 HD현대오일뱅크·SK에너지 가격결정부서장은 중동 전쟁이 발발한 이후인 지난 3월 상호 합의하에 가격을 대폭 상향하기로 결정했다. SK에너지가 HD현대오일뱅크보다 리터(ℓ)당 30~40원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방식이다. 두 업체간 벌어진 직접 담합 규모는 14조2000억원에 달했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검찰은 앞선 두 업체가 가격을 상향하자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이를 추종함으로써 명시적 담합 합의 없이도 외견상 담합으로 인식되는 이른바 '의식적 병행행위'로 이어졌다고도 설명했다. 이로 인해 국내 정유 시장에서 26조원 규모의 경쟁 제한 효과가 발생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다만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의식적 병행행위는 공정거래법상 형사처벌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아 이번 기소 범위에서 제외됐다. 또한 이 같은 국내 유가 상승 과정에서 일부 정유사의 가격결정부서 대화방에서는 “오늘 가격 100원 더 올린다. 우리 올해 2조 벌 듯", “역시 전쟁으로 먹고사는 회사. 트럼프 만세" 등의 대화도 오갔다고 검찰은 공개했다. 아울러 검찰은 국내 유가 상승 원인으로 지목됐던 '전량구매계약'과 '사후정산제' 관행도 수사를 진행한 결과, 4대 정유사 법인을 모두 기소 조치했다. 검찰은 이들 업체가 자영주유소들과 전량구매계약을 체결한 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하는 가격으로만 석유 전량을 해당 정유사로부터 구입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고 파악했다. 각 주유소들이 가격 비교를 통해 저렴한 유통 경로로 제품을 공급받지 못하도록 불이익을 제공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중소상공인이 감당할 수 없는 거액의 손해배상청구 등을 통해 불합리한 계약구조를 유지·강화해왔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 임원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 실시 정보를 사전 파악하고 조직적으로 관련 증거를 인멸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찰은 이를 주도한 임원 A씨와 B씨를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 등으로 기소했다. 이 밖에 검찰은 정유사 3곳이 산업통상부에 석유제품 공급가를 실제 인상가보다 낮춰 허위 보고한 사실도 확인해 산업부와 추후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등 협력할 방침이다. 검찰은 “담합행위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가를 교란시킨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범행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개선적 마련을 위해 산업부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는 한편, 국가 경제를 교란하는 각종 공정거래사범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성 기자 wn107@ekn.kr

전문가 5인 긴급 제언…“전력·용수, 팹 가동보다 먼저 확보돼야”

삼성과 SK가 반도체·AI 데이터센터·피지컬 AI를 3대 축으로 4000조원 이상을 쏟아붓는 '반도체 메가프로젝트'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려면 전력·용수 등 인프라 선확보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재설계, 반도체 경기 변동에 대비한 속도 조절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6일 나왔다. 막대한 투자 규모보다 먼저 따져야 할 것은 결국 물과 전기라는 데 전문가들의 이견은 없었다. 정상만 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물이 없으면 가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폭염·가뭄·홍수 등 기후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5년 또는 10년 단위 계획을 세워 기후 위기에 대비한 시설을 선제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력 공급 체계에 대해서도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제주처럼 지역에서 자체 생산해 자체 소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도 공통으로 지적됐다. 정 교수는 “AI 및 신규 팹은 전기가 끊어지지 않고 공급돼야 하므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RE100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원자력·수력 등 지속 가능한 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제도 정비보다 원자력 발전소 유치를 반대하는 국민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더 큰 과제"라고 짚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도 “신재생의 간헐적 전력 생산 문제는 원자력이나 LNG 발전소를 보완책으로 삼으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말했다. 공업용수와 관련해 이 교수는 “팹 4개 라인을 가동하려면 하루 60만~80만 톤이 필요한데 해당 지역은 100만 톤까지 대응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면서도 “사전에 철저히 점검해 확실히 가동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프라 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투자 효과가 전후방 산업까지 미칠지는 별개 문제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장 유치와 소부장은 별개 이슈"라며 “반도체 공장이 지방에 지어지면 소부장도 같이 살아날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삼성·SK 등 대기업에는 800조원, 1000조원씩 지원되지만 소부장 지원은 1조원, 2조원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번 메가프로젝트 지원에서 소부장은 사실상 빠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봤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별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실제 SK하이닉스 등에 납품할 R&D 역량을 갖춘 핵심 플레이어는 10개 안팎에 불과하다"며 “클러스터가 커져도 나머지 기업들까지 동반 성장하는 '브로드 베이스'는 불가능한 환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차별적 재원 살포가 아닌 핵심 기술력 기준의 국민성장펀드 및 인센티브로 전략적으로 선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박재근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좌교수)은 지역별 역할 분담론을 제시했다. 그는 “수도권(R&D·칩)-구미(소재·부품)-천안(HBM 패키징)-광주(양산)로 이어지는 철저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화학·가스 등 소재 공장은 환경·안전 규제상 수도권 구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구미를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 소재·부품 전용 거점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학회장은 “정부가 공언한 '용인 클러스터 12년 단축'이 말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여야의 특별 예산 확보와 '원스탑 규제 완화'가 당장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한 뒤 부지를 선정하는 현행 규제를, 환경평가와 부지 선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통합 심사 원스탑 서비스로 바꿔야 한다"며 “아무리 정부가 약속했어도 여야가 국회에서 합의하지 못해 예산 확보가 지연되면 전체 청사진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그 '속도전'의 전제조건이 되는 재원 마련부터가 아직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신 교수는 “정부 국고 지원은 얼마인지, 어떤 형태로 돈을 조달하는지 구체적인 청사진이 아직 안 나와 있다"며 “실제로 돈이 조달될지, 세금 지원은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예산과 인허가가 해결돼 팹이 지어진다 해도, 사람이 실제로 그 지역에 정착하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경 연구위원은 “종합 대책 없이는 주중엔 지방에 살다 주말엔 SRT를 타고 서울로 상경하는 '세종시 출퇴근 현상'이 재현될 뿐"이라며 “지방 이전 기업과 인력에게 가업상속공제 완화, 분양권 특혜 등 기존 규제를 뛰어넘는 파격적인 정주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방 거주자들이 의료·인프라 때문에 결국 서울로 원정 오는 것이 현실"이라며 “대학과 병원이 결합된 종합 도시계획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인력 수급에서 대기업보다 협력사의 어려움을 우려했다. 그는 “대기업은 처우가 좋아 인력 이동을 걱정하지 않지만, 중소·중견기업이 다수인 협력사는 인력 부족이 우려된다"며 “산학협력 모델이나 계약학과 등을 통해 미리 지역과 연계해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교수도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서울에 오지 않아도 되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외국인 인력 제도 개선도 함께 제안했다. 그는 “대학 1~4학년 방학 기간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체험형 단기 인턴십 제도를 대폭 늘리고, 학생비자로 입국했다가 취업비자로 자연스럽게 전환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황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뒤따랐다. 신 교수는 “반도체는 영원히 호황일 수 없으며 가격 급등락이 심한 산업"이라며 “전 세계가 국가전략산업으로 반도체 생산시설 확충에 열을 올리고 있어 공급 과잉으로 향후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무리하게 벌릴 게 아니라 시황을 봐가며 1기·2기·3기·4기 형태로 단계를 쪼개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경 연구위원도 시황 연동 완급 조절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는 장비 가격이 너무 비싸 투자 타이밍으로 좋지 않다"며 “다만 지방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적 명분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흔들고 투자를 강요한다면 한국 경제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 교수 역시 “생산라인을 한꺼번에 다 짓는 것이 아니라 1개 라인을 먼저 짓고 다음 라인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착공을 늦추는 '속도조절'로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신은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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