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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가 이런 거구나”…기후에너지체험전, 12일간 일정 마치고 성료

전기 소비 절약과 AI·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대한민국 기후에너지체험전'이 지난 3일 개막해 12일간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선보인 뒤, 지난 14일 서울 신구초등학교의 마지막 체험 수업을 끝으로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신구초등학교에서는 12일과 14일 이틀간 약 150명의 학생들이 정규 수업 시간에 참여해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원자력·전력·석유 등 생활과 밀접한 다양한 에너지원의 전력 공급 과정을 학습하고, 전기 소비 절약 방법을 게임처럼 즐기며 익혔다. “게임 형식이어서 즐겁게 참여할 수 있었어요", “스탬프 모으는 게 은근 재밌다", “이런 방식으로 공부하니 너무 신기하고 기분 좋아요" 등 학생들은 신선한 체험 방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해 체험전에는 한국전력공사·한국수력원자력·한국석유공사·한국에너지공단 등 주요 에너지 공공기관이 참여해 개별 전시관을 운영했다. 기관별 에너지 정책과 역할을 소개하는 '정책학습관', OX퀴즈·보물찾기·미로탈출 등 다양한 미니 게임형 체험이 마련돼 학생들이 에너지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기후에너지체험전 사무국은 지난해 '교육기부 진로체험기관 인증'을 받았으며, '기후에너지 바로 알리기' 프로그램을 꿈길 홈페이지에 공식 등록해 운영 중이다. 지난 2004년부터 산업통상부 주최로 매년 개최된 기후에너지체험전은 유소년·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에너지의 소중함, 합리적 전력 소비, 전기 절약, 기후·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알리는 국내 유일의 체험 행사로 자리 잡았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AI·미래 초격차’ 삼성이 쏜다… 향후 5년간 국내 450조원, ‘통 큰 투자’

삼성이 향후 5년간 국내에 450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하는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인공 지능(AI) 시대 본격화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평택 5라인 신설을 비롯, 전남·경북 구미 AI 데이터 센터, 울산 전고체 배터리 공장 등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첨단 산업 투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와 함께 6만명 신규 채용과 다양한 사회 공헌 사업(CSR) 프로그램을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 협력 회사와의 상생을 위한 실질적 지원 방안도 포함됐다. 16일 삼성은 향후 5년간 연구·개발(R&D)을 포함한 국내 투자에 총 450조원을 투입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및 관계사들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이외 지역에 대한 전방위적인 투자에도 나서기로 했다. 또 신입 사원 공채 등 신규 채용 이외에도 다양한 CSR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 적극 기여하기로 했다. 삼성은 협력 회사와의 상생 위한 실질적 자금 지원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상생 펀드와 ESG 펀드를 적극 운용하고 협력 회사에 지급하는 인센티브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투자를 대폭 확대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최근 임시 경영위원회를 열고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의 골조 공사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AI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중장기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평택 사업장 2단지에 새롭게 조성되는 5라인은 2028년부터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또한 안정적인 생산 인프라 확보를 위해 각종 기반 시설 투자도 병행 추진된다. 향후 5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평택사업장의 전략적 위상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대규모 지방 투자도 단행한다. 첫째, 삼성SDS는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전남에 국가 컴퓨팅 센터와 구미 AI 데이터 센터 등 다거점 인프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SDS는 국가 AI 컴퓨팅 센터를 건립할 특수 목적 회사(SPC) 컨소시엄의 주사업자로, 전남에 대규모 AI 데이터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이 센터는 2028년까지 1만5000장 규모의 GPU를 확보하고 학계·스타트업·중소기업 등에 이를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AI G3로 도약하겠다는 정부의 목표를 뒷받침한다. 또한 삼성SDS는 경북 구미 1공장에 대규모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AI 특화 데이터 센터로 리모델링할 예정인 이 데이터 센터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관계사 중심으로 AI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며, 오는 2028년 완공 계획이다. 둘째, 삼성전자는 11월 초 인수 완료한 플랙트 그룹의 한국 생산라인 건립을 통해 AI데이터센터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유럽 최대 공조 기기 업체 플랙트 인수를 통해 삼성의 개별 공조와 플랙트 중앙 공조 사업을 결합해 시너지를 확대할 방침이다. 플랙트는 한국 진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광주광역시에 생산라인 건립을 검토 중이며, 인력 확충도 추진 중이다. 셋째, 삼성SDI는 이른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의 국내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유력한 후보지로 울산 사업장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023년 3월 국내 배터리 업계 최초로 전고체 파일럿 라인을 수원 SDI연구소에 설치한 삼성SDI는 같은 해 말부터 시제품 생산에 돌입해 현재 여러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2027년 양산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최근 독일 BMW와 '전고체 배터리 실증 프로젝트'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가고 있다. 넷째,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사업장에 구축 중인 8.6세대 IT용 유기 발광 다이오드(OLED) 생산 시설에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제품을 양산 예정이다. 이 라인은 올해 말 시험 가동에 들어가 내년 중순경 IT기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제품을 양산할 계획이다. 이 외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오픈한 충남 테크노 파크 혁신 공정 센터에 노광기를 포함한 유휴 설비 14종을 올해 기증했다. 다섯째, 삼성전기는 2022년부터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 기판 거점 생산 기지인 부산에 생산 능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반도체 고성능화와 AI·서버 시장 확대 등에 따라 급증하는 하이엔드급 패키지기판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부산 사업장에서는 국내 최초로 기술 난이도가 매우 높은 서버용 패키지 기판을 개발해 양산 중이다. 부산 사업장에서 양산 중인 FC-BGA를 기존 빅테크에 공급 확대하고, AI 가속기용 신규 고객사 다변화를 강화해 정부의 AI 기반 성장 기조에 보탬이 되겠다는 입장이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적극 나선다. 삼성은 상황이 어렵더라도 향후 5년 간 6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또 이 같은 직접 채용 이외에도 사회적 난제인 '청년 실업 문제' 해소에 기여하고자 다양한 '청년 교육 사회 공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삼성의 청소년 교육·상생 협력 관련 CSR 프로그램은 직/간접적으로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삼성 청년 SW·AI 아카데미(SSAFY)'가 있다. SSAFY는 미취업 청년들에게 양질의 SW·AI 전문 교육을 제공해 취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서울·대전·광주·구미·부산 등 전국 5개 캠퍼스를 운영 중이다. 2018년부터 현재까지 누적 8000명 이상의 수료생들이 2000여개 기업으로 취업해 '실전형 인재'로 인정받으며 활약하고 있으며 누적 취업률은 약 85%다. 이와 관련 삼성은 2023년 5대 시중 은행과 업무 협약을 맺고 금융 특화 개발자를 양성하는 데 협력하고 있다. SSAFY는 올해부터 전체 교육의 60%를 AI 관련 과정으로 확대한 AI 커리큘럼 중심의 'SSAFY 2.0'으로 업그레이드했으며, 격차 해소를 위해 마이스터고 졸업생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희망 디딤돌 2.0' 사업도 확대한다. 삼성은 2015년부터 자립 준비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지원해왔으며, 2023년부터는 직무 교육을 추가해 경제적 자립까지 돕고 있다. 삼성은 자립 준비 청년들의 의견을 청취해 청년들이 원하는 분야의 기술·기능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전자·IT 제조 △선박 제조 △공조 냉동 △제과·제빵 △네일 아트 △애견 미용 △SW 개발 △광고·홍보 △중장비 운전 △반도체 배관 등 10개 직무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관계사들의 업을 기반으로 청년들에게 직무 교육을 실시해 2023년 출범 이후 수료자 총 152명 중 70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한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한다. 삼성은 2018년부터 C랩 아웃사이드를 통해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이들이 혁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C랩 아웃사이드는 창업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금이나 사업 노하우가 부족한 삼성 외부의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간 30개 스타트업을 선발해 사업 지원금(최대 1억원)·전용 업무 공간·맞춤형 컨설팅 서비스·국내외 전시회 참가 기회 등을 제공한다. 삼성은 누적 540여개사를 육성했으며, 대구·광주·경북 등 3개 지역에서 C랩 지역 거점을 운영하면서 지방의 우수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 중이다. '청년 희망터(지역 청년 지원 사업)'도 운영 중이다. 삼성은 2022년부터 지역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공익 활동을 전개하는 청년 활동가 단체를 지원하여 청년 일자리 창출과 지역 발전에 기여해왔다. 도시 재생·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지역 청년 활동가를 지원해 청년들이 지방의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은 공모를 통해 선발된 청년 활동가 단체는 연 최대 5000만원을, 2022년부터 총 56개 지역 80개 단체 총 1414명의 청년 활동가를 지원하고 있다. 협력 회사와의 상생 노력도 지속한다. 삼성은 1~3차 협력 회사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설비 투자·기술 개발·운영 자금 등에 필요한 자금 대출에 대해 저리로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현재 1051개사에 대해 2조321억원을 지원 중이다. 삼성은 또 중소·중견 협력 회사에 대한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은 물론, 환경·사회·지배 구조(ESG) 경영 전환을 돕기 위해 2024년부터 협력 회사의 안전·환경 투자 비용에 대해 무이자 대출 지원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장에 상주하는 협력회사 임직원의 작업 품질 향상·사기 진작·안전 사고 예방을 위해 우수 협력 회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2010년부터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까지의 총 인센티브 지급액은 8146억원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테슬라 “美 생산 전기차, 중국 부품 전면 배제 추진”…‘차이나 엑소더스’ 속도↑

일론 머스크의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차량에 중국산 부품 사용을 전면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와 미·중 지정학적 긴장에 대응해 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초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미국 공장의 주요 부품 공급사들에 중국산을 완전히 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일부 부품은 다른 지역 생산품으로 교체됐으며 향후 1~2년 내 나머지 모든 부품을 중국 외 지역에서 조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슬라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중국산 부품 공급에 차질을 빚은 후 의존도를 줄여왔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강력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는 '탈중국' 전략을 가속화했다. 가장 대체하기 어려운 부품은 중국 닝더스다이(CATL)가 공급해 온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였다. 테슬라는 지난해까지 중국산 LFP 배터리 장착 차량을 미국에서 판매했으나 이로 인해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고율 관세까지 부과되자 올해부터 미국 내 사용을 중단했다. 대신 테슬라는 미국 내에서 LFP 배터리 자체 생산을 추진 중이다. 테슬라는 지난달 네바다주에 건설 중인 이 배터리 생산 시설이 내년 1분기 중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언급했다. 바이바브 타네자 테슬라 최고 재무 책임자(CFO) 역시 지난 4월 “자체 LFP 셀 생산과 중국 외부에 기반을 둔 공급망 확보를 함께 추진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기업 3분기 영업익 22%↑…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투톱’ 하드 캐리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힘입어 올해 3분기 국내 대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반도체 기업이 전체 이익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1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39개사의 3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이들의 합산 영업이익은 73조204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59조7992억원보다 13조4055억 원(22.4%) 증가한 수치다. 합산 매출액 역시 831조1613억 원으로 전년 동기 785조8194억원 대비 5.8% 늘었다. 실적 견인의 일등 공신은 단연 반도체였다. 삼성전자가 12조1661억원, SK하이닉스가 11조3834억원으로 나란히 영업이익 1, 2위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증가액은 SK하이닉스가 4조3534억원(61.9%↑), 삼성전자가 2조9827억원(32.5%↑)을 기록했다. 두 기업의 증가분 합계(7조3361억원)는 조사 대상 기업 전체 영업이익 증가분(13조 4,055억 원)의 54.7%에 달했다. 두 반도체 기업의 뒤를 이어 한국전력공사(5조6519억원), 현대자동차(2조5373억원), 기아(1조4623억원), 한화(1조3442억원) 등이 영업이익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3분기 가장 큰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삼성SDI(-5913억원)였으며, 아시아나항공(-1977억원), 포스코이앤씨(-1947억원), 롯데케미칼(-1326억원), 하이브(-422억원) 등도 적자를 냈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이 흑자로 전환했으며, 조선·기계·설비(72.3%↑), 제약(63.6%↑), 에너지(61.1%↑) 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후부 “내년 내연차 17.7만대 전기차 전환” 전망…국회 “제조사 설문 기반, 과도한 추산”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내년도 전기차 보급 예산을 대폭 늘리고 '전기차 전환 지원금'을 신설했으나, 정작 그 근거가 되는 수요 예측이 과도하게 산출됐다는 국회의 지적이 나왔다. 1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신항진 수석전문위원의 '내년도 기후에너지환경부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전기차 전환지원금 물량과 산정 근거를 재검토하고 계획의 현실성을 고려해 예산을 조정하라는 권고가 담겼다.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무공해차 보급 예산은 2조2825억원이며, 이 중 전기차 보급사업 예산은 1조6113억7천만 원이다. 이는 올해 본예산보다 896억원, 추가 경정 예산보다는 3686억 원 증액된 수치다. 예산 증액의 주된 요인은 1775억원 규모의 '전기차 전환 지원금' 신설이다. 이는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교체 시 1대당 100만 원 안팎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총 17만7500대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기후부의 계획이다. 하지만 신 수석전문위원은 이 목표치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기후부는 내년 보조금이 지급될 전기차(승용 20만8000대, 화물 2만1500대)의 75%가 내연차에서 전환될 것으로 봤는데, 이 75%라는 비율이 과거 실적이 아닌 '자동차 제조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산출돼 엄밀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린 2022년의 연간 총판매량(16만4486대)조차 내년 '전환 물량'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판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전기차 보급 실적은 2022년 목표 대비 5만5000여대, 2023년 10만5000여대, 2024년 9만8000대가 미달했다. 전기차 충전기 예산 집행은 더욱 부진했다. 2023년 6만 3,355기 설치 예산이 편성됐으나 실제 집행은 737대에 그쳤다. 작년에는 14만7000대 목표에 8월까지 실집행은 375대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또한 내연차를 폐차하지 않고 중고차로 팔거나 양도하는 '형식적인 전환'에도 지원금이 지급될 불합리성이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다른 허점들도 언급됐다. 정부는 3시간 내외로 완충 가능한 '중속 충전기'(30∼50kW) 2천 기를 마트·영화관 등에 설치하겠다며 300억 원을 편성했으나, 별도 수요 조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기차 화재 시 최대 100억 원을 보장하는 '무공해차 안심 보험' 예산 20억 원을 반영했으나, 이미 자동차 제조사들이 제조물 책임 보험에 가입해 있어 '중복 지원'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한편, 정부는 2030년 전기차 누적 보급 42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 올해 9월까지 누적 등록 대수는 85만여 대에 불과해 목표 달성을 위해선 내년부터 연평균 67만 대가 보급돼야 하는 실정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E칼럼] 동맹과의 협력으로 우리의 차세대 원자로를 확보하자

강현국 미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최근 워싱턴 D.C.에서 한 싱크탱크의 주관으로 열린 에너지 정책 토론회에서 흥미로운 논의가 오갔다. 주제는 “미국 내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어떻게 하면 빨리 현실화할 것인가"였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국가적 목표가 있으니 이를 위해서는 원자력이라는 에너지원이 꼭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된 탓인지 언급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세계적인 인공지능 기술 개발 경쟁에서 그 바탕이 되는 전력 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빨리 미국내에 대형 및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의 실제 건설을 할 수 있을지, 동맹국들과 함께 하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세계적인 전력 공급 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이 과연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 등의 내용이 주요한 논의 내용이었다. 지금 워싱턴에서는 원자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논의하는데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실제로 이를 구현해 낼 것인지, 그 과정에서 국제협력을 어떻게 이끌어 갈 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읽혀졌다. 당연히 계획과 구호만으로는 실제 건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허가, 자금 조달, 기술 표준, 공급망 등 모든 측면에서 정교한 정책 일관성과 국제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공통된 결론이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특히 “미국이 모든 역량을 독자적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여기서 어느 나라와의 협력이 가장 자주 심도있게 언급되었을 지는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도 익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원자력계의 축적된 실제 경험과 풍부한 엔지니어, 일본의 공업력과 자금력, 캐나다 및 호주의 천연 자원 모두가 미국의 입장에서는 도움을 받고 싶은 요소들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동맹을 활용한 신속한 프로젝트 추진"이 논의된 것이다. 미국의 기초 과학과 과거 수많은 실험 경험, 그리고 선진화된 제도적 틀에 동맹국의 기술력과 경험이 결합된다면 원전 건설의 병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원전 기자재, 설계 엔지니어링, 시공 역량 등 원자력 기반 공급망은 이미 국제적으로 검증된 강력한 힘이다. 사실 원자력 발전소나 원자력 기술의 수출은 단순한 전력 생산 수단의 수출로 생각할 수가 없다. 그 나라와 향후 수십 년에 걸친 긴밀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는 전략적 행위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원전 수출은 건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료 공급, 기술 지원, 운영 훈련, 폐기물 관리까지 이어지는 긴 주기의 협력 체계를 수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해당 국가와의 장기적이고 긴밀한 외교·안보 네트워크 구축을 의미한다. 러시아와 중국이 원전 수출을 외교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신뢰 기반의 원전 생태계 복원"을 새로운 전략 축으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이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국이 동맹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시점에 우리는 이에 부응하면서 동시에 미래 국가 전략 기술인 차세대 원자로 기술을 미국과 공동으로 개발하고 현실화해 나가는 것을 생각해 볼만 하다. 미국의 기초 자료와 원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차세대 원전 기술에 접근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것, 차세대 원자로의 안전을 입증하기 위한 대부분의 연구가 미국에서 수행된 것이라는 점, 그리고 미국의 거대한 자본력은 새로운 시작 개척에서 발생하는 온갖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열쇠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기존의 물을 냉각재로 활용한 대형 경수형 원자력 발전소와는 달리, 액체금속이나 헬륨가스를 활용하는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는 아직 상업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설계 및 건설 단계에서 많은 엔지니어링 역량이 필요하며, 실제 제작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정밀함과 특수 가공을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공업 시설이 바탕이 되어야 하고, 사업적인 위험요소도 커서 이를 관리하는 것은 축적된 경험 없이는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러시아나 중국과 손을 잡고 이런 도움을 받는 것은 생각하기가 어렵다. 이런 제반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이 가장 강력한 협력 후보가 된다. 그러나 한국만이 이런 강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등 경쟁국이 있다는 것도 명심해야 한다. 최근 일본의 대미 투자 협정에 따라 미국 원자력에의 투자가 결정된 후 일본 원자력 산업계의 미국내 움직임이 활발해 졌다고 한다. 앞으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공급망 재편이 일어날 것이다. 이런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적 선택이 국가의 흥망성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두말할 필요가 없다. 가장 강력한 동맹인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의 미래 생존에 필수적인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선택도 없을 것이다. 기회의 문이 열려 있을 때 행동해야 한다. 긴 안목에서 정부 차원의 비전과 강력한 추진력이 필요하다. 강현국 렌슬러공대 기계항공원자력공학과 교수

이재명 대통령 “울산화력 사고 가슴 미어져…책임자 엄정 처벌”

울산화력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에서 매몰자 7명이 모두 숨진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 사고로 가슴이 미어진다며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울산화력 붕괴 사고의 마지막 실종자가 발생 8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국민 모두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매몰됐던 노동자 일곱 분 모두 차디찬 주검으로 가족의 품에 돌아왔습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라며 “있어서는 안 될 사고입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사고방지를 약속했다. 이어 “현장 안전관리가 부실하지는 않았는지, 공기 단축에 쫓겨 무리한 작업이 강행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조사하겠습니다.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책임자는 지위나 직책을 가리지 않고 엄정히 처벌하겠습니다"라며 철저한 사고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관계 부처는 전 사업장의 안전 실태를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검토하십시오. 겨울철 위험 작업장에 대한 안전 점검도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진행하기 바랍니다"라며 전 분야에 대한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성을 촉구했다. 지난 6일 오후 2시쯤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가로 25m, 세로 15.5m, 높이 63m 규모의 보일러 타워 5호기가 붕괴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2명은 구조돼 치료 중이고, 매물자 7명은 14일 오후 9시쯤 발견된 김모씨를 끝으로 모두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철거 공사의 시공사는 HJ중공업, 하도급업체는 코리아카코이며, 숨진 노동자들은 모두 코리아카코 소속이다. 한편 동서발전 권명호 사장은 사고 일주일만인 지난 13일 사과 기자회견을 통해 “유명을 달리하신 고인분들에 대해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노후 발전설비 폐지와 해체는 불가피한 과제이다. 이번 사고의 아픔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폐지 과정의 모든 절차를 재점검하고, 안전 최우선을 확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

㈜LG “작년 탄소 539만 톤 감축... 서울 2.2배 면적 산림 효과”

LG가 2050년 탄소 순배출 '0'을 달성하기 위한 '넷제로(Net Zero)'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16일 LG는 그룹 차원의 탄소 중립 이행 성과와 향후 계획을 담은 'LG 넷제로 특별 보고서(LG Net Zero Special Reporting) 2024'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LG는 지난해 약 539만 톤의 탄소를 감축했다. 이는 전년 대비 26% 더 줄인 수치로, 서울특별시 면적인 약 605㎢의 약 2.2배에 달하는 산림을 조성한 것과 같은 효과다. 이번 보고서는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그룹 내 탄소 배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7개 핵심 계열사를 대상으로 했다. ㈜LG는 지난해 2월 국내 그룹사 최초로 넷제로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매년 성과를 점검해 공개하고 있다. ㈜LG는 2018년 배출량 대비 2030년 34%, 2040년 52%를 감축하고,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단계적 목표를 이행 중이다. 지난해 감축량 539만 톤 중 약 125만 톤은 저탄소 연료 전환, 수소 활용 등 신기술을 적용한 '직접 감축'을 통해 이뤄졌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다. 재생 에너지 전환을 통한 '간접 감축'은 약 414만 톤에 달했다. 특히 LG는 녹색 프리미엄과 재생 에너지 인증서(REC) 구매, 자가 발전 등을 통해 올해 재생 에너지 전환율 30%를 달성해 2025년 목표를 조기에 이룩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LG는 기후 위기를 미래 사업 기회로 연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인 'ABC(AI·바이오·클린테크)'의 한 축인 클린테크 사업 육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LG전자의 고효율 냉난방 공조(HVAC) 솔루션과 LG화학의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LG유플러스의 도심형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 등이 정부의 'K-택소노미(녹색 경제 활동)' 기준에 부합하는 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또한 ㈜LG는 태풍·홍수 등 물리적 재해에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LG전자), 장비 침수 예방을 위한 차수판 설치(LG유플러스) 등 국제 기준에 맞춘 기후 위험 관리 체계도 고도화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실질적인 탄소중립 성과를 만드는 한편, 기후변화 위기를 체계적으로 대응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후 신호등] 벼랑 끝 지구…행동과 재원의 격차를 메울 수 있을까

지난 10일부터 브라질 북부 아마존의 관문 도시 베렝에서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가 열리고 있다. 오는 21일까지 이어질 COP30은 단순히 국제회의가 아니다.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회의다. COP30을 전후해 유엔환경계획(UNEP)와 세계기상기구(WMO) 등 주요 국제기관과 연구기관, 학술단체 등에서는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에너지, 생태계 문제를 짚은 과학 보고서를 쏟아냈다. 다양한 보고서가 내놓고 있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고, 지구는 이미 벼랑의 끝자락에 서 있다는 내용이다. 이들 최신 보고서 내용을 하나로 연결하면 ▶점점 더 많이 내뿜는 온실가스 ▶관측 사상 가장 뜨거운 지구 ▶약화하는 생태계의 복원력 ▶심화되는 기후 불평등 ▶심각한 적응·재원 격차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 이는 기후 위기 대응에서 말뿐인 합의나 목표 상향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COP30은 각국이 실제적으로 행동을 가속화하고, 지연된 이행을 만회할 구체적 조치와 재원 동원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회의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속적인 증가 14일 발표된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서 사용한 화석연료와 시멘트 생산에 발생한 이산화탄소는 지난해보다 1.1% 증가해 사상 최고인 381억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끈질긴' 증가세다. 특히, 미국은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서서 2024~2025년 배출량이 2% 증가해 전 세계 배출량 증가의 약 40%를 차지했다. 반면 중국은 0.4% 증가하는 데 그쳐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35개국은 지난해보다 화석연료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태양광 발전의 부상은 고무적이다. 2015년 전 세계 발전량의 1%에 불과했던 태양광은 2025년 상반기 8.8%로 성장했다. 전력 공급량은 10년 사이에 약 10배 이상으로 늘었다. ◇1.5℃ 목표에 근접: 지구는 이미 뜨겁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COP30 개막을 앞두고 “우리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는 데 실패한 건 냉정한 현실"이라며 “이는 도덕적 실패이자 치명적인 과실"이라고 비판했다. WMO는 2024년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로 기록했다.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5°C 상승했고, 이는 인류가 피해야 할 위험 경계선인 1.5°C를 일시적으로 넘었다. 2025년 1월부터 8월까지의 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42°C 상승, 2025년은 역대 두 번째 또는 세 번째로 더운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해양 열파(marine heatwave)는 세계 산호초의 84% 이상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생태계에 국지적 피해를 주는 수준이 아니라, 지구적 생명 순환과 어업 생산, 연안 경제를 흔드는 문제다. 산호의 소멸은 곧 수십억 인구의 식량 문제, 연안 지역 관광·어업 경제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다른 생물종의 피해도 심각하다. 3500종 이상의 야생 동물이 기후변화로 인해 위험에 처해 있는데, 기후 관련 동물 개체수 붕괴의 새로운 증거가 확인됐다. 육상 탄소 흡수원도 크게 약화되었다. 2023년 전 세계 산림 손실은 2800만 ㏊로 전년도에 비해 24% 증가했다. 이는 지구가 스스로 온실가스를 흡수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엘니뇨 및 대형 산불로 인해 육상 생태계는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되는 위험한 상황에 진입하고 있다. 과학계는 이러한 현상들이 누적될 경우, 지구가 '사우나 지구' 상태로 진입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즉, 인간의 정책 개입으로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지점, 이른바 기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 실질적인 감축 전략 이행해야 할 때 파리 기후 협정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2% 감축해야 한다. 실질적인 감축 전략을 마련해서 이행에 들어가야 한다. ①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석탄·가스 발전은 여전히 전 세계 전력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화석 연료의 신속한 단계적 폐지는 기후 완화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태양광 및 풍력과 같은 재생 에너지원은 2050년까지 전 세계 전력의 최대 70%를 공급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COP28에서 세계 각국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로 확대하고, 에너지 효율 개선 속도를 2배로 향상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력망 확충·에너지 저장장치 확보·전기화 전환 등 연쇄적 정책 변화가 요구된다. ② 산업 부문의 탈탄소화: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배출집약 산업은 '감축이 어려운 부문'이다. 이 분야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소환원제철 ▶탄소 포집·저장(CCUS) ▶공정 효율 최적화 ▶대체 소재 전환 같은 기술 혁신과 금융 지원이 동시에 필요하다. 탄소 직접 제거(CDR) 기술과 CCUS의 확대는 신속한 배출량 감축을 보완하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 감축하기 어려운(hard-to-abate) 부문의 배출량을 처리하고 기후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③ 자연 기반 해법(NbS): 각국은 NDC 보고서에서 조림 및 재조림, 산림 관리 개선, 산림 파괴 감소 등을 잠재력을 가진 저비용 기후변화 완화 옵션으로 보고했다. 산림·습지 보전, 맹그로브 복원, 이탄지 보호는 연간 최대 10기가톤(Gt CO₂eq,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값. 1Gt=10억톤) 감축 가능한 저비용·고효율 전략이다. 10Gt, 즉 100억톤은 전 세계 연간 배출량의 약 25%에 해당한다. 그러나 현재 산림 파괴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보호보다 개발이 경제적으로 유리한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 적응: 더 이상 '예방'이 아닌 '생존 인프라' 기후 변화는 단지 환경 문제가 아니라 보건·식량·물·안보·경제 전반을 위협하는 복합 위기다. 폭염은 심혈관 사망률을 높이고 가뭄은 수자원·농업 생산성에 직접 타격을 주며 집중호우는 도시 기반시설과 주거 안전을 위협한다. 가속화하는 기후 영향에 비추어 볼 때, 적응 행동은 여전히 불충분한 수준이다. 하지만 적응에 투자하는 것은 기후 영향 비용을 크게 줄이고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해안 보호에 1달러를 투자하면 최대 14달러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개발도상국의 적응 재원 수요는 연간 3100억~3650억 달러(450조~532조 원)이지만, 실제 지원은 260억 달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즉 12배 격차가 존재한다. 적응은 '선택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이 아니라, 지금 당장 구축해야 하는 안전망이다. 적응 노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계획 및 이행 일관성 강화 ▶취약 부문 우선순위 지정 ▶다중 위험 조기경보 시스템 확대 ▶제도적 역량과 거버넌스 구조 구축 ▶기후 위험 증가 초래할 행동 회피 등이 이뤄져야 한다. COP30에서는 전 세계 적응 목표(GGA)의 이행을 추적하기 위한 지표 채택이 논의될 예정이다. ◇기후금융: 행동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변수 기후 대응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자금 조달 구조다. 2024년 전 세계 은행의 화석연료 산업 대출 규모는 6110억 달러였고, 세계 각국은 모두 9560억 달러 규모의 화석연료 보조금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기존 오염 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모순된 상태다. COP29에서 새로운 기후 금융 목표(NCQG)를 합의했는데, 2035년까지 최소 연간 3000억 달러의 기후 금융을 목표로 하지만, 이는 개발도상국의 필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COP30에서는 이를 확장해 2035년까지 기후 재원을 최소 1조3000억 달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바쿠-벨렘 로드맵(Baku to Belém roadmap)'이 논의되고 있다. 이 로드맵은 ▶보조금·양허성 금융 확대 ▶개도국 부채 상환 부담 완화 ▶민간·공공 금융 동원 경로 전환 ▶기후 관련 위험 공시 및 금융 시스템 개혁 등을 포함한다. 이와 관련 개도국의 손실 및 피해 위한 자금은 새롭고 추가적이어야 하고, 민간 금융으로 대체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양허성 금융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허성 금융은 이자율이 매우 낮거나, 상환 기간이 길고, 일부 또는 전액을 갚지 않아도 되는(무상지원 또는 일부 탕감) 형태의 국가 또는 국제기구가 제공하는 공적 금융 지원을 말한다. ◇국제 흐름 속 한국의 과제와 향후 역할 한국은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3~61% 줄이겠다는 내용의 NDC를 유엔에 제출할 예정이다. 산업계의 불만이 고조되는 것처럼 결코 쉬운 목표가 아니다. 한국은 철강·시멘트·석유화학 등 배출집약 산업의 비중이 높다는 구조적 특징이 있다. 따라서 감축을 위해서는 전환 금융(transition finance), 즉 산업이 실제로 변화할 수 있도록 비용과 시간을 지원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분야 뿐만 아니라, 청정 기술이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거나 비용 경쟁력이 낮은 배출 집약적 부문의 기업의 녹색 전환을 돕는 데 필수적이다. ▶철강: 수소환원제철·전기로 전환 ▶시멘트: 에너지 효율 개선·탄산화 공정 적용 ▶발전: 재생에너지·저탄소 가스·ESS 확충 ▶농업·도시: 기후 적응형 인프라 구축 등이다. 이는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하면서 함께 내놓았던 기술적 제도적 해법과 맥을 같이 한다. ◇COP30: 이제는 행동의 속도를 높일 때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언젠가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금도 산호는 하얗게 죽어가고, 도시의 여름은 해마다 더 뜨거워지며, 농업과 식량 체계는 취약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선택하는 행동의 속도는 미래 세대가 살아갈 지구의 상태를 결정하는 변수가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며, 목표가 아니라 이행, 그리고 약속이 아니라 재원이다. COP30은 그 본격적인 실행을 시작해야 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현재 각국의 정책으로는 파리 기후협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모든 국가, 특히 주요 배출국들은 감축 목표를 대폭 상향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COP30은 과학적 경고를 구체적인 협력 및 가시적인 결과로 전환해야 하는 분수령이 돼야 하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원희의 기후兵法] 기후부 출범 한달,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

14일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국정감사도 끝난 만큼 이제는 '에너지전환'이라는 난관을 넘어설 실력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기후부가 당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재생에너지 사업성 악화와 전환정책의 실행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환 기후부 장관이 밝힌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목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제시한 2030년 78GW 달성도 결코 쉽지 않다. 이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2018년 대비 53~61% 감축)에 앞서 2030년 NDC(2018년 대비 40% 감축)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에너지 고속도로'라는 대규모 송전망 구축은 첫 준공도 2030년 이후로 예상되는 만큼, 당장 영향력이 큰 분야는 전력시장 개편과 재생에너지 조달 정책이다. 실제로 NDC 달성에서 신규 재생에너지 확보량이 핵심인데, 현재 신규 발전 확보의 주요 수단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이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점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태양광·풍력의 고정가격계약 미달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입찰 상한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고정가격계약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 및 대규모 발전사와 20년간 고정된 가격으로 계약을 맺는 제도로, 현물시장처럼 가격이 실시간 변동되지 않아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사업자들이 고정가격계약 대신 현물시장에 의존하면서 재생에너지 전력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태양광 부문에서는 올해 상반기 원래 공모 물량이 약 1000MW였지만 실제 참여는 46MW 수준에 그쳐 미달률이 95%를 넘겼다. 지난 2021년 한 해 총 공모 물량이 4250MW인 것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입찰 상한가가 낮게 책정돼 현물시장 대비 수익성이 떨어지고, 전력시장 정산제도 개편 시점과 맞물린 전력단가 변동 위험이 커진 것도 참여 저조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상한가는 1킬로와트시(kWh)당 155.7원 수준으로, 지난달 현물시장 월평균 판매단가(전력도매가격+REC 가격) 184.8원과 비교하면 15.7%(29.1원) 낮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고정가격계약 상한가를 억제하는 상황에서 사업자는 현물시장이 아닌 고정가격계약을 체결한 유인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금리 상승 △공사비·자재비 급등 △계통 접속 지연 △이격거리 조례 등 복합적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상한가까지 낮게 유지되면 고정가격계약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결국 상한가는 전기요금 부담을 관리하려는 정부와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업계 사이에서 갈등 지점으로 굳어지고 있다. 풍력도 사정은 비슷하다. 풍력은 초기 투자비가 크기 때문에 고정가격계약 체결 자금조달의 사실상 필수 요건이다. 지난해 육상풍력 고정가격계약에서는 공고 물량(300㎿)보다 적은 199㎿(6개)만 입찰에 참여해 전량 선정됐다. 미달률은 30%를 넘겼다. 일부 육상풍력 업계는 kWh당 177원 이상은 돼야 수익성이 맞는다고 주장하지만, 상한가는 2022년 169.5원 → 2023년 167.78원 → 2024년 165.14원으로 3년 연속 하락했다. 게다가 한국전기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전기공사비지수는 2020년(100)에서 올해 8월 기준 139.15까지 상승하며 원가 부담이 커졌다. 원가 반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사업 중단·지연은 불가피하다. 육상풍력 업계에서는 상한가 인상이 어렵다면 산불 방화선·소방차 진입도로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해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반면 해상풍력은 다소 다른 흐름을 보였다. 올해 상반기 공공주도형 입찰(500㎿)에는 총 4개 사업이 689㎿를 제출해 전량 낙찰됐다. 반면 일반형(민간 응찰) 750㎿ 규모 공고에는 2개 사업이 총 844㎿를 냈지만 한 개도 선정되지 않았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하반기 재공고를 예고했지만, 기후부는 국방부 등 관계부처 협의 이후 확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사실상 올해 안 하반기 공고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한 풍력업계 전문가는 “해상풍력특별법이 아직 시행되지 않아 부처 간 인허가 문제가 정리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공고가 다소 밀리더라도 내년 초에는 충분한 물량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시장 개편을 준비 중인 만큼, 사업자에게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후부는 현물시장 폐지를 포함한 RPS 폐지와 재생에너지 경매제도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경매제도는 지난 정부서부터 추진돼온 만큼 이번에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기후부의 핵심 과제는 경매제도 전환과 함께 적정 상한가 제시를 통해 고정가격계약 흥행 실패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한전이 직접 구매하는 방식 외에도 일반 기업들이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 달성을 위해 발전사업자와 전력구매계약(PPA)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PPA도 장기간 고정가격 계약이라는 점에서 고정가격계약과 유사한 구조다. 국산화도 숙제다. 태양광·풍력 국산 기술 비중 확대를 내세웠지만, 고정가격계약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고정가격계약 하의 태양광 탄소인증제·풍력 안보 가점제 등의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 설치를 막는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조례도 여전히 발목을 잡는다. 이격거리 조례는 주거지·도로 등으로부터 일정 거리 이상 재생에너지를 설치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기후부와 국회가 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지역 주민 갈등 조정 등 넘어야 할 절차가 많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자 입장에서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을 펼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전기소비자들을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택중 RE100협의체 의장은 지난 13일 열린 '2025 한국RE100컨퍼런스'에서 “기후위기 대응은 우리가 늦추고 모른 척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그 중심에는 재생에너지가 있다"며 “우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저렴하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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