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반도체 위기론'을 잠재울 수단으로 '이사회 전문화' 카드를 꺼냈다. 사내외 이사에 반도체 전문가 3명을 합류시켜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로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시점은 또 연기됐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9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18일 공시했다. 이번 주총에는 신규 사외이사 1명과 사내이사 2명 선임에 대한 안건이 상정된다. 삼성전자는 우선 신규 사외이사로 이혁재 서울대학교 교수를 내정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 교수는 미국 퍼듀대에서 공학박사를 받았다. 루이지애나공대 조교수와 인텔 선임 엔지니어를 거쳐 2001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을 지낸 이력이 있다.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장, 서울대 인공지능반도체 대학원 사업단장,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 공동위원장,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 등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신규 사내이사에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이 합류한다. 전 부회장은 회사 내 대표적인 '기술통'이다. 메모리사업부 D램개발실장, 플래시개발실장, 전략마케팅팀장, 메모리사업부장 등을 경험했다. 2017~2022년에는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았고 이후 이사회 의장도 역임했다. 지난해 DS부문장으로 복귀해 현재 메모리사업부장, SAIT원장 등도 겸임하고 있다. 송 사장은 2010년 메모리사업부 플래시 PA팀 담당임원을 시작으로 플래시 PA팀장, 플래시 개발실장, 반도체연구소장 등을 거쳤다. 이번 주총에는 노태문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사장)과 김준성 싱가포르국립대 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허은녕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유명희 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이사 재선임 안건도 상정된다.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이번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재판에서 1·2심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아 이사회 복귀가 유력하게 점쳐졌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해 '사법리스크'가 여전히 남은 만큼 복귀 시점을 연기한 것으로 분석된다. 안건들이 주총에서 모두 통과되면 현재 9명인 삼성전자 이사회(사내 3명, 사외 6명)는 10명(사내 4명, 사외 6명)이 된다. 감사위원으로는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과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선임하는 안건이 논의된다. 상법상 사외이사 임기가 6년으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현 이사회 의장인 김한조 전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은 이번에 물러날 예정이다. 주총 이후 새로 꾸려지는 이사회는 일단 신규 의장을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 새 의장으로는 신 전 위원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3월 이사회 결의를 통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했다. 2020년 2월에는 사외이사를 의장으로 선임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총 안건과 별도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 계획도 발표했다. 최근 매입한 3조원 규모 자사주를 20일 소각하고, 3조원 규모 자사주는 추가로 취득하는 게 골자다. 회사는 이달 19일부터 5월16일까지 보통주 약 2조6964억원, 우선주 3036억원 어치를 장내매수할 방침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