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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기협회 임직원, ‘에너지복지 봉사활동’ 실시

대한전기협회(상근부회장 노용호)가 '에너지복지를 기반으로 한 지속가능한 나눔 문화 정착'을 목표로 서울 송파구 월드비전 송파종합사회복지관에서 '2025년 에너지복지 동절기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봉사에는 노용호 상근부회장을 비롯한 협회 임직원과 '에너지복지 서포터즈' 30여 명이 참여해 송파구 지역 어르신과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급식 봉사와 김장 나눔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오전 9시 20분 복지관에 집결해 김장 담그기 봉사에 참여한 뒤, 정오 무렵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 약 70분에게 따뜻한 점심식사를 대접했다. 오후에는 직접 담근 김장김치와 생필품을 거여·마천·오금 지역의 취약계층 120가구에 전달하며 지역사회에 따뜻한 마음을 나눴다. 이번 행사는 협회가 에너지복지의 범위를 '전력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해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협회는 올해 초 '에너지복지 서포터즈'를 새롭게 발족하고, 임직원과 함께 계절별 맞춤형 봉사활동을 정례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 주민 약 170명을 대상으로 여름철 에너지복지용품을 전달하며 폭염 속 생활안정을 도왔다. 이번 김장 나눔 봉사는 그 연장선에서 준비한 '계절형 에너지복지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노용호 대한전기협회 상근부회장은 “에너지복지는 협회가 가장 잘할 수 있고, 또 반드시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협회 직원과 서포터즈가 함께 땀 흘리며 지역사회와 소통한 이번 활동을 계기로, 국민의 생활 속에서 체감되는 복지와 나눔이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대한전기협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협회는 에너지복지를 중심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전력산업의 공공성과 신뢰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작은 나눔이 모여 더 큰 변화를 만드는 사회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IEA ‘세계 에너지 전망 2025’ 보고서: ‘전기의 시대’ 도래를 선언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2일(현지 시간)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5(WEO-2025)' 보고서를 통해 에너지 안보가 지정학적 긴장의 중심에 있으며, 세계가 '전기의 시대(Age of Electricity)'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고 선언했다. 특히 한국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은 화석 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전력망 회복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격동의 에너지 시장과 4가지 핵심 변화 IEA는 보고서에서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더운 해였으며,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C를 초과한 첫 해였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석탄·석유·천연가스 소비량과 원자력 발전량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은 모멘텀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복잡한 배경 속에서 보고서는 미래 에너지 시스템을 특징 짓는 네 가지 공통적인 핵심 변화를 짚었다. 1. 에너지 안보의 변화: 전통적인 연료 공급 위험에 더해 핵심 광물 공급이 취약한 부분으로 부상하면서 에너지 안보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 2. '전기의 시대' 도래: 모든 에너지 전망 시나리오에서 전력 수요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전력 공급 및 최종 소비 부문 전력화에 대한 투자는 이미 전 세계 에너지 투자액의 절반을 차지한다. 3. 성장의 중심 이동: 에너지 시스템의 무게 중심이 중국에서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다른 신흥 개발도상국(EMDE)으로 이동하고 있다. 4. 재생에너지 및 원자력의 부상: 재생에너지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주요 에너지원이며, 특히 태양광(PV)이 이를 주도한다. 원자력 에너지의 부활도 동반된다. ◇기후 위기 경고와 전력 시스템의 취약성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은 2024년에 38기가톤(Gt, 1Gt=10억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재 정책 시나리오(CPS)에 따르면 2100년까지 기온 상승이 3.0°C에 육박할 것을 시사하며, 각국이 약속한 정책 시나리오(STEPS)를 따르더라도 2.5°C 상승으로 이어져, 국제적으로 합의된 1.5°C 목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력은 현대 경제의 핵심이다. 전력 수요는 2035년까지 CPS 및 STEPS 두 시나리오에서 약 40%, 2050 탄소중립(NZE) 시나리오에서는 5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수요 증가는 가전제품, 에어컨, 전기차(EV), 데이터 센터 및 전력화된 난방 등 다양한 부문에서 발생한다. 특히 신흥 및 개발도상국의 소득 증가와 기온 상승이 에어컨 사용 급증을 부채질해 첨두(peak) 전력 수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STEPS 시나리오에서 2035년까지 소득 증가로 인한 에어컨 사용이 전 세계 첨두 수요에 약 330GW를 추가하고, 기온 상승은 여기에 170GW를 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 부문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최근 IEA 데이터에 따르면, 극심한 기상 현상으로 인한 필수 에너지 인프라 운영 중단이 2023년에 2억1000만 가구에 전력 공급 차질을 야기했으며, 송전 및 배전망 피해가 이 중 약 85%를 차지했다. IEA 보고서는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에너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면서 “특히 2050 넷제로 시나리오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5년부터 2035년까지 매년 평균 4조8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는 현재 수준보다 약 70% 높은 수치다. ◇한국 사회에 던지는 의미: 에너지 안보의 딜레마와 정책 방향 한국은 고도의 산업화와 높은 소득 수준으로 인해 일본과 함께 선진 아시아 경제권으로 분류되지만,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심각한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IEA 보고서는 지적했다. 1. 압도적인 수입 의존도와 지정학적 위험: 한국과 일본은 2024년 기준 전체 에너지 수요의 80%를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고, 이 화석연료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이들 수입 연료는 호르무즈 해협, 말라카 해협, 남중국해 등 핵심 해상 병목 지점을 통과해야 하므로 지정학적 리스크에 고도로 노출돼 있다. 최근 몇 년간 액화천연가스(LNG) 현물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2022년 MBtu당 85달러까지 급등했다가 2024년 12달러로 하락)은 한국과 일본이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전략 비축량을 확대하고 공급망 다변화 투자를 늘리도록 했다. MBtu는 100만 Btu(British thermal units, 브리티시 열단위, 즉 에너지 단위)이고, 1 MBtu는 약 1.055 GJ(기가줄)에 해당하는 에너지다. 2. '전기의 시대'를 이끄는 핵심 동력: 한국은 전력 부문에서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화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한국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년)을 통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2038년까지 약 30%에서 35%로 확대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2038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70% 이상을 원자력·재생에너지·수소/암모니아 등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충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TEPS 시나리오에서 한국과 일본은 저탄소 전원 발전 비중이 25%포인트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주요 지역 중 가장 큰 상승폭에 해당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LNG 수요는 2035년까지 소폭 감소하거나 정체되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가 산업용 가스 수요 증가를 상쇄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4년 20TWh에서 단기적으로 거의 두 배로 증가하여, 2024년~2030년 동안 전력 수요 증가분의 약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사회의 중대한 딜레마 한국 사회는 에너지 수요의 80% 이상을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이 화석 연료는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 때문에 한국은 청정 에너지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안보, 비용,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복잡한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IEA는 한국에 대해 다음과 같은 충고를 던졌다. 1. 원자력 리스크 관리: 한국은 기존 원전 수명 연장 및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을 지지하고 있지만, 만약 원자력 발전 프로젝트가 지연돼 발전량이 현재 수준에 머무른다면, 2040년까지 거의 40bcm의 추가 천연가스 또는 180GW의 추가 태양광 설비가 필요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원자력 발전의 예측 가능성 확보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여기서 1bcm(billion cubic meters)은 10억 세제곱미터(㎥)를 의미한다. 2. 전력망 회복력 확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변동성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 투자가 필수적이다. 전력 인프라의 취약성은 경제 및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므로, 전력망 현대화 및 확장에 대한 투자가 시급하다. 3. 가격 및 경쟁력 유지: 한국은 화석연료 수입국으로서 에너지 가격 변동에 매우 민감하다. STEPS 시나리오에서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수입 지역의 가구 에너지 비용은 CPS 시나리오보다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 개선과 저탄소 전원 확대 정책이 가격 안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책 지원을 통해 에너지 효율 향상 및 저탄소 기술 확산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지역난방공사, 3분기 영업이익 4036억원…전년 대비 89% 급증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정용기)가 지난해 대비 대폭 개선된 3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공사에 따르면 올 3분기 누적 매출액은 2조9581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4920억원) 대비 약 1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036억원으로 전년(2141억원)보다 89% 증가했고, 당기순이익도 2609억원으로 전년(1435억원) 대비 82% 개선됐다. 사업부문별 손익에서도 열병합발전 중심의 열사업이 2453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전력사업은 전력시장 가격 안정화에 힘입어 9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신재생에너지와 지역냉방 부문도 소폭 개선세를 보였다. 전년까지 적자를 보이던 일부 지역난방 사업소도 안정적인 수익구조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는 이번 호실적의 배경으로 전력·열요금 정상화 조치, 연료비 단가 하락, 에너지 효율화 투자 성과를 꼽았다. 특히 천연가스 가격 안정과 발전효율 개선이 수익성 회복에 기여했으며, 신재생 연계형 열원 공급 확대로 외부수열 의존도를 줄인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공사는 올해 하반기부터 청정열원 전환 및 탄소중립 인프라 확충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2025년 주요 투자계획에는 열병합 발전소 고효율화, 지역냉난방 네트워크 확장, 신재생 및 바이오에너지 실증사업 확대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Our Energy, Save Green Value'를 핵심 슬로건으로, 안전·포용사회 구현과 지속가능경영 선도 등 ESG 중심 경영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AI의 심장은 원자력, 원자력의 심장은 인재

스마트폰은 손안의 명품 컴퓨터다. 그러나 배터리를 충전하지 못하면 그저 비싼 금속 덩어리일 뿐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전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인공지능(AI) 시대의 에너지 문제와 원자력 산업의 현실이 꼭 이와 같다. AI의 심장은 원자력이고, 그 원자력을 뛰게 하는 엔진은 인재다. '원자력 없이는 AI도 없다'는 말은 이제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AI는 국가의 흥망을 가를 전략 기술이 되었고, 그 핵심인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을 삼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량이 2030년까지 두 배로 늘어나 일본의 전체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945TWh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이 전력이 한순간도 끊겨서는 안 되며, 동시에 탄소 배출이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안정성'과 '무탄소'라는 두 조건을 모두 충족할 대규모 전력원은 현실적으로 원자력뿐이다. 이 사실을 가장 먼저 간파한 건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은 단순히 전력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소형모듈원전(SMR) 기업에 직접 투자하며 AI 시대의 에너지 패권을 쥐려 하고 있다. AI 혁명이 곧 원자력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외치면서도, 그 막대한 전력을 재생에너지 위주로 충당하겠다는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웠다. 날씨에 따라 들쭉날쭉한 재생에너지로는 24시간 무중단 전력을 요구하는 데이터센터를 뒷받침할 수 없다. AI를 키우겠다면서 원자력을 배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모순된 정책은 인재 이탈을 불렀다. 최근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가을학기 KAIST의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지원자가 '0명'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2021년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기조가 한창이던 이후 4년 만이다.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학생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원자력 관련 학과도 8년 새 18개에서 15개교로 줄었다. 대학 입학생 수도 2016년 545명에서 지난해 418명으로 줄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과대학에서 원자력 전공을 택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는 건, 단순한 교육 문제가 아니라 산업 붕괴의 신호다. 현장의 불안감은 이미 깊어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이 180도 달라지면서, 원전 업계는 장기 투자 계획조차 세우기 어렵다. 산업통상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담당 부처가 이원화되면서 혼란은 더욱 커졌다. 산업부 장관은 “전기료 안정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다른 부처 장관은 “필요가 없다면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엇박자 속에 인재는 사라지고, 기술은 낡아가며, 산업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실천이다. 백 년을 내다보는 인재 양성 전략이 시급하다. 그 해법으로 '취업보장형 원자력 계약학과'를 제안한다. 학부 과정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전기술이 주도해 원전 인근 대학에 설치해야 한다. 이는 지역 소멸을 방지하고 지역 인재를 산업의 중심축으로 키우는 '일석이조' 전략이다. 대학과 기업이 함께 안전 문화, 원자로 설계, 안전 공학 등 실무 중심 교과과정을 개발하여 졸업과 동시에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야 한다. 대학원 과정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연구),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안전규제),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핵비확산) 등 전문기관과 연계해 고급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등록금과 생활비 전액 지원, 졸업 후 자격 충족 시 해당 기관 채용 보장 등 '패키지형 인재 육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 정도는 돼야 젊은 세대가 다시 원자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결국 '에너지의 품격'에서 갈린다. 안정적이고 깨끗한 전력을 확보한 나라가 AI 혁명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동력의 핵심은 원자력, 그 원자력을 지속시키는 동력은 사람이다. '원자력 없이는 AI 없고, 인재 없이는 원자력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국가 전략의 중심에 새겨야 한다. 기업과 대학이 손잡고 인재를 직접 길러내는 취업보장형 계약학과의 설립은, 대한민국이 AI 시대의 진정한 승자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적인 한 수다. 이제는 백년지대계의 눈으로 에너지와 인재 정책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문주현

남부발전, 오미산 풍력발전단지 준공...국내 최초 채권형 주민참여로 연간 16억원 공유

한국남부발전(사장 김준동)이 경북 봉화군 석포면 오미산 일대에 위치한 총 60.2MW(유니슨4.3MW×14기) 규모의 오미산 풍력발전단지 준공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밝혔다. 준공식에는 김준동 남부발전 사장을 비롯해 금동윤 봉화군의회 부의장, 권영만 국민의힘 봉화당협 부위원장, 박정호 석포면장 등 봉화군 주요 내빈과 기후에너지환경부 풍력보급팀, 경북도 투자유치단, 수산인더스트리, 신한자산운용, 유니슨, 신한은행 등 관계자 8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에 준공한 오미산 풍력발전단지는 2021년 4월에 착공해 2023년 7월에 터빈 설치를 완료하고, 2024년 10월에 종합준공해 현재 상업운전을 하고 있다. 오미산 풍력발전단지는 지역주민과 상생하기 위해 국내 최초 주식전환 채권형 주민참여 모델을 적용하여 발전수익을 공유함으로써 지자체 및 지역주민 모두가 윈윈하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국산 풍력기가 설치된 육상풍력단지 중 최대 규모라는 데 의의가 있다. 육상풍력단지는 일반적인 화력발전소와 달리 연료를 직접 연소하지 않고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하기 때문에 발전과정에서 온실가스나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설비이다. 또한 설비 운영 중에는 지속적으로 연료비가 들지 않아 운전 효율이 높고 유지비용이 낮으며, 지역의 기상 조건에 맞춰 최적화된 운영이 가능하다. 오미산 풍력발전단지의 경우 연간 약 118GWh의 전력을 생산하며, 이는 봉화군 전체 전력소비량의 25% 수준으로써, 지역 에너지 자립률 제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남부발전 김준동 사장은 “이번 봉화 오미산 풍력발전단지 준공은 우리나라 육상 풍력 산업 발전과 국산 기술 자립에 큰 의미가 있다"라며, “총 60MW 규모로 봉화군 전체 에너지 수요의 약 4분의 1을 공급해 지역 에너지 자립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산 기자재와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된 풍력단지라는 점이 매우 뜻깊고 자랑스럽다"면서, “이번 준공으로 국산 풍력 100기 달성 목표 중 92기를 완성했으며, 앞으로도 국내 풍력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E칼럼] 데이터센터와 배터리의 위험한 동거, ‘액화공기’가 해결책인 이유

지난 9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우리나라 디지털 인프라의 치명적 취약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무정전전원장치(UPS)용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시작된 불길은 22시간 동안 타오르며 정부 전산시스템을 마비시켰고, 이는 단순한 시설 화재를 넘어 '국가 행정 마비'라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 화재가 2022년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의 교훈을 반영하여, 리튬 배터리의 위험성을 줄이고자 설비를 이전하는 작업 중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위험을 예방하려던 조치가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부른 것이다. 이 사건은 AI 시대를 맞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이터센터가 '리튬 배터리와 위험한 동거'를 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도권 데이터센터는 리튬 배터리의 화재 위험뿐만 아니라, '전력망 확보'라는 또 다른 거대한 장벽에 직면해 있다. AI 시대의 도래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최근 11개월간 수도권에만 원자력 발전소 20기에 해당하는 20GW 규모의 전력 사용 신청이 몰렸다. 하지만 수도권의 전력망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새로운 송전망을 건설하는 것은 주민 민원으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송전선로 건설 사업의 83%가 평균 41개월씩 지연되고 있으며, 그 원인의 절반 이상은 주민 반대로 기인한 것이다. 결국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은 화재 위험을 감수하며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면서도, 정작 사업에 필요한 전력조차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위기 상황에서 액화공기 에너지저장장치(LAES, Liquid Air Energy Storage)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다. LAES는 잉여 전력으로 공기를 영하 190도 이하의 액체로 만들어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기화시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물리적 저장 시스템이다. LAES가 왜 AI시대의 '게임 체인저'인지 네 가지 핵심 이유를 통해 살펴보자. 첫째, '가상 송전망'으로 전력 병목을 해결한다. 데이터센터 부지 내에 LAES를 설치하면, 전력망이 한가한 심야에 전기를 미리 저장해두었다가 전력 수요가 몰리는 낮 시간에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논란이 많은 신규 송전망을 건설할 필요 없이, 기존 전력망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는 '가상 송전망' 역할을 한다. 주민 민원과 행정 절차의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둘째, 절대적인 화재 안전성을 보장한다. LAES는 오직 공기와 물만을 사용하기에 리튬 배터리의 '열 폭주'와 같은 화재나 폭발 위험이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화재 발생으로 인한 국가 시스템을 마비시키는 재앙은 발생할 수가 없다. 셋째, 공생을 통한 압도적인 경제성을 자랑한다. 데이터센터는 전력의 약 40%를 서버 냉각에 사용하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폐열이 발생한다. 하지만, 이 폐열은 LAES 시스템에서는 발전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귀중한 '연료'가 된다. 반대로 LAES가 전기를 만들고 배출하는 냉열은 데이터센터 서버 냉각에 재활용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버려지던 열 에너지를 자원으로 바꾸는 완벽한 공생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이다. 넷째, 진정한 에너지 독립을 실현한다. 2026년부터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가 시행되면 수도권의 전기료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다. LAES를 갖춘 데이터센터는 값싼 심야 전력을 저장해 사용하고, 남는 전력은 전력망 안정화 서비스로 판매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에너지 프로슈머'로 거듭날 수 있다. LAES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영국 하이뷰 파워(Highview Power)는 맨체스터 인근에 세계 최대 규모인 50MW/300MWh급 상용 플랜트를 건설 중이며, 가동을 앞두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토부와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의 지원으로 한국기계연구원이 핵심 부품인 터보팽창기와 콜드박스를 100% 국산 기술로 연구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상용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대전 화재는 우리에게 값비싼 교훈을 남겼다. 리튬 배터리에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만으로는 AI 시대의 에너지 수요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에 LAES를 도입하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대한민국의 디지털 경쟁력을 좌우할 필수 전략이다. 화재 위험과 송전망 갈등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벽을 동시에 허물 수 있는 LAES 기술의 상용화를 위한 정부와 산업계의 과감한 결단과 지원이 시급한 시점이다. ※ 상기 내용은 저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소속기관 등의 공식적 의견은 아님을 밝혀둡니다.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연구위원 이종석

지역난방공사, ABB와 ‘AI형 플랜트 구축을 위한 AX 업무협약’

한국지역난방공사(사장 정용기, 이하 '한난')가 ABB(아시아 총괄대표 앤더스 마테센) 와 함께 집단에너지설비의 인공지능 전환에 관한 기술 교류 및 상호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정부의 공공기관 AI 추진 강화 정책에 발맞춰 한난이 추진 중인 Smart:한난 및 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AI 기반 지능형 플랜트 구현을 가속화하기 위한 글로벌 기술 협력의 첫걸음이다. ABB社는 글로벌 산업 자동화 선도기업으로, 지난달 한난이 세종시 소재 누리열원의 자동화에 성공하고 중부·남부발전과 함께 'DX(디지털 전환)를 위한 자동화 추진 MOU'를 체결한 데 이어 ABB社와도 손잡음으로써 플랜트 운영의 DX를 넘어 AX 전환을 본격화하게 됐다. 한난과 ABB는 이번 협약을 통해 △AI형 플랜트 구축 관련 인공지능 기술 협력 △AI 솔루션 최적화 협력 △AI 테스트베드 구축 검토 등을 공동으로 추진할 계획이며, 향후 정기적으로 워크숍과 기술세션을 개최하며 상호 협력체계를 공고히 할 계획이다. 정용기 한난 사장은 “AI는 이제 기업의 선택이 아닌 생존의 필수 요소이며, 2030년까지 전국 주요 플랜트에 AI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며, “ABB와의 협력을 통해 한난 플랜트의 지능화·능동화를 앞당기고, 이를 통해 국가 전력망 안정화와 에너지 효율 혁신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 따라잡기] SMR, 잠수함 원자로, 토륨원전은 어떻게 다른가

지난달 말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핵추진 잠수함용 핵연료 공급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한다"며 “한·미 군사동맹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밝혔다. 중국은 최근 내륙 사막 지역인 간쑤성 우웨이에 토륨 용융염 원자로(TMSR) 실험로를 완공해, 세계 최초의 토륨 기반 고온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석탄 중심 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핵의 전환'이다. 이런 가운데 생성형 인공지능의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소비가 산업 전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5년이면 데이터센터가 세계 전력의 4%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맞춰 한국과 미국·영국·일본 등은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차세대 전력 공급원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잠수함 원자로와 SMR, 토륨 원자로가 언론을 통해 계속 언급되고 있는데, 기존 대형원전과 비교하면 이들은 기술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언제쯤 실용화될까 궁금증을 자아낸다. 국내외 학술 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 대형 원전 — 안정적이지만, 유연하지 않다 한국의 상업용 원전은 대부분 가압경수로형(PWR)으로, 1000메가와트(MWe) 이상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우라늄-235의 농축도를 3~5% 수준으로 높인 저농축 우라늄(LEU)을 원료로 사용한다. 대형 원전은 기저부하 전력 생산에는 유리하지만, 건설비가 수조 원에 이르고 공정 기간은 7년 이상 걸린다. 냉각수 확보를 위해 바다나 강 인근에 지어야 하고, 전력망이 부족한 지역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또한 '규모의 경제'라는 장점이 오히려 유연성을 떨어뜨린다. 태양광·풍력 같은 간헐적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출력 조정이 어려운 대형 원전은 전력 수급 균형을 맞추기 힘들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원자력 시장의 중심은 점차 '소형화·분산화'로 이동하고 있다. ◇핵잠수함 원자로 — 고농축 연료 사용, 군사기술의 상징 핵잠수함 원자로는 냉전 시기의 군사 경쟁 속에서 탄생했다. 1955년 미 해군의 핵잠수함 USS 노틸러스에 탑재된 가압수형 원자로는 오늘날 SMR의 원형이기도 하다. 핵잠 원자로의 핵심은 연료다. 미 해군은 우라늄-235 농축도를 93~97%까지 높인 고농축 우라늄(HEU)을 사용한다. 이 덕분에 10~15년간 연료 공급 없이 작전이 가능하다. 러시아의 쇄빙 화물선 세브모르푸트(Sevmorput) 역시 90% 농축 우라늄-지르코늄 합금 연료를 사용해 15년 이상 운항한다. 반면 민간용 원자로는 핵확산 방지를 위해 20% 이하의 농축 연료만 허용된다. 핵잠 원자로는 강력한 충격 내성과 방사선 차폐를 갖춘다. 100톤 이상의 납과 철을 사용해 선체를 보호하며, 충돌·진동·고온·고압 등 극한 환경에서도 운전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을 민간으로 전용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국제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한미 원자력협정은 '평화적 이용'만 허용하고 있어, 군사적 전용에는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핵잠의 도입은 분명 군사력 강화를 상징하지만, 동시에 핵비확산 체제의 균열, 중국의 반발, 핵연료 재처리권 문제 등 복합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인 언급으로 한국은 세계 여덟 번째 핵잠 보유국이 될 가능성을 열었지만, 그만큼 국제사회의 비확산 논란에도 직면했다. 중국 외교부는 “한·미 양국은 핵 비확산 체제를 실질적으로 이행해야 한다"고 견제하고 있다. ◇SMR — 공장에서 만드는 원자로, 유연한 전력망의 대안? SMR은 대형 원전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작고 똑똑한 원전'이란 컨셉트를 달고 등장했다. 출력은 10~300MWe 수준으로,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개념이다. 공정 단축과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도서나 산업단지 등 소규모 지역 전력 수요에 맞춰 배치할 수 있다. SMR의 설계는 대부분 기존 경수로를 기반으로 하지만, 냉각 방식은 다양하다. 가압수형(PWR), 가스냉각형, 액체금속냉각형, 용융염냉각형 등 4세대 원자로(Gen-IV) 기술이 병행되고 있다. 연료는 주로 LEU이지만, 일부 설계에서는 HALEU(고순도 저농축 우라늄, 5~20%)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고농축 연료보다 확산 위험이 적으면서도 긴 연료 주기와 높은 효율을 제공한다. 미국의 테라파워(TerraPower)의 나트리움(Natrium)과 엑스에너지(X-energy)의 'Xe-100', 한국의 '스마트(SMART)'가 대표 사례다. SMR의 가장 큰 장점은 안전성이다. 기존 대형 원전이 냉각 펌프와 외부 전력에 의존했다면, SMR은 전원이 끊겨도 자연 순환으로 냉각이 유지되는 '수동형 안전 시스템(passive safety)'을 갖췄다. 미국 누스케일(NuScale)의 설계는 냉각수가 끓으면 자동으로 증기가 빠져나가 열을 식히는 구조로, 후쿠시마 같은 정전 사고를 막을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 제약도 크다. SMR은 소형화로 건설비를 줄이지만, 전력 단가(MWh당 비용)는 대형 원전보다 높다. 뉴스케일의 UAMPS 프로젝트는 초기 예산 60억 달러에서 90억 달러로 불어나며 결국 취소됐다. 게다가 SMR도 사용후핵연료를 생산하기 때문에, '폐기물 없는 원전'은 아니다. 규제당국의 기준도 국가마다 달라 국제 표준화가 쉽지 않다. AI 산업의 전력 수요를 SMR로 감당하겠다는 계획이 속속 등장하지만, 경제성과 수용성 면에서 '꿈의 원전'이 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토륨 원전 — 폐기물과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 토륨(Th-232)은 우라늄보다 세 배 이상 풍부한 자원으로, 중성자를 흡수해 우라늄(U)-233으로 변환되면 핵분열을 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플루토늄 등 무기용 핵물질이 거의 생성되지 않아 핵확산 위험이 낮고, 폐기물의 반감기가 짧아 수백 년 내 안정화된다. 특히 용융염 원자로(MSR) 형태의 토륨 발전은 내재적 안전성이 높다. 연료가 액체 상태로 냉각재(염)와 섞여 있어 폭주 반응이 어렵다. 온도가 높아지면 자동으로 바닥의 '프리즈 플러그(freeze plug)'가 녹아 연료가 외부 탱크로 흘러나와 반응이 멈춘다. 냉각에 물이 필요 없으므로 사막이나 내륙 지역에도 설치 가능하다. 중국은 2024년 고비사막 인근에서 2메가와트급 토륨 실험로(TMSR-LF1)를 완공해 가동에 성공했다. 다만, 이는 '개념 증명(proof-of-concept)' 수준이다. 토륨-우라늄 변환 효율이 낮고, 고온 염의 부식 문제와 U-233 분리기술의 안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상용화까지 10~1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 인도와 노르웨이, 캐나다 등도 토륨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상업용 전력망에 연결된 사례는 없다. ◇ 기술의 진화 뒤에 남은 질문들 이처럼 원자력 기술은 다양화되고 있고 기술개발을 둘러싼 경쟁도 뜨겁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먼저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고 지적한다. 첫째, 경제성이다. 대형 원전은 규모의 경제로 단가를 낮추지만, SMR은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다. 둘째, 규제체계 부재다. SMR이나 토륨 원전은 설계가 국가마다 달라 안전 심사 표준화가 어렵고, 핵잠 원자로는 군사기술로 분류돼 국제투명성 확보가 쉽지 않다. 셋째, 사회적 신뢰 문제다. 후쿠시마 이후 국민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며, 방폐장 건설 등 현안이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 대응이라는 명분이 충분하더라도, '안전'과 '신뢰' 없이는 원자력의 부활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 있다. AI 산업이 전력을 집어삼키고, 기후위기가 에너지 전환을 재촉하는 시대에 원자력의 부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작다고 안전한 것은 아니며', '새롭다고 쉬운 것도 아니다'. 핵잠은 외교적 리스크를 안고, SMR은 비용과 기술 검증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토륨 원전은 잠재력은 크지만 아직 실험실의 기술이다. 이 모든 기술은 미래의 대안일 수 있지만, 현재의 해답은 아니다. 기술 낙관이 아닌 투명한 거버넌스, 국제 협력, 폐기물 관리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핵의 귀환'은 에너지 위기를 푸는 열쇠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EE칼럼] 전력시장 자율규제기관 독립화 담론, 개혁인가 성역 강화인가

오랜 동안 전력시장을 정부의 영향력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의결·인사·예산 독립성을 확보하여 정치적 영향을 차단하고, 원칙에 따라 요금을 산정하며 시장을 감독할 수 있는 독립적 결정기구, 예컨데 새로운 형태의 '전기위원회'나 '전력감독원'을 설립해 시장의 합리적 운영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정치적으로 독립된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비교하기도 한다. 독립규제기관 논의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정치와 정부 개입을 배제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물가 안정과 정치적 통제 필요성 등이 우선시 되면서 제도화되지 못했다. 최근 이 논의가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정부조직법 개편이 있다. 산업부가 쥐고 있던 권한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독립 위원회 모델이 대안으로 다시 부상한 것이다. 초대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또한 이러한 전력부문 자율기구의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실제로 급물살을 타는 듯하다. 하지만 명분에 앞서 현실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시장의 성숙도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기구를 도입하는 것이 마치, 아이에게 칼을 쥐여주는 일처럼 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 역시 자율적인 전력 규제기구를 두고 있다는 점이 단골로 주장된다. 그러나 성숙한 전력시장이 형성되기 전에 자율기구가 먼저 등장한 사례가 과연 있었는가? 혹은 시장 자체가 부재한 상태에서 자율기구가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 주도적으로 그럴듯한 시장을 만들어낸 경우가 있었는가? 예컨데 한국은행 금통위의 독립성이 제도적으로 가능했던 배경에는 탄탄한 민간 은행업권과 금융시장이 존재했다.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더라도, 그 뒤에는 이를 수용·반영하는 상업은행, 자본시장, 민간 금융업자가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민간 은행 연합의 이해관계 속에서 태동했으며, 한국은행 역시 은행권과 금융시장을 대표하는 성격을 지닌다. 이런 구조 덕분에 금통위는 정부의 정책적 수요와 민간 금융시장의 기능 사이에서 균형자이자 심판자로 작동하며, 독립성이 실질적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반면 한국 전력시장은 시장 참여자라 할 민간 기반이 부족하다. 규모 있는 발전사 대부분이 한전 자회사 계열이고, 소매 전력시장은 아예 독점적 구조로 한전이 사실상 단일 판매자다. 민간 발전사가 일부 존재하긴 하지만, SMP(System Marginal Price)는 CBP(Cost-Based Pool) 체제에서 수요·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제출된 원가 자료를 기반으로 산정될 뿐이다. 신재생에너지 관련 비용 부담 역시 사후 정산 구조로 운영되며, 전가되는 과정도 시장의 경쟁을 통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시장 가격 형성 메커니즘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따라서 전력 가격은 온전히 시장이 만들어낸 결과와는 거리가 멀다. 바로 이러한 제도적 특성 때문에 전기요금은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라기보다 준조세적 성격을 띠며, 민간 이해관계자가 제도적으로 대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즉 이런 현실 때문에 전기위를 금통위 혹은 여타 선진국들의 자율규제기구와 비교하는데 현실적 배경적 간극이 크게 존재한다. 금통위 독립성은 정부와 민간 금융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제도로 설계된 반면, 현재 전기위 독립성 논의는 정부 내 권한 조정과 소수의 폐쇄적 이해관계자들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레토릭으로 기능할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독립성이 명실상부하게 작동하려면 단순히 제도만 가져올 것이 아니라, 민간 전력시장 개방과 소매 다변화 같은 구조적 개혁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금통위 모델을 껍데기만 흉내 내는 결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실은 한국 전력시장의 구조를 고려할 때, 전력부문 자율규제기구 독립화는 제도적 명분은 있을지 몰라도 실제로는 독점자에 의한 규제 포획(regulatory capture), 즉 독점자에 의해 자율규제기구가 좌지우지될 위험을 키울 수 있다. 금통위는 은행권 등 민간 금융 주체가 존재하고, 그 이해관계가 제도적으로 반영되는 구조 속에서 정부와 민간 사이의 균형자로 기능한다. 그러나 전력시장은 소매 부문이 부재하고 발전 분야 역시 대부분 한전 자회사로 채워져 있어, 독립위원회가 설립되더라도 견제와 균형을 뒷받침할 민간 기반이 부족하다. 결국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새로운 자율규제기구 설립이 시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일부 극소수 이해관계자들을 위한 자리 만들기 식 위인설관(爲人設官)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규제 포획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현실화될 수 있다. 전기요금 산정에 필요한 핵심 비용·수급 정보는 한전이 독점적으로 보유하고 있어, 위원회는 이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 풀 역시 간택된 호위무사들이 주축을 이루어, 독립성보다는 기존 구조를 재생산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정부는 정치적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요금 인상 등 책임을 위원회에 전가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시장 독점자는 로비와 정보 제공을 통해 제도를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과정은 오히려 전력시장 관리에 있어 현행 제도와 비교해 민주적 통제 가능성만 훼손시킬 수 있다. 전기요금은 국민 생활비와 직결되는 준조세적 성격을 지녀 왔으며, 이러한 특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국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적어도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짙다. 그러나 독립위원회 체제에서는 정치 개입을 차단한다는 명분 아래 오히려 국민 통제력이 줄어들고, 주식시장에 상장된 준상업 기관으로서의 ㈜한국전력과 폐쇄된 일부 네트워크의 영향력만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요컨대 전력 도·소매 시장이 성숙하기 전 현 시점에서 전기위원회 독립화는 제도적 상징성은 있을지 몰라도 의도했던 실질적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 오히려 한전의 독점력이 강화되는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율규제기구라는 배를 띄우기에 앞서 소매시장 개방, 민간 경쟁 촉진, 정보 공개 강화 등 시장 기반을 다지는 넓은 바다부터 조성해야 한다. 우리는 그 필요조건 하나하나조차 충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지 않던가? 선행조건도 충족하지 못한 채 무리하게 추진한다면, 그것은 정부의 민주적 통제가 약화되는 동시에 기존의 독점자만 간접적으로 강화되는 부작용만 남길 것이다. 정권과 무관한 자생력을 독점에 선물하면서 독립이라 부르는 순간, 속칭 개혁이 양두구육(羊頭狗肉)으로 전락할까 걱정된다. 유종민

[학생 기고] 원전 해체 시대, 청년 기술자의 미래와 책임

2025년 6월 26일, 고리 1호기의 해체가 승인되면서 대한민국은 본격적인 원전 해체시장의 막을 올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안전성 및 사회적 수용성 확보를 위해 즉시해체를 해체 전략으로 선정했으며, 건축물 철거 이후 부지 복원, 해체 종료, 그리고 규제 해제 신청에 이르는 전 과정은 약 12년에 걸쳐 진행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월성 1호기에 대한 해체 허가 심의가 본격적으로 착수됐고, 한빛 1·2호기와 한울 1·2호기 또한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순차적으로 설계 수명이 만료된다. 이는 향후 수십 년간 원전 해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임을 시사하며, 관련 기술과 인력의 중요성 역시 날로 증대될 것임을 보여준다. 특히 원전 해체 과정에서 방사선 노출 위험이 큰 작업은 인간이 직접 수행하기 어려운 만큼, 원격 로봇 기술의 도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200kg 고하중 양팔 로봇인 '암스트롱'은 이러한 기술 발전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 로봇은 원전 해체 현장과 방사선 환경에서 작업자를 보조하는 원격 제어 기술을 보유한 '빅텍스'에 기술 이전이 진행돼 원전 해체 현장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이와 같은 원격 로봇은 작업자의 직접적인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정밀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로봇, 드론, 인공지능을 포함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원전 해체 프로젝트를 고도화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IAEA 사무차장이자 원자력 에너지 부서 책임자인 미하일 추다코프(Mikhail Chudakov)는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과 같은 사고 현장에서 방사성 물질을 피해 작업하는 로봇이든, 노후 발전소의 해체 계획을 수립하는 데 사용되는 3D 모델링이든, 원자력 해체 시장은 기술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처럼 고도화된 기술은 스스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로봇과 인공지능, 드론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주체는 결국 사람이며, 이러한 기술 혁신의 흐름은 미래를 이끌어 갈 청년 기술자들에게 새로운 역할과 막중한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1호기 해체 인력이 2023년 기준으로 한수원 599명, 협력업체 인력 약 2300명이 확보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리 1호기의 해체 작업이 12년간 진행될 예정이며, 4년 뒤에는 4개 원전의 설계 수명이 순차적으로 만료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재 원전 해체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해체 시장의 본격적인 확대를 앞둔 지금, 단순한 인력 수급을 넘어 체계적인 인재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학에서는 관련 학과 학생들이 로봇, 인공지능, 데이터 과학과 같은 첨단 기술을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는 융합 전공 트랙이나 연계 과정을 적극적으로 마련하고, 정부와 산업체는 협력을 통해 현장 중심의 실무 경험과 인턴십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청년 기술자들 또한 스스로 원자력 분야의 전문성을 기르는 동시에, 첨단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융합적 사고를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단순히 주어진 기술을 실행하는 수준을 넘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해체 과정을 설계, 이행하며 원전 해체 시장을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해야 할 것이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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