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미-이란 휴전] 호르무즈해협 열리더라도…정유·석화 ‘중동 의존 줄이기’  급선무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에 합의했지만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의 시선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재개' 여부에 쏠려 있다. 이번 미-이란 전쟁뿐 아니라 중동 일대 분쟁 또는 지정학적 불안이 발생하면 호르무즈 해협이 언제든 '사실상 봉쇄'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정유와 석화업계는 호르무즈의 통항 정상화를 계기로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료 수급처를 다변화하는 전략을 '경영 상수'로 두는 모습이 역력하다. 수급처 다변화 전략은 원료 수급 안정성 확보라는 장점과 국내 산업구조 공급망 변화라는 부작용을 초래하는 '양날의 검'이라는 점에서 정부와 업계의 세밀한 접근이 절실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들과 석유화학사들은 미-이란 전쟁이 2주 동안 멈춘다는 소식에도 대응 기조를 바꾸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원유와 나프타 등 핵심 원료 수급처를 추가 모색하는 노력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휴전 직후 하락세를 탔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전날 배럴당 109.27달러에 마감했지만, 이날 오전 9시 94.76달러로 개장하면서 100달러선 아래로 떨어졌다. 다만 전쟁 직전인 2월 27일 72.48달러에 마감했던 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다. 그렇지만 미-이란 전쟁 이후 정유사들과 석화사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안정적인 원료 수급처를 찾는데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0%가량이 통과하기 때문에 봉쇄하겠다고 나서면 세계 원유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은 중국 등 친(親)이란 성향 국가들의 선박을 중심으로 통항을 허용한다거나 친미·친이란 성향별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를 부과한다는 등의 조치를 예고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장치는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제사회는 국제연합(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두 차례의 결의 시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유업계와 석화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휴전 소식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발언과 이란의 강경한 태도를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 확실해지기 전에는 대응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유사들은 중동 변수와 거리가 먼 북미 지역과 사우디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중동 국가들에서 대체 원유를 확보하기 시작했다. GS칼텍스는 최근 미국산 원유 구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이날 카자흐스탄산 카스피해파이프라인 컨소시엄(CPC) 원유 8만톤을 전남 여수로 들여왔다. HD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다른 정유사들도 미국산 등 대체 원유 확보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석화사들의 경우 LG화학이 이달 11일까지인 대(對)러시아 금융제재 일시 유예를 활용해 러시아산 나프타 2만7000톤을 확보하기도 했지만 추가 확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석화사들은 생산 가능한 기초 유분이 에틸렌과 프로필렌에 한정되지만 그나마 수급이 쉬운 액화석유가스(LPG)라도 원료로 써야 할지 고심하고 있다. 정부도 정유사와 석화사들의 수급 문제와 관련한 외교 지원에 나섰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달 UAE에서 2400만배럴 원유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 7일 특사 자격으로 카자흐스탄과 오만,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원유와 나프타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출국하기도 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정유사들이 중질유와 경질유를 적절히 배합해서 쓰고 있지만 주로 중질유를 많이 쓰다 보니 중동 사태에 취약했다"며 “앞으로 경질유로 할 수 있는 나프타 정제 시설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정유사와 석화사들이 원유와 나프타 수급처를 다변화한 뒤 국내 산업 구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정유사들은 도입 비율이 높고 중질유에 해당하는 중동산 원유에 정제 설비를 최적화했다. 석화사들은 에틸렌과 부타디엔 등 올레핀의 원료인 경질 나프타와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등 아로마틱 계열에 필요한 중질 나프타를 주력 생산품목에 따라 다양한 비율로 쓴다. 정유사와 석화사들이 원료 다변화 이후 생산 품목의 비중이 바뀌면 일부 품목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원유나 나프타, 요소의 높은 중동 의존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국 요소수 사태 같은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비춰 핵심 원료 공급망은 지정학적 요인에 취약하다"며 “미국과 이란이 일시 휴전했더라도 제조기업들이 고유가로 인한 생산비용 상승은 견딜 수 있지만 공급망 위기는 여전히 심각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유사들이 오랜 기간 중동산 중질유에 맞춰 정제 설비를 설계·운영해오면서 주요 석유제품부터 부산물까지 뽑아내 고객사에 제공하는 공급망 때문에 국내 산업 구조가 '중질유에 최적화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경질유 등 다른 유종을 도입해 원유 수급을 다변화하려면 수급처 확보 뿐만 아니라 정제설비 개조부터 정제 후 공급망에 미칠 영향까지 다각도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정적 원유 수급은 정부나 기업이 외교나 경제적인 면에서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음주 비행 없는데 신고 의무화라니”…조종사협회, 김희정 의원 법안에 ‘강력 반발’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항공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현업 종사자들과 정치권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항공 안전을 위해 음주 처벌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원실 측과 현장의 음주 차단 시스템을 무시한 과잉 규제라는 조종사 단체의 입장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일 김희정 의원은 항공안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헸다. 이번 개정안은 항공 종사자의 음주 행위에 대한 항공사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항공운송사업자는 항공 종사자 및 객실 승무원이 업무에 종사하는 동안 주류 등을 섭취하거나 사용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수사 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 의무를 위반하거나 거짓으로 신고한 항공운송사업자에게는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음주 운항 등으로 벌금 이상의 형이 확정된 날부터 10년 이내에 다시 같은 죄를 범한 경우 해당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한다. 김 의원은 “현행법상 항공사가 자체 음주 측정을 통해 내부 징계만 내리고 수사 기관에 알리지 않을 경우, 해당 종사자가 형사 처벌을 피하게 되는 허점이 있다"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이번 법안이 항공 현장의 특수성과 기존 안전 시스템의 실효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며 공식 입장을 냈다. 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모든 항공사는 국제 기준에 따라 비행 전 음주 측정을 실시하며, 기준 초과 시 즉시 업무에서 배제한다"며 “이러한 사전 차단 시스템으로 인해 음주 상태에서 실제 비행에 투입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제도가 '사후 처벌'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으로 효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취지다. 특히 협회는 “단순 적발 단계에서 수사 기관 통보를 의무화하는 것은 예방 중심 시스템과 중복되는 규제"라며 “과도한 형사적 접근은 자발적인 보고 문화와 안전 중심 조직 문화를 위축시켜 장기적으로 안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선 조종사들의 반발도 거세다. 고경력 기장 A씨는 “김희정 의원실의 법안은 마치 조종사가 음주 비행을 한 뒤에 나중에 적발되는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며 “실제로 음주 비행을 한 사람은 아예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장 B씨 역시 현장 측정 시스템의 실정을 언급하며 법안의 비현실성을 꼬집었다. 측정기에서 '페일(Fail)'이 뜨면 그 즉시 팀장과 운항본부장 등 모든 보직자에게 문자가 발송돼 은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B 기장은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가글이나 초콜릿, 구취 제거제 사용만으로도 수치가 감지된다"며 “항공사들은 법적 기준인 0.02%보다 낮은 0.01% 수준의 수치에도 안전을 위해 비행에서 배제하고 자체 징계를 내리는 등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조종사들은 이와 같은 오탐이나 사내 관리 단계의 사안까지 모두 수사 기관에 신고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김희정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타 운송 수단과의 형평성을 맞추고 공적 감시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철도안전법에도 동일한 취지의 법안이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라며 “철도 운영자가 종사자의 음주 사실을 적발하고도 신고하지 않아 처벌이 어려웠던 사례가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바 있다"고 밝혔다. 항공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신고 의무를 부여해 음주 사실이 내부적으로만 소화되고 은폐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업무 종사 전 적발' 이슈에 대해서도 의원실은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관계자는 “법안에 '업무에 종사하는 동안'이라고 명시돼 있으며, 이는 출근 시점부터를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조종사 단체의 '운항 이후 전제' 주장을 일축했다. 이번 갈등은 항공 안전을 위한 '공적 감시 강화'와 현장 시스템의 '예방 문화 존중' 사이에서 발생한 만큼 향후 입법 과정에서 치열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슈&인사이트] 인공지능(AI) 기본법의 미비점과 세부적 보완 필요성

유럽연합에 이어 포괄적인 인공지능 기본법을 제정하려는 우리정부는 한편으로는 막 새싹을 틔우고 있는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 우려와 막강한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의 고삐가 풀릴까 경계하는 입장 사이에서 어렵게 중심을 잡으려 노력해 왔다. 인공지능 관련 산업 생태계가 도약할 수 있는 자양분을 제공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지만, 인공지능 기본법의 조문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제어하기 위한 많은 고민의 흔적도 엿보인다. 이런 고난의 결과물임에도 인공지능 영역에서는 시시각각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다 보니 새로운 제도의 시행과 더불어 여전히 보완이 요구된다.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에 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마련한 인공지능 기본법 지원데스크에는 최근까지 550여 건 이상의 상담이 접수됐는데 과반수가 투명성 표시 의무 관련 내용이고, 고영향 인공지능 해당 여부가 그다음을 차지했다고 한다. 인공지능 기본법 시행에 따른 책임 부담에 대한 관련 업계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이다. 실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시스템 설계와 구축을 자문하다 보니 일단 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주체가 인공지능 기본법에서 정의된 인공지능 사업자인지, 아니면 이용자인지부터 명확하지 않다. 시스템을 운용하는 주체가 작성된 문서를 시스템에 접속한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모호한 지위에 있는 경우 규제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결론을 내리면서도 파운데이션 모델로 구축된 시스템에서 나오는 생성물만 제공하는데 이용자 아닌 인공지능 이용사업자로 보아야 하는지 여전히 확신이 들지 않는다. 이런 혼란은 인공지능 기본법의 초안이 논의된 이후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세계적 거대 기술기업들의 파운데이션 모델 성능이 압도적으로 향상돼 인공지능 산업 생태계가 변화했기 때문에 생겨났다. 이런 변화를 수용해 EU 인공지능 법은 Distributor와 Deployer 개념을 구분해 각자 역할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게 했는데, 우리는 Deployer에 해당하는 역할을 모두 이용자에 포함하여 구분이 어렵게 규정하였다. 정부의 가이드라인 역시 인공지능 개발사업자가 제공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공지능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면 인공지능 이용사업자라면서도 인공지능 생성물만을 제공하면 단순 이용자로 본다고 설명해 더욱 혼란을 일으킨다. 인공지능 이용사업자인지, 아니면 이용자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그 생성물에 대한 책임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용사업자라면 당장 상담이 집중되고 있는 표시의무, 고영향 인공지능 해당 여부에 대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규제의 대상인 이용사업자의 범위를 축소해 인공지능을 이용한 콘텐츠 제작자 등 산업을 육성하려는 취지가 반영되었다고도 하나, 법 시행 직후 주무 부처에서 Deployer 개념을 신설하는 법률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혼란을 초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만일 인공지능 이용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하면 생성물에 어떤 방식으로 표시할지도 정해야 한다. 가시적 방법만이 아니라 비가시적 방법인 기계 판독형 방식도 허용되는데 이미지나 동영상의 경우 딥페이크의 가능성이 있어 가시적 방법이 더 우선할 것이지만, 문서를 생성물로 하는 경우 텍스트에 머리말이나 워터마크, 메타데이터로 표시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인공지능 생성물 표시도 여러 연구에서 지적된 것처럼 다양한 기술적 방법으로 표시 자체를 삭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보안성이 높다고 평가되는 글로벌 기술 표준인 C2PA 방식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작성한 문서라는 것이 알려지면 그 신뢰성이 낮아진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용자가 인공지능 생성물이라는 표시를 삭제할 가능성도 있다. 가이드라인에는 기계가 판독할 수 있는 방식만을 사용하는 경우 이용자에게 최소 1회 이상 별도의 안내 문구나 음성 고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어 비가시성 워터마크로는 충분한 안전장치가 될 수 없음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고 보인다. 결국 시스템 외부로 다운로드나 공유될 수 있는 인공지능 생성물은 해당 단계에서의 인공지능 사업자의 표시의무 이행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이용 단계까지 인공지능 생성물이란 표시를 보장해 주지는 못하는 것이다. 고영향 인공지능에 관해서도 인간이 최종 의사결정을 하도록 제도를 구축하면 위험도가 낮아진다고 하지만, 현재 전장에서 활용되는 인공지능의 사례를 보면 오히려 인간이 인공지능의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완벽한 제도는 원래 존재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등장함에 따라 법제도 역시 적절히 변화에 대응해야 하고, 달성될 수는 없는 목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미래일 수밖에 없다. 양희철

“기름값 무서워서”…고유가에 쏘카 타는 알뜰족 증가

서울에 사는 40대 남성 A씨는 이번 주말 가족 나들이에 '쏘카'를 타보기로 했다. 최근 중동발 유가 불안으로 휘발유 가격이 많이 올라 나들이 계획을 취소할지 고민하다가 카셰어링을 이용해 전기차를 빌린 것이다. A씨는 “요즘 같은 고유가에는 가솔린차를 가지고 멀리 이동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가족 여행을 취소할까 고민하다가 쏘카에서 전기차를 빌리면 부담이 덜할 것 같아 카셰어링을 처음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통상 렌터카를 빌리면 이용자는 차량 대여료와 함께 연료 비용을 추가로 지불해야 한다. 일반적인 렌터카는 연료가 가득 찬 차량을 빌려 이용하고 차량 반납 시 연료를 가득 채워 반납하게 되는데, 쏘카의 경우 전용 주유 카드로 결제한 뒤 주행거리에 따른 비용(주행요금)을 사후 정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쏘카의 주행요금은 차종별로 km당 240~320원 수준으로 책정돼 있다. 내연기관 차량은 30km까지 주행거리에 따른 비용을 받지 않고, 전기차는 대여료만 내면 주행요금이 무료다. 유가 급등 시 쏘카의 이 같은 요금제 정책은 이용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쏘카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주행요금 자체를 손질하지 않는 이상 쏘카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쏘카는 일단 이번 달까지는 해당 요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전기차의 경우 유가 급등에서 조금 빗겨나 있긴 하지만, 쏘카가 운용하는 전체 카셰어링 차량 중 전기차 비중은 4% 정도다. 유가 급등에도 쏘카가 주행요금을 손질하지 않은 이유는 오히려 이번에 이용자 층을 확대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쏘카의 누적 회원 수는 지난 2024년 8월 1000만명을 돌파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쏘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0만명 정도로, 2030이 주 고객이다. 쏘카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중장년층으로의 고객 저변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다. 통상 4050 고객은 구매력이 높고 사고율이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쏘카 관계자는 “유가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주행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손해가 불가피한 것이 맞다"면서도 “이동 지출에 대한 심리적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쏘카가 더 나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기존 요금제 정책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쏘카는 올해 카셰어링 중심의 비즈니스모델(BM) 재편 및 조직 효율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단기 카셰어링 사업에서 연간 GPM(매출총이익률)이 20.6%로 개선됐는데, 올해는 이를 더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이용자 경험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고객 가치를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카셰어링 수요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제주 항공기 지연 및 결항 케어 서비스를 비롯해 차량 컨디션 고급화 서비스인 블랙라벨 서비스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쏘카의 실적 흐름은 좋은 편이다. 쏘카의 지난해 연매출은 전년대비 9.0% 늘어난 4707억원, 영업이익 232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분기기준으로는 6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앞서 쏘카가 제시한 경영전략 '쏘카 2.0'을 통해 차량당 생애주기매출총이익(LTV)의 구조적개선을 달성했다는 게 쏘카 측의 설명이다. 쏘카 2.0은 카셰어링 비수기에 유휴차량을 매각하는 대신 '쏘카플랜'(중장기 대여)으로 전환해 가동률을 높이고 차량 운영 기간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쏘카 측은 “쏘카2.0 전략을 실행한 이후 차량의 LTV가 약 40% 증가했음을 확인했다"며 “본업인 카셰어링 수익성 안정화와 미래 성장을 동시에 진행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포스코, 현장직 협력사 직원 직고용 전환 ‘결단’

포스코가 제철소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들을 직고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며 원청과 하청 구조를 해결하는 파격적인 첫걸음을 내딛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경북 포항제철소와 전남 광양제철소에서 생산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업체 근로자들 약 7000명을 포스코 직원으로 직접 고용하기 위한 로드맵을 짰다. 이들은 차례를 거쳐 포스코 직원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철강사들은 24시간 설비를 가동해야 하고 공정 작업별 직무 편차가 나 협력사가 함께 일하는 원·하청 구조가 정착됐지만, 포스코는 이 같은 관행을 깨고 대규모 직고용을 결정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日 피치항공 “중장거리 노선으로 ‘Pitch up’…유할 0원 유지, 운임 현실화 검토”

피치항공이 기존 단거리 위주의 단일 기종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중장거리 기종을 도입하는 '투 트랙(Two-track)' 기단 운용 전략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 과거 파격적인 노이즈 마케팅으로 굳어진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해 대대적인 리브랜딩에도 속도를 낸다. ◇A321XLR 도입으로 중장거리 정조준…호주·인도 취항 목표 7일 피치항공의 한국 총판매 대리점(GSA)인 에어피스코리아는 전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향후 경영 전략과 노선 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피치항공은 기단 운영의 핵심이었던 '원 트랙(단일 기종)' 전략을 대폭 수정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존에는 사고 발생 시 정비사 투입이 용이하고 기재 대체가 쉽다는 이유로 단거리 기종만을 고집해 왔다. 그러나 장거리 비행을 통한 매출 증대를 목표로 '투 트랙' 전략으로 선회했다. 전선하 에어피스코리아 대표는 “최대 11시간까지 비행이 가능한 신규 기종 에어버스 A321XLR(Extra Long Range)을 도입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호주나 인도 등 중장거리 노선에 취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에어버스의 A321XLR(Extra Long Range)은 협동체(Narrow-body) 항공기 중 최장 항속거리를 자랑하는 A320neo 패밀리의 최신 파생형 모델이다. 기체 후방에 통합 연료 탱크(RCT)를 탑재하고 랜딩기어를 강화해 최대 이륙 중량(MTOW)을 100톤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이를 통해 최대 4700해리(약 8700km)를 10~11시간 동안 비행할 수 있어 아시아-호주나 대서양 횡단 같은 중장거리 노선에 투입이 가능하다. 구형 중형 광동체(Wide-body) 항공기 대비 좌석당 연료 소모율을 약 30% 절감해 압도적인 경제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객실 내부에는 에어버스의 최신 '에어스페이스(Airspace)' 디자인이 적용돼 넓은 수하물 공간(오버헤드 빈)과 기내 와이파이, 개선된 조명 등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A321XLR이 대형 허브 공항을 거치지 않고 중소 도시를 직접 연결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Point-to-point)' 비행 수요를 충족하며 글로벌 항공 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기종이 언제쯤 도입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우걸 상무이사는 “작년 12월경 발주를 진행했지만 현재 에어버스 측의 인도 지연 문제로 인해 실제 도입까지는 2~3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했다. 아울러 취재진이 중장거리 비행 시 기존의 좁은 좌석 간격에 대한 고객의 우려를 제기하자 이들도 이에 깊이 공감했다. 전 대표는 “단거리 노선에서는 좁은 간격을 참을 수 있지만, 11시간을 비행하는 장거리 노선에서 동일한 좌석을 유지하면 큰일이 날 것"이라며 신기종 도입 시 좌석 편의성 개선이 동반될 것임을 시사했다. ◇소도시 대신 거점 공항 집중…유류 할증료 0원 기조는 유지 일본 내 지방 소도시 취항 계획을 묻는 질문에 피치항공 측은 명확히 선을 그었다. 강경화 이사는 “국내 LCC들이 일본 소도시에 취항할 수 있는 것은 일본 지자체들이 인바운드 관광객 유치를 위해 외국 항공사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이라며 일본 국적사인 피치항공은 이러한 혜택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피치항공은 오사카·나고야·나리타 등 조종사·객실 승무원 거점이 있는 주요 공항을 중심으로 비행편을 집중시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다. 새로운 목적지에 취항해 승무원들을 이동시키는 것은 경제적 손실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김포-오사카 노선에 하루 4편을 집중 투입해 상용 수요를 성공적으로 흡수하고 있다. 한편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고유가 상황 속 수익성 악화 우려에 대해서는 기본 운임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피치항공은 2015년부터 승객들에게 유류 할증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전 대표는 “이러한 정책은 저유가 시대였기에 가능했고 현재의 고유가 기조가 이어지면 영업이익 하락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취재진이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해야 하지 않냐고 묻자 전 대표는 “유류 할증료를 안 받는다는 기조는 유지하되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유류 할증료 대신 기본 항공료를 일부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밖에도 피치항공은 단거리 왕복 비행과 40분이라는 극도로 짧은 지상 체류 시간 때문에 발생하는 구조적인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사 차원에서 정시성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노이즈 마케팅 시대 지나 '성숙기' 진입…브랜드 쇄신 총력 설립 초기부터 피치항공을 따라다녔던 '피치 못할 때 타는 비행기'라는 부정적인 별명과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도 이어졌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해외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해 환불 불가 조건으로 발권한 승객들이 규정상 환불이 안 되자 불만을 표출하면서 그런 말이 굳어진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초기 한국 시장 진출 당시 대형 항공사(FSC)의 풀 서비스에 익숙했던 국내 승객들에게 물조차 유상으로 판매하는 피치항공의 철저한 수익 모델이 거부감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강 이사는 과거 본사 경영진의 입장을 언급하며 “초창기에는 저비용 항공사(LCC)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정적인 수식어라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회사를 알리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활용했다"고 회고했다. 실제로 피치항공은 과거 기내에서 폭스바겐 자동차를 판매하거나 비트코인 결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등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회사가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면서 전략이 수정됐다. 강 이사는 “회사가 발전기에 접어든 만큼 이제는 긍정적인 브랜드로 리브랜딩하자는 논의가 본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한국 노선 운항편이 늘어난 만큼 적극적인 홍보 예산을 본사에 요청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상무 역시 “최근에는 부정적인 기사 대신 '피치를 올리자'는 긍정적인 방향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본사 직영 지사가 아닌 총판매 대리점(GSA) 형태로 운영되는 에어피스코리아의 특징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지사 형태가 본사의 관리를 받기에 더 유리하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경영진은 GSA 체제의 독립성과 유연성을 강조했다. 김 상무는 “직원 입장에서는 지사 형태가 항공권 지원 등 복지 혜택이 더 많을 수 있지만, 실적이 좋을 때 본사의 규정과 별개로 한국 법인 자체적으로 직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줄 수 있는 것은 GSA 체제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선하 에어피스코리아 대표는 “한국 법인의 경우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비중이 91~95%에 달해 여행사 중심의 B2B 영업 인력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며 “노동조합 등 주요 이슈가 발생했을 때도 한국 법인 대표가 독립적으로 책임지고 관리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G에너지솔루션, 1분기 영업손실 2078억원…적자전환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분기 매출 6조5550억원, 영업손실 2078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잡정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155.5% 감소하며 적자전환 했다. 전기 대비 매출은 1.2%, 영업이익은 70.3% 감소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 효과를 제외할 경우 실적은 더욱 악화된다. 해당 분기 세액공제 규모는 1898억원으로 이를 제외한 매출은 6조3652억원, 영업손실은 3975억원에 달한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포스코그룹, 로봇자동화 투자로 ‘지능형 공장 고도화’ 잰걸음

포스코그룹은 로봇 자동화 솔루션에 투자해 인공지능 전환(AX)을 서두른다. 포스코그룹은 7일 로봇 자동화 솔루션 전문기업 브릴스(Brils)에 70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브릴스는 2015년 설립 뒤 110여 개의 자동화 솔루션 관련 특허를 보유한 시스템 통합(SI) 기업이다. 투자금은 포스코홀딩스 전략펀드 50억원, 포스코 기업형벤처캐피탈(CVC) 펀드 20억원으로 출자 분담한다. 이번 출자로 포스코그룹은 그동안 제철소 등 제조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기술 역량을 브릴스의 로봇 설계·제어 기술과 연계해 공정 자동화 시스템을 공동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그룹은 브릴스 외에도 에이딘로보틱스, 테솔로, 뉴로메카, 페르소나AI 등 첨단 로봇 유망기업들에 총 190억원을 투자해 지능형 자율제조 프로세스를 구현한 차세대 공장 '인텔리전트 팩토리'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HD현대·LS·효성 전력기기 3사, 관세 먹구름 빠져나오자 북미 수주 ‘햇볕 쨍쨍’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효성중공업 등 전력기기 3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적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북미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에 더해 글로벌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전력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자는 자율 협약까지 맺으면서 주문이 계속 들어오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파생관세 확대 기조에도 전력기기는 일부 유예하는 데다 고객사가 관세 부담을 자처하고 나서면서 관세 장벽 그늘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28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2% 증가한 것으로 예상된다. 매출 예상치는 11.4% 증가한 1조 1306억원이다. 같은 기간 LS일렉트릭의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9.2%, 52.1% 늘어난 1조 3337억원과 1328억원이다. 효성중공업은 1조 3145억원의 매출과 1758억원의 영업이익으로 각각 22.2%, 71.7%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전력기기 3사는 영업실적 상승세를 보여왔다. 올해도 실적 상승세를 잇는 이유로는 AI가 있다. AI를 뒷받침할 대규모 전력 인프라를 확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초고압 직류송전 체계에 맞는 전력기기가 필요하다. 한국 전력기기 3사는 이와 관련한 제조 역량이 우수한 곳으로 꼽힌다. 765킬로볼트(㎸) 변압기와 배전반 기기 등이 대표적이다. 향후 실적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신규 수주 실적과 수주 잔고도 지난해 증가 추이를 보였다. 지난해 전력기기 3사의 신규 수주는 △HD현대일렉트릭 42억 7400만달러(약 6조 4037억원) △효성중공업 7조 7364억원 △LS일렉트릭 3조 7150억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HD현대일렉트릭 67억 3100만달러(10조 1740억원) △LS일렉트릭 5조 154억원 △효성중공업 11조 9000억원이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의 전력기기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 7곳은 외부 전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최근 데이터센터용 전력 발전 체계를 자체 구축하겠다는 자율 협약을 맺었다. 미국 정부나 전력 유틸리티 기업들의 전력 인프라 구축 노력만으로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데다 일반 이용자의 전기료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AI 사업을 영위하는 빅테크들이 직접 전력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6일자 행정명령으로 철강과 알루미늄 파생관세 부과 방식을 개편했다. 기존에는 제품의 철강과 알루미늄 함량에 맞춰 관세 15%를 부과했는데, 이제는 함량과 관계없이 제품 전체를 기준으로 파생관세를 매기는 식으로 바꿨다. 관세율도 15%에서 25%로 올렸다. 뼈대부터 모터 등 핵심 부품까지 철강이 많이 쓰이는 전력기기 가운데 초고압 변압기는 내년까지 해당 개편안 적용을 일시 유예하면서 15%의 관세율을 그대로 적용받게 됐다. 지난해 2월 15% 파생관세 부과 방침을 내놓은 뒤에도 HD현대일렉트릭과 LS일렉트릭 등은 고객사가 억대 관세를 대신 부담해주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물더라도 한국 기업의 제품이 필요했다는 뜻이다. 전력기기 3사는 북미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생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020년 미 테네시주 멤피스 현지 변압기 생산공장을 인수한 뒤 3억 달러를 투자했다. 최근에는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오는 2028년까지 약 1억60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HD현대일렉트릭도 한국 울산뿐만 아니라 미국 앨라배마 몽고메리시 공장에 약 2억달러를 들여 초고압변압기 생산설비 50% 증설을 진행 중이다. LS일렉트릭은 올해 초 부산공장 증설에 이어 미국 텍사스주에 마련한 현지 종합거점 '배스트럽 캠퍼스'에는 오는 2030년까지 2억4000만달러를 투자해 생산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삼성전자, 매출 133조·영업익 57조 ‘어닝 더블 크라운’

삼성전자가 올해 1~3월 1분기에 국내 기업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5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1개 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4개 분기 전체 영업이익(43조6010억원)을 넘어서는 한국 기업사(史)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인공지능(AI)발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탄 삼성전자의 기록 경신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5.01%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33조원 기록하며 전년동기(79조 1400억원)보다 68.06% 늘었다. 1개 분기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8374억원, 영업이익 20조737억원으로 신기록을 세운데 이어 다시 석 달만에 분기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50조원으로 최고기록을 새로 작성한 것이다. ◇증권가 전망치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 이 같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증권가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증권가는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을 37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후 일부 증권사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시장 컨센서스는 매출 119조원, 영업이익 40조2000억원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기 50조원을 훌쩍 넘는 영업이익으로 한국기업 실적에서 신기원을 연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전례 없는 슈퍼사이클이 자리하고 있다. 이날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영업이익이 50조원을 크게 웃돈 것으로 보고 있다. 직전인 지난해 4분기 DS 부문 영업이익(16조4000억원)을 3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구체적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 흐름이 메모리 반도체 수요 증가를 가져왔고 이는 반도체의 가격 상승으로 직결돼 삼성전자의 실적에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3~98% 상승했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85~90%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엔비디아·구글·AMD 빅테크에 5세대 HBM3E 공급이 '원동력' 여기에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 확대가 맞물리며 실적 상승에 속도가 붙었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인 'HBM3E'를 엔비디아, 구글, AMD 등 빅테크 기업에 공급하며 HBM 매출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업계 최초로 6세대 HBM4 양산에 돌입했고, 엔비디아 'GTC 2026'에서 차세대 제품인 HBM4E(7세대)도 공개하며 기술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HBM과 범용 메모리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AI 수요 확대의 최대 수혜기업 중 하나로 평가된다. 삼성은 앞서 올해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업계는 반도체 초호황 국면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초 올해 하반기부터 수요가 둔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었지만, AI가 학습 중심에서 추론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인프라 투자 확대 속도가 오히려 빨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AI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삼성전자 D램과 낸드 출하량의 60%를 흡수하고 있는 가운데, 연간 1000조원을 웃도는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수요를 구조적으로 견인하고 있다"며 “추론 AI 확산으로 메모리 탑재량 증가 추세는 향후 수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AI데이터센터, 삼성 D램·낸드 출하량 60% 흡수" D램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58~63% 추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적자가 이어졌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역시 선단 공정 수주 확대와 수율 개선을 바탕으로 하반기 흑자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사업 전반의 실적 기여도가 한층 확대되며 전사 수익성 개선 폭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증권가의 올해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 전망도 기존 200조원 안팎에서 300조원 이상으로 크게 상향 조정됐다. 영업이익이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올해 4분기에는 100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변수도 존재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유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부담 증가는 글로벌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TV 등 완제품(세트) 수요 둔화가 현실화될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배너