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KT 차기 대표 후보 확정…박윤영·주형철·홍원표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새 대표이사 최종 면접 후보자 3인을 선정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11월 16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비대면 면접을 실시해 후보군을 압축했으며, 그 결과 3명의 심층면접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대표이사 후보 심층면접 대상자(가나다순)는 박윤영, 주형철, 홍원표 후보다. 위원회는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 자격요건에 따라 △기업경영 전문성 △산업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을 기준으로 서류 심사 및 비대면 면접을 실시했다. 또한 후보자 제출 서류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평가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9일 심층면접 대상자 3인을 최종 확정했다. 김용헌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은 “대표이사 후보 절차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3인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해 연내 최종 대표이사 후보 1인을 선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정된 후보는 차기 주주총회를 통해 KT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구조개편 끝나더라도…석화업계 ‘무역장벽 걱정’

연말까지 산업구조개편안 마련하느라 안간힘을 쏟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또다른 걱정거리를 안고 있다. 다름아닌 수입국의 반덤핑 및 비관세 장벽 등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이다. 당장 반덤핑 등 무역규제가 제기되더라도 당장에 보복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단기 실적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석화기업들이 강도높게 추진하는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의 구조 개편 움직임에 동력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산업통상부와 석화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화기업들은 현재 해외 15개 국가에서 41건에 이르는 무역 규제 적용이나 조사를 받고 있다. 반덤핑 관세나 상계관세, 환경 규제 같은 비관세 장벽 등 규제 유형이 다양하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유럽은 지난 7월 한국산 아크릴로니트릴-부타디엔-스티렌(ABS)에 최대 5.8%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2022년 반덤핑 판정을 받은 한국산 고흡수성 수지(SAP)를 두고 LG화학이 유럽 현지 법원에 소를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인도 정부도 2022년 톨루엔 수입 제품에 순도 99.7% 이상을 요구하는 '품질관리명령'으로 사실상 비관세 무역장벽을 세우려다 우리 화학산업협회 등 석화업계의 강력한 철회 조치 요구에 밀려 지난 2일 철회하기도 했다. 보편관세 15%를 적용하는 미국에서는 △에폭시 레진 △에멀전 스티렌-부타디엔 고무(ESBR) △페트 △아세톤 △다기능 아크릴레이트(MFA) △다기능 메타크릴레이트(MFMA) △에폭시 아크릴레이트 등의 품목이 반덤핑·상계 관세 부과와 관련한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적이 있다. 이 같은 부담은 최근 한국 석화업계가 처한 공급 과잉 상황과 겹치고 있다. 원유를 수출하는 중동과 원가와 인건비 등이 저렴한 중국이 자체 석화산업 경쟁력을 키우면서 최근 3년간 석화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석화제품 수출액은 480억달러로 2021년과 비교해 13% 감소했다.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25일 '2026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수출액이 439억원과 430억원으로 감소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화기업들은 세계 시장에서 받는 무역 규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사업 재편 과정에서 어떤 부담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종적으로 무역 조치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현지 기업들이 당국에 무역 제소를 내면 일단 잠정 조치를 내린 뒤 기업별로 시장경쟁 저해 요인이 없다는 소명을 듣는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국내에 저가로 들어오는 수입 제품을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를 내는 데도 신중하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종전부터 석화기업들이 해외에서 겪고 있는 반덤핑 제소 문제가 최근 들어 두드러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와 겹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석화산업이 수출 의존도가 높아 보호무역 통상 파고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화학산업협회에서 협회, 석화기업,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주재하며 석화 산업 구조개편을 원활히 마무리하기 위해 통상 현안도 풀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여 본부장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브뤼셀에서 EU 집행위원회, 의회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통상현안을 논의하고 한국 입장을 전달하기도 했다. 여 본부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석화업계는 내부적으로는 구조 개편, 외부적으로는 통상 압력이 높아지는 '내우외환' 상황에 처했다"면서, △글로벌 수입 규제 방어 △비관세 장벽 대응 △한국판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 활용 등을 정책 방향으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거의 일괄적으로 높은 무역 장벽이 적용되는 철강시장과 달리 석화 소재 시장은 품목별로 무역장벽 유형과 편차가 다양하기 때문에 다각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자동차나 반도체 산업용 소재처럼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없으면 안 되는 소재의 경우 무역조치를 걸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국내 석화기업들이 주요 수출품목으로 공략하는 대안을 구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석화업계 관계자는 “미·중 패권경쟁 국면이 심화되기 전부터 석화사들은 반덤핑 같은 여러 통상 이슈에 대응해왔기 때문에 대응 방향을 새롭게 잡아야 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개별 품목마다 '스토리'가 달라 통상 대응도 품목별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금호타이어 ‘함평 신공장’ 2028년부터 가동한다

금호타이어가 광주 공장 화재사고의 아픔을 딛고 함평신공장 시대를 다시 연다. 2027년까지 연간 530만본 규모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2028년부터 본 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금호타이어는 9일 전남도 및 함평군과 함께 신공장 건설에 대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협약에 따라 전남도와 함평군은 금호타이어의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 행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함평신공장 건설 1단계에는 6609억원이 투자된다. 연간 타이어 530만본 생산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련고무 700만본 규모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미래형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스마트 제조설비 및 친환경 공정을 갖춘 공장으로 진행된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는 “함평신공장 건설은 금호타이어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적 투자이자 글로벌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앞으로도 금호타이어는 함평신공장을 중심으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가치를 더욱 굳건히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내수도 수출도 ‘보릿고개’…가전업계 “탈출구는 소비자 눈맞추기”

국내 가전업계가 장기 침체 흐름을 돌파하기 위해 맞춤형 서비스와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며 시장 전반이 위축된 가운데, 소비자 경험 중심의 서비스 혁신으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판단에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가전과 인테리어의 경계를 허물며 생활공간 전체를 아우르는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 기능을 홍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간 중심 소비' 흐름에 대응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인테리어핏 설치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새로 구매하거나 기존에 보유한 가전에 맞춰 기존 가구장 철거부터 시공, 제품 설치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사실상 '가전 기반 인테리어 시공'으로, 삼성전자로지텍 협력사를 통한 공식 가구 리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다. 냉장고·오븐 등 주방가전에서 시작한 가구장 리폼이 긍정적 반응을 얻자 최근엔 세탁가전으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삼성전자는 상부장·수납장·테이블장·홈바 등 총 31가지 설치 옵션을 마련해 가전 형태·배치에 최적화된 공간 구성을 돕는다. 주방 가전용 14종, 세탁 가전용 17종을 제공한다. LG전자는 '가전 연계 홈스타일링'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취향에 맞는 공간 연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달 온라인브랜드샵에 가전과 어울리는 리빙 제품 및 인테리어를 함께 제안하는 '홈스타일'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가 가전과 인테리어 제품을 각각 찾는 번거로움을 줄이고, 제품 탐색·구매·상담·시공사 연결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내용이다. 홈스타일에는 가구·조명·주방·생활용품 등 400여 개 브랜드와 2만여 개 제품이 입점했다. 거실, 주방, 침실 등 공간별로 스타일링 이미지를 제안하고 이미지 내에서 바로 관련 제품 구매도 가능하게 했다. 삼성과 LG는 이를 통해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가전 교체·추가 구매 수요를 자연스럽게 견인하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간 설계 단계에서부터 자사 제품을 기본 옵션으로 심어 넣는 전략"이라며 “생활 맞춤형 서비스는 교체 수요를 촉진하는 효과가 커 침체된 시장을 끌어올리기 위한 핵심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마케팅 역시 기존 '제품 성능 중심'에서 콘텐츠·엔터테인먼트 결합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1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요리 경연 예능 '흑백요리사2'에 프리미엄 가전을 노출해 브랜드 홍보 효과 극대화를 노린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AI) 기반 차세대 가전 홍보에 연예인을 대거 기용해 브랜드·제품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스펙 설명 중심의 전통 방식에서 벗어나 예능·스타 마케팅을 통한 감성·라이프스타일 호소 전략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악화된 시장 환경이 배경으로 작용한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누적 가전 수출액은 전년 대비 9.4% 감소해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네 번째로 부진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내수 역시 회복이 더디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0월 국내 가전 소매판매액은 약 2조2152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5.9% 감소했다. 해당 지표는 백화점, 대형마트, 전문소매점 등을 포함한 월별 가전제품 판매 실적으로, 올해 들어 7월을 제외하고 매달 감소세가 이어졌다. 가전업계는 단순 기능 중심 기업을 넘어 서비스·공간·경험을 아우르는 전략을 강화하며 수요 회복과 시장 반등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경기 둔화가 지속되더라도 프리미엄·맞춤형 소비는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보고 관련 투자와 서비스 확대를 이어갈 방침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단독] 우주청, ‘우주항공산업진흥법’ 제정 착수…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육성 법적 근거 마련

정부가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발맞춰 우주항공산업을 본격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법적 기틀 마련에 나섰다. 기존의 국가 주도 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의 상업화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우주항공산업진흥법(가칭)' 제정이 추진된다. 9일 본지 취재 결과, 우주항공청(이하 우주청)은 최근 '가칭 우주항공산업 진흥법 제정 방안 연구' 용역을 발주하고 본격적인 입법 준비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대비해 민간이 주도하는 우주항공산업 육성과 상업화를 촉진하고,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입법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우주청이 해당 법 제정을 추진하는 핵심 배경은 '상업화 촉진'이다. 이번 과업은 7000만 원(VAT 포함) 규모로 진행되며, 연구 기간은 지난 10월부터 내년 3월 20일까지 약 6개월간이고, 한국우주항공산업협회가 수주했다. 연구의 전체 프레임은 '해외법 비교 분석→국내 정합성 진단→조문·제도 설계→이해 관계자 합의 형성→입법 로드맵' 순으로 진행된다. 항우연은 이를 위해 국내외 법령·가이드·표준 원문 및 규제·행정 지침·판례·산업 통계 등을 폭넓게 참조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유럽·일본 등 우주 선진국의 관련 법제를 벤치마킹해 국내 실정에 맞는 입법 방향을 도출하는 것을 1차적 목표로 한다. 분석 대상국은 미국·EU·일본을 비롯해 영국·프랑스·룩셈부르크·UAE 등 주요 상업 우주 국가들이다. 연구 수행 기관은 이들 국가의 △상업 우주 관련 허가·감독 △안전·보험·책임 △데이터·주파수 △수출통제·보안 △지속 가능성(우주교통관제(STM)·우주상황인식(SSA)·잔해 저감) △투자·조달·민관협력(PPP) 프레임 등을 정밀 비교 분석해야 한다. 또한 국제 표준·가이드와의 정합성을 분석하고, 국내 이식 가능성을 기준으로 정책 옵션(A/B/C안)과 우수·취약 사례를 도출할 방침이다. 새롭게 제정될 법안에는 민간 기업 육성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이 대거 포함될 전망이다. 법안의 조문 체계는 △총칙 △산업 육성 지원(성능·품질 검사, 조달/PPP, 클러스터, 인력 양성, 민항기 국내 공동 개발, 장비 공동 활용 등) △투자·금융·세제 지원 △허가·감독·규제 샌드박스 △안전·보험·사고 조사 △지속 가능성(STM·SSA·잔해물 경감) △데이터·주파수 △수출 통제·보안 △국제 협력 등을 포괄하도록 설계된다. 특히 시장 친화적인 환경 조성을 위해 안 되는 것 빼고 다 허용하는 '네거티브 리스트' 규제 방식과 신기술 테스트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한 '원스톱 허가' 시스템 도입이 검토된다. 아울러 국제 표준과의 연계 조항·하위 법령 위임의 적정성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기존 법령과의 중복 문제 해결과 통합도 이번 연구의 핵심 과제다. 연구 수행 기관은 '우주개발 진흥법', '항공우주산업개발 촉진법' 등 기존 관계 법령을 전수 진단해 상충하거나 중복되는 영역과 법적 사각지대를 식별하고, 통합·조정 권고안과 신·구조문 대비표를 내놓아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를 법안에 담기 위한 절차도 구체화했다. 우주청은 우주항공 분야 산업계·학계·관련 기관을 대상으로 10개 기관 이상의 심층 인터뷰와 2회 이상의 델파이 조사, 30부 이상의 전문가 설문 등을 의무적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허가·안전, 데이터·주파수, 투자·조달 등 쟁점별 전문가 회의를 구성·운영해 실행 가능한 체계를 설계한다는 복안이다. 우주청은 내년 3월까지 진흥법 제정뿐만 아니라 시행령·시행 규칙 수립 단계까지 고려한 구체적인 입법 로드맵을 확보할 예정이다. 최종 산출물에는 '진흥법 제정→시행령·시행 규칙 제정→행정 규칙·서식 고시→시스템·교육→시범운영→전면 시행→평가·개선'에 이르는 단계별 일정과 역할, 의사 결정 게이트가 포함된 입법·집행 로드맵과 운영 매뉴얼이 포함된다. 우주청 관계자는 “민간 주도의 우주항공산업 육성과 상업화 촉진을 위해 포괄적인 진흥법의 정책 골격 마련이 시급하다"며 “해외 법제 벤치마킹을 통해 국내 법·제도 공백을 진단하고, 현장 중심의 수요를 반영해 실행 가능한 법안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포스트 차이나’ 인도 잡아라…K-제조업, 글로벌 거점 공들이기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포스트 차이나(Post China)'로 불리는 인도로 달려가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을 웃도는 세계 최대 인구를 보유한데다 이를 바탕으로한 풍부한 노동력과 저렴한 인건비를 갖춘 인도 시장에 대규모 투자로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막대한 인도 내수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기 위한 글로벌 생산·소비 거점으로 삼기 위해서다. 9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인도 지방정부와 손잡고 국영조선소 설립을 추진한다. 지난 7일(현지시각) 인도 남부 타밀나두주 마두라이에서 타밀나두주 정부와 '신규 조선소 건설에 관한 배타적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신규 조선소 건설은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정부의 '글로벌 조선 5대 강국' 플랜의 하나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인도 언론들은 이번 프로젝트 규모가 20억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도 보도했다. 앞서 HD현대는 지난 7월 인도 최대 국영 조선사인 코친조선소와 '조선 분야 장기협력을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를 쓴 데 이어 이달 초 인도 국방부 산하 국영기업 BEML과 '크레인 사업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인도에 공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SW) 거점까지 서둘러 구축하고 있다. 핵심 계열사 현대모비스가 인도 벵갈루루에 소프트웨어 전문 연구분소를 신설했다고 전날 밝혔다. 남서부에 위치한 벵갈루루는 글로벌 IT 기업과 스타트업·연구기관 등이 밀집해있어 '인도의 실리콘밸리로'도 불린다. 현대모비스는 벵갈루루 분소를 인포테인먼트용 소프트웨어 전문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10월 인도 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시켰다. 이를 통해 1조8000억원 규모 현금을 조달했다. LG전자는 미래 성장 분야에 이를 투자할 방침이다. 14억 인구 대국이자 최대 잠재시장에서 현지 고객·시장 맞춤형 전략을 확대하고 '국민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는 포부도 제시했다. LG전자는 기존 노이다·푸네 공장에 이어 스리시티 지역에도 신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투자 금액은 6억달러(약 8800억원)다. 삼성전자는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뭄바이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인공지능(AI) 홈 – 미래 일상을 현실로'를 주제로 고객 경험을 확장하는 행사를 열었다. 삼성전자는 AI 홈 전략을 공유하고 △모바일 제품의 '갤럭시 AI' △영상 디스플레이 제품의 '비전 AI' △가전 제품의 '비스포크 AI'를 각각 소개했다. 롯데그룹도 인도 공략을 본격화했다. 롯데웰푸드는 올해 초 인도 중서부 푸네시에 돼지바와 죠스바 등 빙과류를 생산할 신공장을 준공했다. 이는 롯데웰푸드가 지난 2017년 12월 하브모어를 인수한 이후 처음으로 증설한 생산시설이다. 재계 총수들도 인도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방한한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을 만나 신사업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장은 암바니 회장 자녀들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인도행 비행기에 수차례 몸을 실을 정도로 글로벌 인맥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인도를 방문해 '현장 경영'을 펼치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면담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 4월 벵갈루루와 뉴델리를 찾아 연구개발(R&D), 생산, 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하고 현지 직원들을 만났다. 롯데도 지난 2월 신동빈 회장이 롯데웰푸드 인도 푸네 신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앞으로 최상의 품질 제품을 만들어 하브모어(인도 자회사)를 인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재계의 활발한 인도 행보의 배경에는 인도가 생산·소비 모든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인도 전체 가구 중 연 평균수입 6000~3만6000달러 구간의 중소득 가구 비중은 지난 2020년 29%에서 오는 2030년 46%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제조업 및 비숙련 노동 중심의 노동 비용도 세계 평균이나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미국노동통계국(BLS)은 지난해 기준 인도의 제조업 시간당 인건비가 미국의 30분의 1, 중국의 4분의 1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변수는 인도 노동자·소비자들의 인식이 최근 들어 급격히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파업 리스크'에 노출된 상태다. 삼성전자 올해 초 인도 첸나이 공장 노조원들은 수차례 파업을 예고하며 사측과 대립했다. 한 달여 간 공장 부지 등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9~10월에도 스리페룸부두르 공장 삼성인도노동조합(SIWU) 구성원 1800여명 중 1000명 이상이 참여해 한 달 가량 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특히, 인도 내 상급 노동 단체인 인도노동조합센터(CITU)는 다국적 기업들을 타깃으로 삼아 처우 개선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한때 타깃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판매 매장인 '삼성 쇼룸' 앞에서 시위를 하는 등 불매운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효성그룹 첫 전문경영인 회장 나왔다···김규영 HS효성 회장 승진

효성그룹 60여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전문경영인 회장이 나왔다. HS효성은 9일 김규영 전 효성그룹 부회장을 회장으로 선임하는 것을 포함한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송성진 트랜스월드 PU장과 양정규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대표이사 전무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누구든 역량을 갖추면 그룹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지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 관계자는 “총수 일가가 아니어도 가치를 극대화하는 준비된 리더가 그룹을 이끌어야 한다"며 “그것이 곧 가치경영"이라고 전했다. HS효성 측은 이번 인사가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가치경영을 이끌어 갈 인재 △실적주의에 따라 회사 성장에 기여한 인사 △다양성에 기초한 인재 발굴 및 육성이라는 발탁 기준에 따라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김규영 회장 선임은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가치경영을 대표하는 상징적 인사로 평가된다. '샐러리맨 신화'로 불리는 김규영 회장은 1972년 효성그룹의 모태기업인 동양나이론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언양공장장, 안양공장장, 중국 총괄 사장, 효성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및 기술원장을 역임했다. 특히, 스판덱스 개발을 포함한 섬유기술 확립과 기술품질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부터 8년간은 효성그룹 지주사 대표이사를 지냈다. 효성그룹에서 회장 직함을 단 인원은 총수 일가 3명 뿐이다. 창업주인 조홍제 초대회장이 1984년까지 재임했고 조석래 명예회장이 2017년까지 그룹을 이끌었다. 현재는 조현준 회장이 리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송성진 부사장은 현대 경영의 중요한 화두인 공급망 안정화와 물류사업을 도맡아 HS효성그룹의 도약에 기여하고 있다. 물류사업의 수장으로서 글로벌 사업과 해외 고객이 많은 HS효성의 가치를 더욱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양정규 부사장은 HS효성의 주요 사업군 중 하나인 AI·DX 사업을 선도하며 다년간 실적을 올렸다. 이밖에 기획관리 부문에서 박창범 상무보가 신임 임원으로 발탁됐다. 신규 여성 임원으로 승진한 정유조 상무보는 효성그룹 공채 출신으로 경영기획팀, ESG경영팀, 신사업팀 등을 거친 기획통이다. 김규영 회장의 발령일은 내년 4월1일이며, 승진 임원들 발령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효성그룹 임원 인사 명단은 아래와 같다. ▲㈜HS효성 △회장 김규영 △부사장 트랜스월드PU장 송성진 △상무보 지원본부 인사총무팀장 박창범 ▲HS효성첨단소재㈜ △전무 타이어보강재PU 섬유영업 담당 이태정 △상무 가흥 화섬법인 사장 겸 TC영업 총경리 겸 중국 SC영업 총경리 천병호 △베트남 관리본부 담당 손판규 △상무보 미래전략실 신사업1팀장 정유조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부사장 대표이사 양정규 △전무 HIS PU 전략기획본부장 양천봉 △HIS PU 금융본부장 이정걸 여헌우 기자 yes@ekn.kr

LG전자 ‘가산 R&D 캠퍼스’ 설립 50주년…반세기 혁신 기반 AI홈 시대 연다

LG전자가 지난 1975년 설립한 국내 민간기업 최초의 종합 연구소 '가산 R&D 캠퍼스'가 설립 50주년을 맞았다. LG전자는 지난 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캠퍼스에서 '50년의 기술과 열정, 내일을 향한 약속'을 주제로 기념행사를 열고, 지난 반세기 동안의 성과와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며 향후 50년 혁신을 향한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고 9일 밝혔다. 행사에는 이현욱 LG전자 HS연구센터장(부사장), 오세기 ES연구소장(부사장)을 비롯해 김쌍수 전 부회장, 이영하 전 사장, 신문범 전 사장, 송대현 전 사장 등 역대 가전 사업본부장·연구소장과 산학 협력 중인 국내 주요 대학 교수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가산 R&D 캠퍼스는 1975년 12월 보다 체계적인 연구 거점 확보와 연구소 간 시너지 강화를 위해 '금성사 중앙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당시 국내 기업 대부분이 공장 내 소규모 연구조직을 운영하던 가운데 가전·컴퓨터 등 전 제품군의 신제품 개발, 품질 향상, 생산시스템 자동화를 전담한 국내 최초 민간 종합 연구소로 출범했다. 초기에는 단층 건물에 전기계측·제어·표준 실험시설을 갖춘 형태였으나, 2002년 압력·온도·소음 등 다양한 실험실을 갖춘 실험동 신축, 2007년 지상 20층·지하 5층 규모의 연구동 준공, 2013년 별관 추가 건립을 거쳐 현재 전체 연면적은 3.5만 평에 달한다. 개소 당시 수십 명이던 상주 인력도 1700여 명 규모로 확대되며 글로벌 기술 전문가를 배출하는 LG 가전 R&D의 핵심 요람으로 자리 잡았다. 가산 R&D 캠퍼스에서는 가전의 지평을 연 혁신 제품들이 잇달아 탄생했다. 1998년 세계 최초로 모터와 세탁통을 직접 연결한 DD모터, 2001년 직선운동 기반의 냉장고용 리니어 컴프레서는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을 대폭 끌어올리며 LG 가전의 핵심 부품 경쟁력을 증명했다. 2016년 출시한 국내 최초 듀얼 인버터 에어컨은 에너지 효율을 최대 40% 개선하고 미국 '에디슨 어워드' 최고상을 수상했다. 또한 △의류관리기 'LG 스타일러'(2011년) △세계 최초 분리세탁 '트윈워시'(2015년) △지속 업그레이드되는 'UP 가전'(2022년)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가전제품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연구소는 초창기부터 국내 전자산업의 기술 발전을 주도해왔다. 1977년 전자식 금전등록기(POS) 국산화 성공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 전자식 한·영 타자기, 주문형 반도체(Custom IC) 독자 개발 등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1981년 2만여 개 부품이 집적된 전자식 비디오테이프레코더(VTR)의 국산화는 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가전 시장에서 한국 기술 경쟁력을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됐다. 이곳에서 개발된 LG 가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최고 수준의 성능과 신뢰도를 인정받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미국 소비자매체 '컨슈머리포트'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가전 브랜드' 조사에서 6년 연속 종합가전 브랜드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 'JD 파워'의 가전 소비자 만족도 평가에서도 최다 수상했으며, 북미·유럽 주요 소비자매체 평가에서 냉장고는 10개국 28개 부문, 세탁기는 6개국 9개 부문, 건조기는 4개국 5개 부문에서 최고 평점을 받았다. 현재 가산 R&D 캠퍼스에서는 가전제품뿐 아니라 핵심 부품, 기능성 신소재, 플랫폼 등 미래 기술 연구가 한창이다. 고속회전 모터·인버터 실험실, 미생물·위생 실험실, 선행플랫폼 실험실 등 전문 연구공간과 의류과학연구소·공기과학연구소·소재연구소 등을 운영하며 △다양한 형태·용량의 HVAC 컴프레서 △기능성 신소재 '유리파우더' △차세대 가전 플랫폼 개발 등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현욱 HS연구센터장(부사장)은 “지난 50년간 쌓아온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새로운 AI홈 시대를 주도하는 전략 거점이자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을 선보이는 R&D 혁신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장] 사람 손보다 빠르고 정교하다…한국쓰리엠, 로봇 접착테이프 자동화로 ‘제조 혁신’

지난 8일 경기 화성 동탄에 자리잡은 한국쓰리엠(3M) 고객기술센터. 이 곳에서 6축 다관절 로봇 끝에 달린 접착제 도포장치(어플리케이터)가 S자 곡선으로 휘어진 부품 위를 미끄러지듯 유연하게 지나가는 모습이 시연됐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에는 양면 테이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부착돼 있고, 절단작업(커팅)까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한국쓰리엠이 이날 고객기술센터(CTC)에서 마련한 '산업자동화 솔루션 테크' 행사는 일반인에게 문구용 스카치 테이프나 박스 포장용 테이프로 떠올리기 쉬운 '테이프'가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모품이 아니라 첨단 제조 공정의 핵심 부품이자 자동화 솔루션으로 진화했음을 확인해 주는 자리였다. ◇ “볼트·너트·용접 없는 세상…'레벨 4' 자동화로 간다" 이날 고객기술센터의 시연에 앞서 한국쓰리엠 정세훈 접착제·테이프 사업부 영업팀장(부장)은 3M이 지향하는 자동화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정 부장은 “3M은 전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사업을 영위하며 연간 246억 달러(약 37조원) 매출을 올리는 과학기업"이라며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공정 혁신을 돕는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이어 3M이 자동화를 단순 수작업인 '레벨 1'부터 완전 자동화인 '레벨 4'까지 구현하며, 3M 솔루션은 최고 단계인 '유연한 자동화(Flexible Automation)'를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장은 “과거에는 볼트·너트·리벳·용접이 제조업의 체결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경량화와 디자인 자유도가 중요해지면서 접착제와 테이프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계의 인건비 상승과 숙련공 부족으로 자동화 수요가 큰데 구체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작업자가 2~3명인 소규모 라인보다는 10명, 20명 이상의 대규모 라인에서 도입했을 때 비용 절감 효과가 훨씬 크다"고 정 부장은 답변했다. 다만, 소규모 공정에서는 오히려 초기 투자 비용이 부담될 수 있다는 점을 덧붙여 말했다. 김정민 한국쓰리엠 이사는 “회사가 강조하고 싶은 건 자동화의 목적이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는 것에만 있지는 않다는 점"이라며 “작업자의 컨디션이나 숙련도에 따라 품질이 들쭉날쭉하는 변수를 막고 '품질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더 큰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했던 로봇팔 이날 투어의 백미는 단연 지하 랩실에서 진행된 '3M 로보테이프(RoboTape)' 시연이었다. 현장을 안내한 최보경 한국쓰리엠 수석연구원은 로봇 팔이 사람의 손보다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원리를 상세히 설명했다. 시연에서 6축 다관절 로봇 끝에 달린 도포 장치(어플리케이터)는 S자 곡선으로 휘어진 부품 위를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로봇이 지나간 자리에는 양면 테이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매끄럽게 부착돼 있었고, 커팅까지 완벽하게 마무리됐다. 최 연구원은 “사람이 붙일 때는 10~20초가 걸리고 숙련도에 따라 품질 편차가 생기지만, 로봇은 최대 속도로 일관된 품질을 만들어낸다"며 “특히 사람이 작업하기 힘든 복잡한 곡면 구간도 로봇은 한 번에 정확하게 처리한다"고 강조했다. 인력 대비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낫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속도는 로봇이 낼 수 있는 맥시멈까지 올릴 수 있어 생산성이 압도적이며, 무엇보다 곡면 구간에서 사람이 낼 수 없는 정밀도를 보장한다"고 말했다. 3M 로보테이프의 핵심은 '레벨 와인딩(Level Winding)' 기술이었다. 최 연구원은 “일반적인 롤 테이프는 길이가 짧아 공정 중 자주 교체해야 하지만, 3M은 마치 낚싯줄이나 실타래처럼 아주 길게 감긴 대용량 스풀을 공급한다"며 “이런 긴 길이의 레벨 와인딩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전세계적으로도 3M을 포함해 몇 곳 되지 않으며, 이를 통해 공정 중단 없는 연속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치약처럼 짜서 쓰는데 굳힐 필요 없는 3M VHB 압출형 테이프 최보경 수석연구원은 이어 기존 테이프의 고정 관념을 깬 '3M VHB 압출형 테이프(Extrudable Tape)'를 소개했다. 최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인 양면 테이프는 평평한 곳에는 잘 붙지만, 굴곡지거나 표면이 거친 곳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짜서 쓰는' 테이프를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글로벌 장비 업체인 '노드슨(Nordson)'의 프로본드(ProBond) 시스템과 결합된 솔루션이다. 최 수석연구원은 “고체 상태의 테이프 소재를 미니 압출기에 넣어 약 190~200℃의 열로 녹인 뒤 치약처럼 원하는 모양으로 토출하는 방식"이라며 “액체 접착제처럼 보이지만, 식으면 즉시 고체 테이프의 성질을 회복하기 때문에 별도의 경화 시간이 필요 없다"고 역설했다. 자동화 라인에서 내부 기포나 도포량 불량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느냐고 묻자 최 연구원은 “부착 후에 엑스레이 같은 비파괴 검사를 전수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대신 사전에 고객사와 물성 평가를 철저히 진행하고, 공정 변수(Parameter)를 검증해 불량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으로 신뢰성을 확보한다"고 답했다. 이어 “PP나 PE 등 난접착 소재에도 별도의 표면 처리(Primer) 없이 강력하게 붙고, IPX8 등급의 방수 성능을 자랑한다"며 “이형지(Liner)가 없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 솔루션"이라고 추가로 설명했다. ◇ “1000만 번 충격 견디고, 필요할 땐 열린다…전기차 난제 해결" 주형석 한국3M 상무는 전기자동차(EV) 시장을 겨냥한 두 가지 핵심 소재와 기능성 솔루션을 소개했다. 먼저 소개된 '배터리 팩 실런트 SZ1000'은 전기차 배터리의 '밀봉'과 '재개봉'이라는 모순된 과제를 해결한 제품이다. 주 상무는 “배터리 팩은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완벽히 밀봉(IPX8)되어야 하지만, 수리를 위해 필요할 때는 케이스를 파손하지 않고 열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제품은 배터리 팩을 완벽히 보호하면서도, AS가 필요할 때는 깔끔하게 떼어낼 수 있는 '재개봉' 기능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화재 안전성을 위해 난연 등급(UL94 V-0)을 확보한 점도 빠트리지 않았다. 이어 소개된 '구조용 접착제 SA9820'은 용접을 대체하는 고강도 접착제다. 주 상무는 “차체 경량화를 위해 알루미늄이나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 등 이종 소재 사용이 늘면서 용접이 불가능한 영역이 생겼다"며 “SA9820은 나사나 용접 없이도 알루미늄 기준 20MPa 이상의 전단 강도와 1000만 사이클 이상의 피로 수명을 자랑한다"고 전했다. 특히, 약 80℃의 저온 경화가 가능해 고열에 약한 복합소재 부품의 열변형을 최소화시킨 점을 부각시켰다. 디스펜서 같은 장비가 막힐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주 상무는 “우리는 일방적으로 제품을 만들고 고객에게 쓰라고 하지 않고, 설비 초기개발 단계부터 로봇·디스펜싱 업체와 소재 물성을 조율하며 같이 만들어 간다. 막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사전 예방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이밖에 기존 용접을 대체하는 구조용 접착제의 비중과 관련해 그는 “아직은 초기 단계이나 경량화와 고강도 체결을 위해 도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고 시장이 열리고 있다"고 성장 가능성을 강조했다. ◇ 절대 안 떨어지는 테이프? '떼었다 붙였다 1000번'의 기술 체험 3M 로보테이프 시연 이후 한국쓰리엠 원천기술을 직접 체험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현사래 한국쓰리엠 연구원은 일반 폼테이프와 VHB 테이프를 비교하는 시연을 진행했다. 기자가 직접 두 테이프 제품을 번갈아 양손으로 힘껏 잡아당겨 보았지만 VHB 테이프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현 연구원은 “VHB는 아크릴 폼 전체가 점착 성분을 가지고 있어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며 “나사나 못 없이 킥보드 프레임이나 냉장고 손잡이를 조립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3M이 개발한 삼각형 세라믹 입자의 큐비트론(Cubitron) 연마제는 연마 시 무뎌지는 것이 아니라 미세하게 깨지면서 스스로 날카로운 날을 다시 세우는 성질이 있다"며 “이 덕분에 작업 속도를 높이고 작업자의 피로도를 획기적으로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 “빛과 소리, 진동을 제어하다"…자동차 속 숨은 3M 기술 현 연구원은 자동차 도어와 휠 가드 내부에 들어가는 하얀색 흡음재 '신슐레이트(Thinsulate)'를 가리키며 “단순한 솜처럼 보이지만 초극세사 섬유층이 소음 에너지를 포집해 열에너지로 바꿔 배출하는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이는 패딩 점퍼의 보온 소재로도 잘 알려져 있지만, 전기차 시대에는 노면 소음을 잡는 핵심 소재로 쓰인다. 새 차를 탔을 때 나는 퀴퀴한 냄새의 원인인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를 억제하는 테이프 기술도 소개됐다. 현 연구원은 “시간이 지나면서 기화되는 유해 물질을 줄여 탑승자의 건강을 보호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차용 파란색 번호판도 있었다. 현 연구원은 “번호판 내부에는 피라미드 모양의 미세한 프리즘 구조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며 “빛을 받으면 광원 방향으로 그대로 빛을 돌려보내는 '재귀 반사(Retro-reflection)' 성질 덕분에 일반 번호판보다 3배 이상 밝게 보여 야간 사고를 예방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 대시보드 디스플레이가 대형화되면서 야간에 앞 유리에 화면이 비치는 '고스트 현상'이 문제로 떠올랐다. 현 연구원은 “3M의 '라이트 컨트롤 필름'은 마치 셔터처럼 빛의 방향을 제어해, 운전자에게는 선명한 화면을 보여주면서도 앞 유리창에는 빛이 반사되지 않게 막아준다"고 시연했다. 일명 '찍찍이(벨크로)'와 비슷해 보이지만 '듀얼락(Dual Lock)'의 원리는 달랐다. 현 연구원은 “암수가 구별되는 벨크로와 달리, 버섯 머리 모양의 동일한 구조물이 서로 맞물려 '탁' 소리와 함께 결합된다"며 “1000번 이상 떼었다 붙여도 결합력이 유지돼 수리가 필요한 자동차 내장재 고정 등에 쓰인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내내 한국쓰리엠 관계자들이 강조한 것은 납품이 아닌 '협업'이었다. 김정민 이사는 “3M은 제품을 만들어놓고 일방적으로 사가라고 하는 회사가 아니다"라며 “고객사가 새로운 공정을 도입하거나 난관에 부딪혔을 때 초기 단계부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솔루션을 개발한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고객사와의 협업에 대해 묻자 주형석 상무는 “엄격한 요구 조건을 맞추기 위해 수많은 테스트를 거쳤다"며 “한국 고객사의 기준을 통과하면 글로벌 어디에서도 통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전했다. '붙이기'를 넘어 초정밀 스펙과 자동화 기술, 그리고 고객과의 끈끈한 협업으로 무장한 3M. 이들의 '테이프'가 제조업의 생산 현장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샤오미 폰서 ‘티머니’ 쓴다…‘샤오미 15T 프로’ 적용

샤오미코리아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샤오미 15T 프로'에서 모바일 교통 결제 서비스 '티머니' 사용을 지원한다. 9일 샤오미코리아에 따르면 샤오미 15T 프로 사용자는 실물 교통카드를 지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만으로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티머니'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교통카드를 등록한 뒤 스마트폰 뒷면을 단말기에 갖다 대기만 하면 바로 결제가 이뤄진다. 앱을 실행하거나 화면을 켤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으며, 편의점·카페 등 제휴 오프라인 가맹점에서도 동일하게 결제할 수 있다. 사용자는 모바일티머니 앱을 통해 △잔액 충전 및 내역 조회 △자동 충전 설정 △어린이·청소년 요금 자동 할인 적용 △교통비 소득공제 등록 △잔액 환급 △분실·도난 시 정지 및 재발급 신청 등 다양한 기능을 스마트폰에서 바로 처리할 수 있다. 실물 카드 충전소 방문 없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샤오미코리아는 샤오미 15T 프로를 시작으로 티머니 지원 스마트폰 모델을 순차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샤오미코리아는 티머니 공식 지원을 기념해 오는 15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샤오미 15T 프로 구매 고객에게 5만1800원 상당의 '레드미 버즈6'를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제품은 샤오미코리아 공식 온라인몰을 비롯해 전국 샤오미 스토어, 샤오미 앱, 네이버 등 주요 온라인 채널에서 구매할 수 있다. 샤오미코리아 관계자는 “샤오미는 기술 혁신뿐 아니라 사용자 일상을 실질적으로 편리하게 만드는 현지화 전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모바일 결제 이용률이 높은 한국 소비자들을 위해 티머니 지원을 도입한 만큼, 앞으로도 사용자 경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