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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프트한자, 영광과 오욕의 창립 100주년…“나치 부역 ‘흑역사’도 직시, 숨기지 않겠다”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은 유럽 최대이자 독일 대표 항공사 루프트한자(Lufthansa)가 1세기 역사의 영광뿐만 아니라 나치 정권에 부역했던 '흑역사'까지 정면으로 마주하겠다고 선언했다. 루프트한자는 100년의 역사를 기념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대대적인 캠페인에 돌입한다. 4일 루프트한자는 오는 6일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다고 밝혔다. 루프트한자의 전신인 '1대 루프트한자'는 1926년 1월 6일 융커스 항공(Junkers Luftverkehr)과 독일 에어로 로이드(Deutsche Aero Lloyd)의 합병으로 탄생했으며, 같은 해 4월 6일 첫 비행을 시작했다. 루프트한자의 100년사는 도전과 중단, 그리고 새로운 시작으로 점철된 세계 항공사의 축소판이다. 1926년 설립 이후 국제 항공 운송의 기틀을 다졌으나 나치 정권 시절 정권의 일부로 편입되어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어두운 역사도 갖고 있다. 루프트한자는 이번 100주년을 단순한 축하의 장이 아닌 과오를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루프트한자 관계자는 “창립 100주년을 기회 삼아 나치 시대에 루프트한자가 관여했던 활동을 역사적 연구를 통해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더 깊이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역사를 전후 시기로만 한정 짓지 않고 1926년 창립부터 1대 루프트한자가 몰락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루프트한자 역사의 일부임을 분명히 한다"며 과오를 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루프트한자는 1945년 2차 대전 종전과 함께 해산됐다가 1953년 '2대 루프트한자'가 재설립되면서 현재의 법적 기틀을 마련했고 1955년 운항을 재개하며 전후 독일 부흥과 함께 성장해왔다. 과거에 대한 성찰을 바탕으로 루프트한자는 '우리는 여정 그 자체(We are the Journey)'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새로운 100년을 향한 캠페인을 시작한다. 이는 지난 1세기 동안 루프트한자와 함께해 준 승객과 임직원, 그리고 브랜드 팬들이 공유해온 여정을 의미한다. 루프트한자 그룹은 현재 전 세계 122개국 출신 4만 명의 브랜드 직원과 160개국 이상 10만 명의 그룹 임직원이 근무하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루프트한자는 이들의 헌신과 고객의 신뢰가 없었다면 100년의 역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기념 사업의 일환으로 루프트한자 그룹 격납고(Hangar One)에서 영구 전시회가 열리며 역사서 발간, 기념 영상 공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일 년 내내 이어진다. 1월부터는 탑승권·공항·기내 등 고객 접점 곳곳에 '100 Years of Lufthansa' 엠블럼이 적용된다. 창립 1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도장이 적용된 여객기도 전 세계 하늘을 누빈다. 루프트한자는 주력 기종인 에어버스 △A380 △A350-1000 △A350-900 △A320 △보잉 747-8 등 총 6대의 항공기에 100주년 기념 도장을 입힌다. 기념비적인 기단을 이끌 선두 주자는 787-9 '베를린(등록 기호 D-ABPU)' 호다. 지난 연말 미국 보잉 공장에서 인도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한 이 항공기는 조만간 정기편에 투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루프트한자는 전통과 진보를 결합한 두 가지 형태의 '레트로 도장' 항공기도 선보인다. 1918년 오토 피를레가 디자인한 상징적인 '두루미(Crane)' 로고를 활용한 레트로 항공기들은 항공 팬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며 전 세계 하늘을 누빌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방중 사절단 합류 포스코, ‘소재 공급망’ 물꼬 틀까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면서 철강 등 소재산업에서 중국과 공급망 협력을 모색하는 역할을 맡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한국의 철강 수출 3위 국가이자 세계 광물 공급망에서 큰 생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4일 재계·철강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4일부터 오는 7일까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대통령 방중에는 국내 4대 그룹 회장들을 포함해 우리 기업인 200여명 규모의 경제사절단도 동행해 한·중 양국의 '민간외교' 역할을 할 예정이다. 이번 방중 경제사절단에 합류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해 8월 이 대통령 방미(訪美) 경제사절단에는 포함되지 않았는데, 당시 미국이 50%의 철강 관세 부과 방침을 굽히지 않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됐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를 사업 포트폴리오의 두 핵심 축으로 둔 만큼 중국과 공급망 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철강 분야에서는 지주회사 1곳과 철강 생산법인 3곳, 합작회사 2곳을 두고 있다. 다만, 포스코장가항불수강유한공사과 청도포항불수강유한공사 등 스테인리스 스틸 생산 법인 2곳은 지난해 매각하기로 결정됐다. 양극재 생산법인 1곳도 두고 있다. 중국은 한국 철강사들 입장에서 미국 못지 않게 철강제품을 많이 수출하는 국가 중 하나다. 철강제품의 대중 무역수지가 적자를 나타내지만, 철강사들이 중국을 전략적으로 여전히 중요한 시장 중 하나로 보는 이유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한국의 철강제품 대중(對中) 수출 금액은 25억4927만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철강수출의 9.2%로 미국(32억6873만달러), 일본(31억661만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전체 수출의 60%가량은 냉연강판과 아연도강판, 주철, 합금철이다. 반대로 수입 금액은 85억7987만달러로 전체의 50.5%를 차지했다.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에 고율 관세 같은 무역 제재를 가하다가 유예하는 배경에도 희토류에 관한 한 중국 공급망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중국은 갈륨과 텅스텐, 흑연, 규소 같은 핵심광물의 해외 공급량 절반 이상을 생산한다. 희토류 같이 자원 매장량이 중국에 쏠려 있기도 하지만, 정·제련 같은 생산 공정이 중국을 앞설 나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최근 텅스텐 같은 핵심 광물을 자원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철강 분야는 중국 정부가 철강 제품에 대한 수출 허가제가 올해부터 시행하면서 저가재 유입에 따른 부담이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선철·철스크랩 같은 원료부터 빌릿·슬라브 등의 반제품, 열·냉연강판이나 도금강판 같은 완성품까지 300여개의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수출 관리 대상으로 둔다. 부가가치가 낮은 철강제품의 수출을 억제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우리 제조기업들이 북미시장 공략만을 보면 탈중국 소재·부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기에 미국이나 캐나다, 멕시코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식으로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그 밖의 아시아나 유럽, 중동, 아프리카 같은 지역의 시장의 중요성도 크기 때문에 중국이 공급망 우위를 차지하는 분야에서 주요 그룹들이 협력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미리 보는 CES 2026] 삼성·SK·LG 등 ‘코리아 초격차 AI’ 위상 과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 산업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이 오는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다. 해마다 혁신기술 트렌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CES는 올해도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인류와 기업에 미래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할 전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CES를 관통하는 최대 화두는 단연 AI다. 다만, 생성형 AI가 처음 대중의 주목을 받았던 초기 단계와 달리 CES 2026은 AI 기술의 '상용화'와 '일상 침투' 수준을 가늠하는 무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제품과 서비스에 어떻게 적용되고, 안정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확보했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난해 'AI의 기술화' 관점이 올해 'AI의 대중화'로 전환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를 '보여주는 기술'이 아닌 실제 생활 속에서 작동하는 기술로 구현한 스마트홈 전략과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AI가 바꾸는 미래 일상'의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LVCC)가 아닌 윈 호텔에 마련한 단독 전시관에서 4일(현지시간) '더 퍼스트룩(The First Look)' 행사를 열고 AI 중심의 차세대 비전을 공개한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X 부문장)을 비롯해 용석우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 김철기 DA사업부장(부사장)이 무대에 올라 사업 부문별 고객 경험 혁신 전략을 소개할 예정이다. 업계 최대 규모인 약 1400평으로 꾸려진 전시장은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라는 비전을 구현하기 위해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와 서비스가 AI로 연결되는 'AI 리빙 플랫폼' 형태로 구성된다. 기존 전시의 틀을 깨고 전 제품과 서비스를 AI로 연결하는 차별화된 AI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AI가 조화를 이루는 '초연결 생태계'를 구현한다. LG전자는 CES 개막에 앞서 5일(현지시간) 글로벌 프레스 콘퍼런스 'LG 월드 프리미어(LG World Premiere)'를 열고 '당신에게 맞춘 혁신'을 주제로 LG전자의 혁신 전략과 비전을 공개한다. 류재철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집 안과 모빌리티, 상업용 공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제품과 솔루션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사용자를 중심으로 맞춰지고, 일상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공감지능(Affectionate Intelligence)의 진화를 소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그간 기술적 관점에서 논의되던 AI의 지향점을 'AI로 고객을 배려하고 공감하며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기술'로 재정의해 왔다. 특히 이번 CES에서는 '가사 노동의 자동화'를 전면에 내세우며 홈 로봇 'LG 클로이드'를 공개해 기대를 모은다. LG전자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가사노동 자동화 등 미래 스마트홈 비전)' 구현을 위한 노력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아울러 사용자 상황을 인식·학습하는 대화형 AI 기반 프리미엄 가전 등 공감지능이 적용된 제품들도 전시한다. AI 기술의 상용화가 본격화되면서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와 핵심 부품의 존재감도 한층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고객 대상 프라이빗 부스를 마련하고 AI 데이터센터, 온디바이스 AI, 피지컬 AI에 이르는 전방위 AI 반도체 통합 솔루션을 소개한다. 삼성전자는 양자컴퓨팅 시대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평가받는 양자보안 칩 'S3SSE2A'를 전시한다. 이 제품은 CES 주관사 소비자기술협회(CTA)가 선정하는 CES 혁신상을 2개 분야에서 수상했다. 업계 최초로 개발된 차세대 모바일 D램 LPDDR6과 AI 컴퓨팅 시스템에 최적화된 5세대 기반 SSD 'PM9E1'도 공개될 예정이다.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 분야에서는 업계 최초로 탈부착이 가능한 차량용 SSD를 선보인다. 아울러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4)와 '제2의 HBM'으로 불리는 LPDDR 기반 서버용 메모리 모듈 'SOCAMM2'도 전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베네시안 엑스포에 고객용 전시관을 열고 차세대 AI 메모리 솔루션을 공개한다. 그동안 SK그룹 공동 전시관과 고객용 전시관을 병행 운영해왔으나, 이번 CES에서는 고객용 전시관에 집중해 고객사와의 기술적 소통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전시관에는 HBM을 비롯한 최신 AI용 메모리와 AI에 최적화된 범용 메모리 제품, 차세대 AI 메모리 시스템 솔루션이 전시된다. 부품 기업들도 AI향 고신뢰 부품 수요 확대 흐름에 발맞춰 이번 CES를 기술 경쟁력과 고객사 확대의 기회로 삼는다. 삼성전기는 AI 반도체와 서버의 핵심 부품으로 평가받는 실리콘 커패시터를 비롯해 AI 서버용·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AI 가속기용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등을 소개한다. LG이노텍은 인공지능 정의 차량(ADV) 시대를 겨냥해 로봇과 자율주행차, 산업용 기기에 적용되는 카메라 모듈과 센서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번 CES에서 최초 공개되는 '차세대 언더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차세대 UDC)이 눈길을 끈다. 차세대 UDC는 차량 계기판 뒤에 탑재돼 운전자를 모니터링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번 CES 키워드로 '로봇'에 맞췄다. 행사기간에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oftware Defined Factory, SDF) 개념을 전세계와 공유하면서 AI 로보틱스 생태계 확장 전략을 발표한다. 또한, 로봇 자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동식 아틀라스'를 처음으로 실물 시연하고,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계열사들이 함께 모여 LVCC 웨스트홀에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각사의 기술 경쟁력을 선보인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AI 확산에 따른 기술 경쟁이 이어진다. 삼성디스플레이는 AI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의 결합이 가져올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주제로 고객사 대상 프라이빗 전시를 진행한다. 태블릿, 노트북, 모니터 등 IT용 OLED 신제품을 대거 공개하고, 성능이 한층 강화된 TV용 퀀텀닷(QD)-OLED를 최초로 선보일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부터 중형, 차량용에 이르는 OLED 풀 포트폴리오를 공개한다. 특히 OLED TV 패널에 적용되는 AI 업스케일링 기술 확산에 맞춰 고휘도·고명암비·고주사율을 구현한 최첨단 패널 기술 '프라이머리 RGB 탠덤 2.0'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한다. 이밖에 HL그룹도 HL만도의 '로봇 관절 액추에이터'를 비롯해 HL로보틱스 '캐리', HL디앤아이한라 '디봇픽스' 등 휴머노이드뿐만 아니라 산업 서비스 로봇을 총출동해 공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CES 2026은 AI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실제 산업과 일상 속으로 얼마나 깊이 들어왔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라며 “가전과 IT, 반도체를 아우르는 국내 기업들의 종합적인 기술 경쟁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우주청, 9495억원 들여 ‘K-스페이스’ 띄운다…궤도 수송선·성층권 드론 개발 착수

우주항공청(KASA)이 2026년 'K-스페이스' 시대를 열기 위해 약 95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입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궤도 수송선' 개발과 성층권 드론, 우주 제조 플랫폼 등 도전적인 신규 사업이 대거 추진된다. 4일 우주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도 우주항공청 연구개발사업 종합시행계획'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획에 따르면 2026년 우주청의 R&D 예산은 총 9495억 원으로, 지난해 9086억 원 대비 약 4.5%(410억 원) 증가했다. 이는 우주청 전체 예산(1조1201억 원)에서 기본 경비 등을 제외한 수치로, '우리 기술로 K-스페이스 도전'이라는 국정 과제 이행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대폭 반영됐다. 우주청은 우선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산업 생태계, 이른바 '뉴 스페이스' 전환을 가속화한다. 이를 위해 민간 기업이 개발한 발사체 엔진을 상시 테스트할 수 있는 '엔진 연소 시험 시설' 구축(10억 원)에 신규 착수한다. 그간 민간 기업들이 겪었던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해 기술 실증과 사업화를 돕겠다는 취지다. 또한 우주항공 역량의 중추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과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 등 직할 연구기관의 임무 수행 역량을 강화(1913억 원)하고, 우주기술 혁신 인재 양성(30억 원)과 국가 우주상황 인식시스템(K-SSA) 구축(40억 원) 등 기반 조성에도 힘을 쏟는다. 우주 수송 부문에서는 기존 누리호와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이어가는 동시에, 우주 궤도 간 이동을 가능케 할 '궤도수송선' 개발에 나선다. 우주청은 누리호 반복 발사를 통한 신뢰성 제고와 민간 기술 이전을 지속하는 한편, 차세대 발사체 개발(1204억 원)에 속도를 낸다. 특히 올해 신규 사업으로 '궤도수송선 비행모델 개발 및 실증(30억 원)'을 포함시켰다. 궤도수송선은 발사체로 쏘아 올린 위성을 목표 궤도까지 옮겨주는 일종의 '우주 택배' 역할을 하는 핵심 기술로, 국내 발사체의 임무 다각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위성 분야에서는 국가 안보와 산업 활용을 위한 체계 고도화가 추진된다. 초소형 위성 군집 시스템(33억 원)·정지 궤도 공공 복합 통신 위성(176억 원) 등 기존 사업과 더불어 '다목적 실용 위성 8호 개발(188억 원)'과 '초고해상도 광학 위성 핵심 기술 개발(62억 원)'이 신규로 진행된다. 우주 탐사 분야에서는 달 탐사 2단계(달 착륙선 개발) 사업에 809억 원을 투입해 독자적인 달 표면 탐사 능력을 확보한다. 또한 우주 공간에서의 제조 기술을 실증하기 위한 '우주 소형 무인 제조 플랫폼 실증(30억 원)' 사업도 새롭게 시작한다. 항공 분야에서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고고도 무인기 시장 공략을 위해 '임무 수요 기반 성층권 드론 실증 플랫폼 개발(80억 원)'에 착수하며, 친환경 항공 모빌리티를 위한 전기-터빈 하이브리드 추진 시스템 선행 개발(60억 원) 등도 추진한다. 우주청 관계자는 “이번 시행계획을 통해 정책·산업 기반과 핵심 임무 기술을 유기적으로 연계할 것"이라며 “우주항공 분야의 기술 자립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민간 주도의 우주 경제 전환을 실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주청은 확정된 시행 계획에 따른 신규 사업 및 과제별 추진 일정을 5일부터 홈 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삼성, 사내 핵심 기술 전문가 ‘2026 삼성 명장’ 17명 선정

삼성은 △제조기술 △설비 △품질 △인프라 △금형 △구매 △계측 등 핵심 기술분야 전문가들을 '2026 삼성 명장'으로 선발했다고 4일 밝혔다. 올해 선정된 삼성 명장은 총 17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관계사별로는 삼성전자 12명, 삼성디스플레이 2명, 삼성SDI 1명, 삼성전기 1명, 삼성중공업 1명이 각각 뽑혔다. 삼성은 명장 제도를 통해 본인의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장인 수준의 숙련도와 노하우를 갖추고 리더십을 겸비한 인재를 선정해 사내 최고의 전문가로 인증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삼성 명장 제도를 운영했으며 명장 선정 분야와 명장 제도 도입 계열사를 확대해왔다. 명장으로 선정된 직원들은 △격려금 △명장 수당 △정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삼성시니어트랙' 우선 선발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삼성은 지금까지 총 86명의 명장을 선정했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도 최고 수준의 기술전문가 육성에 힘쓰는 한편 국제기능경기대회, 전국기능경기대회 후원 등을 지속해 국가 산업 생태계 강화에도 기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김한성의 AI시대] 2026년, AI 거버넌스는 통제가 아니라 공존의 기술이다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인공지능(AI)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보고서를 대신 써주고, 상담을 도와주며, 복잡한 판단을 정리해 주는 일은 이미 일상속으로 들어왔다. 그런데도 2026년을 막들어선 지금, AI 논의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는데 우리가 AI를 대하는 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요한 질문은 의의로 간단하다. “AI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AI와 우리는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라는 것이다. AI는 인간처럼 말한다. 질문을 이해하고, 맥락을 읽고, 때로는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한 답을 내놓는다. 이런 점에서 AI는 우리와 매우 가깝다. 그러나 동시에 AI는 의도를 갖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 스스로 목적을 세우지 않고, 결과에 대해 도덕적 판단을 하지도 않는다. 이 점에서 AI는 분명히 우리와 다르다. 이 '가깝지만 다른 존재'라는 특성 때문에 AI는 늘 두 가지 극단 사이를 오간다. 너무 믿어서 모든 판단을 맡기거나, 반대로 아무 책임 없는 도구처럼 써버리는 것이다. 이 모순을 이해하지 못하면, AI에 대한 논의는 낙관과 공포를 오가는 감정 싸움에 머물수 밖에 없다. 이제 이 문제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지점에서 뜻밖의 인물이 떠오른다. 침팬지 연구로 유명한 제인 구달이다. 침팬지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 도구를 사용하고, 무리를 이루고 나름의 사회적 위계도 갖으며, 배운 행동을 서로에게 전한다. 기쁨과 분노 같은 감정도 분명히 드러낸다. 멀리서 보면 인간과 꽤 닮아 보인다. 그러나 침팬지는 인간이 아니다. 추상적이고 명문화된 법적 체계를 갖지 못하며, 행동에 대한 '자기 성찰적 책임'도 지지도 않는다. 제인 구달의 중요한 통찰은 바로 이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는 침팬지를 인간처럼 대하지도 않았고, 단순한 실험 대상으로 취급하지도 않았다. 대신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자율성). 언제 개입해야 하는가 (책임). 얼마만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가 (존중). 여기서 핵심은 통제냐 방임이 아니었다. 침팬지를 “객체'가 아닌 '주체'로 대우하며 관계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였다. 제인 구달의 질문은 우리가 AI를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넘어 '자율성을 가진 에이전트'를 설계할 때 반드시 답해야 하는 질문들과 맞닿아 있다. 이 관점에서 각국의 AI 정책을 바라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보인다. 한국, EU, 미국, 중국, 일본의 접근 방식은 제각각이다. 규제의 강도도, 표현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모두 닮아 있다. 어느 나라도 AI를 그냥 놔두지 않으며, 그렇다고 사람과 똑같이 취급하지도 않는다. 자율성과 영향력을 인정하되, 규칙과 책임의 틀 안에 두려 한다. 한국은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를 중심으로 AI를 국정 차원의 문제로 다룬다. 기술, 산업뿐 아니라 윤리와 안전을 함께 논의하고 조정하며, AI를 단순한 기술정책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관계 문제로 바라본다. EU는 AI 법을 통해 고위험 AI에 대한 책임과 감독을 명확히 한다. 인간의 개입과 기록을 요구함으로써, AI와 인간 사이의 경계를 법으로 그어 놓는다. 미국은 표준과 안전 기준, 인프라 투자를 통해 AI를 국가운영 능력의 일부로 흡수하여. 강한 단일 규제보다는 실질적 관리에 초점을 둔다. 한편 중국은 등록과 책임을 통해 AI를 예측 가능한 질서 안에 두려한다. 일본은 강한 규제 보다는 가이드라인과 사회적 합의를 통해 AI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한다. 이들 정책은 방식은 달라도 결국 같은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답이다. “이 가깝지만 다른 존재를 사회 안에서 어디에 둘 것인가?" 각국의 AI 거버넌스는 제인 구달의 태도를 각자의 제도와 문화로 옮겨놓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 흐름 속에서 AI와 공존하기 위한 원칙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첫째, AI를 사람처럼 대하기 보다 명확한 역할을 맡겨야 한다. 둘째, 결과만 보지 말고 왜 그런 판단이 나왔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셋째, 스스로 움직이는 기능이 강할수록 승인과 기록은 더 분명해야 한다. 넷째, AI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정확도보다 책임질 수 있는 구조인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 원칙들은 AI를 두려워하자는 말도, 무작정 믿자는 말도 아니다. AI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거리와 질서를 정하자는 제안이다. 결국 AI 거버넌스란 기술을 얼마나 세게 붙잡아 둘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오래전부터 '자신과 닮았지만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오며 익혀 온 방식을, 오늘의 기술 환경에 맞추어 다시 다듬는 과정에 가깝다. AI는 스스로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라기보다, 우리가 타자와 어떤 거리에서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비추는 거울이다. 그래서 2026년의 AI 논의는 새로운 기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사회가 언제나 반복해 온 '공존의 질문'을 다시 한번 눈앞에 펼쳐 보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김한성

2030년 신차 2대 중 1대는 ‘전기·수소차’…기후부, 보급 목표 50% 못 박았다

오는 2030년부터 국내 자동차 제조·수입사는 판매하는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와 수소차 등 무공해차로 채워야 한다. 정부가 제조사의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단계적으로 상향해 2030년에는 50%까지 끌어올리기로 사실상 확정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간 저공해 자동차·무공해 자동차 보급 목표 고시' 개정 작업을 마치고 이달 중 최종 고시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완성차 업체에 부과하는 친환경차 판매 의무 비율을 대폭 강화하는 데 있다. 연간 일정 규모 이상의 차량을 판매하는 제조·수입사는 '저공해차 보급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데 기준선이 △2026년 28% △2027년 32% △2028년 36% △2029년 43% △2030년 50%로 설정됐다. 특히 2029년부터는 규제 강도가 한층 세진다. 2028년까지는 연간 판매량 10만 대 이상인 대형 판매자와 2만~10만 대 미만인 중형 판매자에게 차등 목표를 적용하지만, 2029년부터는 이러한 구분이 사라진다. 또한 전기·수소차(제1종 저공해차)와 하이브리드(제2종 저공해차)를 구분하던 별도 목표치도 없어진다. 다만 실적 산정 시 하이브리드는 1대당 0.3대, 플러그 인 하이브리드(PHEV)는 0.4대(무공해 주행거리 50km 이상)로 환산 인정 비율이 낮게 책정된다. 따라서 2030년 목표치인 50%를 맞추기 위해서는 사실상 판매량의 대부분을 전기·수소차로 채워야 하는 구조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제조사에는 강력한 페널티가 부과된다. 미달성 차량 대수에 따라 부과되는 '기여금'은 현재 대당 150만 원 수준에서 2028년부터는 300만 원으로 2배 뛴다. 여기에 해당 제조사의 전기차에 지급되는 구매 보조금까지 삭감되는 이중 제재를 받게 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대중화의 걸림돌이었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을 일부 극복하며 연간 20만 대 판매를 넘겼음에도 여전히 신차 중 전기차 비중은 13.5%(수소차 포함 시 15% 미만)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현재 10%대인 비중을 불과 4~5년 안에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기후부 측은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규제 속도를 조절했다는 입장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당초 계획보다 전동화 전환 속도를 고려해 중소 규모 판매자에 대한 차등 적용 기간을 2028년까지로 1년 연장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용 실적 인정 제도도 2027년까지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조사 간 실적 거래(크레딧 거래)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어 실제 기여금을 납부하는 사례는 2020년 제도 시행 이후 전무하다"며 과도한 우려를 일축했다. 하지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강화된 목표치가 단순한 경영 압박을 넘어 막대한 재무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어 향후 제도 시행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제네시스, 출범 10년 만에 ‘글로벌 150만대’ 금자탑…G80·SUV 라인업이 성장 견인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출범 10년 만에 전 세계 누적 판매 150만 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국산차 최초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시작해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4일 제네시스에 따르면 브랜드가 공식 출범한 2015년 이후 지난해 11월까지의 글로벌 누적 판매량은 총 151만 368대로 집계됐다. 2015년 11월 국산차의 고급화를 선언하며 EQ900(해외명 G90)과 함께 출범한 제네시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출범 5년 6개월 만인 2021년 5월 누적 판매 50만 대를 넘어선 데 이어 2년 후인 2023년 8월 100만 대 고지를 밟았다. 이후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50만 대를 추가하며 '150만 대 클럽'에 입성했다. 연간 판매 실적도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2021년 20만 1415대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연간 20만 대 벽을 넘었고, 2022년 21만 5128대, 2023년 22만 5189대, 2024년 22만 9532대로 매년 기록을 경신해왔다. 지난 1월부터 11월까지의 누적 판매량은 20만 878대로 전년 동기 대비 약 5% 감소했으나, 질적 성장은 더욱 두드러졌다. 전체 판매량 중 해외 판매 비중이 기존 43%에서 46%로 확대되며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네시스의 성장을 견인한 일등 공신은 단연 대표 세단 'G80'이다. G80은 지난달까지 총 50만 1517대가 판매되며 제네시스 차종 중 최초로 단일 모델 누적 50만 대 기록을 세웠다. SUV 라인업의 약진도 돋보인다. 중형 SUV GV70이 33만 7457대, 준대형 SUV GV80이 32만 2214대의 누적 판매고를 올리며 G80과 함께 강력한 '삼각편대'를 구축했다. 이들 3개 차종의 판매량은 제네시스 전체 실적의 77%에 달한다. 제네시스는 이 같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브랜드 외연 확장과 전동화 전환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는 고성능 전기차 'GV60 마그마'를 공개하며 럭셔리를 넘어 고성능 영역으로의 확장을 선언했다. GV60 마그마는 최대 토크 790Nm, 최고 속도 264km/h의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며, 미국 유력 매체로부터 '최고의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선정되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아울러 제네시스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와 하이브리드 모델 도입을 예고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글로벌 연간 판매량을 35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반도체 왕의 귀환”…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사상 첫 20조 돌파 ‘초읽기’

삼성전자가 '반도체 겨울'을 끝내고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범용 D램 가격의 기록적인 폭등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의 기술력 입증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7일 또는 8일 2025년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약 18조9930억 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IBK투자증권은 영업이익이 21조746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는 등 시장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 중 반도체(DS) 부문에서만 약 16조 원 이상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는 전 분기 약 7조 원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번 '어닝 서프라이즈'의 일등 공신은 역설적이게도 최첨단 칩이 아닌 '범용 메모리'다. AI 서버용 고성능 메모리인 HBM 생산에 라인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구형 제품인 범용 D램(DDR4)의 공급이 줄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인 DDR4 8GB의 고정 거래 가격은 2024년 말 1.35달러에서 지난해 말 9.3달러로 1년 새 무려 6.9배나 급등했다. DDR4 가격이 9달러를 넘어선 것은 2016년 이후 처음이다.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가격 역시 같은 기간 2.76배 오르며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3사 중 가장 큰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이러한 가격 상승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미래 먹거리인 HBM 시장에서도 기술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자존심 회복에 나섰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엔비디아와 브로드컴 등 주요 고객사로부터 6세대 HBM인 'HBM4'의 시스템 인 패키지(SiP)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HBM4는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탑재될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HBM4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올해를 기점으로 시장 점유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대폭 줄인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H200 칩을 대량 주문하면서 여기에 탑재되는 HBM3E(5세대) 수요가 늘어난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 100조 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경영진 역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에서 “HBM4가 고객들에게 '삼성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받으며 차별화된 성능 경쟁력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작년의 성과는 기술 리더십 복원을 위한 초석"이라며 “메모리부터 파운드리, 선단 패키징까지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원스톱 솔루션' 기업으로서 AI 시대를 주도해 나가자"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전자, ‘가사 해방’ 홈로봇 ‘LG 클로이드’ CES서 첫 선…요리·세탁·청소 보조 수행

LG전자가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완전한 해방을 의미하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 비전을 실현할 핵심 병기로 양팔 달린 홈로봇을 전격 공개한다. LG전자는 오는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홈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개되는 LG 클로이드는 주행형 로봇을 넘어 사용자의 스케줄과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지하고 가전 제품을 제어하며 직접 가사일가지 수행하는 'AI 집사' 역할을 맡는다. 이는 “가사 해방을 통해 삶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LG전자의 가전 사업 목표가 구체화된 결과물이다. LG 클로이드는 거주자의 일상을 세밀하게 케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 전날 설정된 식단에 맞춰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고 오븐에 빵을 넣어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 거주자가 외출할 때는 차 키나 필요한 물품을 챙겨주기도 한다. 외출 후에는 세탁 바구니에서 빨래를 꺼내 세탁기에 넣고, 건조된 수건을 개켜 정리하는 등 고난도 가사 업무를 수행한다. 로봇청소기가 작동할 때 바닥의 장애물을 치워주는 협업 기능도 갖췄다. 이러한 복합적인 동작은 LG전자가 자체 개발한 시각 언어 모델(VLM)과 시각 언어 행동(VLA) 기술 덕분에 가능하다. VLM이 시각 정보를 언어로 해석해 상황을 이해하면, VLA가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수립해 실행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수만 시간 이상의 가사 작업 데이터를 학습시켜 로봇의 판단력을 높였다.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인간의 신체 구조를 모사하면서도 실용성을 극대화한 폼팩터가 적용됐다. 클로이드의 양팔은 어깨, 팔꿈치, 손목 등 총 7가지 구동 자유도(DoF)를 갖춰 사람의 팔과 유사한 움직임을 구현한다. 5개의 손가락 역시 개별 관절로 움직여 섬세한 작업이 가능하다. 이동 방식은 이족 보행 대신 안정성이 입증된 휠(바퀴)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을 채택했다. 키 높이는 105cm에서 143cm까지 조절 가능하며, 무게 중심을 낮춰 어린이나 반려동물과 충돌해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로봇의 머리 부분은 이동형 AI 홈 허브 'LG Q9'의 역할을 수행한다. 탑재된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음성 기반 생성형 AI를 통해 사용자와 언어 및 표정으로 교감하며 정서적 케어 기능까지 제공한다. LG전자는 이번 CES에서 로봇 완제품뿐만 아니라 핵심 부품 경쟁력도 과시한다. 로봇용 액추에이터 신규 브랜드인 'LG 액추에이터 악시움(LG Actuator AXIUM)'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액추에이터는 모터, 드라이버, 감속기 등을 결합한 모듈로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로봇 제조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피지컬 AI' 시대의 핵심 후방 산업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세탁기(AI DD모터), 청소기 등 가전 사업에서 축적한 세계 최고 수준의 모터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량화·고효율·고토크를 구현한 액추에이터를 통해 급성장하는 로봇 부품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조직개편에서 HS사업본부 산하에 'HS로보틱스 연구소'를 신설하기도 했다. 백승태 LG전자 HS사업본부장(부사장)은 “인간과 교감하며 깊이 이해해 최적화된 가사 노동을 제공하는 홈로봇 'LG 클로이드'를 통해 '제로 레이버 홈' 비전을 향한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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