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경영능력 평가-구광모 ②] 전장서 증명한 ‘원LG’…AI·로봇도 돈 벌 수 있을까](http://www.ekn.kr/mnt/thum/202610/news-p.v1.20261027.7ef0ab8c8b64412db727de628b4b72f4_T1.png)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 후 보여준 첫 번째 경영 판단은 적자사업을 정리하는 '선택'이었다. 두 번째 시험은 그 자리에 인공지능(AI)과 전장, 로봇, 바이오 등 새로운 성장축을 세우는 '집중'이다. 1편에서 살펴본 구 회장 체제의 재무 성적은 계열사마다 달랐다. LG전자는 수익성이 개선됐지만 LG화학과 LG디스플레이는 취임 전보다 부진했다. 스마트폰과 태양광 패널 등 한계사업에서 철수한 결정은 성과로 볼 수 있지만, 그룹 전체가 고수익 사업구조로 전환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구 회장의 다음 성적표는 철수로 확보한 자본과 인력을 어디에 배치했고, 그 투자가 실제 매출과 현금으로 돌아오고 있는지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 챗GPT보다 먼저 만든 AI연구원…비용 절감은 시작됐다 LG가 미래 성장 분야로 제시한 'ABC'는 AI와 바이오, 클린테크를 의미한다. 이 가운데 사업 적용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분야는 AI다. LG는 생성형 AI가 대중화되기 전인 2020년 LG AI연구원을 설립했다. 이듬해에는 국내 최초의 멀티모달 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을 공개했다. 외부의 범용 모델에만 의존하지 않고 그룹 자체 AI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한 것은 구 회장 체제의 장기투자로 평가할 만하다. 최근에는 엑사원을 연구용 모델에서 제조·금융·바이오 등에 적용하는 단계로 옮기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패널 설계에 AI를 활용해 약 한 달 걸리던 작업을 8시간으로 줄였다. OLED 제조공정에서는 이상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AI 생산체계를 구축해 품질 개선 기간을 평균 3주에서 이틀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추산한 비용 개선 효과는 연간 2000억원 이상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유전자 변이 가능성을 예측하는 '엑사원 패스'를 개발했다. 신약 후보 물질 탐색과 임상 개발에 AI를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구 회장은 올해 사장단 회의에서 AI를 단순한 생산성 향상 도구가 아니라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기술로 규정했다. 계열사별로 분산된 AI 활용을 그룹 차원의 사업모델로 발전시키라는 주문이다. 다만 내부 비용 절감과 외부 수익 창출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엑사원이 LG 계열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외부 기업의 선택을 받고 반복 매출을 만들어야 독립적인 성장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한 AI업계 관계자는 “LG가 생성형 AI 열풍 이전부터 자체 연구역량을 축적한 것은 장기적인 경영 판단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는 모델의 기술적 우수성보다 제조·바이오·가전에서 얼마나 생산성과 외부 매출을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전장 매출 11조원…'원LG'가 먼저 돈 번 곳 구 회장 체제에서 수익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간 미래 사업은 자동차 전장이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2025년 매출 11조원을 넘어섰다. 전장 수주잔고는 약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휴대전화 사업에서 철수한 대신 자동차 안의 디스플레이와 통신, 소프트웨어, 전기차 구동장치에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한 것이다. LG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와 텔레매틱스, 전기차 구동부품을 담당한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LG이노텍은 카메라와 센싱 모듈,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를 공급한다. 각 계열사의 제품을 묶어 완성차업체에 통합 솔루션으로 제안하는 것이 '원LG' 전략이다. LG 계열사 경영진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대상으로 공동 기술행사를 열며 인포테인먼트부터 디스플레이, 센서, 배터리까지 함께 소개하고 있다. LG전자는 글로벌 완성차 판매량 상위 10개 업체 가운데 도요타와 폭스바겐, 현대자동차·기아, GM, 스텔란티스, 포드, 혼다, 닛산 등 8곳과 거래 관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전장사업이 개별 부품 공급을 넘어 세계 주요 완성차업체의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의미다. 다만 수주잔고가 곧바로 이익을 뜻하지는 않는다. 자동차 부품은 수주부터 양산과 매출 인식까지 장기간이 걸리고 완성차업체의 가격 인하 요구도 강하다. 구 회장의 투자 성과를 평가하려면 수주 규모뿐 아니라 전장사업의 영업이익률과 현금흐름, 투자자본수익률이 안정적으로 높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 로봇 두뇌부터 관절·배터리까지…두 번째 '원LG' LG가 전장 다음으로 계열사 역량을 결집하는 분야는 피지컬 AI와 로봇이다. LG는 로봇 완제품 한 종류에 승부를 걸기보다 두뇌와 센서, 관절 구동장치, 배터리, 운영시스템을 함께 공급하는 전략을 택했다. LG전자는 가전사업에서 축적한 모터 기술을 활용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 사업에 진출했다.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에는 엔비디아의 칩과 로봇 훈련 플랫폼, 구글의 생성형 AI를 적용해 집 안 상황과 사용자의 지시를 이해하도록 했다. LG이노텍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로봇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센싱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휴머노이드에 적용할 수 있는 원통형·전고체 배터리를 준비 중이다. LG CNS는 제조·물류 현장에 투입될 로봇의 훈련과 운영을 맡는다. 미국 로봇 AI 기업 스킬드AI 등에 투자하고, HD현대로보틱스와는 조선소 품질검사에 휴머노이드를 적용하는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을 기반으로 로봇이 사람의 언어와 주변 상황을 이해하도록 하는 두뇌 개발에 참여한다. 가전에서 확보한 생활 데이터와 국내외 공장에서 쌓은 제조 데이터는 LG만의 강점이 될 수 있다. 계열사별 기술이 실제로 결합된다면 로봇 부품부터 AI와 운영서비스까지 공급하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상당수 사업은 투자와 공동개발, 개념검증 단계다. 어느 계열사가 사업을 총괄하고 투자비와 수익을 어떻게 나눌지도 명확해져야 한다. 여러 기술을 보유했다는 사실만으로 '원LG'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 냉각·전력·운영 묶은 AIDC…해외 수주로 확장 AI 데이터센터(AIDC)도 계열사 간 결합이 가능한 시장이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 서버의 열을 낮추는 냉각설비와 안정적인 전력공급, 에너지저장장치, 구축·운영 시스템의 수요가 함께 증가한다. LG는 LG전자의 냉각시스템, LG유플러스와 LG CNS의 설계·구축·운영 역량, LG에너지솔루션의 전력저장장치를 묶어 통합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개별 제품을 납품하는 데서 벗어나 데이터센터 구축부터 운영까지 참여하겠다는 전략이다. 동남아시아에서는 사업화도 시작됐다.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LG CNS 등은 인도네시아에서 약 1000억원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수주했다. 수도권에서는 2027년 완공을 목표로 200MW 규모의 파주 AI 데이터센터 구축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계열사 공동 AIDC 기술행사를 열었다. 전장 분야에서 활용한 공동 영업 방식을 데이터센터 시장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AI 데이터센터는 글로벌 장비·클라우드 기업과 냉각·전력 전문업체가 동시에 경쟁하는 시장이다. 국내 계열사끼리 기술을 묶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대규모 수주를 반복적으로 확보해야 경쟁력이 입증된다. ◇ 'ABC' 가운데 성적표 나온 것은 전장뿐 구 회장이 추진한 미래 사업 가운데 현재까지 가장 분명한 숫자를 보여준 분야는 전장이다. AI는 계열사의 생산성과 비용 개선으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로봇과 AI 데이터센터는 외부 기업과의 협력 및 초기 수주 단계에 진입했다. 바이오는 신약 개발 특성상 투자 회수까지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배터리 역시 LG의 핵심 성장축이지만 전기차 수요 둔화와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을 함께 안고 있다. LG화학의 석유화학 부진과 LG디스플레이의 수익성 회복도 미래 사업에 투입할 자금 여력을 좌우할 변수다. 따라서 계열사별 기술을 모두 나열하는 것보다 실제 매출과 이익, 현금흐름으로 연결되는지를 공통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협약 체결이나 시제품 공개, 투자 발표를 사업 성과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구 회장 체제의 LG는 스마트폰과 태양광에서 철수한 뒤 전장과 AI, 로봇, 데이터센터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전장에서는 계열사 기술을 묶어 고객과 매출을 확보하는 '원LG' 방식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전장에서 먼저 나타난 성과를 AI와 로봇, 데이터센터에서도 재현하는 것이다. 적자사업을 정리한 '선택'이 구 회장 경영의 첫 번째 성과였다면, 선택한 사업을 독립적인 수익원으로 키우는 '집중'이 두 번째 평가 기준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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