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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내년 대졸자 채용 규모 2배↑…“온산-美 현지 제련소 시너지 극대화”

고려아연이 미국 제련소 건설과 온산제련소의 고도화를 위해 내년도 국내 채용 규모를 기존 계획 대비 2배로 대폭 확대한다. 해외 투자가 국내 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고 글로벌 확장을 통해 국내 사업장의 경쟁력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낙수 효과' 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최윤범 회장이 울산시청을 방문해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에게 미국 제련소 건설 계획과 이에 따른 지역 경제 파급 효과를 설명하며 이 같은 채용 계획을 17일 밝혔다. 고려아연은 2026년 대졸 신입 사원 채용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두 배 이상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 정부와 함께 약 11조 원을 투자해 건설하는 미국 제련소 운영과 기존 온산 제련소의 신규 설비 투자에 필요한 인력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 최 회장은 이날 면담에서 “미국 제련소 건설은 세계 최대 핵심 광물 시장인 미국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온산 제련소의 생산 물량을 이전하는 것이 아니므로 인력이나 규모 축소 우려는 기우"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미국 제련소의 엔지니어링·건설·운영 초기 단계에 원천 기술을 보유한 온산 제련소의 숙련 인력을 투입하고 이에 따른 공백을 신규 채용으로 메운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2028년부터 온산 제련소에서 게르마늄과 갈륨 등 핵심광물을 생산하기 위한 신규 설비 투자도 진행 중이어서 추가적인 인력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고려아연의 임직원 수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말 1396명이던 임직원 수는 올해 12월 기준 2085명으로 5년 새 약 49%(689명) 증가했다. 고려아연은 과거 호주 진출 사례를 들며 이번 미국 투자가 온산 제련소의 '제2의 도약'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1990년대 후반 호주 썬메탈 제련소(SMC) 건설 당시에도 국내 생산 감소 우려가 있었으나 온산 제련소는 이후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SMC가 준공된 2000년 당시 온산 제련소의 아연·연 생산 능력은 각각 37만 톤, 19만 톤 수준이었으나, 2024년 현재 아연 64만 톤, 연 43만 톤으로 생산 규모가 수배 이상 확대되며 세계 1위 제련소의 입지를 굳혔다. 회사 측은 미국 제련소 운영 노하우가 역으로 국내에 이식되는 '기술 선순환'도 기대하고 있다. 환경 및 안전 규제가 엄격한 미국 현지 기준에 맞춰 개발된 첨단 공정과 운영 시스템을 온산제련소에 적용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번 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핵심 광물 공급망 강화'의 이정표로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 타임즈(FT)·월 스트리트 저널(WSJ)·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은 고려아연의 미국 투자가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견제하고 미국의 국가 안보에 기여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투자는 고려아연이 미국의 '국가 안보 공급 업체'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JP모건체이스와 미국 정부가 반도체·방위·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을 공급할 고려아연의 계획을 지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FT는 최윤범 회장이 지난 8월 한국 경제 사절단으로 워싱턴을 방문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이번 사업은 한국이 미국 내에서 진행하는 핵심광물 분야 최대 투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안티모니·인듐·텔루륨·카드뮴·게르마늄 등 중국의 엄격한 수출 통제 대상인 핵심 소재를 다수 생산하고 있어 전략적 중요성이 강조된다"고 분석했다. WSJ과 로이터 역시 “중국이 희토류 공급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미국과 한국이 안정적이고 독립적인 공급망 확보를 추진하는 과정"이라며 이번 시설이 전자제품과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원자재의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정부의 기대감도 남다르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1970년대 이후 이 같은 대규모 아연 제련소 건설은 없었다"며 “핵심 광물에 대한 미국의 해외 의존을 끝내고 노동계층의 번영을 회복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투자는 울산 지역 경제와 협력사 생태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고려아연의 사업 확장에 따라 계열사와 협력사들도 추가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 등 고용 창출 효과가 연쇄적으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려아연은 2차 전지 소재·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어 관련 계열사의 고용도 지속해서 늘어날 예정이다. 김두겸 시장은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건설은 온산제련소와의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본다"며 “울산을 거점으로 둔 세계적인 기업으로 지속 성장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고려아연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천은 결국 '사람'"이라며 “미국 제련소 건설은 온산 제련소와 협력사, 나아가 울산과 국내 경제가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대제철, 철강제품 자동 태그 로봇 국내최초 도입

현대제철이 선형 철강재(선재) 검사와 포장 단계에 로봇을 운용하며 공정 스마트화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1월 충남 당진 특수강 소형압연 공장의 선재 코일 출하 라인에 제품 이력·규격 등 정보를 담은 태그를 자동으로 부착하는 '선재 태깅 로봇'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고 17일 밝혔다. 현대제철은 태그 오부착으로 인한 강종 혼재 등 오류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개선하기 위해 출하 작업장의 무인·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선재 태깅 로봇 시스템은 △조립로봇 △부착로봇 △컨베이어·코일 고정장치·안전펜스 등으로 구성된다. 조립로봇은 출력된 제품 태그에 클립을 조립하며, 컨베이어를 따라 이송된 선재는 고정장치 위에 놓인다. 부착로봇은 이송된 선재를 스캔해 태그 부착 위치를 찾아 태그를 자동으로 붙인다. 현대제철은 이탈리아의 철강산업 자동화 전문기업 폴리텍과 협업해 지난해부터 로봇 도입을 추진해왔다. 약 2년에 걸쳐 로봇이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해 최근 최종 테스트(FAT)를 통과해 현장 배치를 완료했다. 특히, 로봇 주변을 설비 가동 구역과 작업자 진입 구역으로 명확히 분리해 안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현대제철은 지난 7월 대형 형강 생산 전 단계의 반제품인 고온 빔 블랭크의 치수와 표면온도를 검사하는 '빔 블랭크 형상 분석 로봇'을 인천 공장에 도입하기도 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그동안 작업자의 손에 의존하던 선재 태그 부착 작업을 로봇이 대체하면서 작업 효율성이 높아졌다"며 “앞으로도 글로벌 철강산업 트렌드에 발맞춰 로봇 관련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외풍·파도 견디는 보호막…저가 공세 속 공급망 대책 절실

우리나라 중후장대산업을 떠받치는 후판 시장에 중국산 저가 수입물량이 들어오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한동안 '마음고생'을 했다. 우리 무역당국의 반덤핑 판정으로 한숨 돌렸지만 국내 기업이 보세제도를 활용해 중국산 후판에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어 속앓이가 여전하다. 그렇기에 반덤핑 조치를 넘어 국내 철강사의 후판 기술력이 중후장대산업 공급망을 탄탄하게 받쳐줄 전략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철강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국내 철강사들의 중후판 생산량은 약 630만톤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7% 줄었다. 국내 판매는 5.2% 늘어난 462만톤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생산이 줄어도 판매가 늘어난 이유는 중국발(發) 저가 수입 후판에 대해 국내 통상당국이 반덤핑 관세를 매긴 영향으로 풀이된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중국산 저가 후판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낸 뒤 무역위원회는 올해 8월 국내 철강사들의 피해를 인정하며 최대 34.1% 수준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에 후판을 수출해온 중국 철강사 중 9곳은 5년간 수출 가격을 올리겠다는 약속을 내걸기도 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반덤핑 판정이 나온 이후로 국내 철강 시장에서 후판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올라왔다"며 “철강사 입장에서는 그나마 한숨 돌리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께가 6㎜ 이상인 철판을 가리키는 후판은 한국이 건설과 중공업 등 중후장대(重厚長大)산업을 키울 수 있었던 토대다. 후판 제조는 충분한 강도와 압력 분산을 위해 균일한 두께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라, 얇고 튼튼한 판만큼 만들기 쉽지 않다. 두꺼울 후(厚)와 널빤지 판(板)의 한자어가 뜻하는대로 후판은 여느 철판 재료와 마찬가지로 쇳물을 직육면체 형태로 주조한 슬라브를 달궈 압력을 주는 열간압연 공정을 거쳐 일정한 두께로 만들어진다. 원하는 두께로 얇게 펴진 철판은 냉각대로 이동해 천천히 식히는 '안정화' 작업을 하면 후판이 완성된다. 후판은 국내에서 건설과 조선 같은 중후장대 산업과 역사의 궤를 같이 한다. 동국제강이 1971년 국내 최초로 생산했고, 뒤이어 포스코(당시 포항제철)가 1972년 시장에 선보이며 국내 중후장대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왔다. 현대제철도 2010년 후판 초도물량 생산을 시작하며 국내 후판시장은 철강 빅3 구도가 됐다. 두께를 균일하게 만들어야 선박과 인프라 같은 구조물을 설계도대로 오차를 최소화해 지을 수 있고, 여러 요인으로 발생하는 압력이 한 지점으로 모이지 않는다. 제조 공정에서 니켈이나 망간, 질소 같은 원소들의 함량을 조절해 영하 200℃보다 낮은 저온에도 견디거나 부식에 특별히 강한 특성 등 원하는 물성을 만들어낸다. 만들기 쉬워 보이는 '두꺼운 철판'은 쓰임새가 중후장대 중심으로 무궁무진하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부 명예교수는 “후판은 조선부터 플랜트, 대형 구조물, 해상풍력, 방위산업 등 중후장대와 인프라 산업에 필요한 제품"이라며 “후판이라는 이름이 하나지만 품질 수준에 따라 철강사들이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에 명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후판 시장에서 한국 철강사들이 중국보다 앞서는 요인로는 조선용 후판 기술이 꼽힌다. 선박은 온도가 낮은 바다를 항해할 때도 견뎌야 하기 때문에 연성-취성 전이온도(DBTT)를 충분히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철강재는 온도에 따라 끊어지는 특성이 달라진다. 철강재는 압력을 받을 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나면서 견디는 '연성'과 형태가 변하지 않다가 압력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확 찢어지는 '취성'을 가지고 있다. 연성과 취성 가운데 무엇이 나타나느냐는 대체로 온도에 따라 결정된다. 연성이 취성으로 바뀌는 온도가 DBTT다. 철강재는 저온에서 취성을 가지기 때문에 DBTT보다 낮은 온도에서 큰 힘을 받으면 똑 끊어진다. 극지방 주변처럼 바닷물 온도가 어는점에 가까운 지역을 항해할 때도 압력을 견디려면 기술이 필요하다. 액체 상태로 운반하기 위해 영하 200도℃ 안팎으로 낮은 온도를 견뎌야 하는 수소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탱크도 저온취성을 견디는 후판 소재가 필수다. 이같이 저온에서 나타나는 취성(저온취성)을 견디는 철강 소재는 압연 공정과 철강재 분자 구조, 첨가물 함량 등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만들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망간강은 망간을 5분의 1 내외로 첨가한 강재로, 망간으로 획득한 강점 중 하나가 저온에서 나타나는 취성(저온취성)을 견딘다는 것이다.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조선용 후판은 DBTT가 고성능 여부를 가른다"며 “한국 철강사들은 고망간강을 비롯해 저온취성에 강한 조선용 후판을 중심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능이 강화된 후판을 제외한) 나머지 일반적인 후판은 중국 철강사들이 워낙 낮은 가격에 공급하고 있어 한국 시장은 반덤핑 관세 부과로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기술적 우위와 반덤핑 조치에도 한국 철강사들은 저가 중국산 후판에 대한 근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물성이 특별히 뛰어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 쓰이는 범용 후판은 결국 가격 경쟁력에 따라 수요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반덤핑 최종 판정에도 저가 중국산 제품이 들어오는 경로가 '보세구역'에 있다. 보세제도는 관세법에 따라 수입 제품에 대해 관세 징수를 유보할 수 제도로, 국내에서 어떤 산업이나 시장을 키우기 위해 특정 구역을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다. 조선산업의 경우 조선소쪽 보세구역에 중국 같은 해외 국가로부터 후판을 들여와 배를 건조한 뒤 해외 선주에 인도하면 최종적으로 관세를 물지 않는 구조다. 한국 조선사들은 가격 경쟁력으로 추격하는 중국 기업을 고려해 당장은 중국산 후판으로 원가를 낮추는 쪽을 선택했다. 하지만 좀 더 멀리 내다보면, 한국산 구매 감소로 철강기업들이 흔들려 모든 후판을 중국 철강사에 의존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가격 경쟁력이냐 원자재 공급망 안보냐를 두고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중국산 후판도 어느 정도 한국산 수준으로 잘 만들기 때문에 조선사들이 보세제도를 통해 들여오고 있다"며 “10여년 전 조선사들이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중국산 철강사들에 주문을 넣기 시작하면서 이들의 기술력이 성장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사들과 조선사들은 후판 가격을 두고 분기 또는 반기 단위로 협상하면서 끊임없이 줄다리기를 해왔다. 이러한 줄다리기를 반복하는 한계를 넘어 양측이 후판 산업에서 볼 피해를 최소화할 길을 정부와 업계가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민동준 교수는 “중국산 저가 후판제품에 대한 정부의 반덤핑 판정은, 낮은 후판 가격으로 수요자들이 구매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뜻을 담고 있다"면서 “조선사들이 반덤핑 조치를 받은 중국산 후판을 보세제도를 이용해 들여오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선사들이 저가 소재라는 '독배'를 들지 않도록 철강사들은 조선업계가 원하는 고부가 후판 개발과 생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정부는 담합 우려 해소와 공정한 수준의 후판 가격 형성, 고부가 소재 개발 노력 등으로 조선업계와 철강업계 간 오랜 딜레마를 해소하는 역할을 자처해야 할 것"이라고 민교수는 지적했다. 한국과 미국 간 조선업 협력 국면에서 조선용 철강소재도 탈(脫)중국 공급망 형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준호 교수는 “미국 법령이 개정돼 미 군함 건조를 동맹국에 맡기는 길이 열린다면,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의 철강재를 쓰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때를 대비해 한미 간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는 관점에서 철강재 원산지 문제를 외교적인 해법으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고려아연, 11조원 ‘美 제련소’ 승부수…영풍 “사업엔 찬성, ‘신주 발행’은 꼼수” 강력 반발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총 11조 원 규모의 미국 내 제련소 건설을 추진하며 '퀀텀점프'를 선언했다. 하지만 최대 주주인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이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진행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규정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양측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6일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에 건설 예정인 미국 제련소(U.S. Smelter) 프로젝트가 회사의 미래 성장과 글로벌 공급망 확보를 위한 결정적 기회임을 강조하며 영풍 측의 반대를 “적대적 M&A에 집착한 발목잡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의 총 투자 규모는 약 11조 원(74억 달러)에 달한다. 주목할 점은 자금 조달 구조다. 고려아연 측은 “전체 자금의 90% 이상을 미국 정부와 재무적 투자자가 담당하며, 당사는 10% 미만의 지분만 보유한다"고 밝혔다. 이는 대규모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을 덜고 부채비율 등 재무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미국 현지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은 이번 투자를 '경제 안보의 승리'로 평가하며 환영 논평을 쏟아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며 “미국은 항공우주·국방·인공 지능(AI) 등에 필수적인 13종의 전략 광물을 자국 내에서 대량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 투자한다"며 “이는 지난 50년 간 쇠퇴한 미국 제련 산업을 되살리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했다. 빌 해거티 상원의원 역시 이를 “지정학적 승리"라고 치켜세웠다. 고려아연은 이번 제련소가 2026년 착공해 2029년 상업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아연·연·동 등 기금속뿐만 아니라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 광물을 생산해 미국의 대(對)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핵심 기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영풍 측은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영풍은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이나 제련소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 동맹 강화와 고려아연의 기술력을 통한 미국 내 경쟁력 제고라는 대의명분에는 동의한다는 것이다. 영풍이 문제 삼는 핵심은 자금 조달 방식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다. 영풍은 입장문을 통해 “현재 논의되는 방식은 사업 투자가 목적이라기보다, 외국 정부와 기업을 끌어들여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는 최윤범 회장 측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오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미국 현지 법인에 직접 투자를 하거나 주주배정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등 기존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합리적 대안이 있음에도 굳이 제3자 배정 방식을 졸속으로 추진하는 것은 지배구조를 인위적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영풍이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은 '사업 협력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과 지배 구조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가처분이 인용되어 신주 발행이 중단되더라도 정상적인 이사회 체제 하에서 미국과의 협력은 충분히 추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의 이러한 주장에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당시 7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와 8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통해 사업 타당성을 충분히 설명했고, 영풍 측 사외이사도 참석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또한 “지난해 MBK와 영풍의 적대적 M&A 시도를 방어하느라 불필요한 자금을 소진해 재무 구조가 악화됐는데, 이번 미국 정부 출자는 이를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라며 “영풍은 오로지 경영권 탈취에만 몰두해 회사와 전체 주주를 위한 기회를 발목 잡고 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반면 영풍은 “특정 개인(최 회장)의 이해 관계가 아닌 회사의 장기적 경쟁력과 모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며 신주 발행 저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와 11조 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걸린 이번 제련소 프로젝트가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름에 따라 향후 법원의 가처분 판단과 주주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스코-현대제철, 美 루이지애나에 ‘친환경 전기로 일관 제철소’ 공동 건립

국내 철강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손을 잡았다. 양사는 현대자동차그룹과 함께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친환경 전기로 일관 제철소를 공동 건설한다. 16일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을 위한 타법인 주식·출자 증권 취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투자는 북미 철강 시장의 보호 무역주의에 대응하고 현지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자동차 강판의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동맹으로 풀이된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 투입 비용은 58억 달러(약 8조55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50%인 29억 달러는 참여사들의 지분 투자로, 나머지 50%는 현지 법인인 현대스틸 루이지애나(Hyundai Steel Louisiana LLC)의 차입을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투자 구조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가 지분을 나누어 갖는 형태다. 사업의 주축인 현대제철이 특수목적법인(SPC)인 '현대스틸 USA(Hyundai Steel USA, 가칭)'를 통해 14억 6000만 달러(약 2조1521억 원)를 출자해 지분 50%를 확보한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SPC안 '포스-루이지애나(POS-Louisiana, 가칭)'를 설립, 5억8200만 달러(약 8585억 원)를 투자해 지분 20%를 가져간다. 나머지 30%는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법인(Hyundai Motor America, Kia America, Inc.)이 각각 15%씩 출자한다. 이날 공시에 적용된 환율은 서울 외국환 중개 매매 기준율인 1474.1원이다. 출자금은 제철소 건설이 진행되는 2027년 말까지 분할 집행될 예정이다. 새로 건설되는 제철소는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들어서며, 자동차 강판에 특화된 '전기로 일관 제철소' 형태로 지어진다.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용광로) 대신 전기로를 택한 것은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과 미국 현지의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양사는 2027년 말까지 투자를 마무리하고, 오는 2029년 1분기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합작은 단순한 공장 건설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동화 전략과 직결된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에서 조달 가능한 고품질의 친환경 철강재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입장에서도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함으로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무역 장벽을 넘고 안정적인 북미 판매망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중장기 탄소저감 체제 전환을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현대차그룹 및 기타 투자자와 공동으로 자동차 강판 특화 제철소를 건설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홀딩스 관계자 또한 “북미 철강 시장 대응·친환경 자동차 강판 기반 확보를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확정 공시를 통해 올해 초부터 시장에 돌았던 '현대제철-포스코 미국 합작설'은 사실로 확인됐다. 양사는 향후 설립될 현지 법인의 구체적인 사명과 주식 수 등이 확정되는 시점에 정정 공시를 낼 예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고려아연 제련소 건설에 美 정부 ‘전폭 지지’…영풍·MBK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고려아연이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손잡고 총 11조 원을 투입해 미국 현지에 대규모 제련소를 건설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트럼프 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를 “미국의 경제 안보를 회복하는 지정학적 승리"라며 일제히 환영했지만 경영권 분쟁 상대방인 영풍·MBK파트너스는 해당 프로젝트와 연계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반발하며 즉각 법적 대응에 나섰다. 16일 고려아연은 미국 핵심광물 제련소 건설을 위해 미 전쟁부·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공동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미국 제련소(U.S. Smelter)'로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는 2026년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2029년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설비 투자 기준 약 10조 원(66억 달러)이며, 운용 자금과 금융 비용을 포함하면 총 11조 원(74억 달러)에 달한다. 이곳에서는 아연·연·동 등 산업용 기금속부터 은·금 등 귀금속, 그리고 안티모니·갈륨·게르마늄 등 총 13종의 핵심 전략 광물이 생산될 예정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이번 투자를 '획기적 딜(transformational deal)'로 평가하며 강력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은 국방·반도체·인공 지능(AI) 등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광물을 대규모로 생산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은 고려아연 생산 확대분 일부에 대해 우선적 매수 권한(preferred access)을 갖는다"고 밝혔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을 국방 및 경제안보의 필수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다"며, 전쟁부가 14억 달러를 조건부 투자하는 이번 결정은 1970년대 이후 쇠퇴한 미국 제련산업을 되살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빌 해거티 미 상원의원 역시 이를 “동맹인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미국의 경제 안보를 회복하려는 지정학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반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인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지난 15일 결의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MBK 측은 이번 가처분 신청이 미국 제련소 건설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설계된 신주 배정이 상법과 대법원 판례가 엄격히 금지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가처분 신청의 핵심 근거로는 상법 제418조 제2항과 대법원 판례가 제시됐다. 영풍·MBK 측은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일 때 특정 경영진의 지배력 방어를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하는 것은 주주의 권리와 지배 구조를 심각하게 왜곡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영풍·MBK는 이번 신주 발행의 절차적 문제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고려아연 측이 11조 원 규모의 중대 의사결정이 필요한 이사회 일시를 15일 오전 7시 30분으로 정해두고, 직전 영업일인 12일(금)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소집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또한 이사회 구성원들에게 해외 제련소 투자·합작 법인 출자 등 핵심 안건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제공하지 않아 충분한 검토 기회를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자금 조달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영풍·MBK는 “회사가 실제로 자금 조달이 필요했다면 가장 공정하고 투명한 '주주배정' 방식을 택했어야 한다"며 이미 주주 배정 유상증자 참여 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이를 회피하고 제3자 배정을 강행한 것은 경영권 유지 목적이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제3자 배정을 받는 합작 법인의 투자자 중에는 미국 정부 외에 고려아연의 고객사 자금이 다수 포함돼 있어, 이를 단순히 미국 정부에 대한 배정으로 볼 수 없다"며 최윤범 회장이 이를 경영권 분쟁에 이용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신주가 발행될 경우 추후 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리더라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사안의 긴급성을 강조하고, 최대 주주로서 법적 조치를 통해 지배 구조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고려아연, 美 전쟁·상무부와 11조 ‘자원 동맹’…영풍·MBK “경영권 방어 꼼수” 법적 대응 예고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손잡고 총 11조 원 규모의 대미(對美) 투자를 단행한다는 초대형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최대 주주인 영풍과 MBK 파트너스 연합은 이를 최윤범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졸속 결정'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법적 대응을 예고해 경영권 분쟁이 '한미 자원 동맹' 이슈와 맞물려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15일 고려아연은 미국 전쟁부·상무부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대규모 제련소 건설을 위한 기본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 투자 규모는 설비 투자 약 10조 원(66억 달러)에 운용 자금과 금융 비용을 포함하면 총 11조 원(74억 달러)에 달한다. 새로 건설될 '미국 제련소(U.S. Smelter)'는 약 65만㎡(약 20만 평) 부지에 조성되며, 2026년 착공해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 제련소는 연간 110만 톤의 원료를 처리해 아연·구리 등 기초 금속 외에도 안티모니·인듐·갈륨 등 총 13종의 비철금속 54만 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생산 품목 중 11종은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 광물'로, 미국의 국방·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자원들이다. 미국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자국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스티브 파인버그 미 전쟁부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을 미국의 국방 및 경제 안보에 필수적인 전략 자산으로 우선순위에 두라고 지시했다"며 “이번 투자는 1970년대 이후 쇠퇴했던 미국 제련 산업을 되살리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역시 “미국의 핵심 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며 반도체·AI·방산 등 필수 산업의 안보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자금 조달에는 미국 정부가 깊숙이 개입한다. 미 전쟁부와 투자자들이 약 3조2000억 원(21억5000만 달러)을 투입하고, 상무부는 CHIPS법에 따라 약 3100억 원(2억1000만 달러)을 지원한다. 또한 전쟁부는 14억 달러의 조건부 투자를 단행한다. 반면 영풍과 MBK 파트너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주주 가치 훼손·재무 안정성 악화를 초래하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무리한 투자를 강행했다고 주장하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영풍·MBK 측은 이번 프로젝트가 고려아연에 과도한 재무적 부담을 지운다고 지적했다. 영풍 측 분석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합작법인 직접 출자와 현지 차입금 7조원에 대한 연대 보증 등을 포함해 약 8조 원의 재무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로 인한 연간 이자 부담만 3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프로젝트 실패 시 손실은 고스란히 기존 주주의 몫이 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영풍과 MBK는 이번 투자의 구조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회로라고 의심하고 있다.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기업들과 합작 법인(JV)을 만든 뒤, 이 합작법인이 다시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영풍 측은 “합작법인이 실질적 리스크 없이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해 최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키는 위법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영풍 측 이사들이 이번 이사회 안건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며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제기했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이번 투자가 “글로벌 리스크를 기회로 전환하고, 미국 내 안정적인 공급망 거점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온산 제련소의 기술과 인력을 활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한미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영풍·MBK 측은 “사업성이 검증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 회사 재무 구조를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배임"이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고려아연 경영진과 재무 건전성·주주 평등권을 내세운 최대 주주 간의 갈등은 향후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세아항공 방산소재, 보잉에 알루미늄 소재 장기공급

세아항공 방산소재는 세계 최대 항공기 제작사 보잉과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소재 공급을 위한 장기공급계약(LTA)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계약은 내년부터 계약기간까지 항공기 동체·날개용 고강도 알루미늄 합금 소재를 보잉에 공급한다는 내용이다. 회사는 지난해 보잉과 체결한 직거래 계약의 후속으로, 양사의 장기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이어졌다는데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우수한 품질과 납기 준수 능력, 공급 안정성, 품질 추적·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보잉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켰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장기공급 계약으로 세아항공 방산소재가 경남 창녕군에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인 2300톤 규모 알루미늄 소재 신공장의 생산 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했다는 의미도 가진다. 세아베스틸지주 관계자는 “이번 보잉과의 장기계약은 세아항공방산소재가 글로벌 항공 소재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서 지속 성장 궤도에 진입했음을 입증하는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와의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 소재 공급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신규 플랫폼 진입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가속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S전선, 美 희토류 자석 공장 건립 추진

LS전선이 미국 현지에 영구자석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LS전선은 미국 버지니아주 체사피크(Chesapeake)시에 영구자석 공장을 설립할 신규 투자 후보지를 선정하고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며 버지니아주와 협력 논의를 본격화한다고 15일 밝혔다. 희토류 자석은 전기차(EV)와 풍력발전기, 로봇, 전투기, 도심항공교통(UAM) 등 첨단 산업 전반에 필수적인 소재다. 글로벌 생산의 약 85%를 중국이 차지하고, 미국 내 생산 기업은 극소수에 그쳐 공급망 다변화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해 왔다. 신규 공장을 세울 곳으로는 LS전선이 건설 중인 해저케이블 공장 인근 부지를 유력하게 꼽고 있다. 생산품은 주요 완성차와 전장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LS전선은 희토류 산화물 확보부터 금속화, 자석 제조에 이르는 밸류체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회사 LS에코에너지를 통해 베트남과 호주 등에서 정제된 희토류 산화물을 확보하고 금속화 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아울러 미국 내 세각선과 고품질 구리 소재 생산을 검토 중이다. 이를 토대로 전기차 구동모터의 핵심 소재인 세각선과 영구자석 생산 능력을 갖춰 모빌리티 소재 공급망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LS전선 관계자는 “사업이 현실화되면 케이블 중심의 사업을 전략 소재 분야로 확장하는 새로운 성장축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모빌리티 공급망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고려아연 “美국방부를 주주로” vs 영풍 “경영권 방어 꼼수”…이전투구 최고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국경을 넘나드는 '자원 동맹' 이슈와 오너 리스크를 겨냥한 '형사 고발'전으로 확전되며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미국 정부와 방산 기업을 주주로 끌어들이는 '승부수'를 띄우자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이를 경영권 방어를 위한 꼼수이자 배임이라고 규정하는 동시에 최 회장의 과거 투자 건에 대한 횡령 의혹을 제기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15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미국 제련소 설립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은 미국 국방부와 현지 방산 관련 투자자들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으로 주주로 참여하는 방안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에 10조 원 규모의 전략 광물 제련소를 건설하고, 약 3조 원 규모의 합작법인(JV)을 설립할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해 탈(脫)중국 희토류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의 안보 전략과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고려아연은 단순한 민간 기업을 넘어 한미 안보 동맹의 핵심 파트너로 격상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아직 내부적으로 확인된 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최대 주주인 영풍 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한민국의 핵심 전략 자산인 '아연 주권'을 포기하는 배신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영풍은 “미국 제련소 건설에 투자가 필요하다면 프로젝트 법인인 제련소에 직접 투자를 받는 것이 상식"이라며 “굳이 본사의 신주를 발행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는 것은 최윤범 회장의 의결권을 지켜줄 '백기사'를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또한 영풍은 “고려아연이 10조 원에 달하는 리스크를 전적으로 부담하면서 알짜 지분을 헌납하는 것은 이사의 충실 의무에 반하는 배임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울산 온산제련소 규모의 '쌍둥이 공장'을 미국에 짓게 되면 국내 광물의 '수출 종말'과 핵심 기술 유출을 초래할 것"이라며 사업의 원점 재검토를 요구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 이사들은 이번 안건에 대한 사전 보고나 논의에서 배제됐다며 이사회의 기능을 무력화하는 절차적 훼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경영권 방어 논란과 별개로, 영풍은 최윤범 회장의 개인 비리 의혹을 제기하며 사법 처리를 예고했다. 영풍은 최근 공시자료와 자금 흐름을 분석한 결과, 최 회장이 지창배 전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와 공모해 개인 투자 손실을 막기 위해 고려아연 자금 200억 원을 유용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영풍에 따르면, 2019년 최 회장의 개인 투자조합 '여리고1호조합'은 유동성 위기에 빠진 '청호컴넷'의 지분을 매입했다. 이후 청호컴넷은 자회사 '세원'을 신설법인 'SWNC'에 200억 원에 매각했는데, 당시 SWNC의 매입 자금 출처가 고려아연의 대여금이었다는 것이 영풍 측의 주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부실 자회사를 고가에 매각해 청호컴넷 주가를 띄운 뒤 최 회장은 지분을 팔아 시세차익을 챙겼다"며 “이후 SWNC가 갚아야 할 대여금마저 고려아연이 출자한 사모펀드(아비트리지1호) 자금으로 상환하는 등 '자금 돌려막기' 구조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영풍은 이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위반(배임) 혐의로 고발하고 금융당국에 진정서를 제출할 방침이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과 MBK의 주장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왜곡과 짜깁기"라며 정면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입장문을 통해 “회사의 모든 투자는 현행 법규와 내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으며, 재무적 투자 목적에 따른 정상적인 자산 운용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영풍이 주장하는 의혹들은 운용사의 결정이거나 제3자 간의 거래로 고려아연이 관여한 바 없다"며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산업 기업으로서 전략광물 공급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영풍과 MBK는 적대적 M&A를 위해 기업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5일 열리는 이사회는 이번 분쟁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의 지분 참여라는 초대형 변수와 오너 일가의 형사 고발 건이 맞물리면서 양측의 대립은 주주총회 표 대결을 넘어선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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