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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겁에 질린 고양이 경제(Scared-cat economy)에 빠진 한국과 미국

트럼프의 관세 협박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과 오세아니아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이 앞다퉈가며 금리를 내리고 자국 통화를 절하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우리 금통위도 지난 달 25일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25bp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수년간 침체되어 있는 내수를 살리고 탄핵 정국으로 막혀 있는 재정정책을 대신하여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이다. 다행히 트럼프의 관세 부과에 대비해 세계 각국이 대부분 통화 가치를 절하한 탓에 우리 원달러는 크게 요동치지 않으면서 달러당 1450원대를 유지하며 아직까지는 잘 버텨주고 있다. 금리인하는 침체되어 있는 내수와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시켜 돈맥경화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한은의 목표일 거다. 문제는 우리 경제가 여전히 유동성 함정에 빠져 돈이 돌고 있지 않다는 거다. 게다가 금리 인하의 발표 전인 2월 7일 부동산 매매의 숨통을 틔워 준다는 명목으로 소위 말하는 강남의 '잠삼대청' 지역에 재건축을 제외한 토지거래 허가 규제를 해지하였다. 오비이락일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토지거래허가 해지 뉴스가 발표되고 2주후에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해 돈이 산업계와 골목 상권이 아닌 부동산으로 몰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도 트럼프가 숨 쉴 틈도 없이 관세, 이민 정책과 함께 정부 공무원들의 해고를 밀어 부치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정부개혁부(DOGE) 창설을 내용으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DOGE 수장 머스크에게 합법적으로 정부 기구축소와 정리해고에 나서도록 힘을 실어줬다. 빅테크 금융진출과 가상화폐를 규제했던 1만명이 넘는 직원을 가진 금융소비자보호국(CFPB)를 폐지하고 기상청과 해양대기청에서도 1만 3천 명 중 800 명 이상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국제개발처(USAID)는 15분만에 모든 짐을 가지고 회사를 떠나라는 명령으로 기존 직원 1만 명 중 290명만 남는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일주일만에 2만 건이 증가했고 이 숫자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거다. 트럼프는 관세부과와 정부 구조조정을 통해 무역과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채무도 갚겠다고 한다. 대통령 유세 때는 2조 달러를 줄일 수 있다고 장담했던 일론 머스크는 갑자기 지난 달 27일 백악관 정부 각료회의에서 2026년까지 정부 빚을 1조 줄이겠다고 말을 바꿨다. 문제는 과격한 정책추진으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관세부과와 불법체류 노동자 추방으로 물가가 상승세를 지속하며 가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기업도 경기예측에 자신감을 잃고 투자를 과감히 늘리지 못하고 있다. 미국 또한 '겁에 질린 고양이(scared-cat) 경제'로 추락하고 있다. 우리의 경제도 여전히 불안하다. 다행히 2월 무역수지가 1월의 19억 달러 적자에서 43억 달러 흑자를 보였지만 반도체의 수출이 급격히 줄어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작년 후반기부터 레거시 반도체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트럼프의 반도체 관세 부과로 인해 3월 달 무역수지를 낙관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우리 경제는 작년 12월 계엄 선포 이후 가뜩이나 불황이 진행 중이었던 내수는 회복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업들도 향후 들어설 수 있는 새정부의 정책 결정시까지 신규 투자를 올 스톱한 상태다. 설상가상 우리나라에 부과될 미국의 관세도 가늠할 수 없기에 우리 경제 또한 미국 관세 부과와 탄핵결과를 기다리며 눈치를 보는 겁에 질린 고양이(scared-cat) 경제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 모든 걸 해결해야 하는 건 대통령 대행이자 경제부총리인 최상목 장관이다. 모든 결정을 미루고만 있는 그의 무능이 안타깝고 한심할 뿐이다. 최용

[EE칼럼]행정명령을 통해서 본 트럼프의 에너지정책 방향

취임한지 두 달여인데 트럼프 대통령의 기세가 무섭다. 관세 폭탄, 불법 이민자 추방, 이스라엘-하마스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개입, 트랜스 젠더의 스포츠계에서 추방 등 여러 쟁점 이슈를 속전속결로 해치우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정책수단은 대통령 행정명령(President Executive Order)이다. 2월 12일 현재까지 총 65개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취임 후 열흘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 수가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 후 100일 안에 서명한 것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명령 중 에너지 및 환경과 관련된 내용은 6개이다. 제일 먼저 내린 행정명령은 바이든 정부의 행정명령 및 조치 78개를 폐지하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관련하여 서명한 행정명령 5개와 인플레이션 감축 법(IRA)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행정명령 그리고 인프라 투자와 고용에 관한 법률(IIJA)의 이행에 대한 명령 등이 포함되어 있다. 다음으로 UNFCCC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기로 하였으며 국제기후재무계획을 즉시 철회하기로 하였다. 돈도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이 모든 법적 권한을 동원하여 연방정부 토지에서 진행되는 에너지 공급과 개발행위에 편의를 제공하고 인프라, 에너지, 환경, 자연 자원과 관련된 프로젝트의 준공을 신속히 처리하라는 내용이다. 네 번째는 미국의 에너지 개발을 촉진하는 것인데 미국의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여 경제적·군사적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연방정부의 영토, 영해 및 대륙붕에서의 에너지 탐사와 생산을 장려하며 희토류 등 광물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하여 중국 등의 광물자원 무기화에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전기차에 대한 지원 및 특권을 폐지하고 항만, 액화기지, 파이프라인 등 LNG 수출 인프라를 비롯한 에너지설비에 대해 신속하게 인허가를 내주라는 명령이 포함되어 있다. 다섯 번째는 알래스카의 자원 개발을 촉진하는 것으로서 알래스카 북극권에 있는 풍부한 석유 및 천연가스 자원을 알래스카 남부로 이송하는 파이프라인과 액화기지 및 항만의 건설과 운영에 관련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해상 및 육상 풍력 프로젝트에 대한 연방정부의 영토 임대, 허가, 금융 대출 등을 정지하라는 사실상의 풍력발전 건설정지 명령이다. 이상 여섯 개의 에너지·환경 관련 행정명령은 임기 초반 트럼프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색깔과 방향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기본적으로 기후변화협정을 탈퇴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탄소저감, 재생에너지의 확대 등에 반대하며 전통적 화석 에너지의 생산과 개발을 확대해서 미국 국민에게 값싸게 에너지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다. 일례로 알래스카의 에너지 자원 개발을 촉진함에 있어서 지난 바이든 및 그 이전의 대통령 때 진행되었던 환경영향평가, 국토관리청(Bureau of Land Management)의 결정사항, 내무부 장관의 공공토지명령(Public Land Order) 등을 비롯한 개발 관련 정부 결정 및 핵심 세부사항에 대한 조처방안을 담고 있다. 이뿐 아니라 각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간의 업무분장 및 협업 사항을 미리 파악하여 에너지 개발과 인프라 건설에 방해가 되는 핵심 규제와 장애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을 주도면밀하게 지시하고 있다. 그만큼 트럼프 정부는 에너지 정책의 방향과 구체적인 실행수단에 대해 미리 잘 준비해 왔다는 인상을 받았다. 주정부를 비롯한 여러 지방정부 그리고 언론과 환경 및 시민단체의 반발, 법원의 제동 등 트럼프 정부 앞에 놓여 있는 장벽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기후변화와 에너지전환에 민감한 유럽 각국도 최근 우파가 집권한 독일 총선에서도 볼 수 있듯이 환경보다는 성장, 에너지 전환보다는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에 역점을 기울이려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몇몇 국가는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려 하거나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태세를 취하고 있다. 몇 년 전 탈원전과 탈탄소를 향하여 치닫는 모습과는 꽤 다른 낯선 장면이 당분간 지구촌 곳곳에서 연출될 것 같다. 조성봉

[기자의 눈] 중도층도 등 돌리게 만든 극우 폭력선동

“중도층 역시 극우 세력들의 준동에 반감을 느낀 결과다." 최근 더욱 견고해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정권 교체 여론 우세를 두고 한 보수 성향 정치 평론가가 한 말이다. 올초 잠시 탄핵 반대 여론이 상승세를 타고 정권교체·연장 여론간 격차가 줄어들더니 다시 흐름이 바뀐 배경에는 극우 세력의 폭력·난동과 이에 편승한 여당의 행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중도층은 확실히 돌아섰다. 본지가 리얼미터와 함께 실시한 2월 4주차 주간 조사를 보면 '야권에 의한 정권교체' 의견은 55.1%, '집권 여당의 정권 연장' 의견은 39.0%로 집계다. 오차 범위(±2.5%p) 밖인 16.1%p라는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응답자 중 중도층의 경우 정권 교체가 60.6%로 정권 연장 33.6%의 두 배에 가까웠다. 전문가들은 탄핵심판 변론과 명태균 게이트 의혹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중도층이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변론 과정을 지켜 보면서 '마음의 결정'을 내렸고, 김건희 여사의 '조선일보 폐간' 발언 등 새로운 악재가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여당의 극우 세력 편승이다. 극우 세력들은 1.19 서부지법 폭력 난동으로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이후에도 전혀 반성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관들을 위협하고 부정선거론 등 가짜 뉴스를 배포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최근엔 대학가에서 여학생들을 폭행하고 신상을 공개해 집단 괴롭힘을 가하는 등 테러 행위를 저질렀다. 여당은 이같은 극우 세력에 선을 긋기는 커녕 오히려 힘을 실어 주는 듯한 모양새다. 압권은 3.1절 서울 광화문 집회에서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이 “불법과 파행을 자행해온 헌법재판소를 때려부수자"는 발언이었다. 다른 의원들도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부추기고, '간첩 횡행론' 등 색깔몰이, 중국인 혐오 부추기기 등을 검증없이 옮기기에 바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의 여당의 약세, 야당의 강세는 이같은 여당의 행태에 염증을 느낀 중도층들이 '무게 중심'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문제는 중도층은 모든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시 조기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여당의 행태는 중포당(중도층을 포기한 당) 또는 대포당(대선을 포기한 당)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이슈&인사이트]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한 고찰

탄탄해 보였던 미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1년 6개월 만에 다시 4%를 넘어 4.3%에 도달한 반면, 소비자신뢰지수는 전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2024년 미국 경제 성장률은 2.8%였으나, 올해는 2.0%로 둔화될 전망이며, 완전고용 상태로 평가받던 노동시장에서도 실업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에 미칠 영향은 아직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여부도 불확실하다. 여기에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환율시장에도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지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한 직후에도 원화 환율이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지만, 곧 급등하며 1,460원을 상회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이후 약세를 보이던 미 달러화가 다시 강세로 돌아선 것도 영향을 미쳤지만, 우리의 주 무역파트너인 미국의 성장둔화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부과 등이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어 원화는 그보다 더 가파른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경제 상황 역시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내외금리차가 지속되면서 환율상승 압력이 커지는 가운데, 내수와 수출 모두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결국 금리인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우리 경제가 그만큼 취약하며,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서라도 경기를 자극해야 하는 상황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에 일각에서는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성장둔화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거세질 경우, 미연준은 금리인하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한국의 내외 금리 차는 지속되거나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며, 이는 국제 투자자들에게 한국 시장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반면 일본은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며 미국과의 금리 차를 좁혀가고 있다. 이는 과거처럼 저렴한 엔화를 통해 공급되던 유동성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한국으로 유입될 자금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자금 유출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황을 초래한다. 급격한 투자자금의 유출이나 유입 중단은 외환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으며, 우리처럼 시장 규모가 작은 국가에서는 환율 쏠림 현상이 발생해 급등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외환당국이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환경을 면밀히 주시하는 것이다. 환율이 급등할 조짐이 보이면,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시행해 안정을 도모한다. 하지만 환율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는 방식의 개입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의 외환보유액 상당 부분이 장기채권으로 구성되어 있고, 현금성 자산의 비중이 낮아 환율이 급등할 경우 현금성 자산이 빠르게 고갈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장기채를 현금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외환위기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결국 외환위기로 치닫게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러한 주장은 일부는 맞지만,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국은행은 외환보유액 운용 방식을 통해 상당 부분을 수익성을 고려한 중장기 채권으로 보유하고 있음을 밝혀왔으며, 이는 이미 시장에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 2009년 환율 급등 당시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현금성 자산을 거의 소진했던 전례도 있다. 그러나 장기채권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은 상당량의 미정부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만약 이를 처분해 외환시장을 안정화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미국정부와 연준도 이를 방관할 수 없다. 미국이 정부효율화정책을 통해 지출을 감축하고 금리를 낮게 유지하려는 이유는 재정부담을 줄이기 위함이다. 이는 미국채 발행잔량이 점차 증가하는 반면 미국채 수요는 예전보다 감소하여 미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이자를 지급에 대한 미의회의 승인도 받아내기 어려운 수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전 미재무장관이 중국을 직접 방문해 미국채 매입을 요청했던 사례나,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당시 미 재무부가 미국채를 액면가로 매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미국채 시장의 안정과 금리 급등 방지를 위한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처럼 미국채를 대량 보유한 동맹국이 대규모 매도를 단행한다면,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에 유례없는 충격을 줄 수 있다. 이는 단순히 한국의 문제를 넘어 미 국채 투매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고, 미국채 금리 폭등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가 기울이는 경제적 노력이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군사적 논리보다 경제적 논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인물이다. 따라서 한국이 보유한 미국채의 영향력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면, 환율급등 상황에서도 외환위기 정도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다. 김수현

[EE칼럼] 드디어 통과된 에너지 3법, 첨단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야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및'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 등 이른바 '에너지 3법'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개 법안의 통과는 정치권이 현재 극한 대립 중임에도 에너지 분야를 지원하기 위하여 합의로 처리했다는 점에서 크게 평가를 받는다. 또한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그리고 전력망이 함께 한 묶음으로 통과한 것은 기존의 소모적인 제로섬게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에너지 미래에 모두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동의한 첫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관련 학계 역시 모두 찬성과 응원의 메시지를 곧바로 발표하였다. 5월에는 함께 학술대회를 연다고 한다. 3개 법안 모두 모두 특별법으로, 각각 송배전망이 모자라서 생산한 전기를 필요한 지역으로 보내지 못하는 문제를, 저장용량이 이미 한도를 넘어버린 사용 후 핵연료 저장 문제를, 그리고 사업자 난립과 인허가 늦장 등으로 지지부진한 풍력발전의 문제를 해결할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 중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AI 산업의 발전 및 기후변화 대응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전력망 확충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의 특별법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행정절차의 신속 처리를 위해 송전선로 설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내용이다. 국가가 기간 전력망 관련 계획을 수립할 때 지방자치단체장이 60일 이내 주민 의견을 수렴해 회신하도록 하되 이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협의를 마친 것으로 간주하기로 한 것인데, 이는 상당히 강력한 조항이다. 해당 조항이 사업 시행이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임은 확실하나 전력망 설치지역의 상당한 반발이 있을 것임은 충분히 예상된다. 이에 특별법은 송·변전 시설 주변 주민이나 지자체에 관한 보상 조항을 함께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생산된 전력은 생산지에서 우선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이를 잘 활용하여 수도권 전력 사용 집중 문제를 해소하는 유인책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영구적인 처리 시설에 대한 근거를 담은 법으로, 지난 2016년 국회에서 논의를 시작한 지 9년 만에 동의를 얻었다. 주요 내용으로 2050년까지 중간 저장 시설을, 2060년까지 영구 폐기 시설을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1970년대 원자력발전이 시작한 이래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해묵은 숙제를 이번에 여야가 해결의 물꼬를 튼 것이다.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은 정부 주도의 계획 입지로도 사업 진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예비타당성조사의 면제 등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간 문제가 되어 왔던 입지 선정 소요 기간의 장기화 문제를 해결하여 풍력 사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또한 지난달 21일에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역시 확정하여 발표하였다. 지난해 5월에 실무안이 만들어진 지 9개월 만이다. 이번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의 15년 계획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모두가 함께 지난 2월 말에 확정된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야 하겠다. 추가적인 제도의 도입도 필요해 보인다. 먼저, 최근 전력 소비가 변동이 심해지고 있음을 고려할 때 보다 입체적인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즉, 발전량이 많은 지역에 소비자를 유치하고나 AI를 적용한 스마트미터 등 첨단 기기의 개발과 적용,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프로슈머(prosumer) 형 재생에너지 생산 및 소비자가 생산하여 사용하는 넷미터링 제도 등을 추가하여 전력망 건설 및 예비율 유지의 필요성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추가될 필요가 있다. 또한 2010년대 이후 재생에너지 보급제도의 근간이 되어온 RPS 제도를 보완하는 입찰제 병렬 적용, 전력 계통에 대한 민간 투자 유인 방안 마련, 전기 요금제의 다양화 및 전력망을 활용한 서비스의 개발 등 정부는 에너지 3법과 기본계획에 더하여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십분 활용하는 미래지향적인 첨단 에너지 네트워크 구축 계획을 함께 마련하여 조속히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허은녕

[기자의 눈] 소상공단체 사무실이 보여준 ‘민생 현주소’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재 후보자 임명 문제로 여야 정치권이 대립하면서 국정협의회마저 무산됐다. 가장 시급한 민생경제를 지원하려는 '추가경정예산안' 논의도 후순위로 밀려버린 상태다. 오죽하면 우원식 국회의장이 “추경만큼은 일체의 다른 사안을 결부하지 말고 추진하자"고 호소했을까. 에너지경제신문은 새해 들어 윤 대통령 탄핵 이후 우려되는 민생경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와 전국상인연합회(전상연) 두 단체의 회장들과 인터뷰했다. 소상공업계를 대표하는 두 법정단체는 사실상 민생을 대변하는 쌍두마차다. 전상연은 2006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승인을 받아, 소공연은 2016년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각 설립됐다. 두 단체장의 인터뷰 내용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기자가 충격은 받은 것은 두 조직의 위상에 비해 단출한 사무국의 모습이었다. 전국 776만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소공연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건물에 세 들어 있다. 올해 공직유관단체로 신규 지정되면서 소공연의 위상은 더 높아졌다지만 중기부의 지원 보조금은 지난해나 올해나 차이가 없다. 전국 1700여개 전통시장을 대표하는 전상연의 사무국은 경기도 수원의 영동시장 건물에 있다. 지난해 경기도상인연합회 회장 출신의 회장이 당선되면서 경기도연합회가 사무국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변변한 둥지가 없어 회장이 바뀔 때마다 사무국이 철새처럼 전전한다. 단체의 운영비를 반드시 국민 세금으로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소공연과 전상연은 '지역 및 민생' 경제의 종사자들을 대표하는 단체다. 더욱이 선거철만 되면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가장 먼저 '민생'을 들먹이며 찾는 곳도 두 단체가 아닌가. 과연 정부와 정치권이 민생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된다. 요즘처럼 만성적인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소상공인들은 두 단체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민생경제의 실태를 잘 파악하려면, 소공연·전상연의 '가교 역할'이 필수다. 정부와 정치권이 필요에 따라 방문하고, 정책 풍선을 띄우기보다 이들 단체에 대한 실질적 지원이 먼저 뒤따라야 한다. 민생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진정성이 통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데스크칼럼] 배당 재개에 욕먹는 에너지공기업, 누구 책임인가

“빚 갚으라고 국민이 요금 올려줬더니 배당이나 하고, 모럴해저드가 따로 없다." 유튜브에서 한전의 배당 결정을 비판하는 영상의 내용이다. 에너지 공기업 중 상장된 한국전력,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가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대규모의 배당을 결정했다. 그런데 이를 두고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전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 94조13억원, 영업이익 8조3488억원, 당기순이익 3조7484억원을 기록했다. 4년 만의 흑자 전환이다. 한전은 이를 바탕으로 4년만에 배당도 재개했다. 주당 214원씩, 총 1374억원을 배당한다. 그러나 한전의 이번 배당을 놓고 주주들을 비롯한 국민들은 황당하고 어이 없다는 반응이다. 정부와 한전 경영진은 한전의 천문학적 부채로 인해 도저히 회사 운영이 힘들다며 요금 인상을 호소했고, 국민들은 물가 인상으로 힘든 상황인데도 이를 허락해줬다. 그런데 요금 인상으로 수익이 발생하자 그 돈으로 빚 먼저 갚을 생각은 안하고 배당 잔치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은 얼마나 황당하고 어이가 없겠는가. 한전의 부채는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04조원(부채율 514.5%)이며, 이 가운데 이자가 붙는 이자발생부채만 136조원이다. 이에 따른 이자비용을 대략 계산해보면 한전은 공기업이기 때문에 국고 금리 약 2.6%를 적용하면 연간 이자액만 3조5900억원이고, 이를 월평균으로 나누면 매월 약 3000억원이 발생한다. 즉, 한전이 지난해 벌어들인 순수익 3조7484억원은 연간 이자비용 3조5900억원가량을 지불하고 약간 남는 수준에 불과한데, 한전은 그 남은 돈을 배당으로 다 써버린 것이다. 한전의 배당이 모럴해저드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이다. 가스공사와 지역난방공사도 마찬가지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1480억원을 바탕으로 주당 1455원씩 총 1270억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한난도 지난해 당기순이익 2607억원을 바탕으로 주당 3879원씩, 총 449억원을 배당하기로 결정했다. 두 공기업 모두 3년 만의 배당 재개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가스공사 총부채는 42조4930억원(부채율 402.7%), 한난 총부채는 5조5914억원(부채율 251.7%)이다. 게다가 두 공기업은 숨겨진 적자인 미수금 계정이 각각 14조원, 5600억원이 있다. 미수금은 요금 인상을 미루고 나중에 받기로 한 금액인데, 사실상 요금을 추가 인상하지 않는 한 받기 힘들기 때문에 손실 성격이 강한 계정이다. 두 공기업도 지속적인 요금 인상으로 실적이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여전히 재무구조가 부실한 상태여서 순수익으로 부채부터 갚는게 급선무인데, 상당한 금액을 배당에 써버렸다. 이처럼 3곳의 상장 에너지 공기업이 재무 상태가 엉망인데도 배당을 결정한 배경에는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파다한 소문이다. 정부는 2년 연속으로 세수 부족을 겪었다. 총 80조원 규모다. 올해도 경기둔화 심화로 또 세수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가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지분을 가진 상장 공기업의 배당율을 높이도록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 공기업의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지분율은 모두 50%가 넘는다. 에너지 공기업의 부채 갚기가 늦어지면 늦어질 수록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폭등했다가 3년이 지난 지금은 전쟁 전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인데도 국내 에너지 요금은 전혀 내리지 않았고 부채 때문에 오히려 더 올라야 할 판이다. 애꿎은 에너지 소비자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곶감 빼먹는 듯한 정부의 에너지 공기업 배당 요구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윤석헌 칼럼] 헌재 판결을 넘어 통섭의 리더십으로

지난달 25일 혹시나 하며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최종변론을 지켜본 국민들 마음이 역시나로 무너졌다. '헌재 결과 승복'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 기대가 무산된 것이다. '하루빨리 복귀해 대한민국을 다시 이끌겠다'는 의지는 보였으나, 뚜렷한 사과나 반성도 없었다. 12.3일 국회와 중앙선관위에 무장군인을 투입했지만, 이는 '호수 위의 달 그림자' 좇아가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그날 밤 온 국민은 무장 계엄군이 헬기로 국회에 진입했고, 본청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보좌진들과 일촉즉발 대치했으며, 국회로 향하는 국회의원들은 월담을 했고 계엄군이 중앙선관위를 침탈했던 장면 등을 TV로 지켜보면서 불안 속에 잠을 설쳤다. 윤 대통령 측은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그것이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진 않는다. '모조리 끌어내라'는 지시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던 것은 계엄군들의 자제 때문이었다. 국회 측의 신속한 계엄 해제는, 부실한 계엄 계획과 집행도 이유였지만,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 민주당대표와 국회의원들, 군인들과 시민들 역할이 컸기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은 마치 이들이 자신의 의도였던 듯 말하지만 이는 궤변이다. 한편 국민들은 계엄 이후 불안과 울화로, 시위자들은 혹한의 추위 속에 거리에서 대치하고 갈등하면서 피해를 겪고 있다. 게다가 안타깝게도 지난달 27일 영국 잡지사 이코노미스트 산하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계엄으로 인해 '완전 민주주의'에서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경제적 손실도 이어졌다.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었고 경기침체 속에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중소기업, 자영업자, 서민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금년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0월의 2.2%에서 지난 1월 2%로 인하했다. 신용평가기관 피치(Fitch) 역시 이를 2%에서 지난달 1.7%로 낮추었다. 한은은 이번 비상계엄사태 여파로 작년 4분기와 금년에 걸쳐 한국경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총 6조3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행히 경제적 손실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국회의 신속한 해제 결의, 시민들의 응원봉 물결, 헌재의 탄핵심판 진행 등이 법치와 민주주의 역량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나타난 극렬층의 서부지법 난입, 헌재 심판관에 대한 인신공격 등으로 경제적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종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의혹과 중국의 선거 개입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계엄선포가 '침몰하는 배를 구하려는 선장의 충정'이었고, 야당의 줄탄핵과 예산삭감 등 의회독재 계몽을 위해 불가피했다는 '계몽령'을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국가에서 여야간 이견은 당연하고 그 조정은 헌법과 법률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데, 윤 대통령은 이러한 노력을 얼마나 했는가 묻고 싶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에게 전시ㆍ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계엄 선포를 허용하지만, 윤 대통령 측은 '거대 야당의 횡포'를 국가비상사태라 할만한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야당 독주체제가 불만이라지만 이는 자신의 책임이 크다. 2~3주내 헌재 판결이 예상되는데, 경우별로 전망해보자. 우선, 탄핵의 기각은 잔여 임기동안 윤 대통령에게 독재자 면허를 부여하는 것으로 매우 위험하다. 최종변론에서 언급한 '헌법개정과 임기단축'은 때 늦은 감이 있고 그대로 믿기도 어렵다. 12.3 계엄 실패의 교훈을 살려 제2, 3차를 시도하면, 대한민국은 독재국가가 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야당과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져 거리투쟁이 장기화되면 경제에 막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하고 금융위기 발생도 우려된다. 반면, 탄핵의 인용은 윤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 중심으로 일시적 반발이 예상되나 대선국면이 이어지면서 혼란은 조기 종료될 수 있다. 헌재 판결 이후 국가 리더십 복원이 시급하다. 특히 트럼프 2기 체제가 탈세계화, 보호주의 무역기조 전환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관련해서 세 가지를 추천한다. 첫째, 국가 리더십의 경제적 역량 강화가 절실하다. 한국경제의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실용주의에 입각한 전략과 정책을 개발하고, 경제외교 문제에서는 국제간 합종연횡을 불사해야 한다. 둘째, 정치, 외교, 경제 등 국정 전반에 걸쳐 최고의 인재를 기용 국력을 재결집하는 통섭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셋째, 새로운 리더는 국민을 존중하고 국민과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윤석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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