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타이어 3사, ‘전기차 대비’ R&D 투자 2년새 44%↑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등 국내 타이어 3사의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이 2년 전과 비교해 44%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전환 등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 새로운 소재를 적용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모습이다. 19일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사는 작년 연결 기준 R&D 비용으로 약 5654억원을 집행했다. 정부보조금을 차감하기 전 금액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 부문을 제외한 타이어 및 기타부문만 계산했다. 2년 전인 2023년에는 이들 회사의 R&D 투자액 합계가 3937억원 수준이었다. 2년만에 1717억원을 추가 투입한 셈이다. 업체별로 보면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3080억원을 썼다. 2023년(2028억원)과 비교하면 52% 가까이 급증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에서 R&D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3%에서 3.0%로 뛰었다. 금호타이어는 작년 1619억원을 R&D에 투입했다. 2년 전(1042억원)과 비교해 55.3% 많아졌다. 매출액 대비 R&D 투입액 비중도 2.58%에서 3.44%로 높아졌다. 넥센타이어의 R&D 비용은 2023년 866억원에서 지난해 955억원으로 10.3% 늘었다. 타이어 3사는 해외 고객사를 적극 발굴하고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하며 몸집을 꾸준히 키워왔다. 한국타이어 타이어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10조3186억원이었다. 창사 이래 첫 10조원대 돌파다. 전년과 비교하면 9.6% 성장한 수치다.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4조7013억원을 올렸다. 2024년과 비교해 3.7% 늘어난 금액이다. 같은 기간 넥센타이어 연결 매출도 12% 늘어난 3조1896억원을 달성했다. 외형이 커졌지만 영업이익은 따라 올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의 타이어 부문 영업이익은 2024년 1조7622억원에서 작년 1조6843억원으로 4.4% 줄었다. 금호타이어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5886억원) 대비 2.2% 빠진 5759억원이다. 넥센타이어는 2024년 1721억원에서 지난해 1703억원으로 1% 감소했다. 미국의 반덤핑 관세 부과 등 대외 리스크, 천연고무 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이익 개선 폭을 제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에도 타이어 3사가 R&D 비용을 대폭 늘린 것은 미래차 관련 기술 개발을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주요 고객사인 자동차 제조사들이 '기계' 대신 '전자제품 및 서비스'를 만드는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단순히 '더 좋은 타이어'를 만들면 됐지만 앞으로는 요구되는 역할도 바뀔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신소재 제품을 만들거나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타이어에 지능형 센서를 탑재하는 게 게 대표적인 사례다. 업체들의 R&D 동향을 봐도 이같은 맥락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물리 정보 신경망 기반 열해석 인공지능(AI) 모델 개발 △생성형 AI 기반 드라이버 모델 개발 △차량 온보드 센서 융합 기반 실시간 마모 추정 전자제어장치(ECU) 알고리즘 개발 등 R&D에 신규로 착수했다. 금호타이어는 '스마트 타이어 기반 실차 마모 평가 모니터링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 방침이다. 넥센타이어는 '타이어 트레드 고무 조성물 및 이를 포함하는 타이어' 관련 소재 연구를 지난해 시작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원유 위기 고조…정유업계, 러시아산 등 수입 다변화 ‘발등의 불’

국내 정유업계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사실상 해상길이 막혀버린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 조짐에 '대체 원유' 확보에 눈을 돌리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의 70% 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통로가 차단되면서 국내 민간 소비용은 물론 산업용 원유의 부족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원유 수입 다변화 카드의 하나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권 경제제재로 수입이 차단된 러시아산 원유 도입 추진을 정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러시아산 원유는 대러 제재 이전에 국내로 들여온 경험이 있어 정유사들이 단기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러 제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전까지 최적의 대안으로 꼽기 어렵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다. 따라서, 아랍에미리트(UAE) 원유 사례처럼 중동 내 대체 수급처와 경로를 확보하기 위한 고심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1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부는 사실상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지자 정유4사와 함께 러시아산 원유 수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현재 선박에 선적돼 해상에서 운송 중인 러시아산 원유에 한해 지난 12일(현지 시간)부터 1달간 제재를 일시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추가로 대러 제재가 완화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타진에 나선 이유는 다른 데서 나는 원유와 비교해 중동산과 성질이 가장 비슷하고 운송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한국 정유사의 설비 구조는 황 함량이 많고 밀도가 높은 중질유에 해당하는 중동산에 맞춰져 있다. 그간 정제 시설에 투입하던 기존 중동산 원유를 대체할 유종을 찾기 더 용이하다. 한국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지난 2022년 3월 미국과 EU 등 서방 국가들이 주도한 대러 제재로 국제 금융 거래가 막히면서 중단됐다.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면 대금을 보내야 하는데, 돈줄이 막히면서 한국 정유사들의 러시아산 원유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제재 이전에는 국내 정유사들도 러시아에서 원유를 조달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대러제재 이전인 2021년 기준으로 전체 원유 수입의 5.6%를 러시아산이 차지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대러 제재 이전에 정유사들은 필요한 경우 동부 시베리아-태평양(ESPO) 파이프라인을 이용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곤 했다"며 “ESPO 원유를 이미 정제 설비에 투입해본 경험이 있어 러시아산 수입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더 낮은 가격에 안정적으로 원유를 조달하는지 여부로 경쟁력이 결정된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 추진은 원유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정유4사가 결정하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차지해온 중동산이 당장 이달 초부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막히면서 수급 상황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중동산 원유가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25일에서 한달가량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말이나 다음달부터 원유 수급이 빠듯해지기 시작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30%가량은 북미를 비롯한 기타 지역에서 수입하고, 청와대가 나서 UAE에서 확보한 원유 2400만톤과 기존 비축유 중 조만간 방출할 2246만톤을 고려하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 관건은 원유 수급 위기를 마주하기 전까지 대러 제재라는 허들을 넘을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러 제재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데다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에 따른 지정학적 부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현재 기준으로는 해상 운송 또는 선적된 물량에 한정돼 있어 한국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이 가능하려면 추가 조치가 내려져야 하는 상황"이라며 “근본적으로 대러 금융제재를 해제하거나 제재 주체인 미국과 EU의 설득을 이끌어낸 뒤에 러시아산 원유 수입 검토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에너지 위기 극복, 국민 협조도 필요하다

선박이 통과하는 좌우 폭의 실제 길이가 3㎞에 불과한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의 '사실상 봉쇄사태'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공급망을 뒤흔들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발발 초기인 이달 초까지만 해도 2주 정도면 끝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이란의 거센 반격에 따른 전쟁 장기화 흐름과 맞물려 호르무즈 해협 봉쇄사태도 길어지면서 원유를 비롯한 주요 국제 원자재의 수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중동발 원유 운반선이 다음주까지만 들어오는 상황에 급기야 우리 정부와 정유사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가 나서 아랍에미리트(UAE)산 원유 2400만톤을 긴급 확보할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석유화학(석화)업계도 나프타 수급 차질에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 가능성을 고객사에 알리고 있으며,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했다. 석화사들이 생산하는 플라스틱은 산업용 소재로 안 쓰이는 데가 없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생산원가를 자극할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생각지 못한 데서도 중동발 불씨가 튀고 있다.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 쓰이는 헬륨의 절반 가까이를 카타르에 의존하고, 조선사들은 선박 용접을 위해 에틸렌을 가져다 쓰고 있어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가뜩이나 1400원대 후반에 고착화된 고환율에 원유수급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에 상승 압력까지 가중됐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1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원유 수급 차질의 직격타를 받는 석유제품의 생산비가 6.30%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화학제품과 고무·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비용 증가폭은 각각 1.59%, 0.46%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나 원유 수급 등 현안을 한국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고, 미국이 한국 등 동맹국을 향해 호르무즈 해협 수호를 위한 군사지원을 요구하는 '다국적 해법'도 현재까지 호응이 적다는 점이다. 그만큼 원유 수급 위기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경제와 기업에 피해를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국가들이 액화천연가스(LNG) 수급 걱정을 했던 때처럼 한국도 '혹독한 쇼크'를 맞이할 지도 모른다. 주유소 휘발유·경유 최고가격제 시행을 넘어 비축유 방출, 대체원유 물량 확보, 차량 5부제 등 정부의 비상대책 못지 않게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홈플러스 악재’ MBK vs ‘경제 안보’ 고려아연…국민연금 펜 끝에 달린 운명의 주총

오는 3월 24일 열리는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투기적 사모 펀드의 행보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과 국가 핵심 광물 공급망 안보라는 거대한 명분이 정면으로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의 사활을 건 표 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자본시장의 시선은 사실상 승부의 키를 쥔 국민연금의 입을 향하고 있다. 이번 주총의 최대 이슈는 '이사회 구성'이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연합은 신규 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 등을 담은 주주 제안을 던지며 이사회 장악을 향한 맹공을 펼치고 있다. 표면적인 지분 구조만 놓고 보면 MBK·영풍 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업계가 추산하는 이들의 의결권 지분은 약 41~42% 수준으로 최윤범 회장을 비롯한 고려아연 현 경영진의 우호 지분을 다소 앞서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기관 투자자들의 표심이 온전히 MBK 측으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변수는 바로 MBK의 '홈플러스 사태'다. MBK가 대주주로 있는 홈플러스가 극심한 경영 악화와 기업 회생 절차 위기 등 사회적 파장의 중심에 서면서 MBK의 경영 능력과 자본 운용 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MBK 펀드에 막대한 자금을 출자한 국민연금마저 투자금 손실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며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투자한 자본을 까먹고 있는 사모펀드의 손을 국민연금이 다시 들어줄 명분이 있느냐는 회의론이 자본시장 안팎에서 제기되는 이유다. 비판의 목소리는 여의도 정치권과 시민사회로 번지며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다. MBK의 행보를 '약탈적 사모펀드'로 규정하며 국민연금의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의 엄격한 이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황명선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회의에서 “국민연금은 기득권 세력의 방패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자산을 지키는 공적 수탁자"라며 “국민이 땀 흘려 번 돈이 투기 자본의 자금줄이 되어서는 안 되며, 약탈적 사모펀드와의 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러한 정치권의 기류는 국민연금의 이번 의결권 행사는 물론, 향후 MBK에 대한 추가 펀드 출자 여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세에 몰린 듯했던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미국 제련소 건설' 등 핵심 광물 공급망 투자 전략의 연속성을 내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다.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테네시주 대규모 제련소 프로젝트는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과 미국의 경제안보를 잇는 핵심 고리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전략 과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적 가치는 앞선 법원의 가처분 판결에서도 힘을 얻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를 “미국의 핵심광물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한미 간 협력 강화, 안정적인 글로벌 수요처 확보를 목적으로 추진된 거래"라고 명시하며 그 정당성을 인정했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사모펀드가 이사회를 장악할 경우 이처럼 중장기적 호흡이 필수적인 국가 기간산업의 전략적 투자가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따라서 이번 주총은 연기금의 책임 투자 원칙과 기간산업 보호라는 두 가지 무거운 과제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예정이어서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치열하고 중요한 표 대결로 기록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수치상으로는 MBK와 영풍 측이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투기 자본의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반감과 국가 경제안보라는 변수가 어느 때보다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결국 국민연금이 단기적 지분 구도가 아닌, 어떤 명분과 잣대로 의결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고려아연의 최종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같은 강도에도 더 가볍고…1200℃ 화염 10분 이상 견뎌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이 AI와 모빌리티 등 첨단 제품을 구현할 소재로 부상하고 있다. 범용 플라스틱과 달리 생산 비용이 높더라도 고강도, 내열성과 경량성 구현이 용이해 금속 재질을 대체하면서 무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움직임과 구조를 모방한 휴머노이드부터 열폭주 현상을 막아야 하는 배터리까지 미래 산업을 현실 세계에서 구현한 것이 대표적이다. 석화사들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경쟁력을 강화해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전환해 나가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18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산업에서 요구하는 특성과 물성을 구현한 고분자 탄소화합물로 정의된다. 쉽게 보면 철 같은 금속 재료를 대체할 정도로 강도와 내구성 등이 우수하면서도 플라스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무게가 가볍고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소재라고 설명할 수 있다. 20세기 초에 개발돼 처음 선보인 플라스틱은 동식물이나 광물 등 자연에서 나오는 여러 소재를 대체해왔다. 나프타 등 원료가 풍부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일상생활부터 대형 공장에 이르기까지 쓰임새가 다양하다. 탄소와 수소의 화합물로 구성되는 원유가 고갈되지 않는 한 플라스틱으로 갖가지 소재를 뽑아낼 수 있다.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염화비닐(PVC), 합성고무 같이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는 범용 소재가 대표적인 예다. 플라스틱이 널리 쓰인 이유는 대량 생산 뿐만 아니라 경량성과 성형성 때문이다. 탄소는 전자가 4개이기 때문에 탄소 간의 결합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거나 산소나 질소, 염소 등 다른 원소나 작용기와 결합해 다양한 물성을 만들어낸다. 탄소를 죽 연결한 선형 고분자나 고리 형태를 띠는 방향족 고분자를 등 형태도 다양하다. 이 같은 특성이 모양 변형의 제약을 최소화하고 더 가벼운 소재를 구현하는 데 기여했다. 단점은 강도다. 긴 탄화수소 고분자가 서로 얽혀 어느 정도의 강도를 구현하지만 철강재 같은 수준에는 못미친다. 내열성도 섭씨 100도(℃) 내외로, 주변에 불이 났을 때 고열을 잘 견딘다고 보긴 어렵다. 불이 나도 내부가 타면 안되는 지하철처럼 유리 섬유나 탄소 섬유를 섞어 강도와 내열성을 강화한 내열 플라스틱도 있지만 플라스틱 자체는 강하지 않다. 가벼운 무게와 가공하기 쉬운 성형성이라는 장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널리 쓰이는 것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불리기 위해 갖춰야 하는 최소한의 강도 성능은 최소 대략 50메가파스칼(MPa) 수준이다. 고강도 콘크리트가 견디는 압축 강도와 비슷하다. 탄소 배열이나 첨가 물질 등으로 철강재 수준의 수백MPa 강도를 구현하기도 한다. 탄소는 배열 구조에 따라 흑연부터 다이아몬드, 탄소섬유까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최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사람의 행동을 흉내내려면 사람이 가진 뼈대 구조와 최대한 비슷한 형태를 구현해야 한다. 그런데 인간의 뼈가 튼튼하다고 해서 철강재 등 금속처럼 무겁지는 않은 데다 인간의 관절이 구조와 소재 모두 복잡해 휴머노이드 개발자들은 철강재가 아닌 다른 소재를 찾게 됐다. 금속을 안 쓰거나 최소한으로만 쓰고, 고강도·내열성과 경량성·유연성을 모두 강화한 고기능성 플라스틱으로 빈 자리를 대체하는 식이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석화기업들이 자동차와 항공·우주, 로봇 제조에 쓸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내·외장재와 뼈대, 탑재 배터리 등 곳곳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적용해 기동성과 내구성을 갖추려는 수요자들에 석화사들이 발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소재로도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이달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와 관련한 시상식 '인터배터리 어워즈'에서 열폭주 지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SFB) 소재로 상을 받았다. 불이 나면 표면이 세라믹처럼 단단해져 열과 화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준다. 1200도가 넘는 조건에서 화염을 10분 이상 견디는 내열 성능을 확보했다. 그동안 배터리에 적용한 난연 플라스틱은 배터리 열폭주 현상을 늦춰주는 정도로 근본적인 화재 확산 차단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 반면 LG화학이 개발한 SFB는 고열 속에서도 쉽게 뚫리지 않기 때문에 특정 배터리 셀이나 모듈에서 발생한 화재가 옆에 있는 셀·모듈에 붙으며 피해가 커지는 문제를 막기 쉽게 해준다는 것이 LG화학 설명이다. 무게와 크기를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이는 것이 배터리 설계의 주안점이므로 SFB의 쓰임새가 전기차 등 최신 모빌리티 중심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11일 전시 현장에 있던 LG화학 관계자는 “LG화학의 SFB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라는 특성 때문에 배터리 내·외장재의 두께를 줄이고 여러 형태에 대응이 가능하다"며 “전기차 전체의 무게를 줄이고 차체 설계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AMD에도 HBM4 공급”…삼성전자 ‘파운드리 반등’ 빨라진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수년간 이어진 부진을 딛고 반등의 실마리를 잡고 있다.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 주요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 확대 움직임에 더해 AMD까지 잠재 고객으로 거론되면서 '적자의 늪'에 빠졌던 비메모리 사업이 구조적 전환점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재도약 흐름은 올해 들어 뚜렷해지고 있다. 우선, 지난 17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6'에서 엔비디아는 추론 특화 인공지능(AI) 가속기인 '그록 3 언어처리장치(LPU)'를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와 협력 부분을 특별히 언급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삼성이 우리를 위해 '그록3 LPU' 칩을 제조하고 있다"며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 파운드리가 기존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넘어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생산까지 맡으며 협력 범위를 확대했음을 의미한다. 삼성 파운드리는 올해 3분기 그록3를 출하할 계획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GTC 현장에서 “현재 평택사업장에서 4나노(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으로 그록3를 생산하고 있다"며 “올해 예상보다 많은 주문이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 규모의 AI6 자율주행 칩 수주를 확보한 바 있다. AI6은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SD) 기능 고도화는 물론 로봇·AI 모델 운용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차세대 고성능 칩이다. 여기에 AMD까지 가세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한층 커지고 있다. 테슬라·엔비디아에 이어 AMD까지 더해질 경우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 포트폴리오는 급격히 다변화될 전망이다. 리사 수 AMD CEO는 지난 18일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해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 등 경영진과 차세대 AI 메모리 및 컴퓨팅 기술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실무 차원의 합의를 마친 수 CEO는 이후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이동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을 갖고 AI 반도체 전반에 걸친 '빅테크 동맹'의 깊이를 더했다. 양사는 그동안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축으로 협력관계를 이어왔다. 삼성전자는 AMD에 HBM3E(5세대) 12단 제품을 공급 중이다. HBM 시장 주도권 강화를 노리는 삼성과 AI 가속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꾀하는 AMD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데 따른 영향이다. 차세대 제품인 HBM4(6세대)에서도 양사는 협업을 지속한다. 삼성전자는 “AMD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4 우선 공급업체로 지정됐다"며 “AMD의 차세대 AI 가속기 'Instinct MI455X' GPU에 HBM4를 본격 탑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수 CEO의 이번 방문은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최근 글로벌 빅테크를 상대로 선단 공정 수주를 확대하는 가운데, AMD까지 고객사로 확보할 경우 사업 기반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AMD의 차세대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협력에 대해서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삼성 파운드리는 매 분기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며 '아픈 손가락'으로 불려왔다. 첨단 공정에서의 수율 문제와 주요 고객사 이탈, 그리고 대만 TSMC에 비해 열위에 놓인 시장 지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실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TSMC의 독주 체제가 굳건한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69.9%로 1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 삼성은 2위(7.2%)를 유지했지만 양사 간 점유율 격차는 2024년 55%포인트에서 지난해 62.7%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 흐름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TSMC의 생산라인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고객사들이 높은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특정 파운드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전략이 확산되면서 삼성전자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빅테크 업체들의 주문형반도체(ASIC) 출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TSMC 선단공정 공급 부족이 지속되며 삼성 파운드리로의 주문 분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3나노 공정을 세계 최초로 도입한 데 이어 차세대 2나노 공정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은 기술 경쟁력 측면에서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고객사 확보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약점으로 지적돼온 수율 역시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수주 확대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런 상황 속 AMD까지 고객사로 확보할 경우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AMD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AI 가속기를 아우르는 핵심 반도체 기업으로, 첨단 공정 수요가 높은 대표 고객사로 꼽힌다. 삼성전자가 AMD 물량을 유치할 경우 단순한 매출 확대를 넘어 기술력과 신뢰도를 동시에 입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이 빠르면 올 하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업황 부진과 초기 투자 부담으로 이어진 적자 구조에서 벗어나, AI 반도체 수요 확대와 신규 고객 확보가 맞물리며 실적·기술·고객이 동시에 개선되는 변곡점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최주선 삼성SDI 대표 “특허 경영 강화…기술 리더십 확보 총력”

최주선 삼성SDI 대표이사가 기술 리더십 유지를 위해 특허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18일 서울 강남구 엘레에나 호텔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 대표는 “당사 기술 보호에 최선을 다해 업계 최고 수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각형, 전고체 배터리 등 핵심 기술에 대한 특허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삼성SDI가 내세우고 있는 특허 침해 대응 기조를 재차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산업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6'에서 주용락 연구소장(부사장)은 “각형 관련 특허 침해나 기술 도용에 대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국내외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각형 및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면서 삼성SDI가 특허 침해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기술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후발 경쟁업체들을 상대로 공개적인 경고 메시지를 보냄으로써 특허 침해를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SDI는 주주총회에서 올해 하반기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제시했다. 최 대표는 “AI 분야 등 전방 산업 확대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성장세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단기 실적 개선뿐 아니라 중장기 성장 기반 확보에도 집중하겠다"며 리튬인산철(LFP) 및 미드니켈(Mid-Ni) 제품 준비, 초고출력·초경량 소형 배터리 개발, 반도체 패키징 소재 및 OLED 소재 개발 등 사업별 주요 전략을 소개했다. 또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는 물론 로봇용 등으로 수주를 다변화해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차세대 기술과 관련해서는 “전고체 배터리는 내년 양산을 목표로 휴머노이드와 전기차 등에 공급을 추진 중"이라며 “나트륨 배터리는 무정전전원장치(UPS) 적용을 검토하고 있고 리튬메탈 배터리 역시 선제적으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각형, 전고체 등 핵심 배터리 기술의 특허를 지속적으로 발굴·강화해 업계 최고 수준의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며 특허 경영 강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선임(사외이사 윤종원, 사내이사 오재균)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이미경, 유승원)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윤종원)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 6개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이 가운데 '정관 일부 변경의 건'에서는 최근 상법 개정안 취지를 선제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조문을 일부 정비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고객정보 유출 1년 SKT, ‘신뢰 회복’ 혁신경영 전환

국내 1위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SKT)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1주년을 앞두고그동안 보안체계 재정비와 대규모 고객 보상에 치중했던 사업 방향을 '고객 신뢰 회복'으로 전환해 주력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18일 SK텔레콤은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고객가치 혁신활동 계획'을 주제로 설명회를 열고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위한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제시했다. 이혜연 SKT 고객가치혁신실장은 “고객의 신뢰는 SKT가 존재하는 이유"라며 “올해 고객과의 현장 중심 소통을 대대적으로 확대하여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답을 모든 접점 채널과 상품·서비스에 반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회복 넘어 혁신" 강조한 SKT SKT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5월 고객신뢰위원회를 발족하고 외부에서 영입한 위원들과 함께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 왔다. 지난해 말에는 고객가치혁신실 산하에 고객경험(CX) 조직을 신설해 신뢰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짰다. CX 조직은 다양한 채널에서 고객과 직접 소통해 수요를 분석하고, 서비스 등 개선점을 제안하며, 고객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 실장은 “위원회에서 나온 공통된 의견은 SKT가 '회복'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SKT를 재설계할지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이었다"며 “회복을 넘은 혁신을 위해서는 먼저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 SKT, 영업익 41% 빠지고 점유율도 40% 아래로 앞서 SKT는 지난해 4월 18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음을 인지하고 즉각적인 후속 대응에 나섰다. 관계기관에 즉각 신고하는 한편, 불법 유심 복제 차단 기준을 최고 수준으로 강화하며 보안 체계 재정비에 힘썼다. 또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유심 무상 교체와 고객 보상안 시행에 나서면서 분주하게 대응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가장 먼저 드러난 결과는 점유율로, 지난 2024년 기준 40.6%였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38.8%로 주저앉았다. 그사이 경쟁사인 KT는 23.7%, LG유플러스 19.5%로 전년대비 점유율이 모두 올랐다. 사건의 여파는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SKT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대비 4.7% 감소한 17조992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1.1% 감소한 1조732억원을 기록했다. 점유율과 실적 타격은 과기정통부로부터 영업정지 50일이라는 행정지도를 받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실장은 “고객가치혁신을 위한 우리의 노력이 점유율이나 실적에 얼마만큼 반영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도 “일단은 고객들에게 진정성을 보여드리고 필요한 부분을 채워드리는 역할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정재현 CEO까지 현장 목소리 듣는다 SKT는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찾아가는 서비스'를 올해 전국 71개군으로 확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찾아가는 서비스'는 온오프라인 접근성이 낮은 격오지를 찾아 고객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장에서는 휴대전화 필름 교체를 비롯해 보안 교육, 통신 및 인공지능(AI) 상담 등이 다채롭게 이루어진다. 특히 올해는 정재현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의 현장 방문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40년 이상 초장기 고객, 2040 세대 고객, 청소년 고객 등 다양한 고객군의 특성을 반영해 맞춤형 고객 신뢰 강화 활동도 추진한다. 이 실장은 “고객 신뢰를 판단할 수 있는 만족도 지수가 지속적으로 회복되는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고객이 저희를 진심으로 신뢰하실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삼성전자 주총 ‘잔칫날’에 노조는 총파업 카드로 ‘찬물’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개최된 18일 노조는 '총파업' 카드를 꺼내며 잔칫상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하고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자칫 회사의 실적 개선 탄력이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합원들이 1인당 수억원 이상씩 보상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도 쉽지 않아 보인다. ◇ '5월 총파업' 높은 찬성율로 가결…영업이익 10% 성과급 지급안도 거부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지난 9일부터 실시한 '5월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 찬성률이 93.1%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투표에는 재적 인원 8만9874명 중 6만6019명이 참여해 투표율 73.5%를 기록했다. 찬성표는 6만1456표가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지난 3일 삼성전자 노사 협상에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 입장에서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한을 이번에 획득한 것이다. 오는 5월 실제 쟁의행위가 벌어질 경우 창사 이래 두 번째가 된다. 지난 2024년 7월에는 25일간 파업이 펼쳐졌다. 공동투쟁본부는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 등 3개 단체 대표들로 구성됐다. 당초 이들 3개 단체는 지난해 11월 공동교섭단을 구성했다. 이후 3개월여 동안 사측과 임금 협상을 벌였으나 의견을 조율하지 못했다. 이에 노조원들은 지난달 19일 결렬을 선언했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자 공동교섭단은 공동투쟁본부로 조직명을 바꿨다. 노사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사측은 성과급 제도 투명화를 위해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을 경제적부가가치(EVA) 20% 또는 영업이익 10% 중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임금 인상률 6.2%, 자사주 20주 지급, 직급별 샐러리캡 상향, 장기 근속 휴가 확대 등 '당근'도 내놨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폭을 줄이더라도 'OPI 상한 폐지' 요구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공동교섭단은 대화 중지 선언 이전에 OPI를 영업이익의 20%로 바꾸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0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회사 직원 수는 작년 말 기준 12만8881명이다. OPI를 영업이익의 10%로 적용해 단순 계산하면 1인당 1억5500만원 가량씩 나눠가질 수 있는 셈이다. 노조 주장대로라면 1인당 3억1000만원씩 받을 수도 있다. 사측 제안은 등기임원을 제외한 임직원의 1인 평균 급여(1억5800만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지난해 삼성전자 전체 사업부가 집행한 연구개발(R&D) 비용(37조7404억원)의 53%를 '성과급 잔치'에 써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사측이 이를 넘어선 비용 지출은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노조원들이 '투쟁 모드'에 돌입한 배경에는 경쟁사 SK하이닉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앞서 직원들에게 나눠주는 성과급 가이드라인을 '영업이익 10%'로 정했다. 삼성전자 조합원들은 '글로벌 1위 기업' 위상에 걸맞게 이보다 높은 수준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 노조 중 가장 많은 조합원 수(18일 기준 6만8070명)를 확보한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홈페이지에는 '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임금·복리후생 비교하기' 같은 글이 메인에 걸려 있다. ◇ 반도체 '슈퍼사이클' 찬물 우려···“손실액 10조원 넘을 수도" 삼성전자 노조가 조직 간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2년여 전 첫 파업은 전삼노가 주도했지만 현재는 세력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전체 직원 과반을 넘는 조합원을 확보하며 목소리를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달 초기업노조가 교섭 중지를 선언했을 때 전삼노는 사측과 별도 대화를 이어가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주도권 싸움 과정에서 일부 조직이 필요 이상으로 과격한 투쟁 분위기를 조성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최승호 공동투쟁본부 위원장은 자신들이 18일간 파업을 벌일 경우 손실이 최소 5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업황과 대외 신인도 등을 고려하면 손실액이 10조원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고 추산한다. 삼성전자는 2년여 전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기술력이 경쟁사에 뒤처지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최고 성능 HBM4를 양산 출하하는 등 '초격차' 타이틀을 되찾고 있는 모습이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오면서 작년에는 역대 최대 매출액(334조원) 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날 열린 삼성전자 주총장 분위기가 밝았던 이유다. 주가가 4배가량 오르고 올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진 상황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은 주총장에서 “지난해 경쟁력 부족에 대해 반성하고 회복을 약속했다"며 “그 약속을 지켰다고 말씀드리고 싶고 내년에는 더욱 차별화된 기술을 발전시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 리스크'가 부각되면 글로벌 빅테크와 협업을 늘려가는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아픈 손가락'으로 분류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력 제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에는 테슬라, 엔비디아, AMD 등과 접점을 늘려가며 수주 물량을 늘려가는 분위기다. 이날 방한한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와 차세대 반도체 파운드리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공동투쟁본부는 다음달 23일 집회를 열고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사측은 대화를 통해 5월 총파업 전까지 노조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HDC그룹 창립 50주년…“라이프·AI·에너지 전문기업 전환”

HDC그룹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건설기업의 틀을 벗어나 고객에게 거대한 가치를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향후 50년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18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HDC그룹 창립 50주년기념식에서 정몽규 회장은 축사를 통해 “(HDC그룹의) 앞으로 50년은 각 사업 영역의 경계를 넘나드는 유기적 결합을 통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선사하는 여정이 될 것"이라고 미래 방향성을 발표했다. 이어 HDC가 “삶의 플랫폼을 설계하고 에너지를 순환시키며 AI(인공지능)로 혁신하는 '경계를 넘나드는 스페셜리스트(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며 구체적 기업 미래성장 비전을 설명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도기탁 HDC 대표,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 등 그룹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등이 참석해 창립 50주년을 자축하고 향후 비전 달성을 위한 결의를 다졌다. 아울러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정몽윤 현대해상화재보험 회장, 정몽원 HL그룹 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범현대가 인사들도 참석해 축하의 뜻을 전하는 동시에 50주년의 의미를 공유했다. HDC는 미래 비전과 함께 새로운 기업 슬로건인 'To the Great Value(더 큰 가치를 향하여)'와 신규 CI를 공개했다. 새 CI는 새 슬로건 '더 큰 가치의 기반'을 바탕으로 4대 핵심 가치를 다양한 영역의 전문성으로 연결·확장하는 구체적인 내용을 형상화했다. 또 HDC는 그룹 미래성장 포트폴리오를 △라이프(생활) △ AI △에너지 등 3대 부문으로 재편하는 로드맵도 발표했다. 라이프 부문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구축, AI와 에너지 부문은 디지털 전환과 에너지 밸류체인 강화에 초점을 두고, 세 부문의 시너지를 통한 지속가능한 미래를 개척한다는 성장전략이라고 HDC는 밝혔다. 정몽규 회장이 강조한 '경계를 넘나드는 스페셜리스트'는 이같은 미래성장 포트폴리오 3개 부문을 실행하는 기업의 새로운 정체성을 규정한 것이다. HDC가 스페셜리스트로서 그룹의 4대 핵심 가치인 △전문성 △통합적 사고 △추진력 △배려를 중심으로 조직 문화를 혁신한다는 방침이다. 이밖에 HDC는 포트폴리오 재편에 맞춰 라이프 부문 계열사의 기존 브랜드 'HDC' 대신 'IPARK(아이파크)'를 전면에 내세우는 등 브랜드도 개편한다. 이에 따라, HDC현대산업개발이 'IPARK현대산업개발'로 바뀌는 것을 비롯해 라이프 부문 계열사의 브랜드도 변경된다. 다만, AI와 에너지 부문 계열사는 HDC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다. 연합뉴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