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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립’에서 ‘대화’로…주총장의 바뀐 공기

“주주들은 회사의 적이 아닙니다. 그 누구보다 회사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지난달 시가총액 2조원 규모 코스피 상장사의 주주총회에서 한 주주가 주주제안 안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회사를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을 본인들의 적이라고 생각하는 상장사들을 향해 진심을 전달한 것이다.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내렸다. 지난해 주총 시즌과 비교해보면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지난해 몇몇 상장사의 주총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소액주주들과 이사회가 치열하게 대립했다. 고성이 오가는 건 물론이고 물리적 충돌도 발생해 수십명의 경호 인력과 주주들이 대치하는 경우도 잦았다. 반면 올해 주총장의 공기는 달랐다. 이사회와 소액주주들이 치열하게 대립하기보다는 서로 충분한 대화를 통해 의견을 공유하는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주주환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상장사들은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하면서 주주들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줬고 소액주주들 역시 사측을 공격하기보단 좀 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움직였다. 액트 등 의결권 플랫폼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주주연대 활동이 자리를 잡으면서 주총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행동주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주주연대의 힘도 커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주들 사이에서 낯선 존재였던 액트가 이제는 주주행동의 상징이 됐으니 말이다. 그 결과 방만경영을 일삼은 경영진을 주주들이 직접 해임시킨 사례도 등장했고 집중투표제 도입 등으로 주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도 했다. 시장이 발전하면서 주주들의 요구도 배당 확대나 자사주 소각 등 전통적인 주주환원 방식에서 이사 선임 등 경영 개입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주주들은 물론 상장사들도 주주환원과 주주 권익 보호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아직도 주주들을 배척하는 기업들도 많다. 많은 기업들이 회사의 성장 저해 가능성, 소송 남발 우려 등을 이유로 상법 개정에 극구 반대표를 던지고 있음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주총 현장에 불었던 변화의 바람이 일시적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상장사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주주를 동반자로 여길 때 비로소 진정한 밸류업을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美 관세·경기침체 헤지 수단”…골드만, 일본 엔화 환율 급락 전망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달러 대비 일본 엔화 환율이 앞으로 급락(엔화 강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이에 따른 미국 경제침체 우려로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에 대한 수요가 몰릴 것이란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의 카마크샤 트리베디 글로벌 외환, 금리 및 신흥시장 전략 총괄은 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엔화는 투자자들에게 최고의 헤지 수단을 제공한다"며 올해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40엔 초반대로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현 시점에서 엔화 가치가 7%가량 오른다는 의미"라며 “애널리스트들의 조사결과 중간값인 145엔보다 더욱 강세적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트리베디 총괄은 “미국 실질 금리와 미국 증시가 모두 하락할 때 엔화가 좋은 성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미국의 인플레이션 및 경기침체 우려가 부상하면서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이다. 미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지난달까지 2개월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우량주 그룹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5.15% 하락했고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6.27%,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8.09%씩 뒷걸음쳤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기침체 확률을 20%에서 35%로 올리면서 올 연말 S&P500 전망치를 6200에서 5700로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이어 관세 여파 등을 이유로 올해 미국의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5%로 하향 조정하고 미 기준금리는 0.25%포인트씩 3차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실시간으로 추정하는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now)' 모델은 이번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전기 대비 연율 환산 기준 -3.7%로 다시 낮춰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제시한 -2.8%에서 0.9%포인트 추가 하향 조정된 것이다. 트리베디 총괄은 미국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서려면 노동시장 등을 포함한 경기지표가 개선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블룸버그는 “화요일(1일) 미국 2월 구인 건수가 공개된 후 엔화는 강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구인 건수는 약 757만 건으로 시장 예상치(763만건)를 밑돌았다. 트리베디 총괄은 “미 노동시장 지표가 약세를 보일 경우 외환시장 투자자들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 전망을 우려하는 일반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일본 엔화는 매우 좋은 헤지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골드만삭스)와 시장이 경기 침체 확률을 높이는 시나리오에서는 엔화가 절상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의 마크 크랜필드 전략가는 “일본은행이 다음 분기부터 장기채 매입을 줄이겠다고 발표한 만큼 엔/달러 환율 하락세는 미일 금리차 축소로 주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다만 엔화 강세 베팅에 리스크도 있다고 짚었다. 올해 엔/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2022년 중반부터 본격화된 엔저(円低)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7월 달러당 161.95까지 치솟기도 했다. 여기에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은 올 들어 엔화 약세 전망을 일부 철회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엔화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편, 트리베디 총괄은 지난해 3월 23일 노트를 내고 3개월, 6개월, 1년 뒤 엔/달러 환율 전망치를 각각 155엔, 150엔, 145엔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11일 장중 달러당 146.54엔까지 하락했다. 2일 한국시간 오후 3시 4분 기준,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9.84엔을 보이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5% 관세의 충격…車 부품업계 ‘위기 속 양극화’ 뚜렷해진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와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하면서 한국 자동차 부품업계에 큰 충격이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 대기업과 중소 부품사의 대응력 차이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대기업은 강력한 재무 구조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대응이 가능하지만 중소 부품사들은 구조적 취약점으로 인해 생존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는 3일부터 모든 수입산 자동차, 부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한다. 더불어 각 나라마다 상호관세를 책정할 것을 예고하며 국내 산업계를 불안에 빠뜨리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핵심 부품에도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대다수 부품 업체가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부품업계는 대미 의존도가 매우 높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2000만 달러(약 12조원)로 전체 자동차 부품 수출액의 36.5%를 차지한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많은 국내 업체들이 노출된 것이다. 미국의 관세 공격이 부품업계에 더 치명적인 이유는 부품사의 대부분이 중소 영세 기업들이란 점이다. 이에 업계에선 큰 위기에도 압박을 견딜 수 있는 대기업과 안정정인 대응이 어려운 중소 부품사 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딜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 대형 부품사는 오랜 기간 축적된 자본력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바탕으로 외부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특히 대부분 물량이 모회사인 현대차그룹의 차량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수요가 크게 줄진 않을 전망이다. 또 현대모비스의 경우 최근 준공된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부지 내에 배터리시스템 및 모듈 공장을 설립하고 대용량 스포츠실용차(SUV)용 배터리시스템을 생산하고 있어 안정적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완성차 판매 수요 감소와 시장 위축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할 가능성은 있다“며 "관세 대상인 멕시코 공장에선 멕시코 내수용 제품만 생산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 부품사는 시장 환경 변화에 목숨이 왔다 갔다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자본력과 불안정한 재무 구조로 인해 관세 부과 및 수출 감소와 같은 외부 충격에 대한 대응력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또 연구개발(R&D) 투자,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 미흡한 중소 부품사는 대기업에 비해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 특히 기존 납품하던 완성차 업체들이 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 기지를 확대할 경우 현지 조달 수요가 증가하면서 국내 영세 부품사들은 더욱 큰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경남 김해 소재의 한 자동차 엔진 부품 제조업체는 이미 당좌거래가 정지되는 등 자금난으로 존폐 위기에 몰린 사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항구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관세 영향으로 완성차 업체의 해외 생산 기지가 확대되면서, 자동차 부품에도 관세가 부과될 경우 현지 조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내수도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까지 감소하면 국내 영세 부품업체들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자동차산업 긴급 회의에서 “완성차 회사뿐만 아니라 부품 기업의 어려움이 특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전기협회, K-그리드 대미 수출 확대 전략 세미나 개최

국내 기업의 미국 전력시장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K-그리드 수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한전기협회는 KOTRA, 한국전기산업진흥회,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와 공동으로 오는 9일 오후 2시 KOTRA 국제회의장(B1)에서 'K-그리드 대미 수출 확대 전략 세미나'를 개최한다. 오는 8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는 '제60회 전기의 날 기념 전기주간(Electric Week)' 중에 열리는 이번 세미나는 대미 수출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의 미국 전력시장 진출 전략을 모색하고, K-그리드 수출 확대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세미나에는 전기산업계 기업 및 단체 관계자 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6건의 심도 있는 발표가 이뤄진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K-그리드 美 수출 현황과 전망(김준한 KOTRA 팀장) ▲트럼프 행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관세 및 투자 전략(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미국 전력시장의 이해와 시장 조사 방법(강성수 HD현대일렉트릭 수석매니저) ▲대미 전력사업 진출 사례(김주원 LS전선 부장) ▲K-그리드 연계 BESS 사업 진출 사례(김상훈 LS일렉트릭 부장) ▲미국 765kV 그리드 사업 진출 전략(김병관 한국전력공사 차장) 등의 주제 발표로 구성했다. 또한 세미나 발표 이후에는 '비즈니스 파트너링'시간이 마련되어 대·중소기업 간 협업 기회를 확대하고 실질적인 네트워킹 시간을 통해 협력을 도모할 계획이다. 대한전기협회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국내 전력·전기산업 기업들이 미국 전력시장에 보다 효과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미나 사전신청은 대한전기협회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며, 자세한 사항은 대외협력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한전, 대형산불 피해 복구 총력…138억원 지원

한국전력(사장 김동철, 이하 한전)이 영남권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고, 총 138억 원 규모의 지원책을 마련했다. 한전은 산불 발생 직후인 3월 21일부터 본사 및 지역본부에 재난 대응 비상상황실을 설치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전력설비 피해 예방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이번 산불로 인해 철탑 550기, 변전소 22개소가 영향을 받았으며, 송전선로 애자 840개, 전주 240기, 전선 237경간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 복구를 위해 한전은 본사 및 지역본부 직원 2,700명과 협력업체 인력 3100명 등 총 5800명의 비상근무 인력을 투입해 신속한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복구비용으로 자체 재원 53억 원을 투입해 피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한전은 산불로 피해를 입은 특별재난지역 8곳(산청, 의성, 울주, 하동, 안동, 청송, 영양, 영덕) 주민들을 위해 총 76억 원 규모의 전기요금 감면 지원을 시행할 예정이다. 세부 지원책은 ▲산불 피해 건축물 1개월 전기요금 감면(14억 원) ▲임시 가건물 대피시설 최대 6개월간 전기요금 면제(55억 원) ▲신축 건물 전기공급 시설부담금 면제 7억 원이다. 이와 함께, 한전과 전력그룹사는 총 9억 원의 성금을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해 피해 주민 지원에 나선다. 이에 따라 한전의 산불 피해 지원 규모는 ▲설비 복구 53억 원 ▲전기요금 감면 및 시설부담금 면제 76억 원 ▲전력그룹사 성금 기부 9억 원 등 총 138억 원에 달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산불로 인해 소중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잃은 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국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전은 휴일과 밤낮없이 피해 복구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전은 산불 피해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함께, 산업통상자원부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전력설비 보호 및 피해 예방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국제 탄소감축 사업, 국가 전략으로 격상해야…정부-전문가 한목소리

국제 탄소시장 개막을 앞두고 이를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 수단이 아닌 국가 외교 및 경제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대규모 협력 체계 구축, 제도 정비, 국제기구와의 연계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국회의원회관 제1간담회의실에서 국회 탄소중립포럼과 (사)한국기후변화학회 주최, 김건 국민의힘 의원 주관으로 열린 '국제 탄소시장 개막에 따른 우리의 대응'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이 나왔다. 발제를 맡은 정서용 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국제 감축사업은 단순한 온실가스 감축이 아니라 개도국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위한 국가 외교 전략"이라며 “국가 간 협력을 통해 대규모로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전략적 접근과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는 약 3750만톤에 달하는 막대한 감축 실적이 필요한데, 현재 추진 중인 사업 대부분이 소규모 공장 단위에 머물러 있어 국제적 리더십 확보에 한계가 있다"며 “FTA급 협상이 요구되는 만큼 대규모 국가 협력 체계를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우선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제도적 숙제를 마쳐야 하며, 그 이후 민간이 자발적 시장에서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입법 및 제도 정비와 관련해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 교수는 “법령 없이 규정이 먼저 만들어지거나, 법령 제정 순서가 뒤바뀐 사례도 있다"며 “파리협정 규정 반영이 미흡한 점, 용어 혼동, 사업 목적의 불명확성 등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감축사업'이라는 용어에 대해 “실제 우리나라가 국외에서 수행하는 활동인 만큼 '국외 감축활동'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각 부처의 전담기관 체계가 정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적 ODA 기관인 코이카는 전담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며 “외교부와 국회 차원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정 교수는 “우리는 이미 잘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면서도 “국제기구와의 연계, 제도 정비, 용어 정립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더 큰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며 “국회가 관심을 갖고 이 체계를 정비해준다면 글로벌 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외교부와 산업부 관계자들이 정부의 역할과 과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경희 외교부 기후환경과장은 “국제 감축 사업은 외교적으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일이 핵심"이라며 “9개국과 기후변화 협정 체결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적 근거 마련 이후에는 세부 이행 가이드라인 협상이 관건이며, 이를 위해 고위급 외교, 양자 협의체, 해외 바이어국과의 협력 등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예산 부족으로 인해 실제 협상을 이메일이나 화상 회의로 대체하고 있는 현실도 공개하며, 국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김영섭 산업통상자원부 온실가스국제감축사업팀장은 “국제 감축 목표인 3750만톤은 정부가 직접 책임져야 하는 영역으로, 기존의 소규모 민간사업으로는 달성이 어렵다"며 “정부 간 협력을 통해 대규모 사업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아시아 등 파트너 국가의 사회‧정치적 우선 과제를 반영한 전략 수립이 필수적이며, 주리스딕셔널 어프로치(Jurisdictional Approach) 같은 포괄적 모델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집단에너지, 온실가스 배출량 절반 수준…“전력산업기반기금 지원 필요”

열과 전기를 동시에 생산하는 집단에너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열과 전기를 따로 생산할 때 배출량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에너지는 전기수요지 인근에 짓는 분산에너지로 활용하면 송전망 건설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제기됐다. 이에 전기요금에서 일부 징수해서 모으는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집단에너지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2일 한국집단에너지협회 주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공동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집단에너지 활성화와 기반 조성을 위한 지원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집단에너지 지원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유 교수가 제안한 지원방안은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지원 △개별소비세 면세 △지역지원시설세 면세 또는 감세 △ 탄소배출권 무상할당 또는 유상할당 비율 차등 적용 △ 한국전력 효율향상의무화제도(EERS) 이행에 열병합발전 전기 포함 △제로에너지빌딩 의무 이행 수단으로 인정 등이다. 유 교수는 집단에너지 전력생산량에 추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으로 킬로와트시(kWh)당 5원을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통해 지원할 것을 제안했다. 유 교수는 “독일은 아예 전기요금에 열병합 발전소 부담금을 별도로 징수하고 열병합발전에 지급하고 있다. 지원 수준은 킬로와트시(kWh)당 4.3원 정도"라며 “최근 전기요금 상승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 징수액이 늘었다. 이를 통해 우리도 집단에너지에 지원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집단에너지에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기 때문이다. 유 교수에 따르면 집단에너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2022년 기준 1774만3000톤이다. 집단에너지 대신 개별 보일러와 다른 화력발전기로 열과 전기를 각각 생산 시 배출량은 집단에너지 배출량보다 두 배 많은 총 3605만2000톤으로 추정된다. 송전망 건설 부담을 줄이는 점도 지원을 늘려야하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집단에너지의 분산에너지 편익은 가중평균한 결과 kWh당 11~12원으로 분석됐다. 집단에너지편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집단에너지 총 발전설비 용량은 12기가와트(GW)다. 이는 원자력 발전소 12기에 달하는 규모로 국내 전체 발전설비용량의 약 8%를 차지한다. 유 교수는 지난 2023년 집단에너지의 연간 전력생산량이 5479만 메가와트시(MWh)인 점을 고려, kWh당 5원 지원시 약 274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추정했다. 유 교수는 각종 세금 감면 및 면세도 필요하다 봤고 집단에너지는 배출권 할당 기준을 화력발전소와 동일하게 적용하면 안된다고 봤다. 화력발전은 전체 배출량의 10% 정도 배출권을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집단에너지는 지난 2023년까지 배출권 유상할당 면제를 받았지만 지난해부터 다른 화력발전과 똑같이 배출량의 10%를 돈을 주고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유 교수는 집단에너지는 배출권 무상할당 기한을 10년 연장하거나 화력발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고 봤다. 이날 박종배 건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집단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점에서 공감했다. 에너지 전문가들이 집단에너지에 대한 지원을 넓혀야 한다고 본 이유는 집단에너지가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때문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해외서 “11차 전기본, 탈탄소 진전” 평가…현실서 글로벌 LNG 역할은 커져만 가

최근 확정된 11차 전력산업기본계획(전기본)에 대해 해외서 “탈탄소에 대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대한 긍정적인 해석이다. 반면, 현실에서는 글로벌 메이저기업이 액화천연가스(LNG)와 석유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고, 미국에서는 연일 사상최대 LNG 수출 및 소비 기록이 이어지고 있다. 탈탄소와 함께 반도체, 철강, 조선 등 우리 수출산업 및 에너지 소비에 맞는 적절한 전력비중 구성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에너지 경제 및 재무 분석 연구소(IEEFA)는 1일 분석보고서를 통해 최근 확정된 한국의 11차 전기본이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전력 구성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림으로써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발전믹스에서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탄소중립 에너지 사용을 늘리자는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차 전기본 최종계획은 2030년에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1200기가와트시(GWh), 2038년에 1300GWh로 확대할 것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2038년 원자력 발전량은 1400GWh 감소, 석탄 발전량은 1100GWh, 천연가스 발전량은 3800GWh씩 각각 감소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 같은 계획은 최근 통과된 국가 전력망확충법, 해상풍력발전법, 폐기물관리특별법 등 에너지 3대 법과 연계해 '한국의 녹색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길을 열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IEEFA는 “한국이 LNG 등 화석연료와 SMR(소형모듈원장) 중심으로 신흥 AI 및 반도체 분야 수요를 충족할 경우 산업 경쟁력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며 “에너지 전환을 놓치는 비용을 인식하고 재생에너지 채택을 가속화해 산업 위험을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이에 반해 글로벌 에너지 산업 동향은 LNG 산업의 확대 및 수요 증가에 다시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기업인 쉘은 최근 LNG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낮아진 매장량을 높이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가스연맹이 분석한 가스동향 정보 등에 따르면 쉘은 석유·가스 생산에 대한 투자 계속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해서는 '선택적 투자'를 하기로 포트폴리오 변경을 선언했다. 쉘은 석유와 가스로 다시 사업 방향을 전환한 최초의 유럽기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쉘은 2050 넷제로를 목표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방점을 찍은 사업 전략에서 화석연료로 다시 무게중심을 옮기는 일은 “세계는 여전히 탄화수소가 필요하며 석유, 가스 생산을 줄이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는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글로벌 LNG 소비 확대 전망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올해 초 쉘은 2040년까지 세계 LNG 수요가 60% 이상 급증할 것이란 전망치를 내 놓은 바 있다. 쉘은 'LNG 전망 보고서(LNG Outlook) 2025'에서 아시아 지역의 경제 성장, 중공업 및 운송 부문의 탈탄소화 움직임, 인공지능(AI)의 영향으로 2040년까지 LNG 수요가 연간 6억 3000만~7억 18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예측보다 상향 조정된 수치다. 업계에서는 미국 기업인 엑손모빌, 쉐브론에 비해 사업 포트폴리오에 석유 매장량 많지 않은 것도 이번 방향 전환의 한가지 배경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취약점을 석유, 가스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미국은 글로벌 LNG 산업의 리더로 우뚝 섰다. 2023년, 2024년 연속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등극한 미국은 올해 자국 내 LNG 소비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지난 1월 LNG 소비량은 하루 126.5입방피트(Bcf)로, 전년 동월 기록한 하루 120.4Bcf 대비 5.1% 증가했다. 이 같은 천연가스 일일 소비량은 2001년 현재 방법론을 사용하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높은 수치인 것으로 기록됐다. 에너지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중립 목표 실현을 위해 청정 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맞는 방향"이라면서도 “급진전을 이루고 있는 AI산업 및 데이터센터 가동 등으로 인한 전력 폭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탄소감축 기술 개발과 함께 탄소배출이 적은 LNG 연료 확대가 필연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이슈분석] 尹 최대 치적 ‘체코원전’ 본계약 지연…“탄핵 시 곧바로 점검회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윤 정부의 최대 중점 과제였던 체코 원전 건설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체코에서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원전 건설의 현지화율을 6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한수원은 이를 두고 막판 세부 조율을 하느라 본계약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합의에 이어 체코의 현지화율 요구까지 받이들이면 한수원으로서는 남는 게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시 곧바로 이 사안에 대해 점검회의를 열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본계약이 4월을 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일 체코 원전 계약 상황에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 측에서 체코에 시간을 좀 더 달라고 요청한 상태로 알고 있다"며 “체코 측과의 현지화율 협상, 원전기술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는 웨스팅하우스와의 역할 분담과 관련해 세부적인 조율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체코와 미국 측에서도 국내 정치리스크를 당연히 주시하고 있다. 4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이후 윤 대통령이 복귀한다면 정부 차원에서도 협상에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이 유력하나 반대의 경우 우리의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체코 정부는 원전 프로젝트의 현지화율을 60%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하반기 총선을 앞둔 집권당의 정치적 압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팀코리아 측은 현지화율은 보장된 비율이 없다는 입장이나, 체코 정부의 요구사항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정국 혼란이 겹쳐 계약 체결 과정이 복잡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미국에서도 민감국가 지정이 해제되지 않는 등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상도 원만하게 마무리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7월 한국수력원자력은 체코 정부의 두코바니 원전 2기(각 1000MW) 건설 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체코 정부는 예상 건설비로 1기당 2000억코루나(약 12조원)를 책정해 한수원의 수주액은 약 24조원으로 측정됐다. 이 수주는 윤석열 대통령의 최대 치적으로 평가됐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원인 중 하나로 야당의 체코원전 수주 관련 예산 삭감을 들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공식적으로 예산 삭감은 없다고 확인했다. 그만큼 윤 대통령이 이 사안에 얼마나 관심을 쏟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당초 체코원전 수주 본계약 체결은 올해 3월로 예정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탄핵으로 협상 지도력이 흔들리는 가운데 올해 1월 한전·한수원이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원전기술 지재권 합의 댓가로 한수원이 웨스팅하우스에 체코원전 건설 프로젝트의 일부를 넘겼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여기에 체코 정치권이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해 원전 건설의 현지화율 60%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합의 사항에 체코 정치권 요구까지 모두 받아들이면 한수원 등 팀코리아에 돌아올 이익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우리보다 해외 원전 건설 경험이 훨씬 많은 프랑스보다 건설 단가가 절반 이상 낮고 중국보다도 단가가 낮다는 것은 돌아오는 이익이 적다는 걸로 보는 게 맞다"며 “현재 체코 정부가 60억유로(약 9조원)의 원전 사업비를 결정했을 뿐 남은 비용 조달 계획은 불확실한 상황이라서 이후 가격 협상 과정에서 애초 한수원이 예상한 계약 금액보다 줄어들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주 탄핵 선고가 이루어질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챙기던 체코 원전 본계약에도 정치적 파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체코 원전 수주 활동에 적극 나섰던 것은 탄핵정국 전까지이며 이후로는 정상외교를 비롯한 수주지원 활동에 나선 바가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체코를 방문해 체코 대통령, 총리를 포함한 정치인들과 양국의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이후 국무회의에서 체코원전 수주 논란에 대해 “정쟁은 국경선에서 멈춰야 한다 말이 있다. 국익 앞에 오직 대한민국만 있을 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 체코 원전 사업 참여를 두고 '덤핑이다, 적자 수주다' 하며 근거 없는 낭설을 펴고 있다"며 “정부는 기업의 수주와 사업 참여를 국가적으로 지원하는 것뿐이다. 어느 기업이 손해나는 사업을 하겠나.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활을 걸고 뛰는 기업들과 협력업체들, 이를 지원하는 정부를 돕지는 못할망정 이렇게 훼방하고 가로막아서야 되겠나"라며 “국민을 위하고 나라의 미래를 위한 올바른 길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우선협상자 선정 당시부터 저가 수주 문제를 지적해 온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탄핵될 시 이번 원전 수주 건을 세부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의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대통령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이 제거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도 그렇고 체코원전 수주 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적한 이유는 잘하고 있느냐는 점검 차원이었다"며 “미국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소송과 협상 과정에서 정부는 내용은 비공개를 하면서 안심하라고만 하는데, 그게 정말로 맞는지 여전히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이다. 전체 24조원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이 얼마인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이번 주 (윤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그 사실도 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바로 그에 따른 점검 회의나 현안 질의를 할 것"이라며 “본 계약이 미뤄지고 있는데 수출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하고 잘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결혼식 장소, 칠곡 가실성당 관심 집중

칠곡=에너지경제신문 손중모기자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주인공 아이유 결혼식 장면이 또 한 번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그 중심에는 경북 칠곡의'가실성당'이 있다. 드라마 종반부, 딸 역할을 한 아이유는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성당 앞에 선다. 하늘을 배경으로 수많은 풍선이 날아오르고, 색종이가 흩날리는 가운데 그녀의 얼굴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처럼 눈부신 미소가 번진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옛 연인은 흐뭇한 미소로 조용히 축복을 건넨다. 가실성당 앞, 그 장면은 마치 영화의 한 컷처럼 환하게 빛났다. 방송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아이유가 들어간 성당 어디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가실성당이다",“계산성당 같다"는 댓글이 뒤섞이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결국 진실은'두 곳 촬영'이었다. 칠곡군 관계자는“아이유가 입장하는 장면은 칠곡군의 가실성당에서, 내부에서 울면서 예식을 올리는 장면은 대구의 계산성당에서 각각 촬영됐다"고 밝혔다. 특히 밝은 미소로 입장하는 장면에 등장한 가실성당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고딕 양식의 건물은 주변의 고요한 풍경과 어우러져 마치 시간 밖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도 사진작가들과 웨딩 촬영팀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숨은 명소'로 손꼽혀 왔다. 무엇보다 가실성당은 단순한 촬영지를 넘어 깊은 역사적 상징성을 지닌다. 1923년 세워진 이 성당은'경북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오랜 세월 마을의 중심이자 신앙의 터전으로 자리해왔다. 이 성당이 자리한 마을의 이름은 가실마을. 이곳은 한때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신자들이 한티재를 넘나들며 신앙을 지켜낸 역사의 땅이다. 지금도 성당을 둘러싼 길은'한티 가는 길'이라 불리며, 걷는 이의 발걸음마다 순례자의 숨결과 기도가 겹겹이 쌓인다. 칠곡군도 즉각 반응했다. 칠곡군은 아이유가 드라마 속 결혼식을 올린 장소임을 알리는 안내판 설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가실성당을 배경으로, 드라마 속 아이유처럼 활짝 웃는 모습을 담아 SNS에 올리는'가실성당 웨딩 챌린지'도 추진 중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드라마를 통해 가실성당의 역사와 문화적 가치가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됐다"며,“오는 5월 열리는 가톨릭 문화축제 '홀리 페스티벌'을 비롯해 다양한 천주교 문화유산을 활용해, 역사와 문화, 신앙이 어우러진 칠곡의 매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막을 내렸지만, 아이유가 활짝 웃으며 걸어 들어간 그 길 위에는 지금도 조용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한 세기의 시간이 스며든 그 길을 따라, 가실성당은 다시금 조명을 받고 있다. 칠곡은, 그 시간과 이야기를 품은 채 또 하나의 순례를 준비하고 있다. jmson22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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