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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가계 여윳돈 55조 늘어 역대 최대...소득이 지출 증가 상회

지난해 소득 증가분이 지출 증가를 상회하고, 아파트 신규입주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계 여유자금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15조5000억원으로, 전년(160조5000억원) 대비 확대됐다. 순자금운용 규모는 2009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순자금 운용액은 각 경제주체의 해당 기간 자금운용(금융자산 거래액)에서 자금조달(금융부채 거래액)을 제외한 값이다. 조달액을 고려하지 않은 가계의 작년 자금운용 규모는 2023년 194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66조1000억원으로 늘었다. 금융기관 예치금은 지난해 114조원으로 전년(130조2000억원) 대비 줄었지만,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42조4000억원), 보험 및 연금 준비금(62조5000억원) 등을 중심으로 커졌다. 가계의 자금조달액도 예금취급기관 차입이 51조6000억원 늘면서 2023년 34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50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은 측은 “지출 증가를 상회하는 소득 증가, 아파트 신규입주물량 감소 등에 따른 여유자금 증가로 순자금운용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비금융법인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 65조5000억원으로 전년(109조4000억원) 대비 축소됐다. 기업 순이익은 늘었지만,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 증가세가 둔화됐기 때문이다. 비금융법인의 자금운용은 2023년 9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68조7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2조원 감소했지만, 금융기관 예치금이 21조1000억원 늘었다. 비금융법인의 자금조달은 2023년 118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34조2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채권을 중심으로 직접금융이 2023년 68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31조2000억원으로 감소했지만, 상거래신용이 10조5000억원 증가하면서 확대됐다. 일반정부의 순자금조달 규모는 지난해 38조9000억원으로 전년(17조원) 대비 확대됐다. 정부 지출이 수입보다 더 크게 증가하면서 순자금조달 규모가 커졌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기자의 눈] AI 가전의 시대, 소비자 마음은 어디에 있나

결혼 준비로 최근 가전제품에 유독 관심이 많아졌다.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까지 신혼집 곳곳을 어떻게 꾸밀지 상상하며 다양한 제품을 비교해봤다. 제조사별 스펙과 디자인, 가격을 꼼꼼히 따져가며 고르던 중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수십 가지 모델을 살펴봤지만, 제품 선택 기준에 '인공지능(AI)'은 단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자업계를 취재하는 기자로서 AI는 빠지지 않는 핵심 키워드다. 국내 주요 가전기업들은 AI를 제품 곳곳에 탑재해 혁신을 이루고 있다고 강조하고, 그 흐름은 해마다 업계 전략의 중심이 된다. 기자 시선으로 보면 'AI는 필수'처럼 보인다. 하지만 막상 소비자로 돌아서니 이야기는 달랐다. 현실에서는 AI보다 디자인, 가격, 브랜드 신뢰도 같은 요소가 더 중요했다. 기자일 땐 보이지 않던 간극이, 소비자가 되어보니 오히려 더 뚜렷하게 다가왔다. 물론 AI 기능이 무용하다는 뜻은 아니다. 예컨대 세탁기의 '자동 세제 투입', 에어컨의 '사용자 맞춤 온도 조절' 같은 기능은 분명 편리하다. 하지만 'AI를 넣었으니 혁신'이라는 전제는 소비자에게는 그리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는다. 소비자 입장에서 AI는 여전히 '체감하기 어려운 기술'인 경우가 많다. 일상에서 크게 느껴지지 않다 보니, 구매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AI가 잘 팔린다고 항변한다. 전년 대비 AI 가전 판매가 몇 % 늘었다는 식의 자료를 앞다퉈 내놓는다. 하지만 현장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한 가전매장 관계자는 “어찌 보면 눈속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엔 대부분 제품에 AI가 기본처럼 들어가 있어서, 소비자 입장에선 결국 이름만 다른 AI 가전들 사이에서 고를 수밖에 없다"며 “이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반 가전보다 AI 제품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성능 등 전통적인 요소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점은 글로벌 히트 제품들을 보면 알 수 있다. 다이슨의 무선청소기, 발뮤다의 토스터 등은 복잡한 AI 없이도 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강력한 흡입력, 직관적인 사용성, 감성적인 디자인 등 본질적인 가치를 얼마나 정교하게 구현했는지가 성공 요인이었다. AI는 분명 하나의 차별화 포인트다. 그러나 그것이 만능은 아니다. 기능을 추가하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 기능이 어떤 '가치'를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 기술을 소비자 삶과 연결시키는 진정성, 그리고 제품 본질에 대한 꾸준한 고민. 그것이 지금 가전 브랜드들이 되새겨야 할 지점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몽 가스안전 파트너십 강화…제도·기술 교류부터 국민인식 제고까지

한국가스안전공사(사장 박경국)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 간 몽골의 민·관 가스 분야 주요 인사들이 공사를 공식 방문해 한국형 가스안전관리 시스템을 벤치마킹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양국 간 기술 교류 확대와 가스안전 인식 제고를 위한 실질적 성과 창출을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방문단은 몽골 광물석유청 석유제품실장, 몽골가스연료협회장 및 현지 가스기업 6개사 대표 등 총 14명으로 구성됐다. 몽골 주요 방송사 NTV도 동행해 한국의 선진 가스안전관리 시스템, 정책, 가정·산업체의 안전한 가스사용 사례를 취재한다. 해당 영상은 몽골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가스안전 인식제고 콘텐츠로 제작·방송될 예정이다. 방한기간 동안 대표단은 공사 본사와 가스안전교육원, 가정 및 음식점 등 액화석유가스(LPG) 사용시설, 보일러 제조사, 가스용기 검사소 등을 순차적으로 방문해 현장 중심의 협력 관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박경국 가스안전공사 사장은 “이번 방문은 몽골과의 신뢰 기반 협력의 구체적 실현이며, 이를 계기로 글로벌 가스안전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의 안전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사는 몽골과 함께 △가스안전 정책 공유 △제도 개선 자문 △기술 정보 지원 등 '몽골국가 가스안전 역량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오고 있다. 양측은 지난해 몽골 현지에서 개최한 '한-몽 공동 가스안전 교육프로그램(Gas Safety 2024)'에 이은 이번 방한을 통해 양국 간 가스안전 협력의 실행력을 한층 높여나갈 계획이다. 김연숙 기자 youns@ekn.kr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 CEO메시지서 ‘윤리경영’ 강조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0일 임직원에 최고경영자(CEO)메시지를 통해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협금융은 임직원의 윤리의식 고취와 준법경영 체질 강화를 위해 전사적인 윤리·준법교육을 연중 실시한다. 윤리·준법교육의 첫 회는 이찬우 회장의 CEO메시지 영상을 통해 농협금융 임직원들에게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농협금융의 윤리준법 경영과 내부통제 중요성, 금융소비자보호·금융사고 예방, 건전한 금융질서 확립과 고객권익보호를 당부했다. 또 “고객 신뢰 없이 금융회사 미래는 없다"며 “우리 모두가 내부통제 중요성을 인식하고, 금융사고 예방을 최우선으로 실천한다면 농협금융은 더욱 강한 조직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의 윤리·준법교육은 매주 1회 교육시스템을 통해 금융사고 유형별 사례, 책무구조도, 농협금융 임직원 행동강령 등을 교육해 청렴농협을 구현하고 임직원의 윤리의식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NH윤리경영 자가진단, 참여형 캠페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농협금융 기업문화 변화를 유도할 예정이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D램 왕좌의 교체] 10년 베팅한 HBM…SK하이닉스의 승부수

SK하이닉스가 2025년 1분기 세계 D램 시장 매출 기준 1위에 오른 배경에는, 10년 넘게 이어진 고대역폭메모리(HBM) 투자 전략이 있다. 삼성전자가 범용 D램 중심의 생산 확대에 집중하던 시기, SK하이닉스는 HBM에 대한 장기 투자를 이어왔고, 2024년 세계 최초로 HBM3E 양산에 성공하면서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했다. 10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본래 현대전자의 반도체 부문으로 출발했다. 1999년 LG반도체를 통합하며 몸집은 커졌지만, 외환위기 직후인 2001년부터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며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됐다. 이후 파운드리 사업 정리와 매각 무산 등을 겪으며 수년간 생존 중심의 경영이 이어졌고, 구조조정도 반복됐다. 2012년 SK그룹의 인수를 계기로 자본 기반이 안정되면서 장기적 기술 투자 여건이 마련됐고, 이때부터 고부가 메모리인 HBM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2009년 TSV(Through-Silicon Via) 기반 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이듬해 AMD와의 공동 개발을 통해 HBM 설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3년 12월에는 TSV 기반 1세대 HBM 프로토타입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기술 기반을 다졌고, 이후 HBM2, HBM2E, HBM3까지 연속적으로 개발을 이어갔다​. 이어 2023년 하반기, 하이닉스는 HBM3E 제품의 품질 검증을 완료하고, 2024년 3월 세계 최초로 12단 적층 기반 HBM3E 양산을 시작했다. 10년이 넘게 진행된 투자가 드디어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는 HBM 시장 점유율 70%를 기록, 삼성전자(20% 이하 추정)를 크게 앞섰다​. 하이닉스는 MR-MUF(Molded Reflow Underfill) 공정을 통해 고적층 제품의 발열과 수율 문제를 해결했고, 검증된 1b 공정을 채택해 안정성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2024년 상반기, 삼성전자가 HBM3E 품질 테스트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이, 하이닉스는 이미 공급 체계를 구축해 엔비디아·AMD·TSMC 등과 협력을 확대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성공 이후 수익 구조도 크게 바뀌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이상에 이른다. 이는 일반 D램 대비 가격이 수 배 이상 높은 고부가 제품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2024년 약 5조 원 규모였던 HBM 시장이 2029년에는 50조 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체 D램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가 이 시장의 현재 점유율 70%를 유지할 경우, 수조 원 단위의 신규 수익원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SK하이닉스는 2025년 하반기 HBM4 양산을 목표로, 차세대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2025년 3~6월 사이에는 HBM4 샘플 제품을 고객사에 제공할 예정이며, 12단 적층을 기본으로 인터포저 설계와 발열 대응 기술을 개선하고 있다​. HBM4는 성능뿐 아니라 TSMC·AMD 등과의 패키징 연계 전략이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턴키 방식보다는 고객 맞춤형 모듈 구성과 외부 파운드리와의 협업 모델을 강화하고 있으며, TSMC와의 인터포저 개발 연계가 HBM4 공급 확대의 핵심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는 '제품'보다는 '패키지 안에서 어떤 조합을 고객이 원하는가'를 중심으로 설계한다"며 “HBM4에서도 기술과 상업성의 균형을 통해 시장 주도권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D램 왕좌의 교체] 초격차의 배신…삼성은 왜 밀려났나

AI 시대를 맞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고성능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밀리며, 시장 점유율뿐 아니라 기술 리더십에서도 주도권을 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D램 출하량(bit 기준)에서는 삼성이 SK하이닉스를 여전히 앞서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에서 격차가 벌어지며 매출 역전이 발생한 상황이다. 삼성은 HBM3E 주요 고객사 테스트에서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로 인증이 지연되면서 수주에서 밀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BM3E는 현재까지 상용화된 HBM 제품군 중 가장 높은 대역폭과 용량을 제공한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말 HBM3E 12단 제품 개발을 완료하고, 2024년 상반기부터 본격 공급에 들어갔다. 같은 시기 삼성전자도 HBM3E 양산을 예고했지만, 고객사 인증 단계에서 납기 지연과 발열 문제로 납품 일정이 미뤄졌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 삼성의 HBM3E 제품은 엔비디아 공급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으며, 인증 재도전 중이다. 초기 시장 진입이 매출과 고객 신뢰 모두에 영향을 주는 HBM 시장의 특성상, 인증 지연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닌 상업적 타격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선제 투자와 미세공정 리더십을 바탕으로 '초격차 전략'을 구사해왔다. 누구보다 먼저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먼저 양산하는 전략으도 30년이 넘게 시장을 지배했다. 하지만 HBM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랐다. 수익성이 불확실하고 고객 수요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HBM 개발 인력이 2019년 이후 축소됐다는 업계의 증언도 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2009년부터 HBM 기반 TSV 기술에 장기적으로 투자했고, 제품 완성도와 적기 대응력 모두를 확보했다. 생성형 AI 붐이 일었던 2022~2023년, 엔비디아는 자사 GPU에 탑재할 고품질 HBM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메모리 업체들과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때 SK하이닉스는 HBM3E 제품을 가장 먼저 인증받고 2024년 상반기부터 공급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같은 제품에서 발열과 전력 문제 등으로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채 공급이 지연됐으며, 현 시점까지도 엔비디아 공급 승인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고객사와의 신뢰 확보, 시장 내 평판 형성 측면에서 중요한 시기를 놓친 셈이다. 이는 기술보다는 조직과 전략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D램에서 쌓아온 기술·공정 역량을 HBM에도 적용할 수 있었지만, 조직 내 의사결정은 기존 범용 D램 중심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세 공정·수율 중심의 성과 평가 체계가 신기술 대응을 더디게 만들었다는 얘기다. 또한 삼성은 메모리,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모두 갖췄지만, 내부 협업 구조는 하이닉스보다 경직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SK하이닉스가 TSMC와의 외부 협력을 통해 로직 다이, 패키징 등에서 유연하게 대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HBM은 단순한 D램 기술이 아니라 로직·패키징이 결합된 종합 솔루션이라는 점에서, 협업 속도 자체가 성패를 가르는 변수가 된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삼성은 내부에서 D램 중심의 사업 판단 구조가 강했고, HBM의 시장성을 충분히 신속히 인식하지 못한 면이 있다"며 “경쟁사는 외부 고객과의 개발 협력을 통해 HBM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한 반면, 삼성은 자체 양산 최적화에 초점을 두며 속도에서 밀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은 현재 HBM3E 12단 제품의 양산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HBM4 개발도 추진 중이다. 특히 세계 최초로 1c 공정 기반 HBM4를 선보이고, 메모리·로직·패키징을 결합한 '턴키(turn-key) 솔루션'을 통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 반도체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기술 안정성과 고효율 공정을 바탕으로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HBM4와 이후 세대까지 선도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의 명운을 걸 도전과제라는 점을 분명히하고 전사적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D램 왕좌의 교체] 32년 만의 반전…드디어 삼성을 넘어선 ‘SK’

삼성은 32년간 메모리 시장을 지배해온 존재였고, SK하이닉스는 늘 그 뒤를 따라가던 후발주자였다. 그런데 2025년, 순위가 바뀌었다. 삼성의 D램 매출을 SK하이닉스가 넘어선 것이다. 숫자 하나 바뀐 것 같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간단하지 않다. 시장은 달라졌고, 기술의 조건도 바뀌었다. AI 시대가 되면서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양산보다 납기, 속도보다 검증, 점유율보다 신뢰가 중요해졌다. 그 중심에 있는 HBM 기술은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열쇠가 됐다. 삼성은 기술을 갖고 있었지만 타이밍을 놓쳤고, SK하이닉스는 10년 넘는 준비 끝에 반격에 성공했다. 질서가 바뀐 시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그 단서들을 모았다. /편집자주 2025년 1분기,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역사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계의 상징과 같던 'D램 1위 삼성전자'를 처음으로 제친 것이다. 지난 9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매출 기준 3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는 34%를 기록한 삼성전자를 앞지르며 사상 첫 1위에 오른 수치다. 1992년 삼성전자가 일본 도시바를 밀어내고 정상에 오른 이후, 무려 32년 만에 처음으로 왕좌가 바뀐 것이다. 이같은 지각변동의 중심에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라는 신기술이 있다. HBM은 기존 D램보다 훨씬 빠른 속도와 높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메모리로, 주로 AI 반도체(GPU)에 탑재된다. 특히 최근 생성형 AI 모델의 확산으로 고성능 AI 서버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고부가가치 제품군으로 부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SK하이닉스가 2025년 1분기 HBM 시장에서 무려 70%의 점유율을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전체 D램 판매량(bit 기준)에서는 삼성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HBM이라는 고단가 제품에서의 압도적 우위로 매출 1위를 달성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H100, H200, B200, B300 등 최신 GPU 제품군에 HBM3 및 HBM3E 제품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범용 D램 비중이 높고, HBM 매출 비중은 10%대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구조 자체가 '양보다 질' 중심으로 바뀌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고성능 메모리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환에 성공했고,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변화에 느리게 대응한 결과로 1위 자리를 내주게 된 셈이다. 과거 메모리 시장의 경쟁은 출하량(bit 기준)과 원가 경쟁력 중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GPU와 함께 메모리 성능이 병목현상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핵심이 된다. GPU 성능을 제대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고대역폭·저전력·고신뢰성의 메모리가 필수이며, 바로 그 지점에서 HBM의 가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HBM은 기존 D램보다 가격은 3~5배 높지만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D램 시장에서 양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이 핵심이었지만, 이제는 AI 시대에 최적화된 기술이 시장을 지배한다"며 “HBM을 얼마나 잘 만들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고객에 공급할 수 있느냐가 시장 점유율을 가르는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 수십 년간 '초격차 전략'을 통해 메모리 시장을 독주해왔다. 자체 기술 개발, 대규모 투자, 미세 공정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췄고, 위기에도 감산 없이 생산을 늘려 시장을 장악하던 방식으로 경쟁사들을 따돌렸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채권단 관리 체제를 거쳐, 2012년 SK그룹에 인수되며 간신히 생존 기반을 마련한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HBM이라는 고위험·고수익 기술에 10년 넘게 묵묵히 투자했고, AI 시대라는 기술적 지형 변화에 가장 먼저 준비된 기업으로 부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변화가 일회성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 역시 기술 투자를 강화하며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HBM·AI라는 새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은 현재 SK하이닉스에 이견이 없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술의 패권은 시장의 패권을 바꾼다“며 "SK하이닉스의 리더십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홈플러스 무너뜨린 MBK, ‘사회적 책임’은 언제?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2025년 4월 포브스 발표에서 국내 자산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보유 자산 11조1000억 원으로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을 제쳤다. 김 회장의 자산은 2015년만 해도 8000억 원 수준에 불과했다. 10년간 자산이 13배 이상 증가한 배경에는 MBK의 공격적인 사모펀드 운용 전략이 자리했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 원에 인수했다. 이후 홈플러스 부동산을 분리해 '세일즈 앤 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했다. 그 결과 약 3조 원의 자금을 회수했으며, 이를 투자자 수익 분배와 차입금 상환에 사용했다. 해당 방식은 단기 수익 확보에는 성공했으나, 홈플러스의 중장기 경영에는 치명적인 부담을 남겼다. 홈플러스는 2017년 이후 임대료 부담 증가와 실적 악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다. 2023년 기준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0% 가까이 감소하며 위기설이 불거졌다. MBK는 홈플러스의 경영 악화를 인정했지만, 사모펀드 특성상 '투자 후 엑시트'는 경영책임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경영권을 장악한 상태에서 구조조정과 투자 축소를 지속한 점은 책임 회피 논란을 키웠다. 협력업체들은 수천억 원 규모의 납품대금이 여전히 미정산 상태라고 주장했다. 한 중소 납품업체 대표는 “6개월 넘게 대금을 못 받은 채 버티는 중"이라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 피해도 심각하다. ABSTB 펀드를 통해 홈플러스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들은 최대 2000억 원 손실 위기에 처해 있다. 해당 채권은 상환 가능성이 낮아졌고, 유통 시장에서 40% 이하로 거래되고 있다. MBK는 최근 금융기관에 임대료 인하를 요청하며 사태를 확산시켰다. 요청 인하율은 최대 50%로, 일부 보험사와 리츠(REITs) 운용사는 “자산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은 이 상황이 유통산업을 넘어 금융권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병주 회장은 지난달 사재 출연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출연 시점과 금액, 집행 방식 등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정치권과 여론은 이를 '면피성 발언'으로 해석하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김병주와 MBK는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기 뼈가 아닌 남의 뼈를 깎고 있는 구조"라며 도덕적 무책임을 지적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야3당 의원들은 오는 10일까지 구체적인 사재 출연 계획을 제출하라고 최후통첩했다. 불이행 시, MBK와 김 회장에 대한 청문회 추진 및 법적 책임 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다. 업계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최소 1조6000억 원 규모의 자금 투입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이 금액에는 납품대금 정산, 전단채 피해 보상, 신규 설비 투자 등이 포함된다. 김 회장과 MBK파트너스는 그간 수천억 원대의 수익을 경영진과 투자자에게 분배했다. 김광일 부회장을 비롯한 핵심 파트너들도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천억 원을 챙겼다. 그러나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나 경영 책임 이행 사례는 나타나지 않았다. MBK는 “계획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며 책임을 유보하고 있다. 사모펀드는 본래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구조다. 그러나 MBK는 이익을 극대화한 뒤, 손실은 시장과 사회에 떠넘기는 방식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언제쯤 '책임있는 자본가'의 모습을 보여줄 지 한국 사회가 기다리고 있다. 박상주 기자 redphoto@ekn.kr

서울 아파트값 10주째 상승…토허제 재지정에 상승폭 둔화

서울 아파트값이 10주 연속 상승했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부동산 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들며 강남 3구 등 상급지 아파트의 가격 상승폭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 계속 하락세였다. 10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1주차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값은 -0.02% 하락해 지난주(-0.01%)보다 하락폭이 다소 커졌다. 전세가격은 (0.02%→0.00%)은 보합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8% 올라 10주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똘똘한 한 채' 인기에 힘입어 평균 오름세를 상회하던 상급지도 기세가 다소 꺾여 전주(0.11%)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구체적으로, 강남 3구인 △강남구(0.21%→0.20%) △송파구 (0.28%→0.16%) △서초구 (0.16%→0.11%)도 모두 전 주 대비 낮아진 상승세를 보였다.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구 (0.18%→0.17%) △용산구 (0.20%→0.13%) △성동구(0.30%→0.20%)도 마찬가지였다. 부동산원은 재건축 추진 단지 등 주요 선호지역에서는 매수 문의가 꾸준하고 상승 거래가 이뤄지고 있으나, 일부 지역에서는 매수 관망세가 확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이번 주 하락(0.00%→-0.01%) 전환했다. 재건축 사업이 속속 완료되며 관심이 집중됐던 과천시 (0.39%→0.19%)를 비롯해 성남 분당구(0.27%→0.09%)와 용인 수지구(0.12%→0.07%) 등 인기 지역 상승세가 축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천은 중구와 미추홀구 등 일부 지역 신축 단지 영향을 받아 하락폭(-0.03%→-0.02%)이 다소 축소됐다. 지방은 (-0.05%→-0.05%)은 여전히 하락폭을 유지했다. 광주(0.07% → -0.10%)의 하락 전환과 대구(-0.09% → -0.09%)의 매매가 감소 등이 지속된 영향이다. 시도별로는 울산(0.00%→0.01%)만 상승했고 경북(-0.07%→-0.07%), 전남(-0.01%→-0.01%) 등 다른 지역은 전부 하락세가 지속돼, 매매가가(-0.03%→-0.05%) 축소됐다. 최근 6.3 조기 대선 확정에 따라 주목받은 세종시도 여전히 하락세를 보였다. 세종시는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토 균형 발전' 차원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세종시로 옮겨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정수도 이전'을 완성하려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집값이 꿈틀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주 -0.07%에 이어 이번 주에도 -0.06% 하락해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다만 최근 새롬동 새뜸마을 14단지 더샵힐스테이트 전용 98㎡ 매물이 지난달 20일 9억1000만원에 손바뀜되며 2월에 이뤄진 직전 거래(6억3000만원)보다 2억8000만원 뛰는 등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편,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0.02%→0.00%)은 상승세에서 보합 전환했다. 수도권(0.04%→0.02%)과 서울(0.05%→0.02%)은 상승폭이 줄었고, 지방(0.00%→-0.02%)은 하락 전환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인천시, AI 대전환으로 지역산업 디지털 혁신 ‘가속화’

인천=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인천시는 10일 미래 디지털 대전환 시대를 주도하고 산업 구조의 혁신을 위해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은 산업의 체질을 바꾸고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시는 이에 따라 글로벌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지역 특화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인공지능 전환(AX)'을 추진해 산업 전반의 디지털화를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시는 '자유로운 인공지능 놀이터(AI Playground) 인천 조성' 사업을 중심으로 단순한 인공지능 기술 보급을 넘어 △인공지능 기업의 단계별 성장지원 △가명정보 기반 데이터 활용 활성화 △인공지능 인재 양성 및 시민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인공지능 융복합 생태계 조성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특히 작년에는 당초 목표였던 44개를 초과한 59개 기업을 지원하고 54명의 인재를 양성했으며 143명이 참여한 인공지능(AI)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시민과 기업이 함께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80개 기업 지원과 100여 명의 인재 양성, 200여 명의 체험 프로그램 참여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인천시는 제조업과 뿌리산업 등 지역 주력 산업의 업무 공정에 인공지능을 접목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산업 인공지능 전환(AX)' 지원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인공지능 기반 컨설팅, 기술개발 및 실증 지원 등 종합적인 기업 지원에 나서는 한편 현장 맞춤형 인공지능 인력 양성도 함께 추진해 산업현장 수요와 연계된 인재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천시는 산업 인공지능 전환(AX)과 관련한 국가 공모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역 자율형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에 선정돼 2026년까지 인공지능 기반 '바이오 인공지능사물인터넷(AIoT) 물류 플랫폼 개발' 과제를 수행 중이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공지능(AI) 자율제조 선도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2027년까지 '인공지능 자율제조 기반 반도체 CMP DISK(화학기계적 연마 디스크) 생산공정 개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남주 인천시 미래산업국장은 “인공지능(AI) 기술은 단순한 자동화 수준을 넘어 산업 전체의 사고방식과 운영 패러다임을 바꾸는 핵심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며 “인공지능 전환(AX) 전략을 통해 산업 생산성과 기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인천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 융복합 도시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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