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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대왕고래 잭팟 터질까…부푸는 에너지 안보의 꿈

경북 포항 영일만항에서 남동쪽으로 40km. 동해 심해 가스전(대왕고래 프로젝트) 시추선 웨스트 카펠라호가 지난달 19일 첫 시추작업에 착수했다. 두 달간 시료를 채취한 뒤 올해 상반기쯤 1차 시추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노르웨이 시드릴사의 심해 시추선인 웨스트 카펠라호는 3000m 수심에서 최대 1만1400m까지 시추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기는 축구장 약 1.3배 규모이다. 시추탑(dual derrick)과 압력제어 시추공법(managed pressure drilling)을 적용해 시추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추는 우선 시추선 위치를 고정한 후 △굴착 △강관 설치 △시멘팅 △방폭장치 및 라이저 설치 △물리검층 단계로 작업이 이뤄진다. 시추에는 세계 최대 유전 서비스 기업인 슐럼버거(SLB)도 참여하고 있다. 슐럼버거는 이수검층(mud logg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수(시추액)는 주로 물 또는 오일에 점토질 광물과 여러 화학 첨가물을 혼합해 시추 작업을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1일 산업통장자원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인 우드사이드와 지난 2007년부터 15년간 물리탐사를 함께 진행해왔다. 그러나 우드사이드는 보다 정밀하고 깊이있는 자료해석을 통해 시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단계인 유망구조화 단계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석유공사는 그간 축적한 탐사자료, 우드사이드가 철수하면서 넘겨준 자료, 자체 추가 탐사자료 등을 지난 2023년 2월 심해탐사 기술분석 전문기관인 액트지오에 의뢰해 자료해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액트지오는 자체적인 첨단기술과 노하우 등을 토대로 분석해 새롭게 유망구조를 도출했다.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은 언론에 처음으로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공개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추가 발표를 통해 포항 영일만 앞바다의 동해 심해 가스전에 탐사자원량 기준으로 적게는 35억배럴에서 많게는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2004년부터 생산을 시작해 2021년까지 운영된 동해가스전의 총 생산량이 4500만배럴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양임을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석유·가스 부존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최소 5공의 시추가 필요하다는 산업부 장관의 보고를 받고 관련 프로젝트 추진을 전반적으로 승인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탄생이다. 탐사시추 비용은 시추공당 약 1000억원으로 총 5공 시추 시 약 5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회 예산위는 유전개발사업 출자 정부 예산안 총 505억원 중 497억원(98.4%)을 삭감했다. 타당성검토 자료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사업은 석유공사가 정부로부터 광권을 부여받아 의무적으로 시추 1공을 해야 하는 사업이기에 타당성검토는 필요 없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10월 S&P글로벌을 자문사로 선정해 투자유치 전략을 수립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 1차 시추 결과를 토대로 본격적인 투자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위치한 울릉분지는 지질학적으로 석유와 가스가 형성되기 적합한 환경을 갖춘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투과성 있는 사암층과 이를 덮고 있는 이암 덮개암이 존재해 석유와 가스를 함유할 가능성이 높은 유망 구조로 확인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 1차 시추는 물론, 1차 시추 후 기대했던 자원량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시추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1차공 탐사시추가 성공해 국민경제 안정적인 성장과 자원안보 확보에 크게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시추결과가 중요하지만 국내 심해 가스전의 본격 개발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딘 만큼 성공, 실패에 연연하지 않고 1차공 시추를 통해 얻은 경험과 정보를 밑거름으로 후속탐사로 착실히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그동안 광범위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망구조를 도출하고, 국내외 다수 전문가들이 탐사성공률을 약 20%에 상당하다고 평가했다"며 “국회에서 예산이 전액 삭감된 1차공 시추는 에너지 안보와 해양주권 확보, 자원개발 생태계 복원을 향한 도전의 의미가 있는 사업으로, 앞으로도 1차공 시추 일정이 차질이 없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연 360조 규모’ 국제 배출권시장 첫발…韓, 자발적 감축시장 활성화 나서야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파리기후협정 6조가 합의됨에 따라 탄소 감축을 본격적으로 시장화, 산업화 할 수 있는 '국제 배출권시장'이 본격 출범을 앞두게 됐다. 연간 2500억달러(약 36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우리나라도 자발적 감축시장을 활성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리기후협정 6조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6.2조는 국가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자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규정이고, 6.4조는 시장 기반의 중앙집권체제의 탄소거래 메커니즘, 즉 국제탄소시장 설립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는 이번 합의를 통해 연간 2500억달러 규모의 거래와 50억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배출권시장은 각국이 감축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배출권 거래제와 자발적 감축시장을 통해 국제 배출권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이나 기관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확보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산림 조성,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다양한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생성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도 탄소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 배출권 시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국제 배출권시장에 발맞춰 제4차(2026~2030년)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계획은 국내 감축 목표 달성을 넘어 국제 배출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유상할당 확대와 배출허용총량 설정 등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을 포함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대표적 정책으로, 배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거나 남은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감축 유인을 강화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배출권 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배출권의 무상할당 비율이 높으면 기업의 비용 부담은 줄어들지만, 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감축 유인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국내 배출권 거래제가 강화될수록 제품 단가가 상승해 해외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제품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보호무역과 친환경 정책 간의 상충 관계를 면밀히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이 강화될 경우, 환경 규제와 시장 접근성 간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국제 시장 참여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교수는 “유상할당을 확대해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감축 여건에 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내 배출권 시장은 국제 시장과의 조화 속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시장 안정화 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시장 안정화 매커니즘(MSR)을 통해 배출권 초과 공급 문제를 해결하며 가격 변동성을 줄여왔다. 한국도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자발적 감축시장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자발적 감축시장은 기업이 국내외에서 시행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대해 배출권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국제 시장에서도 그 활용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기업이 자발적 감축시장을 통해 국제 배출권 시장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자발적 감축시장이 활성화되면 한국의 기술력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발적 감축시장은 해외 프로젝트와 연계해 한국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이를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시장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감축한 온실가스를 국제 기준에 따라 배출권으로 인정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특히 국제 국제 배출권 시장은 연간 약 2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국제 협력의 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4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을 통해 배출허용총량 설정, 유상할당 확대 등 국내 배출권 시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자발적 감축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감축 성과를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국제 배출권 시장은 각국의 감축 노력을 연계하며 글로벌 협력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환율 상승에 에너지 수입비용 급증…한전·가스公 다시 위험

겨울출 난방 연료 수입이 본격화되고 있는 시기에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에너지 수입비용이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수입비용이 증가하면 요금 상승으로 내수시장이 타격을 받고, 정부가 이를 제한하면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위기가 더욱 악화될 수 있어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가뜩이나 불안정한 외환시장에서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3일 1417.5원에서 27일 오전 11시 30분경 1486원까지 올랐다가 오후 2시 30분 현재는 1470.36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기는 2009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해외는 한국시장을 매우 불안정하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엔 도움이 되지만, 수입가격이 올라 내수시장엔 불리하게 작용한다. 특히 최근 환율 상승은 액화천연가스(LNG) 등 발전 및 난방 연료 수입이 본격화되는 겨울철과 맞물리면서 에너지 수입비용을 급증하게 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겨울철 광물성연료 수입액은 2023년 12월 157억달러, 2024년 1월 157억달러, 2월 139억달러로 일년 중 가장 많다. 한 민간 에너지기업 관계자는 “최근 환율 급등으로 에너지 수입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에너지 기업으로선 수입비용 증가를 시장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정부가 에너지가격 모니터링을 강화하면서 가격을 올리기도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사고는 정부가 쳐 놓고 그 피해를 왜 국민과 기업이 봐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우리나라의 주 수입 에너지는 원유, LNG, 액화석유가스(LPG) 등이다. 원유와 LPG의 수입비용 증가는 그대로 시장가격에 반영돼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비해 LNG는 사실상 정부 통제로 결정된다. 우리나라 LNG 수입의 80%를 맡고 있는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요금 인상 시 관련 정부부처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부는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가스공사의 요금 인상은 어렵다. 가스공사가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면 비용증가분을 다 떠안아야 해 재무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가스공사의 재무가 부실한 상태인데 더 어렵게 될 수 있다. 현재 가스공사 총부채는 42조원, 부채율은 400%에 이르며, 국제가격 상승으로 인한 미수금도 13조9000억원이나 쌓여 있다. 한국전력 역시 환율 상승에 따른 타격을 피할 수 없다. LNG 수입비용 증가는 발전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한전의 전력구매비용을 증가시킨다. 한전이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면 비용증가분을 다 떠안아야 해 다시 대규모 적자가 발생할 수 있다. 한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총 43조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1480원이 1년간 지속되면 가스공사의 원료도입비는 1조8000억원이 증가하게 된다.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으로 인해 가스요금이 오르지 않으면 가스공사의 미수금과 이자비용이 더욱 증가하게 될 것이다. 또한 발전단가 상승으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하는데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전 역시 부채 발행으로 이자비용이 증가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진단했다. 정부로서는 에너지 비용 증가분을 요금에 반영할지, 아니면 물가안정을 위해 공기업에 부담을 떠안게 해야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원칙적으로, 국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에너지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 교수는 “비용증가분을 요금에 반영하면 원가 부담만 지는 것이지만, 이를 공기업에 떠넘기면 원가 부담에 이자 부담까지 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이자 부담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기는 꼴이기 때문에 가장 나쁜 것"이라며 “현재 국제 에너지 가격은 안정상태이기 때문에 빨리 환율이 내려가도록 정세 안정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국제 에너지가격이 안정적 수준이어서 물가 안정과 한전 및 가스공사의 재무부실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환율이 급등하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원칙적으로 비용증가는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일단 수입이 사용자를 위해 이뤄지는 것이고, 요금은 가격 시그널을 통해 수요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서민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수송연료의 경우 교통에너지환경세 등을 낮추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4월에 이미 30℃, 가을까지 이어진 폭염…이상기후 내년 더 만만치 않다

올해는 지구 연평균 기온이 처음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일시적으로 1.5도(℃)를 뛰어넘었다. 이로 인한 이상기후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4월 기온이 30도를 넘고 그로 인한 폭염은 가을까지 이어졌다. 11월에는 폭설이 쏟아졌다. 내년은 이러한 이상기후 현상이 더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기상업계에 따르면 올해 여름 폭염의 전초전은 지난 4월부터 시작됐다. 지난 4월 14일은 서울 기온이 30도까지 올랐다. 올해 4월은 역대 가장 더운 4월로 기록됐다. 6월부터는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이 시작됐고 지난 6월 21일에는 역대 가장 이른 열대야가 나타났다. 장마는 길지 않았으나 강렬했다. 올여름 전국 평균 강우량은 602.7㎜로 평년보다 적었으나 장마철에 여름철 강수량의 78.8%가 몰아쳤다. 이는 지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장마철은 7월 하순에 종료됐다. 장마는 폭염을 식히는 데 역부족이었다. 장마 이후 찜통더위가 시작됐다. 올해 8월은 역사상 가장 덥고 습한 날씨로 기록됐다. 전국 평균 최고기온은 33도, 평균 최저기온은 24.1도, 한달 평균기온은 27.9도였다. 그 더웠던 2018년보다 한달 평균기온이 0.8도나 높았다. 열대야일수는 20.2일로 역대 1위, 폭염일수는 24.0일로 역대 3위였다. 더운 날씨로 전력소비량이 폭주했다. 지난 8월 20일 전력수요는 9만7115메가와트(MW)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인 지난 2022년 12월 23일 9만4509MW보다 2.8%(2606MW) 높다. 9월에도 가장 늦은 열대야가 이어지는 등 폭염은 끝날 줄 몰랐다. 추석 연휴는 더위 탓에 가을 청취를 느낄 수 없었다. 추석 연휴기간인 지난 9월 14~17일 동안에는 최고기온 기록이 세워졌다. 9월 14일에는 김해가 36.5도, 고창 36.1도를 기록했다. 9월 17일 전남 광주가 35.7도, 의령은 37.2도, 순창은 36.6도로 9월 최고기온 기록들을 갈아치웠다. 열대야도 발생해 강원 춘천 지역에는 9월 17일에 열대야가 발생했다. 추석 연휴 이후에는 서울에서 9월 19일까지 열대야가 나타났다. 제주도에는 9월 20일에도 열대야가 발생해 역대 가장 늦은 열대야를 기록했다. 올해 지구가 가장 더운 해였는데 우리나라에도 그 여파가 미친 모습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해를 역대 가장 더운해로 꼽았다. WMO 보고서에 따르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9월 지구 평균 표면 온도는 산업화 이전 시기인 1850∼1900년 평균보다 1.54도(±0.13도 오차)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역대 가장 더운 날씨는 기록적인 폭설로 이어졌다. 지난달 28일에는 서울에 28.6cm의 눈이 내렸는데 이는 역대 세번째로 많은 적설 기록이었다. 이례적인 폭설은 서해가 평년보다 2도 이상 따뜻해지면서 나타났다고 추정된다. 북쪽의 찬공기가 따뜻한 서해 바다를 만나 많은 수증기를 품은 눈구름대가 형성된 것이다. 기상청은 2025년 봄 기후 전망에서 “기온은 평년(11.6~12.2도)보다 높겠다"며 “강수량은 평년(221.1~268.4㎜)과 비슷하겠으나 남쪽을 지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릴 때가 있겠다"고 관측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한국, 1인당 석유소비량 세계 4위…탄소중립 발목 잡는 ‘석유’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석유 소비량이 세계 4위 수준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및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석유 소비를 줄이는 것이 가장 핵심으로 분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석유 중심 산업구조를 갖고 있어 석유 소비 감축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23일 한국가스연맹이 발간한 2024 에너지 주요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민 1인당 석유 소비량에서 한국은 연간 17.42배럴로 4위를 차지했다. 상위 10개국 순위는 △사우디아라비아 36.82배럴 △캐나다 23.06배럴 △미국 21.96배럴 △한국 17.42배럴 △일본 9.89배럴 △러시아 9.49배럴 △독일 9.01배럴 △브라질 5.47배럴 △중국 4.21배럴 △인도 1.38배럴이다. 한국보다 상위 3개국은 세계적인 석유 생산국이다. 따라서 이들의 소비량이 많은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한국보다 하위에 있는 나라 가운데 일본과 독일은 한국과 같이 보유 자원이 거의 없고 제조업이 발달했다는 비슷한 환경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1인당 석유 소비량은 일본, 독일보다 2배 가까이 더 많다. 한국은 2023년 기준 하루당 국가 전체 석유 소비량 순위에서도 7위를 기록했다. 순위별로는 △미국 1898만배럴 △중국 1658만배럴 △인도 545만배럴 △사우디아라비아 405만배럴 △러시아 364만배럴 △일본 337만배럴 △한국 280만배럴 △브라질 257만배럴 △캐나다 235만배럴 △멕시코 196만배럴이다. 독일은 196만배럴로 11위를 보였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석유 소비가 많은 것은 석유 다소비 중심의 산업구조를 갖고 있고, 석유보다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천연가스 소비량이 적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 석유 소비 증가는 휘발유, 납사, 항공유, LPG 등 4가지 품목이 이끌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통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휘발유 소비량은 8097만배럴에서 9036만배럴로 11.6% 증가 △납사 소비량은 4억527만배럴에서 4억2975만배럴로 6% 증가 △항공유 소비량은 2173만배럴에서 3467만배럴로 무려 59.5% 증가 △LPG는 1억2129만배럴에서 1억2519만배럴로 3.2% 증가했다. 이는 휘발유차 보급 확대, 석유화학제품 생산 증가, 해외 여행객 증가, LPG 사용 차량 및 화학산업 발달 영향으로 분석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연간 1270만톤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가진 세계 4위의 석유화학 강국이다.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석유보다 천연가스를 적게 사용하고 있다. 가스연맹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가별 천연가스 소비량은 △미국 887Bcm(Brillion cubic meter) △러시아 453Bcm △중국 405Bcm △이란 246Bcm △캐나다 121Bcm △사우디아라비아 114Bcm △멕시코 98Bcm △일본 92Bcm △독일 76Bcm △아랍에미리트 67Bcm △영국 64Bcm △인도 63Bcm △한국 60Bcm 순을 보였다. 석유 소비량이 7위인 것에 비해 천연가스 소비량은 13위에 머물렀다. 천연가스는 열량대비 석유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어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 과정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중간연료, 브릿지연료'로 불린다. 박준범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 국민들의 막대한 석유소비량이 국민들 책임이 아니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 기업의 석유 의존도가 높은 데 그 책임이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석유 소비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현상임을 알면서도 대응하지 않는 것은 결국 이윤을 앞에 두고 우리 미래 세대를 뒤에 놓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이 와중에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되는 샤힌프로젝트(에쓰오일)에 나서는 것과 같은 행보는 심각한 역행이다. 정부는 산업과 국민이 1차원적인 석유 소비를 멈출 수 있도록 앞두고 있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35년 업데이트에 맞춰 석유산업이 감축 목표에 맞춰 계획적으로 개편할 수 있도록 석유산업 부분의 배출권거래제 유상할당의 현실화 등을 포함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에너지·자원 분야 한 전문가는 이번 주제에 대해 논평을 거부하면서 “최근 중국, 중동의 공급과잉으로 인해 석유화학 가동률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탄소중립을 위해 산업 가동을 의도적으로 감축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석유는 경제적으로, 안보적으로 우리나라에 매우 중요한 에너지"라고 평가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여야정협의체, 탄핵에 미뤄진 에너지 현안 해결 속도내나

정부와 여야가 이르면 금주 내로 '여야정 국정 협의체'를 출범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탄핵 정국으로 중단됐던 에너지 업계의 당면 현안들도 처리될 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정계에 따르면 협의체는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등 4자가 중심이 돼 탄핵 정국에서 정치적 합의를 끌어내는 기구로 운영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협의체가 가동되면 즉시 시급한 민생 법안들이 연내 처리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여야 정책위의장은 지난주 비공개 회동을 통해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민생 법안 70여건을 재추진하자고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에너지 업계에서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국회보고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정부안의 통과도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적자 문제와 겨울철 취약계층 에너지요금 지원 등도 협의체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주 개최한 국무회의에서 각부처 장관들에게 “우리 경제가 조기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국가 재정과 공공기관, 민간투자 등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내년 상반기에 집중 집행해 달라"며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은 기업현장의 애로사항들을 적극 청취하면서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고 반도체특별법, 인공지능기본법, 전력망특별법 등 기업 투자와 직결되는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할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소통해 주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기존 석탄화력, 재생에너지 설비들이 계통부족으로 송전제약에 시달리고 있으며 한전과 가스공사의 재무위기도 현재진행형이다. 여야정은 책임감을 가지고 합리적 에너지 수요를 유도하는 가격 결정 체계를 비롯해 11차 전기본을 확정해 내년은 물론 장기적인 에너지업계의 투자와 사업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력망특별법과 고준위특별법은 지난 21대 국회부터 산업부와 한전, 한수원 등에서 법안 통과를 촉구해왔지만 여야 갈등으로 통과돼지 못했고, 22대 국회에서도 여야의 대치와 탄핵 정국 탓에 계류 상태로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안'은 국민의힘 에너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성원 의원이 다시 대표발의했다. 국내 전력망을 총괄하는 사업자인 한전은 지난해 계통혁신의 시급성을 해결하기 위해 김성원 의원을 설득해 '국가전력망확충특별법' 발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전부터 이미 완공된 석탄화력, 태양광, 풍력발전기들이 송전망 부족으로 인한 계통 접속 불발로 인해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조치다. 신규 원전의 적기 계통 접속과 확대되는 재생에너지 발전력 수용 등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믹스 이행을 위해서도 전력망의 대폭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준위특별법안은 원전을 가동하면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외부에 저장하거나, 영구적 처분시설과 중간 저장시설 건설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장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 고리 등 다수 원전에서 10년 내 핵폐기물 임시 저장소가 포화 수준에 이를 전망이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정부가 발표한 원전 계속운전도 해당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동안 여야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 용량을 놓고 대립해왔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향후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을 정할 것을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원전의 최초 설계수명이 종료되면 저장용량도 늘릴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22대 국회에서는 이인선,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법안을 다시 대표발의한 상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탄핵 심판과 별개로 시급한 민생현안을 챙기지 않으면 여당뿐만 아니라 야당에도 국정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며 “주요 에너지 법안들은 민생법안이다. 탄핵 정국으로 민생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여야는 정쟁을 멈추고 그동안 대치하던 법안들을 처리해 업계의 혼란을 막고 국민들의 생활이 안정되도록 합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가짜는 나가라”…재생에너지 시장 ‘순혈주의’ 강화

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순혈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량을 '뻥튀기'하던 친환경성이 입증되지 않거나 인정되지 않는 수입산 바이오에너지와 신에너지가 솎아지고 있다. 태양광, 풍력, 국내산 바이오에너지 등 살아남은 재생에너지로부터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전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설치확인 및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발급 현황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바이오에너지에 대한 총 REC 발급량은 1056만6266REC다. 수소연료전지의 REC 발급량은 1089만4171REC이고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는 24만6540REC다. 이 세 에너지원의 REC 발급량을 합치면 2170만6977REC다. 올해 3분기까지 발급된 전체 REC 발급량 5975만4960REC 중 36.3%에 이른다. 정부는 이 세 에너지에 대해서 REC 발급량을 점차 줄여나가는 정책 방향을 잡았다. 즉, REC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던 에너지원들이 REC 시장에 점차 존재감을 잃어간다는 의미다. 먼저 바이오에너지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수입산 바이오매스에 대해 REC 발급량을 줄인다. 수소연료전지는 기존 사업은 RPS에 남아있지만 신규 사업은 청정수소의무화발전제도(CHPS)에서 거래한다. IGCC도 신규 사업은 더는 없을 전망이다. 이 두 에너지원은 신규 진입이 줄어들어 점차 REC 시장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이들 에너지원들의 경우 탄소를 배출한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REC 시장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와 IGCC는 신에너지로 분류되는데 재생에너지와 같은 시장에서 거래하면 안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신재생에너지 개념은 우리나라만 사용하고, 다른 나라들은 재생에너지만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 신에너지에 해당되는 수소에너지, 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에너지, 중질잔사유가스화에너지 등으로 생산된 전력이 친환경 전력량을 뻥튀기 시키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발전량에서 REC 가중치를 곱해서 REC를 발급해준다.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모두 발전비용과 사회에 주는 이점이 다르기 때문에 REC 가중치를 차등해 정책 지원 정도를 결정한다. 예컨대 태양광의 REC 가중치가 1이면 1MWh 전력 생산시 1REC가 나온다. 반면 수입산 바이오에너지의 REC 가중치가 0.5이면 1MWh 전력 생산시 0.5REC만 나온다. REC는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의 수익과 직결된다. 수입산 바이오에너지의 REC 수익은 태양광의 절반이라는 의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수입산 바이오매스 REC 가중치는 공공 발전설비 전소의 경우 현행 1.5에서 내년 1.0, 2026년 0.75, 2027년 0.5까지 줄인다고 발표했다. REC 시장에 남아있는 재생에너지의 가치는 더욱 올라갈 수밖에 없다. REC를 구매하는 건 대규모 원전,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사업자들이다. 이들은 RPS에 따라 발전량의 일부를 신재생에너지로 채워야 하는 의무를 지켜야 한다. 직접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만들어 REC를 발급받거나 외부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로부터 REC를 구매해서 RPS 의무를 따른다. 특히 발전공기업들의 경우 수입산 바이오매스를 발전해서 RPS 의무를 채우는 데 활용했다. 하지만 이번 정책 개편 등으로 수입산 바이오매스로 REC를 채우는 데 한계에 직면할 전망이다. 또한, 신에너지 신규 사업으로 RPS를 채우는 것도 검토하기 어렵다. 게다가 RPS 의무량은 정부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에 따라 점차 늘어난다. RE100을 이행하려는 기업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RPS를 지키는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물량을 싹쓸히 해가면 RE100 기업들의 몫은 사라지는 구조다. 태양광, 풍력, 국내산 바이오매스가 제때 보급돼 REC 부족분을 채워주지 못하면 REC 가격이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한 대규모 발전기업의 관계자는 “친환경성 논란이 있는 에너지로부터 REC를 채우면 안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REC 가중치 개편은 예상된 일이긴 했다"며 “하지만 REC 확보처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당장 REC 수급에 문제가 있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바이오매스 분야에서 수입이 줄어드는 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REC 가격에 영향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REC 가중치 변화는 REC 수요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공급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 빨라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사이클론 지구 강타…따뜻한 바다·해수면 상승이 위력 키웠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90년 만에 가장 강력하게 성장한 열대성 저기압 사이클론 치도(Chido)가 프랑스령의 마요트에 직접 타격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최근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치도는 지난 14일에 마요트를 강타했다. 풍속은 시속 200km가 넘었고 돌풍은 시속 225km를 초과했다. 이는 마요트를 강타한 폭풍 중 90년 만에 가장 강력했다고 프랑스 언론은 전했다. 폭풍우와 함께 폭우가 쏟아졌다. 12시간 동안 176mm의 강우량과 평균 파고가 5m가 넘는 위험한 바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이클론의 강도가 너무 강해서 관측 구조물 중 일부도 파괴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치도는 인도양의 더 큰 섬인 마다가스카르를 지나 모잠비크와 말라위 등지로 경로를 이동하면서 강력한 폭우를 쏟아냈다. 지난달 카리브해에 큰 영향을 미친 허리케인 베릴, 10월 플로리다를 강타한 밀턴까지 열대성 저기압 현상들은 파괴적인 모습으로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허리케인 베릴은 기록상 가장 빠른 5등급 허리케인으로 카리브해 전역에 파괴의 흔적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헬렌과 밀튼은 특히 미국에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대서양 유역은 올해 명명된 폭풍 총 18개를 기록했다. 그 중 11개는 허리케인(풍속 74mph 이상)이었으며, 풍속은 시속 178km/시속 이상이었다 . 사이클론은 허리케인, 태풍과 같이 따뜻한 바닷물 위에 형성되는 거대한 회전하는 폭풍우 시스템을 말한다. 발생 지역에 따라 이름이 달리 불린다. 일반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섭씨 26도 이상일 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사이클론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적도 부근의 잉여열이 너무 많아져 강도도 세지고 그 횟수도 잦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따뜻한 해양수가 폭풍이나 사이클론에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장기적인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해수면 상승이 사이클론의 위력을 더욱 강화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또한 향후 이러한 열대성 저기압의 발생 숫자가 늘어나지 않더라도 그 위력은 훨씬 강해질 것이라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세계기상기여(World Weather Attribution)의 국제과학자그룹은 “해안과 내륙 지역 사회를 모두 황폐화시킨 허리케인 헬렌과 밀턴의 재앙적 영향의 주요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것을 발견했다"면서 “세계가 화석연료를 계속 태워 지구 온난화가 산업화 이전 수준보다 2°C까지 상승한다면 이 두 지역에서는 파괴적인 강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최대 15~25% 더 높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 기온이 2℃ 상승하게 되면 열대성 저기압의 최대 풍속이 약 5% 더 강력해지고 강수율은 최소 14%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기온 상승으로 인해 대기 중의 습도가 증가하고 해수면이 상승하면 사이클론은 더 많은 수증기를 빨아들여 더 강력한 사이클론으로 바뀌게 되기 때문이다. 한 기상 전문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인 기상현상 발생은 이제 지구 곳곳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극한의 기상현상은 사회 경제적, 환경적으로 인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인명 손실 및 생태계 파괴를 최소화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이뤄져야 할 때"라고 밝혔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기후대응 목소리 높아져도...석탄발전 못 버리는 게 현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석탄화력발전을 폐쇄하자는 목소리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실상은 전력수급과 전기요금 안정을 위해 석탄발전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모양새다. 19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석탄화력발전 설비는 올해 39.8GW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봐도 탈석탄을 선언한 문재인 정부(2017.5~2022.5)때부터 매년 늘고 있다. 또한 석탄발전은 여전히 전체 발전 비중에서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제10차 전력기본수급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석탄발전 비중을 19.7%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 역시 미지수다. 전력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철에도 석탄화력발전소는 전체 설비용량 39.8GW 가운데 90%가 넘는 30GW가 매일 가동됐다. 한국전력공사 산하 5개 발전사는 지난 2022년 여름부터 사실상 석탄발전 상한제를 운영하고 있지 않고 있다. 전력당국은 2021년부터 시작된 글로벌 에너지위기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해 한전 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자 전력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에 상한제를 걸고, 연료비가 저렴한 석탄발전에 의존도를 높여왔다. 정부의 선도시장 설계도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도시장은 석탄화력발전소의 발전량을 조절하기 위한 사전경매 방식으로 설계됐다. 정부는 화력발전소를 용량과 발전효율, 진입연도 등을 기준으로 분류한 뒤 그룹별로 사전경매에 입찰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가운데 낙찰된 발전기만 하루전시장(현물시장)에 입찰이 가능한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그룹에 낙찰물량을 많이 배분해 노후 석탄화력발전기 이용률을 줄여간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석탄발전상한제 시행을 위한 가격입찰제와 선도시장 설계 등을 위해 꾸린 선도시장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급등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전기요금에 제때 반영되지 못해 2021년 이후로 47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와중에 민생 안정을 위해 전력당국은 2년 연속 산업용 전기요금만 인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정부에서도 석탄발전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어떤 발전원도 경제성, 환경성, 수용성 모두를 다 만족하면서 효과적일 수는 없다. 장단점이 있는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한 여러 도전과제들을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고민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석탄화력발전소 조기 퇴출을 위해서는 정부와 국회 차원에서 충분한 보상안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전환 대상인 석탄발전과 원자력발전은 악당이 아니라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경제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한 효자"라며 “이들의 역할을 인정하는 가운데 보상할 것은 보상하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면서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 '공정한 전환'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신규, 수명연장 원전의 대규모 진입으로 신규 발전소 물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 28기가 폐지되는 경우 지역에서 고용이 줄고 이로 인해 경제가 악화될 수 있지만 대책이 없다"며 “LNG 발전소도 주민 수용성이 떨어져 노후석탄 LNG 전환이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LNG로 전환 하더라도 고용이 절반 이하로 감소하고 지역사회 지원금도 줄어, 배출권 할당 수입 활용 등 지역경제에 대한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내년 제로에너지건축 의무화…공사비↑·신기술 개발 ‘골머리’

내년부터 시행되는 건축물 제로에너지 인증 의무화에 따라 건설업계가 대응에 분주하게 나서고 있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5년부터 연면적 1000㎡ 이상 민간건축물 및 3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도 제로에너지 건축물(ZEB) 인증이 의무화된다. ZEB 인증은 건물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1차 에너지 생산량과 소비량을 평가해 에너지 자립률에 따라 1등급에서 5등급까지 인증을 부여한다. 이미 2020년부터 공공부문 건물은 의무화됐었고, 내년부터 민간 부문으로 확장된다. 건설사들은 가뜩이나 건설경기가 불황인데다 원자잿값·인건비이 올라 공사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ZEB 인증 의무화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우선 신기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건축물 제로에너지 인증 의무화에 대응하고 건물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 롯데케미칼, ㈜엡스코어, 스탠다드에너지 등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건물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Building Integrated Photovoltaic: BIPV)'과 여기서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는 '바나듐 이온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VIB ESS:)'를 서울 잠원동에 위치한 롯데건설 본사 사옥에 시범 구축하고 성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BIPV는 건물의 외벽에 설치돼 전력생산과 건축 외장재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별도의 설치 면적이 필요 없어 시공 면적이 부족한 도심 건물에서 활용도가 높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7월 제로에너지건축물을 목표로 아이파크에 최적화할 수 있는 태양광 발전 기술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한솔테크닉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아이파크에 설치되는 태양광 발전설비의 발전효율을 높여 입주민의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고 건축물과 태양광이 조화를 이뤄 디자인적 가치를 높이는 등 다양한 기술개발을 위해 상호협력키로 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4년 경기 용인에 '그린스마트 이노베이션 센터(GSIC)'를 세웠다. 신재생 에너지로 소요 에너지의 최대 70%까지 생산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곳이다. 센터 건립 초기부터 GSIC에 적용된 'Smart BEMS'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복합 제어를 하는 시스템으로 국내 최초로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BEMS 설치확인 1등급'을 받았다. 이 기술이 적용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 1차'가 국내 최초로 공동주택 에너지 효율등급 '1++'인증을 받은 바 있다. 건설업계는 가뜩이나 공사비가 폭등하는 상황에서 민간부문으로 제로에너지건축이 의무화되면 공사비 부담이 더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로에너지건축물 조성 시, 비주거 건축물의 경우 공사비용이 30∼40% 이상 추가 투입되며 공동주택은 표준건축비 상한가격 대비 4∼8%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로에너지건축이 활성화하기 위해선 추가 공사비로 인한 건설사의 이익 감소를 상쇄하기 위한 별도의 인센티브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폭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이라며 “민간부문의 제로에너지건축물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건축기준 완화와 세제 감면, 금융지원 등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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