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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중대재해 잡겠다는 정부, 돌연 리스크 떠안은 은행

정부가 최근 이슈가 된 기업 중대재해사고의 해결책으로 '자금 옥죄기'를 이용하겠다고 선언한 뒤 은행권의 짐이 늘어난 모양새다. 최근 정부는 금융권에서 한 단계 구체화 된 심사 반영안을 꺼냈다. 대출의 신규 취급과 만기 연장 과정에서 기업의 안전관리 수준을 따져 금리와 한도를 조정하는가 하면 기존 대출도 약정 변경 시 한도 축소나 인출 제한에 처해질 수 있도록 했다. 중대재해 이력이나 안전 관리 수준에 따라 정책금융 평가도 달라진다. 공시나 ESG평가에 반영함으로써 투자자 판단에도 영향을 주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은 최근 신용평가 체계 확립을 위해 구체화 단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부의 '중대재해 뿌리뽑기'라는 짐을 돌연 은행권이 떠안게 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존재한다. 아무래도 대출과 관련된 변화가 이번 제도의 핵심축이므로 은행에서 직접 수행할 일이 많아지기 때문일 것이다. 은행권 내부에선 무엇보다 새로운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는 데 대한 불만과 우려가 높다. 기업에겐 목숨과도 같은 대출 문제를 은행이 평가하고 판단하게 되면서 기업과의 첨예한 갈등 문제가 따라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특정 산업군에 집중된 문제를 갑작스레 금융권이 뛰어들어 해결하는 모양새기에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며 “그 과정에서 안전문제라는 비재무적 요소를 두고 기업의 책임을 가려내야하고,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점까지 모두 은행이 갑작스레 떠안은 리스크"라고 말했다. 정부가 여러 방향에서 정책을 밀어붙이는 통에 정부의 또 다른 기조와 부딪히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은행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산재가 많은 업종이나 기업에 대출을 꺼리게 된 현실이지만, 이는 정부가 기업에 자금을 흘려보내라는 기조와 반대되는 행보다. 은행은 비슷한 문제로 상생금융 지원 규모를 다방면으로 늘려야하는 분위기 속에 밸류업 정책도 이뤄내야 하는 이슈에서 고민이 많다고 토로한다. 기업의 생명줄인 자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면 기업들이 안전 관리에 있어 확실하고 빠른 변화를 보이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를 빠르고 확실하게 해결하기 위해 목표만 바라보면 필연 다른 곳에서 탈이 나기 마련이다. 속도와 강도도 중요하지만 조화와 균형을 고려한 정책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 눈] 체코 원전 수주, 냉철한 대차대조표 필요

2023년 중소·벤처기업 분야를 취재하던 시절, 윤석열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해 스타트업들의 경쟁력이 무너지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봤다. 이번 체코 원전 수주 계약을 둘러싸고 터져 나온 '매국 계약' 논란에서 당시의 데자뷔를 느꼈다. 두 사건은 정권의 치적을 쌓으려다 국내 산업의 기초를 무너뜨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한국전력(한전)은 체코 원전 최종 계약을 앞두고 올해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충격적인 내용의 합의문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1기당 무려 6억5000만 달러(약 9000억 원) 규모의 물품·용역 구매 계약을 몰아주기로 했다. 1기당 1억7500만 달러(약 2400억 원)의 기술 사용료도 따로 준다. 원전 1기를 수출할 때 웨스팅하우스에 약 1조 원을 지불하는 셈이다. 수수료나 물품 구매 등 금전적 대가는 그렇다 치자. 한국형 원전은 웨스팅하우스의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만큼 지식재산권(IP) 분쟁 해소를 위해 어느 정도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심각한 것은 해외 원전 수주와 기술 독립의 길을 막아 놓았다는 것이다. 합의문에 한국 기업이 개발하는 차세대 원전(SMR) 수출 시에도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자립 검증'을 받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넘겨 주고 싶지 않은 웨스팅하우스에게 사실상 기술 주권을 넘겨 주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SMR은 안 그래도 대형 원전에 비해 수익성이 낮다. 웨스팅하우스의 간섭으로 국내 기업의 이익이 크게 줄어들면 해외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어진다. 대형 원전도 북미·유럽·우크라이나 등에서 신규 시장 개척이 어려워졌다. 여당 등에서는 이번 계약이 정권의 치적 쌓기를 위해 지나치게 성급히 협상을 진행해 결국 원전 기술 주권을 팔아 먹은 '매국 계약'을 체결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수원과 한전은 이미 웨스팅하우스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당시 한차례 지재권 협상을 했었고, 이번보다 나은 조건에 합의한 바 있다. 이번 협상에서 이렇게까지 많은 것을 내주면서 급히 계약을 체결했어야 했는지는 분명히 의문이다. 정권의 단기적 성과를 위해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를 담보로 잡은 셈이다. 이미 원전 건설 기업 주가가 출렁이는 등 파장이 크다. 철저한 사실 확인과 냉철한 대차대조표를 작성해 '매국 계약'인지 아닌지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을 추궁해야 한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기자의 눈] 이재명 ‘쪽박’·오세훈 ‘대박’…K-주식의 민낯

한국 자본시장의 민낯은 정치 지도자의 투자 이력에서도 드러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18년 성남시장 시절 LG디스플레이·두산중공업·성우하이텍·SK이노베이션·KB금융 등 13억원 규모의 국내 주식을 보유했다. 그러나 현재 시세로 환산하면 총액은 약 9억 원 수준이다. 두산중공업과 SK이노베이션, KB금융은 수익을 냈지만 LG디스플레이와 성우하이텍의 부진이 발목을 잡았다. 5년 넘게 들고 있었다면 –28% 손실이다. 대통령도 물린 K주식의 현실이다. 반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학개미'였다. 그는 2024년 말 기준 국내 주식은 모두 매각하고, △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20.4%), △양자컴퓨터 테마주 아이온큐(14.9%), △미국 국방부와 거래하는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13.9%), △비트코인 투자회사로 불리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50.7%) 등 해외 기술주와 가상자산이 대부분이다. 종전 평가액 155만원이던 포트폴리오는 현재 10억5000만원으로 불어나 약 680배 수익을 기록, '탈국장' 후 미주에 올라타 성과를 거뒀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투자 성향 차이를 넘어 한국 증시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결국 투자자들이 왜 점점 '서학개미'로 이동하는지, 그리고 왜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지가 여기에 담겨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외치는 이재명 정부가 증권거래세 인상과 대주주 양도세 강화 같은 세제 개편을 밀어부치자 투자자들이 반발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우선 세수 확대 효과도 불확실하다. 정부는 증권거래세를 0.15%에서 0.2%로 올려 향후 5년간 11조5000억 원을 더 걷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로 늘어날 세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수치를 내놓지 못 하고 있다. 현 제도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에도 못 미치는 주식 10억원어치를 보유한 투자자까지 '대주주'로 규정해 최대 25%의 양도세를 부과하는데,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연말마다 매도에 나서며 시장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7년과 2019년 12월, 대주주 기준 강화 시행을 앞두고 각각 5조원 안팎의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진 전례가 있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국정 비전은 '실용적 시장주의를 통한 지속 성장'이다. 그러나 현행 세제 개편안은 소득 재분배라는 제도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증시 활력을 떨어뜨리고 개인 투자자들의 자산 형성 기회를 제한하는 역설을 만들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세수 증대라는 단기 성과에 치중하는 한, 대통령도 물렸던 K-주식의 현실은 수백만 개인 투자자들의 좌절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자의 눈] ‘5000피’ 외치기 전에…필요한 건 기대보다 기반

정권이 바뀌자마자 공기가 달라졌다. 조용히 숨죽이던 주식시장이 어느덧 코스피 3200선을 넘겼고 한동안 잊혔던 '코스피 5000'이라는 숫자가 다시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아직 실현된 정책은 많지 않지만 대선 당시 쏟아졌던 공약들이 투자자들 사이에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오랜 침체 속에 눌려 있던 심리가 방향만 틀어도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한 셈이다. 이번 랠리의 한가운데에는 상법 개정이 있다. 그동안 기업의 권한이 대주주에게만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소액주주에게도 실질적인 권리와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로 바꾸겠다는 방향이다. 이런 흐름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다시 불러모았고, 부동산에만 몰리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흐를 수 있다는 희망도 커졌다. 기대가 커질수록 중요한 건 균형이다. 소액주주 보호가 너무 강조되면 기업 입장에선 오히려 장기적 투자를 꺼리게 된다. 실적과 주가, 단기 성과에만 매달리는 구조가 되기 쉽다. 자칫하면 기업의 자율성과 유연성이 사라지고,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 방향이 아무리 좋아도 속도가 지나치면 오히려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세금이다. 한국의 상속세율은 최대 60%에 달한다. OECD 평균보다 4배나 높은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기업 오너들은 회사를 키우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든 세금을 줄이는 데 에너지를 쏟게 된다. 중요한 경영 판단이 왜곡되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꼬리표를 달게 된다. 주주 중심 경영을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현실에 맞는 세제 개편이 따라와야 한다. 최근 발표된 세제 개편안은 오히려 시장에 혼란을 줬다. 주식시장을 '자산 형성의 기회'로 보는 게 아니라 또 하나의 증세 수단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책은 결국 일관성이 핵심이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시장은 그 진심을 금세 알아채고 반응한다. 주가보다 먼저 무너지는 건 신뢰다. '코스피 5000'은 제도 하나 바꿨다고 정책 몇 개 발표했다고 닿을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단기적인 부양책으로는 부족하다. 결국 중요한 건 경제 체질의 변화다. 인공지능, 자동화 같은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받아들이고, 산업 구조를 유연하게 바꾸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그 성장을 뒷받침할 건강한 자본시장 환경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자의 눈] 1020세대 사로잡은 갤럭시폰의 ‘아재폰’ 꼬리표 떼기

최근 지인과 함께 찾은 삼성전자의 최신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폴드7', '갤럭시 Z 플립7' 체험공간에서 10대 한 무리가 기기를 손에 쥐자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들은 “세련됐다", “예전보다 훨씬 예쁘다", “이 정도면 살 만하다"라는 반응을 쏟아냈다. 갤럭시 유저로 10여년을 살아온 기자 입장에서는 낯설지만 반가운 장면이었다. 그동안 가장 아쉬웠던 건 '갤럭시=아재폰'이라는 이미지였다. 1020세대는 줄곧 “아이폰에는 트렌디한 감성이 있다"며 '아이폰 만세'를 외쳤고, 삼성전자는 젊은 세대의 마음을 잡지 못한 채 고심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운영한 갤럭시 폴더블 체험존 방문객의 75% 이상이 1030세대였고, 그 중 20대 비중이 가장 높은 30% 이상을 차지했다. 갤럭시를 향한 젊은 층의 시선이 바뀐 배경에는 '디자인 혁신'이 있다. 올해 선보인 폴드7·플립7, '갤럭시 S25 엣지' 모두 '슬림'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얇아진 폼팩터는 트렌드에 민감한 Z세대와 알파세대(통칭 잘파세대)의 감각을 자극했다. 여기에 삼성의 인공지능(AI) 폰 전략이 더해져 편의성과 차별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평가다. 삼성은 제품 변화뿐 아니라 세대와의 '접점'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프랑스 아티스트 장 줄리앙과의 협업 공간, 인기 프로야구 구단과의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스마트폰을 파는 데서 나아가 문화·취향을 공유하려는 시도가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끈다. 수치로도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초 기준 18~29세의 갤럭시 사용 비율은 40%로, 1년 새 6%p 상승했다. 여전히 아이폰(60%)에 비해 열세지만 최근 5년 내 최고치라는 점에서 반전의 신호로 읽힌다. 스마트폰은 단순한 통신 기기를 넘어 자기표현의 수단이 됐다. 갤럭시가 젊은 세대의 '정체성 기기'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그 파급력은 단순 점유율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아이폰의 탄탄한 브랜드 충성도와 '트렌드 선도' 이미지를 완전히 넘어서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자칫 변화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다시 '아재폰' 이미지로 회귀할 위험도 있다. 현재 갤럭시는 낡은 꼬리표를 확실히 떼어내고 잘파세대의 선택지로 자리매김할 분수령에 서 있다. 삼성이 최근 달라진 갤럭시 위상을 기회로 삼아 젊은 세대와의 장기적 신뢰로 이어가길 기대해 본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李 대통령은 2030 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까

2030년에 2018년 대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하는 계획인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 가능하느냐는 질문은 이제 의미가 없어졌다. 에너지 업계는 물론, 대다수 전문가들도 달성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말만 못할 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2035 NDC 수립 상황을 점검하며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면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려 국가감축목표를 달성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참모들로부터 현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았을지 모르겠다. 아무리 강구하라 해도 불가능한 일을 이룰 수는 없다. 2030 NDC가 실패하면 2035 NDC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35 NDC는 국제기준을 참고할 때 2018년 대비 2035년에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60% 안팎으로 줄이는 수준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2030 NDC보다 약 20%포인트(p) 높은 수치다. 그러나 2030 NDC 미달성 시나리오를 반영하지 않는다면 2035 NDC를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2030년에 못 줄인 배출량을 반영해서, 2035년까지 급격하게 줄여야 하는데 국가 경제에 부담을 너무 준다면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수 있다. 차라리 지금부터 2030 NDC 미달성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게 2050년 탄소배출량 넷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더 나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업계와 전문가들이 2030 NDC 달성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풍력발전 보급 목표 미달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해상풍력이 총 14.3기가와트(GW)를 설치한다고 했는데, 현재 착공 중인 해상풍력 사업의 규모는 총 0.3GW 수준에 그친다. 발전(전환)부문에서만 2030년까지 총 1억2370만톤의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 이는 전체 목표 감축량의 42.5%를 차지한다. 설비용량으로만 원전 14기 규모의 해상풍력 없이는 발전부문 온실가스를 줄이는 게 불가능하다. 지금 진행 중인 해상풍력 사업들이 당장 공사를 시작해도 모자를 판에 사업의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계약 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해상풍력 사업이 본격적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하려면 빨라도 2033년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무리 빨리 지으라고 재촉해도 바다에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공사기간을 줄이는 건 어렵다. 수송부문은 길게 말할 것도 없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누적 420만대 보급, 전기차 충전기 123만기 구축을 목표로 세웠다. 하지만 지금까지 전기차는 누적 100만대, 충전기는 30만기도 못채운 상황이다. 내년부터 4차 탄소배출권 기본계획이 시행되더라도 배출권 가격이 제역할을 할 만큼 오르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배출권 가격이 실제 기업들의 탄소감축 설비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는 언제 마련될지 모른다. 열심히 해도 2030 NDC 달성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여기저기서 따지는 건 또 많다. 일부 환경단체는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데 민간 대신 공공이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북유럽 국가들이 탄소중립 발전원으로 잘만 쓰고 있는 산림바이오에너지에 대해선 생태계 보호를 위해 사용해선 안된다고 한다. 일부 업계나 정치권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에 필요한 외국 자본 유입 및 외국산 부품 사용도 문제 삼는다. 조단위 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국내 자본과 국내산 부품만으로 사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외국 자본과 외국산 부품 사용이 허용 가능한 기준점을 잡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기후전담 부처 후보인 기후에너지부 혹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언제 활약할지 모른다. 게다가 기후전담 부처를 만들어 전남 나주로 보낸다고 하니 시간을 더 잡아먹을 것 같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징벌만으론 산재 못 막는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포스코이앤씨(이하 포스코)의 건설면허 취소 가능성을 언급한 뒤 해당 회사는 전방위 압박에 직면했다. 국토교통부는 포스코가 시공한 전국 건설 현장을 전수조사 중이며,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도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와 최고 수위 행정처분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는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고, 대표 교체와 신규 수주 중단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전국 100여개 공사 현장도 모두 작업을 멈췄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9일 공사 현장을 찾는 등 위기는 그룹 전체로 확산됐다. 건설 노동자의 사망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포스코의 현장에서 올해만 4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러나 정부가 사고 원인 규명도 끝나기 전에 특정 기업을 정조준해 면허 취소까지 거론하는 것은 형평성과 실효성 모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우선 포스코만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1분기까지 산재 사망자가 가장 많은 건설사는 다른 곳이다. 포스코는 10위권에도 들지 않았다. 업종을 넓혀 보면 지난해와 올해 1분기를 합쳐도 포스코보다 산재 사망이 더 많은 기업이 여럿이다. 그럼에도 포스코가 집중 거론되는 것은 모그룹이 정치적 영향을 많이 받는 '준공기업'이기 때문일까? 징벌 일변도의 강경책이 사고를 다 막아 줄 수도 없다. 전문가들은 공사 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공사비를 싸게 책정하는 구조가 지속적인 산재 발생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숙련 인력이 부족한 데다 말이 잘 안 통하는 외국인 인력의 증가, 폭염·폭우 등 기후 리스크까지 위험을 키우고 있다. 산재 발생이 안전 관리 부실이나 근로자 개인의 실수 등 일시적 요인일 수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징벌로 기업의 책임을 묻는 것 외에도 발주·입찰 제도 개선, 공사 기간 현실화, 숙련 인력 확보 등 구조개혁이 병행해야 한다. 건설현장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일차적으로 기업이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정부도 앞에서는 '안전'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공기를 줄이고, 비용을 낮추라'는 모순된 신호를 보내는 한 대형 사고는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공기·비용 문제로 입찰이 무산된 가덕도신공항 공사가 대표적 사례다. 산재를 정말 줄이고 싶다면 건설 현장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외국인에게 ‘K소도시 여행’ 통할까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일본 소도시 여행이 주목 받고 있다. 세계 각국 관광객으로 포화상태를 이뤄 '관광 공해'라는 불만이 나오는 도쿄, 오사카, 교토 등 대표적인 관광도시를 벗어나 현지인조차 잘 찾지 않을 법한 작은 도시가 대체 여행지로 떠올랐다. 이를 통해 일본 소도시는 작게나마 지역 경제 활성화의 효과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데이터랩 집계에 따르면 올해 7월 한 달 동안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832만5189명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서울에 478만1449명, 인천 280만7118명, 경기 265만507명, 제주 185만7932명, 부산 165만3814명이 찾았다. 수도권과 주요 관광도시로 쏠림 현상이 심했다. 경남과 전남은 80만명대, 경북은 50만명대로 뒤를 이었다. 충남, 울산, 강원, 충북, 대구, 전북은 50만 명대를 넘지 못했다. 대전과 광주는 10만명대, 세종은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지역 특성상 8만여 명에 그쳤다. 원인으로는 항공 등 교통 인프라가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방을 여행하기에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KTX와 적극적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에서 공항철도를 이용하면 1시간 내에 서울역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KTX를 타고 지방을 여행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서울역 KTX 승차장에서 큰 배낭을 메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K소도시 여행'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지방의 매력을 알려 여행하기 좋은 장소라는 이미지를 심어줘야 한다. 또 아이돌 케이팝 공연, 뷰티, 의료,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 등 관광 콘텐츠의 영역을 전국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문화, 미식, 자연 등으로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한국관광공사는 서울풍물시장, 인천신포국제시장, 수원남문로데오시장, 속초관광수산시장, 단양구경시장, 안동구시장연합, 대구서문시장, 진주중앙·논개시장, 광주양동전통시장, 순천웃장 등 총 10곳의 'K-관광마켓'을 선정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홍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관광객을 맞이하는 지역의 인식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된 강원 속초의 음식축제인 '오징어 난전'에서 벌어진 업체의 불친절한 태도, 여수시의 한 유명호텔에서 투숙객에게 수건 대신 걸레를 제공하는 등 일부의 그릇된 행동이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확산해 전체에 피해를 끼칠 수 있다. 특히 여수시는 내년 세계 최초의 섬 박람회인 '2026 여수세계 섬 박람회'를 개최해 이미지 개선이 시급하다. 백솔미 기자 bsm@ekn.kr

[기자의 눈] ‘불확실성의 시대’ 경제 정책 추진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미국이 세계무역기구(WTO) 다자무역 체제 종식을 선언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도입된 브레턴우즈 체제와 이어진 우루과이 라운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는 “우리는 이제 '트럼프 라운드'를 목도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30여년 이어온 WTO 체제 최대 수혜자 중 하나다. 수출 주도형 경제 성장을 통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거듭났다. 기업들은 전세계를 누비며 부를 축적했다. 새로운 무역 질서의 시작은 한국 입장에서 불확실성 그 자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중인데 갑자기 앞이 안보이는 격이다. 잡음은 벌써 나오고 있다. '깡패' 미국이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선언하자 우리나라 정·재계는 눈치 보기 총력전을 펼쳐야 했다. 곧 발표될 반도체 품목관세를 두고도 그 범위와 여파를 걱정하느라 바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증시가 출렁이고 환율이 요동치고 있다. 기업들은 정상적인 투자나 고용 판단조차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상황에 정치권은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칠 입법·규제를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다. 법인세를 올리고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를 골자로 상법을 개정했다. 경제계가 극구 반대하는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내용을 담은 '더 센 상법'도 속전속결이 예상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더 강력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현재 국회 권력 지형이 여대야소라는 점이다. 정부와 여당이 민감한 경제 현안들을 대화와 설득 없이 정치적 동력만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은 우려스럽다. 취지는 좋았으나 거대여당 폭주에 한국 경제가 뒷걸음질 친 사례가 한두번이 아니다. 임대차3법, 탈원전 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정치 논리'는 언제나 경제에 부작용을 일으켰다. 지금은 '불확실성의 시대'다. 새로운 경제 질서가 어떤 방향으로 확립될지 예측하기 힘들다. 경제 정책 추진에 어느 때보다 신중해야 함은 물론이다. 재계 목소리를 무조건 수용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국제 정세를 면밀히 살피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앞이 안 보이면 비상등을 켜고 서행해야 한다고 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기자의 눈] 여전히 구호만 넘치는 에너지정책, 현실은?

'에너지 고속도로', '탄소중립', 'RE100'… 멋진 구호는 많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만 가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정책은 언제나 미래지향적이다. 분산형 전원 확대, 재생에너지 보급, SMR 산업 육성, 그리고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까지. 듣기만 해도 혁신적이고 전환적인 수식어가 넘친다. 하지만 2025년의 땅 위 현실을 보면 여전히 그 대부분은 '구호'에 머물러 있다. “전기차가 도로에 없던 시절에 충전소를 짓는 게 의미 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전기차가 도로를 덮은 뒤에도 충전소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 에너지정책은 그 사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정책 목표는 2030년을 바라보지만, 전력망·요금체계·시장제도는 2010년에 멈춰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는 정부의 국정과제는 선명하다. 하지만 정작 송전망 구축은 주민 반대와 재원 부족, 그리고 제도 미비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분산형 전원 체계'를 외치면서도, 여전히 한전 독점의 중앙집중형 전력망 구조에서 한 발도 못 벗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에너지전환에 필수적인 것은 인프라와 재원이다. 하지만 요금 현실화는 정치의 영역에서 여전히 금기어다. 가정용 요금은 민심을 의식해 건드리지 못하고, 산업용은 2년 연속 인상했더니 기업들이 한전에서 빠져나가 한전의 경영악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30%, RE100 산단 확대, 에너지 집약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외친다. 구호는 넘치지만, 그에 따르는 요금 개편·시장 설계·보조금 구조는 빈껍데기다. 결국 그 격차를 메우는 것은 공기업의 적자와 국민 부담이다. 탄소중립도, 재생에너지도, 에너지전환도 결국 정치적 결단보다 제도적 설계와 재정 기반이 우선되어야 한다. 장기 공급계획은 있지만, 단기 조정 수단은 없고, 투자 수요는 폭증하지만, 재정 여력은 바닥이다. 공공은 시장에 책임을 전가하고, 시장은 규제 미비를 탓하며, 현장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감내한다. 이제는 “2030년까지"가 아니라 “내년 예산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말해야 할 시점이다. '에너지고속도로', '탄소중립', 'RE100'이 종이 위 슬로건이 아닌 현실이 되려면, 정치적 용기와 함께 요금체계의 합리화, 민간투자의 길 열기, 제도의 틈새 메우기부터 이뤄져야 한다. “왜 아직 안 됐냐"는 질문보다, “지금 이대로 가능한가"에 대한 냉정한 검토가 필요한 시기다. 이제는 구호보다, 설계가 필요하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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