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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변제금 ‘시한폭탄’…‘세계 유일’ 전세제도 붕괴되나

정부가 보증하는 전세보증보험 대위변제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국가 재정 수지 악화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사인간 거래를 국가가 담보없이 보증, 피해금을 지원하는 전세계 유일무이한 한국 특유의 '전세제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연도별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대위변제 및 회수 현황'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세사기를 당한 입주자에게 HUG가 임차주 대신 보증금을 지급한 '대위변제액'은 8조5119억원에 달한다. 이 중 회수금은 전체의 23%(1조9271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 6조5848억원은 미회수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세보증보험 대위변제금액은 해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5년 1억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2016년 26억원 △2017년 34억원 △2018년 583억원 △2019년 2837억원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1억원 △2022년 9241억원으로 늘어났다. 전세사기 피해가 급증한 지난해에는 무려 전년 대비 3배 이상 급증한 3조554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에도 9월 기준 3조220억으로 집계됐으며, 연말까지 4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회수율은 줄어들고 있다. 2017년 100%였지만 △2018년 95% △2019년 91% △2020년 74% △2021년 52% △2022년 29% △2023년 15%로 줄었다. 올해는 8월 기준 8%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이에 따라 HUG가 지급하는 전세보증보험 대위변제에 투입되는 국민들의 세금도 어마어마한 규모로 늘어났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HUG에 2021년 3900억원 규모 출자를 시작으로 지난 3월에는 보유하고 있던 한국도로공사 주식 4조원 가량을 현물 출자했다. HUG가 지난 4년간 이렇게 출자 받은 금액은 총 5조4739억원이다. 이것도 모자라 HUG는 최근 최대 7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을 시도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인 만큼 전세제도 위주인 주택 임대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주택 임대 시장을 월세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주택 구매시 대출한도가 낮아 구매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전세제도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해외 주요국의 경우 주택 구매시 집값의 80~105%를 대출해 임대인이 담보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고 임차인은 월세만 내도록 하는 외국의 시스템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세사기를 막을 수도 있다. 보증보험 보장 범위를 추가적으로 줄여야한다는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해까지 보증보험 보장 범위는 전세금액의 100%였지만 올해부터는 90%로 줄어들었다. 상황이 어려운 만큼 엄청난 적자와 혈세 투입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민들도 어느 정도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보증을 서서 전세대출을 해주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를 감수하며 원금까지 보장해주는 시스템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 또한 이어진다. 이광수 광수네부동산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전세제도를 이용해 갭투자를 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현재 상황은 특수한 상황"이라면서도 “전세시장 규모가 너무 크고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제도가 붕괴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제도가 유지된다면 향후 HUG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현재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전세금을 보증하는 대신,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집주인들이 전세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관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며 “현재 HUG가 겪고 있는 손실의 경우 자금충당 및 압류자산 유동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관리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철로를 가다③]“‘59년 왕십리’?…철도지하화로 제2의 여의도 노린다”

가수 김흥국의 노래 '59년 왕십리'로 유명한 서울 성동구 왕십리. 노래 제목처럼 왕십리는 한동안 4대문안 도심이나 신흥 지역인 여의도, 강남 일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곳으로 여겨져 왔다. 지형적으로 북쪽의 북한산, 동쪽의 아차산, 남쪽의 관악산으로 둘러 쌓인 서울 분지의 한 가운데 위치한 요지다. 하지만 600여년 전 조선초 궁궐터가 될 기회를 놓친 이후 상인, 군인 등 중인층들이 주로 사는 '2등 지역'의 설움을 겪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서울 교통의 중심지가 됐고 성수동 등 일부 지역은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특히 현재 지역을 두 동강내 교통-물류-유동인구의 흐름을 막고 있는 지상철도 구간을 지하화한다는 계획이 발표되면서 도시의 핵심 업무 지구로 떠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는 기대감에 설레이고 있었다. 11일 오전 찾아간 왕십리역 일대. 이 곳은 이미 많은 유동인구가 오가고 지하철 2호선·5호선, 수인분당선, 경의중앙선 등 4개 철도가 지나며 GTX-C(덕정~수원)·동북선(중계동 은행사거리~왕십리역)까지 개통 예정인 핵심 요지였다. 문제는 지상철도 구간으로 인해 심각한 교통 혼잡 등 지역간 단절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철도가 지하화되면 도로가 확장되거나 개선되어 차량 흐름이 원활해지고, 도심 내 교통 체증을 크게 줄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역 단절 및 진동, 소음 피해 등도 성동구 주민의 오랜 민원이었다. 이날 왕십리역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왕십리역은 여러 노선이 지나기 때문에 철도 소음과 진동이 상당하다"며 “철도지하화는 주민들의 오랜 숙원사업"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미 성동구청 차원에서도 구체적인 활용 방안 마련에 나선 상태다. 성동구의 지상철도 구간은 옥수에서 왕십리를 지나 청계천까지의 경의중앙선 4.4km다. 마장축산물시장 일대, 왕십리역 일대, 응봉역 일대다. 마장축산물시장 일대 구간의 경우 왕십리-청량리를 오가는데, 마장축산물시장과 연계돼 발전 가능성이 높다. 왕십리역 일대는 현재도 광역 철도 교통의 중심지이며, 응봉역 일대는 응봉산을 배후로 한강을 마주보는 배산임수의 지역적 특성을 갖추고 있다. 구 관계자는 “서울에서 가장 긴 수변을 접하고 있는 물의 도시"라며 “중랑천 및 한강변에 위치한 경의중앙선 지상부 개발은 일대 경관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툭히 구와 주민들은 현재 추진 중인 왕십리역 일대 국제 비즈니스허브 조성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여의도를 능가하는 비즈니스 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왕십리역 일대 철도지하화 상부공간에 숲과 공원 등 편의시설을 조성하고, 현재 성동구청·성동구의회·성동경찰서가 있는 곳에는 상업·업무 공간을 확충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왕십리역 근처 A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왕십리 일대는 50층 건축이 가능한 역세권 일반상업지역으로 앞으로 여의도 같은 고층 건물들이 들어 설 수 있다"라며 “왕십리역 일대 철도지하화 사업은 비즈니스허브 조성 사업과 함께 굉장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근 B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왕십리역은 향후 6개 노선이 지나갈 예정이고 개발사업도 여러 개발사업도 진행되고 있어 인구유입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여의도를 넘는 서울의 핵심 도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왕십리역을 이용하는 대학생들도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한양대, 한양여대 학생들은 그동안 지상철도 역사 특성상 탑승을 위해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한 한양대 재학생은 “왕십리역은 한양대 먹자골목과 연결될 만큼 한양대와 가깝다. 그래서 왕십리역에서 내려 걸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기 매우 힘들었다"며 “철도지하화가 되면 주변 미관 개선은 물론 상권에도 도움이 되고 등교도 편리해질 것 같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주변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성동구 일대에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성수 1-4구역, 행당7구역, 신당8·10구역, 응봉1구역, 모아타운 1·2·3차, 용답재개발사업 등 각종 도시정비사업이 추진 중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왕십리역은 교통 요충지로 철도지하화로 인한 변화는 주변 지역 개발에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철도 지하화와 연계된 상부개발이 완성되면 주변 재개발 추진 지역들과 함께 왕십리 역세권 개발 사업으로 부동산 가치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여러 노선을 지하화하기 때문에 엄청난 예산이 필요하고 오랜 시간 고난도의 공사가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왕십리역 5호선 노선이 지하 약 30m의 중심도에 있으며 동북선과 GTX-C노선도 착공된 상황이다. 여기에 지하화 계획을 수립한다면 지하화 노선의 심도는 60m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사 과정에서의 소음, 진동은 물론 기존의 선로 등 기반시설이나 역사 등 운영시설 축소로 인해 이용객들의 불편도 예상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왕십리역은 여러노선이 지나기 때문에 대규모 재원 투입과 난공사가 예상된다. 착공시 운영시설 축소도 불가피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선 선호하지 않는 공사현장"이라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철로를 가다②] 쇠락한 ‘원조 핫플’ 신촌…철도지하화로 부활 노린다

“경의중앙선 신촌역과 철로가 지하로 들어가고 공원이 된다고? 그렇게만 된다면야 경의선숲길 공원(연트럴파크) 때문에 홍대 앞에 빼앗긴 '핫플레이스'의 명성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앞에서 만난 한 상인의 말이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경원선 등 지상철도 전체 구간 지하화 계획에 대해 신촌역 일대 주민들의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상인의 설명은 이랬다.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들이 몰려 있는 신촌 일대는 2000년대까지만 해도 '젊음의 성지'였다. 연세대 앞쪽 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일대는 젊은이들의 약속 장소 1순위였다. 이화여대 앞 거리는 한국의 패션과 뷰티를 선도했다. 하지만 2015년 '라이벌' 홍대 앞의 경의선 철로가 폐쇄되고 '연트럴파크'가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졌다. 철도로 인한 소음·진동이 사라지고 단절된 도로가 연결되고 걷기 편한 산책로와 공원이 조성됐다. 단숨에 젊은이들의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떠올랐다. 당연히 최고의 '핫플' 지위는 홍대 앞으로 넘어갔다. 결국 신촌 일대 상권은 과거의 명성을 잃은 채 쇠퇴를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신촌역 일대 상권은 과거의 영광이 완전히 지워진 채 쇠락하고 있는 흔적이 역력했다. 금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들이 다수 보였고, 공실인 상가를 찾기도 어렵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이 내놓은 '3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에 따르면 신촌역 상권의 3분기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9.4%나 된다. 서울 전체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경의중앙선 신촌역과 철로가 지하화된다는 소식이 들려 오자 인근 주민들은 반색하고 있었다. 신촌역 인근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경의중앙선 철로와 역사는 지역을 남북으로 가로 질러 연세대와 이화여대쪽 안산 일대와 서강대쪽 노고산 일대의 '분단'시켜왔다"면서 “지역 환경 개선은 물론 연트럴파크처럼 유동인구가 늘어나 지역 상권 전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신촌역을 이용하는 대학생들도 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연세대, 이화여대 학생들은 그동안 지상철도 역사 특성상 탑승을 위해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학교를 오가기 위해 철로 밑 굴다리를 지나가야 한다는 불편함도 있었다. 신촌역에서 만난 대학생 B씨는 “등교가 한층 편해질 것 같기는 하다"며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소음이나 진동이 심하다. 매번 계단을 통해 역에 올라가거나 밤마다 굴다리 지나가는 것도 고충이다"고 말했다. 신촌역 앞쪽에는 오피스텔 상권도 수혜 지역으로 꼽힌다. 열차 소음 및 교통체증 문제가 해소되기 때문이다. 철로 지하화로 인해 지상부가 공원화되고 역사가 업무·문화·상업 시설로의 복합개발이 이뤄진다면 보행환경 및 교통체증 개선으로 인해 역으로의 이동 동선이 편리해지고 주거 환경이 향상된다. 결국 주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 집값이 올라갈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청년층을 포함한 유동인구가 증가해 신촌역 상권이 확장돼 상업적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촌역 앞에 위치한 B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신촌역 오피스텔 상권은 서울 대학가 중 월세가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끊이지 않는 지역"며 “현재도 높은 몸값을 자랑하지만, 철도화가 완료되고 주거환경이 개선되면 신촌역 오피스텔 가치는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권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공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하화 사업 이후 공원이 조성되고 상권이 재개발된다면 제2의 '연트럴파크'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인근 주민들 또한 지하화 사업 성사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경의중앙선 신촌역 인근 아파트 단지에 거주하는 30대 남성 C씨는 “역사 바로 앞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경우 지하철로 인한 소음에 시달려 왔다"며 “확실히 대학가 상권이 있는 곳이라 교통체증이 심한 편이라 지하화 사업이 완료된다면 이러한 문제는 해결될 것 같다. 공원 및 새로운 상권이 생기면 쾌적한 환경이 조성되며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 같아 기대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아직까지 장애물은 많이 남아 있다. 워낙 큰 공사로 대규모 재원 투입과 장시간 고난도의 공사가 불가피하다. 공사 과정에서의 소음, 진동, 교통 체증 등 불편도 예상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철도지하화 특별법을 보면 이 사업은 개발수익 및 민간자본으로만 진행하게 돼있다. 즉 지자체 및 정부 국비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이라며 “법적으로. 기존 철도 운행 기능은 유지하면서 지하화 공사를 진행해야하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도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완료된다면 신촌이 다시 한 번 서울의 핵심 지역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있고 집값 상승 및 상권 부활도 가능할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다양한 청사진 제시한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단기에 드라마틱한 성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사업이 광대해 여러 사업자가 구간을 나눠 진행한다고 해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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