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종영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요리 계급전쟁'이 신드롬에 가까운 큰 인기를 끌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쿡방(요리 소재 예능방송)'의 부활 조짐에 식품 및 외식기업들도 반사이익을 챙기기에 분주하다. 쿡방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가 높아지자 기업들이 신규 IP(지적재산권) 브랜드 공개, 소셜미디어(SNS) 마케팅, 단종 제품의 재출시를 서두르며 '쿡방 밀물'에 맞춰 '사업 노젓기'에 나선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프레시지는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최현석 셰프를 명예고문으로 위촉한 데 이어, 최 셰프와 IP 유통 계약을 체결해 신규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쵸이닷 : 직원 식(食)당'을 출시했다. 당초 프레시지는 2021년부터 최 셰프와 협업을 이어왔다. 이미 방송 출연 전부터 최 셰프와 협업한 IP 제품은 월 평균 판매량만 40만개 이상 기록할 만큼 인기 제품으로 꼽힌다. 대표 상품인 '한돈한우 함박 스테이크'의 경우 지난 1~8월 50억 원 이상 판매될 정도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당사에서도 최 셰프의 흑백요리사 출연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던 상황"이라며 “특히, 흑백요리사에서 최 셰프가 상위권까지 생존하며 화제를 모으면서 더욱 수혜 기대감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농심도 라면 대표제품 '너구리'로 흑백요리사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흑수저 셰프 가운데 '요리하는 또라이'로 출연한 윤남노 셰프가 농심 너구리로 만든 팟타이를 선보이면서 해당 제품 관심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심이 제공한 소셜 빅데이터 분석 전문기업 '뉴엔AI' 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심 너구리와 관련해 소셜 서비스(SNS) 키워드 검색량은 이달 1~7일 5534건으로 흑백요리사 편의점 편이 공개되기 전인 직전주(9월 24~30일) 2701건 대비 105% 가량 늘었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 달 말 농심은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흑백조리사'라는 패러디 게시물을 올린 바 있다. 이달 23일에는 직접 만든 너구리 팟타이 조리법을 공유하는 등 제품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취향껏 새롭게 만들어 먹는 모디슈머 라면 대표 제품인 너구리가 흑백요리사를 통해 해외 소비자에게 강하게 인식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면서 “다만, 너구리를 활용한 셰프와의 협업, 관련 제품 출시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흑백요리사 인기에 단종됐던 제품도 다시 돌아왔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연세우유 마롱 생크림빵'이 주인공으로, 올해 초 녹화된 흑백요리사 편의점편 방영분에서 당시 판매하던 해당 제품이 흑수저팀 나폴리맛피아(권성준 셰프)가 만든 디저트 '밤 티라미수' 재료로 활용돼 큰 관심을 끈 덕분이다. 이 제품은 연세유업과 협업해 만드는 연세우유크림빵 시리즈 중 하나로, 지난해 10월 추동시즌 동안 한정판매용으로 출시된 제품이었다. 다만, 최근 재출시를 결정하면서 CU는 자체 앱(APP) 포켓CU를 통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해당 제품의 사전 예약을 받았다. 당초 마니아 시청층 위주였던 쿡방은 2010년대 '마스터셰프 코리아'·'한식대첩'·'냉장고를 부탁해' 등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등장과 함께 시장 트렌드로 부상했다. 그러나, 이후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식상하다는 비판이 뒤따르며 열기가 빠르게 식어가는 추세였는데, 이번에 흑백요리사 인기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븐(even, 고르게)하게", “나야 들기름" 등 방송 속 셰프들의 멘트들이 일종의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으로 번질 만큼 화제성이 높아지면서 내년 공개 목표로 '흑백요리사 시즌2' 제작도 확정됐다. 쿡방 열풍 대열에 합류해 지난 2019년까지 종영한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그램도 5년 만에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쿡방 출연 셰프들의 대중 인지도가 높아져 팬덤까지 형성되는 등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부가적으로 스타 셰프가 고안한 조리법이나 관련 제품에도 관심이 급증하면서 매출 확대에도 긍정적 효과"라고 설명했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