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관록과 패기로 위기 돌파…새해 재계 ‘말띠 경영인’이 달린다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재계 '말띠 경영인'들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록을 앞세운 총수부터 패기를 내세운 신진 리더까지 각기 다른 색깔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1일 재계에 따르면, 국내 말띠 경영인의 대표 주자는 1978년생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올해는 취임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온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본궤도에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구 회장은 LG그룹을 '가전 회사'에서 '미래 리더'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과감하게 접고 ABC(AI·바이오·클린테크)를 미래 먹거리로 점찍는 등 적극적으로 그룹 체질을 개선해나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적극 공략하거나 인공지능(AI), 냉난방공조(HVAC) 등 역량을 중점적으로 키우는 등 과감한 모습을 보여줬다. 새해 관건은 가시적인 수익성 개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래를 위한 새 판을 잘 짜둔만큼 본격적으로 회사를 성장시킬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LG그룹 주력사인 LG전자의 경우 매출액이 2022년 83조4673억원, 2023년 82조2627억원, 2024년 87조7282억원 등으로 정체된 상태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도 1978년생이다. 김 의장은 작년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잘 수습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는 약 3370만명의 고객 정보가 노출된 대형 보안 사고다. 단일 사건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쿠팡은 특히 이를 인지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사건 축소, 2차 피해, 책임 회피 등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김 의장은 유출 사실이 알려진지 한 달여만인 지난해 12월28일 처음으로 사과문을 내고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김 의장이 향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유통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일부 고객들을 중심으로 '쿠팡 불매운동'에 불이 붙고 있다. 대형마트 역차별 규제 해소 등이 공론화되며 유통가에 구조적인 변화도 예고된 상태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역시 1966년 말띠 인물로 주목받는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진 않지만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재판 등 개인적인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는 방식이 IT업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AI) 전환이 화두인 시대에 김 창업자가 카카오의 변화를 위해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1978년생인 허희수 SPC그룹 사장은 작년 말 승진과 함께 각종 낭보를 전해오고 있는 인물이다. 허 사장이 국내에 들여온 '쉐이크쉑' 사업을 확장하거나 배스킨라빈스에 '케이크 플랫폼 전략' 등을 구사해 SPC가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새해에는 수익성을 더욱 끌어올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숙제를 먼저 풀 것으로 전망된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 역시 1978년생이다. 박준경호(號)는 업황이 불안한 가운데도 영업흑자를 이어오고 지배구조 개편작업에도 속도를 내며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심사는 동갑내기이자 사촌지간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와의 대결 구도다. 박준경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개인 최대주주로서 경영진을 압박하며 경영권 분쟁 불씨를 지피는 박 전 상무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가 눈길을 끈다. 상법 개정과 금호석화의 자사주(13.4%) 처리 방식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형제의 난' 경영권 분쟁에도 말띠 경영인이 엮여있다. 1954년생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다. 신 전 부회장은 2015년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대립하며 주주총회 표 대결을 시도하고 있다. 그는 한국·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광윤사 최대주주다. 신동빈 회장은 이에 맞서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1990년생 '젊은 말띠 경영인' 가운데는 CJ그룹 4세인 이선호 미래기획실장(경영리더)가 주목받는다. 이 경영리더는 지난해 인사를 통해 그룹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는 동시에 상위 조직인 미래기획그룹까지 이끄는 방향으로 역할을 확대했다. 전세계적으로 K-컬쳐과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라 이 경영리더의 행보에 따라 CJ그룹이 '퀀텀점프'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건설장비 1·2위 합체 ‘HD건설기계’ 공식 출범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의 합체인 'HD건설기계'가 1일 국내 최대 건설장비업체로 새로 출발한다. HD현대그룹 계열의 국내 1, 2위 건설기계기업이 합병법인으로 출범한 것이다. HD현대는 이날 HD건설기계가 울산 캠퍼스에서 출범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출범식에는 정기선 회장, 조영철 부회장, 문재영 사장 등 그룹 주요 경영진과 임직원 200여명이 참석해 축하했다. HD건설기계는 울산, 인천, 군산 등 국내와 인도, 중국, 브라질, 노르웨이 등 해외 생산거점을 갖춘 연 매출 8조원 규모의 국내 최대 건설장비업체의 위용을 갖추게 됐다. 합병법인 초대 사장을 맡은 문재영 사장이 이끄는 HD건설기계는 오는 2030년 매출 14조8천억원을 목표로, 주력 사업인 건설장비를 중심으로 엔진 및 애프터마켓(AM) 등 전 사업 영역에서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 특히, 건설장비 양대 브랜드인 '현대(HYUNDAI)'와 '디벨론(DEVELON)'의 통합 시너지를 통해 글로벌 톱티어 브랜드로 도약시킨다는 목표이다. HD현대 정기선 회장은 출범식에서 “최고를 향한 HD건설기계의 열정이 차세대 신모델과 신흥시장 개척으로 옮겨지기를 응원한다"며 “생산과 품질, 영업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의 재정비로 조선에 이어 그룹의 또 다른 글로벌 넘버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AI 시대, 에너지가 경제다] 반도체·LLM·데이터센터·전력인프라 생태계가 ‘K-AI 경쟁력’

인공지능(AI)이 산업과 경제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경쟁의 무게중심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더 똑똑한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을 넘어 AI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효율적으로, 지속적으로 운용할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기준으로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대규모 언어 모델(LLM),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인프라, 스마트팩토리와 가전으로 이어지는 에너지 집약형 산업 생태계가 AI 경쟁의 실체로 부상하고 있다. 2026년 새해를 맞아 AI는 더 이상 소프트웨어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에너지를 기반으로 돌아가는 '새로운 제조·인프라 경제'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이 본격적인 상용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경쟁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하고 서비스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연산 능력과 전력이 필요하다. GPU 확보, 반도체 공급망, 데이터센터 구축 역량, 전력 인프라까지 갖추지 못하면 AI 전략은 지속될 수 없다. 업계에서는 “AI 경쟁은 결국 누가 더 많은 전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AI를 운영하느냐의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AI 관련 투자가 늘어날수록 전력비용과 인프라 부담이 급증하면서, 기술력 못지않게 운영 효율과 비용 구조가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AI 산업의 핵심 축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며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구축에 필수적인 공급자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 역시 첨단 공정과 AI 반도체 역량 강화를 통해 파운드리와 메모리 전반에서 AI 대응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AI 반도체 경쟁은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라 전력 대비 성능, 즉 에너지 효율의 싸움이다. 전력 소모가 큰 AI 연산 환경에서 효율이 낮은 반도체는 곧바로 비용 부담으로 이어진다. 국내 기업들이 AI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삼는 이유도, 기술 경쟁력을 넘어 에너지 효율을 포함한 종합 경쟁력 확보에 있다. 해외 빅테크가 주도하는 LLM 시장에 맞서 국내 기업들은 한국어와 산업 특화 모델을 앞세운 '소버린 AI'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국어 특화 AI 생태계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추론 능력을 강화한 '하이퍼클로바X 씽크'를 공개하며 GPT-4.1과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입증했다. 한국어 벤치마크에서는 오픈AI를 앞서는 정확도를 보였다. 특히 소형 모델 '하이퍼클로바X 시드'를 오픈소스로 공개해 출시 한 달 만에 30만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기존 100B급 모델을 3분의 1 수준으로 경량화하면서도 성능은 개선해 운영비용을 50% 이상 절감하는 성과도 거뒀다. LG그룹은 LG AI연구원에서 개발한 초거대 AI '엑사원(EXAONE)'을 중심으로 '전문가 AI'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각 산업군에 특화된 AI 전문성을 강화해 그룹 핵심 사업의 생산성과 효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AI 데이터센터(DC)는 더 이상 단순한 서버 공간이 아니다.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며 24시간 가동되는 'AI 공장'에 가깝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건설과 운영을 둘러싸고 전력 확보와 지역 수용성, 인프라 투자 문제가 새로운 산업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AI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모델 개발뿐 아니라 데이터센터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에너지 기반 확보가 필수 조건이 됐다. 이 가운데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통신망을 기반으로 한 인프라 경쟁력을 앞세워 데이터센터 설비 확대와 기술 고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6월 아마존과 공동으로 약 7조원을 투자해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KT는 삼성SDS가 주도하는 국가 AI컴퓨팅센터 구축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으며, 네이버클라우드·카카오 등과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경북센터를 비롯해 목동·분당 등 전국 15개 데이터센터를 운영 중이다. LG유플러스는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파주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평촌2센터의 2·3단계 증설을 병행하며 수도권 AIDC 경쟁에 본격 가세했다. AI 확산의 또 다른 축은 전력기기 산업이다. AI 데이터센터와 스마트 제조시설이 늘어나면서 변압기, 차단기, 배전 설비 등 전력기기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국내 전력기기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수주를 확대하며 실적 개선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24년 7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0억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5% 이상 성장했다. 현재 전 세계 80여 개국에 전력기기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2029년까지 미국 동남부 지역 신재생에너지 발전소에 525킬로볼트(kV)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한다. 해당 설비는 인근 대형 데이터센터의 주요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유럽 전력기기 시장에서 고압 차단기 공급 계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일진전기 역시 영국 데이터센터용 초고압 변압기 수주를 계기로 유럽과 중동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AI 투자가 늘어날수록 전력망 고도화와 고효율 설비 투자는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전력기기 산업은 AI 시대의 조용하지만 확실한 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산업계는 제조 공장을 AI 기반 스마트팩토리로 전환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조선 등 전 산업군에서 AI를 생산라인에 적용하며 미래 제조 혁신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반도체 공장을 '반도체 AI 팩토리'로 전환한다. 향후 5만개 이상의 GPU를 투입해 AI 팩토리 인프라를 확충하고, 옴니버스 기반 디지털 트윈 제조 환경 구현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고전력 AI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로봇과 AI를 결합한 산업 기술을 검증하고, 이를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사전 단계다. 조선업계 역시 AI와 로봇을 앞세운 스마트 조선소 전환 경쟁에 돌입했다. 가전 분야에서도 AI는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TV 등에 AI를 적용해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하고 에너지 소비를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사용자가 부재중일 때 전력을 조절하거나, 요금이 높은 시간대를 피해 작동을 분산하는 기능은 가전이 단순한 소비재를 넘어 '가정용 전력 관리자'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고장 예측과 부품 수명 관리, 에너지 사용 리포트 기반의 서비스 확장 역시 AI 가전의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 시대의 경쟁은 결국 에너지와 산업 인프라를 누가 선점하느냐로 귀결된다. 반도체에서 시작해 데이터센터, 전력기기, 제조와 가전으로 이어지는 AI 연관 산업은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며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 2026년,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리고 그 AI를 움직이는 힘은 전력과 산업 기반이다. AI 시대, 에너지가 곧 경제다. 국내 기업들이 축적해온 제조 역량과 인프라 경쟁력이 AI 시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KT 위약금 면제 시행 첫 날…고객 1만명 이탈

KT가 해지 위약금 면제를 시행한 첫 날 1만명이 넘는 고객이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전날 KT망에서 이탈한 가입자는 총 1만142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784명은 SK텔레콤으로, 1800명은 LG유플러스로 각각 떠났고, 2478명은 알뜰폰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번호 이동 건수도 3만5595건으로, 위약금 면제 시행 전 하루 평균 번호 이동 건수(1만5000여 건)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KT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해 12월 31부터 오는 13일까지 계약 해지를 원하는 고객 대상으로 위약금을 전액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KT 서버 94대가 악성코드 103종에 감염돼 이용자가 통화 도청 위험에 노출됐다는 정부 민관합동조사단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일각에서는 위약금 면제 사실이 더 확산되고 연말연시가 지나면 해지 규모가 수만 명대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고객 유입을 노려 다른 통신사들의 보조금 화력이 더해질 경우 이탈 심리를 더 자극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이슈&인사이트] 다크 팩토리와 어쩔수가 없다

2025년의 화제작 중 하나인 박찬욱 감독의 영화 는 제목부터 체념과 강박 정서를 드러낸다.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구직을 위해 잠재적 경쟁자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중산층 가장의 폭주를 그린다. 예민한 관객이라면, 그 폭주보다 다른 데에 주목할 법하다. 주인공의 살의보다도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 음산한 풍경에 등골이 서늘해질 것이다. 모든 것이 자동화해 인간의 숨결이 사라진 공간, 즉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를 연상시키는 곳을 주인공 만수(이병헌)가 거니는 묵시록적 마감에서 말이다. '다크 팩토리'는 '다크' 자체에서 뭔가 음울한 느낌을 받게 되지만, '다크'는 원래 '스마트'에서 시작했다. '스마트 팩토리'에서는 장밋빛 미래가 그려졌다. 효율적이고 깨끗하며, 데이터가 흐르는 지능형 공장이다. 하지만 '스마트'는 종국에 '다크'를 지향한다. '스마트'의 본질은 '다크'이다. '다크 팩토리'는 “불 꺼진 공장"을 설명하기 위해 고안된 말이다. 기계는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기 위한 조명이 필요 없다. 적외선 센서와 데이터 전송으로 움직이는 공장에서 조명은 불필요한 비용이다. 1980년대 GM의 로저 스미스 회장은 '라이츠 아웃(Lights-out)' 제조 공정을 꿈꾸며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기계들끼리의 충돌을 막지 못해 참담한 실패로 끝났지만, 반 세기가량이 지나면서 지금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은 그 '어둠'의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스마트'가 경영의 언어라면, '다크'는 실존의 언어다. 노동자의 눈을 위해 켜두었던 불이 꺼지는 상황은, 그 공간에서 인간의 자리가 완전히 소멸했음을 의미하는 섬뜩한 선언이다. 로봇은 야근이나 잔업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어둠도 상관하지 않는다. 한데 이 대목에서 다급한 문제는 철학이 아니라 생존이다. '다크 팩토리'는 인간 존재에 관한 첨예한 논쟁을 불러올 테지만, 당장은 에너지 충당을 발등에 불로 떨어뜨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어두운 공장은 전기라는 뜨거운 문제로 야기한다. 노동자는 밥을 먹지만, AI와 로봇은 전기를 먹어 치운다. 특히 데이터 센터와 결합한 현대의 '다크 팩토리'는 과거의 공장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막대한 전력을 요구한다. 불 꺼진 공장이 불을 켠 공장보다 전기를 더 필요로 한다. 한국 경제의 곤란을 예감한다. 글로벌 시장은 한편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며 탄소 배출 없는 에너지를 강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AI와 '다크 팩토리' 시대를 열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전력를 갈망한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공급 비중은 세계 수준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한국은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하는 숙제와, 폭증하는 산업용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 탄소 중립을 위해 화석 연료를 줄이면서도,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는 불 꺼진 공장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쥐어짜내야 하는 현실은 연극 같다. 박찬욱의 영화 속 주인공이 직장을 되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지만, 그가 그토록 돌아가고 싶어 한 일터가 결국 인간의 빛이 꺼진 '다크 팩토리'라는 설정은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 AI를 도입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인간을 지워내는 '다크 팩토리'를 건설한다. 국가적으로는 이 거대한 기계 장치를 돌리기 위해 에너지 전쟁을 벌인다. 전기 문제를 해결하고, AI 주권과 제조 경쟁력을 확보해 4차산업 혁명에서 살아남는 것은 국가의 과제다. 그러나 AI, 빅데이터, IoT,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결합한 '다크 팩토리'에 더 없이 인간적인 전력인 재생에너지를 공급해 마주할 세상이 과연 우리가 꿈꾸던 아름다운 곳일까. 당장은 공장의 불을 꺼야 하는 처지이긴 하다. 그것도 남보다 빨리. 어쩔 수가 없으니까 일단 가야 하는 길일까. 안치용

[신년사]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AI 에너지원 SMR·수소연료전지로 기회 살리자”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1일 새해에는 인공지능(AI) 시대의 새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대형원전, SMR(소형모듈원전), 수소연료전지 분야에 주력하겠다는 경영 의지를 밝혔다. 이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박 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전자소재, 가스터빈 같은 분야에서는 기술력에 자신감을 갖고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 추가 고객 확보에 힘쓰자"고 그룹 구성원들에게 당부했다. 박 회장은 “AI 기반 경쟁력을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은 머지않아 완전히 다른 선상에 있게 될 것"이라며 “빠른 인공지능 전환(AX) 추진을 통해 기존 제품의 지능화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포트폴리오 확장을 도모하자"며 AI 에너지산업에서 기회 창출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해 두산에너빌리티가 자체 개발한 가스터빈을 미국 시장에서 첫 수출한 성과를 언급하며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올해 경영환경과 관련해 통상 갈등, 무역 장벽, 지정학적 분쟁, 주요국 정책 변화 등 불확실성을 전망하며 “불확실성 속에서도 시대를 관통하는 확실한 성공 방정식은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사실"이라고 지속적인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두산은 발전 기자재, 건설기계, 로봇 등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제조 역량과 하드웨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피지컬AI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면서 “빠른 AX 추진을 통해 기존 제품의 지능화는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포트폴리오 확장을 도모하자"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대한항공, 인천공항서 2026년 첫 입국 승객 환영 행사…항공권·숙박권 증정

“병오년(丙午年) 새해 첫 고객님, 환영합니다." 1일 대한항공은 대한항공 항공편을 이용해 한국에 들어온 첫 승객을 환영하는 '새해 첫 고객 맞이 행사'를 열었다고 밝혔다. 올해 행운의 주인공은 KE864편으로 베이징에서 출발해 이날 새벽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도착한 20대 중국인 쉬 쑤앙옌(Xu Shuangyan) 씨다. 대한항공은 쉬 씨를 위해 베이징 왕복 프레스티지 항공권 2매와 그랜드 하얏트 인천 그랜드 스위트 킹 객실 1박 숙박권, 환영의 꽃다발 등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환영 행사에는 고광호 여객사업본부장·송기원 인천여객서비스지점장·이동협 여객운송부 담당 등 대한항공 주요 임직원들이 참석해 축하의 의미를 더했다. 쉬 씨는 “평소에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는데,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한국 관광지에 직접 가보고 한국 문화를 즐기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며 “드라마와 영화에서 본 주요 관광지들을 여행하고 콘서트에도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붉은 말의 해인 병오년 한 해에도 대한민국 대표 국적 항공사이자 글로벌 네트워크 캐리어라는 위상에 걸맞게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운항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사회, 전 세계를 연결하고 모두에게 신뢰받고 사랑받는 항공사로 자리매김 할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시대, 에너지가 경제다] 나라도, 기업도 ‘AI 패권 경쟁’…한국 ‘3강 도약’ 사활 걸었다

새해에도 인공지능(AI) 시장은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AI 열풍'이 지속되는 가운데 제조업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AI를 공급망 전반에 접목하기 시작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먼만큼 민·관·학 협력에 조금 더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주요국은 AI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미국이 기술력과 자본 측면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중국이 뒤를 추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3강 도약'을 목표로 활로를 모색 중이다. 지난해 기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의 AI 관련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55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아마존 한 곳의 연간 투자액만 놓고 보면 미국 전체에서 석유·가스 시추 등을 위해 쓴 에너지 섹터 총지출보다 큰 수준이다. AI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넘어 전력망과 데이터센터라는 거대 물리 인프라를 독점하려는 '에너지 및 영토 전쟁'으로 변모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AI 연산 능력을 H100 환산 수치로 비교해 보면, 미국이 약 3970만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은 약 510만개 수준으로 글로벌 4~5위권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24년 AI 민간 투자액 상위 10위를 국가별로 뽑았을 때 우리나라는 10위권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이 시기 미국의 AI 민간 투자 규모가 1090억달러로 한국(13억달러)의 80배를 넘는 수준이다. 미국을 제외하면 중국, 영국, 스웨덴, 캐나다, 프랑스, 독일, UAE,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등이 경합하고 있다. 전세계 우수 인력과 자본이 집중된 미국 실리콘밸리는 AI를 통해 재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경제연구소인 The Bay Council Economic Institute 소속 션 란돌프 시니어 디렉터는 지난해 11월 대한상공회의소와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개최한 '한-미 혁신생태계 및 AI 미래전략' 세미나에 참가해 미국의 현 상황을 전했다. 란돌프는 “2024년 전세계 벤처투자액 중 AI분야가 37%를 차지하며 폭발적으로 성장 중이며, 특히 미국 내 AI 투자의 76%가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샌프란시스코 지역에 집중됐다"며 “2024년 전세계 AI 투자 유치액 기준 상위 5위를 기록한 기업들도 모두 이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리콘밸리 등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161개사 중 64개사(40%), 펜타콘 기업(기업가치 50억달러 이상) 79개사 중 45개사(57%)가 소재하는 등 미국 내에서도 혁신생태계가 가장 잘 구축된 지역으로 꼽힌다.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주요국은 안정적인 정책 환경에서 AI에 자본을 집중 투자해 왔다. 반면, 한국은 AI 투자 속도가 뒤처져 있는 실정이다. 우리 정부가 최근 1만3000여장의 최신 그래픽장치(GPU)를 확보한 것과 달리 미국은 민간기업인 오픈AI 한 곳에서만 2024년 기준 GPU 모듈 H100를 72만장을 가동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더 눈여겨봐야 할 부문은 2026년부터 AI와 제조업의 접목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한국은 인력·자본 부족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는 형국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504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말 발간한 '기업의 AI 전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82.3%가 'AI를 경영에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대기업(49.2%)보다는 중소기업의 활용도(4.2%)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투자비용에 대한 부담 수준을 묻는 질문에 기업의 73.6%는 '부담이 된다'고 답했다. AI 전환 수요가 늘면서 '인재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있다. 'AI 활용을 위한 전문인력이 있는가?'를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80.7%가 '없다'고 했다. 'AI 인력을 어떻게 충원하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도 응답기업의 82.1%가 '충원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대한상의 보고서는 한국의 AI 인재가 2만1000명 수준으로 △중국 41만1000명 △인도 19만5000명 △미국 12만명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 우리 정부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단 오는 2030년까지 피지컬 AI 분야 1위 달성을 목표로 핵심 기술과 데이터를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최근 'AI 액션플랜'을 발표하고 관련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은 제조업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분야의 인공지능전환(AX)을 가속화하고 AI 전주기와 연관된 수출 확대에 힘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국방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 국방 AX를 가속화하고, AI 기반의 K-콘텐츠 창작·제작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AI 학습에 필요한 원본 개인 정보와 저작물 활용이 권리 침해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법제를 정비하기로 했다. 관련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여러 부처에 걸친 중복 사업을 효율화하고 초·중·고 학교의 연속적인 AI 필수 교육 체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나아가 'K-AI' 특화 시범도시를 단계적으로 조성하는 한편 노동, 복지, 교육, 기본 의료 등을 포함한 'AI 기본사회 추진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글로벌 성과가 있었다. 지난해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부대행사 'APEC CEO 서밋'에 참석한 엔비디아 젠슨 황 CEO와 '국가 차원의 AI 동맹'을 체결한 것이다. AI 동맹에 따라 엔비디아는 우리나라 정부 및 4대 기업에 블랙웰 등 최신 GPU 총 26만장 이상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는 전세계 국가 단위 인프라 중에서도 손꼽히는 규모다. 엔비디아도 한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허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젠슨 황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웨이퍼를 선물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는 “삼성의 제조 능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로봇 칩 생산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정상회의 결과물로 채택된 'APEC AI 이니셔티브'도 눈길을 끈다. 당시 회의에서는 21개 회원국이 사상 최초로 AI 공동 비전에 합의했다. 그 중심에 한국의 제조 역량과 엔비디아의 기술력이 결합된 모델이 제시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이 'AI 패권'을 놓고 격돌하는 가운데 한국이 엔비디아와 결속을 통해 AI 중립 지대이자 핵심 거점으로서의 지위를 굳혔다는 평가로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아직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일단 한국이 AI 벤처투자 유치 세계 9위인데 글로벌 시장 비중은 1%에 그친다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운영하는 'AI정책저장소'(AI Policy Observatory) 자료를 보면, 지난해 1~3분기 기준 전세계에서 AI 분야에 투입된 벤처투자액은 총 1584억달러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5년 400억달러에 비해 약 4배 증가한 수치다. 전체 벤처투자액 중 AI 분야에 투자된 비중은 2015년 20%에서 지난해 55.7%까지 뛰었다. 생성형 AI가 본격화된 2023년을 기점으로 급증했으며, 글로벌 벤처투자의 절반이상이 AI로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별로 보면 2025년 AI분야 벤처투자액 1584억달러 중 72%인 1140억달러가 미국기업에 투자됐다. 직전 2024년에 해당비중이 64.4%였는데 쏠림이 더욱 커진 것이다. 지난해 기준 AI 분야 벤처투자 유치 2위 국가는 영국으로 115억달러를 기록했다. 3위는 90억달러의 중국이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15억7000달러로 9위를 기록했고, 이는 미국의 약 1.4%, 중국의 17.4% 수준에 해당한다. 글로벌 벤처투자 시장에서 우리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여건을 고려한 스타트업 집중 육성과 규제환경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자현 KDI 연구위원은 “AI 반도체 팹리스와 로보틱스·제조 현장에 결합된 피지컬 AI 등 우리나라가 상대적인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중심으로 유망한 AI 스타트업의 스케일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 연구위원은 “거대언어모델(LLM) 및 AI 활용 서비스 분야에서는 정부의 보다 과감한 선구매를 통해 기업들이 실질적인 트랙 레코드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글로벌 대규모 투자 유치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선도적인 스타트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모험자본의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AI시대 기술 발전 속도에 맞는 경쟁정책 패러다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해 11월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한국산업조직학회와 공동으로 개최한 'AI·디지털 혁신과 경쟁정책' 정책심포지엄에서 정철 한경연 원장은 “AI가 산업지형을 바꾸는 만큼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공정하면서도 유연한 경쟁의 새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적극 공감했다. 유민희 한경연 연구위원은 “복잡한 경쟁 이슈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 확대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정부는 공정성과 투명성을 원칙으로 하되 산업계의 자율규제와 공동협약을 병행해 혁신과 공정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AI 경쟁정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우리 경쟁당국이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높여 혁신을 지원하는 파트너로 발전하고, AI 산업의 특성과 데이터 분석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신년사]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능동 정신·초격차 기술 두 축으로 전진할 것”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을 돌파하는 핵심 전략으로 '초격차 기술을 통한 세계 시장 선점'을 내세웠다. 1일 일진그룹에 따르면 허 회장은 이날 2026년 신년사를 통해 “(2026년은) 지난해 마련한 도약의 발판을 토대로 신사업이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진입해야 하는 결정적인 시기"라며 이 같이 밝혔다. 허 회장은 올해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구(IMF) 등 주요 기관이 예측하듯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고, 미·중 무역 갈등과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 등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을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휴먼로봇이 주도하는 '거대한 기술적 변곡점'과 '영구적 위기(Permacrisis)'의 시대라고 강조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3대 실행 과제로 허 회장은 △기업 가치 극대화의 선순환 구조 구축 △전략적 투자 확대 △AI차세대 전력망 등의 미래 핵심 기술 선점을 제시했다. 아울러 △사업 목표 달성 △능동 정신 기반 신사업 발굴 △원팀 시너지 등 3대 실행 원칙을 당부했다. 올해의 슬로건으로는 스스로 명확한 뜻을 세우고 행동으로 옮겨 문제를 해결하는 '능동지행(能動志行)'을 제시했다. 허 회장은 “일진그룹은 불황과 불확실성이라는 파고 속에서도 능동 정신과 초격차 기술이라는 두 축을 통해 흔들림 없이 전진할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이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고 그룹과 함께 동반 성장하는 뜻깊은 한 해를 만들어 가자"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2026 신년사]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2026년, ‘실천의 해’…5대 우주 강국 도약 원년 삼겠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이 2026년 새해를 맞아 “올해는 그동안 준비한 정책과 전략을 구체적인 실행과 성과로 연결해야 하는 해"라며 '우주항공 5대 강국' 도약을 위한 강력한 실천 의지를 천명했다. 31일 윤 청장은 신년사를 통해 지난 2025년의 성과를 되짚고 새해 우주청이 나아갈 4대 핵심 추진 전략을 발표했다. 윤 청장은 먼저 지난해 성과에 대해 “성공적인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공공의 우주 기술이 민간으로 이전되는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차세대 중형 위성 3호와 다목적 실용 위성 7호 발사 성공, 제1회 우주항공의 날 개최 등을 언급하며 우리 위성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2026년 화두로는 '실천'과 '생태계 구현'을 제시했다. 기술·산업·인재·국제 협력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우주항공 생태계를 현실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거버넌스 체계의 고도화를 예고했다. 윤 청장은 “기존 국가우주위원회를 '국가우주항공위원회'로 확대 개편해 우주와 항공을 아우르는 통합 추진체계를 확립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는 우주항공 산업을 국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주 수송·탐사 분야의 로드맵도 구체화했다. 우주청은 올해 누리호 5차 발사를 추진해 한국형 발사체의 신뢰성을 높이고 반복 발사 체계를 구축해 상업 발사 전환의 토대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한 재사용 발사체·궤도 수송선 개발과 달 통신 인프라 구축 등 '뉴 스페이스' 시대에 걸맞은 차세대 기술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산업 측면에서는 '민간 주도' 기조를 더욱 강화한다. 공공 사업에 민간 제품과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고 위성 정보·인공 지능(AI) 기반 서비스 실증을 지원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항공 분야에서는 △민항기 국제 공동 개발 참여 △드론 △미래 항공기(AAM) △엔진 등 핵심 소부장 기술 축적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한다. 윤 청장은 신년사 말미에 “2026년은 병오년, 붉은 말의 해"라며 “강한 바람을 뚫고 나아가는 말처럼 어떠한 역경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달려가는 한 해를 만들자"고 임직원과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