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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위 국감, 13일 시작…롯데카드·업비트 ‘태풍의 눈’

추석 연휴가 지나고 2025년 국정감사의 막이 오른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롯데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고, 네이버의 두나무 자회사 편입,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가계부채, 홈플러스 사태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 12일 국회에 따르면 이번 정무위 국감은 오는 13일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감사를 필두로 한국산업은행·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 등을 거쳐 27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을 비롯한 금융 종합감사, 28일 국가보훈부 등 비금융 종합감사로 마무리된다.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감원장은 첫번째 국정감사 무대에 선다. 이들은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소비자보호와 가계부채 관리를 비롯한 정책기조를 국회와 국민에게 설명할 전망이다. 그간 정무위 국감의 주축을 이뤘던 5대 금융지주와 은행장은 증인 명단에서 빠졌다. 협의를 통해 증인 명단을 늘릴 수 있으나, IMS모빌리티 투자 건에 연루된 금융지주·증권사·기업이 명단에서 빠진 만큼 정치적 갈등의 소지가 적은 이슈에 감사가 집중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따라서 이번 국감의 최대 이슈는 총 297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 해킹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금융보안원의 권고에도 보안패치를 비롯한 조치가 실시되지 않았던 만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향한 날선 비판이 예상된다. 불출석 전례가 있는 김 회장의 출석 여부도 관심사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2022년 14.2%였던 롯데카드 IT 예산 중 정보보호 예산 비중이 올해 9.0%로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전업 카드사 8곳 중 가장 빠르게 낮아진 수치다. 예산 규모도 지난해 122억4500만원에서 올해 96억5600만원으로 감액됐다. 8월까지 집행된 금액은 50.3% 수준이다. 금융당국 역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모양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보안원이 웹로직 해킹 취약점을 처음 공지한 2018년 이후에는 취약점 공지를 하지 않다가 지난해 갑자기 2차례나 경고한 것도 의문"이라며 이와 관련해 국감에서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여러가지 사안에 대한 질의를 받을 후보다. 정무위는 오경석 두나무 대표를 20일 금융위 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했다. 두나무 대표가 국감에 나타나는 것은 3년 만이다. 올해는 북한 라자루스를 비롯한 국제 해커 조직 연루 등이 화두에 오를 전망이다. 카드사 뿐 아니라 국내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분석이 더해져 공세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나무는 △자금세탁방지 의무 위반 △졸속 상장 △기업결합 현황 및 영향 △금융정보분석원(FIU) 제재와 영업 일부 정지 관련 행정소송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MBK는 롯데카드 뿐 아니라 홈플러스의 대주주로서도 이번 국감과 얽혀있다. 대규모 폐점과 구조조정을 비롯한 굵직한 이슈가 걸린 만큼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와 조주연 공동대표가 경영실태에 대한 질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금감원 감사에서는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김윤석 신협중앙회장,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들에게는 건전성 지표·내부통제·부동산 PF연대보증을 비롯한 질문이 기다리고 있다. 새마을금고가 2022년부터 올 8월까지 전국에서 32곳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6조600억원이 넘는 여·수신액이 이관됐다. 문제는 부실 때문에 합병한 곳이 28곳(87.5%)이었고, 16곳은 자본잠식 상태라는 것이다. 자본잠식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0% 이하인 경우를 뜻한다. 신협은 올 상반기 3379억원의 순손실을 냈고, 연체율은 8.36%로 집계됐다. 부동산 PF 부실의 여파가 경영지표 하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한편, 정무위는 김범석 쿠팡 의장(소상공인 수수료), 양혁승 장기소액연체자지원재단 이사장(빚 탕감 정책), 최태원 SK그룹 회장(계열사 부당지원 의혹) 등도 증인으로 채택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자영업 빚 1070조 돌파…저소득층 연체율 12년 만에 최고

정치적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이 겹친 2분기, 자영업자들의 빚 부담이 한층 커졌다. 금융권 대출이 석 달 새 2조원 늘며 사상 처음 1070조원을 넘어섰다. 특히 소득이 낮은 영세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한국은행이 12일 국회 양부남(더불어민주당)•박성훈(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금융권 대출 잔액은 106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1분기 말(1067조6000억원)보다 2조원 늘어난 수치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2년 이후 최대 규모다. 이번 집계는 한은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서 약 100만 명의 대출자를 표본으로 삼아, 개인사업자대출을 보유한 이들을 자영업자로 분류하고 이들의 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합산한 결과다. 대출을 종류별로 보면 사업자대출이 723조3000억원, 가계대출이 346조3000억원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융기관 세 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의 대출 잔액은 2분기 말 750조5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2조8000억원 감소했다. 하지만 대출자 수가 175만7000명에서 173만8000명으로 줄면서 1인당 평균 대출액은 네 분기 연속 4억300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한은은 이처럼 여러 금융기관에 빚을 진 자영업자는 사실상 추가 대출이 어려운 한계 상태로 보고 있다. 전체 자영업자의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2분기 말 기준 19조원으로, 1분기(20조1000억원)보다 1조1000억원 줄었다. 연체율도 1.88%에서 1.78%로 소폭 하락했다. 그러나 소득 하위 30%의 자영업자만 놓고 보면 상황이 정반대다. 이들의 대출 잔액은 141조3000억원으로 석 달 새 3조8000억원 늘었다. 중소득(30~70%)층과 고소득(상위 30%)층이 각각 1조2000억원, 7000억원씩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저소득층의 연체율은 1분기 1.92%에서 2.07%로 상승하며 2013년 3분기(2.84%) 이후 11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들의 대출 증가는 은행보다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은행권 대출 잔액은 81조20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늘었고, 상호금융권 대출은 48조8000억원으로 2조5000억원 증가했다. 두 부문 모두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서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취약차주 부실이 확대되고 있다며 경고했다. 특히 연체 진입률과 지속률이 동반 상승하는 등 부실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스테이블코인 거래 급속 냉각…하루 거래대금 2000억대로 ‘뚝’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일평균 거래대금이 2000억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거래 위축세가 뚜렷해졌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국내 스테이블코인 일평균 거래대금은 2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통계는 한국은행이 주요 가상자산거래소 5곳(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고팍스)의 달러화 스테이블코인(USDT·USDC·USDS) 거래내역을 기반으로 산출한 것이다. 국내 스테이블코인 거래대금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2023년 7월 1741억원이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10월 3041억원, 11월 6381억원으로 불어났고 12월에는 1조22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식었다. 1월 9238억원, 2월 8794억원 수준이던 거래대금은 3~5월 평균 3000억원대로 줄었고 6월에는 20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이 같은 흐름이 가상자산 시장 전반의 둔화 영향으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줄어든 결과라고 분석했다. 국내 전체 가상자산 일평균 거래대금도 같은 기간 급감했다. 올해 6월 3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의 17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80% 이상 줄었다. 보유 규모 역시 감소세다. 국내 투자자들의 가상자산 보유액은 6월 말 기준 89조2000억원으로 연초 최고치(121조8000억원)에서 약 30조원 이상 줄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거래 특성상 전체 흐름을 완벽히 포착하기는 어렵다.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상에서 익명으로 거래되며 탈중앙화 거래소(DEX)나 개인 간(P2P) 거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이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을 활용해 국가·지역별 스테이블코인 거래 흐름을 추정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IMF의 마르코 로이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월 보고서에서 지난해 기준 지역별 거래 규모를 추정했으며, 북미(4450억달러)가 가장 많고, 아시아·태평양(4260억달러), 유럽(3340억달러), 아프리카·중동(2000억달러),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1560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수출입은행, ‘한계기업’ 여신 4조 육박…고정이하여신 1.2조 돌파

한국수출입은행이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에 빌려준 돈이 4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실 위험이 큰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1조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기준 수출입은행의 한계기업 대상 여신 잔액은 3조9026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계기업'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재무 상태가 악화된 기업을 의미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경우가 해당된다. 수출입은행이 여신을 보유한 한계기업은 총 141곳으로 이 중 대기업이 15곳, 중견기업이 73곳, 중소기업이 53곳이었다. 대기업에 대한 여신 잔액이 2조4455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중견기업이 1조2853억원, 중소기업이 1718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구조조정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도 적지 않다. 8월 말 기준 수출입은행 거래 기업 가운데 87곳이 구조조정 중이며 이 중 자율협약이 2곳, 워크아웃이 6곳, 법정 회생절차가 23곳, 파산이 6곳으로 파악됐다. 건전성 지표 역시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했다. 수출입은행의 고정이하여신 잔액은 1조2213억원으로 전체 여신 대비 0.89% 수준이다. 부실 채권 발생 규모는 2021년 1조1909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2년 2776억원, 2023년 6668억원, 2024년 2223억원으로 등락을 반복했다. 올해 들어서는 8월 말 기준 114억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연체율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연체 잔액은 2021년 말 1조759억원에서 2022년 말 6846억원, 2023년 말 3365억원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말 3592억원으로 늘었고, 올해 8월 말에는 4659억원으로 상승했다. 연체율 역시 2021년 1.39%에서 2023년과 2024년 각각 0.40%까지 하락했으나, 올해 들어 0.53%로 반등했다. 박 의원은 과도한 한계기업 여신과 연체율 상승을 잠재 부실 확대의 경고 신호로 진단하며, 수출입은행이 보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농협은행 금융사고액 5년여간 800억원···최근 급증 추세”

농협은행에서 최근 5년간 금융사고 피해액에 8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금융사고 적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액은 총 802억2102만원으로 집계됐다. 횡령 157억583만원, 업무상 배임 213억4254만원, 외부인에 의한 사기 430억2829만원, 내부 직원에 의한 사기 9235만원 등이었다. 연도별 금융사고액은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0년 1억5316만원(6건), 2021년 67억5666만원(4건), 2022년 0원(1건, 사적금전대차), 2023년 3억9404만원(6건) 이었으나 지난해 453억7512만원(19건)으로 폭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8월까지 275억4204만원(8건) 어치 사건이 발생했다. 부적정한 여신심사 등으로 부실채권이 발생한 게 지난해부터 '외부인에 의한 사기'가 늘어난 배경으로 분석된다. 허위 임대차계약서 확인 소홀로 인한 부동산 사기대출, 이중매매계약서에 의한 사기대출 취급 등 문제도 있었다. 김 의원은 “외부인에 의한 사기 사고가 많다는 것은 농협은행의 허술한 심사와 부실한 내부통제가 금융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반복되는 대형 금융사고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통제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점검체계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가난할수록 비싼 대출” 지적에…연 15% 서민대출 손질 불가피

서민을 돕겠다며 도입된 정책서민금융이 높은 연체율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상품의 부실률이 30%를 넘어서면서 정부가 금리 구조 조정 등 제도 손질에 나섰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11.7%에서 올해 8월 35.7%로 급등했다. 제도 시행 2년 반 만에 연체율이 세 배 이상 치솟은 셈이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은 신용점수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 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층이 대상이다. 기존에 연체 이력이 있거나 소득 증빙이 어려운 경우에도 최대 100만 원까지 즉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는 연 15.9%로 시작하지만, 1년간 성실 상환하고 금융교육을 이수하면 최저 9.4%까지 낮아진다. 같은 기간 서민금융 상품 전반의 부실 위험도 커졌다. 최저신용자 대상 정책상품인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은 21.3%에서 25.8%로 상승했고, 신용점수 하위 10% 이하 차주를 위한 '최저신용자 특례보증' 역시 14.5%에서 26.7%로 뛰었다. 이들 상품 역시 최초 금리는 15.9% 수준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높은 금리가 연체율 상승의 직접적 요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금리가 높게 책정되는 구조적 한계 때문이지만, 정부 지원 상품마저 민간 고금리 대출과 큰 차별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어려운 사람일수록 대출 이자가 더 비싸다는 것은 잔인한 일"이라고 언급하며 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금융당국은 연 15.9% 수준인 일부 서민대출 상품의 최초 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불법사금융예방대출이 처음 도입될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금리를 '햇살론 유스' 수준인 연 3.5%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금리를 과도하게 인하할 경우 다른 서민금융상품과의 형평성 문제와 시장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근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정책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강일 의원은 연체율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재정 소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무리한 지원보다는 상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합리적인 금리 설계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서민금융 재원을 통합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서민금융안정기금' 설치도 추진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준현 의원은 지난달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기존처럼 사업별로 나뉘어 있던 재원을 하나로 묶어,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배분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송재석 기자 mediasong@ekn.kr

국채 대신 산업 투자...‘생산적 금융’ 보험사 새 활로 될까

국내 보험시장 포화와 그에 따른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에게 새로운 수익모델이 더해진다. 인공지능(AI)·반도체·2차전지·바이오·재생에너지·사회간접자본(SOC)·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역량 강화를 위한 '실탄'을 확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맞물리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제1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서 금융사들의 자본규제 합리화로 '생산적 금융' 진출 확대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계 관계자들도 참석해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 도입 이후 중복되거나 경직된 규제가 적극적 자산운용을 저해해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검사·감독 및 면책과 핵심성과지표(KPI) 개선 등 금융사의 과도한 리스크 회피 방지를 추구하면서도 요구자본(향후 발생가능한 손실액) 항목 개편에 나선 까닭이다. 비상장 주식의 경우 49%의 위험계수가 적용되고 있지만, 정책프로그램을 통해 지분을 투자하는 경우 위험액을 경감한다는 계획이다. 펀드 투자의 경우 약관상 실제 레버리지 비율이 적용되는 방향으로 위험계수 산출 기준·대상을 변경한다. 특히 정부 인프라 펀드 투자시 자산·부채 현금 흐름이 유사하다면 자산 스프레드를 부채 평가 할인율에 가산하는 솔루션이 화두다. 보험사로서는 부채 감소로 인한 킥스 비율 상승 및 자산부채관리(ALM) 역량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생산적 금융 투자에 대한 자본부담을 덜게되면 국채 등 안전성은 높지만 수익성은 낮은 자산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보험사들은 그간 자본건전성 확보를 위해 투자자산의 대부분을 국채로 채웠다. 순매수한 채권 15조2166억원 중 국채가 12조2867억원(80.7%) 수준이다.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에 달한다. 그러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채의 수익성이 악영향을 받고 있다. 보험사들의 운용수익률이 3% 수준으로 형성된 것도 높은 국채 비중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보험연구원은 장기투자물이 다양하지 않은 국내 자산시장 특성상 보험사의 장기국채 투자 쏠림 현상이 나타났으나, 오히려 부채 가치를 늘리고 자본을 압박하는 딜레마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부채 시가평가 할인율의 기준이 되는 국채 수익률곡선이 평탄해졌다는 이유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물경제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고, 보험사에게도 수익성 있는 국내 장기자산이 될 수 있는 생산적 금융은 금융과 산업 모두 '윈윈'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산적 금융에서 성과를 거두면 대체투자·부동산 등 리스크가 높은 자산을 줄여 포트폴리오 개선도 이뤄질 수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생명·손해보험사 38곳의 가중부실자산은 2조1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급증했다. 이는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자산으로, 전체 자산의 0.19%가 가중부실자산으로 분류됐다. 수익성 반등을 위한 몸부림이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부동산·항공기를 비롯한 대체투자 자산을 대규모 보유했던 롯데손해보험(0.84%)과 '홈플러스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메리츠화재(0.55%), 부동산 노출이 큰 흥국화재(0.68%)·하나생명(0.66%) 등의 비율이 높았다. 대형 생보사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향후에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등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투자손익 개선이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빠른 규제 개선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정책펀드가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지 못하면 부채 평가 할인이 이뤄지지 못하고, 결국 킥스 부담을 떨쳐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가평가 환경에서 보험산업은 수익성 있는 장기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만기가 없고 환매가 불가능한 지분형 펀드는 만기가 있는 부채에 대응할 ALM 장기투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보험사가 킥스 자본경감을 통해 생산적 금융에 참여하는 수익성 있는 장기투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핀테크도 ‘생산적 금융’ 영향권…부담엔 고심 규제엔 울상

핀테크 업계도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금융'의 부담으로부터 완전히 제외돼있지 않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선 핀테크 역시 보다 전폭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를 통해 성장에 집중해야 하는 업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은 부동산이나 가계 대출에 치우친 금융 지원을 혁신·첨단산업 기업 및 중소기업으로 전환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사용하는 움직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집권 후 금융권에 대해 줄곧 '이자 놀이'와 같은 전통적인 영업 관행을 비판하는 한편 기업이나 미래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을 강하게 요구해오고 있다. 기술력 있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금융권 내 각 단체와 간담회를 이어가며 기업 대출 중심 생산적 금융 전환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금융정책은 산업 육성보다 감독·규제 관점에서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도 추진 중이다. 이후 금융권은 기술 신용대출 잔액을 확대하고 기업에 대한 투자 여력을 늘리고 있다. 우리금융, KB금융 등 금융그룹에서는 관련 부서를 신설하거나 협의회를 출범시켜 투자 전략을 수립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 안에서 핀테크 업계 역시 생산적 금융 정책에 따른 역할이 부각되며 관련 활동을 늘려가는 추세다. 주로 대출 등 금융 서비스분야 혁신을 이루는 방식으로 금융의 생산적 전환에 기여 중이다. 중소형 핀테크사 어니스트AI의 경우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각종 정보를 AI를 통해 찾아내는 솔루션 '렌딩인텔리전스'를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기존 신용평가 모델이 탐지하지 못하는 정보를 탐지해 금융기관의 대출 리스크를 줄이고 더 많은 사람에게 대출 등 금융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돕겠단 취지다. 이는 실사용 사례로도 이어져 제주은행의 소상공인 대출, 직장인 신용대출, 신용카드 발급 등 주요 비대면 금융서비스에서 해당 서비스 적용에 들어갔다. 또 다른 AI 대출 플랫폼 '어니스트펀드'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 라이선스를 활용해 저축은행이 맡긴 대출 자산을 플랫폼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독자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 기존 금융권에서 소외된 중저신용자와 신파일러(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에게 대출을 제공한다. 다른 핀테크사인 페이워크는 AI로 미수금 자동 추적·정산을 지원해 개인사업자의 재무관리를 돕는 역할에 나서기도 했다. 역으로 생산적 금융 흐름에 따른 수혜 기대감도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핀테크에서도 일부 벤처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기대다. 정부가 은행과 보험사의 자본규제 합리화도 추진하고 있어 벤처 및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 핀테크가 연계하는 여신 비즈니스 환경이 일부 개선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다만 생산적 금융에 기여하거나 재무적 지원을 받기에 앞서 먼저 업계의 실질적 성장부터 이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첨단산업에 묶여 생산적 금융의 물살을 타고 있지만 일부가 받게 되는 금융적 지원보다 더 고차원적이고 전폭적인 지원과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목소리는 주로 중소형사 핀테크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이 산업 혁신을 목표로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금융혁신서비스) 제도가 대형사 위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혁신금융지정 요건에 혁신성을 비롯한 소비자 보호, 리스크 관리, 자금확보 능력 등 다양한 부분이 포함된 것을 볼 때 자본과 인력이 부족하면 샌드박스 통과 자체가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샌드박스로 지정된 업체들 중 중소 핀테크 서비스 비중은 5%에 불과했다. 샌드박스로 지정된 중소 핀테크 비중은 2023년부터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기존 금융권과 협업하며 생산적 금융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확장하는 동시에 관련 규제 환경 변화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정책에 협력자로 나서야하는 한편 규제 개편 요구와 AI·빅데이터 기반 혁신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AI와 빅데이터 기술을 주로 활용하는 핀테크들이 소상공인 등 경제 주체에 실질적인 금융 혜택을 넓힐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하는 동시에 지원이나 규제 완화를 요구해야 하는 입장이기에 여러모로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총상금 1600만원”...긴 연휴, 보이스피싱 공모전 준비해볼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권과 공동으로 이달 31일까지 전 국민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대국민 공모전을 진행한다. 금융당국은 올해 7월 '보이스피싱 근절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진행한 데 이어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하고, 정책에 반영하고자 이번 공모전을 마련했다. 개인 자격으로 전국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공모 부문은 정책과 홍보 부문에서 진행한다. 정책 부문에서는 그간 국민이 현행 보이스피싱 제도와 관련해 불편함을 느꼈거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사항 등에 대해 다양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안받는다.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이상거래 탐지시스템(FDS) 활용 등 보이스피싱 의심거래 탐지기법 등을 제안하는 것도 가능하다. 심사기준은 피해예방 기대효과(30%), 실현 가능성(30%), 창의성 및 혁신성(20%), 금융소비자 만족도(20%) 등이다. 홍보 부문에서는 국민의 관점에서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참신한 홍보영상(숏츠)을 모집한다. 보이스피싱 실제 추법 및 대처요령을 효과적으로 안내하거나 경험담, 피해수기 등 사기범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담은 영상을 제출하면 된다. 적정성(40%), 전달력 및 파급효과(30%), 창의성 및 혁신성(30%)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한다. 공모전 심사는 11월 한 달간 진행한다.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총 10명의 수상자를 선정한다. 수상자 중 대상 2명에게는 표창(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상) 및 상금 300만원, 우수상(2명)은 표창(은행연합회장상) 및 상금 200만원, 장려상(6명)은 상금 100만원을 수여한다. 금융당국은 정책 부문 수상작의 경우 실제 정책에 반영되도록 검토하고, 홍보부문 수상작은 금융권 공동 홍보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융사 영업점 내 모니터나 스마트기기, 유튜브 채널 등에 활용한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을 위해 지난달 24일 경기도청, 한국인터넷진흥원, 경기남부경찰청, 경기북부경찰청 등 8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금감원은 경찰청과 함께 최신 범죄 수법과 피해 사례 등을 경기도청에 제공하고, 경기도청은 도민들에게 피해예방 주의보를 신속하게 전파한다. 금감원은 경기도의 피해예방 교육 등을 실시할 전문인력을 양성하고자 전문 강사를 지원한다. 신한금융 등 금융권에서는 피해예방 교육에 참가한 도민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안심보험 가입을 지원한다. 나유라 기자 ys106@ekn.kr

“돈 아낀 대가 컸다”…카드사 5년간 144건 ‘사이버 피습’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신용카드사들의 정보보호 역량력이 도마에 올랐다.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객 보호를 위한 노력이 희석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8월까지 신용카드사들이 보고한 전산장애사고는 총 144건이다. 기업별로 보면 우리카드가 39건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카드(34건) △KB국민·삼성카드(16건) △신한카드(14건) △롯데카드(13건) △현대카드(12건)가 뒤를 이었다. 이 중 침해사고는 하나카드가 2건, 신한카드와 롯데카드는 각각 한 건이다. 신한카드의 경우 2021년 발생한 침해사고로 회원 73명이 1억7739만원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롯데카드도 이번 사고로 생긴 피해와 2차피해 전액을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정치권과 소비자들은 고객 정보보호가 실적 향상이라는 목표에 밀려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카드사들의 정보기술예산 총액이 1조219억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회원수 증가폭(1.9%)의 3분의 1 수준이었던 셈이다. 하나카드(841억원)와 우리카드(960억원)는 각각 10.8%·9.1% 줄었고, 삼성카드(1685억원)도 6.5% 감소한 탓이다. BC카드는 10년째 회원수가 가장 많지만 IT예산은 775억원으로 가장 적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가운데 정보보호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정도라는 점이다. 지속적인 사이버 공격에 대응할 수 있었냐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징벌적 과징금 도입을 논의하고, 사이버 공격 대응을 위한 '개입'을 시사한 것도 이같은 흐름과 무관치 않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앞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보안투자를 불필요한 비용이나 부차적 업무로 여기는 안이한 자세가 금융권에 있지 않았는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시점"이라며 “금융권에 지난 10년 간 큰 사고가 없어서 금융회사에 보안 예산이나 인력·조직을 갖추는 것을 자율적으로 유도했는데 소홀했던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발언한 바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까지 6년간 카드사 8곳의 IT 예산(5조5888억6400만원) 중 정보보호 예산이 5562억2900만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카드는 올해 비중이 13.8%로 2020년 대비 4.4%포인트(p) 하락했으나, 여전히 다른 기업들을 상회했다. KB국민카드도 10.3%에서 14.9%로 끌어올렸다. 양사에서 침해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던 원동력으로 볼 수 있다. 하나카드는 10.3%에서 10.7%, 현대카드는 8.1%에서 10.2%로 높였다. 반면 신한카드의 경우 9.2%에서 8.5%, 삼성카드는 11.4%에서 8.4%, BC카드는 11.7%에서 10.4%로 줄었다. 전반적으로 비중이 컸던 기업들은 줄이고 적었던 기업들은 높였다. 특히 롯데카드는 2020년 14.2%로 높았으나, 올해는 9.0%로 5.2%p 줄었다. 강 의원은 카드사 8곳의 정보보호 예산 집행률이 82.5%에 머물렀다는 점을 지적했다. 올해는 8월 기준 58.9%에 그쳤다. 연말 '몰아치기'가 없다면 82.5%도 채우기 힘들다는 의미다. 롯데카드는 50.3%로 집계됐고, 지난해 역시 78.9%로 나타났다. 롯데카드 대주주 MBK파트너스 측에서는 최신 IT 인프라 구축에 1800억원을 투입하고 IT 인력 내재화율이 업계 최구 수준(32%)이라는 점을 들어 반박하고 있으나, 이번 사고로 명분을 잃었다는 평가다. 강 의원은 “카드사 해킹시 카드번호·유효기간·CVC를 비롯한 핵심 정보가 한꺼번에 빠져나갈 위험이 크고, 롯데카드 사태가 그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카드사 정보보호 규정이 전자금융거래법에 보다 현실적으로 명문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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