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도시의 섭씨 35도가 넘는 폭염일수가 최근으로 올 수록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도 예외는 아니었다. 폭염을 재난으로 분류하고, 노인이나 표준이하 주택 거주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영국에 본사를 둔 국제환경개발연구소(IIED)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세계 최대 대도시에서 섭씨 35도(℃)에 도달한 날은 52% 증가했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35도 이상의 더운 날이 급격히 증가한 도시 중에는 대한민국 서울도 꼽혔다. 서울은 지난 30년간 35도를 넘은 날이 총 84일이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는 9일, 2004년부터 2013년까지는 17일, 2014년부터 2023년까지는 58일이다. 최근으로 올 수록 폭염일수가 크게 증가된 것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터커 랜즈먼(Tucker Landesman) IIED 선임연구원은 “지난 30년 동안 서울의 폭염 일수가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는 기후변화가 이미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며 “폭염은 사람마다 다르게 영향을 미친다. 아동, 노인, 열악한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 등 특정 사람들은 더운 날씨에 더욱 취약하다. 녹지 공간에 대한 접근성 개선, 건물 설계 변경, 대체 교통수단 홍보 등 폭염에 취약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중국 베이징도 폭염일수가 크게 증가한 대도시로 꼽혔다. 이는 각 도시의 30년 동안의 선형 추세선을 기준으로 계산한 수치다. 이번 분석은 다카, 도쿄, 런던, 마닐라, 카이로, 킨샤사, 파리 등 주요 인구 집중 20개 대도시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폭염 일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열스트레스(heat stress)를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분석 결과 199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30년 동안 기온이 35도 이상을 기록한 날은 누적 1만6586일이다. 기간을 10년 별로 나눠서 보면 1994년부터 2003년까지는 총 4755일, 2004년부터 2013년까지는 총 5343일, 2014년부터 2023년까지는 총 6488일로 현재로 올 수록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 뉴델리는 35도를 넘긴 날이 4222일로, 분석 대상 도시 중 가장 높은 일수를 기록했다. 지난 10년 동안에만 35도를 기록한 날은 44%로, 이전 20년(2004~2013년 37%, 1994~2003년 35%)에 비해 비중이 훨씬 높아졌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지난 30년 동안 35도를 넘는 날 수가 가장 크게 증가한 도시 중 하나다. 1994년부터 2003년 사이에 자카르타에서 35도를 넘긴 날은 28일에 불과했다. 그 다음 10년(2004~2013년) 기간에는 이 숫자가 153일로 증가했고, 가장 최근 10년 (2014~2023년)에는 167일에 달했다. 폭염을 공식적 재난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터커 랜즈먼 선임연구원은 “불과 한 세대 만에 세계 최대 대도시에 영향을 미치는 극심하게 더운 일수가 놀라울 정도로 증가했다. 도시 열섬 효과로 인해 더 악화됐다"며 “일부 도시의 기온이 위험할 정도로 높아지면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열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폭염이라는 도전에 대응하려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를 포함한 정책 입안자들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변화를 실현하려면 보건, 금융, 환경, 교통 정책 전문가와 시민사회 단체 및 일선 지역사회 간의 전략적 조정이 필요하다. 기후 위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없다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계속해서 기후 변화로 인한 최악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