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혼다 등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연이어 '부정행위'에 연루되면서 현대자동차·기아가 조심스럽게 반사이익을 노리고 있다. 미국, 동남아시아 등 주요 시장에서 '정면 대결'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일본차 브랜드에 신뢰 타격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수십년간 각종 인증 등에서 부정행위를 저질러왔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토요타, 마쓰다, 야마하발동기, 혼다, 스즈키 등 5개 업체로부터 자동차 성능 시험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전날(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들 업체가 인증 부정을 신고한 모델은 모두 38개다. 이 중 지금도 생산되고 있는 차량은 6개 모델이다. 일본에서 '국민차'로 불리는 토요타 코롤라도 포함됐다. 이는 히노자동차, 다이하쓰, 토요타자동직기 등 토요타그룹 자회사에서 연이어 부정행위가 드러난 이후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들은 주로 보행자 보호 시험과 관련해 허위 자료를 제출하거나 충돌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범했다. 연비를 조작하거나 배출가스 양을 속인 경우도 있다. 도요다 아키오 토요타자동차 회장은 3일 일본 도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그룹 내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에 대해 그룹 책임자로서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1월30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과한 데 이어 불과 4개월여만에 또 고개를 숙인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까지는 토요타·혼다 등의 부정행위가 2014년부터 있었으며 대상 차량은 170만대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닛케이 등 현지 매체들은 정확한 사건의 전모는 이달 말게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토요타는 일단 일본 혼슈 동북부 미야기현과 이와테현 공장 생산라인 가동을 6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일본차 브랜드들이 조작 행위를 하다 적발된 게 수십차례가 넘는다는 점이다. 토요타 자회사 다이하쓰는 1989년부터 64개 차종의 충돌·배기가스·연비 시험 등 과정에서 최소한 174건의 부정을 저질렀다. 다른 자회사 히노자동차도 지난 2022년 배출가스·연비 허위 신고 사실이 드러나 형식 지정이 취소됐다. 미쓰비시는 경차 4개 차종의 연비를 부풀리기 위해 데이터를 마음대로 바꾸는 만행을 저질렀다. 1991년부터 법령을 따르지 않았고 2006년 이후 판매한 모든 차종의 수치를 조작했다. 이 여파로 미쓰비시는 닛산에 매각됐다. 안전 문제로 인한 리콜도 계속되는 중이다. 토요타는 에어백이 폭발해 운전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미국에서 5만대를 올해 초 리콜하기로 했다. 작년 12월에는 에어백 센서 문제로 아발론, 캠리, 라브4 등 112만대를 리콜하기로 했다. 현대차·기아는 일본차 브랜드들이 '조작 기업' 이미지를 입으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09년 토요타가 미국에서 380여만대 가량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을 당시에도 판매가 늘어나는 성과를 낸 적 있다. 일본차 브랜드들의 계속되는 거짓말이 국내 수입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토요타, 혼다 등은 지난 2019년 '노 재팬' 운동 당시 판매에 타격을 입었지만 최근에는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4월 일본차의 신규 등록 대수는 8005대로 전년 동기(7060대) 대비 13.4%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시장 규모는 8만2594대에서 7만6143대로 7.8% 줄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이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등을 겪으며 제조사의 부정에 일정 수준 내성이 생겼다는 점은 살펴야 할 것"이라며 “일본 당국이 (자동차 산업 보호 차원에서) 조작 관련 발표를 띄엄띄엄 하며 김을 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 후폭풍이 어느 정도일지 알 수 없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할 것"이라며 “현대차·기아 입장에서는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