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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대만 신주와 손잡고 AI·디지털헬스 글로벌 협력 본격화

원주=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원주시가 디지털헬스케어와 인공지능(AI) 융합산업을으로 글로벌 협력 확대에 나선다. 20일 원주시에 따르면 대만 신주시 및 신주과학단지 방문과 국제 전시회 참가를 통해 산업 네트워크 구축과 기업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원주시는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대만 신주시와 신주과학단지를 방문해 AI·디지털헬스케어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방문은 단순 교류를 넘어 공동 프로젝트 발굴과 실증 협력, 기업·대학·기관 간 교류 확대 등 실질적인 협력 기반 마련에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원주시는 25일 개막하는 'AI EXPO Taiwan 2026'에 참가해 'AI 기반 디지털헬스 산업도시, 원주의 전략과 비전'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원주의 디지털헬스 산업 인프라와 AI 융합 전략, WAH 프로젝트 등을 소개하며 글로벌 협력 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은 지난해 12월 대만 디지타임즈(DIGITIMES) 콜리 황 회장의 원주 방문을 계기로 시작됐다. 이후 신주시 및 신주과학단지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협력 논의가 이어졌으며, 이번 방문을 통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갈 전망이다. 신주과학단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 TSMC를 중심으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집적된 대만 핵심 산업 클러스터로, 약 18만 명의 종사자와 8만 명 이상의 고급 인력이 활동하는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평가받는다. 신주시는 최근 원주시를 AI 및 스마트 헬스케어 분야에서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가진 도시로 평가하며 협력에 대한 기대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원주시는 이번 방문을 통해 양 도시 간 협력 의제를 구체화하고 단계별 실행 전략을 마련하는 한편, 지역 기업 수요를 반영한 실질적 성과 창출로 이어지도록 협력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원주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병행 추진된다. (재)원주의료기기산업진흥원은 19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41회 국제의료기기·병원설비전시회(KIMES 2026)'에 강원특별자치도 및 원주시와 함께 강원공동관을 조성해 참가하고 있다. KIMES는 1980년 시작된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전시회로, 중국 CMEF와 두바이 WHX와 함께 아시아 3대 의료기기 전시회로 꼽힌다. 진흥원은 2007년부터 공동관을 운영하며 도내 기업의 국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해 왔다. 이번 전시회에는 도내 26개 기업이 참여해 초음파 수술기, 피부미용기기, AI 기반 의료 솔루션, 스마트 병동 모니터링 시스템, 체형 분석기, 의료용 전극, 고압산소치료기 등 다양한 첨단 제품을 선보인다. 특히 AI 기반 의료 플랫폼과 디지털헬스케어 솔루션 등 ICT 융합 기술이 함께 소개되며 국내외 바이어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기대된다. 원강수 원주시장은 “이번 대만 방문은 교류를 넘어 산업 협력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AI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동훈 원장 직무대행 역시 “KIMES 참가를 통해 강원 의료기기 기업들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널리 알리고, 실질적인 판로 확대와 수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원주시는 중소·제조기업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맞춤형 지원 정책도 추진한다. 시는 '2026년 원주시 중소기업 수출바우처 지원사업'을 통해 해외 마케팅, 바이어 발굴, 해외 전시회 참가, 해외규격 인증 취득 등 기업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선택형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3월부터 9월까지 7개월간 운영되며, 3월 16일부터 4월 3일까지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원주시에 소재한 중소·제조기업으로, 약 19개사를 선정한다. 지원 규모는 최근 3년 평균 수출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100만 달러 이상 기업은 최대 2000만 원, 50만 달러 이상~100만 달러 미만은 최대 1500만 원, 10만 달러 이상~50만 달러 미만은 최대 1000만 원, 10만 달러 미만 기업은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한편 원주시는 이번 대만 방문과 국제 전시회 참가를 계기로 해외 언론과 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AI 디지털헬스 산업도시로서의 위상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에스더 기자 ess003@ekn.kr

[주총시즌] 기아, 2030년까지 전기차 13종 출시…대중화 ‘승부수’

기아가 전동화 대중화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13개의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아는 20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제82기 주주총회를 열고 올해 경영 방향과 핵심 전략을 공유했다. 송호성 사장은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아는 전기차 대중화를 향해 나아갈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제품 개선, 접근성 향상, 공급망 강화의 3가지 핵심 영역에 집중해 대중화 모델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전기차 시장 내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는 올해 3대 핵심 전략으로 △전기차 대중화 전략을 통한 캐즘 극복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를 통한 성장 동력 확보 △지능형 모빌리티 솔루션으로의 진화를 제시했다. 송 사장은 “대중화 핵심 전략의 첫 번째로 오는 2030년까지 총 13개 전기차 모델을 출시해 다양한 고객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라인업을 구축하고, 상품성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초고속 충전소 등 충전 인프라를 확대 구축하고, 기아원 앱, 플러그 앤 차지(Plug & Charge) 2.0 등 고객 경험 측면에서의 접근성 향상을 통해 전기차와 대중 간의 거리를 좁힐 것"이라며 “이와 함께 전기차 개발·생산의 글로벌 허브인 국내 공장은 물론, 유럽·미국·신흥시장 등 각 시장의 특성에 맞춰 생산 거점을 다변화함으로써 공급망을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통해 상품 혁신부터 공급망 강화까지 전반에 걸친 전략을 바탕으로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사장은 PBV 사업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첫 모델 PV5를 시작으로 2027년 PV7, 2029년 PV9으로 모델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화성 이보 플랜트 이스트를 준공한 데 이어 2027년부터는 이보 플랜트 웨스트를 준공해 PV7을 생산할 계획"이라며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오픈 베드, 탑차, 캠핑용 차량 등 다양한 특화 컨버전 모델을 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2027년까지 인공지능(AI) 기반 사용자 경험(UX)과 커넥티비티를 결합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통합된 차세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를 선보이고, 이를 양산 모델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DV의 핵심 기능인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모셔널과 포티투닷과 협업해 핵심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송 사장은 올해 자국 중심주의 강화와 미국 관세에 따른 교역 질서 혼란에도 불구하고 친환경차로의 사업 전환 목표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기아는 이날 주총에서 △전자 주주총회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이사 충실 의무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독립이사제 적용 등을 포함한 안건을 모두 의결했다. 이는 오는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법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오는 25일을 기준일로 1주당 배당금을 6800원으로 결정했다. 아울러 재경본부장인 김승준 전무를 사내이사로, 전찬혁 세스코 대표이사 사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주총시즌] 이영준 롯데 화학군 총괄 “AI·반도체·바이오 연계 미래산업 발굴할 것”

이영준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 사장이 “2030년까지 전체 매출 중 기능성 소재 비중을 60% 이상 확대한다는 목표"라며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바이오, 청정에너지 등 전방 성장산업과 연계해 미래 산업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20일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 제 50기 롯데케미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개회사를 통해 “범용 석유화학 제품 중심에서 벗어나 성장성 있는 스페셜티 중심의 화학 기업으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올해는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와 원료 수급 불안정으로 어려워진 경영 환경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행 사업전환 추진을 마무리하고 범용 비중 줄이며 경쟁력이 약화된 사업은 과감히 합리화할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으로 초기 부담이 예상되지만, EBITDA 내에서 투자하는 등 현금흐름 중심 경영 구조로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사장은 “시장을 압도할 경쟁력은 결국 특별한 기술에서 나온다"며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재구성하고 다양한 산학연 클러스터를 구축해 핵심 기술과 인재를 조기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제50기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상정 안건 모두 원안대로 승인됐다. 정관 변경 안건에서는 사외이사 명칭 변경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변경, 집중투표제 배제 금지 등 상법 개정에 따른 지배구조(거버넌스)와 주주 권익을 강화하기 위한 위한 조항을 정비했다. 사내이사로는 이 사장과 성낙선 재무혁신본부장을 재선임하고, 주우현 첨단소재사업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사외이사로는 손병혁 이사와 오윤 이사를 재선임했다.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최원경 성현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를 신규 선임했다. 오윤 이사는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됐다. 이사 보수한도는 전년 대비 10억원 감소한 100억원으로 책정됐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 기술력 앞세워 전세계 누빈다

현대자동차의 상용차 '엑시언트'가 수소연료전기차 기술력을 품고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우루과이 친환경 물류 구축 프로젝트에 투입될 예정이다. 총 8대의 차량이 올 하반기 본격 가동되는 '카이로스 프로젝트'에 사용된다. 이 프로젝트는 카이로스 컨소시엄이 우루과이에서 진행하는 민간 협력 사업이다. 목재 물류 과정에서 탈탄소화를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수소전기트럭을 도입하고 4.8MW 규모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했다. 현대차가 제공하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총 중량 37.2t 급 트랙터 모델이다. 180kW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했다. 구동모터는 최고출력 350kW의 힘을 낼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물류 운송 과정 탄소 감축을 위한 핵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유럽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스위스,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5개 국가에 총 165대의 수소전기트럭을 공급했다. 2020년 10월 스위스에서 첫 운행을 시작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2024년 6월 누적 주행 거리 1000만km를 돌파했다. 이어 올해 1월에는 2000만km를 넘기며 눈길을 끌었다. 독일·프랑스에서는 슈퍼마켓 체인 물류 등에 활용되고 있다. 스위스·네덜란드·오스트리아에서는 식료품, 음료, 공업 섬유 물류 부문에서 사용되는 중이다. 유럽 국가들은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이 주행 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차는 미래형 친환경 자율주행 화물 운송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작년 10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2025 최고의 발명품'으로 선정했다. 구체적으로는 현대차가 미국 자율주행 상용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플러스AI와 협업해 개발한 모델이다. 수소전기차 플랫폼에 플러스AI의 레벨4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슈퍼 드라이브'를 결합한 게 특징이다. 현대차는 향후 수소 생산부터 운송, 저장, 활용에 이르는 국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관련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발의 사흘 만에 통과된 개보법 개정안…조만간 더 센 규제 온다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오는 9월 전격 시행되는 가운데, 관련 규제가 기업 활동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안이 공포되기까지 충분한 숙의의 과정을 거치지 못한 데다 지나친 징벌적 조항이 기업 활동을 지나치게 옥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다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측은 “그간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경우 피해자는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며 “추가적으로 추진 중인 개정안의 경우에도 빠르게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번갯불 콩 구워먹듯 통과된 개보법 개정안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19일 서울 광화문 D타워에서 열린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 동향과 합리적 제도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개보법 개정으로 도입된 징벌적 과징금 제도는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수 있는 과도한 규제"라며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지우려는 일련의 흐름에 대해 산업계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공포된 개보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해 여러 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세미나는 산업계 입장을 대변하는 인기협과 법무법인 세종이 주최한 행사로, 학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을 비롯해 정부 측에서는 개보위 임종철 서기관이 자리했다. 개정안은 반복되는 대규모 유출 사고에 대응해 비교적 신속하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긴급 입법' 성격을 가졌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개정안은 일주일이 채 안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고, 지난달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10일 개정안을 공포했다. 개정안 시행일은 오는 9월 11일이다. 권 실장은 “개정안이 발의된 지 일주일도 안 돼 법안소위를 통과하면서 산업계는 의견을 개진할 시간조차 없었다"며 “기업에게 중대한 사안들이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통과됐다는 점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보주체를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혹시 분위기에 휩쓸려서 과도하게 진행된 것은 아닌가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피해자냐 가해자냐…정보 유출 기업을 보는 시각 차 개정안에 따르면 중대한 보안 위반을 저지르거나 반복적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기업은 전체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물어야 한다. 또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황을 확인하지 못했더라도 유출 가능성이 있다면 그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이에 더해 정부와 국회는 개보법 2차 개정을 추진 중인데, 현재 국회에 발의된 3건의 개정안은 해킹 사고 등이 발생한 기업은 스스로 무과실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이날 업계와 학계, 법조계 관계자들은 개정안이 정보 유출 기업을 '가해자'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지고 보면 기업은 해커로부터 공격을 받은 '피해 기업'인데, 개정안은 정보를 유출한 '가해 기업'으로 과도한 징벌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권 실장은 “국가 단위나 전문 해커 집단을 배후에 둔 사이버 공격은 날이 갈수록 고도로 진화하고 있으며, 외부의 악의적 공격을 100% 막아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북한이나 해외 해커 집단 등 명백한 불법적 침해 사고에 있어 기업 역시 속수무책으로 당한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절대적인 '무과실 책임'을 지우는 것은 산업계에 대한 지나친 옥죄기"라고 말했다. 계인국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의 강화되는 규제는 처벌과 제재에 집중돼 있다"며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가 단지 기업의 과실이나 관리 소홀만이 아니라 조직적인 외부의 공격과 관련된다는 점을 상기할 때, 과연 이러한 개정 동향이 정보유출을 막는데 적절한가에 대해서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세종의 윤호상 변호사도 “과거에는 그나마 정보 유출 기업을 피해자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했지만 개정안은 가해자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며 “어찌됐건 개정안이 통과가 됐는데 추후에는 기업과 정보 주체가 상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도가 설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개보위 관계자 “책임 소재 명확히 한 것" 다만 업계와 학계, 법조계의 날선 지적에도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정부 측 관계자는 개보법 2차 개정에 대해서도 의지를 명확히 했다. 법정손해배상 요건에서 개인정보처리자의 고의 및 과실 요건을 삭제한 개보법 제 39조2(법정손해배상청구) 개정안은 한정애 의원안과 김용만 의원안, 박범계 의원안 등 총 3건이 발의돼 있다. 임종철 개보위 서기관은 “정보유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개인정보가 유출돼 분명한 피해를 봤는데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보주체인 개인에게 피해 입증의 책임까지 물리는 상황을 이제는 끊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보 유출 기업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 노력을 충분히 했다는 것을 입증하면 된다"며 “의무를 다 했는데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해킹 기법 등으로 불가피하게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는 법원에서 의미 있는 공방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차 개정안의 법안 통과 시점과 관련해서는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법안 소위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며 “지방선거 등의 이벤트가 있다 하더라도 선거 전에 소위는 열리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GS엔텍, 日 신재생에너지 전시회서 ‘해상풍력 역량’ 과시

GS엔텍의 글로벌 해상풍력시장 공략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GS엔텍은 “지난 17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신재생에너지 전시회 '월드 스마트 에너지 위크(World Smart Energy Week) 2026'에 참가해 해상풍력 기술 및 품질 관리 능력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과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월드 스마트 에너지 위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신재생 에너지 전시회로, 올해 행사에 전 세계 67개국 1600여개 기업들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GS엔텍은 해상풍력 하부구조물의 영광낙월 프로젝트 실제 설치 영상과 1/40 축소 모노파일 정밀 모형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세계 1위 해상풍력 기업 네덜란드 Sif와 협업공정 영상을 공개해 세계 수준의 품질관리 능력을 입증했다. 전시회장을 방문한 허철홍 GS엔텍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모노파일 기술력과 영광낙월 프로젝트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을 넘어 일본 해상풍력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파트너가 되겠다"며 일본시장 진출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실제로 GS엔텍은 행사장에서 일본 해상풍력시장의 핵심 사업자들인 일본 주요 상사들과 구체적인 프로젝트 공급 방안을 논의했다. GS엔텍 관계자는 “전시장을 찾은 해외 바이어들이 GS엔텍이 도입한 네덜란드 Sif의 최첨단 자동화 설비와 15메가와트(㎿)급 초대형 모노파일 제작 역량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다. GS엔텍과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의 해상풍력시장은 탄소중립 정책에 힘입어 오는 2030년까지 합산 기준 약 20.5기가와트(GW)(한국 10.5GW, 일본 10GW)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GS엔텍은 울산 용잠공장을 해상풍력사업의 전략기지로 삼고 있다. 약 3000억 원이 투입된 용잠공장은 네덜란드 Sif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독보적인 모노파일 기술을 적용한 생산공장이다. 오는 6월 준공에 이어 연내 양산에 들어가면 연간 15만톤 규모의 모노파일을 공급할 수 있다. GS엔텍은 용잠공장의 15㎿급 초대형 터빈을 지탱할 수 있는 모노파일 제작 능력을 한국과 일본을 통틀어 독보적인 경쟁력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기존 전남 영광 낙월 프로젝트에서 64기 모노파일을 성공적으로 납품한 실적을 보유한 만큼 GS엔텍의 해상풍력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전기차 충전기 늘렸다고 끝인가?…‘사용자 만족’ 갈 길 멀다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가 1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와 사용 경험은 여전히 과도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전기차 충전기 고장과 유지보수 미흡, 충전공간을 둘러싼 주차 갈등 등 이해관계 충돌을 해소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자와 토론자들은 전기차 대중화의 성패를 가를 핵심요소로 '충전 경험 개선'을 꼽으며 사용자 편의성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전기차 및 충전부품 전문업체 이볼루션의 조현민 대표는 “정부는 그동안 충전기 대수 목표 달성에만 집중해 설치를 확대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노후 충전기와 신규 충전기의 운영·관리 문제가 동시에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충전기 설치 확대와 함께 운영 기준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한 조 대표는 노후 충전기 관리와 신규 인프라 확충을 아우를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조 대표는 전기차 충전기 이용 경험을 저해하는 요소로 교체 기준의 불투명성, 신축·구축 아파트 간 인프라 격차 등을 꼽으며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령, 교체 기준 불투명성의 경우 통상 설치 5년 이상 된 충전기를 노후설비로 보고 전기차 충전사업자(CPO)들이 교체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교체가 필요한 설비뿐 아니라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충전기까지 교체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거론했다. 조 대표는 “고장난 충전기를 교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정상적으로 사용 가능한 충전기까지 교체될 경우 기존 100원이던 충전 요금이 200~300원 수준으로 상승해 사용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합리적인 교체 기준을 명확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태봉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교육위원은 오랜된 아파트의 주차시설 한계에 따른 전기차 충전기 설치를 둘러싸고 빚어지는 입주민 간 갈등 문제를 지적했다. 이 위원은 “구축 아파트의 경우 주차장 설치 대수가 충분하지 않은 곳이 많은데 이 경우 입주민들은 기존 주차공간을 전기차가 차지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또 “관리자 입장에서도 법에 따라 일정 비율의 충전기를 설치해야 해 불가피하게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파트 주민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을 소개했다. 아울러 이 위원은 전기차 충전기의 안전 및 유지관리 인프라 문제도 언급했다. 전기차 충전기 유지·관리 책임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운영사와 시공업체 간 책임 공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하자보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위원은 “이용자 과실로 설비가 손상될 경우 관리 주체가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충전기 안전점검 기술 보급이 부족한 데다 아파트 관리 인력 역시 일반 전기 설비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충전기 관련 전문성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발표에 이은 토론에서 패널로 참석한 김정욱 GS차지비 대표는 “국내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빠르게 확대됐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찾기 어렵고, 쓰기 번거롭고, 신뢰하기 어려운 경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충전 인프라 평가는 단순 설치 수량이 아니라 실제 사용 가능 여부와 충전 과정의 직관성, 고장 시 복구 속도, 운영 책임의 명확성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김 대표는 건의했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운전자들이 충전소를 찾았더라도 진입 동선이나 주차 가능 여부, 사용 가능 상태 등 여러 변수가 존재하기에 운전자들은 충전기가 '지금 당장 문제없이 이용 가능한지'를 기준으로 인프라를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향후 정책은 설치 수량 확대를 넘어 노후 설비 교체·개보수 우선순위, 부품 단종 장비 관리 기준 등 운영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이를 통해 이용자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계 패널로 참석한 김종진 현대자동차 EV충전인프라팀장은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은 양적으로 성장했지만 고객이 체감하는 충전 경험은 여전히 과도기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한 뒤 “충전 불편은 단순한 민원을 넘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그 해결 방안으로 정부 지원 방식의 전환 필요성을 강조한 김 팀장은 “현재는 설치 보조금 중심 정책으로 인해 사업자들이 신규 설치에 집중하는 반면 노후 충전기 관리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지는 구조"라며 “설치 예산의 일부를 유지보수 및 운영 지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지원사업으로 고장 충전기를 24시간 이내 수리하거나 콜센터 응대율이 높은 사업자에 운영비를 지원하는 '서비스 품질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 충전 인프라의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김 팀장은 제언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타이어 3사, ‘전기차 대비’ R&D 투자 2년새 44%↑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의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이 2년 전과 비교해 44%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전환 등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모습이다. 19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사는 작년 연결 기준 R&D 비용으로 약 5654억원을 집행했다. 정부보조금을 차감하기 전 금액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 부문을 제외한 타이어 및 기타부문만 계산했다. 2년 전인 2023년에는 이들 회사의 R&D 투자액 합계가 3937억원 수준이었다. 2년만에 1717억원을 추가 투입한 셈이다. 업체별로 보면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3080억원을 썼다. 2023년(2028억원)과 비교하면 52% 가까이 급증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에서 R&D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서 3.0%로 뛰었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1619억원을 R&D에 투입했다. 2년 전(1042억원)과 비교해 55.3% 많아졌다. 매출액 대비 R&D 투입액 비중도 2.58%에서 3.44%로 높아졌다. 넥센타이어의 R&D 비용은 2023년 866억원에서 지난해 955억원으로 10.3% 늘었다. 타이어 3사는 해외 고객사를 적극 발굴하고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며 몸집을 꾸준히 키워왔다. 한국타이어 타이어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10조3186억원이었다. 창사 이래 첫 10조원대 돌파다. 전년과 비교하면 9.6% 성장한 수치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조7013억원을 올렸다. 2024년과 비교해 3.7%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넥센타이어 연결 매출도 12% 늘어난 3조1896억원을 달성했다. 외형이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따라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부문 영업이익은 2024년 1조7622억원에서 작년 1조6843억원으로 4.4% 줄었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5886억원) 대비 2.2% 빠진 5759억원이다. 넥센타이어는 2024년 1721억원에서 지난해 1703억원으로 1% 감소했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등 대외 리스크, 천연고무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이익 개선 폭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에도 타이어 3사가 R&D 비용을 대폭 늘린 것은 미래차 관련 기술 개발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고객사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계' 대신 '전자제품 및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더 좋은 타이어'를 만들면 됐지만 앞으로는 요구되는 역할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신소재 제품을 만들거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타이어에 지능형 센서를 탑재하는 게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업체들의 R&D 동향을 봐도 이같은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물리 정보 신경망 기반 열해석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생성형 AI 기반 드라이버 모델 개발 △차량 온보드 센서 융합 기반 실시간 마모 추정 전자제어장치(ECU) 알고리즘 개발 등 R&D에 신규로 착수했다. 금호타이어는 '스마트 타이어 기반 실차 마모 평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 방침이다. 넥센타이어는 '타이어 트레드 고무 조성물 및 이를 포함하는 타이어' 관련 소재 연구를 지난해 시작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원유 위기 고조…정유업계, 러시아산 등 수입 다변화 ‘발등의 불’

국내 정유업계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사실상 해상길이 막혀버린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 조짐에 '대체 원유'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70% 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통로가 차단되면서 국내 민간 소비용은 물론 산업용 원유의 부족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 다변화 카드의 하나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권 경제제재로 수입이 차단된 러시아산 원유 도입 추진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산 원유는 대러 제재 이전에 국내로 들여온 경험이 있어 정유사들이 단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러 제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전까지 최적의 대안으로 꼽기 어렵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따라서, 아랍에미리트(UAE) 원유 사례처럼 중동 내 대체 수급처와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고심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사실상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자 정유4사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현재 선박에 선적돼 해상에서 운송 중인 러시아산 원유에 한해 지난 12일(현지 시간)부터 1달간 제재를 일시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추가로 대러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타진에 나선 이유는 다른 데서 나는 원유와 비교해 중동산과 성질이 가장 비슷하고 운송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 정유사의 설비 구조는 황 함량이 많고 밀도가 높은 중질유에 해당하는 중동산에 맞춰져 있다. 그간 정제 시설에 투입하던 기존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유종을 찾기 더 용이하다. 한국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이 주도한 대러 제재로 국제 금융 거래가 막히면서 중단됐다.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면 대금을 보내야 하는데, 돈줄이 막히면서 한국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제재 이전에는 국내 정유사들도 러시아에서 원유를 조달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대러제재 이전인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원유 수입의 5.6%를 러시아산이 차지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대러 제재 이전에 정유사들은 필요한 경우 동부 시베리아-태평양(ESPO)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곤 했다"며 “ESPO 원유를 이미 정제 설비에 투입해본 경험이 있어 러시아산 수입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더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조달하는지 여부로 경쟁력이 결정된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추진은 원유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정유4사가 결정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차지해온 중동산이 당장 이달 초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막히면서 수급 상황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중동산 원유가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25일에서 한달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부터 원유 수급이 빠듯해지기 시작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30%가량은 북미를 비롯한 기타 지역에서 수입하고, 청와대가 나서 UAE에서 확보한 원유 2400만톤과 기존 비축유 중 조만간 방출할 2246만톤을 고려하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 관건은 원유 수급 위기를 마주하기 전까지 대러 제재라는 허들을 넘을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러 제재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데다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따른 지정학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현재 기준으로는 해상 운송 또는 선적된 물량에 한정돼 있어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가능하려면 추가 조치가 내려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대러 금융제재를 해제하거나 제재 주체인 미국과 EU의 설득을 이끌어낸 뒤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검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에너지 위기 극복, 국민 협조도 필요하다

선박이 통과하는 좌우 폭의 실제 길이가 3㎞에 불과한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사태'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초기인 이달 초까지만 해도 2주 정도면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란의 거센 반격에 따른 전쟁 장기화 흐름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사태도 길어지면서 원유를 비롯한 주요 국제 원자재의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동발 원유 운반선이 다음주까지만 들어오는 상황에 급기야 우리 정부와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나서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2400만톤을 긴급 확보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석유화학(석화)업계도 나프타 수급 차질에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 가능성을 고객사에 알리고 있으며,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했다. 석화사들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은 산업용 소재로 안 쓰이는 데가 없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생산원가를 자극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생각지 못한 데서도 중동발 불씨가 튀고 있다.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 쓰이는 헬륨의 절반 가까이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조선사들은 선박 용접을 위해 에틸렌을 가져다 쓰고 있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가뜩이나 1400원대 후반에 고착화된 고환율에 원유수급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까지 가중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원유 수급 차질의 직격타를 받는 석유제품의 생산비가 6.3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화학제품과 고무·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비용 증가폭은 각각 1.59%, 0.46%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원유 수급 등 현안을 한국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고,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수호를 위한 군사지원을 요구하는 '다국적 해법'도 현재까지 호응이 적다는 점이다. 그만큼 원유 수급 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경제와 기업에 피해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걱정을 했던 때처럼 한국도 '혹독한 쇼크'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주유소 휘발유·경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넘어 비축유 방출, 대체원유 물량 확보, 차량 5부제 등 정부의 비상대책 못지 않게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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