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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자원협력으로 남북관계 풀어 보자

이재명 정부 출범으로 냉각기를 유지해 온 남북 소통의 길이 조금씩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매번 반복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 천명이나 통일 의지 다짐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한국을 상대하기보다 미국과 직거래 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남북 관계 정상화는 누가 먼저가 아니라 실질적인 먹고 사는 일, 상호 경제적 이익이 수반되는 일부터 시작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최근 KOTRA의 “2024년 북한 대외 무역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수출은 전년대비 10.9% 증가한 9억 6044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수입은 4.4% 감소한 23억 3567만 달러로 무역적자는 19억 7523만 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은 가발 등 솜털 가공 제품이며 2023년 3위였던 광물이 40.7% 증가해 2위로 올라섰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김정일 집권 기간(1994~2011년) 3.86%였던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김정은 집권(2012년) 이후 2023년까지 0.84%로 급격히 하락했다. 북한이 계속해서 자력갱생만을 고집할지 특단의 변화를 택할지는 모른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남북 개선을 위해 새로운 전략을 가져야 한다. 남북 관계는 커다란 목표 설정보다 우선 상호 불신을 푸는 것이 중요하다. 한반도 이외 국제사회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 등 통상을 넘어 소리없는 전쟁 수준까지 치닫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남북 관계를 갈등으로만 대처하지 말고 조심스럽게 협력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일관적·포괄적 해결보다 단계적·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 작은 협력을 관계 복원의 마중물로 생각해보는 것이다. 이는 단순 교역 또는 물물교환의 차원을 넘어 남북 양측의 필요 하에 서로 이익을 줄 수 있다는 유무상통의 원리와 함께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상생과 협력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경험했듯 광물자원 협력부터 다시 재기해 보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 제재 품목에 속하지 않는 텅스텐·몰리브덴 등의 광물 반입부터 시작해 차츰 신뢰가 축적되면 남북 광물개발 협력도 해볼 수 있다. 남과 북은 지난 김대중 정부 때 북한 황해도 연안군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을 시작해 노무현 정부 때 생산에 들어가 남한으로 세 차례에 걸쳐 약 1,000톤의 흑연을 반입한 사례가 있다. 그 후 이명박 정부 때 두 차례 개성공단 북측 안가에서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북한민족경제협력연합회 산하 명지총회사 간 실무자 만남을 통해 정촌 흑연광산 재가동과 중단된 남북간 자원개발 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북측은 북한산 희토류 샘플 4개를 제공하기도 했으나 그 해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으로 합의 이행은 성사되지 못했다. 남북 간 경제 협력이 잘 진행되었던 때는 2006년부터다.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 협력에 관한 합의서"이며 이에 따라 남한은 북한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를 제공하고 대가로 함경도 단천의 마그네사이트, 아연 광물조사와 개발권, 그리고 약간의 아연을 받았다. 그리고 광물공사와 명지총회사 간 합작사업인 정촌 흑연광산 개발 사업이 진행되었던 것이다. 북한 내 주요 광물이 남북 경제 발전에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준다는 점은 이미 확인 되었다. 북한에는 철광석·구리·마그네사이트 뿐만 아니라 반도체·이차전지 등 첨단산업에 필요한 니켈·코발트·흑연과 희토류·텅스텐 등 각종 핵심광물이 매장되어 있다. 특히 마그네사이트·텅스텐·몰리브덴·흑연 등의 매장량은 세계 10위권 안에 들어갈 정도다. 미국 콜로라도 광업대 페인연구소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최대의 희토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고 추정했다. 또한 인하대학교 북한자원개발연구센터에 따르면 북한의 주요 광물 중 남한 내수의 절반만 북한에서 조달하면 가용 연한은 최소 25년 이상이며, 연간 수백억 달러 이상의 수입 대체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관계가 어떻게 전개되더라도 북한 내 자원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남북의 의견이 다르지 않다. 따라서 정부의 남북 관계를 푸는 방법 중 하나로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각론을 마련해 접근해 보는 것이 좋다. 남북 관계를 너무 큰 틀에서 접근하지 말고 시대 변화에 맞게 정치적 시각보다는 경제면에서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보면 답이 나올 수 있다. 강천구

공정위, 美 하원에 “온플법, 美 기업 차별 없을 것” 회신

미국 하원의 온라인 플랫폼법 관련 美 기업 차별 유려에 우리 정부가 동등 대우 원칙을 공식 통보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온라인 플랫폼법안에 대한 미국 하원 우려 서한에 대해 “국내외 및 외국 기업간 차별없이 동일한 법과 원칙과 기준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 하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짐 조던(공화) 위원장 명의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의 경쟁정책 현황과 온플법 법안 상세 내용, 미국 기업에 대한 영향 등과 관련해 설명(briefing)을 요청했다. 답변 시한은 이날 오전 10시(미국 동부시간)였다. 미 하원은 서한에서 한국의 법안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게 외국인 기업들을 노골적으로 차별대우하고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또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테무 같은 중국의 주요 디지털 대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미국 기업들을 과도하게 겨냥해 중국공산당의 이익을 진전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공정위는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국내외 기업간 차별은 없을 것"이라는 회신문을 발송했다. 공정위는 서한에서 미 하원 측에 “현행법 집행은 물론 향후 입법 논의에 있어서도 국내외 및 외국 기업 간 차별없이 동일한 법적 원칙과 기준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플랫폼법은 국회의 추가 논의가 필요한 바,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의견을 지속 수렴하는 등 한미간 협조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이슈&인사이트]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의 숨겨진 원인

일본의 잃어버린 기간을 20년, 30년, 40년으로 다양하게 말한다. '잃어버린 20년'은 10년 전 2015년에 제기되었다. 1995년 GDP 5조 달러가 2015년까지 20년간 동일했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30년'은 10년 후인 2025년에 제기되었다. 그때까지 30년간 GDP가 5조 달러에 머물렀다. 또한, 닛케이 지수도 1989년 고점을 회복하는 데 34년이 걸렸다. '잃어버린 40년'은 '잃어버린 30년'에 '버블 10년(1985년~1995년)'이 더해진 수치다. '잃어버린 40년'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일본 엔화 가치를 65.7% 절상한 플라자 합의를 맺은 1985년에서 시작한다. 1987년에 루브르 합의를 통해서 일본 금리를 5.0%에서 2%로 낮춘다. 촛불이 꺼지기 전에 밝게 타오르듯 일본경제는 낮은 금리로 1985년에서 1991년에 걸쳐 부동산, 주식, 명품, 문화재 등 국내외 사회 전반에 걸쳐 거품이 전개된다. 일본의 닛케이 지수는 1985년 11,992에서 1989년 38,915포인트로 3.5배 상승한다. 부동산도 같은 기간 3.5배, 골프장은 4배 폭증한다. 도쿄를 팔면 미국 전체를 산다는 말이 유행했다. 1989년 세계 시총 20위 기업에 14개의 일본 기업이 포함되었다. 젊은이들은 고급 차 폭주족, 명품 플렉스, 레저 열풍이 불고 세계 명품의 70%를 일본이 소비했다. 하와이의 와이키키 해변 리조트의 60%를 사들이고, 록펠러 센터, 페블비치 골프장 등 미국 부동산을 투매했다. 이러한 일본경제는 1989년 재할인율 인상으로 금융 긴축이 시작되어 1,500조 엔 규모의 자산이 공중분해 되면서 붕괴했다. 일본경제 붕괴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의해서 이미 예고되었다. 1981년 서독 바덴바덴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서울시가 나고야시를 꺾고 1988년 올림픽 최종 개최지로 결정된 순간이다. 당시 일본의 GDP($1조 860억)는 한국의 17배였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시발로 GDP 격차는 1990년 11배, 2000년 9배, 2010년 5배로 급감했다. 드디어 2024년 한국의 1인당 GDP($36,132)가 일본의 1인당 GDP($32,859)를 추월했다. 일본의 전체 상품 수출액이 한국과 비슷하다. 일본 관광객들이 한국 쌀을 사려고 공항에서 줄을 선다.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2025년 세계 최강국가 순위에서 한국은 6위, 일본은 8위다. 2024년 미국의 군사력 평가기관이 내놓은 '2024 글로벌파이어파워'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5위, 일본은 7위다. 2024년 OECD 국제 디지털정부 평가에서 한국은 1위, 일본은 5위다. 폭삭 망한 일본의 자화상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의 주요인으로 1995년의 고베 대지진, 2011년의 도호쿠 대지진 등 천재지변과 외생변수, 특히 미국의 환율 조작과 금리 인하 등을 든다. 그러나 이들만으로는 1970-80년대, 세계 최고 품질 경쟁력의 일본경제 폭망 원인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 실마리를 일본 뿌리 산업의 원조라고 할 오타쿠 공단에서 찾는다. 7·80년 대에 이곳은 일본 장인정신 '모노즈쿠리'의 산실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만개의 공장은 2005년 5천 개로 급감했다. 뿌리 산업의 붕괴는 2009년 도요타사의 천만 대 리콜로 연계된다. '하류사회'라는 책을 펴낸 미우라 아츠시는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의 경우 잘살아 보겠다는 목표 의식이 없다"라고 했다. 유학을 가지 않고 이공계를 기피한다.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오마에 겐이치도 “요즘 일본인은 생각하려 하지 않고, 작은 행복에 만족하려는 소시민적 성향이 짙다"라고 진단한다. 매뉴얼 사회가 편하고 그래서 악명높은 플로피 디스크 사회가 전개된다. 성년 젊은이의 60%가 캥거루족이다. 여성 칼럼니스트 후카사와마키는 일본 남자를 2006년 초식 동물 의미의 초식남으로 명명한다.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율이 급감하는데 국민은 이민이나 입양아를 수용할 포용력이 없다. 인구가 줄고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된다. 생산 인력은 급감한다. 이것은 투기와 거품으로 노동 가치가 무너진 거품경제의 후유증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이 남 일이 아니다. 한국 경제가 거품경제의 초입은 아닌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숙고할 일이다. 윤덕균

내년 최저임금 ‘1만320원’ 확정…올해보다 290원↑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 1만30원보다 290원(2.9%) 오른 1만320원으로 확정됐다. 고용노동부는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최저임금안을 확정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1%대였던 올해(1.7%)나 2021년(1.5%)보다는 높다. 그러나 역대 정부 첫 해 인상률 중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김대중 정부(2.7%) 이후 두 번째로 낮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215만6880원(월 209시간 기준)으로 업종 구분 없이 모든 사업장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앞서 근로자·사용자·공익 위원 각 9명으로 이뤄진 최저임금위원회는 총 12차례 전원회의를 거쳐 지난달 10일 표결을 통해 이같은 최저임금안을 의결한 후 고용부에 제출했다. 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은 지난 2008년 이후 17년 만에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합의로 결정됐는데,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로는 8번째다. 고용부는 최저임금안 고시 후 지난달 18일부터 28일까지 이의 제기 기간을 운영했고 노사 단체의 이의 제기가 없어 그대로 확정됐다. 공익위원 개입에 반발해 마지막 회의에서 퇴장했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별도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7월 물가 2.1%↑…가공식품·수산물 등 먹거리 고공 행진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2.1% 올라 두 달째 2%대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공식품과 수산물, 외식, 폭염·폭우 영향으로 과일·채소 등 농산물 가격 등이 강세를 보였다. 5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 물가 지수는 116.52로 1년 전보다 2.1% 올랐다.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은 올해 1월부터 2%대를 기록하다가 지난 5월 1.9%로 떨어졌으나 6월부터는2%대를 유지하고 있다. 가공식품 물가는 출고가 인상 영향 등으로 4.1% 올랐다. 전달(4.6%)보다 축소됐지만 4%대의 높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0.35%포인트(p)를 끌어올렸다. 고등어(12.6%) 등 수산물도 전달(7.4%)과 비슷한 7.3% 올라 상승 폭이 컸다. 김 수출 수요 증가 등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농산물 물가는 0.1% 내렸지만, 전달(-1.8%)보다 하락 폭이 줄었다. 폭염·폭우 등 이상 기후로 전달과 비교해 과일·채소류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농산물 중 과실 물가도 1년 전 대비 하락률이 3.8%로 전달(-7.4%)보다 크게 축소됐다. 수박이 20.7% 뛰는 등 일부 과실 물가가 오른 크게 영향이다. 전달과 비교하면 시금치(78.4%), 배추(25.0%), 상추(30.0%) 등 채소류 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시금치는 1년 전에 비해서도 13.6% 뛰었다. 지난달 21일 신청이 시작된 소비쿠폰 영향이 물가에 반영되는 흐름도 감지된다. 국산쇠고기 물가는 4.9% 뛰며 전달(3.3%)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외식 소고기 물가도 1.6% 오르며 전달(1.2%)보다 강세를 보였다. 다만 최근 도축이 줄면서 소고기·돼지고기 가격이 상승세였고 외식 물가도 오르는 추세인 만큼 소비쿠폰 영향을 정확하게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정부 분석이다. 월세와 전세 물가는 1년 전보다 각각 1.1%, 0.5% 올랐다. 전달과 비교하면 각각 0.1%씩 높아졌다. 6·27 대출 규제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줄면서 전셋값에 다소 영향을 준 것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석유류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으로 1.0% 하락했다. 6월 상승(0.3%) 후 한 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공공서비스 물가는 1.4% 오르면서 전달(1.2%)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수도권 지하철 요금이 오른 영향이 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0% 오르며 전달(2.0%)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달과 같은 2.5%를 기록했다. 김종환 기자 axkjh@ekn.kr

[이슈&인사이트] 현명한 AI 주권 수호 방법론

새 정부 출범 후 정부 차원의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당시 공약이었던 인공지능 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을 하나씩 구체화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과학기술이 갖는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예산 삭감을 일삼았던 지난 정부에 비한다면 훨씬 진일보한 정책 방향이라고 보인다. 특히 인공지능 기술이 각 산업과 사회 각 영역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될 분기점으로 보이는 현시점에 빠른 대응이 필요하기도 하다. 최근 인공지능 업계에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사업에 이목이 집중됐다. 널리 알려진 오픈AI의 챗GPT와 같은 해외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에 의존해서는 국가의 안보를 담보하기 어렵고, 향후 격화될 글로벌 경쟁에서 대한민국의 독자적인 생존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소버린 AI 사업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만이 아니라 모델이 학습할 데이터, 학습을 지원할 데이터센터 등 관련 설비까지 독자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에 투자를 해왔던 많은 기업과 연구단체가 정부의 정책에 호응해 사업에 참여 신청을 한 것은 고무적이다. 정부 사업을 통해 자신들의 성과를 외부에 알리고, 인공지능 산업 전반적에 투자 및 개발이 활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조적으로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해외 빅테크 기업의 파운데이션 모델에 의존해 왔던 국내 인공지능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안보 위협을 억제할 수도 있을 것이다. 파운데이션 모델 학습의 핵심인 GPU를 독점 공급해 인공지능 산업의 총아가 된 엔비디아의 젠슨 황 대표도 파리 엑스포와 두바이 세계정부정상회의에서 소버린 AI를 외치며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국가의 소유권을 강조했다. 물론 엔비디아 입장에선 세계 각국의 독자적인 인공지능 모델 개발로 엔비디아의 매출이 늘어날 것이란 속내도 있겠지만, 그 방향성 자체는 옳다고 보인다. 특히 공공 부문의 소버린 AI 도입은 여러 가지 필요성이 있다. 먼저 현재 폐쇄망을 통해 관리되고 있는 국가 안보 관련 데이터를 다루면서 해외 서버와 클라우드를 이용할 경우 외부에 정보가 유출될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 또한, 해외 인공지능 모델에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과정에서도 데이터 이전이 필요한데 이러한 과정의 신뢰성을 완전히 확보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으로 자체 서버와 네트워크를 구축해도 모델 업데이트 등 지속적인 유지·보수 과정에서 보안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고유한 문화와 사회 인식을 반영한 독자 인공지능 모델 보유가 주는 사회적 안정감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공지능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면서 기존에 오픈소스로 모델을 공개하던 해외 빅테크 기업도 위험성이 증대되었다는 등 이유로 공개를 제한하려 한다. 이런 오픈소스 모델을 기반으로 했던 중소 개발사는 생존의 문제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향후 더욱 빈번해질 이런 상황에 대비해 정부에서 독자적 모델을 개발해 지원한다면 중소 개발사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험이 생기는 것이고, 이런 정책을 배경으로 해외 빅테크 기업의 정책에 흔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소버린 AI의 장점도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라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술개발은 민간보다는 절차나 목표 달성의 효율성을 고려하다 보니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소버린 AI 개발을 추진하면서 과거 '적정 기술'이라는 불리던 개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해외 빅테크 기업이나 국내 인공지능 모델 개발사들의 모델과 대등한 수준의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면 목표 달성이 요원해질 수 있다. 욕심을 버리고 공공 부문의 수요와 필요에 맞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해 정부와 경쟁할지 모른다는 민간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더불어 민간 부문에서는 국내외 다양한 인공지능 모델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부가 개발하는 독자 인공지능 모델이 국제 경쟁력을 갖게 된다면 자연히 시장의 선택을 받게 될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음에도 독자 모델에 특혜를 준다면 국내 인공지능 산업이 왜곡되어 세계 시장에서 고립될 수 있다. 관세 폭탄으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멈춰 세웠던 것이 바로 미국 채권 시장이었음을 고려하면 시장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균형 잡힌 정책을 통해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성과를 거두길 기대해 본다. 양희철

[모래주머니 차는 재계①] 투자자 실망시킨 세제개편…기업도 ‘사기 저하’

“법인세 인상이 무조건 잘못됐다는 게 아닙니다. 세금 1% 포인트 올린다고 망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문제는 각종 입법과 규제로 '기업 옥죄기'를 하는 와중에 법인세까지 건드린다는 점입니다. 전세계 주요국들이 보조금을 밀어주고 세금을 깎으며 '자국기업 밀어주기' 정책을 펼치는 시점에 말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의 발언이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와 증권거래세 인상 등으로 개인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세법개정안에 기업들도 한숨을 쉬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축소, 가업승계 요건 강화 등 경영 또는 승계에 부담을 주는 요인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국회 국민동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세제개편안 반대 청원에는 4일 오후 3시30분 기준 12만5000여명이 동의한 상태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세법개정안 관련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법인세 인상이다. 현행 법인세는 4개 과표구간에 따라 9~24%가 적용된다. 정부는 4개 구간 세율을 모두 1% 포인트씩 올리기로 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개편안이 통과되면 내년 사업소득부터 해당 법인세가 적용된다. 경제계는 즉각 반발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성장 중심 경제정책 의지에도 불구하고 금번 세제개편안에 법인세율 인상 등 기업의 부담을 늘리는 방안이 포함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경협은 “우리 경제는 성장잠재력 둔화, 통상 환경 악화와 내수 침체 장기화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현 상황에서 법인세율 인상은 위기 극복의 주체인 기업들의 경영 부담을 가중시켜 글로벌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입장문을 내고 “(법인세 인상은) 미국 등 주요국들이 법인세를 낮춰 자국 기업의 조세경쟁력을 높이고 외국 기업의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과 대비돼 우리 기업의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밝혔다. 실제 우리나라 법인세율이 세계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다. 현재 지방세를 포함한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26.4%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3.9%다.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높은 곳은 콜롬비아(35%), 포르투갈(31.5%). 호주(30%) 등이다. 산업 측면에서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는 곳들은 아니다. 여기에 우리나라 법인세는 사실상 단일 과표 체계인 외국과 달리 4단계로 나뉘어져 복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수익 상위 기업의 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부는 법인세 인상을 '부자감세 정상화 수순'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 1% 포인트 낮춘 세금을 다시 되돌린다는 것이다. 세수 자체가 2022년 약 100조원에서 지난해 60조원 수준으로 급감한 것도 세율 인상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증세를 위해서는 3대 세목(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 중 법인세부터 수술대에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의견도 있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는 조세저항이 워낙 큰데다 사회적 타협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법인세 인상 결정을 두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세금을 무조건 깎는 게 좋고, 세수가 필요한 정부는 증세를 원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대신 이같은 결정의 '시기'와 '방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는 크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이 '관세 장벽'을 쌓고 우리 기업들에게 '입장료'를 내라고 억지를 부리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중동 등에서는 포화 소리가 계속되며 '수출 한국'의 몸을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 싸구려 제품만 파는 줄 알았던 중국 제조 기업들은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산업에서 무섭게 역량을 쌓으며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30년간 흑자를 냈던 대중국 무역수지가 2023년 적자로 돌아선 것도 현지 기업들의 역량이 크게 개선된 것과 무관치 않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중국 탓에 우리 먹거리가 사라진 게 한두개가 아니다. 태양광, 석유화학을 넘어 이제는 자동차·반도체까지 넘보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기업에 세금을 쏟아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우리 정부는 세금을 더 걷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법인세 인상 결정 방식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세수 증가가 필요하다면서 각종 비과세·면세 등 정비가 필요한 부분들은 손조차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수 확충을 위해서는 '세제 정비'와 '세율 인상'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한쪽에만 기댄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현재 특정 목적을 위해 한시적으로 지원되는 비과세·감면 등 조세지출은 법정한도를 넘기며 매년 늘고 있다. 2019년 49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71조4000억원으로 불었다. 근로소득이 있지만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도 2023년 기준 33%에 달한다. 조세정책에 대한 예측가능성을 낮춘다는 점은 기업 경영 불확실성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로 꼽힌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자신들 입맛에 맞게 세율을 조정하며 '정상화'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정부도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완화할 당시 이를 '과세 정상화'라고 홍보했다.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재계 주장 역시 이 지점과 맥을 같이한다. 정부의 '정치적 행보' 눈치를 보면 제대로 된 투자나 고용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계는 그간 법인세율이 오르면 기업의 경영 환경이 악화돼 오히려 세수가 추가 감소하는 악순환 고리가 생길 수 있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법인세 인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대기업 세금을 늘려 아무 생각 없이 조세지출을 늘리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며 “기업이 망하면 나라도 망하는 시대"라고 일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이슈&인사이트]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혁신인가 금융 붕괴의 뇌관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고, 글로벌 자산 발행자들이 제도화된 디지털 화폐 시장으로 진입하는 가운데, 한국도 제도 공백을 해소하고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효과와 부작용, 정책적 조건을 둘러싸고는 여전히 엇갈린 평가가 존재한다. 우선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주장은 설득력을 가진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자산 기반 결제, 무역, 자본시장 활동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특히 글로벌 결제 인프라에서 원화의 사용성이 낮아질 경우, 역외 결제 및 자산거래에서 위안화나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종속될 가능성이 커진다. 원화가 이런 흐름에서 소외되지 않고 우리나라의 통화주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분명 필요하다. 더 나아가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결제 수단이 아니라, 디지털 담보 대출, 탈중앙화 거래, 자동화된 환매 구조 등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촉진하는 기반 기술로 작동할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원화 기반 디지털자산 시장을 선제적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한국은 디지털 자본시장에서 뒤쳐질 수 있으며, AI의 경우에서와 같이 선점하지 못할 경우 순식간에 변방으로 자리잡게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가장 현실적인 우려는 민간에서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을 대체하는 경우다. 은행예금은 대출과 예금을 반복하며 시장 내에서 신용을 창출한다. 최근 GENIUS법, Clarity법, Anti-CBDC감독법의 세 법을 통과시킨 미국과 달리 원화는 국제통화나 기축통화가 아니다. 다시 말해 달러 스테이블 코인은 해외자금의 달러수요를 흡수함으로써,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에 비해 미국내의 예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해외자금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흘러들어감에 따라 미국 외 국가들의 시중 유동성을 흡수해버릴 가능성이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는 해외자금의 수요가 제한적이다. 즉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의 유동성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자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몰리면 이는 준비자산인 국채나 현금성 자산으로 묶이게 되며 시중에서 유통가능한 유동성을 창출하지 못한다.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민간은 은행이 아닌 이상, 여수신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채권 발행을 위한 자금 조달은 쉬워지지만, 기업과 가계가 필요로 하는 민간 신용이 위축되는 전형적인 구축효과(crowding out)로 이어질 수 있다. 구조적인 측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한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미국처럼 자본시장과 비은행금융이 발달해 있는 구조라면 예금 이탈이 금융시장 전체에 미치는 파장을 일부 완충해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은행 예금 기반을 침식하여 실물경제에 유입되는 신용 총량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중소기업이나 신용등급이 낮은 가계부터 자금 부족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통화정책의 유효성도 문제다. 앞서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량 관리와 금융중개 기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한은의 지적과 같이 시중에 풀린 원화의 상당 부분이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는 디지털 민간 채널로 빠져나가게 되면, 은행시스템을 경유하는 통화정책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역 또한 줄어든게 된다. 이는 거시경제정책의 양대산맥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중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을 야기하는 것이다. 법제도적 과제도 만만치 않다. 스테이블코인을 자산연동형 디지털 자산으로 볼 것인지, 전자화폐나 결제수단으로 정의할 것인지에 따라 적용되는 법 체계는 달라진다. 특금법, 전자금융법, 자본시장법, 외국환거래법 등 현행 법률 간의 정합성 확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전 정비해야할 선결과제다. 특히 해외 송금, 디파이(탈중앙화금융)와의 연계를 고려할 때, 외환규제와의 충돌은 제도 설계 초기부터 해결해야 할 핵심 쟁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제도적 위험과 부작용을 이유로 도입을 유예하거나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선도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접근이다.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과 파급력을 인정하되, 그 확산이 통화정책이나 금융안정을 훼손하지 않도록 제도적, 기술적, 행정적 방어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테이블코인의 준비자산을 전액 국채로 고정하지 않고 일정 부분을 은행 예금이나 지급준비금 형태로 유지하게 하거나, 발행 총량을 중앙은행이 직접 규제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 또한 발행 기관에 대해 엄격한 라이선스 요건과 회계공시 기준을 적용하고, 실시간 준비금 검증 시스템을 기술적으로 의무화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은 단지 하나의 새로운 자산이나 결제시스템이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경제 시대에 요구되는 새로운 화폐 형태이다. 또한 거래방식과 금융인프라, 자산 유통 메커니즘을 전환시킬 수 있는 촉매제이며 혁신임에는 틀림없다. 제도적 혼란이나 정책 충돌의 가능성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성을 선점하고 질서를 만들어가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금융시대의 정책이 갖춰야 할 태도라고 본다. 김수현

아시아나 121억 제재·검찰 고발…합병 조건 어기고 운임 인상

대한항공 자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정부가 정한 운임 인상 한도를 어겨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121억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받고 검찰에 고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승인을 조건으로 부과했던 시정조치 가운데 하나인 '좌석 평균운임 인상 한도 초과 금지'를 아시아나항공이 위반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아시아나가 기업결합으로 인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요금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로, 2019년 운임 수준에 물가상승률만큼을 반영한 인상 한도를 초과할 수 없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이행 점검 결과, 아시아나는 △인천–바르셀로나(비즈니스석) △인천–프랑크푸르트(비즈니스석) △인천–로마(비즈니스·일반석) △광주–제주(일반석) 등 총 4개 노선에서 이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초과율은 최소 1.3%에서 최대 28.2%에 달했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아시아나에 이행강제금 121억 원을 부과하고,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시정조치 위반 제재는 이번이 세 번째로, 앞서 2003년 코오롱(1억6000만원), 2017년 현대HCN경북방송(13억2000만원)이 같은 사안으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례는 금액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020년 11월 인수 계획이 발표된 이후, 2024년 12월 미국·EU 등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을 거쳐 기업결합을 최종 완료했다. 이후 아시아나는 대한항공이 지분 63.88%를 보유한 자회사로 편입됐다. 2024년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총액은 약 13조4000억원, 매출은 약 8조3000억원이다. 공정위는 두 항공사의 결합이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총 34개 노선(국제 26개, 국내 8개)에 대해 운수권 이양(구조적 조치)과 운임·서비스 제한(행태적 조치) 등 시정조치를 함께 부과한 바 있다. 이번 제재는 10년간 이어질 감시체계(2024년 말~2034년 말) 중 첫 점검에서 적발된 첫 위반 사례다. 공정위는 “첫 이행 시점부터 핵심 조건을 위반한 것은 시정조치의 실효성을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정기 점검을 통해 유사 사례 재발을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legance44@ekn.kr

[단독] 청년도약계좌 가입 ‘반토막’…“생색내려 예산만 늘려”

정부가 청년의 목돈 마련을 돕겠다며 만든 '청년도약계좌'가 성과없이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가입 실적이 저조한데다 중도해지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는 최근 금융위원회의 '2024회계연도 결산'을 분석해 청년도약계좌 사업의 예산 편성과 집행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청년도약계좌는 2023년 7월 출시된 정책형 금융상품으로, 총급여 7500만 원 이하(종합소득 6300만 원 이하) 청년이 매달 자유 납입하면 정부가 소득에 따라 기여금을 더해주는 방식이다. 이 상품은 5년간 납입 시 최대 5000만 원의 자산을 형성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약 306만 명이 청년도약계좌에 가입할 것으로 보고 기여금 예산 3440억원을 배정했다. 그러나 실제 가입자가 절반에도 못 미치는 51만 명에 그쳐 무려 3008억1600만원이 이월됐다. 금융위는 다음해에도 250만 명이 유지·가입할 것으로 보고 기여금 예산 3590억4300만원을 편성했다. 전년도 이월분과 합쳐 총 기여금 예산은 6038억원이나 됐다. 하지만 1년뒤인 2024년에도 총 가입 유지 인원은 133만 8000명, 실제 집행액은 2843억2900만원에 머물렀다. 이는 전년도 이월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유보금은 전년도보다 186억 원 증가한 3194억8000만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중도 해지까지 늘어나고 있다. 2024년 말 기준, 전체 누적 가입자 157만2000명 중 23만4000명이 해지해 중도해지율이 14.7%에 달했다. 이는 전년 대비 6.5%포인트(p) 증가한 수치다. 2025년 4월에는 15.3%까지 상승했다. 중도해지 증가의 배경에는 청년층의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생활비 부담 확대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도약계좌 해지 사유를 분석한 '2024 청년금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해지자의 39%는 '실업이나 소득감소'를, 33.3%는 '긴급 자금 필요'를 이유로 꼽았다. 조사에 참여한 청년 중 절반은 '생활비 상승'을 현재의 가장 큰 재정적 어려움으로 지목했다. 금융위원회와 서민금융진흥원은 이에 따라 중도 해지율 증가를 막기 위해 긴급한 자금 수요가 생기더라도 계좌를 해지하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부분인출서비스' 도입을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부분인출서비스는 2025년 중 시행되며, 가입 후 2년이 지나야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이로 인해 제도 시행 초기인 2023년 7월에 가입한 일부 청년들만 해당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적용 대상이 제한적이다. 가입 3년 이상 청년에 대해서는 부분인출 시 정부기여금 일부도 함께 지급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 경우 납입금에 비례해 기여금을 지원하는 기존 청년도약계좌의 취지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정처는 “기여금 유보금이 충분한 상황에서 실집행 가능성에 대한 점검 없이 전액 출연을 교부한 것은 합리적인 예산 운용으로 보기 어렵다"며 “향후 출연금은 실제 집행 가능한 규모만큼만 교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달 30일 비상경제점검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성과가 낮고 관행적으로 지출되는 예산에 대해 과감히 구조조정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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