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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HMM 본사 부산 이전은 ‘강제 이주’다

“제 두 살 아기에게 엄마의 품은 온 세상 그 자체입니다. 그런데 회사와 정부는 제게 아이의 세상을 포기하라고 종용합니다. 부산으로 본사를 옮기는 건 그저 수백 킬로미터 이동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저희 아이들에게서 엄마, 아빠의 품을 빼앗아 가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트럭에 실어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공장 기계가 아닙니다." 지난 2일 청와대 사랑채 앞, 13년 차 직장인이자 21개월 아기를 둔 엄마인 김 모 매니저의 절규가 매서운 봄바람을 갈랐다. 전체 조합원 776명 중 638명이 아스팔트 위로 쏟아져 나온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 지부의 총력 투쟁 결의 대회 현장. 기자가 직접 마주한 그곳에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화려한 구호에 짓눌려 졸지에 타향살이는 물론 가족과의 생이별을 강요하는 정부와 회사를 향한 근로자들의 눈물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현재 정부는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당시 대선후보 공약으로 내걸었던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을 핵심 국정 과제로 내걸고 맹렬한 속도전을 펴고 있다. 명분은 지역 발전이라지만 그 이면에는 다가오는 6월 3일 지방 선거 승리라는 얄팍한 '정치적 셈법'이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 현업자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행동대장 삼아 민간기업의 경영 자율권을 침해하는 '폭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본사 이전의 절차적 정당성이나 노사 간의 신뢰는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노사 협의를 지켜보겠다"던 해양수산부 장관의 며칠 전 취임사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한낱 기만극이었음이 드러났다. 사측은 회사 창립 50주년 비전 선포식에서 “모든 성과는 임직원의 노고 덕분"이라며 샴페인을 터뜨린 직후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고 본점 소재지 변경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에서는 100년 기업을 운운하며 근로자를 치켜세우고, 뒤에서는 삶의 기반을 통째로 뽑아버리는 기습 양동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근로자의 삶을 체스판의 말처럼 소비하는 이러한 행태는 단순히 한 가정의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수출입을 책임지는 국가 핵심 산업의 치명적 자해 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글로벌 해운업은 단순한 선박 운항을 넘어 고도화된 물류 네트워크와 첨단 IT 기술이 결합된 총성 없는 전쟁터다. 무리한 강제 이전에 반발해 심혈을 기울여 영입한 물류 IT 핵심 인력들이 대규모로 이탈한다면 이는 곧바로 해운업 본원적 경쟁력의 추락을 의미한다. 이날 현장에서 한 직원은 노부모를 모시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퇴사를 고민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결국 서비스 질 하락과 글로벌 해운 동맹의 균열, 나아가 국가적 물류 대란이라는 거대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자 전국사무금융노조는 500여 명의 간부에게 1주 이상의 HMM 주식 매수 지침을 내리며 주총장 물리적 봉쇄라는 초강경 연대 투쟁을 천명했다. 일방적 이전 계획 중단과 투명한 정보 공개와 성실한 협의, 고용 안정 보장·강제 이전 금지 명문화라는 노조의 요구는 거창한 특혜가 아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과 일터를 지키기 위한 상식적이고 절박한 생존권 선언이다. 기업을 움직이는 핵심 동력은 서류상의 주소지나 거수기 경영진이 아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험난한 해운 불황의 파고 속에서도 밤낮없이 땀 흘려 지금의 HMM을 일궈낸 평범한 '사람'들이다. 정부와 사측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소수 근로자를 희생양으로 삼는 맹목적인 폭주를 당장 멈춰야 한다. 가족의 해체를 막아달라는 아기 엄마의 눈물을 짓밟고 세운 모래성 위에서는 그 어떤 거창한 국정 과제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뼈저리게 명심해야 할 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국서 1조원 벌고도 법인세 66억원…넷플릭스 ‘꼼수회계’ 언제까지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1조원 넘게 벌어가면서 법인세는 수십억원대만 납부해 빈축을 사고 있다. 회계처리 과정에서 한국 법인 매출원가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려 세전이익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13일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54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8997억원) 대비 17.2% 늘어난 수치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한국 회원들에게 넷플릭스 서비스에 대한 구독 멤버십을 홍보 및 재판매하는 곳이다. 전체 매출에서 스트리밍 수익(1조52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99%를 넘는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1위 자리를 굳히며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넷플릭스는 월간활성이용자(MAU) 집계 기준 점유율 40%를 넘기는 압도적 1위 사업자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작년 영업이익은 203억원이었다. 전년(174억원) 대비 16.8%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이 1.9%에 머무른 것이다. 이로 인해 법인세로는 65억6000만원만 지출했다. 매출액의 0.6% 정도만 세금으로 냈다는 의미다. 경쟁 상대인 티빙과 웨이브(콘텐츠웨이브) 등은 적자를 내고 있어 지난해 법인세를 납부하지 않았다. 테크 기업인 네이버의 경우 지난해 12조350억원의 매출을 올려 법인세 비용으로 6014억원을 썼다. 매출액 대비 법인세 납부액 비중은 5% 수준이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이 바닥을 치는 이유는 매출원가율 지출액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의 90%에 육박하는 8929억원을 매출원가로 잡았다. 본사(Netflix, Inc.)에 송금하는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로 대부분(8539억원)을 사용했다. 당기순이익(136억원)이 전년(141억원) 대비 줄었음에도 본사 배당금은 2024년 95억원에서 작년 120억원으로 늘었다. 배당 성향은 88%를 기록했다. 사회공헌활동 사용액 및 기부금은 별도 표시되지 않아 0원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세금 회피를 목적으로 일부러 세전이익을 낮추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비스 기업 특성상 마진율이 높은 사업 구조를 지녔음에도 매출원가율을 지나치게 높게 잡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3년간 넷플릭스 본사의 영업이익률은 꾸준히 30% 안팎을 기록 중이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2024년에도 899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원가를 7674억원으로 잡아 영업이익률 1.9%를 기록했다. 같은해 법인세는 39억원만 내고 본사 배당은 95억원을 보냈다. 우리 정부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법인세 회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 2021년 넷플릭스에 800억원의 세금을 더 내라고 명령했다. 사측은 이에 반발해 불복 소송을 진행 중이다. 1심은 국세청 손을 들어줬고,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2020년 당시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매출액 4155억원을 올리고 법인세는 22억원만 냈다. 업계에서는 해당 판결이 나온 이후 넷플릭스를 비롯한 글로벌 서비스 기업들의 회계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는 지난해 법인세를 내며 '과거 법인세의 당기 조정액' 명목으로 24억원가량을 잡았다. 이 회사의 법인세 납부액이 2024년 39억원에서 지난해 66억원으로 69%나 뛴 배경이다. 같은 기간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은 180억원에서 201억원으로 11.7% 많아졌다. 소송 등 이슈가 없었다면 넷플릭스 측이 지난해 납부한 세금은 40억원대에 머물렀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 보인다. 넷플릭스 측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유통계약에 따라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며 “당사 영업이익은 넷플릭스 그룹의 이전가격 정책에 의거한 정상 영업이익"이라고 밝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장] LG유플러스, 유심 교체 첫날…대란 없었지만 알뜰폰 고객은 ‘불편’

LG유플러스가 전 고객을 대상으로 한 유심(USIM) 무상 교체 및 업데이트 시행 첫날인13일. 방문 사전예약을 받은 데다 꼭 매장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셀프 교체도 가능한 상황이었던지라 매장마다 방문 고객이 대거 몰리는 모습은 없었다. 다만, 알뜰폰(MVNO) 고객의 경우 유심 교체 서비스에 일부 제한이 있는 상황이어서 매장 방문 전 확인 없이 찾아간 고객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 매장 방문 시 유심 교체까지 20분 수월…온라인 간편 업데이트도 가능 LG유플러스 가입자인 기자도 무상 유심교체 대상이어서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성북구 소재 LG유플러스 한 매장을 찾았다. 내부로 들어서자 직원들이 유심 교체를 위해 찾아온 고객들을 일사불란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매장 방문 예약' 시스템 덕분인지 대기줄은 없었지만 빈 자리도 보이지 않았다. 매장의 한 직원이 기자에게 먼저 사전예약 여부를 확인했고, 먼저 온 고객의 응대를 끝낸 뒤 안내해 주겠다고 친절하게 알려줬다. 매장에서 만난 한 고객은 “방문을 예약하고 교체를 위해 매장을 찾았는데 친절하게 응대해 주셔서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었다"며 “교체까지는 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고 전했다. LG유플러스의 이번 조치는 새 보안 체계를 적용하기 위해서다. 앞서 LG유플러스는 가입자식별번호(IMSI) 값에 휴대전화 번호 일부를 포함해 보안 우려가 제기됐다. 이번 유심 교체 및 업데이트는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고 있는 전체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유심 업데이트가 가능한 고객은 온라인 간편 업데이트를 통해 직접 조치할 수 있고, 매장을 찾아 직원의 도움을 받아 유심 업데이트나 교체를 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는 고객 대기시간을 최소화하고 현장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방문 예약을 받았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 기준 무선통신(MNO) 고객은 누적 기준 16만9873명이, 알뜰폰(MVNO) 고객 중에서는 1만687명이 매장 방문을 예약했다. 이는 LG유플러스 전체 고객의 약 1.4%, 0.2% 수준이다. ◇ 알뜰폰 고객은 일부 매장서만 교체…일부 알뜰폰은 그마저 제한 LG유플러스 망 알뜰폰(미디어로그)을 이용하고 있는 기자는 이날 방문한 LG유플러스 매장에서 유심 교체를 진행하고자 했지만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매장 직원은 “알뜰폰 고객의 경우 직영점이나 알뜰폰 전문 매장에서만 유심 교체가 가능하다"며 “혹시 모르니 방문 전에 해당 매장에 전화를 해보거나 알뜰폰 플랫폼 '알닷(알뜰폰닷컴)'을 통해 방문 예약을 미리 하시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인근에 위치한 LG유플러스 직영점에 전화를 걸어 방문 대기를 통해 유심 교체 진행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직영매장 직원은 “교체는 가능하지만 이번주까지는 예약이 꽉 차 있어 방문 대기는 어렵다"며 “'알닷'을 통해 방문 예약을 진행하시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알닷'을 통해 확인해보니 서울 내에서 방문 예약이 가능한 매장은 알뜰폰플러스 매장 2곳과 직영 매장 19곳 등 총 21곳으로 나타났다. 지점마다 차이는 있으나 일부 매장에서는 5월 둘째 주까지 예약이 가득 차 있어 당장 유심 교체를 진행하기는 어려워 보였다. 리브모바일(KB국민은행), 스노우맨(세종텔레콤), 여유텔레콤, 화인통신, 원텔레콤 등 일부 알뜰폰 브랜드는 알닷을 통한 업데이트와 교체가 어려워 각 고객센터로 별도 문의해야 한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리브모바일은 자체적으로 교체 및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나머지 4개사는 현재 영업을 종료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편 LG유플러스 망을 사용하는 알뜰폰 고객 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900만 명 정도다. 이중 사물인터넷(IoT) 회선을 제외한 핸드셋 기준 고객 수는 약 600만~700만명으로 추산된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수입차 1위 오르자 500만원 기습인상…테슬라 ‘배짱 장사’

테슬라가 공격적인 가격 인하로 수입차 시장 1위에 오른 직후 최대 500만원에 달하는 가격 인상을 단행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판매 확대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자마자 가격을 끌어올린 데 대해 업계에서는 단순한 조정이 아닌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배짱 장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10일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L의 가격을 기존 6499만원에서 6999만원으로 500만원 인상했다. 모델YL은 지난 3일 홈페이지에 공개돼 사전 예약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불과 일주일 만에 가격이 기습적으로 오른 것이다. 아울러 중형 전기 SUV 모델Y 롱레인지 사륜구동(AWD)을 5999만원에서 6399만원으로 400만원을, 중형 전기 세단 모델3 퍼포먼스 역시 5999만원에서 6499만원으로 500만원 나란히 올렸다. 이번 가격 인상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테슬라가 수입차 시장에서 판매 1위를 기록한 직후 이 같은 조치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브랜드별 판매량에서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335.1% 증가한 2만964대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특히 지난달에는 1만1134대를 판매해 수입차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월간 판매 1만대를 돌파했다. 업계는 테슬라의 판매 급증 배경으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단행된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꼽는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31일 모델3 퍼포먼스 가격을 6939만원에서 5999만원으로 940만원 낮추며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또 모델Y 프리미엄 후륜구동(RWD)은 5299만원에서 4999만원으로 300만원 인하해 소비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5000만원선을 무너뜨렸고 모델Y 프리미엄 롱레인지 역시 6314만원에서 5999만원으로 낮췄다. 이어 지난 1월에는 모델3 스탠다드 RWD와 모델3 롱레인지 RWD 가격을 각각 4199만원, 5299만원으로 인하하며 공격적인 가격 전략을 이어갔다. 당시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속에서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가격을 낮춰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전략을 펼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反) 친환경 정책 기조, 유럽에서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숨 고르기' 국면이 이어지면서 재고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모델3와 모델Y를 생산하는 중국 상하이 공장이 글로벌 핵심 수출 거점 역할을 하는 가운데 유럽 수요 둔화로 물량이 한국 등 일부 시장으로 집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후 가격 인하를 통해 재고가 상당 부분 소진되자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다시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며 수익성 확보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가격 인상은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개편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제조사의 국내 기여도와 투자 등을 반영해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하면서 테슬라가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판매량 확대보다는 대당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선회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경우 고객 감사 프로모션이나 추가 할인 등을 통해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테슬라는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는 반대 행보를 보이며 '배짱 장사' 논란을 키우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판매 호조 국면에서는 가격 인하나 혜택 확대를 통해 시장을 더욱 확대하는 전략을 쓰는데 테슬라는 정반대 선택을 했다"며 “단기 수익성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신뢰도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판매 호조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직후 가격을 인상한 결정 역시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기업과 소비자 간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짧은 기간 내 큰 폭의 가격 변동이 반복되면서 구매 시점에 따른 불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계약을 고려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인상에 대한 불만이 확산되며 브랜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이 아직 성장 단계에 있는 만큼 가격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고가 제품일수록 가격 변동에 대한 소비자 민감도가 높아지는 만큼 일관된 가격 정책이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1분기 2만대를 돌파하며 수입차 1위에 오르자마자 약 500만원의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은 테슬라가 한국 시장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테슬라는 어차피 가격을 올려도 잘 팔린다는 판단 아래 한국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테슬라의 가격 정책은 속된 표현으로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고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상 차량 가격 인상은 연식 변경이나 페이스리프트, 옵션 확대 등 제품 변화에 대한 명분이 있을 때 이뤄진다"며 “이번 인상은 별다른 명분 없이 단기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소비자들은 100만~200만원 수준의 가격 변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처럼 기습적인 인상은 브랜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테슬라가 전략적으로 실수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중동사태 ‘안갯속’…시행 한 달 최고가격제도 ‘출구 안보인다’

시행 1개월을 맞은 국내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리터(ℓ)당 시중 판매가격 2000원 전후로 수렴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다. 정유사의 공급가 상한선이 동결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근 미-이란 간 2주간 휴전 발표와 국제 원유수송 주요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조기 개방 기대감과 달리 미-이란 휴전협상 결렬로 13일(한국시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등 국제유가가 다시 8% 뛰며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어서면서 국내 최고가격제의 출구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13일 정부는 미-이란 협상 결렬과 국제유가 상승세에도 최고가격제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데다 올해 내내 원유 수급 위기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수급관리 및 정유사 등 기업 지원 등 중장기 후속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3차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지난 9일부터 13일(오후 12시 기준)까지 국내 주유소의 보통 휘발유(92RON)와 경유(황 함유량 0.001%) 평균 가격은 각각 리터당 1991.04원과 1985.65원으로 집계됐다. 2차 최고가격제에 따른 공급가가 1934원과 1923원으로 고시된 지난달 27일부터 오름세로 전환한 뒤 2000원선에 가까이 다가갔다가 3차 시기의 공급가 상한선이 동결되면서 이달 10일부터 상승폭이 둔화됐다. 시장에서는 최고가격제 기준으로 삼는 싱가포르 시장 가격 추이에 비추어 3차 상한선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3차 최고가격제는 가격 안정화 필요성에 좀 더 무게를 싣고 있으며, 정부와 정유업계도 오는 5월까지 월평균 도입량인 8000만톤의 80% 수준까지 원유를 확보했다. 아울러 정부는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 결렬에도 당분간 자원안보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유지하고,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이날 일일브리핑에서 “현재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서 자원안보 위기 단계를 격상하거나 석유 최고가격제를 푼다든지 같은 변동 여부는 없다"며 “최고가격제도 이 같은 중동사태 긴장 상황이 지속되는 걸 전제로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유사의 원유 도입 부담이 커지는데 공급가 상한선이 고정돼 정유사에 보전해줘야 할 손실 규모가 급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문제가 당분간 풀리기 어려워 중동 내 대체 수급처를 모색하거나 북미 같이 먼 곳에서 원유를 수급하는 등 당장 들여올 원유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가격이 더 저렴한 원유를 찾아나설 여유가 충분하지 않아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급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해 정유사 손실 보전이나 거래 관행 같은 다른 이슈는 미뤄둔 상황"이라고 전했다. 산업연구원도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석유 최고가격제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왜곡과 공급 축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산업 측면에서는 가격 수준 자체보다 공급 지속성과 생산활동 유지가 더 중요한 정책목표"라고 제언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에너지 가격 안정화를 위한 유류세 인하와 취약계층 지원, 원유·나프타 수급 안정화를 염두에 둔 수입선 다변화와 비축유 방출뿐 아니라 공공부문 차량 2부제·민간 자율 5부제 등 에너지 절약 정책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중동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가격·수급·보조금·국제협력 등 다양한 정책을 신속히 추진 중"이라며 “앞으로도 주요국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며 필요한 대응을 보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는 '수술 중 사용하는 마취제'와 같아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지만 장기간 사용할 경우 환자의 건강에 비유할 수 있는 시장 경제를 해친다"며 “이제는 적절한 '출구 전략'을 통해 시장의 가격 신호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별도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구체적으로 유 교수는 “최고가격제가 시장의 상수로 인식될 경우 민간의 에너지 절약 유인은 사라진다"며 “3~6개월 단위로 정한 특정 날짜에 종료되는 시간적 일몰과 국제 유가가 특정 수준으로 내려가면 자동 해제되는 조건부 일몰을 병행 공표하는 복합 일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가격 직접 통제보다 에너지 소비 자체를 줄이는 정책으로 전환할 때"라며 “최고가격제는 점진적으로 폐지하되 취약계층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유류 쿠폰'이나 '에너지 바우처'를 통해 직접 지원해 조세 형평성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승일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대한항공, 비상경영에도 날아올랐다…1분기 영업익 5169억 ‘분기최대’

대한항공이 올해 1분기 역대급 여객 탑승률과 인공 지능(AI) 관련 하이테크 화물 수요에 힘입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 대비 47% 이상 뛰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회복했다. 다만 1500원대를 훌쩍 넘긴 고환율과 고유가 등 중동발 복합 위기 전운이 짙어짐에 따라 4월부터 전격적인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수익성 방어에 사활을 걸고 있다. 13일 대한항공이 공시한 별도 기준 올해 1분기 잠정 영업 실적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1% 증가한 4조 5151억 원을 기록하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수익성 지표도 대폭 개선됐다. 영업이익은 516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3% 급증했고 영업이익률은 11.4%로 전년 동기 8.9% 대비 2.5%포인트(p)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2427억 원으로 25.6% 늘었다. ◇“빈 좌석 없이 날았다"…유럽·중국 노선 약진에 항공우주 사업도 '효자'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는 여객·화물·항공우주 등 전 사업 부문이 고르게 성장한 결과다. 1분기 여객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증가한 2조6131억 원을 기록했다.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임에도 전체 여객 탑승률(L/F)은 전년 대비 3.4%p 상승한 88.4%에 달했고, 수익성 지표인 일드(Yield·1km당 운임)도 130원으로 3.3% 올랐다. 특히 노선별 맞춤 전략이 빛을 발했다. 중국 노선은 한중 관계 개선과 중일 관계 경색의 반사이익으로 매출이 19% 뛰었다. 유럽 노선(18%↑)은 중동 전쟁 여파로 타 항공사들의 우회 경로가 늘어나면서 대한항공의 직항·환승 수요로 몰렸다. 동계 성수기 공급을 10% 늘린 일본 노선 매출도 12% 증가했다. 화물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1조 906억 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 확대로 △반도체 △서버 랙(Rack) △배터리 등 고부가가치 항공 화물 수요가 쏟아진 덕분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성과도 눈에 띈다. '기타 수익' 부문은 811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4.0% 급증했는데, 이 중 항공우주사업본부의 매출이 2522억 원을 차지하며 전사 외형 성장에 큰 힘을 보탰다. ◇환율 1513원 돌파에 외화 환산 손실…선수금 유입으로 현금은 '두둑' 외형은 화려하게 성장했지만, 재무제표 이면에는 1500원 선을 뚫은 고환율 등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의 타격이 고스란히 담겼다. 1분기 말 기준 원·달러 평가환율은 1513.4원으로 작년 말 1434.9원 대비 78.5원 5.47% 급등했다. 이로 인해 장부상 순 외화 부채(약 55억 달러) 평가에 따른 외화 환산 차손실이 3895억 원이나 발생했다. 연료비의 경우 단가 상승과 환율 악재 속에서도 항공기 운영 효율화를 통해 연료 소모량을 절감, 전체 연료비(1조812억 원)를 전년 대비 1.2% 줄이며 선방했다. 재무 건전성 지표에는 다소 변동이 있었다. 부채 비율은 작년 말 244%에서 1분기 말 266%로 22%p 상승했다. 이는 보잉 787-10 2대와 에어버스 A350 1대 등 신형 중대형기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금융부채가 늘어난 데다 유류 할증료 인상 등에 대비해 여행객들이 항공권을 미리 사두면서 선수금(영업부채)이 작년 말보다 17%(9506억 원)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다만 선수금이 대거 유입된 덕분에 현금성 자산은 4조3648억 원으로 25.0% 넉넉하게 확보됐다. ◇4월 1일부 '비상 경영'…스마트 물류·해외 환승객 유치 총력전 대한항공은 미국-이란 갈등 등 중동발 리스크 장기화로 2분기 고유가·고환율 파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4월 1일부로 전사적인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 안전 운항을 최우선으로 하되 내부 비용 효율화에 착수했다. 2분기 수익성 방어를 위한 세부 핀셋 영업 전략도 본격 가동한다. 여객사업본부는 고환율로 인한 한국발 아웃바운드 수요 정체에 대비해 미주 여름 방학 시즌을 겨냥한 한국행 인바운드 수요와 중동계 항공사 이탈에 따른 환승 수요 유치에 역량을 집중한다. 대한항공은 고유가 지속과 국가간 보호 무역주의 확산 기조에 따른 불안정한 시장 환경을 전망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국-이란 전쟁으로 촉발된 고유가 환경이 글로벌 교역 성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우려가 존재한다"며 “미국 관세 조치 관련 불확실성과 각국 보호 무역주의 기조 강화로 글로벌 공급망과 항공 화물 수요 변동 가능성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화물사업본부는 북미발 체리 등 마진이 높은 계절성 물량을 선점하고 AI와 K-뷰티 등 신성장 산업의 항공 수요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발맞춰 핵심 거점인 인천 화물터미널과 북미 대표 지점인 뉴욕 화물 터미널의 시설을 현대화하고 스마트 물류 체계를 구축해 장기적인 운송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신작·레거시 IP ‘쌍끌이’…크래프톤·엔씨·펄어비스 ‘미소’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1분기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 크래프톤, 엔씨, 펄어비스 등이 신작 흥행과 레거시 지식재산권(IP)을 앞세워 호실적을 거둘 거란 관측이 나온다. 13일 증권가에 따르면 크래프톤, 엔씨, 펄어비스 등 주요 게임사들은 올해 1분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신작 성과와 함께 장기 흥행 IP의 안정적인 매출 기여가 더해지며 실적 개선을 견인하는 모습이다. 크래프톤은 대표작 'PUBG: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를 중심으로 레거시 IP의 저력을 입증하고 있다. 출시 9년차에 접어든 배그는 지속적인 기술 업데이트와 콘텐츠 고도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글로벌 브랜드 및 아이돌 그룹과 협업을 통해 견조한 이용자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최고 동시 접속자 수 130만명을 기록하며 장기 흥행작으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이에 힘입어 크래프톤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매출 1조원 달성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 1분기 매출 1조2000억원, 영업이익 408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출시 9년이 지난 배그는 매년 성장 지속 여부에 대한 우려를 동반해 왔지만, 1분기 실적을 통해 반등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규모 마케팅을 통한 트래픽 증가와 과금 성과가 매출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레거시 IP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크래프톤과 달리, 엔씨는 신작을 통해 반등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회사의 1분기 예상 매출은 5112억원, 영업이익은 9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9%, 1656.5% 증가가 점쳐진다. 지난 2월 출시한 '리니지 클래식'이 출시 초반 빠른 이용자 유입을 기반으로 흥행 궤도에 안착한 점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PC방 전문 리서치 사이트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리니지 클래식은 2월 3주차 이후 줄곧 PC방 점유율 2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9일 기준 점유율은 20.36%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기록했다. '리니지 클래식'은 '리니지'의 2000년대 초반 서비스 버전과 감성을 복원한 게임이다. 군주·기사·요정·마법사 등 4종의 클래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2월 12일부터 정식서비스에 돌입해, 3주 만에 누적 매출 500억원을 달성한 바 있다. 기존 '리니지' IP에 대한 충성도 높은 이용자층이 신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점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 말 선보인 '아이온2'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힘을 보태고 있다는 평가다. 아이온2는 엔씨의 간판 IP인 '아이온'의 정식 후속작이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이온2'는 기대를 상회하는 성과를 내고 있다"며 “1월 시즌2 업데이트로 출시 초기 대비 높은 성과를 확인했으며 이후 설날 이벤트 의상 수익 모델(BM)도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혔다. 펄어비스 역시 대형 신작 '붉은 사막' 흥행 효과에 힘입어 실적 개선 흐름에 올라탈 것으로 보인다. 펄어비스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 2916억원, 영업이익 125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8%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펄어비스의 PC·콘솔게임 '붉은 사막'은 출시 12일 만인 지난 1일 '판매고 400만장'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패키지 게임 중에서는 최단 기간에 이뤄낸 실적이다. 붉은 사막은 초기 평점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방대한 콘텐츠와 완성도를 기반으로 이용자 평가가 빠르게 개선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붉은 사막의 누적 판매량은 올해 2분기 850만장을 거쳐 내년 말에는 1230만장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기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IP 경쟁력'을 기반으로 실적 반등을 이끌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크래프톤이 레거시 IP의 장기 수익화 모델을 강화하고, 엔씨와 펄어비스가 신작을 통해 IP 확장에 나서는 등 전략은 다르지만 결국 핵심은 IP 파워에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IP 경쟁력이 곧 기업 가치로 이어지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대한항공, 1Q 영업익 5169억원…전년 동기비 47.3%↑

대한항공이 올해 1분기 여객과 화물 사업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고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나는 호실적을 거뒀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 등 고환율·고유가 악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부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13일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2026년 1분기 매출 4조5151억 원, 영업이익 5169억 원, 당기 순이익 2427억 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4.1%, 영업이익은 47.3%, 당기 순이익은 25.6% 증가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여객과 화물 부문이 동반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1분기 여객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76억 원 증가한 2조613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 2월 설 연휴 기간 견조한 수요가 유입됐고, 유럽 및 주요 환승 노선을 중심으로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1분기 화물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6억 원 증가한 1조906억 원으로 집계됐다. 고정 물량 계약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수요가 강세를 보인 미주 노선에 부정기편과 전세기를 추가로 운영하는 등 탄력적인 노선 운영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화려한 1분기 성적표 이면에는 짙은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2분기부터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고환율의 파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율과 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1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은 265.7%로 전년 말 대비 22%포인트(p) 상승했다. 부채 총계는 29조6499억 원으로 9% 늘었고, 자산 총계는 40조8077억 원(+6%)을 기록했다. 비용 급증 우려가 커지자 대한항공은 이달부로 전격 '비상 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유가 변동에 단계적으로 대응하며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강력히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를 통해 재무 구조적 체질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지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분기 수익성 방어를 위한 구체적인 영업 전략도 세웠다. 여객 사업은 고환율 등에 따른 한국발 수요 정체 가능성에 대비해 해외 출발 및 환승 수요 유치에 역량을 집중한다. 화물 사업은 시즌성 화물 물량을 선점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 관련 산업, K-뷰티 등 성장 산업의 항공 수요를 적극 유치하고 시장 변화에 맞춘 탄력적 노선 운영으로 수익성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AX 통해 전사 생산성 50%↑”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전사 인공지능 전환(AX)을 통한 '이기는 혁신'으로 2028년까지 전사 생산성을 50%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3일 김 사장은 CEO 메시지를 통해 “AX는 생존과 직결된 필수 과제"라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AX 실행 전략을 공유했다. 김 사장은 현재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 대해 “단순한 양적 경쟁으로 대응하는 것은 의미 있는 승산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AX를 통해 '핵심 자산 및 인재 중심'으로 게임 룰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G에너지솔루션이 보유한 다수의 명품 특허 등 지식재산권, 30여 년에 가까운 축적된 업력, 풍부한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핵심 자산으로 꼽으며 “이 자산들이 AX와 결합해 시너지를 낸다면 경쟁의 판을 바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초 수립한 '2030년까지 생산성 30% 개선'이라는 전사 목표를 '2028년까지 생산성 50% 개선'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경쟁사들 역시 대규모 전담 조직과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더 도전적인 목표를 더 빠르게 달성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성공적인 AX 체계 안착을 위한 강력한 지원체계도 구축한다. 김 사장은 “AX는 제조업의 복잡성, 국가핵심기술 보안, 현업 적용 체계까지 함께 풀어야 하는 복잡한 과제"라며 전사적 지원체계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 매월 CEO가 직접 주재하는 'AI 거버넌스 위원회'를 운영해 AI 솔루션 도입과 보안∙변화관리 이슈를 점검하고 있다. 또 기업형 AI 플랫폼을 비국가핵심기술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전사 AI 교육을 대폭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AI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 우려도 일축했다. 김 사장은 “계산기가 있어도 연산 원리를 이해해야 제대로 쓸 수 있듯 AI 역시 문제를 정의하고 구조화할 줄 아는 숙련된 경험을 가진 사람이 더 잘 활용할 수 있다"며 “AX는 구성원을 덜 중요하게 만드는 변화가 아니라 비효율적인 일에서 벗어나 사업적 임팩트를 창출하는 '진짜 업무'에 집중하게 만드는 변화"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도하고, 피드백하고, 빠르게 보완하는 것이 AX를 추진하는 방식"이라며 “경쟁의 판을 바꾸고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만들어 낼 '이기는 혁신'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이슈&인사이트] 한유원, 판촉기관을 넘어 성장설계 기관이 돼야 한다

소상공인 지원정책이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이제 질문부터 바뀌어야 한다. 얼마나 많은 행사를 열었는가, 얼마나 큰 매출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그 지원이 얼마나 오래 남는 성장으로 이어졌는가를 물어야 한다. 행사 기간 매출은 올릴 수 있다. 그러나 행사가 끝난 뒤에도 고객이 다시 찾고, 판매채널이 남고, 사업자가 스스로 운영역량을 갖추고, 다음 성장단계로 올라설 수 있어야 비로소 정책은 구조가 된다. 이제 소상공인 지원도 '한 번 팔아주는 정책'에서 '계속 팔 수 있게 만드는 정책'으로 넘어가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의 존재 이유는 더 커진다. 한유원은 이미 백화점, 홈쇼핑, T커머스, 라이브커머스, 온라인 플랫폼, 공공구매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연결할 수 있는 드문 실행기관이다. 동행축제 같은 대규모 소비행사를 움직일 수 있는 동원력도 갖고 있다. 문제는 역량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강한 실행력을 어디까지 확장하느냐다. 이제 한유원은 판촉을 잘하는 기관에 머물 것이 아니라, 소상공인의 성장을 설계하는 기관으로 올라서야 한다. 그 변화의 핵심은 사업의 양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지원의 구조를 바꾸는 데 있다. 지금까지의 판로지원이 행사, 입점, 판매기회 제공에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지원 이후의 성장경로까지 설계해야 한다. 한 번의 라이브커머스 출연이 재구매율 상승으로 이어졌는지, 기획전 참여가 상시 입점으로 이어졌는지, 초기 노출이 브랜드 인지도와 객단가 상승으로 연결됐는지, 지원받은 업체가 다음에는 스스로 광고를 집행하고 데이터를 읽으며 채널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봐야 한다. 성과의 단위가 '지원 건수'가 아니라 '성장 전환'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제 한유원은 소상공인 판로정책의 운영기관이 아니라 성장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소상공인을 단순히 행사에 참여시키는 데서 끝낼 것이 아니라, 성장 가능성에 따라 선별하고, 채널별 특성에 맞게 맞춤형으로 연결하고, 판매 이후 데이터를 축적해 다음 단계까지 밀어 올리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누구에게는 라이브커머스가 맞고, 누구에게는 홈쇼핑이 맞고, 누구에게는 공공구매나 해외채널이 더 적합하다. 중요한 것은 지원사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업자를 어떤 성장트랙에 태울 것인지 설계하는 일이다. 한유원이 해야 할 혁신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게 되면 한유원의 위상도 달라진다. 지금의 한유원이 '채널을 연결해주는 기관'이라면, 앞으로의 한유원은 '성장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지원기업을 모집하고 행사에 연결하는 수준을 넘어, 어떤 사업자가 어느 단계에서 성장 정체를 겪는지, 어떤 지원이 실제 매출 상승과 반복구매, 브랜드 정착으로 이어지는지, 어떤 채널 조합이 가장 효율적인지를 축적하고 학습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소상공인 지원정책에 데이터와 전략이 결합되는 순간, 한유원은 단순 집행기관이 아니라 시장을 읽고 성장을 설계하는 플랫폼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이 변화는 소상공인에게도 결정적이다. 지금 많은 사업자들이 지원사업에 참여하고도 “한 번 해봤다"는 경험만 남긴 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다. 진짜 필요한 것은 참여 경험이 아니라 성장 경로다. 어떤 상품은 지역 상권에서 검증된 뒤 온라인으로 넘어가야 하고, 어떤 브랜드는 온라인에서 반응을 확인한 뒤 홈쇼핑이나 오프라인 기획전으로 확장해야 한다. 어떤 업체는 공공조달과 상생몰이 더 맞을 수도 있다. 이런 성장 사다리를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연결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면, 소상공인 정책은 비로소 예산집행을 넘어 산업정책이 된다. 결국 한유원의 미래는 행사 규모가 아니라 구조의 깊이에서 갈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이벤트가 아니다. 더 정교한 성장설계다. 한유원이 소상공인 판로지원을 넘어 성장경로를 설계하고, 채널별 진입과 확장을 데이터로 관리하며, 반복구매와 상시매출, 브랜드 자산까지 남기는 기관으로 도약한다면 소상공인 정책의 수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그때 한유원은 더 이상 판촉기관이 아니다. 대한민국 소상공인 성장의 플랫폼이 된다. bienn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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