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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이재명 대통령 발언과 한국식 라이시테의 시작

한국 정치의 무대에서 “정교분리"라는 단어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법 종교단체는 해산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단순한 원칙 확인 이상의 정치적 신호다. 한국 사회의 갈등 지형—특히 특정 종교 세력이 정치·행정의 영역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해온 지난 수년간의 풍경—을 고려하면, 이 발언은 프랑스의 라이시테(laïcité) 개념과 비교했을 때 더 분명한 의미를 갖는다. 프랑스식 라이시테는 흔히 “세속주의"로 번역되지만, 그 본질은 종교를 배척하는 국가가 아니라 종교를 우대하지도, 종속되지도 않는 공화국을 만드는 데 있다. 1905년 제정된 '교회와 국가 분리법'은 두 가지 원칙에서 출발한다. 하나는 양심의 자유, 즉 믿을 자유와 믿지 않을 자유를 동등하게 보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의 중립성, 즉 국가는 어떤 종교에도 급여를 지급하거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단순한 제도 설계가 아니라, 프랑스가 오랫동안 교권과 맞서 싸우며 쌓아온 역사적 축적의 결과이다. 왕정과 가톨릭의 동맹 속에서 억압되고 배제된 시민사회가, 공화국의 이름으로 종교적 권력을 정치의 바깥으로 밀어낸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라이시테는 언제나 정치적 장치이자 사회적 투쟁의 결과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이 프랑스적 맥락에 비추어 보면, 그것은 한국식 라이시테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첫 장면처럼 보인다. 한국은 헌법에 이미 “정교분리"가 명시돼 있지만, 실제로는 특정 종교가 정치 네트워크, 복지사업, 언론, 그리고 선거 과정에서 비공식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것이 공공연한 현실이었다. 정교분리는 선언되었으나 제도적 관철은 이루어지지 않은, 말하자면 비완성의 공화국이었던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언급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한국적 맥락에서 정교분리는 더 이상 추상적 원칙이 아니라, 정치·행정의 투명성, 시민의 평등권, 국가 권력의 독립성을 둘러싼 실질적 문제의 한가운데에 자리한다.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시민의 자유를 종교적 영향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 라이시테가 과거 교황권의 정치 간섭을 차단하며 공화국을 재건했던 과정과 겹쳐 보인다. 그러나 프랑스의 사례가 말해주듯, 정교분리는 법률 조항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라이시테는 1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논쟁적이다. 무슬림 여성의 히잡 착용 문제, 학교에서의 종교 상징 문제, 정체성 정치에 종교가 결합하는 극우의 전략 등, 라이시테는 계속해서 재해석되고 쟁점화된다. 국가의 중립성은 언제나 새로운 사회적 균열 앞에서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선언적 의미를 넘어, 한국 정치에 내재된 종교 권력의 비공식 네트워크를 어떻게 투명화하고 해체할 것인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던진다. 정교분리란 단지 국가가 종교를 통제하거나, 종교 활동을 공적 공간에서 제한하는 제도가 아니다. 그것은 종교로부터 자유로운 정치, 그리고 역으로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종교를 보장하는 민주주의의 기본 장치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특정 종교 세력이 정치 권력과 결합하여 형성한 비가시적 영향력, 즉 종교적 사적 권력이 민주주의의 공적 영역을 침식해온 오랜 구조다. 이 지점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공화국적 의미를 갖는다. 그는 프랑스의 1905년 법이 그랬던 것처럼, 종교와 국가 사이의 새로운 경계 설정을 요구하는 시대적 압력을 인식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한국식 라이시테가 무엇이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 그것은 프랑스의 모델을 단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적 조건 속에서 국가 권력과 종교 권력 사이의 균형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한국 사회는 종교 다원주의와 시민권의 확대 속에서 새로운 정교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프랑스의 라이시테가 12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정교분리는 완결된 제도가 아니라, 지속적 실천의 과정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그 시작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 선언이 공화국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는 이제 한국 시민사회와 정치가 어떤 실천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성일권

‘16명 사망’ 시드니 해변 총기난사…용의자는 50세 아버지·24세 아들

호주 시드니 해변 유대인 행사장에서 총기 난사로 16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된 가운데 이번 사건의 용의자 2명은 부자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경찰은 시드니 본다이 해변 총격 사건의 용의자 2명은 50세 아버지와 24세 아들로 밝혀졌으며, 현재 제3의 용의자는 찾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의 구체적인 신원과 사건을 일으킨 직접적인 범행동기가 무엇인지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용의자 중 한명의 이름은 나비드 아크람으로 알려졌다. AFP 통신에 따르면 호주 ABC 방송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 이같이 보도하고 경찰이 시드니 교외에 있는 아크람의 자택을 급습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범행 현장 근처에 주차된 차량에서 사제 폭탄을 발견해 제거 요원들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4일 오후 6시45분께 시드니 동부 본다이 해변에서 열린 유대인 행사에서 무장한 남성 2명이 총기를 난사했다. 현지 경찰은 이들 용의자 2명 중 1명을 사살했으며, 다른 1명은 중상을 입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어린이 1명을 포함, 총 16명으로 늘었다. 부상자는 40명이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번 공격을 유대인 공동체를 고의로 겨냥한 공격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호주 정부가 반유대주의를 방치했다며 맹비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날 연설에서 “반유대주의는 지도자들이 침묵할 때 퍼지는 암"이라며 “당신들(호주 정부)은 이 병이 퍼지게 놔뒀고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본 끔찍한 유대인 공격"이라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러면서 지난 8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에게 보낸 서한 내용을 다시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검토하던 호주 등 여러 나라 지도자에게 “반유대주의 불길에 기름을 붓는 일"이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엑스(X·옛 트위터)에 “역사는 앨버니지를 이스라엘을 배신하고 호주의 유대인들을 버린 허약한 정치인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호주는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프랑스·영국·포르투갈 등과 함께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같은 국제사회의 움직임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에 대한 보상이자 반유대주의를 부추기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이날 엑스에 “(이번 공격은) 지난 2년 동안 호주 거리에서 벌어진 반유대주의 난동으로 인한 결과"라며 “수많은 경고 신호를 받은 호주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적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북미 관세 도미노] 멕시코도 트럼프 흉내내기?…정부·기업 “영향 제한적” 평가 이유는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멕시코까지 자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제품에 최대 50%의 관세 폭탄을 예고하면서 우리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장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주요 품목 수출에 타격을 받을 상황은 아니지만 북미 지역에서 각종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악재라는 분석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멕시코는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국을 대상으로 '전략 품목' 수입품 관세를 인상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한국·중국 등에 현재 0∼35%대로 책정된 품목별 관세율이 최대 50%까지 높아지는 게 골자다. 멕시코 상원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본회의에서 일반수출입세법(LIGIE) 정부 개정안을 찬성 76표, 반대 5표, 기권 35표로 가결 처리했다. 정부가 주도한 법안이라 내년 1월부터 바로 시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구체적인 관세 품목과 관세율은 관보 공개 이후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부품, 철강 및 알루미늄, 플라스틱, 가전, 섬유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멕시코 정부는 앞서 지난 9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최대치 관세를 차등해 부과하는 안을 발표했다. 당시 17개 전략 분야 1463개 품목을 선정했는데 해당 품목들이 포함됐었다. 멕시코 중앙은행과 경제부 자료 등을 보면 한국은 관련 자료가 발표된 1993년 이후 내내 멕시코를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는 3분기까지 120억9800만 달러(약 17조8000억원) 가량 흑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계는 멕시코의 이같은 조치에 당장 피해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멕시코가 이번에 관세 인상안을 통과시키면서 수입 중간재에 대해서는 관세감면제도를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멕시코가 우리나라의 주요 교역국이긴 하지만 이들이 '전략품목'으로 지정할 만한 제품이 넘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자동차·가전 업체들은 멕시코를 미국 수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상태다. 삼성전자는 케레타로, 티후아나 등에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TV 등을 만들고 있다. 멕시코를 북미지역에 판매되는 가전·TV의 생산 허브로 삼고 있다. LG전자 역시 몬테레이, 레이노사, 멕시칼리 등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마련해둔 상태다. 가전, TV·디스플레이 등을 만들어 주로 미국으로 수출한다. 기아는 몬테레이에 연산 40만대 규모 공장을 건설해 운영 중이다. K3, K5 등 승용 모델을 주로 만든다. 한국 정부 역시 멕시코의 이번 조치가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멕시코는 완제품이 아니라 삼성·LG전자와 기아 등 공장에서 쓰일 중간재가 넘어가는 곳이라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안은 지난 9월 처음 발의됐을 때와 비교해 조건히 상당히 완화됐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산업통상부는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박정성 통상차관보 주재로 멕시코 관세 인상 관련 민관 합동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간담회 참석한 기업들도 정부의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줬다고 전해진다. 현장에는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LG전자, 포스코 등이 참석했다. 한국무역협회, 한국철강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 기관도 함께했다. 일각에서는 멕시코의 이같은 행보가 오히려 우리 기업들 이익 개선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멕시코가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면 현지에 생산기반을 마련한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관세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멕시코의 관세 인상안이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관련 논의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 협상하기 위한 카드 중 하나라고 해석한다. 삼성·LG전자 등은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주요 제품 라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방안 등을 조율해왔다. 다만 미국, 캐나다에 이어 북미 지역에서 계속해서 '관세 장벽'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악재다. 개별 기업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현지로 수출하는 업종들에는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와 멕시코는 2006년께부터 FTA 관련 협의를 이어왔으나 현재 동력을 상실한 채 교착 상태에 있다. 산업통상부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업계 및 현지 공관 등과 협력해 이번 관세 인상 조치에 따른 영향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전 세계서 흥행하는 ‘주토피아 2’…글로벌 영화 시장 판도 바뀌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토피아 2'가 개봉 17일 만에 전 세계 티켓 매출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돌파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흥행수입 집계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개봉한 '주토피아 2'는 이달 11일까지 전 세계 영화관에서 9억8607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북미 지역에서, 북미 외 지역에서 매출이 각각 2억3267만달러, 7억5340만달러로 집계됐다.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주토피아 2'가 12일 북미에서만 620만달러를 추가로 벌어들였다고 전했다. 여기에 북미 외 지역까지 포함하면 흥행 수입이 총 10억달러를 넘어섰다는 설명이다. 디즈니는 '주토피아 2'가 자사의 다른 애니메이션 작품 '릴로 & 스티치'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미국영화협회(MPA) 기준 10억달러 흥행작으로 기록됐다고 밝혔다. 또 MPA에 등록된 애니메이션과 모든 PG(부모의 지도 필요) 등급 영화 중 역대 최단기간에 이런 흥행 기록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2013년 이래 '겨울왕국', '겨울왕국 2', '모아나 2', '주토피아', '주토피아 2'까지 총 5편의 10억달러 흥행작을 보유하게 됐다고 회사 측은 덧붙였다. '주토피아 2'는 특히 중국에서 두드러진 흥행 기록을 쓰고 있다. 디즈니는 현재 이 영화가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중국에서 개봉한 역대 미국 영화(MPA 기준) 중 흥행 2위(약 4억4700만달러)를 기록 중이라고 전했다. 중국 박스오피스 1위는 중국 고전소설 봉신연의를 각색한 판타지 애니메이션 '나타2-마동요해'가 차지하고 있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나타2는 지난 1월 개봉 이후 22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토피아 2'의 흥행을 두고 CNBC는 미국 영화 시장의 판도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컴스코어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PG 등급 영화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다른 어떤 등급 영화보다 더 많은 수익을 거뒀다. 그전까지는 13세 미만 청소년의 시청이 권장되지 않는 'PG-13' 등급이 수십년 동안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영화관에서 자녀들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가족 영화'가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셈이다. 올해도 이 같은 추이가 이어질 전망이다. CNBC에 따르면 올해 들어 PG 등급 영화가 미국에서 거둔 수익이 27억달러로, PG-13 등급(25억달러)와 R 등급(24억달러)를 모두 웃돌고 있다. R등급 영화는 만 17세 미만 청소년이 부모나 성인 보호자 동반 없이 관람할 수 없는 영화다. 컴스코어의 폴 데가라베디안 시장 트렌드 총괄은 “PG 등급 영화의 경우 멀티플렉스 개봉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어린이"라며 “수치를 통해서도 그 영향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AI 트레이드’ 흔들리자 글로벌 증시 급락…골드만은 “이곳 주목해야”

인공지능(AI) 트레이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연말 '산타 랠리'가 여전히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펼치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지역으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0.51% 밀린 4만8458.05에 거래를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전장보다 1.07% 떨어진 6827.41,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지수는 1.69% 급락한 2만3195.17에 장을 마쳤다. 이날 뉴욕증시 하락은 AI 관련주로 지목됐던 브로드컴과 오라클이 주도했다. 브로드컴의 호크 탄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실적 발표 후 가진 설명회에서 “1분기 비(非) AI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변동이 없다"면서도 “빠르게 성장하는 AI 매출이 비 AI 매출보다 총마진이 더 작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브로드컴은 시장 상황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26회계연도 AI 매출 전망치 발표도 보류했다. 향후 6분기에 걸쳐 출하될 AI 제품의 수주 잔고는 최소 730억달러라고 전망했으나 이 또한 기대에 못 미치면서 AI 거품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재점화했다. AI 산업이 인류의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감에 오픈AI를 비롯한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막대한 규모의 자본을 들여 인프라 확장에 투자를 이어왔다. 그러나 브로드컴의 이같은 입장은 AI가 기대만큼 '돈이 되는 산업'이 아니라는 우려로 이어지면서 AI 테마에서 투매가 촉발됐다. 브로드컴은 이날 11.43% 급락하면서 시총 2조달러 문턱에서 크게 미끄러졌다. 브로드컴은 지난 10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총이 1조9500억달러까지 불어났었으나 이날 마감 기준 1조7000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오라클은 전날 10.83%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4.47% 떨어졌다. 오라클이 일부 데이터 센터의 완공을 1년 미루게 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이에 AI 및 반도체 종목 위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는 5.10% 폭락했다. AI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 주가는 3.23% 하락했다. 나벨리어 앤 어소시에이츠의 루이스 나벨리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I거품이 터지지는 않지만 꺼지고 있다"며 “오픈AI와의 합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AI 관련주들의) 추가 상승 여력이 어려울 것 같다"고 블룸버그통신에 말했다. 이렇듯 빅테크들의 밸류에이션 부담과 막대한 자본 지출 우려가 커지자 분산투자가 투자자들이 고려해야 할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골드만삭스의 마크 윌슨은 “현재 시장 환경을 감안할 때 주식 비중을 유지하기 위해선 분산투자가 감수해야 할 비용"이라며 한국, 일본, 중국과 기타 신흥시장에서 매력적인 투자 내러티브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증시에 대해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범유럽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 지수 전망과 관련해 블룸버그가 집계한 17명의 전략가 중 큰 폭의 하락을 예상한 전략가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UBS와 도이체방크를 포함한 4명의 전략가는 약 13%의 상승 가능성을 제시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올 연말에 이어 내년에도 오를 수 있다는 낙관론을 피력하고 있다. 에드워즈자산운용의 로버트 에드워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S&P500 지수가 연말까지 7000선에 도달한 뒤 2026년까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우리 고객들은 더 큰 수익을 쫓기보다 이미 얻은 수익을 잃을까 걱정하고 있다"며 “이는 과열 국면이 아니라 전형적인 '걱정의 벽' 현상"이라고 말했다. 걱정의 벽은 불안과 우려가 커질수록 오히려 증시가 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골드만스의 벤 스나이더 전략가는 이날 투자노트를 내고 S&P500 지수가 내년에 7600선에 도달할 것이란 기존 전망을 재확인했다. 모건스탠리, 도이체방크, RBC캐피털마켓 등의 전략가들도 미국 증시가 내년에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 차기 연준 의장에 “케빈 두 명 모두 훌륭”…2파전으로 압축되나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유력 후보에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2파전으로 전개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난 두 명의 케빈이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내년 5월 임기가 끝나는 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의 뒤를 이을 새 의장으로 해싯 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은 워시 전 이사가 여전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WSJ는 전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백악관에 4명으로 압축된 차기 연준 의장 후보 명단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 명단 중 2명은 워시 전 이사와 해싯 위원장이 포함됐다. 이 명단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미셸 보먼 연준 이사(은행 감독 부의장 겸임),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등도 포함해 당초 11명이었던 후보군을 좁혀 만들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백악관에서 워시 전 이사를 면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전 이사가 연준 의장이 될 경우 기준금리 인하를 지지할 것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워시 전 이사를 압박했다고 면접 내용을 아는 소식통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워시)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화한 다른 모든 사람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인터뷰에서 첫 임기 때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부 장관의 조언대로 파월을 의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난 후보들을 전부 좋아하지만 (파월을 선택할 때) 나쁜 추천을 받았기 때문에 조심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에 연준 의장을 고를 때 워시 전 이사도 면접했지만 최종적으로 파월을 선택했다. 그러나 자신의 금리 인하 요구를 따르지 않는 파월 의장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왔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의장이 기준금리 결정을 자기와 협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반적으로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일상적으로 그렇게 해왔다. 그렇게 해야 한다"며 “우리가 말하는 대로 정확히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우리는, 나는 똑똑한 목소리이며 나를 경청해야 한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에게 “나는 매우 성공적이었기에 적어도 내 역할은 (금리 결정을) 추천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연준)은 내가 말한대로 따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연준의 독립성 침해 논란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WSJ에 미 기준금리와 관련해 “1%, 혹은 이보다 낮게"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가 3.50∼3.75%임을 감안할 때 대폭적인 인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에코프로 등 이차전지 관련주 다시 시작?…“ESS가 리튬 수요 견인”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관련주들이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주가 전망 등에 관심이 쏠린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에코프로 주가는 11만1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9월말 4만7000원대였던 에코프로 주가는 10월에만 85% 폭등했고 이달에도 30% 넘게 오른 상태다. 지난 10월부터 이날까지 에코프로의 누적 상승률은 13$에 달한다. 같은 기간 에코프로비엠(55%), 엘앤에프(73%), 삼성SDI(50%), LG에너지솔루션(28%), 포스코홀딩스(16%), SK이노베이션(13%) 등 다른 이차전지 관련주들도 동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리튬 수요의 초점이 전기차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전환되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ESS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며 리튬 시장의 과잉공급 국면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소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날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아다마스 인텔리전스의 크리스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보급이 상대적으로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내년 배터리 셀 생산에서 ESS 성장세가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씨티그룹, UBS, 번스타인 등은 ESS 수요 확대가 내년 글로벌 리튬 시장을 공급 부족 국면으로 돌려세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ESS가 주목받는 시작한 배경엔 유틸리티급 배터리 구축 비용이 최근 몇 년간 크게 하락해 경제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국의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이 ESS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제 싱크탱크 엠버가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유틸리티급 배터리 구축 비용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르게 낮아졌고, 2024년 한 해에만 40%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엠버는 가격의 추가 하락 여지도 남아 있다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조사기관 블룸버그NEF(BNEF)는 올해 ESS용 배터리 비용이 전년 대비 45% 하락한 킬로와트시(kWh)당 70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ESS용 배터리 비용은 2021년 kWh당 184달러에서 2022년 191달러로 반등했지만, 이후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BNEF는 지난 10월 글로벌 ESS 시장이 2035년까지 매년 성장해 누적 용량이 2테라와트(TW)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이에 중국은 2027년까지 누적 ESS 설비용량 180기가와트(GW)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시장에서는 이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UBS는 미국에서도 ESS가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UBS에 따르면 내년 ESS 부문 리튬 수요는 55% 증가하는 반면 전기차 부문에서는 증가율이 19%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번스타인은 올해가 리튬 가격의 바닥이라며 내년과 내후년엔 리튬 시장 공급이 빠듯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리튬 생산업체들도 낙관론을 잇따라 피력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톈치리튬의 쟝 안치 회장은 ESS 수요를 근거로 내년 리튬 시장의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언급했고 간펑리튬의 허 지아얀 부사장은 “ESS 붐이 예상보다 컸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신중론도 제기된다. 컨설팅업체 CRU의 마틴 잭슨 배터리 소재 시장 총괄은 “내년에도 공급이 수요 증가를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낙관론 일부는 위험할 정도로 부풀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ESS용 배터리 제조량이 실제 설치 속도와 비교해 “엄청나게 괴리돼 있다"고 주장했다.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이올라 휴즈 리서치 총괄은 내권식(內卷式·제살깎아먹기) 출혈 경쟁을 단속하는 중국 정부를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은 배터리 산업의 과도한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 가속을 예고했다. 휴즈 총괄은 중국 정부의 단속과 배터리 셀 과잉생산이 맞물릴 경우 2026~2027년 리튬 수요 증가세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머니+] 은값 고공행진, 내년도 ‘형보다 아우’?…“금값 시세보다 크게 오른다”

국제 금값이 안전자산 수요와 중앙은행들의 꾸준한 매입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또 다른 귀금속인 은 가격이 금보다 더 큰 폭으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내년 2월물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2.09% 오른 온스당 431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금값은 올 한 해에만 63% 가량 급등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전날 기준금리를 3.50~3.7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연준은 또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한 차례씩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시장에서는 내년에만 두 차례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은 이자 수익이 없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낮아질 수록 금의 투자매력도가 커진다. 여기에 연준이 12일부터 약 40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매입하는 점도 금값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설명했다. 연준의 국채 매입은 장기 금리의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금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귀금속 매체 킷코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금 가격이 온스당 49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기존 전망을 최근 재확인했다. 골드만삭스는 “여러 투자자들이 금 비중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골드만삭스의 댄 스트류벤 원유 리서치 총괄은 지난달 26일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과 연준 금리 인하가 내년에도 금값 상승을 이끄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면서 금 가격이 내년말까지 4900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앞으로 14% 가량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웰스파고 역시 금 시세가 내년에 4500~4700달러 범위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글로벌 금융사 ING의 이와 맨티 원자재 전략가는 최근 발표한 '2026년 금값 전망' 보고서에서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지속, 고조된 지정학적 위험, ETF 보유량 증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을 지목하면서 “금 강세장이 더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2026년에는 금 평균 가격이 온스당 4325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렇듯 금값 강세 전망이 잇따르고 있지만 또 다른 안전자산이자 산업용 성격을 지니고 있는 은 가격 상승세가 더욱 눈에 띈다. 이날 내년 3월물 은 선물 가격은 온스당 64.59달러로 마감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은값은 지난 9일 사상 처음으로 60달러선을 돌파한 뒤 고점을 연이어 높이고 잇다. 이날 종가 기준 은값은 올 들어 120% 급등하며 금보다 두 배 높은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미 경제매체 CNBC는 “공급 부족, 안전자산 수요 증가, 산업용 금속으로서의 중요성 등이 맞물리면서 올해 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은 전자 스위치, 태양광 패널, 스마트폰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핵심 소재로 사용되며, AI(인공지능) 붐을 뒷받침하는 하드웨어 및 인프라의 필수 원자재로 꼽힌다. 은 협회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은의 우수한 전기·열 전도성은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기술 혁신에 점점 더 필수적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CNBC에 따르면 영국 귀금속 유통사 솔로몬 글로벌의 폴 윌리엄스 이사, BNP 파리바의 필리프 지셀스 수석 전략 책임자 등은 내년 은값이 온스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이날 종가 대비 55% 높은 수준이다. 윌리엄스 이사는 “은 가격이 지난 한 달 동안 25% 가량 오르면서 현재 60달러선을 넘어섰고, 이러한 상승세는 매우 견고히 유지되고 있다"며 “향후 단기 조정이 오더라도 구조적 공급 부족을 고려하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년 은값 전망은 매우 밝다"고 강조했다. 금값 대비 은값의 비율을 나타내는 '금은비'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CNBC에 따르면 현재 금은비는 약 68 수준으로 2021년 이후 최저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금 1온스를 은 68온스로 교환할 수 있다는 뜻으로, 금은비가 높을 수록 은값이 금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됐음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 AJ벨의 러스 몰드 투자 총괄은 “여전히 은은 금에 비해 저렴해 보인다"며 “1971년 이후 금은비 평균은 약 66 수준이었고, 과거 은 강세장이 나타났을 때 금은비는 40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26 월드컵 입장권 가격에 “역대급 배신”…얼마나 올랐기에

2026 국제추구연망(FIFA) 북중미 월드컵 입장권 가격이 직전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비해 크게 오르자 축구 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독일축구협회가 공개한 내년 월드컵 조별리그 입장권은 180∼700달러(약 26만∼103만원)로 나타났다. 결승전의 경우 가격이 4185달러(약 616만원)에서 시작해 최고 8680달러(약 1280만원)에 달한다. 카타르 월드컵 당시 69∼1607달러와 비교하면 최대 5배 넘게 오른 수준이다. FIFA는 지난 9월 조별리그 입장권 가격이 60달러부터 시작하고, 결승전 입장권은 최고 6730달러라고 제시한 바 있다. 다만 이번 대회부터 '유동 가격제'를 적용해 실제 가격은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결승전 입장권은 일부 재판매 사이트에서 1만10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에 유럽축구서포터즈(FSE)는 “티켓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며 “이는 월드컵 전통에 대한 역대급 배신으로, 월드컵이라는 볼거리에 기여하는 팬들의 역할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FSE는 특히 7년 전 미국이 월드컵 유치 당시 최저 21달러의 입장권을 약속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티켓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테라·루나 폭락’ 권도형 징역 15년 선고…“희대의 사기”

지난 2022년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법원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뉴욕 남부연방법원의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11일(현지시간) 열린 선고 공판에서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씨의 형량을 이같이 결정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이번 사건 피해금액이 400억 달러(약 59조원)에 달하는 점을 지적하며 “규모면에서 보기 드문 희대의 사기 사건"이라며 “미 연방 기소 사건 가운데 권씨 사건보다 피해 규모가 큰 사건은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권씨는 지난 8월 사기 공모 및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미 검찰은 '플리 바겐'(유죄인정 조건의 형량 경감 또는 조정)에 따라 권씨에게 최대 12년 형을 구형했다. 권씨 변호인은 한국에도 추가 형사 기소에 직면한 점, 범행 동기가 권씨의 탐욕이 아닌 테라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를 띄우려는 욕망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해 형량이 5년을 넘지 말아야 한다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엥겔마이어 판사는 “매우 불합리하다"며 더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 그는 검찰이 구형량에 상한선을 씌운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지적하며 미 연방법원의 양형기준에 견줘볼 때 15년형도 적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또 “첫 번째 법원이 두 번째 법원의 결정을 추측해 결정할 수는 없다"며 경감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권씨가 작년 12월 31일 미국으로 신병이 인도된 뒤 구금된 기간과 몬테네그로에서 송환을 기다리며 보낸 17개월의 구금 기간은 이미 형기를 채운 것으로 인정했다. 플리 바겐 합의에 따라 권씨가 선고 형량의 절반을 복역하고 플리 바겐 조건을 준수할 경우 이후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을 신청하더라도 미 법무부는 이를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권씨는 선고 형량의 절반을 복역한 후 한국으로 송환을 요청할 전망이다. 국제수감자이송이 승인될 경우 권씨는 남은 형기를 한국에서 보낼 수 있게 된다. 권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된 상태여서 한국 송환 시 미국 재판과는 별개로 한국 법정에 설 전망이다. 권씨는 이날 법정 최후진술에서 “피해자들의 모든 이야기는 참혹했고 내가 초래한 큰 손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줬다"며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에 대해 다른 누구도 탓하지 않는다"라며 “피해자들의 고통과 나를 향한 비난은 모두 내 잘못이고 내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테라·루나 폭락 사태는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인 테라와 이를 뒷받침하는 용도로 발행된 가상자산 루나의 가격이 2022년 5월부터 폭락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사건이다.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발행하면서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해왔다. 미 검찰 조사 결과 2021년 5월 테라 가치가 기준치인 1달러 밑으로 떨어지자 권씨는 테라 프로토콜을 통해 가치가 자동으로 회복됐다고 말했으나, 실제로는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투자회사가 테라를 몰래 사들이도록 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2022년 5월 다시 테라와 루나 가격은 폭락했고 이는 권씨의 말을 믿고 두 화폐를 사들인 투자자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갔다. 사태 직후 해외로 도피한 권 대표는 11개월 만인 이날 몬테네그로에서 위조여권에 꼬리를 잡히며 체포됐다. 권씨는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후 미국이 아닌 한국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적 쟁송을 벌이다가 결국 미국으로 송환됐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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