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를 빠져나가고 달러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원화 가치가 오르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로 쌓인 경상수지 흑자가 외환 수급을 뒷받침하면서 주식시장과 환율의 기존 동조화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더해지면서 원화 강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6일 오후 3시30분 기준 1323.1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1.5원 하락했고, 한때 1320.7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야간시장에서는 1320원대 후반으로 높아졌지만, 6월 초와 비교하면 200원 이상 낮은 수준이다. 아시아 통화 중에서도 원화의 약세가 두드러졌던 때와 다른 양상이 펼쳐진 것이다. 최근 두 달간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40조원에 달하는 순매도를 단행하고, 다시금 미국 증시로 향하는 일명 '서학개미'들이 늘어났음에도 이같은 현상이 벌어진 원인으로는 강력한 수출 호조가 꼽힌다. 과거에는 코스피지수가 하락하면 원화 약세를 피하지 못했지만, 반도체 호황이 '공식'을 깬 셈이다.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4500억달러에 달하고, 내년에도 4000억원을 넘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수출기업들의 네고 물량이 유입되는 등 반도체 호황 덕분에 확보할 '실탄'이 풍부하다는 의미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도 규모가 총 200조원을 상회했으나, 지난해 1월부터 올 9월까지 누적 무역수지 흑자가 477조원에 달하는 등 외환시장 내 수급 여건이 견조하게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원화가치의 약진은 달러화 대비로만 나타나고 있지 않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최근 원화의 명목실효환율은 2024년 10월9일(94.91) 수준에 근접했다. 이는 주요 교역국 통화와 원화의 가치를 비교한 것으로, 프랑스를 비롯한 유로존의 재정건전성 불안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영향을 받고 있다. 중앙은행과 시장의 시선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원화가치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추가적인 상승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답변을 했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평균 환율 전망치를 기존 1350원에서 1320원으로 낮췄다. 이번달 1~25일 평균이 1337.8원으로 기존 예상치를 밑도는 등 원화가 강달러 압력 확대를 극복하는 형국이라는 논리다. 향후에도 원화가 꾸준히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 역시 힘을 얻는 중이다. 달러화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가치를 유지하고, 유로화의 반등은 쉽지 않다는 이유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의 강세폭이 제한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상 최대 예산안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와 엇박자를 낸다는 것이다. 중국 위안화의 경우 수출 호조와 결제 수요가 증가하지만 당국의 속도조절이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화폐가치가 과도하게 높아지면 수출이 꺾일 수 있다. 10월 금융통화위원회의 만장일치 기준금리 동결로 '백투백투백' 인상이 무산됐지만, 11월에는 다시금 고삐를 당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전망치를 3.50%로 제시했다. 이를 비롯해 시장에서는 이번 인상 사이클의 종착점을 3.50~3.75%로 보고 있다. 누적된 비용 부담이 목표치를 지속적으로 상회하는 근원물가로 나타나고, 견조한 경제성장이 수요측 압력을 자극하면 인플레이션을 막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 총재가 한은과 국회를 오가며 선제적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이유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유지되는 것도 언급된다. 7~8월 선제적 인상으로 시간을 벌었지만, 다시금 한미 금리차가 상단 기준 1.00%포인트(p)로 벌어진 상황이다. 미국이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변동과 소비자물가 등을 들어 금리를 끌어올리면 원화가치가 하락전환할 위험이 있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파급 효과의 시차 고려 시 한은의 빠른 대응의 편익에 대한 인식은 지금도 유효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근원물가에서 아직 둔화 조짐이 크게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11월 인상 대응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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