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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헌우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여헌우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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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 3명 합류···이재용 복귀는 연기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기론'을 잠재울 수단으로 '이사회 전문화' 카드를 꺼냈다. 사내외 이사에 반도체 전문가 3명을 합류시켜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시점은 또 연기됐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18일 공시했다. 이번 주총에는 신규 사외이사 1명과 사내이사 2명 선임에 대한 안건이 상정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신규 사외이사로 이혁재 서울대학교 교수를 내정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미국 퍼듀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루이지애나공대 조교수와 인텔 선임 엔지니어를 거쳐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 서울대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신규 사내이사에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이 합류한다. 전 부회장은 회사 내 대표적인 '기술통'이다.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플래시개발실장, 전략마케팅팀장, 메모리사업부장 등을 경험했다. 2017~2022년에는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후 이사회 의장도 역임했다. 지난해 DS부문장으로 복귀해 현재 메모리사업부장, SAIT원장 등도 겸임하고 있다. 송 사장은 2010년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PA팀 담당임원을 시작으로 플래시 PA팀장, 플래시 개발실장, 반도체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이번 주총에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과 김준성 싱가포르국립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도 상정된다.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재판에서 1·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 이사회 복귀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해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남은 만큼 복귀 시점을 연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건들이 주총에서 모두 통과되면 현재 9명인 삼성전자 이사회(사내 3명, 사외 6명)는 10명(사내 4명, 사외 6명)이 된다. 감사위원으로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선임하는 안건이 논의된다. 상법상 사외이사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현 이사회 의장인 김한조 전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은 이번에 물러날 예정이다. 주총 이후 새로 꾸려지는 이사회는 일단 신규 의장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새 의장으로는 신 전 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 안건과 별도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발표했다. 최근 매입한 3조원 규모 자사주를 20일 소각하고, 3조원 규모 자사주는 추가로 취득하는 게 골자다. 회사는 이달 19일부터 5월16일까지 보통주 약 2조6964억원, 우선주 3036억원 어치를 장내매수할 방침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XR 시장’ 커진다는데···디스플레이 국내 공급망 미흡

확장현실(XR) 기기 시장이 개화를 앞둔 가운데 핵심 부품인 디스플레이의 국내 공급망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LG디스플레이 등이 완제품 분야 기술 개발에 매진하며 일정 수준 성과를 내고 있지만 소재·부품은 해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XR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을 아우르는 기술이다. 이용자들은 물리적 제한 없이 확장된 3차원의 공간에서 시각, 청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XR 기기에는 통상 고해상도 마이크로 디스플레이가 들어간다. 근접거리에서 화면을 봐야 한다는 특수성 때문이다. 각 디바이스 사용 환경에 따라 엘코스(LCoS), 올레도스(OLEDoS), 레도스(LEDoS) 기반 제품이 사용된다. 문제는 디스플레이 강국인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들 기술 소재·장비를 국산화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실리콘 위에 액정을 형성하는 엘코스의 경우 라온텍 등 중소기업이 개발하고 있지만 패널은 대만·일본 등에서 외주방식으로 만든다. 렌즈 같은 광학기술 분야는 중국·이스라엘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다. 애플 '비전프로'에 적용된 올레도스 기술은 실리콘 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증착하는 방식이다. 일본 소니가 유일하게 상용화에 성공했을 뿐 우리 기업들 소식은 아직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CES에서 공개한 올레도스를 제품화해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XR기기에 납품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리콘 위에 액정표시장치(LED)를 넣는 레도스 역시 국내에 LED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고민거리가 있다. 이동욱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은 최근 열린 'XR 산업전망 포럼'에서 “애플, 메타 외 수많은 중국기업들이 가격경쟁과 기술다양화로 XR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기업들이 시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유관 산업과 정보 교류·협력이 필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XR 생태계 여러 요소들이 같은 배를 타고 협력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XR 기기 시장은 삼성전자, 메타 등이 연내 신제품을 출시하며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작년 나온 애플 '비전프로'가 흥행에 실패했지만 가격, 무게, 콘텐츠 등이 개선된 기기들이 추가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글로벌 올레도스 시장 규모가 작년 5억6000만달러에서 2028년 13억6000만달러로 2배 이상 성장한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비전프로에 맞설 '프로젝트 무한'을 연내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구글, 퀄컴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안드로이드 XR' 플랫폼을 새롭게 만들었다. 구글 제미나이(Gemini)와 결합해 헤드셋, 글래스 등이 판매된다. 삼성·LG 디스플레이가 XR 기기 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힘을 쏟고 있는 배경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23년 미국 패널 업체 '이매진'을 인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XR 관련 기술을 개발해왔다. 올레도스 개발과 사업화를 전담할 조직도 만들었다. LG디스플레이도 올레도스 신기술들을 각종 박람회 등에서 소개하며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올레도스는 고성능 OLED 소자에 빛 방출 극대화 기술을 넣어 밝기를 기존 대비 40% 가량 끌어올렸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2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만나 'XR 동맹'을 맺는 방안을 논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시장은 중국의 공세가 거세고 일본도 부활을 노리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며 “XR 등 성장 가능성이 큰 첨단 기술 분야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국회 차원 제도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디스플레이, 고화질 45인치 게이밍 OLED 패널 양산 돌입

LG디스플레이는 5K2K 화질의 45인치 게이밍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양산에 돌입한다고 18일 밝혔다. 5K2K 해상도(5120×2160)는 픽셀 수가 약 1100만개다. 이는 FHD(1920×1080) 대비 5배 이상, UHD(4K/ 3840×2160)보다 1.3배 많은 수준이다. UHD는 통상 그래픽 디자이너나 비디오 편집자 등 전문가용 모니터로 쓰인다. 해상도는 화면을 구성하는 픽셀 수를 의미한다. LG디스플레이 5K2K 45인치 게이밍 OLED 패널은 최대 휘도 1300니트를 달성했다. 휘도가 높을수록 명암비가 강조돼 실제 눈으로 보는 것 같은 입체감을 전달한다. 신제품에는 회사 독자 기술 'DFR'(DYNAMIC FREQUENCY & RESOLUTION, 가변 주사율&해상도)도 적용됐다. 이를 통해 사용자가 콘텐츠에 따라 고주사율 모드(FHD·330HZ)와 고해상도 모드(5K2K·165HZ)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7인치부터 31.5, 34, 39, 45인치에 이르는 게이밍 OLED 패널 풀라인업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강원석 LG디스플레이 대형 상품기획담당(상무)은 “화질, 폼팩터, 주사율 등 게이밍 모니터에서 고객이 바라는 모든 가치를 혁신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자, 19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매출 점유율 1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해 글로벌 TV 시장에서 막강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삼성전자는 매출 점유율 기준 19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고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 출하량의 과반 이상을 점유했다. 18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작년 글로벌 TV 시장에서 매출 기준 28.3%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2006년 이후 19년간 왕좌를 지켰다. 삼성전자 TV는 2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제품과 75형 이상 초대형 분야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은 매출 기준 49.6%에 달했다. 초대형은 28.7%를 기록했다. 네오(Neo) 퀀텀닷올레드(QLED)·OLED·초대형·라이프스타일 등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짠 게 주효했다는 게 업체 측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주력으로 삼고 있는 QLED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은 46.8%를 나타냈다. 글로벌 QLED TV 시장 자체를 놓고 보면 275만대가 팔려 전체의 10.9%를 차지했다. OLED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144만대를 판매하며 매출 기준 27.3%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수량은 42%, 매출 점유율은 4.6%포인트(p) 각각 증가했다. 이헌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부사장은 “2006년부터 이어진 19년 연속 글로벌TV 시장 1위의 뒤에는 항상 고객들의 믿음이 있었다"며 “향후에도 인공지능(AI) TV와 같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OLED TV 분야에서 12년 연속 1위라는 타이틀을 얻으며 선전했다. LG 올레드 TV는 지난해 출하량(약 318만대) 기준 OLED 점유율 52.4%를 차지했다. 1500달러 이상 제품 비중은 직전년도 대비 8.5%p 증가한 45%를 기록하며 절반에 육박했다. 75형 이상 초대형 OLED TV 쪽에서는 57.5%의 점유율을 확보했다. 차별화된 무선 솔루션, 초개인화 경험을 제공하는 독자 플랫폼 등 '맞춤형 기술'을 앞세워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LG전자의 지난해 전체 TV 출하량은 약 2260만 대로 집계됐다. 글로벌 점유율은 매출 기준 16.1%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글로벌 반도체 지각변동···삼성전자 ‘M&A 시계’ 빨리 돌아간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 지형도가 크게 요동치면서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시계'가 더 빨리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반도체 제왕'으로 군림하던 인텔이 몰락해 사업 부문을 분할·매각한다는 얘기가 들리는가 하면 기업간 합종연횡이 워낙 활발해 변화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빅딜'보다는 성장성이 뚜렷한 분야에서 강소기업을 품는다는 소식이 먼저 들려올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M&A 추진을 공식화한 이후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을 살펴보며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 참석해 “인공지능(AI)과 로봇, 메디텍, 공조 쪽은 꾸준히 M&A를 하려고 시도하고 있고 많은 부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작년 3분기 말 기준 약 104조원이다. 전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10조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은 87조원 가량 쌓아두고 있다. 반도체 등에서 시설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음에도 '실탄'을 모으며 M&A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규모 딜은 꾸준히 성사시켜오고 있다. 삼성전자 자회사 삼성메디슨은 작년 5월 프랑스 AI 스타트업 '소니오'를 인수했다.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갖춘 곳이다. 삼성메디슨은 이를 통해 유럽 우수 AI 개발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향후 자사 의료용 AI 솔루션에 소니오의 기술력을 더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7월 영국 기술 스타트업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를 품었다. 데이터를 사람의 지식 기억 및 회상 방식과 유사하게 저장·처리하는 '지식 그래프' 원천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국내에서는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I·반도체 분야 기업들에 일단 눈독을 들이고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는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밀리고 있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대만 TSMC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 역량을 갖춘 강소기업들과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하고 있다고 안다"고 귀띔했다. 반도체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 'M&A 시계'를 더 빠르게 돌아가게 만드는 요소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텔이 파운드리는 TSMC에, 설계는 브로드컴에 넘기는 안을 조율 중이라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첨단 기술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는 차원에서 인텔 파운드리를 대만에 넘기려 한다는 게 WSJ의 예측이다. 브로드컴은 인텔의 칩 설계 및 마케팅 사업 부문을 면밀히 검토했고 자문단과 비공식적으로 입찰을 논의했지만 '제조 부문 협력사를 찾는 경우' 등 단서를 달았다고 전해진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도체 제왕' 인텔의 몰락을 보며 한 기업이 제조·설계를 모두 하기보다 특정 분야에 집중해 기술 격차를 벌여야 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AMD가 약 39조원에 자일링스를 인수한 사건이나 엔비디아가 ARM을 사려다 무산된 사례 등도 이와 궤를 같이한다. 범위를 AI로 넓히면 글로벌 빅테크와 반도체 업체들은 빠르게 계산기를 두드리며 동맹 또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오픈AI 등은 전세계를 누비며 우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오픈AI, 소프트뱅크 등과 AI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중국 '딥시크 쇼크'도 삼성전자 M&A 방향이 일정 수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소비 시장인 중국 시장 전략을 가다듬는 동시에 서방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반(反) 중국' 정서를 활용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며 삼성전자에 추가적인 생산시설 건설을 요구할 경우 역시 대비해야 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 변화는 단순히 인텔 분리 가능성 등 사건을 두고 파악하기보다 무역갈등, 기술발전 등 큰 그림을 보고 접근해야 보인다"며 “반도체 기업의 경우 누군가가 사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살 수 없다는 특수성이 있다는 점도 (M&A를 추진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눈여겨 봐야한다"고 짚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는 반도체, 바이오, AI, 로봇 등 분야에서 역량을 키우기 위한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대한상의 ‘한-체코 투자 및 비즈니스 콘퍼런스’ 개최

대한상공회의소는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 의원회의실에서 '한-체코 투자 및 비즈니스 콘퍼런스'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은 루카슈 블첵 체코 산업통상부 장관 방한을 계기로 열렸다. 체코 진출에 관심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 사업 환경을 소개하고 양국 경제인 간 네트워킹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 측에서는 안덕근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이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다. 강경성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김창락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총장, 손승우 두산 에너빌리티 부사장,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등이 함께했다. 체코 쪽에서는 블첵 장관을 비롯해 슈테판 호프만 산업통상부 차관, 이반 얀차렉 주한체코대사관 대사, 얀 라파이 체코산업연맹 회장, 얀 미칼 체코 투자청 사무총장 등이 자리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체코 진출에 관심 있는 우리 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미칼 사무총장이 현지 사업 및 투자환경을 소개했다. 페트르 오취코 체코 산업통상부 실장은 체코 산업 연구개발(R&D) 인프라와 협력을 주제로 발표했다. 양국 협력을 확대하고 상호 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도 열렸다. 한국수력원자력,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 등이 다양한 분야에서 체코 원전 관련 기업·기관과 협력을 다짐했다. 체코 투자청도 대한상공회의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첨단산업 분야에서 힘을 모으기로 했다. 지난 1993년 8300만달러에 불과하던 한국과 체코 간 교역량은 지난해 47억달러로 약 57배 성장했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지난해 한국과 체코가 유럽연합(EU) 국가 중 최대 규모로 비즈니스 포럼을 개최한 데 이어 올해는 수교 35주년을 맞아 협력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해 다시 한 자리에 모였다"며 “원전 외에도 로봇, 배터리, 미래차 등으로 두 나라 간 협력분야가 다각화되는 추세 가운데 오늘 컨퍼런스가 양국 교류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성장 동력 키운다” 삼성 ‘스타트업 지원’ 박차

삼성 계열사들이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우는 차원에서 스타트업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시장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가 하면 혁신을 도모하는 사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방식도 다양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는 삼성전기는 6월 선발예정인 '5기 S-CUBE'를 모집 중이다. 'S-CUBE'는 임직원들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사내 스타트업이다. 수없이 반복 후 성공하는 큐브(CUBE)처럼 과감하고 지속적인 도전으로 미래를 풀어낸다는 의미가 담겼다. S-CUBE에는 삼성전기 임직원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되면 본업을 떠나 과제 개발에만 열중하고 1억원의 활동 지원금, 독립적인 공간 등을 지원받는다. 2022년 11월 해당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까지 100여명의 임직원들이 아이디어를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스타트업이 생소한 임직원들을 위해 별도의 교육을 제공한다. 전문 강사를 초빙해 스타트업에 대한 소개부터 사업계획서 작성법 등 실무 교육을 지원해 임직원들의 아이디어 구체화를 돕는다. 선발된 팀은 1년 간 과제 개발에만 열중하게 된다.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기술과 네트워크 등 지원도 받는다. 1년 후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 주관 최종 과제 발표회에서 사업적 가치, 기술의 우수성, 기대 효과 등을 평가해 사업부 이관 혹은 창업 등 회사의 후속지원이 결정된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사내 스타트업에 “도전 없이는 성과도, 새로운 기술도 만들 수 없다"며 “실패하더라도 과감한 도전을 해보자"는 메시지를 남겼다. 삼성전자의 'C랩 아웃사이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스타트업 발굴 사업이다. 작년까지 7회째 공모전을 통해 △인공지능(AI) △로봇 △사물인터넷(IoT) △디지털헬스 △콘텐츠·서비스 △모빌리티 △소재·부품 △ESG 등 첨단 기업을 찾아왔다. 국내에 법인 등록이 돼 있고 투자 단계 시리즈 B이하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삼성전자 C랩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 참여 기업은 삼성전자와 사업협력 기회, 역량 발전 및 비즈니스 경쟁력 향상 컨설팅 등 전방위 지원을 제공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생협력아카데미와 연계해 보다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C랩 아웃사이드 컨설팅' 프로그램도 신설했다. 임직원 전문가들이 1:1로 붙어 밀착 컨설팅을 제공하는 게 골자다. 멘토 전문가들이 3~4개월 기간 동안의 코칭을 통해 C랩 아웃사이드 스타업들이 여러 부분에서 개선포인트를 찾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전자는 작년까지 총 912개(사내 406개, 사외506개)의 사내벤처와 스타트업을 육성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랩 패밀리를 대상으로 파트너십과 투자를 점차 확대하고 실질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작년 말 우수 혁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스케일업을 적극 지원하는 '2024 FutureScape' 데모데이 행사를 열었다. 서울경제진흥원과 공모전 방식으로 최종 선발한 6개 스타트업이 약 4개월간 회사와 진행한 사업 실증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삼성물산은 직접 발굴한 스타트업들이 실질적인 투자와 비즈니스 연계로 나아가는 것을 돕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4.5% vs 6.4%’···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 이번주 ‘분수령’

삼성전자 노사 임금협상이 이번주 분수령을 맞는다. 양측 입장 차이가 커 그간 대화가 겉돌았지만 18일부터는 각각 '현실적인' 제시안을 들고 집중교섭을 펼치기로 했다. 반도체 위기 등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 회사가 '노조리스크'에서 해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18일부터 집중교섭을 통해 2023·2024·2025년도 임금 협상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접점을 찾기 전까지 매일 만나는 방식이다. 날짜를 정해 각자 입장을 전하는 수준이었던 본교섭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종료일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양측은 지난 11일 5차 본교섭을 벌였지만 성과 없이 헤어졌다. 사측이 임금인상률 4.5%, 패밀리넷 200만 포인트 지급, 조합원 총회·교육 4시간+4시간 등 '3가지 안건'을 최종 제안했지만 노조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삼노는 임금 분야에서 12개, 복리후생 분야에서 17개 요구사항을 회사에 전달한 상태다. 임금인상률 6.4%, 성과급 지급 기준 개선, 부문별 차별 없는 격려금 지급, 임금피크제 폐지, 명절상여금 별도 지급, 200만원 휴가비 지급 등이 주요 내용이다. 집중교섭이 시작되는 18일은 당초 6차 본교섭을 벌이기로 한 날이다. 전삼노가 사측에 “안건을 추가해 집중교섭을 벌이자"고 제안했고 사측은 “조합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상향 가능한 부분을 추가 논의하겠다"며 받아들였다. 노사가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 결과로 풀이된다. 논의가 길어지며 피로감이 조성된데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설'도 엄중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공이 결국 노조 측에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측이 내놓을 카드는 일부 복리후생 측면을 양보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서다. 전삼노 교섭위원들 역시 '이번 집중교섭에서 협상을 끝내자'는 입장에 전원 동의한 상태다. 노조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 점은 변수다. 노사는 작년 12월 2023·2024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조합원들이 이를 부결시켰다. 현 노조 집행부에 대한 불만이 상당했다는 추론이 가능해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집행부가 재신임을 받으며 교섭 테이블에 앉고 있지만 파업 기치를 내걸고 강력하게 투쟁하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위상은 크게 추락했다. 이번 집중교섭 실시 결과를 두고도 “성과를 내달라"는 응원과 “더는 못 기다리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나온다고 전해진다. 전삼노 집행부는 13~14일 쟁의대책 내부 회의를 열고 향후 교섭 전략을 점검했다. 여론도 전삼노에 우호적이지 않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등 업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중국 업체들의 저가공세가 거센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고대역폭메모리(HDM) 등 신사업에서는 경쟁사에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매출액도 대만 TSMC에 작년 하반기부터 2개 분기 연속 밀리고 있다. 쟁의행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삼노는 5차 교섭 이전 “사측이 안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파업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건을 구체적으로 가져오라며 '최후 통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삼노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의 30% 수준이다. 작년 7월에는 회사 창립 이래 최초로 파업을 진행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 대기업 평균임금 EU·日보다 높아···직무·성과 기반해야”

우리나라 대기업 평균 임금과 인상률이 유럽연합(EU)이나 일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과 임금 격차는 한국이 가장 컸다. 경제 성장동력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임금인상은 지속가능할 수 없는 만큼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일·EU 기업 규모별 임금수준 국제 비교'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분석대상 22개국 중 우리나라 대기업 임금수준(2022년)은 구매력평가환율 기준 5위,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3위로 파악됐다. 중소기업은 10위권이었다. 조사 대상국은 한국, 일본과 EU 27개국 중 2002년 이후 기업규모별 임금 원자료의 누락이 없는 20곳이다. 우리 대기업 연 임금총액(초과급여 제외)은 8만7130달러로 EU 20개국 대기업 평균(8마536달러)보다 8.2%, 일본 대기업(5만6987달러)보다는 52.9% 높았다. 분석 대상 22개국 대기업 중에는 5번째로 높았다. 경제수준을 고려한 1인당 GDP 대비 대기업 임금수준은 우리나라가 156.9%로 EU 평균 134.7%, 일본 120.8%에 비해 각각 22.2%p, 36.1%p로 높게 나타났다. 환율을 제외하면 분석대상 22개국 중 우리나라(156.9%)가 그리스(166.7%), 프랑스(160.6%)에 이어 3번째로 높았다. 우리 중소기업 연 임금총액은 5만317달러로 일본(4만2022달러)보다 19.7% 높았고 EU(5만2398달러)보다는 4.0% 낮았다. 분석대상 22개국 중 10위로 중위권에 해당했다. 1인당 GDP 대비 중소기업 연 임금수준은 우리나라가 90.6%로, 일본(89.1%)과 EU(87.6%) 평균과 비슷했다. 구매력평가환율 비교 시 중위권이었던 우리 중소기업 임금수준은 1인당 GDP 대비로는 22개국 중 5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전 규모 사업체 연 임금총액은 5만9191달러로 EU(6만7214달러)보다 13.6% 낮았지만, 일본(4만8729달러)보다는 21.5% 많았다.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52.98달러(2022년 기준, OECD)로 21개국 중 17위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 임금수준(11위)은 노동생산성에 비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시간당 노동생산성 53.99달러), 리투아니아(60.47달러), 슬로바키아(57.12달러), 포르투갈(55.30달러), 폴란드(53.34달러), 라트비아(53.33달러) 6개국은 우리나라보다 연 임금총액(PPP 기준)이 낮았지만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우리보다 뛰어났다. 경제수준을 감안한 1인당 GDP 대비 전 규모 임금수준은 EU 평균이 112.4%로 최상위권이었다. 우리나라 106.6%, 일본 103.3% 순으로 나타나, 구매력평가환율 기준 비교 시보다 국가 간 임금격차가 적었다. 지난 20년(2002~2022년) 간 우리 대기업 임금 인상률은 국내 중소기업뿐 아니라 일본 및 EU 대기업 임금 인상률보다 월등히 높았다. 그 결과 2022년 우리나라의 기업 규모 간 임금 격차가 일본과 EU에 비해 크게 나타났다. 우리 대기업 임금 인상률은 157.6%(2741만원→7061만원)로 EU 대기업 평균 84.7%(2만7065유로→4만9987유로)과 일본 대기업 –6.8%(580만5000엔→541만엔)보다 월등했다. 동 기간 중소기업 인상률 역시 우리나라가 111.4%로 EU 평균(56.8%), 일본(7.0%)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임금 인상률은 비교 대상국 중 우리나라가 대기업 7위, 중소기업 8위다. 다만 우리보다 임금 인상률이 높은 국가들은 경제규모 및 산업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경쟁국이라 보기 어려운 나라들이었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라트비아, 헝가리 등이다. 결국 주요 경쟁국과 비교하면 우리 임금 인상률이 월등하다는 게 보고서의 진단이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우리 대기업 임금이 일본에 비해 월등히 높고 EU국가들과 비교해도 최상위 수준인 것은 연공형 임금체계와 강력한 노조로 인한 생산성을 초과한 일률적 임금 상승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 기업의 성장동력이 갈수록 악화되는 현 상황에서 생산성이 뒷받침되지 않은 임금인상은 지속가능할 수 없는 만큼 직무와 성과에 기반한 임금체계로 시급히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의 누적된 고율 임금인상으로 기업규모간 임금격차가 커진 점까지 고려하면 대기업 임금안정이 중요하다"며 “특히 법정 정년연장은 지금도 높은 대기업 근로여건을 더욱 끌어올려 신규채용 여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 기업 연구부서 4곳 중 3곳 “주52시간으로 성과 줄었다”

우리나라 기업 연구부서 4곳 중 3곳은 '주52시간 제도' 영향으로 연구개발 성과가 줄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 분야에서만이라도 획일적인 근로시간보다 노사 자율합의에 따라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와 함께 '주52시간 제도가 기업의 연구개발에 미치는 영향 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 연구부서들 75.8%는 '주52시간제 시행 후 연구개발 성과가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고 16일 밝혔다. 조사는 기업부설연구소·연구개발전담부서를 두고 있는 50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펼쳐졌다. 이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혁신성이 저하된 연구개발분야는 '신제품 개발'분야가 45.2%로 가장 많았다. '기존 제품 개선'분야(34.6%), '연구인력 역량축적'(28.5%), '신공정 기술개발'(25.3%) 등 순으로 답변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 근로시간 규제를 포함해 연구개발을 뒷받침하는 제도적 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 중 '과학연구 관련 법률이 혁신을 지원하는 정도'지표를 살펴보면 2018년 37위(총 63개국)에서 2024년 35위(총 67개국)로 여전히 낮은 순위에 머물러 있었다. 조사대상 기업의 53.5%는 동 제도로 '연구개발 소요기간이 늘었다'고 했다. 얼마나 늘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해당 기업의 69.8%가 '10% 이상'을 꼽았다.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기업의 연구개발부서에 주52시간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연구개발 인력 현황을 묻는 설문에 기업의 82.2%가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반면 적정하다는 응답은 17.6%에 불과했다. 이러한 인력난 원인에 대해 기업들은 '회사 규모 및 낮은 인지도'(58.9%), '높은 인건비 부담'(58.4%)을 들었다. 이어 '지리적으로 어려운 접근성'(31.0%), '임금 등 낮은 처우'(30.5%), '원하는 인재가 없어서'(25.6%), '기존 직원의 이직' (22.7%) 등의 순이었다. 기업들은 연구개발(R&D)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가장 적합한 근로시간제로 '노사가 합의를 통해 자율적 근로시간 관리'(69.4%)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연구개발 업무에 대해서만이라도 추가 8시간 연장근로 허용(32.5%), 연장근로 관리를 1주 12시간에서 월·분기·반기·년 단위로 합산 관리(23.4%) 등의 순이었다. 김종훈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상임이사는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기술혁신이 요구되는 시기"라며 “특히 반도체 등 국내 핵심 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R&D부문에 있어 유연한 근로시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업무의 지속성과 집중성이 중요한 연구개발 분야에서는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유연한 제도적용과 함께 제도의 당초 취지인 사회적 약자의 장시간 근로를 방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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