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이 한창인 가운데, 동전주가 그 취지를 훼손하는 장애물 중 하나로 떠올랐다. 자본건전성이 떨어지는 기업이면서 시장 내 자금순환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요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동전주들이 시장에서 자연스레 퇴출될 수 있도록 상장폐지 심사 요건을 엄격히 보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26일 기준 국내 증시(코스피, 코스닥, 코넥스)의 동전주 종목 수는 24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40개에서 2021년 92개로 줄었지만, 이후 증시 침체기가 이어지며 2022년 179개, 2023년 195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전체 상장사에서 동전주가 차지하는 비중도 현재 8.5%에 달한다. 이는 코스닥 시장 진입 요건이 쉬워지면서 신규상장 기업들이 늘었고, 이에 따라 동전주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적으로 동전주는 주가가 1000원 이하로 거래되는 종목을 말한다. 액면분할 등으로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춘 종목도 간혹 있지만, 보통 재무상태가 불안정해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기업들이 동전주로 전락한다. 특히 주당 가격이 낮은 만큼 높은 변동성을 보여 건전한 투자보다는 투기성 자금이 유입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주주들의 자금도 장기적으로 묶이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삼부토건의 경우 지난 2020년 주가가 5500원대를 기록하고, 한때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도 주목받은 바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수년간 순손실 계속, 부채 확대 등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꾸준히 주가조작 의혹이 일었다. 결국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올해 상반기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 거절'을 받았고, 주가는 자꾸만 하락해 현재는 5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대부분의 동전주가 주주환원, 신기술 개발 등과 관련이 없는 종목이다 보니 금투업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로막는 장애물 중 하나로 지목한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사장은 지난달 '코리아 인베스트먼트 2024'의 밸류업 관련 좌담회에서 “앞으로 좀비기업을 제 때 퇴출시켜 지나치게 많은 상장사 수를 조절할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동전주 중 적지 않은 수가 '좀비기업'이거나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전혀 무관한 말은 아닌 셈이다. 실제로 지난 24일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0종목 중에는 동전주가 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다. 밸류업 지수에는 △시가총액 △수익성 △주주환원 △PBR 등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등을 기준으로 종목을 선정하는데, 동전주 특성상 해당 기준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단 일부 무형자산 중심 기업의 경우 자산가치가 낮아 동전주더라도 PBR 기준은 충족할 수는 있다. 이에 국내 금투업계에서는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시켜 동전주가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자원배분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주가가 1달러 미만으로 최장 540일간 유지될 경우 상장폐지되도록 하고 있다. 상장폐지 요건에 들더라도 실질심사를 받도록 해 퇴출 절차가 늘어지는 국내 증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의 건전성, 효율성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전주가 정리 단계로 신속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상폐 과정에서의 분쟁 떄문에 어려운 문제지만, 우선 상폐와 관련된 기준이 더 엄격하게 만들어지고 충족 시 집행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우창 기자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