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7일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시행된 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잠잠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물밑 수요가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 발표 이후 진행된 서울 신규 청약 단지 두 곳의 평균 경쟁률이 수백대 일 이상을 찍으면서 시장 호황기에서나 보던 흥행을 거뒀다. 9일 주택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포스코이앤씨가 성수동 장미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서울 성동구 '오티에르 포레'와 대우건설·두산건설이 영등포 1-13구역을 재개발하는 영등포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가 1순위 청약을 마감한 결과 평균 경쟁률이 각각 688대 1, 191대 1을 기록했다. 청약 신청자 수는 오티에르 포레가 2만7525개, 영등포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가 1만1181개다. 1순위에 양 단지의 중복 청약이 불가능한 것을 감안하면 6.27 대출 규제 발표 이후 2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된 서울 신규 아파트 청약에 약 4만명이 도전한 셈이다. 업계에선 6.27 대책 발표 이후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선 시점에서 곧바로 진행된 서울 신규 단지 청약의 흥행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이번 대출 규제가 전례 없던 워낙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어 군중심리에 민감한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이 불붙기 어렵지 않냐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두 단지는 대출 규제 적용 예외 등 호조건 속에 높은 청약 경쟁률로 마감했다. 예컨대 오티에르 포레는 지난달 26일, 영등포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는 같은 달 27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까닭에 6월 28일부터 시행된 규제를 피해가게 됐다. 계약금과 중도금 및 잔금 납부를 위해 6억원 이상의 주담대를 동원할 수 있는 것이다. 두 단지 모두 분양가가 인근 신축 아파트 대비 낮은 가격에 책정된 것도 청약 열기에 불붙였다. 오티에르 포레 전용 84㎡(34평) 분양가는 약 25억원 수준이다. 단지 인근에 올해 1월 입주한 서울숲 아이파크 리버포레 동일 평형이 6월 26일 35억5000만원에 거래됐으니 인근 신축 단지 시세 대비 10억원 이상 싼 수준이다. 영등포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 84㎡ 분양가는 약 16억원이다. 사업지 바로 길 건너에 위치한 신축 단지인 아크로타워스퀘어(2017년 입주) 84㎡가 지난달 27일 19억원에 실거래됐으니 인근 신축 시세 대비 3억원 저렴하다. 이번 대출 규제에 따라 매수 수요가 잦아든 틈을 타 오히려 청약에 도전하는 것이 당첨확률을 높일 것이라는 군중심리의 빈틈을 노린 청약자도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취재 결과 두 단지의 견본주택를 찾은 내방객들 중에선 이 같은 의견을 내비친 청약 대기자들이 다수 있었다. 6.27 대책으로 서울 아파트 시장이 겉으로는 안정을 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마감된 서울 신규 단지 청약 결과에서 드러난 점은 여전히 물밑으로는 불붙은 뇌관이 언제든 터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에 정부 당국이 보다 면밀하게 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이상 과열 현상을 막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서울 아파트 시장 심리는 일반 상식과 반대되는 후행적 요소가 강하다. 가격이 비싸지면 매수에 나서지 않는 것이 정상인데 다들 사겠다고 덤벼들고, 가격이 내려가면 반대로 매수에 나서야 하는데 오히려 사지 않겠다고 시장이 얼어붙는다"며 “이번 서울 신규 단지 청약 결과도 이 같은 특수한 대한민국 부동산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6.27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 시장이 움직이는 행보도 후행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언제든 이런 특수한 군중심리에 따라 시장이 움직일 수 있다"며 “이번 청약 결과도 이런 관행이 촉발시킨 결과인 만큼 당장 정부 당국이 어떤 규제를 추가로 발표할 필요는 없다. 다만 시장 움직임을 더욱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그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