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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공급 이어 대출 규제 직격…오세훈, 이재명 정부와 연일 대립각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택 정책을 두고 이재명 정부와 연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의 6·27 대출 규제와 9·7 공급 대책을 잇따라 비판하며, 서울시 차원의 별도 공급책을 준비 중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따로 움직일 경우 정책 혼선과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신혼부부의 꿈을 막는 정책,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정부의 6·27 대출 규제를 “신혼부부의 꿈까지 짓누르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집값 억제와 무관한 장기전세까지 묶어 신혼부부의 짐만 키웠다"며 “서울과 지방의 집값이 다른데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댄 것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특히 시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을 예로 들며 “버팀목대출은 보증금 4억 원 이하 주택에만 적용되는데, 서울에서 이 조건을 충족하는 단지는 4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27 규제 이후 대출 한도가 3억 원에서 2억5000만 원으로 줄면서 성북구 미리내집 입주에 필요한 자기 자금이 9000만 원에서 1억4000만 원으로 늘었다"며 부작용을 강조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제도 개선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요지부동"이라며 “'집값 잡기'와 무관한 주거 안정은 오히려 적극 장려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정부의 9·7 공급 대책에 대해서도 “정부 대책만으로는 서울 집값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강남권 등 집값 급등 지역에 대한 획기적 공급 없이는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 차원의 보완책을 조만간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정부의 9·7 공급 대책은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호 착공을 목표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접시행, 도심 공공복합사업 상시 추진, 용적률 완화 등을 골자로 한다. 공공 주도 확대를 전면에 내세운 셈이다. 그러나 국토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권한까지 가져가면서 지자체와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는 정반대 길을 걷고 있다. 신속통합기획, 모아타운 등 민간 주도 정비사업 지원 제도를 확대하는 동시에 강남권 중심의 공급 보완책을 검토 중이다. 김준형 시 주택부동산정책수석은 최근 국회 토론회에서 “도심 주택 공급의 열쇠는 민간 정비사업에 있다"며 “기존 신통기획이 정비구역 지정까지만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관리처분인가까지 기간을 줄이는 '신통기획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는 이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소요 기간을 평균 18년 6개월에서 13년 이내로 줄인다는 구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 확대라는 공통 목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시가 따로 움직일 경우 실행력이 떨어지고 시장 혼란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 시장 전문가는 “135만 호 착공 목표는 토지 보상과 인허가 절차를 고려하면 쉽지 않은 계획"이라며 “정부와 시가 주도권 경쟁에 치우치면 시장 혼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 본격화…5년내 2.3만가구 착공

정부의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이 내년부터 본격화된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하계5단지와 상계마들 단지의 재건축이 내년 초 착공되며, 2029년 준공해 재입주한다. 정부는 지난 9·7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도심 주택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노후 공공임대 재건축을 앞당겨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30년 이상 된 노후 공공임대 아파트들에 대해 용적률을 상향 조정해 고층 아파트로 재개발,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수도권에 2만3000가구가 신규 착공된다. 하계5단지는 현재 640가구 규모인데 지난해부터 재개발이 추진되면서 이미 입주민들이 이주 주중이다. 통합 공공임대 640가구와 장기전세 696가구로 재건축 된다. 170가구의 상계마들 아파트도 통합공공임대 170가구 외에 장기전세 193가구로 공급된다. 정부는 노원구 중계1단지도 내년에 사업 승인을 거쳐 재건축을 신속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882가구인데, 통합공공주택 882가구와 분양 488가구로 공급된다. 분양은 2028년으로 예상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 저렴하게 공급된다. 2027년엔 강서구 가양7단지, 강남구 수서주공1단지 등 매년 3개 단지의 재건축을 착수한다. 4~5년 걸리는 사업 기간 동안엔 입주민들에게 인근 공공임대주택 또는 매입임대주택 등에서 거주하도록 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임대주택 입주자 대부분이 주거 취약계층인 점을 고려해 재건축 이후 재입주 시 임대료는 연구용역을 거쳐 부담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책정할 계획"이라며 “일부 단지는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함께 공급하고, 같은 동에 임대·분양이 혼합된 '소셜 믹스'를 채택해 여러 계층이 어우러지는 공공주택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김유승의 내집마련 돋보기]풍선 효과에 ‘신고가 속출’…마·용·성 집값 ‘정중동’

정부가 9·7 대책을 통해 공급 확대를 내세웠지만,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은 여전히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다만 6·27 대출 규제로 갭투자가 막히면서 거래가 실수요자 위주로 이뤄지고 있어, 현장 분위기는 '줄 서서 집을 보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는 전언이다. 전문가들은 여력이 된다면 지금 매수하되, 매물은 계속 쌓이고 있으니 무리하게 쫓아갈 필요는 없다고 조언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마포·용산·성동구에서 아파트 신고가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 초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시작된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마용성'까지 번진 모습이다. 실제로 KB부동산원 월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성동구는 1월 97.922에서 8월 108.508로 올해 들어 10.811% 상승했다. 용산구도 1월 103.708에서 8월 112.796으로 8.762% 올랐고, 마포구는 98.401에서 8월 106.099로 7.822% 상승했다. 서울 평균 상승률이 3.785%였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 통계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확인됐다. 전월 대비 용산구는 1.06%, 성동구는 0.96%, 마포구는 0.59% 각각 상승했다. 송파구(1.20%)보다는 낮지만, 서초구(0.61%)나 강남구(0.54%)보다는 높은 상승치다. 서울 내 다른 지역인 광진구(0.52%), 영등포구(0.54%)와 비교해도 오름폭이 크다. 이 때문에 마용성은 “집이 하나 나오면 주말에 줄 서서 본다", “현금이 있어도 매물이 없어 못 산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실제 현장을 확인해보니 '줄을 서서 집을 본다'는 표현은 다소 과장이지만,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신중히 내놓는 상황이라고 공인중개사들은 입을 모았다. 마포구 A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물이 워낙 없으니 중개사끼리도 공유하지 않고, 만약 돈을 싸들고 온다고 해도 당장 원하는 매물을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은 맞다"면서도, “집이 나오면 바로 팔린다고 줄 서서 보는 건 과장"이라고 말했다. 이전 매물이 21억원에 팔리면 23억원에 내놓는 식으로 호가를 계속 올리며 여유 있게 지켜보는 분위기라 나가는 데도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매물이 없는 이유는 집값 오름 기대 뿐 아니라, 대출이 막혀 갭투자를 통한 갈아타기가 어려워 그냥 보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마포 B 중개사도 “토허제 지정 가능성으로 매매가 몰릴 거라는 예측은 있지만, 실제 체감은 크지 않다. 돈이 있고 실거래할 의사가 있는 사람 위주로 거래가 이뤄져 한 번 오른 가격 아래로 거래되진 않지만, 시장은 여전히 조용하다"고 말했다. 다른 중개사를 통해서도 고객이 있으니 그 자리에서 1000~2000만원 정도를 올려 거래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매물을 거두려는 집주인에게 호가를 더 올려가며 집을 구매할 정도로 과열된 상황은 아니라는 전언이다. 마포 C 공인중개사는 “6·27 이전에는 거래가 활발했지만 현재는 멈춘 상태로, 9.7 대책 이후에 마포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잠실·삼성·대치동은 매물이 도는 편이지만 마포는 여전히 잠잠하다. 다만 대출이 막혀 돈 있는 사람만 유리해졌고, 매매가 오르면서 전세·월세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성동구 A 공인중개사도 “성수동은 줄 서서 살 정도는 아니지만, 대출 규제가 강해 현금 여력이 있는 사람만 사는 상황"이라며 “더 오를 거라는 기대감으로 집주인들이 배짱을 부리고 있어 연말까지 매물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성동구 B 공인중개사는 “집값은 10년 주기로 오른다는 얘기가 있는데, 2015년 이후 2025년이 딱 맞아떨어져 집값 상승을 향한 기대감이 여전히 높다"며 “매매가 올랐지만, 전세는 씨가 말랐다. 대출규제 이후 집주인들이 전세 대신 월세를 선호해 전환하는 분위기로, 기존 세입자들도 연장을 택해 신규 전세 매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전하는 바와 같이 신고가 거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96㎡는 지난 4일 25억1000만 원에 거래돼 직전 대비 2억2000만원 올랐다. '서울숲더샵' 전용 92.24㎡는 1일 3억1000만원 오른 24억1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롯데캐슬파크' 전용 102㎡는 지난달 23일 1억2000만원 상승한 20억9000만 원에 거래됐다. 또, 용산구에서는 6일 '산호아파트' 전용 86.12㎡가 직전 대비 4억원 오른 24억원에 거래됐다. '대우월드마크용산' 전용 107.62㎡는 지난달 27일 2억5000만원 뛰어오른 20억원에 손바뀜했다. 마포구에서도 지난달 15일 '공덕자이' 전용 114㎡가 1억원 오른 25억5000만원에 판매됐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 전용 84.8㎡는 지난달 30일 3억8000만원 급등한 27억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다만 신고가 소식이 잇따르는 와중에도 직전 거래보다 낮은 사례가 포착돼, 시장은 다소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예시로, 마포구 '현대아파트' 전용 84.47㎡는 지난달 29일 11억8000만원에 거래돼 가격이 1억2000만원 떨어졌다. 성동구에서 지난달 25일 판매된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84.73㎡도 직전 대비 6500만원 낮은 24억500만원에 팔렸다. 10일 손바뀜한 '서울숲더샵' 전용 92.08㎡도 8000만원 내린 19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세 아파트 모두 직전 거래가 6월에 이뤄진 만큼, 신고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마용성의 인기 요인으로 젊은 세대의 '신축·한강변·직주근접' 선호를 꼽는다. 특히 20~40대 실수요자들이 한강변 입지와 도심·강남 접근성을 이유로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지하철 2호선, 5호선, 6호선, 경의중앙선 등 편리한 교통망도 장점이다. 성동·마포는 신축 아파트 공급이 많다는 점도 차별화 요인이 됐다. 재건축·재개발 기대감도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용산 국제업무지구, 마포 아현뉴타운·공덕 재개발, 성산시영 재건축, 성동 성수전략정비구역 등이 추진되고 있어서다. 연초 토허제 재지정된 강남3구와 용산은 17일 토허제가 약 1년 연장됐지만, 마포와 성동은 비규제지역으로 남아 실거주 의무가 없는 것도 특장점이다. 다만 신고가가 속출하며 집값 흐름이 심상치 않은 탓에 마포와 성동은 토허제 추가 규제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태다, 마포구의 7월 거래량은 120건에서 8월 148건으로 23% 증가했고, 성동구도 7월 102건에서 8월 170건으로 늘어나 거래 회복세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9·7 주택공급대책에서 국토부 장관의 토허제 지정 권한 확대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서울시도 마포·성동 지역 매수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토허제가 지정되면 해당 지역이 '정부가 찍은 요충지'로 간주돼 집값 상승을 자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대출 규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추가 규제 시 아파트 매입이 어려워질 경우 지금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다만 현 시장 분위기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해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프롭테크리서치랩장은 “선호하는 지역에서 내가 원하는 유형과 가격대가 확보될 수 있는지를 보고 향후에 살 수 있다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결정하게 되는 것"이라며 “정부가 9·7 대책에서 규제지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시사해, 원래 가능했던 대출도 추후에는 범위가 줄어드는 식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 현금 여유가 있는 사람은 상관없지만, 선택지가 제한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지금 움직이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효선 NH 농협 부동산 수석 위원은 “전체 아파트에 비해 가격이 올라가는 고가 아파트는 많지 않고, 대세를 움직일 만큼 의미 있는 거래량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며 “지금은 대다수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매물이 계속 쌓이고 있는 상태로, 일부 사례를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면 시장에 왜곡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내 집 마련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단기적 가격 상승만 보고 무리하게 쫒아갈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토허제 두고 정부·서울시 ‘규제 권한’ 신경전

서울시와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지정 권한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는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의 토허제 적용을 내년 12월까지 1년 3개월 연장했지만 마포·성동구로 확대하지는 않은 것이다. 국토부가 지정 권한을 나눠가지려 하는 상황에서 홀로 부담을 지기 싫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가 계속되고 확대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의 몫을 떠넘겼다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시는 전날 제1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 3구와 용산구의 토허제 지정을 1년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기존 규제가 이달 말 만료될 예정이었지만, 실수요자 주거 안정과 투기 억제를 위해 재연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 등 8곳도 새롭게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추가 지정이 유력하다고 거론됐던 마포·성동구는 이번에도 빠졌다. 두 지역 모두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져 규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 지난 8일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성동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7% 올라 전주(0.20%)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마포구 역시 0.17% 올라 전주(0.12%)보다 오름 폭이 커졌다. 이는 서울 전체 상승률(0.0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시가 마포·성동 신규 지정을 미룬 배경으로 국토부와의 규제 주도권 조율 부담과 제도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를 꼽는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마포·성동은 지정 요건을 갖췄지만 국토부가 규제지역과 시장 관리의 주도권을 쥔 상황에서 시가 단독으로 추가 규제를 발표하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집값 책임을 서울시가 스스로 떠안기보다 국토부가 주도하는 편이 속이 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허제는 특정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로, 실거주 목적이 없는 투기성 거래를 막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다. 현행법상 국토부는 국가 개발사업이나 시·도 간 중첩 지역에서만 토허제를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최근 토허제 지정 권한을 중앙정부로 이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9·7 공급대책 직후 국회에서는 '부동산 거래 신고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다. 핵심은 토허제 지정권을 국토부로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지자체가 규제에 비협조적일 경우 지정권을 중앙정부가 직접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국토부는 마포·성동뿐 아니라 경기 과천과 분당 등 수도권 주요 지역까지 토허제 확대 지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토허제의 구조적 한계와 장기 적용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토허제는 본래 신도시 보상금 급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한시적 제도였는데, 지금처럼 도심에 장기 적용하는 것은 취지와 어긋난다"며 “인위적으로 가격 변동을 억제해도 언제까지 누를 것인지가 문제이고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 성격을 띠는 토허제가 일시적 거래 억제 이상의 효과를 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연구위원은 “시는 이미 지정된 지역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규 지정은 향후 해제가 어려워지는 만큼 리스크가 크다"며 “올해 2월 한 차례 해제했다가 한 달여 만에 재지정했던 경험이 신규 지정의 문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마포·성동의 비지정이 되레 대기수요를 자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연구원은 “풍선효과라기보다 원래 마포·성동을 노리던 수요가 규제 전에 집을 사기 위해 매입을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교수도 “마포·성동을 안 묶으면 '아직 안 묶였다'는 기대감이 대기 자금에 불을 붙일 수 있다"며 “광진·영등포·동작 등 인접 지역에서 이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단독]“땅주인과 협의 안 돼”…서울 4000가구 공급 ‘공염불’ 되나

정부가 서울 내 유휴부지에 4000가구 규모의 주택을 짓겠다고 나섰지만 일부 토지주들과의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협상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계획을 확정·발표한 것이다. 토지주측을 설득하지 못할 경우 2027·2028년 착공 목표가 '공염불'이 될 우려가 나온다. 18일 에너지경제신문이 찾아간 도봉구 성균관대학교 소유 야구장은 철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출입문 너머로 야구장에서 스포츠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철문엔 성대 측에서 붙여놓은 '외부인 출입금지' 경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9.7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이곳 4만8055㎡ 규모의 야구장 부지에 18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착공은 2027년으로 계획됐다. 특히 현재 토지 소유주인 성균관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부지 매입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 정부 측 입장이다. 그러나 이날 현장에선 이 땅이 여전히 학교에서 체육 수업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휴부지로 단시일 내에 매입·개발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설명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성대 관계자는 “도봉구 야구장은 현재 스포츠 교양수업 등 학생들의 수업과 체육활동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계속 사용 중"이라며 “(LH와) 야구장 부지 매각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부지를 매각하는 것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매입 비용 등 조건이 맞지 않을 경우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성대 측과 부지 매입 협의를 진행 중인 LH는 “(성대와) 상당 부분 큰 틀에서 토지 매입을 위한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토지 매각을 두고 양자 간 입장이 엇갈리는 것과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확정적으로 토지 매입이나 매각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은 어렵다"며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정부가 당장 2027년 착공이 가능하다는 유휴부지가 실제로는 여전히 토지 소유자가 사적으로 사용을 하고 있는 실사용 부지인데다가, 토지 소유주가 토지 매각에 대한 큰 틀에서의 합의를 정부 측과 이룬 사실이 없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밝힌 '9.7 공급대책'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가고 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폭 2주째 커졌다

9.7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2주 연속 오름폭을 키우며 지난주 0.09%에 이어 이번 주 0.12% 상승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아직 정책 효과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2025년 9월 3주 전국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매매가격은 지난주 0.01%에서 소폭 확대돼 0.02% 상승했다. 서울(0.09%→0.12%)과 수도권(0.03%→0.04%)은 오름폭을 확대했다. 지방(-0.02%→-0.01%)도 하락세가 다소 둔화했다. 구체적으로, 서울 강북 지역은 성동구(0.27%→0.41%), 마포구(0.17%→0.28%), 광진구(0.20%→0.25%) 등이 뚜렷한 오름세를 보였다. 중구(0.16%→0.18%)도 상승했으나, 용산구(0.14%→0.12%)는 소폭 둔화했다. 반면, 강남 11개구는 상대적으로 오름폭이 작았다. 다만 △양천구(0.10%→0.19%) △송파구(0.14%→0.19%) △서초구(0.14%→0.17%) △영등포구(0.11%→0.15%) 등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값은 6.27 대책 이후 오름폭이 축소되며 8월 넷째 주와 9월 첫째 주에 0.08%로 보합세를 보였다. 다만 9월 들어 둘째 주 0.09%, 셋째 주 0.12%로 상승세가 확대됐다. 부동산원은 “거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재건축 추진 단지와 대단지·역세권 등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고 계약 체결이 이어져 서울 전체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또, 인천은 보합(0.00%)을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부평구(0.01%→-0.04%), 연수구(0.02%→-0.03%)가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미추홀구(0.00%→0.05%) 등은 상승 전환했다. 경기는 보합에서 0.01% 상승으로 전환했다. 이천시(-0.10%→-0.12%) 등이 하락했으나, 성남 분당구(0.28%→0.34%), 광명시(0.16%→0.28%)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5대 광역시는 -0.02%로 전주와 같은 하락폭을 보였다. 대구(-0.05%), 대전(-0.04%) 등은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세종(-0.05%→0.10%)은 상승 전환했다. 이밖에 8개 도 지역(-0.01%→0.00%)도 보합세를 보였다. 시도별로는 전북(0.05%→0.06%), 울산(0.03%→0.05%), 충북(0.05%→0.03%) 등이 상승했다. 부산(0.00%)은 보합을 유지했고, 전남(-0.07%→-0.04%) 등은 하락폭이 줄었다. 한편,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03%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서울(0.07%)과 수도권(0.04%), 지방(0.01%) 모두 이전과 같은 상승폭을 이어갔다. 5대 광역시(0.02%도 동일한 흐름을 보였다. 반면 세종(0.26%→0.14%)은 하락 전환했고, 8개 도(0.00%→0.01%)는 소폭 올랐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가격 흐름이 소폭 오르긴 했으나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거나 주변까지 확산될 정도는 아니라 6.27 대책이 효과를 상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9.7 대책은 장기적 공급 전략으로 구체적인 지역 등을 언급하지 않아 실수요자들이 이를 바탕으로 구매 계획을 세우진 않을 것 같지만, 아직은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 변경…연내 착공 ‘청신호’

서울 용산역 정비창 부지를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탈바꿈시키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본격 궤도에 올랐다. 시는 지난 17일 제15차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변경(안)을 수정가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개발계획을 고시한 뒤 실시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실현성과 계획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보완이 이뤄진 결과다. 이번 변경안의 핵심은 용산역을 중심으로 한 보행 네트워크 강화와 '빛과 바람이 통하는 열린 도시공간' 조성이다. 시는 각 획지로 뻗어나가는 보행자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중교통 연계성을 높이고, 환경 시뮬레이션을 통해 건축물 사이로 자연 채광과 바람이 원활히 흐르도록 획지계획을 재정비했다. 한강변으로 열린 녹지 체계와 지상 레벨 중심의 오픈스페이스도 대폭 확보해 생태와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공간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지난 6월 26일 용산구로부터 구역·개발계획 변경(안)과 실시계획(안)에 대한 결정 요청서를 제출받은 뒤 신속히 행정절차를 진행해왔다. 도시계획위 심의를 통과하면서 연내 실시계획 인가와 기반시설 착공을 위한 기틀이 마련됐다. 시는 교통·재해 영향평가 등 사전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인가·고시를 완료하고, 즉시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시와 사업시행자는 기반시설 설계 검토와 공사 계획을 면밀히 협의해 인가 직후 곧바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장기간 방치된 용산역 정비창 부지를 일·주거·여가가 융합된 '입체복합 수직도시'로 재탄생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시는 이번 개발을 계기로 용산을 아시아·태평양 비즈니스 거점으로 키워 서울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와 협력해 글로벌 기업 유치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기업 간담회·포럼·국제컨퍼런스 등을 통해 해외 유수 기업의 투자를 독려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치열한 국제도시 간 경쟁에서 앞설 수 있도록 10년 이상 방치되어 온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용산국제업무지구를 혁신적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로 조성하고 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공간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HUG 든든전세주택 연말까지 1400가구 공급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달과 오는 12월에 '든든전세주택' 700가구씩 총 1400가구를 공급한다고 17일 밝혔다. 든든전세주택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갚아준 주택을 직접 경매 낙찰받아 전세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입주에 소득·자산 요건은 없고, 무주택자이면 모두 신청할 수 있다. 입주자는 HUG가 임대인이어서 전세금 미반환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게 특장점이다. 또, 주변 시세 대비 약 90% 수준의 보증금으로 최장 8년간 거주할 수 있다. HUG도 대위변제한 주택의 소유권을 직접 확보해 임대로 운영함하며 재무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역별 입주자 모집 규모는 서울 323가구, 경기 145가구, 인천 224가구, 부산 8가구다. HUG는 무주택 여부 등의 검증을 거쳐 오는 12월 11일 최종 당첨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울러 9차 든든전세주택 모집 공고는 올해 12월 중에 이뤄지며 내년 1분기(1∼3월) 중에 당첨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앞서 HUG는 작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수도권에 총 1천550가구의 든든전세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낸 바 있다. 청약 결과 평균 경쟁률은 90대 1로 집계됐다. 서울 강동구 소재 주택 1곳에는 입주 희망 신청자가 4087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토부 김헌정 주택정책관은 “HUG 든든전세주택은 입주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공급 물량을 늘리고 입주자 선정까지 걸리는 시간도 기존보다 단축할 계획"이라며 “무주택자에게 도심 내 선호 입지의 든든전세주택이 더욱 신속히 공급될 수 있도록 경매 절차 단축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공급 속도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주택 건설 승인 받지 않은 주택신축판매업체 8만개 넘었다

전국에서 소규모로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주택신축판매업체가 8만 개를 넘었지만, 사업계획 승인 대상에서 제외돼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로서는 주택 건설 승인을 받지 않고 주택 통계에도 합산되지 않아 주택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7일 박용갑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주택신축판매업자는 2021년 7만4,=438개에서 2022년 7만9911개, 2023년 8만2832개, 지난해에는 8만7876개로 3년 새 1만3000여 개 증가했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연간 단독주택 20가구, 공동주택 20가구, 도시형 생활주택 30가구 이상의 주택 건설사업을 시행하려는 이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주택건설사업자'로 등록해야 한다. 특히, 공동주택 30가구 이상을 건설하려면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면 주택신축판매업자는 주택법이 아닌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관할 세무서장에게 사업자로 등록한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다만 주택신축판매업자들이 공급하는 공동주택은 대부분 30가구 미만이어서 주택법에 따른 사업계획 승인 절차가 생략되고, 건축법에 따른 주택 공급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공급된 주택은 부대시설이나 복리시설은 물론,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등 소방시설도 완화된 규정이 적용된다. 또, 주택 공급 통계에도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현재 주택신축판매업자는 △경기 3만910개 △서울 1만8094개 △부산 6123개 △인천 4859개 대구 3615개 △경남 3221개 등 순으로 분포해 있다. 주택 수요가 많은 수도권에 61.3% 이상이 몰려 있다. 일례로, 대전 동구에서 가장 주택 보유량이 많은 주택신축판매업자는 8110가구, 두 번째로 보유량이 많은 업자는 726가구를 각각 공급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대전 주택신축판매업자는 전국 주택신축판매업자의 2.2%인 1959개에 불과하다. 이를 고려하면주택 공급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한 주택신축판매업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관해 국토부는 “주택신축판매업자 관리 자체를 국토부에서 담당하지는 않지만, 주택 통계에는 사업계획 승인을 받은 주택뿐 아니라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받은 주택까지 모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박 의원은 “주택신축판매업자는 국민에게 필요한 주택을 공급하는 중요한 주체임에도 주택신축판매업자가 공급하는 주택은 관리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며 “주택신축판매업자가 건설하는 주택도 국토부 장관에게 신고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해 관리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준공된 공공주택 건수는 3만8002가구 수준이었다. 주택신축판매업에 비해 적은 수준이지만,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착공한다는 목표이다. 앞서 정부는 이를 위해 도심 노후시설·유휴부지 활용, 재건축 규제 완화, 지방 미분양 해소책 등을 내놓은 바 있다. 공공택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직접 공급을 전담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임진영의 아파토피아] ‘규모의 경제’ 실현한 올파포…“희소성·인프라에 매물 실종”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을 재건축 한 '올림픽파크포레온(올파포)'은 현재 아파트 위주의 대한민국 주거 문화를 상징하는 단지다. 무려 1만2000여가구로 전국에서 가장 세대수가 많은 '초대형 단지'로 지방의 웬만한 소도시보다 많은 사람들이 좁은 땅에 오밀 조밀하게 지어진 고층 아파트에 마치 '개미집'처럼 모여 살고 있다. 특히 분양 때만해도 미달이 속출해 '폭망'하는 분위기였지만 막상 입주 무렵에는 두 배가 넘게 가격이 올라 '대단지·새 아파트 불패의 신화'를 몸소 입증했다. 과연 올파포는 어떤 곳이며 그 곳에서 사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왜 거기를 선택했을까? 이 문제를 답을 풀어 보기 위해 지난 15일 올파포를 직접 찾았다. 교통편은 좋았다. 서울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과 단지 서북단이 바로 맞닿아 있고, 9호선 둔촌오륜역은 단지 동남단 지역과 맞붙어 있는 더블 초역세권 단지였다. 다만 1만2000세대에 달하는 대단지인 까닭에 지하철역과 거리가 먼 동의 경우 역까지 도보로 15~20분이 걸리는 역도 있어 세대별로 역세권 입지에 대한 체감도가 커 보였다. 둔촌동역 2번 출구로 나오면 단지 내 메인 상가인 '포레온 스테이션 5'이 보인다. 입주한 지 9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1층 메인 상가엔 부동산 공인 중개소 몇 곳이 입점한 것을 제외하면 상당수가 공실로 남아 있었다. 다만 실제 느끼는 불편함은 크지 않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우선 단지 내 상가 지하 1층에 GS 더 프레시 마트가 들어서 있는 등 상가 인프라는 갖춰져 있다. 또 지상 1층에 스타벅스가 9월말 개점을 목표로 한참 공사 중이었다. 스타벅스가 들어오는 상가는 '스세권'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동인구가 몰리고 있거나 예상되는 지역인 만큼 앞으로 탄탄한 상권이 갖춰질 것으로 보였다. 둔촌주공아파트는 1979년 143개동, 5930세대 규모로 완공돼 1980년부터 입주를 시작했고, 2009년 12월 재건축 조합이 출범했다. 2010년 조합이 현대건설을 주관사로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 4개 대형 건설사가 공동 시공하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했다. 2019년 1월 관리처분변경인가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인 85개동, 1만2032세대로 재건축 규모가 확정됐다. 그해 12월 철거 완료 후 2020년부터 본격적인 재건축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2021년 새로 교체된 조합은 기존 조합이 시공단과 체결했던 공사비 증액 계약을 불인정했다. 결국 2022년 4월 현대건설 컨소는 무료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며 공사를 중단했다. 7개월간 서울시와 강동구청의 중재를 통해 결국 조합장이 사퇴하고 조합이 새로 꾸려지면서 그해 11월 공사가 재개됐다. 이후 지난해 12월 준공과 함께 입주가 이뤄졌다. 올파포는 1만2000세대 대단지로 크게 4개 단지로 나눠져 있다. 시공에 참여한 4개 건설사가 각 1개 단지씩 시공했다. 1단지는 대우건설, 2단지는 현대산업개발, 3단지는 현대건설, 4단지는 롯데건설이 지었다. 이처럼 개별 건설사가 시공했지만 청녹색과 적갈색의 동일한 컨셉으로 4개 단지가 모두 통일돼 있어 1개 건설사가 1만 세대를 지은 것 같은 안정감이 느껴졌다. 단지 서북단 모서리에 위치한 5호선 둔촌동역에 인접한 단지는 1단지고, 동남단 끝에 붙어있는 9호선 둔촌오륜역과 붙은 단지는 4단지이지만, 실질적으로 주택시장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단지는 3단지라고 한다. 지리적으로 강남과 잠실 및 올림픽공원 쪽과 가장 가까이 인접해 있다. 시세도 4개 단지 중에 가장 높다. 단지 내 상가에 위치한 G 부동산 공인중개소장은 “아직 국토부에 실거래 신고 등록 전 계약이지만, 지난 주말인 12일에 302동에서 34평이 32.5억에 신고가 거래됐다"며 “올림픽공원과 가장 가까이 위치한 3단지 안에서도 302동이 대로변 라인이라 호가 역시 가장 높았는데 이번에 거의 평당 1억 계약이 성사됐다"고 말했다. 올파포는 2022년 말~2023년 초 전용 59㎡(24평) 일반분양가가 평균 약 10억원, 84㎡(34평)이 약 13억원 수준에 달해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결국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3.7대 1에 그쳐 부진한 보습을 보였고, 2023년 3월까지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끝에 겨우 일반분양 물량을 소화했다. 이 때와 비교하면 현재 시세가 2.5배가 뛴 셈인데 단지를 둘러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선 올파포엔 1만2000세대, 입주민만 3만명이 거주하는 하나의 미니신도시가 형성돼 있다. 단지 내로 마을 버스가 다니고, 강동구 최대 규모 공공도서관인 강동중앙도서관이 지난달 31일 올파포 단지 내에 개관한 것만 봐도 올파포가 지닌 '규모의 경제'의 파워가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케 한다. 아직 입주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최신축 단지인만큼 커뮤니티 시설도 다양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특히 일반적인 신축 대단지에서도 갖추기 힘든 수영장 시설을 8개 레인이라는 대규모 수준으로 갖춘 점이 눈에 띄었다. 여기에 어린이 전용 수영장도 3개 레인을 별로도 구성해 총 11개 레인 규모의 대형 수영장 시설이 2단지 내 스포츠 콤플렉스 시설에 마련돼 있다. 3단지 내엔 301동 최고층인 35층에 스카이 라운지 시설을 갖추고, 303동 35층엔 스카이 힐링센터, 302동과 304동 35층엔 8실 규모의 스카이 게스트룸이 꾸려져 있다. 이들 스카이 시설은 입주민 출입로와 별도의 전용 통로로 출입하는데 입주민만 접근이 허용돼 있다. 단지 내 곳곳엔 폭포시설과 분수대, 석가산 수변공간 등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있고, 곳곳에 수많은 놀이터들과 휴식 공간이 마련돼 있다. 3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초거대단지인만큼 어린 아이들도 많이 살고 있는 것이 올파포의 특징이다. 이에 따라 둔촌초등학교와 위례초등학교 두 곳을 단지 내에 품은 더블 초품아 단지로 맹모들의 수요를 충족하고 있었다. 이렇게 미니 신도시 규모의 동일 단지 내에서 모든 생활 여건이 충족 가능해 실거주 만족도가 높아 시장에 매물도 거의 없다는 게 인근 부동산업체들의 전언이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딸려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지 내 H 공인중개사 소장은 “전체 세대 수가 1만2000세대나 되는데 현재 입주 가능한 매물이 34평 1개, 24평은 1개에 불과한데, 그나마도 24평은 세를 끼고 있어 2027년 입주 가능 매물"이라며 “아직 입주한 지 1년 미만이라 등기가 나오지 않아 조합원 물량만 거래 가능한 이유도 있지만 단지 내에서 모든 생활을 즐길 수 있다보니, 매도 매물이 워낙 안 나온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S 공인중개사 소장도 “작년말 올해 초 입주 이후 매물이 워낙 없다보니 집주인이 매물을 내놓는 순간 그 호가에 맞춰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매물이 나와 거래가 이뤄지면 바로 다음 매물이 가격을 올려서 나오고, 이게 이어지면서 계속 가격이 올라 최근 2년새 가격이 거의 두 배 이상 뛰었다"고 귀띔했다. 또 지난 7월말 특정동 내부 공용 시설인 복도 벽면에 균열이 생겼지만 현재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었다. 실제로 15일 기자가 균열이 발생한 319동 내부를 입주민과 함께 입장해 34층 내부를 취재한 결과 크랙 부분을 메꾼 것으로 확인했다. G 공인중개사 소장은 “문제가 된 동은 기계 주입 방식을 통해 틈을 완전히 메웠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나 올파포 입대위 등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주체하는 정밀구조안전진단을 마친 상태"라며 “이달 말 경에 최종 보고서가 제출되면 크랙 이슈는 정상적으로 완전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파포는 대출 규제를 골자로 한 6.27 대책과 대규모 주택공급에 주안점을 둔 9.7 대책 등 이재명 정부 들어 추진된 지난 부동산 정책에서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H 공인중개사 소장은 “6.27 대책 이후엔 조금 매물이 나와 거래가 이뤄졌는데 물건이 나오는 순간 신고가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오히려 시세가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며 “최근 9.7 대책이 나온 이후엔 오히려 몇 개 있던 매물을 집주인이 다시 거둬들이는 바람에 더 시세가 올랐다"고 말했다. S 공인중개사 소장은 “지금 유일하게 1개 나와있는 24평 물건인 201동 매물은 원래 9.7 대책 발표 전에 25억 하던 것이 갑자기 집주인이 최근 대책 발표 후에 27억으로 호가를 올렸다"며 “401동에 1개 나온 유일한 34평 매물도 31억 짜리였는데 지난 주말에 32.5억에 302동이 거래되면서 호가가 오를 것 같다"고 전했다. G 공인중개사 소장은 “9.7 대책에서 수도권에 135만호를 공급한다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본다"며 “1기 신도시인 분당 전체 물량이 10만 가구 밖에 안 되는데 현 정부가 무슨 수로 135만채를 짓는다는 것인지 알수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나마 공급대책이라고 나온 것이 대부분 서울에 없고 서울 밖에 경기권 물량이다 보니 서울에서 이렇게 큰 대단지인 올파포의 희소성만 더 띄운 겪"이라며 “이번 대책은 오히려 올파포 같은 서울 최신축 대단지 아파트의 이름값만 올려준 셈"이라고 혹평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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