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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판 새 판짜기…‘2강·1중·2약’ 체제 굳혀졌다

국내 게임업계의 선두권 지형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넥슨과 크래프톤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넷마블은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엔씨소프트(엔씨)와 카카오게임즈(카겜)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게임업계는 '2강(넥슨·크래프톤)·1중(넷마블)·2약(엔씨·카카오게임즈)' 체제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6일 게임업계 및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넥슨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1296억원, 영업이익 3275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3%, 21% 증가한 수치다. 크래프톤도 매출 7816억원, 영업이익 3740억원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 20% 늘어난다. 넷마블은 견조한 실적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한 6140억원, 영업이익은 743% 증가한 311억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엔씨는 매출 3708억원, 영업이익 127억원으로 각각 7%, 51% 감소할 전망이다. 카겜은 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매출은 34% 줄어든 1628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넥슨은 매출 기준, 크래프톤은 영업이익 기준으로 국내 게임업계 1위를 지켰고, 넷마블이 그 뒤를 이었다. 엔씨와 카겜은 실적 악화 속에 중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이번 실적 구도는 작년 흐름과도 유사하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4조91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게임사 최초로 '연매출 4조원' 시대를 열었다. 크래프톤은 연간 영업이익 1조1825억원으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넷마블은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 21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엔씨는 1092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상장 이후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고, 카겜은 전년 대비 91% 급감한 65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쳤다. 게임사 간 실적 희비는 지식재산권(IP) 성패에 따라 갈렸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메이플스토리' 등의 안정적인 인기에 힘입었고, 크래프톤은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가 글로벌 흥행을 이어갔다. 특히 배그는 3월 8주년 기념 업데이트 이후 스팀에서 일간 최고 동시 접속자 수 130만명을 돌파하며 201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넷마블은 지난달 20일 출시한 'RF 온라인 넥스트'가 구글플레이·앱스토어 양대 마켓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출시 일주일 넘게 구글플레이 매출 상위권을 유지하며 초기 흥행에도 성공했다. 엔씨와 카카오게임즈는 대형 신작의 부재와 기존 게임들의 노후화로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 '2강·1중·2약' 구도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넥슨과 크래프톤은 기존 흥행작의 꾸준한 수익과 더불어 신작 성과까지 더해지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지난달 스팀에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로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는 일주일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넘겼다. 이는 크래프톤 게임 중 가장 빠른 판매 기록이다. 넥슨도 '퍼스트 버서커: 카잔', '마비노기 모바일' 등의 신작 흥행이 순항 중이다. 특히 출시 지연으로 우려가 컸던 마비노기 모바일은 출시 직후 입소문을 타며 구글플레이 매출 4위, 앱스토어 2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 초반 분위기가 긍정적이다. 넷마블은 수익구조 개선이 실적 반등을 견인하고 있다. 앱 마켓 수수료 30% 대신 자체 PC 런처에서 결제 시 약 7.5%의 수수료만 발생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향상됐다. 이에 따라 최근 3개 분기 연속 깜짝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해 총 9종의 신작 출시가 예정돼 있어 실적 개선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엔씨와 카겜은 신작을 통해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치는 높지 않다. 엔씨는 올해 루트슈터 장르 'LLL'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출시할 게임은 장기간 공들여 개발해온 만큼 완성도에 대한 우려는 적지만, 기존에 없던 장르에 도전한 만큼 시행착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높아진 이용자 눈높이와 신작 시도가 줄어든 게임업계 흐름을 감안하면 흥행을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카카오게임즈는 핵심 기대작 '프로젝트Q' 출시를 기존 3분기에서 4분기로 연기했다. '프로젝트C', '프로젝트S'도 각각 출시 시점이 늦춰졌다. 대형 신작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실적 회복이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SKT 유영상 “연내 멀티모달·추론 AI 모델 개발…자체 LLM 개발도 마무리”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연내 멀티모달 AI 모델과 추론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수요자·공급자 관점을 융합해 가시적 성과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유 대표는 4일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AI 피라미드 전략 2.0과 올해 사업전략을 공유했다. 이에 따르면, SKT는 올해 안에 멀티모달·추론형 AI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에이닷엑스(A.X) 4.0 개발도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실제 SKT는 지난달 미국 AI 최적화 전문 스타트업 '투게더AI'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한 바 있는데, 이 회사는 AI 오픈소스를 활용한 추론·파인튜닝(사전 학습된 AI 모델을 특정 목적에 맞춰 추가 학습시키는 과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에이닷엑스(A.X) 4.0의 경우, 글로벌 주요 LLM에 못지않은 성능을 가지면서도 효율이 높은 한국어 특화 LLM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유 대표는 이와 함께 SKT가 AI 수익화를 본격 추진하기 위해 세운 'AI 피라미드 2.0 전략'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수요자 관점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통신사업의 효율화는 지속하되, 이를 통해 축적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공급자가 되는 게 골자다. 궁극적으로 두 관점을 연계해 AI 수익화 및 확산 구심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글로벌 통신사들은 대부분 네트워크에 AI를 도입해 운용 비용을 절감하고 마케팅에 활용하는 '수요자로서의 AI'에 관심이 많다"며 “현재는 임시적으로 수요자·공급자 관점으로 나눴지만 궁극적으로는 이 둘을 융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빠르게 수익을 창출할 AI 사업으로 '서비스형 그래픽처리장치'(GPUaaS) 분야를 꼽았다. 이는 기업고객이 AI 서비스 개발이나 활용에 필요한 GPU를 클라우드를 통해 빌려 쓰는 서비스다. 람다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지난해 12월 설립된 서울 가산 DC를 시작으로 빠른 수익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빠른 데이터 인프라를 확보해야 하는 수요자를 위한 모듈러 DC △보안을 목적으로 싱글 수요자에 최적화된 DC △하이퍼스케일(초대규모) DC 등 맞춤형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유 대표는 말했다. 기업간거래(B2B) 시장은 SK C&C와의 원바디 체계를 통해 AI전환(AIX)을 집중 공략한다. 이를 위해 △일상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에이닷 비즈 △법무·세무 등 전문 영역에서 특화 기능을 제공하는 에이닷 비즈 프로를 연내 SK 멤버사에 도입할 계획이다. 자사 AI 에이전트(비서) 에이닷의 경우, 지속적인 서비스 고도화와 국내외 파트너십 강화, 다이버전스(확산·에이닷을 타사 인기 앱에 적극 탑재하는 전략) 확장을 통해 입지를 굳히겠다는 뜻도 밝혔다. 유 대표는 지난달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진행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현장에서 에이닷 월간활성이용자수(MAU) 목표를 1200만명으로 제시한 바 있다. 미국 출시를 준비 중인 글로벌 AI 비서 '에스터'(A*)의 베타 서비스 소식도 전했다. SKT는 각국 텔코(통신사) 및 로컬 서비스 제공자와 협력해 글로벌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그는 “여러 불확실성 속에서도 실사구시 측면에서 그룹 경영철학인 SKMS(SK그룹 고유의 경영철학)에 집중해야 한다"며 “앞으로 더 치열하고 단단하며 유연한 SKT만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성과를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1만원대 5G 요금제 초반 효과 없었다…알뜰폰 번호이동 건수↓

정부가 지난달 알뜰폰 육성을 위해 1만원대 20GB 5G 요금제를 출시했지만, 초반 효과가 미미한 모양새다. 지난달 통신시장 경쟁 양상이 감소세로 돌아선 가운데 알뜰폰의 번호이동 건수도 줄어서다. 3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통신 번호이동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알뜰폰 번호이동 건수는 25만6132건으로 집계됐다. 전달(28만7491건)보다 10.9%가량 줄어든 수치며, 전년 동기(25만8229건) 대비로도 약 0.8% 줄었다. 번호이동은 기기 변경 과정에서 휴대전화번호는 유지한 채 통신사만 옮기는 것을 의미한다.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 양상을 확인하는 가늠자로 활용된다.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이동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통신사들이 할인 및 프로모션 경쟁을 펼치는 구조다. 지난달 통신 3사·알뜰폰 합산 번호이동 가입자 수는 52만5937명으로, 전월(57만5642건)보다 약 8.6% 감소했다. 이는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진 가운데 신규 플래그십 단말 출시 효과가 빠진 것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계절적 비수기 요인도 일정 수준 영향을 미쳤다. 올해 1분기 시장 흐름을 살펴보면, 1월 번호이동 건수는 삼성전자 갤럭시 S25 시리즈 대기 수요로 인해 감소했다. 출시 이후 역대급 판매고를 달성하며 번호이동 건수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3월에는 다시 주춤한 모습이다. 업계는 이 중 알뜰폰의 번호이동 건수가 감소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저가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 출시에 따른 수요가 적잖을 것으로 관측됐는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어서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알뜰폰 업계 활성화 일환으로 지난 2월 말 월 1만원대에 5G 데이터 20기가바이트(GB)를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인 바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 3사의 망(네트워크)을 빌릴 때 지불하는 비용인 데이터 도매대가를 인하하면서 출시 기반이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평균적인 가입 추세로 봤을 때 인기 요금제보다 약 2배 정도 가입자가 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신규 가입자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는 현재까지 선보인 요금제의 종류가 많지 않아 소비자 선택폭이 좁은 게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기준 1만원대 20GB 5G 요금제를 운영 중인 곳은 큰사람커넥트·스마텔·아이즈비전·프리텔레콤 등 4개사 뿐인 것으로 확인된다. 모두 SKT의 망을 대여 중인 업체들이다. 유니컴즈·스테이지파이브·씨케이커뮤스토리 등 업체는 상반기 중 출시할 계획이다. 알뜰폰협회는 올해 6월까지 20여개의 1만원대 5G 20GB 요금제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 망 도매제공 의무사업자 또한 SKT에서 KT·LGU+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국내 중고폰 시장규모 추정 및 시사점'에 따르면, 국내 중고폰 시장 규모는 2021년 682만대에서 2022년 708만대, 2023년 상반기 387만대로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국내 중고폰 판매량은 약 900만~1000만대로 추산된다. 통상 알뜰폰 요금제는 자급제 중고폰과의 조합을 통해 요금 절감 측면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31일부터 갤럭시 인증중고폰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이같은 조합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게임사 손잡은 전자업계…‘이유 있는 동맹’

전자업계와 게임사의 협력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제품 홍보를 통한 판매 확대가 필요한 전자업계와 신작 게임의 성공적 흥행을 원하는 게임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크래프톤과 파트너십을 맺고, 크래프톤의 신작 게임 '인조이'에 자사 TV 제품을 등장시킨다. 지난달 28일 얼리 억세스(앞서 해보기) 버전으로 출시된 '인조이'는 '심즈'와 같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유저가 가상 캐릭터를 생성해 직업을 선택하고 집을 꾸미는 등 다양한 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이번 협업을 통해 게임 내에서는 △97인치 올레드 TV '올레드 에보(G5)'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 △휴대용 스크린 '스탠바이미 고(Go)' △공간 인테리어 TV '올레드 오브제 컬렉션 포제' △벤더블(화면을 구부렸다 펼 수 있는) TV '올레드 플렉스' 등이 구현된다. 이를 통해 유저들은 가상 환경에서 실제 LG전자 제품을 경험할 수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초 넥슨 및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과 협업을 발표했다. 삼성의 '오디세이 3D' 게이밍 모니터를 활용해 넥슨의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신작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을 3D로 구현하는 기술 개발 협력에 나선 것. '오디세이 3D'는 별도의 3D 안경 없이도 입체적인 화면을 제공하는 게이밍 모니터로, 3D와 2D 그래픽 간 화면 전환이 가능하다. 이를 활용하면 '카잔'의 몰입도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업계가 게임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이유는 제품 홍보 효과 때문이다. LG전자는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TV 판매를 확대하는 가운데,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게임 속에서 자연스럽게 제품을 노출하면 유저들이 가상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의 경우 '카잔' 내에서 오디세이 3D가 직접적으로 노출되지는 않지만, 게임의 3D 몰입감을 온전히 경험하려면 해당 모니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게이밍 유저들의 제품 교체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게이밍 모니터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지닌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밸류에이츠 리포트에 따르면, 글로벌 게이밍 모니터 시장 규모는 2023년 65억달러(약 9조5300억원)에서 연평균 14.9% 성장해 2030년 174억달러(약 25조5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자업계는 게이밍 기기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게임사와의 협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게임사 입장에서도 협업을 통해 게임의 사실감과 몰입감을 높일 수 있다. '인조이'와 '카잔'은 출시 이후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 글로벌 10위권에 오르는 등 초기 흥행에 성공했지만, 게임 시장은 트렌드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장기적인 흥행이 쉽지 않다. 실제 제품을 게임 내에 구현하면 이용자들에게 현실감 있는 플레이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며, 3D 기술을 접목하면 몰입감이 더욱 높아진다. 이를 통해 유저들이 장기간 게임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게임 플레이 경험 향상과 제품 판매 확대라는 측면에서 전자업계와 게임사의 협력은 '윈윈' 전략으로 평가된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협업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해외 게임사 개인정보 보호 체계 도마위…“법적 실효성 높여야”

해외 게임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법적 한계가 뚜렷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영향력을 키우며 수익을 거두는 반면 개인정보 처리·보호 체계는 미흡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1일 법조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사 다수가 지난해 도입된 개인정보 처리방침 평가제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기업의 개인정보 처리 과정이 법적 기준과 보호 원칙에 맞게 운영되는지 종합 평가한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분야별 점수는 △가독성 69.1점 △접근성 60.8점 △적정성 53.4점으로 집계됐다. 가독성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적정성은 가장 부실했다. 이는 개인정보 처리 고지 항목과 방침 간 내용 불일치 비율이 높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넥슨·넷마블·엔씨·슈퍼셀·로블록스코퍼레이션·네이버·카카오 등 49개 기업을 대상으로 평가한 결과 약 72%(35개)가 개인정보 처리방침과 실제 정보 사용 동의서의 내용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 법령에 없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번역투 문장을 사용해 모든 평가분야에서 국내 사업자보다 낮은 평점을 받았다. 개인정보 처리방침이 형식적으로만 존재하거나 민원을 접수하기 어려워 접근성 측면에서도 취약 평가를 받았다. 슈퍼셀은 ARS를 통해 이메일 안내만 진행하며, 에픽게임즈와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는 민원 목적 전화 연결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해외 사업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많이 쓰는 수법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10월부터 국내 대리인 지정 제도를 포함한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이는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해외 게임사에 대리인을 의무 지정토록 하는 것이다. 대리인에게는 △사업자 의무 △금지사항 준수 △불법 게임물 유통 금지 △확률형 아이템 표시 △광고 및 선전 제한 규정 준수 의무 등을 부과한다. 다만 해당 제도 도입만으로 규제 상황이 완전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잖다. 대리인 지정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해외 게임사의 '유령 대리인' 꼼수를 막기 어렵기 때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정보통신망법상 국내 대리인 지정현황에 따르면, 대리인 지정 의무가 있는 39개 해외 기업 중 26개 기업이 자사 국내법인이 아닌 법무법인 또는 별도법인을 국내 대리인으로 지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게임산업진흥법에 규정된 국내 대리인 제도의 경우, 개인정보 처리방침은 약관에 표기하고 유효한 연락 수단을 확보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인을 국내 대리인으로 의무 지정하는 조항과 규제기관의 관리·감독 권한에 대한 조항은 도입되지 않아 빈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게임산업에서도 개인정보 관리가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행령 기간 동안 법적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게임사에 대한 역외 적용의 현실적 한계를 해결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정한근 법무법인 화우 고문은 “현재 국내 앱 마켓 매출 상위 100개 게임의 절반 이상은 해외 게임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라며 “개인정보보호정책도 국내외 사업자를 막론하고 균형 있게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이용자 식별 중심의 기존 규제 시스템은 국내외 사업자 간 규제 역차별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부처 간 조정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TV가 취향 저격 콘텐츠 추천”…SKB ‘AI Btv’로 시장 경쟁력 강화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TV(IPTV) 최초로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있다. 초개인화 기술에 기반한 AI 추천 서비스를 통해 TV 시청 편의성을 높이고, 고객 이탈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B는 기존 Btv에 SK텔레콤의 AI 에이전트(비서) '에이닷'을 접목한 'AI Btv'를 통해 대화형 검색 기능을 높이고 있다. TV와 대화를 이어 나가는 '멀티턴' 기능을 제공, AI가 맥락을 이해해 원하는 콘텐츠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거대언어모델(LLM)을 업그레이드하고, 자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파인 튜닝(사전 학습된 AI 모델을 특정 목적에 맞춰 추가 학습시키는 과정)을 지속해 미디어 특화 명령에 대한 이해도와 답변 품질을 고도화하고 있다. RAG(검색 증강 생성 기술)을 활용해 인 Btv뿐 아니라 다양한 미디어 데이터를 참조해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Btv 에이닷 서비스는 현재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AI 에이전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먼저 모바일 B tv 앱과 연계해 TV 상황을 실시간으로 인식, 시청 중 궁금한 정보들을 자동으로 알려주는 'AI 스마트 리모컨' 기능을 제공한다. 예컨대 시청자가 볼만한 채널을 찾지 못해 채널을 계속 돌리고 있으면, AI가 고객의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맞춤형 채널을 추천한다. 드라마·예능 등 프로그램을 시청할 땐 해당 방송의 주문형비디오(VOD), 최신 클립 등을 AI가 자동으로 제공해 특정 장면을 놓쳐도 바로 볼 수 있다. 홈쇼핑 방송을 볼 때도 AI가 모바일과 연계해 상품 정보를 추가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주문 판단을 돕는다. 화면에 배우가 등장하면 AI가 인물 정보·출연작을 알려주는 것은 물론, 해당 배우가 착용한 옷·가방·액세서리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보여주고 비슷한 종류의 상품도 추천한다. 아울러 업계 최초로 실시간 방송에 AI 기술을 적용, 스포츠 채널 스포티비(SPOTV)의 화질을 풀HD에서 UHD 초고화질로 업스케일링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는 SKT의 AI 딥러닝 알고리즘 '슈퍼노바' SKB의 기술력을 더했다. 특히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내장된 서버를 통해 AI가 영상의 색감·선명도 등을 향상시켜 생동감을 높였다. SKT와 협업한 AI 솔루션으로 키즈 콘텐츠도 강화한다. Btv 키즈 서비스 ZEM에 AI 기술을 접목한 △AI로 만든 읽어주는 동화 △AI 영어 더빙 동요를 통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먼저 'AI로 만든 읽어주는 동화'는 텍스트 기반 동화책을 AI가 VOD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콘텐츠다. AI가 △동화 속 배경 △등장인물 △대사 △감정 등을 학습, 움직임을 생성해 동영상으로 변환한다. 줄거리와 핵심 주제를 분석해 영상 말미에 아이에게 질문을 건네 정서 발달과 함양을 돕는다. SKT의 AI 파트너사 앤트로픽의 LLM '클로드'를 활용했다. 'AI 영어 더빙 동요'는 동요 VOD 속 등장인물의 우리말 가사를 캐릭터의 감정까지 반영해 영어 더빙으로 보여준다. AI의 음성 합성과 보이스 컨버전 기술을 활용했다. SKB는 향후 미디어 외에도 다양한 영역을 AI로 탐색하는 에이전트 기능을 확장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생성형 AI를 B tv에 접목함으로써 대화형 검색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고객의 체감 만족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AI 중심 ‘군살빼기’에 작년 통신 3사 직원 10% 떠났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지난해 전체 직원 수를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사업 및 조직체계를 재편한 가운데 저성장 사업 철수 과정에서 희망퇴직 등을 단행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31일 통신 3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사의 직원 수는 3만2991명으로 전년(3만6140명)보다 8.7% 감소했다. 사업자별로 살펴보면 △SKT 5493명 △KT 1만6927명 △LGU+ 1만571명으로, 각각 1.5%, 14.2%, 2.3% 줄어든 수치다. 이 중 KT의 인원 감축 규모가 가장 큰데, 지난해 하반기 대규모 인력 재배치와 희망퇴직을 단행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당시 KT는 자회사 전출과 희망퇴직을 통해 본사 인원의 23% 가량인 4500명을 감축했다. 같은 시기 SKT 또한 희망퇴직 위로금 지급 규모를 대폭 늘리며 인력 조정에 나선 모습이 포착됐다. SK그룹 차원의 리밸런싱(사업재편) 기조 영향을 받은 게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2541억원)에도 반영됐는데, 시장전망치(3453억원)를 크게 하회한 수준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에 대해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이 반영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3사의 고용 형태를 살펴보면, SKT와 KT의 경우 정규직 근로자는 감소한 반면 계약직 근로자가 증가한 점이 눈에 띈다. 먼저 SKT의 계약직 근로자 수는 14%가량 증가한 341명이다. 전체 비중은 2023년 5.3%에서 2024년 6.2%로 늘었다. 반면 정규직 근로자 수는 5280명에서 5153명으로 2.4%가량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비중은 94.6%에서 93.8%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KT는 전년보다 56.8% 증가한 1115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비중은 3.6%에서 6.5%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정규직 근로자 수는 1만9026명에서 1만5812명으로 16.8% 감소했으며, 전체 비중은 96.3%에서 93.4%로 줄었다. 이는 양사 모두 희망퇴직을 통해 발생한 노동력 공백의 일부를 계약직 근로자로 대체한 결과로 보인다. 이들은 통상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과 복지 비용으로 운영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단기적으로 비용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즉, 비용절감의 일환인 셈이다. 반면 LGU+의 계약직 근로자 수는 11.2% 감소한 197명을 기록했다. 특이점은 정규직 근로자 수 또한 2.1% 줄어든 1만374명으로 집계됐단 것인데, 이는 회사의 지난해 실적 감소세가 뚜렷해짐에 따라 전체 인력 규모를 축소한 결과로 풀이된다. LGU+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익 8631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13.5%가량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통신 3사의 인력 감축은 미디어·콘텐츠 등 성장 한계에 봉착해 수익성이 악화한 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신사들은 올들어 관련 사업 인력을 줄이고 AI 중심으로 전체적인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추세다. SKT와 KT는 지난해 메타버스 사업 이프랜드와 메타라운지·지니버스를 각각 종료하며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이와 함께 SKT는 △반려동물 건강관리 플랫폼 '펫토닥' △천문 콘텐츠 서비스 '스타허그'를, KT는 △영상 콘텐츠 제작 플랫폼 'AI 휴먼 스튜디오' △대체불가토큰(NFT) 플랫폼 '민클' 서비스를 종료했다. LG유플러스는 화물운송 중개 플랫폼 '화물잇고'와 K-팝(POP) 콘텐츠 플랫폼 '아이돌플러스'를 중단키로 했다. 반면 AI 투자는 지속 증가세다. 3사 합산 연구개발비(R&D) 투자 규모는 2023년 7372억원에서 2024년 7749억원으로 5.1%가량 늘었다. 주요 연구개발 성과는 AI 통화 비서·온디바이스 기술 구현 등 AI 신기술 개발 및 고도화에 집중된 모습이다. 이와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AI·디지털전환 기조가 뚜렷해진 데다 업황 악화로 인한 비용절감 전략이 맞물리며 정규직 비중은 줄고, 계약직 비중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도 저성장 위주로 사업 정리가 예고돼 있고, 상반기 중 몇몇 기업에서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한국 게임시장 침체 속 ‘신작 흥행’ 반등 신호

수출 감소와 이용률 하락 등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게임시장이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크래프톤과 넥슨이 선보인 신작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침체된 게임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3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는 지난 28일 얼리 액세스(앞서 해보기) 출시 후 40분 만에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 판매 수익 1위를 기록했다. 이후 31일 기준으로 2위를 유지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같은 날 정식 출시된 넥슨의 하드코어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도 스팀 매출 순위 4위로 출발한 뒤, 31일 기준 3위로 상승하며 순항 중이다. 카잔은 넥슨 자회사 네오플의 대표 지식재산권(IP)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싱글 플레이 PC·콘솔 패키지 게임이다. 이로써 인조이와 카잔은 나란히 스팀 매출 10위권에 안착했다. 국내 게임 두 개 이상이 스팀에서 매출 10위권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조이의 인기 비결로는 250개 이상의 정교한 커스터마이징 옵션, 온디바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창작 도구, 협동 플레이가 가능한 '스마트 조이' 기술, 언리얼 엔진 5 기반의 실사에 가까운 그래픽 등이 꼽힌다. 카잔은 네오플 특유의 정교하고 호쾌한 액션성을 콘솔 환경에 최적화한 점이 차별화 요소로 작용했다. 한국 게임 수출액이 줄어들고, 게임 이용률이 하락하는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모처럼 들려온 희소식이다. 한국 게임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지속된 성장세가 꺾이며 위기를 맞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24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게임사 수출액은 83억9400만달러(약 12조3476억원)로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이는 2000년(-5.7%)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한 것이다. 특히 한국 게임 최대 수출국인 중국에서의 수출액 감소(-4.6%p)가 영향을 미쳤다. 2022년 30.1%였던 중국 비중은 2023년 25.5%로 낮아졌다. 이와 함께 국내 게임 이용률 감소도 시장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전체 게임 이용률은 59.9%로, 2015년부터 집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60% 이하로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신작 게임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성과를 내는 게임이 많아질 경우, 게임 이용률이 높아질 거란 기대도 나온다. 이번 신작 흥행은 기존 모바일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PC·콘솔 게임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3년 국내 게임 산업 매출에서 모바일 게임은 13조6118억원(59.3%)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지만, PC 게임(25.6%, 5조8888억원), 콘솔 게임(4.9%, 1조1291억원)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러나 최근 PC·콘솔 신작들이 성공하면서 시장 확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앞으로 출시될 한국산 PC·콘솔 게임들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시프트업의 '스텔라 블레이드' PC 버전,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콘솔 및 스팀 버전 등이 기대작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신작들의 성공은 국내 게임 시장이 모바일뿐만 아니라 PC·콘솔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며 “이 같은 기세가 이어진다면 한국 게임 시장이 본격적인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엔씨 ‘리니지’ 저작권 침해 소송 결과 엇갈려…부정경쟁행위 핵심 쟁점으로

엔씨소프트가 자사 대표작 '리니지 시리즈'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해 진행 중인 소송전의 결과가 엇갈리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두 건 모두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 않아 부정경쟁행위 유무가 희비를 가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이번 법적 분쟁이 게임 간 유사성 기준 마련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롬(ROM)'의 판결 결과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30일 법조계와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중지·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도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5-1부(송혜정·김대현·강성훈 부장판사)는 웹젠에 'R2M' 게임 서비스 중단과 함께 손해배상금 169억1820만9288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 저작권 분쟁 사상 법원에서 인정된 가장 큰 배상액이다. 앞서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과 벌인 소송전과는 다른 결과다. 엔씨는 지난 1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를 모방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저작권침해 및 부정경쟁행위 중지 청구에 대한 소송에서 패소했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3민사부(박찬석 부장판사)는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두 재판부 모두 엔씨가 주장한 저작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표절 근거로 제시한 각 게임 구성요소를 다수 게임에서 발견되는 일반적 규칙으로 본 것. 게임물 간 유사성이 사실상 장르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단순 유사성만으론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는 타인의 투자·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저작권 침해와는 서로 다른 법적 근거를 갖지만, 상호보완적 측면이 있어 동시에 소송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통상 게임의 배경·규칙·전개방식 등은 아이디어로 간주돼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보호 영역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정경쟁방지법은 이용자 혼란을 초래하거나 시장 경쟁 상황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포함해 저작권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을 보완할 수 있다. 즉, 창작물에 대한 원고의 성과와 게임 간 유사성이 시장에 미친 영향을 명확히 입증하는 게 관건이다. 먼저 '아키에이지 워'는 개발·출시가 리니지 시리즈의 명성과 시장 점유율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엔씨가 제시한 증거들은 주로 사용자경험(UI)·게임 시스템 등 구성요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재판부는 이를 장르의 보편적 특성으로 해석한 것. 재판부는 “엔씨는 리니지2M의 구성요소와 진행방식이 창작성을 가진다고 했지만, 이와 유사한 방식들이 이미 선행 게임에 존재한다"며 “엔씨의 표절 근거는 특정인이 독점할 수 없는 공통요소로써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판시했다. 반면 'R2M'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엔씨의 손을 들어줬다. 웹젠이 게임 출시 이후 게임 내용을 일부 수정한 건 사실이지만, 증거를 종합했을 때 부정경쟁행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각 구성요소의 선택·배열·조합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 △'리니지M'과의 실질적 유사성 △엔씨가 7년 동안 100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투자한 점 △게임 시스템의 명성과 고객흡인력 등을 고려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내렸다. 2심에서도 이같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8일 1심 2차 변론기일이 예정된 카겜·레드랩게임즈와의 '롬' 법적 분쟁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엔씨는 지난해 2월 이 게임이 '리니지W'의 콘셉트·시스템 등을 다수 도용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선 두 소송과의 차이점은 출시 시점이다. 롬의 경우, 정식 출시 이전에 소송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란 시각이다. 이는 엔씨의 대응 기조가 강경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는데, 관련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경쟁작 출시로 인한 이용자 이탈을 막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경고 조치'인 셈. 업계는 3개 소송의 판례가 향후 MMORPG 장르 내 저작권 기준을 정립하는 중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향후 대법원 판결이 예정된 R2M 소송이 바로미터가 될 확률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통상 대법원 판결은 법률 해석을 넘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높아 유사 사례 발생 시 위법 여부를 판가름하는 우선척도로 작용하기 때문. 이철우 게임 전문 변호사(문화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R2M의 대법원 판결 결과가 아키에이지 워와 롬의 판결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R2M 판결의 경우, 리니지라이크류 개발 방향 변화 계기가 된 건 맞지만, 게임 간 표절에 대한 부정경쟁방지법의 법리를 완전 확립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롬은 앞선 두 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출시가 예정됐단 점에서 개발진이 유사 소송 제기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며 “이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이나 민법의 불법행위 책임 영역에서 위법성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데, 추가 법리 확립이 필요한 만큼 아키에이지 워의 항소심 향방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포커스] 고양시, 방송영상밸리 용지공급 개시 ‘초읽기’

고양=에너지경제신문 강근주기자 서울 여의도와 상암에 이어 경기서북부 국내 방송․영상산업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고양방송영상밸리가 방송-영상산업을 집적하는 본래 목적에 집중하며 개발 추진에 탄력을 받고 있다. 고양시는 기획부터 소비까지 한 곳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콘텐츠 일자리 생태계 구축을 강화해 자족기능을 향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동환 고양특례시장은 28일 “방송영상밸리가 자족기능과 도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려면 사업시행자인 경기주택도시공사(GH)의 적극 협조가 필요하다"며 “방송영상밸리가 조속하고 성공적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지속 소통-협력하고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고양방송영상밸리는 한강 축을 따라 경기서북부에 방송-영상-문화기능을 집적하기 위해 조성되는 클러스터다. 고양시 장항동 일원에 70만1984㎡ 규모로 들어서며 약7220억원 사업비를 투입해 내년 준공이 목표다. 경기도와 GH가 공동 시행하며 지난 2019년 6월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고시와 2021년 4월 실시계획인가를 거쳐 2022년 2월 부지조성을 착공했다. 현재 공정률은 33%를 기록했다. 전체 면적 중 24%(17만㎡)인 방송시설용지에는 방송국, 제작시설 등이 입주한다. 나머지 부지에는 업무-도시지원시설(5만4000㎡), 단독주택-근린생활시설(3만4000㎡), 주상복합시설(14만7000㎡), 학교, 공원, 주차장 등 도시기반시설(30만㎡)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변에는 올해 상반기 토지 분양을 앞둔 일산테크노밸리, 이달 착공한 킨텍스 제3전시장 등 대규모 개발사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향후 방송영상밸리 조성이 완료되면 K-컬처-마이스 산업과 연계한 문화콘텐츠 일자리 생태계 구축으로 경제적 시너지를 낼 것이란 전망이다. 고양방송영상밸리는 연내 방송시설용지 등 토지공급을 재개해 본격적인 기업 유치에 들어갈 예정이다. 당초 작년 말 방송시설용지(방송3) 공급을 공고한 바 있으나 경기서북부를 미디어산업 메카로 개발한다는 본래 취지에 맞도록 보완을 거쳐 공급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고양시는 2023년 2월 방송영상밸리를 창의적인 방송영상특화단지로 개발할 수 있도록 개발-실시계획을 변경해 방송시설용지 1, 2, 3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특별계획구역은 현상설계나 별도 개발안을 만들어 지구단위계획으로 수용 결정하는 구역을 말한다. 그런데 방송영상밸리 실시계획에 포함된 현행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방송시설용지 허용 용도에는 데이터센터가 포함돼 있다. 고양시는 데이터센터 입지 등 방송영상밸리 조성 목적에 맞지 않는 개발이 이뤄질 것을 우려해 공동 사업시행자인 경기도 및 GH와 협의를 진행했다. 이후 경기도-GH-고양시는 △방송시설용지에 방송제작시설이 아닌 데이터센터가 들어온다면 방송영상미디어를 제작-소비-순환하는 문화 벨트 조성이 어렵고 △방송국이 주요 시설로 조성되는 게 일자리 확충과 자족기능 강화를 위해 특별계획구역을 지정한 목적에 적합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허용 용도를 변경하기로 협의했다. 이에 따라 토지공급은 실시계획과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거쳐 개시될 예정이다. 방송국 관련 시설이 들어올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면서 방송시설용지 분양자가 확정되면 IP융복합콘텐츠클러스터, 고양영상문화단지와 함께 방송영상 문화콘텐츠 제작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고양시는 기대했다. 고양방송영상밸리는 일자리가 풍부한 첨단 자족도시 조성을 위해 고양시가 지정을 추진 중인 경제자유구역 핵심 전략산업 K-컬쳐와 연계된 도시개발사업이다. 사실 고양방송영상밸리가 들어설 일산은 1기 신도시 개발 당시 자족기능 없이 아파트만 공급되며 베드타운이란 오명을 안고 있다. 고양시는 인근 장항공공주택지구도 입주가 진행 중인 만큼 작년 조성된 토지 공급계획 승인 대상에서 제외된 주상복합용지 14만7000㎡가 주택공급을 최소화하고 자족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추진되도록 사업 방향성 재검토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GH는 분양성 저하 및 인허가 지연에 따른 토지공급 일정 지연 등 사유로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양시는 적절한 합의점을 도출해 올해 주상복합용지 공급계획이 승인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와 지속적인 협의와 소통을 이어갈 계획이다. kkjoo0912@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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