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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에 NDC·전기료 압박…‘숨 막히는’ 철강·석화업계

단기적으로는 고환율, 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이라는 이중 압박이 철강·석유화학 산업을 옥죄고 있다. 주요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전력을 많이 끌어다 쓰는 구조 때문이다. 더욱이 산업용 전기료가 최근 10년 동안 오름세를 타는 가운데 오는 2035년 탄소감축 목표 강도가 예상보다 강해 탄소배출권 유상 구매부터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충까지 투자 재원 마련을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의 불가피성이 나오고 있어 더욱 이들 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지난 11일 외환시장 개장 직후 원달러 환율은 1456.4원에서 출발했다. 지난 8일 1460원선을 돌파한 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해제 기대감에 1450원선으로 내려왔다. 원달러 1450원대 환율로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보통 철광석과 석탄이 철강사들의 전체 원재료 구매 비용 가운데 약 3분의2를 차지한다. 철광석은 대개 호주에서, 석탄은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조달한다. 환율 상승세에 철광석 가격 자체도 올라 시카고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철광석 가격 지수는 이날 기준 톤당 103.97달러를 기록해 지난 7월 1일 93.41로 저점을 찍은 뒤 10% 가까이 상승했다. 탄소감축 목표 강화와 전기료 상승은 앞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부담 가중 요인이다. 이날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2035년까지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53~61% 줄이는 것으로 잡는 안을 의결했다. 내년부터 5년간 시행할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제를 통해 전체 배출 허용 총량을 3차 기간인 2021~2025년보다 17% 줄였고, 발전 부문의 유상 배출권 할당 비중을 2030년까지 50%로 점차 늘린다. 비발전 부문은 15%로 5%포인트(p) 높인다. 특히, 발전 부문 기업·기관에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 할당 비중을 늘리면서 전기료를 통해 부담이 업계로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배출권 구매 비용이 발생하거나, 이를 피하려고 재생에너지 같은 에너지원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투자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산업용 전기요금의 최근 상승세로 기업들은 이미 부담이 큰 상황이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산업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190.4원으로 2000년과 비교해 19차례에 걸쳐 총 227% 인상됐다. 같은 기간 주택용 요금은 kWh당 152원으로 42% 올랐다. 2023년 산업용 요금이 주택용을 역전한 뒤에도 두 차례 추가 인상했다. 강성욱 한국철강협회 경영정책본부장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공청회에서 “(산업계가 제안한) 48% 감축 목표도 산업계의 여력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며 “철강사들의의 감축 여력을 넘어선 목표가 설정되면 인위적으로 철강 생산량을 줄이는 상황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석화산업도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감축 목표가 부담이다. 탄소 포집·이용·저장(CCUS) 기술이 아직 부족한 데다 재활용·바이오 소재처럼 저탄소에 기여할 사업으 비중을 확대하려면 시간이 추가로 필요하다. 한국철강협회와 화학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는 대한상공회의소, 기타 업종별 협회와 함께 지난 4일 정부에 건의문을 내고 “기후부에서 제시하는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의 할당계획(안)이 2030 NDC와의 정합성이 맞지 않으며, NDC 대비 과도한 감축률을 적용하여 할당량을 산정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도한 감축률을 적용한 할당량 산정은 기업의 실제 감축역량을 초과하는 부담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되며, 다수 사업장이 배출권 구매비용 급증에 직면할 것"이라며 “발전업종 유상할당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상승분 부담도 추가될 것이므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기자의 눈] 코스피 4000 돌파와 ‘파이 키우기’ 믿음

창조주 신(神)이 세상의 중심에 서 있던 중세시대에는 피조물인 인간이 자본을 대량으로 투입해 더 큰 발명과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관의 중심이 인간으로 옮겨온 인본주의의 르네상스 시대가 발흥하면서 새로운 발견과 기술 개발으로 전체 생산과 부를 늘리는 '발전'과 미래 성장에 대한 믿음이 생겨났다. 자본시장에서 돈을 끌어오기 위한 '신용' 개념도 나왔다. 주식시장은 이처럼 개인이나 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토대로 탄생했다. 주식을 사들이는 행위는 개인이나 법인이 특정 기업의 성장성을 믿고 자본을 투자하는 메커니즘이다. 최근 국내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뛰어넘었다. 이재명 정부가 기업 가치 제고에 힘을 실은데다 최근 인공지능(AI) 붐과 한·미 조선업 협력 같은 대형 호재들이 겹치면서 나타난 결과다. 주식시장 활성화는 저평가 해소뿐 아니라 미래성장 동력에도 중요하다. 그러나 불행히도 미래성장 동력에 대한 우리 경제계의 근심과 걱정이 크다. 지난 3분기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증가했지만 반도체와 자동차로 대표되는 '자본재'와 '소비재'에 의존이 높은데다 수출상위 10대 기업이 전체 실적의 40%를 차지하는 쏠림현상 때문이다. 여기에 저성장 국면 속에서 미래산업을 이끌 국내 고급인재들이 처우와 지원 부족 환경에 떠밀려 경쟁국인 중국을 포함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어 차세대 인적 인프라 부족 및 취약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 같은 소재산업이 생존의 기로에 처하면서 한국 제조업을 떠받치는 공급망의 위기, 인구 감소와 기후 위기, 정치 양극화 같은 사회문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들이다. 코스피 4000 돌파로 자본시장 중심의 '파이 키우기' 희망이 높아졌지만 앞서 열거된 대한민국 경제 현실은 일회성 '반짝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도 밑바닥에 깔고 있다. 미래 경쟁력이 안 보인다는 이유로 한국시장이 국내외 투자자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주식시장 밸류업은 '사상누각'에 불과할 것이다. 시장의 핏줄인 자본의 활성화 못지 않게 시장의 뼈대인 제조업이 건강해야 대한민국 경제 몸체가 '무병장수'할 것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산업계 ‘NDC 초비상’…“정부 전폭지원” 호소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가 최종 확정되면서 산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관련 기술을 축적하지 못한 상황에 다소 도전적인 목표가 제시돼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11일 국무회의를 열고 2035 NDC를 의결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부문별로는 △에너지 68.8∼75.3% △산업 24.3∼31.0% △수송 60.2∼62.8% 등으로 설정됐다. 산업계는 이같은 NDC 수준을 '제조 활동의 족쇄'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미국·일본·중국 등 NDC 참여국은 관련 목표를 설정하되 강제성이 없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법적 의무로 못 박는다는 이유에서다. 미국발 무역분쟁, 환율 급등락, 주요국 경기침체 등 대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도 NDC 압박 수위를 높이는 요소다. 기업들은 기존 안보다 더 높아진 NDC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 감축 기술·설비에 더 큰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투자될 비용은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대기업들의 경우 앞으로 구매해야 할 배출권 규모가 커져 추가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자동차 업종에 'NDC발 쓰나미'가 밀려올 것으로 보인다. 2035년까지 전체 자동차 등록대수 중 무공해차 비중을 30~35%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사실상 전기차 판매에 '올인'하는 전략 구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전기차 생산 라인을 구축하지 못한 한국지엠 등은 존폐기로에 놓일 수도 있다. 부품 업체들은 대부분 문을 닫을 수도 있다. 현재 국내 부품 업체의 95% 이상은 중소·중견기업이다. 이들 중 전동화 차량 등 미래차 매출액 비중이 30% 미만인 업체는 86.5%로 대부분이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수송부문 감축량 목표는 유지하되 수송부문 내 감축수단 다양화와 감축수단별 감축비중 조정을 통해 자동차산업 생태계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며 “규제 일변도보다는 과감한 인센티브 정책으로 국산 무공해차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품업계 및 노동자를 위한 전환 지원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 도입 시점을 2037년 정도로 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탄소 감축 비용이 산업 위축 속도를 더 빠르게 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4개 경제단체는 하루 전인 10일 산업계 공동입장문을 내고 “세계 경제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 가운데 아직 산업 부문 감축 기술이 충분히 상용화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감축목표를 상향한 것은 산업계에 상당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또 “도전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기업들이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과감한 전환 투자를 이어갈 수 있도록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중심의 제도적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조속한 혁신 기술의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정승현의 소재 탐구] 철강 저탄소 전환 ‘마중물’ 역할…해외 생산전략에도 중요

오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가 2018년 대비 53~61% 줄이는 것으로 사실상 정해지면서 철강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탄을 원재료로 쓰는 '고로 공정'에서 벗어나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저탄소 공정의 핵심 역할을 할 수소환원제철을 철강업계가 상용화하려면 최소 2037년께 도달해야 한다는 전망이다. 직접환원철(DRI)은 철강사들이 수소환원제철로 나아가는 과정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기존 고로 방식에서 필수인 코크스(석탄)를 태우는 과정을 없애고 기체를 직접 주입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환원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DRI를 최대한 녹슬지 않게 형태를 조개 모양으로 가공한 것이 열간성형철(HBI)이다. 철강사들이 철광석이 풍부한 나라에 제철소를 확보하려는 행보가 당장은 높은 관세 장벽을 극복하려는 목적이지만, 멀리 내다보면 DRI와 HBI 공급망과도 연관이 있다. 철강 제품을 다양한 형태로 만들기 전, 철광석에서 산소 등 불순물을 떼어내는 조강 과정이 있다. 기존 고로 방식에서는 조강 과정에서 코크스를 태워 발생하는 열과 일산화탄소 가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철의 녹는점인 섭씨 1538도보다 높은 약 1600도에서 철광석을 열로 녹이고, 일산화탄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떼어내 이산화탄소로 배출된다. 석탄을 태우면서 온실가스를 내뿜고, 환원 과정에서 일산화탄소가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로 변하면서 온실가스가 더 배출된다. DRI는 철광석을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가공한 펠릿에 열을 가한 뒤 기체로 직접 환원 작용을 해 만든 것이다. 기체는 천연가스에서 나온 일산화탄소와 수소가 주로 쓰인다. 철을 액체로 완전히 녹이지 않고 800~900도 수준의 스펀지 형태에서 환원 작용이 이루어진다. DRI는 전기로에서 녹은 뒤 불순물을 제거해 강으로 제련된다. 환원 과정의 온도가 낮고 열을 전기로 가하기 때문에 탄소 배출량이 고로보다 적다. 전기로는 기존 철강 제품을 재활용한 철스크랩을 DRI 대신 사용할 수 있어 자원 절약이 용이하다. 수소환원제철은 이 공정에서 천연가스를 수소로 대체한 것이다. 수소로만 철광석에 환원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탄소 배출이 없다. 수소와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단계까지 나아가면 철강산업은 탄소 다배출 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게 된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철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가량이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의 14.5%가 철강에서 나왔다. 다만, 아직은 개발 속도가 더딘 편이다. 진도가 가장 빠른 곳은 스웨덴이다. 스웨덴 SSAB가 철광석 생산 기업 LKAB, 에너지 기업 바텐폴과 합작해 '하이브리트' 프로젝트를 진행해 샤프트로 방식의 수소환원제철 설비를 개발했다.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철을 생산했다. 올해 9월에는 SSAB 수소환원철이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요구하는 무탄소 철강 기준을 세계 최초로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한국도 고삐를 죄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개발하고, 2037년을 상용화가 가능한 시점으로 보고 있다. 수소환원제철 실증 사업을 위해 정부와 철강사들이 총 8100억원을 투입한다. 포스코는 고온의 가스를 분사해 철광석 가루를 공중에 띄워 환원 반응을 일으키는 '유동환원로' 방식에 기반을 둔 수소환원제철 브랜드 '하이렉스'를 내세워 기술 실증 작업을 진행 중이다. 현대제철은 대형 전기로 기술 '하이아크'를 기반으로 자체 수소환원제철 기술 '하이큐브' 개발을 준비 중이다. 국내 철강사들도 전기로를 가동하고 있거나 건설 중이다. 아직은 건축물 철거로 나온 철근 같은 철강재 폐기물을 전기로에 녹일 수 있는 형태로 재활용한 '철스크랩'을 주로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전기로 도입이 늘며 철스크랩 공급 부족 우려도 커지고 있다. DRI 공급망이 탄탄하면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DRI 공급망에 필요한 것이 열간성형철(HBI)이다. HBI는 DRI를 조개 모양으로 뭉쳐놓은 것이다. DRI를 그대로 두면 공기 중 산소가 붙어 순도가 떨어지므로 HBI로 가공해 먼 거리를 운반한다. 광산을 보유한 제철소가 HBI를 다른 국가로 수출하면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 HBI를 받는 제철소는 전기로에 투입할 원재료 확보 부담을 줄일 수 있다. HBI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해외 현지 진출 전략과도 관련이 있다. 포스코는 인도와 호주, 미국에서 현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철광석이 풍부하며 광산을 보유한 제철소가 많다. 광산을 가진 제철소와 협력하면 한곳에서 DRI를 생산할 수 있어 경제적이다. 이곳에서 HBI를 가공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로 공급하는 구상이 가능하다. 인도에서는 JSW와 연간 600만 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기로 하고, 철광석이 풍부한 오디샤주를 잠재적 부지 후보로 물색했다. 호주에서는 다른 철강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남부 와일라 제철소 인수를 검토 중이다. 미국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지분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와일라 제철소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 모두 자체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제철 또한 저탄소 전환의 핵심 설비로 전기로를 택했다. 올해 3월 발표된 미국 루이지애나주 제철소 건립 사업은 DRI 기반 전기로를 염두에 둔 것이다.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DRI를 직접 생산하거나 HBI를 조달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준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포스코의 대미 전략에 관해 “미 철강사도 차량용 강판 품질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포스코가 클리블랜드 클리프스와 손을 잡으려는 의도는 관세 회피 전략과 현지 일관제철소 확보에 더 가까울 것"이라며 “클리블랜드 클리프스가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DRI와 HBI 조달로 양사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다만 지금 미국 행정부가 저탄소 산업 전환 같은 움직임에 소극적이어서 당장 이 효과를 내세우진 않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정권이 교체돼 저탄소 정책 기조가 뚜렷해진다면 DRI, HBI 확보를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제철소를 두고 이 교수는 “같은 루이지애나 주에 있는 뉴코어(Nucor) 전기로 제철소 모델에 더 가깝다"며 “현대제철의 전기로도 현지에서 DRI를 확보해 차 강판 등의 제품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철 스크랩(고철) 등을 기반으로 전기로 운영 능력을 쌓아온 뉴코어는 루이지애나주에 DRI와 HBI로 운영하는 전기로 제철소를 조성하고 있다. HBI 확보는 한국 철강산업의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HBI를 외국에서 조달하면 국내 탄소 배출 부담이 줄어든다. HBI가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DRI 전기로 공정이 정착될 수 있고, 수소환원제철 기술이 완성되면 철강업의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해진다. 국내에서도 기술 확보를 통해 HBI를 생산할 수 있지만, 철광석을 전량 수입하는 만큼 해외 생산품을 들여오는 것보다 효율이 낮을 수 있다. HBI 생산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한국에서 최근 10년간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고 있어 국내 HBI 생산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비중을 크지 않아 막대한 전력 소비가 이산화탄소 배출 확대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일 열린 한국철강협회 주최 '스틸 코리아'의 기조연설에서 “HBI는 생산 비용이 크고 전력을 더 많이 쓴다는 한계가 있지만, 한국에는 (탄소 배출이 적은) 녹색전력의 대안이 없는 채로 들어왔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혁신기술 개발과 실적용의 차질 없는 추진과 기업의 적기 투자를 위한 그린 에너지, 그린수소 등 인프라 확보해 저탄소 제조 시장의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정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LS일렉트릭, 美 AI데이터센터에 전력시스템 공급

LS일렉트릭이 미국 하이퍼스케일(대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솔루션 사업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LS일렉트릭은 북미 AI 빅테크기업과 약 1329억원(약 9190만달러) 규모로 AI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에 필요한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테네시 주에 구축되는 AI 데이터센터에 전력기자재를 공급하는 사업이다. LS일렉트릭은 내년 4월까지 AI 머신러닝을 위해 마련된 서버룸의 전기실과 데이터센터 기계설비용 고·저압 수배전반과 변압기를 공급하게 된다. 발주사는 LS일렉트릭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총 3100억원 규모의 전력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는 고객사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전 세계 AI 투자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당사 최초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기자재를 저압부터 고압까지 모두 일괄 공급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전력수급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북미지역의 여러 고객으로부터 장기공급계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현지 배전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동국제강그룹, 수능 앞둔 임직원 자녀 격려…장세욱 부회장 “실력 맘껏 펼치길”

동국제강그룹은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임직원 자녀 133명에게 응원 선물과 장세욱 부회장의 격려 편지를 전달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응원 선물 세트는 보온 텀블러·기프트 카드·쿠키 등으로 구성됐다. 장세욱 부회장은 직접 작성한 편지를 통해 “긴 시간 꿈을 향해 걸어온 여러분의 노력에 존경과 박수를 보낸다"며 “땀과 노력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긴장하지 말고 그간 갈고닦은 실력을 맘껏 펼치시길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다. 동국제강그룹은 가족 친화 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2017년부터 9년째 매년 수능을 앞둔 임직원 자녀를 대상으로 응원 선물을 전달해왔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비전, ‘2025 파트너스 데이’ 개최…한·일 협력 강화

한화비전이 한국과 일본의 우수 파트너사들과 협력 관계를 다지기 위한 '2025 파트너스 데이(Partners Day)'를 성황리에 개최했다고 10일 밝혔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는 국내 파트너 54곳, 일본 파트너 13곳 등 총 60여 개 사가 참여했다. 한화비전은 파트너사들과 최신 기술 동향을 공유하고 동반 성장 생태계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국내 파트너 행사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강원도 원주시 일대에서 열렸다. 특히 올해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분리해 진행하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한화비전은 인공지능(AI) 칩셋 '와이즈넷(Wisenet)9'을 비롯한 주요 신제품과 기술 로드맵을 소개했다. 공공 부문 행사에서는 서울시청·미래한강본부 관계자가 직접 연사로 나서 한화비전의 AI 카메라 적용 우수 사례를 발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조만근 한화비전 한국사업담당은 “이번 교류가 영상 보안 시장의 발전과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지속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의 가치를 실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일본 파트너 행사(13개 사)는 특별히 국내 초청 방식으로 이뤄졌다. 일본 파트너들은 경기 성남시 판교 R&D센터에 위치한 기술 체험관 'HITE(Hanwha Innovation & Technology Experience)'를 방문해 AI 카메라 적용 사례를 직접 확인했다. 또한 한국 본사의 개발 및 품질 관리 현장을 둘러보며 한화비전의 중장기 전략을 공유받았다. 한화비전은 '함께 더 멀리'라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정기적인 상생협력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협력사의 품질 경쟁력 강화와 기술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한국과 일본의 영상보안 시장을 이끌고 있는 파트너들과 장기적이고 발전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항제철소 산재로 포스코그룹 안전경영 ‘중대 기로’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포스코DX 하도급 근로자들이 독성 기체 유출 안전사고를 당하면서 포스코그룹의 안전 경영이 다시 한번 중대 기로에 섰다. 그룹 계열사가 잇따른 안전 사고를 겪은 이후 정부로부터 경고 메시지까지 받은 전례 때문이다. 특별 태스크포스(TF) 운영 등으로 그룹 차원의 안전 강화 의지를 보였지만, 이를 현장에 안착시키기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경찰과 소방당국과 고용노동부는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합동 감식을 벌인 뒤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사고가 난 공장에 대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릴지 검토 중이다. 지난 5일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압연부 소둔산세공장에서 전기 케이블 설치작업을 준비하던 포스코DX 소속 하도급 근로자 4명은 불산으로 추정되는 화학 물질에 노출되는 사고를 당했다. 1명이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숨졌고, 3명은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당시 근로자들은 외부 충격에 취약한 폴리염화비닐(PVC) 등 플라스틱 계열 소재로 이뤄진 화학물질 배관을 밟고 이동하던 중 배관이 파손되면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 물질 누출 현장에서는 불산 2ppm이 검출됐다. 포스코DX는 사고 당일 심민석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사고대책반을 설치하고 관계기관고 협조해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비판 메시지는 바로 나오지는 않았다. 다만,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정부가 포스코그룹을 향해 재해 근절 촉구 메시지를 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6일 울산 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철거현장 붕괴 사고가 일어나 작업자 7명이 매몰된 사고가 발생하면서 산업 안전사고 근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그룹이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책임을 지지는 않기에 1차 대응은 포스코DX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포스코그룹은 안전 경영 기조를 강화해 세간의 비판과 우려를 해소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올해 들어 포스코이앤씨 공사현장 4명, 광양제철소 1명 등 5명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일이 벌어진 뒤 그룹 차원에서 쇄신 작업을 벌여오는 가운데 산업재해가 거듭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나서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메시지를 냈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포스코이앤씨 전 현장을 대상으로 불시 점검을 지시하기도 했다. 8월 초 포스코그룹이 안전관리 혁신 계획을 내놨지만, 그로부터 며칠 안가 건설 현장에서 감전 사고가 발생하며 비판 여론이 가중됐다. 이에 대응해 포스코는 안전 체계의 허점을 메우고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기 위해 안전관리 체계를 사업회사 단위에서 그룹 단위로 전환하고, 학계와 노조까지 참여하는 그룹안전특별진단TF를 출범시켰다. 지난 9월에는 안전 전문 계열사 포스코 세이프티 솔루션 설립을 마치고 운영을 준비 중이다. 안전 혁신을 위해 외부 전문가들로 회장 직속 자문위원회를 꾸리기도 했다. 하반기 들어 안전 경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만큼 포스코그룹의 대응 방향은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난 뒤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사고 원인을 바탕으로 하도급 문제를 포함한 근로 안전 문제의 혁신 과제를 추가로 내놓는 것이 대표적이다.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이 그룹 안전관리 역량을 고도화해 개별 현장에 적용하는 등 역할을 정립시키는 과제도 우선 순위로 떠올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룹 차원의 안전 대책이 전국 곳곳의 사업장에 제대로 적용되는지 여부를 되돌아봐야 한다는 쓴소리가 나온다. 위기 의식을 바탕으로 안전사고 예방 체계 마련에 고삐를 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회사의 안전 체계 확립에 대한 위기 의식이 커서 안전 관련 조직의 급이 격상되고 안전관리 매뉴얼이 완벽하다고 볼 수준으로 갖춰져 있다"면서도 “이번 사고는 그룹 차원의 안전 노력이 현장까지 닿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결국 문제는 하도급 체계 속 조직 문화를 신속히 바꿔야 한다는 것"이라며 “안전체계 확립에 대한 신상필벌을 명확히 하는 등 인사원칙에 명확히 적용해야 하고, 그룹 차원에서 현장 점검 팀을 운영해 불시 현장 점검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포스코DX “하청 근로자 사망 사과…재발 방지책 강구할 것”

포스코DX가 하도급 근로자의 사망 사고와 관련해 사과했다. 포스코DX는 5일 심민석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포항제철소 현장에서 작업 준비를 하던 하도급사 근로자 한 분이 유명을 달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며 “불의의 사고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깊은 애도와 사과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고대책반을 설치하고 관계기관과 협조해 정확한 사고원인 파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안전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유가족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상해를 입은 근로자들의 치료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덧붙였다. 5일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는 포스코DX 하도급 근로자 여럿이 성분이 파악되지 않은 기체를 흡입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근로자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 소방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있던 배관에서 불산 검출돼 제독 작업을 벌였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스틸 코리아 2025] 송덕용 한화에어로 연구원 “소재 결함 하나로 전투기 전력 공백…‘완벽’ 외 타협 없다”

“항공 엔진은 1~2mm의 작은 결함으로도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만약 특정 '잉곳(Ingot, 금속 주조 덩어리)'에서 제작된 부품에서 결함이 발생할 경우, 동일 잉곳 부품이 적용된 모든 전투기는 다 운항 중지 상태(Grounding)에 빠지게 됩니다. 이는 곧바로 전력 공백과 유지·보수비 급증, 일정 지연 등 심각한 피해로 이어집니다." 송덕용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 소재설계팀 수석 연구원은 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타워에서 열린 '스틸 코리아 2025-금속 재료 GVC 컨퍼런스'에서 'K-항공 엔진 소재 개발 현황 및 추진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송 수석은 “항공 소재 연구·개발(R&D)은 기존 산업용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산업용 R&D가 정량적 목표를 정해놓고 여러 조건 변수를 바꿔가며 연구한다면 항공용 소재는 처음부터 '어떤 원료를 어떤 공정을 통해 어떤 조건으로 결과까지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 완벽하게 정해져 있다"며 “그걸 만족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투기 운용 불능과 같은 재앙을 막기 위해 송 연구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엔지니어링 업체 입증 시스템(EVS, Engineering Vendor Substantiation)'이라는 극도로 엄격한 절차를 필수적으로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개발 대상 선정→입증 요구서 수립→계약·발주→공정 개발(고정공정 확보, EVS/MOS 분석)→공정 확립(EVS 입증 계획 수립)→승인용 시편 제작(각 Heat별 데이터 확보)→판정(요구도 만족 여부 검토)→표준화(EVS 승인, AVL 등재)→양산 감사(Audit)→문서 보관 등 총 10단계로 구성되며, 마지막 단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된다. 송 수석은 EVS 승인 과정의 혹독함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단순히 1번 녹여서 만족시켰다고 바로 승인해주는 게 아니고, 현재 기준으로는 10번을 녹여서(10 Heats) 10번을 다 만족해야만 승인해준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 엔진 5개사의 OEM으로서 승인권을 가지고 있고, 세아창원특수강 같은 소재 업체들은 우리에게 엔진의 승인을 받기 위해 이러한 과정들을 같이 수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그는 “소재 업체는 이 모든 1년의 서류들을 최장 40년까지 다 보관해야 한다"며 “항공용 소재는 적용된 후 이력 관리를 하고 있어 언제 어떤 이슈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그 소재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모든 이력을 보관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존재한다"고도 했다. 송 수석은 '장수명 항공 엔진용 베어링 소재 국산화 기술 개발 사례(2021.12~2024.12)'를 예시로 들며 진공 유도 용해(VIM)·진공 아크 재용해(VAR)·단조(Cogging) 공정·잉곳의 상중하 및 표면·중간·중심 부위별 5개소 시편 채취 샘플링 계획, '1 용해'에서만 수백 장에 달하는 '성적서 패키지'가 산출되는 실제 개발 과정을 공개했다. 송 수석은 현재 진행 중인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프로젝트를 상세히 공개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소재는 '꿈의 소재'로 불리는 초내열합금 '인코넬(Inconel) 718'이다. 그는 “터보팬 항공 엔진의 필수 핵심 소재인 인코넬 718의 잉곳·빌릿·주조·단조품 제조 기술 개발은 국내 항공 엔진 국산화의 기반이 되는 사업"이라며 관련 3개 과제를 소개했다. PQ 인코넬 718 형단조품에 투입된 비용은 총 113억5000만원으로, 2023년 4월부터 60개월간 엔진의 심장인 터빈 디스크 등 핵심 회전체에 쓰이는 '프리미엄 품질' 잉곳 제조 기술 개발이 진행 중으로 세아베스틸이 주관한다. 송 수석은 “특히 'PQ 인코넬 718'은 국내 최초로 R&D를 진행하는 프리미엄급"이라며 “성분도 더 타이트하고 요구 물성도 상향된 조건인 이유는 사용 환경이 뜨거운 곳에 오랫동안 노출되고 순간적인 기동 변화·충격·진동을 다 견뎌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초내열합금 소재는 고청정도를 위한 '특수 정련 설비'가 필수"라며 “가장 높은 신뢰도가 요구되는 회전체 부품의 경우 미세한 결함까지 극도로 제어하기 위해 '트리플 멜팅(Triple Melting)' 공정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트리플 멜팅'은 진공 유도 용해(VIM)→전기로 슬래그 재용해(ESR) 또는 진공 아크 재용해(VAR)→VAR를 거치는 극도로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공정이다. 인코넬 718과 더불어 엔진 경량화를 위한 '경량 내열 티타늄알루미나이드(TiAl)' 소재 국산화 현황도 공유했다. 총 82억7000만원이 투입되는 TiAl 주조품 LPT는 2024년 7월부터 54개월간 저압 터빈(LPT) 블레이드 개발이 목표다. 성능 목표는 1000°C 환경에서 비강도 100MPa/g/cm³ 급을 견디는 것이다. 60억원이 들어가는 TiAl 단조품 HCP는 2024년 12월부터 60개월 간 고압 압축기(HPC)·터빈 블레이드 개발이 목표다. 700°C 환경에서 버티고 비강도 150 Mpa/g/cm³급 성능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송 수석은 “TiAl은 가볍지만 매우 취성이 강한 소재"라며 “터빈 블레이드 소재의 TiAl 마스터 잉곳 제조 기술과 단조품 성형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R&D로, 현재 랩 스케일에서 진행 중이며 내년까지 공정 확정 단계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파했다. 송 수석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소재 업체를 직접 소유하고 있지 않고 항상 소재 업체와 협력하는 관계"라며 “엔진 설계 체계 업체로서 소재에 대해 인증해주고, 이 인증된 부품을 채택할 수 있게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한화의 협력사가 450여 개인데, 앞으로 항공 엔진이 국산화된다면 450개가 아니라 뒤에 0 한 두 개를 더 붙여 4만5000개 이상의 협력사로 구성된 항공 엔진 생태계를 국내에 확실히 구축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발표를 마쳤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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