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이 기단 최신화를 이뤄내겠다며 공언했던 신조 여객기 도입 사업이 글로벌 공급망 문제로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30년까지 같은 기종 40대를 들여온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최근의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여 기존 리스 운용 기재를 추가로 사들이는 사례가 생겨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7일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지난 23일 보잉 737-8 4호 여객기(등록 기호 HL8553)를 도입했다. 이는 2018년 11월 보잉과 구매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한 4세대 737 여객기 37대 중 한 대이다. 당초 제주항공은 40대에 대한 구매 계약을 했지만 이 중 3대는 금융 리스 방식으로 전환했다. 추가 10대에 대해서도 구매 옵션을 걸어둔 상태다. 비즈니스 라이트 좌석을 탑재한 신조기의 전체 좌석 수는 174석으로, 기존 737-800NG 대비 15석 적다. 제주항공 측은 정비 체계 점검을 비롯, 관계 당국의 감항 증명 등을 거쳐 운항에 투입한다는 입장이다. 이로써 제주항공의 기재는 여객기 40대, 화물기 2대 등 총 42대로 늘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계약 만료 리스기를 반납하고 신규 기재를 구매 형태로 들여옴으로써 이익 창출 구조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라며 "기재 운용 방식에 변화를 줌으로써 연간 운용 비용을 14% 가량 아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8년 사업 보고서상에도 제주항공은 기재와 엔진 구입에 한화로 각각 6조2217억2600만원, 217억2700만원을 투자하기로 돼있다. 유효 좌석 거리(CASK, Cost per Available Seat Kilometer)를 낮춰 경쟁사들 대비 압도적인 원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책으로, 당장 목돈이 들어가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의 판단에서다. 그러나 예기치 못했던 코로나19는 전세계를 덮쳤고, 그 영향으로 숙련공들은 보잉을 떠나는 바람에 항공기 공급망이 망가졌다. 아직까지 복귀하지 않은 인력들이 많은 탓에 제주항공을 포함한 글로벌 항공업계는 기재 수급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실정이다. 통상 기령이 20년이 넘을 경우 '경년기'로 분류돼 각종 유지·보수 비용이 급상승하기 때문에 기재 운용의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게 항공 경영학계의 중론이다. 올해 2월 기준 제주항공의 기령은 평균 13.7년으로, 2030년까지 기단 현대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추진해 5년 이하로 대폭 낮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구매 도입 계약 5년 만인 2023년 11월에서야 737-8 1·2호기(2대), 2024년 1월 3호기(1대), 지난 23일 4호기(1대)를 겨우 들여왔고, 2030년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0대를 8년으로 단순 균등 분할 계산하면 연 평균 약 5대씩 도입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데 현 상태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최신 도입기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오래될 것이므로 평균 기령 낮추기는 좀처럼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재작년 도입분도 2030년이면 기령이 7년에 이르게 된다. 제주항공은 분기 보고서나 사업 보고서에도 항공기 도입 사업 시작일을 2018년 11월 20일이라고 표기해뒀을 뿐, 끝나는 시점은 명시하지 않았다. 이는 도입 여건이 녹록지 않은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 시점에서는 캘리 오트버그 보잉 최고 경영자(CEO)가 와도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며 “제주항공의 737-8 도입 프로젝트는 장기 사업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평을 남겼다. 한편 지난해 11월에는 리스 운용 중이던 737-800NG 여객기 1대를 394억9344만원에 도입했다. 감가상각을 적용한 잔존 가치만큼 지출한 셈이다. 이와 관련, 당시 제주항공 측은 신조기 도입 여건이 여의치 않아 안정적인 기재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이유로 항공기 공급망 문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제주항공이 리스기들을 구매 전환하는 비율 역시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귀추가 주목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기재 도입 계획은 유동적이어서 수시로 바뀐다"며 “현 시점에서는 예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