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AI로 진화할 것”…네이버, 글로벌 플랫폼 도약 시동

네이버가 AI 기반 혁신 전략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면서 커머스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온 서비스 AI' 전략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극대화하고 커머스 생태계를 확장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플러스 스토어 중심의 커머스 성장, AI 기술을 접목한 검색 플랫폼의 견고한 성장세, 포시마크의 흑자 전환, 넷플릭스와의 제휴 효과, 그리고 중동 시장 진출 본격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는 7일 진행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AI 기반 혁신 전략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고 커머스 부문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남선 CFO는 2024년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7퍼센트 증가한 2조8856억원을 달성했으며, 검색 플랫폼과 커머스 부문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포시마크의 흑자 전환, 넷플릭스 제휴 효과, 중동 시장 진출을 위한 '네이버 아라비아' 설립 등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국내외를 아우르는 사업 확장 움직임을 지속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최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전사 데이터 통합과 AI 기술을 접목해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 제공 방식을 더욱 고도화했으며, 이를 통해 검색·메인·커머스·콘텐츠 등 여러 프로덕트에서 AI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온 서비스 AI' 전략으로 불리는 이 노선을 추진하며, 네이버가 직접 보유한 다양한 플랫폼에 AI를 광범위하게 적용해 전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새로운 매출 창출 기회를 찾는 게 핵심이라고 부연했다. 회사가 AI 분야의 주요 기술로 꼽은 하이퍼클로바x는 한국어 처리 역량이 높고 영어 등 다국어 환경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이 여러 차례 강조됐다. 최수연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와 달리 무제한으로 파라미터를 키우는 대신 네이버 서비스 특성에 맞춰 효율적 규모와 정확도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또 연내 보이스·이미지·비디오 등 멀티 모달 모델 관련 성과를 내놓고, 2025년부터 이를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적용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이어 김 CFO는 4분기 커머스 부문에 대해 특히 고무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지난 10월 말 출시한 '네이버 플러스 스토어'를 통해 탐색·발견 중심의 쇼핑 경험을 강화했고, 그 결과 커머스 광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0%, 전 분기 대비 10.2% 증가하며 9개 분기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김 CFO는 쇼핑 검색 UI 개선과 개인화 광고 확대로 광고 효율이 높아졌고, 전체 커머스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17.4퍼센트 상승한 7751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플러스 스토어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도 언급됐다. 최 대표는 출시 이후 주로 로열티가 높은 고객층에서 사용 빈도가 올라갔고, 탐색형 UI 전환이 체류 시간·페이지 뷰 증가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커머스 광고 수익성 역시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또 멤버십 혜택과 배송 품질 개선 노력이 시너지를 내며, 스마트스토어 거래액이 시장 평균을 웃도는 성장률을 보였다고 최 대표는 밝혔다. 회사 내부 분석에 따르면 멤버십 가입자의 주문 건수나 객단가는 가입 전 대비 30퍼센트 이상 높아졌고, 그로 인해 사용자 충성도 역시 상승했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와의 제휴 효과도 김 CFO가 강조한 부분이다. 김 CFO는 11월부터 적용된 멤버십 번들링 패키지가 큰 호응을 얻으며 일평균 신규 가입자가 기존 대비 1.5배 늘었고, 이들의 쇼핑 지출 또한 가입 전 대비 3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30~40대 유입 비중이 높고 주문액도 탄탄해 향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멤버십 가치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는 의견이다. 검색 플랫폼은 전년 동기 대비 14.7퍼센트, 전 분기 대비 6.7퍼센트 오르며 1조6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로써 단일 분기 매출이 1조원을 돌파했다. 최 대표는 검색 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달성했는데, AI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 의도를 파악하고 검색어를 자동 생성·연결해주는 '확장 검색' 기능이 크게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블로그·카페·연예·스포츠 등 서비스 지면에 피드를 도입하고, 피드 광고를 최적화해 전환율을 높인 것 역시 광고 집행액 증대에 긍정적이었다고 덧붙였다. 포시마크의 흑자 전환 소식도 4분기 컨퍼런스콜의 주요 안건이었다. 포시마크는 최 대표의 주도로 인수한 미국의 중고거래 플랫폼이지만, 이어진 적자로 실패한 인수가 아니냐는 평가를 받던 사업이다. 최 대표는 미국 대선과 연말·연시 시즌의 광고비 상승, 이커머스 경쟁 심화 등으로 인해 성장 둔화가 우려되던 포시마크가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흑자 비결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비용 효율화와 광고 사업 확장 덕분이라는 게 회사의 분석이다. 포시마크에는 네이버 검색 엔진과 AI 기술을 적용해 전환율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한편 김 CFO는 최근 중동 거점 법인인 '네이버 아라비아' 설립을 완료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디지털 트윈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슈퍼 앱으로 범위를 넓혀가며 로컬 맵핑이나 로보틱스, AR·VR 같은 기술을 접목하려는 논의가 오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중동 시장에서의 본격 사업 전개가 가능해졌고, 국내·동남아·미주·유럽에 이어 중동까지 영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편 질의응답 시간에 AI 인프라 확대가 광고 수익화에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최 대표는 “구글 사례 등에 비춰보면 AI가 노출돼도 광고 배치 자체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CFO 역시 “인퍼런스 효율화를 통한 비용 절감과 기존 검색 광고 수준의 광고 효율 확보는 동시에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검색 질의 중 '정답형 질의'를 AI 브리핑으로 요약하더라도, 맥락 맞는 상품·광고를 삽입해 오히려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게 회사의 입장이다. 향후 플러스 스토어를 별도 앱으로 운영해 쇼핑 검색을 개인화하고, 멤버십 혜택도 공격적으로 알릴 계획도 언급됐다. 4분기에만 해도 멤버십 신규 가입자가 전 분기 대비 1.5배 늘었다는 분석이 있으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도착 보장·당일 배송 등 편의성이 높아 거래액이 함께 증가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다만 회사는 무리한 프로모션 대신 수익성과 성장성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방식으로 커머스 영역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AI가 콘텐츠 플랫폼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최 대표는 블로그·카페·클립 등에서 피드 형식을 도입하고, 개별 창작자 콘텐츠가 AI 분석·추천을 통해 간편하게 노출되도록 큐레이션 기술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클립'의 경우에는 4분기 월평균 일간 재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현재 뷰수의 2배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덧붙였다. 여러 창작자가 스마트스토어 상품을 연동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어필리에이트 모델도 강화할 예정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끝으로 최 대표는 “지난 2년간 쌓아온 AI와 데이터 운영 역량, 그리고 검색·광고·커머스에서의 성과가 올해 본격적인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글로벌 업체와의 협업 가능성도 계속 열어두겠다"고 밝혔다. 또 디지털 트윈, 로보틱스, AR·VR, 자율주행 등 미래 성장 영역에도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언급하며, 향후 중동·북미 시장 등을 비롯해 네이버 기술을 확장해가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어 “데이터와 기술을 결합해 창작자·판매자·광고주 모두가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하며 AI 기술을 전사적으로 확대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네이버, 이해진 복귀 앞두고 매출 10조 돌파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인터넷 플랫폼 기업 중 처음이다. 7일 네이버는 2024년 연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1.0% 증가한 10조737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연간 영업이익은 32.9% 늘어난 1조9793억원, 조정 EBITDA는 24.9% 증가한 2조6644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도 호조를 보였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7% 증가한 2조8856억원, 영업이익은 33.7% 늘어난 542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전년 동기보다 2.8%p 개선된 18.8%를 나타냈다. 이로써 네이버는 영업이익 8분기, 조정 EBITDA 9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갔다. 4분기 사업 부문별 실적을 보면 서치플랫폼이 1조64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7% 성장했다. 이는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광고 효율 최적화에 따른 것으로, 연간으로는 9.9% 성장한 3조9462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광고효율을 높이고 외부 매체를 확대하는 등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커머스 부문은 지난해 10월 출시한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와 멤버십 제휴 효과, 커머스 광고의 효율성과 수익성 향상에 힘입어 17.4% 증가한 7751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전체 거래액은 13조2000억원을 달성했으며, 연간 매출은 14.8% 성장한 2조9230억원을 기록했다. 핀테크 부문은 스마트스토어 성장과 외부 결제액 증가에 힘입어 12.6% 늘어난 4009억원을 기록했다. 4분기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한 19조3000억원을 달성했으며, 연간 매출은 11.3% 성장한 1조5084억원을 기록했다. 콘텐츠 부문은 네이버제트 연결 제외에도 웹툰 AI 콘텐츠와 연계된 카메라 앱의 유료 구독자 확대로 0.2% 성장한 4673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은 3.7% 늘어난 1조7964억원을 달성했다. 클라우드 부문은 뉴로클라우드와 라인웍스 유료 ID 수 확대, 사우디아라비아 디지털 트윈 사업 매출 발생이 이어지며 41.1% 늘어난 1776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은 26.1% 성장한 5637억원을 달성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올해는 전 서비스에 걸쳐 On-service AI 전략을 본격 구현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AI 기술로 플랫폼을 고도화해 새로운 가치와 사업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상반기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을 통해 검색 중심의 쇼핑 경험을 개인화된 탐색 중심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네이버는 7년 전 이사회에서 물러났던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복귀를 시도한다. 오는 3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관련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 창업자는 7년전 “유럽과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하겠다"며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났고, 이듬해에는 등기이사직까지 사임했다.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결정이었지만, 업계에서는 당시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포털 규제 기조와 네이버의 독과점 논란을 의식한 전략적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이 창업자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를 직접 방문해 '총수 없는 대기업' 지정을 요청했고, 지분율까지 낮추는 등 재벌과 차별화된 지배구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이사회 의장직 사임 이후에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해왔으며, 특히 라인-야후재팬 합병, 웹툰 글로벌화 등 해외 전략과 최근 AI 개발 방향성 설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업계에서는 이해진 의장의 공식 복귀가 네이버의 AI 전략 강화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결단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영 일선에 복귀할 시, 사업 부문 중에서도 AI 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소버린 AI 구축을 위해 빅테크와의 협업을 강화하는 한편, 관련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접목하는 '온 서비스 AI' 전략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지난 6월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소버린 AI 문제를 논의하는 등 AI 사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 자리는 국가별 AI 모델 구축을 위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제공하는 엔비디아와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네이버의 시너지를 모색하고자 이뤄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카카오의 오픈AI 제휴 등 국내외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AI 개발을 주도해온 이해진 의장의 경영 복귀는 네이버의 AI 전략에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된다. 강현창·이태민 기자 khc@ekn.kr

‘딥시크 쇼크’에 머리 맞댄 민·관…“추격조 전략 가동해야”

한국이 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해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추격조'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기업들의 개발 잠재력을 발현시키기 위해선 파편화된 AI 자원과 인프라를 하나로 모으고, AI 기술을 국가전략자산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생태계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AI위원회에서 국내 AI 산업 경쟁력을 진단·점검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이 주재한 이날 회의는 최근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 열풍 속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을 진단하는 한편, 향후 대응 및 정부 지원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2030년까지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장을 확보한다는 구상을 2027년으로 앞당겼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GPU 1만5000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딥시크 R1에 준하는 저비용·고효율 모델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선 예산과 공간 확보 여력이 충분치 않고, 전력 문제도 있는 만큼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H200 기준 장당 5000만원 정도로, 목표치를 확보하기 위해선 최소 7500억원가량이 필요하다. 여기에 설치 및 전력 인프라 비용을 합치면 최소 조 단위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투자 확대가 중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은 현재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만 700조를 투자하고 있는데, 미국의 10분의 1 정도인 70조 규모라도 투자해야 한다고 본다"며 “단순 1~2조원 정도 투자해선 선진국을 따라잡기 어렵다.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터무니 없는 목표를 제시하면 책임은 누가 지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번 긴급회의에서도 'AI G3(3대 강국)' 도약을 위해선 전방위적인 정부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적잖게 나왔다. △데이터 △인프라 △인재 유치·육성 측면에서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국가적 차원의 역량을 결집하는 '추격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 예산을 다수의 기업에 나눠먹기식으로 배분하기보단 빅테크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들을 중심으로 추격조를 구성해 투자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두현 건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그동안 모든 지원책은 '많이 지원하면 그 중 스타급 기술이 탄생할 것'이란 기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젠 오픈AI나 딥시크 급으로 국가적 기술을 상승시킬 수 있는 가시적인 추격조를 만들어야 한다. 제도에 묶이지 않고 파격적으로 지원을 독려할 수 있는 특수 임무조직 같은 개념을 국가 AI 컴퓨팅센터 산하에 둔다면 AI 반도체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추격조에 선정된 기업에는 국내 데이터를 3년 정도 제한 없이 개방하고, 저작권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도 제시됐다. 고급 인재 유치·육성을 위한 지원사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3~5년 안에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는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선 AI 기술을 국가 전략으로 삼아야 한다"며 “원자력과 같이 해외 기술을 가져다 쓸 것인지, 기초부터 개발해 주권을 가져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여기에 연내 GPU 1만개를 확보하고, 5개 업체에 2000개씩 쓸 수 있게 해주면 딥시크 이상의 모델을 개발하는 회사가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오픈AI·앤트로픽 등 빅테크에 우수한 한국 인재들이 많은데 이들을 높은 가격 주고서라도 모두 데려와야 한다"며 “KAIST 등지에 훌륭한 인재들이 많은데 추격조로 선정된 기업에 GPU를 지원해 채용 연계를 하고, 해외 인재들의 연봉을 지원하는 방향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형 AI에 대한 기준 확립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오승필 KT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국내 기업이 만들고, 우리의 교과서·백과사전·기사 등을 통해 한국을 배우고 가치관을 갖고 있어야 한국형 AI인지 의문"이라며 “회사 또한 이런 부분을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써야 하는 AI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고 전했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AI를 국가전략기술에 포함하는 내용으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투자를 확대할 방안을 찾겠다"며 “장날인데 비가 온다고 우산 쓰지 않겠다. 비 피하고 우산 쓰면 장사 못한다. 우산 안 쓰고 비 맞고 달리겠다. 기업도 성공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불황 겪는 K-디스플레이 ‘차량용 OLED’로 반등 모색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프리미엄 완성차를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급성장하는 차량용 OLED 시장을 통해 업계 불황을 타개하겠다는 전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년 대비 33.9% 감소한 3조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LG디스플레이는 3년 연속 연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이들 업체의 실적 악화는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감소에 기인한다.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판매가 저조하며, 이에 따라 IT 기기에 패널을 공급하는 업체들도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업체가 주도하던 OLED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추격이 거세진 점도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스마트폰 OLED를 예로 들면 지난 2020년 70%p에 달하던 한국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5.2%p로 좁혀졌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관계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자국산 부품 회사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면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성장이 예견된 차량용 OLED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3년 4억8175만달러(약 6964억원) 수준이던 차량용 OLED 시장 규모가 오는 2027년 21억7786만달러(약 3조1481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폭스바겐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SDV 전환 가속화에 따라 차량용 OLED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SDV에서는 웹서핑,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데, OLED는 고화질과 넓은 시야각으로 이러한 기능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SDV에서는 디자인도 중요한 요소인데, OLED는 자유자재로 곡면 구현이 가능해 차량 내부 디자인의 자유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OLED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액정표시장치(LCD) 기반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중국 비중이 큰 반면 차량용 OLED의 경우 국내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매출 기준 지난해 3분기 국내 업체의 차량용 OLED 시장 합산 점유율은 74.4%다. 업계는 차량용 OLED 시장의 높은 기술 장벽으로 인해 중국 업체가 국내 업체를 추격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이미 진입한 국내 업체들이 주문을 독점하는 구조다 차량용 OLED 패널의 경우 IT용 패널 대비 가격이 5배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차량용 OLED를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보고, 고객사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진화된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고객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퀄컴의 '스냅드래곤 콕핏'을 구현한 콕핏 체험 데모 키트에 '와이드 OLED'를 공급했다. 와이드 OLED는 개인화된 AI 그래픽과 맞춤형 인포테인먼트 등 차량용 소프트웨어의 시각적 구현을 지원한다. 앞서 CES 2025에선 '리얼 블랙 HUD' 등 혁신 제품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대시보드에 내장된 OLED가 블랙 코팅된 앞유리 하단에 주행 정보를 반사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형 OLED'를 BMW '미니'에 공급하는 성과를 냈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하반기 열린 'K-디스플레이 2024'에서 선보인 '어드밴스드 씬 OLED(ATO)'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ATO는 기존 유리 기판 OLED 대비 20% 얇은 두께로 날렵한 디자인, 초고화질, 합리적인 가격대를 동시에 구현한 제품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전시회 등에서 여러 기술을 지속 선보이는 이유는 '우리의 기술력이 이 정도다'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며 “초격차 기술을 바탕으로 올해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 등 메이저 고객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폴더블폰 시장 ‘춘추전국시대’···삼성전자 ‘초격차 유지’ 안감힘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삼성전자가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화웨이·오포 등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센데다 라이벌 애플까지 참전을 준비해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져서다. 이르면 올해 '두 번 접는' 혁신 신제품을 선보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모바일 분야 이익 확보를 위해 플래그십 제품 마케팅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이후 이어진 콘퍼런스콜에서 “멀티모달 인공지능(AI)을 갤럭시S25시리즈를 출시하고 폴더블은 하반기 신제품 폼팩터 디자인 및 내구성 개선, 라인업 다변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갤럭시 S·Z 시리즈 매출 목표를 '두 자릿수 성장'으로 제시했다. 시장은 '라인업 다변화'를 언급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일찍부터 주요 IT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화면을 두 번 접는 폴더블폰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기존 Z 플립·폴드와 차별화는 위해 '갤럭시 G' 등 새로운 명칭을 고민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회사는 이미 관련 디자인 특허를 지난해 등록한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CES 2022'에서 화면을 안 쪽으로 두 번 접는 폴더블용 디스플레이를 전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폴드·플립7' 경쟁력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6 시리즈 출하가 기대 이하였던 만큼 AI 기능 적용, 카메라·운영체제 개선, 디스플레이 최적화 등을 추진할 전망이다. 갤럭시 S25와 마찬가지로 성능은 개선하면서 가격은 동결하는 전략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행보는 폴더블폰 시장 성장세가 주춤한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폴더블용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 성장률은 2023년 41.5%에서 작년 4.5%로 급감했다. 올해는 2.8% 역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13조원에서 작년 10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 확대에 총력을 쏟고 있다. 화웨이는 이미 세계 최초로 두 번 접는 '트리플 폴더블'을 출시한 상태다. 배터리 소형화와 더불어 직접 개발한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적용하는 등 생태계 확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포는 올해 1분기 내 폴더블 신제품 'Find N5'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제품 대비 얇은 두께를 구현했다는 점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울 것으로 관측된다. 비보 역시 1분기에 신제품 'X Fold 4'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샤오미는 올해 안에 플립 형태 'Mi Flip 2'를 선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모토로라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와 손잡고 '가성비' 제품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애플의 움직임도 신경쓰인다. 이르면 내년 폴더블폰을 양산할 것으로 보여 정면 승부가 예상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는 애플이 내년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내년 전세계 폴더블용 디스플레이 패널 출하량(1500만~2000만대)이 올해 대비 80% 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폴더블폰 시장은 출하 성장보다 듀얼폴딩, 대면적, 롤러블 등 기술적인 변화가 중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하림, 팬오션 주가 폭락에 ‘발목’

하림그룹이 팬오션의 주가 하락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이다. 팬오션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해 그룹의 덩치를 키워왔지만, 벌크선 시황 악화로 팬오션 주가가 하락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하림그룹은 지난 2015년 벌크선사 팬오션을 인수하며 해운업에 진출했다. 팬오션 인수는 하림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규모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활용법에 있다. 하림그룹은 과거 NS홈쇼핑 등 자회사를 통해 덩치 불리기에 나섰지만, 내실을 다지는 데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림그룹은 팬오션 지분을 담보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왔다. 하림지주가 금융권 등에 담보로 제공한 팬오션 주식 수는 지난해 3분기 기준 2억1470만640주다. 이는 전체 보유 주식의 73.39%에 해당한다. 9건의 주식담보대출 계약과 1건의 교환사채(EB) 발행 계약을 체결했으며, 이렇게 담보를 제공하고 하림지주가 모은 자금 규모는 총 5670억원이다. 주식담보대출은 팬오션 주식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빌리는 방식으로, 그룹 운영 자금 확보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주가 하락 시 담보 가치 하락이라는 위험 부담을 안게 된다. 교환사채 역시 팬오션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발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교환사채 투자자들의 예상되는 기대이익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주식 담보 대출 대부분은 현재보다 팬오션의 주가가 높을 때 발생한 것들이다. 팬오션의 주가는 지난해 최고 5000원 선을 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3000원대 초반에서 횡보 중이다. 하림지주가 팬오션 주식을 담보로 설정하고 금융권에서 끌어모은 자금에 적용된 이자율은 최저 4.68%에서 최고 5.41%다. 하림지주가 팬오션 주식을 담보로 가장 많은 자금을 빌린 곳은 한국증권금융으로, 6595만5000주를 담보로 1950억원을 조달했다. 이 대출의 이자율은 4.93%이며, 계약 기간은 2024년 10월 20일부터 2025년 10월 20일까지다. 이어 국민은행으로부터 7070만주를 담보로 총 850억원을 두차례에 걸쳐 빌렸다. 각각의 이자율은 4.70%대다. 케이비하림제일차(유)와 우리에이치알제이차(주) 외 1개사는 각각 1400만주, 1826만3681주를 담보로 300억원, 800억원을 빌려줬다. 이 외에도 산업은행은 800만주를 담보로 870억원을, 농협은행은 2200만주를 담보로 400억원을, 우리은행은 1273만8854주를 담보로 500억원을 하림지주에 각각 빌려줬다. 이들 대출의 이자율은 4% 후반에서 5% 초반대로 형성돼 있다. 뿐만 아니라 하림지주는 112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 추가적인 자금 확보에 나섰다. 교환 대상 주식 수는 1603만8951주, 교환 가액은 주당 6983원으로 설정됐다. 교환 청구 기간은 2022년 7월 22일부터 2027년 6월 8일까지다. 다른 주식담보 대출의 경우 팬오션 주가가 계속 하락할 경우 담보 가치가 하락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이 발생할 수도 있다. 최근 벌크선 시황이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팬오션의 주가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파나마 운하 통행량 개선, 세계 철강 시장 부진, LNG 생산량 증가 등 수요 측면에서 부정적인 요인이 많다. 한편 그동안 하림그룹이 자회사를 활용해 덩치를 키워왔지만, 내실을 다지는 데는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NS쇼핑이다. NS쇼핑은 홈쇼핑 산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하림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하림지주 대신 대규모 투자 주체로 나서면서 그룹의 덩치를 키우는 데 기여했다. 그 과정에서 NS쇼핑은 자회사의 실적 부진으로 인해 재무 부담이 누적됐다. 그룹 차원의 투자에 집중하느라 홈쇼핑 본업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지면서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NS쇼핑은 지난 2022년 상장폐지되기도 했다. 팬오션에 대한 모회사의 자금 조달 압박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림그룹의 재무 부담이 팬오션의 경쟁력 약화 및 재무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 활용은 얼마든지 가능한 것 아닌가"라며 “하림에 부담이더라도 팬오션은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 NS홈쇼핑 사례에서 보듯, 자회사를 활용한 무리한 확장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론보도] 관련 본 신문은 지난 2월 6일 및 7일 산업면에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하림지주 및 팬오션㈜는 “하림지주는 소유한 팬오션의 자산을 활용하여 자금을 확보한 것 뿐이며, 하림지주의 교환사채 발행은 하림지주의 재무 부담과 팬오션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우려와 무관하다. 또한, 팬오션은 NS쇼핑과 달리 해운업 관련 자회사만을 두고 있으며, 지주사나 자회사에 무리한 자금 지원을 하고 있지도 않다."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엑사원 3.5 개발에 70억 들었다…LG AI硏 “조만간 딥시크 R1급 모델 공개”

LG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엑사원 32-B' 개발에 4개월 동안 7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최신 모델 개발비용보다 낮은 비용이 들었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홍보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6일 오전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내 AI 산업 경쟁력 진단 및 점검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최초 공개했다. 딥시크 V3 모델 학습에 투입된 비용으로 알려진 600만달러(약 78억원)보다 다소 낮은 규모다. 엑사원 32-B 모델은 특화 분야에 활용할 수 있는 프론티어급 모델로, 320억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를 보유하고 있다. 멀티 스텝 추론 기능(MSR)을 중심으로 설계돼 심층 분석, 출처 선택 등 기능도 탑재됐다. 특히 작업마다 특화된 소규모의 전용 거대언어모델(LLM)만 활성화해 AI 학습 비용을 절감하는 전문가 혼합(MoE) 기법이 사용됐다. 해당 기법은 딥시크가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사용성과 장문 처리 능력, 코딩, 수학 등 다방면에서 글로벌 오픈소스 AI 모델과 견줄 만한 성능을 보였다는 평가다. 현재 그룹 전 계열사에 도입 중이며, 분야별로 적합한 양식도 지속 업데이트한다는 방침이다. 배 연구원장은 “그룹 차원을 넘어 글로벌로 공개했더라면, 우리 스스로도 엑사원의 추론 기능 등을 더 잘 알렸다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며 “글로벌 수준의 모델을 만들고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음에도 국가 차원의 홍보가 부족했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LG가 엑사원에 대한 인프라 구축에 1조원을 투자했다는 루머도 있다"며 “LLM을 하나 개발하는데 100억원이 채 들지 않는다. 전체 비용도 때론 200억원, 400억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LLM 개발 단계가 성능 향상을 넘어 '액션 단계'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LLM 개발은 지식에서 사고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고, 딥시크 사례가 '사고의 단계'를 보여준 것이란 설명이다. 이를 위해선 인프라 저변을 확대해 보다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여주기식으로 모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실제 산업 현장에서 쓸 수 있는 비용 효율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현장에선 적은 데이터만 갖고 효과적으로 모델을 개발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계속 해나가야 한다. 국가 AI 경쟁력 확보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특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AI가 전 세계 데이터를 모두 학습한 이후의 시점을 대비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추론 역량을 강화하고, 차세대 에이전트로 꼽히는 액셔너블(Actionalble) AI 개발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 연구원장은 “2028년이 되면 AI가 현재 공개돼 있는 전 세계 데이터를 학습하고, 서비스를 통해 합성데이터를 만들어내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며 “범용 인공지능(AGI)을 지금 추구하는 게 맞은지, 아니면 세부 영역을 나눠 슈퍼 인텔리전스(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인공지능)를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LG가 현재 H100 512장으로 개발 중인데 속도 측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의 H100 2048장 정도 확보된다면 연내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 기업들에 그 정도 규모의 투자를 한 후 기술을 개발하고, 의사결정을 해 나가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딥시크 R1 수준의 AI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하겠다. 그러면 그 다음 활동을 구체적으로 같이 취했으면 한다"며 “연내까지 우리나라 기업이 고성능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단 걸 증명하고 그 다음 계획들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LG의 AI 도전…단백질 구조 예측으로 신약개발 나서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이 기존 방식보다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혁신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LG가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 개발에 뛰어들었다. LG AI연구원은 5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백민경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 개발을 위한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사람 몸속에서 환경과 화학적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상태로 존재하는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단백질은 인체의 모든 활동에 관여하는 대표 생체 분자 물질로, 질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신약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전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다. 글로벌 기업들도 단백질 예측 AI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은 단일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양한 상태의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는 기술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백민경 교수는 지난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데이비드 베이커 미국 워싱턴대학교 교수와 함께 '로제타폴드' 개발에 참여한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이순영 LG AI연구원 바이오지능랩장은 “알츠하이머 같은 난치병의 비밀이 단백질 구조에 숨어 있다"며 “단백질 다중 상태 구조 예측 AI로 질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이번 연구가 미국 잭슨랩과 진행 중인 알츠하이머 인자 발굴 및 신약 개발 속도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초부터 세계적 유전체 비영리 연구기관인 잭슨랩과 알츠하이머와 암의 진단·치료용 예측 AI 기술을 공동 연구하고 있다. 구광모 ㈜LG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난치병을 치료하는 혁신 신약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미래에 도전할 것"이라며 바이오 사업 육성 의지를 밝혔다. 한편 AI는 신약 개발 효율성을 높이고 성공 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는 기술이다. AI는 질병과 관련된 생물학적 표적(질병 치료 핵심 목표)을 식별하는 단계에서 유전체·단백질체·임상 데이터 등을 분석해 질병과 관련된 가능성 있는 새로운 표적을 발굴하는 데 활용이 가능하다. 또 자연어 처리 기술로 과학 논문이나 특허, 임상 시험 결과 등 방대한 문헌 데이터를 분석해 질병 메커니즘 관련 정보를 찾아낸다. 이어 후보 물질 발굴 단계에선 AI가 수백만 개의 화합물 데이터베이스를 스크리닝해 표적에 결합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을 예측한다. 전임상 시험에선 세포·동물 모델을 이용한 효능·안전성·약물 동태 평가에도 AI가 활용된다. 임상 시험에선 환자 모집과 분류, 치료 효과 예측, 부작용 모니터링 등에 AI가 쓰인다. AI 신약 개발의 장점은 시간 단축과 비용 절감이다. AI는 데이터 분석과 예측으로 후보 물질 발굴, 전임상·임상 시험 기간을 단축하고 실험 횟수를 줄여 전체 신약 개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으로 신약 개발 성공률도 높일 수 있다. AI는 기존 방식으론 발견하기 어려웠던 새로운 표적과 약물을 발굴하고, 환자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 전략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하이닉스, 업계 최초 글로벌 자동차산업 정보 보안 인증 ‘TISAX’ 획득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업계 최초로 글로벌 자동차산업 정보 보안 인증인 'TISAX'를 획득했다고 6일 밝혔다. TISAX는 독일 자동차산업협회(VDA)가 만든 평가 기준을 기반으로 유럽자동차제조·공급협회(ENX)가 운영하는 글로벌 정보 보안 인증 체계로, 자동차산업 공급망 내 기업 간 정보 보안 표준화를 목표로 한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과 분당, 충북 청주에 위치한 국내 모든 사업장이 TISAX 인증을 받아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요구하는 보안 역량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며 “이를 계기로 인공지능(AI) 기반의 미래 자동차 기술 구현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 솔루션 개발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은 전기차 시장 확대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기술 발전에 따라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비중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맞춰 차량용 반도체는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브레이크 시스템, 엔진 제어 등 자동차 안전 시스템에 적용되고 있어, 일반 반도체보다 높은 수준의 신뢰성이 요구된다. 최근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해킹, 악성코드 공격도 증가하면서 반도체 자체의 성능은 물론, 제조 과정에서의 체계적인 보안 관리가 강조되고 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완성차 고객들이 필수 요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TISAX 인증을 전문 기관 검증을 거쳐 확보했다. 회사는 이번 인증 결과를 여러 협력사와 공유할 수 있어 중복 비용을 최소화하고, 협력사들과 장기적인 비즈니스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종환 SK하이닉스 D램 개발 담당 부사장은 “이번 인증 획득을 계기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및 주요 부품사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철저한 보안 체계를 바탕으로 고객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 차세대 자동차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韓 산업계 ‘딥시크 경계령’ 확산…정부도 ‘사용 유의’ 공문

국내 산업계에 이른바 '딥시크 경계령'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최근 임직원들에게 중국 인공지능(AI) 기업 딥시크 이용을 당분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보안이 취약해 내부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5일 산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 LG유플러스 등 기업들이 사내 공지사항을 통해 업무 목적으로 딥시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지양해 달라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이용자 기기 정보와 인터넷 프로토콜(IP), 키보드 입력 패턴 등을 전방위적으로 수집해 중국 서버에 저장함에 따라 내부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앞서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딥시크가 수집하는 정보가 광범위하게 많다"며 “사용 장비 정보는 물론 키보드 입력 패턴이나 리듬, IP 정보, 장치 ID, 쿠키까지 수집하고, 이는 중국 내에 있는 보안 서버에 저장되는 만큼 이런 것들을 미리 고려해 사용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딥시크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 해외 동향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호주·일본·대만 등 다수의 국가들은 정부 소유 기기에서 딥시크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정보 보안·윤리 등 안전성에 대해 완전한 검증이 되지 않아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의 경우 사내 가이드라인에 따라 딥시크를 업무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회사 관계자는 “챗GPT 이용이 증가하던 시점에 대화형 AI 서비스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임직원에게 안내한 바 있다"며 “이에 따라 외부 서버에 데이터가 저장되는 형태의 AI 서비스를 업무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의 경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딥시크의 보안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개인 PC 이용 시에도 딥시크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와 공공기관도 딥시크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공공기관 중에선 원자력발전공기업 한국수력원자력과 발·송전 설비 정비 공기업 한전KPS가 딥시크 사용을 제한했다. 보안이 매우 중요한 산업 특성상 데이터 유출에 취약한 상용 모델을 사용하기엔 부적절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4일 중앙부처와 전국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생성형 AI 사용 관련한 주의사항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여기엔 생성형 AI에 개인정보 및 내부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자제하고, 제공된 결과물의 신뢰성을 반드시 검토한 후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중국 딥시크 본사에 △개인정보 수집 항목 △수집 절차 △처리·보관 방법을 확인하기 위한 공식 질의서를 발송키도 했다. 다만 아직 회신을 받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의 보안 안전성에 대한 긴장이 높아짐에 따라 정부와 산업계는 긴급회의를 잇따라 열고 현안 점검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날 중소벤처기업부가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주최한 '최신 인공지능(AI) 개발 동향점검 및 활용·확산방안 회의'에서 딥시크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선 정부의 조속한 지원책 및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