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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 교체 SKT·KT, 대표 유임 LGU+…통신 3사, 내년 ‘AI전략’ 변화 올까

SK텔레콤(SKT)과 KT의 경영 수장이 바뀜에 따라 전임 대표들이 설계한 인공지능(AI) 전략이 그대로 유지될지, 아니면 대대적인 수술대에 오를지 이동통신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SKT는 지난 10월 정재헌 대표가 취임했고, KT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면접을 통해 박윤영 전 기업부문장이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선정됐다. 반면에 LG유플러스는 홍범식 대표가 유임됐다. 따라서, SKT·KT는 새 대표 체제에서 올해 연초에 제시했던 AI전략에 어떤 변화를 줄 지, 기존 대표체제를 유지한 LG유플러스가 두 경쟁사와 차별화된 AI 전략으로 치고나갈 지 등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앞서 이들 통신 3사는 올해 연초에 각 사의 특징을 녹인 AI 전략을 내세워 눈길을 끌었다. SKT는 자체 AI 모델인 A.X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AI 컴퍼니를 제시했고 KT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으로 전략을 선회했다. LG유플러스는 소형언어모델(sLLM) 익시젠을 즉시 실제 산업환경에 활용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SK텔레콤은 변화가 감지된다. 유영상 전 대표가 설계한 'AI 피라미드 2.0(인프라-AIX-서비스)' 전략의 큰 틀은 유지할 것으로 보이나 이 가운데서도 옥석가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지난 16일 취임 후 첫 타운홀 미팅에서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과 집중해 글로벌 빅테크 속도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정 대표의 발언을 모든 AI 분야를 다루기보다는, SK텔레콤이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영역에 집중하겠다는 발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KT는 김영섭 대표의 'AICT' 비전을 박윤영 차기 대표 후보자가 어떻게 계승할지가 관전 포인트다. 일각에서는 정통 KT맨이자 B2B 전문가인 박 후보자는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 속 혁신을 택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후보자는 과거 기업부문장 시절 KT의 체질을 통신 회선 중심에서 디지털 솔루션으로 바꾼 경험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사장님 배달이지'와 같은 소상공인 대상 AI 패키지나 AICC(AI 컨택센터) 등 현금 창출이 가능한 사업 모델에 집중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박 후보자는 김 전 대표가 성사시킨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AI 협약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을 실무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MS와의 협약을 두고 박 후보자의 선택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홍범식 대표가 유임됐다. 홍 대표는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실속형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거대언어모델(LLM) 개발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LG AI연구원의 '엑사원'을 경량화한 소형언어모델(sLLM)인 '익시젠(ixi-GEN)'을 중심으로 B2B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이다. 동시에 구글(Gemini),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와 유연하게 손잡는 멀티 LLM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자체 기술만 고집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도구를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B2C 영역에서는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을 앞세운 AI 에이전트 '익시오(ixi-O)'가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며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홍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2026년에는 통신 데이터를 결합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고도화해 가입자 록인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반등이 필요해…삼성 스마트워치, ‘재도약 묘수’는

한때 애플과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을 양분하던 삼성전자가 위기 국면에 놓였다. 애플의 독주 속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세를 키우면서 삼성전자의 시장 내 존재감은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인공지능(AI)과 헬스케어 기능을 확대하는 한편,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는 전략으로 스마트워치의 경쟁력 회복에 나서고 있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8%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 대비 1%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상위 5개 브랜드 가운데 점유율이 줄어든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전망이 현실화할 경우 삼성의 순위는 지난해 3위에서 올해 4위로 내려앉게 된다. 브랜드별로 보면 점유율 23%의 애플이 선두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화웨이가 18%로 뒤를 잇는다. 삼성전자가 4위로 밀려난 사이, 3위 자리는 점유율 9%를 기록한 샤오미가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프리미엄부터 보급형까지 아우르는 촘촘한 라인업과 기능 고도화를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안시카 자인 카운터포인트 선임연구원은 “애플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워치 SE 3와 초고가 워치 울트라 3 출시로 폭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했다"며 “5G 지원과 위성 연결 등 신규 기능 추가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 시장 성장세를 발판 삼아 글로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화웨이와 샤오미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출하량을 빠르게 늘렸고, 중국 내 웨어러블 수요 확대 흐름에 올라타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은 2022년까지만 해도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분기마다 9~12% 점유율을 기록하며 애플에 이어 2위를 지켰다. 그러나 최근에는 애플과 중국 업체 사이에서 뚜렷한 포지션을 확보하지 못한 채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프리미엄 경쟁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가성비 경쟁에서는 중국 업체에 뒤처지는 '샌드위치'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평가다. 중가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브랜드 존재감이 빠르게 희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점유율 하락이 이어지는 삼성으로선 반등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춘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은 2021년 220억2000만달러(약 32조원)에서 2028년 582억1000만달러(약 83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 입장에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삼성전자는 돌파구로 AI와 헬스케어 역량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올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 워치 8' 시리즈에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탑재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용자는 일상 대화하듯 음성 명령을 통해 여러 기능을 손쉽게 수행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 스마트폰, 태블릿, TV 등 갤럭시 생태계와 연계한 'AI 경험'이 구현될 경우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헬스케어 기능 고도화에도 속도를 낸다. 삼성은 관련 사업 강화를 위해 올해 들어 연이은 투자에 나섰다. 지난 10월에는 삼성물산과 함께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에 1억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그레일은 AI 기반 유전체 분석을 통해 50여 종의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솔루션 '갤러리'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7월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젤스'를 인수했다. 병원 시스템과 환자를 연결해 맞춤형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을 갖춘 업체다.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가 향후 IT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고 선제적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3년 2408억5000만달러(약 345조원)에서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2033년 1조6351억1000만달러(약 234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는 삼성이 인수·투자한 헬스케어 기업들의 기술이 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에 적용되면서 개인별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의 질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은 헬스 및 AI 기능 확대로 성장할 것"이라며 “워치는 헬스, AI 경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AI와 헬스케어가 중장기 경쟁력 강화 전략이라면, 단기적으로는 일상 속 사용 빈도를 높이는 '생활 밀착' 전략에도 힘을 싣고 있다. 삼성은 최근 갤럭시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 워치에서도 삼성 월렛 교통카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채원철 삼성전자 디지털월렛팀장(부사장)은 “사용자가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범위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NHN 와플랫, 한전MCS와 ‘AI 기반 돌봄 서비스’ 협약

NHN의 시니어 케어 전문 법인 와플랫은 한전MCS와 'AI 기반 돌봄 서비스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9일 밝혔다. 협약식은 지난 24일 NHN 판교 사옥 '플레이뮤지엄'에서 와플랫 황선영 대표, 한전MCS 정성진 사장 등 주요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협약은 와플랫의 AI 돌봄 기술과 한전MCS의 전국 단위 공공 인력망을 결합해 돌봄 인프라의 접근이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에 빈틈없는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추진됐다. 양사는 지리적 소외 없는 AI 돌봄 모델 구축을 목표로 '관제·돌봄 서비스 운영 협력 체계'를 가동한다. 이를 위해 와플랫은 'AI 생활지원사'를 통한 상시 안부 및 건강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한전MCS는 전국 각지에 분포된 전력 검침원 인력풀을 기반으로 관제 및 대면 안부 확인을 수행한다. 비상 상황 시에는 지자체 및 유관기관 후속 조치 지원을 위해 협력한다. 특히 이번 제휴는 와플랫이 기존 도심형 관제 서비스에서 한발 나아가, 한전MCS의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인력풀을 기반으로 전국 단위 현장 운영 역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양사는 이를 기반으로 전국 지자체와 공공부문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운영 모델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와플랫 'AI 생활지원사'는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안부 전화와 방문 확인 서비스를 각각 월 1회 제공하는 부가 상품을 출시한다. 'AI 생활지원사'는 별도의 기기나 장비 없이 스마트폰 하나로 어르신의 안부·안전·건강을 책임지는 통합 돌봄 플랫폼이다. △AI 기반 대화형 돌봄 서비스 △AI 및 스마트폰 센서 기반 24시간 안부 확인 △식약처 인증 심혈관·스트레스 체크 △전문 의료진 연계 전화 건강 상담 △수행기관 담당자용 실시간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에 더해 현장성 서비스를 강화했다, 정성진 한전MCS 사장은 “한전MCS가 구축한 전국 단위 공공 인력과 운영 경험에 와플랫의 AI 돌봄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인력 운영을 돌봄 서비스로 새롭게 확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공공 인력과 최신 AI 기술이 결합한 돌봄 모델을 통해 지자체와 지역 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황선영 와플랫 대표는 “와플랫은 전국 지자체에 AI 생활지원사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도서·산간 지역까지 포괄할 수 있는 돌봄 시스템 구현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왔다"며 “이번 협약으로 신뢰할 수 있는 공공 인력망을 확보해 지리적으로 촘촘한 돌봄 체계를 갖춘 만큼, 앞으로도 돌봄 사각지대를 지속적으로 줄여 나가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와플랫은 제주도와 강원도 등 22개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으며 전국적인 서비스 기반을 다져왔다. 올해 9월에는 보건복지부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에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해 AI 기반 예방적 돌봄 기술 고도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세아베스틸,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국내 철강업계 최초

세아베스틸은 국내 철강업계 최초로 글로벌 안전인증 기관 UL 솔루션즈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인증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을 획득했다고 29일 밝혔다. ZWTL 인증은 기업의 자원순환 노력을 평가하는 국제 지표로,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매립하지 않고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비율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은 실질 재활용률 100%에 준하는 99.5% 이상을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세아베스틸은 이번 심사에서 최종 재활용률 99.7%를 기록해 폐기물 매립 제로 달성 성과를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특수강 제조 공정은 철스크랩에 다양한 합금철을 더해 내구성, 내열성 등 고기능성을 구현해야 하는 공정의 특성상 슬래그, 분진 등 다양한 부산물이 필연적으로 대량 발생한다. 특히 제강·압연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물리·화학적 성질이 복잡하고 발생량도 많아 재활용 난이도가 높다. 세아베스틸은 제강·압연 공정을 포함한 특수강 전 공정에서 설비와 운영 체계를 강화해 높은 재활용률을 구현했다. 자원 선순환 체계 강화를 위해 공장 내 '부산물 자원화 센터'를 구축하고, 재활용 용도 확대를 위한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를 지속해 왔다. 전기로 및 정련 슬래그를 아스콘·콘크리트 골재, 초속경 시멘트 등으로 재활용하는 기술도 개발한 뒤 상용화까지 마쳤다. 지난 4월에는 안정적인 정련 슬래그 공급을 위해 공장 내 분말 흡입 장치와 사일로를 설치하는 등 약 30억원의 설비 투자도 완료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를 통합 관리하기 위해 자체 개발한 안전·보건·환경(SHE) 통합시스템으로 폐기물 배출량 관리 등 관련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다. 공장별 원단위 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운영 효율을 강화해 자원 선순환 체계 확립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세아베스틸은 이번 인증을 계기로 폐기물 관리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할 방침이다. 제조 공정 내외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산업 부산물과 폐자원을 고부가가치 친환경 대체 원료로 전환하는 '업사이클링'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 공정에 적극 활용해 자원 순환 효율을 극대화해 '지속가능한 친환경 공장'을 구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세아베스틸 관계자는 “이번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플래티넘 등급 획득은 세아베스틸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생산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결과"라며 “앞으로도 기술 혁신과 자원 순환을 바탕으로 ESG 경영 강화해 지속가능한 철강 산업의 미래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2026 해운 전망] 유조선 ‘맑음’, 건화물·컨선 ‘흐림’…해진공 “공급 과잉 속 ‘지정학적 변수’가 운명 가른다”

2025년 해운 시장은 선종별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유조선은 지정학적 리스크 반사이익으로 역대급 호황을 누린 반면, 건화물선과 컨테이너선은 공급 과잉과 글로벌 무역 갈등의 파고 속에 변동성을 키웠다. 다가오는 2026년 역시 대규모 신조 선박 인도로 인한 '공급 압박'이 거셀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홍해 사태와 미국의 관세 정책 등 '지정학적 변수'가 시장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5 KOBC 연간 해운시황보고서'를 발표했다. 2025년 건화물선 시장은 팬데믹 이후의 급등기를 지나 안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수급 불균형이 심화된 한 해였다. 2025년 발틱 운임 지수(BDI) 평균은 1678포인트(12월 19일 기준)를 기록하며 전년 1755 포인트 대비 소폭 하락했다. 2026년 전망도 밝지 않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건화물선 선대(공급) 증가율은 3.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물동량(수요) 증가율은 0.9%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 2년간 발주된 파나막스·수프라막스 등 중소형 선박이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면서 공급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철광석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는 약세이나, 브라질과 서아프리카 등 원거리 수입 비중이 늘어나면서 톤-마일(Ton-mile, 화물 중량×이동 거리)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은 중국과 인도가 에너지 자급 정책을 강화하면서 2026년 글로벌 석탄 물동량은 전년 대비 1.9% 감소한 12억8000만 톤에 그칠 전망이다. 곡물의 경우 남미의 대두·옥수수 생산 확대와 미국의 수출 증가로 2026년 물동량은 2.4% 증가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특이점은 선형별 운임 역전 현상이다. 2025년에는 중형선인 수프라막스의 운임이 대형선인 파나막스를 앞지르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석탄 비중이 높은 파나막스가 구조적 약세를 보인 반면, 곡물·마이너 화물 수요가 탄탄한 수프라막스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조선 시장은 2025년 그야말로 '황금기'를 보냈다. 중동-중국 항로(TD3C)의 일일 평균 수익(TCE)은 약 5만8000달러를 기록해 2024년 3만5000달러 대비 급등했다. 이러한 강세의 배경에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 부족'이 있다. 러시아와 이란 제재로 인해 정상 영업이 가능한 선박이 줄어든 데다, 제재 대상 원유를 실어나르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이 전체 선대의 15~20%를 차지하며 시장 공급을 왜곡시켰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해 사태로 인한 희망봉 우회 항로 이용이 고착화되면서 운항 거리가 늘어난 점도 운임 상승을 견인했다. 2026년 유조선 시장 역시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OPEC+의 증산 가능성과 중국·OECD 국가들의 전략비축유(SPR) 재고 확충 움직임이 물동량 증가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2026년 원유선 공급은 전년 대비 2.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최근 몇 년간 신조 인도가 극히 적었던 탓에 여전히 공급이 타이트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러-우 전쟁 종식이나 홍해 항로 정상화 등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될 경우, 톤-마일 수요가 급감하며 운임이 하락할 리스크도 상존한다. 컨테이너선 시장은 2025년 내내 롤러코스터를 탔다.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 지수(SCFI)는 연초 2505포인트로 시작해 9월 1115포인트까지 떨어지는 등 급등락을 반복했다. 시장을 뒤흔든 핵심 요인은 미국의 '관세 전쟁'이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인상 예고에 따른 널뛰기식 수요 변화가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다. 특히 북미 항로 운임이 연초 대비 60% 가까이 폭락하는 등 타격을 입었다. 2026년 컨테이너선 시장은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부터 매년 200만 TEU 이상의 신조 선박이 쏟아져 나와 역대급 공급 과잉이라는 평가도 존재한다. 2026년에도 선대 공급 증가율(3.5%)이 수요 증가율(2.1%)을 웃돌며 수급 불균형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2026년 북미 항로 물동량은 0.1% 역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로 인해 중국발 미국향 물동량은 감소하는 반면, 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발 물동량은 급증하는 '글로벌 무역 구도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진공 보고서는 “2026년은 대규모 신조 인도에 따른 공급 압박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에즈 운하 통행 재개 여부와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 향방이 시장을 좌우할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컨테이너선 시장에서는 운임 하락에도 불구하고 용선료는 상승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홍해 우회 항로 유지를 위해 선사들이 선박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2026년은 경제 성장 둔화와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시황이 급변할 수 있다"며 “선사들은 유연한 선대 운영과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폴란드에 5.6조 ‘천무’ 유도탄 공급…특사 외교의 결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5조6000억원 규모의 다연장 유도무기 '천무' 유도미사일 공급 계약을 확정 지었다. 지난 2022년 첫 계약 이후 3년간 이어진 차질 없는 납품으로 쌓은 신뢰와 대통령 특사 파견 등 정부의 전방위적 외교 지원이 맞물려 이뤄낸 성과다. 29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폴란드 바르샤바 군사 박물관에서 폴란드 군비청과 사거리 80km급 천무 유도 미사일(CGR-080)을 공급하는 '3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총사업비는 5조6000억원(부가가치세 포함) 규모다. 이번 계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10월 폴란드 방산기업 WB 일렉트로닉스와 공동 출자해 설립한 합작 법인(JV) '한화-WB 어드밴스드 시스템(HWB)'을 통해 체결됐다. 향후 폴란드 현지에 구축될 HWB 전용 생산 공장에서 유도 미사일을 생산해 폴란드군에 인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최근 유럽연합(EU)이 역내 무기 우선 구매를 장려하며 방산 블록화를 강화하는 흐름에 현지 생산 체계 구축으로 선제 대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대규모 수주는 정부의 적극적인 '방산 외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강훈식 비서실장을 전략경제협력 특사 자격으로 폴란드에 파견했다. 당시 강 실장은 코시니악 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을 만나 현지 생산 계약이 연내에 성사될 수 있도록 강력히 요청하며 양국 협력의 불씨를 당겼다. 강 실장은 지난 11월에도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방산 특사로 파견돼 150억 달러 이상의 수출 토대를 마련하는 등 '세일즈 외교'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3차 실행 계약은 지난 3년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와 쌓아온 깊은 신뢰 관계의 연장선에 있다. 양국의 인연은 2022년 7월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672문·천무 288대 수출을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하며 시작됐다. 이후 같은 해 8월과 11월에 각각 K-9 자주포(약 3조원)와 천무(약 5조원)의 1차 실행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8월 폴란드 현지 법인을 설립해 현지화 전략을 가속화했고, 그해 12월 K-9 2차 실행 계약(약 3조원), 올해 4월 천무 2차 실행 계약(약 2조원)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특히 3차 계약이 체결된 이달, 2022년 맺었던 K-9 자주포 1차 계약 물량 212문의 폴란드 인도를 모두 완료했다. 계약 3년여 만에 약속된 물량을 전량 인도하며 입증한 실행력이 이번 5조원대 추가 계약의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이날 열린 계약 체결식에는 한국 측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김현종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용철 방위사업청장과 폴란드 측 코시니악 카미슈 부총리 등 양국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계약서 서명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아르투르 쿱텔 군비청장·피오트르 보이첵 WB그룹 회장이 진행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국가적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현지 합작 법인을 통한 선제적 대응과 정부의 외교적 지원이 합쳐져 시너지를 낸 만큼, K-방산이 대한민국 안보 강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2차 계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이번 대규모 유도탄 공급 계약까지 따냄에 따라 향후 K-9 자주포의 추가 실행계약 등 후속 사업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정의선의 ‘혁신 리더십’…현대차그룹, 기네스 기록으로 증명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성능·연비 효율·드론쇼·친환경 예술 작품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을 연이어 달성하고 있다. 이는 정의선 회장의 기술 혁신과 창의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리더십 역량이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PV5'는 지난 9월 최대 적재중량(665kg) 상태에서 단 한 번의 충전으로 693.38km를 주행해 '최장 거리 주행 전기 경상용차' 부문에서 새로운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웠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써 내려온 수많은 기네스 세계 기록 중 하나로 기술력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계를 넘어서는 그룹의 도전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의 도전은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현대차 '아이오닉5'는 지난해 5799m의 인도 움링 라 고개에서 해발 -3m의 케랄라 지점까지 총 5802m의 고도 차이를 극복하며 '최고 고도차 주행 전기차' 기록을 세웠다. 지난 2016년 기아 '니로'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청을 출발해 뉴욕 시청까지 무려 5979km를 단 4번의 주유만으로 미대륙을 횡단했다. 평균 연비는 무려 32.6km/L에 달했는데 그 결과 '세계 최고 연비로 미국을 횡단한 하이브리드 자동차' 부문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웠다. 2021년 기아 'EV6'는 미국 뉴욕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약 4635.7km를 횡단하며 '전기차로 미국을 횡단하는 데 걸린 최단 충전 시간' 부문에서 기네스 세계 기록을 달성했다. 총 7일의 여정에서 충전에 사용된 시간은 단 7시간 10분 1초였다. 기술을 활용한 창의적인 소통 방식 역시 기네스 기록으로 이어졌다. 2021년 제네시스는 중국 상하이 황푸강 일대에 3281대의 드론을 동시에 띄운 초대형 드론쇼를 펼치며 '가장 많은 무인항공기 동시 비행' 기록을 경신했다. 2015년에는 11대의 G80가 내바다주의 델라마르 드라이 레이크의 사막을 캔버스 삼아 타이어 자국으로 쓴 메시지로 '세계에서 가장 큰 타이어 트랙 이미지' 기록을 남겼다. 예술과 건축 영역에서도 현대차그룹의 혁신은 빛을 발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현대 파빌리온'은 빛의 99.9%를 흡수하는 신소재 '반타블랙'을 사용해 '세계에서 가장 어두운 외관의 건물'로 기록됐으며 2022년에는 재활용 강철 130톤으로 만든 'The Greatest Goal(위대한 골)'이 '재활용 강철로 만든 가장 큰 조각품'으로 인증받았다. 이러한 현대차그룹의 다채로운 도전은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그룹의 비전을 실현하고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 설정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려는 정의선 회장의 혁신 리더십이 반영된 결과다. 기술의 극한을 시험하는 것부터 예술적 상상력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 모두가 인류의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려는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기네스 세계 기록 도전은 단순히 신기록 달성을 넘어 기술의 한계를 시험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려는 노력의 과정"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인 도전을 계속하며 모빌리티의 미래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정부 “KT 전이용자 위약금 면제해야”…LGU+는 경찰 수사의뢰

정부가 29일 KT에 모든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위약금 면제를 요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KT 침해 사고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KT 이용자들이 모두 위약금 면제 실시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민관합동조사단은 KT 서버 3만3000대를 6차례 점검한 결과 서버 94대에 BPF도어(BPFDoor), 루트킷, 디도스 공격형 코드 등 악성코드 103종이 감염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SKT는 악성코드 33종에 감염됐고 공급망 보안 관리 취약으로 악성코드 1종이 서버 88대에 유입됐었는데 KT의 감염 범위가 더 광범위했다. KT는 작년 3월 감염 서버를 발견하고도 정부에 알리지 않고 서버 41대에 대해 코드 삭제 등 자체 조치로 무마해 피해 파악이 늦어졌다. 서버 감염과 별개로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이 통신망에 무단 접속해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와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 전화번호 탈취 피해를 본 이용자는 2만2227명이었다. 무단 소액결제 피해자는 368명, 피해액 2억4300만원으로 중간 조사 결과와 같았다. 경찰이 무단 소액결제범들로부터 확보한 불법 펨토셀을 포렌식 분석한 결과 이들의 불법 펨토셀 기기에는 KT 망 접속에 필요한 KT 인증서와 인증 서버 IP 정보, 해당 기지국을 거쳐 가는 트래픽을 가로채 제3의 장소로 전송하는 기능이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단말기에서 코어망에 이르는 통신 과정에서 암호화가 풀려 ARS나 SMS 등 결제 인증 정보가 탈취됐고 이용자의 문자, 통화 내용이 유출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펨토셀이 동일한 제조사 인증서를 사용하고 있었고, 타사나 해외IP 등을 차단하지도 않았다. 조사단은 “KT의 펨토셀 관리 체계가 부실해 불법 펨토셀이 KT 내부망에 언제 어디서든 접속할 수 있었다"면서 인증 서버 IP의 주기적 변경과 대외비 관리 등 보안 관리 개선책을 요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KT가 보안 조치를 함에 있어 총체적으로 미흡했다며 이는 위약금 면제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KT 약관에 따르면 '회사의 귀책 사유로 이용자가 서비스를 해지할 경우 위약금을 면제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 특히 평문의 문자, 음성 통화가 제삼자에게 새어나갈 위험성은 소액결제 피해를 본 일부 이용자에 국한된 것이 전체 이용자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앞서 조사단은 로펌 등 5개 기관에 법률 자문을 진행해 4곳에서 이번 침해 사고로 KT가 안전한 통신 서비스 제공이라는 계약의 주요 의무를 위반했기 때문에 위약금 면제 규정 적용이 가능하다는 법적 판단을 전달받은 바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30일 이사회를 열어 위약금 면제 범위와 고객 보상안을 논의,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단은 KT에 △서버 등 네트워크가 연결되는 장치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감지 분석하는 도구(EDR) △백신 등 보안 설루션 도입 확대 △분기에 1회 이상 모든 자산에 대한 보안 취약점 정기 점검 및 운영 시스템 로그 기록의 최소 1년 이상 보관 △중앙 로그 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한 사이버 침해 감시 △전사의 자산을 담당하는 정보기술최고책임자(CIO) 지정 △정보기술 자산관리 솔루션을 도입 등을 요구했다. 과기정통부는 KT에 재발 방지 이행 계획을 내년 1월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6월까지 이행 여부를 점검할 계획이다. KT는 “민관 합동 조사단의 결과 발표를 엄중하게 받아들이며 고객 보상과 정보보안 혁신 방안이 확정 되는 대로 조속히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민관 합동 조사단은 LGU+의 해킹 의혹과 관련해서는 익명의 화이트해커로부터 정보 유출이 지목된 통합 서버 접근제어 설루션(APPM)이 해킹당했고 서버 목록, 서버 계정정보 및 임직원 성명 등 관련 정보가 실제 유출된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LGU+는 당국에서 침해 사고 정황을 안내한 이후에 서버 운영체계(OS)를 다시 설치하거나 폐기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러한 LGU+의 행위가 조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로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LGU+는 “경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다. 송민규 기자 songmg@ekn.kr

[기획] 무안 제주항공 참사 1년…‘과학의 눈’과 ‘법의 칼’ 사이에서 길을 묻다

2025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2216편의 활주로 이탈 사고가 발생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탑승객과 승무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한 이 사고는 대한민국 항공 역사상 씻을 수 없는 비극으로 기록됐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사고 원인을 둘러싼 정부와 유가족 간의 엇갈린 시각을 객관적으로 재조명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안전조사 원칙을 통해 대한민국이 진정한 '항공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제를 분석해 본다.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이하 사조위)는 지난 1년 간 비행 기록(FDR)와 조종실 음성 기록(CVR) 등 블랙박스 데이터 분석과 엔진 정밀 감식을 통해 사고 당시의 상황을 과학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주력해 왔다. 현재까지 확인된 기술적 사실은 사고의 1차적 트리거로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조류 충돌)'와 그에 이은 '조종실 내의 절차적 오류'였음을 가리킨다. 사조위 중간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 사고기는 착륙 접근 중 가창오리 떼와 충돌했다. 당시 우측 엔진(2번)은 다수의 조류 흡입으로 심각한 손상을 입어 추력을 상실했으나 좌측 엔진(1번)은 상대적으로 손상이 경미해 비상 비행이 가능한 상태였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 조종석에서 치명적인 절차 수행 오류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조종사들이 손상된 우측 엔진이 아니라 정상작동 중이던 좌측 엔진을 정지(Shut down)시킨 것이다. 이로 인해 항공기는 모든 동력을 상실했고, 전력 공급 중단으로 블랙박스 기록이 종료된 직후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게 됐다. 심리학 전문가들은 이를 급박한 비상상황에서 발생하는 '놀람 효과(Startle Effect)'에 의한 인지 오류와 '편도체 납치(Amygdala Hijack)'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뇌의 편도체가 공포에 반응해 이성적 판단을 담당하는 전두엽을 억제할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사조위는 이러한 인적 오류(Human Error)가 사고의 주된 기술적 원인 중 하나임을 시사했다. 반면에 유가족 협의회와 일부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조종사의 과실만으로는 '전원 사망'이라는 참혹한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사고의 피해 규모를 기하급수적으로 키운 물리적 원인으로 활주로 끝단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을 지목한다. 사고 당시 항공기는 활주로를 벗어난 뒤 약 250m 지점에 위치한 계기 착륙시설(ILS)의 로컬라이저 안테나 지지대와 정면충돌했다. 해당 지지대는 견고한 철근 콘크리트와 흙더미로 축조돼 있었고, 충돌 직후 항공기는 산산조각 나며 대형 폭발 화재를 일으켰다. ICAO 부속서(Annex) 14는 활주로 종단 안전 구역(RESA, Runway End Safety Area) 내에 설치되는 모든 시설물은 항공기 충돌 시 기체 파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부서지기 쉬운(Frangible)' 소재나 구조로 제작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와 국회 제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무안공항 개항 당시부터 한국공항공사는 해당 둔덕이 장애물로 작용할 위험이 있다며 'ICAO 기준 미흡'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현재 국토교통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사용을 승인한 정황이 드러났다. 유가족 측은 “정부가 국제 규정을 위반한 시설물을 18년 간 방치해 사고를 키웠음에도 그 책임을 사망한 조종사에게만 전가하려 한다"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진상 규명이 난항을 겪고 있는 배경에는 조사기구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현재 사고 조사를 주도하는 사조위는 국토부 산하 조직이다. 문제는 사고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의 설치 승인·관리 감독 주체 역시 국토부라는 점이다. ICAO 부속서 13 제3.2조에는 '사고 조사 당국은 항공 당국 및 조사의 객관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당국으로부터 기능적으로 독립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행 체계는 피조사자(국토부)가 조사자(사조위)를 겸하는 구조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같은 이해상충 구조로 인해 사조위가 조종사 과실을 강조할수록 유가족과 여론은 이를 국토부의 행정적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하는 불신 구조를 만들어 놓았다. 이는 과학적 조사 결과의 신뢰도까지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최근 국회가 사조위를 국무총리실 산하의 독립기구로 격상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사고 조사의 유일한 목적은 사고 예방이다. 비난이나 책임을 규명하는 것은 조사의 목적이 아니다." (The sole objective of the investigation of an accident or incident shall be the prevention of accidents and incidents. It is not the purpose of this activity to apportion blame or liability.) '국제 항공 안전의 헌법'이라 불리는 ICAO 부속서 13 제3.1조는 사고 조사의 목적을 위와 같이 천명한다. 또한 제5.12조는 CVR과 진술 등 안전 데이터를 형사 처벌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이는 처벌의 두려움 때문에 당사자들이 진실을 은폐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현재 전남경찰청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관계자들을 입건해 수사를 진행 중이고 사조위까지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여론 일각에서는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 전문가들은 과도한 '사법적 처벌'이 오히려 항공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전남청의 사조위 압색에 대해 조사의 독립성을 흔들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대로 관련자들을 사법 처리해 모두 감옥에 보낸다고 해서 항공 안전이 담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히려 무리한 형사 처벌은 항공 종사자들이 자신의 실수를 숨기게 만드는 '냉각 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001년 1월 31일 일본 스루가만 상공에서 발생한 일본항공JAL 907편-958편 간 공중 충돌 위기(Near Miss) 사건은 사법부의 판단이 안전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당시 도쿄 컨트롤의 수퍼바이저와 27세 수습 관제사의 실수로 두 항공기가 충돌 직전까지 갔으나 조종사의 급격한 회피 기동으로 충돌은 면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객실 승무원들과 승객들이 중상을 입었다. 도쿄지방검찰청은 관제사들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했다. 2006년 도쿄지방법원은 “관제 지시는 부적절했지만 사고의 예견 가능성은 없고, 지시와 사고의 인과 관계도 없다"며 관제 업무의 특수성과 시스템적 요인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008년 2심은 이를 뒤집고 “편명을 틀린 초보적 실수로, 가장 기본적인 주의 의무를 위반하고 있어 형사 책임이 무겁다"며 수습 관제사에게 금고 1년·집행유에 3년, 수퍼바이저에게는 금고 1년 6월·집행유예 3년으로 유죄 선고했다. 2010년 최고 재판소는 “두 피고에게 책임 모두가 있지는 않지만 죄는 성립한다"며 형을 확정했고, 두 관제사는 국가 공무원법에 따라 실직했다. 2심과 3심은 “관제사는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다"는 결과론적 논리를 적용했다. 이 판결 이후 일본 항공업계에서는 '보고하면 처벌받는다'는 인식이 고착화됐고 자율보고 건수도 유의미하게 줄었다. 대한민국은 현재 ICAO 이사국 중 지역 대표인 파트 III 그룹에 속해있고, 최종적으로 주요 항공 운송국 모임인 파트 I 그룹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파트 I 국가는 물동량뿐만 아니라 '성숙한 안전문화(Safety Culture)'와 '독립적인 사고조사 역량'을 필수 조건으로 요구한다. 사고만 나면 사법 처리를 앞세우는 후진적 관행으로는 ICAO 안전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어렵다. 무안참사 1주기를 맞아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마녀사냥이나 보여주기식 처벌이 아니다. 차가운 이성으로 과학적 원인을 규명하고,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을 뜯어고치는 것만이 179명의 희생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다. 참사가 '누구의 잘못인가'라는 규명 작업 못지 않게 참사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물어보는 접근법이 필요한 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대차그룹, AI 기반 자율주행·로봇 ‘미래 승부수’ 새판 짠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동화와 소프트웨어(SW) 중심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며 '미래차 전략'에 고출력을 뿜어내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핵심축으로 인력 재배치, 기술 현장 점검 및 공개 등을 추진하며 글로벌 자동차 패러다임 변화에 선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29일 현대차그룹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SDV를 미래차 전략차종으로 낙점하고 소프트웨어 역량 고도화와 차량 개발체계 전반의 혁신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은 차량 개발 전문가인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동시에 연구개발(R&D)본부장으로 임명해 미래 전략 가속화의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하러 사장은 지난해 현대차그룹 R&D본부 차량개발담당 부사장으로 합류한 이후 제품 개발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 전문성을 바탕으로 차량 기본 성능 향상을 주도해 왔다.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R&D본부장으로서 하러 사장은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모든 유관 부문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SDV 성공을 위한 R&D 차원의 기술 경쟁력 제고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제조부문장 겸 제조솔루션본부장을 맡아온 정준철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신임 사장은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구축을 가속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또 소프트웨어 기반의 미래 생산체계와 로보틱스 등 그룹 차원의 차세대 생산체계 구축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진은숙 정보통신기술(ICT) 담당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파격 인사이다. ICT 전문가 출신인 진 사장은 지난 2021년 12월 현대차에 합류한 이후 글로벌 원 앱 통합을 비롯해 차세대 전사적 자원 관리(ERP) 구축, 클라우드·데이터·플랫폼 기반의 정보기술(IT) 생태계 혁신을 주도해 왔다. 앞으로 그룹 차원의 SW 경쟁력 강화를 비롯해 디지털 전환 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총괄하며 'IT식 유연한 조직 문화'와 '자동차 제조 실행력'을 결합하는 조직 혁신을 이끌 계획이다. 이처럼 미래차 맞춤형 인사를 단행한 뒤 정의선 회장은 현장 행보를 통해 미래차 전략 의지를 재확인했다. 정 회장은 지난 24일 포티투닷(42dot) 판교 본사를 직접 방문해 자율주행 및 SDV 전략의 중간 점검에 나섰다. 장재훈 부회장과 첨단차플랫폼본부(AVP)본부 주요 임원이 동행한 이번 방문에서 정 회장은 아이오닉6 기반의 레벨2+엔드 투 엔드(E2E) 자율주행 시스템 '아트리아 AI'를 시승했다. 카메라 8대와 레이더 1대의 외부 입력을 딥러닝 신경망 처리 장치(NPU) 하나로 통합 처리해 인지부터 제어까지 전 과정을 통합하는 구조다. 총 15㎞ 구간을 약 30분간 시승 이후 정 회장은 “안전성과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그룹 차원의 전략적 지원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정 회장의 포티투닷 방문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지휘해온 송창현 전 포티투닷 대표의 퇴임 이후 처음 이뤄진 것으로 지속적인 기술 개발 추진 의지를 드러낸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사와 현장 점검이 국내 성격이라면 내년 1월 5~9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은 현대차그룹에게 미래차 전략의 글로벌 버전을 과시하는 성격을 띤다. 1월 CES 2026에서 현대차그룹은 SDV와 자율주행, 로보틱스를 아우르는 통합 기술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SDV 전환과 자율주행 기술을 중심으로 차량과 서비스를 연결하는 차세대 모빌리티 생태계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데이터·AI 기반 플랫폼으로 진화하는 자동차의 미래상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내년 CES에서 '파트너링 휴먼 프로그레스(AI 로보틱스, 실험실을 넘어 삶으로)'를 주제로 미디어데이를 열고 공개할 AI 로보틱스 핵심 전략에 관심이 모아진다. 현장에서는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를 현장에서 직접 선보이며 AI 로보틱스 전략의 주요 사례를 공개한다. 아울러 SDF을 활용해 로봇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AI 로보틱스 생태계를 확장하는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그룹사 역량을 결집해 조성하는 AI 로보틱스 생태계와 제조 환경에서의 활용과 검증을 통한 사업 확장 전략도 소개된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와 SDV 중심의 미래차 전환에 속도를 높이는 한편 2026~2030년 미래 산업 분야에 50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오는 2027년까지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고도화된 완전 자율주행 개발에 전략 투자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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