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지주와 은행이 책무구조도 내부통제 확대에 나서면서 2금융권의 시행 방향에도 시선이 모인다. 보험업권은 우선 단계적인 준비에 착수할 예정인 가운데 회사 규모에 따른 유연한 규제의 필요성도 제시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국내 5대 금융지주(KB금융·신한금융·하나금융·우리금융·농협금융)와 그룹 계열사인 5대 시중은행이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내년 1월 도입되는 책무구조도 도입의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사가 임원별 내부통제 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이행하게 하기 위해 책무구조도 제도를 추진해 왔다. 이에 금융지주사와 은행은 내년 1월 본격 시행을 앞둔 상태다. 시범 운영에는 지난달 28일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이 책무구조도를 제출한데 이어 30일 KB금융과 농협금융이, 31일 하나금융이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면서 참여의사를 밝혔다. 은행권에서도 책무구도조를 조기 제출한 신한은행(9월 23일)을 시작으로 지난달 하나은행(25일), 우리은행(28일), 국민은행, 농협은행(각각 30일)이 책무구조도 제출을 완료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으로도 불리며 최고경영자(CEO),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등 'C-레벨' 최고위직 임원들이 담당하는 직책별 책무 배분이 골자다. 임원이 직책별 책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하며 임원별 책무가 명확해짐에 따라 책무수행의 전문성, 업무경험, 정직성 등 적극적 요건도 신설된다. 책무구조도 마련에 따라 금융사마다 각 임원들이 배분된 내부통제 책임에 보다 무게감 있게 대응하게 됨으로써 불완전판매나 횡령 등 잇따른 금융사고에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와 은행권이 시범운영에 참여하면서 2금융권도 속속 준비태세에 나설 전망이다. 자산 5조원 이상인 금융투자업자와 보험사 등은 시행 후 1년 내인 내년 7월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해야 한다. 롯데손해보험의 경우 선제적으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기도 했다. 우선 보험업권은 금융사고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방지와 내부통제 실효성을 위한 단계적인 준비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9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3차 보험개혁회의 논의 결과 보험사에 대한 금융사고 예방지침 제정과 보험사기 예방 내부통제 규율의 명시화 추진이 결정됐다. 금융사고 예방 지침 마련과 보험사기 관련 법제화 과제부터 단계적 제도 개선을 시행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보험사 주요 업무절차 4가지로 구체화 △임직원의 1% 이상을 준법감시 인력으로 확충하도록 하고 준법감시 직원의 50% 이상을 전문인력으로 구성 △투명한 자금집행 절차 마련 △업무위탁 계약 방법 및 절차 처리기준 마련 △이상거래 상시감시 시스템 구축과 소비자 제출서류 위·변조 검증절차 마련 등에 나설 방침이다. 보험사기 예방 내부통제 기능도 강화한다. 보험사의 경우 보험료 수령 후 미전달 등 보험계약 관련 특수사고가 횡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국으로부터 제기된 바 있다. 아울러 단기 성과주의식 불건전 경쟁이 보험사의 내부통제 기제가 온전하게 작동하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보험사 등 2금융권에서 책무구조도 제도 안착은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내년 7월에는 자산규모가 큰 회사가 우선 시행 대상으로, 자산 규모 등에 따라 실제 시행시기가 2026년 7월까지 유예된 상태다. 특히 보험업계의 경우 체급이 각기 다른 보험사에 대해 일괄적으로 규제가 적용되는데 대해 논란이 따르기도 했던 만큼 시행 시 업계 반발이 없도록 규제를 손봐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나 외국계 보험사 등 임직원 숫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소규모 보험사의 경우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짧으면 1년에서 2년 내 마련해 제출해야 하는 책무구조도를 위해 소규모 보험사들의 경우 비용과 인적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국계 보험사 국내지점의 경우 임직원 수가 10명 안팎인 곳도 있다. 손해보험업계 내 1위와 디지털보험사간 자산규모는 많게는 80배가량 차이가 나는 실정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사 자산규모 등을 기준으로 책무 부담을 줄이는 방안 등이 제기된 바 있다. 실질적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보험사의 경우 대형 보험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할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연구원은 앞서 차등규제 대안으로 △자산 규모 기준에 따른 차등 적용 △임직원 수 기준에 따른 차등 적용 △특별히 진입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는 경우(소액단기전문보험사 등)에 대한 차등 적용 등을 제시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